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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버린 아빠, 알고 보니 필리핀 마약 거물

    딸 버린 아빠, 알고 보니 필리핀 마약 거물

    어느 날 아빠가 바람이 났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어린 윤서는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상대방에게 문자로 욕설을 날려보지만 대화하는 상대방은 불륜녀가 아닌 자신과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다. 두 사람은 묘한 감정을 남기고 짧은 대화를 마친다. 어떤 운명이 펼쳐질지 모른 채.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돼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앞둔 연극 ‘테디 대디 런’은 코피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코피노는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뜻한다. ‘테디 대디 런’에서 윤서의 엄마는 남편과 한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자라던 윤서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필리핀을 방문한다. 윤서가 아빠와의 시간을 보내고 출국하려다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취소되면서 본격적인 아빠 추적기가 펼쳐진다. 아빠의 집으로 믿었던 곳에 돌아왔으나 누군가 황급히 떠난 흔적만 남았을 뿐이다. 윤서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하며 아빠를 찾지만 낯선 땅에서 아빠의 행방을 추적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윤서 앞에 자신을 로즈라고 소개하는 니나가 나타나 윤서를 돕는다.바이크를 타고 등장한 니나는 윤서에게 “너의 아빠가 테디에게 돈을 빌렸다”며 여기저기 윤서를 데리고 다닌다. 테디의 정체가 대체 뭔지, 아빠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왜 태도가 달라지는지 모르지만 윤서는 어떻게든 아빠를 찾으려 애쓴다. 같은 이야기가 1부는 윤서의 입장에서, 2막은 니나의 입장에서 펼쳐진다. 사실 니나는 진실을 알고 있었고 테디는 테디 베어 인형에 마약을 넣어 판매하는 아빠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윤서가 사진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던 것도 그가 마약 거물로서 한인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두 소녀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아빠를 찾는 이야기를 그렸지만 작품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2막에서 리나가 “우린 버림받은 아이였어. 하지만 우린 무럭무럭 자라났어”라고 하는 말은 코피노들의 현실을 담담하면서도 아프게 보여준다. 리나의 엄마 로즈는 리나를 낳은 것이 축복이라고 말해줬지만 정작 리나는 자신의 처지를 두고 “신의 축복이 될 수 없어”라고 고백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한국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코피노들이 어떤 상처를 지니고 어렵게 살아가는지 ‘테디 대디 런’은 보여준다. 이세희 작가가 직접 필리핀 마닐라로 날아가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탄탄하게 이야기를 완성한 덕에 이들의 지난한 현실이 생생히 담겼다. 두 소녀가 결국 아빠를 찾으며 마무리되지만 마지막에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인지 몰라”라는 대사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코피노 문제를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고민해보고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해보자는 의미로 들려서다. 연극 하나 만든다고 금방 바뀌지 않을 세상이겠으나 ‘테디 대디 런’은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코피노를 위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태도에 대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작가는 “모든 분이 코피노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회 문제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요즘 젊은 관객들에겐 낯설 수 있는 소재지만 같은 사건을 다른 입장에서 전개하면서 실마리를 풀어내는 전개 방식, 이야기가 보다 실감 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적극 활용된 영상, 재미난 음향효과와 OPPA♥(오빠) 간판 등이 작품 감상의 문턱을 낮춘다.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코피노 이야기를 유쾌하고 색다르게 접근한 방식도 매력적이다.
  • ‘쇼팽의 환생’ 라파우 블레하츠 7년 만에 내한 독주회

    ‘쇼팽의 환생’ 라파우 블레하츠 7년 만에 내한 독주회

    2005년 제15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는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스타가 탄생했다. 쇼팽의 고국 폴란드 출신으로 ‘쇼팽의 환생’이라 불릴 정도로 외모마저 닮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39)가 그 주인공. 폴란드 출신으로는 1975년 우승을 차지한 크리스티안 짐머만(68) 이후 30년 만의 우승이었다. 당시 20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 권위의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블레하츠는 마주르카·폴로네이즈·피아노협주곡·소나타 4개 부문 최고연주상(특별상)을 휩쓸며 대회 역사상 최초로 5관왕에 올랐다. 블레하츠의 실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2위를 뽑을 수 없다”고 한 심사위원의 말은 지금까지도 전설로 회자된다. 당시 임동민(44)·임동혁(40) 형제가 공동 3위에 올랐다. 블레하츠가 7년 만의 독주회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쇼팽작품들과 더불어 드뷔시, 모차르트, 시마노프스키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5살에 음악을 시작한 블레하츠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립 음악학교를 거쳐 비드고슈치 국립음악원에서 카타지나 포포바-지드론을 사사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바쁜 연주 일정을 소화하던 그는 또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2016년 보다 깊이 있는 음악 연구를 위해 폴란드 토룬의 코페르니쿠스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논문을 쓰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그해 음악 철학 박사 학위를 받는 등 연구활동을 병행한 그의 음악 세계는 더욱 깊어지고 풍요로워졌다. 한층 성숙해진 그가 2017년 열었던 첫 내한 독주회는 국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7년 만에 돌아온 무대 1부에서는 쇼팽의 야상곡과 함께 폴란드 리듬을 가장 잘 보여주는 폴란드의 춤곡 마주르카와 폴로네이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2부에서는 쇼팽 콩쿠르 이후 그가 연구한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투명한 색채로 표현하는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정제된 음색의 모차르트 소나타, 폴란드의 피아니스트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시마노프스키의 음악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 소장하고 싶은 연주회… 환상의 짝꿍이 만든 모차르트 선율

    소장하고 싶은 연주회… 환상의 짝꿍이 만든 모차르트 선율

    16살 차이의 르노 카퓌송(48)과 킷 암스트롱(32)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소장하고 싶은 명품 연주회로 겨울의 끝자락을 따뜻하게 채웠다. 두 사람의 연주는 모차르트 음악이 마치 자신들을 위해 작곡된 것처럼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공연기획사 인아츠프로덕션이 준비한 카퓌송과 암스트롱의 듀오 리사이틀이 열렸다.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인 카퓌송과 대만계 미국 피아니스트인 암스트롱은 이날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22번, 28번, 33번, 35번을 연주했다. 모차르트의 개성과 풍부함, 열정이 깃든 걸작들이다. 어려서부터 수많은 곡을 쓴 모차르트가 음악적으로 높은 경지에 도달한 것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1778년 여름 20대의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완성한 21번이 꼽힌다. 두 사람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한 단조곡인 21번을 첫 곡으로 선보였는데 시작부터 가벼운 탄성을 내뱉게 하는 연주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모차르트 음악 특유의 경쾌함이 느껴지는 22번, 피아노의 매끄러운 내달림과 바이올린의 경쾌한 역동이 돋보이는 28번으로 이어지는 연주는 이 곡을 가장 완벽하게 해석한 듯한 감동을 줬다. 카퓌송과 암스트롱의 호흡은 두 사람이 모차르트 음악에 최적화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곳 하나 빛나지 않는 곳이 없는 연주였다.2부에서 선보인 33번과 35번은 1부의 곡들보다 모차르트의 성숙함을 조금 더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낭만주의 음악의 특색을 보인 33번,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가까이 지냈던 독일 작곡가 칼 프리드리히 아벨의 죽음을 애도하는 35번은 모차르트 음악의 폭을 보다 넓게 보여주는 곡이었다. 명료하고 깨끗한 소리에 다채로운 음색이 더해지며 두 사람은 모차르트가 살아있었다면 극찬했을 조화를 자랑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관객들은 숨소리까지 죽인 집중력으로 두 사람의 연주를 지켜봤고 곡이 끝날 때마다 열렬한 박수로 명품 연주를 들려준 연주자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들의 연주는 관객들의 소장욕을 자극했고 실제로 공연장 입구에서 판매하던 음반을 산 관객도 여럿 있었다. 관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음악가 중 하나로 꼽히는 카퓌송, 뉴욕타임스가 “뛰어난 연주력에 음악적 성숙함과 젊음의 대담함까지 겸비한 눈부신 피아니스트”라고 호평한 암스트롱의 진가를 경험할 귀중한 시간이었다.
  • 마음이 아파도 괜찮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마음이 아파도 괜찮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까

    키키는 마음이 아프다. 병명은 ‘경계성 인격장애’. 정서나 대인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한 장애다. 예전 같았으면 괴팍한 인간성의 문제로 치부됐을지 모르나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는 엄연한 질병으로 분류된다. 천진난만한 얼굴인데 키키가 오가는 감정의 극단은 예사롭지 않다. 자신의 장애를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변화 등이 키키를 괴롭힌다. 까딱하다가는 생을 비관하며 나쁜 결말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키키는 살아갈 용기를 낸다. 생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려는 듯이.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돼 지난달 27일 개막한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제목 그대로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는 키키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토크쇼에 출연한 키키가 자신의 장애를 고백하며 행동치료를 거쳐 마음을 다스리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에서 5명의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키키의 사연을 전한다. 때론 애인도 되고 의사도 되고 직장 동료로도 변신한다. 키키의 감정을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는 인물들과 작품의 분위기, 록, 발라드, 힙합 등 다채로운 음악 장르는 이 작품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유쾌한 사람 같지만 키키는 자해 충동도 종종 생기고 가족 포함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아픔도 있다. 키키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마음의 병이 일상화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게 겪어봤을 감정들이기에 마냥 남의 일처럼 볼 수 없게 한다. “나를 구해줘. 나는 구세주가 필요해”라고 말하는 키키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의 장애를 딛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과정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키키를 응원하게 만든다. “붙잡지 말아요. 그냥 흘려보내요”라며 키키가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은 저마다 겪었을 감정들을 떠올리며 공감할 지점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여기에 더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따뜻하게 품고 돌아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원작은 키라 밴 겔더가 쓴 ‘키라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로 여기에 뮤지컬 ‘실비아, 살다’의 조윤지 작가가 용기를 내 자전적인 이야기를 더했다. 24~25일이 마지막 공연.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 아련한 청춘의 사랑, 그때 그 추억은 영원하여라

    아련한 청춘의 사랑, 그때 그 추억은 영원하여라

    캠퍼스를 거닐다 우연한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는 일. 연애라는 게 ‘될놈될’(될 사람은 된다)이고 안 생길 사람은 죽어도 안 생긴다지만 새 학기가 개강하고 봄기운이 마음을 뒤흔들 때면 누구나 꿈꾸는 일 중의 하나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그렇게 해서 만나면 행운아고 비록 만나지 못해 서성거리다 다시 외로워질지라도 돌이켜보면 그 추억은 영원하다. 의과대학에 다니는 한민우와 성악과에 재학 중인 정다혜는 그 꿈같은 일을 이룬 사람들이다. 한민우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정다혜와 부딪친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인연을 틔우고 사랑에 빠져 가슴 속에 영원한 추억을 남긴다. 최인호(1945~2013) 작가가 쓴 ‘겨울나그네’에서 벌어지는 멋진 일이다. 1983년 9월부터 1984년 11월까지 일간지에 연재한 ‘겨울나그네’는 당대 청춘들을 열광케 한 작품이다.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뮤지컬로도 1997년 처음 선보였다. 2005년 두 번째 시즌을 거쳐 오래 이별했던 ‘겨울나그네’가 최 작가의 타계 10주년을 맞아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한민우와 정다혜는 사랑에 빠지지만 몰락한 한민우의 집안 사정과 출생의 비밀, 좋지 않은 정다혜의 건강 등이 두 사람의 사랑에 장애 요소가 된다. ‘겨울나그네’는 서로 예쁘게 사랑하기에도 바쁜 두 사람이 한민우의 집안이 몰락한 것을 계기로 격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미군 부대 클럽, 마약 거래, 조직 간 다툼 등 1980년대 시대상을 담은 이야기이고 그때의 감성이 담긴 작품이기에 요즘 시선에서 보면 ‘겨울나그네’는 올드한 구석이 많다. 그러나 그 덕분에 요즘은 느낄 수 없는 그 시절의 풋풋한 감성이 애틋하게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간절하고 설레는 마음은 그 시절 청춘이나 요즘 청춘이나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겨울나그네’에는 그 시절 특유의 감성이 가득하다. 첫눈에 반한 인연을 주변인들을 동원해 어떻게든 수소문해서 찾아내고, 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약속을 정하고,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것을 애타게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모습 등은 쉽게 연락하고 관계가 한없이 가벼워진 요즘 시대에는 느낄 수 없는 감성들이기도 하다. 한 사람을 전부로 여기던 시대, 편히 연락할 수도 없고 어린 나이에도 마음의 문제를 홀로 삭이며 감당해야 했던 청춘들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담겼다.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는 세련된 무대 연출을 만나 볼거리를 풍성하게 더했다. 주요 무대가 되는 나이아가라 클럽은 화려한 공연장 같고 배우들의 춤과 노래도 요즘 만든 작품들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로 구현한 영상미 역시 돋보이는 요소다.‘겨울나그네’는 한민우와 정다혜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복잡한 상황과 관계 속에 결국 이들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소설에서는 친구 사이인 한민우와 박현태가 뮤지컬에서는 형과 동생 사이로 나오는데 우정보다 사랑을 택하는 박현태는 최 작가의 분신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최 작가는 2005년 재출간한 ‘겨울나그네’ 서문에서 “마네가 그린 명화 ‘피리 부는 소년’에서 영감을 얻어 아름답고 순수한 청년의 사랑을 그리고 싶다는 작품의 모티프는 민우라는 주인공을 탄생시켰지만 또 다른 주인공인 현태의 양면성은 그 무렵 나 자신의 내부에 들어 있던 별개의 자아였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저마다 구체적인 양태는 다르겠지만 ‘겨울나그네’는 대학생 시절 누군가로 인해 사랑에 안달복달하고 마음 쓰던 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설렘이고 낭만이기에 ‘겨울나그네’의 이야기는 영원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번 공연을 기념해 2005년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 지난해 12월 열림원에서 출판됐다. 24~25일 마지막 공연이다. 최 작가와 각별한 사이였던 윤호진 예술감독은 “우리의 약속대로 이번에는 뉴욕에서도 공연을 해볼 생각”이라며 ‘겨울나그네’의 해외 진출도 예고했다.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남도의 봄 알린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남도의 봄 알린다

    전남 진도군은 제44회 진도신비의바닷길축제가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 일원에서 열린다고 23일 밝혔다. 올해 축제는 ‘봄의 시작, 신비의 바다에서!’ 주제로 개최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명예문화관광축제인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바다가 갈라지는 신비한 바닷길 체험과 진도만의 민속과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군은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 군민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체류형 야간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등 체계적으로 축제를 준비했다. 특히 바닷길 횃불 행진과 복합매체(멀티 미디어) 레이저 구경거리(쇼)를 신규 개발하는 등 야간 콘텐츠를 강화했다. 또 대한민국 민속문화예술특구에 걸맞은 지역 고유의 민속문화 볼거리와 체험부스 등을 확대해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 간다는 전략이다. 3월 11일 개막식에는 진도 출신 국민가수 송가인 씨가 특별출연하고 12일에는 전국노래자랑 녹화방송을 행사장 일원인 가계 특설무대에 마련해 전 국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바닷길 만남 44쌍의 ‘견우와 직녀’ 사랑의 선발대회와 뽕할머니 선발대회를 진행해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 야간 콘텐츠인 바닷길 야간 경관조명과 멀티 미디어 레이저쇼와 함께 가계해수욕장 해변에 에어돔 등 피크닉 존을 조성해 쾌적한 축제장이 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더 알차고 다채로운 축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보고 즐기고 만족할 만한 축제를 위해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등 내실있는 축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파리서 뉴욕으로 피신했던 샤갈을 만나다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파리서 뉴욕으로 피신했던 샤갈을 만나다

    국내 최초 몰입형 복합문화예술공간 ‘빛의 벙커’가 다섯 번째 전시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Chagall, Paris-New York)’를 오는 3월 22일 개막한다. 23일 빛의 벙커에 따르면 새달 정식 개막에 앞서 오는 26일부터 얼리버드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1차 얼리버드 티켓은 26일부터 3월 14일까지 입장권의 40% 할인된 가격으로, 2차 얼리버드 티켓은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3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제주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전시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는 마르크 샤갈(1887. 7. 7~1985. 3. 28)의 독창적인 색채와 화풍을 빛과 음악, 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독특한 몰입형 예술 전시로 재탄생시켰다. 샤갈은 회화뿐 아니라 조각, 도자기, 스테인드글라스, 모자이크 그리고 콜라주까지 다양한 예술 분야를 넘나들었다. 이번 전시는 샤갈의 예술 여정에서 전환점이 된 파리와 뉴욕을 배경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유태인이었던 그는 2차세계대전때인 1941년, 나치 군이 파리를 점령하자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피신했다가 1948년에 프랑스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화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대형 벽화들을 포함해 ‘천사의 추락’, ‘출애굽기’, ‘성경 메시지’ 등 샤갈의 상징적인 작품들로 구성되어 그의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에 맞춰 전시장 내부의 벽과 바닥에 샤갈의 작품들이 사방으로 투사되어, 관람객들에게 강렬하고도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박진우 ㈜티모넷 대표는 “빛의 벙커가 근대와 현대를 아우른 마르크 샤갈의 작품으로 다시 돌아온다”며 “샤갈의 다채롭고 독창적인 예술 여정을 생생한 몰입형 예술로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이번 얼리버드 티켓 기간을 꼭 활용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22년 빛의 벙커는 개막작 ‘클림트’전, 두 번째 전시 ‘반 고흐’전에 이어 현재 세 번째 전시 ‘모네, 르누아르… 샤갈’ 그리고 ‘파울 클레’전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전시는 지중해 연안에서 활동한 모네, 르누아르, 샤갈을 비롯해 피사로, 시냑, 뒤피 등 인상주의부터 모더니즘에 이르는 20명 화가들의 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샤갈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현재 빛의 벙커에서 전시 중인 ‘세잔, 프로방스의 빛’은 현대 회화의 아버지이자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폴 세잔의 작품을 3월 3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왈종, 중도의 섬 제주’는 연장 운영되어 샤갈 전시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왈종, 중도의 섬 제주’는 빛의 벙커를 운영하는 ㈜티모넷이 자체 제작한 첫 기획전이자, ‘빛의 시리즈’ 최초 국내 작가 작품을 주제로 한 전시로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송파구, 삼익문화재단서 그랜드피아노 2대 기증받아…문화사업에 활용

    송파구, 삼익문화재단서 그랜드피아노 2대 기증받아…문화사업에 활용

    서울 송파구가 재단법인 삼익문화재단으로부터 그랜드 피아노 2대를 기증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일에 열린 기증식에는 서강석 송파구청장과 김종섭 삼익문화재단 이사장, 김성일 삼익문화재단 사무국장 등이 참석하였다. 이번에 기증된 피아노는 소형 그랜드 피아노 1대, 대형 그랜드 피아노 1대로 송파글마루도서관과 송파구민회관에 전달돼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및 공연에 사용될 예정이다. 송파글마루도서관에는 지난해 연말 이미 기증을 완료해 개관 10주년 클래식 공연을 개최하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뜻깊은 자리를 선물했다. 2013년 설립된 삼익문화재단은 음악회 등 문화예술 지원, 악기 지원, 장학금 지원, 인재 발굴 등을 통해 문화 중심의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에는 송파구청 인근에 조성한 ‘송파런 뮤직스튜디오’에 자동연주 피아노 1대를 포함해 악기 19종, 338대를 기증했다. 이는 ‘송파런 뮤직스튜디오’ 전체 악기 799대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량이다. 구는 이를 활용해 구민들에게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악기 대여, 악기 강습 등 5714명의 주민이 이용하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삼익문화재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악기 후원으로 송파구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사업을 펼쳐 구민 삶의 질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 부산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 개관 준비 공연 전문 인력 채용

    부산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 개관 준비 공연 전문 인력 채용

    부산시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의 본격적인 개관 준비를 위해 공연장 전문 인력을 채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채용을 통해 시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의 공연 기획, 무대 기술 등 전반적인 개관 준비를 담당하게 될 경력직 공연 전문가를 모집한다. 채용 직무는 공연기획 분야 팀장급 1명(임기제 5급 상당) 공연기획 분야 1명(임기제 7급 상당), 무대 기술 조명 분야 1명(시간선택제 임기제 나급)이다. 공연기획 분야 팀장급은 클래식(오페라) 축제를 통한 클래식 저변 확대,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 섭외 및 부산콘서트홀의 개관공연과 정규시즌 공연 확정, 전문인력 양성 및 국내·외 예술가, 극장, 공연기획사 등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등을 담당하게 된다. 시는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거쳐 4월 중 공연 전문 인력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임용 기간은 임용일로부터 1년이고, 근무 실적 등에 따라 총 5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원서는 다음달 4일부터 6일까지 접수한다. 자세한 사항은 부산시 홈페이지에 부산소식-공고-채용공고(www.busan.go.kr/nbincrui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시민공원에 조성 중인 부산콘서트홀은 현재 공정률 76%로, 오는 8월 준공해 2025년 개관 예정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2026년 준공, 2027년 개관 목표로 건립 중이다 .
  • 대학로 상징 ‘학전’ 33년 만에 결국 폐관

    대학로 상징 ‘학전’ 33년 만에 결국 폐관

    33년간 대학로를 지키며 국내 공연예술인의 산실이 됐던 소극장 학전이 결국 다음달 15일 폐관을 확정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학전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전이 주최하는 마지막 공연인 학전 어린이 무대 ‘고추장 떡볶이’와 33팀의 가수, 학전 배우들이 마련한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끝으로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위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민기 학전 대표는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라는 간결한 인사로 소감을 갈음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의 명맥을 이어 가기 위해 발표한 계획에 대해서 학전 측은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의 건강 악화와 경영난 등으로 학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말 학전 소극장을 재정비해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는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전 측은 “학전과의 협의 없이 보도된 내용”이라면서 학전이 예전처럼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극장 내 상징적인 공간이나 공연, 물건을 이어서 운영하는 것 자체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줄잇는 관광문화재단, 강원 발전의 관문

    강원 시군들이 관광문화재단 설립에 잇따라 나섰다. 관광과 문화를 융합한 정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삼척시는 관광문화재단을 다음 달 설립한다고 22일 밝혔다. 관광문화재단은 1개 사무국 3개 팀 규모로 만들어져 관광, 문화 정책 수립과 콘텐츠 개발, 시설 운영, 축제 기획 및 운영 등의 업무를 맡는다. 삼척시는 관광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2022년 9월 추진계획을 수립했고, 지난해 12월 관련 조례안을 제정했다. 삼척시 관계자는 “재단은 관광과 문화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 수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재단 운영을 통해 관광, 문화의 인프라를 넓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평창군은 내년 초 관광문화재단을 출범할 계획이다. 강원연구원은 평창군으로부터 의뢰받아 수행한 연구용역을 통해 관광문화재단이 다양한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 관광, 문화산업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월군은 지난해 2월 문화재단에 관광축제 부서를 신설해 문화관광재단을 출범했다. 문화관광재단은 단종문화제, 동강뗏목축제와 연주회, 전시회 등 문화관광 행사를 총괄한다. 특히 문화영월반상회, 문화광부학교, 우리동네 문화충전소 등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주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춘천시도 문화재단에 관광 업무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춘천시는 문화재단을 문화관광재단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관광자원과 문화예술을 묶어 각각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3만명 사는 곳, 벌써 6만 다녀가시작은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직육면체에 낮은 원통 겹친 구조책과 책 사이 거니는 ‘서가 산책’열람석 어디서든 도서관 한눈에갤러리 복도 걸으며 정원 감상도XR-뮤지엄 메타버스로 작품 탐방 연초부터 스타필드 수원이 화제다. 개장 열흘 만에 약 84만명이 방문했다. 별마당도서관은 그 상징이다. 22m 높이의 웅장한 서고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가득 채운다. 쇼핑몰 한가운데 도서관이 들어서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기적’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강원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개관 6개월 만에 5만여명이 다녀갔다. 인제군 인구는 2024년 1월 기준 3만 2004명이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MBC 프로그램 ‘느낌표’와 시작한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 사업이다. 설립 취지는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는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를 갖습니다’로 시작한다. 무려 21년째 진행형이다. 인제는 도서관에 관한 열일곱 번째이자 강원도 첫 기적의 땅이다.●별마당도서관도 부럽지 않아 인제 기적의도서관 홈페이지는 매일 ‘오늘 마주친 한 구절’을 제공한다. 이날은 ‘모든 것은 그 자리에’(올리버 색스 지음, 알마)의 한 구절이 올라와 있었다. 2018년 ‘뉴욕타임스’에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에서 혁신의 미래를 보았다”라고 기고했던 바로 그 작가의 책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수천 권, 수만 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거닐고, 특별한 분위기와 다른 독자들과의 조용한 동행을 즐겼다.” 도서관 여행 즐기는 법으로 삼아도 좋을 문장이다. 도서관이 주는 첫 번째 기쁨은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자유다. 이는 책과 책 사이를 거니는 서가 산책에서 출발한다. 도서관을 어슬렁대는 일은 목적이 없어도 느슨하고 여유롭다. 그래야 한다. 풀꽃을 들여다보듯 눈길 끄는 책의 책장을 넘기고, 다른 이들은 무엇을 발견했나 슬쩍 제목을 훔쳐보기도 하면서. 그러다 책 한 권을 쥐고 앉아서는 나 또한 조용히 그들의 동행이 된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의 공간 구성은 도서관 산책의 소소한 행복을 더해 준다. 도서관을 설계한 이상윤 건축가와 지안건축의 솜씨는 한국문화공간상 도서관 부문 수상으로 이미 증명됐다. 건물은 가로가 긴 직육면체 가운데 낮은 원통을 겹쳐 놓은 형태다. 원통은 종합자료실과 동아리실, 스튜디오 등이 모여 있는 도서관의 심장이다. 1층은 도서관 바깥으로 링 형태의 갤러리 복도가 있고, 2층은 도서관 안쪽으로 열람석과 서가가 크게 원을 그리며 띠를 두른다.건물 좌우 날개 역할을 하는 직육면체 공간은 갤러리 복도를 따라 이동한다. 갤러리라는 이름이 붙은 건 도서관 정원과 자연의 계절이 바뀌는 걸 감상하면서 걷고, 그때 안쪽 벽으로 ‘인제의 자연’과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영상이 흐르기 때문이다. 동쪽 어린이실은 도서관 안의 도서관이다. 어깨동무담이 있는 야외 데크로 나가는 출입구가 따로 있다. 데크에 앉아 볕을 쬐며 책을 읽는 봄날의 아이들이 그려진다. 서쪽 몰입형 미디어아트실 역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책 하늘 내린 인제 글로 설명하니 공간의 연결고리가 잘 보이지 않을 거다.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가서 보면 안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부터 ‘건축 부문에서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델의 공간 구조’를 끊임없이 제시해 오지 않았던가. 특히 2층 원형 서가에서는 누구라도 잠깐 멈춰 서기 마련이다. 도서관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열린 구조다. 가운데 계단식 열린 극장과 열람석이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공간의 축을 만들며 개방감을 이끈다. 좌우로는 신전처럼 높은 기둥이 일렬로 늘어선다.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도서관의 절반 높이밖에 되지 않는 11.55m이지만 그 못지않게 웅장하다. 열람석 어디에서든 도서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이곳은 ‘하늘 내린 인제’의 도서관이다. 투명한 그리드 천장에서 넉넉한 자연광이 내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태양열 전지판의 격자 문양이 지속가능성을, 이곳이 내린천을 지켜 낸 고장 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러고 보니 인공조명조차 많지 않다. 햇살을 빌려 읽는 책들은 활자에 생기를 불어넣고 읽는 이의 상상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인제 기적의도서관 슬로건이 ‘시간을 넘어 무한한 상상’인지도.●청구기호 없는 10년의 추천 도서 도서관 산책을 끝내고 숨을 돌릴 때쯤, 이번에는 개방감에 취해 보지 못했던 서가의 특이한 점이 보인다. 칸칸을 채운 건 말할 것도 없이 책이다. 하지만 위쪽의 책들은 청구기호가 보이지 않는다. 책등에 붙어 책의 위치를 알려 주는 ‘670.4-이82ㅅ’ 같은 스티커 말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 1층 서가 3~4단을 채운 책들은 지난 10년간의 세종도서다. 세종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추천 도서다. 그 제목을 살피는 것만으로 지난 10년간의 양서 목록을 훑어 볼 수 있는 셈이다. 낡고 바랜 책은 손이 닿지 않는 위치이지만 플라스틱 표지함이 아닌 온전한 책으로 자리해 반갑다. 그러다 불쑥 끼어드는 몇몇 문장들 앞에서 또 걸음을 멈춘다. 정수기 옆에, 2층 인제니아 뒤편 벽에, 알콩달콩열람석 등받이에 숨은 그림처럼, 아마 마저 찾지 못한 숨은 문구가 더 있을 것이다.‘책 읽어라 그래야 잔소리 안 듣는다. 정예원 2023.2.16’ ‘굳게 닫힌 책은 냄비 받침에 불과하다. 차정민 2023.1.31’ 이 말들의 주인공인 정예원과 차정민은 누구일까.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이름이다. 그럴 수밖에. 예원과 정민은 인제에 사는 중학생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건립 과정에 청소년준비단이 참여했다. 동아리 스튜디오의 이름과 테마 색깔도 그들이 정했다. 위대한 작가들과 어깨를 견주는 ‘명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원하는 자리에 남겨져 방문자를 마중한다. 나중에 예원이나 정민이가 부모가 돼 아이와 다시 찾는다면 이 글귀는 그에게 기적의 조우와 다름없겠다.●반짝반짝 빛나는 XR뮤지엄 메타버스 공간과 예술 관련 서적이 모여 있는 예술갤러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서관 1층 한쪽에서 이미 아이들이 헤드셋을 끼고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스크린 속 구스타프 클림트의 뮤지엄을 탐방 중이다. 세계 유명 작가의 전시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민과 어린이들에게는 이 또한 작은 미술관 역할을 한다. 그곳에서 음악책 한 권을 챙겨 들고는 계단 열람석으로 이동한다. 커다란 강의실 같기도 한 자리는 이국의 도서관을 닮았다. 파르테논신전이나 콜로세움도 생각난다. 얼마간은 긴장을 푼 채로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서가를 마주한다. 책의 신전이지만 책을 다루지 않는 시간이 좋다. 그리고 나의 ‘조용한 동행’들 곁에서 책장을 넘긴다. 오늘 고른 책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이채훈 지음, 혜다)다. 손끝의 감각만으로 펼친 페이지 속, 모차르트와 클레멘티의 피아노 대결 이야기를 읽는다. 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모차르트와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 준 클레멘티의 연주를, 2016년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53개의 손가락을 가진 로봇과 인간 피아니스트의 대결에 비유해 피력한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우리는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다.’ 언젠가 도서관 서가의 종이책도 태블릿으로 대체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책의 각 단락에는 주제에 해당하는 클래식 음악을 QR코드로 소개한다. 모차르트 에피소드에는 피아니스트 막달레나 바체프스카가 연주한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 실렸다. 에어팟을 끼고 살짝 볼륨을 높인다. 미래는 잊고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머릿속 음표들이 피아노 선율을 따라 통통대며 떠다닌다. ‘반짝반짝 작은 별’이 흐르는 도서관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의 풍경이다. 각자로서 책 한 권을 마주하지만 책이라는 대자연이 주는 일체감은 종이의 질감처럼 쉬이 떨칠 수 없는 도서관의 매력이다. 올리버 색스가 말한 ‘조용한 동행’의 순간이 한번 더 반짝인다. 이곳의 ‘모든 것은 (온전한) 그 자리에’ 있다. ●박인환문학관, 거리의 시인들 마침 인제 기적의도서관 옆에 박인환문학관이 있다. 또 문학관은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이웃한다.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인제읍 상동리에서 태어났다. 문학관 부지가 그의 집터다. 전시실은 책방 마리서사가 있던 1940년대 서울 명동 거리를 2층 세트로 재현했다. 마리서사는 박인환 시인이 스무 살에 세운 책방으로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이다. ‘은성’은 배우 최불암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막걸리집이다. ‘세월이 가면’이 쓰이고 노래로 만들어진 장소다. ‘모나리자 다방’은 시인이 술값 대신 맡겨 놓은 만년필을 찾아 김수영에게 선물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가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이었다. 야외에 조성된 시인 박인환의 거리와 조형물 또한 볼거리다. 그 가운데 ‘시인의 품’은 바람을 맞아 넥타이가 날리는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품 안으로 들어가면 시로 만든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도서관과 문학관과 박물관의 정원은 등한하게 이어 걸어도 왠지 문학적이다. 뒤늦은 눈발이라도 날린다면 지난 겨울에 소소한 작별 인사를 전해도 좋겠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박인환 얼굴) 하며. ●만해마을, 노출 콘크리트의 법당 인제를 대표하는 또 한 사람의 시인은 만해 한용운이다. 인제 백담사는 만해가 정식 출가한 고찰이다. 백담사 가는 길 북촌 변에는 동국대 만해마을이 있다. 사나흘 정도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이만한 장소도 흔하지 않다. 언뜻 불교 사찰 건축을 떠올릴 테지만 노출 콘크리트가 주를 이룬다. 불교에 조예가 깊은 건축가 김개천이 설계했다. 절제된 고요와 침묵의 힘이 느껴진다. 20년 전에 지어진 건축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만해문학박물관, 서원보전, 북카페는 꼭 들러볼 일이다. 만해문학박물관은 건물 안 로비에 해당하는 중정에서 깜짝 놀란다. 겨우내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안 인 줄 알았는데 머리 위 하늘이 열려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다른 계절이라면 미처 알지 못했을 비밀이다. 서원보전은 만해를 기리는 법당이다. 1층 필로티를 통과해 2층 측면 입구로 들어선다. 법당이라지만 가만히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명상 공간처럼 보인다. 불상이 있는 동쪽만 창틀의 격자 프레임을 달리해 눈길을 끈다. 그 너머로 솔숲의 초록 음영이 어린다. 숙소동 문인의 집 맞은편에는 북카페 ‘깃듸일나무’가 있다. ‘깃듸일’은 만해의 시 ‘생명’ 속에 나오는 시어 ‘깃들일 나무’에서 딴 이름이다. 새가 깃을 접고 쉴 수 있는 나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과 편백나무 프레임이 편안한 쉼터를 연출한다.●세상 스마트한 전망 쉼터 인제 여행의 색다른 테마로 건축 여행을 들 수 있겠다. 인제 기적의도서관과 동국대 만해마을은 건축 공간으로 상을 받았다. 만해마을에서 10분 거리에는 여초서예관이 있다. 이성관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기존의 소나무 숲을 보존해 서예관의 특징을 살렸다. 이 또한 건축상을 받았다. ‘ㅁ’자의 단순한 형태인 듯하나 중첩되는 면과 틈은 건물로 써 나간 서예인 양하다. 겨울에는 기존 개울을 활용한 바닥연못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인제는 휴게 쉼터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인제로 들어서는 소양호 옆 설악로(44번 국도) 변에는 인제스마트복합쉼터가 있다. ‘2022년 젊은 건축가상’을 (공동) 수상한 김효영 건축가가 디자인한 재미난 건물이다. 기존 판매장은 책방과 전망대 중심으로 리모델링하고, 그 곁에 새 판매장을 지은 두 동의 쉼터다. 나풀나풀 곡선미를 자랑하는 판매장의 콘크리트 지붕과 각기 다른 생김의 기둥, 전망대 꼭대기에 간당간당해 보이는 황동욱의 설치 작품 ‘스톤 로그 시리즈’ 등은 건축을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들여다볼 요소다. 물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소양호 풍경 역시 압권이다. 책 좋아하는 이들은 2층 무인 책방 쉼터를 조심해야 한다. 책 구성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에 체류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기 쉽다. 알고 보니 인제 읍내에 있는 책방 ‘나무야’에서 책을 선별했다. 책방 ‘나무야’는 인제 기적의도석관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다. 세심하고 촘촘하며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책방이다. 소양호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기어이 시집 한 권에 눈으로 밑줄을 치고 만다. 표제시이기도 한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다. 내 마음이 봄을 기다리는 설렘인지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인지는 나조차 알 수 없다. 겨울 쪽에 미련이 남는 이들은 원대리 자작나무숲행을 서둘러야 한다. 오는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산불 조심 기간으로 입산을 통제한다. 3월 1일까지 개방한다. 이제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여행수첩] ●인제 기적의도서관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https://lib.inje.go.kr/main, (033)460-4321
  • 33년 역사 뒤로하고…대학로 공연예술 산실 학전 결국 폐관

    33년 역사 뒤로하고…대학로 공연예술 산실 학전 결국 폐관

    33년간 대학로를 지키며 국내 공연예술인의 산실이 됐던 소극장 학전이 결국 다음달 15일 폐관을 확정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발표한 계획에 대해서 학전 측은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학전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전이 주최하는 마지막 공연인 학전 어린이 무대 ‘고추장 떡볶이’와 33팀의 가수, 학전 배우들이 마련한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끝으로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고 전했다. 위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라는 간결한 인사로 소감을 갈음했다. 학전은 폐관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 소극장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앞서 김 대표의 건강 악화와 경영난 등으로 학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말 학전 소극장을 재정비해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는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위가 학전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민간 위탁으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위는 학전의 명칭도 계속 쓰기 위해 협의를 이어갔고, 이에 공연예술계는 학전의 명맥이 이어지는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전 측은 “학전과의 최종 협의 없이 보도된 내용”이라면서 학전이 예전처럼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다. 다만 극장 내 상징적인 공간이나 공연, 물건을 이어서 운영하는 것 자체에는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김 대표가 대학로에 개관한 학전은 33년간 총 359개 작품을 기획했다.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을 개최해 대학로에 라이브 콘서트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했다. 1994년 초연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최초의 기획 프로덕션으로 4000회 이상 공연되기도 했다. 2004년부터 김 대표는 아동극에도 관심을 보였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에도 집중했다.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이 대표작이다. 학전은 “33년간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블루 소극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오롯이 좋은 공연을 위한 공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학전 어게인의 정신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반박자료] 서울시의회, 교육감 출석 요구 당연…이것이 폭거라면 천번 만번 폭거하겠다

    서울시의회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 서울시의회의 비협조로 교육감협 정기총회에 불참한 것과 관련한 입장문 발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자료를 냈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반박자료 전문 서울시교육감은 바쁜 자리다. 바빠야 하는 자리다. 일정과 일정이 겹칠 수 있다. 그것은 당연하다.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출석과 시도교육감 회의 일자가 겹쳤다면, 어느 하나를 택할 것이 아니라 둘 다 참석 가능한 최대한 공약수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고위공직자 자세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22일 오후 3시 세종시 어느 호텔에서 개최 예정되어 있었다. 서울시의회 제322회 임시회 2일차 시정질문은 질문 의원이 총 4명으로 오후 12시 40분에 종료 예정이었다. 서울 세종대로에 있는 서울시의회에서 세종시 다솜로의 그 호텔까지는 KTX로 50여 분, 추가 이동을 감안해도 넉넉하게 2시간이면 충분하다. 시정질문 마치고도 얼마든지 회의 참석이 가능했다. 그래서 시민의 대표인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 교육감의 불참 양해를 거절했다. 회의 참석 후 이동 가능한 시간에 이석하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날은 부교육감이 ‘교육부 주관 늘봄학교 추진 긴급회의’가 오전 10시에 있어 이석을 허가한 상태여서 교육감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백번 양보해 부교육감이 의회에 복귀하는 11시 30분에 이석 요청을 해도 됨에도 조 교육감은 처음부터 계속해서 의회 불참을 요구해왔다. 조 교육감은 객관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이석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교육감의 이러한 비합리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요구에, 의회의 권위를 지켜야 하는 의장으로서 거절한 것이다. 의회 출석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으려 하는 교육감에 대해 정당한 이유(회의 참석 후 이석 하라는)를 들어 불허했다. 이것이 만약 폭거라면 의장으로서 시민을 위해 천번 만번 폭거를 할 것이다. 의회를 경시하고, 시민을 무시하는 교육감의 아집에 단호히 맞설 것이다. 한편, 교육감은 ‘의장과 당적이 같은 서울시장은 이석을 자유롭게 허가받는 반면, 교육감에 불허하는 것은 의장이 당적을 보유하기 때문이며, 이번 한 번뿐이 아니라 지속되어온 부당한 처사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교묘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보수당 소속 의장에게 핍박받는 불쌍한 교육감으로 호소하고 싶었다면, 철저한 오판이다. 불허 사유는 정치적 지형 때문이 결단코 아니다. 시정질문에는 답변 예상 공무원만 출석하지는 않는다. 서울시는 30여 명의 간부들이 의회에 나온다. 고위간부로서, 비록 본인의 직접 소관은 아니더라도 시정과 교육행정의 핵심 현안과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이는 지방의회뿐 아니라 국회가 고위공무원의 출석을 의무로 규정하는 취지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서울시의회는 원칙에 입각해 판단하고자 한다. 교육감은 감정적인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의회에 대한 존중과 절차와 소통을 중요시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겠다. 조 교육감은 추가로 국제바칼로레아 협약체결을 불참 등의 이유로 들었다. 공식 회의(오후 3시) 전 식당에서 오찬을 하면서 협약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의장으로서 납득할 수 없었다. 무슨 고급 갈비집에서 고기 뜯으며, 국제 교육관련 협약을 체결하는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 교육감은 교육감협의회 회장이다. 오후 3시부터의 공식회의에는 예술단 공연 관람 등의 여유있는 시간도 있다. 회장으로 얼마든지 시간 조정을 해서 본회의 개회 이후에 협약체결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고깃집 협약체결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납득할 만한 이유인가. 비합리적인 불참 이유에 대해 정당한 거절을 하는 것이 폭거라는 주장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오늘의 부당하고 부적절한 교육감 입장문 발표와 관련해 시민과 의회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
  • 구준엽이 디자인한 벽화…용산구, 공공미술 작품 설치

    구준엽이 디자인한 벽화…용산구, 공공미술 작품 설치

    서울 용산구가 최근 벽화 정비사업의 하나로 지역 내 공공미술 작품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구는 지난해 벽화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된 노후 벽화를 철거하고 보수해 구민 삶의 품격을 더하는 도시환경을 조성하고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설치된 벽화 중 보수가 시급한 대상지를 우선으로 진행했다. 이번 대상지는 서빙고로 246, 효창원로13길 88 등 2곳이다. 특히 서빙고로 246은 가수이자 미술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구준엽이 도안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기피 시설인 쓰레기 처리장에 밝은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방점을 뒀다. 실제 벽화 시공은 공공미술 전문회사가 함께했다. 디자인에 참여한 작가 구준엽은 “역동적인 서울의 중심인 용산구의 사계가 콘셉트”라며 “다채로운 변화와 대중에게 상상력을 주는 공공미술 작품을 조성했다”라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쓰레기 처리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는 지역에 벽화가 새롭게 조성된 덕분에 길이 밝고 안전한 느낌으로 변화됐다”라고 전했다. 원효로제2동에 소재한 서울원효초등학교 통학로에 조성된 벽화도 전면 재시공했다. 효창원로13길 88은 원효초등학교의 옹벽이라 도안을 학교 측과 협의해 결정했다. 초등학교 통학로의 특성을 살려 밝고 화사한 색상을 사용하고 어린이보호구역을 안내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앞으로도 노후 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 작품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내가 사는 동네에서 누구나 문화와 예술의 긍정적인 가치를 향유하는 용산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해남군-군의회 ‘450억대 수상복합공연장’ 이견 팽팽

    해남군-군의회 ‘450억대 수상복합공연장’ 이견 팽팽

    전남 해남군이 산이면 솔라시도 기업도시에 456억원대 ‘수상복합공연장’을 건립하려고 하지만 군의회가 제동을 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해남군에 따르면 수상복합공연장에 산이면 구성리 일원 10만1000㎡ 부지(건축면적 2850㎡)에 수상무대와 관람석, 수변전망광장, 수상정원, 서비스광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예상 사업비는 국비 200억원, 도비 71억원, 군비 165억원 등 총 456억원이다. 수상공연장 조성에만 265억9400만원이 책정돼 있다. 해남군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 계획으로 정해 국가 예산을 들여 지역특화 관광지로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해남군의회는 지방재정이 열악한 농어촌에 군비만 수백억이 투입되고 매년 운영비로 ‘돈 먹는 하마’로 전략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265억원이 투입되는 수상공연장은 우선순위 사업이 되는지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들어가는 운영비 문제도 제기했다. 운영비 부담과 운영의 주체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서 해남군이 모든 부담을 떠안게 돼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의회는 따라서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세운 다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남군은 이 사업이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 계획 선도사업으로 지정돼서 조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차원의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 계획’으로 확정된 해남 수상복합공연장은 천혜의 자연자원과 남도문화예술의 결합을 통해 세계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특화 콘텐츠가 돼 글로벌 관광객을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남 수상복합공연장은 지난 2022년 12월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계획 선도사업에 반영돼 지난해 정부의 수시 중앙투자 심사를 조건부 통과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부지는 기업도시로부터 기부체납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운영계획은 올해 전남도와 협의하는 등 용역을 통해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해남군의회 의원은 “초기에 군비만 160억 이상이 투입되고 매년 운영비로 얼마나 더 투자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 국립예술단체 무대에서 꿈 펼칠 청년예술가 260명 모집…3월 15일까지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단, 서울예술단 등 6개 국립예술단체와 국립국악원, 국립극장이 다음 달 15일까지 클래식 음악, 무용, 연극·뮤지컬, 전통 등 4개 공연예술 분야 청년 교육단원 260명을 통합 모집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실무 경험을 쌓기 어려운 청년예술가들에게 국내 최고의 단체에서 공공 무대를 경험하도록 하는 ‘청년 교육단원 육성사업’을 22일 공고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문화예술 3대 혁신전략, 10대 핵심과제’에서 청년 예술인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95명이었던 청년 교육단원을 350명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19세 이상 34세 미만 청년예술가로서 관련 분야 대학 졸업자와 졸업예정자 또는 관련 경력이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공모 인원은 클래식 음악 성악 분야 55명(국립오페라단 30명·국립합창단 25명), 클래식 음악 기악 분야 25명(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무용(현대무용) 분야 20명(국립현대무용단), 연극·뮤지컬 분야 50명(국립극단 40명·서울예술단 10명), 전통예술 분야 110명(국립국악원 60명·국립극장 50명)이다. 선정되면 공공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고 활동 지원금도 받는다. 지원 자격과 신청 방법 등은 국립예술단체연합회 홈페이지(narts.kr) 또는 단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문체부 담당자는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김태한 성악가 등 청년 교육단원으로 활동한 예술가들이 세계 무대에서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차세대 문화 주자들을 발굴하고 청년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조선 불화에 담긴 서양 화풍 ‘눈에 띄네’

    조선 불화에 담긴 서양 화풍 ‘눈에 띄네’

    금강산 유점사에 머무르며 전국에 걸쳐 작품 활동을 펼친 19~20세기 대표적인 화승(畵僧) 고산 축연. 가로 169㎝, 세로 199㎝ 크기의 비단 화폭에 채색한 그의 작품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속 인물들을 보면 얼굴 이목구비나 몸의 양감 등에서 서양화의 음영법을 활용한 입체감이 돋보인다. 조선 불화 전통을 이으면서도 새롭게 유입된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근대기 불교 회화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7월 21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이런 표현 양상을 짚어 볼 수 있는 19~20세기 대표 화승들의 불교 회화와 초본 23건 37점을 소개한다. 축연의 또 다른 작품 ‘쌍월당 대선사 초상’에서는 족자 속 그림 안에 그가 직접 글자를 적어 넣은 당호(幢號·불교에서 스승에게 법맥을 이어받을 때 받는 법호) ‘혜산’(蕙山)을 볼 수 있다. 화승이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남기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이는 축연이 스스로를 예술 창작 주체로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개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속 근대 불교 회화 3점도 처음 공개된다. 19세기 중반 전라도 지방에서 활동한 화승 도순이 1854년 그린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에는 거세게 굽이치는 파도 위 솟아오른 바위에 편히 앉아 있는 수월관음의 모습이 담겼다. 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가 1843년에 그린 ‘제석천’도 함께 나왔다. 작은 화면에 먹으로 동자, 옥졸, 판관 등 명부 관련 불화에 등장하는 하위 권속의 모습을 빼곡하게 그린 ‘불화 밑그림’에서는 근대 불화승들의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김영희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 사이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불교 및 불교미술의 위상과 환경도 바뀌던 때”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불교미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적극 받아들여 환경에 적응해 나갔던 근대 불교회화를 통해 오늘날의 불교미술에 이르기까지 시도된 다양한 노력을 만나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 윤영달 한국메세나협회장 취임

    윤영달 한국메세나협회장 취임

    한국메세나협회는 윤영달(79)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이 협회의 제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고 21일 밝혔다. 2012년부터 협회 부회장을 맡아 온 윤 회장은 앞으로 3년간 협회를 이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재계의 문화예술 지원을 위해 경제5단체와 기업들이 설립한 단체다. 윤 회장은 취임사에서 “문화예술 지원은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이를 더 많은 기업에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마당] 장난짓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

    [문화마당] 장난짓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

    지난 연말 두 차례나 경복궁 담이 심각한 낙서 테러를 당했다. 경복궁 2차 낙서범이 내뱉은 “미스치프가 말한 장난을 치고 싶었다”라는 말 한마디에 사람들의 관심은 미스치프로 쏠렸다. 미스치프(MSCHF)는 2016년에 설립된 예술단체 이름이다. 미스치프는 ‘장난짓’(mischief)이라는 단어의 자음만 묶어 만든 말로, 이들이 벌인 장난짓이 현재 서울에 있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단체는 장난이라는 마당을 마련하고 관람자(소비자)들이 이를 경험하고 댓글을 달도록 유도한다. 이 장난짓에 초대된 관람자들은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를 달며 유희하듯 논다. 관람자들의 인스타그램은 그 주변 친구, 가족, 지인들에게 빠르게 번져 ‘좋아요’를 무한 생성하며 자가증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MZ세대의 미술관 사용법이다. 특히 아톰 부츠를 신어 볼 수 있는 곳이 가장 큰 인기를 끈다. 만화 캐릭터 아톰이 신은 뭉툭한 신발을 연상시켜 아톰 부츠라 불린다. 이 부츠는 유명 셀럽뿐 아니라 대기업 총수가 장난스럽게 SNS에 올린 이후 더욱 유명해졌다. 이 우스꽝스러운 부츠가 40만원에 팔리는 실제 제품이라고 하면 살 만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선 300만원 이상에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 총수와 셀럽들은 신발을 구매한 후 인스타에 올리고, 대중들은 전시 티켓값으로 이 신발을 신어 보고 인스타에 올린다. 미스치프는 현대 산업의 생산과 소비 모두를 비판한다. 예를 들면 ‘버킨스탁’이라는 작품은 최고가를 대표하는 명품백과 슬리퍼를 결합한 상품이다. 미스치프가 고가의 백을 해체해 슬리퍼로 만들고 그 위에 순금 장식을 더해 슬리퍼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미스치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가의 제품을 맹신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 충격적인 장난짓을 벌였다. 미세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명품백을 생산한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이 명품백은 소금 한 알 크기보다 작아 오직 현미경 세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나 이 핸드백은 온라인 경매에서 800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 이들이 제작한 게임, 제품, 매거진, 만화 캐릭터 등은 기존의 미술사 영역으로 분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스치프가 구사하는 고도화된 전략은 선언, 인터랙티브 아트, 아카이브 미술 등 지금 통용되는 현대 미술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미스치프가 세계 미술시장에서 영향력을 갖는 이유는 사회적 기부, 총기 소유에 대한 인식 변화와 같은 선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자발적으로 총기를 정부에 되파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도 일어나는 대형 총기 사고 때문에 총기 회수율이 매우 낮다. 이에 미스치프는 자체적인 환매 회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미스치프는 총기를 가져오는 이들에게 그 총을 녹여 멋진 중세식 검으로 주조해 되돌려 준다. 미스치프는 쉽게 무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의 성정을 이용해 총을 칼로 바꿔 주는 장난짓을 한 것뿐이다. 이들이 하는 행위가 장난짓이어야지 미친 짓이면 바로 외면받을 것이다. 장난짓을 하고 싶었다던 경복궁 낙서범이 내뱉은 말은 미스치프에게도,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모욕이다. 이미경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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