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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개 상품에 ‘예술적 가치’ 불어 넣는 아티스트

    일개 상품에 ‘예술적 가치’ 불어 넣는 아티스트

    브랜드와 아티스트, 공생의 법칙/제랄딘 미셸 외 지음/배영란 옮김/예경/296쪽/1만 9000원 영국 런던의 코톨드미술관이 소장한 ‘폴리 베르제르 술집’은 에두아르 마네(1832~1883)가 대형 캔버스에 그린 마지막 작품이다. 마네의 작품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동시대의 한 장면을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그려냈다. 마네는 화면의 세부적인 묘사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특히 카운터 바 위의 술병 가운데 종업원의 양옆으로 영국 맥주 ‘바스’(Bass)의 전형적인 붉은 삼각형 라벨을 정면으로 그려넣었다. 다양한 직업과 국가의 사람들이 모인 파리의 사교공간으로 근대적인 면모를 표현하려는 게 화가의 의도였지만 맥주회사 바스는 이를 ‘예술적 가치를 마시는 맥주’라며 자신들의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브랜드와 아티스트, 공생의 법칙’은 아티스트들의 상품에 대한 인식 변화를 역사적으로 보여 주고 예술의 지평을 넓혀 가는 과정을 담았다. 아티스트들이 브랜드에 주목한 이유, 그들이 브랜드의 고유한 정서적 코드와 장치를 어떻게 작품에 활용했는지를 예술사가들이 아닌 마케팅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분석했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브랜드를 변형 왜곡시키면서 상품을 예술로 승화시키기도 하고 때로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건과 상표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기업 상표 모양을 해체하여 왜곡하기도 하며 물건이 본래 용도를 벗어나 새로운 효과를 갖게 한다. 대표 집필자 제랄딘 미셸(파리 1대학 경영대학원 브랜드 및 가치관리강좌 책임교수)은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아티스트가 작품에 로고나 포장, 상품 형태로 특정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히고 있다. 책은 1865년부터 2015년까지 150년에 이르는 기간을 대상으로 회화나 조형미술, 문학, 영화, 음악, 만화, 스트리트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35명의 아티스트를 분석했다. 20세기 미술의 대표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작품 ‘올리언즈의 초상’에 등장하는 에소(Esso) 상표는 미국식 삶이라는 생활방식이 잠식한 한 시대의 초상을 보여 준다. 일개 브랜드에 불과했던 캠벨 수프 통조림은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1928~1987)에 의해 예술작품의 메인 테마로 지위가 격상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소설에 명품브랜드 부슈롱을 언급하면서 소설의 사실감과 의미를 부여한다. 이처럼 상업 분야와 소비사회, 예술계 사이의 관계를 다룬 책은 예술작품 속으로 들어간 브랜드를 통해 아티스트와 예술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숨 가쁜 서초의 뒷공간 더 천천히… 더 자세히 느림과 여유 누려볼까

    [서울 핫 플레이스] 숨 가쁜 서초의 뒷공간 더 천천히… 더 자세히 느림과 여유 누려볼까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일명 ‘사이길’이 수상하다. 방배동 서래마을과 카페 거리 사이 이면도로인 이 골목, 눈여겨보지 않으면 동네주민도 지나칠 법한 곳. 5년 전만 해도 동네슈퍼, 철물점, 세탁소, 김치공장이 들어서 있던 인적 드문 우중충한 뒷골목이었다. 350여m의 작은 거리가 이제 갤러리와 공방, 디자인숍, 베이커리와 작은 레스토랑 40여 곳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자생적인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이길은 현재 진행형 거리이다. 외지인이 점령해 버린 서촌길, 경리단길, 상수동 등과 달리 사이길은 아직은 젊은 예술인과 서초구민인 지역상인, 주민들이 주체다. 길 명칭도 상인회 격인 ‘예술거리조성회’의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왔다.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나 왁자지껄함은 적지만, 더 천천히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쁨이 있다. ‘사이(42) 좋은 길’에 한발 들여놓는 순간, 당신도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볼 수 있다. ●즐길거리… 전시도 보고, 작품도 사고 사이길 초입의 4층 건물 ‘갤러리 토스트’는 이곳의 중심축이다. 2011년 이도영 아트 디렉터를 중심으로 몇몇 예술인이 의기투합해 “도심 낡은 뒷골목에 문화공간을 만들어 보자”며 덤벼든 게 시작이었다. 미나 아틀리에, 아트컴퍼니 긱 등 갤러리 예닐곱 개가 운영 혹은 새로 공사 중이다. 이씨는 “신진 예술가들을 자체 발굴해 전시·공연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달 14일부터 23일까지 ‘사이길 축제’와 더불어 아트페어 ‘작가와 함께하는 예술쇼핑’전이 열린다. 미술의 대중화와 소장문화 확산을 위해 신진작가들이 재능기부한 작품을 전시하고 10만원에서 1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된 행사다. 이씨는 “지난 8월 1차 페어 때 입소문을 듣고 ‘거실에 걸 그림을 싸게 사러 왔다’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1세대 조향사 정미순씨가 일일이 발품 들여 문을 연 우리나라 유일의 향수 박물관도 있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공방마다 일제히 할인상품을 내놓는 사이마켓데이에는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감 체험… 나만의 향수·가방 만들기 도자기, 가죽, 옻칠 공예, 베이킹, 부케, 선물포장, 목공 등 10여곳의 다채로운 공방이 들어서 있다. ‘1인 원데이 클래스’ 혹은 초·중급 과정이 다양해 초보자도 쉽게 체험하는 교육과정이 있다. 온라인에서 유명한 편집옷가게들도 있다. 향수공방(G.N 퍼퓸 스튜디오)에서 170여가지 향수 베이스와 천연향료를 이용해 나만의 맞춤 향수를 만들어 보자. 직장인 양수현(26·여)씨는 “남자친구 생일선물로 향수를 직접 만들어 주려고 한다”며 흡족해했다. 도자기 핸드 페인트 스튜디오(세라워크&방배목장)에 들어서니 동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형형색색의 도자기 잔과 그릇들이 진열장에 한가득이다. 어린이 프로그램도 있어 아이들과 방문하기 안성맞춤. 한편에선 도자기처럼 흰 우유 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다. 옻칠공예가 박수이의 아틀리에 겸 카페는 오가는 동네 주민들이 노닥거리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자가 들어서자 “매일 자리만 차지하다 가서 미안하다”는 노신사 네명이 왁자지껄 웃으며 자리를 뜬다. 2층 작업실에서 만든 옻칠소품들이 진열돼 있는데 구입도 가능하다. 다소 가격대가 나가긴 하지만 한창 핫(hot)한 가죽가방(알라맹)이나 핸드메이드 주얼리·바늘조각인형(수메이드), 마카롱·케이크(도나리) 만들기 체험도 매력적인 즐길거리다. ●먹을거리… 카페와 레스토랑 등 10여곳 성업 일식과 캐주얼 레스토랑, 베이커리, 카페 등 10여곳 중 입소문을 탄 곳이 많다. 메밀 자루소바 전문점(스바루)은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정기적으로 찾을 정도로 단골이라고 지나던 주민이 귀띔한다. 광화문 맛집인 ‘마이엑스와이프시크릿레시피’의 공동 창업자 출신 사장님이 낸 캐주얼 레스토랑(켈리&토니스팬케익)은 파스타·피자·볶음밥에 와인이 유쾌한 마리아주를 이뤘다. 크림치즈가 들어가 포실포실한 팬케이크는 사이길을 돌아보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딱이다. ‘구멍가게’라는 뜻의 에숍 레스토랑은 테이블 3개짜리 아늑한 공간이 매력적이다. 토스트 갤러리 1층의 베이커리(리블랑제)는 천연 효모, 프랑스 수입 밀가루로 만든 발효빵으로 오후에 한발 늦게 가면 떨어지기 십상이라고 한다. 일식 비스트로(강쉐프스토리)는 동네 주민들의 각종 모임 장소로 거듭나는 중. 문구용품 매장을 준비 중이던 30대 여성은 “성수동, 한남동 등지를 다 돌아봤지만, 번잡하고 임대료가 감당 못할 만큼 비싸더라”며 “예술적인 거리 느낌도 좋고 훨씬 싼 임대료로 들어올 수 있다”고 사이길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 이도영 디렉터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느낄 수 있는 한적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이곳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정미순 조향사는 “트래픽이 많고 복잡한 상권보다 개인 공방·예술가들이 작지만, 자신만의 특색을 살려 주민과 함께하는 거리로 거듭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 방배본동 주민 정지원(45)씨도 “사이길에 대한 관심이 바람처럼 일었다가 썰물처럼 빠져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찾아가는 길:내방역 7번 출구에서 함지박사거리 방향으로 걸어서 10분/ 3·7·9호선 고속터미널 8-2번 출구서 버스 148번 함지박사거리 하차, 7호선 내방역 2번 출구·2호선 방배역 4번 출구서 148·148·406번 방배프라자 하차 →서리풀공원길 연계코스:고속터미널역~서래공원~서리골공원~누에다리~몽마르뜨공원~청권사쉼터~방배역(3.9㎞)
  • 이 가을 흠뻑 적실 세계적 무용·연극이 온다

    이 가을 흠뻑 적실 세계적 무용·연극이 온다

    해외 대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연예술 축제가 서울에서 잇따라 열린다. 오는 24일부터 10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과 서강대 메리홀, 신도림 디큐브시티 내 디큐브광장에서 개최되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와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다. 올해 19회를 맞은 시댄스에선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네덜란드, 볼리비아, 페루 등 17개국 39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현대무용을 집중 조명하는 ‘프랑스 포커스’와 스페인 현대무용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스페인 특집’이 마련됐다. ‘프랑스 포커스’에선 1980년대 프랑스 현대무용의 새로운 물결인 ‘누벨당스’부터 최신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춤이 선보인다. 누벨당스 대표 발레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갈라 프렐조카주’, 누벨당스의 살아 있는 전설 카롤린 칼슨의 솔로 작품 3편으로 이뤄진 ‘단편들’ 등이 기대작이다. ‘스페인 특집’은 스페인 5개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마드리드의 ‘라룸베 무용단’은 3D 애니메이션과 현대무용을 접목한 ‘고래, 거인들의 이야기’를, 바르셀로나의 ‘토머스 눈 무용단’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강렬한 춤으로 재탄생시킨 ‘메데아’를 무대에 올린다. 전미숙무용단, 김윤수무용단, 리케이댄스 등 국내 현대무용 단체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02)3216-1185. 스파프는 올해 16회를 맞아 ‘무대, 철학을 담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해외 초청작 5작품, 국내 선정작 10작품, 창작산실 1작품, 한·영 합작 프로젝트 1작품 등 총 6개국 17작품이 40회에 걸쳐 공연된다. 개막작 ‘우드커터’와 폐막작 ‘파우스트’가 최대 관심작으로 꼽힌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폴스키 극장의 ‘우드커터’는 러닝타임만 4시간 40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폴란드의 세계적인 연출가 크리스티안 루파의 작품으로 직접 한국을 찾아 첫 내한공연을 진두지휘한다. 예술가들의 오래된 사교모임에서 한 인물이 죽게 되면서 일어난 일들을 그렸다. ‘파우스트’는 세계 연극계의 전설이 된 슬로베니아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의 작품으로, 괴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로 오늘날 소외돼 가는 현대인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국내 선정작은 연극 5개, 무용 5개 등 10작품으로, 이 가운데 4작품이 초연작이다. 소리꾼 이자람이 김애란의 단편소설 ‘노트하지 않는 집’을 판소리 형식으로 재창작한 연극 ‘여보세요’, 극단 몸꼴의 ‘멀리 있는 무덤’ 등이다. (02)2098-2984.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석촌호수 고! 보물찾기 고!

    “포켓몬고 게임하러 멀리까지 가지 마세요.” 서울 송파구가 오는 24~25일 석촌호수에서 보물찾기 증강현실게임 대회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열풍을 몰고 왔던 포켓몬고 게임처럼 현실과 가상공간을 접목시켜 휴대전화로 석촌호수 서호에서 10개의 보물을 찾는 행사다. GPS를 이용해 가상의 보물 10개를 찾으면 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으며 20일부터 구글앱스토어에서 ‘블루버드’(bluebird) 앱을 다운받으면 된다. 게임을 가장 빨리 끝내는 참가자에게는 게임 작가가 특별한 선물을 준다. 이번 행사는 송파예술마루 입주작가 조형래씨가 기획했다. 통상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킨다고 인식되는 게임을 통해 오히려 소통을 시도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런 이유로 보물찾기는 혼자 하는 것보다 둘 또는 셋이 할 때 훨씬 수월하다고 구 관계자가 팁을 전했다. 곳곳에 배치된 예술가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힌트도 얻을 수 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문화관광 명소인 석촌호수가 소통의 공간으로도 거듭났으면 한다”며 “참가자들이 직접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색다른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야구장서 “금산 인삼” 외친 군수님의 못 말리는 인삼 사랑

    [자치단체장 25시] 야구장서 “금산 인삼” 외친 군수님의 못 말리는 인삼 사랑

    “지금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너무 포괄적인 거 아닙니까. 하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하고 업무도 정확히 분리해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연구소가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지요, 이 지역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인삼산업에 무슨 보탬이 됐는지 고민한 흔적이 없습니다. 인건비 등 경상비로 연간 20억원, 5년이면 100억원이 금산 주민들 세금으로 들어가는데 학회발표 몇 건, 특허 몇 건 그거면 다입니까. 그런 것은 우리가 아니어도 전국의 우수한 연구원과 대학에서 다 합니다. 우리 연구소만큼은 지역 인삼산업 발전과 주민에게 실제로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연구원 20여명이 다 합쳐 하나 해도 될똥말똥한데 이래서야 원. 연말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지난 1일 오전 11시 금산인삼약초연구소를 찾은 박동철 충남 금산군수는 업무보고를 들은 뒤 연구원과 직원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인 인삼 유통시장으로 꼽히는 금산의 인삼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한 연구소에서 하는 일이 영 마음에 차지 않은 모양이다. 박 군수는 화난 표정에 자주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원과 직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회의실은 침묵이 지배했고, 공기는 내내 얼어붙었다. 30여분의 업무보고가 끝난 뒤 군수가 나가자 여기저기에서 신음처럼 ‘어우~’ 하는 말이 터져나왔다. 박 군수는 이날 동행한 기자에게 “석·박사들인데 더러는 이곳에서 커리어를 쌓아 더 좋은 연구소 등으로 이직하려는 연구원들이 있어 연구에 대한 열정이 좀 느슨하다. 때때로 연구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면서 “개인적 커리어를 쌓기 위해 활동하는 것을 제한하려고 학회와 세미나도 선별해서 가도록 지시했다”고 귀띔했다. 이날은 평소 박 군수의 태도와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항상 직원을 자상하게 챙기고 미소로 대해 친근감을 주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공과 사가 분명한 단체장이란 평가도 따른다. 박 군수는 이날 가슴에 ‘금산인삼축제’라고 쓰인 검은색 반팔 티를 입고 일했다. 팔뚝에 ‘I Insam’(인삼을 사랑합니다), 등에 ‘금산인삼페스티벌’이란 영문이 새겨져 온통 인삼축제를 알리고 있었다. 오는 23일 개막식과 전야제를 시작으로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금산인삼축제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군수뿐 아니라 전 군청 직원이 같은 티를 입고 한마음으로 축제 홍보에 열을 올린다. 박 군수는 금산이 고향이다. 남일면 마장리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초중고를 나온 뒤 전북대 농대를 다녔다. 할아버지는 부농이었고 아버지는 금산읍장 등을 지내 비교적 넉넉한 집안에서 성장했다. 대학 졸업 후 7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작은아버지도 교장 등을 지낸 공직자 집안이어서 박 군수가 공직에 진출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공무원 합격 후 금산에서 3년간 근무한 뒤 당시 내무부로 옮겨 20년 이상 고향을 떠나 살았다. 그는 “시험을 봐 내무부로 갔다”며 “나중에 행정자치부 예산담당으로 일하는 등 주로 지방재정을 많이 다뤘다. 자치단체 살림을 세밀하면서 큰 폭으로 보는 안목이 그때 생겼다”고 회고했다. 이어 “내무부에 가니 선배들이 ‘가족, 친구 다 버리고 일하라’고 할 정도로 기강이 셌다. 이 과정에서 국가·공직관이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다가 2004년 1월 금산군 부군수로 ‘금의환향’한다. 그것도 1년. 당시 군수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군수 권한대행을 1년 하다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군수에 당선됐다. 내리 세 번 당선돼 현재 마지막 임기를 수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을 좀더 깊이 배우고자 숭전대와 중부대에서 행정학 석·박사를 마쳤다. 지금까지 군수로서 탈 없이 일을 했고 대한민국 최고의 목민관상 등도 수상했다. 박 군수는 “금산군수로 인삼의 종주지이자 최대 유통시장이란 명성을 드높인 게 가장 보람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군청에서 읍면장 회의를 열고 한 시간 동안 교통 및 주차 문제를 비롯해 현수막, 청사초롱, 꽃길 가꾸기 등 인삼축제 준비 상황을 점검한 뒤 축제장인 금산읍 인삼광장을 찾았다. 길이 70m에 폭 50m는 됨직한 초대형 천막 안에 근로자들이 막바지 공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박 군수는 직원에게 “에어컨은 언제까지 설치하느냐”고 묻고 ”인삼홍보 부스에 우수 업체만 오도록 하라.”고 엄명했다. “축제장 가운데를 지나는 도로 양쪽에 ‘공사중’이란 팻말도 세우라”며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이어 기자에게 “금산인삼축제가 전국 최우수 축제로 열 번이나 선정됐다”며 “인삼약초시장과 연결돼 축제 때 인삼만 400억원어치가 팔리는 등 지역경제 효과가 엄청나다”고 자랑했다. 뜨거운 인삼 사랑이 단박에 느껴졌다. 그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LG 간 프로야구 중계의 일일 캐스터로 출연해 축제를 홍보하기도 했다. 박 군수는 충남도와 손잡고 내년 9월 22일부터 32일간 세 번째 금산세계인삼엑스포를 연다. 또 인삼농업을 세계 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둘 다 군수로서 마지막 큰 업무여서 이만저만 열정을 쏟는 게 아니다. 그는 군수가 된 뒤 두 가지 행정철학을 갖고 일했다고 한다. 군민이 잘살고 행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정부 행정 경험을 밑거름으로 고향을 발전시키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이처럼 좀더 구체화되면서 주민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기 시작했다. ‘금홍’이란 독자적인 인삼 브랜드를 개발해 시장을 넓혔고, 러시아 등 11개국에 49개 인삼판매점을 문 열었다. 취임 전 600만 달러에 그쳤던 인삼 수출액이 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깻잎 생산도 전국 최고로 키웠다. 박 군수는 “군수 되기 전 5000억원 조금 넘었던 인삼의 국내외 연간 매출액이 지금은 1조 시장으로 커졌고, 깻잎 생산액도 2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추부면을 중심으로 한 금산 깻잎은 전국 생산량의 40%가 넘고 품질이 좋아 비싼 값에 팔린다. 생활환경을 바꿔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정성을 쏟았다. 박 군수는 시내 간판부터 정비했고, 전봇대도 지중화해 도시 미관을 깔끔하게 바꿨다. 인삼약초, 교육, 역사문화 등 특화거리도 만들었다. 슬레이트 지붕 철거에도 나섰다. 그는 “처음 고향에 왔을 때는 집집마다 거무튀튀한 슬레이트를 이고 앉아 꼭 탄광촌 같았다”며 “4000여 가구가 슬레이트 지붕이었는데 지금은 1000가구 정도만 남았다. 내 임기 안에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5만명 아래로 떨어질 위기가 다가오자 귀농귀촌센터도 만들었다. 박 군수는 “일정 지역에 20~30평짜리 집과 텃밭 100평이 딸린 귀농 시범 주택 20가구를 지어 1년간 딸기 등을 키워 보고 정착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이런 센터는 우리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라며 “이후 중앙정부와 다른 자치단체서도 벤치마킹을 했다”고 강조했다. 문화복지센터인 ‘금산다락원’에서는 바이올린, 장구, 도자기 등을 배울 수 있는 200여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첼리스트 장한나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공연도 자주 열어 주민들 문화 수준을 높였다고 박 군수는 자평했다. 그는 “군수로 일해 온 지난 10년간 ‘내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이때뿐이다’라는 생각에 한 번도 휴가를 가지 않았는데 올해 처음 5일을 다녀왔다”면서 “퇴임 후에도 금산에 살고 여기에 뼈를 묻겠다. 서울살이는 10년 전 군수에 처음 당선됐을 때 이미 접었다”고 웃었다. 글 사진 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경기도 따복 사업의 일환 ‘따복 팸투어’, 우수 공동체 사례 공유

    경기도 따복 사업의 일환 ‘따복 팸투어’, 우수 공동체 사례 공유

    따복 팸투어단이 지난달 27일 따복 우수 지역 공동체로 선정된 다울마을을 방문해 우수 사례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따복 팸투어단은 다울마을 올레길을 비롯한 마을 곳곳을 둘러본 후 지역 주민들이 마련한 다도체험, 전통놀이 체험, EM 비누만들기 체험, 방앗간 체험 등 여러 가지 공동체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이어 이들은 나혜석 거리로 이동해 예술 시장을 둘러 본 후 거리 라이브 오픈 라디오 현장에 참여하는 것까지 알찬 일정을 소화했다. 행사를 맡은 송은정 다울마을 대표는 팸투어단을 맞이한 자리에서 “2011년부터 자체적으로 마을 사업을 진행해 오다 본격적인 지역 공동체 사업 추진을 위해 2013년 다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됐다”며 “하지만 20여년을 정체기에 있던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이 2017년부터 본격화되게 되자 다울마을은 위기를 맞게 됐다. 거주민들이 타 지역으로 이주한 이후에도 다울 마을이라는 공동체 개념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인계동 올레길이다. 운영위원회와 지역 주민들이 여러 사업들을 서로 엮고 연결시켜 만든 올레길에는 인계동만의 동네 이야기가 오롯이 담겼다. 또한 인계동에 사는 예술가들이 참여한 벽화와 예술작품, 관광객들을 위한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한편 따복 공동체 팸투어 행사는 경기도가 보다 많은 도민들과 우수 공동체 사례를 공유하고 소통의 장을 열기 위한 목적에서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안산시에서 3차 행사까지 마쳤으며 9월 10일과 10월 1일 두 차례 동안 방송인 컬투와 함께 하는 따복 콘서트도 계획돼 있다. 따복 팸투어 및 콘서트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따복 공동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추석 전시회] 미켈란젤로 볼까 亞청년작가 볼까

    [추석 전시회] 미켈란젤로 볼까 亞청년작가 볼까

    올해 추석에는 볼거리가 어느 해보다도 풍성하다. 격년제로 열리는 미디어시티서울 2016,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가 이달 초에 잇따라 시작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비엔날레를 계기로 세계 미술인들의 방한이 이어지는 시기에 맞춰 국내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는 특별 기획전을 다채롭게 마련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의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는 유럽 동시대 작가 3인의 예술과 공간에 대한 미학적 탐구를 보여주는 ‘텍스트가 조각난 곳’ 전이 열리고 있다. 리암 길릭, 도미니크 곤살레스 포에스터,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등 3명의 작가는 한국 근현대 건축의 살아 있는 역사로 일컬어지는 옛 공간사옥 건물에서 각자의 예술적 영감을 풀어낸다. 간결하면서도 암시적인 텍스트로 표현되는 개념적 공간과 도시의 평범한 일상을 마주하며 만들어내는 시간적 공간, 기하학과 유기적인 형태의 관련성을 상징적으로 제시하는 풍경의 공간이 펼쳐진다. (02)736-5700. 전주시 완산구의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두 번째 아시아현대미술전으로 ‘아시아 청년 36’전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방글라데시, 미얀마, 중국 등 아시아 14개국 36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전시에서는 아시아권 젊은 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 스펙트럼을 통해 동시대 미술을 조망해 볼 수 있다.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 등 109점이 출품된다. (063) 280-2032.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미켈란젤로전’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조각가이자 건축가, 화가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삶과 작품들을 컨버전스아트로 재창작해 펼치는 전시다. 미켈란젤로의 대표작인 시스티나성당의 ‘천지창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661-0553. 옛 서울역사에 마련된 문화역서울284에서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한국패션전시 ‘한국패션 100년’전이 열린다.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의 한국패션 아카이브와 한국의 전통, 현대예술을 접목시켜 100년의 복식사를 돌아보고 한국 디자이너들을 조명한다. 서울역에 열차가 다니기 시작한 1900년 경성의 모던보이, 모던걸의 모습부터 21세기 한국 패션까지 톱 패션 디자이너 60여명의 의상 300여점이 전시된다. 보그코리아 창간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전시로 설치작가 최정화가 예술감독을, 스타일리스트 서영희가 패션감독으로 참여했다. (02)510-4538.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천재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발견한 ‘천사’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천재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발견한 ‘천사’

    “나는 대리석에서 천사를 발견하고, 그 천사를 자유롭게 할 때까지 돌을 쪼아 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1475~1564)가 남긴 말이다. 자신의 조각작업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던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 ‘피에타’와 ‘다비드’상을 꼽는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무수한 예술가들이 만든 피에타상 가운데 바티칸의 성바오로 성당 입구에 있는 미켈란젤로가 24세 때인 1499년 제작한 피에타가 가장 아름답고 유명하다. 피렌체로 돌아온 미켈란젤로는 2년 뒤인 1501년 다비드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메디치 가문의 참주정치에서 탈피해 시민이 주인인 공화정을 채택한 피렌체의 시 위원회가 도시의 수호성인으로 다비드를 정했고, 그 작업을 로마에서 피에타 조각으로 명성을 얻은 젊은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덩어리, 2년 매달려 만든 다비드상 뛰어난 예술가에게는 삶이 언제나 시험과 시련이었던 모양이다. 미켈란젤로에게 다비드상을 만들기 위해 좀 묘한 형태의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가 주어졌다. 원래 피렌체 대성당에 둘 목적으로 아고스티노 디 두치오 등 두 명의 조각가에게 맡겨졌지만 대리석의 두께가 높이와 너비의 비율과 맞지 않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 뒤 40년간 시의회 뒷마당에 방치돼 있던 것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신성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조각이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위대하며 영웅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미켈란젤로에게는 명예를 건 도전이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를 면밀히 관찰하며 직감적으로 영감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 갇혀진 형태를 찾아내 망치와 끌로 쪼아가며 꼬박 2년을 매달려 1504년 다비드상을 완성했다. 거인 골리앗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 신성한 용기를 품은 젊은 다비드상을 본 피렌체 시민들은 젊은 천재 예술가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시위원회는 다비드상을 대성당에 세우려던 계획을 바꿔 시민들이 수시로 모이는 시뇨리아 광장에 애국과 호국의 상징으로 다비드상을 설치하기로 한다. 르네상스를 넘어 고금을 통해 최고의 조각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다비드상은 30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다 1873년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피렌체를 찾았던 관광객들이라면 시뇨리아 광장과 접한 베키오 궁전 앞에 헤라클레스 조각상과 나란히 서있는 다비드상을 봤을 것이고, 그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다비드상이 서 있다. 그것들은 모두 복제품이고 진품은 시뇨리아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우피치미술관 만큼은 아니지만 언제나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1784년 토스카나주를 다스리던 피에트로 레오폴드 대공이 자신의 소장품을 미술학교에 기증하면서 미술관이 세워졌다. 특히 이곳은 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전시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한 하늘색 돔 천장 아래에 서 있는 다비드상은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미켈란젤로 평전을 쓴 프랑스의 로맹 롤랑은 ‘천재를 믿지 않는 사람, 혹은 천재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고 했다는데 인간을 초월한 숭고한 아름다움과 요동치는 내면의 에너지를 표현한 위대한 작품 앞에서 할 말을 잊었다. 그리스 조각같이 한 발에 힘을 주고 서 있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한 다비드가 골리앗을 공격하려는 긴장된 순간을 묘사한 조각상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왼팔은 굽혀서 왼쪽 어깨의 투석기를 짊어지고 있다. 인물의 엉덩이와 어깨는 반대각도를 향해 몸이 S자 모양의 곡선을 이룬다. 아래로 내려뜨린 오른팔의 직선과 돋움 자세를 취한 왼쪽 다리가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준다. 부릅뜬 눈은 거인 골리앗을 노려보느라 미간에 주름까지 잡혀 있고, 목의 핏줄과 앙다문 입술이 용기있는 청년의 심리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노예상’ 등 미완성 작품들도 만날 수 있어 높이는 받침을 포함해 5.5m 정도인 이 조각상을 5~7m 거리에서 보면 균형이 잘 잡힌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보면 오른팔이 신체에 비해 길고 돌을 쥐고 있는 손도 유난히 크다. 하체는 상체에 비해 크고 두껍다. 머리도 비정상적으로 큰 편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비율은 천재 미켈란젤로가 원근법을 계산해 조각상의 각 부위를 실제보다 크게, 혹은 길게 조각상을 만든 결과다. 목동이었던 다비드는 돌팔매 하나로 적장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한 소년 영웅이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소년이 아니라 근육질 청년이다. 로마에 머물면서 보았던 근육질의 헬레니즘 조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미켈란젤로는 헬레니즘 조각보다 더욱 과장되게 신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힘을 지니고, 감정을 드러내되 평온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품은 훗날 르네상스미술의 일반적인 양식이 된 조각을 완성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는 다비드상 외에도 말년의 작품 ‘펠레스트리나 피에타’와 같은 미켈란젤로의 걸작들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특히 미완성 작품들은 대리석 덩어리에서 형체를 찾아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으로 쪼아 내던 작업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비 장식을 위해 시작했다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미완성으로 끝난 ‘노예상’ 연작과 피렌체 대성당을 장식용으로 주문받았다가 작업 도중 계약이 취소된 열두 사도상 등이 전시돼 있다. 미완성 작품들을 보면 돌 속에 갇혀 있는 형체들이 막 생명을 얻어 깨어나는 순간을 보는 것 같다. lotus@seoul.co.kr
  • [함혜리의 미술관 기행]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공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함혜리의 미술관 기행]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공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나는 대리석에서 천사를 발견하고, 그 천사를 자유롭게 할 때까지 돌을 쪼아 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1475~1564)가 남긴 말이다. 자신의 조각작업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던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 ‘피에타’와 ‘다비드’상을 꼽는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무수한 예술가들이 만든 피에타 상 가운데 바티칸의 성바오로 성당 입구에 있는 미켈란젤로가 26때인 1499년 제작한 피에타가 가장 아름답고 유명하다. 피렌체로 돌아온 미켈란젤로는 2년 뒤인 1501년 다비드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메디치 가문의 참주정치에서 탈피해 시민이 주인인 공화정을 채택한 피렌체의 시 위원회가 도시의 수호성인으로 다비드를 정했고, 그 작업을 로마에서 피에타 조각으로 명성을 얻은 젊은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예술가에게는 삶이 언제나 시험과 시련이었던 모양이다. 미켈란젤로에게 다비드상을 만들기 위해 좀 묘한 형태의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가 주어졌다. 원래 피렌체 대성당에 둘 목적으로 아고스티노 디 두치오 등 두 명의 조각가에게 맡겨졌지만 대리석의 두께가 높이와 너비의 비율과 맞지 않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 뒤 40년간 시의회 뒷마당에 방치돼 있던 것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신성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조각이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위대하며 영웅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미켈란젤로에게는 명예를 건 도전이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를 면밀히 관찰하며 직감적으로 영감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 갖혀진 형태를 찾아내 망치와 끌로 쪼아가며 꼬박 2년을 매달려 1504년 다비드상을 완성했다. 거인 골리앗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 신성한 용기를 품은 젊은 다비드상을 본 피렌체 시민들은 젊은 천재 예술가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시위원회는 다비드상을 대성당에 세우려던 계획을 바꿔 시민들이 수시로 모이는 시뇨리아 광장에 애국과 호국의 상징으로 다비드상을 설치하기로 한다. 르네상스를 넘어 고금을 통해 최고의 고각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다비드상은 30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다 1873년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피렌체를 찾았던 관광객들이라면 시뇨리아 광장과 접한 베키오 궁전 앞에 헤라클레스 조각상과 나란히 서있는 다비드상을 봤을 것이고, 그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다비드상이 서 있다. 그것들은 모두 복제품이고 진품은 시뇨리아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우피치미술관 만큼은 아니지만 언제나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1784년 토스카나주를 다스리던 피에트로 레오폴드 대공이 자신의 소장품을 미술학교에 기증하면서 미술관이 세워졌다. 특히 이곳은 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전시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한 하늘색 돔 천정 아래에 서 있는 다비드상은 보는 순간의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미켈란젤로 평전을 쓴 프랑스의 로맹 롤랑은 ‘천재를 믿지 않는 사람, 혹은 천재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고 했다는데 인간을 초월한 숭고한 아름다움과 요동치는 내면의 에너지를 표현한 위대한 작품 앞에서 할 말을 잊었다.  그리스 조각같이 한 발에 힘을 주고 서있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한 다비드가 골리앗을 공격하려는 긴장된 순간을 묘사한 조각상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왼팔은 굽혀서 왼쪽 어깨의 투석기를 짊어지고 있다. 인물의 엉덩이와 어깨는 반대각도를 향해 몸이 S자 모양의 곡선을 이룬다. 아래로 내려뜨린 오른팔의 직선과 돋움 자세를 취한 왼쪽 다리가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준다. 부릅뜬 눈은 거인 골리앗을 노려보느라 미간에 주름까지 잡혀 있고, 목의 핏줄과 앙다문 입술이 용기있는 청년의 심리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높이는 받침을 포함해 5.5m 정도인 이 조각상을 5~7m 거리에서 보면 균형이 잘 잡힌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보면 오른 팔이 신체에 비해 길고 돌을 쥐고 있는 손도 유난히 크다. 하체는 상체에 비해 크고 두껍다. 머리도 비정상적으로 큰 편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비율은 천재 미켈란젤로가 원근법을 계산해 조각상의 각 부위를 실제보다 크게, 혹은 길게 조각상을 만든 결과다. 목동이었던 다비드는 돌팔매 하나로 적장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한 소년 영웅이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소년이 아니라 근육질 청년이다. 로마에 머물면서 보았던 근육질의 헬레니즘 조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머물지않고 미켈란젤로는 헬레니즘 조각보다 더욱 과장되게 신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힘을 지니고, 감정을 드러내되 평온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품은 훗날 르네상스미술의 일반적인 양식이 된 조각을 완성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는 다비드 상외에도 말년의 작품 ‘펠레스트리나 피에타’와 같은 미켈란젤로의 걸작들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특히 미완성 작품들은 대리석 덩어리에서 형체를 찾아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으로 쪼아 내던 작업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비 장식을 위해 시작했다가 지지부진해 지면서 미완성으로 끝난 ‘노예상’ 연작과 피렌체 대성당을 장식용으로 주문받았다가 작업도중 계약이 취소된 열두 사도상 등이 전시돼 있다. 미완성 작품들을 보면 돌 속에 같여있는 형체들이 막 생명을 얻어 깨어나는 순간을 보는 것 같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매개자로서의 예술 vs 실험에 빠진 예술

    매개자로서의 예술 vs 실험에 빠진 예술

    아시아 최대의 미술축제,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잇따라 개막해 2~3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세계 각국의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담론을 각자의 방식으로 펼쳐 보이는 미술축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나치게 실험적인 거대 담론에 이끌려 길을 잃을 수 있지만 특징을 잘 찾아 작품들을 감상하면 신선한 예술적 충격을 맛볼 수 있다. 마리아 린드가 예술총감독을 맡은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37개국 101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영상 등 252점을 선보인다. 린드 감독은 “예술의 도구화, 상업 예술시장의 팽창 등 예술 제반조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예술을 중앙무대에 놓고 사회의 매개체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술과 시민 사회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참여작가의 25%가 지난 1년여 동안 현지에서 지역 공동체와 협업 및 역사성에 주목한 신작을 제작했다. 전시 장소도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이외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서구문화센터 앞 전광판 등 8곳의 외부 전시장으로 확대했다. 예술의 본질에 충실하고 삶 속에서의 예술적 개입을 실천하기 위해 전시 공간도 인위적인 구분 없이 작품들이 자유롭게 열린 공간에 배치되면서 관람객들에게 상상과 사색, 쉼의 여백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 작품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상이 되어 버린 재난과 테러뿐 아니라 지구온난화, 인공지능의 문제 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 준다. 1전시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요 거점이자 토론의 장이었던 광주 계림동 녹두서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라 가르시아의 신작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다. 1980년대 광주의 상징적인 장소를 보다 광범위한 대중과 만나도록 개입한 가르시아는 이 작품으로 이번 광주비엔날레 눈예술상을 받았다. 도시의 공동체 문화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연구해 온 인도네시아의 줄리아 사리레티아티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이 자리잡고 있는 안산의 커뮤니티센터와 비디오 공유 플랫폼을 만들어 노동인구의 이주에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 독일의 미하엘 보이틀러는 지역학생들과 함께 과일 담는 망과 인쇄소의 폐지를 ‘종이 소시지’로 재활용하는 ‘대인 소시지가게’를 선보였다.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사스키아 누어 판 임호프의 설치작품 ‘# +26.00’는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우제길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무등산 국립공원 내 의재미술관에서는 스웨덴의 구닐라 클링버그가 한국의 풍수지리와 오행, 자연 환경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비가시적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화한 ‘고요함이 쌓이면 움직임이 생긴다’를 전시하고 있다. 11월 6일까지. 광주비엔날레가 예술을 매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시험적인 성찰의 무대라면 전시 형식으로서 비엔날레의 본질을 묻는 부산비엔날레는 스펙터클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윤재갑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이 전시감독을 맡아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라는 주제로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에는 23개국 121명이 참여해 미술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공연, 세미나를 펼친다. 윤 감독은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양과 서양, 자본과 기술이 어우러진 세상이 혼혈하는 지구”라며 “90년대 이전의 자생적인 로컬아방가르드 시스템과 90년대 이후 대두한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비엔날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로젝트1은 1960~1980년대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다룬다. 나라별로 큐레이터를 배치하고 각국의 섹션 전시로 세 나라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도록 했다. 한국작가 김구림, 이건용, 이승택, 이강소 등이 참여하고 중국에서는 쉬빙과 왕광이 등이, 일본에서는 시노하라 우시오와 야나기 유키노이 등 3개국 총 65명이 참여한다. 본전시에 해당하는 프로젝트2는 전시공간 F1963부터 볼거리다. F1963은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55년 동안 전 세계로 수출하는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을 조병수 건축가가 리모델링한 것으로 공장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노동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3000여평의 공간에서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네덜란드 작가 조로 파이글의 거대한 ‘오피움’, 김학제의 ‘욕망과 우주 사이’, 윤필남의 ‘손에서 손끝으로’ 등 스케일이 큰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남아공의 자넬레 무홀리는 환희와 죽음이 교차하는 삶을 보여 주는 ‘사랑과 상실에 대하여’를, 중국의 진양핑은 평면회화 작업 위에 고무풍선을 매달고 공기총으로 쏴서 맞히는 ‘풍선맞추기’와 ‘스탠바이’를,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은 ‘혼혈하는 지구’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와 가상현실의 붓질이 접목된 신작을 선보인다. 부산비엔날레는 구글과의 협찬으로 구글컬쳐인스티튜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글 사진 광주·부산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아이슬란드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 11월 내한

    아이슬란드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 11월 내한

    아이슬란드의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가 오는 11월 내한한다.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2010년에는 리더 욘 소르 비르기손이 홀로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시규어 로스는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의 스물네 번째 주인공으로 11월 2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공연을 갖는다. 광활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음악이 이들의 특징이다. 독창적이고 경이롭지만 난해하다는 평가도 있어 대중적이기보다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해방과 위로, 자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직접 만든 언어인 ‘희망어’를 노래에 사용한다. 1997년 데뷔 이후 7장의 정규 앨범으로 세계 음악 팬들은 물론 라디오 헤드 등 동료 뮤지션과 사진계 거장 라이언 맥긴리, 현대 무용 거장 머스 커닝햄 등 여러 예술가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는 BBC 블록버스터 자연 다큐멘터리 ‘플래닛 어스’의 광고 음악으로 사용된 4집 앨범 타이틀곡 ‘호피폴라’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알래스카, 레슬링 특집에도 깔리며 가깝게 다가섰다. 이 밖에 ‘바닐라 스카이’, ‘127시간’,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등 유명 영화의 주요 장면에 이들의 노래가 곁들여졌다. 이번 공연에선 6분이 넘는 뮤직비디오로 화제가 된 신곡 ‘오베르’를 국내 팬들에게 직접 선보인다. 공연 관계자는 “시규어 로스는 독창적인 사운드와 혁신적인 시도로 고유의 음악 스타일을 구축한 밴드”라며 “시규어 로스만이 빚어낼 수 있는 특별한 사운드와 환상적인 시각 효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 고객은 6일 정오부터, 일반 고객은 7일 정오부터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 8만 8000~13만 2000원. 자세한 내용은 www.Superseries.kr 참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괴짜들의 사기극, 전쟁을 끝내다

    괴짜들의 사기극, 전쟁을 끝내다

    부대원 전선 곳곳 돌며 기만작전 ‘공연’ ‘속임수 게임’ 예술적 창의력으로 승리 고스트 아미/릭 바이어·엘리자베스 세일스 지음/노시내 옮김/마티/320쪽/1만 8000원 전쟁은 삶의 모든 측면이 동원되는 총력전이다. 전쟁은 속고 속이는 치열한 두뇌 게임이다.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목마’는 전쟁의 승패를 넘어 국가의 존망마저 가른 고전적인 기만 책략이다. 중국 손자는 그의 병법인 시계(始計) 제1편에 “전쟁은 속임수”라고 정의했다. 이탈리아 정치인 마키아벨리는 “책략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사람은 무력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사람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대량 학살의 비극적 전쟁으로 사상자가 5000여만명에 달했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오직 속임수 하나만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군 특수부대가 존재했다. 게다가 그 부대에 참전한 용사들 상당수가 군대와는 전혀 무관하게 여겨지는 인간 유형인 예술가들이었고, 자신들끼리는 공공연하게 서로를 사기꾼이라고 불렀던 이들이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신간 ‘고스트 아미’(ghost army)는 2차 세계대전에 실존했던 특수부대 얘기다. 제23본부 특수부대, 일명 ‘고스트 아미’의 부대원은 고작 1100여명.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단 하나. 독일군을 속이는 것이었다. 1996년까지 미 국방부 군사기밀로 이들의 활약상은 봉인돼 있었다. 책은 반세기가 지나서야 드러난 23부대 괴짜들의 전투, 그들만의 전쟁을 실감 나게 재구성했다. 제603위장공병 특수대대 소속 조 스펜스 이병. 그는 2차 대전 당시 불가사의한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병사 네 명이 무게가 30t에 달하는 M4 셔면 탱크를 한 귀퉁이씩 잡고 번쩍 들어 올리는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바로, 고스트 아미의 작품이었다. 이 부대가 싣고 온 마대 자루마다 찌그러진 고무 전차가 한 대씩 들어 있었다. 노즐로 15분 정도 공기를 불어 넣으면 고무 덩어리는 전차로 둔갑했다. 독일군들은 숲속에 도열한 가짜 탱크들을 보고 우회하거나 공습 작전을 펴는 데 전력을 소모해야 했다. 고스트 아미가 주둔하는 최전선에서는 탱크뿐 아니라 지프, 트럭, 대포까지 온갖 모조 무기가 바람만 넣으면 마술처럼 솟아났다. 23부대는 전차, 트럭, 화물차, 불도저 소리, 강을 건너기 위해 임시로 놓은 부교를 설치하는 소리, 병사들의 욕설까지 다양한 전쟁터의 소음을 녹음해 마치 사단급이 주둔 중인 것처럼 음향전도 펼쳤다. 23부대의 작전은 전선 곳곳을 돌며 기만 작전을 펼치는 일종의 ‘순회 공연’이었다. 진짜 전투를 하는 실전 기갑 부대로 위장해 작전 지역에서의 미군 병력 규모를 부풀리는 게 핵심 임무. 부대원들은 다른 부대 소속 마크로 바꿔 달고 마을 술집이나 식료품점에 들러 거짓 이동 경로와 작전을 흘렸다. 나치 첩자들이 이를 독일군에게 정보로 팔도록 말이다. 그렇게 23부대는 아군마저도 숱하게 속이며 작전을 수행해 나갔다. 부대원들은 군인이기 전에 예술가였다. 예술적 재능으로 뭉친 병사들이 그린 수많은 수채화와 드로잉이 전후에 발굴됐다. 오죽하면 최전선에서 이들은 전시회를 열 정도였다. 지난해 별세한 추상주의 화가 엘즈워스 켈리, 패션 디자이너 빌 블라스, 야생동물 화가 아서 싱어, 사진작가 아트 케인 등이 고스트 아미 출신이다. 고스트 아미는 1945년 독일 라인강을 건너 나치 최후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작전에서 빛을 발했다. 미 9군 소속 제30보병사단과 제79보병사단이 실제 공격 지점보다 남쪽으로 16㎞ 아래에서 도강 공격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게 고스트 아미의 임무였다. 1100명의 23부대는 마치 3만 병사가 라인강을 돌파하는 것처럼 연출했다. 투입된 모조 전차와 군용차만 200대가 넘었다. 고스트 아미의 기만 작전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두 사단이 실제로 라인강을 돌파하면서 발생한 사망자는 31명에 그쳤다. 고스트 아미의 마지막 공연은 기밀로 남았지만 군 지도부는 비밀리에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전쟁도 끝났다. 저자는 “23부대는 미술가, 디자이너, 무선통신사 등으로 구성된 배역진이 진짜 무기 대신 고무로 만든 가짜 무기와 세계 최첨단 음향 효과 장치와 예술적 창의력으로 무장한 채 작전을 폈다”면서 “그들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느냐에 자신들의 생명이 달려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고 평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예술에 담은 미래 광주서 열린다

    ‘2016 광주비엔날레’가 2일 개막, 66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광주비엔날레는 1일 오후 6시 40분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 광장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개막식에는 윤장현 광주시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마리아 린드 총감독 등과 시민 1000여명이 참석했다. 개막식은 식전행사, 공식행사, 이벤트로 나뉜 빛고을 문화 난장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2016 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오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모두 37개국 12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특히 올해는 광주의 정체성과 역사가 반영된 작품들이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끈다. 스페인 출신 도라 가르시아 작가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주요 거점인 ‘녹두서점’을 부활시킨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을 설치했다. 이 작품의 벽면엔 옛 녹두서점에 진열됐던 수천 권의 서적들이 꽂혀 있고, 입구에는 1980년대를 기억하는 각종 대자보가 나붙었다. 토미 스토켈이 광주에서 본 무등산 입석대, 표지석 등 큰 돌을 모티브로 한 ‘광주 돌’ 작품도 눈에 띈다. 마리아 린드 총감독은 “행사 주제인 ‘제8기후대’는 지진계가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듯 예술가들이 사회의 변화를 먼저 예측·진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예술에 담은 미래, 광주서 열린다

    예술에 담은 미래, 광주서 열린다

    ‘2016광주비엔날레’가 2일 개막, 66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광주비엔날레는 1일 오후 6시 40분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 광장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개막식에는 윤장현 광주시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마리아 린드 총감독 등과 시민 1000여명이 참석했다. 개막식은 식전행사, 공식행사, 이벤트로 나뉜 빛고을 문화 난장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2016 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오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모두 37개국 12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특히 올해는 광주의 정체성과 역사가 반영된 작품들이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끈다. 스페인 출신 도라 가르시아 작가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주요 거점인 ‘녹두서점’을 부활시킨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을 설치했다. 이 작품의 벽면엔 옛 녹두서점에 진열됐던 수천 권의 서적들이 꽂혀 있고, 입구에는 1980년대를 기억하는 각종 대자보가 나붙었다. 토미 스토켈이 광주에서 본 무등산 입석대, 표지석 등 큰 돌을 모티브로 한 ‘광주 돌’ 작품도 눈에 띈다.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는 광주 북구 일곡동 비영리민간단체인 ‘한새봉 두레’와 손잡고 개구리논과 생태 농업을 다른 ‘도롱뇽 논의 비탄’이란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이 밖에 우제길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의재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지에서도 본전시와 특별전을 비롯한 각종 문화행사가 열린다.  마리아 린드 총감독은 “행사 주제인 ‘제8기후대’는 지진계가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듯 예술가들이 사회의 변화를 먼저 예측·진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충북 영동군 자계마을·자계예술촌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충북 영동군 자계마을·자계예술촌

    자계마을은 충북 영동의 최남단 용화면에 있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소백산맥이 덕유산까지 이어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 크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계마을의 의미도 보랏빛 골짜기라는 뜻이니 얼마나 깊은 산중에 마을이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용화면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라 평소엔 마을 사람들 외에 드나드는 이가 없어 인적도 드물다. 6개의 이(里)로 구성된 용화면 인구수가 1000여명 정도다. 100여명 남짓한 자계마을 주민 대부분이 곶감, 호두, 블루베리, 표고 등을 재배하며 살아간다. ●충북·충남·경북과 맞닿은 자계마을 재미있는 것은 마을의 위치다. 행정구역은 포도로 유명한 충북 영동군이지만 생활구역은 전북 무주군과 더 가깝다. 영동시내까지는 차로 40분 걸리지만 무주시내까지는 15분이면 갈 수 있어 장을 보거나 문화생활 등을 대부분 무주에서 해결한다. 무주의 지역적 특징이 북으로는 충북, 서쪽으로는 충남, 동쪽으로는 경북과 맞닿아 있는 문화권에 속하다 보니 자계마을 또한 산속에 있어도 외지 문화와 사람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 전혀 연고도 없는 외지인들이 만든 자계예술촌이 예술마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초창기보다도 이른 2001년에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된 데에는 이러한 문화, 역사적 요인들이 있다. 자계예술촌을 찾아간 것은 여름 휴가 끝자락인 8월 15일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예술촌에서는 매년 8월 광복절이 낀 연휴에 산골공연 예술잔치를 펼쳐 왔다. 올해로 13번째. 12~14일 3일 동안 작은 산골마을이 축제를 즐기려는 외지인들로 북적였다. 그 피곤함이 오롯이 남아 있을 법한데 16일에는 창작 레지던시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레지던시 예술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했다. 20여 명의 예술가들이 소극장에 모여 편안한 자세로 디자인 평론가 최범씨의 강의를 들으며 질문을 주고받았다. 자계예술촌은 자계마을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 새롭게 만든 문화예술공간이다. 초창기 예술촌을 개척한 이는 연극연출가 박창호 감독과 극단 터이다. 대전에서 활동해 오던 극단 터가 좁은 지하연습실을 벗어나 새로운 연습실을 찾으면서 오게 됐다. 폐교된 산골의 작은 분교를 임대해 소극장과 분장실, 소품실, 야외무대, 연습실 등으로 탈바꿈시켰다. 처음에는 극단의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활용됐지만 이후 다양한 단체의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지역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독립 예술 단체가 됐다. 지금은 2005년부터 합류해 박 감독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배우이자 공연기획자인 박연숙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산골공연예술잔치 등 열정의 축제 자계예술촌이 주목받는 이유는 끊임없이 지역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과 행사를 기획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행사가 산골공연예술잔치다. 1년에 한 번 여는 이 행사는 3일 동안 다양한 공연단들이 참여해 지역주민, 방문객들과 함께 공연예술잔치를 펼친다. 올해만 해도 3개의 극단과 타악공연단, 어쿠스틱밴드, 국가무형문화재가 참여하는 고성문둥북춤 공연단 등 6개 팀이 참여해 6개의 서로 다른 작품을 보여 주었다. 3일간 1000명의 주민과 관람객이 산골로 찾아와 뜨거운 여름밤을 불태우며 축제를 함께 즐겼다. 한국예술문화위원회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인 ‘신나는 예술여행’에도 자계예술촌이 참여한다. ‘예술농장 함께’라는 프로그램을 6월부터 10월까지 총 7회 진행 중인데 토요일 한나절 공연 관람과 목판화, 나무 공예, 흙공예, 벽화, 직조놀이 등 다양한 실용예술을 접목해 지역 주민, 어린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4번의 행사가 열렸으며 앞으로 9월 10일, 24일, 10월 8일 3번의 행사를 남겨두고 있다. 예술창작과 교육도 꾸준히 진행된다. 레지던시를 두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머무르며 협업을 하거나 작품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지역의 학교에 출강해 아이들이 예술을 가깝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연을 희망하는 단체들에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도 준다. 9월 21~23일엔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오픈 워크숍과 창작거점 공간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오픈 라운드테이블도 열릴 예정이다. ●예술창작·교육도 활발 폐교 등을 활용한 문화공간이 초창기에는 주목받지만 결국은 재정난에 부딪혀 운영이 중단되거나 방치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거창한 욕심 같은 건 없어요. 일단 행사나 공연을 준비하는 일이 무척 즐겁구요. 영동 용화면 산골에 가면 언제나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무대와 공간이 있다는 것을 계속 알리는 게 중요하죠.” 15년 넘게 공간을 운영해 온 비결에 대한 박연숙 대표의 답변이다.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폐교를 활용한 공간을 꿈꿀 때 먼저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곳이 자계예술촌이라고 한다. 여행자들에게도 언제든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곳이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자가용으로 갈 경우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반디랜드 방면으로 가다가 용화면사무소에서 자계마을 방면 도로를 이용한다. 대중교통으로 갈 경우 경부선 영동역에서 하차해 하루 4~5번 다니는 조동행 농어촌버스를 타고 예술촌에서 하차한다. 영동역에서 예술촌까지 약 1시간 소요. →함께 가볼 만한 곳:자계예술촌과 무주읍은 15분 거리다. 반딧골전통공예문화촌의 최북미술관은 무주 출신인 조선 후기 대표화가 최북의 업적을 기리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산수화를 잘 그려 최산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지역 작가들의 다양한 기획전도 열린다. 같은 무주 출신인 문학비평가 김환태 문학관, 옛 생활사 전시체험관 등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무주 특산물인 머루와인동굴과 적상산전망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적상산 사고지도 30여분 내로 갈 수 있는 곳이다. →맛집:자계마을에는 식당이 없다. 무주읍의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무주군청 부근의 한일관(324-1633)은 갈비탕, 낙지덮밥 등이 인기 있다. 커다란 왕갈비로 끓여내는 갈비탕 한 그릇이면 하루가 든든하다. 천지가든(322-3456)은 버섯전골정식이 유명하다. 칼칼하게 맛을 낸 전골과 나물, 김부각 등의 반찬이 맛있다. 비빔밥 정식 등도 즐겨 먹는 메뉴다. 금강식당(322-0979)은 무주의 향토음식인 어죽으로 유명하다.
  • 안녕, 길었던 폭염…안녕, 중구 을지유람

    다음달 1일부터 기록적인 폭염으로 중단됐던 서울 중구의 ‘을지유람’이 재개된다. 중구는 이날부터 을지로 골목길 투어인 을지유람을 다시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4월 시작된 이 투어는 매일 오후 3시 주민들로 구성된 해설사의 안내로 타일·도기거리, 송림수제화(서울시 선정 미래유산), 원조녹두집, 노가리 골목, 공구거리, 을지면옥, 통일집, 조각·조명거리 등 상가와 노포들을 둘러보는 코스다. 허름한 을지로 골목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예술가들의 작업장을 찾아 예술 활동도 구경할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을지로의 더께를 느껴 보는 데는 약 90분이 걸린다. 1회당 인원은 10명 이내가 원칙이다. 중구는 유람 재개에 맞춰 2012년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의 포토존을 만들었다. 피에타는 당시 을지로 골목에서도 촬영이 이뤄졌다. 을지유람은 처음엔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에만 진행하다가 신청 폭주로 6월부터 매일 운영으로 변경돼 총 44회에 걸쳐 500여명이 참여했다. 평일에도 운영하면서 근처 직장인들이 단체로 참여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구 관계자는 전했다. 을지로2가에 있는 한 방산업체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회식을 을지유람으로 바꾸고서 사내 ‘회식문화 개선 우수사례’로 포상금도 받았다고 한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을지로는 우리나라 근대화의 역사를 바꾼 산업 역군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을지유람은 을지로의 참멋과 도심 재창조의 현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신청은 중구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韓·中·日, 올림픽 때 ‘문화올림픽’ 연다

    韓·中·日, 올림픽 때 ‘문화올림픽’ 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일본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릴 때 한·중·일 3국이 올림픽과 연계한 ‘문화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했다. 3국 문화장관은 2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8회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주선언문을 발표했다. 회의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딩웨이 중국 문화부 부부장,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문부과학상이 참석했다. 문화올림픽은 우리 정부가 3국이 모두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착안해 제안한 사업이다. 각국이 올림픽 개최 도시에 문화사절단을 파견하고, 동아시아 문화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거나 당대를 대표하는 한·중·일 예술가들이 공동 창작한 작품으로 순회 전시를 개최하는 등 스포츠와 문화를 융합한 행사를 진행하자는 내용이다. 3국은 내년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대구시, 일본의 교토시, 중국의 창사(長沙)시를 공식 선포했다. 세 나라는 2012년 합의한 ‘상하이 액션플랜’에 따라 2014년부터 각국의 1개 도시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해 도시 간 문화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3국은 이번 제주선언문에 이런 동아시아 문화도시 정책이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동아시아 문화도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안도 담았다. 내년 일본에서 열릴 제9차 회의에서 그간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성과를 평가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이번 회의는 동북아 평화와 발전을 위해 문화의 힘으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3국 문화부 대표들이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서 양국은 내년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문화주간 행사 개최와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한·중 문화교류회의’ 활동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한·일 양자 회담에선 ‘한·일 문화교류회의’ 일본 측 추진 주체를 현재 외무성에서 문부과학성 또는 문화청으로 변경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성북구 주민참여예산 167억원 지원 받는다

    “길음역 10번 출구에서 사창가로 이어지는 보도 개선을 합시다.” “정릉천에서 자전거를 타는 주민들이 곡예사인가요?” “자전거도로 정비를 우선적으로 정비합시다.” 서울 성북구는 주민참여예산제도로 서울시로부터 32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2017 주민참여예산 한마당 총회’에서 성북구가 1등을 차지한 결과다. 올해 구가 주민참여예산제로 확보한 누적 예산은 167억원에 이른다. 주민참여예산제는 2011년부터 재정 투명성 확대를 위해 의무화됐으며, 성북구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주민참여로 확보했다. 2014년에도 100억원을 주민참여예산제로 확보해 각종 사업을 했다. 구는 6년전 김영배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주민참여는 민주주의의 본질’이란 생각을 바탕으로 지방재정법 개정보다 앞서 ‘성북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주민의 예산편성 참여를 이끌었다. 올해 선정된 사업은 청년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형 도서관(2억 5000만원), 엄마 품앗이 네트워크 조성사업(1억원), 다문화가정 마을공동체 프로그램(1억 2000만원) 등이다. 김 구청장은 “사회적 약자와 주민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들로 성북구민 모두를 위해 예산이 사용된다”고 밝혔다. 구는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동별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주민들이 현장을 직접 다니며 예산 편성을 제안할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 성북구가 배정한 주민참여예산의 규모는 12억원이다. 서울시 최초로 어르신과 어린이로 나눠 참여예산 설명회도 열었다. 김 구청장은 “주민참여예산으로 167억원을 확보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웃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주민들의 자발성이 더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영화·TV 나와야 반짝… 전통시장도 ‘빈익빈 부익부’

    영화·TV 나와야 반짝… 전통시장도 ‘빈익빈 부익부’

    청년 상인의 활약과 정부의 집중 투자로 스타급 전통시장이 일부 떠올랐지만 대부분 전통시장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떠난 고객을 불러 모으지 못하고 있다. 24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1300여개 전통시장의 평균 공실률은 9%대다. 인기 있는 일부 시장에서는 빈 점포를 찾을 수 없지만, 부산 해운대 재송시장의 공실률은 91.8%다. 거의 문을 닫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TV 예능 프로그램에나 소개돼야 구름떼 같은 손님이 몰려오지 자체 경쟁력만으로 고객을 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신문과 메조미디어의 분석 결과 네티즌들이 자주 언급한 전통시장은 서울 광장시장과 부산 국제시장, 대구 서문시장, 전주 남부시장 등 흥행한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곳이었다. 길어야 3년 단위로 이뤄지는 정부 지원으로는 상인의 자생력을 키워 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경영 컨설팅에 참여해 온 한 전문가는 “중소기업청의 지원 속에 부활한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정부 지원이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며 “시장 활성화 사업을 진행할 때 상인을 주체로 참여시켜야 바람직하지만 외주업체에 사업 진행을 맡겨 체질 개선에는 실패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의 평균연령이 56세로 고령화된 까닭에 자체적인 혁신동력을 찾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도심 재개발의 역효과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상권이 좋아지면서 임대료가 올라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전통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젊은 예술가들이 들어와 활기를 되찾은 대구 방천시장은 상권이 살아나자 임대료가 치솟았다. 중기청 관계자는 “땅값이 몇 년 새 평당 수백만원씩 올라 임대료도 60%씩 상승했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을 꾸몄던 예술가들이 임차료 부담에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개봉해 1000만 관객 영화가 된 ‘국제시장´ 덕분에 관광지가 된 국제시장 ‘꽃분이’ 가게가 임대료 상승으로 위기에 몰리자 부산시가 임대료를 지원한 일도 있었다. 최은영 송정역시장문화관광형육성사업단장은 “우리 시장은 청년 상인들과 건물주가 임대 기간과 적정 임대료 보장 등을 담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협약’을 맺었다”며 “시장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건물주로서도 좋은 만큼 공생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즐겨요! 홍대 앞 마을축제… 막아요!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아 온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마을축제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 마포구는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8월 마지막 주말인 27~28일 잔다리마을 문화축제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서교동주민자치위원회와 홍대앞걷고싶은거리 상인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2회째로 ‘활력, 홍대 앞! 극복,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 삼아 꾸며진다. 이틀간 버스킹과 인디밴드 공연, 커뮤니티 댄스, 나이 없는 날 행사 등 지역주민과 여행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행사 첫날인 27일에는 각계각층이 모여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난상토론을 하는 ‘잔다리 거리 포럼’도 열린다. ‘잔다리’는 작은 다리를 뜻하는 마포구 서교동의 옛 지명이다. 홍대 앞을 중심으로 한 이곳은 여전히 음악 등 문화활동이 활발한 공간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홍대 상권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이곳에서 영업하던 영세상인, 예술가들이 속속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잔다리문화예술 마을기획단의 백종배 단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침체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 상인과 문화예술인의 상생을 위해 이번 축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구는 축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홍대 앞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의 해결 방안을 주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안종진 서교동장은 “홍대앞의 독창적 문화를 지키려는 지역 주민과 상인, 문화예술인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가 뜻깊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구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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