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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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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직 그곳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난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오직 그곳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난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루브르박물관이나 오르세미술관처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오직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컬렉션과 분위기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미술관들이 있다. 미술관에서 우리는 오직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의 분위기, 오랫동안 그 공간을 보살피고 사랑해 온 사람들의 온기, 그리고 무언가 나만의 소중한 기억을 아로새길 수 있는 뜻밖의 스토리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갑자기 등장해 춤추는 무용수들자유로운 관람객과 아름다운 조화 나에게 뜻밖의 소중한 추억을 안겨 준 첫 번째 미술관은 바로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이다. 갑자기 댄서들이 미술관을 점령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보스턴에서 그런 멋진 장면을 보았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의 정원에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무용수들이 갑자기 등장했다. 나는 그때 이 미술관의 걸작들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1990년 3월 18일 경찰로 위장한 강도들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에 침입해 렘브란트, 베르메르, 마네의 걸작을 무려 13점이나 훔쳤고, 약 2억 달러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도난당한 그림이 무려 30여년째 행방이 묘연하다니. 이 사실에 깜짝 놀란 상태인데, 갑자기 무용수들이 나타나 군무를 추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용수들의 등장을 지켜보았기에 더욱 놀랐다. 이런 난데없는 아름다움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느닷없이 어디서 천사가 나타난 것처럼 무용수들이 등장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풀나풀 가벼운 춤이 아니라 아주 진지하고 차분하고 고요한 춤, 마치 명상이나 수행을 닮은 듯한 춤이었다. 관람객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지시 사항이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저마다 자유로웠다. 그림을 계속 보면서 공연을 힐끔힐끔 봐도 되고, 공연에 몰입해 잠시 그림 관람을 쉬어도 됐다. 심지어 나와 함께 간 꼬마 소녀는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자신의 꿈에 도취해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소녀와 도난당한 그림을 떠올리며 한탄하는 한 여자와 누가 뭐래도 아름답게 누가 뭐래도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는 댄서의 이 의도치 않은 조화로움이라니. 나는 이 공연 때문에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만 같았다. 미술관은 바로 이런 뜻밖의 우연한 사건들이 아름답게 포개어지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공연이 펼쳐지고, 미술과 음악과 춤이 한데 모여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관람객들에게 아무런 행동의 제약도 가하지 않으면서 당신이 있고 싶은 모습대로 최대한 오래오래 있어도 되는 그런 공간, 그곳이 바로 미술관이 될 수도 있다.켈빈 그로브 미술관기도실 같은 아늑함 속 내걸린 예수숨막히는 아름다움의 세계로 초대 두 번째 장소는 바로 글래스고에 있는 켈빈 그로브 미술관이다. 이곳에서 나는 마치 아늑한 기도실처럼 만들어진 아름다운 장소를 만났다. 살바도르 달리의 ‘십자가’에 매달린 성 요한의 ‘그리스도’를 감상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홀이 하나 있다. 이 작은 홀에 들어가면 누구라도 이 그림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아늑한 장소. 이 그림 앞에서는 왠지 명상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명상을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이 그림과 오래오래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염없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하느님의 눈에 비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어땠을까. 아, 하느님은 예수를 잠깐이나마 외면하신 것이 아니었구나. 하느님은 예수를 보고 있었구나. 그가 고통받는 것을 보고 계셨구나.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데, 왜 이 그림에 매혹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흔히 보아 왔던 예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예수이면서도 예수가 아닌 것 같은 낯선 느낌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그 주제가 무엇이 파악하기도 전에 먼저 덮치는 순수한 느낌은 바로 밑도 끝도 없는 아름다움의 물결이다. 이 그리움의 아름다움은 해일처럼 갑자기 덮쳐 온다. 밀레의 ‘만종’처럼 천천히 스며드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모네의 ‘수련’처럼 마음 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고요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이 그림의 아름다움은 관람자를 난데없이 공격하듯 그 아름다움으로 보는 사람을 난폭하게 습격한다. 이 숨 막히는 아름다움은 샤갈의 그림처럼 포근하고 달콤한 느낌이 아니라 공격적이고 난데없으며 찌르는 듯한 아픔을 남기는 아름다움이다. 이 찌르는 듯한 아픔은 역설적으로 예수의 ‘상처 없는 몸’에서 우러나온다. 우리가 너무도 익히 보아 온 예수와 달리 이 그림 속의 예수는 아무런 상처나 흠 없이 완벽하다. 예수를 하늘에서 부감 샷으로 내려다보는 그림은 기존의 종교화와 전혀 다른 접근이 아닌가. 게다가 살바도르 달리의 예수는 성경책에 나오는 ‘성스러운 예수’라기보다는 톱모델이나 록스타처럼 자신의 아름다움을 세상 앞에 거침없이 보여 준다. 내 몸은 이토록 아름다우니 이 아름다움의 빛을 마음껏 들이마시라고 속삭이는 듯한 예수의 몸이라니. 그 속에 많은 말들을 감추고 있는 신비롭고 성스러운 이미지가 아니라 나는 이 몸을 통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는 듯 거침없고 솔직하다 못해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아름다움으로 관객에게 어필한다. 이 그림의 낯선 매혹의 뿌리는 예수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우러나온다. 우리는 예수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아름다운 남자’로 묘사한 그림을 처음 본 것이다. 이 그림 속의 예수는 상처 하나 없이 매끄럽고 고운 피부를 지니고 있다. 십자가에 매달려는 있으나 못 박혀 피 흐르는 자국이 없다. 그는 우리가 익히 보아 온 ‘상처받은 예수’가 아니라 그야말로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예수, 무적의 예수, 그 무엇에도 상처받지 않은 예수로 재림한다.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어쩌면 고난받는 예수의 이미지에 가려 진짜 예수의 영혼은 이렇게 그 모든 가혹한 공격에도 절대 상처받지 않았음을 우리는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이 그림의 아름다움이 단지 색채나 형태의 아름다움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 아름다움은 주제의 전복에서 우러나온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예수의 의미를 완전히 정반대로 비틀어 버리는 전복적인 예수. 그것은 바로 상처 입지 않은 예수. 고통받지 않는 예수, 그 어떤 비난과 모욕 속에서도 결코 자신의 빛을 잃지 않는 예수였던 것이다. 너무나도 부드럽고 탄력 넘치는 머릿결과 건강미 넘치는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한없이 매혹적인 예수. 그것은 우리 모두 미처 깨닫지 못한, 그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절대 망가지지 않은 예수의 온전한 모습이었다. 나는 이런 그림에 매혹된다. 전혀 새로운 세계를 향한 초대장 같은 그림. 이 그림이 아니었다면 결코 느껴 보지 못했을 세계를 향한 싱그러운 초대장, 연인의 손짓 같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낯선 세계로 이끌어 가는 달콤한 유혹의 미술관이 내 마음속에 둥지를 튼다.론다니니 피에타 박물관미켈란젤로의 미완성작 ‘피에타’위대한 예술가 ‘첫 마음’에 압도돼 세 번째 장소는 밀라노의 론다니니 피에타 박물관이다. 거대한 메인 홀 자체가 미켈란젤로의 걸작 ‘론다니니의 피에타’(1564) 오직 한 작품을 위해 존재한다.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내가 본 그 수많은 피에타들 중에서도 가장 마음 깊숙이 각인된 피에타다. 미완성이기에 더욱 아련한 모호함의 이미지를 남기는 작품이고,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 완성된 듯한 느낌,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에 압도된다. 너와 나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한 이 작품 앞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이 작품을 통해 미켈란젤로는 마침내 ‘예술가의 첫 마음’으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젊었을 때 이미 위대한 대가의 반열에 든 백전노장의 ‘첫 마음’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다 필요 없어, 오직 죽어 가는 존재에 대한 멈출 수 없는 사랑만이 인생에서 소중한 거야. 마리아, 이 아름다운 어머니를 봐. 아들이 이미 죽었는데도 아들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못하잖아. 그 모든 위대한 작업을 뒤로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대리석 조각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작업에 집중해 보자고 마음먹었을 그의 형형한 눈빛이 떠오른다. “나는 대리석에서 천사를 보았고, 천사가 풀려날 때까지 조각했다.” 예술가는 대리석 속에 갇힌 천사를 발견할 줄 아는 눈을 지닌 자이고, 그 천사가 마침내 온전히 풀려날 때까지 조각을 멈추지 않는 존재이니. 그러나 이 대리석 속의 천사는 완전히 풀려나지 못했다. 바로 그 ‘아직 다 풀려나지 않음’ 때문에 우리 마음을 이토록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사랑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바라본다. 대리석의 속박에서 아직 완전히 풀려나지 못했기에 우리가 풀어 줘야 하는 천사를. 육체적으로는 죽어 가고 있지만 영적으로는 다시 태어나고 있는 예수를. 마치 자신이 영원히 끌어안고 있으면 아들이 금방이라도 살아날 것 같은, 그 실낱같은 기대를 멈출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을. 부축하려는 어머니와 부축당하는 아들의 경계가 흐려지는 느낌, 누가 누구에게 기대고 있는 것인지, 누가 누구를 구해 주려 하는 것인지, 그 모든 ‘너와 나’의 경계가 흐려지는 느낌이 가슴을 울린다. 어머니는 필사적이다. 마치 고통받는 아들을 다시 자궁 속으로 집어넣어 영원히 상처받지 않는 안식처로 이끌려는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 완전히 녹아들어 이제 어머니와 아들의 경계조차 사라져 가는 듯하다. 자식의 고통을 어떻게든 멈춰 주고 싶은 어미의 마음, 그러나 나는 괜찮다며 그런 어머니를 업고 가려는 듯 몸부림치는 예수의 마음은 이제 비로소 하나로 엉키어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사랑은 마침내 ‘나’라는 울타리를 완전히 허물어 버리는 목숨을 건 도약이기에. 고통받는 존재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사랑, 이미 죽어 간 존재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사랑으로 오늘도 울고 있는 당신이야말로 또 하나의 피에타일지니. 그토록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존재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지니. 문학평론가·작가
  • [열린세상] ‘희생양 만들기’ 정책, 이젠 바꾸자/이종수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열린세상] ‘희생양 만들기’ 정책, 이젠 바꾸자/이종수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인류의 역사, 심지어 신화 속에 ‘희생양 만들기’의 비극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철학적 해석을 제시한 사람은 프랑스 사학자 르네 지라르였다. 인간들은 사회에 위험이 닥칠 때 특정 집단에 책임을 뒤집어씌워 희생시킴으로써 갈등을 해소하고 질서를 회복시켜 왔다. 제물로 선택되는 대상은 늘 약자 집단이었다. 보복할 능력조차 없는 약자를 희생시켜 정치적 제물로 삼고, 때로 신성한 제의로 신화화하기도 했다. 지라르가 분석했던 신화들은 공통적으로 가해자의 입장에서 희생양 만들기를 서술하는 구조였다. 하나의 예외가 성경이었다. 처절하게 죽임당한 예수의 이야기를 희생자의 입장에서 기록하고 저주와 폭력의 집단적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서사 구조였다. 지라르에게 성경은 거대한 러브 스토리였다. 나는 요즘 지역개발로 갈등이 벌어지는 전국의 현장을 방문하며 사례 연구를 하는 동안 지라르의 희생양 만들기가 자꾸 떠오른다. 고대의 신화와 암흑의 역사에 나올 비극이 21세기 한국의 개발 현장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소수의 약자 집단을 희생양 삼아 개발 정책의 사업이익을 남기고 다수가 손뼉치는 현상 말이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을 ‘님비’라는 용어로 은폐한다. 지역개발을 둘러싼 갈등의 현장에서 희생양 만들기에 저항하는 약자들의 외침을 한낱 님비로 묘사하는 것은 행정의 ‘ㅎ’ 자도 모르는 학자이거나 민초들의 삶에 연민조차 느낄 줄 모르는 가짜 공무원의 호도일 뿐이다. 나의 사례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님비는 없었다. 지역이기주의로 지칭되는 대부분의 갈등은 유사한 구조를 내포한다. A라는 지역에 군청이 혐오시설을 만들기로 하면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 투쟁에 나선다. 생업에 지장을 받고, 스트레스로 우울증 약을 먹으며, 일부는 경찰서에 불려 가기도 한다. 이 투쟁을 거쳐 B라는 지역으로 혐오시설이 변경돼 현장에 가 보면 공통적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왜 군청은 당초 B에 혐오시설을 설치해야 옳았을 것을 A라는 지역으로 결정해 고통을 야기했을까. 무지와 부패 외에는 달리 상상할 어휘가 없다.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형 로펌을 상대로 주민들이 투쟁해 이긴 강원 평창군 거문리 사례를 보자. 평화롭게 주민들이 살아가는 동네였고, 강원도와 평창군의 시니어 낙원 프로그램에 의지해 인구가 유입되는 중이었다. 갑자기 마을 뒷산에 초대형 풍력발전기 9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주민들이 접하고 투쟁에 나섰다. 산업부의 불법한 허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주민들이 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한 뒤 7개월의 투쟁 끝에 승리했다. 주민들은 마치 ‘희생양 만들기’의 올가미를 빠져나온 기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는 풍력단지를 만들 때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거리 규정 자체가 없다. 지역의 찬반을 결정할 민주적 절차와 원칙도 없다. 일부 주민을 희생시켜 풍력단지를 만들 만반의 여건을 정부가 완비해 주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많은 갈등 현장에서 풍력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피해를 받지 않는 주민들은 일부 심각한 피해 주민들을 희생양 삼아 찬성표를 던지기 일쑤다. 사업자가 동네 단위로 던지는 지원금은 공공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기회를 박탈하고 피해 주민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길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은밀하게 오간다. 희생양을 만드는 집단적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매표 행위로 사법부가 판단을 내려 줘야 시정될 듯하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소수를 희생시켜 이익을 남기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집단적 폭력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희생자의 외침을 님비로 매도하며 정책을 강행하는 과정을 정상적 업무 추진의 일부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희생양 만들기’에 의존하는 정책들을 이제는 바꾸자. 그것은 미개한 폭력일 뿐이다.
  • “관객 기대의 두 배 보여 주고파”… 간절함으로 빚은 오싹한 아우라

    “관객 기대의 두 배 보여 주고파”… 간절함으로 빚은 오싹한 아우라

    “외쳐라, 나의 이름을 위대한 전쟁의 신 마르스의 아들 로마의 영웅 메셀라 나 메셀라!” ‘나 메셀라’를 부르는 박민성(41)의 눈빛에는 오싹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피로 얼룩지진 않았지만 몸 전체가 피범벅이 된 것 같은 모습으로 자신이 메셀라임을 외치는 그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일 것만 같다. 초연, 재연에 이어 삼연째 뮤지컬 ‘벤허’에서 메셀라를 맡은 그가 가진 특별한 아우라다.메셀라의 대표 넘버인 ‘나 메셀라’의 마지막을 한 호흡으로 부르는 박민성을 보는 것은 ‘벤허’ 팬들이 아끼는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공연에서도 박민성이 ‘나 메셀라’를 마치자 객석에선 엄청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보는 이들을 전율하게 하지만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만난 박민성은 “힘을 계속 써야 하니 엉덩이에 쥐가 날 때가 있다”며 웃었다. ‘벤허’는 루 월리스가 1880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주인공 유다 벤허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창작뮤지컬이다. 증오심에 불타는 벤허가 예수를 만나 “용서하라”는 말을 듣는 기독교적 내용이지만 종교를 뛰어넘는 명작으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주인공 벤허의 오랜 친구인 메셀라는 남모를 차별을 받으며 자란 설움이 있는 인물이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벤허의 서사를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빌런(악당)으로서 누구보다 역할이 중요하다. ‘나 메셀라’를 부르는 몇 분간 겁 많고 순진했던 청년이 살의가 가득한 인물로 거듭나는 장면은 배우의 연기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박민성은 “메셀라는 자식 같은 역할”이라며 “코로나 이후 오랜만의 대극장 작품이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정말 죽어라 연습했다”고 말했다. 재연 이후 3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의 나이도 40대가 됐지만 이날 공연에서 벤허 못지않은 박수를 받은 그의 존재감은 왜 자신이 선택받았는지를 제대로 보여 줬다. 한때 배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기에 무대마다 가진 걸 다 쏟아붓는 그다. 박민성은 “한순간 삐끗하거나 실수하면 기회가 없어지니까 그 소중함을 안다. 내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쏟아붓는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모토가 “받은 거 2배는 하자”라는 그는 티켓을 사서 찾아 준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 2배 이상으로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서 매번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아직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박민성은 “한 분이라도 박수 쳐 주시는 분이 있으면 계속 도전하고 두드리겠다. 늙어서 무대에 더이상 오르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가 전성기”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열정이 가득한 눈빛을 보였던 그는 “계속 멋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해 보겠다”면서 “제가 열심히 ‘나 메셀라’를 외치고 있고 좋은 음악과 연출, 앙상블이 어우러져 있으니 벤허도 마지막까지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9일까지.
  • 이범수, 와이원엔터에 새 둥지… 류승범·황정음과 한솥밥

    이범수, 와이원엔터에 새 둥지… 류승범·황정음과 한솥밥

    배우 이범수가 와이원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1일 와이원엔터테인먼트는 “이범수가 오랜 시간 다져온 배우로서의 삶을 지지하고 작품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범수는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오, 해피데이’(1999~2000) ‘외과의사 봉달희’(2007) ‘온에어’(2008) ‘자이언트’(2010),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2001) ‘정글쥬스’(2002) ‘싱글즈’(2003), ‘오! 브라더스’(2003) ‘뷰티 인사이드’(2015), ‘인천상륙작전’(2016) 등에 출연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2023)에 이어 ‘범죄도시4’에서도 활약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예정작 ‘광장’에도 합류했다. 한편 와이원엔터테인먼트에는 배우 예수정·류승범·황정음·박효주·전혜원·서이라·박창훈 등이 소속돼 있다.
  • 오페라에 KKK? ‘노르마’가 선보인 종교 연출의 진수

    오페라에 KKK? ‘노르마’가 선보인 종교 연출의 진수

    십자가 3500개.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종교적이지만 곳곳에 전통 가톨릭 문화가 가득했다.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으로 지난 26~29일 공연한 오페라 ‘노르마’가 한국 공연에서는 보기 어려운 종교 연출의 진수를 제대로 선보였다. ‘노르마’는 사랑을 위해 조국을 버린 여제사장 노르마의 비극적인 운명을 담은 이야기다.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빈첸초 벨리니(1801~1835)의 최고 수작으로 꼽히며 과거 이탈리아 지폐에 새겨진 유일한 오페라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노르마’ 연출가 알렉스 오예는 이 작품에 대해 “종교가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실제로 모든 것을 관통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과도하게 연출하고 싶은 유혹도, 전쟁 상황을 무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그의 선택은 종교에 충실한 연출이었다. 요즘 오페라가 온갖 실험과 비틀기로 무장했지만 ‘노르마’는 구체적인 특정 문화에 천착하면서 오히려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문화로서의 종교는 불교가 대세이고 가톨릭 문화 저변이 미약한 한국에서는 오예의 연출이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해도 많이 생겼다. 일례로 스페인에서 부활절에 볼 수 있는 뾰족한 삼각형 모자인 ‘카피로테’를 미국의 범죄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의 복장으로 착각한 경우가 그렇다. 참회의 상징인 카피로테를 KKK가 차용했다고 전해지긴 해도 유럽의 종교문화가 가득한 무대에 미국 범죄단체의 속성을 끌어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노르마’의 대표 아리아인 ‘카스타 디바’를 부르는 장면도 종교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연출이었다. 우선 무대 가운데 설치된 대형 향로는 많은 이의 로망으로 꼽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설치된 것을 가져왔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보타푸메이로’라 부르는 이 향로에 불을 피운 후 성직자들이 힘차게 밀어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산티아고 성지순례의 꽃으로 꼽힌다. 제한된 시간에만 볼 수 있어 일정이 맞지 않으면 보기 어려워 그 가치가 더 귀하다. ‘노르마’에서는 한 사람이 등장해 향로를 왔다 갔다하게 밀고 사라지자 노르마가 ‘카스타 디바’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향로가 포물선을 그리는 모습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의 향로 미사를 연상케 했고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이 장면을 한없이 엄숙하게 만들었다. 향로 미사는 수많은 순례객이 꼬질꼬질한 상태로 들어와 악취가 가득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을 뿌리던 것에서 유래해 지금은 신성한 의식으로 자리잡았다. 보타푸메이로의 존재와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겐 노래만 들릴 뿐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나갈 장면일 수밖에 없다.아리아를 부를 때 노르마가 높은 곳에 올라간 것도 종교적 연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인류 대대로 제사장들은 군중보다 지형적으로 높은 곳에서 메시지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예수의 산상수훈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지금도 교황이 바티칸에서 군중 앞에 어떻게 등장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다른 프로덕션에서도 노르마가 높은 곳에 있는 것은 볼 수 있는 장면이긴 하지만 기왕 높이는 거 시원하게 높이면서 제사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했다. 여기에 뒤에는 십자가 모양으로 선 인물들을 세워두고, 옆에 향로를 왔다 가게 하는 등 작정하고 종교적 색채를 중첩한 덕에 색다른 매력이 돋보였다.1부에서 등장한 의자 같은 소품이 장궤틀이었던 것도 종교적 분위기를 더했다. 장궤란 허리를 바로 세운 채 양 무릎을 꿇은 자세로 존경을 나타내는 행위로 가톨릭 성당에 가면 신자들이 기도할 때 보이는 바로 그 자세이다. 기도의자, 무릎의자로도 불리는 장궤틀은 젊은 여사제 아달지아가 노르마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장면에서 활용되며 비로소 무대에 가져다 둔 의미가 살아나게 된다. 무대 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지 않았음을 알게 하는 소품이었다.아달지아의 고해성사는 오예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고해성사를 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볼 수 없다.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정면을 보게 된다. 오예는 아달지아의 고해성사를 듣는 노르마가 제사장의 본분을 다하면서도 사랑하는 남자를 떠올리며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모습을 관객들만 볼 수 있게 했다. 보여주고 싶지 않으면서도 드러나야 하고 결국엔 누군가에게 보이게 될 수밖에 없는 것. 서로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관객들은 지켜보게 되는 고해성사는 그 모순적인 속성과 두 사람 사이의 교묘한 긴장감을 제대로 드러낸 동시에 이 작품에서 노르마가 앞으로 겪을 운명을 암시하는 훌륭한 장치였다. 철저하게 종교적인 연출을 했기에 의미가 살아나는 장면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디테일을 제대로 느끼고 보면 일부를 가시면류관으로 꾸민 3500개의 십자가가 그저 공허한 소품이 아님을 알게 된다. 종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왜 그런지도 모르고 아쉽다고 느끼기 쉽지만 알고 보면 감탄에 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연출이다. 종교 연출의 진수를 보여줬기에 2부가 시작할 때 TV가 등장하고 배경을 현대로 전환한 것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르마’는 한국에서 보기 어렵고 한국 관객들에게 낯선 가톨릭 문화를 복합적으로 얽히게 연출하면서 숨은그림을 찾게 하는 신선한 즐거움을 줬다.
  • 훌쩍 다가온 크리스마스 시즌…스위스관광청 크리스마스마켓 일정 공개

    훌쩍 다가온 크리스마스 시즌…스위스관광청 크리스마스마켓 일정 공개

    스위스가 가장 낭만적일 때는 언제일까. 겨울, 그중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4주간을 꼽는 이들이 많다. 이 기간은 ‘대림절’이라 불린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기간을 뜻하는 기독교 용어다. 스위스 관광청이 올 겨울 주요 도시의 크리스 마스 마켓 일정을 공개했다. 이를 간략히 소개한다. 상세한 일정은 스위스 관광청 한국사무소 누리집(www.myswitzerland.com/ko)을 참조하시라. ●취리히취리히엔 여러 개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다. 마법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터 중 벨뷰(Bellevue)에 있는 크리스마스 빌리지는 맛있는 먹거리가 돋보이고, 취리히 중앙역에서는 축제처럼 장식된 홀을 만날 수 있다. 낭만적인 구시가지, 니더도르프(Niederdorf)에 들어서는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크리스마스 합창단이 청명한 캐럴을 연주한다. 취리히 중앙역 뒤편의 국립박물관 안뜰은 빛, 착시, 음악, 먹거리로 가득한 겨울 왕국으로 변모한다. ●루체른‘로채르너 비나흐트스매르트’라 불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핵심이다. 루체른 구시가지의 프란치스카너브룬넨 분수대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한다. 1m는 족히 되는 초와 반짝이는 조명, 나뭇가지로 분수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성 마리아 교회에서는 콘서트가 열리고, 실제 인물 크기의 예수 탄생 모형이 발걸음을 세운다. 바인마르크트 광장에선 루체른의 장인 60여 명이 공들여 만든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필라투스 정상에선 유럽에서 제일 높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 바젤바젤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터 중 하나로 꼽힌다. 명성답게 바젤 구시가지는 언제나 볼거리로 가득하다. 마법 같은 겨울 왕국으로 변모하는 바젤 시내에 자그마치 100개의 크리스마스트리가 화려한 장식을 뽐내고, 조명 장식이 수 ㎞에 걸쳐 펼쳐지며, 화려한 조명 장식을 갖춘 건물과 가옥이 눈길을 끈다. 바젤 도심 한복판 역사적인 구시가지 안에서 상인과 장인들이 155개의 자그마한 목조 샬레에서 정성스럽게 마련한 상품을 판매한다. 마법 같은 풍경 속을 거닐며 선물을 고르기 좋다. 글뤼바인, 생강 과자 랙컬리 등도 맛볼 수 있다. ● 툰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밸리츠 쇼핑 거리가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놀이터로 변모한다. 어린이들은 직접 양초를 만들어 볼 수 있고, 회전목마를 탈 수 있다. 장식이 화려한 장터 가판대는 툰 크리스마스 마켓의 주인공이다. 알프스의 파노라마가 배경으로 펼쳐지고, 맛있는 향토 먹거리가 만족감을 높여준다. 11월 17일에는 툰 시청사 앞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조명 점등식이 열린다. 이날부터 크리스마스 시즌 내내 낭만적인 조명이 거리를 수놓는다. 인터라켄 주변 지역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 [길섶에서] 꽃기린 키우기/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꽃기린 키우기/임창용 논설위원

    언젠가부터 거실에서 키우는 꽃기린이 꽃을 피우지 않는다. 수년 전 지인에게 선물받은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심겨져 있던 걸 도자기 화분에 옮겨 심은 식물이다. 작지만 계속 피고 지는 꽃을 365일 볼 수 있어 소중하게 여겨 왔다. 나무줄기는 단단한 가시로 뒤덮여 있다. 예수님의 가시 면류관으로 쓰였다고 해 꽃말이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이다. 볼 때마다 숙연함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한데 서너 달 전부터 꽃잎이 떨어지기만 할 뿐 새로 순이 돋지 않는다 싶더니 결국 하나도 남지 않았다. 뭔가 이상이 있을 터. 인터넷에서 꽃기린 재배법을 검색해 보니 화분 위치가 문제였던 것 같다. 햇볕이 잘 드는 거실 창턱이나 베란다에서 키우던 걸 식탁 옆 탁자로 옮겼었다. 조금이라도 꽃을 가까이서 보고자 했던 욕심 탓이다. 작은 욕심에 일을 그르친 어리석음을 탓하며 화분을 창가로 옮겼다. 꽃기린이 그동안 꽃피우는 법을 잊지 않았기를 기원하면서.
  • [최보기의 책보기] 가성비 풀컨디션 이탈리아 미술 기행

    [최보기의 책보기] 가성비 풀컨디션 이탈리아 미술 기행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아야만 할 모든 것이다”라고 말 한 사람은 영국 시인 존 키츠다. 김영숙 미술 작가의 신간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은 키츠의 명언으로 첫 장을 연다. 문제는 아름다움이 매우 추상적인 데다 상대적 가치라는 점이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 누군가가 아름답다고 느낄 때 다른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과 외설 사이가 특히 그렇다. 거의 모든 미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결국 작품마다 상대적 호불호(好不好)가 따르게 마련인데 괴로운 일은 남들은 다 아름답다고 감격하는데 나만 대체 뭐가 아름다운지를 몰라 우두커니 서 있을 때다. 어떻게 하면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까? 훈련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눈으로 어떤 그림을 보는 순간 미적 아름다움을 느끼는 심미안에 그림이 담고 있는 내용을 판단하는 지식이 결합해야 온전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화가의 그림에는 개인, 사회, 역사에 쌓인 사고와 철학이 들어 있다. 그림이나 조각을 본다는 것은 그것들에 대한 맹렬한 추적’이라는 저자 김영숙의 말이 그 말이다.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은 ‘일주일간의 이탈리아 미술 그랜드 투어’이다. 그러니까 일곱 번의 강의나 일주일 동안 읽는 7일이 아니라 이탈리아를 찾는 사람이면 돌기 마련인 바티칸,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등 도시마다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그림과 조각의 ‘정보’를 맹렬히 추적해 놓은 책이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중세까지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어지간한 명작들이 다 나온다. 심지어 그토록 유명한 예수와 열두 제자를 그린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은 물론 야코포 바사노,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틴토레토, 파올로 베로네세 (레위가의 향연)까지 여섯 작품을 비교해 설명한다. 예수께서 “그러나 보라. 나를 파는 자의 손이 나와 함께 상 위에 있도다”(누가복음 22:21)라고 했던 그 장면인데 화가마다 손의 주인 유다에 대한 표현이 다르다. <최후의 만찬>을 다빈치만 그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지금 알게 된 사람은 더욱 맹렬한 추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굳이 이탈리아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이탈리아 미술이 궁금한 사람이면 가성비는 충분히 넘친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호안끼엠호수 인근 쌀국수 맛집에서 전설과 역사를 이야기하다 [한ZOOM]

    호안끼엠호수 인근 쌀국수 맛집에서 전설과 역사를 이야기하다 [한ZOOM]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Hanoi) 구시가지에서 인파에 떠밀려 도착한 곳은 ‘호안끼엠’(Hoàn Kiếm, 還劍)이라는 이름의 호수였다. 어느덧 해가 지고 달빛을 비추는 호수 주변에는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어린 아이들,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10대로 보이는 소녀들이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레러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 호수에서 우연히 철봉(Steel Bar)과 칼자루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이것을 하늘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검으로 명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왕이 되어 다시 이 호수를 찾은 레러이 앞에 황금거북이가 나타났다. 거북이는 그 검은 용왕님의 보검이며 이제 평화가 찾아왔으니 다시 그 검을 용왕님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레러이는 그 검을 호수 한복판에 있는 작은 섬에 묻었다. 지금 그 작은 섬 위에는 황금거북이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거북탑이 세워져 있다. 우리가 아는 베트남 쌀국수(Pho)의 시작 호안끼엠호수 주변을 걷다 보니 갑자기 배가 고팠다. 문득 베트남 현지 쌀국수 맛이 궁금해졌다. 식당을 찾기 위해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다행히 그녀는 영어를 할 줄 알았다. 친절한 그녀가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 그녀가 알려준 ‘퍼딘보호’(Pho Thin Bo Ho) 간판을 발견했다. 겉모습이 너무 허름해서 잠깐 실망했지만, 문득 그녀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그 식당이 겉으로는 허름해 보일지 몰라도 하노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맛집이랍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도 문득문득 생각날 거에요.”베트남 쌀국수라고 알려진 퍼(Pho)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베트남 음식이다. 쌀국수는 젓가락에 익숙하지 않는 북미에서도 이미 소울푸드(Soul Food)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쌀국수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사실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1898년경 베트남 북부에 있는 도시 ‘남딘’(Nam Dinh)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하다. 당시 남딘에는 섬유공장이 세워지고 있었는데, 섬유공장을 세우기 위해 남딘에 온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원래 있던 쌀국수에 쇠고기를 넣어 요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중에는 베트남인들도 쇠고기를 넣은 쌀국수의 맛에 빠지게 되었고 지금과 같은 모습의 쌀국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만난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 퍼딘보호를 떠나 다시 호안끼엠호수 주변을 걸었다. 시간이 늦어 그랩(Grab)을 타기 위해 큰 길로 방향을 돌렸다. 모퉁이를 돌자 사람들이 모여 큰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건물은 하노이 최초로 만들어진 서양식 건축물인 ‘성 요셉 성당’(St. Joseph's Cathedral)이었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성 슈테판 대성당’이나 독일에 있는 ‘쾰른성당’에 비하면 웅장한 맛은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성당 정문 앞에는 오른손에는 십자가를 들고, 왼손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여신상이 세워져 있었다. 동상의 아랫부분에는 황금색으로 ‘레기나 파시스’(Regina Pacis), 평화의 여왕이라는 의미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베트남을 지배하던 제국주의 국가인 프랑스가 식민지 땅에 평화의 여왕 동상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랩(Grab)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호안끼엠호수 옆 퍼딘보호에서 먹은 쌀국수가 떠올랐다. 벌써부터 문득문득 생각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그곳을 알려준 여대생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던 것 같다.
  • “먹고 살기도 힘든데…” 베네수엘라,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시즌 [여기는 남미]

    “먹고 살기도 힘든데…” 베네수엘라,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시즌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크리스마스 시즌이 내달부터 공식 시작된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TV프로그램에서 “11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올해 크리스마스는 지금까지 그 어떤 크리스마스보다 즐거운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며 “(국민은) 내달 1일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려) 예쁘게 집을 꾸며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총천연색으로 빛나게 집을 꾸며보자. 그리고 아기예수에게 ‘베네수엘라는 아기예수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외치자”는 말도 했다. 베네수엘라 국가기관은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 띄우기에 열심이다. 현지 언론은 “대법원과 의회 등에선 벌써부터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마스를 2개월 넘게 앞두고 대통령과 기관들은 때 이른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국민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경제난으로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판에 크리스마스가 즐거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카라카스에 사는 주민 파블로는 “끼니를 하루 한 끼로 줄였는데 크리스마스라고 달라질 것이 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주민 앙헬라는 “먹고살기도 힘든 판국에 집을 예쁘게 꾸밀 돈이 있겠냐”며 “대통령의 발표를 보고 열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비판이 쇄도했다. 야권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라는 건 베네수엘라 국민의 생활상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마두로 대통령은 국민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 의원은 “크리스마스를 즐길 돈이 없는데 공식 시즌만 앞당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특히 공식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당기기로 유명하다. 마두로 대통령은 2020년부터 해마다 크리스마스 공식 시즌을 앞당겼다. 지난해까지 베네수엘라에선 10월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공식 개막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공식 시즌 개막이 예년보다 1개월 늦어진 것이다. 크리스마스 공식 시즌이 워낙 일찍 시작되다 보니 상업계의 준비도 빨라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는 이미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품을 파는 가게가 넘친다. 한 상인은 “매년 10월부터 공식 시즌이 개막돼 올해도 그럴 줄 알고 크리스마스 상품을 미리 준비했다”고 말했다. 
  • 전북 응급의료기관 소아청년과 전공의 부족 심각

    전북 응급의료기관 소아청년과 전공의 부족 심각

    전북지역 소아청년과 전공의 부족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대병원은 올해 4명의 전공의 모집에 1명, 원광대병원과 예수병원은 단 한명도 모집하지 못했다.11일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101%였으나 2019년부터 감소해 2021년 38.2%, 2023년 25.0%로 크게 낮아졌다. 진형석 전북도의원은 이날 임시회 5분 발언에서 “도내 응급의료기관 20개 중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근무하는 곳은 단 10개소에 지나지 않는다”며 전북도의 적극적인 재정 투자와 지원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진 의원은 “김제, 무주, 장수, 임실, 순창, 부안의 응급의료기관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단 한명도 없고 중증 응급환자의 경우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해당 지역의 경우 소아 응급환자를 태우고 전주 등 도시권으로 이동하기 위해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권한도 없으면서… 보훈부, 지자체 참전수당 ‘상향 평준화 지침’ 추진 논란

    권한도 없으면서… 보훈부, 지자체 참전수당 ‘상향 평준화 지침’ 추진 논란

    국가보훈부가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인 6·25전쟁 및 베트남전쟁 유공자 참전수당의 상향평준화를 추진한다. 하지만 지자체 고유 업무로 조례에 따라 지급하는 참전수당에 대해 권한도 없는 보훈부가 지침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훈부는 “전국 243개 지자체에서 지급하고 있는 참전수당에 대한 상향평준화를 골자로 한 새로운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한다”면서 “지침에 따른 이행실적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10일 발표했다. 보훈부는 2004년부터 65세 이상 6·25전쟁 및 월남전 참전유공자에게 참전명예수당(올해년 기준 월 39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조례에 따라 참전수당을 지급하다 보니 지자체에 따라 최고 46만원(강원 화천군)부터 최저 8만원(전북 전주·익산시)으로 차이가 있다. 보훈부에선 거주지역에 따라 지급액이 제각각이다 보니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지난해 12월 지자체에 ‘참전수당 지급액 하위 40% 지자체는 전국 평균(당시 15.3만원) 수준으로 인상해달라’는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보훈부가 제시한 새 지침은 우선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하위 80% 평균 지급액(8만원)’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지자체에 내년까지 8만원 이상으로 참전수당을 인상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8만원보다 적게 지급하더라도 광역지자체 지급액과 더한 참전수당이 전국 평균(18만원) 이상이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보훈부는 이 지침에 따라 전국 기초지자체 226곳 가운데 30%인 66곳에 참전수당 인상을 권고할 계획이다. 보훈부 방침에 대해 기초지자체에선 “보훈부가 무슨 권한으로 지자체에 ‘지침’을 강요하느냐”는 반응이다. 기초지자체의 A국장은 “일부 지자체가 선심성 선거공약으로 참전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지자체마다 ‘왜 우리는 적게 주느냐’는 항의를 받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서 “지역별 형평성을 해소하려면 보훈부가 예산을 확보해 국고보조를 통한 정액지급제도를 만드는 게 더 나은 방안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보훈부 관계자는 “보훈부가 참전수당 문제에 권한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면서 “참전수당 관련 ‘지침’은 참전수당 상향평준화를 위한 ‘권고’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 예수 분장한 드래그 퀸, 공연 중 ‘풍기문란죄’로 체포 [여기는 동남아]

    예수 분장한 드래그 퀸, 공연 중 ‘풍기문란죄’로 체포 [여기는 동남아]

    필리핀의 ‘드래그 퀸(여장 남성)’으로 유명한 남성이 공연 중 주기도문을 노래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장면을 연출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아마데우스 페르난도 파젠테(33,남)로 알려진 드래그 퀸은 지난 7월 출연한 쇼에서 화려한 모습의 예수 그리스도로 분장하고 록버전의 '주기도문'을 춤추면서 불렀다. 해당 동영상은 온라인상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 6000만여 명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 대중들은 ‘신성모독’이라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일부 지방 정부는 그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 인물)’로 선언하기도 했다. 기독교 단체들은 파젠테가 파티에서 신성을 모독하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저속한 행위’를 했다고 기소했다. 이에 필리핀 마닐라 경찰은 5일 파젠테를 ‘부도덕한 교리, 풍기문란, 외설적 쇼’라는 혐의로 체포했다. 파젠테는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면서 “나를 체포한 것은 필리핀 사회의 동성애 혐오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공연은 예술이고, 드래그(성별과 다르게 꾸미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필리핀 당국의 파젠테 체포 소식에 인권 단체와 성소수 단체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카를로스 콘데 수석 연구원은 “파젠테의 체포는 폭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도 자신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고소 취하를 촉구했다. 한편 종교계 내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 가톨릭 주교회의의 제롬 세실라노 신부는 “파젠테의 행위는 신성모독이고, 무례하다"고 밝힌 반면, 에이리체 코르테즈 목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고 전했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는 동성 결혼, 이혼, 낙태 등의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파젠테의 체포는 필리핀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을 재점화했다. 파젠테 지지자들은 집회를 이어가며 사회에 대한 폭 넓은 수용과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신비한 전설을 간직한 몬테네그로 페라스트 성모섬 [한ZOOM]

    신비한 전설을 간직한 몬테네그로 페라스트 성모섬 [한ZOOM]

    우리 역사는 신라(新羅)를 ‘화려한 불교문화를 꽃피운 나라’로 기록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고구려(372년), 백제(384년)에 이어 가장 늦게 불교를 받아들인 나라는 신라(572년)였다.  국가체계를 잡은 세 나라에게는 ‘사회통합’이라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건국 초기에는 건국신화를 통해 정치적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건국신화 속에서 주몽, 온조, 박혁거세, 김알지는 신(神)의 자손이거나, 신(神)이 보낸 자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세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는 신이 선택한 민족’이라는 선민의식(選民意識)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선민의식의 배타성은 영토확장으로 새로 수용한 이민족과의 사회통합에는 걸림돌이 되었다. 세 나라에게는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정치사상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불교였다.  고구려와 백제는 일찍 불교를 도입해서 정치적 안정을 찾아갔다. 문제는 신라였다. 고구려와 백제에서 불교를 도입한지 약 200년이 지났음에도 신라는 여전히 토속신앙을 지지하는 귀족과 지배층의 저항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등장한 사람이 이차돈(異次頓)이었다.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는 신라의 불교도입과 이차돈의 순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차돈은 불교도입에 찬성한 유일한 귀족이었다. 이차돈은 법흥왕에게 불교도입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겠다고 간청했다. 법흥왕은 반대했다. 하지만 이차돈의 고집을 꺽지 못했다. 법흥왕은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모두가 불교도입을 반대하고 있는데도 이차돈만이 찬성하고 있다’라는 이유로 이차돈의 목을 베어 버렸다. 이차돈의 목에서 하얀색 피가 솟구쳤고, 이 모습을 본 귀족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더 이상 불교 도입을 반대하지 못했다. 어부들이 건져 올린 성모의 그림  유럽 남부 발칸반도의 아드리아해 연안에 자리잡은 몬테네그로의 ‘코토르(Kotor)’에서 코토르만(Bay of Kotor)을 따라 북서쪽으로 몇 킬로미터 올라가면 오래된 도시 ‘페라스트(Perast)’를 만날 수 있다. 페라스트에는 전설을 간직한 두 개의 작은 섬이 있다. 하나는 자연섬인 ‘세인트 조지섬’(Saint George Island), 다른 하나는 인공섬인 ‘성모섬’(Our Lady of the rocks)이다.  세인트 조지섬에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오래 전 프랑스군이 이곳 페라스트를 점령했을 때, 프랑스군 장교와 마을 여인이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프랑스군이 마을을 포격했는데, 그 여인도 포격으로 그만 죽고 말았다. 포격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괴로움에 장교는 군복을 벗고 수도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 섬으로 들어가서 죽을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옆 성모섬에는 신비한 전설이 전해진다. 1452년 베네치아 선원들이 페라스트 인근에서 암초에 표류하고 있었다. 우연히 물속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렸는데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마을 어부들이 그 암초가 있던 바위 위에 십자가를 세우고 주변에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200년 동안 약 900평 규모의 인공섬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매년 7월 성모섬 주변에 돌을 던지는 풍습이 남아있으며, 인공섬 위에는 물에서 건져 올린 성모 마리아 그림과 여러가지 유물을 보관한 성당이 세워져 있다. 성모섬과 이차돈의 전설을 돌아보며  성모섬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이 섬의 전설을 들었다.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이야기였다. 어떻게 물 속에서 그림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있었으며, 어떻게 그림 때문에 베네치아 선원들의 상처가 나을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전설과 신화는 사실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논리가 아닌,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 목이 잘린 이차돈의 몸에서 솟구친 하얀 피는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얀 피가 가진 의미다. 나라를 위한, 불교를 위한 그의 숭고한 희생을 의미하는 것임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성모섬의 성모 마리아 그림에서도 물 속에서 변하지 않았고, 건져 올린 선원들을 치료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성모 마리아의 변하지 않는 사랑을 먼저 떠올렸어야 했던 것이다. 성모섬을 떠나며, 종교인도 아닌 주제에 감히 가슴 위로 뉘우침의 성호를 그렸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 서울시, 노인의날 기념 어르신 정책 47명 표창

    서울시, 노인의날 기념 어르신 정책 47명 표창

    서울시는 노인의 날(10월 2일)을 기념해 5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제27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열고 모범어르신과 어르신복지 기여자, 장사유공자, 공로단체 등을 표창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표창에는 지역 내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와 나눔을 실천한 모범어르신 16명과어르신 복지 기여자 25명, 노인복지 기여단체 5곳과 장사문화 발전 기여자 1명이 수상한다. 모범어르신 수상자인 김철중(73)씨는 2021∼2022년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에서 홀몸노인과 중장년 빈곤층을 위해 기부하고 본인이 사는 마을에서 정기적인 경로잔치가 열릴 수 있도록 청년회를 지원하며 지역발전에 앞장선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안수(73) 씨는 2008년부터 봉사단과 함께 무료 급식소를 운영했다. 결식 우려 노인의 식사를 챙기고 안부를 확인해 독거노인의 고독사 등을 막는데 앞장섰다. 노인 복지 기여자 표창 수상자 민진암(64)씨는 1990년부터 노인복지관과 노인인력개발원 등에서 노인 맞춤형 돌봄사업에 힘썼다. 고영희(71)씨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서초시니어 유튜브 채널(할마할빠이야기) 진행자로 참여했다. 2011년 5월부터 현재까지 노인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주야간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동구립해공데이케어센터와 1997년부터 방화1동과 방화3동에 거주하는 신체·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노인을 위한 밑반찬 조리 봉사를 해 온 대한예수장로회 영신교회가 단체 수장자로 선정됐다. 이수연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지역사회와 노인복지를 위해 헌신한 공로로 수상한 여러분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 책을 소중히 여겼던 15세기 사람들 [으른들의 미술사]

    책을 소중히 여겼던 15세기 사람들 [으른들의 미술사]

    ‘수태고지’(受胎告知·Annunciation)는 신약성서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잉태 사실을 알리는 이야기다. 기독교에서 이 부분은 예수가 인간으로서 삶을 얻게 되는 순간이라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왔다. 따라서 수태고지 테마는 유럽 성당 내 벽화나 스테인드글라스, 조각으로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수태고지’ 도상은 푸른색 망토를 두른 여성과 날개 달린 천사 두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때에 따라 성모의 순결함을 강조하기 위해 흰 백합꽃이 등장하기도 한다. 대체로 ‘수태고지’에서 성모는 책 읽는 모습이나 수를 놓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15세기 플랑드르 일상 속으로 들어온 성모 로베르 캉팽(Robert Campin, 1375?~1444)은 15세기 플랑드르에서 활동한 화가다. 캉팽은 수태고지 장면을 자신이 살고 있는 15세기 플랑드르 가정집에서 일어난 일로 묘사했다. 애초에 수태고지는 마리아와 요셉이 생활한 갈릴리 지방 나자렛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캉팽은 나자렛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한 플랑드르 지방에서 일어난 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에게 플란다스로 익숙한 플랑드르는 오늘날 벨기에 북부에 해당하는 추운 지방으로 네로와 파트라슈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안트베르펜 성당 안에서 동사할 정도로 추운 곳이다. 따라서 겨울이면 뼛속까지 한기가 도는 추운 플랑드르 사람들은 벽난로를 설치하고 유리창에 덧문을 달아 추위와 바람을 막고자 했다. 캉팽은 집안 구조뿐 아니라 소품들도 하나같이 15세기 플랑드르에서 사용하는 실제 일상 용품들로 채웠다. 벽에 걸린 주전자, 긴 벤치형 의자, 마요르카 도자기 화병, 화염 가리개 등은 당시 플랑드르 사람들이 사용한 가재도구들이다.  책, 책, 책, 책을 아낍시다 그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소품은 성모가 읽고 있는 책과 식탁에 놓인 책주머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인쇄가 등장하기 100여 년 전이므로 여기 놓인 책은 필사본으로 쓰인 귀한 책이다. 책이 귀하다 보니 책 주인이 책을 소중히 다룬 흔적이 보인다. 마리아는 책의 네 귀퉁이가 닳을까 천으로 책을 둘렀으며, 이도 모자라 책을 가방에 넣어 소중히 보관했다.  책을 아끼는 현대의 방법 요즘 종이로 인쇄된 책보다 전자책(e-book) 형태의 책이 유행하고 있다. 또한 수만 권이나 되는 책을 구독하는 도서 구독 서비스 플랫폼도 인기가 있다. 세월이 흘러도 책이란 ‘읽는 것’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책을 담고 있는 용기가 변했을 뿐이다. 시대가 변해 책의 형태는 바뀌었으나 책을 아끼는 마음만은 한결같다. 사람들은 비싼 돈 주고 산 스마트 폰이나 테블릿에 흠이 갈까 걱정하는 마음에 고가의 필름지를 덧대거나 케이스를 끼우곤 한다. 마리아가 살았던 시대, 캉팽이 살았던 시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대와 공간이 이리 다른데 책 귀하게 여기는 마음만은 어쩜 이리 같은지. 성모가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몰라도 귀한 내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편집자주] 선선한 바람이 불어 책 읽기 좋은 계절을 맞아 ‘으른들의 미술사’는 책 읽는 그림을 살펴본다.
  • 조선의 예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운보 성화 해설집 출간

    조선의 예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운보 성화 해설집 출간

    운보 김기창(1914~2001) 화백이 6·25 전쟁 피난 시절인 1952~1953년 그린 ‘예수의 생애’ 성화가 70년 만에 해설집으로 출간됐다. 김 화백은 전북 군산으로 피난 갔던 시절 앤더스 크리스 젠센(1897~1956)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일대기 30점 연작을 군산영명고등학교(현 군산제일고등학교)에서 그렸다. 갓을 쓴 예수로 당시 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한국적인 화풍으로 예수의 일대기를 완성해 색다른 미학을 자랑했다. 김 화백은 청각 장애가 있었지만 독실한 신앙과 예술 활동으로 장애를 극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출간된 이번 해설집은 전북 출생으로 운보가 그림을 그린 군산제일고 출신의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가 직접 해설에 나섰다. 현직 시인이기도 한 소 목사는 “화백께서 그림으로만 남기셨기에 성화 완성 70주년을 맞아 출판사에서 간곡한 요청이 와서 목회자와 시인의 감성으로 성화의 성경 배경을 해설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예수의 일대기가 소 목사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소개된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인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추천사에서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침탈의 고난 역사 가운데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 성화를 통해 구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주셨고, 성화 완성 70주년을 맞은 이때 시인으로도 잘 알려진 소강석 목사님이 성화 작품의 성경적 해설을 쉽고도 입체적으로 표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예수의 생애’ 해설 성화집은 쿰란출판사에서 고급 양장본으로 출간됐다. 기독교서점과 출판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 176쪽. 15만원.
  • 성남시, 65세 이상 국가유공자에 택시비 ‘월 최대 15만원’ 지원

    성남시, 65세 이상 국가유공자에 택시비 ‘월 최대 15만원’ 지원

    경기 성남시가 10월부터 65세 이상 국가유공자에게 월 최대 15만원의 택시 요금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인 65세이상 국가 유공자는 성남시에 주민등록을 둔 7500여명이다. 전국 어디서든 택시를 타면 이용요금의 75%를 성남시가 지원하고,나머지 25%는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택시비 지원 금액은 1회 이용 때 최대 1만5000원, 한 달에 10회 최대 15만원이다.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G-PASS) 또는 국가유공자 복지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면 분기별로 이용요금을 정산해 대상자 계좌로 지급한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12월 ‘성남시 독립유공자 및 국가유공자 등 예우·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사업 시행의 근거를 마련했다. 올해 확보한 사업비는 6억3500만원이다. 첫 지급은 연말에 이뤄진다. 택시비를 지원받으려면 일반유공자는 신분증,통장 사본,G-PASS 카드 사본을 오는 11월 20일까지 주소지 동 행정복지터에 제출하면 된다. 상이유공자는 신분증,통장 사본,복지카드(10~11월) 이용대금 명세서를 오는 12월 15일까지 내면 된다. 성남시는 65세 이상 국가유공자에게 택시비 지원 외에도 월 10만원의 보훈명예수당과 설·추석 등 명절에 각 5만원의 명절 위문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망한 6·25 및 월남전쟁 참전유공자의 배우자 1275명에게는 월 10만원의 복지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 “정명석 메시아 아니다”…‘JMS 2인자’ 돌변했지만 15년 구형

    “정명석 메시아 아니다”…‘JMS 2인자’ 돌변했지만 15년 구형

    잠옷을 건네며 “주님을 지키면서 자라”고 정명석 총재(78)와 동침을 지시했던 ‘JMS 2인자’ 정조은(44·여·본명 김지선)이 ‘정명석 메시아’를 부인했다. 정조은은 26일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나상훈) 심리로 열린 10차 공판에서 검사가 “지난번 정명석씨를 ‘메시아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예수님만이 메시아라는 말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JMS 교리상 교주가 신도들에게 속옷을 선물하거나 수영복 사진을 요구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자 “교리상 설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조은은 2018년 3∼4월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29)에게 잠옷을 건네며 “여기서 주님을 지키며 잠을 자라”고 지시하는 등 정 총재의 성범죄를 도운 혐의로 JMS 간부들과 함께 구속기소됐다. 정 총재도 메이플과 호주 여신도 에이미(30), 한국인 여신도를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조은은 이날 공판에서 있은 피고인 신문에서 “정 총재가 한국인 여신도의 특정 부위를 만졌다는 얘기와 다른 외국인 여성 신도들도 (성범죄)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도 보고받았다”면서 “정 총재한테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했다. 20년 동안 (정 총재를) 계속 메시아로 믿고 따랐던 저도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정조은은 “내가 부흥 집회를 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됐지만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린 내게 JMS 단체를 물려주는 것을 우려하면서 수감 중인 교주에게 ‘2인자’로 지칭했다”며 “그렇지만 내가 모든 것의 그림을 짜고 가담한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메이플·에이미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지만,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 단체가 사과하길 원했고, 이 때문에 나도 선교회에서 배척당했다”고 거듭 ‘JMS 2인자’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번 재판에서 JMS 국제선교국 간부인 A씨는 정조은에 대해 “권력이 막강한 사람이고, 많은 이들이 두려워했다”며 ‘독재자’라고 표현했다. A씨는 “정조은의 방향을 비판한 목회자가 쫓겨난 적도 있다”면서 “정 총재의 수행비서를 직접 배치하고, 원하는 사람들을 공석(간부)에 앉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정조은에게 징역 15년, 민원국장 김모(51·여)씨에게 징역 10년, 나머지 JMS 간부 4명에게는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메이플이 정 총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호소하자 “그것이 하나님의 극적인 사랑”이라고 말하고, 이후 메이플이 성범죄를 당할 때 근처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 김형재 서울시의원,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서울지부 한마음체육대회 참석 축사

    김형재 서울시의원,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서울지부 한마음체육대회 참석 축사

    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김형재 의원(국민의힘·강남2)은 지난 25일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서울시지부(지부장 구본욱)가 개최한 ‘2023 한마음 체육대회’(동작구 축구장)에 참석, 축사를 통해 자유대한민국의 수호를 위해 애쓰신 회원들의 헌신과 희생에 깊은 감사를 드렸다. 이날 행사는 서울상이군경회 회원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희원 서울시의원, 나치만 서울보훈지청장 등 5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단결과 친목을 위한 경기를 펼쳤다. 김 의원은 축하 인사말을 통해, 작년 7월에 개원한 제11대 서울시의회 통일안보지원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통일안보 체험사업 지원, 상이군경 보훈명예수당 신설(10만원, 2024.1.부터)·참전수당 인상(10만원→15만원, 2024.1.부터),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 설치 추진 등과 함께 국가안보, 평화통일, 보훈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훈예우는 아무리 확대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각오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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