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예술가
    2026-04-25
    검색기록 지우기
  • 페널티
    2026-04-25
    검색기록 지우기
  • 용역업체
    2026-04-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299
  • 백남준의 통찰… AI시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다

    백남준의 통찰… AI시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다

    ‘현대적 예술가’의 설계·근원 탐색해왕성·TV로댕 등 120여점 전시설치·미디어·판화·드로잉 등 다양‘백남준 오마주’ 관람객 참여작도 “관객과 예술가의 괴리를 더 좁히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의 진의’고 ‘인생의 진의’가 아닌가”,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 (백남준) 숭고한 위치에 있던 예술을 우리 곁으로 끌어내리고 기술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사유의 범주를 확장했던 세계적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이 타계한 지 20년이 흘렀다. 행위예술, 텔레비전과 방송, 인공위성, 대규모 비디오 설치와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을 예술에 접목해 소개했던 그는 ‘박제된 거장’이 아닌 여전히 ‘현대적인 예술가’로 위치한다. 경기 과천시 호반아트리움은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백남준: 살아 있는 시간’을 통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이 일상화된 초연결 사회 속에서 그를 소환한다. 설치, 미디어 및 조형, 판화, 드로잉 등 30여 점과 아카이브 90여 점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는 AI 시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전시장 도입부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설치 작품은 백남준의 1999년 작품 ‘나는 비트겐슈타인을 읽은 적 없다’다. 화면 조정 중인 텔레비전을 형상화한 벽면 귀퉁이에는 네 대의 텔레비전이 달려 있다. 작품의 제목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내세운 서구적 논리와 정형화된 틀에 대한 저항 의식이 담겼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주장 속에서 예술은 언어가 닿지 않는 영역이다. 백남준은 정의 내릴 수 없는 예술 세계를 조정 중인 화면과 네 대의 텔레비전에서 제각각 흘러나오는 영상으로 대변한다. 백남준의 예술적 상상력이 우주로 확장된 작품인 ‘해왕성’도 선보인다. 그는 ‘해와 달’, ‘금성’, ‘화성’, ‘해왕성’, ‘천왕성’ 등 우주에 대한 비전을 ‘행성 연작’으로 선보인 바 있는데, 해왕성은 이 중 하나다. 그의 해왕성은 16개의 화면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휘감아져 있으며 화려한 네온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기술과 영성이 조우하는 작품들도 이어진다. 브라운관 속에 촛불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부다’)와 브라운관 속 자신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TV 로댕’), 누워 있는 누드 모델 영상이 켜진 모니터 위에 놓인 와불상(‘카르마’)과 같은 작품들은 차가운 기계 장치를 고요한 응시와 성찰의 공간으로 치환한다. 텔레비전 브라운관 속에서 살고 있는 금붕어(‘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가 건네는 정적 속에서 관람객은 수동적인 정보의 소비자가 아닌, 스스로 사유하는 주체로서 머물게 된다. 또 전시에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업에 기여한 일본의 전자공학자 아베 슈야에게 백남준이 선물한 작품 ‘무제(心)’와 백남준의 핵심 조력자였던 마크 팻츠폴의 아카이브, 백남준의 예술적 동반자 요셉 보이스를 향한 애틋한 추모가 담긴 작품 ‘보이스 복스’ 등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백남준의 정신을 오마주한 서정우 작가의 인터랙티브 작업 ‘분절된 일차의 목격 실험’도 함께한다. 호반문화재단 관계자는 “AI 시대에 그의 사유를 오늘날의 관객 곁으로 직접 불러낸 전시”라며 “이번 전시가 기술과 인간, 그리고 시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역동적인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쓰레기 수레에 매인 순종마, 로트레크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쓰레기 수레에 매인 순종마, 로트레크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유전적 취약성과 사고로 단신의 삶사회 편견의 감옥에서 살았지만회화 통해 동시대 진실 포착 증언그림만큼은 어떤 틀에 가두지 않아“모든 갇힌 것은 죽는다” 그의 말영원의 생명력 가지고 아직 생생 수많은 예술작품 가운데 어떤 작품이 시대를 넘어 불멸의 걸작으로 남게 되는 것일까? 영국의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저서 ‘명화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명화란 한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를 천재예술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깊이 있게 담아내어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감동을 주는 예술작품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구는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 즉 시대정신이다. 명화는 한 시대의 사회와 경제, 문화적 변화를 담아내는 시각적 기록이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포착한 예술가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를 빼놓을 수 없다. 로트레크가 남긴 편지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은 그가 시대를 기록한 관찰자이자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첫 번째 명언 “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며 논평하지 않는다. 나는 기록한다.” 로트레크의 예술세계로 들어가는 첫 문장은 그의 가장 유명한 선언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미술아카데미는 고전적이고 역사적인 주제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그림을 요구했다. 반면 로트레크에게 회화란 동시대의 진실을 포착하고 증언하는 기록 행위였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가 누렸던 풍요로운 황금기인 벨 에포크의 화려한 조명 뒤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로 향했다. 그의 그림 속에는 몽마르트르의 술집 손님들, 카바레와 댄스홀 무대 뒤에서 지친 몸을 추스르던 무희와 가수, 성노동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편견 없는 관찰자로서 삶의 진실을 기록하고자 했던 그의 예술철학은 대표작 ‘물랭루주에서’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1889년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 문을 연 카바레 물랭루주의 내부를 배경으로 화려하면서도 퇴폐적인 밤 문화를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화면 속 테이블 주변에는 당대 유명 댄서인 제인 아브릴을 비롯한 단골손님들이 앉아 있다. 화면 오른쪽 가장자리에는 초록빛 인공조명을 받아 창백하고도 괴기한 얼굴로 떠오르는 가수 메이 밀턴이 등장한다. 당시 물랭루주를 비롯한 카바레들은 가스등 대신 새로운 문명의 상징인 전기 조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로트레크는 강렬한 전기 조명이 인물의 얼굴에 반사되어 피부색을 초록빛으로 변형시키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인공 빛이 만들어 내는 낯설고도 몽환적인 효과를 통해 화려한 표면 아래 피로와 긴장, 쾌락과 허무함이 뒤섞인 유흥가 밤의 민낯을 보여 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화면 한가운데 로트레크 자신도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곳의 단골손님이자 관찰자로서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장면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기법적으로도 이 작품은 매우 혁신적이다. 화면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인물을 비대칭적으로 배치한 대각선 구도, 강렬한 윤곽선과 평면적인 색면구성은 당시 유럽 예술계를 매료시킨 일본 우키요에 판화의 영향을 보여 준다. 그는 이 작품에서 물랭루주를 낭만적으로 미화하지도 퇴폐적이라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냉철한 관찰자적 시선으로 떠들썩한 향락 속에서도 불안과 공허가 감도는 카바레의 현장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두 번째 명언 “자기 자신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로트레크가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붙들어야 했던 생존의 문장이다. 그는 남프랑스 알비의 유서 깊은 명문 귀족 툴루즈 로트레크 가문의 종손으로 태어났다. 부와 명예가 약속된 화려한 삶이었지만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적 취약성에 어린 시절 겪은 두 차례의 골절 사고가 겹치며 그의 키는 성인이 되어서도 152㎝에 머물렀다. 사냥과 승마, 귀족적 기품을 삶의 중심에 두었던 아버지 알퐁스 백작은 신체적 장애를 지닌 아들을 가문의 수치로 여기며 냉대했다. 로트레크는 야외 활동과 사교적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현실 속에서 그림에 몰두하며 또 다른 삶의 출구를 찾았다. 지역 미술교사 르네 프린세토에게 수업을 받으며 익힌 그림은 상처 입은 자아를 치유하는 마음의 피난처가 되었다. 차가운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 아델 백작부인은 외아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보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호에 힘입어 예술가의 꿈을 키운 그는 열일곱 살에 파리로 향했다. 이듬해 그는 국립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해 전통적인 회화 기법의 기초를 다졌고 1884년에는 몽마르트르에 자신만의 화실을 마련하게 된다. 학교에서 정교한 데생과 기법을 배웠지만 인간의 다양한 표정과 군중의 심리를 읽는 방법은 길거리와 카바레에서 배웠다. 무엇보다 몽마르트르는 로트레크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기 자신을 견디는 법을 깨닫게 해 준 장소였다. 그는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하루를 버텨 내는 생의 끈질긴 생명력을 읽어 냈다. 이러한 그의 시선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물랭루주에서 나온 잔 아브릴’이다. 화면 속 여성은 물랭루주를 주름잡던 스타 무희 잔 아브릴이다. 로트레크는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순간보다 공연의 열기와 조명이 사라진 뒤 어두운 밤거리를 쓸쓸히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시선을 맞춘다. 잔 아브릴의 표정과 자세에는 밤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피로와 권태, 현실의 고단함이 배어 있다. 그는 그녀를 눈부신 스타로 이상화하지도, 유흥의 상징으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대신 박수와 환호가 끝난 뒤 다시 홀로 자기 자신을 견뎌야 하는 고독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이 작품은 그가 왜 밤의 환락가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고 왜 그들의 삶을 그토록 깊이 이해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그는 추하거나 불완전해 보이는 모습 속에서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존재들 안에서 인간의 진실을 읽어 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은 향락의 기록을 넘어 상처 입은 존재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기록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명언 “포스터, 그것이 전부다.” 이 말은 로트레크가 광고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선구자였음을 보여 준다. 오늘날에는 광고나 디자인을 예술의 한 분야로 받아들이지만 당시에는 회화와 조각 같은 고급 미술과 광고나 디자인 같은 상업미술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다. 로트레크는 그 장벽을 허문 최초의 예술가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몽마르트르 밤 문화의 홍보 수단에 불과했던 포스터를 석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독립적인 예술의 형식으로 끌어올렸다. 19세기 말 파리는 유흥가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광고 산업과 인쇄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던 시기였다. 포스터는 유흥가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대한 기대와 입소문을 만들어 내는 가장 효과적인 시각 매체로 떠올랐다. 카바레와 무도장, 음악당들은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광고 전쟁을 벌였다. 로트레크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 낸 화가였다. 그에게 포스터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는 닫힌 공간을 벗어나 대중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살아 있는 길거리 예술이었다. 그는 누구나 미술을 쉽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포스터 제작에 쓰이는 석판화 인쇄술에 남다른 열정을 쏟으며 인쇄기법의 표현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했다. 그 결과 그의 포스터는 상업 광고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예술적 완성도를 지니게 되었다. 강렬한 색면, 과감한 구도, 날카롭게 포착된 실루엣은 멀리서도 대중의 시선을 단숨에 붙잡았고 공연 분위기와 인물의 독특한 개성까지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전달했다. 로트레크의 천재성이 가장 강렬하게 발휘된 작품이 ‘물랭루주: 라 굴뤼’다. 그가 물랭루주를 위해 제작한 첫 번째 포스터이자 하룻밤 사이에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스터 작가로 떠오르게 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전경을 과감하게 가로지르는 독특한 검은 실루엣이다. 바로 스타 남성 무용수 발랑탱 르 데조세의 옆모습으로 길고 유연한 몸의 선이 화면 전체에 강한 리듬감을 만들어 낸다. 그 뒤편 중앙에는 물랭루주의 인기 여성 무용수 라 굴뤼가 흥겨운 음악에 맞춰 특유의 캉캉 춤을 선보이고 있다. 배경에 자리한 관객들의 검은 실루엣은 중절모와 장식 모자를 통해 부르주아 관객층을 암시하며 밝게 빛나는 무대와 어둡게 가라앉은 객석을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로트레크는 노랑과 빨강, 검정이 이루는 강렬한 색면 대비와 대담한 실루엣을 통해 감상자가 실제 공연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과 공간감을 만들어 냈다. 또한 화면 상단에 ‘물랭루주’라는 상호를 세 차례 반복해 배치한 점도 매우 인상적이다. 광고로서의 기능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화면 전체에 시각적 리듬과 역동성을 부여했다. 1891년 12월 이 포스터 3000장이 파리 거리에 붙자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얼마나 인기가 대단했던지 밤마다 사람들이 광고판에서 몰래 포스터를 뜯어내 집으로 가져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생애 동안 31점의 포스터를 남긴 로트레크는 아트 포스터의 시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로트레크는 “나는 매일 저녁 일하러 술집에 간다”고 말할 만큼 술과 여자, 파리의 밤을 사랑했다. 밤의 카페에 앉아 피곤과 권태가 배어 있는 표정으로 술잔을 마주한 두 남녀를 그린 ‘카페 라미에서’는 화려하면서도 퇴폐적인 밤 문화가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한 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집요하게 응시했던 로트레크의 삶은 동시에 스스로를 서서히 갉아먹는 시간이기도 했다. 파리 유흥가에서의 방탕한 생활과 과도한 음주, 그를 오래도록 괴롭히던 병마는 몸을 빠르게 쇠약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1901년 9월 9일 서른일곱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로트레크는 자신의 귀족적 혈통과 장애를 지닌 신체를 대비시키며 스스로를 “쓰레기 수레에 매인 순종마”로 비유할 만큼 사회의 편견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자신의 그림만큼은 어떤 틀에도 가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남긴 마지막 문장이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모든 갇힌 것은 죽는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RM은 영웅, 지민은 시인, 뷔는 도령… BTS 의상에 한국 뿌리 담고 싶었다”

    “RM은 영웅, 지민은 시인, 뷔는 도령… BTS 의상에 한국 뿌리 담고 싶었다”

    무용수·연주자 등 80명 의상 제작“한국 브랜드 찾아준 것이 감동적”굵은 실 면직물로 옛 산수화 효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무대 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 송재우 송지오인터내셔널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보도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BTS 멤버들을 우리 문화를 더 밝은 미래로 이끌어 줄 영웅적인 존재로 재해석하려고 했다”고 이번 의상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송 디자이너는 이번 공연에서 BTS 멤버 전원과 무용수, 연주자 등 80여명의 의상을 모두 제작했다. 그는 “BTS는 이전에도 제 브랜드 옷을 몇차례 입었지만 이렇게 시작부터 같이 컬렉션을 구상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의 아이콘들이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한국 브랜드를 찾아 준 것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송 디자이너는 브랜드 ‘송지오’를 설립한 송지오 회장의 아들이다. 송 디자이너는 이번 의상의 핵심 콘셉트는 ‘영웅’이었다고 전했다. 멤버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각자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부여했다며 “RM은 리더이기 때문에 영웅, 진은 예술가, 지민은 시인, 슈가는 건축가, 정국은 선구자, 제이홉은 소리꾼, 뷔는 도령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TS는 한국 역사를 강조하면서도 현대적인 메시지로 재해석하려 했고, 우리 역시 한국이라는 뿌리와 감성을 브랜드에 재해석해서 담아내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의상 디자인에는 한국적 요소를 반영했다. 송 디자이너는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원단을 개발했는데, 아주 굵은 실의 면직물로, 실이 튀어나와 마치 거친 종이에 그려진 한국의 옛 산수화처럼 붓 자국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 전통 갑옷을 재해석해 보려고 했지만, 디자인을 해보니 너무 뻣뻣해서 움직임이 많은 의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복의 유연성을 접목시키게 됐다”며 작업 초기 겪은 시행착오도 전했다. 한편 BTS의 복귀 전 마지막 무대는 2022년 그래미 시상식으로, 당시에는 루이뷔통 남성복을 착용한 바 있다.
  • 토요일 밤 8시, BTS ‘아리랑’ 울려 퍼진다… ‘한국 촌놈들’ K컬처 이정표 새로 쓴다

    토요일 밤 8시, BTS ‘아리랑’ 울려 퍼진다… ‘한국 촌놈들’ K컬처 이정표 새로 쓴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부순 ‘일곱 소년’이 시대의 고전이 되어 귀환한다. 이 역사적 현장을 확인하려는 세계인의 보랏빛 시선이 21일 서울의 중심 광화문으로 쏠린다. ●광화문 일대 약 26만명 운집 예상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복귀 무대는 단순한 아이돌 공연이 아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거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문화의 성취가 역사적 정점에 다다랐음을 자축하는 성대한 축제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국적인 것’을 둘러싸고 안에서는 자부심, 밖에서는 호기심이 강하게 맞물려 있는 지금, 마침내 BTS의 ‘아리랑’이 전 세계 관객을 향해 울려 퍼진다. ●대형 스크린·넷플릭스 생중계로 즐겨 경찰은 이날 공연에 약 26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행사에 20만명 이상이 모이는 건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거리응원, 2016년 탄핵 촉구 촛불집회 이후 처음이다. 무료 티켓 2만 2000장은 진작에 동이 났지만, 그렇다고 공연을 즐길 수 없는 건 아니다. 광화문 곳곳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공연을 중계할 예정이다. 심지어 광화문에 직접 오지 않아도 된다. 공연 실황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생중계된다. “우리가 여전히 한국에서 온 촌놈이라는 사실”(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예고편 중) BTS는 2013년 ‘노 모어 드림’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남다른 강렬함으로 거친 힙합의 매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한다. 남다른 고민이 싹텄다. ‘한국적인 것’의 영향력은 오직 한국 안에서 그쳐야만 하는가. 그 자체로 세계와 접속할 순 없는가. BTS 이전 수많은 ‘한국인 예술가’의 고민이었다. ‘봄날’, ‘DNA’ 등의 히트곡을 잇달아 선보였다. 세계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미국 ‘빌보드 200’과 ‘핫 100’ 1위를 석권했다. K팝 사상 최초였다. 이렇게 한국 문화의 물줄기가 확 틀어졌다. ‘우리 것’은 더이상 변방의 비주류가 아니다. 우리만의 외로운 외침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곧장 세계인에게 닿는다. BTS가 한 일은 이것이다. ●1896년 美서 최초 녹음된 ‘아리랑’ 영감 신보의 제목 ‘아리랑’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심장하다. BTS는 지난 13일 애니메이션을 통해 ‘아리랑’에 어떤 메시지가 담겼는지 밝혔다. 1896년 미국 워싱턴에서 아리랑이 최초로 녹음됐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아리랑’이 ‘한국적인 것’임을 부정할 한국인은 없다. 세계 어디서 가락이 흘러나오더라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그것은 자칫 너무나도 우리 것이어서 진부하고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온 촌놈들”은 그 ‘촌스러운 것’에서 시작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의 한가운데에 이정표를 남길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 미디어 아티스트 페글렌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

    미디어 아티스트 페글렌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

    LG와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이 수여하는 2026년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에 미디어 아티스트 트레버 페글렌(52)이 선정됐다고 LG가 18일 밝혔다. 올해로 4회째인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LG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맺은 ‘LG 구겐하임 아트&테크 파트너십’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 혁신을 만들어 낸 예술가에게 상금 10만 달러(약 1억 4800만원)와 트로피를 수여하는 방식으로 작가들의 도전을 지원한다. 올해 수상자인 페글렌은 미국 출신 지리학자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가진 권력 구조와 감시 체계를 사진, 영상, 조형물 등으로 시각화해 왔다. 대표작 중 하나인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 ‘이미지넷의 얼굴들’(Faces of ImageNet·2022)은 AI가 사진 속 사람을 분류하는 알고리즘을 역으로 이용해, 편견을 학습한 AI가 얼마나 차별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관객이 카메라 앞에 서면 AI가 해당 인물을 어떤 범주로 분류하는지 보여주는 방식이다.
  • 신촌 백화점 쉬는 날, 지하 주차장은 록 공연장이 됐다

    신촌 백화점 쉬는 날, 지하 주차장은 록 공연장이 됐다

    밴드·기획자 키워 인디 생태계 구축현대百과 손잡고 색다른 공연 선봬관객 400명 주차선 위 춤추며 즐겨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주차장은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백화점 영업을 하지 않는 월요일 지하주차장을 활용한 청년 예술가 공연 ‘셔터 라우드’의 첫 번째 무대였다. 헤드라이너(대표 출연자)로 나선 4인조 사이키델릭 록 밴드 ‘와와와’가 “지하주차장에서 하는 공연은 처음인데 잘 놀아줘서 감사하다”고 말하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무대는 버스킹(거리 공연)의 성지로 불리는 신촌 스타광장 인근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지하에 마련됐다. 연세대 디제잉 동아리, 한국항공대 록 밴드 등 아마추어부터 2026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상을 받은 ‘와와와’까지 다양한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기타, 드럼 비트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자 관객들은 주차장 라인 위를 자유롭게 뛰고 춤추며 음악을 즐겼다. 사전 예약 없이 선착순 무료로 진행된 공연에는 관객 400여명이 몰렸다. 명지대 동아리 출신 밴드 ‘랜딩기어’는 “지하주차장에서 구현한 저희만의 사운드가 마음에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서대문구 청년 인디음악가 음원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얼라이브 인디뮤지션’을 통해 데뷔한 청년 아티스트다. 이번 공연은 서대문구와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구는 인디음악 청년활동가 ‘인디즈’와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백화점은 휴무일 주차장 공간과 안전 관리를 지원했다. 노경훈 현대백화점 유스팀 바이어는 “20대 고객층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백화점에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다양한 장소에 음악 파티를 여는 해외 사례를 주목하게 됐다”며 “2년 전 서대문구청과 처음 만났을 때 나눴던 아이디어를 드디어 실행하게 돼 벅차다”고 전했다. 서대문구는 ‘청년음악도시 신촌’을 위해 인디공연장, 청년 기획자, 민간기업 등이 협력하는 인디음악 생태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 내 숨은 공연 공간에서 개성 있는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인디펜던트 베뉴데이’ 등이 대표적이다. 인디음악 기획자로 일하고 싶은 청년을 지원하는 인디즈는 지난해 하반기 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미래로 나아가는 청년도시 서대문구만의 특이하고 개성 있는 공간에서 지역과 청년 문화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인디음악가의 신선하고 다채로운 공연을 추진하겠다”며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청년문화가 숨 쉴 수 있는 젊은 활력을 불어넣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 삶과 죽음의 ‘강박적 집착’… 허스트, 인간의 욕망을 묻다

    삶과 죽음의 ‘강박적 집착’… 허스트, 인간의 욕망을 묻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 50여점40년 작품 세계 폭넓게 보여줘英 ‘리버 스튜디오’ 재구성 공간미완의 작업… 과정 자체에 주목 절단된 소머리와 파리들,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해골,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박제된 상어…. 매번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와 자극을 극대화한 전시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61)가 서울에 상륙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은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를 20일부터 선보인다. 지난해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전시로 94일간 53만 3000여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던 현대미술관이 야심 차게 내놓은 블록버스터급 해외 작가 전시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허스트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약 40년에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한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 그 틈에서 발현되는 강박을 진열장에 풀어놓는다. 전시는 영원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와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의 조합으로 화제가 된 ‘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오브제를 콜라주한 초기 작품 ‘작고 붉은 바퀴로부터의 확장’, 회전하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부어 제작해 우연과 무작위성에 대한 은유로 읽히는 ‘스핀 페인팅’ 연작, 삶과 죽음을 처절하게 직면하게 하는 상어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등도 만날 수 있다. 또 인간의 생명을 지속해 주리라는 과학적 믿음을 상징하는 약장이 마치 종교적 성물처럼 전시되는가 하면, 박제된 나비를 사용한 삼면화를 통해 아름다움의 잔혹한 실체를 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허스트는 골드스미스 대학교 재학 중이던 23세에 직접 기획한 그룹전 ‘프리즈’(1988)를 통해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는 낡고 방치된 부두의 창고에서 개최됐는데, 참여 학생들이 공간을 직접 연출하고 기업 후원으로 도록을 만들어 홍보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때 모인 작가들이 ‘YBA’라 불리는 새로운 예술가 세대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이 전시는 영국 산업의 폐허 위에서 영국 미술의 지형을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꾸준히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욕망에 주목했다. 인간은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영생을 향한 욕망,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 의학과 과학에 대한 맹신, 수집과 통제에 대한 강박적 집착을 갖기도 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사빈 학예연구관은 “죽음 자체를 전시함으로써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재정의한 작가”라며 “종교를 대체한 과학, 과학과 결탁한 자본 등을 숨기지 않고 직접 예술의 소재로 내세운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행보에 있어서도 금기와 관례를 깨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음반을 낸 이력도 있다. 18일 검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기자간담회 현장을 찾은 허스트는 “40년 동안 활동하면서 제가 쌓아온 내용이 굉장히 잘 전시됐다”며 “작품에 제가 하고픈 메시지가 다 담겼다”고 말했다. 전시장 말미에는 런던에 위치한 허스트의 작업실 ‘리버 스튜디오’를 재구성한 공간이 꾸려졌다. 이 공간은 미완의 작업들이 전시돼 있으며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장과는 달리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주목한다. 그 현장을 본다면 “세상에, 다음엔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니?” 그의 어머니가 그의 새로운 작품 계획을 들을 때 종종 했던 말을 내뱉을지도 모른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 봄꽃 속에 빠져 보세요… 에버랜드 튤립축제 20일 개막

    봄꽃 속에 빠져 보세요… 에버랜드 튤립축제 20일 개막

    에버랜드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까지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등 100여종의 봄꽃을 전시하는 튤립축제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튤립축제에는 다음달 1일 새단장한 뒤 문을 여는 ‘사파리월드’와 세계적 예술가인 브루스 먼로와 협업한 ‘가든 라이팅’ 등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됐다. 사진은 튤립이 핀 에버랜드의 ‘인피니트 튤립가든’ 모습. 삼성물산 제공
  • [기고] 문화도시 노원의 꿈

    [기고] 문화도시 노원의 꿈

    요즘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연일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전시에 개막 한 달 만에 2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고 대공연장에서는 창비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 초연이 입소문을 타며 흥행했다. 그동안 창작 초연 대형 뮤지컬과 전시는 강남이나 광화문, 혜화동 일대의 대형 공연장과 미술관에서 열리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서울 동북쪽 끝자락에 있는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이러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례적이다. 오랫동안 문화 소외 지역으로 인식돼 온 노원구에서 변화가 가능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장 앙리 파브르는 ‘식물기’에서 좋은 토양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오랜 시간 뿌리를 내리고 낙엽을 떨어뜨리며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과라고 말한다. 도시의 성격이 문화적으로 바뀌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반짝하는 문화행사나 잘 지어진 시설 하나가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은 없다. 지속적인 공공의 문화정책, 예술가들의 창작, 시민 참여가 축적될 때 도시의 토양이 바뀌고, 그 위에 새로운 문화가 싹튼다. 노원구는 지난 몇 년간 슬리퍼와 반바지 차림으로도 집 가까이서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문화도시를 목표로 지속적인 정책을 펼쳐 왔다. 웨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상주 예술단체 협약을 맺고 아파트 단지와 근린공원 등 노원구 곳곳에서 찾아가는 공연을 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관람에 주민들이 익숙해지도록 했다. 수락산, 불암산, 화랑대 철도공원, 경춘선 숲길, 노해로, 당현천 등 지역 명소에서 절기마다 축제와 콘서트를 개최해 문화예술을 터의 무늬로 새겼다. 극장과 전시장을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리모델링했고 조수미 콘서트와 뮤지컬 ‘우키시마마루’, ‘뉴욕의 거장들’, ‘근현대 명화전’ 전시 등 온라인상에서 “노원구가 미쳤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 문화예술 관람이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파브르의 식물들은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라 죽기도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낙엽을 떨어뜨린다. 낙엽은 미생물을 불러들이고, 뿌리는 땅의 공기를 순환시키며, 토양을 조금씩 바꿔 낸다. 문화도시를 향한 노원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예산 낭비 아니냐던 지역사회와 주민 인식이 서서히 바뀌었고, 노원에서 문화행사들이 활기를 띠고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됐다. 문화도시 노원은 이제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 스위스 루가노, 영국 맨체스터와 같이 교육, 복지, 의료, 환경과 결합한 도시의 문화정책과 문화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이 도시들은 의료 현장에서 예술 프로그램을 정신건강과 만성질환 관리에 활용하고, 복지 영역에서는 문화예술 공동체 활동을 장려해 고립과 외로움을 해소한다. 도시 전체를 교실로 삼아 아이들을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 내지 건강한 문화 향유자로 성장시키고 있다. 아울러 문화적 도시 재생을 통해 오염되거나 방치된 장소와 시설을 개선하고 도시의 매력을 향상하려 노력하고 있다. 다음 답을 찾아가는 문화도시 노원구의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이 도시의 문화예술은 시민을 얼마나 덜 아프게, 덜 외롭게, 더 배우며, 살맛 나게 하고 있는가.” 강원재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직조공예 선구자 성옥희 전 이대 교수 별세

    직조공예 선구자 성옥희 전 이대 교수 별세

    직조공예(태피스트리)를 현대미술로 끌어올린 성옥희 전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 교수가 15일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91세. 고인이 섬유예술가로서는 최초로 1974년 23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문화공보부 상을 받은 뒤 공예분과 염색 부문 명칭이 ‘염직’으로 바뀌는 변화가 일었다. 고인은 1979~1993년 미국 자크 바루 화랑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두 번째로 전속 작가로 활동했다. 1992년 대한민국공예대전 운영위원, 1993~ 1997년 현대 태피스트리전 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 유족은 김미전·김성식(분당 코앤코 이비인후과 원장)과 며느리 김선희씨, 사위 김지태(드림퀘스트 테크놀로지 대표)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02)3410-3151.
  • 서울 첫 공공 뉴미디어 미술관…예술가 꿈 키우는 도시 만든다

    서울 첫 공공 뉴미디어 미술관…예술가 꿈 키우는 도시 만든다

    영상·행위예술 등 다양한 작품 전시연면적 7186㎡ 지하 2층~지상 1층 서울 최초의 공공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이자 서남권 첫 공립 미술관인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이 12일 금천구 독산동에 문을 열었다. 공원에 자리 잡은 서서울미술관은 뉴미디어 작품으로 시민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7번째 분관인 서서울미술관은 연면적 7186㎡ 규모로 지하 2층~지상 1층 구조다. 나지막한 건물이 금나래중앙공원과 어우러지고 여러 방향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해 접근성을 높였다.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비롯해 울릉도 코스모스호텔, 플레이스원 등을 설계한 더 시스템 랩의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했다.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인 만큼 영상이나 음향, 조명을 사용하는 작품이나 행위예술, 무형의 개념미술, 인터넷·코딩 아트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관을 기념해 다음달 12일까지 이어지는 세마(SeMA·서울시립미술관) 퍼포먼스 ‘호흡’은 곽소진·그레이코드·지인·김온·탁영준 등 전문 안무가와 시각예술가 등 27개 팀이 호흡을 주제로 신체와 사회의 예술적 교차점을 탐구하는 공연이다. 오는 21일과 25일에는 전시와 연계된 공연, 29일에는 음감회가 예정돼 있다. 서울시는 이곳에서 지역 문화 연구를 토대로 주민까지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 7월 12일까지 열리는 건립기록전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는 10여년에 걸친 서서울미술관 건립 과정을 조명하며 공동체의 서사를 재해석한다. 5월부터 열리는 소장품전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에서는 대형 뉴미디어 소장품 10여 점을 최초 공개한다. 전시와 연계해 신체·감각·언어·학습의 상호작용을 실험하는 ‘유스 스튜디오’도 운영된다. 6월까지 미술관 앞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첫번째 야외 전시 ‘세마 프로젝트V_얄루’에서는 비디오아트 작가 얄루가 설치·비디오 작품을 선보인다. 다국어 안내, 쉬운 글 해설, 수어·문자 통역, 화면 해설 등으로 포용적인 전시 환경도 구축한다. 개관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성훈 금천구청장,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서서울미술관 개관으로 서울의 문화 지도는 완벽한 균형을 갖췄다”며 “공원을 산책하듯 미술관에 들러 예술적 영감을 얻는 일상, 아이들이 예술가의 꿈을 키워가는 도시, 문화가 시민의 자부심이 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보령의 보석 같은 섬, 예술을 품는다… 글로벌 해양 허브 도약

    보령의 보석 같은 섬, 예술을 품는다… 글로벌 해양 허브 도약

    원산·고대도에 24개국 80여점 전시섬문화예술플랫폼에 300억 투입창고·빈집 등 멋진 갤러리로 변신골목길 누비며 작품들 ‘보물 찾기’해안도로 따라 사운드 아트 풍성예술의 힘으로 폐촌의 부활 이끈다2033년까지 5개 섬으로 무대 확장일본 ‘세토우치’의 기적 뛰어넘기한글 ‘섬’ 형상화, 상징적 BI 확정레저 파크·워케이션 센터 등 연결 파도 소리만 무심하게 철썩이는 고요한 충남 보령 앞바다의 섬마을들이 2027년 봄, 거대한 세계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다. 국내 최초로 섬을 통째로 무대로 삼은 파격적인 예술 축제 ‘제1회 섬비엔날레’가 펼쳐진다. 섬비엔날레조직위원회(공동조직위원장 김태흠 충남지사·김동일 보령시장)는 내년 4월 3일~5월 30일 원산도와 고대도에서 섬비엔날레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보령의 섬들이 품고 있는 자연·생태·역사·문화를 예술로 선보이는 섬비엔날레의 주제는 ‘움직이는 섬: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다. 그동안 ‘비엔날레’ 하면 대도시의 으리으리한 미술관이나 번듯한 실내 전시장을 떠올렸다. 하지만 보령은 그 답답한 ‘화이트 큐브’를 과감히 부쉈다. 바닷바람이 부는 해변, 섬에 남아 있는 낡은 빈집, 소나무 숲이 모두 전시장이 된다. 24개국에서 70여명(팀)의 예술가들이 이 작은 섬으로 몰려와 80여점의 작품을 쏟아낸다. 지휘봉은 김성연 예술감독이 잡았다. 부산현대미술관 초대 관장과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을 지낸 전시 기획의 베테랑이다. 김 감독은 “지구는 초속 30㎞로 태양을 돌고 자전 속도만 초속 463m에 달한다”며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섬 역시 세상과 단절된 외딴곳이 아닌 세계의 흐름과 맹렬하게 교차하는 능동적인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섬비엔날레의 첫 무대는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섬 원산도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고대도다. 890여 명이 사는 원산도(10.28㎢)는 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 개통으로 이제 육지나 다름없이 차를 타고 달릴 수 있다. 조직위는 지난해 11월 원산도 해수욕장 앞에 ‘섬문화예술플랫폼’을 착공했다. 섬비엔날레 주 전시장인 섬문화예술플랫폼은 300억원을 들여 9886㎡ 부지에 연면적 3989㎡ 규모로 세워질 예정이다. 이곳에는 국내외 거장들의 회화와 작품들이 설치된다. 진짜 묘미는 플랫폼 문을 나설 때 시작된다. 선촌항과 점촌마을 인근에 흉물로 남은 빈집과 낡은 창고 4~5곳이 장소의 숨결을 간직한 훌륭한 갤러리(Moving House)로 둔갑한다. 관람객은 골목길을 누비며 보물찾기하듯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파빌리온과 야외 조각이 불쑥 튀어나온다. 0.92㎢ 크기의 고대도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곳은 1832년 독일인 선교사 칼 귀츨라프가 도착해 우리나라 최초로 기독교를 전파한 역사적인 섬이다. 귀츨라프는 감자 재배 방법을 알려주는 등 고대도 주민들을 위해 힘을 썼고 한글을 배워 최초로 한글을 서양에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고대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를 타며 사운드 아트와 설치 미술을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섬비엔날레 개최 이유는 명확하다. 일본의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나오시마 등 17개 섬에서 예술제를 열어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외지인 25%)을 끌어모았다. 지역 소멸과 고령화에 따른 폐촌을 예술의 힘으로 부활시킨 성공 사례다. 충남도와 보령시 역시 장기전을 준비했다. 2027년 두 섬을 시작으로 2029년 삽시도, 2031년 장고도, 2033년 효자도까지 5개 섬으로 무대를 확장한다. 차례대로 확대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축제 랜드마크로 발전시켜 지역 소멸과 고령화, 폐촌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한글 ‘섬’을 형상화하고 파도와 연결의 의미를 담은 상징성 높은 브랜드 이미지(BI)까지 확정 지었다. 조직위는 송상호 경희대 명예교수가 민간조직위원장, 고효열 전 충남도의회 사무처장이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김성연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가 예술감독에 선임되는 등 체계도 갖췄다. 충남도와 보령시는 섬비엔날레를 통해 예술을 품은 글로벌 해양 허브를 꿈꾼다. 보령시는 바다를 해양레저 및 스포츠파크와 연계했다. 여기에 바다를 조망하며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 ‘워케이션 센터’를 더한다. 보령이 품은 105개의 섬에 예술을 품은 완벽한 관광 인프라가 들어서는 셈이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섬비엔날레 무대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축제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며 “보령을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해양관광 명소로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동일 시장 “보령 105개 섬 전체가 캔버스… 휴대전화 끄고 여유 즐겨요”

    김동일 시장 “보령 105개 섬 전체가 캔버스… 휴대전화 끄고 여유 즐겨요”

    단절된 섬 아닌 열린 공간 재해석생활형 관람객 정착 선순환 추진 대한민국 최초로 섬 전체를 캔버스로 삼은 ‘2027 제1회 섬비엔날레’의 닻이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 올랐다. 해양레저와 스포츠 중심지로 불리던 보령시가 이제 ‘세계적 현대미술 성지’로 새 도약을 꿈꾼다. 12년간 3선 시장으로서 보령 시정을 이끌어온 김동일 시장은 12일 서울신문과 만나 “보령이 가진 천혜의 해양 자원에 문화예술의 가치를 더할 때”라고 강조했다. 섬비엔날레의 비전과 청사진을 김 시장에게 들었다. -국내 최초로 ‘섬’에서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배경은. “보령은 산과 들, 바다가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 곳이다. 유인 15개와 무인 90개 등 105개의 보석 같은 섬을 품고 있다. 이 훌륭한 자원들이야말로 비엔날레의 가장 완벽한 그림이자 흰 도화지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우리 섬에 들어올 때만큼은 휴대전화를 끄고 여유 속에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보령은 이미 해양레저와 스포츠, 경제의 도시다. 이제는 예술로 시민과 관광객의 삶 속에 행복의 가치를 더해주는 ‘문화의 도시’로 나아갈 차례다.” -행사 주제가 담고 있는 의미는. “‘섬’이라고 하면 고립되고 단절된 공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는 섬을 ‘역동적이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정체성’을 가진 열린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부제인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는 기후 위기, 해양 생태 파괴, 지역 소멸 등 우리가 당면한 불확실한 미래를 의미한다. 이 난제들을 회화, 설치, 미디어, 건축 등 다양한 예술적 접근으로 상상하고 세계인과 함께 질문을 던지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원산도와 고대도에서는 어떤 전시를 볼 수 있나. “관람객이 스스로 섬을 이동하고 걷고 느끼며 감상한다. 원산도에는 핵심 주 전시장인 ‘섬문화예술플랫폼’이 들어서지만 진짜 무대는 섬 곳곳의 유휴 공간이다. 해안가, 항구 주변, 심지어 버려진 빈집까지 공간의 특성을 살린 조각과 파빌리온, 사운드 아트가 채워진다. 고대도는 해안도로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예술가 작품이 자연스럽게 겹치는 진풍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칫 섬 주민들의 삶을 방해하거나 겉돌지는 않을지. “가장 중요하게 챙기는 원칙이 바로 ‘주민의 삶과 역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전시 도슨트나 마을 해설사로 나서며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비엔날레가 종료 후에도 섬과 주민의 미래를 이끌어갈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로 남도록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섬비엔날레로 보령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효과는. “일본의 ‘세토우치 트리엔날레’가 아주 좋은 성공 모델이다. 섬비엔날레를 통해 보령의 섬에 지속적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생활형 관람객(생활인구)’이 정착하는 선순환을 계획 중이다. 산업, 일자리, 관광이 연계된 명실상부한 문화도시의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이 모든 성공의 밑거름은 ‘미소, 친절, 청결’ 운동에 있다. 거창한 개발 이전에 따뜻한 미소와 친절함, 깨끗한 환경으로 관람객을 맞이할 때 보령의 105개 섬은 세계와 연결되는 진정한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 확신한다.”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삼성과 손잡은 청년들, 문화 콘텐츠로 ‘잠자는 마을’ 깨웠다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삼성과 손잡은 청년들, 문화 콘텐츠로 ‘잠자는 마을’ 깨웠다

    청년, 도시 재생·문화예술 사업 기획지역 문제 해결 경험·아이디어 공유지자체와 협력 확대… 정책과 연계사업이 끝나도 지역에서 계속 활동6년간 61개 지역·101개 단체 지원삼성생명·삼성물산 임직원도 동참 #사례1 : 경남 창원 가로수길에서는 지난해 저녁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청년들이 직접 기획한 문화축제였다.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해 음악 공연과 영화 상영, 먹거리 장터를 결합한 행사다. 청년 단체 ‘뻔(Fun)한창원’이 중심이 돼 준비한 이 축제에는 문화예술가 132명이 참여했다. 평소 한산했던 거리는 하루 동안 지역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례2 : 전남 순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청년 단체 ‘7AM 모든 순간을 칠하다’는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웹툰·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청년 작가들이 강사로 참여해 청소년 34명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함께했다. 프로그램 마지막에는 작품 전시회가 열렸고, 2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청년이 지역의 문화 교육을 만들어낸 사례다. ●청년 단체에 사업비·컨설팅 제공 지역 청년이 직접 문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역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지원하는 민관 협력 사업이 삼성과 행정안전부, 사회연대은행이 함께 운영하는 ‘청년희망터’다. 청년희망터는 청년 자립과 지역 소멸이라는 두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시작됐다. 만 19~39세 청년이 설립한 지방 기반 청년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공모와 서류 심사, 현장 실사, 면접 등 4단계 평가를 거쳐 매년 20여개 단체를 선발한다. 선정된 단체에는 1년 동안 약 5000만원 규모의 사업비와 함께 교육과 컨설팅 등 조직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지역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청년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도록 돕는 구조가 사업의 핵심이다. 삼성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5개 기수를 운영하며 전국 61개 지역의 101개 청년 단체를 지원했다. 지금까지 2801명의 청년이 참여해 329개의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도시 재생과 문화예술, 관광 활성화, 농촌 정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기반 활동이 이어졌다. 청년 단체 간 협력도 사업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청년희망터는 참여 단체들이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매년 네트워크 워크숍과 성과 공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전국 청년 단체들이 활동 사례를 발표하며 협력 프로젝트 가능성을 논의했다. 올해 진행 중인 5기 사업에는 19개 지역에서 21개 청년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1387명의 청년과 함께 90개의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활성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참여 규모가 늘면서 지역 청년 활동의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우수 단체 선정 규모 확대 특히 올해 사업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확대가 눈에 띄는 변화다. 삼성은 지난 5일 경상북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청년희망터 참여 단체에 대한 정책 연계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청년 단체가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자체 정책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경상북도는 ‘청년자립마을’, ‘청년행복뉴딜’, ‘K로컬 창업스쿨’, ‘청년 예비창업’ 등 기존 청년 정책과 연계한 후속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원 구조도 보완됐다. 사업 성과가 우수한 단체에 대한 활동 지원 연장은 기존 3곳에서 4곳으로 확대됐다. 또 청년희망터 활동을 마친 단체들이 공동으로 공익 사업을 추진하는 협업 프로젝트 지원도 강화됐다. 공동 사업 지원 규모는 기존 3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으로 늘었고, 홍보 간행물 제작 지원과 공익활동 목적의 임차·설비·운영자금 무이자 대출 등 후속 지원도 추가됐다. 기업 임직원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생명 임직원과 가족들은 지난해 경주와 전주, 거창, 거제, 아산, 부여 등 6개 지역을 찾아 청년 단체와 함께 공익 활동을 진행했다. 삼성물산도 사내 공모로 선발된 61명의 임직원 멘토가 도시 재생과 관광 활성화, 문화예술 분야에서 청년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청년희망터 사업 공로로 2022년 행정안전부 장관상, 2024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민간 기업과 정부, 지역 청년이 협력해 지역 문제 해결 모델을 만들어 가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한국적으로… 정공법으로… ‘바냐 아저씨’ 매력 속으로

    한국적으로… 정공법으로… ‘바냐 아저씨’ 매력 속으로

    5월 22~31일 국립극단 ‘반야 아재’ 19세기 러시아, 한국 마을로 옮겨사회 모순과 고립을 투영한 변주‘바냐’ 조성하·‘소냐’ 심은경 연기5월 7~31일 LG아트센터 ‘바냐 삼촌’ 원작 유지하며 인물 밀도에 집중‘타인의 삶’ 손상규가 연출 맡아이서진·고아성 연극 데뷔작 기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이끈 대문호 안톤 체호프는 “인간은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시시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살아간다. 그 와중에 행복이 무너지기도 하고 비극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4대 희곡은 이런 일상의 비극을 파고든다. ‘갈매기’에서 예술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재능을 갖지 못하고, ‘세 자매’에선 모스크바로 돌아갈 미래를 낙관하지만 지방도시에서 꿈을 잃어간다. ‘벚꽃동산’에선 집과 땅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도 파티를 열고 수다를 떨다가 결국 삶의 터전을 잃는다. ‘바냐 아저씨’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바냐와 조카 소냐의 상실을 그린다. 바냐는 매형에게 평생 헌신했지만 그가 무능한 지식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무력감에 빠진다. 소냐는 사랑을 얻지 못한다. 비장한 파국마저 어이없이 실패한다. 비극 속 희극, 견디는 삶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바냐 아저씨’는 체호프 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오는 5월,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다른 색채로 풀어낸 연극 두 편이 관객을 만난다. 국립극단은 한국적 정서로 번안한 ‘반야 아재’를, LG아트센터 서울은 원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살린 ‘바냐 삼촌’을 올린다. 2024년 ‘벚꽃동산’, 지난해 ‘헤다 가블러’를 동시에 올린 데 이어 세 번째 ‘같은 작품 다른 해석’으로 만났다. 국립극단의 ‘반야 아재’(5월 22~31일)는 원작의 배경인 19세기 말 러시아 영지를 현대 한국의 어느 마을로 옮겨왔다. 번안과 연출을 맡은 조광화 연출가는 한국적 변주를 더해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한국 사회의 모순과 고립을 투영한다. 주인공 이름도 바냐는 박이보로, 소냐는 서은희로 바꿨다. 박이보 역은 중후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조성하가 맡아 무력감과 내면의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일본에서 먼저 연극 무대를 경험한 심은경은 서은희로 분해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삶을 지탱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이번 작품이 심은경에게는 첫 한국 연극 무대다. 손숙, 남명렬, 기주봉, 정경순, 임강희, 김승대 등 오랜 무대 경험을 가진 배우들이 흐름을 뒷받침하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LG아트센터 서울의 ‘바냐 삼촌’(5월 7~31일·LG시그니처홀)은 원작의 결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밀도에 집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공동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소속 배우인 손상규가 극작과 연출에 나섰다. 손상규는 지난해 연극 ‘타인의 삶’을 연출하면서 인물 표현과 제한된 무대를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번 ‘바냐 삼촌’에서는 어떻게 원작에 집중하면서 치밀한 무대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 작품이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의 연극 데뷔작이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특유의 까칠함을 보여준 이서진이 허무한 바냐와 만나는 지점에 궁금증이 쏠린다. 고아성은 최근 영화 ‘파반느’에서 고립 속에 살다가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일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고아성은 “이런 좋은 대사를 매일매일 내뱉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늘 카메라 너머로 상상하던 관객들 앞에서 직접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 광대들이 뛰고, 떠들고…박신양표 ‘연극적 전시’

    광대들이 뛰고, 떠들고…박신양표 ‘연극적 전시’

    전시장에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다. 소리를 내거나 크게 움직이면 안 된다. 관람객은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의도대로 걸린 그림 앞에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는 태도로 움직인다. 배우이자 화가인 박신양(58)이 이런 일방적인 전시장의 약속에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의 능동적인 태도를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선보인다.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연극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은 전시에 연극적인 요소가 결합된 특이한 전시다. 부제인 ‘제4의 벽’은 연극 용어로 무대와 관객석을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의미한다. 박신양은 2023년 저서 ‘제4의 벽’에서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제4의 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상상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시로 끌어왔다. 전시장은 그의 가상 작업실로 꾸며졌다. 작업실처럼 보이기 위해 전시장의 흰 벽 대신 콘크리트를 굳힐 때 쓰는 거푸집인 유로폼 1500개를 벽에 둘렀다. 지난 6일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박신양은 “이번 전시는 전시장이 아니라 작가의 작업장에 초대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경험하는 방식”이라며 “‘전시’라는 말보다 ‘쑈’라는 말이 더 가볍고 사람들을 덜 긴장하게 만들 것 같아 ‘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전시에는 사과, 당나귀, 투우사 연작 등 작품 150점과 함께 정령으로 분한 15명의 배우가 함께한다. 정령은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정령이 살아 움직인다는 ‘호두까기 인형’의 설정에서 가져왔다. 광대 분장을 한 정령은 바닥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시늉을 하거나 자신들만의 언어로 소리를 내며 대화를 한다. 이들은 그림 속 모습을 따라 하거나 기차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들이 전시 몰입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굳이 이런 시도를 왜 하는지 물을 수도 있겠지만,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면서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니라 관객이 스스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전시와 함께 그는 에세이집 ‘감정의 발견: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도 선보였다. 책은 왜 감정이 중요한지, 예술가의 감정 표현이 평범한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우리는 왜 예술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돌아봐야 하는지 생각하도록 안내한다. 여기에는 박신양의 예술 철학, 그림과 사진,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가들의 미술평론 등이 수록돼 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 용산문화재단 출범… 지역 역사·문화 유기적 연결

    용산문화재단 출범… 지역 역사·문화 유기적 연결

    서울 용산구의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이끌 용산문화재단이 출범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3일 한남동 문화복합시설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용산문화재단은 사람과 문화가 중심이 되는 용산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라며 “앞으로 구민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 정책으로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용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팝페라 테너 임형주씨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박물관 순위에서 수위권을 차지하는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요즘, 태어나고 자란 용산에서 문화재단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용산이 서울, K문화의 중심지가 되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출범식에는 국민의힘 소속 권영세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용산문화재단은 대규모 도시 개발이 본격화한 용산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확장하기 위한 기반이다. 재단은 지역의 역사·예술·생활문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구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문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우선 용산·동자아트홀 운영과 기획 공연·기획 전시, 청소년 글로벌 오케스트라 운영 등을 추진한다. 지역 예술인과 문화 시설도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다. 재단 사무국이 들어선 문화복합시설은 범용 디자인을 전면 적용해 새로 단장했다.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 누구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무장애 공간이다. 팝업홀, 카페, 창작소, 스튜디오을 갖추고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교류하는 ‘문화 사랑방’ 역할도 맡게 된다.
  • 지금! 기록 말고 기억하라

    지금! 기록 말고 기억하라

    촬영 금지·작품 설명·도록 없어관객은 미리 ‘구성된 상황’ 교감대표작 ‘키스’… 실제 몸짓 연출“비물질적 방법으로 역사 기록”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입구 경사로. 한 관람객이 들어서자 미술관 직원인줄 알았던 세 명이 동시에 영어로 “오!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라는 반복적 구호에 경쾌한 음률을 붙여 외친다. 신난 표정을 지으며 관람객의 앞뒤를 지나며 이어지던 행위는 관람객이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진다. 원형 로비에 들어서자 또 다른 상황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군중 사이에 세 사람이 서로의 손가락 끝과 끝을 붙인 채 마치 손가락이 절대 떨어지면 안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임을 이어간다. 잠시 후 관객 사이에 뒤섞여 있던 한 사람이 나타나 그들의 행위에 동참한다. 이 모든 행위는 미리 구성된 상황이다. ‘물질적 대상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를 평생의 화두로 삼은 현대미술가 티노 세갈(50)이 3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 ‘현대적’인 미술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이다. 세갈은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2005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작가로 참여했으며, 2010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와 2012년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전시로 세계 미술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로지 인간의 신체, 언어,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만으로 이뤄진 그의 작품은 ‘구성된 상황’이라고 불리며, 작품의 실현자를 ‘해석자’라고 부른다. 해석자들은 미술관 곳곳에서 관객과 만나고 참여를 유도한다. 전시는 세갈의 예술 철학에 따라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모두 금지된다. 전시장 벽의 작품 설명은 물론 전시 도록도 없다. 물리적 기록이 배제된 전시에서 오로지 관객의 기억만이 작품에 영속성을 부여하는 수단이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세갈은 “회화와 조각도 오래된 예술이지만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나 무용 등 형태가 없는 예술도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며 “아이에게 야구를 가르칠 때 책을 주기보다 직접 몸으로 알려주듯 몸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울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리움미술관의 소장품이 세갈의 ‘구성된 상황’과 교감하면서 새로운 관계성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가령 리움 소장품인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작품 14점이 놓인 공간에서는 세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키스’를 선보인다. 타원형으로 놓인 청동상 가운데서 ‘살아있는 조각’인 두 남녀 해석자는 서로를 껴안은 채 천천히 미술사 속 다양한 키스 장면들을 연출한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는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초록색 ‘비즈 커튼’이 놓였다. ‘키스’의 비즈 커튼 옆에는 ‘이 입장’이라는 작품이 펼쳐진다. 무용수, 바이올린 연주자, 축구 선수, 사이클 선수 등 4인의 해석자들은 바이올린, 축구공, 자전거를 신체의 연장처럼 다루며 서로의 움직임과 소리에 반응한다. ‘이 입장’이 열리던 공간에서는 6주 간격으로 작품이 바뀐다. 세갈은 “예술가들은 자기 시대 역사화를 그리는 사람들로, 자기 시대에 부합하는 방법을 쓴다”며 “사회가 점차 사물 중심에서 비물질의 관계 중심 사회로 이동하듯 나 역시 비물질적 방법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 K컬처 전에 K사상… ‘나혜석과 염상섭’ 그들을 다시 읽다

    K컬처 전에 K사상… ‘나혜석과 염상섭’ 그들을 다시 읽다

    창비의 ‘한국 사상가 재조명’ 2탄 사상적 공통점 위주로 인물 묶어 나혜석·염상섭 새로운 시선 발견 창간 60주년을 맞은 창비가 ‘한국사상선’ 10권을 내놨다. 지난 2024년에 1차로 선보였던 10권에 이어 2년 만에 내놓는 2차분이다. 선집은 ‘전기편’(1~15권)과 ‘후기편’(16~30권)으로 나눠 전기에는 19세기 이전 사상가를, 후기에는 20세기 사상가들을 배치했다. 이번 2차분 전기 사상가로는 조광조·조식, 이이, 정제두·이충익·심대윤, 유성룡·이항복·김육·채제공, 박지원을, 후기 사상가는 김구·여운형, 한용운·신채호, 조소앙, 홍명희·정인보, 나혜석·염상섭을 다뤘다. 한 사람을 한 권으로 깊이 다루기도 했지만, 함께 봐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인물들을 한데 묶어 사상적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조선 사림의 거두이자 정치적,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 유학자 조광조와 조식을 하나로 묶었으며, 주류 성리학의 대안을 모색하며 마음과 실천의 이론을 탐구한 강화학파 정제두, 이충익, 심대윤을 한 권에 담았다. 정치적 실천이 사상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유성룡, 이항복, 김육, 채제공 4명의 재상을 한 번에 살펴보게 했다. 후기 사상가로는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사상가로 김구와 여운형을 함께 다뤘고, 말과 글, 실천으로 해방의 사유를 담대한 필체로 전개한 한용운과 신채호, 일제 강점기 현실과 세계정세에서 민족문화의 가능성과 한반도의 정체성을 탐색한 작가 홍명희와 정인보를 하나로 엮어 통찰했다. 이번에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25권 ‘나혜석·염상섭’ 편이다. 두 사람은 근대 한국 예술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사상가로의 접근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신선하다. 나혜석은 예술사를 깊이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떠들썩했던 이혼 스캔들, 시대를 앞서가는 거침없는 발언들, 그리고 무연고 사망자로 불우한 삶을 마감한 인물이라는 정도로만 알려졌기 때문이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경석 문학평론가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 화가이자 작가로서 서양화와 근대소설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인 나혜석과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삼대’, ‘해바라기’ 등의 걸출한 작품을 남긴 소설가이자 언론인 염상섭에게서 집요하게 사상가적 면모를 찾는다. 강 평론가는 이들이 3·1운동을 출발점으로 해 ‘개성(個性)의 해방’을 골자로 한 자주적 각성, 더 나아가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역사와 전통, 생명에 근거를 둔 ‘조선’이라는 독자성의 인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두 예술가의 삶이 실제로는 전근대성에서 근대성으로 문명 전환을 이끈 사상가로서의 행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위원회’는 “오는 여름쯤 3차분 10권을 출간해 총 59명의 한국 사상가를 다룬 30권을 완간하고, 가을에는 ‘K사상’ 심포지엄을 열어 한국 사상의 성취와 보편적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부대끼며 미워하고 부딪치며 사랑하고 가족이란 우리의 삶[영화 리뷰]

    부대끼며 미워하고 부딪치며 사랑하고 가족이란 우리의 삶[영화 리뷰]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사랑할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다. 부대낄 공간이 있는 한, ‘각자’인 우리는 언젠간 결국 ‘서로’를 향해 나아간다. 노르웨이 출신 영화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작품 ‘센티멘탈 밸류’는 영화라는 예술을 매개체로 삼아 한 가족의 와해와 화합을 아름답게 그린 수작이다. 제78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무려 9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을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1일 개봉 이후 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요즘 예술가는 하나같이 너무 소시민이야. 종일 보험 비용 따지다가 ‘율리시스’를 어떻게 써? 예술적 자유가 사라졌어. 예술가는 자유가 필요해.” “(그러려면) 아이도 없어야겠죠, 아빠?” 영화는 ‘영화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영화감독이다. 바깥에서는 거장으로 칭송받지만, 안에서는 ‘가정을 버린 비정한 가장’일 뿐이다. 구스타브에게는 연극 배우가 된 노라(레나테 레인스베)와 역사학자인 아그네스(잉가 입스도테르 릴레오스) 두 딸이 있다. 구스타브는 어느 날 노라를 찾아와 영화를 한 편 찍자고 한다. 그러나 오래전 가족을 버린 아버지를 여전히 원망하는 노라는 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다.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할리우드 스타’ 레이첼(엘 패닝)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레이첼은 도저히 작품에 몰입할 수 없다. 영화의 각본은 오로지 ‘노라를 위해’ 쓰인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살았던 ‘집’은 매우 중요한 영화적 장치다. 도입부에서 굉장히 오래 집을 비추고 있기도 하며, 구스타브가 자기 작품 속 배경을 이 집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예술을 향한 견해부터 사사건건 어긋나는 구스타브와 노라. 그러나 두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에게서 점차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어쩌면 ‘나’가 누구인지 진정으로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