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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천재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발견한 ‘천사’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천재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발견한 ‘천사’

    “나는 대리석에서 천사를 발견하고, 그 천사를 자유롭게 할 때까지 돌을 쪼아 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1475~1564)가 남긴 말이다. 자신의 조각작업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던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 ‘피에타’와 ‘다비드’상을 꼽는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무수한 예술가들이 만든 피에타상 가운데 바티칸의 성바오로 성당 입구에 있는 미켈란젤로가 24세 때인 1499년 제작한 피에타가 가장 아름답고 유명하다. 피렌체로 돌아온 미켈란젤로는 2년 뒤인 1501년 다비드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메디치 가문의 참주정치에서 탈피해 시민이 주인인 공화정을 채택한 피렌체의 시 위원회가 도시의 수호성인으로 다비드를 정했고, 그 작업을 로마에서 피에타 조각으로 명성을 얻은 젊은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덩어리, 2년 매달려 만든 다비드상 뛰어난 예술가에게는 삶이 언제나 시험과 시련이었던 모양이다. 미켈란젤로에게 다비드상을 만들기 위해 좀 묘한 형태의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가 주어졌다. 원래 피렌체 대성당에 둘 목적으로 아고스티노 디 두치오 등 두 명의 조각가에게 맡겨졌지만 대리석의 두께가 높이와 너비의 비율과 맞지 않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 뒤 40년간 시의회 뒷마당에 방치돼 있던 것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신성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조각이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위대하며 영웅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미켈란젤로에게는 명예를 건 도전이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를 면밀히 관찰하며 직감적으로 영감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 갇혀진 형태를 찾아내 망치와 끌로 쪼아가며 꼬박 2년을 매달려 1504년 다비드상을 완성했다. 거인 골리앗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 신성한 용기를 품은 젊은 다비드상을 본 피렌체 시민들은 젊은 천재 예술가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시위원회는 다비드상을 대성당에 세우려던 계획을 바꿔 시민들이 수시로 모이는 시뇨리아 광장에 애국과 호국의 상징으로 다비드상을 설치하기로 한다. 르네상스를 넘어 고금을 통해 최고의 조각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다비드상은 30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다 1873년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피렌체를 찾았던 관광객들이라면 시뇨리아 광장과 접한 베키오 궁전 앞에 헤라클레스 조각상과 나란히 서있는 다비드상을 봤을 것이고, 그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다비드상이 서 있다. 그것들은 모두 복제품이고 진품은 시뇨리아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우피치미술관 만큼은 아니지만 언제나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1784년 토스카나주를 다스리던 피에트로 레오폴드 대공이 자신의 소장품을 미술학교에 기증하면서 미술관이 세워졌다. 특히 이곳은 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전시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한 하늘색 돔 천장 아래에 서 있는 다비드상은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미켈란젤로 평전을 쓴 프랑스의 로맹 롤랑은 ‘천재를 믿지 않는 사람, 혹은 천재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고 했다는데 인간을 초월한 숭고한 아름다움과 요동치는 내면의 에너지를 표현한 위대한 작품 앞에서 할 말을 잊었다. 그리스 조각같이 한 발에 힘을 주고 서 있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한 다비드가 골리앗을 공격하려는 긴장된 순간을 묘사한 조각상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왼팔은 굽혀서 왼쪽 어깨의 투석기를 짊어지고 있다. 인물의 엉덩이와 어깨는 반대각도를 향해 몸이 S자 모양의 곡선을 이룬다. 아래로 내려뜨린 오른팔의 직선과 돋움 자세를 취한 왼쪽 다리가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준다. 부릅뜬 눈은 거인 골리앗을 노려보느라 미간에 주름까지 잡혀 있고, 목의 핏줄과 앙다문 입술이 용기있는 청년의 심리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노예상’ 등 미완성 작품들도 만날 수 있어 높이는 받침을 포함해 5.5m 정도인 이 조각상을 5~7m 거리에서 보면 균형이 잘 잡힌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보면 오른팔이 신체에 비해 길고 돌을 쥐고 있는 손도 유난히 크다. 하체는 상체에 비해 크고 두껍다. 머리도 비정상적으로 큰 편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비율은 천재 미켈란젤로가 원근법을 계산해 조각상의 각 부위를 실제보다 크게, 혹은 길게 조각상을 만든 결과다. 목동이었던 다비드는 돌팔매 하나로 적장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한 소년 영웅이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소년이 아니라 근육질 청년이다. 로마에 머물면서 보았던 근육질의 헬레니즘 조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미켈란젤로는 헬레니즘 조각보다 더욱 과장되게 신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힘을 지니고, 감정을 드러내되 평온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품은 훗날 르네상스미술의 일반적인 양식이 된 조각을 완성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는 다비드상 외에도 말년의 작품 ‘펠레스트리나 피에타’와 같은 미켈란젤로의 걸작들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특히 미완성 작품들은 대리석 덩어리에서 형체를 찾아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으로 쪼아 내던 작업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비 장식을 위해 시작했다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미완성으로 끝난 ‘노예상’ 연작과 피렌체 대성당을 장식용으로 주문받았다가 작업 도중 계약이 취소된 열두 사도상 등이 전시돼 있다. 미완성 작품들을 보면 돌 속에 갇혀 있는 형체들이 막 생명을 얻어 깨어나는 순간을 보는 것 같다. lotus@seoul.co.kr
  • [함혜리의 미술관 기행]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공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함혜리의 미술관 기행]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공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나는 대리석에서 천사를 발견하고, 그 천사를 자유롭게 할 때까지 돌을 쪼아 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1475~1564)가 남긴 말이다. 자신의 조각작업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던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 ‘피에타’와 ‘다비드’상을 꼽는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무수한 예술가들이 만든 피에타 상 가운데 바티칸의 성바오로 성당 입구에 있는 미켈란젤로가 26때인 1499년 제작한 피에타가 가장 아름답고 유명하다. 피렌체로 돌아온 미켈란젤로는 2년 뒤인 1501년 다비드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메디치 가문의 참주정치에서 탈피해 시민이 주인인 공화정을 채택한 피렌체의 시 위원회가 도시의 수호성인으로 다비드를 정했고, 그 작업을 로마에서 피에타 조각으로 명성을 얻은 젊은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예술가에게는 삶이 언제나 시험과 시련이었던 모양이다. 미켈란젤로에게 다비드상을 만들기 위해 좀 묘한 형태의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가 주어졌다. 원래 피렌체 대성당에 둘 목적으로 아고스티노 디 두치오 등 두 명의 조각가에게 맡겨졌지만 대리석의 두께가 높이와 너비의 비율과 맞지 않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 뒤 40년간 시의회 뒷마당에 방치돼 있던 것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신성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조각이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위대하며 영웅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미켈란젤로에게는 명예를 건 도전이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를 면밀히 관찰하며 직감적으로 영감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 갖혀진 형태를 찾아내 망치와 끌로 쪼아가며 꼬박 2년을 매달려 1504년 다비드상을 완성했다. 거인 골리앗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 신성한 용기를 품은 젊은 다비드상을 본 피렌체 시민들은 젊은 천재 예술가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시위원회는 다비드상을 대성당에 세우려던 계획을 바꿔 시민들이 수시로 모이는 시뇨리아 광장에 애국과 호국의 상징으로 다비드상을 설치하기로 한다. 르네상스를 넘어 고금을 통해 최고의 고각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다비드상은 30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다 1873년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피렌체를 찾았던 관광객들이라면 시뇨리아 광장과 접한 베키오 궁전 앞에 헤라클레스 조각상과 나란히 서있는 다비드상을 봤을 것이고, 그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다비드상이 서 있다. 그것들은 모두 복제품이고 진품은 시뇨리아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우피치미술관 만큼은 아니지만 언제나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1784년 토스카나주를 다스리던 피에트로 레오폴드 대공이 자신의 소장품을 미술학교에 기증하면서 미술관이 세워졌다. 특히 이곳은 미켈란젤로에게 헌사된 전시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한 하늘색 돔 천정 아래에 서 있는 다비드상은 보는 순간의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미켈란젤로 평전을 쓴 프랑스의 로맹 롤랑은 ‘천재를 믿지 않는 사람, 혹은 천재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고 했다는데 인간을 초월한 숭고한 아름다움과 요동치는 내면의 에너지를 표현한 위대한 작품 앞에서 할 말을 잊었다.  그리스 조각같이 한 발에 힘을 주고 서있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한 다비드가 골리앗을 공격하려는 긴장된 순간을 묘사한 조각상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왼팔은 굽혀서 왼쪽 어깨의 투석기를 짊어지고 있다. 인물의 엉덩이와 어깨는 반대각도를 향해 몸이 S자 모양의 곡선을 이룬다. 아래로 내려뜨린 오른팔의 직선과 돋움 자세를 취한 왼쪽 다리가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준다. 부릅뜬 눈은 거인 골리앗을 노려보느라 미간에 주름까지 잡혀 있고, 목의 핏줄과 앙다문 입술이 용기있는 청년의 심리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높이는 받침을 포함해 5.5m 정도인 이 조각상을 5~7m 거리에서 보면 균형이 잘 잡힌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보면 오른 팔이 신체에 비해 길고 돌을 쥐고 있는 손도 유난히 크다. 하체는 상체에 비해 크고 두껍다. 머리도 비정상적으로 큰 편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비율은 천재 미켈란젤로가 원근법을 계산해 조각상의 각 부위를 실제보다 크게, 혹은 길게 조각상을 만든 결과다. 목동이었던 다비드는 돌팔매 하나로 적장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한 소년 영웅이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소년이 아니라 근육질 청년이다. 로마에 머물면서 보았던 근육질의 헬레니즘 조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머물지않고 미켈란젤로는 헬레니즘 조각보다 더욱 과장되게 신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힘을 지니고, 감정을 드러내되 평온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품은 훗날 르네상스미술의 일반적인 양식이 된 조각을 완성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는 다비드 상외에도 말년의 작품 ‘펠레스트리나 피에타’와 같은 미켈란젤로의 걸작들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특히 미완성 작품들은 대리석 덩어리에서 형체를 찾아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으로 쪼아 내던 작업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비 장식을 위해 시작했다가 지지부진해 지면서 미완성으로 끝난 ‘노예상’ 연작과 피렌체 대성당을 장식용으로 주문받았다가 작업도중 계약이 취소된 열두 사도상 등이 전시돼 있다. 미완성 작품들을 보면 돌 속에 같여있는 형체들이 막 생명을 얻어 깨어나는 순간을 보는 것 같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매개자로서의 예술 vs 실험에 빠진 예술

    매개자로서의 예술 vs 실험에 빠진 예술

    아시아 최대의 미술축제,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잇따라 개막해 2~3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세계 각국의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담론을 각자의 방식으로 펼쳐 보이는 미술축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나치게 실험적인 거대 담론에 이끌려 길을 잃을 수 있지만 특징을 잘 찾아 작품들을 감상하면 신선한 예술적 충격을 맛볼 수 있다. 마리아 린드가 예술총감독을 맡은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37개국 101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영상 등 252점을 선보인다. 린드 감독은 “예술의 도구화, 상업 예술시장의 팽창 등 예술 제반조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예술을 중앙무대에 놓고 사회의 매개체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술과 시민 사회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참여작가의 25%가 지난 1년여 동안 현지에서 지역 공동체와 협업 및 역사성에 주목한 신작을 제작했다. 전시 장소도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이외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서구문화센터 앞 전광판 등 8곳의 외부 전시장으로 확대했다. 예술의 본질에 충실하고 삶 속에서의 예술적 개입을 실천하기 위해 전시 공간도 인위적인 구분 없이 작품들이 자유롭게 열린 공간에 배치되면서 관람객들에게 상상과 사색, 쉼의 여백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 작품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상이 되어 버린 재난과 테러뿐 아니라 지구온난화, 인공지능의 문제 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 준다. 1전시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요 거점이자 토론의 장이었던 광주 계림동 녹두서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라 가르시아의 신작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다. 1980년대 광주의 상징적인 장소를 보다 광범위한 대중과 만나도록 개입한 가르시아는 이 작품으로 이번 광주비엔날레 눈예술상을 받았다. 도시의 공동체 문화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연구해 온 인도네시아의 줄리아 사리레티아티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이 자리잡고 있는 안산의 커뮤니티센터와 비디오 공유 플랫폼을 만들어 노동인구의 이주에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 독일의 미하엘 보이틀러는 지역학생들과 함께 과일 담는 망과 인쇄소의 폐지를 ‘종이 소시지’로 재활용하는 ‘대인 소시지가게’를 선보였다.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사스키아 누어 판 임호프의 설치작품 ‘# +26.00’는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우제길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무등산 국립공원 내 의재미술관에서는 스웨덴의 구닐라 클링버그가 한국의 풍수지리와 오행, 자연 환경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비가시적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화한 ‘고요함이 쌓이면 움직임이 생긴다’를 전시하고 있다. 11월 6일까지. 광주비엔날레가 예술을 매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시험적인 성찰의 무대라면 전시 형식으로서 비엔날레의 본질을 묻는 부산비엔날레는 스펙터클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윤재갑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이 전시감독을 맡아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라는 주제로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에는 23개국 121명이 참여해 미술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공연, 세미나를 펼친다. 윤 감독은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양과 서양, 자본과 기술이 어우러진 세상이 혼혈하는 지구”라며 “90년대 이전의 자생적인 로컬아방가르드 시스템과 90년대 이후 대두한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비엔날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로젝트1은 1960~1980년대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다룬다. 나라별로 큐레이터를 배치하고 각국의 섹션 전시로 세 나라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도록 했다. 한국작가 김구림, 이건용, 이승택, 이강소 등이 참여하고 중국에서는 쉬빙과 왕광이 등이, 일본에서는 시노하라 우시오와 야나기 유키노이 등 3개국 총 65명이 참여한다. 본전시에 해당하는 프로젝트2는 전시공간 F1963부터 볼거리다. F1963은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55년 동안 전 세계로 수출하는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을 조병수 건축가가 리모델링한 것으로 공장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노동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3000여평의 공간에서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네덜란드 작가 조로 파이글의 거대한 ‘오피움’, 김학제의 ‘욕망과 우주 사이’, 윤필남의 ‘손에서 손끝으로’ 등 스케일이 큰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남아공의 자넬레 무홀리는 환희와 죽음이 교차하는 삶을 보여 주는 ‘사랑과 상실에 대하여’를, 중국의 진양핑은 평면회화 작업 위에 고무풍선을 매달고 공기총으로 쏴서 맞히는 ‘풍선맞추기’와 ‘스탠바이’를,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은 ‘혼혈하는 지구’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와 가상현실의 붓질이 접목된 신작을 선보인다. 부산비엔날레는 구글과의 협찬으로 구글컬쳐인스티튜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글 사진 광주·부산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아이슬란드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 11월 내한

    아이슬란드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 11월 내한

    아이슬란드의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가 오는 11월 내한한다.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2010년에는 리더 욘 소르 비르기손이 홀로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시규어 로스는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의 스물네 번째 주인공으로 11월 2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공연을 갖는다. 광활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음악이 이들의 특징이다. 독창적이고 경이롭지만 난해하다는 평가도 있어 대중적이기보다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해방과 위로, 자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직접 만든 언어인 ‘희망어’를 노래에 사용한다. 1997년 데뷔 이후 7장의 정규 앨범으로 세계 음악 팬들은 물론 라디오 헤드 등 동료 뮤지션과 사진계 거장 라이언 맥긴리, 현대 무용 거장 머스 커닝햄 등 여러 예술가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는 BBC 블록버스터 자연 다큐멘터리 ‘플래닛 어스’의 광고 음악으로 사용된 4집 앨범 타이틀곡 ‘호피폴라’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알래스카, 레슬링 특집에도 깔리며 가깝게 다가섰다. 이 밖에 ‘바닐라 스카이’, ‘127시간’,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등 유명 영화의 주요 장면에 이들의 노래가 곁들여졌다. 이번 공연에선 6분이 넘는 뮤직비디오로 화제가 된 신곡 ‘오베르’를 국내 팬들에게 직접 선보인다. 공연 관계자는 “시규어 로스는 독창적인 사운드와 혁신적인 시도로 고유의 음악 스타일을 구축한 밴드”라며 “시규어 로스만이 빚어낼 수 있는 특별한 사운드와 환상적인 시각 효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 고객은 6일 정오부터, 일반 고객은 7일 정오부터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 8만 8000~13만 2000원. 자세한 내용은 www.Superseries.kr 참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괴짜들의 사기극, 전쟁을 끝내다

    괴짜들의 사기극, 전쟁을 끝내다

    부대원 전선 곳곳 돌며 기만작전 ‘공연’ ‘속임수 게임’ 예술적 창의력으로 승리 고스트 아미/릭 바이어·엘리자베스 세일스 지음/노시내 옮김/마티/320쪽/1만 8000원 전쟁은 삶의 모든 측면이 동원되는 총력전이다. 전쟁은 속고 속이는 치열한 두뇌 게임이다.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목마’는 전쟁의 승패를 넘어 국가의 존망마저 가른 고전적인 기만 책략이다. 중국 손자는 그의 병법인 시계(始計) 제1편에 “전쟁은 속임수”라고 정의했다. 이탈리아 정치인 마키아벨리는 “책략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사람은 무력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사람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대량 학살의 비극적 전쟁으로 사상자가 5000여만명에 달했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오직 속임수 하나만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군 특수부대가 존재했다. 게다가 그 부대에 참전한 용사들 상당수가 군대와는 전혀 무관하게 여겨지는 인간 유형인 예술가들이었고, 자신들끼리는 공공연하게 서로를 사기꾼이라고 불렀던 이들이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신간 ‘고스트 아미’(ghost army)는 2차 세계대전에 실존했던 특수부대 얘기다. 제23본부 특수부대, 일명 ‘고스트 아미’의 부대원은 고작 1100여명.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단 하나. 독일군을 속이는 것이었다. 1996년까지 미 국방부 군사기밀로 이들의 활약상은 봉인돼 있었다. 책은 반세기가 지나서야 드러난 23부대 괴짜들의 전투, 그들만의 전쟁을 실감 나게 재구성했다. 제603위장공병 특수대대 소속 조 스펜스 이병. 그는 2차 대전 당시 불가사의한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병사 네 명이 무게가 30t에 달하는 M4 셔면 탱크를 한 귀퉁이씩 잡고 번쩍 들어 올리는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바로, 고스트 아미의 작품이었다. 이 부대가 싣고 온 마대 자루마다 찌그러진 고무 전차가 한 대씩 들어 있었다. 노즐로 15분 정도 공기를 불어 넣으면 고무 덩어리는 전차로 둔갑했다. 독일군들은 숲속에 도열한 가짜 탱크들을 보고 우회하거나 공습 작전을 펴는 데 전력을 소모해야 했다. 고스트 아미가 주둔하는 최전선에서는 탱크뿐 아니라 지프, 트럭, 대포까지 온갖 모조 무기가 바람만 넣으면 마술처럼 솟아났다. 23부대는 전차, 트럭, 화물차, 불도저 소리, 강을 건너기 위해 임시로 놓은 부교를 설치하는 소리, 병사들의 욕설까지 다양한 전쟁터의 소음을 녹음해 마치 사단급이 주둔 중인 것처럼 음향전도 펼쳤다. 23부대의 작전은 전선 곳곳을 돌며 기만 작전을 펼치는 일종의 ‘순회 공연’이었다. 진짜 전투를 하는 실전 기갑 부대로 위장해 작전 지역에서의 미군 병력 규모를 부풀리는 게 핵심 임무. 부대원들은 다른 부대 소속 마크로 바꿔 달고 마을 술집이나 식료품점에 들러 거짓 이동 경로와 작전을 흘렸다. 나치 첩자들이 이를 독일군에게 정보로 팔도록 말이다. 그렇게 23부대는 아군마저도 숱하게 속이며 작전을 수행해 나갔다. 부대원들은 군인이기 전에 예술가였다. 예술적 재능으로 뭉친 병사들이 그린 수많은 수채화와 드로잉이 전후에 발굴됐다. 오죽하면 최전선에서 이들은 전시회를 열 정도였다. 지난해 별세한 추상주의 화가 엘즈워스 켈리, 패션 디자이너 빌 블라스, 야생동물 화가 아서 싱어, 사진작가 아트 케인 등이 고스트 아미 출신이다. 고스트 아미는 1945년 독일 라인강을 건너 나치 최후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작전에서 빛을 발했다. 미 9군 소속 제30보병사단과 제79보병사단이 실제 공격 지점보다 남쪽으로 16㎞ 아래에서 도강 공격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게 고스트 아미의 임무였다. 1100명의 23부대는 마치 3만 병사가 라인강을 돌파하는 것처럼 연출했다. 투입된 모조 전차와 군용차만 200대가 넘었다. 고스트 아미의 기만 작전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두 사단이 실제로 라인강을 돌파하면서 발생한 사망자는 31명에 그쳤다. 고스트 아미의 마지막 공연은 기밀로 남았지만 군 지도부는 비밀리에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전쟁도 끝났다. 저자는 “23부대는 미술가, 디자이너, 무선통신사 등으로 구성된 배역진이 진짜 무기 대신 고무로 만든 가짜 무기와 세계 최첨단 음향 효과 장치와 예술적 창의력으로 무장한 채 작전을 폈다”면서 “그들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느냐에 자신들의 생명이 달려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고 평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예술에 담은 미래 광주서 열린다

    ‘2016 광주비엔날레’가 2일 개막, 66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광주비엔날레는 1일 오후 6시 40분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 광장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개막식에는 윤장현 광주시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마리아 린드 총감독 등과 시민 1000여명이 참석했다. 개막식은 식전행사, 공식행사, 이벤트로 나뉜 빛고을 문화 난장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2016 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오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모두 37개국 12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특히 올해는 광주의 정체성과 역사가 반영된 작품들이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끈다. 스페인 출신 도라 가르시아 작가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주요 거점인 ‘녹두서점’을 부활시킨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을 설치했다. 이 작품의 벽면엔 옛 녹두서점에 진열됐던 수천 권의 서적들이 꽂혀 있고, 입구에는 1980년대를 기억하는 각종 대자보가 나붙었다. 토미 스토켈이 광주에서 본 무등산 입석대, 표지석 등 큰 돌을 모티브로 한 ‘광주 돌’ 작품도 눈에 띈다. 마리아 린드 총감독은 “행사 주제인 ‘제8기후대’는 지진계가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듯 예술가들이 사회의 변화를 먼저 예측·진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예술에 담은 미래, 광주서 열린다

    예술에 담은 미래, 광주서 열린다

    ‘2016광주비엔날레’가 2일 개막, 66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광주비엔날레는 1일 오후 6시 40분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 광장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개막식에는 윤장현 광주시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마리아 린드 총감독 등과 시민 1000여명이 참석했다. 개막식은 식전행사, 공식행사, 이벤트로 나뉜 빛고을 문화 난장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2016 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오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모두 37개국 12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특히 올해는 광주의 정체성과 역사가 반영된 작품들이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끈다. 스페인 출신 도라 가르시아 작가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주요 거점인 ‘녹두서점’을 부활시킨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을 설치했다. 이 작품의 벽면엔 옛 녹두서점에 진열됐던 수천 권의 서적들이 꽂혀 있고, 입구에는 1980년대를 기억하는 각종 대자보가 나붙었다. 토미 스토켈이 광주에서 본 무등산 입석대, 표지석 등 큰 돌을 모티브로 한 ‘광주 돌’ 작품도 눈에 띈다.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는 광주 북구 일곡동 비영리민간단체인 ‘한새봉 두레’와 손잡고 개구리논과 생태 농업을 다른 ‘도롱뇽 논의 비탄’이란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이 밖에 우제길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의재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지에서도 본전시와 특별전을 비롯한 각종 문화행사가 열린다.  마리아 린드 총감독은 “행사 주제인 ‘제8기후대’는 지진계가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듯 예술가들이 사회의 변화를 먼저 예측·진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충북 영동군 자계마을·자계예술촌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충북 영동군 자계마을·자계예술촌

    자계마을은 충북 영동의 최남단 용화면에 있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소백산맥이 덕유산까지 이어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 크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계마을의 의미도 보랏빛 골짜기라는 뜻이니 얼마나 깊은 산중에 마을이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용화면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라 평소엔 마을 사람들 외에 드나드는 이가 없어 인적도 드물다. 6개의 이(里)로 구성된 용화면 인구수가 1000여명 정도다. 100여명 남짓한 자계마을 주민 대부분이 곶감, 호두, 블루베리, 표고 등을 재배하며 살아간다. ●충북·충남·경북과 맞닿은 자계마을 재미있는 것은 마을의 위치다. 행정구역은 포도로 유명한 충북 영동군이지만 생활구역은 전북 무주군과 더 가깝다. 영동시내까지는 차로 40분 걸리지만 무주시내까지는 15분이면 갈 수 있어 장을 보거나 문화생활 등을 대부분 무주에서 해결한다. 무주의 지역적 특징이 북으로는 충북, 서쪽으로는 충남, 동쪽으로는 경북과 맞닿아 있는 문화권에 속하다 보니 자계마을 또한 산속에 있어도 외지 문화와 사람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 전혀 연고도 없는 외지인들이 만든 자계예술촌이 예술마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초창기보다도 이른 2001년에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된 데에는 이러한 문화, 역사적 요인들이 있다. 자계예술촌을 찾아간 것은 여름 휴가 끝자락인 8월 15일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예술촌에서는 매년 8월 광복절이 낀 연휴에 산골공연 예술잔치를 펼쳐 왔다. 올해로 13번째. 12~14일 3일 동안 작은 산골마을이 축제를 즐기려는 외지인들로 북적였다. 그 피곤함이 오롯이 남아 있을 법한데 16일에는 창작 레지던시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레지던시 예술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했다. 20여 명의 예술가들이 소극장에 모여 편안한 자세로 디자인 평론가 최범씨의 강의를 들으며 질문을 주고받았다. 자계예술촌은 자계마을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 새롭게 만든 문화예술공간이다. 초창기 예술촌을 개척한 이는 연극연출가 박창호 감독과 극단 터이다. 대전에서 활동해 오던 극단 터가 좁은 지하연습실을 벗어나 새로운 연습실을 찾으면서 오게 됐다. 폐교된 산골의 작은 분교를 임대해 소극장과 분장실, 소품실, 야외무대, 연습실 등으로 탈바꿈시켰다. 처음에는 극단의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활용됐지만 이후 다양한 단체의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지역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독립 예술 단체가 됐다. 지금은 2005년부터 합류해 박 감독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배우이자 공연기획자인 박연숙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산골공연예술잔치 등 열정의 축제 자계예술촌이 주목받는 이유는 끊임없이 지역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과 행사를 기획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행사가 산골공연예술잔치다. 1년에 한 번 여는 이 행사는 3일 동안 다양한 공연단들이 참여해 지역주민, 방문객들과 함께 공연예술잔치를 펼친다. 올해만 해도 3개의 극단과 타악공연단, 어쿠스틱밴드, 국가무형문화재가 참여하는 고성문둥북춤 공연단 등 6개 팀이 참여해 6개의 서로 다른 작품을 보여 주었다. 3일간 1000명의 주민과 관람객이 산골로 찾아와 뜨거운 여름밤을 불태우며 축제를 함께 즐겼다. 한국예술문화위원회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인 ‘신나는 예술여행’에도 자계예술촌이 참여한다. ‘예술농장 함께’라는 프로그램을 6월부터 10월까지 총 7회 진행 중인데 토요일 한나절 공연 관람과 목판화, 나무 공예, 흙공예, 벽화, 직조놀이 등 다양한 실용예술을 접목해 지역 주민, 어린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4번의 행사가 열렸으며 앞으로 9월 10일, 24일, 10월 8일 3번의 행사를 남겨두고 있다. 예술창작과 교육도 꾸준히 진행된다. 레지던시를 두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머무르며 협업을 하거나 작품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지역의 학교에 출강해 아이들이 예술을 가깝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연을 희망하는 단체들에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도 준다. 9월 21~23일엔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오픈 워크숍과 창작거점 공간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오픈 라운드테이블도 열릴 예정이다. ●예술창작·교육도 활발 폐교 등을 활용한 문화공간이 초창기에는 주목받지만 결국은 재정난에 부딪혀 운영이 중단되거나 방치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거창한 욕심 같은 건 없어요. 일단 행사나 공연을 준비하는 일이 무척 즐겁구요. 영동 용화면 산골에 가면 언제나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무대와 공간이 있다는 것을 계속 알리는 게 중요하죠.” 15년 넘게 공간을 운영해 온 비결에 대한 박연숙 대표의 답변이다.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폐교를 활용한 공간을 꿈꿀 때 먼저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곳이 자계예술촌이라고 한다. 여행자들에게도 언제든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곳이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자가용으로 갈 경우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반디랜드 방면으로 가다가 용화면사무소에서 자계마을 방면 도로를 이용한다. 대중교통으로 갈 경우 경부선 영동역에서 하차해 하루 4~5번 다니는 조동행 농어촌버스를 타고 예술촌에서 하차한다. 영동역에서 예술촌까지 약 1시간 소요. →함께 가볼 만한 곳:자계예술촌과 무주읍은 15분 거리다. 반딧골전통공예문화촌의 최북미술관은 무주 출신인 조선 후기 대표화가 최북의 업적을 기리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산수화를 잘 그려 최산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지역 작가들의 다양한 기획전도 열린다. 같은 무주 출신인 문학비평가 김환태 문학관, 옛 생활사 전시체험관 등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무주 특산물인 머루와인동굴과 적상산전망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적상산 사고지도 30여분 내로 갈 수 있는 곳이다. →맛집:자계마을에는 식당이 없다. 무주읍의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무주군청 부근의 한일관(324-1633)은 갈비탕, 낙지덮밥 등이 인기 있다. 커다란 왕갈비로 끓여내는 갈비탕 한 그릇이면 하루가 든든하다. 천지가든(322-3456)은 버섯전골정식이 유명하다. 칼칼하게 맛을 낸 전골과 나물, 김부각 등의 반찬이 맛있다. 비빔밥 정식 등도 즐겨 먹는 메뉴다. 금강식당(322-0979)은 무주의 향토음식인 어죽으로 유명하다.
  • 안녕, 길었던 폭염…안녕, 중구 을지유람

    다음달 1일부터 기록적인 폭염으로 중단됐던 서울 중구의 ‘을지유람’이 재개된다. 중구는 이날부터 을지로 골목길 투어인 을지유람을 다시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4월 시작된 이 투어는 매일 오후 3시 주민들로 구성된 해설사의 안내로 타일·도기거리, 송림수제화(서울시 선정 미래유산), 원조녹두집, 노가리 골목, 공구거리, 을지면옥, 통일집, 조각·조명거리 등 상가와 노포들을 둘러보는 코스다. 허름한 을지로 골목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예술가들의 작업장을 찾아 예술 활동도 구경할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을지로의 더께를 느껴 보는 데는 약 90분이 걸린다. 1회당 인원은 10명 이내가 원칙이다. 중구는 유람 재개에 맞춰 2012년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의 포토존을 만들었다. 피에타는 당시 을지로 골목에서도 촬영이 이뤄졌다. 을지유람은 처음엔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에만 진행하다가 신청 폭주로 6월부터 매일 운영으로 변경돼 총 44회에 걸쳐 500여명이 참여했다. 평일에도 운영하면서 근처 직장인들이 단체로 참여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구 관계자는 전했다. 을지로2가에 있는 한 방산업체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회식을 을지유람으로 바꾸고서 사내 ‘회식문화 개선 우수사례’로 포상금도 받았다고 한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을지로는 우리나라 근대화의 역사를 바꾼 산업 역군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을지유람은 을지로의 참멋과 도심 재창조의 현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신청은 중구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韓·中·日, 올림픽 때 ‘문화올림픽’ 연다

    韓·中·日, 올림픽 때 ‘문화올림픽’ 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일본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릴 때 한·중·일 3국이 올림픽과 연계한 ‘문화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했다. 3국 문화장관은 2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8회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주선언문을 발표했다. 회의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딩웨이 중국 문화부 부부장,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문부과학상이 참석했다. 문화올림픽은 우리 정부가 3국이 모두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착안해 제안한 사업이다. 각국이 올림픽 개최 도시에 문화사절단을 파견하고, 동아시아 문화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거나 당대를 대표하는 한·중·일 예술가들이 공동 창작한 작품으로 순회 전시를 개최하는 등 스포츠와 문화를 융합한 행사를 진행하자는 내용이다. 3국은 내년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대구시, 일본의 교토시, 중국의 창사(長沙)시를 공식 선포했다. 세 나라는 2012년 합의한 ‘상하이 액션플랜’에 따라 2014년부터 각국의 1개 도시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해 도시 간 문화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3국은 이번 제주선언문에 이런 동아시아 문화도시 정책이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동아시아 문화도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안도 담았다. 내년 일본에서 열릴 제9차 회의에서 그간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성과를 평가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이번 회의는 동북아 평화와 발전을 위해 문화의 힘으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3국 문화부 대표들이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서 양국은 내년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문화주간 행사 개최와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한·중 문화교류회의’ 활동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한·일 양자 회담에선 ‘한·일 문화교류회의’ 일본 측 추진 주체를 현재 외무성에서 문부과학성 또는 문화청으로 변경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성북구 주민참여예산 167억원 지원 받는다

    “길음역 10번 출구에서 사창가로 이어지는 보도 개선을 합시다.” “정릉천에서 자전거를 타는 주민들이 곡예사인가요?” “자전거도로 정비를 우선적으로 정비합시다.” 서울 성북구는 주민참여예산제도로 서울시로부터 32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2017 주민참여예산 한마당 총회’에서 성북구가 1등을 차지한 결과다. 올해 구가 주민참여예산제로 확보한 누적 예산은 167억원에 이른다. 주민참여예산제는 2011년부터 재정 투명성 확대를 위해 의무화됐으며, 성북구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주민참여로 확보했다. 2014년에도 100억원을 주민참여예산제로 확보해 각종 사업을 했다. 구는 6년전 김영배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주민참여는 민주주의의 본질’이란 생각을 바탕으로 지방재정법 개정보다 앞서 ‘성북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주민의 예산편성 참여를 이끌었다. 올해 선정된 사업은 청년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형 도서관(2억 5000만원), 엄마 품앗이 네트워크 조성사업(1억원), 다문화가정 마을공동체 프로그램(1억 2000만원) 등이다. 김 구청장은 “사회적 약자와 주민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들로 성북구민 모두를 위해 예산이 사용된다”고 밝혔다. 구는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동별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주민들이 현장을 직접 다니며 예산 편성을 제안할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 성북구가 배정한 주민참여예산의 규모는 12억원이다. 서울시 최초로 어르신과 어린이로 나눠 참여예산 설명회도 열었다. 김 구청장은 “주민참여예산으로 167억원을 확보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웃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주민들의 자발성이 더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영화·TV 나와야 반짝… 전통시장도 ‘빈익빈 부익부’

    영화·TV 나와야 반짝… 전통시장도 ‘빈익빈 부익부’

    청년 상인의 활약과 정부의 집중 투자로 스타급 전통시장이 일부 떠올랐지만 대부분 전통시장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떠난 고객을 불러 모으지 못하고 있다. 24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1300여개 전통시장의 평균 공실률은 9%대다. 인기 있는 일부 시장에서는 빈 점포를 찾을 수 없지만, 부산 해운대 재송시장의 공실률은 91.8%다. 거의 문을 닫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TV 예능 프로그램에나 소개돼야 구름떼 같은 손님이 몰려오지 자체 경쟁력만으로 고객을 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신문과 메조미디어의 분석 결과 네티즌들이 자주 언급한 전통시장은 서울 광장시장과 부산 국제시장, 대구 서문시장, 전주 남부시장 등 흥행한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곳이었다. 길어야 3년 단위로 이뤄지는 정부 지원으로는 상인의 자생력을 키워 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경영 컨설팅에 참여해 온 한 전문가는 “중소기업청의 지원 속에 부활한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정부 지원이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며 “시장 활성화 사업을 진행할 때 상인을 주체로 참여시켜야 바람직하지만 외주업체에 사업 진행을 맡겨 체질 개선에는 실패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의 평균연령이 56세로 고령화된 까닭에 자체적인 혁신동력을 찾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도심 재개발의 역효과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상권이 좋아지면서 임대료가 올라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전통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젊은 예술가들이 들어와 활기를 되찾은 대구 방천시장은 상권이 살아나자 임대료가 치솟았다. 중기청 관계자는 “땅값이 몇 년 새 평당 수백만원씩 올라 임대료도 60%씩 상승했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을 꾸몄던 예술가들이 임차료 부담에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개봉해 1000만 관객 영화가 된 ‘국제시장´ 덕분에 관광지가 된 국제시장 ‘꽃분이’ 가게가 임대료 상승으로 위기에 몰리자 부산시가 임대료를 지원한 일도 있었다. 최은영 송정역시장문화관광형육성사업단장은 “우리 시장은 청년 상인들과 건물주가 임대 기간과 적정 임대료 보장 등을 담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협약’을 맺었다”며 “시장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건물주로서도 좋은 만큼 공생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즐겨요! 홍대 앞 마을축제… 막아요!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아 온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마을축제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 마포구는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8월 마지막 주말인 27~28일 잔다리마을 문화축제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서교동주민자치위원회와 홍대앞걷고싶은거리 상인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2회째로 ‘활력, 홍대 앞! 극복,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 삼아 꾸며진다. 이틀간 버스킹과 인디밴드 공연, 커뮤니티 댄스, 나이 없는 날 행사 등 지역주민과 여행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행사 첫날인 27일에는 각계각층이 모여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난상토론을 하는 ‘잔다리 거리 포럼’도 열린다. ‘잔다리’는 작은 다리를 뜻하는 마포구 서교동의 옛 지명이다. 홍대 앞을 중심으로 한 이곳은 여전히 음악 등 문화활동이 활발한 공간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홍대 상권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이곳에서 영업하던 영세상인, 예술가들이 속속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잔다리문화예술 마을기획단의 백종배 단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침체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 상인과 문화예술인의 상생을 위해 이번 축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구는 축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홍대 앞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의 해결 방안을 주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안종진 서교동장은 “홍대앞의 독창적 문화를 지키려는 지역 주민과 상인, 문화예술인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가 뜻깊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구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독일을 사랑한 방랑자들, 현대미술을 키우다

    독일을 사랑한 방랑자들, 현대미술을 키우다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1990년대의 독일은 마치 예술의 용광로 같았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에게 독일은 문화적 차이를 초월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예술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예술적 공간이었다. 특히 베를린은 1950년대의 파리, 1960년대의 뉴욕에 이어 국경을 초월한 문화 방랑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생생한 동시대 미술의 현장으로 부상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스페이스 독일’ 전은 1990년대 독일로 이주해 온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독일 미술계의 다문화적 경향과 독일 현대미술의 다양한 지형을 탐색한다. 독일 외교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독일국제교류처(ifa)가 기획한 전시로, 새로운 예술적 공간으로서의 독일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예술가들의 국경을 초월한 잦은 이동과 교류를 꼽는다. 국경이 무의미해진 현대 사회에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이동하는 ‘정신적 유목민’으로서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것이 전시의 기획의도이다. ●독일서 수학·작품 활동했던 13인 50여점 전시 전시에는 알만도(네덜란드), 칸디스 브라이츠(남아프리카공화국), 토니 크랙(영국), 조지프 코수스(미국) , 마리 조 라퐁텐(벨기에), 백남준(한국) 등 세계적인 작가 13인의 회화, 사진, 설치 작품 등 총 50여 점이 소개된다. 작가들의 국적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독일에서 수학하거나 작품 활동을 해 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이 독일 내에서 활동한 시기는 독일 현대미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시작품은 모두 ifa 소장품으로 이뤄져 있다. 세계를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초창기 오리지널 작품이 대거 선보이는 드문 전시다. 고아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배양지’로서 독일 미술의 지형도를 가늠해보기 위한 것”이라며 “작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문화와 사회 간의 연결고리를 살펴보면서 20세기 현대미술의 형성에 예술가들의 이주가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예술의 다양성은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과 인류 갈등·인간과 자연 관계 등 소재 다양 네덜란드 출신 알만도의 작업은 전쟁과 인류의 갈등을 주로 다룬다. 어린 시절에 각인된 나치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내면에 자리잡은 결과다. 전시에는 작가를 억압하고 있는 내면의 그림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회화작품 ‘깃발 9-4-85’ 등이 소개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출생한 칸디스 브라이츠는 일란성 쌍동이를 인터뷰한 뒤 편집해 보여주면서 언어와 소통의 문제를 다룬 미디어 작품을 선보인다. 영국 출신의 조각가 토니 크랙은 1977년부터 독일 부퍼탈에 거주하며 뒤셀도르프쿤스트아카데미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대량생산의 배설물이라 할 수 있는 폐품과 쓰레기로 만든 거대한 형상을 통해 인간과 문명 그리고 자연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스위스 루체른 태생의 마리안느 아이겐헤어는 슈투트가르트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바젤과 런던에서 작가, 큐레이터, 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삶의 궤적을 따라 남겨진 개인의 유물을 통해 작가는 현재와 미래, 알려진 것과 만들어진 것, 실제와 모조를 결합하면서 사적인 생활에 대한 연구를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시킨다. 이스탄불에서 조각을 공부한 후 독일 카셀예술대학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에서 가르친 아이제 에르크먼은 가변형 설치물 ‘여기 그리고 저기’를 선보인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구축한 해안방어선 잔해를 흑백사진으로 작품화한 ‘대서양 벽’은 체코 태생인 막달레나 예텔로바의 1995년 작품이다. 덴마크 출신의 추상표현주의 작가 페르 키르케비의 1991년도 회화 작품, 미국 출신 작가인 조지프 코수스의 개념미술, 칼스루에 미술대학 교수와 베를린 예술대학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비디오 아티스트 마리 조 라퐁텐의 사진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생물학자 헤르만 드 브리스는 독일 크네츠가우에 거주하며 식물채집과 드로잉, 여행, 그림 그리기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나뭇잎과 흙으로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는 ‘10월 산사나무 울라리 아래에서 이틀’과 ‘프로방스 토양’이라는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지구 반대편의 리우라는 도시/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

    [열린세상] 지구 반대편의 리우라는 도시/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일 저녁에 시작된 올림픽이 한창이다. 이달 21일까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도시 ‘리우’의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런데 생중계 방송을 보려면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밤잠을 설쳐야 한다. 리우가 우리의 지구 반대편에 있어서 계절도 시간도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리우(Rio)가 ‘우리’의 앞뒤를 바꾼 말은 아니다. 리우는 포르투갈 말로 강이라는 뜻인데, 16세기 초 과나바라 만을 통해 그곳으로 처음 들어간 이들이 만을 강으로 잘못 알고 붙인 이름이라 한다. 흔히 리우로 약칭되는 리우데자네이루는 브라질에서 상파울루 다음으로 큰 도시다. 1960년 몇 년 만에 급조한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리우는 오랫동안 브라질의 수도였다. 높게는 티주카 국립공원에서 낮게는 과나바라 만,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 해변에 이르는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극적인 도시 경관으로 리우는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여행자들을 매료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자극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가수 배리 매닐로도 코파카바나의 호텔에서 구상한 ‘코파카바나’로 1978년 그래미상 최우수 남성가수상을 받고 스타가 됐다. 필자같이 리우에 안 가본 사람들도 그 도시를 친근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산꼭대기에 세워진 거대한 예수상 때문일 것이다. 티주카 국립공원의 코르코바두산 정상에서 두 팔을 벌리고 앞으로 쓰러질 듯 도시를 굽어보는 ‘구세주 예수상’은 폴란드계 프랑스 조각가 파울 란도프스키의 작품인데 얼굴은 루마니아 조각가 게오르그 레오니다가 담당했다. 1922년부터 1931년에 걸쳐 700m 높이의 산 위에 8m의 받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30m 높이의 철근콘크리트 조각을 세웠다. 표면은 동석(凍石)으로 매끈하게 마감했다. 2006년에는 조각상 건립 75주년을 맞아 예수상 밑에 예배당을 만들어 세례식은 물론 결혼식도 그곳에서 행해진다고 한다. 리우의 예수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상인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곧 은진미륵 높이의 두 배가 넘는다. 홀로 높이 솟은 탓에 낙뢰와 수리를 반복해야 했다. 2008년 2월 10일에 벼락을 맞아 손가락, 머리, 눈썹이 손상됐고 2014년 1월 17일에는 오른손 손가락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2012년 리우는 ‘산과 바다 사이의 카리오카 경관’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카리오카는 리우와 관련된 것을 지칭하는 현지어다. 아름다운 도시로서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대개 오래된 도시의 역사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데 리우는 드물게도 도시 자체가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려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갖추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10가지 등재 기준 가운데 하나 이상을 만족시켜야 한다. 리우 같은 문화유산은 1~6번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리우는 5번과 6번을 충족했다. 요컨대 한 세기 남짓한 짧은 시간에 자연 요소와 융합된 획기적인 도시 경관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많은 예술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 리우가 세계유산이 되는 데 거대한 예수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예수상이 세워진 코르코바두 산은 우리 도시로 치면 진산(鎭山)이다. 도시를 뒤에서 보호해 주는 큰 산을 말한다. 우리 역사 도시에서 진산은 그 자체로 존귀해서 그곳에 어떠한 인공을 가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런데 리우에서는 많은 사람의 성금을 모아 그 꼭대기에 거대한 예수상을 세웠다. 그렇게 해서 우리 도시와 다른, 우리에게 익숙한 아름다움과는 다른,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졌다. 리우라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자연을 대한 방식은 우리와 크게 달랐다. 그 결과 도시에서도 자연미를 얻은 우리와 달리 리우는 극적이고 충격적인 아름다움, 일찍이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 말한 숭고미를 얻었다. 자연미가 우리 음악처럼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면 숭고미는 흥분시키고 긴장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덩실 춤을 추고 리우에서는 온몸을 격렬하게 흔드는 삼바 춤을 춘다. ‘열정에 살라’(Live your passion)는 리우올림픽의 슬로건은 그래서 적절하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조원경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22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통찰을 불안, 불확실성, 불균형으로 대별되는 현대 경제를 통해 들여다보는 지혜와 경제에 대한 안목을 담아냈다. 경제학의 대가 존 케인스가 2030년 우리에게 닥칠 미래를 표현한 에세이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을 모티브로, 자본 축적과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증대된다는 케인스의 예측에 대해 세계적인 일자리 부족, 부의 불균형, 세대 간 갈등 등을 짚으며 대다수의 중산층이 사라지는 디스토피아를 우려한다. 22명의 경제 이론에 충실하면서도 단순하고 명료한 사례로 풀어내 마치 세계 곳곳을 돌며 경제 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304쪽. 1만 6000원. ●알랭 바디우 진리를 향한 주체(피터 홀워드 지음, 박성훈 옮김, 길 펴냄) 현대 철학에서 폐기돼 버린 철학의 오래된 문제인 존재, 주체, 진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유한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철학에 대한 입문서다. 이 책은 그의 철학의 주요 구성 성분을 샅샅이 훑으면서도 동시대 다른 철학자들의 작업과 어떻게 다른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바디우는 “인간의 사유가 객관적 진리를 성취하느냐는 문제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며 진정한 사유는 세계를 변화시킨다고 인식한다. 그는 진리가 그것이 소환하고 지탱하는 주체들에 의해 선언되고 구성되며 지지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바디우는 진리의 정치를 향한 회귀를 열정적으로 옹호한다. 676쪽. 3만 3000원. ●다수결을 의심한다(사카이 도요타카 지음, 현선 옮김, 사월의책 펴냄) 대의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제도인 투표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제도다. 그런데 다수결은 진정 민의를 반영하는 것일까. 이 책은 투표, 특히 소선거구제 방식의 선거를 통계적 관점에서 비판했다. 대안은 점수투표제다. 각각의 유권자에게 세 명을 뽑게 한 뒤 1등에게 3점, 2등에게 2점, 3등에게 1점을 부여하고 점수를 합산하자는 것이다. 다수결의 또 다른 맹점은 사람들이 공익이 아닌 사익에 따라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저자는 정부가 주권자들에 의해 ‘고용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192쪽. 1만 3000원. ●융합 인문학(최재목 엮음, 이학사 펴냄) 융합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필요성이 높아지고 산업계나 학계에서는 활발한 융합적 시도와 연구가 이루어지는 데 반해 일반 대중과 학생들에게는 아직 융합이라는 것이 낯설고 어렵다. 이 책은 융합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하고, 융합을 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탐구이자 답변이다. 영남대 기초교육대학에서 2015년 2학기에 개설된 교양 강좌 ‘융합 인문학’을 통해 인문, 예술,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 및 예술가들이 펼친 릴레이식 인문학 강의를 담았다. 인문학자, 예술가, 과학자의 시선을 통해 ‘융합’이라는 주제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강연들이 다채로운 주제로 펼쳐진다. 306쪽. 1만 5000원. ●엄청나게 복잡하고 끔찍하게 재밌는 문제들(토마스 포비 지음, 권혜승 옮김, 반니 펴냄) 이 책은 옥스퍼드대 교수로 수많은 입학시험의 문제를 출제하고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과 수학 분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제들 중 예비 대학생 수준에 맞는 것들을 모아 놓았다. 호기심과 재미를 북돋우려고 만들어진 문제와 대학 입학시험에서 사용되는 표준적인 문제들이 고루 섞여 있다. 보기에는 만만치 않지만, 포비는 고등학교에서 기초를 튼튼히 닦은 학생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거라고 밝힌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입학시험 문제를 내 방에서 풀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68쪽. 2만 4000원.
  • [씨줄날줄] 아듀, 플라토미술관!/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듀, 플라토미술관!/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마찬가지로 생겼다가 어느 날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관하는 것을 보는 것은 기쁘지만 반대로 폐관을 바라보는 심경은 착잡하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 태평로의 미술관 플라토가 14일 중국 작가 류웨이의 개인전 막을 내린 뒤 31일 문을 닫는다. 플라토가 자리 잡고 있는 삼성생명 빌딩의 소유권이 건설회사 부영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부영은 지난 1월 5800억원에 삼성생명 건물 전체를 매입했다. 플라토는 1999년 로댕갤러리라는 명칭으로 출범했다. 삼성문화재단이 1994년 약 100억원을 들여 구입한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지옥의 문’은 1880년 프랑스 정부의 의뢰로 파리에 있는 장식미술관의 정문을 위해 로댕이 단테의 신곡에서 소재를 취해 제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990년 파리 박람회 때 공개된 이후 로댕의 스튜디오에 석고 모형 상태로 남아 있던 것을 로댕 사후 일본 기업가의 후원으로 주조를 진행해 지금까지 에디션이 총 12개 제작됐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한 것은 ‘지옥의 문’ 7번째, ‘칼레의 시민’ 12번째 에디션이다. 로댕의 조각 작품은 원래 야외 전시 작품이지만 작품의 보존과 소음 차단을 고려해 실내에 전시하기로 하고 공모를 통해 미국의 저명한 건축설계사무소인 KPF의 책임 디자이너이자 파트너인 건축가 윌리엄 페더슨이 전시공간 디자인을 맡게 됐다. 로댕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자연광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유리로 마감한 ‘글래스 파빌리온’ 공사가 1998년 3월 마무리되고 이듬해 5월 로댕갤러리가 개관했다. 다양한 기획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뒤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2011년 5월 ‘플라토’(Plateau)라는 명칭으로 재개관했다. 고원, 퇴적층을 의미하는 ‘플라토’는 국내외 현대미술의 현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끊임없이 탐사해 나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작이나 끝 지점에 있지 않은 중간 지점으로서 늘 진동하는 장소’가 플라토의 콘셉트였다. 실제로 플라토미술관에서는 거장들의 성과는 물론이고 새로운 시각을 지닌 국내외 작가들의 실험성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예술적 성과물들을 차곡차곡 쌓아 예술가들이라면 한번쯤은 오르고 싶은 고지로서의 전시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예술적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심의 오아시스였던 플라토는 개관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 두 점은 호암미술관 수장고로 들어갈 운명이다.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에서 그동안 삼성이 공들여 쌓은 탑의 일부가 허물어진 듯한 느낌을 배제할 수가 없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문화마당] 장관의 길, 배우의 길/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문화마당] 장관의 길, 배우의 길/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지난주 막 내린 연극 ‘햄릿’을 국립극장에서 봤다. 여러 모로 화제가 많았던 작품이다. 우선 권위의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들이 꾸미는 무대라는 점.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이론가 겸 연출가 이해랑은 1951년 ‘햄릿’을 국내 최초로 전막 공연했던 인물이다. 한국 연극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 때문에 사후에도 그를 기리며 따르는 이들이 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그들을 중심으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였다. 수상자 출연진 대부분이 50∼60대다 보니 ‘햄릿’ 캐스트는 그 자체가 연령을 파괴하는 파격이었다. 원작대로라면 청년이어야 할 주인공 햄릿과 오필리어 역을 맡은 배우의 실제 나이는 60대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테지만 이런 캐스팅은 도리어 참신한 연출과 해석으로 비쳐 작품의 신선미를 더해 주었다. 또한 가십성 이야기도 화제였다. 전직 장관 두 명(손숙 전 환경부 장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출연한다는 점.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무대 밖 연극인의 사회적인 기여도와 위상을 보여 주는 사례여서 화제가 되는 것이다. 그 장관 출신 출연 배우 중 단연 주목할 이는 햄릿 역이었다. 평소 ‘햄릿’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스스로 ‘영원한 햄릿’으로 남고 싶은 사람 유인촌 전 장관이었다. 한국에서 배우가 장관이었던 적은 그가 처음은 아니다. 영화 ‘서편제’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명곤이 앞서 그 길을 열었다. 그는 오히려 배우보다는 ‘광대’라는 말을 좋아했다. 배우이건 광대이건 다 같이 무대 연기자라는 점에서 둘 사이의 차이는 없다. 연극 ‘햄릿’에서 60대 유인촌 햄릿은 펄펄 날았다. 능청맞고 집요하고, 심지어 전략적으로 보이기까지 해서 상식 밖이었다. 흔히 우유부단한 인간형의 대명사로 통하는 그 햄릿이 아니었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비장미의 절정이었다. 비탄에 몸부림치는 호레이쇼를 뒤로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햄릿은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나의 무대, 나의 연극, 배우는 나야, 자넨 관객이고. 사라지는 건 내 몫이고 남는 것은 자네 몫이지.” 장관을 그만둔 뒤 배우 유인촌을 무대에서 보는 일은 한동안 어려웠다. 현직에 있을 때 논쟁적 인물이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이 때문에 연극을 비롯한 문화예술계에서도 서먹서먹한 이들이 많았다. 휴식 기간이 필요했던 걸까. 하지만 시간이 흘러 햄릿의 독백처럼 ‘남는 것은 자네 몫’이 된 지금 유인촌은 명불허전을 입증하며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왜소할 대로 왜소해진 요즘 연극에서 과연 이만한 무게와 부피를 가진 배우를 찾을 수 있을까. 결코 없다는 사실을 연극 ‘햄릿’은 증명했다. 예술가들의 중심 무대인 문화예술계도 엄연한 사회의 중요한 한 영역이자 축소판이다. 그 판을 벗어나 무슨 역할을 하든 그 또한 개인의 몫이다. 모두가 세상을 무대로 한 배우요, 저마다 등퇴장할 때가 있다고 말한 이는 셰익스피어다. 각자의 무대에서 저마다 최선을 다하며 등퇴장을 거듭할 따름인데, 연극 ‘햄릿’을 보면서 한 배우의 범상치 않은 행로를 실감했다. 어찌 보아 세상이란 큰 무대에선 ‘장관의 길’과 ‘배우의 길’이 같은 길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모두가 배우인 마당에서 말이다. 여하튼 무게를 단다면 어느 쪽이 더 나갈지 모르겠으나 장관의 길은 이미 지나온 길, 배우 유인촌을 연극의 길에서 자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족탈불급의 경지를 ‘햄릿 유인촌’은 보여 주었고, 그래서 그 소중한 배우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 전주 집창촌 없어질까! 문화예술인 ‘선미촌서 한달 살아보기’ 프로젝트

    전북 전주시가 집창촌인 서노송동 선미촌을 없애기 위해 ‘선미촌에서 한달 동안 살아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방침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전주시에 따르면 선미촌 내 건물을 성매매가 아닌 다른 용도로 업태를 바꿔 2022년까지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할 계획이다. 우선 시가 빈 건물을 매입해 이곳을 문화·예술인들에게 제공해 한달 동안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방침이다. 시는 지난 4월 비어 있는 건물 2곳을 매입한 데 이어 최근 2곳을 추가로 샀다. 시는 매입한 4필지 토지 628㎡와 건물을 선미촌 기능 전환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오는 12월부터 여행작가와 블로거 등 10명을 공개모집해 선미촌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는 10월까지는 사진, 영상 분야 시각예술가들이 선미촌 내 공간에 대한 기록물 전시회를 열고 11월에는 미디어아트 예술가들이 여성인권과 성매매, 여자 등을 주제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 행사는 선미촌 성매매 여성들의 삶과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담론과 이슈를 생산해 이 지역에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선미촌은 50여년 전부터 29필지(2만 2760㎡) 49개 건물에서 성매매 영업을 해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전주 집창촌 없어질까! 12월부터 문화예술인 ‘선미촌서 한달 살아보기’ 프로젝트

    전북 전주시가 집창촌인 서노송동 선미촌을 없애기 위해 ‘선미촌서 한달 동안 살아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방침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전주시에 따르면 선미촌 내 건물을 성매매가 아닌 다른 용도로 업태를 바꾸어 2022년까지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할 계획이다. 우선 시가 빈 건물을 매입해 이곳을 문화·예술인들에게 제공해 한달 동안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방침이다. 시는 지난 4월 비어있는 건물 2곳을 매입한데 이어 최근 2개소를 추가로 매입했다. 시는 매입한 4필지 토지 628㎡와 건물을 선미촌 기능 전환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오는 12월부터 여행작가와 블로거 등 10명을 공개모집 해 선미촌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0월까지는 사진, 영상 분야 시각예술가들이 선미촌 내 공간에 대한 기록물 전시회를 열고 11월에는 미이어아트 예술가들이 여성인권과 성매매, 여자 등을 주제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 행사는 선미촌 성매매 여성들의 삶과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담론과 이슈를 생산해 이 지역에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선미촌은 50여년 전부터 29필지(2만 2760㎡) 49개 건물에서 성매매 영업을 해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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