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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ut] 선공후사의 정신/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In&Out] 선공후사의 정신/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5년까지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을 했다. 작년에 갑자기 없어졌는데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 직접 지원에서 인프라 같은 간접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작가들에게 직접 지원을 했던 문예창작기금도 대폭 줄였기 때문에 정책 방향은 분명했다. 고료든, 지원금이든 작가에게 직접 가는 돈을 막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갑자기 ‘시장’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창작을 지원하기보다는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최근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사실은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문예지를 지원하지 않으려니 심사로는 뺄 방법이 없어서 사업 자체를 없애려고 했다는 것이다. 작가 지원 사업을 축소한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 조사나 청문회에 불려 나온 공직자들이 모두 자기들은 몰랐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윗사람이 시킨 일에 이유를 만들어 주고 예술가들과 출판사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무고한가? 나는 그 사람들도 윗사람의 잘못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못이 크다고 믿는다. 많은 공직자들은 소위 ‘윗사람’이 시킨 것보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엉뚱한 논리를 개발하고 탄압의 강도를 높였다. 그 사이에서 생겨난 빈 공간 속에서 ‘윗사람’이 떨어뜨린 콩고물은 알뜰하게 챙겼으리라. 이미 높은 사람들만으로도 구치소가 차고 넘친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을 그대로 남겨 둔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가 바뀌어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사실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계 관리를 보자면 단순히 이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회성 수준의 일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 만든 기구의 원장 자리에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그들이 벌인 치열한 공작은 순진한 출판계 인사들로서는 짐작하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이런 정책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여기저기 입막음용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예산배정’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 출판산업에도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다. 이 와중에 정책적 대응과 조정이 시급한 영역이 많았지만 정권의 손발이 되어 블랙리스트와 각종 ‘공작’으로 ‘내몰렸던’ 정부는 출판산업의 발전을 위해 업계와 손을 맞잡는 데 실패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송인서적 부도 사태와 같은 ‘예고된 재앙’에도 대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감옥에 가는 것만 같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모두 감옥에 가는 나라가 어디 제대로 된 나라인가? 선공후사의 정신이 아니라 삐뚤어진 충성심으로 무장해야만 높은 자리로 갈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의 종착역은 감옥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치적인 뜻이 훌륭한 집단이 정권을 잡아도 그중에는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끼어 있기 마련이고 블랙리스트가 다시 화이트리스트가 되는 것을 거부할 실무자들이 없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최근 탄핵과 정치적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다시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남은 예산을 지원할 테니 지원서를 내라는 은밀한 연락이 돌았다. 물론 많은 출판사들이 거부했다. 작은 이익을 빌미로 큰 잘못을 바로잡지 않은 채 출판사나 저자들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멈추어야 할 것이다. 따라 주는 무리가 없었다면 나라가 엉뚱한 무리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세상이 날 부정한다 해도 당차게 말하는 용기 내요

    세상이 날 부정한다 해도 당차게 말하는 용기 내요

    4년 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제작 호평 열악한 환경 속 신념의 여인 얘기 담아 한정석 “가치있는 말 전달 고민 녹였죠” 이선영 “의미 있는 얘기 재미있게 풀어” “살아온 날들과 사랑한 이들이 너무나 소중한 사람 지금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중요한 사람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내가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를 지키는 사람.”(‘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좋게 좋게 넘기려다 누구누구 눈치보다 아예 포기했던 말들 그 누구도 묻지 않아 나조차도 생각 못한 오직 나를 위한 말들 거기 그 자리에서 지금 그 모습으로 당신의 얘기를 들려줘요.”(‘당신의 얘기를 들려줘요’) 2013년 창작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이하 여신님)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은 한정석(34) 작가·이선영(34) 작곡가 콤비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레드북’(22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의 대표적 넘버에는 두 사람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신님’ 이후 ‘카인과 아벨’을 작업하던 중 우란문화재단의 제안으로 “셋째인 ‘레드북’을 먼저 출산했다”는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끝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여인의 이야기를 젊은 창작자답게 가볍고 유쾌하게 풀었다. “전작 ‘여신님’에서 주로 ‘보다’라는 의미에 주목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말하다’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췄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준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고 전하고 싶었거든요.”(이선영) “여자가 남자의 부속물로 취급받던 극도로 보수적인 시대에서 아무리 세상이 나를 부정한다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외치는 솔직하고 당찬 안나를 통해 말할 줄 아는 용기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말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제 바람과 여성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선영씨의 고민도 녹아 있죠.”(한정석) 한 작가의 말처럼 극 중 안나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편견에 맞서 “나는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러던 그녀는 여성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이 펴낸 잡지 ‘레드북’에 파격적인 소설을 실어 거센 비난을 받는다. 블랙리스트, 검열 등이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요즘, 그래서 금지된 책을 상징하는 ‘레드북’이라는 제목은 꽤 도발적으로 들린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공연 시점이 맞물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극 중 한 평론가로부터 미움을 산 이후 안나가 본의 아니게 핍박을 받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그녀를 통해 신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해요. 사실 ‘레드북’은 도색 소설, 무서운 책 등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기에 관객들이 의미를 한정 짓지 않고 나름의 해석을 찾았으면 좋겠어요.”(한정석) 시대가 공감하는 인물을 통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는 젊은 창작자들의 그다음 목표는 뭘까. “무엇보다 현재로선 ‘레드북 재공연 확정’이지요.(웃음) 사실 큰 목표지만 재공연을 하게 된다면 처음에 저희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충분하게 전달하고 싶어요.”(한정석) “의미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자는 게 저희 원래 목표였어요. 앞으로도 관객분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몸에도 좋은 유기농 음식이었네’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이선영)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존레논 부인’ 오노요코, 50살 연하 남자친구와 당당한 발걸음

    ‘존레논 부인’ 오노요코, 50살 연하 남자친구와 당당한 발걸음

    오노 요코의 50살 연하 남자친구가 화제다. 최근 SPLASH NEWS등 외신에 따르면 故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83)가 50살 연하 남자친구와 당당한 데이트를 즐겼다. 오노 요코와 그의 남자친구는 50살 차이에도 팔짱을 끼고 거리를 활보하는 등 당당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난 오노 요코는 일본의 전위 예술가 겸 음악가. 그는 행위예술과 개념미술을 통해 현대예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존 레논의 일본인 아내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룹 비틀즈의 창립 멤버인 존 레논과 오노 요코는 1968년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하고 1969년 결혼했다.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둔 존 레논은 1980년 12월 8일 극성팬의 총격으로 마흔 살에 생을 마감했다. 한편 오노 요코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 존 레논이 생전 남자에게도 매력을 느꼈다”고 털어놔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오노요코는 “남편과 성정체성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를 하면서 누구나 양성애적 기질이 있다는 말을 했다”며 “하지만 사회적인 위치가 있었기에 양성애자 사실이 알려질 것을 불안해했다”고 덧붙였다. 사진 = TOPIC / SPLASH NEWS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대구 중구 ‘100년 골목史’ 국가대표 명소 만든 행정 예술가

    [자치단체장 25시] 대구 중구 ‘100년 골목史’ 국가대표 명소 만든 행정 예술가

    지난해 11월 30일 대구 중구에 있는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4지구 지하 1층과 지상 4층의 679개 점포를 모두 태우고 59시간 만에 간신히 진화됐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이날부터 한 달가량 화재 사태 수습에 매달렸다. 오전 8시 30분이면 서문시장 주차빌딩 내에 마련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출근해 대부분의 하루를 이곳에서 보냈다. 대구중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으로부터 현장지휘권을 인수받아 오전 9시와 오후 5시 매일 두 차례에 걸쳐 안전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사고 수습 방안을 논의하고 지원 예산 등을 건의했다. 특히 피해 상인들이 2년 동안 취득한 재산에 대한 취득세와 화재로 파손된 자동차에 대한 자동차세를 면제해 줬다. 또 재해사실확인증과 신용보증서 발급, 대출, 법률과 보험 상담 등이 가능하도록 계성빌딩 2층에서 서문시장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했다. 이 같은 윤 구청장의 노력으로 불에 탄 4지구 건물을 오는 4월 말까지 철거하는 것은 물론 대체상가를 인근 베네시움 쇼핑몰로 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임무를 완수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해 12월 30일 해체되면서 윤 구청장은 지난 2일부터 중구청으로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신문 읽게 하고 뜻 묻던 아버지 ‘인생의 거울’ 지난 4일 만난 윤 구청장은 “지난해 나라는 물론 지역에서도 큰일들이 있었다. 올해는 이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윤 구청장은 1952년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 등 삼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경북 상주에서 운수업을 했던 아버지는 대가족을 거느린 가장으로 보수적이고 엄했다. “당신의 신념이나 소신과 다를 때는 누구나 솔직하게 비판하는 원칙주의자였습니다. 막내인 저에게 자주 신문 사설을 읽게 하고 뜻을 묻거나 신문에 난 이런저런 세상일을 이야기해 주신 자상한 분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내 인생의 거울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또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살아온 어머니의 삶에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배려라는 것을, 가지는 즐거움보다 베푸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윤 구청장은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옳다고 생각하면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고집스러움이 있는 것 같다. 또 사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철학을 담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삶의 철학은 10년 전 구청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고스란히 구정에 반영됐다. 취임 첫해에 ‘도심을 떠나간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중구, 주민이 살고 싶은 중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때 목표의 핵심이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사람이 곧 도시’라는 생각 아래 중구가 살길이 무엇인지를 찾았다는 것이다. 윤 구청장은 “모든 행위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정점에 사람이 있다. 행정과 단체장 또한 원론으로 들어가면 ‘지역 주민’, 즉 ‘사람’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람 중심’의 행정 이외에 청렴, 정직, 소통, 열정 등 네 단어도 윤 구청장이 공직에 몸담기 전부터 마음에 새겨 놓은 단어다. 그는 언제나 ‘주민의 생각이 정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현장을 누비며 주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소통했다. 또 주민의 편에서 정책을 펼친 결과 7년 연속 공약 이행률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여기에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새기며 항상 즐기면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 앉아 있기보다는 부지런히 움직이기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새로운 감각과 아이디어를 찾기를 주문하고 있다. 추진하는 사업이 막힐 때마다 지속적으로 주민들을 만나 합리적으로 설명하며 소통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10년 동안 주민과 함께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중구가 대구의 미래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주민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주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중구’를 더 좋은 중구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윤 구청장은 “학창 시절 스승이자 멘토인 독일인 임인덕 신부를 만났고 그분의 응원으로 삼십대 초반에 대구 동성로에서 ‘분도서원’을 운영했다. 이때부터 무대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연 불모지인 대구에 제대로 된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분도문화예술기획’을 만들어 공연을 기획했다. 특히 대구에서 창작극으로 순수공연 분야를 개척했는데, 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경기가 한창일 때 현재 이상화 고택이 철거될 상황에 부닥쳤고 그 과정에서 이상화고택살리기운동 공동대표를 맡으며 중구와 만나게 됐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까지 문화예술 현장에서 살았고 그런 삶이 특별히 바뀔 거로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2006년 민선 4기 중구청장이 됐고 이어 내리 3선을 했다. “저는 태생적으로 뭐든 잘 즐기는 사람입니다.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내 삶을 맘껏 즐겨 왔고 지금은 구청장으로서 또 다른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생 ‘예술기획자’라는 자체가 바로 저에게는 예술이고, 지금은 ‘구청장’이 또 예술입니다. 훗날 가장 예술적인 행정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윤 구청장의 대표적인 업적은 골목을 재발견해 대구근대골목투어를 만든 것이다. 중구에는 3·1운동길, 뽕나무골목, 성밖골목, 이상화·이상돈 고택 등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콘텐츠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여기에 스토리를 입히고 근대 이미지를 재현했다. 생태 잔디블록, 자연토 생태 흙 포장, 뽕나무 식재 등 친환경 디자인 작업도 병행했다. 막힌 골목을 연결하고 3·1만세운동 쌈지공원도 만들었다. 1년여에 걸친 이 같은 작업을 통해 2008년부터 근대골목투어라는 상품을 내놨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업 첫해에 287명이던 관광객 수가 지난해 30만 3263명까지 증가했다.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고 같은 해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99곳’에 지정됐다. 2014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10곳 걷기 좋은 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전국적인 관광지로서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머물고 싶은 중구’ 지난해 주민 수 8만명 회복 윤 구청장은 “구청장이 되자 대부분의 사람이 지역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재개발과 재건축 등 일반적인 도심 정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구는 재개발, 재건축 대상지가 아니라 100년 역사가 살아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민 수도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8만명 선을 회복해 주민이 다시 돌아오는 중구, 머물고 싶은 중구로 변화하고 있다. 윤 구청장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대구야행 근대로의 밤’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역사, 문화, 관광이 어우러지는 중구를 만들겠다. 여기에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인근 공영주차장 조성을 조기에 완료해 200만 중구 관광시대를 앞당기고 대구 관광 1000만명 시대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라면으로 뜨개질하는 예술가, 왜?

    라면으로 뜨개질하는 예술가, 왜?

    인스턴트 라면을 한땀 한땀 뜨개질 하는 여성 예술가가 화제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현재는 싱가포르에 사는 신시아 수이토(23)가 그 주인공이다. B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이토는 행위예술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뜨개질에 이용했다. 일명 ‘라면으로 직물 짜기’(Knitting Noodles)로 불리는 그녀의 예술은 라면을 우선 뜨거운 물에 끓였다가 차가운 물에 불려 ‘라면 실’을 만들고서 이 ‘라면 실’을 뜨개질 해 태피스트리(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공예)를 만드는 방식이다. 수이토는 이런 태피스트리를 모아 지난달에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수이토가 이런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 그는 “인스턴트 라면은 ‘빠름’, 뜨개질은 ‘느림’을 상징한다”며 “사람들이 각박한 세상에서 보다 여유를 갖고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영상=cynthia suwito/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서동철 칼럼] ‘구경꾼 문화’ 지원 정책과 작별하라

    [서동철 칼럼] ‘구경꾼 문화’ 지원 정책과 작별하라

    일산신도시에 이웃해 사는 선배 두 사람으로부터 얼마 전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머니들이 취미로 플루트며 클라리넷을 분다는 것이었다. 벌써 3~4년 경력이 붙어 이제는 오디션을 거쳐 동네 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할 정도의 실력이 됐다고 했다. 60세 안팎이다. 느지막한 나이에 오케스트라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은 감동이었다. 처음 들어간 오케스트라의 연습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단체로 옮기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일산신도시를 포함해 인구 100만명 남짓한 고양시다. 아마추어 교향악단이 하나도 아니고 복수로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악기를 꾸준히 연습해 연주 활동을 즐기는 분위기가 이렇듯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전국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소개하는 웹서비스에는 115개 단체가 가입했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물론 수원, 부천, 용인, 성남, 고양 같은 수도권에 원주, 천안, 전주, 군산의 단체도 보인다. 세종시에서도 벌써 활동하고 있다. 웹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단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오는 14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정기 연주회를 갖는 아마추어 단체를 보자. 서울 강남·서초 지역의 직장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표방하는 이 단체의 연주 곡목은 주페의 ‘시인과 농부’ 서곡과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다. 어떤 프로 악단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 문화가 어느새 이렇게 발전했는지…. 오케스트라뿐만이 아니다. 일산신도시에는 자치단체가 세운 대형 공연장 말고도 소극장이나 아트센터라 이름 붙인 소규모 공연장이 아는 것만 4~5곳 있다. 100석이 넘은 수준급 공연장도 있지만, 지난해 찾았던 곳은 길가 건물 한편에 작은 무대를 만든 소박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지역의 클래식 기타 앙상블과 포크 기타 동아리, 플루트 앙상블, 색소폰 앙상블, 노래 클럽, 요들 클럽 등이 줄지어 있어 대관이 어렵다. 최근에는 음향장비와 30~40석 공간을 갖추어 공연 무대로 영업하는 동네 카페도 생겨났다. 공연계가 불황이라는 것은 ‘구경꾼’을 불러모아야 하는 ‘예술 공급자’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우리 문화예술의 앞날이 밝은 것은 아마추어 문화예술인들의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문화 선진국이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문화와 예술 활동에 참여해 즐기는 나라다. 수준 높은 공연물을 언제라도 풍성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하지만 우리 문화예술 지원 정책은 스스로 즐기는 문화에 대한 지원은 외면하다시피 했던 반면 볼거리를 파는 공급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었다. 수천만~수억원을 교향악단이나 오페라단 등에 지원해 운영자의 배만 불리는 지원 정책은 근본부터 손을 봐야 한다. 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수요자 위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단체는 일정 액수의 회비로 연습장을 빌리고 지도자를 초빙한다. 하지만 한 차례 오페라 공연에 쏟아부을 예산이라면 수십개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활성화할 수 있다. 젊은 연주자를 트레이너로 지원하고, 지휘자도 파견하라. 일정 규모의 합창단을 조직한 마을과 직장에 지휘자와 반주자를 지원해 보라. 합창 운동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국악, 발레, 서예, 그림, 문학 등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당연히 투입된 예산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젊은 예술가의 고용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아마추어의 수준이 올라가고 동네 공연이 활성화하면 주민이 누리는 ‘삶의 질’도 높아진다. 최순실 사태에서 보듯 ‘해충’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주변에 꼬여 드는 것은 공급자에게 지원하는 뭉칫돈이 달콤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일당이 문체부에서 한 짓도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거액을 빼돌리는 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늦었지만 작은 지원이라도 목말라하는 현장에 골고루 혜택을 주는 ‘문화 소비자를 위한 문화정책’으로 전환하기 바란다. 효과적인 ‘벌레’ 퇴치 수단이 될 것이다.
  • [씨줄날줄] 메릴 스트립의 개념 발언/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메릴 스트립의 개념 발언/최광숙 논설위원

    오드리 헵번이 나온 ‘로마의 휴일’은 195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종 각본상을 받았다. 트로피는 각본을 쓴 이완 맥렐런 헌터가 받았다. 하지만 진짜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헌터의 친구인 달턴 트럼보였다. 1940년대 미국을 강타한 반공산주의 매카시즘의 광풍은 할리우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산주의자로 찍혀 ‘블랙리스트’에 오른 트럼보는 스타 작가에서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본명으로 글을 쓸 수 없었기에 그는 11개의 가명으로 글을 썼다. 어둠의 시절에도 재능은 빛을 발해 그는 가명으로 쓴 ‘로마의 휴일’, ‘브레이브 원’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두 차례나 받았다. 그의 수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던 할리우드의 매카시즘에 균열이 생겼다.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트럼보’는 정치적 신념을 근거로 예술가를 억압하던 매카시즘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던 예술가들이 그려진다. 전통적으로 할리우드에는 민주당 후원자들이 많다. 톰 행크스, 조지 클루니, 스칼릿 조핸슨, 휴 잭맨 등 빅스타들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후원금을 냈다. 로버트 드니로는 지난해 10월 “트럼프를 개, 돼지, 사기꾼, 협잡꾼”이라며 “국가적으로 창피한 인물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일기도 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은 지난해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에서 힐러리의 찬조 연설에 나설 정도로 골수 민주당 지지자다. 그가 최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뒤 “무례는 무례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다른 사람을 향한 공격에 이용하면 우리는 모든 걸 잃게 된다”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장애인 기자를 조롱한 것을 비판했다. 또 “할리우드는 이방인과 외국인으로 가득하다”며 “그들을 추방하면 그건 예술이 될 수 없다”며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도 비난했다. 동료 배우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여배우들 가운데 한 명인 메릴 스트립은 나를 모른다”며 “그녀는 힐러리 아첨꾼”이라고 맞섰다. 취임을 막 앞둔 위세 등등한 트럼프를 대놓고 비판하는 할리우드 배우의 개념 발언이 부럽다. 대통령 당선자라는 사람이 한술 더 떠 배우를 향해 직접 날 선 공격을 하는 일 역시 품격이 떨어지긴 하나 어떤 측면에서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측면에서는 그리 비난만 할 일은 아니지 싶다. 배우 송강호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변호사 시절을 그린 ‘변호인’ 출연 후 몇 년간 작품 섭외 제안이 뚝 끊겼었다고 한다. 혹여나 스트립이 송강호의 길을 밟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면? 이것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의 트라우마인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사임당’ 송승헌 스틸 공개, 시선 압도하는 아우라 ‘조선판 개츠비’

    ‘사임당’ 송승헌 스틸 공개, 시선 압도하는 아우라 ‘조선판 개츠비’

    ‘사임당, 빛의 일기’ 속 송승헌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푸른 바다의 전설’ 후속으로 오는 26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SBS 수목 스페셜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연출 윤상호, 극본 박은령) 측은 11일 송승헌의 첫 스틸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임당’은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이태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분)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사극이다. 일기 속에 숨겨진 천재화가 사임당의 불꽃같은 삶과 ‘조선판 개츠비’ 이겸(송승헌 분)과의 불멸의 인연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 예상을 깨고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사극으로 제작돼 궁금증과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송승헌의 출연 확정만으로도 호기심과 기대를 자극했던 ‘사임당’은 그 동안 공개한 캐릭터 포스터, 티저 영상만으로도 송승헌의 압도적인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를 이끌어낸 바 있다. 여기에 이겸 캐릭터의 다채로운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스틸컷이 공개되면서 송승헌이 펼쳐낼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 올리고 있다. 송승헌이 연기하는 이겸은 어린 시절 사임당과의 운명적 만남을 시작으로 평생 그녀만을 마음에 품고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바치는 ‘조선판 개츠비’. 사임당과 사랑을 넘어 예술로 공명하는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술혼으로 가득 찬 자유영혼의 소유자지만,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신념으로 절대 군주에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 불꽃같은 삶을 산 인물이다. 그림, 글씨, 거문고, 춤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것이 없는 조선의 르네상스맨이자 자유로운 천재 예술가로, 카리스마부터 광기, 절절한 순애보, 당찬 기개까지 다채롭고 신비로운 매력을 선보이게 된다. 공개된 사진 속 송승헌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광기어린 눈빛으로 한 여인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에 이끌려 들어갈 듯한 강력한 흡입력으로 보는 이들까지 숨죽이게 만드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불꽃이 이글거리는 듯한 생생한 눈빛은 그림을 향한 무서운 몰입도와 예술을 향한 집념, 자유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고, 또 다른 사진에서 드러난 한층 더 깊어진 눈매는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어딘지 모르게 아련함이 아로새겨진 분위기는 송승헌이 그려낼 애틋한 순애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송승헌이 창조하는 이겸. 평생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같은 꿈을 간직한 사임당과 펼쳐낼 불멸의 인연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임당’ 제작관계자는 “송승헌이 표현해낼 이겸이란 인물은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채로운 매력의 소유자. 사임당을 향한 지고지순한 순애보와 광기어린 자유영혼 이겸을 선굵게 그려낼 송승헌의 하드캐리 기대해도 좋다”라고 전했다. 한편 ‘사임당’은 ‘푸른 바다의 전설’ 후속으로 SBS 수목드라마 황금 라인업을 이어간다. 오는 26일 목요일 밤 10시 SBS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그룹에이트,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뉴욕이 주목한 거침없는 그녀 “예술가는 마음 치유하는 샤먼”

    뉴욕이 주목한 거침없는 그녀 “예술가는 마음 치유하는 샤먼”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독특한 문화가 있는 뉴욕은 예술가들에게 꿈의 도시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뉴욕에서의 성공은 곧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는 것과 같은 얘기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온 수많은 예술가 혹은 예술가 지망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예술의 정글에서 돋보이는 활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인 시각예술가 현경(Hyon Gyon·38)을 만났다. 한국 이름 박현경인 그는 우리 미술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79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목원대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한 적이 없으니 당연한 얘기다. 의상디자이너가 되려고 일본 유학을 떠났다가 순수미술로 돌아와 교토시립예술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생활 10년에 이어 뉴욕에 온 지 4년째. 한국보다는 미국과 해외에서 더 많이 이름이 알려진 그의 작업실은 차이나타운의 끄트머리 골목에 있다. 그의 작업 여정을 보여주는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신갤러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낡은 2층 블록하우스에는 ‘HYON GYON’이라고 쓴 간판이 걸려 있다. 15평 정도 되는 공간에 들어서니 200호 이상 크기의 캔버스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강렬한 색깔의 물감으로 그린 추상화 작업부터 헝겊을 전기인두로 녹여 가며 겹겹이 붙여 화려한 이미지를 만들고 깨진 거울과 머리카락 등 갖가지 오브제를 붙인 것, 커다란 텐트 천을 손으로 꿰매 그 위에 그림을 그린 것, 금박으로 붙이고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든 것 등 다양하다. 난방이 잘 안 되는 공간이지만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일본에서 대학원 다닐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49재 때 집에서 할머니 진혼굿을 했는데 몇 시간 동안 혼신을 다해 굿을 하는 무당 할머니를 보고 전율을 느꼈어요. 그 순간의 충격적인 경험이 제가 해야 할 예술의 방향을 이끌어 주었습니다.” 한국의 샤머니즘 정서를 바탕으로 한 페인팅, 조각, 사진,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등 독특하고도 강렬한 작품들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교토미술관, 도쿄현대미술관, 교토아트센터에 이어 뉴욕 정착 후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아트뮤지엄, 브루클린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가졌고 파이어니어 아트워크스 레지던시 등에도 참여했다. 공단 천을 녹여 만든 작품은 뉴욕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 경매에서 예정가의 2~5배에 낙찰되기도 했다. “예술가도 일종의 샤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샤먼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처럼 예술가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하는 예술이 마음을 치유한다고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유용할 거라고 생각해요. 종교처럼 예술도 믿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니까요.” 그는 “뉴욕에선 위대한 작품들을 보면서 스스로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꿈이 커지고 자극이 많이 된다”면서 “일본에서는 디테일에 집중하고 정교한 작업을 했지만 뉴욕에 온 뒤엔 좀더 많은 재료를 사용하고, 스케일이 커지고 표현이 더욱 과감해졌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샌프란시스코미술관, 브루클린미술관, 더하이뮤지엄, 도쿄 시립미술관, 교토 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예술재단의 소장 작품은 지난달 11일부터 카네기 아트뮤지엄(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에서 유망작가를 소개하는 그룹전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전에서 전시되고 있다. “잘 팔리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때부터 모든 에너지를 쏟아서 작업합니다. 재료와 표현방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작업을 하는 스타일이에요. 작품의 테마를 정해 놓고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작업합니다.” 올 한 해의 스케줄도 화려하다. 오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소더비와 폴케스먼 갤러리에서 기획한 특별기획전에 참여한다. ‘나투랄리아’(Naturalia)라는 타이틀로 현대미술 작가와 고전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구성한 전시로 현경 작가는 데미언 허스트, 프레드 토마셀리와 함께 현대미술작가군에 속했다. 3월에는 홍콩아트바젤 기간 중 벤브라운 갤러리의 작품으로 참여하고 이어 일본 도쿄와 교토에서 열리는 아시아작가 초대전에도 참여한다. “전시회 오픈 때문에 며칠 동안 작업을 안 했더니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는 그는 “오늘 중 꼭 사야 할 재료가 있다”면서 빗속으로 사라졌다. 글 사진 뉴욕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현장 행정] “중구 ‘1동 1명소·골목문화 사업’ 완성본 만들것”

    [현장 행정] “중구 ‘1동 1명소·골목문화 사업’ 완성본 만들것”

    충무로·서소문 등 명소 조성 전통시장 특화로 관광 활성화 지역 맞춤 일자리사업도 확대 “2017년은 1동 1명소 사업과 골목문화 사업을 매듭짓는 한 해가 되겠습니다.” 서울 중구가 올해 역점 사업 완성을 위해 잰걸음에 나섰다. 민선 6기 마지막 해인 내년을 앞두고 사실상 올해가 주요 사업을 마무리할 8부 능선인 만큼 고삐를 다잡으려는 취지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10일 올해 구정목표에 대해 “단순 쇼핑 위주 관광산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초선 임기인 민선 5기 때부터 고민해 왔다”며 “동네마다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는 1동 1명소 사업의 완성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6일 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최 구청장은 지역 주민·상공인들과 함께 새해 덕담을 나누는 ‘소망 릴레이’를 펼치며 사업 성공을 기원했다. 재래시장 상인 한상희(56)씨는 “골목문화 사업은 관 주도가 아니라 골목 안에서 살고 일하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동네 문제 해결책을 찾는 민관 협치의 새로운 모습”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한씨는 “을지로 상가의 도심 재생, 명동·남대문·중앙시장의 노점실명제 정착에도 상인들의 관심이 지대하다”고 말했다. 이에 최 구청장은 “남대문시장은 야시장 특화거리, 동대문시장은 패션위크 개최·공동 브랜드 개발, 중앙시장은 대표 음식 개발, 신중부시장은 건어물 맥주 페스티벌 등 시장별 특성을 살려 글로벌 관광시장으로 키우겠다”고 귀띔했다. 1동 1명소 사업 대상 중 한 곳인 서소문역사공원은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에 돌입했다. 우리나라 최대 천주교 순교성지라는 스토리와 엮어 종교·문화관광 명소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인근 동국대와 맞물린 필동서애문화거리는 올해 전선 지하화 등 보행 환경 개선을 마무리하고 내년에 서애광장을 조성, 갤러리·박물관·카페가 어우러진 젊음의 거리로 변신한다. 한양도성 성곽길도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전시공간을 계속 지원한다. 최 구청장은 “올해로 축조 621년을 맞는 한양도성이 올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며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맞아 ‘정동야행’을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야간 관광 프로그램으로 안착시키겠다”고도 했다. 영화·뮤지컬 1번지인 충무로의 특색을 십분 살려 충무로뮤지컬영화제를 키우는 등 한류문화 콘텐츠 개발도 후방 지원할 방침이다. 최 구청장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수단’이라는 확신이 공고하다. 그런 만큼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호텔리어, 패션·미용·봉제 등 지역 맞춤형 일자리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당5동 소규모 노인복지관, 중림동 데이케어센터 등 동네별 수요를 맞춰 체감형 복지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최 구청장의 정유년 한 해는 허투루 쉴 날이 없어 보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한 가지 질문 17번 던져 조윤선 답변 이끌어낸 이용주 의원

    한 가지 질문 17번 던져 조윤선 답변 이끌어낸 이용주 의원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질문을 17번 반복, 결국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으로부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는 답변을 받아냈다. 9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조윤선 장관에게 이용주 의원은 한 가지 질문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지금도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생각합니까?” 조윤선 장관은 처음엔 “(문체부) 직원들이 특검에 가서 조사를 받은 다음에…(존재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전모가 곧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등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용주 의원은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 맞죠? 조윤선 이름의 명예를 걸고 대답하세요”라며 끈질기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10번째 질문에도 조윤선 장관이 “특검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답변을 회피하자 이용주 의원은 “하나만 물어볼 것”이라며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이 맞아요, 안 맞아요?”라고 다시 물었다. 조윤선 장관은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서 예술가들이 지원에서 배제됐던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주 의원은 “사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문서로 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이 맞나 안 맞나?”라고 확실한 답변을 요구했다. 조윤선 장관이 한발 더 물러서 “조사 과정에서 그런 리스트가 있었다는 진술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변했지만 이용주 의원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다시 추궁했다. 조윤선 장관은 지친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고, 다른 의원들은 ‘어서 답하라’며 이용주 의원을 거들었다. 17번째 같은 질문을 던지자 결국 조윤선 장관은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다”라며 사실상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블랙리스트 있냐” 이용주 의원 맹공에 조윤선 ‘난감’

    “블랙리스트 있냐” 이용주 의원 맹공에 조윤선 ‘난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9일 열리는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조 장관에게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하는 게 맞느냐”고 질문했다. 조 장관은 난감한 듯 침묵하다 “지금 특검에서 조사하고 있는 내용이…” 등 답변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조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존재하는 게 맞느냐”고 재차 물으며 예, 아니오의 확실한 진술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지금 어려운 말 물어보는 게 아니다”라며 “하나만 물어본다. 블랙리스트 존재하는 게 맞냐 안맞냐”고 했다. 공방이 계속되다 조 장관은 “정치적인 성향이나 이념에 따라 이 예술가들이 지원에서 배제됐던 그런 사례가 있는 것으로 지금 드러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사례가 아니라 다시 말한다. 문서로 된 블랙리스트 존재하느냐”고 캐물었다. 조 장관은 “조사 과정에서 그런 문서가 있었다는 진술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이어갔다. 조 장관은 이 의원의 계속되는 ‘같은 질문’에 한숨을 내쉬고 침을 삼키는 등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끝내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블랙리스트가) 작동했는지는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완료가 안 된 것으로 안다”며 “예술인 제외 명단이 있던 것으로 여러 가지 사실에 의해 밝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는 조 장관의 말에 “그 정도로 만족하겠다”면서 질의를 마쳤다. 조 장관은 이후 계속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작성 경위와 누가 했는지 저는 모른다. 그 사실은 특검만이 알 것”이라며 “정무수석실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인수·인계받은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특검에서 조사하고 언론을 통해 다 보도된 상황에서 결론적으로 리스트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하라는 질문에 답을 준 것”이라고 앞선 답변에 선을 그으며 블랙리스트를 본 적이 없고 작성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인기작 귀환·신작의 도전…뮤지컬, 지루할 틈 없네

    인기작 귀환·신작의 도전…뮤지컬, 지루할 틈 없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청탁금지법 시행,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 등 한파로 얼어붙은 공연계가 새해를 맞아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블록버스터급 규모의 대형 작품은 줄었지만 대신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작품들이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첫선을 보이는 신작도 기대를 모은다. 신진 예술가들의 신선한 시도가 엿보이는 창작 뮤지컬도 풍성하다. 꽁꽁 닫힌 당신의 지갑과 마음을 절로 열게 할 뮤지컬들을 모아 봤다. 믿고 보는 인기 작품이 대거 귀환한다. 놓쳐서 아쉬워하고 있던 팬이라면 주목할 만하다.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빌리 엘리어트’가 7년 만에 국내 팬들을 다시 만난다. 전 연령층의 고른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미국 토니상, 영국 올리비에상, 한국 뮤지컬대상 등 전 세계적으로 80여개의 상을 휩쓸었다.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11세 소년 빌리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 말이 필요 없는 스테디셀러 ‘캣츠’도 3년 만에 돌아온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2007년 공연 당시 매회 100% 가까운 예매율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국립극장 무대에 10년 만에 다시 오른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자존심 ‘시카고’ 오리지널팀도 2년 만에 앙코르 무대를 갖는다. 쏟아지는 ‘흥행 보증수표’ 사이에서 처음 소개되는 작품도 적지 않다. 오는 4월 공연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가장 눈길을 끈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빠져 있던 사진작가와 평범한 주부의 나흘간의 사랑을 그린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포스트 스티븐 손드하임’으로 꼽힐 만큼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토니상 수상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맡은 작품으로, 젊은 관객층 위주인 우리나라에서 중년층을 타깃으로 새로운 관객몰이를 할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셰익스피어의 불멸의 걸작 ‘햄릿’도 초연된다. 인간의 본질적인 고뇌를 묵직한 선율을 통해 전할 예정이다. 2012년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국내 팬들의 호평을 받은 에이드리언 오즈먼드가 연출을 맡았다. ‘나폴레옹’도 오는 7월 국내 관객과 처음 마주한다. 1994년 캐나다, 영국 등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위대한 황제 나폴레옹과 그를 조종하는 탈레랑의 질투와 배신을 담았다. 뮤지컬 배우 류정한의 프로듀서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시라노’도 기대작이다.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의 작품으로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왕 아더왕의 전설을 소재로 한 ‘엑스칼리버’와 196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R&B 여성그룹 ‘슈프림스’의 이야기를 그린 ‘드림걸즈’도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뮤지컬계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창작극도 눈에 띈다. 조선시대 서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7명의 젊은이의 활극 ‘칠서’(가제)가 11월 무대에 오른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장성희 작가, 민찬홍 작곡가 콤비가 의기투합한 두 번째 작업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젊은이들의 신명 넘치는 활극이다. 2015년 초연 당시 화제작으로 꼽힌 ‘신과 함께’는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재공연한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저승 최고의 변호사와 평범한 소시민의 저승 재판기를 다룬다. 그 밖에 한국의 대표적 시인들의 시처럼 극적인 생애를 다룬 신작들도 무대에 오른다. 천재 시인 이상 서거 80주년을 기념한 ‘꾿빠이 이상’,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동주, 달을 쏘다’도 재공연된다. 경기 침체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공연계가 흥행이 안정적인 인기작 위주로 라인업을 꾸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주기마다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진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브로드웨이에서 대형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면 갑자기 소극장 뮤지컬이 등장하는 것처럼 대형 흥행작에 피로해진 뮤지컬 시장에 중소형 작품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면서 “젊은 연출진과 배우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면서 담금질을 하고, 소극장에서 훈련된 인력이 다시 대극장으로 옮겨가는 유기적인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사우디 관습과 제도 비꼬는 여성 래퍼들 뮤비 화제

    사우디 관습과 제도 비꼬는 여성 래퍼들 뮤비 화제

    사우디아라비아의 남성 위주의 보수적 관습과 제도를 비판하는 여성 래퍼들의 뮤직비디오가 화제에 올랐다. 사우디의 영상 예술가 마지드 알에사(majedalesa)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우려’라는 뜻을 담은 ‘Hwages‘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영상 속 사우디 여성 래퍼 6명은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이슬람권 여성들의 복장)을 입어 사우디 여성의 현실을 드러내는가 하면 이에 대조되는 화려한 색깔의 치마를 입어 기존 관습에 대한 저항을 표현했다. 뮤직비디오는 또 남자 어린이가 운전하는 차에 여성 래퍼들이 타는 장면으로 시작하면서 남성 보호자 제도(마흐람)를 비꼬기도 한다. 사우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나라로, 외출이나 외국 여행을 할 때는 남성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 이밖에도 뮤직비디오에는 여성 래퍼들이 사우디에서 금지된 농구를 하거나 스쿠터를 타면서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노랫말 역시 “남자들이 사라지면 좋겠어. 그들은 여성에게 골칫거리야. 남자들 누구도 제 정신이 아니야. 유령에게 홀렸어”라고 반복된다. 해당 영상은 6일 현재 유튜브에서 316만 건 이상의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영상=majedalesa/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슈퍼스타’ 조성진 ‘아티스트’ 길에 서다

    ‘슈퍼스타’ 조성진 ‘아티스트’ 길에 서다

    조성진(22)에게 ‘중압감’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틀치(3, 4일) 객석 4000여석을 9분 만에 ‘완판’시킨 이 ‘슈퍼스타’는 지난 3일 첫 독주회에서 예술가로 견고하게 성장해 나가는 중임을 증명했다. ●롯데콘서트홀 4000여석 9분 만에 완판 이번 연주회는 그가 2015년 10월 쇼팽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처음 갖는 독주회였다. 치열한 티켓 확보전에서 승리한 ‘금손’들은 이날 자신의 음악 세계를 진지하게 빚어 가는 청년 피아니스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성진은 곡 하나하나마다 극적인 드라마를 빚어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특히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유대계 폴란드인 피아니스트가 은신하다 독일 장교에게 발각된 뒤 연주하는 곡으로 유명한 쇼팽 발라드 1번에서 시작해 4번까지 연주한 2부에서는 음울한 섬세함, 명랑한 우아함, 휘몰아치는 격정 등을 거침없이 펼쳐 나갔다.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베르크의 소나타는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선율선을 굵고 짙게 표현하며 극적 효과를 노린 것, 슈베르트 소나타는 정점을 향해 템포를 몰아가는 표현을 잇달아 쓰며 질풍노도의 감성을 집중적으로 전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이지영 음악칼럼니스트는 “이번 연주회에서 조성진이란 음악가가 굉장히 명민하면서도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통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난 뒤엔 우후죽순 나가떨어지는 연주자들이 있고 무대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연주자가 있는데 그는 후자로, 관객들이 겸손하고 진득하게 오래 지켜볼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프로그램북 동나 700부 추가 제작 잔향 시간이 길고 반사음이 많은 롯데콘서트홀의 특성상 일부 좌석에서는 “아티큘레이션(연속된 선율을 작은 단위로 끊어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명징하게 들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관객들은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수줍은 웃음으로 커튼콜에 나선 그에게 아이돌 가수에게 어울릴 법한 열렬한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객석에 화답하는 그의 앙코르곡은 드뷔시의 ‘달빛’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이었다. 음표로 세공한 환상적인 달빛이 객석에 은은하게 스며들 때의 환희와 전율, 피날레에서 피아노를 후려칠 듯 강렬한 타건과 몸짓(헝가리 무곡 1번)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조성진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이날 공연장 풍경은 ‘조성진 파워’가 현재진행형임을 보여 줬다. 공연이 끝난 뒤 그가 사인회를 위해 극장에서 로비로 나오는 길엔 특급 연예인이 등장한 듯 6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환호성과 카메라 촬영음을 연신 터뜨렸다. 덕분에 롯데콘서트홀은 개관 이후 가장 많은 유료 관객(1984매·97.4%)을 맞았다. 당초 45분으로 예정됐던 사인회는 예정 시간을 넘겨 계속됐다. 극장 측은 준비한 프로그램북 1000부가 다 팔려 나가자 추가로 700부를 추가로 제작해 가져오기도 했다. ●새달 카네기홀 - 5월 통영음악제 관객과 만나 조성진은 오는 5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모차르트 소나타와 드뷔시의 ‘영상’을 연주하며 다시 국내 관객과 만난다. 2월 22일에는 카네기홀에서 첫 데뷔 리사이틀을 갖는 등 올해 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 80여회의 연주회를 치를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형 예술가 선생님’ 230명 모집

    서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연극과 음악, 미술 등 참여형 예술교육을 맡을 ‘예술가 선생님’을 모집한다.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인문·예술 관련 대학 졸업자와 예술교육 현장 경험자, 예술창작 경력자를 대상으로 ‘서울형 예술가 교사’를 뽑는다고 4일 밝혔다. 선발 인원은 230명으로 39세 이하를 우대하며 채용되면 1년간 교사로 활동한다. 예술가 교사는 1~3명씩 팀을 이뤄 초등학교 방과후수업이나 중학교 정규교과 시간 때 학생들에게 인문과 예술을 연계한 수업을 진행한다. 예컨대, 연극배우와 미술가 출신 교사가 짝을 이뤄 진행하는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그 내용을 몸짓으로 표현해 보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청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시대의 흐름 못 짚고 작품 나열에 그친 X세대展

    시대의 흐름 못 짚고 작품 나열에 그친 X세대展

    서울시립미술관(SeMA)은 서소문 본관의 2016년 마지막 기획전으로 ‘X:1990년대 한국미술’전을 열고 있다. 한국 미술작가를 세대별로 조망하는 SeMA 삼색전의 틀에서 중견 작가를 위한 전시라는 의미로 ‘SeMA 골드’라는 타이들이 추가로 붙었다. 미술관 측은 이른바 ‘X세대’로 불리며 1990년대 한국 미술계에 전환점을 가져온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통해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1990년대 한국 미술의 미학적 문화사적 의미를 성찰하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창작 발원지 홍대·신촌 카페 공간 재현에 그쳐 하지만 당시 미술계에 어떤 새로운 변화와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고 겉핥기식으로 그 시절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홍희 관장의 임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전시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쉽게 한 시대를 정리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시에서 다룬 시기는 1987년부터 1996년에 이르는 10년간으로 87년 민주화항쟁, 88서울올림픽, 동구권의 몰락, 문민정부 출범과 김일성 사망,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굵직한 사건이 이어졌다. 1970년대 모더니즘, 1980년대 민중미술에 이어 1990년대 새롭게 나타난 신세대 작가들의 탈이데올로기적 작품을 통해 한국 미술의 기원을 돌아보자는 취지다. 뮤지엄, 서브클럽, 진달래, 30캐럿 등 한국 현대미술을 견인한 젊은 예술가 그룹들과 당시 ‘X세대’ 혹은 ‘신세대’로 불린 작가 20여명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는 구성됐다. 그런데 ‘X세대’를 대변했던 작가는 자의에 따라 전시에 불참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이불 작가의 설치작품 ‘무제(갈망)’를 걸었다. 인체 일부와 돌연변이 생물이 결합한 듯한 이 작품은 작가의 이름을 미술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이어지는 대표작 ‘사이보그’ 시리즈의 단초가 됐다. 전시장 벽면에는 ‘사이보그’ 시리즈가 등장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드로잉 40여점이 걸렸다. 이불과 함께 ‘뮤지엄’ 그룹에서 활동했던 고낙범, 이형주, 강홍구, 정승·샌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 참여했지만 그룹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최정화 작가는 전시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정화 작가는 전시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기획이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아서 거절했고, 작가 이름도 사용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 명의 작가가 제작한 드로잉, 회화,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여 주는 전시장은 어디부터 어떻게 관람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재제작하거나 재연하고 관련 아카이브와 함께 새로운 창작 에너지의 발원지였던 홍대와 신촌 등의 카페 공간을 재구성해 놓았지만 메시지가 없다. 후배 작가로 참여한 김영은(36) 작가의 사운드 설치 작품이 1987년부터 1996년까지의 히트곡을 들려주고 있지만 생뚱맞은 느낌이다. ●참여 작가도 “죽은 작업 불러내는 전시” 비판적 참여 작가도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다. 사회비판적 사진 작업으로 알려진 강홍구 작가는 1988년 발표했던 작품 ‘손’을 재현하면서 작품 사진 하단에 “죽은 작업을 다시 불러내는 전시라는 주술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라는 자조적인 문구를 남겼다. 전시를 관람한 한 독립 큐레이터는 “90년대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영화, 무용, 국악, 음악에서 여러 가지 장르의 예술이 융합하기 시작했다”면서 “90년대 한국 미술을 정리한다기에 한껏 기대를 하고 왔는데 아무런 주제의 흐름도 없이 작가들 작품을 늘어놓고, 의미도 없는 신문 스크랩을 복사해 액자에 넣어 놓은 것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아시아 7개 대도시서 찾아본 공존의 길

    아시아 7개 대도시서 찾아본 공존의 길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기획/신현준·이기웅 편/푸른숲/432쪽/2만 5000원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서울에서는 홍대 앞, 한남동, 서촌, 가로수길 등에서 정형화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시아의 많은 도시는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기획한 이 책은 베트남 하노이를 비롯해 중국 베이징과 선전, 일본 도쿄,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아시아 7개 대도시의 8개 지역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분석했다. 도시학자, 사회학자, 문화학자, 지역 전문가 등 아시아 학자 8인은 각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이자 관찰자의 렌즈를 들고 현장을 파고든다. 도시 미화 정책으로 정치 재기를 시도하는 방콕 정부의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지역 유지와 새로 들어온 자영업자, 예술가 사이에 남모를 갈등이 존재하는 도쿄 무코지마 등 아시아 여러 도시는 서울에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닮아 있다. 하지만 베이징 다자란 지역이나 베트남 하노이처럼 지형의 특수성이나 토지소유제도, 마을 공동체 등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다양한 변수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상쇄된 경우도 있다. 책은 일정한 공식으로 규정되기 어렵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을 소개한다. 책을 엮은 이기웅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발현 여부는 도시를 둘러싼 다양한 조건의 결합과 작용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국가와 자본을 넘어선 시민사회의 힘으로 혁명을 하지 않고도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술친구와의 우정에 왜 금이 갔을까

    술친구와의 우정에 왜 금이 갔을까

    샴페인 친구/아멜리 노통브 지음/이상해 옮김/열린책들/192쪽/1만 1800원 ‘샴페인은 천박한 메타포를 불러오지 않는 몇 안 되는 술 중 하나다. 이 술은 신사라는 멋진 말에 의미가 있었던 시대에 아마 그 신사의 조건이었을 것 같은 상태로 영혼을 고양시킨다.’(7쪽) 샴페인 찬가로 시작하는 소설인 듯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유머와 잔혹함의 경계를 일순간 허물어뜨리는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라는 단서를 늘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언제 당신의 방심에 허를 찌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1997년 서른이던 노통브는 자신의 책 ‘사랑의 파괴’(1993) 사인회에서 여성 팬 페트로니유를 만나게 된다. 노쇠한 철학자가 쓴 듯한 편지를 보내오던 그가 열다섯 소년의 외모에 강렬한 눈빛을 지닌 스물둘 학생이라는 걸 알게 된 노통브는 그를 ‘술친구’로 점찍는다. “난 대사관에서, 말하자면 샴페인 거품 속에서 태어났다”는 고백(외교관의 딸로 태어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처럼 출생부터 샴페인과 함께였던 그는 샴페인이 주는 쾌락과 짜릿함, 환영을 함께 나눌 술친구가 절실하다. 술집에서 난투극을 벌이다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 문인들의 작품을 전공하는 페트로니유는 그에게 더없이 적절한 짝이 된다. 문학과 샴페인을 교집합으로 하는 두 사람의 우정은 깊어지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미세하게 균열을 맞는다. 술에 취하면 시비 붙기, 노상 방뇨, 음주 스키 등 기행을 일삼던 페트로니유의 무모함은 자신의 작가적 명성이 높아질수록, 다시 말해 노통브와 가까운 자리를 점할수록 심해져 간다. “샴페인처럼 깔끔한 맛에 충격적인 여운까지, 노통브 특유의 풍미가 가득하다”(리르)는 서평처럼 일순 끝인지도 모르고 벌어지는 파국은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샴페인의 풍미와 함께 ‘걸핏하면 폭력을 외쳐 대는 이 가식덩어리들의 시대에 계속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몸을 실제적인 위험에 노출시키는 젊은 예술가’(165쪽)에 대한 향수가 소설 전체에 감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히틀러 트로츠키 티토 프로이드 스탈린이 함께 머물렀던 도시는?

    히틀러 트로츠키 티토 프로이드 스탈린이 함께 머물렀던 도시는?

    퀴즈 하나. 아돌프 히틀러와 레온 트로츠키, 요시프 티토, 지그문트 프로이드, 요시프 스탈린이 한 세기도 훨씬 전인 1913년 함께 머물렀던 도시는? 답은 오스트리아 빈. 영국 BBC 매거진은 우연의 일치치곤 기묘하게 한 도시에 삶의 궤적이 얽힌 다섯 인물의 빈 생활을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해 1월 스타브로스 파파도풀로스란 이름의 여권을 지닌 인물이 폴란드 크라쿠프를 떠난 기차에 몸을 싣고 빈의 노스터미널 역에 도착했다. 커다란 수염을 달고 있었으며 목재 여행가방을 든 채였다. 그가 만났던 한 남자는 몇년 뒤 “난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는데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웬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작고 땅딸막한 그는 회갈색 피부에 마마자국이 선명했다. 그의 눈에는 친근함 따위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 글을 쓴 이는 1907년부터 1914년까지 이 도시에 머무르며 러시아의 반체제 신문 프라우다를 발행했던 러시아 지성의 대표자 트로츠키였다. 그는 1907년부터 1914년까지 이 도시에 머무르며 니콜라이 부하린과 함께 ‘마르크시즘과 국가 문제’를 집필하고 있었다. 의문의 사나이는 태어날 때 이름이 Iosif Vissarionovich Dzhugashvili이며 친구들 사이에 Koba로 통했으며 지금은 요시프 스탈린으로 기억되는 인물이었다. 그해 1월 한달 동안 이 다섯 남자가 모두 빈 중심가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둘은 도망자 신세였으며 프로이드는 1860년대 빈에 이주해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자 이 도시를 떠났는데 당시는 베르가세란 곳에 살며 마음의 비밀을 연 남자로서 추앙받고 있었다. 나중에 유고슬라비아의 지도자 티토 장군으로 명성을 얻은 젊은 날의 Josip Broz는 빈 남쪽의 빈 노이슈타트에 있는 다임러 철강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며 좋은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제국 군대에 자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 북서부 출신으로 1908년부터 이 도시에서 살아 24세 나이에 화가의 꿈을 안고 비엔나 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싶었으나 두 차례나 낙방하고 다뉴브강 근처 멜더만스트라세의 저급 여인숙에 기거하던 히틀러가 있었다.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이 도시의 호프버그 궁전은 1848년 혁명 이후 즉위한 프란츠 요세프 황제가 노년을 보낸 곳이다. 황태자 프란츠 페르난디드 대공은 근처 벨베데레 궁전에 머무르며 왕위 계승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가 암살되면서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빈은 15개 나라 5000만명이 훨씬 넘는 인구를 거느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다. 이 도시에서만 17년 동안 살아왔고 오스트리아에서 유일하게 영어로 발행되는 월간지 ‘비엔나 리뷰’의 수석 편집자인 다르디스 맥너미는 ”딱히 ‘용광로’가 할 수는 없겠지만 비엔나는 제국의 야망이 한데 모이는 일종의 문화적 잡탕(soup)이었다“며 ”200만 시민의 절반 이하만 원래 이곳에서 태어난 이들이고 4분의 1씩은 보헤미아(지금의 체코공화국 서부)와 모라비아(지금의 체코공화국 동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독일어와 체코어는 물론, 10여개 언어가 혼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는 독일어 외에도 11개 언어로 명령을 내려야 했고 국가는 그 수만큼 공식 번역본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 커피 하우스란 독특한 문화 현상이 출현했다. 물론 그 출발은 1683년 오스만 군대가 저유명한 터키 포위에 실패한 뒤 커피 종자를 빈에 들여온 것이었다. 해외정책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의 선임연구원이며 ‘1913-대전쟁 전의 세계를 찾아’의 저자인 찰스 에머슨은 ”카페 문화와 카페에서의 토론과 논쟁에 대한 언급들은 지금이나 그때나 빈 생활의 커다란 영역“이라며 ”빈의 지성 커뮤니티는 아주 작아서 모든 이들이 서로를 알았다.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것들이 오갔다“고 지적했다. 도망 중인 반체제 인물들에게는 빈의 이런 풍토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에머슨은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도 아니었고, 아마도 약간은 느슨한 나라였다. 흥미로운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서도 유럽에서 안전하게 숨을 장소를 찾는다면 빈은 그러기에 딱 좋은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로츠키와 히틀러는 카페 센트럴에 자주 나타났는데 이곳에는 케이크, 신문, 체스와 무엇보다도 대화가 가능했다. 맥너미는 ”그 카페들을 중요한 장소로 만든 것들은 모든 이들이 간다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규율과 이해관계에 상관 없이 비옥한 사상의 토양이 만들어졌다. 나중에 서구 사상은 매우 엄격해졌는데 여긴 아주 물흐르듯 자유로웠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1867년 프란츠 황제가 시민권을 전면 보장하면서 학교와 대학 접근권이 보장돼 유대인 지성계와 새로운 자본가 계급의 에너지가 넘쳐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성 지배 사회였지만 상당수 여성도 혜택을 누렸다. 구스타프 말러가 1911년 세상을 떠난 뒤 미망인 알마도 작곡자 겸 뮤즈가 돼 예술가 오스카르 코코슈카와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의 연인이 됐다. 빈은 음악과 호화 무도회와 왈츠의 상징이 됐지만 뒷모습은 암담해졌다. 엄청나게 많은 시민들이 슬럼가에 거주했고 거의 1500명이 한해 동안 자살했다. 히틀러가 트로츠키와 마주쳤는지, 티토가 스탈린과 만났는지 아는 이는 없다. 그러나 2007년 로렌스 마크스와 모리스 그랜이 만든 라디오 드라마 ‘프로이드가 히틀러를 진찰한다면’는 이런 만남을 상상해 만들어졌다. 이듬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함으로써 빈의 지성계는 와해됐다. 1918년 제국이 붕괴되면서 히틀러와 스탈린, 트로츠키와 티토는 영원히 세계사에 아로새겨질 각자의 행로에 접어들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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