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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리스트 예술인 461명, 정부 상대 손배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예술인 461명이 9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블랙리스트로 인해 예술가들의 인격권, 사생활 비밀·자유권은 물론 양심·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피고는 정부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78·구속 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1·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국가와 개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오상화 서울프리지네트워크 대표는 “2014년 행사에서 세월호 이미지를 사용한 뒤 2015년 공연예술행사 지원이 배제됐다”고 말했다. 소송 대리인단 김준현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민감정보를 수집하는 범죄도 처벌해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서울시의회 김동율의원 “망우묘지공원에 역사문화관 조성”

    서울시의회 김동율의원 “망우묘지공원에 역사문화관 조성”

    망우묘지공원에 역사적 잠재력을 활용한 망우역사문화관(가칭)을 조성하여 오랜 세월 중랑구 지역발전을 저해한 망우묘지공원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치 있는 역사공간으로 탈바꿈 시킨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끝내고, 올해 1월 기본계획 수립을 완료했으며, 2019년까지 총 사업비 85억원(전시 컨텐츠 및 조성에 80억원, 설계 5억원)을 들여 총 면적 3,543㎡ 에 지하주차장을 비롯한 지상 3층의 다목적 복합기능의 역사문화관을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 광역의원이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끈질긴 의정활동의 결과로 그 주인공은 서울시의회 김동율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4) 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1933년부터 공동묘지로 조성되어 1973년에 매장이 종료된 묘지공원은 40여년이라는 세월 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로 중랑구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었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중랑구민들에게로 돌아가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망우묘지공원에는 근·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만해 한용운을 비롯한 약 50여명의 애국지사 및 문화예술가들이 영면하고 계시는데 역사적으로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으로 단순 공동묘지로 불리는 것에 부당함을 느끼고 구의원 시절부터 꾸준히 문제해결을 위해 뛰어 왔다”며 “이제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변화를 가져오게 되어 기쁘다”며 이 사업의 결실을 맺은 소회를 밝혔다. 김 의원은 망우공원 인문학길인 ‘사잇길’ 조성과 ‘망우역사문화관 설립’ ‘사색의 길 가로경관등 설치 지원’ ‘망우묘지공원 명칭개정’ 등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망우리 공원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바꿈 시키고 있다. 그 동안 김 의원은 망우묘지공원의 역사적 가치와 잠재력을 알리기 위해 서울시의회에 입성하여 시정 질문 및 5분 발언, 공청회 개최 등 다방면으로 노력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블랙리스트 규명만큼 중요한 것/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블랙리스트 규명만큼 중요한 것/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미술주간 행사를 앞두고 담당 공무원이 기자 몇 명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시각예술을 총괄하는 부서의 과장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담당 공무원은 “침체된 미술을 살리고 싶은데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예술 부흥은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이고 정부는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주도적으로 살리겠다고 하는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입을 열지 않고 내내 있다가 나오면서 한마디했다. “블랙리스트부터 없애세요.”다른 뜻은 없었다. 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에서 배제되고 공모에서 예선 탈락하는 일들을 겪은 누군가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어서 나는 안 된다”고 했던 것을 떠올리고 한 말이었다.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배제되고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조직의 수장이 되거나 정부 주도의 각종 사업과 예산을 따내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내몰렸으니 미술판이 침체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의욕도, 결집력도 사라진 미술계에는 깊은 적막감만 가득했다. 정부가 분위기를 띄운다고 이벤트를 만들고, 외국 컬렉터들을 초청하고, 선심 쓰듯 젊은 작가들의 미술품 직거래 장터를 열어 준들 그때뿐이었다. 그런 상황이 안타까워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로부터 며칠 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제 존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수사 초기의 주요 이슈로 정국을 뒤흔들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했거나 작성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됐다. 자신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이고,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던 일인데 새삼스럽게 웬 난리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관점에 따라 대수롭지 않게 볼 수도 있지만 블랙리스트는 우리 헌법의 핵심적 가치인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 심각한 행위다. 일부 관료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토록 한 블랙리스트 규명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중요하다. 블랙리스트 규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 있다. 그 대척점에서 혜택을 입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도 철저하게 가려야 한다. 국정 농단의 장본인 최순실과 차은택의 입김이 직간접으로 작용해 자리에 오른 사람들 중 일부는 논란이 일자마자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태 파악을 못 하고 “누가 뭐래도 이 자리에 내가 적임자”라거나 “나는 떳떳하다”며 눌러앉아 있다. 눈치가 없거나 자리 욕심이 과한 사람들이다. 능력 여부를 떠나 재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순실의 주문을 받아 차은택이 천거했던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에 산하기관장이 된 사람들은 그 1순위다. 문화예술계는 국민들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관심권에서 살짝 비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느 분야보다도 순수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문화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장관이 공석이라면 직무대행이 하면 될 일이다. lotus@seoul.co.kr
  • 서울시의회 김용석의원 ‘거리예술 지원-표현자유 보장 조례’ 발의

    서울시의회 김용석의원 ‘거리예술 지원-표현자유 보장 조례’ 발의

    서울시에 거리예술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근거가 마련된다. 서울시의회 김용석 의원(도봉1, 더불어민주당)은 7일, 거리예술 활성화지원 사업 및 기본계획수립, 거리예술가의 책무, 사무의 위탁 등을 규정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거리예술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조례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시장의 책무를 신설하여 다양성과 창발성이 반영된 거리예술이 활성화 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였으며, 거리예술 활성화 및 지원 정책의 수립·시행에 있어서 거리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했다. 또한, 거리예술가의 책무를 규정하여 공공장소의 본래적 목적을 위한 이용이나 인근 주민의 일상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거리예술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나아가 조례안은 서울시가 자치구 및 문화예술 관련 기관이나 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하여 거리예술진흥 사업을 시행하는 자치구에 대하여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업무를 전문성이 있는 기관 및 개인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여 거리예술 활성화 및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서울시는 2011년부터 「문화로 행복한 서울 추진계획」에 따라 서울도심의 전통시장·광장·공원·지하철 등 138개소의 열린공간을 ‘거리예술존’으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108팀을 ‘거리예술단’으로 선발하여 2016년에만 2,718회의 무료 거리공연을 개최했다. 해마다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지만 지침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거리예술의 지속적인 지원과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김용석 의원은 “거리예술은 시민의 공연문화 대중화와 생활에 기여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서울시가 거리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거리예술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조례 발의 취지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거리예술가들이 다양한 공연과 지역문화와 연결된 볼거리를 진흥시켜 문화산업의 역량강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혼란스러운 세상 어떻게 볼 것인가

    혼란스러운 세상 어떻게 볼 것인가

    예술가들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 한국형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 박현기(1942~2000)는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 우리가 실제로 보고 느낀다고 믿는 현실 세계는 과연 진짜일까? 저 너머에 모든 것을 관장하는 우주적 질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을 압축한 ‘소우주’를 표현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모니터를 나무, 돌, 대리석 등과 함께 설치하고, 영상들을 중첩하고 조합해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활동을 이어갔던 박현기의 드로잉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다. ‘박현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전은 그가 1993~1994년 집중적으로 제작한 오일스틱 드로잉 20여점을 주요 설치 작품들과 함께 보여준다. 박현기의 드로잉 작업들은 2010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그의 10주기 전시에서 소개됐고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을 통해서도 일부 공개됐었다. 하지만 수십점이 한꺼번에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7년 만에 전시를 마련한 갤러리현대 도영태 대표는 “비디오아티스트로만 인식된 박현기의 외연을 확장하고 작품세계를 더 깊이 탐구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박현기는 홍익대에서 회화와 건축을 공부하고 1970년대 고향인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4년 대구의 미국문화원에서 백남준의 작품 ‘글로벌 그루브’를 접한 뒤 비디오를 예술에 접목하기 시작했고, 음양오행, 유물론, 변증법 등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에 천착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드로잉 작업들에는 대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한 방식으로서 회화적 시도가 담겨 있다. 드로잉의 일부는 캔버스에 오일스틱을 사용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한지에 오일스틱으로 그린 것들이다. 노란색, 파란색, 붉은색, 오렌지색 오일스틱을 사용한 드로잉에는 단어와 모호한 기호들이 이미지와 함께 낙서처럼 뒤섞여 있다. 돌과 모니터의 이미지가 언뜻언뜻 보이는 것이 설치를 위한 예비 작업 같기도 하고, ‘物心’, ‘UTOPIA’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드로잉에는 박현기 자신의 지문과도 같은 주민번호가 화면 상하단에 기록돼 있다. 작가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평론가 신용덕은 “특정 대상의 이미지를 그리기보다는 즉흥적인 손의 움직임을 통해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생각의 편린, 생각하는 과정의 들쑥날쑥함을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강태희는 전시서문에서 “박현기의 드로잉은 분방한 필선과 세련된 색채로 구성된 역작으로 단순한 작업 드로잉의 범주를 넘어서며, 한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와 글들은 그의 사상과 미학을 가늠할 수 있는 참고자료”라고 평했다. 박현기의 대표적인 설치작품도 선보인다. 돌 영상이 나오는 TV 모니터를 돌과 겹쳐 쌓은 ‘비디오 돌탑’(1980), 철도에 쓰인 침목을 박달나무로 만든 다듬이대와 함께 바닥에 깔아 설치한 ‘무제’(1990년 작, 2017년 부분재현) 는 그가 생각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편마암 판석을 계단 모양으로 벽에 붙이고 그 앞에 돌로 만든 실제 계단 모양을 둔 ‘무제’(1987년 작, 2015년 재현)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존재와 속성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어느 것이 돌인지, 실제 계단인지 구분되지 않는 애매모호함은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짐을 보여준다. 전시장 1층의 붉은 장막을 걷고 들어가면 현란한 이미지들이 벽과 바닥에서 반복적으로 돌아간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혼란스러운 포르노 비디오 클립 위에 불상의 이미지를 겹쳐 투사한 ‘만다라’(1997)다. ‘보았으나 무엇을 보았는지 알 수 없는’ 경험을 통해 ‘본다’는 행위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작품은 소용돌이 같은 우리의 삶을 반추한다. 전시는 3월 12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누드화 논란’ 표창원 당직 정지 6개월 징계

    ‘누드화 논란’ 표창원 당직 정지 6개월 징계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 전시를 주선해 논란을 빚은 표창원 의원에게 ‘당직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일 심의위원 9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당직이 정지되면 당원 신분은 유지되지만 해당 기간 동안 당의 모든 당직을 맡을 수 없게 된다. 앞서 윤리심판원은 누드화 파문이 일어나자 지단달 26일 회의를 열고 표 의원을 출석시켜 소명을 들었다. 표 의원은 당시 “표현의 자유와 예술가들을 지켜주고 싶었고, 자신이 그림들을 검열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당이 결정하는 데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가슴은 먼저 즐겁기를 원하지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가슴은 먼저 즐겁기를 원하지

    평생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마을을 떠나지 않은 시인이 있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 56세에 자신의 집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기까지 이렇다 할 연애사건도 없었다. 친구도 거의 없었다. 부모와 형제들을 제외하고 그녀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직접 대면하지 않고 편지로만 교류했다. 살아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박힌 한 권의 시집도 출간하지 않았다. 살아서 그녀가 발표한 시는 10편도 되지 않는다. 그녀가 죽은 뒤 여동생이 언니의 방에서 잉크로 쓰인 종이 더미들을, 1800여편에 이르는 시들을 발견했다. 그녀가 죽고 4년 뒤에 첫 시집이 발간됐고, 그녀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에밀리 디킨슨(1830~1886). 19세기 미국이 낳은 가장 독창적인 시인, 유럽과 영국의 시풍을 모방하지 않고 처음으로 미국적인 목소리가 뚜렷한 시를 쓴 여성 시인이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비평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암허스트의 자택에 갇혀 아주 단순하게 살다 갔지만, 그녀의 시는 녹록지 않다. 내 나이 삼십세 즈음에 우리말로 번역된 디킨슨의 시집을 읽었는데, 세상을 보는 시각이 아주 독특하고 조용하면서도 의표를 찌르는 표현이 많았다. 지금 다시 읽으니 내 가슴을 치는 시 한 편을 소개하련다.* 가슴은 먼저 즐겁기를-원하지 그리고-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그리고 아픔을 완화시키는- 저 하찮은 진통제들을- 그리고-잠들기를- 그리고-심판관의 뜻이라면 마침내 죽을 자유를- The heart asks pleasure-first And then-Excuse from pain- And then-those little Anodynes That deaden suffering- And then-to go to sleep- And then-if it should be The will of its Inquisitor The liberty to die- *디킨슨은 자신의 시에 제목조차 달지 않았다. 자신을 시인으로 생각했는지도 의문이다. 그녀가 죽은 뒤 시집을 엮으며 첫 행을 제목으로 삼았다. ‘가슴은 먼저 즐겁기를-원하지’에서 눈에 띄는 가장 큰 특징은 문장부호이다. 대시(dash) 기호 ‘-’를 많이 사용했다. 한 행에 하나, 혹은 두 개의 대시가 붙은 행도 있다. 그녀가 손으로 쓴 초고에는 길이도 방향도 제각각인 대시가 (때로 수평이 아니라 수직 방향의 대시도 섞여 있다) 거의 모든 시에 나타난다. 당시의 다른 시인들에게는 볼 수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표기이다. 마치 말하다 잠시 숨을 고르듯이, 혹은 길게 강조하듯이 ‘-’를 그었다. 요즘 인터넷에 뜨는 디킨슨의 시들을 보면 대시를 쉼표나 현대영어에서 자주 쓰는 ‘세미콜론’(;)으로 대치한 경우가 많다. 오리지널 텍스트를 함부로 변형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첫 행을 우리말로 번역하며 ‘-’를 어디에 칠지 고민했다. 이리저리 고민하다 원문에 충실해 ‘pleasure’ 뒤에 붙였다. 가슴은 먼저 즐겁기를-원하지.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시는 디킨슨이 서른 살 즈음에 강렬한 고통과 절망을 겪은 뒤에 쓰인 것 같다. 인간은 모두 즐겁기를 원하지만- 살면서 우리는 고통과 질병을 피할 수 없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아픔을 완화시키는 진통제가 필요한 시기에 시를 쓰며 그녀는 아픔을 견디었으리. 저 하찮은 진통제에 문학과 예술도 포함되리라. 디킨슨의 시어들은 어렵지 않다. 한두 단어를 제외하고는 사전을 찾을 필요가 없다. 시어는 쉽지만 외우기는 쉽지 않다. 디킨슨은 압운을 즐기지 않아, 위 시에도 완벽한 각운은 없지만 “And then-”을 행의 맨 앞에 네 번이나 반복해 일종의 두운 효과를 내고 있다.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그리고’의 뒤가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달아 고통과 진통제를 지나 영원히 잠드는 죽음에 이름을 알 수 있다. 죽을 자유는 곧 영원히 잠들 자유다.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진통제 Anodynes’와 종교심판관을 뜻하는 단어 ‘Inquisitor’가 대문자인 것에 나는 주목했다. 그만큼 중요한 단어라 강조한 것인데 ‘Inquisitor’는 중세에 로마 가톨릭 교회가 이단을 처형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마녀사냥과 고문을 자행해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희생됐다. ‘심판관의 뜻이라면’이라는 문구에서 내가 읽은 것은 시인의 지극한 신앙심이다. 디킨슨이 태어나 자란 메사추세츠의 암허스트는 예로부터 청교도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교조적이고 보수적인 뉴잉글랜드 지역의 분위기는 디킨슨의 시에 그대로 녹아 있다. 오십 평생 집을 떠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며 청교도적 가치관을 신봉했던 영원한 처녀, 에밀리 디킨슨. 그러나 그녀도 사랑을 모르지 않아, 아래의 시처럼 짧지만 여운이 깊은 소품을 남겼다. * 사랑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 우리가 사랑에 대해 아는 모든 것; 이거면 충분하지, 그 사랑을 우리는 자기 그릇만큼밖에 담지 못하지. THAT Love is all there is, Is all we know of Love; It is enough, the freight should be Proportioned to the groove. * 나보고 에밀리 디킨슨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시인인지도 모르고 죽은 여자. 평생 이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시인. 내가 아는 시인들은, 예술가들은 대개 같은 장소에 오래 살지 않는다. 보통사람들도 태어나 죽기까지 적어도 네댓 번은 사는 장소를 바꾸지 않나. 대부분의 작가들은 호기심이 많아 여행도 좋아하는데, 디킨슨은 정말 별종이다. 가구처럼 자기 집에 붙박여 산 진짜 이유가 뭘까? 그녀는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자신의 방을 떠나기 싫어서…하긴 나도 이제는 집을 떠나기 싫다. 작지만 하나뿐인 내 방이 제일로 편안하다.
  • [과학계는 지금]

    ●전자기기 사용 늘려 주는 트랜지스터 포스텍(총장 김도연) 창의IT융합공학과 백창기 교수, 미래IT융합연구원 윤준식·김기현 박사팀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PC 같은 휴대용 전자기기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차세대 초저전력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현재 사용되는 실리콘 반도체 공정기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 생산비용을 낮추고 대량생산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겨울철 자생생물 표본 6149점 발굴 국립생물자원관(관장 백운석)은 2014년부터 매년 겨울 실시하는 겨울철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을 올해도 실시한 결과 자생생물 표본 6149점을 확보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생체부동액을 지녀 겨울철에도 활동할 수 있는 빙하곤충 ‘눈밑들이’와 낮은 온도와 적은 햇빛에 적응된 미세조류 ‘사이클로넥시스 에리누스’ 등 26종을 새로 찾았다. 또 눈각다귓과에 속하며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한국 고유종인 ‘키오네아 미라빌리스’라는 빙하곤충 표본도 확보했다. ●‘화성으로 간 예술가들’ 5월까지 전시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은 화학의 중요성을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표현한 특별전 ‘화성에서 온 메시지’를 오는 5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지난 26일 대전 화학연구원 내 디딤돌플라자 1층에 있는 과학문화공간 ‘스페이스 C#’에서 막을 올린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후변화가 심각해져 화성으로 예술가들이 이주한 상황을 그린 작품 10여편과 퍼포먼스가 소개된다.
  • 표창원, ‘더러운 잠’ 논란에 “판단은 여러분의 몫” (전문)

    표창원, ‘더러운 잠’ 논란에 “판단은 여러분의 몫” (전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나체가 묘사된 그림 ‘더러운 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표 의원은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곧, 바이전’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여기에는 대통령의 나체가 묘사된 풍자 그림 ‘더러운 잠’이 전시돼 여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표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시국풍자 전시회 관련 사실관계 및 입장’이라는 글에서 “전 늘 말씀드렸듯 비판을 존중하고 다른 입장을 인정합니다. 다만 허위사실이나 사실왜곡에 기반한 정치공세에는 반대합니다”라고 밝혔다. 표 의원은 “탄핵 심판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논란을 야기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지적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존중한다”면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회 주최 계기에 대해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다”며 “도움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국회 사무처에 전시공간 승인을 요청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사무처가 난색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설득을 통해 결국 전시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표 의원은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라며 “‘예술의 자유’를 지키고 보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예술에 전문성이 없고 예술가가 아니라서 개입이나 평가를 할 자격도 없고 의도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 예술가들이 해 오신 요청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협조를 해 드리는 것이 제 도리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시국풍자 전시회 관련 사실관계 및 입장] 전 늘 말씀드렸듯 비판을 존중하고 다른 입장을 인정합니다. 다만, 허위사실이나 사실왜곡에 기반한 정치공세에는 반대합니다. 1. ‘표현의 자유를 지향하는 작가 모임’의 요청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습니다. 저는 도움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국회 사무처에 전시공간 승인을 요청드렸습니다. 2. 국회사무처의 난색 표명, 협의와 설득 국회사무처에서는 ‘정쟁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셨고, 작가회의에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닌 풍자라는 예술 장르, 국회라는 민의의 대변장에서 금지해선 안된다’는 입장이셨고 전 “전례가 없지만 시국의 특성과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에서 예술에 대한 사전검열이나 금지를 해서는 안되지 않느냐”고 설득해서 결국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3. 예술의 자유, 정치의 배제 이후 모든 준비와 기획과 진행, 경비 확보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등은 ‘작가회의’에서 주관, 진행했고 저나 어떠한 정치인도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여당 및 친여당 정치인의 “표창원이 작품을 골랐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입니다. 4.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 전시회가 개막하고 현장을 둘러 본 전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있음을 알았고, 그 외에도 국회의원을 ‘머리에 똥을 이고 있는 개’로 묘사한 조각품, ‘사드’ 문제를 풍자한 만화 등 다양한 풍자 작품들 봤습니다. 특히, ‘더러운 잠’은 잘 알려진 고전 작품인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했다는 설명을 들었고, 분명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정치적 논란 지난 주 금요일(1월 20일) 오후에 전시회가 개막됐고 저녁 8시에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도 열렸습니다. 이후 별 문제없이 전시회가 진행되던 중, 어제 (23일 월요일) 저녁에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에서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고, 이후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확대되었습니다. 제 전화는 불이났고 두 명의 기자에게 간략한 사실관계 설명하는 인터뷰 외에는 어떤 연락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제가 속한 정당에서 절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는 이야기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6. 국회 사무처의 ‘더러운 잠’ 철거 요청 오늘 오전에 국회 사무처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더러운 잠’을 자진 철거해 달라는 요청을 작가께 하겠다 하시면서 제게도 양해와 협조를 요청해 오셨고, 전 국회사무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처음부터 우려를 하고 계셨고, ‘예술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여러 정당이 협력해야 하는 국회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비난 등 ‘정쟁’의 소지가 되는 사안은 방지해야 하는 ‘중립’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철거 여부는 제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작가의 ‘자유’ 영역이라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다만 작가와 주최측인 ‘작가회의’에 사무처의 입장과 우려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7.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1) 전 저를 대상으로 한 조롱과 희화화, 패러디, 풍자 예술 작품에 개입하거나 관여하거나 반대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얼마든지 하십시오. 다만, ‘공인’이 아닌 제 가족,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만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셔야 합니다. 그들은 ‘공인’이 아니며 보호받아야 할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2) 같은 마음으로 대통령이나 권력자, 정치인 등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과 풍자 등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주십사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3) 하지만, 일반 국민이나 예술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표현이 아닌, 정치인 등 ‘공인’이 정치적 목적이나 이해관계 혹은 감정 때문에 모욕 혹은 명예훼손적 표현을 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제가 이번 전시회를 의도했거나 기획했거나 개입했거나 검열 등 여하한 형태로 관여했다면 당연히 비판받고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위에 설명드린 제 역할과 행위 중에 이러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고 비판도 달게 받겠습니다. (4) ‘시기’의 문제 및 ‘의도하지 않은 효과’에 대한 책임 : 지금이 탄핵 심판 및 (조기)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이며, 이러한 상황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서 의도하지 않았을 부작용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지적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존중합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습니다. 어떻게 져야 할 지는 좋은 안을 주시면 신중히 검토하겟습니다. 어떤 방향의 판단이든 여러분의 판단이 옳습니다. 전 제가 하는 언행이 늘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혼자만 옳다는 아집에 빠진것은 아닌 지’ 고민하고 언행을 합니다. 하지만, 저도 부족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옳지 않거나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할 수도 있겠죠. 늘 배우고 깨우치려 노력합니다. 다만, 논란이나 불이익 혹은 압력이 두려워 피하거나 숨지는 않겠습니다. 8. 저는 ‘예술의 자유’를 지키고 보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예술에 전문성이 없고 예술가가 아니라서 개입이나 평가를 할 자격도 없고 의도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 예술가들이 해 오신 요청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협조를 해 드리는 것이 제 도리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설명이 되었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통령 풍자 누드화 전시 논란 표창원, 당 윤리심판원 회부

    대통령 풍자 누드화 전시 논란 표창원, 당 윤리심판원 회부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 풍자한 그림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이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풍자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전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표 의원은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들었다. 그러나 반(反) 여성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여러 가지 논의를 거쳤고, 최종적으로는 (윤리심판원 회부를) 결정했다”고 했다. 아울러 박 대변인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는 해당 작품의 전시를 중단하기로 했다. 표 의원은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함께 시국 비판 풍자 그림전 ‘곧, BYE! 展’을 개최하고 있다. 이 전시에는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대통령 나체를 묘사한 ‘더러운 잠’이 전시됐다. 그림은 주인공 얼굴을 박 대통령으로, 흑인 시녀의 얼굴을 ‘비선 실세’ 최순실씨로 묘사했다. 침몰하는 세월호도 등장한다. 작품을 접한 새누리당은 “풍자를 가장한 인격모독과 질 낮은 성희롱이 난무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민주당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예술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朴대통령 누드화 전시, 대단히 민망하다”

    문재인 “朴대통령 누드화 전시, 대단히 민망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해 풍자한 그림이 논란이 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문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예술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며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표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함께 시국 비판 풍자 그림전인 ‘곧, BYE! 展’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이 중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그림은 주인공의 얼굴을 박 대통령으로, 흑인 시녀의 얼굴은 최순실씨로 묘사했다. 침몰하는 세월호도 등장한다. 마네의 ‘올랭피아’는 기존에 여신이나 님프로 표현돼 오던 여성의 누드화를 현실의 매춘부로 표현하고, 미술적 상징 등을 동원해 미화했던 여성의 나체도 적나라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 당대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물론 지금은 인상주의 등 모더니즘 미술 사조를 열어젖힌 작품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더러운 잠 시국비판 풍자 전시…신동욱 “예술로 포장된 외설”

    더러운 잠 시국비판 풍자 전시…신동욱 “예술로 포장된 외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함께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soon bye)’ 전이 30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누드로 풍자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침몰하는 세월호 벽화를 배경으로 주사기 다발을 들고 시중을 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미용 주사 등을 맞고 잠에 빠졌다는 시중 루머를 표현한 작품이다. 박 대통령의 복부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로 보이는 미사일 그림이 그려져 있다. ‘더러운 잠’을 그린 이구영 작가는 “세월호 7시간을 주제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패러디한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회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 20여 명이 판화, 조각, 사진, 회화 등을 재능기부 형태로 제공해 마련됐다. 이에 대해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주관한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 ‘더러운 잠’은 탄핵의 결정적 자살골이다”라면서 “예술로 포장된 외설이다. 지나친 여성 비하, 성희롱 등의 마녀사냥은 보수 재결집의 신호탄이다. 금도를 넘어선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 몰이는 자충수의 표 의원이다”라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표창원 성폭력 수준” 하태경, ‘朴대통령 풍자누드 전시’ 맹비난

    “표창원 성폭력 수준” 하태경, ‘朴대통령 풍자누드 전시’ 맹비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난했다. 표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나체 상태의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이 전시됐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24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통령 풍자 누드 그림은 표창원 의원이 골라서 국회에 전시한 것”이라면서 “표 의원은 국민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능력이 출중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노인 폄하에 이어 이번엔 대통령 소재로 한 여성 비하까지 연타석 홈런을 쳤다. 아니 이건 성폭력 수준”이라면서 “만약 문재인 대표가 표창원 의원에게 쓴 소리 한마디 한다면 인기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비꼬았다. 표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함께 시국 비판 풍자 그림전인 ‘곧, BYE! 展’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이 중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그림은 주인공의 얼굴을 박 대통령으로, 흑인 시녀의 얼굴은 최순실씨로 묘사했다. 침몰하는 세월호도 등장한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풍자를 가장한 인격모독과 질 낮은 성희롱이 난무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표창원, ‘나체 朴대통령’ 풍자 그림 전시 논란…새누리 “성희롱”

    표창원, ‘나체 朴대통령’ 풍자 그림 전시 논란…새누리 “성희롱”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나체 상태의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이 전시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표 의원이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함께 기획한 그림전 ‘곧, BYE! 展’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그림들 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그림 속에는 나체 상태의 박 대통령이 잠들어 있으며 뒤에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벽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박 대통령의 복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 사진과 ‘사드(THAAD)’라고 적힌 미사일이 그려져 있으며, ‘주사기 다발’을 들고 있는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 옆에 자리해 있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풍자를 가장한 인격모독과 질 낮은 성희롱이 난무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예술인들의 건전한 시국비판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행위는 분노를 부추기는 선동이고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전시회 내용도 문제지만 표 의원이 이 전시회를 기획했다는 점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명예훼손 등 법적조치도 검토돼야 할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완벽한 장미 한 송이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완벽한 장미 한 송이

    완벽한 장미 한 송이(One Perfect Rose) -도러시 파커 우리가 만난 뒤 그가 보낸 꽃 한 송이. 지극한 마음을 담아 그가 고른 메신저; 속이 깊고, 순수하며, 향기로운 이슬이 촉촉한-- 완벽한 장미 한 송이. 그 작은 꽃의 의미를 나는 알았지; 꽃은 말하지, “부서지기 쉬운 꽃잎에 그이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 사랑이 오랫동안 부적으로 삼았던 완벽한 장미 한 송이. 그런데 왜 내겐 아직 아무도 완벽한 리무진 한 대 보내는 이 없을까? 아, 아니지. 내 운은 그저 꽃이나 받는 거지. 완벽한 장미 한 송이. A single flow’r he sent me, since we met. All tenderly his messenger he chose; Deep-hearted, pure, with scented dew still wet-- One perfect rose. I knew the language of the floweret; ”My fragile leaves,“ it said, ”his heart enclose.“ Love long has taken for his amulet One perfect rose. Why is it no one ever sent me yet One perfect limousine, do you suppose? Ah no, it’s always just my luck to get One perfect rose. * 장미를 가지고 이렇게 슬픈 시를 쓸 수 있나. 서양에서 꽃은 연인들의 마음을 표현해 주는 믿을 만한 부적이었다. 꽃 중에서도 장미, 불타는 마음처럼 붉은 장미가 으뜸이었다. 사랑의 상징인 장미를 도러시 파커는 완전히 비틀어 폐기처분했다. 완벽한 장미,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로맨틱한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인 살벌한 연애시다. 1연은 달콤하게 시작했다가 2연에서 복선을 깔더니 3연에서 독자의 뒤통수를 친다. 날렵한 언어에 실린 쓰디쓴 여운이 길고 무겁다. 한 편의 시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 도러시 파커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이가 보낸 장미를 받고 기뻐하는 여인, 이슬이 맺힌 갸날픈 꽃잎을 들여다보다 그녀의 안색이 쓸쓸하게 변한다. 아, 너도 곧 시들고 부서지겠구나. 부서지기 쉬운 꽃잎처럼 그이의 마음도…. 이 시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단어는 두 번째 연의 ‘fragile’이다. ‘부서지기 쉬운’ ‘깨지기 쉬운’이란 미묘한 뜻의 형용사인데 ‘연약한’으로 번역하면 시인의 의도가 살아나지 않는다. 이 시의 주제를 ‘장미냐 리무진이냐’ ‘사랑이냐 돈이냐’로 보면 곤란하다. 남자는 장미를 보냈는데, 여자는 비싼 리무진을 받기를 원했다…라는 식의 잘못된 해석이 인터넷에 떠도는데, 황당했다. 사랑이 중요한가 돈이 중요한가를 따지는 이야말로 물질주의에 물든 사람이 아닌지. 리무진은 장미보다 단단하다. 장미처럼 뜨겁고 화려하나 곧 시드는 욕망이 아니라, 리무진처럼 길고 확실하며 현대적인 사랑의 부적을 여자는 원하는 게다. 그녀를 만족시켜 줄 완벽한 리무진이 어디 있을지. 이 시를 읽은 뒤에도 애인에게 장미를 바칠 남자가 있을까? 도러시 파커의 시 때문에 꽃을 선물하려는 남자들이 줄어들 테니, 꽃가게 주인들은 ‘완벽한 장미 한 송이’를 좋아하지 않을 게다. 도러시 파커는 1893년 미국 뉴저지에서 네 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도러시 파커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죽자 의류 제조업자인 아버지는 곧 다른 여자와 재혼했다. 새엄마는 결혼 3년 만에 죽었고, 도러시 파커가 스무 살 되던 해에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14살에 그녀의 공식적인 교육이 끝났다. 가톨릭계 여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으로 이사한 도러시는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댄스학교에서 피아노를 치며 생활비를 벌었다. 22세 되던 해에 배너티 페어에 처음 그녀의 시가 실렸고, 보그 잡지의 편집부에 작은 자리를 얻게 됐다. 1917년 증권중개인 에드워드 파커와 결혼했고 1928년 이혼한다. 도러시는 1919년에 시작된 비공식적인 작가모임인 알곤킨 원탁의 창단 멤버였다. 뉴욕 44번가의 알곤킨 호텔에서 도러시와 동료 작가들이 매일(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점심을 먹으며 재치 있는 대화를 즐겼는데, 몇 년 지나 당대의 칼럼니스트와 예술가들이 합류해 뉴욕에서 유명한 사교모임이 됐다. 알곤킨 원탁에서 가장 인기 있던 인물은 도러시였다. 날마다 미국의 주요 신문에 도러시의 번뜩이는 말이 실리며, 그녀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 됐다. 1926년에 출간된 도러시의 첫 시집 ‘충분한 밧줄’은 시집으로는 유례없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자살충동과 쉬운 이별을 풍자한 그녀의 메마르고 우아한 언어에는 현대 삶의 부박함에 대한 시인의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다. 시집의 성공과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1934년 배우며 작가인 앨런 캠벨과 결혼한 도러시는 영화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했고, 부부는 몇 편의 시나리오를 합작했다. 두 사람은 1947년에 이혼했다 1950년에 다시 재결합했다. 말년에 도러시는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약물중독으로 남편이 죽고 4년 뒤인 1967년, 어느 날 뉴욕의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도러시의 시체가 발견됐다. 73세. 시민운동가였던 그녀는 재산을 마틴 루서 킹 목사에게 기증했다. 킹 목사가 암살된 뒤에 그녀의 유산은 유색인을 위한 단체인 NAACP로 넘겨졌다. 1988년 볼티모어의 NAACP 본부에 도러시 파커를 추모하는 공원이 조성됐다. 유머리스트이며 시인이며 작가였던 고상한 영혼, 도러시의 기념비에는 “나의 먼지를 용서하라”는 고인의 유언이 새겨져 있다.
  • 뉴요커, 자연을 걷는다

    뉴요커, 자연을 걷는다

    도시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공원은 우리 몸의 허파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천루의 도시 미국 뉴욕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센트럴파크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원들은 뉴욕의 도시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많은 공원들 가운데서도 도심에 조성된 공중 정원인 하이라인 파크는 철거 위기에 놓인 고가 철로를 도심 속 자연공간으로 바꾼 성공적인 도심재생사업이라는 의미가 특별한 데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한 첼시 지역과 맞물려 있어 뉴요커들뿐 아니라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는 4월 말 개장을 앞둔 서울역 앞 고가공원의 롤모델이기도 한 뉴욕의 랜드마크 하이라인을 찾아 성공 요인을 짚어봤다. [성공한 뉴욕 도심재생사업①] 하이라인 파크 ●폐기된 고가 철로가 도심 속 공원으로 맨해튼은 차로를 기준으로 구획된 도시다. 세로로 난 대로인 ‘애비뉴’와 가로로 난 길 ‘스트리트’가 바둑판처럼 짜여져 있고 대각선으로 브로드웨이가 지나가면서 교차점에 광장들이 조성돼 있다. 남서부 지역을 인공위성 사진으로 보면 3개의 선착장과 허드슨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웨스트사이드 고속도로가 눈에 띈다. 그 오른쪽으로 애비뉴와 스트리트가 교차하고 사이사이에 건물들이 빼곡하다. 큰 대로에서 한 블록 뒤로 길도 아니고 대로도 아닌 녹색의 라인이 보인다. 지면으로부터 9m에 총길이 2.4㎞(1.45마일)에 이르는 공중의 그린웨이가 바로 하이라인이다. 눈이 내린 다음날 아침 하이라인을 찾았다. 뉴욕을 가로로 관통하고 퀸즈, 플러싱 지역과 연결해 주는 7번선의 서쪽 종점(34번가 허드슨 야즈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하이라인 북측 입구를 향했다. 허드슨 야즈 재개발 지역에서 고층 건물들이 공사가 한창이었다. 쨍하게 갠 맑은 날,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청초한 빛을 발하고 맑은 공기가 코끝을 아리게 한다. 한겨울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이라인에는 아침부터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도심에 공중에 뜬 공원이라니!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하이라인의 역사는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0년쯤부터 맨해튼 서쪽 10번가에 철도가 다녔는데 교차로에서 워낙 사고가 빈번해 ‘죽음의 길’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급기야 1929년 당시 공사 비용 1억 5000만 달러(지금으로 환산하면 20억 달러)를 들여 바닥의 철도를 고가화하는 공사가 시작돼 1934년 완성됐고, 하이라인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고가 철로는 도축장이 있던 미트패킹 지역의 겐즈볼트가에서 시작해 북쪽으로는 34번가의 허드슨 야즈에서 끝나고, 그 중심이 첼시 지역이었다. 자동차가 운송수단으로 보편화되면서 철도는 1980년을 마지막으로 운행이 중단되고 도시의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1990년대 첼시 지역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하자 개발업자들은 뉴욕시와 함께 용도 폐기된 철로를 철거하고 지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주민 동의를 구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사람의 운명도 그렇지만 하이라인의 운명도 참 얄궂어서 공청회에 참석했던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하먼드라는 두 젊은이가 하이라인을 철거 대신 재생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첼시 지역으로 이주해 온 예술가들과 함께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비영리단체를 결성했다. 사진작가 조 스턴팰트는 폐철로의 풍경과 그곳에서 자라는 야생화와 식물을 카메라에 담아 발표했다. 2002년 부임한 블룸버그 시장이 하이라인 보존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예술가들의 꿈과 같았던 하이라인 공원화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중에 뜬 야생화 밭, 예술이 꽃피다 시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뉴욕 도시계획국장 어맨다 브랜던이 건축가 딜러 스코피디오를 하이라인의 재생건축가로 선임하면서 본격적인 재생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스코피디오의 구상은 ‘떠 있는 야생화 밭’이었다. 그는 하이라인의 구역별로 자라난 야생화를 관찰했다. 태양이 많이 비치는 곳, 바람이 많이 부는 곳, 그늘진 곳 등 다른 환경조건에 따라 자라난 야생화와 초본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공원을 재단장했다. 조경디자인은 피에트 우돌프가 맡았다. 한쪽 철로는 그대로 살리고 다른 방향 철로는 걷기 좋도록 콘크리트, 폐석 등으로 높여 채웠다. 현재 하이라인에는 다년생 식물, 관목, 넝쿨류, 나무 등 350종 이상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2006년 착공한 하이라인 파크는 남쪽 갠스볼트가에서 20번가에 이르는 구간이 2009년 6월 공개됐고, 20~30번 구간이 2011년 6월, 마지막 30~34번가 구간이 2014년 9월 완공됐다. 2015년엔 남쪽 끝자락에 휘트니미술관 신관이 개관하면서 하이라인은 명실공히 뉴욕 문화예술의 메카로 각광받게 됐다. 겨울이라 야생화를 볼 수는 없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길 양옆으로 잔가지에 눈이 쌓여 있고 새들이 노래를 불러 주니 도심에서 전원의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이라인은 10번 애비뉴를 따라서 여러 개의 스트리트를 남북으로 관통하기 때문에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한다. 나름 긴 길인데도 하이라인 양쪽으로 보이는 허스든강과 뉴욕의 풍광을 보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와 여름날 누워서 일광욕할 수 있는 나무 침대들이 곳곳에 놓여 있고, 특히 재미있는 예술작품들이 간간이 놓여 있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30여개의 공공예술 작품들은 ‘하이라인 아트’ 프로젝트에 따라 예술가들이 장소의 특성을 살려 제작하고 설치한 것이다.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의 롤모델로 하이라인에서 열심히 작품사진을 찍고 있던 사진작가 토미 민츠는 “눈이 쌓인 하이라인을 촬영하기 위해 일부러 나왔다”면서 “뉴욕 같은 도시에서 자연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하이라인은 정말 소중한 장소”라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이 마무리 단계라는 얘기에 관심을 보인 그는 “하이라인은 시민들이 발의해 조성된 공원이고, 시의 부분 지원을 받지만 뉴욕 시민과 첼시 지역민들이 합심해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이라인은 ‘하이라인의 친구들’과 뉴욕시의 긴밀한 협력하에 유지 관리되고 있고 예산의 98%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충당되고 있다. 봄이 오고 여름이 되면 이곳에는 풀이 우거지고 꽃이 필 것이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불을 밝힐 것이다. 그런 좋은 계절에 다시 하이라인을 찾고 싶다. 글 사진 뉴욕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성공한 뉴욕 도심재생사업②] 첼시마켓 뉴욕에서 가장 뜨는 지역은 단연 맨해튼 남서쪽의 첼시다. 오래된 붉은색 벽돌건물과 새로운 디자인의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고, 최첨단의 예술과 패션이 있다. 젊은이들과 낭만이 넘치는 곳이 첼시다. 연간 300만명이 방문하고 2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지역이 된 첼시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도축업이 활발해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라고도 불리며 낡은 공장 건물과 창고, 콘크리트 아파트, 철길이 뒤섞인 서민적인 지역이었다. 사람들이 꺼려하던 첼시가 멋쟁이들로 가득하고, 찾고 싶은 곳으로 유명해진 것은 1990년대였다. 소호에 위치한 갤러리들이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첼시 지역의 옛 공장이나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해 하나둘씩 이전해 왔다. 첼시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찾아왔다. 1990년대 말 첼시는 200여개에 달하는 갤러리가 밀집한 예술의 메카로 탈바꿈했다. 닷컴 붐을 타고 구글 뉴욕 본사를 비롯해 정보기술(IT) 벤처들이 둥지를 틀었다. 그런 첼시를 더욱 유명하게 한 것은 옛 과자공장을 리모델링한 첼시마켓의 오픈과 하이라인 파크의 개장이다. 19세기 말 세워진 나비스코(내셔널비스킷컴퍼니)의 공장으로 1913년부터 검은색 샌드위치 과자 ‘오레오’ 쿠키를 생산하던 공장은 1997년 온갖 맛집과 상점들이 입점한 독특한 분위기의 뉴욕 스타일 빈티지 식품 쇼핑몰로 변신했다. 옛 공장을 허물어 버리지 않고 예전의 모습을 가능한 한 많이 살린 실내는 첫눈에는 어두컴컴하고 번잡해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놀라운 세상이다. 에이미스, 다비도비치, 사라베스 등 유명한 제빵·제과점을 비롯해 유럽, 인도, 아프리카에서 온 이국적인 식재료를 파는 곳, 각종 향신료를 파는 곳, 서점, 요리용품을 파는 곳 등 식품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있다. 잘나가는 뉴요커들은 첼시마켓을 찾아 이국적인 향신료부터 빵, 쿠키, 생면, 꽃 등을 사고 랍스터 플레이스에서 랍스터와 굴 등을 먹거나 비욘드 스시에서 초밥을 먹는다. 이곳에는 한국식 라면과 비빔밥을 파는 먹바도 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지는 곳이다. →가는 방법 : A, C, E, L호선에서 도보로 5~7분 거리에 있다. 10번 애비뉴로 나와 애플스토어를 지나 오른쪽으로 한 블록 지나면 빈티지스타일의 여성의류점 안트로폴로지가 있는 첼시마켓 입구다. 첼시마켓 주변으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멋진 상점들이 즐비하다.
  • 우리 詩 거인들 여기 다 모였네

    우리 詩 거인들 여기 다 모였네

    우리 시의 얼굴들이 거대한 모자이크화를 이룬다. 시단을 이끌며 한국 시의 정체성을 다채롭게 살지워 온 주인공들이 한데 모였다. 공초문학상 수상 작품집 ‘앉은 자리가 꽃자리이니라’에서다. 공초(空超) 오상순(1894~1963) 선생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공초숭모회와 서울신문사가 1992년 제정한 공초문학상이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고은, 신경림, 김지하, 이형기, 박남수, 정현종, 오세영, 성찬경, 신달자, 이성부, 정호승, 도종환, 유안진, 나태주 등 1993년 1회부터 지난해 24회까지, 수상자들은 호명만으로도 한 시대를 불러내는 ‘시의 거인’들이다. 책에는 시인당 수상작 한 편과 대표작 두 편씩, 모두 일흔두 편의 시가 실려 한 시인의 시 세계를 엿봄과 동시에 우리 현대시의 풍광을 한 눈에 부감할 수 있다. 수상 당시 시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와 심사위원들이 공동 집필한 심사평까지 덧붙여져 독자들을 시의 뜨락으로 친절히 이끈다. 공초숭모회 회장이자 공초문학상 심사위원인 이근배 시인은 “요즘 시국이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니 해서 예술가들을 정치 성향으로 가르는데 공초문학상은 그런 편파를 초월해 무소유를 실천했던 공초의 혼과도 통하고 한국 시의 정체성과 맥을 같이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선정했다”고 자평했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이니라’는 구상의 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공초 오상순 선생이 입버릇처럼 건넨 말이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사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구상의 ‘꽃자리’ 가운데) 꾸밈없는 언어로 웅숭깊은 철학을 전해 온 공초의 말처럼, 작품집을 이루는 일흔두 편의 시편은 독자들에게 때로는 벼락같은 죽비처럼 무뎌진 일상을 깨우고, 때로는 쓰다듬는 손길처럼 다정하게 위로를 건넨다. ‘오늘밤은 상심의 내가 우주의 눈물을 흘리는 밤이다’는 고은 시인의 노래(무제시편 11)는 “방대함 위에 내뿜은 시 정신의 절정에 압도됐다”는 평을 받은 절창으로 울림을 퍼뜨린다. “나무야 이 넓은 세상에서/네게 기대야 하는 이 순간을 용서해다오”라는 도종환 시인의 간청(나무에 기대어)은 “치유할 수 없는 인간의 오랜 상처도 모성의 사랑에 기대어 치유될 수 있음”이라는 희망의 언어로 가지를 뻗어 간다. “명동 가서 공초를 만나면 매번 하는 말이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아니면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는 말이었어요. 요즘 사람들은 거지는 거지대로, 장관은 장관대로, 재벌은 재벌대로, 다 자기가 현재 있는 자리가 마뜩찮아요. 저마다의 욕심으로 지금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죠. 그런 우리에게 공초는 지금, 여기가 가장 행복한 곳이고 네 분수에 맞는 곳이다,란 깨달음을 맑고 순한 언어로 전한 거죠. 그런 언어의 매력과 깊이를 이번 작품집에서도 느끼실 수 있습니다.”(이근배 시인)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조윤선 PC에 블랙리스트 지시 흔적… 김기춘 ‘총괄기획’ 포착

    조윤선 PC에 블랙리스트 지시 흔적… 김기춘 ‘총괄기획’ 포착

    “‘다이빙벨’ 상영 부산영화제 김기춘, 예산 전액 삭감 지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전달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72)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피의자로 소환되면서 블랙리스트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지만 관계자 진술과 물증 등을 통해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2014년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을 전액삭감하라는 지시를 문체부에 내렸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이를 만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단독으로 이를 주도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와 함께 박 대통령 지시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해당 명단의 작성 배경에는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 명단이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회의 노트에는 김 전 실장이 좌파 성향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배척하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실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대응을 비판한 ‘다이빙벨’을 거론하며 “문화예술계의 좌파적 책동에 전투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도 노트에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실장을 상대로 블랙리스트와 문체부 1급 공무원 사표수리 지시 등 의혹 외에 그동안 제기된 여타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일부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포착됐으나 조사 도중 긴급체포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전달과 이행에 있어 실무진과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장관의 컴퓨터에서 그의 지시를 받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정황을 알 수 있는 다수의 흔적들이 발견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두 사람의 조사 이후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하고 블랙리스트 수사를 일단락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개입 의혹이 거론돼 왔지만 이에 대해서도 당장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팀은 최근 이병기(전 국정원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In&Out] 선공후사의 정신/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In&Out] 선공후사의 정신/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5년까지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을 했다. 작년에 갑자기 없어졌는데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 직접 지원에서 인프라 같은 간접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작가들에게 직접 지원을 했던 문예창작기금도 대폭 줄였기 때문에 정책 방향은 분명했다. 고료든, 지원금이든 작가에게 직접 가는 돈을 막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갑자기 ‘시장’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창작을 지원하기보다는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최근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사실은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문예지를 지원하지 않으려니 심사로는 뺄 방법이 없어서 사업 자체를 없애려고 했다는 것이다. 작가 지원 사업을 축소한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 조사나 청문회에 불려 나온 공직자들이 모두 자기들은 몰랐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윗사람이 시킨 일에 이유를 만들어 주고 예술가들과 출판사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무고한가? 나는 그 사람들도 윗사람의 잘못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못이 크다고 믿는다. 많은 공직자들은 소위 ‘윗사람’이 시킨 것보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엉뚱한 논리를 개발하고 탄압의 강도를 높였다. 그 사이에서 생겨난 빈 공간 속에서 ‘윗사람’이 떨어뜨린 콩고물은 알뜰하게 챙겼으리라. 이미 높은 사람들만으로도 구치소가 차고 넘친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을 그대로 남겨 둔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가 바뀌어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사실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계 관리를 보자면 단순히 이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회성 수준의 일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 만든 기구의 원장 자리에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그들이 벌인 치열한 공작은 순진한 출판계 인사들로서는 짐작하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이런 정책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여기저기 입막음용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예산배정’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 출판산업에도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다. 이 와중에 정책적 대응과 조정이 시급한 영역이 많았지만 정권의 손발이 되어 블랙리스트와 각종 ‘공작’으로 ‘내몰렸던’ 정부는 출판산업의 발전을 위해 업계와 손을 맞잡는 데 실패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송인서적 부도 사태와 같은 ‘예고된 재앙’에도 대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감옥에 가는 것만 같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모두 감옥에 가는 나라가 어디 제대로 된 나라인가? 선공후사의 정신이 아니라 삐뚤어진 충성심으로 무장해야만 높은 자리로 갈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의 종착역은 감옥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치적인 뜻이 훌륭한 집단이 정권을 잡아도 그중에는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끼어 있기 마련이고 블랙리스트가 다시 화이트리스트가 되는 것을 거부할 실무자들이 없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최근 탄핵과 정치적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다시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남은 예산을 지원할 테니 지원서를 내라는 은밀한 연락이 돌았다. 물론 많은 출판사들이 거부했다. 작은 이익을 빌미로 큰 잘못을 바로잡지 않은 채 출판사나 저자들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멈추어야 할 것이다. 따라 주는 무리가 없었다면 나라가 엉뚱한 무리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씨줄날줄] 메릴 스트립의 개념 발언/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메릴 스트립의 개념 발언/최광숙 논설위원

    오드리 헵번이 나온 ‘로마의 휴일’은 195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종 각본상을 받았다. 트로피는 각본을 쓴 이완 맥렐런 헌터가 받았다. 하지만 진짜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헌터의 친구인 달턴 트럼보였다. 1940년대 미국을 강타한 반공산주의 매카시즘의 광풍은 할리우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산주의자로 찍혀 ‘블랙리스트’에 오른 트럼보는 스타 작가에서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본명으로 글을 쓸 수 없었기에 그는 11개의 가명으로 글을 썼다. 어둠의 시절에도 재능은 빛을 발해 그는 가명으로 쓴 ‘로마의 휴일’, ‘브레이브 원’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두 차례나 받았다. 그의 수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던 할리우드의 매카시즘에 균열이 생겼다.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트럼보’는 정치적 신념을 근거로 예술가를 억압하던 매카시즘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던 예술가들이 그려진다. 전통적으로 할리우드에는 민주당 후원자들이 많다. 톰 행크스, 조지 클루니, 스칼릿 조핸슨, 휴 잭맨 등 빅스타들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후원금을 냈다. 로버트 드니로는 지난해 10월 “트럼프를 개, 돼지, 사기꾼, 협잡꾼”이라며 “국가적으로 창피한 인물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일기도 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은 지난해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에서 힐러리의 찬조 연설에 나설 정도로 골수 민주당 지지자다. 그가 최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뒤 “무례는 무례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다른 사람을 향한 공격에 이용하면 우리는 모든 걸 잃게 된다”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장애인 기자를 조롱한 것을 비판했다. 또 “할리우드는 이방인과 외국인으로 가득하다”며 “그들을 추방하면 그건 예술이 될 수 없다”며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도 비난했다. 동료 배우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여배우들 가운데 한 명인 메릴 스트립은 나를 모른다”며 “그녀는 힐러리 아첨꾼”이라고 맞섰다. 취임을 막 앞둔 위세 등등한 트럼프를 대놓고 비판하는 할리우드 배우의 개념 발언이 부럽다. 대통령 당선자라는 사람이 한술 더 떠 배우를 향해 직접 날 선 공격을 하는 일 역시 품격이 떨어지긴 하나 어떤 측면에서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측면에서는 그리 비난만 할 일은 아니지 싶다. 배우 송강호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변호사 시절을 그린 ‘변호인’ 출연 후 몇 년간 작품 섭외 제안이 뚝 끊겼었다고 한다. 혹여나 스트립이 송강호의 길을 밟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면? 이것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의 트라우마인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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