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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금 명인’ 황병기 하늘나라로…드라마 명곡 눈길

    ‘가야금 명인’ 황병기 하늘나라로…드라마 명곡 눈길

    SBS 인기드라마 ‘여인천하’의 삽입곡을 작곡하기도 했던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이 31일 오전 3시 15분, 8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북한 평양과 미국 뉴욕에서도 아름답고 파격적인 가야금 선율을 들려주던 고인은 후학 양성에도 힘쓰다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12월 뇌졸중 치료를 받다 합병증(폐렴)으로 세상을 떴다. 고인은 창작 가야금 음악의 창시자이자 독보적 존재로 현대 국악 영역을 넓힌 거장으로 꼽힌다. 그가 남긴 대표작에는 ‘침향무’, ‘비단길’, ‘춘설’, ‘밤의 소리’ 등이 있다. SBS드라마 ‘여인천하’(2001년)에서 사용된 가야금 독주곡 ‘정난정’을 작곡하기도 했다. 특히 대표곡 ‘미궁’은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드러낸다. 가야금을 첼로 활과 술대(거문고 연주막대) 등으로 두드리듯 연주하며 사람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를 표현하는가 하면 절규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삽입되기도 했다. 이런 파격 때문에 1975년 명동극장에서의 초연 당시 한 여성 관객이 무섭다며 소리 지르고 공연장 밖으로 뛰어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고인은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나 15살이던 1951년 부산 피란 시절에 처음 가야금을 접했다. 당시 경기중 3학년이었던 고인은 ‘가야금 한번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친구의 권유로 접해 가야금에 첫눈에 반했다. 국립국악원에서 김영윤과 김윤덕에게 가야금 정악과 산조를 두루 배웠고 심상건과 김병호 등에게도 가야금을 배웠다. 경기고 재학생 시절 전국 국악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대학은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1950년대 당시에는 국악과가 없었던 데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국악을 공부한다는 것은 꿈꾸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대에 국악과가 개설돼 학생들을 가르쳤고 1974년부터 2001년까지는 이화여대 한국음악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1985년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객원 교수로 강의도 했다. 고인은 연주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1964년 국립국악원의 첫 해외 공연이었던 일본 공연에서 가야금 독주자로 참가했다. 1986년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는 가야금 독주회를 열기도 했다. 1990년에는 평양에서도 가야금을 연주했다. 고인은 현대무용가 홍신자, 첼리스트 장한나, 작곡가 윤이상,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 등 다양한 장르, 세대의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 호암상, 2006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2008년 일맥문화대상, 2010년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소설가인 한말숙 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뒀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예술로 현대차=북경 택시 이미지 벗어요”

    “예술로 현대차=북경 택시 이미지 벗어요”

    “중국인들에게 현대차는 택시나 관용차란 이미지가 강한데 베이징 현대 모터 스튜디오는 현대란 브랜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베이징 798예술지구의 현대 모터 스튜디오 큐레이터인 쉬징(徐靜·37)은 “차가 한 대도 전시되어 있지 않은 현대 모터 스튜디오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생각을 제시하는 곳”이라고 30일 말했다. 베이징을 달리는 택시의 대부분은 현대차로 특히 택시 외관에 칠해진 황제의 색깔인 황색은 현대차가 중국에 제안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군수공장에서 예술가의 작업장으로 변신한 798은 뉴욕의 소호나 서울의 삼청동과 비견할 만한 중국 최대 예술구역으로 현대 스튜디오는 개장 3개월 만에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어 9만여명이 방문했다. 톈진 등 각지에서 몰려 온 젊은이들이 스튜디오 앞 벽화에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798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1950년대 군수공장이 있던 798은 798단지란 뜻에서 생긴 이름이지만 이제는 중국의 명소를 부르는 고유명사가 됐다.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쉬는 원래 비즈니스를 전공했으나 예술가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데 매력을 느껴 큐레이터가 됐다. 한때 중국 미술이 세계 경매 시장을 휩쓸 정도로 각광받았지만 그는 “10년 전 이야기”라고 잘라말했다. 중국은 세계 예술의 중심이 되기 보다 공유에 더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쉬는 현대 스튜디오를 “사회에 대한 기업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사회적 이동’을 주제로 한 전시는 유럽 난민의 이동, 온갖 난관을 뚫고 오직 자전거만 타는 예술인 등 자동차 기업이 주관한 전시라고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 내용도 있다. 물의 이미지를 담은 거대한 전시화면은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 생산에 공들이는 현대의 노력을 보여준다. 스튜디오 1층에서는 각종 강연과 공연이 이루어지며 2층에서는 미술 전시가 진행 중이다. 스튜디오에 설치된 거대한 공기청정기와 열대식물이 자라는 비바리움은 현대차가 지향하는 삶의 조건을 상징한다.  현대는 하남, 고양, 모스크바 등 전세계 여섯 곳에서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데, 이 가운데 순수한 예술공간은 베이징이 유일하다. 쉬는 “예술은 세상을 바꾸는 가능성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현대 모터 스튜디오는 깨끗한 공기와 평등한 이동권이 보장된 세상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정치와 권력, 극장의 욕망 깨우다

    정치와 권력, 극장의 욕망 깨우다

    극장, 정치를 꿈꾸다/이상우 지음/테오리아/392쪽/1만 9000원신상옥 감독은 이광수 소설 ‘꿈’을 원작으로 1955년 동명 영화 ‘꿈’을 제작한다. 신 감독은 12년 뒤인 1967년, 또다시 영화 ‘꿈’을 만든다. 1967년 작품은 극작가 오영진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1955년 작품보다 분량이 24분 정도 늘고, 새로운 주변 인물이 몇 명 추가된 점 외에 달라진 점은 크게 없었다. 신 감독은 왜 영화 ‘꿈’을 두 번이나 만들었을까.1955년 영화 개봉 이후 10여년간은 ‘한국 영화의 황금기’로 불린다. 1955년 15편에 불과했던 영화제작 편수는 1968년 200편을 넘었다. 서울 지역 영화관은 이 기간 19개에서 95개로 크게 늘었다. 황금기의 한복판에 신 감독이 있었다. 1966년 한국 최대 규모의 안양영화촬영소를 인수해 거대 제작자로 입지를 굳히던 차였다. 외국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던 그는 그 발판으로 오영진의 시나리오를 원했다. 이병일 감독은 1956년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로 영화 ‘시집가는 날’을 만들었는데, 이 영화로 이듬해 아시아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사상 첫 해외영화제 수상작이었다. 신 감독은 오영진의 시나리오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외국 진출을 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두 번이나 영화 ‘꿈’을 만든 이유다.영화는 시대의 흐름과 예술가의 당시 처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곤 한다. 대중과 호흡하는 이상, 영화뿐 아니라 사실상 거의 모든 예술은 필연적으로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다. 객석 예술평론상, 노정 김재철 학술상으로 유명한 이상우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낸 ‘극장, 정치를 꿈꾸다’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예술과 예술가들을 역사, 젠더, 민족주의, 극장정치라는 4개의 시각에서 풀어냈다. 연극과 영화, 시나리오가 다양한 이데올로기에 어떻게 부딪히고 어떻게 변하는지 각종 참고자료로 촘촘히 살폈다. 식민지 시대부터 전쟁, 분단 시대의 극장 예술에 대한 아홉 편의 글을 쓰는 데에 참고문헌 20여편, 국내 단행본 90여권과 일본 단행본 20여권, 논문 110여편이 활용됐다.김 교수는 같은 예술이라도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사례를 ‘김옥균’에서 찾았다. 일본의 힘을 빌려 조선을 개혁하고자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망명 끝에 암살당한 그를 둘러싼 각기 다른 해석을 ‘기억 담론 투쟁 행위’로 설명했다. 미디어·정치자본과 정치권력, 그리고 대중의 욕망이 서로 경합을 벌여 각기 다른 형태로 구현된다는 뜻이다. 영화계 거장 신상옥 감독이 박정희와 김정일 정권에서 진정한 예술 창작의 자유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한 부분은 흥미롭다. 박정희 정권의 검열과 통제는 영화의 질을 높여 외국으로 진출하겠다던 그를 좌절시켰다. 북으로 넘어가 김정일 정권의 유일사상체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그의 영화는 북한의 대외홍보용에 그쳤다. 정치권력의 희생양이었던 셈이다.남녀 불평등 사회에서 예술이 어느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을 띨 수도 있는지 보여 준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최초 여성 소설가로 알려진 김명순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명순은 1917년 문예지 청춘에 단편 ‘의심의 소녀’로 등단했다. 이어 ‘창조’를 비롯해 ‘학지광’, ‘여자계’, ‘신여성’, ‘개벽’ 등에서 여러 작품을 내놔 주목받은 신여성이었다. 그러나 193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뒤부터 문단 주류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유학시절 만난 한국인 사관생도 이응준에게 강간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명순은 이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했음에도 이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의 화살은 김명순에게 향했다. 특히 남성 문인들의 공격은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극단 토월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기진은 1924년 ‘김명순씨에 대한 공개장’에서 김명순의 시를 ‘분 냄새 나는 시’라 공격했다. 이 밖에 염상섭, 김동인, 전영택 등 남성 문인들도 돌아가며 김명순을 조리돌림하듯 공격했다. 당시 신여성을 연구한 임종국, 박노준의 책 ‘흘러간 성좌’(1966년)는 당대 남성 문인들에 대해 ‘너무나 이해 없고 몰염치하다’며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임종국과 박노준의 지적이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 지적이 예리하게 느껴진다”고 평했다. 남성들의 공격이 달라진 시대에 따라 다른 형태로 변형된 것은 아닐는지, 지적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코닥(KODAK)도 가상화폐 발 담궜다 ,, ‘코닥코인’ 발행

    코닥(KODAK)도 가상화폐 발 담궜다 ,, ‘코닥코인’ 발행

    “사진가들의 저작권 보호 위해” .. 발표 직후 주가 120% 폭등 130년 전통의 필름업체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이 자체 가상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두 배 넘게 뛰어올랐다.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 본사를 둔 코닥은 10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코닥코인(KODAKCoin)’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공개(ICO)는 오는 31일로 예정돼 있다. ICO는 기업이 주식 대신 특정 가상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코닥코인은 사진가들을 위한 가상화폐라는 게 코닥의 설명이다. 코닥은 사진 배급 업체인 웬 디지털(WENN Digital)과 함께 이미지 저작권 관리 플랫폼인 코닥원(KODAKOne)을 개설했으며, 사진가들은 여기에 사진을 올리고 코닥코인을 매개체로 저작권 수입 등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 직후 코닥 주가는 6.8달러로 마감해 전날 종가(3.1달러)보다 120% 뛰었다. 장 마감 후 거래에서도 최고 10달러까지 치솟았다. 1888년 설립된 코닥은 20세기 필름 시장을 지배한 1인자였지만 필름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카메라가 퍼지면서 1990년대 말부터 경영난에 시달렸다. 2012년 파산보호 신청을 거쳐 2013년 회생 절차를 시작했다. 코닥 최고경영자(CEO) 제프 클라크는 “수년 간 기술 업계에서 블록체인, 가상화폐는 최신 유행어로 쓰였지만 사진가들에겐 작품 관리와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이들 단어가 해법을 찾아줄 열쇠가 될 것”이라며 “사진을 확산하고 예술가들에게 라이선스를 찾아주는 데 이들 기술이 혁신적이며 손쉬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면서 코닥 뿐만 아니라 각 분야 기업들도 앞다퉈 가상화폐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바이오 기술(BT)에서 비트코인으로 핵심 사업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라이엇블록체인(Riot Blockchain)은 주가가 세배로 뛰었고, 지난달엔 음료수 제조사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코퍼레이션(Long Island Iced Tea Corp)이 사명을 롱 블록체인 코퍼레이션(Long Blockchain Corp)으로 바꾸겠다고 밝히자마자 주가가 한때 500% 치솟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베토벤의 합창을 들어야 하는 이유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베토벤의 합창을 들어야 하는 이유

    새해의 둘째 날이자 첫걸음이다. 클래식 음악 팬들이라면 이 시기에 반드시 듣고 보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크리스마스에 인기 있는 작품을 들자면 오페라 ‘라보엠’과 발레 ‘호두까기 인형’ 이다. 푸치니 작곡의 ‘라보엠’에 나오는 가난한 예술가들은 파리의 다락방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운명의 짝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발레인 ‘호두까기 인형’은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이브에 꾸는 꿈의 내용을 아름다운 동화로 풀어 냈다. 음악을 듣기 전에는 새해가 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곡도 있다. 바로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 ‘합창’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음악 교과서에, 광고에, TV 예능 프로그램의 효과음악으로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 곡을 매년 들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같은 내용이라도 파고들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고전의 특성을 생각지 않더라도 온 인류의 화합이라는 거대 담론을 강렬한 음악 메시지로 던지는 베토벤 음악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또 다른 매력은 베토벤이라는 인간 속에 있다. 흠 많고 고통 속에 살았던 사람이 위대한 예술을 이루고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이 불굴의 의지로 변해 담겨 있는 70여분의 드라마는 그 자체로 눈물 나는 감동이다. 이맘때 어지간한 대형 공연장이라면 한 번 이상 감상할 수 있는 ‘합창’ 교향곡이지만, 영화를 통해 만나는 선율도 잊을 수 없다. 에드 해리스가 말년의 베토벤을 연기했던 영화 ‘카핑 베토벤’에는 ‘합창’ 교향곡의 초연을 지휘하는 아주 특별한 장면이 나온다. 당시 완전히 청각을 상실한 베토벤은 그럼에도 자신이 직접 지휘봉을 잡겠다고 고집하고, 결국 극중 가상의 인물인 사보가(악보를 정리하는 조수) 안나 홀츠가 오케스트라 사이에 숨어 그의 지휘를 도와 공연을 성공으로 이끈다. 내용은 실제와 다르지만 영화는 꽤 긴 시간을 이 두 명의 지휘자에게 할애해 작품의 거대한 스케일과 그 안에 숨은 아름다움, 악성이 그려 내려 했던 궁극의 경지를 설명한다. 이보다 조금 오래된 영화 ‘불멸의 연인’의 하이라이트 역시 ‘합창’이 차지한다. 조카 칼과의 갈등, 지나치게 전위적이라 받아들여졌던 후기 작들에 대한 혹평과 악화돼 가는 건강 속에서 완성한 걸작을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으며 무대 위에 올라온 베토벤은 어린 시절 술에 취해 자신을 때리곤 했던 아버지를 피해 숲으로 도망가던 일을 떠올린다. 사랑과 이별, 아픔과 그것에 대한 용서를 담은 작곡가의 솔직한 고백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웅장한 사운드를 통해 ‘환희의 송가’로 탄생했지만, 오직 관념 속에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악성은 연주가 끝난 뒤 환호를 보내는 청중들의 박수 소리도 듣지 못한다. 시공간을 초월해 베토벤 자신이 된 듯한 연기를 보여 주었던 게리 올드먼의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춤을 통해 ‘합창’ 교향곡을 감상하는 방법도 있다. 올해 2월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영화 ‘댄싱 베토벤’은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과 도쿄 발레단이 2014년 11월 가진 합동 공연의 제작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음악은 베토벤의 ‘합창’으로,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이 작품은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가 1964년 발표했던 것으로, 영화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소소한 즐거움과 예술가들의 고민 등을 자연스럽게 담는다. 위대한 음악 앞에 공연을 앞둔 모두는 긴장한 채 생명의 위대한 탄생, 리듬에 맞춘 몸짓의 힘과 거기서 나오는 마술적인 순간 등을 나타내려 노력하지만, 결국 얻어지는 깨달음은 완성이 아니라 한계를 지닌 채 태어난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느냐에 대한 발견이다. 요컨대 이 교향곡은 불안하고 비뚤어진 존재인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를 증명한 좋은 예라고 하겠다. 신년에 듣는 ‘합창’은 내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다.
  • 퇴색한 자본의 공간… 예술이 움텄다

    퇴색한 자본의 공간… 예술이 움텄다

    “프로젝트 기획을 위해 작가들이 모여서 마시는 커피 값보다도 월세가 쌌어요. 당시 3.4평(11.2㎡) 점포가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0만원이었죠. 뇌리에 딱 스치는 게 있었죠.” 2014년 12월 서울 종로 세운상가 가동 ‘바열 4층 21호’에 작가와 아트디렉터 9명이 1인당 5만원씩 회비를 거둬 둥지를 튼 ‘스페이스 바 421’은 그렇게 탄생했다. 스페이스 바는 영국 현대 미술을 부흥시킨 ‘yBa’(young British artists)를 꿈꾸며 기존의 미술적 전통에 도발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독립적인 예술가 집단이다.  국내외 미디어 아트의 주목을 받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사물들을 분쇄하는 연작으로 유명한 신기운(영남대 교수) 작가와 송요비 아트디렉터, ‘커넥티드 시티’라는 독특한 프로젝트로 주목받는 임도원(스페이스 바 대표) 작가, 3D 프린팅의 히어로 하석준 작가, 공공 예술 전문가인 김현정(신구대 겸임교수) 작가, 트랜스아트의 김희선(영남대 교수) 작가와 류지영 작가, 작가 장터 ‘스꽛성수’ 기획자인 곽혜영 아트디렉터, 프로젝트 ‘씨앗돌멩이’를 창안한 우리 작가까지 모두 9명이다.  “예술가들에게는 적대적인 공간이었다”는 신 작가 표현대로 세운상가는 개발독재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라는 타이틀에 “세(世)계의 운(運)이 모인다는 자기현시적이고 개발시대다운 이름의 건물”(건축가 황두진)을 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바친 불도저 시장 김현옥의 욕망, 국내 독보적인 근현대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했지만 ‘서울의 도시구조를 망친 흉물’이라는 오명이 중첩된 공간이 세운상가다. 권력과 자본이 결탁한 환상이 시공간 속에 망령처럼 배회하는 유적이자 현재는 도시 재생 사업의 핵심 축이다. 세운상가는 하나의 건물이 아니다. 종로에서 청계천을 지나 퇴계로까지 걸쳐 있는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PJ호텔(옛 풍전호텔), 인현상가(옛 신성상가), 진양상가, 현대상가(철거)까지 8개 건물을 아울러 부른 게 ‘세운’ 상가다. 예술이 이 모든 건물과 그에 얽혀 있는 골목들 안에 움트고 있다. 한때 흥청망청했다가 퇴색한 자본의 공간 속에 침투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변화하는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스페이스 바는 흥미로운 단서가 된다.  송요비 아트디렉터는 이곳에서 욕망을 체감했다고 말한다. “1970년대 월세가 65만원이었다고 들었어요. 당시 어마어마한 월세를 부담할 정도로 최고의 상권이었죠. 우리 같은 예술가들이 자리를 펼 공간이 아니었지만 슬럼화되면서 예술이 다시 흘러 들어오게 된 거예요.”  스페이스 바(반짝반짝 세운상가 미래예술연구소 겸업)는 세운상가에 입주한 첫 예술가 집단이다.  입주 초기에는 어르신들인 원입주민들과의 갈등이나 오해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상인회로부터 ‘시끄럽게 하지 마라’라는 경고도 많이 받았어요. 서울시에서 채택된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도 가동 중정에서 열기로 했다가 상인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작가들도 많이 위축됐었죠.”(신기운 작가)  스페이스 바 작가들이 3년 동안 연 전시회만 25차례다.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세운상가에서 열고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서울시의 ‘다시-세운’ 프로젝트에 동참해 상가 내 ‘한글시계’와 ‘디지털 프린팅’ 작품 등 다양한 설치 작품을 통해 예술적 기운을 불어넣었다. 김현정 작가는 지난해(2017년) 12월 31일 진양상가를 떠받치는 6개의 기둥을 한국의 희귀식물 137종의 색상으로 래핑한 공공예술 ‘플라워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김희선 작가는 진양상가 3층 외벽을 ‘미지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미디어 파사드 작품으로 시선을 모았다. 우리 작가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세운상가와 을지로 철공골목에 돌멩이 모양의 오브제에 담긴 씨앗으로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화제가 됐다.  변화는 북적거리면서 왔다. 예술 기획집단 개방회로, 1인 갤러리 빠빠빠탐구소, ‘200/20’(독립서점), ‘300/20’(창작품 판매점), 1인 방송국, 스타트업 등 창작자와 기획자, 창업가까지 스페이스 바 이후 둥지를 튼 이들은 현재 100여명에 달한다.  공간은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길 잃은 소녀(반)를 찾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도시를 탐험하게 되는 독특한 미디어 아트 작품인 ‘커넥티드 시티 프로젝트 반’은 임도원 작가가 미로 같은 세운상가 내부와 을지로 골목들에서 착안한 것이다. 오는 2월 세운상가에서 업그레드 버전이 발표될 예정인 이 작품은 2018년 영국 브리스톨의 도시 기반 아트 프로젝트인 워터셰드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김희선 작가는 “이제는 상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며 “젊은 친구들이 또 어떤 재미난 일을 벌이나 하고 전시회도 오고, 진행 중인 작업에 대한 조언을 하는 등 대화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전자상가(라고 말하는 동시에 80년대 야동 성지가 됐던)로 불리던 이곳은 탱크나 미사일도 거뜬히 만들 수 있는 기술 장인들(현재는 ‘메이커스’로도 부른다)이 모여 있다. 마치 영화 ‘리얼 스틸’에 등장했던 로봇들의 묘지를 떠올리게 한다. 미디어 아트 작가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료들을 다 구할 수 있고, 첨단 콘셉트에 대해서도 장인들과 협업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곳’이라는 헌사를 바치는 이유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 작가가 한국에 올 때마다 부품 수리를 의뢰했던 기술 장인은 여전히 현업으로 상가에서 일한다. 최근에는 상가 내 ‘수리협동조합’이 입주한 예술가와 장인의 협업을 중계한다. 임도원 작가는 “작가와 장인이 희한하게도 이곳에서 만나 서로에 대해 타고난 메이커스라는 동질감마저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세운상가는 구시대의 도시 유적에서 벗어나 서울의 오프라인 예술 플랫폼으로 변신 중이다. 그건 동시대 예술가들이 그 공간에 스며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게다. 글·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본지 부장들이 짚어 본 국내외 현안·과제] 책의 해에 되새겨야 할 것

    [본지 부장들이 짚어 본 국내외 현안·과제] 책의 해에 되새겨야 할 것

    사는 동네에 번듯한 공공도서관이 생겼다. 예전 구청이 있던 자리에 매끈하게 들어선 도서관을 볼 때마다 새삼 뿌듯하다. 주머니 형편은 늘 매한가지라 생활이 나아졌다는 체감은 별로 없는데 20년 넘게 사는 곳에 공원이나 도서관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지갑이 두둑해진 것 같다.선진국의 생활상을 동경할 때 흔히 거론하는 것 중 하나가 도서관이다. 혹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를 만든 건 그가 다닌 하버드대학이 아니라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한다. 미국에선 대학도서관은 차치하고 중소도시 지역 도서관의 수준도 상당하다. 미국 연수 때 머물던 시골 동네의 2층짜리 도서관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두루 모여 책장 넘기는 장면을 항상 연출했다.우리나라 도서관은 어떤가. 대부분 수험서를 독파하는 공부방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독서보다 학력이나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도서관의 후진적 이용 행태를 초래했다. 그나마 요즘 들어선 도서관에 가면 스마트폰 대신 책을 보면서 머리를 맞댄 엄마와 아이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게 된다. 2018년은 ‘책의 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며 문학진흥계획도 선포했다. 공공도서관 확충 구상은 반갑다. 한국의 도서관 1곳당 인구수는 5만 2688명으로, 1만~3만명 수준인 독일, 영국,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앞으로 공공도서관 1100곳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피 같은 세금이라도 얼마든지 쓰라”는 여론이 뜨겁다. 이런 열화 같은 지지가 국립한국문학관 사업에는 시베리아 칼바람이다. 2년 전 시작된 한국문학관 논의는 시인 출신 장관이 오면서 가속도가 세게 붙었다. 하지만 애초보다 예산도 600억원으로 늘어난 데다 용산 부지를 놓고 서울시와 힘겨루기하는 볼썽사나운 형국이 펼쳐지면서 여론은 악화일로다. 한국문학관 기사만 나오면 유독 댓글들이 매섭다. “사람한테 투자하지 왜 매번 죽은 건물에만 돈을 쏟아붓나.” 도서관이 받는 박수를 왜 문학관은 받지 못할까. 공간 쓰임에 대한 체감이 달라서다. 전자는 모두가 나눠 사용하는 곳이지만, 후자는 특정인을 위한 곳이란 인식에서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공·사립 문학관은 100곳이 넘는다. 지역 문학 진흥의 거점으로 기대됐지만 인적이 드문 ´자료의 무덤´, ´박제된 공간´으로 전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건물만 짓는다고 문학이 살아나고 독서 인구가 늘지 않는다. 게다가 큰돈이 들어가는 국가적 사업이 힘센 문인들이나 권력 주변인들의 잔치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문학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문인은 문학계 지원은 ‘보이지 않는 손’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이라는 간판을 달고 문학을 대접하기보다 투 잡을 뛰지 않고도 글만 쓸 수 있는 창작의 여유, 작가와 독자가 자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활성화, 작은 도서관·독립서점 지원 등이 진정한 문학정신을 키우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본지와 인터뷰를 했던 이윤택 연출가의 한마디는 울림이 크다. “예술가들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제일 좋다. 국가가 예술을 탄압해서도 안 되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거나 어떤 자리에 앉히기 시작하면 안 된다. 그저 예술가들을 굶겨 죽이지만 마라.” 박상숙 문화부장 okaao@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집, 삶을 담는 그릇… 그를 꼭 빼닮은 인생

    [그 책속 이미지] 집, 삶을 담는 그릇… 그를 꼭 빼닮은 인생

    집이 사람이다/한윤정 글/박기호 사진/인물과사상사/364쪽/1만 7000원자신만의 집을 짓기 위해 백지에 설계도를 그리던 아버지를 추억하는 한윤정씨는 집을 사유해 온 철학자가 아닐까. 작가와 예술가들의 소우주 같은 집을 엿보며 탐구한 그는 마침내 집에 대해 통달한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 강한 사람은 모든 곳이 집이라고 하고/깨달은 사람은 어느 곳도 집이 아니라고 한다/집은 각자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집에서 길어올린 깊은 성찰을 풀어낸다. 집을 ‘삶을 담는 그릇’에 비유하는 저자가 꼽는 ‘좋은 집’들은 사진작가 박기호의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그 자체가 작품이 된다. 그리고 그 집을 꼭 빼닮은 인생 이야기도 덤으로 건넨다. 사진은 충남 논산시 대둔산 기슭의 폐가를 접착제 하나 쓰지 않고 2년 6개월간 물에 갠 흙과 지푸라기로 되살려 낸 환경운동가 차준엽의 토담집. 그는 지난 10월 대지의 자궁 같던 그 안식처에서 귀천(歸天)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2017 문화계 결산] “흑백논리·진영논리, 이제 그만합시다”

    [2017 문화계 결산] “흑백논리·진영논리, 이제 그만합시다”

    올해 공연계는 블랙리스트 사태로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박근혜 정권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작성한 명단의 실체가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다. 새 정부 들어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과 재판이 진행 중이고, 진상 파악 움직임도 속도를 내는 등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블랙리스트에 올라 그동안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던 예술가와 단체에 대한 지원이 속속 재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규모 극단의 활동 무대인 소극장을 지원하는 사업은 지난해 폐지됐다가 지난 7월 ‘특성화극장 지원사업’으로 복원됐다.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극단 하땅세, 극단 놀땅, 극단 백수광부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공개한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블랙리스트 1호’로 꼽혔던 연출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쓴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도 문예위 오페라 지원사업의 1, 2차 심의를 통과해 내년 상반기 최종 심사만 남겨 두고 있다. 2년 전 문예위의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희곡 분야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점을 받고도 탈락한 작품이다. 이 연출가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자의 지지 발언을 한 이후 ‘요주의 인물’로 찍힌 탓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블랙리스트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오랜 역사”라며 “제대로 된 문화예술인이라면 당연히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정치권력이 등장할 때 문화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정의와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맞서게 돼 있습니다. 사실 블랙리스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존재하게 했던 야만이라는 얼굴의 제도권 권력이 다시 등장했다는 겁니다. 지난 정부는 군사정부가 자행했던 검열의 시대를 부활시킨 충격적이고 야만적인 시대였습니다.” ‘블랙리스트 1호’라는 수식어에 대해 “시대의 영광이자 명예”라면서도 이번 인터뷰를 기점으로 더이상 자신이 “블랙리스트로 인한 정치적인 피해자, 시대의 희생자로 언급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전 정권에서는 피해자였다지만 지금 정권에서는 정치적인 수혜자로 비치고 있지 않냐”면서 “블랙리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의) 진영논리와 흑백논리를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연출가는 이번 사태가 연극인들을 각성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열에 분노한 젊은 예술가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뛰쳐나와 손수 임시극장인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만들고 억압의 시대에 저항하는 연극을 선보였다. 후배 연극인들의 부름에 응답한 이 연출가도 “백발의 졸병”을 자처하며 굿극 ‘씻금’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때 연극인들이 정부 지원금의 달콤한 맛에 빠지다 보니 시대에 둔감해져 개인적이고 가벼운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에 치중했다”면서 “지원금이 끊기고 분위기가 살벌해지니 역설적으로 연극인들이 날카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시대의 정의와 양심에 대해 생각하는 엄청난 자극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연극계 어른으로서 새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예술가들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제일 좋다”면서 “국가가 예술가들을 탄압해서도 안 되지만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거나 어떤 자리에 앉히기 시작하면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저 예술가들을 굶겨 죽이려만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그동안 가장 해 오고 싶었던 말이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덧붙였다. “독일 한 재단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인권상을 준다고 하는데 그 상조차 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단 말이죠. 저는 이 사람들마저도 보듬고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이라고 해서 다투고 서로를 적폐라고 공격할 것이 아니라 소수의 시각도 껴안자는 거죠. 흑백논리, 진영논리는 이제 그만합시다. 피곤하지 않습니까.”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북극 이누이트 삶 다룬 영상, 베니스에서 세계를 만난다

    북극 이누이트 삶 다룬 영상, 베니스에서 세계를 만난다

    이누이트 족 예술가들이 결성한 ‘이수마 연합’이 19일(현지시간)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북극에서의 생활을 담은 영상을 출품하겠다고 밝혔다. 이수마 연합은 이누이트 문화와 언어를 보존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1990년 창설된 영상 프로덕션 회사다. 결성 이후 이누이트 족과 관련된 여러 다큐멘터리 및 TV 시리즈를 발표해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제서 호평을 받았다. 캐나다 국립미술관은 이수마 연합이 2019년에 열릴 베니스 비엔날레에 작품을 제출하도록 공식 지정한 상태다. 해당 작품은 이수마의 공동 창립자 자카리아스 쿠눅와 노르만 콘의 합작을 통해 완성될 예정이다. 국립미술관장 마크 메이어는 언론을 통해 “1990년대 중반부터 이수마 연합은 영상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북극에서의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누이트 족은 베링 해에서 캐나다와 그린란드와 북동아시아 축치 반도의 해안에서 사는 북극 원주민을 일컫는다. 거주 지역과 함께 식량을 채취하는 방식 등에 따라 17개의 부족으로 나눈다. 이들이 사는 지역은 달라도 언어와 체형과 문화는 아주 비슷하며 주변의 민족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들은 에스키모-알루샨 언어 계통의 방언인 에스키모어를 쓰며 지난 5000 년 동안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섭 프리랜서 기자 jiu670@naver.com
  • 폐교 앞둔 영성여중 ‘성남문화예술 교육지원센터’ 탈바꿈

    폐교 앞둔 영성여중 ‘성남문화예술 교육지원센터’ 탈바꿈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내 3개 중학교 통폐합으로 2019년 3월 폐교를 앞둔 옛 영성여자중학교(현재 창성중)가 오는 2019년 말 ‘성남문화예술 교육지원센터’로 탈바꿈한다. 성남시와 경기도 성남교육지원청은 12일 오전 시청에서 ‘옛 영성여자중학교 시설 공동 활용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식’을 했다. 현재 해당 학교 건물은 영성여중, 창곡중, 창곡여중 3개교를 합친 21학급의 창성중학교가 올해 3월 개교해 2019년 2월 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할 때까지 사용하기로 한 상태다. 협약에 따라 성남시와 성남교육지원청은 옛 영성여중 건물이 비워지면 성남문화예술 교육지원센터로 조성 주민이 활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내년 1월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60억원으로 예상되는 사업비 확보 방안과 분담률, 세부협의 사항을 논의한다. 시설 리모델링 공사 때는 학생과 사회적 약자들의 안전을 고려한 건물로 설계한다. 재산관리와 시설 운영에 관해서는 양 기관이 별도의 세부 협약을 체결해 내용을 구체화 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으로 성남시는 민선 6기 공약사업에 포함된 ‘문화예술 교육지원센터 설립’ 약속 이행과 함께 한국판 ‘아난딸로(Annantalo)’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아난딸로는 핀란드 헬싱키시에서 운영하는 아동·청소년 예술교육 기관이다. 오래된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학생과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하고 체계적인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고,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수록 문화예술영역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난다”며 “이 센터가 학생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시민들의 문화예술 역량을 강화하는데 유용한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세계가 감동할 노래, 못다 핀 꽃 피워야죠”

    “세계가 감동할 노래, 못다 핀 꽃 피워야죠”

    작곡가·국악인 등 음악 40년 정리 “우리 소리 젊은 세대에게 전달할 것”“죽기 전에 지구촌이 감동하는 노래 한 곡 만들 수 있다면 음악인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면 못다핀 꽃 한송이를 피웠다고 말할 수 있겠죠.”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고 노래하며 결코 나이 들지 않을 것 같던 그가 벌써 환갑이다.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작은 거인’으로 통하는 김수철. 대학 시절 결성한 밴드 퀘스천으로 KBS 라디오 방송으로 데뷔한 지 40년을 맞아 자신의 음악 인생을 돌아본 ‘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까치)를 펴냈다. “작가에게 맡기면 제 뜻과는 다르게 포장될 것 같아 직접 연필로 썼는데 열 달이 꼬박 걸렸네요. 글쓰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수치·돈 계산만 하니 문화 뒷걸음” 책은 프리즘 느낌이다. 처음 기타를 잡았던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음악적 발자취가 오롯이 담겼다. ‘일곱색깔 무지개’, ‘못다핀 꽃한송이’, ‘다시는 사랑을 안 할테야’, ‘나도야 간다’, ‘젊은 그대’, ‘정신차려’ 등 무수한 히트곡을 만든 그는 직접 출연도 했던 ‘고래사냥’은 물론 ‘칠수와 만수’,‘ 서편제’, ‘태백산맥’, ‘축제’ 등의 영화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가까지 만들 정도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책에선 그가 30년 넘게 천착해 온 우리 소리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끝없는 집념이 특히 도드라진다. “친구들과 단편 영화 ‘탈’을 만든 게 계기가 됐어요. 국악으로 영화음악을 해보고 싶어 중학교 교과서부터 뒤져가며 간신히 만들었는데, 제가 록만 알지 우리 소리는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웠죠.” 그렇게 1980년부터 국악을 배우고 현대화를 고민해 온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음반 37장 중 국악 음반만 25장이다. 이러한 열정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전야제, 1988년 서울올림픽 전야제, 2002년 한일월드컵 조추첨과 개막식 등 국가적 행사의 음악을 담당한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국악을 둘러싼 환경은 37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해요. 생활화, 대중화는 갈 길이 멀지요. ‘서편제’ 때 큰 사랑을 받았지만 금방 사그라지더라고요. 전통문화를 뿌리로 현대화한 것이 나라마다 다 있는데, 글로벌을 외치는 우리는 정작 외국인에게 이야기해 줄 고유의 것이 없죠. 정부나 기업의 지원, 후원 또한 서양 문화 쪽으로 풍요롭지 국악 등 전통문화 쪽으로는 빈곤해요. 우리 것만 좋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인 문화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은 게 문제죠. 수치만 따지고 돈 계산만 하다 보니 문화가 뒤로 가는 것 같아요. 우리 소리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계승·발전시켜 젊은 세대들이 자긍심,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아이유·혁오·도끼·비와이 음악 좋아해” 책을 통해 음악 동료는 물론 영화, 문학, 미술, 사진 등 여러 분야 예술가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던 김수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그 시대의 낭만이라면 낭만이지요. 요즘은 그런 교류가 힘든 것 같아요. 음악은 세련되고 다들 잘하는데 색깔이나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어 아쉽기도 하죠. 요즘 후배들 가운데 혁오, 도끼, 비와이 음악도 좋아합니다. 특히 아이유는 만난 적은 없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찾아가려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더라고요.” 대중 음반을 낸 것은 2002년이 마지막이다. 김수철은 여건이 되면 언제라도 신곡을 발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눈을 빛냈다. “지금까지 음악을 공부하고 실험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제 노래를 사랑해 준 분들 덕택이에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국악 현대화를 위한 페스티벌, 유행이 아닌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들을 위한 대중음악 페스티벌도 열어 보고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옛 보건소와 냉동창고가 예술창작 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

    옛 보건소와 냉동창고가 예술창작 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

    옛 보건소 건물과 냉동공장 창고가 예술창작 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울산시는 옛 울주군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예술창작 공간 ‘아르코공연예술연습센터@울산’을 28일 개관했다. ‘아르코공연예술연습센터@울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모사업으로 추진됐다. 총 52억 8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다. 내부에는 대연습실, 중연습실, 세미나실, 사무실, 휴게 공간 등이 마련됐다. 울산문화재단이 시설 운영을 맡아 민간 공연예술 단체와 예술가들의 연습 공간으로 이용된다. 시 관계자는 “아르코공연예술연습센터는 연습 공간이 부족했던 공연예술 단체에 최적화된 연습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연습뿐 아니라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고래문화특구인 남구 장생포에도 내년 초 고래관광과 연계한 예술창작소가 문을 연다. 남구는 장생포항 인근의 옛 냉동공장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해 예술창작·공연·전시 등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새 단장하고 있다. 앞서 울산 남구는 냉동창고로 사용되다 방치된 건축물과 부설 주차장 부지를 29억원에 사들여 정밀안전진단과 내진성능 평가용역 등을 마쳤다. 6층 규모의 건물 1층에는 울산공업센터 특정공업지구 기공식 기념관과 기념품 가게가 들어선다. 2층은 공연장 및 연습장, 3층~5층은 음악·미술·공예 등의 예술창작 및 전시 공간, 6층은 방문객 쉼터인 카페테리어로 조성된다. 남구 관계자는 “장생포 예술창작소가 조성되면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관광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역대급 기인’ 공초 오상순

    2004년에 방영된 EBS 드라마 ‘명동백작’은 50~60년대 서울 명동에 모여든 문인, 예술가들의 생활사를 그린 24부작 드라마로, 말하자면 6·25 직후 한국의 문화사라 할 수 있다. 전후에 문인, 예술가들이 왜 그리 명동바닥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는지 이유를 몰랐던 이들도 이 드라마를 보면 비로소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당시에는 전화가 고가품이었다. 갑부급이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할 물건인지라 문인, 예술가들은 명동의 다방이나 술집을 아지트로 삼아, 거기서 원고청탁도 받고 창작 얘기도 나누었던 것이다. 신문사나 잡지사 기자들도 오후 3시쯤 되면 다방으로 전화를 걸거나 아니면 직접 명동 바닥을 뒤지고 다니며 필자를 만나 원고를 청탁하고, 고료 역시 그 자리에서 건네지곤 했다. 그러니 너 나 할 것 없이 가난하던 문인들은 그 돈으로 우루루 술집으로 몰려가 권커니 잣거니하며 토론과 담론으로 밤을 지새웠던 것이다. 그러한 문인들 중에 명동을 특히 사랑하던 소설가 이봉구가 바로 명동백작이란 별명으로 불리었다. 보통 명동에 모여드는 문인, 예술가들은 소설가와 시인, 극작가, 무용가, 가수, 배우 등 수백 명은 좋이 되었고, 그중에는 한국문화계를 이끌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즐비했다. 모나리자 다방, 은성주점 같은 곳이 주요 집결지였는데, 이를 무대로 오상순, 서정주, 김수영, 박인환, 김관식, 전혜린, 이중섭, 이해랑, 김백봉 등등이 날이면 날마다 얼굴을 맞대고 담소를 나누었다.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은 술자리에서 지어진 것으로, 마침 작곡을 하는 김진섭이 그 자리에서 곡을 붙이고, 역시 자리를 같이하던 나애심이 노래를 불러 유명하게 되었다는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다. 박인환은 술에 취하면 술잔을 높이 들고 에디뜨 삐아프의 ‘사랑을 찬가’를 불러대곤 했다. “캄캄한 어둠에 싸이고 세상이 뒤바뀐다 해도 그대가 날 사랑하면 무슨 상관 있으리요”라면서 말이다. 이처럼 로맨티스트였던 박인환과 모던니스트 김수영은 절친이었지만, 기질적으로는 상극이었던 모양이다. 박인환은 김수영에게서 우정을 얻기 위해 애썼지만, 강고한 김수영은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30살에 심장마비로 절명. 김수영은 그보다 10여 년 더 살다가 교통사고로 사망. 어쨌거나 명동에 모여드는 수많은 문인, 예술가 중 역대급 기인을 꼽자면 단연 승려 출신의 시인 오상순(1894∼1963)이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담배를 입에 떼지 않았다는 가공스런 체인스모커. 호는 공초(空超). 우리는 한때 문학사를 배우면서 오상순 호가 꽁초에서 나왔으리라 짐작했다. 근데 알고 보니 골초에서 따온 거란다. “술이라 하면 수주(변영로)를 뛰어넘을 자가 없고 담배라 하면 공초를 뛰어넘을 자가 없다”는 말이 한때 유행어가 되었을 정도라니 알아줄 만하다. 공초는 원래 기독교였는데 나중에 불교로 개종했다. 일본 도시샤 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였다니 당시로서는 드물게 가방끈이 길었음에도 어떤 자리도 맡지 않고 명동 다방에서 담배와 문학에만 정진했다니, 기인이 아닐 수 없다. 평생을 무소유로 살아 생전에 시집 한 권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이봉구가 다방에 앉아 있는 공초를 보니, 웬일인지 담배를 피우지 않고 멀근히 있었다. “아니, 선생님, 왜 담배를 안 피우시죠? 끊으셨습니까?” “끊기는…차라리 목숨을 끊지.” “아, 돈이 떨어지셨군요?” “돈이란 게 늘 떨어지는 것이지.” 이봉구는 얼른 나가 담배 한 보루를 사와 선생에게 건넨다. 공초는 늘 그런 식으로 담배를 이어갔다. 죽을 때도 조계사의 허룸한 헛간방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1963년 제자들에 의해 ‘공초오상순시집’이 간행되었다. 유해는 수유리 북한산 등산길 옆에 안장되었는데, 묘 앞 시비에는 그의 ‘방랑의 마음’ 첫머리가 새겨져 있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魂)’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두 살 된 광주 ACC…42개국 예술가들의 창작 돕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25일로 개관 2주년을 맞는다. 23일 ACC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공연 130건, 전시 55건, 교육 42종, 축제 20건, 행사 45건, 기타(출판, 투어, 공공디자인) 29건 등 모두 321건의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이 가운데 ACC 자체 창작과 제작, 기획 작품은 251건, 초청작품은 70건이다. 아시아성을 담은 콘텐츠는 153건, 글로벌 콘텐츠는 58건, 지역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78건, 국제교류를 통한 콘텐츠는 79건, 대중화를 위한 콘텐츠는 100건에 이른다. 또 42개국 247명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국제교류를 통한 협력과 아시아를 담은 콘텐츠를 담아내는 시도도 했다. 대표 콘텐츠인 아시아 전통오케스트라와 아시아 무용단을 창단하고, 중앙아시아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만드는 아시아스토리텔링 사업, 아시아 창작공간네트워크 행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인도문화제, 베트남 설맞이 축제, 아랍영화제와 아랍문화제, 한·몽·러 문화예술기관 네트워크, 고려인강제이주80주년기념 문화제, 스리랑카 공연 등 아시아 문화 행사도 개최됐다. ‘21세기 대장경 프로젝트- 피타카’를 비롯해 ‘라이트배리어 세 번째 에디션’, 3년이란 대장정의 끝을 장식하고 있는 ‘유라시아 프로젝트 1~3장’, 소리와 레이저로 공간을 만든 ‘노드5:5’ 등 다양한 창작물이 제작됐다. 올해는 처음 아시아 문학페스티벌 등이 펼쳐졌다. 국내 최초로 운영된 전시 테크니션 과정을 비롯해 메이커스 과정, 축제기획자 과정 등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이 밖에 ‘ACC 빅도어 시네마’(비정기), ‘드림나이트’(매년 12월), ‘ACC브런치콘서트’(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ACC아트트레일러’, ‘푸드라운지 쿡 아시아’ 등 대중 대상 행사들도 열렸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둘리 고향 도봉 ‘만화인마을’ 집들이

    둘리 고향 도봉 ‘만화인마을’ 집들이

    아기공룡 둘리가 살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만화인마을’이 생긴다.도봉구는 오는 27일 만화인마을 입주식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만화인마을은 만화인의 주거 안정을 돕고자 만든 수요자 맞춤형 공공주택이다. 입주자는 총 11가구이며 출판만화가 4가구, 웹툰만화가 7가구를 모집했다. 연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공공주택 1층에는 커뮤니티실을 갖췄다. 구 관계자는 “커뮤니티실은 입주자들의 공동 작업, 회의 공간으로 활용 가능해 단순 주거 공간을 넘어 만화예술 창작소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입주식에서는 입주자 소감 발표, 현판 제막식과 함께 입주 작가들의 캐리커처 및 개인 작품 전시회도 함께 열린다. 입주식 이후에는 도봉구·만화인마을 1차 입주자대표 간 ‘만화예술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식’이 진행된다. 이번 협약을 통해 도봉구 만화예술사업 추진과 입주자 재능 협력으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해 나갈 계획이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만화인마을 1차를 시작으로 쌍문동 일대가 많은 문화예술가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으로 변모할 것을 기대한다”며 “만화도시, 문화도시로 변모하는 도봉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홍대앞 라이브클럽 제비다방의 세 번째 앨범

    홍대앞 라이브클럽 제비다방의 세 번째 앨범

    록·재즈 등 다양한 장르 19곡 담아 뮤지션 16팀 25~26일 광흥창 공연 홍대 앞 상수동의 문화공간 제비다방. 카페이자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작은 공간이다. 인근 문화 예술가들이 작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인디 문화의 최전선이 되어 왔으나 점점 상업화 물결에 휩쓸려 버린 홍대 앞에,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이 지난 2012년 인디 뮤지션들을 위해 제비다방이라는 멍석을 깔았다. 1930년대 소설가이자 건축가였던 이상이 운영하며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통했던 다방 제비에서 이름을 땄다.21세기의 제비다방은 홍대 앞 문화 예술가들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동시에 자유롭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찾으며 활동을 이어 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주 네다섯 번, 한 달에 스무 차례 안팎의 라이브 공연을 꾸준히 열고 있다. 홍대 앞 요즘 음악이 궁금하다면 제비다방을 찾아가 며칠 저녁을 죽치고 있으면 될 정도로 공연이 자주 열린다. 자율적으로 공연을 즐기되 창작자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제비다방은 ‘무료입장 유료퇴장’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돈은 고스란히 뮤지션에게 전달된다.제비다방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온 음악인들이 참여한 앨범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2017+2018’이 나왔다. 제비다방은 2015년부터 함께 놀아보자는 취지로 해마다 자체 브랜드 앨범을 발표해 왔다. 이번이 세 번째다. 홍대 앞 라이브 클럽이 자체적으로 앨범을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에는 캡틴락(한경록), 전기성, 권나무, 씽씽, 손지연, 지니어스, 도마, 곽푸른하늘, 이은철, 수상한 커튼, 안홍근, 최고은, 위댄스, 나비, 신나는 섬, 더 모노톤즈, 보은(클라라홍), 플라잉독, 여유와 설빈, 에스테반 등 스무 팀(명)이 참여해 포크, 팝, 록, 재즈, 일렉트로니카 등 다채로운 장르의 열아홉 곡을 새로 만들어 2장의 CD에 담았다. 앞서 2015년엔 11명, 지난해엔 12명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참여도가 유독 높았다.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 중 16팀(명)이 오는 25, 26일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두 조로 나누어 기념 공연을 연다. 2만 5000원. (02)325-1969.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첫째 아이는 의사? 둘째는 기자?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첫째 아이는 의사? 둘째는 기자?

    매년 이맘 때쯤이면 돌아오는 대학수학능력평가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입시험날은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가슴 졸이게 되는 하루입니다. 희한하게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대입의 결과가 취업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이 때문에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우리 아이가 커서 뭐가 될까’하는 생각반 고민 반에 빠져 아이들을 쳐다보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스웨덴 공동연구진이 아이들 출생순서와 대입, 그리고 이후 수입의 상관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통계조사연구소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공동연구진이 아이들의 출생순서와 대학의 전공선택과 관련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사회심리학 및 통계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적 영향력’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자녀가 둘 이상인 스웨덴 가정을 대상으로 1982~1990년에 태어나 2001~2012년에 대학에 입학한 스웨덴 학생 14만 6000명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첫째일수록 의사나 변호사처럼 경제적 보상이 큰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둘째나 셋째 등 나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첫째에 비해 소득이 낮은 직업으로 진출하는 전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공과 향후 직업을 분석한 결과 장기적 소득차이에 대한 상관관계가 무척이나 높았다고 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첫째들이 둘째보다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는 27% 정도 높았고, 셋째와 첫째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54% 가까이 났다고 합니다. 반면 둘째나 셋째 아이가 예술분야를 전공하는 경우는 첫째와 비교해 각각 27%, 36%나 높았다고 합니다. 물론 의사나 변호사보다 수익이 더 높은 예술가들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예술가보다는 의사가 소득이 높기 때문에 비교대상을 이렇게 정했다고 합니다.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단순히 첫째가 둘째보다 공부를 더 잘했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선호도를 형성하는데 성적보다는 가정환경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라는 말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서 문득 외동아들, 외동딸이 많아지고 있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도 의사나 변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많은 뇌과학자와 아동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은 자연을 보며 뛰어놀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도록 하는 것이 뇌발달과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한 곳만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꼭 ○○이 돼야 해’라고 강요하고 다른 사람이 쓰러지지 않으면 내가 쓰러진다는 무한경쟁, 제로섬 게임의 처절한 현장 가르칩니다. 사실 무한 생존경쟁, 각자도생의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과 좌절감, 열패감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과되는 것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전체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단순히 입시 제도만 바꾼다고 약육강식의 동물의 왕국 같은 ‘헬조선’이 사리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나이 든 분들께서는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불편해 하며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 때는 지금보다 더 살기 힘들었다’ ‘세상이 편해져서 그렇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대한민국 현재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경쟁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발전을 위한 적절한 경쟁이 아닌 국가경쟁력을 깎아먹을 정도의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경쟁을 지양하자는 것입니다. 1만원도 안되는 시급을 받으며 힘겹게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들에게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훈계하는 것은 또다른 형태의 폭력입니다. ‘나 때는 그러지 않았다’는 훈계보다는 격려를, 그리고 지금보다 약간만이라도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참, 동물의 왕국이라는 단어는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릴라나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들의 사회도 서로 함께 살기 위해 돕고 양보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와있거든요. edmondy@seoul.co.kr
  • [논현맘 플러스] 삶·문화·공동체 어우러진 공연으로 ‘예술’의 고정관념 깨다

    [논현맘 플러스] 삶·문화·공동체 어우러진 공연으로 ‘예술’의 고정관념 깨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을 따라 강강술래라는 공연예술이 있다면 서울 강남 논현동에는 ‘논타’가 있다. 강강술래가 집 안에만 머물며 밖에 나가기 힘들었던 여인들이 자유롭게 사람들과 어울려 밤새 놀 수 있는 놀이문화라면 논타는 육아에서 학부모, 경력단절의 논현동 엄마들이 ‘삶과 문화, 건강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연문화이다. 그래서 논타는 ‘나의 인생을 즐기면서 잘 가꾸어 나가는 논현동 엄마들의 힐링 난타 동아리’의 줄임말이다. 논타는 10년 전 타악예술을 들고 주민들 속으로 걸어간 사나이, 멀티퍼커션이라 대북연주가라 부르는 정규하(42세) 리듬앤시어터 대표에서 시작됐다.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20길 18’이란 주소가 말해 주듯 이곳은 한신포차의 먹자골목길과 맞닿아 있다. 그 곁으로 교육기관인 논현초등학교, 삶의 터전인 주택가가 이어져 있다. 한마디로 ‘문화 불모지’였던 셈이다. 그렇다 보니 당시는 대학로의 소극장 문화를 강남의 논현동에 그대로 옮겨 ‘문화 오아시스’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100배의 열매를 맺는다’고 했던가. “논현골 동네방네 문화유랑길”이라는 작은 문화축제를 시작으로 그 노력의 결실이 맘마렐라와 ‘논현초등학교 힐링맘 난타’를 탄생시키더니, 지난달 24일 ‘논현1동 어르신 경로잔치’를 거쳐 급기야 지난달 30일 주민 가무악 동아리인 ‘논타’로 발전했다. 이로써 논타는 기능 중심의 예술이 삶의 예술로, 공동체 문화로 확장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됐다. 정규하 대표는 이를 “예술을 주민공동체 속으로 이끌어 삶과 문화의 일체화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 대표는 “특별한 것을 해야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라며 “예술은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둥. 두둥. 두둥 둥. 둥~’ 대북의 울림소리가 강남의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공동체 예술혼을 깨우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멀티퍼커션, 대북연주자로 소개돼 있습니다. -대학에서 클래식 타악과 국악 타악을 전공했습니다. 그 후 다양한 음악적 표현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타악적 무대공연을 연출하다 보니 붙은 이름입니다. 특히 제가 국악 타악기와 월드 퍼커션을 응용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악기를 제작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퍼커션 연주를 해 온 것도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또 멀티퍼커션 연주자로 소개된 것은 2013년 송강 정철 선생님의 관동별곡을 모티브로 한 타악 퍼포먼스 공연에 ‘관동대북’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대북과 관동대북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대북은 이 세상 모든 타악기의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태고의 악기이자 인간의 심장 소리와 가장 흡사한 원초적 악기입니다. 대북은 소리 나는 것이 딱 두 개 뿐이 없습니다. 대북은 가죽소리와 테소리죠. 머리가 아니고 가슴으로 쳐야 하는 악기죠. 사실 심장 소리에는 악보가 없죠. 가장 단순하면서 어려운 악기라고 생각됩니다. 관동대북은 소나무와 소가죽으로 만든 한국의 대표적인 타악기인 모듬북 16대 등 총 46개 타악기 세트를 말합니다. 제가 2013년 ‘관동별곡’ 공연을 위해 관동의 절경을 이미지화해 제작했습니다. 관동대북은 한국적 북소리와 쇳소리, 그리고 현대적인 타악기를 이용한 세계 유일의 멀티테스킹 퍼커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멀티퍼커션 연주자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북과 대표께서 직접 제작한 관동대북 이 둘을 모두 연주하는 연주자란 말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서울 강남에 ‘리듬앤시어터 소극장’을 개설해 운영한 지 10주년입니다. 취지와 소감은 어떻습니까. -‘리듬앤시어터’는 극단의 이름이자 소극장의 이름입니다. 타악이란 음악에 연극이란 장르를 합해 새로운 타악 퍼포먼스 장르를 개척해 보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 ‘리듬앤시어터’입니다. 10년 전 리듬앤시어터 소극장을 강남의 논현동에 열 때는 ‘강남의 문화 오아시스’를 목표로 개척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논현동으로 그대로 옮긴다는 것이었죠. 이후 공감하고 공유하는 예술, 지역공동체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지역공동체라면 무엇을 말하는가요. -지역공동체의 기본 정신 중 대표적인 것이 자발성과 협동성인데요, 논현동 주민들, 육아로 경력단절 된 엄마들과의 교류입니다. 2012년 첫 만남이 시작됐는데요, 엄마들이 저희 ‘논현소극장’을 직접 찾아오신 것이죠. 문화적 갈증을 자발적으로 직접 해결해 보자는 발걸음이었던 거죠. 그렇게 한 분 두 분이 모여 3년전 맘마렐라라는 모임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논현소극장이 위치한 주변이 워낙 상업지구로 발전한 곳이다 보니 ‘문화, 특히 공연문화’가 전무하다시피 하거든요.→리듬앤시어터가 ‘강남의 문화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군요. -자발적으로 모였던 논현동 엄마들이 리듬앤시어터오아시스가 아닌 ‘논현동 문화 오아시스샘물’을 스스로 파던 겁니다. 모든 것이 맘마렐라 엄마들의 역할 덕분입니다.→논현동 문화 오아시스이라면 무얼 말씀하시는 건가요. -리듬앤시어터 논현소극장이란 공간적 제약성을 벗어난 것이죠. 맘마렐라라는 소규모 모임에서 더 많은 논현동 엄마들이 주축이 돼서 자발적으로 결성한 문화동아리인‘논타’입니다. 논타가 뭐냐고 엄마들에게 물으니 ‘나의 인생을 즐기면서 잘 가꾸어 나가는 논현동 엄마들의 힐링 난타 동아리’란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육아로 경력단절 된 엄마들이 스스로 나서 자신들의 ‘문화 향유권, 행복추구권’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그래서 논타는 북만 두드리는 게 아니고 결혼 전 익혔던 피아노, 비올라, 춤, 노래. 기획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엄마들이 북소리와 가무악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가는 소통의 두드림입니다.→‘논타’가 만들어지는 데는 대표님뿐 아니라 논현초등학교의 역할도 상당했다고 들었습니다. -논현초등학교 역할이 결정적입니다. 나야 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니까 해야 할 당연한 뒷받침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논현초등학교는 다릅니다. 특히, 올해 3월 새로 부임한 이순임 교장선생님과 학부모회의 김유경 회장님, 김정화 부회장님과 윤영주 감사님 등 엄마들이 힘을 합쳐 2017년을 ‘힐링 맘의 해’로 정하고, 강남교육청 사업으로 ‘힐링 맘 난타’란 학부모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 겁니다. 이에 따라 ‘논현초 힐링맘 난타’는 강남교육청의 예산지원을 받아 지난 6월 12일부터 9월 25일까지 운영됐는데, 저는 강사로 참여했습니다. →‘논현초 힐링맘 난타’가 경로잔치에 초대돼 무대공연을 했다지요. -지난달 24일, 논현1동 어르신 경로잔치가 있었습니다. 4개월 10주 동안 동아리 활동으로 익힌 솜씨로 어르신들을 위한 무대공연을 했었죠. 얼마전 타계하신 한국무용의 명인이신 이매방 선생님의 승무북가락을 열심히 익혀서 15명의 학부모가 우리 전통 가락의 멋스러움과 열정을 한껏 발산하셨죠. →동네 주민들, 엄마들과 어울려 문화공연을 하신 분이 거의 없잖아요. 감동이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예술을 주민공동체 속으로 이끌었다’는 제 나름의 거창한 느낌입니다. ‘주민문화공연’은 동네 주민이자, 엄마들과 소통한 경험만이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이 경험이 아니면 절대로 못 해요. 동네 엄마들이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무대에 올라 문화공연을 한다는 것은 삶과 문화, 공연이 공동체화된다는 것을 말하잖아요. 그것도 서울 강남의 엄마들이잖아요. 사실 얼마 전까지 제게 문화와 예술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말하자면 예술인이라는 특별한 존재가 일반인을 상대로 예술성을 불어 넣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거예요. ‘내면의 본질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 전에는 제가 갖는 기능적 우월성으로 보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삶을 통해 바라본 예술은 예술가나 일반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주민들, 엄마들을 만나 작품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거죠. ‘특별한 것을 해야 예술이다’고 하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영등포공고 난타 동아리 ‘리듬앤스쿨’의 지도 경험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등포공고의 난타 동아리는 학창시절 은사님인 한국희 선생님의 제안으로 질풍노도의 시기에 방황하는 후배들을 위해 2009년도에 결성됐습니다.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가정과 학교 상의 문제로 학업을 중단하려는 학생들을 적극 참여시켜, 그들이 북을 치며 스트레스를 풀고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으면서 자신감과 존재감을 배워나갔습니다. 두드림이 북에서 자아로 옮겨진 거죠. 불만과 원망이 정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세상에 재밌는 일이 많다는 것’, ‘꿈과 이상이 생겼다는 것’들을 깨닫기 시작한 거죠. 9년 동안의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학교에 계신 많은 선생님과 선후배 공연 예술가들의 도움으로 학생과 교사, 지역주민 그리고 예술가 등 100여명이 함께 만드는 매력적인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직업학교라는 교육부의 매직사업에 선정되어 지역문화교류라는 형태로 새로운 형식의 문화 공연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12월 21일, 2017년도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애들은 가라던 방학천 일대 애들도 즐기는 예술촌 변신

    애들은 가라던 방학천 일대 애들도 즐기는 예술촌 변신

    김수영문학관·간송 가옥 연계한 ‘한글문화거리’로 “변변한 작업 공간이 없어 2년마다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드디어 안정적인 공간이 생겼습니다.”(‘꿈꾸는 터’ 대표)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창업할 수 있게 됐습니다.”(‘보옴밤’ 대표)일명 ‘방석집’이라고 불리는 퇴폐 업소가 즐비하던 서울 도봉구 방학천 일대가 청년 작가들을 위한 예술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13일 현장을 찾아가 보니 문을 닫은 유흥업소 자리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예술촌에서 방학천을 따라 25분쯤 걸으니 김수영문학관이 나왔다. 그곳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세종의 둘째 딸인 정의공주 묘가 있고 다시 10분 정도 걸으니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켜 낸 간송 전형필 선생 가옥이 나왔다. 도봉구는 이런 문화 자원을 모티브로 해 청년 작가들을 위한 예술촌을 ‘한글문화거리’라고 이름 붙였다. 한글문화거리 사업은 방학천 일대의 슬럼화를 방지하기 위해 합동단속으로 문을 닫은 유흥업소를 구에서 직접 임대해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공방거리로 만드는 도시재생사업의 이름이기도 하다. ●5년간 임대료 동결·물품구매 비용 등 입주 작가 지원 앞서 도봉구는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13명의 입주작가를 모집했다. 이 중 4곳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입주를 완료했고 9곳은 이달 중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들어올 예정이다. 선정된 작가들에겐 최대 1780만원의 리모델링 비용, 최대 620만원의 물품구매 비용, 그리고 6개월간의 임차료(월 최대 50만원)를 입주 면적에 따라 지원한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기 위해 건물주와 계약 시 임대료는 동일한 기준(㎡당 1만 6000원)으로 5년간 동결했다. 입주 작가들은 칠보공예, 목공예, 캐릭터디자인, 판화디자인, 반려동물가구, 창작미술, 도자기공예, 가죽팝아트, 유리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집됐다. 한글문화거리에서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꿈꾸는 터’의 백현모(34) 대표는 “항상 다른 업체들과 함께 공간을 쓰다 보니 나만의 공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이 공간을 활용해 영상, 인터뷰도 찍고 강연은 물론 독립서점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리를 지나는 지역주민들이 우리 덕에 이곳이 밝아졌다며 고마워하신다”며 “지역 어르신, 청소년들과 어떻게 하면 접점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작가들 “일일 예술 강좌 등 통해 주민과 소통할 것” 인쇄출판물, 초대장, 현수막 등을 디자인하는 조성경(25) 보옴밤 대표는 “꿈에 그리던 작업 공간이 생겼다”며 “처음 창업하는 거라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구에서 6개월 동안 월세를 지원해 주고 주변에 함께 있는 젊은 작가에게 자문할 수 있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주민들이 거리를 지나다가 종종 들러 ‘죽은 동네를 활기차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도리어 우리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일일 예술 강좌 등을 통해 주민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글문화거리가 탄생하기까지 여러 공공기관의 협업이 있었다. 도봉구, 도봉경찰서,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은 이 지역의 유해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 4월 단속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유흥음식점 이용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단속 전담팀인 보건위생과 위생지도팀을 신설해 야간에도 합동단속을 했다. 그 결과 31곳의 유흥업소 중 현재는 1곳만 남은 채 모두 문을 닫았다. 남은 1곳도 15일에 폐업하고 카페로 바뀔 예정이다. ●區, 유흥업소 영업주엔 창업교육 등 전업 도와… 폐업한 15곳 직접 임대 기존 영업주에 대해서는 전업과 구직을 도왔다. 전업 희망자에 대해서는 도봉구 일자리경제과에서 추진하는 창업교육, 창업자금 신청을 안내하고 구직 희망자에게는 도봉구 일자리센터 구직등록 및 직업훈련이 이루어지도록 연계했다. 구는 4억 1800만원을 확보해 유흥업소가 폐업한 15곳을 구에서 직접 임대했다. 방학천 일대의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둡고 침침했던 하천 주변 벽은 지역 작가들이 밝은 색상의 벽화를 그리면서 생기를 되찾았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주택가에 유흥업소가 밀집돼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이 한글문화거리 사업으로 인해 주민과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문화거리로 재탄생됐다”며 “도로포장, 야간조명 설치 등 경관 개선 사업도 함께 진행해 누구든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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