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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 메인 예고편

    <새영화>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 메인 예고편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를 최초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파리 시청 앞에서 키스: 로베르 두아노’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사진작가이자 파리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로베르 두아노의 일상을 그의 손녀, 친구들 그리고 뮤즈들의 목소리와 함께 진솔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로베르 두아노는 ‘시청 앞에서의 키스’, ‘조례시간’, ‘여행자와 아파치’를 통해 아티스트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유력 매체는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사진작가”(BBC), “모든 이들의 꿈, 파리를 담았다”(TIME) 등 그를 향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개된 예고편은 로베르 두아노의 1950년작 ‘시청 앞에서의 키스’가 담겨 있다. “시청 앞 연인의 사진은 어디에나 있었다”는 내레이션은 이 작품이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우디 앨런의 영화 속에 등장할 정도로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파리의 예술가들도 반하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찍는다”라는 카피와 함께 이어지는 파블로 피카소, 프랑수아즈 사강, 줄리엣 비노쉬 그리고 이자벨 위페르 사진을 통해 아티스트의 아티스트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그의 예술관을 궁금케 한다. “삶에서 어떤 것을 좋아하시죠?”라는 질문에 “재미있는 사람들이 모인 세계를 좋아하죠. 농담을 좋아하고 우정이 넘치는 사람들을 보여주길 좋아하죠”라는 두아노의 답변은 그의 카메라가 사람을 향했고 일상을 사랑했음을 전한다. 이렇듯 사랑하는 가족, 이웃, 친구들의 순간을 포착한 두아노의 작품과 삶을 담아낸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는 그의 손녀인 클레망틴 드루디유 감독에 의해 완성됐다. 8월 24일 개봉. 전체 관람가. 81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의 꿈, 들꽃으로 다시 피다

    위안부 할머니의 꿈, 들꽃으로 다시 피다

    故 김군자 할머니 등 5명 조명 시각 장애인 위한 입체적 제작 “목화 등 표현… 삶·추억 담아”“김군자 할머니 생전에 책을 안겨 드려야 했는데 영정 앞에 올리게 돼 속상했어요. 책을 못 보고 돌아가셔서 안타까웠습니다.” 지난달 23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 영정 앞에 어린 시절 삶을 담은 천으로 만든 두툼한 그림 동화책 한 권이 헌정됐었다. ‘꽃 중의 꽃 김군자 할머니 동화’라는 제목에 쑥부쟁이가 수놓인 이 책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도서다. 경기 의정부시의 미술작가 모임인 문화살롱 ‘공’이 2012년부터 경기 문화바우처 프로젝트로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5명의 이야기를 촉각도서로 만든 것이다. 15일 의정부 작업 공간에서 기자와 만난 기획자 문미희(38·여) 설치작가는 “지난해 배춘희·이옥선 할머니 이야기책 등 3권을 전해 드렸고, 올해 김군자 할머니 이야기책을 포함한 3권을 기증하려고 했는데 책이 나오는 것을 못 보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할머니들의 삶과 꿈을 알리기 위해 많은 예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촉각동화 제작에 참여했다”며 “개인 사정으로 원치않는 할머니도 있고 처음엔 서먹했으나 매주 월요일 나눔의 집을 방문해 말벗이 되고 일상을 함께 나누자 작가들에게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맞아주셨다”고 했다. 책에서 강일출 할머니는 목화, 김군자 할머니는 쑥부쟁이, 박옥선 할머니는 용담, 배춘희 할머니는 엉겅퀴, 이옥선 할머니는 패랭이꽃으로 표현됐다. 문 작가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처음 찾아갔을 때 “사진 찍지 마”라며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수줍음 많고 조용한 성격이나 노래시간에는 점잔을 빼지 않고 춤사위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은 배 할머니는 나눔의 집에서 예술가로 통하는데, 마이산으로 가을 소풍 갔을 땐 20분간 ‘단독 콘서트’를 했다. 차분한 성품의 이옥선 할머니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런 책들이 만들어져 우리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신기해 했다고 한다. 문 작가는 이날 광복절을 맞아 “서른일곱 분의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한·일 위안부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행복한 여생을 보냈으면 좋겠다”면서 “촉각도서 6권을 1권으로 묶어 내년에 종이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글 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송파 ‘한여름 밤의 피서 콘서트’ 개최

    서울 송파구는 오는 19일 잠실동 석촌호수 서호 수변무대에서 ‘한여름 밤의 피서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송파구 관계자는 “더위에 지친 주민들이 석촌호수의 야경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낭만적인 여름밤을 보낼 수 있도록 다채로운 공연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깊고 부드러운 음색의 바리톤 김태섭의 공연을 시작으로 케이팝 걸그룹 비타민 엔젤과 퍼포먼스 그룹 점프의 무대가 꾸며질 예정이다. 여름밤의 운치를 더하는 안정현의 하모니카 연주와 레오정 밴드의 반도네온 공연도 이어진다. 마지막 무대는 파워풀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가수 BMK가 장식할 예정이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다양한 문화 공연을 통해 주민들이 석촌호수의 사계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구는 지난 4일부터 열린 석촌호수 버스킹 공연을 올가을에도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이 공연은 젊은 예술가들의 재능기부 형태로 운영된다. 이 밖에 구는 송파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살펴보는 도보관광코스 8곳을 선보였다. 또 공식 블로그(blog.naver.com/happysongpa)에 지역의 맛집을 소개하는 ‘송파슐랭가이드’를 운영 중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최연소 영화감독’ 최야성 감독의 시(詩), ‘일본 아베 총리께’ 다시 관심 집중

    ‘최연소 영화감독’ 최야성 감독의 시(詩), ‘일본 아베 총리께’ 다시 관심 집중

    8월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최연소 영화감독’ 타이틀로 알려진 최야성 영화감독이 언론에 발표했던 시(詩) ‘대한민국 최야성이 일본 아베 총리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야성 감독은 ‘문화게릴라’ ‘영화이단아’ 등의 닉네임을 가지고 있으며 만 19세 때부터 메가폰을 잡아온 영화감독이다. 최야성 감독이 쓴 시(詩) ‘대한민국 최야성이 일본 아베 총리께’는 최근 군국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듯한 극우 아베 내각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으로 위안부 문제, 독도문제 등의 역사적 왜곡에 대한 진실을 바로 보라는 외침이 담겨 있는데 발표 당시 시(詩)의 내용이 다수의 언론에 소개되며 큰 파문을 몰고 왔었다. 최야성 감독은 지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1총선에서 국회의원 공천 심사위원으로 발탁돼 구태 정치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진정성 있는 참인물 발굴과 쇄신 차원에서 현역 국회의원 70% 물갈이론, 석고대죄론을 펼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는 인물이다. 최야성 감독은 1986년 영화계에 입문 후 1989년 만19세 때 까치로 알려진 조상구 주연의 극장 개봉작 ‘검은도시’를 통해 세계 최연소 영화감독으로 데뷔, 당시 수많은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전방위 멀티 예술가 최야성 감독은 발명특허 3건을 발명한 발명가, 2집 힙합가수(MC야성), 작사가, 시나리오 작가, 시인 등을 겸하고 있으며 ‘21세기 한국인상’을 수상한바 있다. ‘미스 월드퀸 유니버시티 심사위원’, ‘국회의원 공천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는 세계적 유아용품 브랜드를 표방하는 한미베베비앙 브랜드의 ㈜베베비앙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항상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청년정신 자세를 견지한 삶의 행보로도 세인들이 주목하는 최야성 감독은 국내 항공법 1호 박사 故 최완식 박사와 한민대학교 이사장을 지낸 박정순 여사의 차남 이기도 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동아방송예술대, 소외계층 대상 ‘2017 DIMA 어린이청소년 음악캠프’

    동아방송예술대, 소외계층 대상 ‘2017 DIMA 어린이청소년 음악캠프’

    동아방송예술대학교의 교육기부 프로젝트로 경기도 안성지역의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래의 예술가들로 성장하고 있다. 교육부 선정 세계적수준의 전문대학(WCC) 동아방송예술대학교는 지난 7일부터 4일간 ‘2017 DIMA 어린이청소년 음악캠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올해로 8회째를 맞은 ‘DIMA 어린이청소년 음악캠프’는 실용음악학부 대학생들과 교수가 함께 개발한 단기 통합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서, 실기 위주의 기존 음악캠프 형식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어린이 인문학’, ‘댄스와 KPOP’, ‘미술과 디자인’, ‘놀이와 게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음악교육과 융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옥상달빛, 노리플라이 권순관, 선우정아, 조소정, 장희원, 이설아, 구름 등의 싱어송라이터들과 Mnet 슈퍼스타K6 우승자 곽진언, SBS K-POP 스타 시즌5 준우승자 안예은을 배출시킨 국내 최고수준의 ‘DIMA 싱어송라이팅 교육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특화되어 캠프기간 중 제공된다. 이번 캠프에는 아티스트 정신혜가 작곡한 My Song과 박보민이 작곡한 It’s me가 캠프 주제가로 헌정되고 공개됐다. 캠프의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어린이들이 손수 그려 만든 무대 위에 ‘Thank You 버스킹콘서트’를 개최하고 대학의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어린이팝스오케스트라, 합창, KPOP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물했다. 또한이날 공연에는 이 대학 동문출신인 싱어송라이팅 듀오 ‘옥상달빛’이 재능기부로 콘서트에 참여하여 ‘수고했어 오늘도’와 ‘달리기’를 함께 불렀다. ‘DIMA 어린이청소년음악캠프’를 대학생들과 함께 준비한 실용음악학부 김건 교수는 “동아방송예술대가 지역사회의 어린 이웃들에게 대학이 가진 지식, 재능, 자원을 투자하고 사랑을 흘러 보내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캠프기간동안 어린이들의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의 자존감과 꿈을 키워주며 실력을 향상시킨 대학생 제자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DIMA어린이청소년 음악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대학생 선생님들은 캠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랑을 나누며, ‘노래하는 이웃들’ SNS와 유튜브 채널에 새로운 노래들을 꾸준히 발표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VR+모바일’ 특별한 다큐 세계로의 초대

    ‘VR+모바일’ 특별한 다큐 세계로의 초대

    올해 14회를 맞이하는 EBS국제다큐영화제(EIDF)가 오는 21~27일 경기 고양과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EIDF에서는 가상현실(VR)과 모바일 단편 등 최첨단 기술들을 활용해 표현을 확장한 특별전이 신설돼 더욱 눈길을 끈다. 얀 쿠넹, 빌 모리슨, 아모스 기타이 등 거장들의 신작과 틸다 스윈턴, 헬렌 미렌, 콜린 파렐 등 세계 유명 배우들이 참여한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마르투족 고향으로의 가상여행 ‘흔적들’ 영상 미술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넘나드는 리넷 월워스 감독의 ‘흔적들’(Collisions)은 VR기술을 활용해 호주의 원주민 마르투족의 고향을 아름답게 재현해낸다. 서호주 필바라 사막의 원주민 마르투족은 1960년까지 전통을 유지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서구 문명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하고, 마르투족의 원로 니아리 모르간이 처음 마주친 현대 문명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핵실험이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월워스 감독은 “VR은 관객을 단순히 보는 사람으로 놔 두지 않고 영상 속으로 끌어들인다”고 했는데, 관객은 기존 카메라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360도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월워스 감독은 화면에 비쳐지는 모습에 따라 화자의 목소리도 달라질 수 있도록 설정함으로써 VR의 경험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한다.●조선인을 도운 일본인 ‘기록작가 하야시의 저항’ 주목할 만한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한자리에 모은 ‘아시아의 오늘’ 섹션에서는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에서 제작된 4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일본 후쿠오카 지역 방송의 PD인 니시지마 신지 감독이 만든 ‘기록작가 하야시 에이다이의 저항’은 불편한 역사의 진실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기록하려는 용기 있는 작품이다. 후쿠오카 탄광으로 끌려간 조선인 징용 노동자들을 돕다가 고문당해 죽은 아버지로 인해 ‘비국민’으로 비난받으면서도 평생 역사의 진실을 기록하며 저항해 온 작가 하야시의 일대기를 담았다. 하야시는 50년 동안 조선인 강제 연행을 기록하며 57권의 책을 냈는데, 류승완 감독 역시 영화 ‘군함도’를 쓰면서 하야시를 만났다고 밝힌 적이 있다. 오는 24일 오후 6시 30분 일산 메가박스 킨텍스에서 영화 상영 후 ‘다큐 콘서트’를 통해 니시지마 감독과의 대담이 열린다.●낯선, 그러나 본 듯한 기억들 ‘모자란 기억’ ‘월드 프리미어’에 소개된 박군제 감독의 ‘모자란 기억’은 EIDF가 직접 발굴한 작품으로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경기 남양주 마석가구공단에 간 감독은 어디서 본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어릴 적 인천 남동공단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살았던 추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지만,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건 사진뿐이다. 기억을 더듬어 그린 그림과 애니메이션, 사진, 그리고 어머니의 목소리들이 모여 영화를 완성한다. 기억을 통해 복원된 모습은 20여년 전 경제 개발 논리가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 채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는 공단의 모습이다.●중동의 지형을 바꾼 여성 ‘바그다드에서 온 편지’ ‘월드 쇼케이스’에는 전 세계에서 제작된 거장들의 신작, 화제작, 논쟁작들을 모았다. ‘설국열차’와 ‘옥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틸다 스윈턴이 제작과 해설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된 ‘바그다드에서 온 편지’는 영국의 고고학자 거트루드 벨의 삶의 궤적을 쫓는다.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한 뒤 중동에 수시로 드나들며 오스만제국의 해체와 이라크 건국에 관여한 벨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알려진 영국 정보국 장교 토머스 로렌스 못지않게 중동의 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서빈 크라옌부히, 제바 오엘바움 등 두 여성 감독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벨의 일기와 편지, 사진, 엽서 등을 토대로 주변인물들의 인터뷰를 재연한다. 개막작으로는 청소년들이 문학과 음악, 미술 교육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은 찰스 오피서 감독의 ‘나의 시, 나의 도시’가 선정됐다. 신은실 EIDF 프로그래머는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난민과 이주노동자, 어린이 등 소외된 계층과 빈곤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났다”면서 “동시에 유명 배우들의 참여와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전기가 많아졌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유통 공룡의 격전장… 헬스&뷰티 매장 4파전

    유통 공룡의 격전장… 헬스&뷰티 매장 4파전

    국내 헬스앤드뷰티(H&B) 매장의 4파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채널의 침체와 실속형 소비의 확산으로 2010년 2000억원이었던 H&B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 2000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동시에 유통 대기업들의 뜨거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현재 CJ의 ‘올리브영’이 점유율 약 70%로 시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롯데의 ‘롭스’, GS리테일의 ‘왓슨스’도 잇따라 몸집 키우기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신세계의 ‘부츠’가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명동점의 코앞에 대형 매장을 내는 등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각 업체의 4색 생존 전략을 들여다봤다.지난달 28일 명동 신한금융센터 건물에 문을 연 부츠 명동점은 지상 4층 중 1284㎡(388평) 규모의 1~3층만 우선 개장했다. 불과 한 블록(40~5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올리브영 명동본점 1200㎡(360평)보다 크다. 케이팝 스튜디오와 카페로 이뤄진 4층도 이달 말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 5월 스타필드하남점을 시작으로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점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인 매장이다. 지난해 7월 신세계와 글로벌 기업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가 손잡고 국내에 출범한 부츠의 차별화 전략은 ‘프리미엄’이다. 실제로 부츠 명동점에는 ‘슈에무라’, ‘맥’, ‘베네피트’, ‘아베다’, ‘르네휘테르’, ‘비오템’, ‘달팡’ 등 백화점에서 볼 수 있던 고급 화장품 브랜드와 국내에 판매처가 없어 직구로 주로 구매하던 해외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했다. 매장 내·외부도 마치 백화점과 같은 인테리어로 꾸몄다. 여기에 부츠의 자체브랜드(PL) 상품인 ‘넘버 세븐’에서 피부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을 상담해 주는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의 상품 기획력과 부츠의 글로벌 구매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강화해 기존의 H&B 매장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 채용박람회에서 정용진 부회장도 “부츠는 기존의 H&B 스토어들과 출점 전략 등에서 나아갈 방향이 다르다”고 단언한 바 있다.이에 맞선 올리브영의 방어 전략은 반대로 국내 중소 브랜드를 발굴·육성하는 기존 운영 방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1999년 처음 등장해 한국형 H&B 매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 온 올리브영은 과거 해외 명품 브랜드와 국내 대기업 몇 곳이 독식했던 화장품 시장에 국내 중소·스타트업 브랜드를 잇달아 소개하며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는 다시 실속형 소비문화의 확산을 불러와 올리브영과 같은 H&B 매장의 성장동력이 되는 ‘윈윈’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엘엔피코스메틱’이다. 2009년 설립된 엘엔피코스메틱은 같은 해 말 올리브영에 입점해 ‘국민 마스크팩’으로 불리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물에 타서 마시는 식사 대용식 ‘랩노쉬’도 지난해 올리브영 입점 후 월 매출이 300% 이상 신장하고 최근 중국 상하이 식품박람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급속도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도 올리브영은 지역별 특색을 반영한 이색 점포를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테마파크 에버랜드 안에 매장을 열었다. 테마파크에 위치했다는 입점 특성을 살려 키덜트 상품을 전면 배치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월에는 지역문화를 활용한 관광지의 특성을 살려 지역 예술가들의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다양한 문화강좌까지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 콘셉트의 제주 탑동점을 선보이기도 했다.GS리테일도 지난 2월 홍콩 AS왓슨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GS리테일의 헬스&뷰티사업부로 합병하면서 신규 출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말 128개였던 왓슨스 매장은 지난달 말 기준 151개까지 증가했다. 왓슨스는 올해 안에 매장 수를 약 60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또 매장 입구에 상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테스팅존을 확대하는 등 점포 구성에도 차별을 뒀다. 아울러 지난해 4월 온라인몰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향후 매장 내에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한다는 계획이다.롯데의 롭스는 PL 제품을 확대하고 있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기존 브랜드나 협력사와 손잡고 단독 상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디힐 ‘꽃보다 청춘’ 마스크팩, 피카소 메이크업 스펀지 등이 대표작이다. ‘얼트루’, ‘엔시아’, ‘더노즈’ 등 화장품 브랜드들과도 활발히 협업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롯데의 기술력을 앞세운 이색적인 고객 체험도 강점이다. 롭스는 지난 5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롭스 스마일 포인트’를 선보였다. 롭스 스마일 포인트는 매장에 설치된 매직미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면 거울이 자동으로 미소를 인식해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정 금액이 기부되는 프로그램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진 아냐?…물감을 그리는 화가 화제

    사진 아냐?…물감을 그리는 화가 화제

    캔버스에 유화용 물감을 짜놓은 걸까. 언뜻 보면 사진으로 생각되지만 색연필만으로 그린 그림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Cj 헨드리는 극사실적인 작품을 그려왔는데 샤넬 향수병이나 100달러 지폐 등이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런데 헨드리는 지금까지 작품 특성과 달리 색상을 집어넣은 작품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다. 그 계기는 패션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이 홍콩에서 개최한 전시회에 위와 같은 그림이 전시됐기 때문. 크리스찬 루부탱은 헨드리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이번 전시회 작품의 의뢰를 맡겼다. 루부탱은 헨드리의 작품에 대해 “그녀의 작품에는 재치가 넘치고 색상을 쓰는 방법에 장인의 기술이 깃들어 있어 매우 마음에 들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공개된 작품을 보면 한 가지 색의 색연필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색상을 그리는 데 무려 열두 가지 색상의 색연필을 사용해 최대 4주 동안에 걸쳐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헨드리는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또 헨드리는 자신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 일부를 영상으로 담아 인스타그램에 공개해 작품 제작 과정이 얼마나 고된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이 왜 그런 재료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헨드리는 “페인팅(그리기)이라는 것에 대한 반항”이라면서 “물감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기묘한 기분을 주고, 좀 더 질 낮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원래 건축학을 전공했다는 헨드리는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게시할 수 있게 되면서 소득이 늘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공개할 또 다른 작품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할지도 모르겠다. 사진=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동욱의 파피루스] 경직된 세계와 예술이 알려준 자유

    [서동욱의 파피루스] 경직된 세계와 예술이 알려준 자유

    화가는 도시를 지배한다. 파리는 르누아르의 그림처럼 보이며, 서울의 진면목은 겸제의 시선이 길을 열어 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화가들은 우리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우리의 시선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이다. 토박이 예술가만 한 고장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태양과 야자수, 수영장과 자유, 끝없는 고속도로와 사막의 이미지를 지닌 캘리포니아는 누구의 눈을 통해 자기 이미지를 얻는가?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일 것이다. 뉴욕에서 이주해 온 토머스 핀천의 몇몇 소설들이 1960년대 케네디 시대 캘리포니아의 기록 문서라면 영국에서 이주해 온 호크니의 그림들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의 기록화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서로 무관하게 소설과 미술에 몰두한 두 작가의 캘리포니아란 공통적으로 ‘자유’를 뜻한다. 그 자유와 개방성은 트럼프 시대의 경직성과 긴장감 때문에 오늘날 더욱 돋보인다. 올해 미술계에서 가장 돋보였던 예술가는 팔십 세 생일을 맞은 호크니일 것이다. 90년대엔 프랜시스 베이컨의 전 생애를 돌아보는 최대 규모 전시회가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에서 있었는데, 올해 테이트는 호크니의 것이었다. 60년대 이후 현대 철학이 프랑스 사상가들을 통해 표현됐다면, 동시대 현대 회화는 런던의 화가들을 통해 표현돼 온 것 같다. 테이트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게티센터에서도 캘리포니아를 사랑한 이 화가의 특별전이 열렸는데, 그의 유명한 사진 작품들을 보여 주고 있다. ‘피어블로섬 하이웨이’로 대표되는 그의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 작품들은 공간의 부분 부분을 찍어 서로 연결하거나 중첩시키거나 어긋나게 배치해 놓은 콜라주들이다. 왜 이런 사진 콜라주가 출현했을까? 호크니가 좋아했던 그랜드캐니언 여행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그랜드캐니언은 ‘초점이 없다’(no focus)고 말한다. 풍경을 한눈에 들어오게 하는 원근법의 중심이 없다는 말이다. 눈과 얼굴을 움직여 가며, 발걸음을 옮겨 가며 이쪽저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부분 부분을 봐야만 한다. 그래서 그랜드캐니언은 사진 전체가 아닌 부분 부분의 사진이 병치된 콜라주로 화폭 속에 담긴다. 원근법은 하나의 질서인데, 중심이 없는 풍경은 이 질서에 복종하지 않고 이 질서를 벗어나 버린다. 관찰자란 하나의 법칙 안에 옭아맬 수 없는 세계의 다양성을 겸손히 공부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원근법이라는 하나의 수학적 질서 아래 그림이 세상 생김새의 비밀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근대적 사고방식과 얼마나 다른가. 결국 콜라주식으로 부분 부분이 오려 붙여진 그의 사진은 세상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법칙은 없다는 깨달음의 표현이다. 동양의 회화 또한 매우 오래전에 이런 깨달음에 도달했었다. 중국의 최고 국보인 장택단의 ‘청명상하도’는 청명절을 맞아 북적거리는 북송의 도시 카이펑(開封)의 하루를 생동감 있게 하나의 화폭 안에 담아 낸 걸작이다. 이 그림 한 폭과 더불어 우리는 천 년 전 사라진 송나라의 우주 전체를 고스란히 되찾게 된다. 이 그림은 수미터에 이르는 두루마리에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두루마리 전체를 바라보는 하나의 초점, 하나의 시선, 하나의 중심이 있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청명상하도’에는 두루마리 전체의 외면적인 자연스러운 연결에도 하나의 원근법이 아니라 구간마다 계속 변화하는 초점이 있을 뿐이다. 그림을 보는 이는 하나의 중심에 설 수 없고, 두루마리를 조금씩 따라가며 계속 시선을 옮겨야만 그림 전체를 볼 수 있다. 메를로퐁티의 말처럼 원근법적 중심에 서서가 아니라 눈과 몸을 움직여서만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비전을 조금씩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뜻에서 호크니 역시 그랜드캐니언을 하나의 초점 아래 볼 수 없었고, 계속 이곳저곳으로 눈을 움직여야만 볼 수 있었다. 결국 그림은 세상은 하나의 질서와 하나의 중심을 가지지 않고, 서로 이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는 다양성만을 지닌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그 다양성의 인정이란 바로 세상의 ‘자유’에 대한 승인 아닌가? 오늘날의 경직된 세계 정세 때문에 그림이 도달한 그 자유를 더욱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된다.
  • 근현대사 여적 오롯이 東郊에서 생생한 무지갯빛 이야기 童話되고 동상·기념비의 천국 童心저격

    어린이대공원이 면한 능동, 군자동, 구의동은 조선시대 동교(東郊)의 언저리다. 동교란 동대문서부터 아차산과 광나루까지 서울의 동동쪽 교외를 이르는 조선식 지역 구분법이다.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백악~낙산~남산~인왕산)이 사대문을 형성한다면 외사산(북한산~아차산~관악산~덕양산)은 사대문 밖 10리 즉 성저십리(城底十里)를 감싼다. 동교는 동쪽 벌판이었다. 북교, 서교, 남교라는 지역명은 낯설지만 동교는 귀에 익다. 생산지가 없는 소비도시를 먹여살리고 지키는 중요한 배후지였다.●동대문~광나루 동교는 소비도시 배후동교는 목장→군대 주둔지→채소 재배지로 돌고 돌았다. 너른 들에 말을 키우던 목장이었지만 군마를 키우지 못하도록 항복 조건을 못박은 병자호란 이후 훈련도감 군인 주둔지로, 사대문 안에 필요한 채소 재배지와 물물교환 시장으로 변천한 것이다. 전농동, 마전교, 마장동, 면목동, 자양동, 미근동처럼 지명에 농사와 목축, 채소 재배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특히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옛 뚝섬 경마장에 이 지역의 대표 유전자가 깃들어 있다.어린이대공원을 단순히 하나의 공원, 그것도 어린이용 공원으로 만만히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한국 근현대사의 여적이 오롯이 남은 터전이다. 이 땅의 마지막 황태자비이자 황후인 순명효황후가 1926년 유릉에 순종과 합장하기 이전까지 묻혔던 유강원 자리였다. 능동이라는 지명이 여기서 비롯됐다. 1927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서울컨트리클럽(군자리골프코스)의 클럽하우스가 건재하고 공원에는 18홀 코스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앞두고 남북 간 체제 경쟁의 폭풍 속에서 “골프장을 한가로운 교외로 옮기고 그 자리에 어린이대공원을 조성하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골프장은 어린이공원으로 둔갑했다.●골프장 모습 그대로… 동양 최고 공원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해 71만 9400㎡짜리 동양 최고 규모의 공원을 우리 손으로 조성한 기념비적인 공간이다. 공원이라곤 창경원, 남산공원, 사직공원, 효창공원, 삼청공원, 파고다공원 같은 자연공원과 사적지공원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50달러, 조경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지만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최고의 어린이공원이었다. 모든 어린이와, 어린이를 빙자한 어른들의 놀이터였다.공원을 조성한 양택식 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이 가장 잘한 일은 공원이 인공적인 놀이기구에 파묻히지 않고 골프장 상태 그대로 잔디와 숲을 유지하도록 해 달라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한 점이다. 동양 최대의 디즈니랜드를 만든다면서 모든 길을 포장하고, 동서남북으로 6개의 광장을 만들고, 모노레일을 깐다는 식의 계획은 백지화됐다. 덕분에 오늘의 어린이대공원이 도시의 허파로 온전하게 남았다.●예술가들 무보수 참여… 도시의 허파로당대의 쟁쟁한 예술가들이 무보수로 공원 조성에 참여했고 기업과 개인독지가가 분수대, 벤치, 음수대 제작비 등 공사 대금을 기증 혹은 찬조했다. 광화문 충무공 동상을 조각한 김세중이 중앙분수대를,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염덕문이 정문과 팔각정을 각각 지었다. 어린이대공원은 잠자던 능동 일대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1973년 개원일에 맞춰 서울시는 시내 어느 곳에서라도 한 번만 갈아타면 대공원에 갈 수 있도록 시내버스 운행체계를 개편했다. 개원 첫날 60만명, 다음날 30만명이 몰렸다. 한적한 교외마을 능동과 뚝섬·화양·중곡동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개발붐을 탔다. 주변이 학교와 주택지로 변했다. 능동로·중곡동길·자양로가 생겼고 천호대로와 동이로가 개통됐다. 지하철 2·5·7호선이 지나게 된 것도 모두 어린이대공원의 영향이다. ●마지막 황후의 능… 살아 있는 역사로‘옥에 티’가 있다면 20개에 이르는 동상과 기념비가 개념 없이 꽂혀 있고 육영재단 어린이회관과 통일교에 알토란 같은 부지 13만㎡를 떼어준 점이다. 1974년 남산에서 옮겨온 어린이회관은 길을 잃었고 리틀엔젤스예술단 자리엔 유니버설발레단, 선화예술 중·고교 등이 들어서 사유화됐다.꿈마루는 ‘소설 같은’ 건축물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후의 능과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 그리고 어린이대공원 교양관이라는 여러 시간대의 역사가 한 장소에 겹쳐 꿈을 꾸기 때문이다. 워커힐호텔 본관을 설계한 나상진이 1970년 완공한 이 건물은 철거 일보 직전 살아남은 뒤 조성룡과 최춘웅에 의해 2011년 되살아났고 2013년에는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 14위에 뽑혀 건축물 순례지가 됐다. 살아남은 역사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1회 동심이 전하는 메시지편이 서울 광진구 능동로 216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지난 5일 진행됐다. 어린이대공원은 공원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의 보물창고이다. 참가자들은 무더위를 피해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나무들이 소곤대는 소리와 보름달을 조명 삼아 시원한 밤을 보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나온 어린이들도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전해 주는 감미로운 무지갯빛 이야기보따리를 따라 동심을 맘껏 발산했다.
  •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東郊에서 童話되고 童心저격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東郊에서 童話되고 童心저격

    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1회 동심이 전하는 메시지편이 서울 광진구 능동로 216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지난 5일 진행됐다. 어린이대공원은 공원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의 보물창고이다. 참가자들은 무더위를 피해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나무들이 소곤대는 소리와 보름달을 조명 삼아 시원한 밤을 보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나온 어린이들도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전해 주는 감미로운 무지갯빛 이야기보따리를 따라 동심을 맘껏 발산했다.어린이대공원이 면한 능동, 군자동, 구의동은 조선시대 동교(東郊)의 언저리다. 동교란 동대문서부터 아차산과 광나루까지 서울의 동동쪽 교외를 이르는 조선식 지역 구분법이다.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백악~낙산~남산~인왕산)이 사대문을 형성한다면 외사산(북한산~아차산~관악산~덕양산)은 사대문 밖 10리 즉 성저십리(城底十里)를 감싼다. 동교는 동쪽 벌판이었다. 북교, 서교, 남교라는 지역명은 낯설지만 동교는 귀에 익다. 생산지가 없는 소비도시를 먹여살리고 지키는 중요한 배후지였다. ●동대문~광나루 동교는 소비도시 배후 동교는 목장→군대 주둔지→채소 재배지로 돌고 돌았다. 너른 들에 말을 키우던 목장이었지만 군마를 키우지 못하도록 항복 조건을 못박은 병자호란 이후 훈련도감 군인 주둔지로, 사대문 안에 필요한 채소 재배지와 물물교환 시장으로 변천한 것이다. 전농동, 마전교, 마장동, 면목동, 자양동, 미근동처럼 지명에 농사와 목축, 채소 재배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특히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옛 뚝섬 경마장에 이 지역의 대표 유전자가 깃들어 있다. 어린이대공원을 단순히 하나의 공원, 그것도 어린이용 공원으로 만만히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한국 근현대사의 여적이 오롯이 남은 터전이다. 이 땅의 마지막 황태자비이자 황후인 순명효황후가 1926년 유릉에 순종과 합장하기 이전까지 묻혔던 유강원 자리였다. 능동이라는 지명이 여기서 비롯됐다. 1927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서울컨트리클럽(군자리골프코스)의 클럽하우스가 건재하고 공원에는 18홀 코스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앞두고 남북 간 체제 경쟁의 폭풍 속에서 “골프장을 한가로운 교외로 옮기고 그 자리에 어린이대공원을 조성하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골프장은 어린이공원으로 둔갑했다.●골프장 모습 그대로… 동양 최고 공원 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해 71만 9400㎡짜리 동양 최고 규모의 공원을 우리 손으로 조성한 기념비적인 공간이다. 공원이라곤 창경원, 남산공원, 사직공원, 효창공원, 삼청공원, 파고다공원 같은 자연공원과 사적지공원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50달러, 조경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지만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최고의 어린이공원이었다. 모든 어린이와, 어린이를 빙자한 어른들의 놀이터였다. 공원을 조성한 양택식 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이 가장 잘한 일은 공원이 인공적인 놀이기구에 파묻히지 않고 골프장 상태 그대로 잔디와 숲을 유지하도록 해 달라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한 점이다. 동양 최대의 디즈니랜드를 만든다면서 모든 길을 포장하고, 동서남북으로 6개의 광장을 만들고, 모노레일을 깐다는 식의 계획은 백지화됐다. 덕분에 오늘의 어린이대공원이 도시의 허파로 온전하게 남았다.●예술가들 무보수 참여… 도시의 허파로 당대의 쟁쟁한 예술가들이 무보수로 공원 조성에 참여했고 기업과 개인독지가가 분수대, 벤치, 음수대 제작비 등 공사 대금을 기증 혹은 찬조했다. 광화문 충무공 동상을 조각한 김세중이 중앙분수대를,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염덕문이 정문과 팔각정을 각각 지었다. 어린이대공원은 잠자던 능동 일대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1973년 개원일에 맞춰 서울시는 시내 어느 곳에서라도 한 번만 갈아타면 대공원에 갈 수 있도록 시내버스 운행체계를 개편했다. 개원 첫날 60만명, 다음날 30만명이 몰렸다. 한적한 교외마을 능동과 뚝섬·화양·중곡동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개발붐을 탔다. 주변이 학교와 주택지로 변했다. 능동로·중곡동길·자양로가 생겼고 천호대로와 동이로가 개통됐다. 지하철 2·5·7호선이 지나게 된 것도 모두 어린이대공원의 영향이다. ●마지막 황후의 능… 살아 있는 역사로 ‘옥에 티’가 있다면 20개에 이르는 동상과 기념비가 개념 없이 꽂혀 있고 육영재단 어린이회관과 통일교에 알토란 같은 부지 13만㎡를 떼어준 점이다. 1974년 남산에서 옮겨온 어린이회관은 길을 잃었고 리틀엔젤스예술단 자리엔 유니버설발레단, 선화예술 중·고교 등이 들어서 사유화됐다. 꿈마루는 ‘소설 같은’ 건축물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후의 능과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 그리고 어린이대공원 교양관이라는 여러 시간대의 역사가 한 장소에 겹쳐 꿈을 꾸기 때문이다. 워커힐호텔 본관을 설계한 나상진이 1970년 완공한 이 건물은 철거 일보 직전 살아남은 뒤 조성룡과 최춘웅에 의해 2011년 되살아났고 2013년에는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 14위에 뽑혀 건축물 순례지가 됐다. 살아남은 역사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자치광장] 공공미술 주인은 시민이다/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

    [자치광장] 공공미술 주인은 시민이다/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

    미국 시카고는 세계적인 공공미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큰 화재로 폐허가 된 도시가 문화예술로 새 생명을 얻어 예술가라면 한 번쯤 가 보고 싶은 문화 도시로 탈바꿈했다. 도심 속 공공미술 작품은 도시 품격을 높이고 삭막한 도시 풍경을 바꾸는 매력이 있다.서울시는 지난해 시민이 행복한 문화 도시를 지향하며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을 시작했다. 공공미술을 단순히 공간을 치장하는 게 아니라 도시 면면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도구로 활용, 서울 전체를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서울은 미술관의 약속’에는 시의 이러한 의지와 철학이 담겨 있다.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시민의 일상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고 신중한 방식의 사업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이 약속은 ‘공공미술의 주체이자 주인은 시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작품보다는 장소를, 작가보다는 시민의 삶을 우선하며 유명 작가의 작품을 뽐내는 일방적 설치가 아니라 도심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공감과 배려가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은 미술관’의 첫 작품 ‘윤슬’(강예린 작)은 서울역 서부 만리동광장에 설치돼 있다. ‘윤슬’은 공공미술 작품이 끊임없는 관계 맺기를 통해 사랑받고, 지역의 모습을 점차 바꾸어 가는 구심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서울시는 다양한 시민 참여 방식의 공공미술도 시도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시민의 목소리’(김승영 작)는 최초로 시민이 작품 심사를 했다. 약 6000명의 시민 투표로 최종 선정됐다. ‘시민의 목소리’는 서울의 오늘을 주제로 해마다 시민 투표에 의해 선정된 작품을 전시하는 ‘오늘’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이다. 시는 현재 차기작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눈으로 공공미술을 찾아 작품과 교감의 폭을 넓히는 ‘공공미술 시민발굴단’도 운영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시민과 작가가 하나가 돼 작품을 제작하는 ‘퍼블릭, 퍼블릭’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서울시 공공미술의 기본 체제를 정립하기 위한 관련 조례도 제정했다. 공공미술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제2회 서울은 미술관 국제 콘퍼런스’도 오는 9월 개최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미술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공공미술이 시민을 위한다는 선의로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하나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예술성과 시대성,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 게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서울은 미술관’이 본궤도에 올라 예술로 감동을 주는 도시 서울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예술계와 시민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 [그 책속 이미지] 샌드위치·독서로 독재에 맞선 태국 ‘신개념 시위’

    [그 책속 이미지] 샌드위치·독서로 독재에 맞선 태국 ‘신개념 시위’

    거리 민주주의:시위와 조롱의 힘/스티브 크로셔 지음/문혜림 옮김/산지니/184쪽/1만 9800원2014년 쿠데타로 권력을 쥔 태국 독재 정권은 시민들에게 “행복해지라”고 명령했다. 행복이 명령한다고 될 일인가. ‘행복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5명 이상 모이는 것도 금지하는 군부 정권의 횡포 앞에 시민들은 단순하지만 영민한 시위를 이어 갔다. 공공장소에서 샌드위치 먹기와 책 읽기로 거부하고 저항한 것. 그래서 샌드위치는 ‘민주주의 도시락’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인권운동가인 저자는 중국, 미국, 유럽, 중동 등 세계 전역에서 이뤄진 기발하고 익살스러운 시위 풍경을 포착해 새로운 변화의 길을 만들어 간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위의 효과적 표현은 오직 창의적 표현뿐”이라는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의 말을 체감할 수 있는 79장의 사진들이 ‘변화의 순간’들을 증거한다. 저자는 “(이들이 이끈) 경험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는 창조성과 용기 그리고 비폭력의 힘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준다”는 말로 시위의 정형을 깬 풍경들이 우리에게 건넨 가치를 전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경계를 허문 예술, 도시의 일상이 되다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경계를 허문 예술, 도시의 일상이 되다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10년을 주기로 독일 뮌스터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공공미술 행사다. 1977년 첫 회가 시작된 지 반세기가 흐른 2017년, 다섯 번째 행사가 지금 뮌스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6월 10일 막을 올려 10월 1일까지 계속되는 행사를 보기 위해 현대미술 순례길에 오른 전 세계의 미술관광객들로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와 함께 유럽 3대 미술행사로 꼽히는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다른 미술행사와는 달리 실내가 아닌 거리, 광장, 공원, 대학 캠퍼스 등 야외 공공장소에서 진행된다. 초대된 작가들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 공간의 맥락 속에서 장소특정적 작업을 진행한다. 2017년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이하 SP17)에서는 ‘몸을 벗어나, 시간을 벗어나, 장소를 벗어나’라는 큰 주제 아래 19개국 35명(팀)의 작품이 발표됐다.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예술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SP17은 디지털 기술과 인간의 관계, 지구와 환경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설치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디지털 공공 영역에서의 익명성,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예술가의 위치에 대해 탐구해 온 아람 바르톨은 인터넷 공유기와 전자장치 및 케이블을 이용해 그릴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아티스트 그룹 ‘캠프’는 2차 세계 대전 때 부서진 옛 뮌스터 극장과 새로 지어진 유리 건물을 검은색 전선으로 연결해 시간과 공간을 이어 주는 ‘매트릭스’를 발표했다. 안드레아스 분테의 ‘실험실 생활’은 뮌스터 시립 엘베엘(LWL)미술관 맞은편 건물의 벽면에 포스터와 QR코드를 부착해 놓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영상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변화하는 환경에서 미래의 삶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실험도 많았다. 디지털로 연결된 세계에서 각자 고립된 생활을 하던 타인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실험을 하고 그 결과물을 영상에 담아 보여 주는 코키 다나카의 ‘워크숍’, 포스트모던한 건축양식에 대한 비판을 담은 펠레스 엠파이어 그룹의 조각작품, 콘크리트 덩어리와 건축 폐기물을 뒤섞은 마이클 딘의 작품, 토머스 쉬테의 ‘뉴클리어 템플’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레고르 슈나이더는 LWL 미술관 4층에 묘한 공간체험을 위한 아파트를 만들었다. 똑같이 생긴 두 쌍의 공간을 만들고 뱅글뱅글 돌다가 원점으로 돌아왔나 싶으면 출구에 도달하는 이 작품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인간의 실존을 묻는다. 피에르 위그는 지난해 폐장한 뮌스터시 서북쪽의 아이스링크 건물을 해체하고 흙바닥을 드러낸 후 원초적인 상태의 지구생태환경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발표했다. 마치 거대한 고고학 탐사 사이트를 연상하게 하는 이 작품의 제목은 ‘앞선 삶 그 이후에’다. 인간에 의한 개발 이전의 지구로 돌아가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무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이세 에르크만은 남동쪽에 흐르는 도심천에 철제 구조물을 가라앉혀 물 위를 걷는 체험을 하게 하는 ‘온 워터’로 인기를 모았다. 설치물뿐 아니라 건물에 그려진 만화와 간판, 심지어 문신까지도 예술적인 작업으로 선보였다.도시 곳곳에 퍼져 설치된 작품들을 일일이 찾아가 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LWL미술관의 뮤지엄숍에서 지도(3유로)를 사고, 자전거(하루 12유로)를 빌려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자전거 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튼튼한 두 발과 방향 감각에 의지해 여유 있게 산책하듯이 다니는 것이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를 제대로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니다 보면 SP17뿐 아니라 이전에 발표됐다가 영구 설치된 작품들을 도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행사 때마다 반응이 좋은 작품을 뮌스터시와 LWL미술관, 뮌스터대학, 기업이나 재단 등에서 사들여 영구 설치해 놓고 있다. 1977년부터 2007년까지 4차례의 행사를 거치는 동안 36점이 도시 곳곳에 설치돼 도시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뮌스터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 호수로 연결되는 공원에 공룡알처럼 생긴 흰 구(球)들이 설치돼 있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 ‘거대한 풀 볼’(1977) 옆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온 청소년들, 잔디 위에서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호수를 따라 내려가면 언덕 위에 안테나처럼 생긴 일리아 카바코프의 설치작품 ‘위를 보고, 단어를 읽어보세요’(1997)가 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조깅을 하는 시민들이 간간이 보이는 호숫가를 걸어가다 보면 물 위로 길게 데크를 깔아 만든 호르헤 파르도의 ‘부두’(1997)가 보인다. 다리 아래에서 시간마다 아리아가 나오는 것은 수전 필리프스 작 ‘잃어버린 반영’(2007)이다. 나무 덤불을 각지게 잘라 놓은 것은 로즈마리 트로켈의 작품 ‘다른 것보다 덜 야성적인’(2007)이다. 수평선과 언덕의 경사를 살려 두 개의 둥근 원을 설치한 작품은 미니멀리즘 대가 도널드 저드의 ‘무제’(1977)다. 구도심의 주택가 골목에는 다니엘 뷔랭의 ‘4번째 문’(1987)이, 공원 광장에는 붉은색 체리를 얹은 쉬테의 ‘체리 기둥’(1987)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도 데니스 아담스의 1987년 작품이며, 어린이놀이터의 의자도 시야 아르마야니가 같은 해 만든 것이다. 도시 곳곳에서 보일 듯 말 듯한 존재감으로 시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예술작품인 동시에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공공미술 본연의 모습을 보여 준다.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뮌스터를 가장 이상적인 ‘공공미술의 성지’로 만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행사는 시민들의 공공미술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 1974년 뮌스터시는 고풍스러운 도시에 현대조각을 설치해 도시환경을 새롭게 꾸밀 계획을 세우고 베스트팔렌 시립미술관 큐레이터였던 클라우스 부스만에게 작품 선정을 의뢰했다. 부스만은 미국조각가 조지 리키의 ‘세 개의 회전하는 정사각형’을 선정했다. 긴 막대에 걸린 정사각형 판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작품 구입에 13만 마르크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내용이 지역신문에 보도되자 뮌스터 시민들은 세금으로 그런 ‘난해한 물건’을 구입하는 데 분개했다. 그때까지 현대미술 작품이 뮌스터 시내의 공공장소에 설치된 것을 본 적이 없었던 시민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치권에서도 한목소리를 냈다.결국 리키의 조각은 서독연방은행이 구입해 시에 기증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이 소동을 겪으면서 뮌스터시는 시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공공미술과 현대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1977년 클라우스 부스만 관장과 당시 독일에서 가장 촉망받는 큐레이터였던 카스퍼 쾨니히를 공동 기획자로 현대미술의 실험정신과 뮌스터라는 도시가 어떻게 교감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조각 프로젝트’(Skulptur Projekte)가 개최됐다. 현대미술에 대한 교육적 목적이 다분했던 첫 행사에는 칼 앙드레, 요셉 보이스, 도널드 저드, 리처드 롱, 브루스 나우먼, 클래스 올덴버그, 리처드 세라 등 당대 최고의 미니멀리즘 추상조각 및 개념미술 작가 9명이 초대됐다. 이들에게 도시의 환경과 역사 등을 살핀 후 각자가 원하는 장소를 정해 그에 맞는 작품을 제작하도록 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시민들은 점차 예술의 마술에 걸려들었다. 어색하던 현대미술을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공공미술이 시민들의 삶 속에 자리잡게 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다. 10년 주기로 열리는 행사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뮌스터시와 베스트팔렌시립미술관인 LW미술관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초대 기획자인 쾨니히가 지금까지 감독이자 공동 큐레이터로 이 행사를 이끌어 온 덕분이다. 이 같은 정책적 지속성이 뮌스터라는 도시의 장소성과 역사성 속에 공공미술이 녹아들고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예술을 누릴 수 있게 만들었다. 하루아침에 뚝딱 기획했다가, 결국 맥락도 없는 골칫덩이를 만들어내면서 공공미술이라 치부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테러당한’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테러당한’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길을 걷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간판이고 외국은 담이나 축대, 건물 외벽에 빼곡한 소위 그라피티(Graffiti)라 부르는 낙서다. 세계 어디에서나 낙서는 혐오의 대상이고 이를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대개 경범죄로 처벌한다. 하지만 낙서는 사회구성원들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욕구를 발산하는 욕망과 저항의 분출구로서 기능한다. 때문에 처벌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처벌을 피하는 스릴 때문에 오히려 낙서가 조장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기도 한다.낙서를 대하는 태도는 그 사회의 개방성과 비례한다. 열린 사회일수록 반사회적이며 비도덕적인 행위로 취급받던 낙서가 하나의 예술행위로 간주된다. ‘누구나, 모든 것이 예술가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현대미술의 넉넉함에 기반한다. 키스 해링(1958~1990)이 낙서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고, 뉴욕의 뒷골목과 지하철을 전전하며 낙서를 하던 화가 바스키아(1960~1988)는 ‘검은 피카소’로 대접받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세속적인 성공과 거리를 둔 채 낙서를 통해 세상을 풍자하고 약자들을 위무하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있고, 그 중심에 뱅크시가 있다. 영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2010)는 뱅크시를 비롯한 길거리 화가들의 비밀스러운 작업과정을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영화다.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유쾌하게 표현한 뱅크시의 작품들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잠자는 양심을 깨웠다. 그가 단순한 낙서화가가 아닌 예술가로 대접받는 이유다.그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얼굴을 본 사람도 없다. 단지 영국 브리스틀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활동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명성을 얻은 후에도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는 200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창고에서 ‘가까스로 적법한’(Barely Legal)이란 전시를 통해 일약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편견 가득한 세상 사람들에게 ‘엿’을 먹이는 작품을 선보여 선풍을 일으켰고, 거리예술이 미술시장의 신상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거리예술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고 밤새 도둑처럼 그린 그림이 있는 벽이 뜯기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뱅크시는 거리예술과 미술시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그는 미술시장의 왜곡된 생태를 보여 줄 요량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라고 동료 작가 티에리에게 먼저 권유했고,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다. 티에리가 처음 수많은 거리예술가를 찍은 테이프를 가지고 만들어 보려고 했으나 결과는 엉망진창. 결국 뱅크시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티에리를 주인공 삼아 작품을 완성했다. 다큐 속에서 티에리는 예명을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 즉 세뇌라고 붙이고 첫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2008)를 연다. 무명인 그의 개인전은 대성공을 거둔다. 첫날 4000명이 몰려들어 전시 기간은 당초보다 3개월 늘어났고, 총관람객이 5만명에 이르렀다. 성공 비결은 미술시장의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는 것. 작품의 질과 상관없이 최대한 ‘알릴 것을 알린’ 홍보 전략 덕택이었다. 전시에 대한 뱅크시의 짧은 논평은 티에리의 개인전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됐고, LA의 영향력 있는 주간지 표지에 전시 소식이 실린 것도 주효했다. 다큐는 옷 장수에 불과했던 티에리가 자신의 삶과 미술시장을 전복시키는 악동 예술가가 되어 돈방석에 오르는 과정을 보여 주며, 성공에 관한 허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뱅크시가 이름을 알린 것은 1990년쯤부터다. 고향 브리스틀에서 그라피티 아티스트 그룹(DryBreadZ Crew·DBZ)의 일원으로 출발했다. 유명세를 얻은 것은 1999년 경찰들에게 화염병을 던지는 테디베어를 그린 브리스틀 마일드 서드 웨스트의 벽화였다. 매니저로 작품의 판권을 넘겨받은 스티브 라자리데스를 만난 뱅크시는 2000년부터 거리예술에 더욱 효과적이고 시간이 절약되는 스텐실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원하는 그림의 모양을 종이에 그려 오려 낸 뒤 벽에 붙인 채 에어브러시 등으로 물감을 분사하거나 찍어 넣어 표현하는 기법으로 특히 같은 이미지나 모양을 반복해서 빨리 제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후 그는 더욱 인상적이고 유머러스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특히 2005년 8월 팔레스타인을 여행하면서 이스라엘 서안 지구의 9개 벽에 남긴 작품은 모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반전, 반소비주의, 반파시즘, 반제국주의, 반권위주의, 무정부주의, 허무주의, 실존주의 등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는 물론 탐욕, 빈곤, 위선, 지루함, 절망, 부조리, 소외 같은 주제도 망라한다. 벽화의 등장인물은 늘 세상의 더러운 곳에서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쥐나 침팬지를 비롯해 경찰, 군인, 어린이들이다. 낙서를 저항의 수단이자 예술로 끌어올린 그는 공권력을 비웃듯 아무렇지도 않게 낙서를 하고 유유히 사라져 ‘게릴라 아티스트’라고도 불린다. 유명인사가 되면서 불법 취급받던 그의 낙서에 대해 보존 운동이 일어나고 가격이 올라가면서 기존의 미술을 조롱하던 거리예술의 처치가 매우 곤란해졌다. 미술계의 허위의식과 배금주의를 비웃던 게릴라들이 자본의 울타리 안에서 정규군으로 재편되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의 제목을 미술관 구조에서 따온 이유가 다 있다. 한껏 교양적인 전시라고 포장은 하지만 결국 끝에 가서 미술관 출구 직전에 위치한 선물 가게에서 기념품을 사도록 강요받는, 미술시장의 상업성을 비튼 것이다. 세상을 향한 조롱과 날 선 비판이 담긴 작품을 남기고 게릴라처럼 사라지는 거리화가들은 예술이라는 절대가치를 비웃기 때문에 ‘아트 테러리스트’라고도 불린다. 여전히 언더그라운드를 지향하는 그를 비웃듯 세상은 그의 작품을 사고팔면서 그의 정신에 ‘테러를 가하고’ 있다. 그의 저항은 자부심과 자괴감의 중간 또는 언더와 오버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 [세계는 기본소득 실험 중] 1년간 月130만원 지원…엄마는 ‘상담치료사 꿈’을 꾸기 시작했다

    [세계는 기본소득 실험 중] 1년간 月130만원 지원…엄마는 ‘상담치료사 꿈’을 꾸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이 아니었다면 제 꿈을 찾을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난달 17일 독일 베를린 시민단체 ´마인 그룬트아인콤멘(Mein Grundeinkommen·나의 기본소득)´ 사무실에서 만난 베를린 청소년청의 10년차 사회복지사 코린나 크루지우스(37·여)는 두 딸(6살·4살)을 둔 ‘워킹맘’이다. 남편과 맞벌이로 가정을 이끌지만 박봉인 데다 매달 내야 하는 임대료가 만만치 않고, 저축까지 해야 하니 살림이 빠듯하다. 워킹맘으로의 하루하루 생활도 ‘전쟁터’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두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1시간 거리를 운전해 출근을 한다.직장에서 크루지우스는 주로 학대당하는 아동이나 문제 아동 관련 가족 상담을 하고 관련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업무량에 비해 직원수가 부족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재교육을 받아 심리치료 자격증을 획득해 ‘가족 분쟁 상담 치료사’가 되고 싶지만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격증 공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크루지우스의 갑갑한 일상에 변화가 생긴 건 지난 5월 ‘마인 그룬트아인콤멘’의 기본소득 프로젝트에 실험대상자로 선정되고 나서부터다. 실험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금을 조성해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 이들에게 1년 동안 매월 1000유로(약 13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잡지를 뒤적이다 우연히 마인 그룬트아인콤멘에 대한 광고글을 읽은 크루지우스는 혹시나 싶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험을 신청한 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작은 지역 방송에서 이 추첨을 중계했는데 전 그 방송을 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더라고요. 제가 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요. 기분요? 아마 로또에 당첨된 심정이 이런 것 아닐까요?” 크루지우스는 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1년간 매달 들어오는 1000유로를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했다. 문득 ‘돈’ 때문에, ‘돈’을 기준으로 직업을 결정해야만 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크루지우스의 첫 직업은 은행원이었다. 10대 후반, 대학 공부에 뜻이 없었던 그는 진학 대신 직업교육을 택했고, 딱히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른 직업군보다 연봉을 조금 더 받는다는 이유로 재무 관련 교육을 받고 은행에 취직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를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결국 첫 직장을 관두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사가 되었지만 감당하지 못할 스트레스를 주는 업무 때문에 또 행복하지가 않았다. 그날 밤 크루지우스는 1000유로를 자신의 꿈을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오랫동안 꿈꿔 왔던 심리치료 자격증을 따기로 한 것이다. “1년간이지만 공짜 돈이 들어온다면 누구나 기뻐할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졌습니다. 누군가가 기부한 돈인데 정말 유용하게 쓰고 싶었어요.” 현재 크루지우스는 기본소득 1000유로를 저축하고 있다.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학비 6000유로(약 780만원)를 내고 재교육기관에 등록해 2년 동안 코스를 이수해야 하는데 재교육이 오는 11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등록금으로 쓸 계획이다. 자격증을 획득한 후 이직에 성공할 때까지 현 직장을 관둘 생각은 없다. 다만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파트타임으로 일을 줄여 일과 공부, 육아를 병행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스스로를 위해 돈을 쓰는 여유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기본소득으로 인해 삶의 질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10년 뒤의 자신을 꿈꿔 보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크루지우스를 포함해 현재 마인 그룬트아인콤멘에서 기본소득을 받고 있는 실험 대상자는 모두 90명. 2014년 9월 실험을 시작한 마인 그룬트아인콤멘은 매년 90명을 추첨해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예술가부터 장기 실업자까지 성별, 나이, 직업과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이 기본소득 혜택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을 받으면 노동 의지를 상실하고 게을러질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지금까지 실험에 참여한 270여명의 대상자 중 기본소득을 받고 난 뒤 일을 그만둔 사례는 없었다. 마인 그룬트아인콤멘의 크리스티앙 리히텐베르크 매니저는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게을러지기보다는 오히려 크루지우스처럼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기 계발과 재교육에 투자하는 등 오히려 부지런해지고 자신감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험 대상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기본소득을 받은 이후 밤에 잠을 잘자게 됐고, 경제적 제약을 벗게 되었을 때 생겨난 가능성으로 인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됐다는 피드백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마인 그룬트아인콤멘이 실시한 기본소득 실험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프로젝트의 재원인 기부금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3년간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인원은 약 6만명에 달하며 모두 118만 8000유로(약 15억 6000만원)가 모였다. 한 명당 평균 4유로를 기부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기부자 수가 급증해 앞으로 실험 대상자들을 1년에 99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당 실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실험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3년 전 3만명이었던 지원자는 올해 40만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수급 기간이 1년으로 제한됐다는 점, 실험 대상자 수가 적다는 점에서 국가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갖지는 못한다는 점이 이 실험의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독일 좌파당 학술위원 로날트 블라슈케는 “누구나 1년만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면 모두가 의미 있게 쓰려고 할 것”이라며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는 홍보 효과는 크지만, 이 실험에서 연구 결과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프리카 나마비아의 한 주에서 실시된 기본소득 실험도 기본소득을 받은 이가 돈을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에게 대부분 송금하는 사례가 수없이 나와 사실상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얻는 데 실패했다”며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에 대한 보편적 이론을 얻기 위해서는 국가가 실험을 실시해 연방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베를린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현장 행정] 유흥주점 즐비하던 방학천, 젊은 예술가 거리로 탈바꿈

    [현장 행정] 유흥주점 즐비하던 방학천, 젊은 예술가 거리로 탈바꿈

    “악취가 나고 유흥업소가 밀집해 주민이 꺼리던 방학천이 젊은 예술가들을 품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겁니다.”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 방학천 거리는 비를 잔뜩 품은 하늘만큼 잿빛이었다. 일차선 도로와 다닥다닥 붙은 낡은 적벽돌 건물, 오래된 유흥주점 간판이 거리의 첫인상이었다. 거리 한가운데 유독 이질적인 공간이 하나 있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방학생활’이라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새로 칠한 회색 페인트 벽에 노란색과 흰색으로 꾸며진 공간은 주변까지 환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날 방학천 거리에 함께 나선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어두컴컴한 방학천 거리를 밝은 공간으로 탈바꿈해 주민과 청년 예술가에게 돌려줄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 방학천은 냄새나서 사람들이 접근을 꺼리던 곳이었어요. 하천 주변에 산책로를 내고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천 환경을 개선한 뒤에야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죠. 하지만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다 보니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어요.” 지난해 4월 도봉구는 이 일대 환경 개선을 위해 지역 경찰서, 교육청, 시민단체 등과 손을 잡았다. 유흥업소 단속 태스크포스가 꾸려지고 지속적으로 합동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30곳이 넘던 유흥업소는 현재 3곳만 빼고 모두 자리를 옮기거나 문을 닫았다. 유흥업소가 사라지고 빠진 공간은 구에서 임대했다. 이 구청장은 건물주를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유해업소와의 재계약을 막기 위해 건물주를 계속해서 설득했어요. 처음엔 반대했던 건물주들도 방학생활이 들어서고 주변 환경이 변화된 것을 보니까 마음이 바뀌신 거 같더라고요.” 유해업소가 빠져나간 자리, 구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임대할 계획을 세웠다. 일시적으로 외관이 변한다고 공간이 변하는 게 아니라 주민의 참여, 함께하는 과정이 있어야 실질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믿는 이 구청장의 신념 때문이다. 현재 유리공예, 가죽공예, 판화디자인 등을 하는 작가들이 모집을 통해 선정된 상태다. 입주작가로 선정되면 22㎡(6.6평)에 월 35만원인 임차료를 6개월간 지원하고 리모델링비용 1250만~1780만원, 기본물품 구매비용 등도 지원받는다. 구는 또 추후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도록 했다. 이 구청장은 방학천 거리를 ‘한글문화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방학천을 따라 걷다 보면 세종의 딸인 정의공주 묘와 일제 식민통치 아래서 우리 문화재를 지켰던 간송 전형필 선생의 가옥, 시인 김수영 문학관 등이 나타납니다. 주변 문화 자원을 모티브로 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개장 100일 만에 31만명 돌파

    파라다이스그룹은 지난 4월 20일 인천 영종도에 1차 오픈한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 수 31만명을 돌파했다고 31일 밝혔다. 파라다이스시티는 파라다이스그룹과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세가사미 홀딩스가 합작해 만든 복합리조트다. 711개의 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과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다. 데이미언 허스트, 구사마 야요이 등 유명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 2700여점도 전시돼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내년 상반기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클럽과 스파, 미술관 등을 포함한 2차 시설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블랙리스트 재발 않게 제도적 장치 마련”

    “블랙리스트 재발 않게 제도적 장치 마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칠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31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진상조사위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내 민중미술의 대표적인 작가인 신학철 화백이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문체부 공무원 4명과 민간 전문가 17명 등 21명으로 구성됐다.블랙리스트로 망가진 지원 사업을 복원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첫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도 장관은 “적폐 청산 첫 과제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제도 개선”이라며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까지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작 ‘모내기’에서 이적 표현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던 신 공동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분단 상황으로 인해 해방 이후 현재까지도 예술가들이 마음 놓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예술인들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우받으며 활동하는 여건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위는 3개 분과로 나뉘어 6개월간 기본 운영된다. 필요시 위원회 의결을 거쳐 3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진상조사, 제도개선, 백서발간 분과 위원장은 각각 조영선 변호사,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김미도 연극평론가가 맡았다. 블랙리스트 관련 1심 판결과 관련해 도 장관은 “국민과 예술인들이 불만이 많고, 저도 같은 예술인으로서 공감하는 바가 있다”며 “위원회 활동 기간에 항소심이 진행될 텐데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한 선고 결과를 비판하며 “부하가 유죄인데 상관이 무죄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조 전 장관이 무죄라면 그는 그림자 장관이었고 직무유기를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당연히) 위법자를 찾아 징계, 고소·고발하겠지만 그보다는 포괄적이고 행정적으로 이 사건을 규명하겠다는 생각으로 조사에 임하겠다”고 부연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In&Out] 새 정부 10대 어젠다 유감/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

    [In&Out] 새 정부 10대 어젠다 유감/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

    21세기가 문화의 시대라는 건 자명하다. 문화는 여러 분야에 직간접적인 영향과 효과를 만든다. 그러나 연극, 무용, 음악, 미술 등 기초예술은 상업예술의 기반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기초예술을 갈고 닦는 것에 대한 지순한 가치 체계를 정립하기보다 입시 중심 교육 경쟁에 가두어진다. 표현의 자유 또한 보장되지 않는다. 지루하고 어렵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도 바꾸려는 노력이 없다. 기초예술은 흔히 말하듯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겁다. 그 가치와 중요성은 갈고 닦은 예술적 기교에 경험과 사상이 결합해 변화 발전할 때 빛을 발한다. 다시 말하면 기초예술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자산이며, 이 자산은 우리 스스로 구하고 보호해야 그 가치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새 정부 10대 어젠다에서 ‘문화 육성’ 또는 ‘기초예술 육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일자리 창출, 육아 지원, 기업 규제와 전략사업, 도시재생, 광역교통 시스템, 보건 위생 체계, 환경, 청정 에너지, 지자체 주도 남북 교류, 지방분권뿐이다. 일제강점기에도 김구 선생은 “우리는 문화 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경제, 국방도 아닌 문화 강국이 돼야 한다는 얘기를 당시 사회 주도층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가장 동경하고 따라하고 싶은 나라가 된다는 것은 이미 한류 열풍을 통해 알고 있다. 그 중심에 근본적인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 바로 기초예술이다. 기초예술은 사회 전반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준다. 사회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순수한 인간 본성을 끝없이 변주한다. 첨단 문명 시대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우리가 누구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에게 돈을, 지원금을, 공연장을 제공하는 것이 기초예술을 보호, 육성하는 방법일까. 성과에 따라 차별 지원한다는 것이 진정한 육성책일까. 기초예술은 자본주의 밖에 있다. 기초예술은 결코 성과 중심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짧은 기간의 지원으로 보호되고 육성되는 것도 아니다. 예술은 단순히 보고 듣고 즐기는 것이 아니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그 무엇까지 얻는다. 그래서 새 정부 10대 어젠다에서 빠진 것이 더욱 안타깝다. 연극은 중·고교 교과 과정에 포함돼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협치와 협력?협동이, 생각나눔?행동나눔이 연극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예술은 국가 근간의 차원에서 엄중하고 진지하게 다각도로 접근해야 하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예술가는 육성, 지원할 대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 복지 대상 1호가 아닌, 지원 육성 1호. 이 둘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문화정책 공약으로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그 첫 번째가 ‘예술인 문화복지 사각지대 해소’였고, 두 번째가 ‘창작권 보장’이었다. 이는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주체인 예술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로 이해하자는 것이 사회 전반의 분위기였다고 기억한다. 이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때다. 단순히 돈 몇 푼 나누어 주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기초예술의 기초인 대한민국의 연극은, 공연예술계는 세계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가의 거시적 지원이 절실한 시기다. 새 정부의 문화 정책에 대한 의지, 믿고 싶다. 믿으려는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부디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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