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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월과 육사에 함께 취한 남북…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소월과 육사에 함께 취한 남북…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을 태운 공군 1호기는 ‘ㄷ’ 자의 서해 직항로 경로를 좌석 앞 모니터에 정확하게 펼쳐 보였다. 나는 비행기의 머리가 항로를 따라 시시각각 순조롭게 순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공항에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봄에 평양 근교 역포구역에 어린이사과농장을 만들기 위해 다녀온 뒤로 10년 만의 방북이었다.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 환영 나온 시민들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서서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만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남녀가 따로 없었고 노소가 따로 없었다. 버스 안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홍준 교수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죠?” 차 감독의 눈자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이 나야 정상이지.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 버려요. 아무 걱정 말고 울어 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 교수도 눈가를 훔쳤다.서로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남과 북의 시민들이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우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울어 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밥을 버느라, 통장의 잔고를 늘리느라, 오로지 내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비즈니스를 위한 일에 매달리느라 울어 볼 날이 없었다. 고려호텔 2층 뷔페의 메뉴 중 하나로 나온 돌목어식해는 처음 먹어 보는 북쪽 음식이었다. 널리 알려진 가자미식해와 모양과 빛깔은 비슷했으나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돌목어는 도루묵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봤다. 북측 접대원에게 물어도 그는 도루묵을 모르고 나는 돌목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걸 입에 넣고 씹으면 비리지 않은 쫄깃한 생선회를 씹는 느낌이 났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퀴퀴하고 들척지근한 맛도 없었다. 부드럽고 몰캉한 생선 식해에다 흰 밥을 먹는 것으로 평양 일정은 시작됐다.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 김형석 작곡가, 차범근·현정화 감독,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박종아 평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주장, 에일리·알리·지코 같은 가수들, 마술사 최현우는 소형버스 14호차를 함께 타고 다녔다. 우리 일행이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한 직후 북측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에서 내렸다. 리설주 여사는 병원 관계자들과 30분 가까이 병원 입구에 꼿꼿이 서서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깍듯하게 모시듯 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동병원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수행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가까이에서 악수하면서 잡은 리설주 여사의 손은 연약하고 따뜻했다. 저녁에 평양대극장에서 ‘2018 평양 수뇌회담 환영공연’이 열렸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할 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함께 ‘만세’ ‘만세’를 입 모아 외쳤다. 김 위원장이 손짓으로 제지를 해도 그 웅장한 소리는 끝이 없었다. 최고지도자를 향한 그 존경심의 표현은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극적이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북쪽 노래와 남쪽의 노래를 섞어 진행됐다. 남쪽 가요 중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침이슬’ ‘흑산도 아가씨’와 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북한식 편곡과 연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던져 주었다. 공연에 등장한 배우들의 한복 디자인은 현재 남쪽의 한복 디자인과 거의 비슷했다. 공연의 절정 부분에 한돌이 작사하고 작곡한 ‘홀로아리랑’이 배치됐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가는 길이 순조롭고 반듯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남북을 가로막기도 하고 우리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평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내를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밝고 자신감이 넘쳤고, 여성들의 옷차림도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어떤 젊은 여성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휴대폰(손전화)을 계속 들여다보며 거리를 걸어갔다. 저녁 환영만찬이 목란관에서 열렸다. 이 연회의 차림표를 여기 북한 표기대로 적는다. 백설기, 약밥,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생채, 상어날개야자탕, 백화대구찜, 자신소심옥구이, 송이버섯 편구이와 볶음, 흰 쌀밥, 송어국, 도라지 장아찌, 오이숙장과, 수정과, 유자고, 강령록차김정숙 여사는 첫날 환영만찬에서 ‘동무생각’을 불러 왕년의 솜씨를 뽐냈다. 우리 14호차의 안내를 맡은 여성 두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었다. 탁아소에 아기들을 맡기고 나온 이들 중 한 사람은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녀는 소월과 육사의 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한번 들여다봤다. 뒷면에 ‘평양’이라고 적혀 있는 이 핸드폰의 앱에는 체계관리(설정),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류경바둑, 별찌까기와 같은 게임이 들어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평양 방문은 우리에게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된 여행이었다. 혹시나 진동이 울리나 싶어 무의식적으로 양복 안주머니 쪽으로 손이 간다는 분도 있었다. 9월 19일. 방북 이튿날 일정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점심 때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장에 도착하자 남북 공동선언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큰 숙제를 끝낸 듯 표정이 밝아 보였다. 평양을 방문한 수행단보다 남쪽의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생생하게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옥류관 오찬으로 나온 음식은 평양냉면뿐만이 아니었다. 잉어달래초장무침, 자라탕, 송이버섯볶음 등이 맛있었다. 나는 냉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반 그릇을 더 먹었다. 평양에서 각 장르의 미술가들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만수대창작사를 들르는 일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감자꽃 필 때’라는 제목의 유색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큰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림 값을 깎는 ‘가격투쟁’에는 실패했다. 대동강의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경기장 반대편 ‘배경대’는 1만 749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됐다고 했다. 남과 북의 양 정상들이 경기장에 막 도착했을 때 15만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환호하는 소리를 상상해 보라. 대규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거의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집단체조 ‘아리랑’의 일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이 수만 명의 청년학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졌다. 공연은 북한식 집단주의가 역사적 경험과 만나면서 어떠한 예술적 영향력을 생산하는지 웅장하게 보여 주었다. 평양 방문단이 백두산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9일 밤 9시쯤이었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에 우리는 들뜨기 시작했다. 방한복을 싣고 공군 2호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온다는 말도 들렸다. 공군 1호기 조종사는 삼지연비행장의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미리 떠났다고도 했다. 젊은 가수들이 하나같이 말했다. “대박!” 새벽 1시쯤 잠이 든 나는 4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평양 거리는 불을 켠 곳이 별로 없었다. 5시 30분 비행장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렸다. 그때 버스 창문으로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평양 시민들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연도에 줄지어 서 있었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환송 열기는 그에 못지않아 보였다. ‘뭉클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급히 공수해 온 방한복이 두 벌씩 지급됐다. 기자도, 그룹 총수도, 노동자도, 학생도, 성직자도, 교수도,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하나같이 점퍼로 중무장을 마쳤다.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따로 수속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표도 없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고려항공에 탑승해 빈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듯이 말이다. 7시 40분 평양에서 한 시간을 날아가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에 가본 이후 13년 만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삼지연의 공기는 서늘한 가을이었다. 우리는 한두 달 앞당겨 가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어디 보자기에도 싸갈 수 없는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의 길은 32㎞다. 모든 길의 양쪽 갓길에 이끼를 깔아 남과 북의 양 정상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테두리도 대리석으로 새로 단장했고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장군봉 정상까지 SUV 차량으로 올라간 수행원들도 있었고, 두 정상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삭도를 타고 생전 처음 천지 물을 손에 적시는 행운을 누렸다. 꽃은 졌지만 잎이 푸르게 남아 있는 만병초 잎사귀 하나를 따서 수첩에 끼워 넣었다. 두메양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절초로 짐작되는 식물의 씨앗을 나는 은밀하게 봉투에 넣었다. 숲에서 발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손가락 길이만 한 가문비나무 어린 새싹을 살짝 뿌리째 뽑아 들었다. 아름드리나무가 내 수첩 속으로 들어왔다. 평양도 백두산도 이제 먼 길이 아니다.
  • 갤러리처럼 예술 입은 호텔… 호캉스族 사로잡다

    갤러리처럼 예술 입은 호텔… 호캉스族 사로잡다

    취향 저격 ‘가치소비’ 트렌드 대세 유명 디자이너 설계·예술작품 장식 파격적인 실험으로 틈새시장 공략 강남·홍대 등 지역 고유한 분위기 살려 中 의존 벗고 새 고객 확보 대안 떠올라국내 호텔업계가 최근 잇따라 부티크 호텔을 문 열면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호텔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데다, 최근 뚜렷한 취향을 갖고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호텔업계로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티크 호텔이란 일반적으로 특급 호텔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인테리어나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서비스, 운영 방식 등이 독특하고 고유한 콘셉트를 가진 호텔을 말한다.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로비와 객실 등 시설물과 각종 문화 콘텐츠 등 색다른 경험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다. 부대시설을 최소화한 대신 편리한 교통편과 표준화된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편의성을 극대화한 비즈니스 호텔과 대비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호텔 그룹인 아코르호텔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알코브 호텔 서울’을 개장하고 처음으로 국내에 부티크 호텔을 선보였다. 승가헌이 개발 및 브랜딩을 총괄했고, 아코르호텔과 국내 앰배서더호텔 그룹이 합자한 호텔 운영 전문기업 ‘아코르앰배서더코리아’가 운영을 맡는다. 7가지 종류의 객실 108개와 야외 테라스 등 개별 공간을 마련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선정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특징이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최신 유행의 콘셉트를 지양하는 대신 좋은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개별 정원에서 미국식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아메리칸비스트로를 표방한 레스토랑 ‘살마나자르’를 비롯해 루프톱에 위치한 ‘클럽 리밋’, ‘블루우드 하우스 라운지 앤 바’ 등 5개의 식음료 업장을 갖췄다. 알코브 호텔 서울의 개발을 맡은 승가헌 관계자는 “호텔과 부대시설 모두 첨단 유행이 아닌 단골 고객들이 오랫동안 찾을 수 있는 ‘편안한 아지트’를 목표로 구성했다”고 말했다.신세계그룹도 지난 7월 서울 중구 퇴계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바로 옆에 첫 독자 브랜드인 ‘레스케이프’를 문 열면서 부티크 호텔 시장에 야심 차게 뛰어들었다. 이미 개장 약 2개월 만에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명소로 자리잡았다는 평이다. 레스케이프는 프랑스 파리에서 영감을 얻은 국내 최초의 어번 프렌치 스타일 부티크 호텔이다. 유명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가 설계한 호텔 객실은 19세기 귀족 사회를 본떴다. 모두 204개 객실 중 스위트룸이 80개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또 객실마다 다른 무늬의 고급 실크 자수 벽지와 낮은 조도의 조명, 꽃문양의 캐노피 장식, 고풍스러운 가구를 배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했다. 식음료 업장도 전 세계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6층에 마련된 메인 중식당인 ‘팔레드 신’에서는 홍콩 최고의 모던 차이니즈 레스토랑 ‘모트 32’의 딤섬과 베이징덕 등 시그니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또 호텔 최상층인 26층에 위치한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는 세계적인 레스토랑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늘 변화하는 미식 플랫폼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첫 번째 파트너로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위치한 뉴욕 대표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더 모던’과 손을 잡았다.이 밖에도 호텔롯데는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를 표방하는 ‘L7’이 순항 중이다. 서울 명동과 강남에 이어 지난 1월에는 홍대에 3호점을 열었다. L7 홍대는 지역별 고유한 분위기를 살리고자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즐길 수 있는 젊음과 자유분방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그 일환으로 호텔 곳곳에 홍대 일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배치했고, 루프톱 바 ‘플로팅’과 수영장을 통해 유명 뮤지션의 공연 및 디제잉 파티를 진행하는 등 홍대 지역의 놀이 문화를 호텔로 들여왔다. 또 국내 최대 규모의 ‘라인프렌즈 L7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가 입점했으며,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 ‘피프티 피프티’, 가상현실(VR) 테마파크 ‘히트브이알’ 등 이색 매장들도 들어섰다.세계적인 글로벌 호텔 기업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도 홍대 지역에 자리잡은 부티크 호텔이다.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들어선 이 호텔 역시 홍대의 지역적 특색인 청년 문화와 예술을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호텔 인테리어 디자인에는 독일 베를린의 소호 하우스의 설계를 맡은 세계적인 디자인 건축 기업 ‘미켈리스 보이드’가 참여했다. 또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매칸’, 설치미술가 ‘박여주’, 사진작가 ‘로랑 세그리셔’, 페인팅 아티스트 ‘찰스 문카’ 등 개성이 뚜렷한 국내외 예술가들이 직접 4개의 아티스트 스위트룸의 디자인에 참여해 각각의 객실이 독립된 예술 작품이 되도록 꾸몄다. 이 밖에도 스트리트 패션 편집매장인 ‘웍스아웃’, 신진 작가들의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아라리오 갤러리’,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베이커리 카페 ‘타르틴’ 등이 입점했으며, 루프톱에는 청담동 바 ‘르 챔버’의 국내 최정상 바텐더와 협업한 ‘사이드 노트 클럽’이 들어섰다. 이처럼 업체들이 부티크 호텔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5성급 특급호텔과 가성비가 높은 비즈니스 호텔로 양분된 기존의 호텔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191개(객실 2만 9828개)였던 서울 시내 호텔 수는 지난해 399개(객실 5만 3453개)에 달하는 등 큰 폭으로 늘었다. 절대적인 공급이 늘어난 만큼 독특한 콘셉트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부티크 호텔이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여기에 최근 ‘호캉스’ 문화가 발달하면서 도심 호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보편화되면서 세분화된 고객의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고유한 콘텐츠 개발이 절실해졌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호텔·관광업계에서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지만,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등을 겪으면서 업계에서도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부티크 호텔은 내국인 고객뿐 아니라 미주·유럽국가 관광객들에게도 선호도가 높아 다양한 고객층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돌아오지 못한 ‘비운의 책’ 그 위대함과 위로 만나볼까

    돌아오지 못한 ‘비운의 책’ 그 위대함과 위로 만나볼까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는 지구촌에 현존하는 금속활자로 찍은 인쇄물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서양의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섰다. 활자 인쇄술의 발명은 정보의 빠른 전파를 통해 중세적 사고를 근대적 사고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힌다. 유네스코는 그 가치를 인정해 2001년 9월 4일 직지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다음달 1일부터 21일간 펼쳐지는 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은 직지의 위대함을 세계인과 공유하는 행사다. 글로벌 축제답게 수준 높은 전시, 학술, 강연, 체험, 공연 등이 풍성해 눈과 귀가 심심할 틈이 없다. 행사 기간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총회도 열린다. 직지는 100여년 전 헐값에 팔려 프랑스로 건너가 돌아오지 못하는 ‘비운의 책’이지만 청주의 직지 사랑은 뜨겁다.●책속에 담긴 자기 수양과 치유 속으로 26일 청주시에 따르면 이번 행사의 주제는 ‘직지, 숲으로의 산책’이다. 직지와 숲은 다소 생뚱맞은 조합 같아 보이지만 직지의 속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직지의 저자는 고려 말 승려 백운화상이다. 그는 공부하기 위해 중국 원나라에 갔다가 귀국하면서 스님 석옥청공에게 ‘불조직지심체요절’이란 책을 받아 왔다. 이 책은 부처 등 이름난 승려들의 말씀이나 편지 등에서 마음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모아 석옥청공이 정리한 책이다. 우리가 아는 직지는 백운화상이 불조직지심체요절을 보완, 수정한 책이다. 그래서 직지의 풀네임이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백운의 제자였던 석찬과 달잠은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펴기 위해 묘덕의 도움을 받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직지를 간행했다. 직지코리아 조직위원회는 직지의 내용을 주목했다. 현대인들이 자기 수양과 힐링을 위해 숲을 찾듯이 고려시대 사람들은 직지를 읽지 않았을까. ‘직지’와 ‘숲’은 이렇게 하나가 됐다. 조직위는 직지의 내면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메인 무대인 청주예술의전당 광장에 ‘직지숲’을 조성한다. 위로와 치유의 공간이다. 세계적 설치미술가인 한석현 작가가 버려진 목재를 활용해 18m 높이로 만든다. 숲 안에는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의 정원’이 꾸며진다. 직지가 간행된 해(1377년)를 기념해 시민들에게서 기증받은 1377권의 책으로 만든다. 행사 종료 후 이 책들은 작은도서관과 사회복지시설에 기부될 예정이다.●1377년 간행 기념한 1377권 ‘책의 정원’ 직지코리아의 한 축인 전시는 크게 주제전시와 기획전시로 나뉜다. 주제전시관은 수백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곳이다. 백운화상과 직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주자라는 큰 역할을 한 묘덕의 의복을 재현한다. 백운화상의 초상화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백운화상은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잘 알려지지 못했으나, 최근 충남 청양군 장곡사에서 그의 친필이 발견되는 등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직지를 세상에 알린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직지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최초로 알린 박병선 박사, 직지 활자를 처음 복원한 오국진 금속활자장, 사이버외교사절단으로 불리며 직지세계화운동을 전개하는 반크 등이 소개된다. 또한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초대 주한 대리공사로 부임해 우리나라에 근무하면서 직지 등 고서와 문화재를 수집해 프랑스로 건너간 콜랭 드 플랑시도 소개된다. 이후 직지는 1911년 경매를 통해 주인이 앙리 베베르로 바뀌었다가 195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안승현 직지코리아 홍보마케팅부장은 “직지와 관련된 인물들을 스토리텔링 전시로 풀어냈다”며 “이들을 통해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전시는 직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다른 나라들의 세계기록유산을 모았다. 데스멋 컬렉션은 네덜란드 최초의 영화배급자인 장 데스멋이 1907년에서 1916년 사이 전 세계에서 제작된 900편 이상의 35㎜ 영화 필름과 원본 포스터, 홍보물 등을 수집한 것이다. 그림 형제가 만든 ‘그림 동화’는 종교 혁명의 시초가 된 루터의 성서에 버금갈 정도로 독일 문화사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배포된 책이다. 인류 최초로 유럽과 동양의 모든 전통 동화를 체계적으로 편집하고 과학적으로 기록했다. ‘솜 전투 필름’은 1916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 간의 치열했던 솜 전투를 기록한 영상이다. 전쟁 준비와 전투 초기단계가 흑백의 35㎜ 무성필름에 담겼다. 약 70분 분량이다.‘직지로드’라는 전시공간도 꾸며진다. 이곳에는 1333년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전시된다. 이 편지는 고려와 서양 간의 교류 가능성을 높여 주는 자료다. 고려의 금속활자기술이 구텐베르크 인쇄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직지코리아의 또 다른 축은 공연과 체험이다. 지난 행사보다 기간이 3배 가까이 길어진 만큼 주제에 걸맞은 공연과 프로그램이 넘친다. 청춘들의 고민을 나누는 토크 청춘콘서트, 음악과 차, 명상이 어우러진 다도가 있는 음악회, 고려의상 패션쇼, 젊은이들이 밴드와 함께 금요일 밤을 즐길 수 있는 Rock&Night, 고려 장터를 재현해 당시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고려 저잣거리 등이 마련된다. 색모래를 이용해 도로 위에 그림을 그려 보는 그라운드아트, 차 없는 거리에서 지역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아트나잇 청주, 고려시대 금속활자 조판임무를 담당하던 군자장의 역할을 놀이로 만든 직지조판놀이, 직지를 맛으로 표현하고 즐겨 보자는 의미로 문자와 먹거리를 결합한 직지콜라시옹도 즐길 수 있다.●전 세계 인쇄문화 전문가 참여 학술회의도 세계인쇄문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들도 속속 열린다. 직지코리아 개막일에는 전 세계 인쇄문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세계인쇄박물관협회(IAPM)를 창립하기 위해서다. 세계 50여국의 80여개 인쇄박물관, 인쇄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2일과 3일 이틀간 학술회의를 갖고 기록유산과 인쇄문화의 보존, 지식정보발전을 위한 프로젝트 등을 논의한다. 김천식 직지코리아조직위 사무총장은 “세계 인쇄박물관 정보공동체인 IAPM 출범식 개최로 청주는 세계적인 기록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개막식 때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 열려 개막식에서는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올해 수상자는 아프리카 이슬람 문서보존을 위해 힘쓴 비정부기구(NGO) 단체인 아프리카 말리의 ‘사바마-디’(SAVAMA-DCI)로 결정됐다. 사바마-디는 아프리카 말리 북부지역이 알카에다 연관 무장단체에 장악돼 많은 유적과 문서가 손실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말리의 ‘알 왕가리 도서관’ 등에 소장된 600여건의 문서를 디지털화했다.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2001년 제정된 이 상은 기록유산의 보전·연구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유네스코가 2년에 한 번씩 주는 상이다. 수상자에게는 3만 달러가 상금으로 전달된다. 역대 직지상 수상자들이 모여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기록문화 발전을 위해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인 ‘직지상2.0라운드테이블’도 열린다. 직지코리아 입장료는 성인기준 사전 예매 6000원, 현장 판매 8000원이다. 직지코리아는 정부 공인 국제행사로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당시 수행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안도현 시인이 서울신문에 당시 감동을 담은 기행문을 보내오셨습니다. 안 시인이 보고 느꼈던, 그리고 언론 매체에선 볼 수 없었던 정상회담 이면의 이야기들을 원문 그대로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한 북한의 풍경들을 함께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을 태운 공군 1호기는 ‘ㄷ’자의 서해 직항로의 경로를 좌석 앞 모니터에 정확하게 펼쳐보였다. 이른 새벽 해 뜨기 전에 잠을 자지 못하고 나선 길이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비행기의 머리가 항로를 따라 시시각각 순조롭게 순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공항에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봄에 평양 근교 역포구역에 어린이사과농장을 만들기 위해 다녀온 뒤로 10년 만의 방북이었다. 순안비행장이라 불리던 평양국제비행장 청사는 현대식 건물로 면모를 완전히 바꿨고, 의장대와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의 함성이 귓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차범근도, 유홍준도…벅찬 감동에 “왜 이렇게 눈물이” 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서서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만 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남녀가 따로 없었고 노소가 따로 없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천천히 움직였고 우리는 시민들의 진심 어린 표정 하나하나를 가까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버스 바깥도 버스 안도 만남의 감격의 출렁거렸다. 선두에서 남북 정상은 정상끼리, 행렬 뒤쪽에서 같은 동포인 우리는 우리끼리 만나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홍준 교수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죠?” 차 감독의 눈자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이 나야 정상이지.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버려요. 아무 걱정 말고 울어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 교수도 눈가를 훔쳤다. 서로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남과 북의 시민들이 썬팅 처리된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우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울어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밥을 버느라, 통장의 잔고를 늘리느라, 오로지 내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비즈니스를 위한 일에 매달리느라 울어볼 날이 없었다. 누군가가 눈물 타령한다고, 감상적이라고 또 이죽거린다고 해도 평양에서는 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공식수행원들의 숙소는 백화원초대소, 특별수행원들의 숙소는 고려호텔이었다. 오랜만에 들어선 고려호텔은 별다른 장식 없이 조용히 낡아가고 있었다. 1인 1실로 배정된 방에는 사과, 배, 귤, 바나나로 구성된 과일 한 접시와 과자, 사탕, 껌이 담긴 접시 하나가 ‘당신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내게 재떨이는 또 반가운 선물이었고. 호텔 창밖으로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희뿌연 연기가 솟아올라 평양 시내 상공을 뒤덮고 있었다. 호텔에서 가까운 평양역 구내로 화물차와 전철이 쉼 없이 오가는 게 보였다.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호텔 2층 뷔페식당의 메뉴 중 하나로 나온 돌목어식해는 처음 먹어보는 북쪽 음식이었다. 널리 알려진 가자미식해와 모양과 빛깔은 비슷했는데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돌목어는 도루묵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봤다. 북쪽 접대원에게 물어도 그는 도루룩을 모르고 나는 돌목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걸 입에 넣고 씹으면 비리지 않은 쫄깃한 생선회를 씹는 느낌이 났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퀴퀴하고 들척지근한 맛도 없었다. 부드럽고 몰캉한 생선 식해에다 흰 밥을 먹으면서 나는 1930년대 후반 시인 백석을 떠올렸다. ●김정숙 여사 ‘영부인 외교’ 동행한 리설주 여사 ‘깍듯한 환대’ 인상적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 김형석 작곡가와 같은 문화예술계 인사, 차범근·현정화 감독,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박종아 평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주장 등 체육계 인사, 에일리·알리·지코 같은 가수들, 마술사 최현우는 소형버스 14호차를 함께 타고 다녔다. 14호차 일행이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한 직후 북쪽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에서 내렸다. 리설주 여사는 병원 관계자들과 30분 가까이 병원 입구에서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정장 차림에다 하이힐을 신고 부동자세에 가까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깍듯하게 모시듯 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 국가의 지도자이기 전에 젊은 부부가 웃어른을 모시는 우리의 전통 예절을 잊지 않으려는 자세가 분명했다. 아동병원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수행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가까이에서 악수하면서 잡은 리설주 여사의 손은 연약하고 따뜻했다. 이어서 김원균 음악종합대학을 방문했다. 김원균은 북한의 국가와 ‘김일성장군의 노래’ 등을 작곡한 사람으로 북한 정권 초기 앞장서서 음악으로 ‘혁명과업’을 수행했다. 저녁에 평양대극장에서 ‘2018 평양 수뇌회담 환영공연’이 열렸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할 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함께 ‘만세’ ‘만세’를 입 모아 외쳤다. 김 위원장이 손짓으로 제재를 해도 그 웅장한 소리는 끝이 없었다. 최고 지도자를 향한 그 존경심의 표현은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극적이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북쪽 노래와 남쪽의 노래를 섞어 진행되었다. 남쪽 가요 중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침이슬’ ‘흑산도 아가씨’ ‘그대 없이는 못 살아’와 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북한식 편곡과 연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던져주었다. 남쪽의 대중가요를 선곡한 것도 모두 남쪽 손님들에게 예를 갖추기 위한 거라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그렇지만 나는 귀에 익숙한 노래를 들으면서도 왠지 불편했다. 낯간지러운 가사와 트로트풍의 가요를 내가 모두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외국에 나가 북한 식당을 들렀을 때 점점 남쪽 사람들의 입맛대로 음식들이 변화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불편함과 유사한 것이다. ●‘홀로아리랑’에 눈물…“어떤 난관도 아리랑 고개 넘듯 헤쳐 가야” 환영공연에 등장한 인민배우들의 한복 디자인도 현재 남쪽의 한복 디자인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원래의 것을 놓치고 남쪽을 흉내 내는 일로 남쪽을 배려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진행될 모든 남북 관계에서 북한은 원래의 북한을 유지해야만 화해와 협력도 대등한 관계 속에서 진전될 것이 아닌가. 공연의 절정 부분에 한돌이 작사하고 작곡한 ‘홀로아리랑’이 배치되었다. 가사 뒷부분은 이렇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가는 길이 순조롭고 반듯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남북을 가로막기도 하고 우리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1980년대 후반에 남쪽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가 2018년 평양에서 울려 퍼진다는 것은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평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내를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밝고 자신감이 넘쳤고, 여성들의 옷차림도 전보다 훨씬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어떤 젊은 여성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휴대폰(손전화)을 계속 들여다보며 걸어가기도 하였다.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분의 평양 방문을 환영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와 부인 리설주 녀사께서 주최하는 연회”가 목란관에서 열렸다. 이 연회의 차림표를 여기 북한 표기대로 적는 것으로 나는 평양 방문을 한 것에 대해 우쭐거려 보려고 한다. 백설기, 약밥,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생채, 상어날개야자탕, 백화대구찜, 자신소심옥구이, 송이버섯 편구이와 볶음, 흰 쌀밥, 송어국, 도라지 장아찌, 오이숙장과, 수정과, 유자고, 강령록차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첫날 환영만찬에서 ‘동무생각’을 불러 왕년의 솜씨를 뽐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당중앙위 조용원 부부장은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금지의 언어가 아니라 소통의 언어로 말하고자 하였다. 우리 14호차의 안내를 맡은 여성 두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었다. 탁아소에 아기들을 맡기고 나온 이들은 찡그린 얼굴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한 한 사람은 소월과 육사의 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한번 들여다봤다. 뒷면에 ‘평양’이라고 적혀 있는 이 핸드폰의 앱에는 체계관리(설정),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류경바둑, 별찌까기와 같은 게임이 들어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에서 가장 현대화한 지역은 미래과학거리 구역이었다. 여기에는 전에 없던 현대식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곳에는 과학자, 연구자, 교육자들이 주로 거주한다고 했다. 이 거리의 가로수들은 대부분 메타세쿼이아였다. 북에서는 이걸 수삼나무라고 부른다. 이밖에 평양의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나무들은 살구나무와 버드나무가 있다. 봄이 되어도 평양 거리에 벚나무들이 벚꽃을 휘날리는 일은 없다.9월 19일 이튿날 일정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점심 때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장에 도착하자 남북공동선언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큰 숙제를 끝낸 듯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이번 평양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공동선언은 남쪽에 생중계 되었다. 평양을 방문한 수행단보다 남쪽의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생생하게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웅장한 집단체조…남북 정상을 향한 15만 환호는 ‘지축 진동’ 평양 방문은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된 여행이었다. 혹시나 진동이 울리나 싶어 무의식적으로 양복 안주머니 쪽으로 손이 간다는 분도 있었다. 옥류관 오찬으로 나온 음식은 평양냉면뿐만이 아니었다. 잉어달래초장무침, 자라탕, 송이버섯볶음 등이 맛있었고, 나는 냉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반 그릇을 더 먹었다. 모두 300g이었다. 평양교원대학은 우리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합친 교육기관이다. “어린이들에게 한 컵의 물을 주기 위해 한 동이의 물을 들이키는 심정으로 가르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평양 방문 때 각 장르의 미술가들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만수대창작사를 들르는 일은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감자꽃 필 때’라는 제목의 유색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큰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림 값을 깎는 ‘가격투쟁’에는 실패했다. 집에 그 판화를 가져와 펼쳐 놓고 다시 보아도 내 선택이 현명했던 건 분명하다.대동강의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보는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경기장 반대편 ‘배경대’는 1만 749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남과 북의 양 정상들이 경기장에 막 도착했을 때 15만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환호하는 소리를 상상해 보라. 지축을 울린다는 그 상투적인 표현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수사일 것이다.대규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거의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집단체조 ‘아리랑’의 일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이 수만 명의 청년학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졌다. 공연은 북한식 집단주의가 역사적 경험과 만나면서 어떠한 예술적 영향력을 생산하는지 웅장하게 보여주었다. 다들 하나같이 말했다. “남쪽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공연이지. 아이들을 저렇게 동원해서 연습 시키면 가만히 있을 엄마가 한 사람도 없을 걸.” 씁쓸했지만 그게 또 우리의 현실이었다. 1970년대 중반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중학생이었던 나도 마스게임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어린 우리는 뙤약볕 속에서 살을 태워가며 연습을 해야 했다. 개인은 없고 집단만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북쪽 안내원이 말했다. “여기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엄마는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한답니다.”평양 방문단이 백두산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9일 저녁 9시경이었다. 20일 새벽 4시에 출발한다는 갑작스런 통보가 전해졌다. 평양 방문 내내 우리는 그 다음 일정을 알지 못해 궁금해 하였다. 일정이 정해진다고 해도 남과 북의 안내원 말이 다를 때가 있었다.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면서 실무적으로 삐걱거리는 일도 있었던 것 같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에 특별수행원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방한복을 싣고 공군2호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온다는 말도 들렸다. 공군1호기 조종사는 삼지연비행장의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미리 떠났다고도 했다. 백두산은 밤에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간다는 말도 들렸다. 어쨌든 젊은 가수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대박!” 9월 20일 새벽 1시까지 큰 짐들을 호텔 로비에 내려놓으라는 전갈이 왔다. 1시쯤 잠이 든 나는 4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평양 거리는 불을 켠 곳이 별로 없었다. 5시 30분 비행장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때 버스 창문으로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평양 시민들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연도에 줄지어 서 있었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환송 열기는 그에 못지않아 보였다. ‘뭉클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급히 공수해온 방한복이 두 벌씩 지급되었다. 기자도, 그룹 총수도, 노동자도, 학생도, 성직자도, 교수도,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하나같이 점퍼로 중무장을 마쳤다.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따로 수속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표도 없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고려항공에 탑승해서 빈 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듯이 말이다.●남북을 위한 백두산의 환대, 이젠 평양도 백두산도 멀지 않더라 7시 40분, 평양에서 한 시간을 날아가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에 가본 이후 13년 만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삼지연의 공기는 서늘한 가을의 공기였다. 우리는 한두 달 앞당겨 가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마음껏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어디 보자기에도 싸갈 수 없는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만약에 할 수만 있다면 삼지연의 공기를 팔아 돈을 벌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지연비행장과 그 주변은 말끔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 새로운 터미널이 신축되었고, 활주로는 깨끗하였다. 백두산으로 가는 포장도로도 손색이 없었다. 이깔나무(냑엽송), 가문비나무, 자작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길을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말했다. “남쪽에서 오신 나이 드신 손님들을 위해 속도를 80㎞ 이하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의 길은 32㎞다. 모든 길의 양쪽 갓길에 이끼를 깔아 남과 북의 양 정상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테두리도 대리석으로 새로 단장했고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장군봉 정상까지 SUV 차량으로 올라간 수행원들도 있었고, 두 정상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삭도를 타고 생전 처음 천지 물을 손에 적시는 행운을 누렸다. 백두산과 천지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로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1920년대에 육당 최남선이 쓴 ‘백두산근참기’를 나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꽃은 졌지만 잎은 푸르게 남아 있는 만병초 잎사귀 하나를 따서 수첩에 끼워 넣는 일이었다. 두메양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절초로 짐작되는 식물의 씨앗을 봉투에 넣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었다. 백두산과 천지 주변을 마음껏 걸으며 둘러보고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잎사귀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것으로 나의 ‘백두산근참기’는 완결편을 갖게 되었다. 평양도 백두산도 이제 먼 길이 아니다.
  • [그 책속 이미지] 일상에 파고든 TV의 가치

    [그 책속 이미지] 일상에 파고든 TV의 가치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눈을 치워야 할 남편이 소파에 기대 작은 상자만 바라보며 히죽거린다. 아내는 화난 표정으로 커다란 삽을 남편에게 내밀며 불만을 터뜨린다. “삽질해야 하는데, 저 TV세트가 방해하네.” 1951년 타임스지에 실린 모토롤라사의 새 TV 17F6 광고다. 1950년대 TV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낯선 사물이었던 이 기계상자는 우리 일상으로 급속히 파고든다. 이어 컬러TV가 등장하고 리모컨이 발명되면서 TV는 승승장구한다. 평면TV가 발명돼 브라운관TV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T)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신간 ‘텔레비전의 즐거움’은 TV가 어떤 과정을 거쳐 19세기에 발명됐는지, 사람들이 TV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변화와 시대상을 좇는다. 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 ‘비디오드롬´처럼 어떻게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졌는지 기원을 추적한다. 백남준 같은 예술가들의 급진적 작품으로 표현되는 등 TV가 인간의 상상력과 문학적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고찰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동화 속으로…중세를 걷다

    동화 속으로…중세를 걷다

    알고 보면 생각보다 가깝지만 알려진 게 많지 않아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가 있다. 발트해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가 그렇다. 수도 간 거리로 보자면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의 도시 가운데 헬싱키에 이어 두 번째로 가까운 곳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서울에서 약 7100㎞)이다. 한국에서 가는 직항편은 없지만 헬싱키를 거치면 지척이다. 핀란드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헬싱키에서 비행기로는 30분이 채 안 걸리고 배로는 2시간 남짓 거리다.몇 해 전 에스토니아 정부가 외국인에게도 전자시민권을 발행한 일을 계기로 신흥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진 것 정도가 에스토니아 하면 떠오르는 거의 유일한 정보지만 최근 한국인들이 찾는 새로운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북유럽이나 러시아 패키지 여행상품에 발트 3국이 낄 때 반나절 머물다 가는 여행지 정도에 그치기 일쑤다. 그러나 에스토니아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자 마음먹는다면 수도 탈린만 여행하기에도 하루가 짧다. ●13세기 한자동맹 중심 도시로 번성 에스토니아 북쪽 해안 중앙부에 위치한 탈린에는 나라 전체 인구 130만명 중 45만명가량이 모여 산다. 탈린(Tallinn)의 어원을 들여다 보면 덴마크(Taani)의 도시(Linn)라는 뜻이다. 13세기 초 덴마크 왕 발데마르 2세가 당시 레발라 지방으로 불리던 땅에 있던 에스토니아인들의 성채를 정복하고 성을 세우면서 도시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한자동맹의 중심도시 중 하나로 번성했다. 중세도시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 구시가지(올드타운)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세계문화유산 올드타운 입구 ‘비루게이트’ 올드타운의 입구인 비루 게이트(Viru Gate)에 서면 성문 밖 왼편으로 길게 늘어선 꽃집들이 보인다. 24시간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 꽃집들로 탈린의 명소라고 한다. 꽃집 위부터 이어지는 공원에는 남녀 한 쌍이 키스를 하는 동상이 서 있는데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주홍빛 뾰족 기와지붕의 성탑 사이를 지나 올드타운에 발을 들이면 중세로의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파스텔 톤의 노랑, 분홍, 하늘색 등의 옷을 입은 옛 건물 사이로 난 돌길을 걸으면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도 느껴진다.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올드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올데 한자’(Olde Hansa)가 나온다. 중세 복장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수레 위에 갖가지 아몬드를 놓고 파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식당은 중세 요리를 재연한 곳으로 유명하다. 멧돼지, 순록, 곰고기 요리 등을 맛볼 수 있다. 중세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게는 3층 전체에 양초만 켜져 있어 정말 중세시대로 온 듯한 착각이 든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한글 메뉴판도 구비돼 있다.올데 한자를 지나면 시청광장이 나온다. 유럽의 여느 도시가 그렇듯 구시가지의 중심이다. 비루 게이트에서부터 가장 먼저 보이던 뾰족탑이 옛 시청 건물 위에 솟아 있다. 첨탑 꼭대기를 자세히 올려다보면 풍향계 자리에 재미있는 모양의 청동인형이 있다. ‘올드 토마스’라고 불리는 인형으로 탈린의 상징이다. 지붕 옆으로 삐죽 솟은 두 개의 용머리는 빗물을 모아 뱉어내는 배수관이다. ●15세기 초 개업한 유럽 最古 약국 아직 성업 시청 맞은편 광장 구석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약국이 있다. 15세기 초에 개업해 지금까지 성업 중인 곳이다. 요즘 약도 팔지만 박물관 역할을 겸하고 있는 곳이라 누구나 들어가서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옛날 약병들과 약 조제기 사이로 중세 때 약재로 쓰였던 고슴도치, 두꺼비, 박쥐가 전시돼 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드 타운을 내려다보기 위해 광장 서쪽 툼페아 언덕을 오른다. 발트해와 윌레미스터호수 사이의 평지에 자리잡은 탈린에서는 흔치 않은 고지대다. 과거에는 올드타운 내에서도 지체 높은 귀족들이 살았던 동네라고 한다. 샛길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언덕 위 광장이다. 성벽 아래를 내다보니 ‘덴마크 왕의 정원’에 덴마크 국기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여럿 있다. 발데마르 2세가 이곳에 성을 지었을 뿐 아니라 덴마크 국기가 처음 만들어진 곳도 탈린이라고 한다. 전망대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건물들은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까만 돔 지붕 위에 황금색 십자가가 독특한 건물은 탈린에서 가장 큰 정교회 성당인 알렉산더 네브스키 대성당이다. 정교회 성당답게 화려한 내부 장식과 경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바로 옆 분홍빛 정면이 아름다운 건물은 현재 에스토니아 의회로 쓰이는 곳이다. 야트막한 오르막길로 조금 더 올라가면 세인트 메리 성당이 나온다. 정갈한 분위기의 흰색 벽에 검푸른 지붕과 둥글고 뾰족한 탑이 조화를 이루는데 전혀 다른 양식의 알렉산더 네브스키 대성당과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이웃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전망대 오르면 붉은 지붕과 바다 펼쳐져 언덕 위 세 곳의 전망대 중 올드타운 전망을 내려다보기 좋은 곳은 코투오차와 파트쿨리 전망대 두 곳이다. 올드타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올레비스테 교회를 중심으로 붉은 지붕을 인 옛날 집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룬다. 마을 뒤로 펼쳐진 푸른 바다는 탈린이 해상무역으로 번성했던 도시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언덕을 내려와 올드타운 북쪽으로 향하면 구 소련 정보기관 KGB의 에스토니아 본부로 쓰였던 건물을 볼 수 있다. 외관은 아름답지만 과거 고문이 자행됐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인다. 북쪽으로 몇 걸음 더 옮기면 올드타운의 등대 역할을 하는 올레비스테 교회다. 입장료를 내면 종탑 위에 올라갈 수 있다. 올드타운 북쪽 끝 탈린 해양박물관 옆 성문은 구시가지가 끝나는 지점이자 입구다. 성문 밖 공원에는 관광객들이 굳이 찾지는 않는 곳이지만 뜻깊은 기념물이 있다. 1994년 탈린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던 여객선 에스토니아호 침몰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 852명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이다. 희생자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비석 위에는 붉은 꽃을 담은 화분이 조용히 놓여 있다. 이 밖에도 올드타운에는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머물렀다는 집, 탈린의 명물 디저트 ‘마지판’을 탄생시킨 탈린 최초의 카페 ‘마이아스모크’ 등 발길을 사로잡는 장소가 가득하다.●전통 5일장 닮은 올드타운 수산시장 반나절 관광으로 탈린 여행을 끝마칠 게 아니라면 꼭 둘러볼 곳이 있다. 올드타운 북쪽 끝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수산시장이다. 에스토니아어로는 칼라투르그라고 한다. 우리에게 낯익은 생선부터 생소한 생선까지 날것과 훈제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판매된다. 여러 종류의 훈제햄과 꿀을 파는 상인도 나와 있다. 시장 한편에서는 악단이 민속음악과 러시아 가요 분위기가 뒤섞인 듯한 흥겨운 에스토니아식 ‘트로트’를 연주하고 나이 지긋한 현지인들이 어깨춤을 추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우리네 전통 5일장과 흡사한 풍경이다. 수산시장 근처에는 과거 소련 시절 공연장으로 쓰였던 거대 구조물이 들어서 있다. 오랜 기간 방치돼 다소 흉물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곳이지만 갈매기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탈린 시민들은 이곳에 올라 도시와 바다 전망을 즐기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1만 2000년 전…숲길을 걷다 ●국토 50% 숲… 시 외곽 습지 산책 추천 올드타운 북서쪽 탈린 기차역 부근에는 옛 공장 부지가 요즘 핫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텔리스키비(Telliskivi)라는 동네는 정부가 버려진 공장을 예술가들에게 싼값에 임대해 주면서 변신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여러 카페와 디자인숍들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홍대 거리 같은 활력 넘치는 공간이 됐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탈린에서 숙박을 하며 하루 이상 묵어간다면 시 외곽에 있는 습지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에스토니아는 국토의 50%가 숲으로 이뤄진 나라로 다양한 생태를 자랑하는 습지도 잘 보존돼 있다. 올드타운 남쪽으로 차로 20여분 거리에 패스큘라 습지 트레일이 있다. 1만 2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습지대에는 40여종의 이끼가 자생한다. 습지대 위로 소나무 등 삼림이 높게 자라 있고 그 사이로 친환경 나무데크를 조성해 누구나 쉽게 산책할 수 있게 꾸몄다. 곳곳에 자라난 버섯을 따는 재미도 쏠쏠하다. 운이 좋으면 여우, 노루 등 야생동물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글 사진 탈린(에스토니아)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여행수첩 →핀란드 국영 항공사 핀에어가 인천공항에서 헬싱키를 거쳐 탈린까지 가는 항공편을 운영한다. 스톱오버 등을 이용해 헬싱키 시내를 둘러볼 수도 있다. 헬싱키까지 직항으로 간 뒤 실야라인 초대형 유람선을 타고 탈린으로 향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유람선 안에서는 쇼핑, 사우나, 슬롯머신 등을 즐길 수 있다. →한국보다 위도가 높은 에스토니아는 여름에 낮이 길고 겨울에는 밤이 더 길다. 날씨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쌀쌀한 편이다. 밤이 길고 추운 겨울에 여행을 가기엔 꺼려질 수도 있지만 탈린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과 비슷하고 북유럽 나라들의 살인적인 물가와 비교하면 물가도 저렴한 편이다. 단돈 4유로에 한끼 식사로 부족함 없는 고급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에스토니아 사람들은 ‘레이브’라고 부르는 검은 호밀빵을 주식으로 먹는다.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큰 섬 사아레마섬과 본토 사이에 있는 무후섬에서 시작된 ‘무후 레이브’의 대마씨를 넣은 빵이 전국적인 인기를 자랑한다고 한다. 텔리스키비에 분점이 있으니 에스토니아에서 핫한 빵을 맛보고 싶다면 들러봐도 좋다. 올드타운 내 ‘루키스’라는 카페에서 파는 빵도 유명하다. →만족스러운 한끼를 즐길 만한 곳으로 올드타운 내 ‘레이브’를 추천한다. 가게 이름이 ‘빵’인 이곳에서는 넓은 정원에서 여유를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에스토니아산 좋은 식재료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유럽의 많은 식당이 그렇듯 보통의 코스 요리가 차례로 준비되는 데 식사를 마칠 때까지 1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하자.
  • 서초 청년예술가들 ‘문화도시’ 꽃피운다

    서초 청년예술가들 ‘문화도시’ 꽃피운다

    서울 서초구의 지역 축제인 서리풀페스티벌이 마을 거주 인기스타와 청년예술가들의 참여로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지난 9일 양재천 수변무대에서 열린 ‘양재천 연인의 거리 콘서트’에는 가수 민해경, 권인하, 남궁옥분, 혜은이, 사회자 김승현 등이 무대에 올라 갈채를 받았다. 이들은 서초구에서 함께 지내 온 30년 지기 동네 친구들로 서초구 홍보대사 ‘서초컬처클럽’을 결성해 매년 콘서트를 열고 있다. 또 14일부터 이틀간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고품격 클래식 공연인 ‘클래식 판타지’가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의 실제 주인공이며 유명 지휘자이자 반포동 터줏대감인 서희태의 지휘 아래 펼쳐진다. 공연에서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오페라 갈라쇼’와 ‘천상의 목소리’란 찬사를 받는 어린이 예술단 ‘리틀엔젤스 초청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청년예술가 이웃들도 축제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개막 축하공연’이 열린 서초구청 특설무대는 시민 5000여명이 운집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첫 무대는 2030 남녀 15명으로 구성된 청년 뮤지컬팀 ‘쇼머스트’가 기존 대중가요를 본인들만의 창작뮤지컬로 편곡해 공연을 선보였다. 서초에서 37년째 사는 서초토박이 고현경 단원은 이문세의 노래 ‘붉은 노을’을 굵직하고 웅장한 창법으로 불러 좌중을 압도했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서리풀스케치북과 서리풀퍼레이드가 펼쳐질 16일 반포한강공원 일대는 서초구의 끼 많은 청년예술가들의 ‘버스킹 공연’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예빛섬에서는 문화예술정보학교 학생 20명의 대중음악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서초로 이사온 지 7년째로 이 공연을 지도한 박으뜸 교수는 “늘 만나던 이웃들을 공연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민으로써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서리풀페스티벌이 서초구의 시그니처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그맨 박명수도 서리풀퍼레이드의 성공을 위해 스케줄을 미루고 디제잉 연습에 매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올해로 4회째인 서리풀페스티벌은 한국형 에든버러 축제를 지향하며 지난 3년간 52만여명, 536억여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의 내 고장 사랑이 대단하다”면서 “페스티벌이 이웃과 함께 문화로 하나 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새달 7일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공연예술가들이 초청돼 무대에 서는 제18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제14회 서울아트마켓(PAMS)이 오는 10월 7일부터 28일간 대학로예술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 개최된다. 올해 SPAF에서는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8개국 공연예술단체의 22개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작은 보스니아의 인종 갈등을 모티브로 한 세르비아 연극 ‘드리나강의 다리’로, 회고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밖에 벨기에 연출가 안느세실 반달렘의 블랙코미디 정치풍자극 ‘트리스테스-슬픔의 섬’, 리투아니아 연출가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의 ‘갈매기’ 등이 무대에 오른다. 무용 작품으로는 3차원 무대 위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선보이는 ‘픽셀’, 이탈리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은미의 ‘북.한.춤’ 등을 선보인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서초 사는 가수들과 떠나는 ‘추억여행’

    서초 사는 가수들과 떠나는 ‘추억여행’

    ‘보고 싶은 얼굴’, ‘열정’,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비오는 날의 수채화’….서울 서초구가 서초의 지역 축제인 서리풀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하나로 7080 명곡들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무대를 오는 9일 양재천 수변무대에서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방송인 김승현의 진행으로 가수 민해경, 혜은이, 남궁옥분, 권인하가 호흡을 맞추는 일명 ‘양재천 연인의 거리 콘서트’로 2시간가량 이뤄진다. 이들은 서초에서 30년 이상 사는 인기스타로 해마다 소년소녀 가장 돕기 자선콘서트, 서리풀페스티벌 등에 참여한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는 동네친구들, 그리움, 설렘, 그리고 추억여행이다. 진행을 맡은 김승현씨는 “올해도 가족, 연인들이 손잡고 오셔서 ‘이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추억하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8일 저녁 7시 서초구청 특설무대에서는 가수 바다, 휘성 등 국내 정상급 뮤지션이 출연하는 페스티벌 개막 축하공연이 열린다. 탤런트 윤유선의 사회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공연은 ‘서른살 서초’의 30주년을 축하하는 무대로 15명의 청년배우들로 구성된 뮤지컬팀 ‘쇼머스트’, 58명의 해외유학파 청년예술가로 구성된 ‘서초교향악단’ 등이 무대에 오른다. 사전 공모로 선정된 청년예술팀이 양재역, 특설무대, 객석 뒤 등 행사장 곳곳에서 버스킹 공연도 준비했다. 서른의 젊은 서초에는 청년들의 역동적인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8일 오후 3시 방배동 뒷벌공원에서 열리는 ‘방배 비보이 페스티벌’에는 세계 5대 비보이 메이저 대회 석권 등 수많은 우승을 경험하며 세계적인 비보이팀의 명성을 떨친 진조크루와 스트리트댄스의 1인자 제이블랙 등이 출연해 비보잉, 펑키, 힙합댄스, 라킹, 파핀까지 힘찬 댄스를 선보인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문화예술 도시답게 서초에 사는 인기 스타들의 이웃 사랑과 젊은 예술가들의 끼와 열정이 서리풀페스티벌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소중한 이들과 특별한 추억을 나누는, 가을밤 힐링하는 시간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한예종 신예작가들이 꽃피운 예술마을로 오세요

    한예종 신예작가들이 꽃피운 예술마을로 오세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자리한 서울 성북구 석관동이 ‘예술마을’로 탈바꿈한다.한예종은 6일부터 3일간 석관동 캠퍼스에서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마을 축제인 ‘케이-아트 플랫폼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한예종 신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고, 학생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축제 프로그램은 실내극장에서 펼쳐지는 ‘인(IN) 공연’ 5개 작품과 야외극장에서 열리는 ‘아웃(OUT) 공연’ 12개 작품 등이다. 인 공연에서는 창작 뮤지컬 ‘구해줘’를 비롯해 연극 ‘주인 없는 땅’과 ‘별무리’, 현대무용 ‘나무’, 연희운문극 ‘애매해海’ 등 실험적인 학내 우수 신작을 볼 수 있다. 아웃 공연은 국악퓨전팀 ‘음악그룹나무’, ‘코리안짚시상자루’ 등이 출연해 한예종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고, 해외 아티스트 ‘몽골하모니’ 팀도 참여한다.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지역 주민과 한예종 졸업생이 함께 시와 그림이 있는 액자를 만드는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액자’, 지역 주민이 손바느질로 만든 제품을 전시하는 ‘돌곳샘플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재순환하기 위한 ‘고-운가게’ 프로그램들이 아트마켓 부스로 전시된다. 일부 작품은 주민들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김봉렬 한예종 총장은 “국내 최고의 예술교육기관인 한예종이 이룬 성과는 모든 예술이 삶과 동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학교가 석관동에 터를 잡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제 이곳이 예술로 꽃을 피우는 예술마을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대구시 2018 도시재생 뉴딜 공모사업 최다선정

    대구시가 도시재생 뉴딜사업 2018년 공모에 7곳이 선정되어 국비 총 68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는 선정건수로는 전국 광역시 중 최대 규모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2017년부터 연간 10조 원, 5년간에 걸쳐 총 50조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정부 역점사업이다. 지난 4월 공모선정 계획 공고 및 7월 사업계획서를 접수하여 서면심사, 현장실사, 발표평가를 거쳐 8월 31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서 전국 99곳을 최종 선정하였다. 이번에 선정된 7개 지역은 중구 성내동(경상감영공원 일원),북구 산격동(경북대학교 일원, 공공기관제안형), 중구 성내동(옛 구암서원 일원), 달서구 죽전동(구 달서구 보건소 일원), 서구 비산동(경부철로변 남측), 남구 이천동(상수도 사업본부 남측), 북구 복현동(경북대학교 동측, 공공기관제안형) 등이다. 이들 지역은 노후주거지를 개선하고 골목상권 활성화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주민공동체 회복 등을 위하여 앞으로 5년간 국비 680억 원을 포함한 총 5120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도시 재활성화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선정된 사업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중구 성내동은 경상감영공원을 복원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하여 문화·복지 공공서비스와 도심 관광 및 골목경제 활성화를 꾀한다. 북구 산격동은 복현오거리 일원에서 경북대학교와 공공이 함께 청년혁신공간 및 지역공헌센터를 조성하여 창업지원과 스마트 도시환경을 구축한다. 중구 성내동의 옛 구암서원 일원사업은 동산 한옥마을과 계산 지역을 지나는 골목을 기반으로 생활·문화·경제공동체를 형성하여 각종 활성화사업을 펼친다. 죽전동은 노후주거지에 행복주택, 창업지원시설 및 주민 복지ㆍ문화시설을 조성하여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활기를 불어넣는다. 서구 비산동은 스마트 공공임대주택 보급 및 햇빛나눔발전소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주민이 건강나눔공동체를 형성하여 주민 스스로의 마을관리시스템을 만든다. 남구 이천동은 대봉배수지 일원에 이천문화마당과 청년예술가 레지던시를 조성하고 그림자극 공연장 및 이천커뮤니티센터를 세워 노후주거지를 청년예술가들이 꿈꾸는 마을로 탈바꿈한다. 이번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선정으로 대구시는 지난해 말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3곳과 더불어 모두 10곳에서 곳당 90 ~ 360억 원 규모의 마중물 사업비와 함께 총사업비 5808억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지역의 쇠퇴한 구도심을 중심으로 노후주거지를 개선하고 주민공동체 회복과 더불어 청년 및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우리시가 그동안 ‘시민이 함께 만드는 젊은 대구’ 창조를 위한 도시재생 비전을 갖고 주민역량을 모아 열정적으로 추진한 결과 도시재생 뉴딜사업 국비확보에 큰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쇠퇴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이 행복한 도시재활성화를 위하여 도시재생사업에 시정의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檢 “블랙리스트 선고형 감안해서 구형”…김기춘·조윤선 앞선 혐의는?

    檢 “블랙리스트 선고형 감안해서 구형”…김기춘·조윤선 앞선 혐의는?

    박근혜 정부 당시 보수단체를 불법적으로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관여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 대해 검찰이 각각 징역 4년과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구형에 앞서 “블랙리스트 선고형을 감안했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병철)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헌법 수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정부의 핵심 고위 공직자들로,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막대한 권한을 남용했다”며 김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피고인 9명에 대한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대통령 가장 가까이 보좌한 비서실장으로서 올바른 국정 운영할 수 있도록 누구보다 헌법과 법률 준수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통한 특정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범행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시했다”며 “비록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으나, 총괄적으로 시행한 점, 파장이 실로 막대한 점에 비추어 그에 상응하는 엄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조 전 수석에겐 화이트리스트와 더불어 2014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매달 500만원씩 합계 4000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도 있다. 이에 검찰은 “특활비에 대한 잘못된 사용으로 본래 목적에 활용되지 못해 국고와 국민에 잠재적 위협이 됐다”며 조 전 수석에 대해선 벌금 1억원과 추징금 4500만원도 추가로 구형했다. 최근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 관련 재판거래에 관여한 의혹도 받는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이날 직권남용 및 강요, 특가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도합 징역 9년을 구형받았다. 이 외에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징역 5년,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과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각각 징역 2년, 오도성 전 국민소통비서관은 징역 3년,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징역 3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 각각에 대한 구형이유를 설명한 뒤 “김기춘, 조윤선, 신동철, 정관주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선고형을 감안해서 구형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명단을 관리하고, 정부 지원도 의도적으로 배제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신 전 비서관과 정 전 차관은 1·2심에서 모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현재 블랙리스트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상태다. 당시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석방된 상태였으나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다시 법정구속이 됐다. 김 전 실장은 지난 6일 구속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한 차례 석방됐으나, 이번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다시 법정구속될 가능성이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강서구, 장애 인식 개선 뮤지컬 공연

    서울 강서구는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창작 뮤지컬 ‘더 라스트 콘서트’를 다음달 3일 오후 4시 강서구민회관 우장홀에서 공연한다고 28일 밝혔다. 강서구는 “장애인 예술가들이 전하는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를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더 라스트 콘서트는 시각장애인 예술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끊임없는 도전으로 장애를 극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문화 공연작으로 선정, 동계 올림픽 기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관람료는 무료다. 한편, 구는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지난 상반기에도 ‘세상과 소통하는 공감 한마당’을 주제로 토크콘서트와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무용, 난민을 담는다…서울세계무용축제 10월 개최

    무용, 난민을 담는다…서울세계무용축제 10월 개최

    “무용은 언어가 없는 예술이지만, 이제 정치사회적 발언을 할때가 됐습니다.”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가 오는 10월 1일부터 19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개최된다. 이번 축제에는 26개국 60개 단체에서 선보이는 53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1회째를 맞는 시댄스의 올해 키워드는 글로벌 이슈이자 우리 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난민 문제’이다. 지난해까지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무용예술을 알리는데 주력했던 시댄스는 올해부터는 사회문제를 직접 다루기로 했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우리 관객들은 제가 계몽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고, 오히려 저를 앞서간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축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철학과 지향을 내세우고 싶다”고 ‘난민 특집’을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최근 있었던 제주도 난민 이슈가 불거지기 전부터 이미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 폭력이나 갑을관계, 페미니즘 등 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덧붙였다.‘난민 특집’에는 개막작인 ‘난파선-멸종생물 목록’ 등 모두 8개 작품이 선보인다.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은 유럽 무용계 신성으로 떠오른 젊은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와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의 작품이다. 특히 지난해 초연 후 10개국 이상에서 초청을 받으며 그를 신인에서 중견급 안무가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에트로 마룰로는 내년 1월에 현대 난민 캠프를 주제로 하는 신작도 발표할 예정이다.윤성은 ‘더 무브’ 예술감독이 선보이는 ‘부유하는 이들의 시’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난민 등 실제 난민 5명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윤 예술감독은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추상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면서 “인권센터, 유엔난민본부, 사회복지회관 등을 직접 찾아 난민을 섭외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은희 경성대 교수와 스페인 출신 프랑스 무용가 헤수스 이달고의 ‘망명’은 재독 작곡가 윤이상과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피에르 불레즈를 통해 경계인의 삶을 전한다. 올해 시댄스에는 세계 유명 무용단이 선보이는 ‘댄스 프리미엄’과 신진·중견 무용가들의 독창적인 무대를 볼 수 있는 ‘댄스 모자이크’ 색션 등이 마련된다. 댄스 프리미언 섹션에는 4차례 내한으로 국내 관객에도 잘 알려진 테로 사리넨 무용단의 신작 ‘숨’이 아시아에서 초연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상상 그 이상… 세상을 바꾸는 창의공작소 ‘서울혁신파크’

    상상 그 이상… 세상을 바꾸는 창의공작소 ‘서울혁신파크’

    서울시, 옛질병관리본부 건물 리모델링 중학생부터 50대까지 시민 상상 실현 사회 혁신가들 다양한 실험 공간 마련 햇빛 오디오·폐목재 활용 흡연부스 등 에너지·환경 관련 사회문제 해결 시도도 “분야·경계·거리 뛰어넘는 협업 공간으로”2015년 서울 은평구에 문을 연 서울혁신파크. 서울시는 옛 질병관리본부 건물이었던 28개 동을 리모델링해 사회혁신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과연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달 27일 서울혁신파크 내 제작동에 있는 서울이노베이션팹랩을 찾았다. 팹랩은 사회혁신가나 일반시민 등 누구나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만들어 보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제품을 실현하기 위한 곳이다. 방역 창고로 쓰였던 곳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이제 시민들의 상상력을 현실로 실현해 줄 3D프린터에서부터 레이저 가공기, CNC(컴퓨터 수치제어장치) 조각기 등 제작 장비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날 팹랩 한쪽 공간에서는 2m가 넘는 거대한 산업용 로봇팔이 입력된 설계에 따라 분주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로봇공학 연구업체인 BAT 고민재 대표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조형물을 주문한 디자인에 맞춰서 작업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로봇팔은 정확도가 높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또 일반적 건축자재는 대량생산하다 보니 일률적인데 산업용 로봇팔을 통하면 건축가들이 원하는 맞춤형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컴퓨터를 활용해 적상추를 키우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태양을 대신해 발광다이오드(LED)를 쓰고 컴퓨터 작물 재배 시스템인 퍼스널 푸드 컴퓨터(PFC)를 통해 해당 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수소이온(pH) 농도와 습도, 기온 등을 제어한다. 팹랩 입주업체인 이지팜의 한광희 대리는 “카메라가 식물성장 과정을 1분마다 촬영해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자라는지 알고리즘을 만드는 프로젝트”라면서 “이를 식물공장에 적용하면 노지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보다 생산성이 높을뿐더러 미세먼지나 중금속 오염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도시 내 잘 사용하지 않는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구혜빈 서울이노베이션팹랩 단장은 “팹랩에 참여하는 사람은 중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면서 “처음에는 내가 재미있고 나를 위한 것들을 만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서울혁신파크에는 팹랩이 있는 제작동 외에도 미래청을 중심으로 재생동, 참여동, 극장동, 맛동, 목공동, 예술동 등이 있다. 서울시는 2015년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청주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결정 나자 10만 9000여㎡의 부지에 이 같은 서울혁신파크를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험을 통해 식량과 에너지 문제, 환경오염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을 찾고 있다. 일반 개인에서부터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비정부기구(NGO) 등 참여하는 주체도 다양하다. 현재 227개 단체, 1200여명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서울혁신파크에는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입주자들이 많다. 제작동 2층에 자리한 적정기술랩은 전기 등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곳에 입주한 핸즈는 마을과 공동체를 살리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기술을 추구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시키는 ‘소형 햇볕 건조기’에서부터 낮 동안 햇빛을 모아 밤에 붉을 밝히는 전등인 ‘햇빛 저금통’, 햇빛을 충전해 쓰는 ‘햇빛 오디오’ 등 다양하다.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아예 핸즈에서 이 같은 연구를 하는 박범준(19)군은 “이와 비슷한 무선 오디오를 사려면 보통 50만~100만원이 드는데 햇빛 오디오는 햇빛으로 충전이 가능하면서도 재료비가 3만 5000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목공동 앞에서는 세 명의 청년 목공들이 오후 뙤약볕 아래서 행사 부스에서 사용한 목재를 활용해 흡연부스를 만들고 있었다. 박새로미씨는 “한번 쓰고 버려지는 나무들이 많은데 내 손으로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혁신파크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건물을 그대로 둔 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외관만 봤을 때는 허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예술동만 하더라도 건물 안에 과거 폐수처리장 시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곳은 이제 젊은 예술가들이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시각예술 전공 청년과 소상공인 점포를 1대1로 매칭해 명함, 내부 인테리어 등에 대한 점포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하는 ‘우리가게 전담 예술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동 프로그램 운영단체인 A컴퍼니 송아영 디렉터는 “미대를 졸업한 청년 등 신진 작가들을 고용해서 사회 진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우리가게 전담 예술가 같은 경우 예술가는 서울시 뉴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이력을 쌓을 수 있고 점포들은 다른 일반 업체에 의뢰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게를 꾸밀 수 있다”고 말했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올해는 보다 구체적인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서울혁신파크라는 공간을 하나의 작은 도시라고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고자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쓰레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 기획관은 이어 “도시 문제를 고민하는 다양한 시민과 주체, 글로벌 도시 활동가, 전문가 등이 분야와 경계, 거리를 뛰어넘는 협업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청년 예술가들 돕기로 시작… 세계문화 접속 창구로”

    “청년 예술가들 돕기로 시작… 세계문화 접속 창구로”

    병원 건물 사들여 젊은 작가 쉼터 꾸며 전시·숙박 등 지원… 작품 구입·기부도 지역민들과 예술가 연결 도우며 인기 “간섭 피하려 관청 도움 일절 받지 않아”“청년 작가들이 맘 놓고 작품을 기획하고, 꿈을 키워 나가는 데 작으나마 힘을 보탰으면 합니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에 복합문화 공간 ‘김냇과’를 마련한 지 1년을 맞은 ㈜영무토건 박헌택(55) 대표는 20일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키운다는 요량으로 작은 공간을 꾸렸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또 “아시아권 등 세계적 문화예술인들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현재 부산 해운대에 신축 중인 호텔에도 갤러리 등 별도 공간을 설계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김내과’란 개인병원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을 거쳐 쉼터로 꾸렸다. 이제 젊은 작가나 동호회원 등이 드나들며 모임, 전시회를 갖는다. 전체면적 900㎡인 건물 지하엔 갤러리, 1층엔 카페, 2층엔 도서관과 연주회 공간 등을 배치했다. 3층엔 객실 6개를 갖춘 ‘부티크 호텔’을 만들어 국내외 예술인들에게 실비만 받고 내준다. 1층 카페에 들어서자 50여년 전 건축된 붉은 벽돌을 살린 내부공간이 눈길을 끈다. 벽면엔 지역 작가들의 조각, 회화, 캘리그래피, 공예품 등이 빼곡했다. 박 대표는 “오는 23일엔 ‘2018 광주비엔날레’ 북한미술전 공동 큐레이터인 문범강 재미 화가의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란 주제로 강의도 곁들인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도시락(樂) 콘서트’와 인문학 강의 등도 정례적으로 열린다. “‘김냇과’가 음악과 미술의 ‘컬래버’ 행사로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예술인 후원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그는 전시공간 무료 대여, 리플릿 제작 지원, 하우스페어 후 작품 구입 등 여러 방법으로 작가들을 돕고 있다. 한 작가는 “지역 젊은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예술을 바라보는 박 대표의 남다른 사랑을 느꼈다”고 되뇌었다. 2000년 초쯤 대기업을 뛰쳐나와 건축업에 뛰어들면서 지인 소개로 젊은 조각가를 만났다. 이 작가는 2009년 대인시장에서 ‘미테 우그로’란 대안 미술공간을 마련해 청년 작가 발굴과 아시아권 교류, 전통시장 살리기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이다. 박 대표는 “그를 통해 젊은 지역 예술인들을 두루 만나고 애로를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이들을 돕기 위해 2006년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에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카페’를 만들었다.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와 강의, 주민 체험교실 등을 열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2016년엔 남구 구동 사옥에 180여㎡ 규모의 ‘예다음갤러리’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100여점의 작품 판매를 연결해 주고 스스로도 회회와 조각 등 50여점을 구입했다. 올 초엔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중소업체로서는 거액이다. 또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임직원들이 광주문화재단에 매월 1만원씩 기부하도록 하고, 회사 측은 별도로 매년 300만원씩 5년간 후원한다. 현재 광주문화재단과 광주비엔날레 이사로 각각 활동하며 지역 예술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란 평을 듣고 있다. 박 대표는 “‘김냇과’란 장소를 세계문화 접속 창구로 활용하겠다”며 “‘간섭’을 피하기 위해 관청 도움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다음달 광주비엔날레 개막 등 대형 문화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며 약속을 곱씹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한여름밤, 책으로 만나는 우주

    [금요일의 서재]한여름밤, 책으로 만나는 우주

    해가 진 뒤 밤이 조용히 찾아온다. 인적은 없고 매미만 시끄럽게 울어댄다. 고개 들어 까맣디 까만 하늘을 바라본다. 빛나는 큰 별, 그리고 그 옆에 반짝반짝 작은 별. 우리가 보는 별은 ‘물체’가 아닌, ‘빛’이다. 빛이 빠르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배웠다. 우주는 아주 넓다. 빛이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밤하늘 건너 우리에게 온 저 별의 빛은 결국 아주 오래전 것이란 이야기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이 우주는 얼마나 크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따라 우주를 다룬 신간 3권을 펼쳐본다. ◆빛 분석해 우주 지도 그린다-매일 밤 우리가 보는 수천 개의 별은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의 별에 지나지 않는다.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우주 안에는 모양·크기·나이가 제각각인 수천억개의 은하가 있다. 은하마다 또 수천억 개의 별을 저마다 거느린다. 우리 지구는 이런 은하들이 각기 방출하고 흡수한 뒤 결합한 빛을 온몸으로 받는다. 이 빛을 연구한다면 우리는 우리 은하와 외부 은하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또 우주의 구성 성분도 밝혀낼 수 있다. ‘우주의 지도를 그리다’(글항아리 사이언스) 저자 제임스 기치는 관측 천문학자로, 우주를 더 깊이, 더 멀리,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매일 빛을 모은다. 광자 가운데 일부를 포착하고 분석해 그것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방출되었는지 알아내고자 노력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의 존재를 최초로 입증했던 100년 전 ‘나선성운들’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은하가 어떻게 형성·진화했는지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은하에서 극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의 성질과 진화 방식에 관한 최신 관측 자료는 물론,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관측 천문학 연구 분야 사례를 풍부하게 소개한다. 나아가 우주에 대한 ‘세계 모형(world model)’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108장에 이르는 컬러 도판이 우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몰랐던 우주물리학 쉽고 재밌게-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클까. 그런데 왜 우주는 텅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일까. 그리고 우주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우주에 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뿐이다. 우주는 인류의 직관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런 우주를 ‘코스모스 오디세이’(사회평론) 저자 호르헤 챔과 대니얼 화이트슨이 우주물리학으로 풀어낸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강입자 충돌기(LHC)처럼 많이 들어봤지만 알지 못하는 개념에서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쿼크와 반물질 등 우리가 밝혀내야 할 미지의 존재까지 드넓은 우주의 세계로 안내한다. 호르헤 챔은 앞서 스탠퍼드 대학원 재학 시절, 대학원생의 고달픈 삶과 이공계의 현실을 그린 ‘PHD COMICS’를 연재해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는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저자는 우주물리학의 개념과 원리를 일러스트와 적절한 설명으로 알려준다. 예컨대 ‘질량’이 무엇인지에 관해 ‘질량이란 그 안에 있는 물질의 양이 아니라 입자에 붙여진 신비한 양자 이름표’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삽화는 이해를 돕고 책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반물질,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원소, 중력과 공간, 그리고 시간과 차원 등을 비롯해 빅뱅과 우주 너머까지, 우주물리학을 재밌게 즐겨보자. ◆우주 바라보고 인간을 돌아보다-천체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딜까.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다. 버지니아대 천체물리학 교수 트린 주안 투안이 북반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이곳을 찾았다. 청색 밀집 왜소은하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저자는 땅거미에서 새벽녘까지 은하를 분석하고, 우주의 기원을 발견하려고 수십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흑색물질의 수수께끼를 조사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덧없음, 인간 존재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어린 시절 베트남 전쟁을 겪었다. 그에게 밤이란 포탄소리가 울리는,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위험한 시간이었다. 이후 스위스의 로잔으로 유학을 떠난 저자는 밤중에 유탄이 날아들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안심하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밤에 관한 이런 생각을 저자는 다양한 문학·예술작품과 함께 녹였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밤에 드리는 시’를 비롯해 고흐, 샤갈, 피카소, 뭉크, 르네 마그리트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밤을 돌아본다. 사랑과 두려움, 신비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해발 4207m의 천문대 연구 과정과 결과, 그곳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명화와 글이 잘 어울린다. ‘과학과 아름다운 예술의 조화’라는 찬사 속에 프랑스 천문학회가 뽑은 ‘2018년 올해의 천문학 도서’로 선정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처용무 춤신춤왕’ 종로구청장

    ‘처용무 춤신춤왕’ 종로구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궁중무용인 처용무를 선보인다. 무형문화재 제39호이자,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된 춤이다. 서울 종로구는 15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제5회 시민들과 함께 하는 궁중무용 여민(與民)마당을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궁궐들이 모여 있는 종로에서 궁중무용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부터 ‘궁중무용 여민마당’을 개최하고 있다. 소수 전문예술가들에게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궁중무용도 대중예술로 거듭날 수 있다는 뜻에서 시작했다. 김 구청장은 총 4부로 이뤄진 공연 중 3부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학연화대처용무합설(鶴蓮花臺處容舞合設)을 공연한다. 학춤과 연화대 춤, 그리고 처용무를 한 무대에서 뽐내는 것이다. 2010년부터 최근 6·13 지방선거까지 내리 3선한 김 구청장은 종로의 정체성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표현하는 한옥, 한복, 한식, 한글에 주목해 왔다. 전통무용 공연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김 구청장은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처용무를 직접 보여드리게 됐다”면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분야이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예술로 정착되는 작은 디딤돌로 여겨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올가을, 월드컵공원에 가면 오페라가 흐른다

    올가을, 월드컵공원에 가면 오페라가 흐른다

    해외파 성악가들 ‘사랑의 묘약’ 무대에 구청·교회·도서관서 크고 작은 음악회마포 월드컵공원에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듣는 건 어떨까. 마포문화재단은 ‘제3회 엠팻(M-PAT) 클래식음악 축제’가 오는 9월 5일부터 50일간 ‘도시, 클래식에 물들다’를 주제로 개최된다고 7일 밝혔다. 올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9월 14~15일 서울 상암월드컵공원 수변무대에서 펼쳐지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다. 공연의 연출은 4년 연속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을 선보였던 정선영이 맡고, 테너 김건우, 소프라노 안지현 등 해외 오페라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마포문화재단은 “정선영 연출가는 관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는 젊은 감각을 선보여 왔다”면서 “공연장의 문턱을 낮춰 시민 모두 함께 즐기자는 축제의 취지에 적격이라고 생각해 이번 공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국오페라 70주년을 맞아 마포아트센터에서 오페라 ‘라 보엠’과 ‘토스카’도 공연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의 다양한 장소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인디밴드들의 공연장인 홍대 라이브클럽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소속 현악팀과 금관악기팀이 무대에 오르고 마포 일대의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소규모 공연이 이어진다. 마포구청 강당, 산성교회, 마포중앙도서관, 서울여고, 아현시장 등에서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연극배우 손숙 마포문화재단 이사장과 동료배우 박정자, 윤석화 등의 낭독음악회도 예정돼 있다. 엠팻 축제는 1회 공연 때 지역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9일간 열렸지만, 2회 때부터 행사를 60일로 연장하는 등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마포에 유입되는 신흥 중산층의 문화수요를 충족시키고 대중장르 중심의 지역 축제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축제를 마련했다고 마포문화재단은 설명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 경고도 없이 베이징 스튜디오 철거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 경고도 없이 베이징 스튜디오 철거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을 설계하는 데 참여했던 중국의 반체제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인 아이웨이웨이(61·艾未未)의 베이징 스튜디오가 갑자기 당국에 의해 철거됐다. 아이웨이웨이는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전에 공장으로 쓰이다 2006년부터 자신이 스페이스’란 별칭을 붙여 스튜디오로 써왔던 건물이 철거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연이어 올리며 “안녕”을 고했다. 이어 당국으로부터 철거와 관련해 어떤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하이 스튜디오가 2011년에 철거됐을 때도 아무런 경고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는 그의 나이를 66세라고 전하면서 2015년 중국을 떠나 독일로 이주한 뒤부터 중국 정부에 대한 날선 발언들을 쏟아냈다고 소개했다.그의 참모인 강라는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건물 임대 계약은 지난해 완료됐지만 작품 활동이 진행되던 것들이 많아 당장 이사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털어놓은 뒤 며칠 안에 이사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경고도 없이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유명 시인 아이칭(艾靑)의 아들인 그는 1978년 베이징 영화대학에 들어가 나중에 명장이 된 천카이거, 장이머우 등과 함께 공부했다. 이듬해 아방가르드 아트 그룹 ‘스타즈(Stars)’를 결성한 뒤 1981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에 거주하면서 행위예술을 했고 기성품 사물을 변형해 컨셉트 작품을 창작했다. 1993년 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귀국해 실험 예술가들의 ‘이스트 빌리지’를 만들며 젊은 예술가들을 다룬 세 권의 시리즈를 출간했다. 베이징 국립경기장의 설계를 헤르초크, 드 뫼롱과 협업해 해냈다. 2011년에도 체포돼 몇 개월 구금되며 여권도 말소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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