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예술가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조양호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성수기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학원가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스피커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369
  • 통제ㆍ회복… 각 도시의 예술 키워드는?

    통제ㆍ회복… 각 도시의 예술 키워드는?

    아일랜드 첫 女국립미술관장 캠벨예술은 도시의 ‘역사적 산물’ 강조15개 도시의 특징을 한 단어로 설명북한, 조지 오웰 ‘1984’ 현실판 같아 기하학적 형태의 도로와 빌딩으로 가득한 계획도시에 가면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만 인간미나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도시 특유의 감성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만날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도시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예술이다. 이 책에서도 인간이 도시를 만들고 그 도시가 진화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예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기록이나 건축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 기존 도시 관련 책들과 달리 예술 작품을 통해 도시를 읽는다는 콘셉트는 일단 시선을 끈다. 이런 독특한 관점을 펼치는 저자는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이 생긴 이래 158년 만에 첫 여성 관장으로 임명돼 화제가 됐던 캐럴라인 캠벨이다. 예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예술가의 천부적 재능만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도시는 인간 문명의 집합체이고, 예술이란 그 안에서 탄생하고 발전한 역사적 산물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도심을 걸으며 만나는 건축물이나 조각은 물론 미술관에서 만나는 회화, 공예품 등 예술 작품들도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지적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고대 바빌론을 비롯해 이탈리아 로마와 피렌체,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일본 교토, 중국 베이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스트리아 빈 등 15개 도시 안에서 피어난 예술의 흔적들을 찾는 과정은 마치 보물찾기와 같다. 각 도시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하나의 단어로 설명한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다. 바빌론은 회복탄력성, 로마는 자기 확신, 교토는 정체성, 베이징은 결단력, 피렌체는 경쟁, 암스테르담은 관용, 런던은 탐욕, 빈은 자유, 뉴욕은 반항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식이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상들에서 르네상스 시대 치열한 예술적 경쟁과 후원자들의 권력 다툼을 엿볼 수 있고, 암스테르담의 그림들에서 17세기 네덜란드의 관용 정신과 상업적 번영을 읽을 수 있다. 런던의 넬슨 기념탑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대영제국의 팽창과 탐욕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동시에 노예무역과 식민 지배의 어두운 역사까지 품고 있다. 저자의 손에 이끌려 예술 작품 속에 숨겨진 역사적 맥락과 도시의 관계를 읽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 시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 책에서 한국 독자에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5개 도시 중 북한의 평양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평양은 고립된 국가의 수도로, 한 왕조가 새벽부터 밤까지 삶의 측면 대부분을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평양의 거리는 깨끗하고 비어 있으며 세심하게 질서 정연하다”고 묘사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현실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통제 도시의 대표적 사례가 평양이라는 것이다. 미술사의 고전이라 불리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와 비슷한 두께이지만 훨씬 친절하다. 물론 벽돌 책이라 완독이 버거울 수 있겠지만 다 읽고 나면 미술뿐만 아니라 도시까지 읽어 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불법 과외’ 음대 교수, 2심에서도 실형 선고

    ‘불법 과외’ 음대 교수, 2심에서도 실형 선고

    음대 입시생들에게 불법 과외를 하고,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이 과외로 가르친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 혐의로 기소된 대학 교수가 2심에서도 실형을 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3부(부장 김지선·소병진·김용중)는 지난해 11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교수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한 대학교 음악학과 성악 교수로 일하던 2021년 5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수험생 6명에게 과외를 해주고 5885만원 상당의 현금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학원법 제3조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교사 및 대학 교수·부교수·조교수 등의 과외교습은 금지돼있다. A씨는 또 2021~2022년 다른 대학교 음대 입시 실기시험에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 자신이 교습한 학생 두명에게 최고점을 줘 해당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입시가 끝나고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의 부모들로부터 현금 600만원과 34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등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있다. 다만 이들 학생의 입시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학부모들로선 아무리 훌륭한 실력을 갖춰도 돈과 인맥 없이는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예술가로서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극도의 불신과 회의를 느꼈을 것”이라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 추상표현주의의 어머니, 리 크래즈너 [으른들의 미술사]

    추상표현주의의 어머니, 리 크래즈너 [으른들의 미술사]

    리 크래즈너(1908-1984)는 러시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크래즈너의 부모는 반유대주의와 러일전쟁을 피해 러시아(현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이었다. 막내로 태어난 크래즈너는 유대인의 전통 속에서 자랐으며 그녀의 부모는 막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원해 주었다. 크래즈너는 스물한 살에 국립디자인아카데미에 입학해 그곳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 해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개관하자 크래즈너의 관심은 온통 현대 미술로 향했다. 크래즈너는 전통 예술 교육이 아닌 현대의 예술 교육이 필요했다. 끊임 없는 배움, 여성 예술가로서 삶은…예술가가 되기로 한 크래즈너는 멈추지 않고 배워갔다. 당시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예술에 전념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시절이었다. 크래즈너는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 한스 호프만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호프만의 교육법은 독특했다. 호프만은 색채 간의 조화와 ‘밀당‘ 관계를 강조했다. 즉 인접한 두 색채 간의 밀고 당기기를 강조한 것이다. 즉 색채 간 말고 당기는 힘에 의해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호프만의 교육 덕분에 크래즈너는 전통적 미술을 버리고 색채로 자유롭게 화면을 구성할 수 있었다. 한번은 크래즈너의 작품을 보고 호프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시 여러 번 보고 난 후 “이 작품을 자네가 했나”라고 물었다. 크래즈너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호프만이 말했다. “아무리 봐도 남자가 한 것 같은데….” 그만큼 크래즈너의 작품은 힘이 넘쳤고 열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추상표현주의의 어머니가 탄생하게 되었다. ‘폴록 성장이 먼저…’ 예술 잠재력을 억누르다유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무제’는 크래즈너가 어릴 적 히브리어 글자를 반복해서 연습한 훈련의 결과다. 크래즈너는 성서의 글씨를 한 자 한 자 익히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글자들은 각자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나 격자(그리드) 안에 갇혀 있다. 1940년대 미국 여성들은 남성을 내조하며 조용한 삶을 강요받았다. 크래즈너 역시 1945년 잭슨 폴록과 결혼하며 잠시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크래즈너는 자신보다 먼저 폴록이 예술계의 거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크래즈너는 폭발하는 잠재력을 억누르고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야 했다. 크래즈너의 능력은 격자 안에 갇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결국 상자 속에 감춰둔 그녀의 예술 감성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서울문화재단 대표에 송형종씨

    서울문화재단 대표에 송형종씨

    송형종 상명대 외래교수가 서울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로 1일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서울문화재단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송 신임 대표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연극연출가 출신인 송 대표는 서울연극협회 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극·뮤지컬 위원,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이사, 서울시 문화수석 등을 역임했다. 2000년대 초 ‘혜화동 1번지’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당대 젊은 연출가들과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는 작품 활동에 앞장섰다. 같은 날 비상임이사로 김용관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 이재민 전 강남구의회 의원이 임명됐다. 송 신임 대표는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20년 동안 쌓아 온 유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예술가를 위하는 글로벌 문화 매력 도시 서울’을 만드는 데 전심전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미경의 경이로운 미술] 복원의 윤리

    [이미경의 경이로운 미술] 복원의 윤리

    2012년 스페인 사라고사의 한 성당 벽에 복원된 그리스도의 모습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원작은 1930년 무렵 한 스페인 화가가 그린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그러나 복원 후 그리스도의 얼굴은 덧칠돼 원작을 알아볼 수 없게 훼손됐다. 복원을 진행한 이는 아마추어 예술가 세실리아 히메네스였다. 히메네스는 독실한 신자로서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 왔다는 이유로 발탁됐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복원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결과는 재앙에 가까웠다. 히메네스가 손을 대면 댈수록 그리스도 얼굴은 털북숭이 원숭이로 변해 갔다. 하지만 복원 역사상 최악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원숭이 모습으로 변한 그리스도를 보러 많은 이들이 성당을 찾았다. 그 결과 한적한 시골 마을이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벽화 훼손의 주범이었던 히메네스는 이제 지역 명사가 됐으며 관광 수입의 일부를 받아 돈방석에 앉게 됐다. 인생사 새옹지마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사건을 예술품 복원 측면에서 보면 말 그대로 재앙이다. 복원은 작품을 유지, 관리하는 일뿐 아니라 미래에 닥칠 손상 및 악화를 예방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고도로 숙련된 작업이다. 예술가들은 작품의 색상을 보존하고 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광택이 나는 바니시를 발랐다. 바니시는 세월이 지나면서 변색되거나 화학 반응을 일으켜 작품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오래된 예술품일수록 손봐야 할 곳이 늘어난다. 그러나 앞선 사례처럼 비전문가들이 복원에 참여하면서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빨리 복원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불러온 예견된 참사들이다. 현대의 예술품 복원 원칙은 작품에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예술품 복원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전교구 삽교성당은 지난해 6월 페인트 보수 공사 도중 우연히 벽화를 발견하고 벽화 복원 작업을 의뢰했다. 삽교성당은 복원 전에 전문가들의 자문과 회의를 통해 벽화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벽화 복원 팀은 벽화 전면을 덮고 있던 페인트층을 벗겨내고 물감과 페인트의 성분 분석을 마쳤다. 복원 팀은 결손 부위가 넓을 경우 트라테지오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기법은 복원된 부분에 빗금을 칠해 원본 부분과 복원된 부분을 구분하는 방식을 말한다. 복원이라고 하면 으레 손상된 부위를 감쪽같이 지우는 작업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기법은 복원된 부분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복원가들이 복원의 기준점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리는 45년 만의 비상계엄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다. 다가올 손상이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 시스템도 복원 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감쪽같이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부분이 복원됐는지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복원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경 미술사학자
  • 마포구 “2024년 마지막은 레드로드에서”

    마포구 “2024년 마지막은 레드로드에서”

    “2024년 마지막 날은 레드로드에서” 서울 마포구는 ‘함께하는 레드로드, 희망찬 새해로’를 주제로 12월 31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2시 30분까지 레드로드 R4에서 ‘2025년 레드로드 카운트다운 행사’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다가오는 을사년 청사해를 맞아 기획된 이번 카운트다운은 2024년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밤 9시부터 시작되는 식전 공연에는 원플러스원, 전파상사, 양지원, 팀퍼니스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무대를 다채롭게 빛낸다. 특히 팀퍼니스트는 ‘레드로드 버스커 페스티벌 2024’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팀으로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밤 11시에는 방송인 조영구의 사회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다.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양지원이 축제의 흥을 돋우는 열정적인 공연을 이어간다. 새해를 맞이하는 압권은 밤 11시 45분부터 진행되는 카운트다운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과 내빈, 관광객들이 함께하는 카운트다운은 정각에 맞춰 대북 공연과 함께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행사장 곳곳에는 소원트리와 포토존이 설치되어 방문객들이 새해의 소망과 다짐을 담아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한편,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31일 밤에도 대규모 인파가 레드로드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마포구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레드로드 R5와 R6 구간을 한시적으로 ‘차 없는 거리’로 전환하고 지난 24일부터 실시한 다중인파 안전관리를 31일까지 실시해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이번 레드로드 카운트다운 행사는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며 모두가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자리”라며, “안전하고 뜻깊은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철저히 준비하겠다. 많은 분들이 함께 모여 새해의 소망과 설렘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아피찻퐁부터 박찬욱까지…거장의 스크린을 읽어내다

    아피찻퐁부터 박찬욱까지…거장의 스크린을 읽어내다

    사회학자이자 예술평론가 김홍중‘헤어질 결심’ ‘엉클 분미’ 등 통해현대적 ‘사랑’ ‘인간’ ‘고통’ 재해석영화의 철학적 의미, 문장으로 풀어 옛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뜨겁고 생생했던 스크린의 잔상은 기억에 남아 차분하게 내려앉는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상황과 뒤섞이며 차가운 ‘의미’로 재탄생한다. 사회학자이면서 예술평론가로도 활동하는 김홍중(53)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영화 에세이집 ‘세계에 대한 믿음’은 아피찻퐁 위라세타꾼부터 박찬욱까지 현대 거장들의 영화를 찬찬히 곱씹고 철학적 의미를 길어 올린다. 지나간 영화를 리뷰한 글이니만큼 시의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장은 아름답고 통찰은 반짝인다. 영화를 읽는 것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그 진수를 보여 주는 에세이 7편이 실렸다. “아피찻퐁의 영화는 사랑의 기쁨과 그 심연에 대한 명상이다. 고통이 어디에서 오는지, 우리는 왜 고통을 멸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응시다. 생명 속에서 지속하는 삭제할 수 없는 힘에 대한 긍정, 언제나 회귀하는 공허를 직시하게 하는 유혹이다.”(‘침잠의 미학’·16~17쪽) 태국 영화 거장 아피찻퐁은 김홍중의 시선과 문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2000년 다큐멘터리 영화 ‘정오의 낯선 물체’로 데뷔한 아피찻퐁은 그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태국의 영화 미학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감독이다. 2010년 ‘엉클 분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피찻퐁이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원숭이, 말, 앵무새, 코끼리, 토끼 등 다양했던 부처의 전생 이야기를 모아 놓은 텍스트 ‘본생경’을 소개하며 아피찻퐁의 세계로 들어간 김홍중은 그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정글’의 이미지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아피찻퐁에게는 정글이 있다. 그것은 동물/인간, 죽음/삶, 과거/현재, 상상/현실이 뒤섞이는 무대다. 거기서 존재자는 모두 평등해진다. 인간-너머의 세계가 열린다. … 정글은 인간적인 것의 바깥이다. 그것은 하나의 영혼이 다른 영혼과 만나는 공간, 생명의 근원을 이루는 힘들이 얽히고 펼쳐지는 곳이다.”(‘침잠의 미학’·19~20쪽) 김홍중은 러시아 영화의 아버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를 호명하며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의 접점을 만든다. 김홍중은 들뢰즈의 영화론에서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계에 대한 믿음’이 언급된 부분을 찾아 타르콥스키의 영화와 이어 보인다. 활자로 된 문학의 세계에 탐닉하고 그 환상에 사로잡힌 ‘돈키호테’를 ‘구텐베르크적 인간’으로 규정하는 김홍중은 ‘영화적 인간’에게 ‘안티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는 꿈을 꾸지도, 구성하지도, 해석하지도 않는다. 세계를 자신의 의지대로 능동적으로 자유롭게 상상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세계를 볼 수밖에 없다.”(‘세계에 대한 믿음’·49쪽) 그리고 영화가 ‘세계에 대한 믿음’을 준다고 본다. 요컨대 믿음은 능동적인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것이다. 믿음은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처럼 감염되는 것이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나란히 놓고 읽으며 오늘날 ‘사랑’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사유하는 마지막 에세이 ‘붕괴와 추앙 사이’도 탁월하다. 김홍중은 ‘헤어질 결심’에서 송서래(탕웨이 분)가 어눌한 한국어로 읊는 대사 “완전히 붕괴됐어요”를 현대적 사랑의 한 증후로 읽는다. 그에 따르면 우리 시대 사랑은 욕망도 성애도 구원도 아니다. 그저 ‘불가능한 어떤 것’으로서 완성되지 않고 ‘리스크’로만 남는다. 사랑은 ‘위험한 것’이다. 여기서 박해영의 ‘나의 해방일지’가 끼어든다. 2022년 불현듯 나타나 한국 사회에 “날 추앙해요”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드라마. 사랑이 위험해진 시대에 인간은 추앙한다. 김홍중은 추앙을 ‘기관 없는 사랑’이라고 했다. 무슨 말일까. “기관 없는 사랑은 사랑의 순수 수단성이다. … 이 사랑은 눈이 없어서 사랑하는 자를 볼 수 없고, 귀가 없어서 그의 말을 들을 수 없고, 혀가 없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으며, 성기가 없어서 성교할 수 없고, 심장이 없어서 사랑을 기뻐하거나 슬퍼할 수 없다. … 아무런 목적도 효용도 없는 추앙으로 누군가를 살려 낸다.”(‘붕괴와 추앙 사이’·218~219쪽)
  • 경기문화재단, ‘2024 경기 시각예술 집중조명’ 작가 선정

    경기문화재단, ‘2024 경기 시각예술 집중조명’ 작가 선정

    경기문화재단은 ‘2024 경기 시각예술 집중조명’ 작가로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박혜수, 최수앙 3팀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예술적 표현에서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역량을 지닌 예술가 듀오로, 작품세계에서 상투적인 것들과 고급 예술이, 과거와 현재가, 동·서양의 문화적 산물들과 지식, 취향 등이 얽힌 창의적이고 다층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들은 2004년부터 꾸준히 공동 작업을 이어오며, 한국과 유럽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 미술계에서 독창적인 자리를 다져왔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의 내년 2월 2일까지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전을 진행한다. 박혜수는 200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와 집단에 내재된 보편적 가치와 무의식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나아가 개인의 기억과 삶의 가치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무형의 가치들을 시각화하기 위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의문을 품고 관찰하며 촘촘한 조사와 채집, 전문가 협업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금호영아티스트(2011)와 송은미술대상전 대상을 수상하고(2013), 2019년 올해의 작가상 후보로 오른 경력이 있다. 최수앙은 2000년대 초반부터 대상의 재현과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인체 조각의 틀을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 안에서 야기되는 감정의 서사를 형상과 감각으로 전달할 방법을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했다. 2016년 이후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재와 감응하며 삶과 연결될 수 있는 매개로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동시대 미술에서 조각이라는 매체의 다양한 가능성과 방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평면, 설치, 영상, 협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심의위원단은 “앞으로 경기지역 미술 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작가에 주목했다”며 “중견작가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보이면서도 동시대적인 맥락에서의 새로운 시도와 실험적 접근을 이어오고 있는 3팀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3팀에게는 창작지원금 2000만원이 제공되며 중견작가로서 그간 구축해 온 작업 세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 또한 신작을 포함한 주요 작업은 내년 하반기 경기도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김복진 미술상에 조각가 정현 선정

    김복진 미술상에 조각가 정현 선정

    청주시립미술관은 ‘제2회 김복진미술상’에 조각가 정현(68)이 선정됐다고 26일 밝혔다. 김복진미술상은 한국 근대미술의 토대를 이룩한 청주 출신의 예술가 정관 김복진(1901~1940) 작가의 작품세계와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고자 청주시에서 제정한 상이다. 심사위원단은 “정현 작가는 인간에 대한 존경과 사람에 대한 가치 그리고 인본을 중시하는 사상과 태도를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며 “오랜 시간 동안 작가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실험을 해왔고, 뛰어난 작품성과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해 제2회 김복진미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복진선생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그에 걸맞은 예술 활동과 작품성을 가진 작가”라고 덧붙였다. 제2회 김복진미술상 시상식과 수상 작가 전시는 내년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2000만원이 수여된다.
  • 세종시 ‘한글문화 세계화’ 탄력…문화도시 지정

    세종시 ‘한글문화 세계화’ 탄력…문화도시 지정

    세종시는 26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글을 활용한 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받았다고 밝혔다. 시는 ‘세계를 잇는 한글문화도시’를 비전으로 국제한글비엔날레 등 한글을 상징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어 중부권 대표 문화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번 문화도시 지정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얼을 계승한 만큼 한글문화 수도에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 앞서 시는 창의적인 문화콘텐츠인 한글을 지역민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매개체이자 지역·문화 관광산업의 핵심 소재로 활용해 왔다. 최민호 시장은 지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미네소타주를 방문해 현지 대학과 한국어 교재개발, 우수 학생 교환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한글의 세계화를 펼쳤다. 지난 10월 한 달간 전국 13개 도시·기관, 17명의 예술가가 참여한 ‘2024 한글문화특별기획전’은 첫 행사에 2만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시는 2025~2027년까지 최대 200억 원(국·시비 각 100억 원)을 투입해 한글문화도시 센터 등 사업을 추진한다. 2027년에는 세계 예술가들이 ‘한글’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제1회 국제 한글 비엔날레’도 계획 중이다. 시는 문화도시 지정으로 종사자 8600명, 고용 창출 240명, 한글 관광객 40만 명 등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최 시장은 “한글문화수도 완성을 위해 문화도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젊은 예술가 키우는 문화예술도시 영등포

    젊은 예술가 키우는 문화예술도시 영등포

    젊은 예술가를 키우는 문화예술의 도시 서울 영등포구가 현대미술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영등포구는 특별전 ‘장밋빛 미래: 모호한 경계’를 내년 1월 12일까지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영등포문화재단과 공동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영등포구와 문화재단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강주리, 김동형, 김인혜, 김재익, 둘, 안광휘, 안상범, 안진영 등 8명의 젊은 작가를 공모로 선정했다. 전시 주제는 인간을 중심으로 여기는 인본주의에서 벗어난 ‘포스트 휴머니즘’이다. 인공지능(AI), 환경, 인류세(인류가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도래한 새로운 지질시대)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예술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작가들은 회화와 설치, 미디어 작업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상호작용을 시도하며 각자의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흔히 장밋빛 미래는 희망적이고 밝은 미래를 의미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장미가 지닌 다양한 속성을 표현한다. 전시는 지난 19일 시작했다. 안광휘 작가가 이튿날 랩 퍼포먼스로 개막을 알렸다. 특별전에 참가한 작가들,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번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주말에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영등포구는 특별강연도 준비했다. 구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과 협업한 작가이자 카이스트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인 강이연 작가가 오는 27일 오전 11시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더 크리에이티브 프론티어(창조적 개척자): 창의적 경계의 최전선’이라는 주제로 창의성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젊은 도시 영등포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선보이는 이번 기획전은 포스트 휴머니즘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고 탐구할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도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구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와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등포구는 지난 9~10월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참여전시’를 개최해 차세대 미술시장을 이끌어 갈 MZ세대 신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미술장터’를 열어 작품 판매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 손문 작가의 첫 건축예술작품집 『사계, 스물 네 개의 공간』, 파리 Fondation Cartier에서 주목 – 한국 건축의 영성 세계를 빛내다

    손문 작가의 첫 건축예술작품집 『사계, 스물 네 개의 공간』, 파리 Fondation Cartier에서 주목 – 한국 건축의 영성 세계를 빛내다

    손문 작가의 첫 건축예술작품집 『사계, 스물 네 개의 공간』이 파리의 현대 예술 재단인 Fondation Cartier(꺄르띠에 문화재단)에서 2024년 10월 싸인 한정판으로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건축가로서 손문 작가가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특히 그의 작품집이 안도 타다오와 마크 로스코 같은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크다. 문학계에서는 한강 작가가 11월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화계의 위상을 더욱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손문 작가의 ‘사계’는 동양의 24절기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과 인간의 깊은 상호작용을 탐구한 작품으로, 시간의 흐름과 공간 속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사계, 스물 네 개의 공간』은 동양의 24절기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 작품이다. 손문 작가는 각 절기를 중심으로 자연 현상을 건축적으로 해석하며,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공간으로 구체화했다. 빛과 그림자의 흐름, 태양의 위치, 그리고 그에 따른 빛의 각도를 철저히 계산하여, 방문자는 사계절의 변화뿐만 아니라 시간의 경과를 직접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손문 작가는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자연과의 깊은 교류에서 발견한 질서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손문 작가의 철학적 기반은 동양 고전 철학, 특히 장자의 사상에 있다. 장자는 자연과 인간, 현실과 꿈이 하나로 합일하는 경지를 추구했으며, 손문 작가는 이 철학을 자신의 건축 작품에 반영해 왔다. 그는 건축을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닌, 인간의 내면과 영혼을 일깨우는 공간으로 인식하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영성을 결합한 새로운 건축적 접근을 제안한다. 『사계』는 이 철학적 탐구의 결실로, 자연과 인간의 동화를 표현하고자 한 그의 노력이 담긴 작품이다. “손문은 동양 문화의 절기성과 영성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환영받는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영성의 미학’을 만들어 전 세계 공간의 다양성에 기여했다. 그는 자연의 질서를 시간의 순환으로 해석하여 자신만의 독창적 영성적 공간을 구축한다. 한국 고전철학에서 힌트를 얻어 현대적인 맥락으로 잘 디자인한 공간에는 그의 건축적 선언인 ‘영성의 구축’이 잘 표현돼 있다. 현대 도시의 문제점을 한국성과 영성을 혼합하여 해결하는 그만의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 꺄르띠에 재단 - 이번 전시에서 손문 작가는 지속 가능한 재료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한 설계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건축적으로 구현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는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고, 이는 자연의 순환을 반영한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그는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했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적인 건축을 넘어서, 건축과 자연이 융합되는 철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계, 스물 네 개의 공간』은 기존의 건축 설계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손문 작가는 특정 환경에서 구상이 시작되는 전통적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내면의 질서와 본질을 추구하며 건축적 해법을 찾아 나갔다. 이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살아 숨쉬며 시간을 초월한 건축”이라는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건축을 통해 인간의 영성과 자연의 질서를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형태적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Fondation Cartier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 재단은 예술, 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장소로, 현대 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손문 작가의 작품이 이곳에 전시된 것은 한국 건축계에서도 역사적인 사건으로, 대한민국 건축가로서는 조병수에 이어 두 번째로 초청된 것이다. 이는 그의 국제적 위상을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안도 타다오, 자하 하디드, 준야 이시가미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뿐만 아니라 마크 로스코, 데이비드 호크니, 쿠사마 야요이 같은 현대 예술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소개된다. 손문 작가의 『사계, 스물 네 개의 공간』은 파리 Fondation Cartier 1층 서점에서 2025년 3월 16일까지 콜롬비아 섬유 예술가 올가 드 아마랄의 회고전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며 싸인 한정판 도록도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손문 작가의 독창적인 건축 철학과 동양 철학이 융합된 작품 세계가 현대 건축과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 타인과 공감 늘리는 문화 정책 설계해야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 타인과 공감 늘리는 문화 정책 설계해야

    저출생·고령화와 더불어 현대 한국 사회의 특징은 외로움과 단절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던 외로움이 고립·은둔으로 심화하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영국은 외로움을 전담하는 국가 조직 ‘고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제 외로움이 왜 심각한 문제가 되는지 살펴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특히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문화 정책이 ‘톱다운 방식’이어선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외로움·단절 등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문화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세훈 숙명여대 문화관광외식학부 교수,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이해돈 문체부 문화정책관이 현대사회의 외로움에 대응하는 문화의 힘과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유영규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사회를 맡았다. -현대사회 개인들은 더 외로워지는 거 같은데, 외로움이 왜 심각한 사회문제인가. 조성준 외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정신질환 발생 비율이 높고 죽고 싶다고 생각할 확률도 올라가 신체적 질환으로까지 이어진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암보다는 우울증 등이 더 큰 사회적 부담이 된다. 성해영 서양에선 오랜 기간에 걸쳐 개인주의가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는 갑자기 전통적 유대 관계가 사라지는 식으로 사회가 급변했다. 청년들은 너무 외로운데 외로움을 어떤 식으로든 감당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혼자 사는 데 대한 책임이나 결과도 자신이 다 부담해야 한다. 요즘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조별과제를 시키면 대표 한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차례대로 발표한다. 이해돈 영국은 고독부도 만들었다. 한국 사회가 외로움에 대해 더욱 심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데다 저출산·고령화 이슈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소셜미디어(SNS)나 스마트폰이 확산하면서 사회 갈등도 심화하고 개인 간의 비교 경쟁, 사고의 확증 편향이 강화돼 오히려 더 갈등하게 되고 소통을 방해하는 것 같다. 김세훈 외로움은 어떠한 구조나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 외로움은 의미의 상실을 가져오고 마약중독과 같이 다른 것에 의존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외로움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 치료하는 데 국한하지 말고 더 넓은 의미에서 봐야 정책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우리 정부도 고독부 같은 것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나 고민이 있나. 이해돈 정부 부처나 조직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보다 문화예술이나 인문 프로그램이 좀더 해법이 되지 않을까 해서 정책적으로 접근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노숙자 등의 사회 복귀 등을 돕기도 한다. 성해영 고독은 현대사회에서 불가피하고 현대사회는 나 자신이 주체가 돼 살 수 있는 시대다. 혼자 사는 것이 잘 안되는 현대인들이 독립적·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면서 근본주의적 종교나 정치 이데올로기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 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개인의 주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타인과의) 건강한 유대·연대가 필요해 정책은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보고 접근해야 한다. 김세훈 창작하는 예술가에게도 고독이 필요하다. 고독을 이겨 내고 성취하는 것이라 고독에는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 -외로움과 단절이 만드는 사회문제 중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조성준 본인의 심리적 공간이라는 것이 항상 있어야지 이것이 너무 침범받으면 안 된다. 집단의 좋은 점과 개인의 좋은 점이 융화돼야 한다. 건강한 시각에서 개인주의의 균형을 잡아 주는 것이 외로움을 해결하는 문화적·정책적 측면의 방향성을 정하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김세훈 저도 관계를 통해 외로움의 문제에 접근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건강한 개인주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활동은 좋아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창작도 있지만 공동으로 활동하는 것도 있다. 이해돈 우울증·자살률·출산율 지표로 나타나는 문제들이 문화를 통해 치유될 수 있고, 문화의 사회적 가치가 사회적 병폐 해결과 사회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문화는 다 같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걸 전제로 여러 사람의 감정 공유·소통·정서적 공감을 기반으로 외로움을 치유하는 역할이나 가치가 있다. 결국 외로움을 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성해영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커졌다. 프로야구 경기장에 20대 여성 관중이 많아진 것도 특정 팀을 이기게 만들겠다는 것보다 즐겁게 응원하며 집단적 엑스터시 상태를 맛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짧은 순간에 우리가 뭔가를 동일하게 하는 것을 즐기고 가는 것이다. 문화 정책으로 외로움을 어떻게 고칠까를 묻는다면 자연발생적으로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현대인들의 흐름을 파악하고 더 넓은 판을 깔아 주고 더 많은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성준 정신과 의사로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은 공감이 이뤄지는 때라고 본다. 문화도 공감과 타인에 대한 따스한 관심에서 맺어진다. 그걸 이해할 때 내가 위로받는 것이고, 슬픔과 기쁨 등 내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이 공유하는 장이 문화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본다. 문화가 해 줘야 하는 역할 중 하나는 외로움의 낙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정적 감정 상태를 드러내는 걸 금기시해 ‘나는 외롭고 힘들고 의지가 약한 거 같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사회다. 김세훈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복지 현장에서 문화활동이 굉장히 좋다고 말씀하신다. 문화라는 매개체는 상담 대상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어떤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성해영 자전거나 마라톤 동호회, 프로야구 응원 등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재미다. 영국의 고독부 부처 명칭도 그런 의미에서 좋은 게 아니다. 요즘 사람들이 종교를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종교에서 말하는 지옥과 고통, 다음 생애 이야기가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문체부가 흥겨운 놀이의 장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면 청년들이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전반적으로 사회가 더 역동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해돈 결국 문화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자발성이 중요하고 서로가 교감하고 공감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프로그램 설계도 예전과 같은 공무원들의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현장 담당자, 기획자들과 접촉하면서 하면 만족도나 참여도가 높아진다. 문화 정책도 개인의 역할이나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 김세훈 그동안 우리 문화 정책은 주로 창작자나 창작단체를 지원하는 예술 정책이었고 그다음이 예술활동을 일반 국민이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인공지능(AI)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인간의 역할’, ‘인간의 창의성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과학·교육의 문제만이 아닌 문화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문화 정책을 펴야 하는 시점이 오고 있다. -문화 정책의 경계를 넓히는 것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것이 있나. 문화 정책적으로 해야 할 것은. 이해돈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선호도도 다양해지면서 국민이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을 많이 지었다.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사랑 티켓’ 제도도 있었고 저소득층을 위한 바우처도 있다. 사실 문화는 학습이다. 어릴 때부터 학습을 통해 내재화가 되고 경험이 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개인의 자발성과 창의성 내지는 공감하고 소통하는 인문 프로그램 등이 중요하다. 창의성·자발성을 키우기 위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체험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문화예술 교육이 있다. 음악이나 미술계 현장 예술인들이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하고, 학교 밖에서 아이들을 모아 ‘꿈의 오케스트라’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면 신이 나서 적극적으로 한다. 아이들이 말 못 할 외로움과 고립감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 성해영 한국 사람들에게는 흥과 재미의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외롭고 힘들어도 지금 20대 청년들에게 장(場)만 깔아 주면 민주주의를 즐거운 시스템으로 만들 가능성이 엿보인다. 우리 민족이 가진 흥과 신명을 잘 지원하면 우울해하지 않고 외로움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김세훈 요즘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복지시설이 증가했고 복지시설에도 문화 프로그램이 많다. 복지의 영역과 문화예술이 전면적으로 만나야 우리 사회가 더 보람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구조가 될 것이다.
  • 김원중 서울시의원, 제62회 대한민국 연극인축제 특별공로상 수상

    김원중 서울시의원, 제62회 대한민국 연극인축제 특별공로상 수상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김원중 의원(성북2, 국민의힘)은 지난 2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62회 대한민국연극인축제 K-Theater Awards에서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K-Theater Awards는 매년 한 해 동안 공연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함으로써 예술가들을 독려하고, 연극의 질적 향상과 창작 의욕을 고취해 연극의 진흥과 발전에 기여하는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인 행사로, 한국 연극의 발전과 창작 환경 개선에 기여한 인물들에게도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번 시상식에는 한국연극협회 손정우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조강훈 회장과 한국연극협회 관계자 및 연극인,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했으며, 김 의원은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환경 개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김 의원은 전반기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서울연극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예술창작 환경 개선에 큰 기여를 해왔으며, 특히 2023년과 2024년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예선 대회 예산을 지원해 연극의 질적 향상에 기여한 바 있다. 또한 서울연극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서울 시민들이 더 많은 문화예술을 향유 할 수 있는 장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김 의원은 “2024년 제62회 대한민국연극인축제 K-Theater Awards에서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고 말하며 “무대 위에서 감동을 전하는 모든 연극인을 지원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비엔날레 특별전 관람객 1만명 돌파 눈앞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비엔날레 특별전 관람객 1만명 돌파 눈앞

    제4회 제주비엔날레 협력전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가 개막 한달도 안돼 관람객 1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주도립미술관과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는 지난 11월 26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가 25일만에 9500여명이 관람했다고 20일 밝혔다. 갤러리에서 만나는 첫 작품은 안토니오 만치니의 ‘플로렌스 필립스 부인’으로 이번 특별전에 온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립미술관인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를 설립한 주인공이다. 이번 서양미술의 거장 89명의 작품 143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자신의 조국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짓고자 했던 한 여인으로 전시 여정을 시작하는 이번 특별전은 서양미술사 400년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접하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전시는 크게 8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전시의 시작은 ‘꿈에서 탄생한 미술관’, ‘20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예술 현장’으로, 이 두 섹션을 통해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컬렉션의 시작과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그려본다. 미술관에 들어온 흑인예술가의 첫 작품은 1940년 구입한 제라드 세코토의 그림이다. 1947년 파리 망명을 선택하고 죽을 때까지 파리에 머물렀던 세코토는 남아프리카 흑인 미술의 위대한 선구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의 작품 오렌지와 소녀, 조지 펨바, 모드 섬너, 알렉시스 프렐러 등의 강렬한 색채에 빠져볼 수 있다. 이어 다니엘 세이거스 ‘꽃병에 꽂힌 꽃’, 게릿 아렌츠 반 뒤어스의 ‘노인이 노래하면 젊은이는 파리를 불어라’, 핸드릭 코넬리즈 반 블리엣의 ‘성 바보 교회의 실내’ 등 네덜란드 회화의 황금기를 만난다. 또 영국의 풍경화가 윌리엄 터너의 성아래 목초지, 단테 가르리엘 로세티의 ‘레지나 코르디움’, 존 에버렛 밀레이의 ‘한땀! 한땀!’, 로렌스 알마타데마의 ‘장남의 죽음’ 등 작품을 만나는 ‘19세기 빅토리아시대의 영국미술’섹션은 고전적 아름다움과 신화 등 서사를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미술시간에 만나던 유명화가들의 작품은 다음 섹션에서부터 펼쳐지면서 관람객을 반갑게 한다. 특히 프랑스에서 인상주의가 태동하기 전인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 혁명까지 섹션에서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농군’, 요제프 이스라엘의 ‘목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에트르타 백악 절벽’ 등은 감동적이다. 또한 빚쟁이들의 순에 넘어갈 처지가 된 작품들을 200점을 불태워버릴 정도로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클로드 모네의 ‘봄’을 비롯, 알프레드 시슬리 ‘브뇌강가’, 에드가 드가의 ‘두명의 무희들’, 외젠 부댕의 ‘트루빌 항구’ 등으로 구성된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섹션은 빛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고 변화하는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폴 시냑의 ‘라로셀’, 폴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오귀스트 로댕의 ‘이브’, 폴 고갱의 ‘악마들의 이야기’ 등 인상주의의 색채와 표현이 돋보인다. 이외에도 앙리 마티스의 ‘거울속의 댄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반 뮈덴 부인의 초상’ 등 작품을 만나는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리히텐슈타인과 앤디워홀의 팝아트가 눈에 띄는 20세기 컨템포러리 아트의 총 6개 섹션을 통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서양미술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한편 14개국 87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제4회 제주비엔날레 본전시 ‘아파기(阿波伎)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은 내년 2월 16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공공수장고, 제주아트플랫폼, 제주자연사박물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총 5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 잭슨 폴록이 그린 사랑의 찬가 [으른들의 미술사]

    잭슨 폴록이 그린 사랑의 찬가 [으른들의 미술사]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 <3> 깊어진 공황의 늪…예술가와 상생한 정부1929년 미국에 불어닥친 미국의 경제대공황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대공황의 여파는 서민들에게 가장 빨리,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났다. 주식은 폭락하고 실업자가 속출하며 기나긴 경제 불황으로 모두가 빈곤에 시달렸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통해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절차에 돌입했다. 1933년 초기 뉴딜 정책의 목표는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황의 깊은 그늘로 첫 번째 뉴딜정책은 큰 위기를 맞았다.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은 공공사업진흥국을 통해 문화예술인들에게까지 일자리를 확대했다. 이 시기 음악, 미술, 사진 등 분야에 종사하는 1만 명의 예술가들이 경제적 도움을 받았다. 이 사업의 혜택을 받은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잭슨 폴록(1912~1956)이다. 폴록은 1938~1942년 연방예술프로젝트가 주관한 벽화, 포스터, 극장 디자인 등 공공 예술 사업에 참여했다. 인디언 문화, 멕시코 벽화 그리고 자동기술법폴록은 1912년 미국 북서부 와이오밍주에서 태어났다. 폴록은 유년 시절 캘리포니아 주와 애리조나 주 등에서 원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문화와 예술을 접했다. 원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토템 신앙과 문화 등은 이후 폴록의 첫 번째 예술 근원이 되었다. 10대 후반인 1930년 폴록은 뉴욕으로 이주했으며 토마스 하트 벤톤의 교육을 받았다. 스승 벤톤의 소개로 멕시코 벽화 작가 오로즈코를 만났다. 강렬한 색채를 대비시키는 멕시코 벽화는 폴록의 두 번째 예술 근원이다. 폴록은 공공근로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시기에 알콜 중독에 빠졌다. 폴록은 같은 공공근로를 수행하는 지인의 소개로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갖고 알콜 중독 치료에 전념했다. 의사는 알콜 중독 치료 과정으로 자유로운 드로잉을 권장했다. 폴록이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그린 이 기법을 자동기술법이라 부른다. 폴록이 사랑한 단 한 사람, 크래즈너폴록과 리 크래즈너(1908~1984)는 1942년 전시에서 처음 만났다. 폴록은 마초 성향의 남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초적 성향은 폴록이 술을 마셨을 때만 발현한다. 실제로 폴록은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폴록은 자신과 달리 자신감 있고 당당한 크래즈너에게 이성적 호기심을 느꼈다. 폴록이 크래즈너를 만나 그린 ‘남성과 여성’에는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이 담겨 있다. ‘남성과 여성’에는 오른편에 검은 기둥으로 표현된 남성과 왼편에 고양이 얼굴로 표현된 여성이 있다. 두 연인은 마주 보는 게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구애하는 것처럼 보인다. 새침한 인상의 여성은 폴록의 부인이자 끝사랑 크래즈너다. 폴록은 대공황으로 생활고를 겪었고, 예술가로서 미래는 암울했으며 알콜 중독으로 심신이 지쳐 있었다. 그 시기 만난 크래즈너는 폴록의 인생에서 한 줄기 희망이었다. 이 그림은 폴록이 처음 느낀 사랑에 대한 찬가이자 안정된 생활에 대한 바람이었다.
  • 한겨울에서 봄을 기다리며…애틋하고 장엄한, 임윤찬의 쇼팽

    한겨울에서 봄을 기다리며…애틋하고 장엄한, 임윤찬의 쇼팽

    한겨울을 물들인 애틋하고 장엄한 선율이 마치 다가올 봄을 애타게 찾고 있는 듯했다. ‘클래식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모폰상을 한국 피아니스트 최초로 받은 임윤찬(20)이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그의 곁에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로 통하는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 파보 예르비(62)와 독일의 신흥 강자로 불리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이 있었다. 임윤찬은 이날 공연의 두 번째 무대를 장식했다.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초반부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뒤로하고 이내 섬세하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졌다. 임윤찬이 쇼팽을 되살리는 동안 오케스트라는 잠잠하면서도 든든한 배경이 됐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이 한국을 찾은 건 2년 만이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1980년 창단된 비교적 신생 오케스트라다. 예르비는 2004년부터 무려 20년간 예술감독을 맡으며 이 오케스트라가 실내악(캄머) 필하모닉으로서 정체성을 세울 수 있도록 힘썼다. 임윤찬과의 협연 외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돈 조반니’ 서곡과 ‘교향곡 41번’(주피터)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예르비는 도이치 필하모닉 외에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도 겸임하고 있다. 에스토니안 내셔널 심포니와 함께한 시벨리우스 ‘칸타타’로 그래미상을 받았으며 2015년에는 그라모폰과 디아파종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은 세계적인 지휘자다. 임윤찬과 예르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오는 21일 대전 서구 대전예술의전당에서도 한 차례 더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임윤찬이 선사한 겨울밤의 감동은 생명이 약동하기 시작하는 봄에 다시 이어진다. 내년 3월 28일부터 4월 6일까지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다. 임윤찬은 이번 축제에서 파비앵 가벨(49)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 ‘피아노 협주곡 2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하이라이트는 3월 30일 예정된 임윤찬의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임윤찬은 여기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공연한다. 정갈한 느낌을 주는 이 곡을 임윤찬이 어떻게 해석할지 관심이 쏠린다. 임윤찬은 18일 공연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를 앙코르로 연주하며 내년 봄의 분위기를 살짝 엿보게 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임윤찬 리사이틀은 지난 11일 공연 예매를 시작한 지 58초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 임윤찬은 국제 무대에 데뷔한 지 2년 만인 지난 10월 그라모폰상 2관왕(피아노 부문·젊은 예술가 부문)을 차지한 바 있다. 특히 피아노 부문에서는 쇼팽 ‘에튀드’(연습곡) 앨범으로 이 상을 받았는데, 경쟁작이 자신의 다른 앨범 프란츠 리스트(1811~1886) ‘초절기교 연습곡’이었다. 한 부문에 같은 연주자의 음반이 2장 포함된 것 역시 그라모폰상 역사상 처음이었다.
  • 용산구, 이태원 크리스마스 플리마켓&뱅쇼데이

    용산구, 이태원 크리스마스 플리마켓&뱅쇼데이

    서울 용산구가 오는 20~21일 이틀간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일대에서 ‘이태원 크리스마스 플리마켓&뱅쇼데이’를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유럽풍 고가구와 소품이 자아내는 연말 성탄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행사다.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동네상권발전소 지원사업의 하나로 상인회와 상권기획자, 지역 예술가 등이 함께 협력해 준비했다. 이번 행사는 ▲앤틱 크리스마스 벼룩시장(플리마켓) ▲뱅쇼·와인 시음 ▲문화공연 ▲기념사진(포토존) 등으로 구성했다. 벼룩시장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일대 상점 80여곳에서 참여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가구, 조명기기, 소품 등 골동품과 수제 공예품, 성탄절 장식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뱅쇼·와인 시음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대부앤틱(, 외빈차고 정류장 맞은편, 앤틱 쉼터 등에 시음 및 먹거리 부스를 설치한다. 빛 조명으로 야간 경관도 조성한다. 거리 곳곳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이 캐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대형 성탄절 나무(크리스마스 트리)도 설치해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기념사진을 간직할 수 있게 했다.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일대에서 추진 중인 동네상권발전소 지원사업은 중기부 상권 활성화 사업의 예비단계로 추진 중이다. 올해 진행한 사업을 바탕으로 거버넌스 구성, 상권 생활 실험실(리빙 랩) 및 기록화(아카이빙) 등 5개년 전략수립을 위한 기초를 다진다. 이는 추후 상권 활성화 사업 지원 시 활용할 예정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크리스마스 플리마켓&뱅쇼데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지역 상인과 방문객이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소중한 분들과 함께 이태원을 찾아 연말의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곽한승 작가 첫 개인전 ‘자급자족’ 24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개최

    곽한승 작가 첫 개인전 ‘자급자족’ 24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개최

    멘사 회원인 곽한승 작가의 첫번째 개인전 ‘자급자족’이 12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린다. 곽한승 작가는 “물 속에서 서서히 죽기보다는 물 밖으로 나아가는 것이 낫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과 우리 모두를 향해 도전과 변화를 권한다. 그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깊은 성찰을 제공할 것이다. -수생생물, 산양의 두개골, 그리고 기계문명 곽 작가의 작품 세계는 독특하다. 그는 인류 멸망 이후 기계문명을 상상하며, 인간이 저지른 ‘심판적 사고’를 원죄로 규정한다. 이 문명에서는 바다와 육지가 분리될 수 없으며, 기계인류는 수생생물을 육지로 초청하는 것을 숭고한 사명으로 여긴다. 이에 따라 수생생물은 기계를 장착해 육지에 적응하고, 이는 자연과 기술, 인간과 환경의 새로운 공존을 상징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산양의 두개골, 수생생물의 형상은 인간이 만든 기계와 결합하며 낯설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속죄와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관람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물고기는 곧 저 자신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대표작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물 밖으로 나오는 기계다리 물고기는 곽한승 작가 자신을 상징한다. 그는 “물 밖에서 나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생선입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물 밑에서 서서히 죽는 것보다 육지라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죠.”라고 밝혔다. 작품명 역시 특별하다. 곽 작가는 “오병이어의 기적은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요, 한 가지는 정말 물리적인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과, 소년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본 대중들이 하나둘씩 숨겨둔 식량을 꺼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저는 용기 있는 소년이 되고 싶었어요.” 그의 말처럼,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변화와 선택의 용기를 전하며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경계를 허무는 예술, 구원의 메시지 곽 작가는 인간의 죄악을 ‘심판적 사고’로 규정하며, 이를 속죄함으로써 구원을 얻는 기계 문명을 상상한다. 그의 회화는 수생생물과 산양의 두개골을 활용해 인류멸망 이후의 기계 문명을 묘사하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경계가 붕괴되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기계의 도움으로 육지에 적응하는 수생생물의 모습은 기술과 자연이 공존할 가능성을 탐구함과 동시에,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를 암시한다. 또한 이러한 서사는 단순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속죄와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메시지로 확장된다. -작품 속 농담과 말장난, 그리고 숨겨진 메시지 작업방식에 대한 질문에는 “주로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들로 설치작품을 만들거나, 단어를 뒤집는 방식의 말장난으로 회화작업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산양’을 뒤집은 ‘양산’은 ‘많이 만들어낸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6호 캔버스는 ‘육지로 향한다’는 은유를 상징한다. 그는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단어 유희와 상징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전시를 조금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라며 웃어 보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도록 유도하며,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퍼즐을 풀 듯 작품을 탐구하게 만든다. 곽 작가는 멘사(Mensa) 회원으로, 전 세계적으로 IQ가 상위 2%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고지능자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덕분인지, 그는 자연스럽게 언어유희와 상징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작품에 반영한다. 그의 예술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관객과의 지적 소통을 유도하는데, 이러한 면모는 그가 가진 독특한 창의력과 천재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농담이라도 좋습니다. 유연해지세요” 곽 작가는 현대사회가 ‘네모난 텍스트’에 익숙한 세상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목소리보다는 사각형 모양의 텍스트가 더 익숙하고, 그 텍스트는 딱딱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죠. 그런데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텍스트로 표현하려면 그 안에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합니다. 반대로, 관객이 그 텍스트를 풀어내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작품 속에도 퍼즐처럼 숨겨진 단서들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어서, ”저는 우리 사회가 농담이라도 섞여 들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동음이의어나 말장난을 작품의 중심 주제로 삼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재미와 함께 메시지를 발견하길 원합니다. 그게 바로 제가 추구하는 작업 세계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곽 작가는 그의 예술을 단순한 시각적 체험을 넘어서,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천재 예술가의 철학, 그리고 인류에 던지는 질문 곽한승 작가의 전시는 단순히 ‘천재 예술가’라는 수식어로 설명할 수 없다. 그는 환경, 인간, 기술,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머와 상징으로 풀어내며,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물속에서 서서히 죽느니 물 밖으로 나아가는 것이 낫다”는 그의 선언은 변화와 자기성찰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우리가 마주해야 할 도전과 선택을 환기시킨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예술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람객들이 작품 속 메시지를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도울 것이다. 곽한승 작가의 개인전 [자급자족]은 18일부터 24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일주일간 열린다. 이번 전시가 그려낼 독특한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
  • 구석구석 ‘청춘 아지트’ 아기자기 ‘감성 놀이터’ [서울펀! 동네힙!]

    구석구석 ‘청춘 아지트’ 아기자기 ‘감성 놀이터’ [서울펀! 동네힙!]

    서울 서쪽에 경의선숲길 ‘연트럴파크’가 있다면 동쪽엔 노원구 경춘선 공릉숲길 ‘공트럴파크’가 있다. 철마가 달리던 경춘선 폐선 구간(광운대역~화랑대역~담터마을)이 신록이 숨쉬는 공원으로 탈바꿈한 지 어언 10여년. 여유로운 산책가들과 함께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명소가 골목 곳곳을 채워 왔다. 지하철 7호선 공릉역 인근 공릉숲길은 5.4㎞의 경춘선숲길 중에서도 카페와 디저트 가게, 공방 등이 오밀조밀 모인 동네다. 옛 경춘선 철로 흔적이 남은 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주택가 구석구석 자리잡은 특색 있는 상점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0곳도 안 되던 가게들 이젠 100여곳 공릉동 자영업자 모임 ‘공존’을 꾸리고 있는 최정민 대표는 지난 11일 “젊은 사장들이 모여 서울 동북권역에서 가장 새로운 감각의 골목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여대 등 인근 대학생 손님층도 적지 않은 데다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노원구 토박이인 그는 6년 전 구움과자 전문점인 ‘미라쥬양과점’을 시작으로 펍, 식당 분야로까지 확장했다. 2021년엔 대치점도 오픈했다. 공릉숲길 초입의 카페 ‘블루마일스’에서는 경춘선숲길의 계절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2층 통창은 사계절 변화에 따라 벚꽃, 푸른 신록, 단풍이 가득찬 커다란 캔버스가 된다. 작곡을 공부했던 사장이 엄선한 음악과 어울리는 블렌딩 원두를 즐길 수 있다. 대학 시험 기간엔 학생들을 위해 새벽까지 심야 카페를 연다. 예술가의 아지트 같은 ‘카페 오어낫’, 하얀 머랭에 과일과 크림이 올라간 호주식 디저트 파블로바를 파는 ‘무이로 커피’도 공원 주변을 다채롭게 꾸몄다. 2013년 시작한 경춘선 공원화 사업 이후 이곳의 풍경은 빠르게 바뀌었다. 2010년 경춘선 복선화로 방치됐던 선로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대표 사례였다. 공원화 시작 전 오픈한 ‘핏짜굽는 언니’의 유지영 대표는 “폐쇄 상태였던 철길이 개방되면서 공원을 따라 유동 인구가 확연히 늘었다”고 했다. ●경춘선숲길과 연결된 도깨비시장 2015년 초에 문을 연 ‘마실자리’ 최광호 대표는 “10곳이 채 안 되던 가게가 어느새 100여곳으로 늘어났다”고 돌이켰다. 강남에서 펍을 운영하다 집 주변으로 옮긴 그는 “처음엔 손님에게 맥주의 기초 지식부터 설명했었는데 이제는 다들 많이 알고 찾아온다”며 “여유 있게 산책하며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동북권에서 여기가 유일하다”고 했다. 국내외 생맥주 탭 8개를 갖추고 2021년부터 2년 연속 ‘기네스 마스터 퀄리티’ 인증 마크도 받았다. 상권은 공원에서 인근 골목길까지 확장되고 있다. 2년 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이 방문해 유명해진 카페 ‘비스킷플로어’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공원 옆길을 떠나 지하철역 인근으로 이전했다. 최근에는 3층 주택을 통으로 개조한 베이커리 카페 ‘마카모예 브레드바’ 등도 문을 열었다. 경춘선숲길과 연결된 공릉동 도깨비시장의 오래된 점포들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노점상이 단속을 피해 사라졌다가도 금세 나타나 ‘도깨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난 5월 노원구가 주최한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는 상권의 잠재력이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공릉숲길 다양한 카페들의 커피와 함께 전국의 지역 명물 카페들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에 9시간 동안 4만여명이 몰리는 등 흥행했다. 제주 ‘유동커피’, 강릉 ‘봉봉방앗간’ 등 애호가들이 찾아가는 유명 카페뿐만 아니라 원두를 생산하는 세계 18개국 대사관도 참여했다. ●빛의 거리, 21일부터 ‘크리스마스 마켓’ 공릉숲길은 겨울에도 따뜻한 분위기의 조명과 함께 산책할 수 있다. 풍등, 빛터널 등 다양한 빛조각 작품을 담은 ‘노원 빛 특화거리’가 만들어졌다. 오는 21일에는 솔방울 리스, 스노우볼 오르골 등을 공릉숲길의 수공예 숍과 소품 숍이 함께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카페, 디저트 가게가 준비한 다양한 크리스마스 디저트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공릉숲길은 지난해 서울시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지난 10일 노원구가 제1호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경춘선숲길과 개성 있는 점포가 어우러져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경춘선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폐역된 화랑대역이 있다. 각국에서 온 오래된 실물 전차들과 함께 스위스의 자연과 마을을 구현한 디오라마(축소 모형) 사이로 기차가 달리는 ‘노원기차마을’을 즐길 수 있다. 카페에서는 미니어처 기차가 음료를 배달해 준다. 초여름에는 전국의 유명 브루어리(양조장)들이 총출동하는 ‘노원 수제맥주 축제’가 화랑대 철도공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매력 100선’(로컬 100)에 선정됐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