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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이 갈수록 그림자가 더 큰 男子 허준호

    세월이 갈수록 그림자가 더 큰 男子 허준호

    “해모수, 반추, 예수….” 영화배우 허준호는 먼저 올들어 맡은 굵직한 배역들을 열거했다. “위에 계신 분들을 연기하려니까 정말 손끝 하나가 조심스러워요. 귀신, 신 우리가 못 본 존재들이잖아요? 그런데 예수님까지…,1년 내내 어렵습니다.” 다소 과장된 제스처를 하더니 얼굴에 금세 많은 주름살이 퍼진다. 전날(21일) 극장에 내걸린 판타지 영화 ‘중천’에서 절대악 ‘반추’역을 맡은 그는 현재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서 예수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인물들만 연달아 맡아서일까. 그는 어떤 질문에도 딱 부러지게 싫고 좋음, 옳고 그름의 선을 긋지 않았다. 느릿느릿 알듯 말듯하게 하는 대답. 긴 머리 탓인지 도인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튼 그의 그 여유로운 기운이 나쁘지 않았다. “뮤지컬 ‘갬블러’의 카지노 보스 역을 할 때였어요.‘악도 선에서 나올 수 있고, 선도 악에서 나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 역을 통해 많은 걸 찾았어요. 우리(제작진)끼리 반추가 ‘절대악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죠. 자기 부인이 그렇게 됐는데 가만 놔두겠나, 죽어서도 복수를 꿈꾸지 않겠나 했죠.” 반추는 퇴마부대인 ‘처용대’의 수장으로 부인이 겁탈을 당한 뒤 자살하자, 부패하고 타락한 세상에 환멸을 느끼며 반란을 꿈꾸다 죽임을 당한다. 저승과 이승 사이의 중간세계인 중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어 세상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려 하고, 이를 막으려는 이곽(정우성)·소화(김태희)와 대립한다. 영화 얘기가 나오자 그는 “섭섭하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고만고만한 영화가 판치는 요즘, 본격적인 한국적 판타지 영화를 표방하고 104억이나 쏟아부은 ‘중천’은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시사회 후 덩치값을 못하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평가도 있어 불안함을 드러냈다. 컴퓨터 그래픽과 액션은 눈부실 정도이지만 영화가 내세운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절절한 사랑’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가 주문을 걸 듯 말했다. “700명의 스태프가 고생을 했는데 대박 나야죠. 희망을 좀 거는 편인데, 예를 들어(앞에 놓인 성냥갑을 들면서)이게 장미꽃인데 나는 싫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 그러면 나만 바보되는 거 이런 거죠. 하하.” 그는 얼마 전 TV드라마 ‘주몽’에서 해모수로 분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 러셀 크로와 견줄 만하다 해서 ‘허셀크로’(그는 이 표현에 대해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한때 가수 비보다 춤을 더 잘췄다.”고 말해 좌중을 쓰러뜨렸지만 그가 많은 재능과 열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의 이력이 입증한다.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배우로서 그의 그림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중견배우들의 비중이 커지는 영화계에서 그의 행보가 반가운 일이다. 그는 ‘50’이란 숫자에 각별한 의미를 뒀다. 내년 6∼7월쯤에 기생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뮤지컬 ‘해어화’를 올려 제작자로도 변신하는 그는 “쉰살에는 영화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의 모델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그가 평소 “엄마”라고 부르는 가수 윤복희(뮤지컬에 함께 출연하고 있다.)는 ‘정신적 지주’이다. “뜻하지 않게 접어든 배우 인생인데 제가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래서 전 행운아죠.” 20년 이상을 달려온 연기 인생. 그는 지나간 모든 것을 긍정했다. 그래서 지금도 불러주면 고맙고 가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 바닥이 좁잖아요. 다 아는 사람들인데 거절 못하죠. 그리고 지금 잘나간다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법이 있나요? 장미란도 이번에 (역도에서)금메달 딴다고 했는데 은메달 땄잖아요?”(웃음)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30일 연재 마치는 ‘유림’ 작가 최인호씨

    30일 연재 마치는 ‘유림’ 작가 최인호씨

    작가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그려졌다.3년간의 대역사(役事)였지만 피곤한 기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신문에 대하장편소설 유림(儒林)을 연재하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이야기꾼’ 최인호(61)는 그랬다. 아쉽게도 유림은 오는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1일 서울 한남동의 집필실에서 만난 작가는 연신 “이처럼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백명의 아이(작품)를 낳았지만 특히 이번에는 명분 있는 아이를 낳았습니다.3년간 꼬박 연재할 때도 그랬지만 작가라는 사실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두시간여 동안 그의 입에서 ‘키워드’들이 툭툭 튀어 나왔다.‘혼돈의 시대, 작가적 충정, 동방예의지국, 선비정신의 부활’. 그가 행복하게 ‘유교의 숲’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이 차츰 조합되기 시작했다. 그는 “21세기에는 하이에나 논리로 가득 찬 서구적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더불어 사는 유교적 자본주의가 화두가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때 우리의 훌륭한 유산인 ‘선비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자, 맹자, 순자, 조광조, 율곡, 안향 등 유림의 무수한 주인공 가운데 작가 최인호가 가장 주목했던 인물은 누구일까. 그는 거침없이 퇴계 이황을 꼽았다.“석가모니의 불교가 원효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과 마찬가지로 공자의 유교 역시 퇴계에 의해 사상적으로 완성됐습니다. 일본에서는 퇴계를 ‘해동의 공자’라고 불렀습니다. 퇴계는 불세출의 위대한 사상가였습니다.” 퇴계 사상의 골수인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 주목했다는 그는 “어려운 것을 알기 쉽게 쓰려고 무지하게 노력했다.”고 토로했다. 퇴계가 왜 위대한지, 이기이원론의 정수가 무엇인지 등이 모두 유림속에 농축돼 있다는 것. 그는 유교의 필요성을 교육문제와도 연결지었다. 교육의 난맥상을 해결하는 첫걸음은 선비사상의 부활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한 사람의 ‘난 사람’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어서 문제입니다. 백사람의 ‘된 사람’을 기르는 교육으로 회귀해야 합니다. 공자는 정치가이자 외교가이자 위대한 교육자였습니다. 유교에 해법이 있습니다.” 그는 아직도 육필원고를 고집한다. 머릿속의 진수를 짜내는 데 컴퓨터 키보드는 적합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3년간 써내려간 원고량은 200자 원고지 6500장에 이른다. 한동안 가야시대를 다룬 ‘제4의 제국’을 동시에 썼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집필만 하기도 했다. 스스로도 “태어나서 가장 초인적으로 써내려간 시기”라고 말했다. 불교(길없는 길), 유교(유림)에 이어 이제 그는 기독교에 숨결을 불어넣으려고 한다.200년 전 이 땅에서 수만명이 순교함으로써 우리와도 인연이 깊은 예수 그리스도 사상의 본류를 꿰뚫어볼 작정이다. “불교다운 불교가 남아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고, 유교도 한반도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이들은 우리 민족의 원형질입니다. 이제 마무리 개념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자 합니다.” 그는 예루살렘 순례 등을 통해 곧 자료수집에 착수,2년 뒤쯤 작품을 ‘출산’할 계획이다. 작가의 창작열을 ‘입덧’에 비유한 그는 스스로 ‘가임(可姙)성 작가’라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글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유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최인호 대하장편소설 ‘유림’은 2004년 1월5일 서울신문 지면을 통해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이 보다 12∼13년 전 작가의 심장에서는 이미 유림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시 불교를 주제로 한 장편소설 ‘길없는 길’을 집필하던 그는 우리 민족의 혈관 속에 불교뿐 아니라 유교라는 원형질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고 거리낌 없이 다음 작품 주제로 유교를 점찍었다. 곧바로 공자의 고향 곡부를 둘러보고, 공자의 사당이 있는 태산에 올라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이름까지 미리 정해 두었다. 유림은 연재 시작과 함께 독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몰고 왔다. 학술서적 외에 유교를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일까, 소설로 형상화된 유교와 유학의 대가들을 만난 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유교를 다시 보게 됐다.”고 탄복했다. 천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퇴계 이황이 사실상 2000년 유학을 집대성했다는 사실에도 뿌듯해했다. 무엇보다 혼탁 일색인 오늘을 살아가야 할 지혜를 제공해준 작가에게 감사해했다. 연재가 완성되기도 전에 지난해 7월 조광조의 개혁정치(1권), 공자의 주유천하(2권), 퇴계의 군자유종(3권)을 묶어 이례적으로 먼저 1부 3권을 출간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식지 않았다. 한 중학생 독자는 TV 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한 작가를 상대로 “서점에서 선 채로 유림을 읽었다. 공자가 이렇게 재밌는지 알게 해줘 고맙다.”고 말해 작가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공자에서 퇴계로 이어지는 유림의 숲을 다룬 4권과 과감히 벼슬을 버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학문에 정진했던 퇴계의 일생을 다룬 5권까지 모두 50만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출판사(열림원)나 작가 모두 이같은 호응에 깜짝 놀라고 있다. 공자의 생애를 되살린 6권은 내년 1월15일쯤 출간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블루 크리스마스/육철수 논설위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러시아 시인 푸시킨이 읊은, 저 유명한 시(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첫 구절이다. 슬픔에 빠졌거나 희망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시대와 공간을 넘어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곤 하는 시구다. 한해가 또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해 부동산값 폭등으로 떼부자가 된 이도 많을 테고, 로또복권 당첨으로 돈벼락을 맞은 이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한쪽에선 사랑하는 이를 영영 떠나보낸 이도 있고, 모진 병마와 싸우는 이도 있을 것이며,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한 이도 많을 터이다. 하지만 즐겁든 슬프든, 이제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할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어려운 일이 많았던 이는 푸시킨의 시를 나지막이 읊조려 보라. 부디 희망의 끈일랑 꽉 잡고서…. 며칠 있으면 성탄절이다. 길거리 구세군 냄비에 작은 정성이 하나둘 모이고, 사랑의 온도탑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가는 것을 보면 따뜻한 인정이 더욱 살갑게 다가오는 연말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온 누리에 사랑을 베풀고 낮은 곳으로 임했듯, 지난 1년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도 이쯤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봄이 어떨까. 미국 교회에서는 견디기 힘든 일을 당하거나, 슬픈 사람들을 위한 ‘블루 크리스마스’(슬픈 크리스마스란 뜻) 예배가 요즘 유행이라고 한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빈 의자 신드롬’(Empty chair syndrome)을 앓는 사람을 위해 고안한 것인데, 예배 때 슬픔을 서로 나눔으로써 상당히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예배당엔 침울한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지고, 서로 껴안고 우는 순서도 있어 우울한 마음은 금방 씻긴단다. 이쯤되면 ‘블루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메리 크리스마스’다. 가까운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기쁨을 주는 사람 역시 그들이다. 서로 미워 죽겠다고 해도, 그러면서 정이 쌓이는 게 인간만사 아닌가. 올 한해, 나로 인해 슬프거나 속상했던 이웃은 없는지, 주위를 한번 찬찬히 둘러보자.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연말 이 땅의 뮤지컬은…

    연말연시 공연의 홍수 속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인터넷 입장권 예매 순위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두 작품은 다름아닌 ‘명성황후’와 ‘마리아 마리아’다. 강인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여성의 굴곡많은 삶과 불굴의 의지를 그린데다 해외 진출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것도 두 뮤지컬의 닮은꼴이다. 2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는 ‘명성황후’는 한국 뮤지컬의 명품이자 자부심이다.1995년 초연 이후 10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명성황후’는 총 관람객 10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번 연말공연까지의 총 관객 숫자는 98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2월17일∼3월4일 예술의전당에서 갖는 앙코르 신년공연에서 대망의 100만명 기록을 달성할 예정이다. ‘명성황후’는 외국인들의 관람도 꾸준한데 영화 ‘007 카지노로얄’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본드걸’ 카테리나 뮤리노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안무와 의상, 노래 모두 완벽했다.”는 관람평을 남겼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에서 팬텀역으로 열연했던 브래드 리틀도 ‘명성황후’를 보고 갔다. 초연부터 대작이었던 ‘명성황후’와 달리 2003년 소극장 공연에서 시작한 ‘마리아 마리아’도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이달 3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뉴욕, 런던, 캐나다에 이어 일본 공연을 추진 중인 ‘명성황후’에 이어 ‘마리아 마리아’도 한국 뮤지컬이 해외에서 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성경에 바탕을 둔 ‘마리아 마리아’의 여주인공 마리아는 평면적인 예수 캐릭터와 달리 1부와 2부의 의상이 확 바뀔 정도로 개성넘치는 인물이다.1부에서 하이힐을 신었던 마리아가 2부에서는 맨발로 열창을 한다. 꼭 기독교도가 아니더라도 한 여성의 ‘불굴의 사랑’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번 공연에서는 1대 마리아인 강효성과 소냐, 최가인 3명이 마리아역을 맡아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뽐낸다. 또 예수역의 허준호와 소경 역할을 맡은 윤복희는 오랫동안 무대를 지켜 온 배우의 저력을 확인시켜 준다. 비운의 국모 명성황후가 부르는 감동적인 ‘백성이여 일어나라’, 뜨거운 열정의 가진 마리아가 들려주는 ‘활활 타올라라’를 들으며 다가오는 새해를 힘차게 살 기운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무슨영화 볼까]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 감독 캐서린 하드윅 주연 케이샤 캐슬 휴즈·오스카 아이삭 이 영화는 아기 예수가 탄생하기까지 그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가 겪은 정신적·육체적 역경. 성경, 그 이면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풀어냈다. 스위트 크리스마스 감독 채즈 팔민테리 주연 수전 서랜든·로빈 윌리엄스 이 영화는 병든 노모 수발에 지친 노처녀 로즈, 약혼자의 질투 섞인 사랑에 숨막히는 니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갖가지 사랑 이야기. 올드미스 다이어리 감독 김석윤 주연 예지원·지현우 이 영화는 TV 인기 시트콤이 스크린에 다시 부활했다. 성우로 일하는 서른 두 살의 푼수 노처녀 최미자, 방송국 싸가지 지현우에게 제대로 꽂혔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감독 숀 레비 주연 벤 스틸러·로빈 윌리엄스 이 영화는 매일 밤마다 살아나는 박물관의 전시품들. 하는 일마다 실패해 박물관 경비로 새출발하려는 래리는 출근 첫날부터 황당한 경험을 한다. 중천 감독 조동오 주연 김태희·정우성·허준호 이 영화는 인간 세상과 천상의 중간인 ‘중천’. 거기서 다시 만난 이곽과 연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007 제21탄-카지노 로얄 감독 마틴 캠벨 주연 다니엘 크레이그·에바 그린 이 영화는 시리즈의 기원으로 올라가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그렸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기존의 본드들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 기독교계, 사학법 재개정 촉구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해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가 재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 단체와 천주교 대표단 20여명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국회 회기 내 개정 사립학교법을 반드시 재개정해 개방형 이사제 등 위헌적 독소 조항을 없애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개방형 이사 선임은 물론 임시 이사도 거부하고 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김형오 원내대표를 면담하고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개신교 진보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이날 교단장회의를 열어 쟁점 사안인 개방형 이사제도의 개정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KNCC측은 “사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개혁입법이라는 점에서 공감했으나 기존 이사회의 비리를 외부자를 통해 감시하겠다는 취지의 개방형 이사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단장회의를 통해 개방형 이사 추천자를 학교운영위나 대학평의회에 두기보다 종교사학이 소속된 종단이나 교단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KNCC는 20일 청와대를 방문해 이같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지난 18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올해 국회 회기 내에 개방형 이사제 등 독소 조항을 철폐하지 않으면 22개 교단에 소속된 사립학교 78곳의 폐쇄조치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정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나눔의 삶 실천하자”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은 성탄절을 맞아 18일 “예수님처럼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자.”는 내용의 성탄메시지를 발표했다. 정 추기경은 “성탄절을 맞아 여러분과 모든 가정 그리고 온 세상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한다.”면서 “예수께서 섬김과 나눔의 삶을 사셨듯 우리 역시 하느님의 사랑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생명, 사랑, 기쁨, 감사, 희망처럼 내적인 가치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우선 배려하는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24일 밤 12시와 25일 낮 12시에 명동성당 대성당에서 ‘예수 성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한다.
  • [Book Review] 홀아비 아닌 혁명가 ‘냄새’

    독신, 그것은 이제 더이상 결혼을 위한 대기상태가 아니다. 하나의 당당한 주체적 생활방식이 된지 오래다. 대표적인 ‘독신자 국가’인 프랑스의 독신인구는 약 1500만명(2004년 기준). 프랑스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전통적인 가족관념이 아직 남아 있는 우리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1000여명의 미혼·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2.9%가 독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독신자들이 사회에서 이렇게 어엿이 자리잡기까지 과거 수많은 독신자들은 수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인생의 낙오자’라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독신의 수난사’(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권지현 옮김, 이마고 펴냄)는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독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를 살핀 책이다. 그동안 결혼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독신은 문학작품 등을 통해서만 다뤄져 왔을 뿐 그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외면당해 왔다. 그런 점에서 독신자들의 ‘수난’을 본격적으로 다룬 이 책은 주목할 만하다. 독신 혹은 독신주의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생활방식이다. 고대에는 결혼을 통해 세대간의 신성한 관계를 맺어야만 조상을 숭배할 수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의 독신자는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고, 로마의 독신자는 가혹한 ‘독신세’를 내야 했을 뿐 아니라 고위직 진출에도 불이익을 받았다. 그러나 학문을 꽃피운 그리스의 경우 철학자들의 독신은 철학과 결혼한 것으로 간주돼 오히려 장려되기도 했다. 독신의 역사에서 특히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이 예수의 등장이다. 기독교는 독신을 순결과 연관지었고 성직자에게도 이를 중요한 소명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중세는 ‘강요된 독신’의 시대였다. 순결을 중요시한 기독교의 영향도 있었지만, 장자에게 세습이 이뤄진 중세의 봉건체제는 장자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독신을 강요했다. 유산 상속에서 제외된 이들은 흔히 기사가 돼 귀부인에게 순정을 바치거나 돈 많은 상속녀와 결혼하는 삶을 택했다. 한편 교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학에서는 독신이어야만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오로지 주인만을 섬겨야 했던 하인들도 독신을 강요받았다. 근대는 독신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통상 신대륙 발견에서 프랑스 혁명까지를 근대로 본다면, 이 시기 독신은 곧 악마와 동의어였다. 독신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니 필연적으로 악과 통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결혼을 해 안정을 찾지 못한 독신자들은 동업조합이나 형제회에 가입하는 등 자신들끼리 무리를 지어 행동했다. 책임이나 의무에서 자유로웠던 만큼 범죄의 유혹에도 쉽게 빠져들었다. 근대에 들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저자(파리예술경영기획전문학교 중세 도상학 교수)에 의하면 20세기는 신(新)독신자의 시대다. 직업을 갖는 여성들이 점차 많아지고 1인가구가 늘어나 독신자들이 주요 마케팅 대상이 되면서 독신의 역사는 커다란 전기를 맞았다. 충동적 구매자로서 독신자가 탄생한 것이 그 한 예다. 책은 유명 독신자들의 면면을 목록으로 만들어 소개해 눈길을 끈다. 플라톤, 예수, 잔 다르크, 브람스, 플로베르, 고흐, 코코 샤넬….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들은 모두 ‘시대의 혁명가’였다. 인류의 유구한 독신문화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게 하는 유용한 정보와 지식이 담긴 흥미로운 책이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영화단신] 네티비티 스토리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낳으시고….’ 예수의 신비로운 탄생을 말해주는 주기도문의 한 구절이다. 의로운 사람 요셉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후 자신의 자식이 아닌 아이를 가진 마리아의 결백을 믿었고, 그 결과 아기 예수는 축복 속에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이 정도는 성경에도 나와 있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오는 21일 개봉하는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은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그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알맞은 영화다. 성경에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으나 아기 예수를 세상에 내어 놓기까지 평범한 부부 요셉과 마리아가 겪었을 심리적·육체적 역경을 생생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처녀가 부정한 방법으로 임신했다는 의심을 사는 마리아의 불안, 율법대로 그녀를 돌로 쳐죽이라는 압력을 받는 요셉의 고뇌, 만삭의 마리아를 데리고 삶의 터전을 떠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가게 된 사연 등을 촘촘하게 풀어놓고 있다. 특히 영화는 위대한 탄생에 따르는 진통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때문에 베들레헴으로 가는 부부의 힘겨운 여정을 보여주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 고난의 행군을 끝내기까지 강물에 빠지고 사막의 모래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다. 부르트고 갈라진 요셉의 발바닥은 마리아와 아기를 지켜낸 그의 헌신과 믿음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우여곡절 끝에 베들레헴에 당도하지만 발 뻗고 누울 자리도 찾기 전에 마리아의 진통이 시작된다. 동굴 같은 마구간을 겨우 찾아 3000년 만에 3개의 별이 하나로 모인 그 순간 아기 예수가 태어난다.“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 오셨도다.” 동방박사 3인을 비롯해 메시아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마리아를 연기한 케이샤 캐슬휴즈는 다른 마리아를 생각할 수 없도록 한다. 성서를 바탕으로 나사렛 마을을 고증해 내고 모로코와 사하라 사막까지 거치면서 역사적 현장을 완벽히 재현, 마치 성지순례를 떠나는 감동까지 전해준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행복은 관계속에서 형성된다/길자연 목사 왕성교회 당회장

    가난과 질병만이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불행과 실패만이 고통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원치 않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고통 중의 고통입니다. 가난과 질병, 실패와 불행이 눈에 보이는 가시적 고통이라면 원치 않는 사람과 함께함으로써 생기는 고통은 내면에 상처를 주는 정신적 고통입니다. 문제는 이런 고통을 피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원치 않아도 고통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계속 찾아와 나를 괴롭힙니다. 왜 원치 않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고통입니까? 그것은 가치관과 생각과 삶의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르다는 것은 때로는 신비감과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지옥의 체험입니다. 그래서 수십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부부가 남남으로 갈라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토록 함께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함께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공동체의 장이라는 데 있습니다. 탕자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와 자신 간에 도저히 메워지지 않는 세대차, 그리고 생각과 관념, 신앙관 차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집은 넉넉했습니다. 그를 간섭하고 억압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는 아버지 집에서 온갖 풍요를 누리면서 마음껏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자기 사이를 가로막는 차이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집을 떠나 먼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 모험임을 모르는 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설령 어려움을 당한다 해도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보다 나아보였기에 미련 없이 집을 떠난 것입니다. 이렇게 원치 않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함께하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할 때 행복이 깃들게 됩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두사람이 한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삶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두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요셉은 생각이 다르고 입장과 처지가 다른 형들과 함께 양을 쳤습니다. 르위스 박사는 “인간 고통의 70%는 곁에 있는 사람들이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요셉에게 고통을 준 것은 형들이었습니다. 그토록 미워하고 불평을 하던 형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형들로부터 미디안 상인들에게 은 이십냥에 팔려 애굽으로 끌려가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노예로, 죄수의 몸으로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 형들과 함께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위대성입니다.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문제를 경제나 국방의 위기에서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큰 문제는 함께할 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다른 사람끼리 함께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만, 갈라섬으로써 생기는 고통보다는 훨씬 수월한 일입니다. 행복은 함께하는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자랍니다. 차이가 고통은 주어도 함께해야 할 이유는 행복은 서로 함께하는 인간관계에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성탄절의 의미는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하려고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셨다는 데 있습니다. 조지 허버트는 “남을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자기가 건너야 할 다리를 파괴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서로를 용서하면서 함께 살아야 할 이유는, 그것이 행복의 다리를 건널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길자연 목사 왕성교회 당회장
  • 로마 교황청 사도 바울 석관 발굴

    사도 바울의 유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석관(石棺)이 발굴됐다. 바티칸 고고학자들은 최근 로마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성 바울 대성당의 납골 지하실에서 3년간의 발굴 작업 끝에 약 1700년 전 석관을 발굴했다. 흰 대리석 석관 위에는 ‘순교자 사도 바울’이란 라틴어가 새겨져 있었다. 사도 바울은 지중해, 로마 등을 여행하며 예수의 복음을 전파했다. 서기 65년 로마황제 네로에 의해 참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성 바울 대성당 발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바티칸 고고학자 지오르지오 필리피는 “우리의 목표는 이 석관의 유해가 (사람들에게) 경배를 받고 보여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세기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황제 테오도시우스가 바울이 묻힌 곳에 교회를 세웠고, 바울의 시신이 안치된 석관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후에 지하실로 옮겨졌다.1823년 화재로 교회가 파괴된 뒤 현재의 성 바울 대성당이 교회터에 세워졌다. 그러나 바울의 무덤이 있던 지하실 주변은 흙더미로 뒤덮였고 그 위엔 거대한 석판 제단이 놓여졌다. 성당측은 곧 사도 바울의 관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지만, 관 내부를 공개하거나 조사할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儒林(749)-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6)

    儒林(749)-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6)

    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6) 지성림문 안으로는 동서쪽으로 뻗으면서 공림을 한 바퀴 도는 환림로(環林路)가 있었다. 이 환림로의 길이는 5㎞. 공림의 외림은 여기에서 끝나고 또다시 공자의 무덤이 있는 이림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림과 외림의 분기점은 지성림문에서 100여m 거리에 흐르고 있는 수수(洙水). 말이 강이지 실제로는 개울처럼 보이는 이 도랑 위에는 수수교(洙水橋)라고 불리는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다. 대문에서 인력거를 타고 온 사람은 일단 이곳에서 하차하는데, 인력거꾼들은 손님을 내려주고 다시 공자의 무덤에서 나오는 환림로 출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손님을 태우고 돌아가는 모양으로, 다리 입구에는 인력거에서 내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털갈이하듯 푸득푸득 내리던 싸락눈은 어느새 알이 굵어져 있었다. 날씨가 풀렸는지 굵어진 눈발에는 촉촉한 물기마저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눈이 내리는 수수교를 천천히 지나 이림 안으로 들어서면서 생각하였다. 사마천은 고향에 돌아온 공자가 ‘하·은·주 3대의 예를 주석하고 고서, 전기들을 정리하였으며, 위로는 요순의 시대로부터 아래로는 진의 목공에 이르기까지 순서에 따라서 정리 편찬하였다.’고 간단하게 기록하고 있지만 5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시(詩), 서(書), 역(易), 예(禮), 악(樂), 춘추(春秋) 등 육경(六卿)이라고 불리는 유교의 경전을 스스로 편찬하였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불가사의한 일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공자와 더불어 세계의 3대 성인 중에 하나인 부처는 8만의 설법을 하였으면서도 그 자신은 단 한편의 경전을 완성하였던 적은 없다. 이는 예수도 마찬가지로 불경이나 성경들은 모두 부처와 예수가 죽고 난 뒤 그의 제자들에 의해서 집대성되고 제자들에 의해서 기록되어 편찬되었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스스로 창시한 유교의 경전을 제자들의 몫으로 넘기지 아니하고 스스로 살아 생전에 제자들과 더불어 편찬하였던 것이다. 그 중 공자가 직접 지은 책은 역사책이라 할 수 있는 ‘춘추(春秋)’이다. 공자는 ‘위로는 요순의 시대로부터 아래로는 진의 목공에 이르기까지 순서에 따라 역사를 저술’함으로써 후세의 정치가들에게 역사를 거울로 삼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포폄(褒貶)의 뜻을 담아 춘추를 썼던 것이었다. 즉 13년 동안의 주유천하에서도 현실정치를 바로잡지 못하였던 공자는 중국 최초의 역사서인 춘추를 저술함으로써 역사 속에 깃들인 미언대의(微言大義)를 통해 현실정치의 모순을 지적하려 함이었던 것이다. 공자가 ‘춘추’를 저술할 때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는 사기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자는 관직에 있을 때 소송이 들어오면 고소문 한 장 쓰는 데도 혼자서 하는 일 없이 반드시 동료들과 의논했었다. 그런데 적어도 춘추를 저술할 때는 가필과 삭제를 오로지 혼자 했다. 자하(子夏)처럼 문장력이 뛰어난 제자라도 스승의 저작에 글자 한 자 가감할 수가 없었다.”
  • 儒林(748)-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5)

    儒林(748)-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5)

    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5) 협도는 지성림문(至聖林門)에서 끝이 났다. 이 문은 원래 옛 노나라 도성의 북문에 해당되는 자리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공자가 13년 동안의 주유열국을 끝내고 BC484년 68세의 나이로 고향인 곡부로 돌아올 때 사용했던 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제자들이 어째서 북문을 이용하여 도성 안으로 들어가는가를 의아해하였지만 13년 동안의 천하유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공덕도 이루지 못하고 초라하게 상갓집의 개처럼 돌아오는 공자로서는 남의 눈에 띄지도 않고 스스로의 자괴감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처럼 북문으로 입성하였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한 것은 공자의 위대한 지성(至聖)은 오히려 68년간의 전생보다는 초라하게 돌아와 73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까지의 5년 동안의 짧은 후생에 완성된 것이었으니, 이는 마치 예수가 30살의 나이에야 공생활을 시작하여 3년 만에 그리스도로 부활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5년의 짧은 기간이야말로 성인으로서 공자가 완성되는 중요한 공생활 기간이었던 것이다. 이 5년 동안의 짧은 공생활 동안 공자가 한 일은 현실정치에 대한 집념을 완전히 단절하고 제자들의 교육에만 전념하는 한편 만인의 교과서가 될 경서들의 편전에만 몰두하였던 것이다. 13년 동안의 방황을 통해 공자는 실제로 현실정치를 통해서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각성하였던 것이다. 공자가 처음 노나라로 돌아왔을 때 애공은 정치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자 공자는 ‘정치란 신하를 잘 선택하는 일입니다.’라고 간단하게 대답하였을 뿐이었다. 또한 실권자였던 계강자가 도적들의 횡행을 근심하자 공자는 그에게 이렇게 쏘아붙인다. “적어도 그대만이라도 탐욕을 버리지 않는다면 도적에게 상을 준다하더라도 그들은 도둑질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공자에게 한 가닥 미련을 갖고 있던 노나라 왕실과의 완전한 결별이었다. 이에 대해 사기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노나라에서도 공자를 끝내 등용해 쓰지 않았다. 공자 또한 벼슬 구하는 일을 포기하였다.” 그러나 이런 기록은 사마천의 주관적인 해석처럼 보인다. 공자가 지성림문이라 불리는 저 북문을 통하여 68세의 나이로 고향으로 돌아올 때에는 이미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있었으므로 사기에 기록된 대로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히는 듯한 ‘결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공자에 있어서 새로운 부활이었다. 이에 대해 사기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공자의 시대에는 이미 주실(周室)은 쇠미해져 있었고, 예·악은 황폐해졌으며, 시서(詩書)는 흩어져 없어졌다. 그래서 공자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하·은·주의 3대의 예를 주석하고 고서, 전기들을 정리했으며, 위로는 요순의 시대로부터 시작해 아래로는 진(晉)의 목공에 이르기까지 순서에 따라 정리 편찬하였다.”
  • 미스 선경직물(鮮京織物) 홍혜연(洪惠蓮)양-5분 데이트(77)

    미스 선경직물(鮮京織物) 홍혜연(洪惠蓮)양-5분 데이트(77)

    「미스·선경직물(鮮京織物) 」 홍혜연(洪惠蓮)양은 올해 22세의 「영·레이디」 . 동그스름한 얼굴, 둥근 눈이 귀염성 스럽지만 꼭 다문 두 입술은 만만치 않은 아가씨임을 느끼게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자란 본토박이 서울 아가씨. 딸만 넷이 있는 딸 부잣집의 맏딸. 딸이 많은 집의 딸들이 대개 그렇듯이 옷차림새며 화장 솜씨가 보통을 훨씬 넘는다. 선경직물에 근무한지는 올해로 3년째. 덕성여고(德成女高)를 졸업한 직후부터 죽 이 직장에 근무해 왔고 지금은 사장실의 비서. 『울적할 때는 음악을 자주 들어요. 주로 「팝·송」을 듣지만 때로는 웅장한 고전음악이 듣고 싶어질 때도 있더군요. 요즈음은… 』 이렇게 예쁘기만한 아가씨도 때로는 울적해지기도 하는가 보다. 『기분이 좋을때, 여가가 있을때는 그림을 그립니다. 수채화도 그렸고 유화(油畵) 까지도 그려봤어요. 한때는 미술과(美術科) 계통으로…』 얘기중 나중의 것은 쓰지 말란다. 진학을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겠는데…. 한편 관광엽서를 모으는 취미도 가지고 있어 국내외 것을 가리지 않고 관광엽서를 꽤 가지고 있다고. 종교는 「말일성도(末日聖徒) 예수·그리스도」교. 흔히 「모르몬」교라고 이르는 종교이며 우리나라에 전파된지는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또한 3위(位) 2체(體)1영설(靈說)을 신봉하는 종교라고도 일러준다. 「보이·프렌드」라도- 라는 질문에는 『아직 없어요. 앞으로 생기겠죠』 - 분명하게, 또박또박 대답한다. 감명깊게 본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선데이서울 70년 4월 12일호 제3권 15호 통권 제 80호]
  • [책꽂이]

    ●조선통신사 일본과 통하다(손승철 지음, 동아시아 펴냄) 조선통신사를 통해 조선과 일본은 외교문제를 해결하고 물자와 문화를 교류했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통신사의 규모는 400명선. 평균 30년에 한번씩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 행렬은 일본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통신사를 조공사로 취급했다. 이 책은 왜구의 약탈이 시작되는 1350년부터 부산왜관이 무력으로 점령되는 1872년까지 조선시대 520년간의 한·일 관계사를 통시적으로 다룬다.1만 2000원.●신의 아들 홍수전과 태평천국(조너선 스펜스 지음, 양휘웅 옮김, 이산 펴냄) 아편전쟁과 함께 근대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중국은 무기력하게 영국에 패하면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 외부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부 갈등이 폭발한다. 태평천국의 난 혹은 태평천국운동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전란이었다. 학자들은 이 사건으로 무려 2000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한다. 이 책은 이 엄청난 사건의 전말과 그 핵심인물의 삶을 다룬다. 저자는 미국의 중국사 학계를 대표하는 역사학자.2만 9000원.●국가의 품격(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 오상현 옮김, 북스타 펴냄) 무사도는 원래 가마쿠라 막부시대 ‘전투의 규칙’으로, 전쟁터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260년간의 평화로운 에도시대에 무사도는 모노가타리(이야기), 조루리(낭송 대사곡), 가부키(전통 무대극), 고당(講談, 야담) 등의 예술양식을 통해 상인계층인 초닌(町人)과 농민들에게까지 전해졌다. 무사계급의 행동규범인 무사도가 일본인 전체의 행동규범으로 변모해간 것이다. 저자(오차노미즈여대 교수)는 ‘명품국가’를 만들기 위해선 이같은 무사도정신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만 1000원.●심심한 두뇌를 위한 불량지식의 창고(멘탈 플로스 편집부 엮음, 강미경 옮김, 세종서적 펴냄) 단 것을 즐긴 인물로는 단연 히틀러가 꼽힌다. 그는 채식주의자인데다 과음을 삼갔지만 사탕과 과자라면 사족을 못 썼다. 차를 마실 때마다 설탕을 일곱 티스푼씩 집어넣었고, 포도주를 마실 때도 너무 쓰다는 이유로 설탕을 탔으며, 손님들에게도 아이스크림과 사탕을 대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성서의 일곱가지 죄악에 속하는 자만·탐욕·욕망·질투·식탐·분노·나태 등의 항목으로 나눠 ‘음지의 지식’을 다룬다.1만 3500원.●이것이 영지주의다(스티븐 횔러 지음, 이재길 옮김, 샨티 펴냄) 정통 기독교에 의해 이단으로 박해받아 3,4세기 이후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간주된 영지주의. 그러나 그 가르침과 의식은 서양 문화 곳곳에 배어 있다. 영지주의자들은 구원이란 예수와 같은 ‘빛의 사자’에 의해 영적인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창세기’를 교훈이 담긴 역사로 읽지 않고 의미를 지닌 신화로 읽는다. 이 책은 초기 기독교 시대 영지주의자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탄생하고 지지를 받았으며 ‘이단’으로 내몰렸는가를 초기 기독교의 정전화(正典化) 과정을 통해 살핀다.1만 3000원.
  • ‘목사 실업자’ 늘어난다

    ‘목사 실업자’ 늘어난다

    ‘목사도 갈 곳이 없다.’ 일반인의 직장 취업난과 마찬가지로 목회자들도 과잉공급에 따라 목회일을 맡을 교회가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교회가 급격히 쇠퇴하는 추세여서 ‘교회의 죽음’으로까지 묘사된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교회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같은 흐름에 편승해 목회의 꿈을 가진 신학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큰 교단의 경우 매년 1000명에 가까운 목사 후보생들이 배출되는 수준이다. 이처럼 목회 지망생이 급증하고 있지만, 목회를 할 교회가 제한돼 신학대학 졸업 후에도 임지를 구하지 못하는 신학생 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 ‘올바른 교단총회 정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교단총회공대위)가 30일 서울 남산동 청어람 2층에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개좌담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김동춘 백석대 교수는 우선 목회자 과잉배출과 관련,“목회자 수급에 대한 범교단적 조절기능 없이 신학교 운영을 위해 적정선 이상의 학생들을 모집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으며 “이는 소명감에 따른 성직 훈련을 받은 목사를 사역지 없는 목사로 남게 하고, 무분별한 교회개척을 시도하게 되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역지 없는 목사들이 생계를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 “목회에서도 미개척 영역(목회적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하며, 교단차원의 생계지원과 목회자 수급조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목회자 선발과정과 관련해선 “목회자로서의 자질검증이 되지 않고 여전히 시험성적이 평가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다층적 추천인 제도를 통해 다각도로 후보생의 자질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계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상진 장신대 교수(기독교교육학)는 “교인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신학교를 졸업한 목사 수가 급증해 과다한 공급 경향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가 발표한 2004년과 2005년의 교세 비교에 따르면 교회는 7158개에서 7279개로 1.69% 증가했고, 세례교인 수는 142만 7806명에서 148만 211명으로 1.57% 증가했다. 반면 목사 수는 1만 1560명에서 1만 2223명으로 5.74%나 증가, 증가율이 3배를 웃돌았다. 박 교수는 “이런 추세로 목회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향후 목사 실업자라고 할 수 있는 무임목사나 비전임 목사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목회자 과잉에 더해 신학교의 교육내용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한국의 신학교육이 현장성을 결여한 채 실천적이지 못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박상진 교수는 “신학교와 목회 현장이 분리되어 있고, 신학교육이 현장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상아탑식의 학교형 신학교육에서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목회자를 양육하는 양육형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교회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담임목사의 예우는 월급이 도시의 경우 400만∼500만원, 농촌이 200만∼3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보너스 형식의 사례비가 주어지며 사택은 물론 자녀의 대학 교육비까지 제공돼 목회일에 전념할 수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희망 곶’에서 만난 ‘천상의 정원’

    ‘희망 곶’에서 만난 ‘천상의 정원’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땅’은 아마 검은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가 아닐까. 사자와 기린, 얼룩말 등이 초원을 누비는 환상적 모습이 떠올려진다. 또한 영화 ‘뿌리’의 주인공 쿤타킨테 같은 흑인이 순진한 눈동자를 껌벅이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난달부터 타이항공이 인천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직항 노선을 띄워 한층 가까워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 다녀왔다. 테이블마운틴, 희망곶, 물개섬 등 천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글 사진 케이프타운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우리나라와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 그만큼 멀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선뜻 갈 수 없는 곳 또한 아프리카다. 말라리아 등 예방접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날씨는 어떤지,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는지, 가슴 가득 설렘과 궁금증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 멀고 먼 아프리카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까지 비행시간만 약 20시간. 인천에서 방콕까지 6시간, 방콕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12시간이 걸려야 도착한다. 요하네스버그의 OR 탐보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공항밖의 광경은 보지 못했다.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안내원이 “남아공에서 다른 곳은 몰라도 요하네스버그는 정말 치안이 불안합니다. 대낮에도 강도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아무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사실 1990년대부터 주변 다른 국가의 흑인들까지 상업의 중심지인 요하네스버그로 몰려들면서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졌다. 그래서 은행, 무역회사 등은 요하네스버그 중심지를 떠나 외곽에 새로운 타운을 형성해 점점 슬럼화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인 케이프타운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이다. 왕복 12만원선.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내선에서 기내 서비스는 없다. 혹시 스튜어디스가 콜라나 빵을 권하기도 하지만 거절하는 게 좋다. 비록 우리 돈으로 2000∼4000원이지만 ‘공짜’가 아니기 때문. # 동화 속 나라, 케이프타운 케이프타운 시내를 달리는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창밖의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따라 그림 같은 집들이 이어지고 파란 잉크가 묻어나올 듯한 하늘 아래 자리잡은 예쁜 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유럽의 작은 도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진기를 잠시 내려놓고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머더 시티’(어머니의 도시)라고 불리는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의 발전이 시작된 곳으로 ‘아프리카의 작은 유럽’이다. 남아공 인구의 백인 비율이 15%밖에 되지 않지만 여기만큼은 유일하게 백인들이 더욱 많은 곳이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다양한 식물군, 아름다운 쪽빛 바다, 깨끗한 공기로 영국, 프랑스인 등 유럽인들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도시다. 아프리카의 최남단,1만 4000여종에 달하는 식물들의 보고,1년 내내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바다, 기묘한 모양의 테이블 마운틴, 물개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수십 개의 특급 호텔로 아프리카 관광의 1번지이다. 그래서 영국의 BBC에서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50선’에서 5번째로 캐이프타운을 올려놓았다. # 신선이 노니는 아프리카의 비경, 테이블마운틴 케이프타운에서는 탁자 모양의 산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형태로 약 5억년 전 바다에서 솟아오른 산이란다. 높이가 1032m. 302m 지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지만 3시간가량이 걸린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내려다보는 케이프타운은 바다와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다. 벤치에 앉아 부서지는 햇살을 맞으며 밀어를 속삭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달력 속의 그림이다. 테이블마운틴 한 편에서 구름이 쏟아진다. 마치 하얀 테이블보가 바닥으로 떨어지듯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흐르는 구름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케이블카는 수시로 운행한다. 다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운행하지 않으니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상하게 바닥이 움직인다. 관광객의 편의를 생각해 정상에 오르는 4분여 동안 케이블카의 바닥이 한 바퀴 돌아 사방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정상에 오르자 아름다운 항구도시 케이프타운과 대서양의 푸른 물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또한 대서양의 내음을 가득 머금은 거센 바람에 장시간 비행에 지친 몸의 피로가 사라진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보았던 것은 그야말로 ‘밑밥’이었다. 이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평평한 정상에는 동서 3㎞, 남북으로 10㎞가량의 펼쳐진 드넓은 모습에 숨이 멎는 듯하다. 구름이 저만치 발아래에 하얀 강물이 흐르듯 지나가고 형형색색의 꽃과 풀이 가득한 이곳은 ‘천상의 정원’이다. 정상의 산책로 따라 걸었다. 남아공의 국화인 킹 프로테아를 비롯해 핀보스, 에리카, 콘부시, 핀쿠션 등 예쁜 꽃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아주 위험한 절벽에도 철조망이나 ‘위험’이라는 표지판이 없다. 테이블마운틴 옆으로 예수의 12제자를 본떠 이름지은 ‘12사도 봉우리’가 줄줄이 이어진다. 또 케이프타운 남쪽 앞바다에는 외롭게 떠있는 조그만 섬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항거하다 18년 동안 정치범으로 수감된 곳으로 알려진 전설적인 감옥 로빈섬이다. 지금은 국립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1999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섬에는 만델라의 수감 번호가 적힌 감방과 그의 체취가 묻은 담요와 식기가 보존돼 있다. 테이블마운틴을 오를 예정이라면 오후 5시를 넘어 오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아마 해가 진다면 하얀 구름의 바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또 다른 장관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 아픔이 묻어 있는 바람의 땅, 희망곶 희망곶으로 향했다. 우리에게 익히 ‘희망봉’으로 알려진 이곳의 원래 명칭은 ‘케이프 오브 굿 호프’(Cape of Good Hope)이다. 케이프타운 도심에서 자동차로 40 여분. 해안을 따라 달리는 내내 에메랄드빛 바다가 주는 푸근함에 가슴이 넉넉해진다. 짧은 반바지 차림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보석같은 은빛 모래가 쪽빛 바다의 물결과 어우러지는 캠스비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가족들이 모습에서 ‘왠지 늙어서는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다. 쪽빛 바다의 물결이 점점 거세지자 윈드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나타난다. 파도가 거세지자 드디어 희망곶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증거란다. 아프리카의 가장 끝머리로 알려진 이곳은 1488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던 포르투갈인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우연히 인도인 줄 알고 상륙했다가 파도와 바람이 거세다고 해서 ‘폭풍의 곶’이라 불렀고,1498년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것을 기념해 ‘희망의 곶’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의 바람을 헤치며 해안 절벽으로 올라섰다. 탐험가의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자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온도가 낮은 대서양의 바다빛은 검푸르고 온도가 높은 인도양은 에메랄드빛이다. 정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의 이곳에 ‘희망’을 가져다 주었을까. 수 세기 동안 아프리카인들이 흘린 피와 눈물이 거센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듯했다. 그들의 절절한 사연을 말하려는 듯 ‘웅웅’거리는 바람만 휘몰아쳤다. ■ 사람이 만든 작은 천국,선시티 요하네스버그의 OR 탐보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의 대부분은 바로 인근의 남아공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나 리조트 도시인 선시티 등을 찾아나선다. 요하네스버그는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북서쪽으로 187㎞ 떨어진 선시티는 남아공의 대기업 선그룹이 만든 대규모 리조트 도시다.4개의 특급 호텔과 두 개의 골프코스 그리고 강원도 속초의 워터피아 규모의 파도풀,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뿐 아니라 카지노까지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휴양지이다. 게다가 리조트가 필레네스버그 국립공원내에 있어 간단한 사파리의 맛(?)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필레네스버그 국립공원은 전체 면적이 500㎢로 소위 ‘빅5’로 불리는 사자와 코뿔소, 코끼리, 표범, 물소를 비롯한 364종의 동물 1만 2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260란드(약 3만 4000원)만 내면 공원 안으로 두 시간짜리 짧은 사파리 투어를 할 수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4시 등 두 번 출발을 하는데 아무래도 오후에 타는 것이 동물들을 볼 확률이 높다. 트럭을 개조한 사파리차를 타고 출발해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영양의 일종인 스프링복스. 육중한 몸집의 코뿔소, 호수에서 진흙 목욕을 하는 10여 마리의 코끼리떼와 얼룩말도 보인다. 특이한 것은 자신의 승용차로 직접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재미난 곳이다. 해가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출 무렵 암사자 10여 마리가 모여 있는 곳에 트럭이 멈춘다. 운전자 겸 가이드가 “지금 암사자들이 숲 안쪽에 있는 얼룩말을 사냥하려 하고 있다.”며 조용히 지켜보란다. 정말 누워서 자던 암사자들이 하나 둘씩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더니 숲 이쪽저쪽으로 사라진다. 일순 사자들뿐 아니라 사파리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자동차를 매일 봐서인지 사자들이 승용차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얼룩말을 포위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사라진 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자 숲속에서 ‘후다닥’,‘우∼흥’하는 소리가 긴박하게 들려온다.“조용히 하고 잘 들어보세요.”라는 가이드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으∼응’하며 얼룩말이 마지막 저항을 하다 이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고는 무엇인가 뜯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사자들이 얼룩말을 먹는 소리란다. 비록 숲속 안쪽이라 보지는 못했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야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밖에 수천마리 물개떼가 햇볕을 쬐며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는 하우트 베이의 물개섬도 볼 만하다. 케이프타운 해안에서 유람선을 타고 15분 정도 바다로 나가면 커다란 바위섬에 한가로이 잠을 자고 장난을 치는 물개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볼더스 비치에 가면 아프리카 펭귄 2000여 마리가 눈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모래가 날릴 만큼 강한 바람이 부는 볼더스 비치에서 서식하는 아프리카 펭귄들이 바위 위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또 요하네스버그의 레세디 민속촌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민속촌이다. 줄루, 소토, 코사, 페디 등 남아공을 대표하는 4개 종족의 주거 생활양식과 그들의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다. # 가고 싶어요, 아프리카 ▲가는 길:아프리카 가는 길이 편해졌다. 한국에서 남아공까지는 비행기 탑승 시간만 20시간 정도 생각하면 된다. 지난 10월31일부터 방콕∼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구간의 취항을 시작한 타이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여러모로 편리하다. 이 노선에는 최신형인 에어버스 340-600기종이 투입됐다. 인천에서 방콕을 거쳐 바로 요하네스버그로 간다. 혹시 일정이 허락한다면 돌아오는 길에 하루나 이틀 정도 방콕에서 쉬었다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권 가격은 조건에 따라 90만원부터 152만원까지. 홍콩에서 남아공항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행시간이 길고 갈아타므로 짐은 되도록 간단하게 꾸려 기내에 들고 타는 것이 좋다. ▲패키지 여행상품:대부분의 대형여행사들이 아프리카 상품을 팔고 있지만 전문 여행사를 이용하는 편이 아프리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클럽아프리카(www.aat.co.kr)는 개조한 트럭을 타고 수영장, 샤워장 등이 갖추어진 캠프 사이트와 도시를 돌아보는 ‘아프리카 트레킹’상품은 220만원이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여행하므로 인기다. 또 남부 아프리카 쪽인 남아공, 짐바브웨, 보츠와나, 잠비아 등을 엮은 4개국 8일 상품이 319만원이며 빅토리아폭포와 선시티, 케이프타운을 엮은 8일 상품은 349만원. 아프리카의 3∼4국을 돌며 사파리를 즐기는 8∼9일짜리 상품은 300만원 등이다.(02)772-906. ▲알아두기:남아공의 화폐단위는 란드(R)로 1란드가 원화로 약 130원 안팎. 국내에서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 공항이나 은행에서 재환전해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 현지시간이 자정이면 한국시간은 오전 7시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은 북반구의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 남아공은 지금 여름의 초입으로 한낮엔 더운 편이지만 테이블마운틴 등은 바람이 심하므로 점퍼와 자외선 차단제인 선블록과 선글라스 등은 필수. 또 크루거 국립공원 등 북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말라리아 예방접종이 필요없다.
  • [길섶에서] 두 할머니의 대화/김문 인물전문기자

    찬 바람이 부는 저녁 퇴근길의 일이다. 서울∼천안행 급행 전철 안. 군포쯤 이르러 70대 중반의 할머니 두분이 나란히 앉았다. 엿들어보니 방금 전 전철을 기다리며 처음 만났고 안성과 평택에 각각 살고 있었다. 안성 할머니가 “예수님 믿으세요.”라고 하자 “예수는 무슨 예수, 세상에 나밖에 믿을게 없수.”라고 쏘아붙인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안성 할머니가 “부도 났다면서요?”라고 다시 질문했다.“이 할망구가 뭘 잘못 들었나? 나처럼 열심히 돌아다니는 사람은 부도가 절대 안 나요.” 평택 할머니는 서울 동작역 인근에서 보따리장사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딸까지 부양하고 있단다. 안성 할머니가 편하게 버스타고 다니지 그러느냐고 하자 “얼마 전,3500원에서 3700원으로 올랐어.”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평택 할머니의 지그시 감은 눈가에는 도수 높은 안경너머로 잔주름이 가득 보였다. 비록 가난하지만 열심히 시간 아껴 살기에 인생의 부도가 결코 없다는 할머니의 말이 가슴깊이 새겨진다. 김문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황우석 사태’ 1년] 논문조작 면죄부… 횡령혐의만 재판

    “황우석 박사팀에 난자를 제공했지만, 대가는 없었습니다.” “피고인 이름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렸죠.” “…네.” 성과주의, 연구윤리의 실종, 비민주적인 실험실 문화, 스타 학자에게 연구비 몰아주기…. 과학계의 치부를 모두 드러낸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은 잊혀진듯 하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6일 열린 황 박사 등에 대한 6차 공판의 방청석은 꽉 차 있었고, 외신의 관심도 여전했다. 당사자들마다 할 말이 많은 것도 1년 전과 다르지 않다. 기여없이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거나 생명윤리법을 어기며 환자들에게 난자를 ‘수거’한 의사들이 법정에서 “억울하다.”고 호소한다.“재판에 나오지 않고 제발 연구에 매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황 박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실제 존재했다면, 논문 사진을 조작하고 데이터를 꾸며낸 자신들의 행위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여전한 듯하다. 비슷한 시기 논문 조작이 발각된 도쿄대 다이라 가즈나리 교수팀이 학계에서 영구 퇴출된 일본의 사례와 비교된다. 이 사건을 4개월간 수사한 검찰은 김선종 연구원 등 6명을 기소했지만, 논문 조작은 혐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생명윤리법 위반,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만 방어하면 관련자들의 숨이 트이는 ‘반쪽 재판’이 진행중인 셈이다. 학계의 징계 조치는 다분히 ‘정치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대 수의대팀에서 황 박사와 강성근 교수는 해임됐지만, 이병천 교수는 정직 3개월 처분을 잇따라서 두차례 받고 복직했다. 강 교수보다 연구비 횡령액이 더 많았지만, 복제개 ‘스너피’가 진짜였다는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 교수마저 그만두면 수의대에 산과(産科) 전문가가 모두 사라질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심사 과정에 작용했다. 강 교수도 이 교수와의 형평성 문제를 내세우며 교육부에 소청심사를 청구,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고 교수 신분을 회복했다. 의대 교수 가운데 해임된 사람은 없다. 황 박사팀 대변인 안규리 교수는 2개월, 문신용 교수는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검찰 모두 “논문 공저자인 이들이 논문 작성 과정에 많은 기여를 하지 않았고, 따라서 논문 조작을 몰랐다.”는 궤변으로 면죄부를 줬다.황 박사팀과 합동 연구를 폈던 한양대 라인 교수들도 대부분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해부세포생물학과 윤현수 교수는 정직 3개월, 정형외과 박예수 교수는 견책, 의대 산부인과 황정혜 교수는 감봉 3개월을 받았다.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논문 조작 사태의 가장 큰 희생은 황우석 박사팀 연구원들이 치렀다. 논문 조작 풍토가 만연했지만 황 박사팀 연구원들의 손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이를 인정받아 한양대 출신 연구원들은 곧 다른 줄기세포 연구팀으로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황 박사의 몰락 뒤 서울대 출신 연구원들을 받아주는 곳은 국내에는 없었다. 결국 이들은 황 박사가 만든 연구팀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황 박사는 현재 충남 홍성 농장에서 키우던 무균돼지를 옮겨놓은 농장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연구실 3곳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치환 기술의 1인자로 꼽힌 K연구원 등 20여명의 서울대 출신 연구원들이 연구를 맡고 있다. 연구는 동물 복제에 제한될 뿐, 난자 사용 허가를 잃은 황 박사팀은 줄기세포 연구를 못한다. 동물복제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내도 국제적으로 연구 성과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그나마 이 연구원들을 뺀 사건 관련자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두 황 박사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황정혜 한양대 교수는 “더 할말이 없다.”고 했다. 이병천 교수는 수사 때부터 황 박사와 거리를 뒀다.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새 연구를 모색하고 있다. 황 박사의 연락처는…이제 언론의 관심 밖에 있다.홍희경 윤설영기자 saloo@seoul.co.kr
  • 삼성 코스닥1호 ‘크레듀’ 대박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코스닥 상장 1호 계열사인 크레듀의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임원 23명이 210억원가량의 평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크레듀는 16일 공모가인 2만 4000원의 두배인 4만 8000원으로 시초가가 정해진 뒤 장중 내내 상한가를 기록,5만 52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증권사들의 예상 목표가를 훌쩍 넘어선 가격으로,‘삼성 프리미엄’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유가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보유한 크레듀 주식은 모두 238만 4000주(6.82%)로 이날 시가로 환산한 평가액은 212억원에 이른다. 일부 스톡옵션 행사 물량을 포함해 10만 6500주(1.89%)를 보유한 김영순 크레듀 대표는 57억 4000만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되며,4만 2500주(0.76%)를 보유한 이정환 상무의 평가차익도 22억 9000만원가량 된다. 김 대표와 이 상무를 제외하고 가장 큰 평가를 거둔 사람은 이 부회장으로 21억 8000만원(보유주식 4만주·0.71%)이다.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 10억 9000만원(2만주), 윤종만 삼성생명 전무 8억 7000만원(1만 6000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계열사와 임원들이 가진 전체 물량 378만 4000주(67.24%)는 상장 후 1년간 팔 수 없는 보호예수 대상이다. 기업을 상대로 한 온라인 교육서비스 시장의 56%를 점유하며 1위를 달리는 크레듀는 연간 1000여개 기업과 공공기관에 100만명의 학습자를 대상으로 경영일반, 직무교육, 금융자격 등 직장인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고등학생·수능),YBM시사닷컴(어학), 삼성SDI(정보기술) 등과 업무영역이 차별화돼 있다. 또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기업들이 직원들의 직업능력개발훈련지원이나 수강지원에 쓰인 돈을 환급받는다는 점에서 앞으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듀는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2000년 5월 분사됐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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