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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그날의 함성과 눈물 따라 가볼까

    그때 그날의 함성과 눈물 따라 가볼까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된 해다. 순국선열들의 독립정신과 활약상을 되새길 전국의 역사적 장소들이 후손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독립운동의 흔적이 짙게 배인 7개 지역을 3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우리 근대사가 기억하는 선조들의 뜨거운 함성과 눈물에 귀 기울여볼 때다.① 서울 독립문… 역사박물관·경희궁 등 일제강점기 흔적 서울에는 도심 곳곳에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등 시대별로 서울의 변화상을 전시한다. 특별전 ‘딜쿠샤와 호박목걸이’, ‘서울과 평양의 3·1운동’도 열린다. 박물관 옆 경희궁은 아픈 역사가 서린 궁궐이다. 인현왕후와 혜경궁홍씨 등이 거주했던 궁은 일제가 집중적으로 파괴한 대상이었다. 경희궁을 나서면 강북삼성병원 내에 있는 경교장이 금방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이 집무실과 숙소로 사용했던 곳이다. 도심재생예술을 입은 돈의문박물관 마을, 아관파천의 아픔이 서린 정동길 등으로 시간 여행이 이어진다. 3·1운동 열사들이 옥고를 치른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선언서를 전 세계에 타전한 앨버트 테일러가 살던 행촌동 딜쿠샤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② 서울 망우리공원… 만해 한용운·위창 오세창 넋 기린 곳 망우리공원은 뜨거운 역사를 품은 야외박물관이다. 만해 한용운, 위창 오세창, 호암 문일평, 소파 방정환 등 애국지사들이 이곳에 잠들었다.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연보비를 읽다 보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난해 9월엔 ‘유관순열사 분묘합장표지비’가 세워졌다. 이곳은 20년 전까지 망우리공동묘지로 불렸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약 83만 2800㎡(25만여평) 규모로 문 열어 1973년까지 운영됐다. 2만 8500기가 넘는 무덤이 있었지만 꾸준히 이장해 현재 7400여기가 남았다. 이장으로 생긴 빈자리에는 나무를 심었고 울창한 생태 공원으로 변신했다. 숲이 우거져 고즈넉한 곳에 5.2㎞ ‘사색의 길’도 조성됐다. 망우리공원에는 화가 이중섭, 시인 박인환, 소설가 계용묵, 조각가 권진규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 묘지도 있다.③ 충북 괴산 홍범식 고택… 1919년 1500명의 함성 생생히 독립운동가 홍범식은 대한제국이 1910년 한일병탄으로 국권을 빼앗기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결했다. 그는 아들에게 “죽을지언정 친일하지 말고 먼 훗날에라도 나를 욕되게 하지 마라”는 유서를 남겼다. 아버지의 유훈을 받은 소설가 벽초 홍명희는 고향 괴산에서 3·1운동을 주도했다. 홍범식 고택에 들어서면 홍명희가 3·1운동을 준비했다는 사랑채를 만난다. 그의 주도 아래 1919년 3월 19일 괴산산막이시장 거리에서 1500여명이 목 놓아 만세를 외쳤다. 정면 5칸, 측면 6칸의 ‘ㄷ자형’ 안채는 조선 후기 중부지방 양반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고택을 둘러봤다면 진주성대첩의 명장 김시민 장군을 모신 충민사, 괴산호의 절경이 아름다운 연하협구름다리 등을 함께 둘러봐도 좋다.④ 충남 천안 유관순 생가와 7개 전시관 있는 독립기념관 천안에는 독립운동의 함성과 결의를 되새길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를 살펴볼 수 있는 독립기념관이 대표적이다. 높이 51m ‘겨레의 탑’과 동양 최대 기와집인 ‘겨레의 집’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우리 역사를 시기별로 전시한 7개 전시관은 다양한 문헌자료와 체험시설로 방문객을 맞는다. 꼼꼼히 둘러보려면 5시간 정도 걸리니 미리 동선을 짜서 가는 것이 좋다. 주변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캠핑 공간에는 꼬마열차, 어린이방 등 편의시설이 있어 한나절 가족 소풍지로도 손색이 없다.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병천에는 유관순 열사 생가가 있다. 유관순 열사가 체포돼 옥사할 당시 전소된 가옥과 헛간을 복원했다. 가까운 곳에 그의 영정을 모신 기념관이 있다.⑤ 전남 완도 소안도 항일운동기념관… 항일운동의 성지 완도 본섬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소안도에는 1년 내내 태극기가 휘날린다. 함경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항일운동의 3대 성지로 불릴 만큼 치열한 저항정신을 보여준 땅이다. 소안도에 가려면 완도 화흥포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10~12회 운항하는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여객선 이름부터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에 가면 이곳이 어떻게 항일운동 성지가 됐는지 알 수 있다. 당사도등대 습격사건과 사립소안학교 설립 등을 알게 된다. 인구 6000여명밖에 안 되는 섬에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20명, 기록에 남은 독립운동가가 89명에 이르는 사실도 소안도가 항일운동의 성지였음을 뒷받침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몽돌해변 등도 소안도를 방문해야 할 이유다.⑥ 경북 안동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 독립지사의 투쟁사 안동은 시·군 단위로 전국에서 독립 유공자(약 350명)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1894년 갑오의병부터 1945년 광복까지 줄기차게 이어진 안동과 경북 독립지사의 투쟁사를 문헌과 자료,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유학이 뿌리 깊은 지역이지만 의병활동이 실패한 뒤 신학문을 받아들인 혁신유림이 생겨났다. 이들은 국권을 빼앗긴 후 만주로 건너가 항일투쟁을 이어갔다. 일제의 고문시설인 벽관 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 흥미롭다. 기념관을 나서면 독립운동 성지로 알려진 내앞마을이다. ‘만주벌 호랑이’로 불린 일송 김동삼 생가 등이 있다. 안동의 명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임청각도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다. 가까운 월영교의 밤경치도 놓치면 아깝다.⑦ 경남 밀양 의열기념관…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도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 밀양은 영화 ‘암살’을 통해 재조명된 의열단장 약산 김원봉의 고향으로 항일 독립운동 요람이다. 의열단은 식민지배자와 민족반역자 처단, 조선총독부 등 식민지배기관 파괴에 집중했다. 의열단원 최수봉이 밀양경찰서를 폭파하고, 나석주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지는 등 모든 투쟁의 배후에 김원봉이 있었다. 김원봉이 태어난 집터에 지난해 의열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단정하고 아담한 건물로 들어가면 영상과 자료들로 그의 삶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일대는 밀양의 만세운동으로부터 태극기 변천사 등을 살펴볼 수 있는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로 꾸며졌다. 이 지역 최초 만세운동이 일어난 밀양 관아지와 보물 147호 밀양 영남루도 독립운동과 연결되는 장소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그해 여름은 행복했네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그해 여름은 행복했네

    1888년 2월 반 고흐는 두 해 동안의 파리 생활을 접고 마르세유행 급행열차를 탔다.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는 꼬박 하루가 지나 아를에 당도했다. 아를은 1860년 이래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밖에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반 고흐는 산책을 하며 그림 그릴 곳을 보아 두었다. 봄이 오자 그는 열정적으로 그림에 달려들었다. 덜 마른 캔버스가 자리를 차지하자 호텔 주인은 불만을 표시했다. 5월 1일 반 고흐는 이 그림 가운데 있는 초록색 덧문이 달린 집의 방 네 개를 빌렸다. 처음에는 작업실로만 이용하다 9월부터 잠도 이곳에서 잤다. 아를의 ‘창백한 유황처럼 노란 태양’과 ‘놀랄 만큼 새파란 하늘’은 화가를 매료시켰다. 그는 노랑과 파랑을 흠뻑 써서 이 그림을 그렸다. 군데군데 초록, 분홍, 검정을 조금 썼을 뿐 집도, 땅도, 길에 쌓여 있는 흙더미도 노랗다. 그 위에 짙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노란 집은 뒤쪽 건물보다 작지만 또렷하게 묘사됐다. 가장 밝은 노란색이고, 초록색 덧문과 출입구가 사람 얼굴 같다. 이 그림은 같은 해 여름에 그린 풍경화들처럼 꿈틀거리지 않는다. 밝고 평온할 뿐이다. 반 고흐는 마음 맞는 화가들을 불러다 이 집에 함께 살며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파리에서 사귄 에밀 베르나르와 폴 고갱에게 편지를 썼다. 그해 여름은 반 고흐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그는 왕성하게 작업했으며 자신의 스타일로 확고하게 나아갔다. 9월 중순 반 고흐는 새로 칠한 방에 가구 몇 가지를 들여놓고, 벽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걸었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베르나르는 오지 않았고, 고갱만이 10월에 왔다. 고갱은 반 고흐와 미술상인 그의 동생 테오가 부추기는 바람에 오긴 왔으나 친구가 꿈꾸는 예술가 공동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두 달 남짓한 동거는 격렬한 말다툼과 반 고흐의 자해 소동으로 끝장났다. 고갱은 파리로 돌아갔고, 반 고흐는 노란 집을 떠나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그림 속에서 태양처럼, 이상향처럼 빛나는 이 집은 더이상 남아 있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연합군의 폭격으로 심하게 부서져 철거됐다.
  • 중구 ‘메이커스 파크’로 을지로 살린다

    중구 ‘메이커스 파크’로 을지로 살린다

    세운상가 개발·보존 갈등 돌파구로 SH공사와 도심재생사업 업무 협약 인쇄·조명 등 기존산업 보호는 물론 400여개 기업 입주 창조산업 메카로“서울 도심산업의 심장인 을지로 일대에 ‘서울 메이커스 파크’를 건립해 우리 고유의 도심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겠습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26일 구청에서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과 만나 도심형 창조산업 허브공간인 서울 메이커스 파크 조성을 위한 도심산업 재생사업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을지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시행사업자와 영세세입자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서울 메이커스 파크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도심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허브공간인 서울 메이커스 파크를 조성해 세운지구 일대 환경을 정비하면서도 동시에 기존 산업은 보호·육성하는 식으로 도시재생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서 구청장은 서울 메이커스 파크에 대해 “도심이 중규모 수준의 리모델링 정비를 진행하는 동안 기존 도심산업이 이전해서 들어갈 수 있는 집적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현재 청계천·을지로 일대는 노후화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차량·보행 여건 개선과 함께 노후 건물 리모델링 등 환경정비가 시급하다”면서 “다만 이로 인해 서울 강북 지역 경제활동의 초석인 도심산업이 밀려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뉴욕, 런던 등 선진도시에서도 기존 도심산업은 보호·육성해 주는 게 일반적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어 서 구청장은 “서울 메이커스 파크는 최소한 400여개 업체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 기술력 융합과 회계, 법률, 행정적 지원을 통해 사업장이 실제 경쟁력 있게 기능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기본 인프라가 잘 갖춰진 산업은 일정기간이 지난 후 원래 위치로 보내주고 다시 비워진 메이커스 파크의 내부 공간은 다른 산업으로 채우는 등 단계적·순환적 산업 육성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집적시설 내부는 을지로 일대에 자리잡은 인쇄, 조명, 도기, 섬유봉제, 기계공구, 주얼리 등 도심산업 임대공간을 비롯해 공공임대주택, 문화·공연시설 및 예술가를 위한 창작공간 등 복합네트워크 기능이 어우러진 곳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조만간 이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 운영 및 설계를 위해 서울시 및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사업은 서울시, SH공사, 중구 3자가 함께 나서는 서울형위탁개발사업 방식으로 진행한다. 서 구청장은 “구도심의 산업 경쟁력과 주거·문화적 가치를 함께 높이는 서울 도심산업의 혁신을 중구가 한발 앞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공터의 블루스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공터의 블루스

    비탈을 거의 다 올라가는데 공터에서 팝송을 틀어 놓고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이 착실히 깔려서 방심했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아닌 게 아니라 짚어 보니 일곱 시가 채 안 됐을 터였다. 가까이에 노숙인 지원센터 ‘다시서기’가 있어서 드물게 술을 마시는 사람이나 뭔가를 먹는 사람과 마주치고, 드물지 않게 그들의 흔적이 널려 있는 공터다.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투 더 블루스 우우우우~” 십대 아이들인가. 그러기를 바라며 낭패감을 누르고 용기를 내어 공터에 들어섰다. 10미터 남짓 떨어진 공터 끝 나무 아래 거무튀튀한 옷을 입은 늙수그레한 남자들 너덧이 둘러서서 좀은 건들거리며 흥을 내고 있었다. 하긴 팝송에 심취한 십대라니 옛날 고릿적 얘기지. 요즘 애들은 케이팝이나 가요를 들을 텐데. 화단 앞 돌 위에서 작은 카세트라디오가 그 옛날의 팝송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들이 취해 있긴 하지만 선하고 순한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나는 안심하고 쪼그려 앉아 제설함 뒤의 고양이 밥그릇을 채웠다. 어둠 속의 긴 머리 여인(나)을 의식한 듯한 사람이 목청을 높였다. “내가 옛날에 영어를 썩 잘했는데 말이야. 학원에 다닐 때.” 어떤 이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다들 “원 웨이 티켓!”에 목소리를 보탰다.나보다 좀은 나이가 적은 듯한, 비슷한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 그들이나 나나 이런 미래가 기다리는 길에 들어선 게 어느 시점이었을까. 비탈을 내려오면서 그들 모습을 떠올리니 왠지 ‘오즈의 마법사’ 생각이 났다.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녹슨 양철 인간…. 나는 도로시가 아니라 저 셋을 합한 것 같은 인간이지. 도로시는 어디 있는가. 내가 본 노숙인은 대개 성정이 양순하다. 거친 사람을 딱 한 번 보았다. 지난해 늦봄 그 공터의 제설함이 치워진 벽 쪽에 쪼그려 앉아 물그릇에 남은 물을 화단 방향으로 끼얹는데 “뭐야!?” 벽력같은 고함이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화단 앞에 몸집 큰 남자가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못 봤어요!” 다행히도 내가 끼얹은 물은 그에게 전혀 미치지 않는 거리에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썩 닦아! 얼른 못 닦아!?” 그는 거기가 흙바닥인지 방바닥인지 분간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귀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려주는 그를 피해 허둥지둥 자리를 뜨면서 매일 와야 하는 장소인데 저 사람이 악감을 품고 있을 테니 큰일 났네 싶었다. 하지만 저 정도로 취했다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맞은 것 같다. 그 공터를 처음 본 게 10년 전이다. 그때 내가 다니던 헬스장이 복지회관 건물 4층에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트레드밀에서 달리는 내 눈에 온통 연두색 철망으로 싸여 있는 이층집이 들어왔다. 운동을 끝내고 찾아가 보니 멀리서 볼 때보다 더 심상치 않았다. 집이나 가구에 쓰이는 온갖 종류의 문과 창문과 울타리가 빽빽이 집에 둘러져 있었다. 틈틈이 덩굴식물이 가지와 잎을 내밀고 꽃도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분명 사람이 기거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그는 대체 어떻게 저길 드나들까. 나 혼자 보기 아까워서 그 며칠 뒤 작가 신경숙과 화가 김점선 선생님을 모셨다. 우리 셋이 두 걸음 너비 골목에서 그 집을 감상하며 건너편 벽에 기대어 있을 때 마침 집주인이 왔다. 김 선생님 또래로 보이는 그는 심상한 모습의 남자였다. 뒤에 듣자 하니 이웃들이 흉물스럽다고 구청에 민원을 넣기도 한 모양이지만 그는 자기 집을 그렇게 장치하는 데 예술가에 방불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잡지에도 소개됐다고 하면서 그 집에 대한 자부심을 보이며 그가 말했다. “내 뜻을 이을 사람이 있으면 이 집을 물려주고 싶어요.” 그러자 선생님이 냉큼 나를 그 앞으로 밀며 “얘 주세요, 얘요!” 하셔서 발칵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그 집 바로 위의 그 공터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게 될 줄이야. 근래 존 버거에게 흠뻑 빠져 있다. 어제는 소설 ‘A가 X에게’를 읽으면서 ‘어떻게 이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절감했다. 뭐 이렇게 우아한 저항소설이 다 있나. 아름다움만으로도 가슴이 저릿저릿.
  • 국립민속국악원 올해 113차례 공연

    전북 남원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이 올해 8개 프로그램에 113차례 공연을 펼친다. ‘다담’은 명사들의 이야기와 국악이 어우러지는 무대로 다음달부터 11월까지 9차례 열린다. ‘달리는 국악무대’는 문화 소외지역과 관광지를 찾아가 다양한 우리 음악을 선사하는 것으로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상설공연’은 어린이를 위한 국악, 우수 예술가 초청공연, 판소리 공연 등 서로 다른 4개의 주제로 토요일 밤을 장식하는 자리다. 29차례 무대에 올린다. 관광철에 집중적으로 여는 ‘광한루원 음악회’, 우수한 창극을 한자리에서 만나보는 ‘대한민국 창극축제’, 일반인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공연 ‘남원풍류’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국립민속국악원은 이밖에도 문화 소외지역 청소년을 초청해 국악을 가르쳐주는 ‘즐거운 국악산책’, 학교를 찾아가 국악 체험기회를 주는 ‘국악세상’ 등의 체험 및 교육사업도 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경기도, 2022년까지 9개 생태관광거점 마을 조성

    경기도, 2022년까지 9개 생태관광거점 마을 조성

    경기도가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해 2022년까지 서해안과 비무장지대(DMZ), 경기 동남부 등 3개 권역에 9개 생태관광거점 마을을 조성한다. 25일 도에 따르면 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경기도 관역별 생태관광 거점 조성사업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3월 15일까지 시·군 공모를 통해 6개 마을을 우선 선정한다. 생태관광은 생태(자연)와 지역주민 복지향상을 테마로 한 관광 형태로, 수익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게 특징이다. 마을이나 주민단체가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익을 내는 서해안의 갯벌 관광과 경기 동부의 광릉숲이 대표적이다. 도는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7억 5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2022년까지 9개 마을에 모두 2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공모는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한다. 희망하는 주민단체는 해당 시·군에 관련 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시·군은 계획서를 검토한 후 추천서를 경기도에 제출하게 된다. 생태 마을로 선정되면 2년간 2억원의 마을환경 개선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탐방시설 등 기반·편의시설 설치와 수선, 골목길 벽화 등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하는 디자인 마을 조성 등이 지원 대상이다. 또 생태관광 상품 기획과 주변 관광자원 연계 코스 개발, 주민해설사 등 전문 인력 양성과 생태 보전 활동 등에 2년간 1억 5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도는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전문가 그룹을 구성, 선정된 생태관광 마을에 밀착형 자문, 보조금 집행지침 설명회, 특강, 간담회 등을 한다. 연내에 생태관광 홈페이지와 마을 소개 소책자 제작 등 홍보 활동도 지원한다. 홍덕수 경기도 관광과장은 “경기도는 해안, 갯벌, 산악, 강, 숲, DMZ 등 생태자원이 다양하게 분포돼 생태관광지로서의 잠재력이 높다”면서 “생태관광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을을 잘 육성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주요 생태자원으로는 안산 대부도·대송습지, 시흥갯벌, 고양 한강하구, 한탄강 국가 지질공원, 광릉숲 등이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권영상 한국동시문학회장 취임

    권영상 한국동시문학회장 취임

    권영상(66) 작가가 제9대 한국동시문학회장에 취임했다. 한국동시문학회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으로 권 작가를 선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 뜻대로 삶을 개척한 29명의 여성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 뜻대로 삶을 개척한 29명의 여성들

    요즘 ‘여자라면 자고로’, ‘여자가 감히’와 같은 구태의연한 말을 꺼낸다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터다. 세상에 ‘여자니까 마땅히 지켜야 하는 규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여성을 옭아맸던 사회의 인식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다움’을 버리지 않고, 남들의 눈엣가시가 되길 꺼리지 않는 ‘만만찮은 여자들’ 덕분이다. 저자가 정의한 ‘만만찮은 여자들’이란 “자신의 필요와 열정과 목표가 주변 사람들의 필요나 열정, 목표 못잖게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자 “자기에게 주어지는 사회문화적인 기대가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진실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지 않는 여자”다. 또 그들은 “자신이라는 인간을 온전히 실현하는 대가로 가끔은 남들을 언짢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그들은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뒤엎을 의지가 강해지기를 갈망하는 여자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29명의 여성 역시 그렇다.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과학자는 마음속에 품어 왔던 야망을 바탕 삼아 총리로 변신했고(앙겔라 메르켈), 무엇이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어떤 이는 홀로 대서양을 횡단 비행했다(어밀리아 에어하트). 신체적인 고통과 위태로운 결혼 생활 속에서도 걸작을 탄생시키며 세계적인 스타 예술가로 거듭났고(프리다 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움츠리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어렸을 적부터 꿈꾼 배우가 됐다(라번 콕스). 그녀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깨달음은 하나로 모아진다. “아주 좋은 삶은 한 가지뿐이다. 당신이 원하고 당신이 직접 만드는 삶.”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현장 행정] “성내시장 살려 강리단길의 꿈 꼭 이룰겁니다”

    [현장 행정] “성내시장 살려 강리단길의 꿈 꼭 이룰겁니다”

    “시장을 다닐 때마다 ‘밥 좀 먹게 해달라’는 상인들의 말씀에 가슴이 아픕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빈 상가를 문화센터, 북카페, 유모차 대여소 등으로 활용하는 등 더 많은 주민이 시장을 찾을 방안을 찾겠습니다. 성내시장 인근의 강풀만화거리까지 연계해 즐길 콘텐츠가 풍성한 명소 ‘강리단길’로 키우려 합니다.”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은 ‘시장 마니아’다. 주말에도 가족, 지인들과 시장을 찾아 장을 보며 상인들의 형편을 살뜰히 살핀다. 설, 추석에 두 달치 월급을 전통시장에서 쓸 정도로 시장을 들르면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성내동 성내전통시장을 찾은 지난달 29일에도 점포를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다니며 상인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인 그는 “민선 7기 공약 가운데 하나인 전통시장 환경 개선 사업,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시장 고유 브랜드 개발 등에 힘을 쏟아 강동의 시장을 서울의 명품시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 구청장이 이날 찾은 성내시장은 40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강풀만화거리(1㎞ 구간, 13만 2376㎡ 규모)를 두고 있다. 웹툰 작가 강풀의 대표작 ‘바보’, ‘순정만화’ 등의 주인공들이 골목마다 정겨운 벽화로 자리해 있는 강풀만화거리는 거점 장소인 승룡이네집(카페, 만화방, 입주 작가 작업실 등으로 이뤄진 커뮤니티센터), 벽화 해설 투어 프로그램, 아기자기한 맛집과 공방 등으로 지난 5년간 4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구는 이곳을 인근의 성내시장, 주꾸미 특화골목, 청년 창업 공간인 엔젤공방들과 연계한 문화거리, 일명 ‘강리단길’로 키울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오는 3월 말 강풀만화거리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강리단길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현재 예술가 창작존을 만들어 청년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도 하고 거주도 할 수 있는 임대주택 건립 방안을 SH공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규모 산업·상업 시설이 없는 지역 특성상 강동구에서는 10인 미만으로 운영되는 영세사업체가 2만 8425개로 전체 사업체(3만 268개)의 94%를 차지한다. 이 구청장은 6월 천호동에 개소하는 노동권익센터 소상공인팀을 통해 영세사업체 인력과 소상공인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도 구축한다. “노동권익센터는 비정규직, 여성, 청소년, 장애인, 외국인 등 노동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영세사업자 등 구민 모두를 아우릅니다. 불합리한 여건에 대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 노동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이루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보헤미안 랩소디에도 클래식 음악이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보헤미안 랩소디에도 클래식 음악이

    이번 겨울 극장가를 가장 크게 달궜던 영화는 역시 ‘보헤미안 랩소디’다. 소싯적 제일 좋아했던 록그룹이 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주인공들의 탁월한 연기와 당시 공연의 세심한 재현이 인상적이었고, 프레디 머큐리에 집중된 줄거리 구성이 아쉽긴 했지만, 음악 제작과 콘서트에 큰 비중을 둔 배려가 반가웠다. 무엇보다 록 음악을 다룬 영화지만 제목부터 시작해 클래식 음악을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숨어 있다. 우선 제목 ‘보헤미안’에 대해 알아보자. 원래 체코 서부를 중심으로 생활하던 집시 민족들을 설명하는 말인데 자유분방한 생각과 습성으로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떠도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 특히 예술가들을 일컫는 말이 됐다. 집시들이 주인공인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는 주인공 카르멘과 친구들이 춤추며 부르는 ‘보엠(떠돌이)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 단어가 오페라의 제목으로 쓰인 작품도 있는데,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이다.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생활’이 바탕으로 돼 있으며 시인, 화가, 음악가 등을 주인공으로 하여 파리의 가난한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랩소디’는 우리말로 광시곡이라 풀이되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구성으로 된 음악 작품을 가리킨다. 고대 서사시의 한 부분을 지칭하는 의미로 시작돼서인지 이 제목이 붙은 작품들은 자유로움 가운데 장중하고 스케일이 큰 악상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리스트가 만든 헝가리안 랩소디는 작곡가의 고향인 헝가리에 거주하던 집시들의 멜로디와 리듬을 엮은 곡들로, 로맨틱하고 정열적인 분위기로 많은 팬을 갖고 있다. 브람스의 작품 ‘알토 랩소디’는 괴테의 시를 바탕으로 여성의 낮은 목소리인 알토가 솔로를 맡고 남성합창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장중한 분위기의 곡이다. 거슈윈이 만든 ‘랩소디 인 블루’는 피아노 협주곡 편성으로, 재즈풍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즉흥적인 악상을 전개하는 피아노의 화려한 연주가 하이라이트다. 영화 중 프레디 머큐리가 제작자들에게 오페라를 들려주며 자신도 이런 분위기의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보헤미안 랩소디’는 약 네 부분으로 나뉘어진 작은 뮤지컬, 혹은 오페라 아리아에 가깝다.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그가 오페라의 마니아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좋아했지만, 머큐리가 제일 좋아했던 가수는 스페인의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였다. 카바예의 공연장에서 그녀의 노래를 듣자마자 사랑에 빠진 머큐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칭송했다. 우리에게 알려진 듀엣 ‘바르셀로나’는 1987년 녹음됐지만, 이 매력적인 콜라보의 구상은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 머큐리가 잠시 그룹을 떠나 ‘미스터 배드 가이’라는 솔로 앨범을 만들 당시부터라고 하니,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장르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엿볼 수 있다. 동료끼리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나는 만약 그가 클래식 성악가가 됐다면 20세기 후반을 장식했던 테너 중 누군가 한 사람은 자기 자리를 잃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화려하고 밝으면서도 단단한 소리, 매혹적인 음색을 지녔던 머큐리의 목소리는 ‘불세출’이라는 조금 예스런 표현을 붙여도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부른 오페라 아리아를 살짝 들을 수 있는 곡도 있다. 1984년에 발표된 ‘It’s Hard Life’에서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팔리아치’에 나오는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의 멜로디가 등장한다. 세계에서도 두드러진 대한민국에서의 열풍을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모르는 세대들이 새롭게 받아들인 음악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천만이 감상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클래식에 낯설었던 사람들에게도 미지의 세계를 만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크래커총이 진짜라면”… 금지의 시대 꼬집다

    “크래커총이 진짜라면”… 금지의 시대 꼬집다

    1960~1990년 주제… 13개국 100명 참가 탈식민지·독재·산업화 등 사회변화 유사“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였기에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작업을 하지 못하는 시대였지만, 언제나 새로운 걸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었어요.”(한국 전위 미술의 대가 김구림) “(수하르토)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제 입장을 대놓고 얘기할 수 없어서 총 모양 크래커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인도네시아 ‘신미술운동’ 주요 멤버 FX 하르소노) 금지의 시대에 무엇이라도 했던 예술가들. 외부로부터 이식한 게 아니라 철저히 자생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망이 그들을 들끓게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 얘기다. 전시를 열고자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일본국제교류기금 아시아센터가 4년여 동안 조사·연구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 미얀마, 캄보디아의 아시아 13개국 주요 작가 100명의 작품 170여점이 이렇게 모였다.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아시아는 탈식민, 이념 대립, 베트남전쟁, 민족주의 대두, 근대화, 민주화운동 등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경험했다.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학예연구사는 “(국가들 사이에) 직접적인 상호 작용은 없었지만, 그들 간 예기치 않은 공명을 발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국가별 전시가 아닌 초국가적인, 비교문화적인 방식으로서의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구조를 의심하다’, ‘예술가와 도시’, ‘새로운 연대’의 3부로 구성했다. 동시기 각국의 작가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유사한 표현 방식을 차용한 것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전시장 입구에서 한 무더기 핑크빛 총과 맞닥뜨린다. 인도네시아 작가 FX 하르소노의 ‘만약 이 크래커가 진짜 총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다. 1965년 수하르토 통치 이후 1966년을 기점으로 표방한 이른바 ‘신질서’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는 정치적 성격의 예술과 미디어는 늘 검열 대상이었다.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작가는 부지불식 간 일상에 잠입한 폭력성을 크래커 총으로 은유했다. 독재정권이라는 정치상과 더불어 소비 자본주의 침투라는 달라진 경제상에 대한 두려움도 엿보인다. 전시장 한쪽에는 ‘0엔’짜리 모형 지폐가 자리한다. 1000엔짜리 모형 지폐를 제작했다가 통화 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본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 그는 이후 지폐에 ‘0’이라는 숫자를 의도적으로 삽입했다. 한국의 오윤 작가는 조선시대 불화를 차용해 물신주의를 ‘지옥’에 비유했다.(‘마케팅Ⅰ: 지옥도’) 군데군데 인간 군상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이 그림에서 펄펄 끓는 물에 내던져지는 화탕 지옥은 휘발유 제품명 ‘CX3’, 거대한 나무 판에 짓이겨지는 석개 지옥은 코카콜라와 연계된다. 소비사회를 상징하는 코카콜라의 메타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옥도 옆에는 콘돔을 씌운 콜라 유리병이 자리한다.미술관의 큐레이팅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보는 것도 전시를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가령 관객이 무대 위에 앉은 오노 요코의 옷을 자르는 영상 ‘컷 피스’는 당대에는 폭력과 전쟁(특히 베트남전쟁)에 대한 항의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엔 페미니즘 작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시 말미 ‘젠더와 사회’에서 만나는 ‘생각하는 누드’에서는 필리핀 여성미술연대 ‘카시블란’ 창시자인 줄리 루크가 제왕절개수술의 상처가 역력한, 모성 경험으로서의 자기 신체를 드러낸다. ‘폭력’과 ‘모성’이라는, 여성의 신체에 각인된 제각기 다른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전시를 보면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이 외부나 서구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내부의 정치적 자각, 이전과 다른 예술 태도, 새로운 주체 등장을 따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미술관 측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제1·2전시실, 중앙홀을 아우르는 방대한 규모에 각 나라 역사를 되새기느라 작품들 앞에서 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음미할 것을 추천한다. 오는 5월 6일까지.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주말의 커튼콜]주말마다 디스코장 다니던 남자, ‘제4의 테너’가 되다…마르첼로 알바레즈

    [주말의 커튼콜]주말마다 디스코장 다니던 남자, ‘제4의 테너’가 되다…마르첼로 알바레즈

    가업 이어 가구공장에서 일하다 아내 귄유로 늦깍이 데뷔벨칸토로 시작해 리릭 테너로 레퍼토리 확장하며 세계적 성악가로 성장 ※‘주말의 커튼콜’은 최근 화제가 됐거나 내한을 앞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주말마다 시내에서 디스코를 즐기던 20대 남자, 파바로티보다는 프레디 머큐리가 더 좋았던 가구공장 젊은이….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 정상급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스(58)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롤란도 빌라존,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등과 함께 세계 성악계를 주름잡고 있는 남미계 스타 성악가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그가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주말엔 디스코장으로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태어난 알바레즈의 가정은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는 가업인 가구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클래식 음악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당시 그가 들었던 음악도 퀸이나 핑크플로이드와 같은 대중음악이 대부분이었다. “1980년대에는 디스코장에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을 보냈습니다. 그 시절 밴드들을 좋아했죠.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추억입니다.” 음악 전공자도 아닌 그가 성악가를 꿈꾸게 된 것은 당시 약혼중이었던 아내 덕분이었다. 어린 시절 성가대에서 음악을 배우고 즐겼던 남편의 재능을 알아본 아내와 장모가 오디션을 주선했다. 코르도바를 방문한 테너 리보리오 시모넬라 앞에서 갑작스럽게 가진 오디션에서 당시 그는 아르헨티나 군가를 불렀다고 한다. ‘오 솔레 미오’나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 이탈리아 가곡을 불러보라고 주문했지만, 10년 넘게 클래식과 담을 쌓고 있었던 그가 이같은 노래를 기억할 턱이 없었다. 하지만 대신 부른 군가가 오히려 상황을 역전시켰다. 시모넬라는 그의 목소리에 감탄했다. 처음에는 가구공장 일과 음악공부를 병행했다. 하지만 두가지 일을 함께하기는 불가능했고, 그는 결국 전업 음악가로의 도전에 나선다. 고향을 떠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갔던 알바레즈는 그곳에서 도전한 한 오디션 무대에서 전설의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를 만난다. “젊었을 때 나를 기억나게 한다. 이 젊은이는 가슴으로 노래를 한다”는 엄청난 호평을 들은 그는 거장의 조언에 따라 유럽으로 떠난다.유스호스텔에서 시작한 유럽생활, 성공 신화를 쓰다 “아내는 늘 저를 믿어줬습니다. 음악을 시작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습니다.” 알바레즈는 아내와 함께 1995년 이탈리아 밀라노로 건너갔다. 이들 부부가 처음 머문 곳은 유스호스텔이었다. 도착 당시만해도 관광객 신분이었던 두 사람의 손에 쥔 돈은 6000달러, 우리돈 600여만원 정도였다. 그는 당시를 소회하며 “유스호스텔에서 지내면서 레슨을 받았는데, 제 음악을 들은 분의 추천으로 경연대회를 나가 우승했다”며 “이후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 등에 소개되는 등 이탈리아에 갔던 1995년 한해 동안 2건의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라 페니체 극장에서는 벨리니 ‘몽유병 여인’의 엘비노 역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벨리니 오페라로 시작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가벼운 음색의 레제로 테너로 시작했지만, 이후 그보다 무거운 음색의 리릭 테너로 성장했다. 알바레즈는 “운이 좋게 ‘벨칸토’로 시작해 수년 후에 리릭 스핀토 레퍼토리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소회했다. ‘제4의 테너’, ‘포스트 스리 테너’로 불리며 성악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같은 레퍼토리의 확장이 있었다. 내년 ‘돈 카를로’ 등 공연이 예정돼 있는 그는 베르디 ‘오텔로’ 등의 무대를 꿈꾸는 등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 많음을 내비쳤다.자신처럼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제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라면 결코 공부하기에 늦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알바레즈는 이번 내한에는 그의 주요 레퍼토리인 ‘토스카’, ‘투란도트’, ‘카르멘’, ‘라보엠’ 등의 유명 아리아를 부를 예정이다. ‘카르멘’의 유명 이중창 등을 부를 때는 소프라노 강혜정이 함께 하고 지휘와 연주는 카말 칸과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인류 달착륙 50주년, 다시 막오른 지구촌 달 탐사 경쟁

    인류 달착륙 50주년, 다시 막오른 지구촌 달 탐사 경쟁

    1969년 7월 20일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2012년 사망)이 ‘아폴로11호’에서 내려 달 표면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미국은 총 6차례 유인 달 표면 탐사 작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대비 성과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인류는 1972년 12월 아폴로17호를 마지막으로 다시 달에 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우주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킨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 세 나라인데 그나마 러·중은 무인 우주선이었기 때문에 달의 표면을 밟고 돌아온 우주 비행사는 미국인 12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현재 4명만 생존해 있다. 인류가 달 표면에 처음 발을 디딘지 50주년을 맞은 올해 들어 다시 세계 각국의 달 탐사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달이 1960~70년대보다 현재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8년 인도우주국이 발사한 달 궤도선 찬드라얀1호는 달 먼지에서 물 분자를 찾아냈고, 2009년에는 미국 엘크로스(LCROSS) 위성이 달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특히 미국 연구진은 찬드라얀1호의 측정 자료를 다시 분석해 달에서 햇볕을 받아본 적이 없는 영구 음영지역의 약 3.5%에 얼음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에서 발견한 얼음을 녹여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인류가 달에 거주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최근 들어 주목할만한 사건은 지난달 3일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에 인류 최초로 중국 달 탐사선 창어(嫦娥)4호가 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달은 지구 주변을 도는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27.3일로 같아 지구에선 달의 뒷면을 관찰할 수 없다. 이는 달 뒷면에선 지구가 보이지 않아 착륙하는 우주선이 지구로 전파를 보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착륙 과정에서 통신이 불가능하고, 앞면보다 험준한 지형 탓에 뒷면 착륙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과 러시아도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창어4호의 성공은 중국의 ‘우주굴기’를 상징한다. 창어4호는 자체적으로 탑재한 월면차 위투(玉兎)2호를 활용해 달 뒷면의 지질층, 토양의 구성성분, 암석의 수분함량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7월에는 서해 중국 해역에서 달 탐사선 창어5호를 실은 창정(長征)5호 로켓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창어5호는 달 표면에 착륙해 달 토양 2㎏을 수집한 뒤 착륙선과 탐사로봇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토양을 분석해 중국은 2025년까지 달 기지를 세우고, 2030년 상주 인력을 파견하겠다는 계획이다.2010년대에 지구 저궤도 위성에 집중 투자한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대에는 달 사업에 역량을 대거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 달 탐사의 목적은 화성을 비롯한 먼 우주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 달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NASA는 특히 현재 운영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이 2024년까지만 유지된다는 점을 들어 2022년부터 우주인이 머물 수 있는 달 기지 ‘루나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는 우주비행사 4명이 상주하며 달 저궤도를 도는 우주 정거장이다. 2026년쯤 루나 게이트웨이의 일부를 완성한 다음 우주인이 상주하게 되면 이 곳을 전진기지로 활용해 2027년에는 화성에 보낼 무인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인도도 4월 말 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에 찬드라얀2호를 발사하는 시도를 통해 달 탐사 경쟁에 합류하게 된다고 현지 매체 타임즈오브인디아가 1일 전했다. 찬드라얀2호는 인도의 두 번째 우주선이자 동력 착륙을 시도한 인도 최초의 달 착륙선이 될 예정이다. 인도는 2014년 세계에서 4번째이자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보낸 국가다. 이스라엘도 2월 중 첫 번째 달착륙선을 쏘아올린다. 이스라엘의 달 착륙 프로젝트는 정부 이외의 주체가 추진하는 첫 번째 달 착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민간 비영리 우주기술개발 단체인 ‘스페이스IL’이 맡는다. 스페이스IL은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에 달 착륙선을 실어보낸다. 이스라엘 착륙선은 중력이 약한 달에서 짧은 시간에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엔진을 다시 분사해 공중으로 뛰어올라 500m의 거리를 점프하듯이 이동하는 독특한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다. 민간기업의 달 여행도 활성화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9월 자사가 추진하는 세계 최초의 달 관광객으로 일본 2위 전자상거래기업 스타트투데이 창업자이자 최대 온라인쇼핑몰 조조타운 설립자 마에자와 유사쿠(44) 대표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마에자와 대표는 2023년 6~8명의 예술가와 함께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 빅팰컨로켓(BFR)을 타고 4~5일 정도 달 궤도를 돌아볼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디 이너뷰’ 석예빈 “BTS ‘아이돌’에 입힌 오고무…한국무용 세계화 꿈꿔”

    ‘디 이너뷰’ 석예빈 “BTS ‘아이돌’에 입힌 오고무…한국무용 세계화 꿈꿔”

    아리랑TV 토크쇼 ‘디 이너뷰(the INNERVIEW)’가 한국무용가 석예빈을 만났다.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 무드가 조성됐던 2018년. ‘봄이 온다’는 제목 아래 남한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펼쳤다. 뜻 깊은 행사니만큼 오프닝 무대부터 남달랐는데, 화려한 3D 영상 연출에 한국무용가와 비보이의 콜라보가 남측과 북측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직접 관람한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비롯해 1500여명의 북측 관객들은 2분간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오프닝 공연의 히로인인 한국무용가 석예빈은 그날의 감동과 영광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때 박수 소리가 마치 한 여름의 장마 비 소리 같았어요. 비가 막 쏟아지는 것처럼 큰 박수 소리를 받을 수 있었죠. 끝나고 동행했던 북측 안내원분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화려해서 보기 좋았다, 첫 무대가 한국무용이어서 너무너무 좋았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현송월 단장도 포옹해 주면서 잘 봤다고 얘기하는데, 같은 예술가로서 교감 같은걸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공연은 잘 마쳤고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은 생각보다 긴박했다. “기존 작품을 올리는 게 아니라 ‘봄이 온다’의 취지에 맞게 일주일 안에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했어요. 홀로그램 영상 작업을 위해 스태프들과 3일, 4일 밤새가며 작업했죠” 사실 석예빈은 국내에서는 한국 무용의 선구자, 故 최승희 선생의 계승자로 유명하다. 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국립국악원에서 단독 공연을 열 정도로 재능 있던 무용 신동이었던 석예빈은 최승희 춤을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최승희 선생의 춤에는 손짓, 고갯짓, 어깻짓 이런 미세한 동작이 중요합니다. 작은 동작에서 큰 에너지를 보여주는 게 특징인데 그만큼 잘 살려내기 어렵죠. 최승희 선생의 작품 중에서 ‘물동이춤’을 가장 좋아하는데, 해외 관객들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도니까 기교적인 부분에서도 서커스처럼 재밌어 하고, 한국 무용의 새로운 면을 접하기 때문에 많이 흥미로워합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최승희 춤 계승자 중 한 명인데, 김미래 (사)문화예술통합연구회 이사장은 최승희 선생의 직계 제자인 탈북 무용가 김영순 선생에게 사사 받았고 그 가르침이 대를 이어온 것이다. “어머니에게 무용을 배울 수 있단 건 정말 큰 장점이죠. 오빠도 국악기 타악을 하고 아버지는 무대 연출을 하시는데 온 가족이 한 공연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고, 서로에게 적절한 조언도 해주곤 합니다” 석예빈의 삶은 살아온 날의 대부분을 춤을 추면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로 22세, 젊은 아티스트로서 요즘 그녀의 최대 고민은 한국 무용의 대중화와 세계화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주목한 게 바로 K-POP이다. “BTS(방탄소년단)의 ‘아이돌’이란 곡을 보고 깜짝 놀랐죠.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 이런 가사가 들어있었고 거기에 안무에도 한국적인 춤사위가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런 식으로도 한국 무용이 알려질 수 있겠구나 깨달았죠” 그러면서 BTS ‘아이돌’ 음악에 맞춰 새롭게 각색한 ‘오고무(한국 전통 민속무용)’를 선보이기도 했다. “롤모델인 최승희 선생처럼 한국무용을 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예요.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한국무용을 더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서, 한국무용이 대중화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고요” 리틀 최승희에서 성숙한 아티스트로 거듭난 한국무용가 석예빈의 이야기는 2월 1일 금요일 오후 5시, 아리랑 TV ‘디 이너뷰(the INNERVIEW)’에서 만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말의 세계사(피타 켈레크나 지음, 임웅 옮김, 글항아리 펴냄) 마력(馬力)의 출현 이후 지난 6000년간 전 세계적으로 어떤 문화적 파장이 일어났는지 톺아보는 책. 마력은 인류에게 특별한 기동성을 부여하고 경이로운 문화적 성취를 전달하는 한편 인간 갈등의 속도와 규모, 강도를 증가시켰다. 752쪽. 3만 8000원.여성이라는 예술(강성은·박연준·이영주·백은선 지음, 아르테 펴냄) 네 명의 젊은 여성 시인들이 자신들을 있게 한 동류의 여성 예술가들을 그렸다. 버지니아 울프부터 레이디 가가까지 쉽게 도발하고 욕망하는 존재, 모성의 존재로 한정되지 않고 각자 언어와 형상, 행동으로 여성이라는 예술을 실현한 사람들의 이야기. 244쪽. 1만원.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김앤김북스 펴냄) 지난해 12월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 없으며, 미국은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저명한 지정학자이자 안보 전문가인 저자가 미국이 왜 세계 질서 유지에서 손을 떼게 되는지, 그로 인해 동반구 권력 중심부들에서 어떤 지정학적 충돌들이 전개될지 펼쳐 보인다. 544쪽. 1만 9000원.유일한 정신의 행로(유승흠 지음, 한국의학원 펴냄) 조카가 써내려간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1895~1971) 박사의 일대기. 연세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저자가 생전에 백부와 나눈 대화를 실었다. 기업의 가치를 국가에 두고 정성껏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 박사의 기업가 정신이 담겼다. 347쪽. 1만 8000원.삼천리 앙케트(만복당 편집부 엮음, 만복당 펴냄) 1929년 6월 창간돼 14년간 큰 인기를 얻은 일제강점기 대중잡지 ‘삼천리’에 실린 설문조사와 대담을 선별해 엮었다. ‘외도하는 남편의 투옥론’, ‘딴스홀이 되면 춤추러 다니겠어요?’ 등 도발적인 주제에 관한 명사들의 생생한 답변을 통해 당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접할 수 있다. 204쪽. 1만 2000원.글로벌 경제강국의 야망과 고민(이종환 지음, HNCOM 펴냄) 해외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안내 지침서. 저자는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30여년을 근무한 베테랑이자 현 농심캐피탈의 대표이다. 브라질과 러시아,미국 등 7개 국가에 대해 역사와 문화, 정치를 접목해 글로벌 투자 트렌드를 짚어준다. 356쪽. 1만 8500원.
  • 휴일 맞이 전통시장 나들이 어때요?

    휴일 맞이 전통시장 나들이 어때요?

    시장은 지역의 삶이 담긴 공간이다. 그 지역의 입맛을 담은 특산품과 먹거리에서부터 주민들의 소식과 정보, 희로애락이 모이는 곳인 까닭이다. 서울시내에도 곳곳에 세월과 이야기를 간직한 전통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편의성에 밀려 쇠락해왔지만 최근에는 과거의 향수를 추억하려는 중장년층과 숨은 ‘맛집’을 찾아 나서는 젊은층의 나들이 장소로 다시금 각광받기도 한다. 명절 연휴를 맞아 마치 여행을 떠나듯 도심 속 시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 지하철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대림중앙시장은 서울의 ‘차이나타운’으로도 명성이 높다. 근처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림동 일대에 모여 살면서 자연스레 중국의 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대림역에서 중앙시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한글보다 한자로 적힌 간판이 더 많을 정도다. 좌판에 펼쳐진 중국식 만두와 소시지, 연변 순대 등 이국적인 음식에 눈과 코를 빼앗기고 중국어로 흥정하는 소리를 듣다보면 마치 중국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 영화 ‘범죄도시’의 배경이 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함께 가면 좋아요 문래 창작촌 :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걷다 보면 철재 기계나 부품들로 만들어진 독특한 조형물을 맞닥뜨리게 된다. 문래 창작촌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대학로와 홍대 등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철공소가 밀집한 문래동으로 이주해 온 예술가들이 형성한 자생적 예술가 마을이다.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마다 낡은 철공소와 예술가들의 공방, 카페, 음식점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 14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잡은 남성시장은 아파트단지와도 인접해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많은 활기찬 시장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테마로 시장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시장의 시작점인 봄 구역은 공산품을 주로 판매하고, 여름 구역은 과일, 채소, 정육 등 식료품을 파는 점포가 늘어서있다. 가을 구역은 아파트 단지로 가는 길목에 자리해 간편한 먹거리들이, 겨울 구역은 먹자골목이 각각 들어섰다. 이곳에는 팥앙금과 버터, 백설기로 만든 ‘앙버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정애맛담’과 알록달록한 ‘사색 인절미’가 유명한 ‘몰랑이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탄 명물 떡집 두곳도 자리잡고 있다. △함께 가면 좋아요 국립서울현충원 : 국가와 민족을 위해 순국한 이들이 안장된 국립묘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묘역도 자리하고 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수양벚꽃 때문에 꽃구경 명소로 유명하지만, 산책로가 잘 조성돼있어 겨울철에도 차분하게 거닐기 좋다.■서대문구 영천시장 영천시장은 안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냇가 위에 만들어진 곳이다. 옛부터 안산의 약수가 질병을 고치는 효험이 있다고 해 ‘신령한 물이 흐르는 샘’이라는 뜻으로 영천이라는 지명을 얻게 됐다. 과일부터 해산물까지 다양한 식자재를 판매할 뿐 아니라 문구점, 헌책방까지 한데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또 다양한 길거리 음식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영천시장 꽈배기’는 저렴한 가격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으로 SNS에서 입소문을 탄 명물이다. 수산시장에서나 볼 법한 신선한 킹크랩, 랍스타 등을 판매하는 이색 점포도 인기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된다. △함께 가면 좋아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독립 투사들을 투옥하기 위해 만들었던 서대문형무소를 활용해 1998년 11월 역사교육의 장으로 개관했다. 3·1운동 직후 유관순 열사가 투옥돼 숨을 거둔 지하 옥사와 감시탑, 고문실, 역사전시관 등을 실감나게 재현해놨다.■은평구 연서시장 연서시장은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2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인근 주민과 함께 북한산을 오고가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미로처럼 복잡한 시장 곳곳에는 생선이나 홍어회, 족발 등을 비롯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잔치국수, 김밥 등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해있어 허기를 달래준다. 현미와 귀리를 각각 넣어 만든 현미가래떡과 귀리현미가래떡은 이곳의 명물이다. △함께 가면 좋아요 은평한옥마을 : 북한산 자락에 자리해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전통 한옥과 현대 주택의 장점을 혼합한 ‘퓨전 한옥’을 구경할 수 있다. 역사박물관, 문학관, 한옥 카페 등도 마련돼 있어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합하다.■성동구 금남시장 금남시장은 한국전쟁 이전부터 금호동에 터를 잡아 지금까지 이어져온 시장이다. 금호동 일대가 재개발되는 와중에도 금남시장과 그 주변은 90년대의 풍경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는 지장수를 이용해 떡을 만드는 떡집 ‘백미당’이 유명하다. 지장수는 황토에 구덩이를 파서 물을 붓고 기다린 뒤 입자들이 가라앉으면 위에 뜬 물만 건져내는 것을 말한다. 해독 작용이 좋다고 동의보감에 실려있다. 지하철 3호선 금호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함께 가면 좋아요 응봉산 : 서울에서 가장 먼저 개나리를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해발 94m의 작은 바위산이지만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성수대교와 동호대교 일대의 한강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여 장관을 이룬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청춘을 리노베이션하다 - 대구 수창청춘맨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청춘을 리노베이션하다 - 대구 수창청춘맨숀

    “자갈마당” 대구의 공공장소에서 자갈마당이라는 단어를 입으로 내뱉는 순간, 주변 분위기는 말 그대로 ‘갑분싸’로 빠져든다. ‘자갈마당’은 과거 서울의 청량리나 미아리, 부산의 완월동과 같은 대표적인 대구의 집창촌을 달리 부르는 이름으로 이제는 거의 명맥이 끊긴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 어둡고 숨겨진 '청소년 통제 구역'의 골목 앞에 대놓고(?) 예술 문화 공간이 하나 생겼다. 대구 수창청춘맨숀이다.상전벽해. 바로 이 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자갈마당은 버스 안에서조차도 아이들의 고개를 황급히 돌려야 했던 ‘19금’ 가득 담긴 금기의 골목이었다. 그러나 원래 이 땅이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가슴 아픈 자리라는 사실은 지역 사람들도 잘 모른다.1894년 청일 전쟁 직후 일본군 통신대가 주둔하면서 대구의 개천들이 몰려 있던 현 달성공원 앞 습지 바닥에 대구읍성 철거 중에 나온 각종 자갈 및 흙들을 깔았고 이후 여기를 자갈마당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1909년이 들어서면서 자갈마당에 있던 기존의 일본 군대를 위한 공창지역 옆에 하급 노동자를 위한 본격적인 유곽지가 따로이 조성되면서 이 지역이 집창촌으로 본격적으로 탈바꿈한다. 1910년 3월에는 오오이시(大石)상회가 대구 태평로에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 연초 제조공장을 설립하였고 해방 후 전매청의 이름으로 고스란히 자리는 남게 되었다.이후 전매청 대구연초제조창이 있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각종 공구 상회, 달성공원, 기계부품공장 등이 193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자갈마당 주변은 대구 북구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하며 번성가도를 달린다. 그러다 1999년 6월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 대구연초제조창으로 사용되던 건물들이 노후화로 인해 줄줄이 폐쇄되면서 이 거리도 급속도로 쇠락의 운명을 맞게 된다. 수창청춘맨숀은 바로 강제 철거 위기에 놓여 있던 옛 담배인삼공사 직원들의 수창동 관사를 2017년 12월부터 리노베이션한 곳이다. 이 장소에서 젊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시 관람 판매 공간도 아울러 마련하자는 의도로 가지고 실험적으로 조성한 문화공간의 또 다른 이름이 수창청춘맨숀이다.예전 전매청 관사를 둘러싸고 있던 붉은 색 담장은 허물어 현재 야외 전시장 및 주차 장소로 사용하고, 관사 내부 3층 아파트 규모 2개 동은 청년 작가들을 위한 창작 예술 센터와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이 수창청춘맨숀의 또 다른 특성은 타 지역의 리노베이션 공간과는 달리 직접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게 하여 일반인들도 흥미를 지니고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수창청춘맨숀에서는 현재 20~30대 젊은 작가들의 설치미술작품, 미디어 아트, 평면 회화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수제 맥주 만들기, 패션화보 촬영하는 법, 다큐영상 제작법 등 다채로운 체험 활동 공간도 제공하고 있어 일반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수창청춘맨숀 활성화 성공 여부는 전국에 산재한 노후 도심 재개발 방향에 의미있는 방향성을 제공할 듯하다. <대구 수창청춘맨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슬럼화된 옛 집창촌 골목이 예술의 힘으로 살아나고 있는 현장. 세월이 바뀌었다. 2. 누구와 함께? - 연인들과 함께. 젊은 공간. 3. 가는 방법은? - 대구 수창 초등학교 앞에 있다 - 시내버스 수창초등학교 : 300, 523, 808, 836, 939, 동구2, 북구2 - 지하철 달성공원역 하차. 4. 감탄하는 점은? - 완전히 뒤바뀐 거리의 풍경.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아직은 좀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한 공간. 6. 꼭 봐야할 전시품은? - 과거 전매청 직원들의 구술 역사. 전매청 직원들이 살던 아파트의 흔적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마당갈비’, 북성로 돼지불고기 골목, 순대 ‘이모식당’, 돼지바베큐 ‘청춘을 파는 상회 서재점’, ‘부산설렁탕’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www.facebook.com/Suchangmansionofyouth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대구예술발전소, 달성공원, 삼성상회 옛 터, 서문시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 거대 자본이 아닌 젊은 청년 예술가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좀 더 많은 홍보와 작품 구성이 필요하다. 출발점은 분명 멋지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이사람 e향기] “3·1운동 100주년… 문화강국에 열정 바쳐 평화번영시대 돕겠다”

    [이사람 e향기] “3·1운동 100주년… 문화강국에 열정 바쳐 평화번영시대 돕겠다”

    “올해는 역사적으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100년 전에는 독립을 외쳤다면 100년 후인 올해는 평화를 외치는 해입니다. 100년 전 독립혁명가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나의 소원’에서 밝히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한없이 높은 문화 강국’을 이루는데 한국문화정보원이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하겠습니다.”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남북평화TF를 구성했던 경험을 살려 올해는 우리 민족의 역사문화 발자취를 담는 특별기획 영상물제작을 기획하고 있다”며 이같이 다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추진되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에 새로운 평화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원장은 “문재인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4차 산업혁명의 5G 시대에 맞게 1인 맞춤형의 문화공공데이터를 미시적으로 더욱 세밀하게 구축할 것”이라며 “내가 있는 곳이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곳 그 이상이라는 개념으로 문화도 향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보편타당한 인간의 권리, 인격과 품위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는 이 원장. “28년전 대학총학생회장, KDI국제정책대학원과 KAIST 연구원, 서울 성북구청 정책소통팀장을 거치면서도 똑같은 가치관을 가진 이현웅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국민들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근해 향유할 수 있도록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면서 국민을 위한 정보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대한민국 문화강국 만세로 삼천리반도 금수강산에 울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평가와 그간의 소회는. -취임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달려 오다 보니 어느새 1년이 됐습니다. 국민들이 문화콘텐츠와 문화데이터에 쉽게 접근해 향유할 수 있도록 기존 연구 과제들을 전면적으로 개편했습니다. 특히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사람 중심의 국가를 뒷받침하기 위해섭니다. 4차 산업혁명의 5G 시대의 도래에 따른 시대변화가 가져온 1인 맞춤형 정책이 가능한 스마트시대에 맞춰 마이크로문화공공데이터를 구축하고, 빅데이터를 GIS데이터에 올려 분석해 더욱 세밀한 정책을 수립하고, 데이터에 근거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집행하는 겁니다. 당장 눈앞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10년, 2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빅데이터플랫폼사업과 생활SOC시설 통합운영시스템 구축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할 계획입니다. →학생운동가에서 정책실행가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역사의 순간마다, 살아가는 그 시대마다 억울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편타당한 인간의 권리, 인격과 품위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이북에서 내려오신 가난한 아버지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신 어머니 사이에 5남 1녀 중에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없이 사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사회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국가를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억울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돈, 학력, 지역, 인종에 따라 인격이 무시되지 않는 사회가 진보된 사회입니다. 28년전 총학생회장을 하던 1991년의 대학생 이현웅이나. KDI국제정책대학원과 KAIST에서 연구하던 이현웅이나, 서울 성북구청 정책소통팀장을 하던 이현웅이나 똑같은 가치관을 가진 이현웅입니다. 여러 조직에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한국문화정보원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2002년 (재)한국문화정보센터로 작게 시작해 2009년 문화정보화 전담기관 지정을 거쳐 2013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으며 올해 개원 1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정보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산하기관으로 국민 누구나 평등하고 고르게 문화를 향유 할 수 있는 문화정보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빅데이터 활용의 중심에 문화정보원이 있다고 합니다. 공공빅데이터 활용법은 무엇인가요. -데이터가 21세기의 원유라면 데이터를 활용하는 플랫폼은 송유관에 견줄 수 있습니다. 데이터 활용수준에 따라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수집, 분석, 가공을 통해 민간기업의 문화정보 활용이 가능하며, 사회적 문화 현상에 대응하여 과학적 행정 구현 실현도 가능합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목적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차별 없이 국민 누구나가 문화를 누리고, 향유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지역의 공연, 체육시설, 도서관이나 미술관, 편의시설 등의 정보 제공 또는 데이터 간의 결합은 단순 정보의 결합으로 그치지 않고 문화생활에서도 개인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빅데이터의 이해와 활용’이란 제목의 책도 발간했습니다. -지방정부에서 일을 하면서 공공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보다 나은 정책의 기획, 입안 및 정책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공공부문의 종사자들에게 데이터의 중요성, 공공 빅데이터의 이해, 빅데이터의 실제 사례, 그리고 법·제도적인 부분을 담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과 연계해서 5G 시대의 문화 향유 방법은 무엇인가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언급되는 5G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포문을 열었으며, 올해 3월이 되면 본격 서비스가 개시될 예정입니다. 5G 시대에서는 대용량 실시간 영상을 보기 위해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곳에 의존하기보다는 내가 있는 곳이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곳 그 이상이라는 개념으로 장소와 무관하게 대용량 실시간 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나, 스포츠 경기, 공연 등을 365도 영상 또는 홀로그램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좀 더 현장감 있는 실감형 문화 소비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대용량 콘텐츠가 아닌, 사람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실감형 문화콘텐츠를 제공해야만 5G 서비스가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원격 의료,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팩토리 등에 5G가 기반을 제공함에 따라 새로운 혁신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입니다. →문화정보화 사업 중 문화유산 분야의 문화데이터 구축에 열정적이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문화는 삶의 역사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때문에 정보원은 우리 문화유산의 디지털 보존뿐만 아니라,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신기술 변화에 따라 문화산업시장에 접목 가능한 콘텐츠 자원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매년 활용 가치 높은 문화유산을 발굴해 3D 콘텐츠로 구축하는 업무인데요. 지난해에는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을 대상으로 구축 작업을 벌였습니다. 이미 구축된 3D 데이터는 전국의 학교에 연계하여 ‘찾아가는 문화유산 VR 체험교육’으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남북 문화교류 확산 분위기에 따라 금강산 콘텐츠가 문화교류의 핵심콘텐츠가 될 것이라 기대하며, 올해에는 우리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3.1 혁명운동’,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 등의 테마를 선정해 보다 다양한 민족문화유산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올해에 문화데이터 관련해서, 특히 새로운 평화시대 개막에 맞춘 사업구상은 무엇인가요. -그동안은 전국에 산재된 문화 분야 공공데이터를 수집 연계하기 위한 데이터 표준화와 관리체계 고도화를 수집된 데이터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시스템에 다양한 문화데이터를 얹어 문화포털 기반의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입니다. 민간과 지자체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문화정책 구현을 위한 “문화체육관광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할 것입니다. 특히, 2019년은 역사적으로 많은 의미를 간직한 해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추진되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에 새로운 평화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올해로부터 꼭 100년인 1919년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많은 국민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3.1운동을 했었고, 임시정부가 수립된 것도 100년 전 일이지요. 100년 전에 온 국민이 나라의 독립을 외쳤듯이, 100년 후인 지금은 온 국민이 나라의 평화를 외쳐야 할 시기라고 할까요. 그래서 한국문화정보원은 지난해에 내부적으로 ‘남북평화TF’를 구성해서, 통일시대를 준비하며 정보화 전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담아보는 특별기획영상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별기획영상은 단순히 영상 1~2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부터 제작까지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제작하는 ‘전 국민 영화제’와 같은 형식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0년 후에, 우리 후손들에게 의미 있는 기록과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입니다. 독립혁명가 백범 김구 선생님이 바라셨던 ‘문화강국’을 이루는데 열정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1월부터 판매 및 예매수수료가 없는 티켓예매 플랫폼 ‘문화N티켓’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특히 올해는 국민 누구나 예술가가 되고, 자유롭게 홍보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거리 공연가를 위한 홍보 및 결제 채널로 문화N티켓이 사용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개선할 겁니다. 국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 마음껏 문화를 향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 학력 및 경력 1996.8.24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졸업 (공학사) 1991.1.1.~12.30 충북대학교 총학생회장 겸 충북지역 대학생협의회 의장 1999.2.25 서울시립대 대학원 도시행정과 졸업 (행정학석사) 2000.2.1~2010.10.12 KDI(한국개발연구원)국제정책대학원 도시정책연구소 부소장 대리, 국가리더십센터 부소장 대행 지식협력센터 실장, 대외협력팀 팀장 역임 2012.8.24 서울시립대 대학원 도시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2010.11.20~2015.12.13 KAIST 공공혁신전자정부연구센터 위촉연구원(선임연구원) 2014.9.1~2016.12.31 ㈜공공혁신플랫폼 이사장 2016.4.1~2017.5.30 서울특별시 성북구청 기획예산과 정책소통팀장 2017.3.1~2018.12.30 한국지방정부학회 학술정보위원회 이사 2018.2.1~현재 한국기업교육학회 부회장 2018.1.22~현재 한국문화정보원 원장
  • “문화예술 입힌 골목길… ‘동구 밖’으로 떠났던 사람들 돌아온다”

    “문화예술 입힌 골목길… ‘동구 밖’으로 떠났던 사람들 돌아온다”

    한때 광주의 중심이었던 동구는 199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과 인구 유출 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2005년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하면서 침체가 더욱 심화됐다. 2015년 ‘인구 10만명’이 무너졌다. 지금은 9만 4000여명으로 줄었다. 광주 5개 자치구 중 규모가 가장 큰 북구(44만여명)의 4분의 1도 안 된다. 그러나 ‘인구 유턴’과 옛 도심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도심 곳곳이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신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어서다.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젊음·패션의 거리인 충장로가 맞닿아 있다. 1980년 5·18 때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투쟁했던 금남로와 무등산 등 역사·문화·생태 자산이 많다. 계림동 등 구도심 아파트 재개발과 재건축도 활발하다. 매년 가을 열리는 충장축제, 전통시장과 예술을 접목한 ‘야시장 프로젝트’ 등이 골목상권을 되살리고 있다. 초선인 임택(56) 구청장을 28일 서울신문이 만나 동구의 현안과 발전상을 들어봤다.→민선 7기 첫해 소감과 새해 포부는. -지난 7개월 동안 동구 발전의 청사진을 구상하고 밑그림을 그리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던 때와 많이 다르다. 단기적 성과도 내야 하고 행정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어깨가 무겁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외적 성장보다는 주민생활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 따뜻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민생과 마을 단위의 복지,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도심 공간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다. 주민 참여와 소통, 연대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지역 발전의 디딤돌로 승화시켜 나가겠다.→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이웃이 있는 마을, 따뜻한 행복 동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일자리민생경제, 도시환경마을복지, 생활문화예술, 자치공동체 등 모두 5개 분야 41개 세부 사업을 추진한다. 청년을 위한 창업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취업과 창업을 꾀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게 급선무다. 중장년층 재취업을 위한 일자리이모작 평생학습센터도 건립한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 생활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정주 여건 개선에 힘쓰겠다. 산수동에 마을복지거점센터 1호점을 건립하고, 모든 주민이 어울릴 수 있는 ‘소통 경로당’ 사업도 추진한다. 주민들을 위한 책마을을 조성하는 등 도시공동체 재건에도 소홀하지 않겠다. →도심재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노후 주택 재개발 등과 별도로 기존 도심에 문화와 예술을 입혀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골목과 전통이 서린 건축물 등은 보존하면서 생활 편의와 경제적 활동을 장려하는 방식이다. 동명동 ‘카페 거리’에 대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4년 동안 국비 등 200억원을 들여 거리와 건축물 등을 새롭게 꾸민다. 동명동은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광주의 부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이후 쇠락하다가 보습학원이 들어서면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젊은 엄마들을 위한 카페가 하나둘씩 생겼다. 2015년 인근에 아시아문화전당이 문을 열면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등록문화재인 서석초 앞길과 방치된 공·폐가 등을 정비하고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청년과 예술가를 위한 ‘셰어하우스’, ‘공동 공방’ 등도 운영한다. ‘역사 이야기길’과 ‘예술 골목길’ 등도 만든다. 문화와 관광, 골목과 역사를 곁들인 공간 조성이 도심재생의 핵심 과제이다.→아시아문화전당 활용 방안은. -문화전당 개관 이후 “동구가 젊어졌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주말마다 전당 주변에서 펼쳐지는 프린지페스티벌과 국내 대표적 도시 거리 축제인 충장축제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가장 광주다운 맛과 멋과 역사가 서려 있는 위치에 있다. 금남로·충장로와 맞닿아 있고 인근에 궁동 ‘예술의 거리’, 동명동 ‘카페 거리’, 대인시장, 남광주시장이 있다. 이들 재래시장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야시장 프로젝트’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걸어서 30~40분이면 다 돌아본다. 광주천을 사이에 두고 남구 양림동 근대문화역사 거리와도 마주한다. 문화전당을 단순히 관광객 유치에만 활용하지 않겠다. 민선 7기 들어 문화교류협력관을 신설했다. 문화전당과 협업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현재 함께 동명동 ‘디자인 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일대 음식점과 카페, 게스트하우스, 독립서점 등 상업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다.→골목상권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도시는 어느 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가 이끌고 가지 않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골목상권은 온몸에 피를 돌게 하는 혈관과 같다. 사람이 많이 찾아들고, 경제적 교환과 정보가 드나드는 삶의 공간이다. 급격한 신도시 개발 등으로 옛 도심 골목은 죽어가고 있다. 구도심인 동구는 더욱이 자영업자 비중이 90%에 이르고, 그중 서비스업 종사자가 90%에 육박한다.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상권은 지역경제를 이끄는 버팀목이다. 그래서 활력과 생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7대 상권 특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수 등 전문가, 상인 대표, 청년 등이 참여한 전담팀(TF)을 꾸리고 경영혁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방안 등을 모색한다. 예컨대 무등산권역은 의재미술관 등을 활용해 문화와 예술을 결합하고, 충장로는 뷰티·패션 분야에 중점을 두는 등 특성화 전략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골목상권 택리지 제작, 공영주차장 확충, 상인·주민 상생협의회 구성,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제정 등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자치구 간 경계 조정이 지지부진하다. -몇 년 전 광주시가 자치구 간 경계 조정으로 북구 두암동 일부가 편입됐다. 그러나 소폭에 그쳤다. 시는 최근 다시 경계 조정에 나섰으나 진전이 없다. 시가 마련한 조정안은 자치구 간 인구 편차를 현재 23.5%(북구 대비 동구)에서 전국 광역시 평균인 18.6% 이내로 조정하고, 8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유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우리 구는 인위적으로 조정해 적정 인구를 확보해야 한다. 소지역주의와 정치인들 사이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어 있는 만큼 대승적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윈윈’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새해에 시와 5개 자치구가 열린 마음으로 경계 조정 문제를 논의해 해답을 찾았으면 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임택 구청장은 시민단체 두루 거친 ‘민주 투사’ 학생운동권 출신인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과 지방의원 등을 거친 뒤 지난 6·13 선거에서 당선됐다. 광주시에서 기초·광역의원은 수차례 지냈지만 단체장은 처음이다. 전남 목포 문태고와 전남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시절부터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왔다. 광주 동구의원, 광주시의원 등을 거치면서 풍부한 행정경험을 쌓았다. 원만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지역 정계에서 ‘롱런’이 기대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참여자치21 의원포럼 대표, 사랑마루협동조합 기획이사, YMCA 좋은동네만들기 추진위 전문위원, 광주노동연구소 상임연구원 등을 지내는 등 튼튼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행복하고 따뜻한 동구 주민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이다.
  • 핵은 빼고… 北예술단 3년 만에 베이징 공연

    핵은 빼고… 北예술단 3년 만에 베이징 공연

    中고위층 관람… 시진핑 확인 안 돼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26일에 이어 27일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펼쳤다. 3년 전 현 단장이 공연을 취소할 때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진 핵무기 관련 선전 내용은 전혀 없었다. ‘북한 친선 예술대표단의 중국 방문 공연’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초청하고 주관한 공연은 모두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으며, 2000여명이 관람했다. 공연 안내 팸플릿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과 북·중 친선의 영원함을 강조하는 노래 가사 등이 실렸다. 특히 수석지휘자인 인민 예술가 장룡식, 지휘자 류현호, 김충일 등이 소개됐으나 사실상 이번 공연을 이끈 현 단장은 언급되지 않았다. 관객들은 중국 대외연락부 소속원과 중국 기업 단체 초청객, 북한대사관 직원, 군인 등으로 구성됐다. 북한 예술단 공연으로 전면 휴관한 대극원 주변은 10m 간격으로 경찰이 배치되고 검문검색이 강화돼 중국 고위급 인사가 왔음을 예상케 했다. 공연은 군복 차림의 북한 공훈 국가합창단이 ‘조중 친선은 영원하리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해 ‘공산당이 없으면 새 중국도 없다’ 등 사회주의 찬양 중국 노래, 가야금 연주, 탭댄스, 관현악 연주 등으로 구성됐다. 북한예술단은 베이징 최정상급 공연장인 국가대극원에서 28일에도 공연할 예정이며 시 주석이 이날 직접 참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화통신은 “북·중 양당 최고지도자의 중요한 공감대를 보여 주는 중요한 문화 교류 행사로 양국 전통 우의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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