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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간절한 다그침/서동철 논설위원

    퇴직한 선배가 오랜만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열어 보니 뜻밖에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에서 아직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문이 담겨 있었다. 설명은 없었지만, 절대자의 마음을 움직여 배에 갇힌 사람들이 살아올 수 있도록 작은 염원이라도 모으고 싶다는 소망이 읽혀졌다. 기도문을 받아볼 후배가 예수그리스도보다는 석가모니 부처와 더 친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배가 아닌가. 그럴수록 간절한 바람을 전해 기적을 이끌어 내려는 그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기도문은 관념적인 것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주님께서 풍랑을 잠재워 주시고, 바다의 수온이 따뜻하게 유지되게 하시어… 모든 구조대원의 눈을 밝히고 지혜 가운데 충만케 하시라”는 대목은 지금 우리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희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다 하신 주께서 신실하게 일하실 줄 믿으며 기도한다”는 마지막 구절은 감동적이었다. 그것은 예수그리스도에게 ‘절대자의 의무’를 다하라는 ‘간절한 다그침’이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교황이 간다, 축복·고난의 길

    교황이 간다, 축복·고난의 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 방한해 찾는 곳은 ‘한국 천주교의 축복과 고난’을 상징한다. 서울을 빼고는 모두 충청 지역이다. 한국 첫 신부의 탄생지, 순교자의 땅, 국내 최대 ‘빈자들의 보금자리’가 그곳이다.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에 교황을 맞이하는 천주교와 정부, 자치단체는 분주하다. 성대하게 맞고 싶지만 교황의 소박하고 검소한 인품에 누가 될까, 특정 종교가 아닌 국가적 경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다른 교계의 반발이 있을까 등이 교차하면서 고민도 깊어진다. 교황의 동선은 6월 초 결정될 예정이나 방문지와 활동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한국의 베들레헴’ 솔뫼성지 지난 15일 낮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 솔뫼성지로 들어가자 이름대로 높이 10m 안팎의 소나무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한쪽에는 기와집인 김대건(1821~1846) 안드레아 신부 생가가 있다.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부다. 공원처럼 여유로우면서도 동상, 성당 등이 있어 성스럽다. 김대건 신부와 증조부 김진후, 아버지 김제준까지 모두 순교해 ‘한국의 베들레헴’으로 불리는 성지다. 대전 전민동에서 온 박계영(44·여)씨는 “교황이 온다고 해서 성당 신도들과 함께 찾았다”면서 “둘러보니 천주교가 탄생하고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데여서 교황이 방문한다는 걸 알겠더라”고 말했다. 교황은 8월 15일 합덕성당, 신리성지와 함께 솔뫼성지를 방문한다. 이곳에서 교황은 김대건 신부 생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이용호 솔뫼성지 신부는 “교황이 어린이들을 좋아해 주변에 사는 아이들 200~300명을 초청할 생각이다. 장애아들도 교황의 은총을 받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황은 또 8월 10~17일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하는 청년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이 대회에는 아시아 22개국 6000여명이 참가한다. 신자 등 5만여명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당진시 합덕읍 합덕리에 합덕성당이 있다. 솔뫼·신리성지 일대가 한국 천주교의 최대 신앙공동체 마을임을 안 퀴를리에 신부가 1890년대 지은 성당이다. 퀴를리에 신부는 모국인 프랑스에서 돈을 들여와 이곳 땅 약 165만㎡(50만평)를 사들여 성당을 짓고 소작을 줬다. 김영구 당진시 문화관광과장은 “소작에서 나온 돈은 서울 명동성당 건립을 지원하고 아산 공세리성당 등 여러 성당의 건립비를 대는 자금줄이었다”면서 “이들 성당이 모두 고딕식으로 지어진 것도 이런 연유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인근 합덕읍 신리성지는 초창기 신자와 순교자를 끊임없이 배출했다. 정조에게 ‘온통 천주학에 물이 들었습니다’라고 보고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1866년 순교한 손자선과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가 살던 초가가 있고 무명의 순교자들 무덤도 있다. 김동겸(36) 신리성지 신부는 “삽교천 물이 들어오는 예산 여사울에서 천주교가 시작돼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천주교 신앙공동체를 형성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신자 배출한 신리성지·최대 순교지 해미성지 당진이 신자를 배출한 곳이라면 충남 서산시 해미는 지역 최대 학살터다. 해미읍성 병영은 해안 수비를 명목으로 한 독자 처형 권한이 있어 1801년 신유박해부터 80여년간 신자 수천명을 잡아들여 마구 죽였다. 해미성지는 학살에 지친 관헌이 신자들을 생매장한 터다. 신자들의 ‘예수 마리아’ 외침을 ‘여수머리’로 잘못 들은 주민들이 여숫골로 이름 붙였다. 백성수(64) 해미성지 신부는 “병인박해 때 생매장된 신자 1000여명 중 130여명만 이름이 밝혀지고 나머지는 전부 무명”이라며 “어린이 유골도 많다”고 학살의 참혹함을 전했다. 교황은 8월 17일 생매장 순교자들의 치아와 머리카락이 있는 전시관 앞에서 기도한다. 대성당에서 아시아 각국 주교 100여명과 함께 주교회의를 열고 점심을 한다. 백 신부는 “메뉴로는 생강한과 등 서산 고유의 것과 한우불고기 등을 생각하고 있으며 무더울 때여서 비빔밥도 고민 중”이라며 “해마다 14만명 안팎이 찾는데 올해는 교황 방문 덕인지 가을철 예약까지 미리 들어오는 게 예년과 다르다”며 웃었다. 교황은 오후 4시 30분 해미읍성으로 옮겨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한다. 읍성까지의 1.2㎞ 길은 무개차로 이동한다. 읍성 남문 앞에는 벌써 교황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폐막 미사는 바티칸과 미국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되며, 1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미읍성은 교황 방문 소식이 전해진 뒤 방문객이 주말 1만명 등 두배 가까이 늘었다. 서천 주꾸미축제장 등을 찾았다 읍성에 들른 단체 여행객이 가이드에게 천주교 박해 얘기를 듣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주민 조기호(64)씨는 “이웃들도 ‘교황 덕에 전 세계에 알려져 해미가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들떠 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웃음꽃 핀 빈자들의 보금자리 꽃동네 앞서 16일에는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 꽃동네를 방문한다. 어려운 이웃 2100명이 집단 거주하는 한국 천주교 최대의 종합 사회복지시설이다. 교황은 이곳에서 3시간 동안 머물고 수도자 3000여명과 저녁 기도를 한다. 신자들과 간담회도 한다. 꽃동네는 요즘 웃음이 넘친다. 17년째 사는 박미자(53)씨는 “교황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하니 가슴이 설렌다. 선물하려고 자수를 뜨고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마테오(53) 수사는 “교황 방문을 계기로 꽃동네 정신이 지구촌 곳곳에 전파돼 많은 사람이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자체 ‘교황 브랜드화’ 나서 해당 자치단체는 교황 밥상과 떡, 교황 거리, 교황 핸드프린팅 및 포토존, 교황 성지순례화, 교황이 머문 방 등 교황을 브랜드화하려고 애쓴다. 충남 청양군은 최근 천주교 대전교구를 찾아가 최양업 한국 2호 신부의 고향이란 점을 들어 교황이 무명 순교자들이 묻힌 화성면 다락골 줄무덤을 방문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교황을 맞기 위한 시·군의 각종 편의시설 지원 요구도 쏟아진다. ‘신리성지 진입로를 4차선으로 넓혀 달라’, ‘합덕성당 앞쪽 땅을 매입해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 ‘방문지 앞 논밭을 매립해 헬기장으로 쓸 수 있게 해 달라’ 등이다. 기자와 함께 교황 방문 장소를 둘러본 송석두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교황이 순교성지를 찾는 건 영적 가치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필요한 사업비는 지원하겠지만 그분의 소박하고 검소한 인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정부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글 사진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음성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200년 넘은 세계 ‘최고(最古) 빵’…여전히 먹음직

    200년 넘은 세계 ‘최고(最古) 빵’…여전히 먹음직

    언뜻 보면 아직도 모락모락 김이 나는 것 같아 먹음직스럽지만 실은 200년이 넘은 세계 ‘최고(最古) 빵’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만들어진지 207년이 됐지만 여전히 구워질 당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십자가 무늬 빵(핫 크로스 번즈 hot cross buns)을 1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핫 크로스 번즈는 속에 건포도가 들고 위에 십자가 무늬가 있는 작은 빵을 의미하며 전통적으로 영국에서 부활절 무렵에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된 핫 크로스 번즈가 가지는 의미는 조금 특별하다. 어제 갓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은 무려 2세기 전인 1807년에 구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이 빵을 소유하고 있는 이는 잉글랜드 에섹스카운티 콜체스터에 거주 중인 앤드류 먼슨(75)이다. 은퇴한 전기 엔지니어인 먼슨은 지난 1980년 전기 수리를 도와준 답례로 이웃사촌인 노먼 베이커에게 이 빵을 받았다. 당시로부터 3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곰팡이 하나 없는 이 빵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될 만하지만 사실 빵의 역사는 생각보다 더 오래됐다. 에섹스 대학 역사학과 방문 연구원인 앤드류 필립스가 이 기묘한 빵의 기원을 추적한 결과, 빵의 제작 연도가 1807년으로 드러났기 때문. 본래 이 빵은 에드워드 홀디치라는 이름의 의사가 1807년 제작한 빵이었다. 홀디치는 이후 베이커라는 성의 여성과 결혼했지만 둘 사이에는 자녀가 없었다. 따라서 이 빵은 이후 그들의 조카인 해리 베이커에게 전해졌고 그가 1943년 사망한 뒤 다시 자손인 회계사 노먼 베이커에게 전해졌다. 바로 앞서 언급된 먼슨의 이웃사촌이다. 먼슨은 “그토록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한번도 이 근방을 벗어나지 못한 이 빵의 운명이 참 신기하다”며 “빵의 십자가 무늬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의미하는데 정말 뜻처럼 불멸의 삶을 살아온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먼슨의 설명에 따르면 보기에 먹음직스러운 것 달리 이 빵의 표면은 바위와 같아서 함부로 깨물면 치아가 위험(?)하다고 한다. 사진=데일리메일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부활절 맞는 기독교계 “회개하고 보듬고 살자”

    부활절 맞는 기독교계 “회개하고 보듬고 살자”

    부활절(20일)을 앞두고 천주교와 개신교 수장들이 17일 일제히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기독교계는 해마다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나라와 종교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반성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올해도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들은 어김없이 교회의 회개와 국난 극복의 다짐을 천명했다. 기독교계 수장들의 부활절 메시지를 요약한다.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가능한 한 재물을 많이 소유하고 축적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세상 안에서 우리 신앙인들은 사랑과 나눔 안에 진정한 삶의 기쁨과 행복이 있음을 증거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이 반복되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우리는 나의 생각과 뜻이 다른 이들을 보듬고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물이나 명예와 같은 온갖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고 내게 소중한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바로 순교이며 부활의 삶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의 신앙이 다시 생기를 얻고 활성화되기를 기원한다. 특별히 미래 교회의 주역인 젊은이들이 이번에 체험한 신앙을 바탕 삼아 교회와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큰 인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빈곤과 차별, 극심한 양극화의 끝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희망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우리 사회는 경쟁과 성공에 눈이 멀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제 이웃의 아픔도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탐욕에 찌든 현대사회가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생명에 힘입어 희생과 사랑으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 부활절은 무덤을 막고 있던 돌을 굴려낸 부활의 능력이 70여년 분단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화합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 이 시대의 교회는 고난의 현장을 회피한 채 크고 화려한 승리의 모습만을 보여주려 했다. 교회는 고난당하는 하느님의 피조물과 함께 진정한 부활의 생명을 이루기 위한 고난의 순례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영훈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전쟁과 폭력, 기아와 재앙의 공포에 사로잡힌 지구촌에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평강이 넘치길 소망한다. 가난과 질병, 장애, 차별로 고통당하는 이웃들이 많은 상황에서 부활의 주님께서 그리스도인과 한국교회에 겸허한 성찰과 진지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나라와 민족의 희망이었던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나 빛을 발하기 위해선 회개와 영적·도덕적 각성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모든 인류가 종교와 사상, 피부색, 빈부의 차별 없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역할은 하나님의 공의가 땅에서도 이뤄지도록 기도하면서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희생과 섬김의 낮은 자세로 사회적 약자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한다.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예수 그리스도는 온 인류의 죄를 대속(代贖)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써 우리에게 새 생명의 길을 열어주셨다. 이제는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그 사랑을 따라 화목과 화합의 길을 걸어가야 할 때다. 한국교회는 미움과 시기 질투로 인해 서로 간의 간극은 더 커지고, 지도자들은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많았다. 부활을 믿는 형제 모두가 하나 되기를 원하는 것이 주님의 뜻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무조건 하나가 돼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로서 한기총은 모든 기득권을 다 내려놓고 하나 되기를 기도한다. 한국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하나 되어 기도하며, 날마다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의 영광을 체험하는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어린이들에게 ‘예수 십자가 처형’ 연기 논란

    어린이들에게 ‘예수 십자가 처형’ 연기 논란

    최근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한장을 놓고 해외 인터넷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있다. 브라질의 한 학교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사진은 십자가에서 처형당하는 예수의 모습을 연극으로 재현한 것이다. 논란의 중심은 연극의 주인공이 어린이들이라는 점이다. 사진에는 피 분장을 한 어린 소년이 예수역을 맡아 십자가에 처형당한 모습을 연기했으며 주위에 두명의 로마병사도 보인다. 이 연극은 성주간(聖週間·기독교에서 부활절 일요일 전의 일주일)을 맞아 기획된 것으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한 학교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사진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직후 무려 2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like)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으며 곧 언론에도 보도돼 거센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인구의 90% 정도가 기독교 신자인 브라질에서는 대체로 이 연극을 긍정하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어린이들에게 좋은 교육” 이라면서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며 공감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이야기” 라면서 “아이들에게 종교적인 내용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코스닥 시장 문턱 낮춘다

    기술형 중소·벤처기업의 코스닥시장 입성이 쉬워진다. 재무 요건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만 갖추면 코스닥에 상장될 수 있다. 또 코스닥의 독자 운영을 위해 코스닥시장본부 조직을 사실상 한국거래소로부터 분리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 상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은 쉽게 코스닥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금융위는 기존 ‘기술평가 상장특례’ 제도를 전면 재조정해 외부 기술전문평가기관에서 기술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기업에 한해 상장을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자본잠식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도 빼기로 했다. 거래소가 특례 상장 여부를 1차 판단하는 사전 절차도 폐지한다. 상장 후 일정 기간 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금지하는 코스닥시장 보호예수 기간은 1년에서 유가증권시장과 동일한 6개월로 축소된다.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에 소속된 코스닥시장을 실질적으로 분리 운영해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상장·공시업무 규정 등 상장 제도와 관련된 결정 권한만 갖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상장 심사·폐지 업무도 맡는다. 또 코스닥시장위원장이 코스닥시장본부장을 겸임하며, 코스닥시장본부 조직을 기존 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위원회 소속으로 전환한다. 코넥스시장에서는 코스닥으로 옮길 수 있는 이전상장 기업이 확대된다. 코넥스 상장 이후 최근 2년간 일정 규모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기업 가운데 지정 자문인의 추천을 받으면 코스닥으로 옮길 수 있다. 코스닥 이전을 위한 외형 기준 가운데 매출액 200억원 이상 요건은 100억원 이상으로 낮춘다. 금융위는 ‘코넥스→코스닥 이전 상장’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유망 기업의 상장을 적극 유도해 코넥스 상장 기업을 100개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형 우량 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심사 기간을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 이내로 단축된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성경 속 예수, 문화 콘텐츠로 부활

    성경 속 예수, 문화 콘텐츠로 부활

    영화관과 뮤지컬 극장이 밀집해 있는 영국 런던의 레스터스퀘어에 있는 오데온극장은 건물 외벽 전체가 물바다를 이뤘다. 극장은 지난 10일 노아의 방주를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 ‘노아’의 개봉에 맞춰 대홍수를 상징하는 푸른색 파도 그림으로 건물을 도배하며 흥행몰이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12일 프랑스 파리의 서점가에는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서의 예수를 그린 화제의 책 ‘젤롯’(Le ZELOTE)이 진열대에 올라 독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란 출신의 이슬람교도인 레자 아슬란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쓴 ‘젤롯’은 25개국에서 번역됐고 국내에서도 최근 와이즈베리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기독교를 소재로 한 내용의 책과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다. 성경 속의 방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글이나 영상으로 풀어내 기독교인은 물론 성경에 익숙지 않은 비종교인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추세다. 이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이야기가 부족해지면서 스케일이 크고 극적인 요소가 강한 성경 속 이야기들이 참신하게 다가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종교적 의미만을 부여했던 이전과 달리 역사적 인물 및 사건에 주목하며 국가와 종교를 초월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노아의 방주를 소재로 한 영화 ‘노아’다. 국내에서도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인 노아는 영국을 비롯해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에서도 화제 속에 개봉되고 있다. 하지만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종교적 논란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성경 속 인물을 허구로 설정하거나 기존에 제시된 내용과 다르게 해석하며 성경을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성경에는 노아 부부와 세 아들, 세 며느리 등 8명이 살아남는 것으로 기록됐는데 영화에서는 둘째 아들과 어린 셋째 아들의 배우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성경 속 노아는 의롭고 흠이 없는 인물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자신과 가족들 역시 타락한 인간들과 다를 바 없다며 둘째 아들 함의 여자와 손녀까지 죽이려 들고, 살아남기 위해 방주로 달려드는 다른 무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내치는 냉혹한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책 ‘젤롯’의 경우 교회가 가르치는 예수의 이미지, 즉 ‘사랑과 평화를 가르친 순한 목자’로서의 예수가 아니라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 그려 논쟁을 부르고 있다. 지난 20년간 주요 복음서를 분석하고 수백권의 저작들을 섭렵하며 예수의 진짜 모습을 추적해 그 연구를 바탕으로 집필한 저자는 예수가 민중운동을 일으키다가 로마당국에 의해 처형된 ‘열성(젤럿)적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종교적 편견을 배제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학자적 입장에서 쓴 책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출간과 동시에 2주 만에 1만부 이상 팔리며 판매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10일 국내에 개봉한 영화 ‘선 오브 갓’은 예수의 출생부터 제자들과의 만남, 고행, 죽음과 부활 등의 일대기를 성경에 근거해 충실하게 그려 교계의 호평을 받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영화 내용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모세와 히브리 백성들의 출애굽기를 다룬 성서 블록버스터 ‘엑소더스’도 올 연말 개봉할 예정이어서 기독교와 성경 속 예수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사진 런던·파리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교황 “8월 방한하게 돼 기뻐”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 한국 방문 계획을 직접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현지시간) ‘성지주일’을 맞아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1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즉석 설교로 미사를 집전하면서 “오는 8월 15일 대한민국의 대전에서 아시아 대륙의 청년들과 만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고 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방문 일정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성지주일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베드로광장에는 올리브 가지와 십자가 모양의 크고 작은 종려나무 잎을 든 10만명의 로마 시민과 관광객, 순례자들이 모였다. 미사가 끝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개차를 타고 군중 사이를 지나면서 ‘셀카’를 찍는 젊은이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한 순례자가 건넨 허브 티를 즉석에서 받아 마시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성주간은 다음주 일요일인 20일 역시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리는 부활절 미사와 함께 절정에 오른다. 성지주일은 십자가 수난을 앞둔 예수가 겸손한 왕권의 상징인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할 당시 군중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크게 환영한 것을 기리는 교회 절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5일 동안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 가톨릭 신자들이 모이는 청년대회에 참석하고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미사도 봉헌할 예정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길섶에서] 예수의 아내/문소영 논설위원

    기독교인에게 크게 욕 먹을 생각이지만 예수가 동정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돼 태어났다는 것은 신화가 아닐까 한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인 이유는 그런 신격화가 아니라, 하늘의 뜻을 땅에서 이루려는 의지와 노력, 실천력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의 아들 예수’보다 ‘인간의 아들 예수’가 가난한 사람을 더 많이 천국으로 인도할 것만 같다. 예수의 부활을 믿지 못해 상처에 손을 넣어본 도마처럼 믿음이 부족하고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신학계에서 2012년 공개된 이래 진위를 두고 논란이 됐던 콥트어로 작성된 파피루스 파편이 기원 전후에 쓰인 진품으로 확인돼 화제다. 문서에는 예수가 ‘나의 아내’를 언급하고, “그녀는 제자가 될 수 있을 것, 마리아는 그럴 만 하다”는 놀라운 내용이 들어 있다. ‘인간적이고 공정한 예수’다. 신학자들은 ‘나의 아내’란 발언이 예수가 결혼했다는 흔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상관없다. 다만 예수가 여제자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사제는 남성’라는 기독교의 오래된 남성중심적인 차별이 이참에 사라지면 좋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예수가 아내 언급한 파피루스, 古代 진본 맞다”

    예수가 자신의 아내를 언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파피루스가 가짜가 아니라 고대에 만들어진 진본인 것으로 판명됐다. 이를 밝혀낸 과학자들은 그렇다고 이런 사실이 예수에게 실제 아내가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전자공학, 화학, 생물학과 교수들이 2년 전 처음 공개돼 충격과 논란을 일으킨 일명 ‘예수의 아내 복음서’ 파피루스를 분석한 결과 이 조각의 성분이 4~8세기의 파피루스와 유사하며 근대에 조작된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파피루스에 사용된 잉크의 탄소 구성도 고대의 잉크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 파피루스의 존재는 2012년 9월 로마의 학회에서 하버드 신학대의 역사학자 캐런 킹 교수가 처음 보고했다. 가로 7.6㎝, 세로 3.8㎝로 명함보다 작은 크기의 파피루스 조각에 쓰인 글귀 네 번째 줄에는 “예수가 말하길 ‘나의 아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예수의 결혼설이나 자신의 아내를 제자로 받아들였다는 설을 입증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파피루스는 단지 고대 복음서의 필사본 조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킹 교수도 “당시의 신도들이 순결과 성, 결혼, 예수의 제자에 관해 활발히 토론했다는 증거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파피루스 조각은 공개되자마자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설을 전면 부정하는 교황청 등으로부터 날조된 가짜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 연구 결과가 나온 뒤에도 많은 학자와 블로거들은 “파피루스가 논란을 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너절한 위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이 문서가 분석할 가치도 없는 가짜라고 주장했던 브라운대 이집트학과 레오 데퓨트 교수는 연구 결과를 두고 “고약한 텔레비전 쇼 같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유토피아? 공산주의 실험? 스페인 남부 마을의 ‘이상한’ 협동조합을 가다

    유토피아? 공산주의 실험? 스페인 남부 마을의 ‘이상한’ 협동조합을 가다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댄 핸콕스 지음 윤길순 옮김/위즈덤하우스/288쪽/1만 5000원 스페인 남부 인구 2700명의 마을 마리날레다는 ‘유토피아’인가 아니면 ‘공산주의 테마파크’인가. 안달루시아 자치주의 주도 세비야에서 동쪽으로 100㎞ 떨어진 작은 도시 마리날레다는 별다른 산업 시설이나 관광자원 없이 올리브와 농작물을 가꿔 가공하는 농장과 공장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면서 이를 수출까지 하는 곳이다. 주민 대부분은 이곳에서 하루 6시간 반을 일하며 모두 똑같이 월 1200유로(약 172만원, 스페인 최저 임금의 2배)를 받는다. 협동조합은 주민들에게 임금을 주고난 뒤 이윤이 생기면 분배하지 않고 재투자해 일자리를 늘린다. 그래서 마을에 최근 이주해 온 사람들을 제외하면 실업률이 제로다. 또 마을 주민들은 지방 정부로부터 건축 자재를 지원받아 방 3개짜리 집을 직접 짓고 한 달에 15유로(약 2만 1500원)의 월세를 낸다. 집은 공동체 소유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팔 수는 없다. 이 마을엔 경찰 병력도 없다. 치안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확립하고 경찰 예산은 학교나 주민 복지를 위해 쓴다. 마을엔 축구 경기장, 야외 수영장, 종합 실내 스포츠 센터 등 운동 공간이 있다. 대개 무료인 레저시설들은 마을 규모에 비하면 대단히 넓다. 나투랄 공원에는 정원과 벤치, 테니스 코트, 야외 체육관, 석조 원형 극장이 있다. 원형 극장에서는 영화 상영은 물론 각종 축제나 록 콘서트도 열린다. 자체 텔레비전 방송국도 있다. 카뮈가 ‘반란의 고향’이라고 말했던 안달루시아는 스페인 역사에서 줄곧 빈곤과 소외의 지역이었다. 1970년대 후반 마리날레다의 소작농들은 일년에 한두 달밖에 일거리가 없어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일거리를 찾아 떠났다. 그러다 1979년 시장에 당선된 산체스 고르디요는 주민들과 함께 투쟁에 나선다. 1980년 이 지역의 실업률이 60%를 넘자 분노한 주민 700명이 9일 동안 ‘굶주림에 맞선 굶주림 투쟁’ 즉 단식 투쟁을 했고 국가로부터 생계 보조금을 얻어 냈다. 그러나 이들은 미봉책인 보조금에 만족하지 않고 토지 개혁 및 재분배를 요구하며 10년 넘게 싸웠다. 1980년대 내내 그들은 안판타도 공작의 땅인 우모소를 100차례 넘게 점거했고 여름에는 매일 16㎞씩 행진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점거하고 쫓겨나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그들의 불굴의 저항에 진이 빠진 정부가 1991년 마침내 굴복해 1200만㎡(약 360만평)에 대해 공작에게 일정한 보상을 한 뒤 마리날레다에 공유지로 주었다. 그동안 놀리던 땅으로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농경지였다. 주민들은 만세를 부르며 이 땅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고르디요 시장이 있다. 역사 교사였던 그는 정치가이자 노동자 단결을 위한 집단인 안달루시아 좌파연합의 대표이다. 그는 “나의 정치적 신념은 예수와 간디, 마르크스, 레닌, 체 게바라가 뒤섞인 것에서 왔으며 낫과 망치로 상징되는 공산당에 가입한 적은 없지만 공산주의자 또는 공동체주의자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에 정치·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는 영국의 언론인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개신교계 부활절 예배 3년 만에 함께 연다

    개신교계 부활절 예배 3년 만에 함께 연다

    그동안 두 군데로 쪼개져 열리던 개신교 부활절 연합예배가 3년 만에 하나의 행사로 열리게 됐다. 한국교회부활절준비위원회(준비위)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오전 5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만 5000명이 참석해 ‘생명의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주제로 2014년 부활절 연합예배를 연다”고 공식 발표했다. 설교자로는 극동방송 회장인 김장환(80)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를 선정했다고 준비위 측은 덧붙였다. 현재까지 연합예배 참여를 확정 지은 교단은 51개다. 연합 기관이 아닌 교단의 연합 행사로 치른다는 원칙 아래 개신교 사상 가장 통합적인 조직과 규모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열리는 부활절 예배도 연세대 연합예배와 같은 주제로 진행된다. 연세대 연합예배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 소속된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예장합동)을 빼고는 국내 주요 교단이 사실상 대부분 참여하는 셈이다. 준비위 측은 “교단 내부 사정상 아직 참여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예장합동과도 예배를 함께 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해 예장합동의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올해는 연세대 행사를 빼고는 그동안 따로 예배를 드려 왔던 한기총을 비롯한 연합 기관이나 교단 차원의 별도 예배가 일절 열리지 않을 예정이어서 개신교계의 연합 움직임에 기대가 모이는 상황이다. 예배 장소를 연세대로 정한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커 보인다. 이 땅의 130년 기독교 선교 역사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학원선교와 의료선교의 출발지인 연세대에 주목했다는 게 준비위 측의 설명이다. 공동준비위원장인 조경열 목사는 이와 관련해 “그동안 열려 왔던 ‘광장 예배’는 많은 사람을 동원하느라 에너지를 너무 소모했고 예배의 본질에서 벗어날 위험성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그리스도 부활의 정신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귀띔했다. 부활절 준비 대표상임회장 장종현 목사도 “교회 지도자들의 교만으로 예배마저 분열시킨 죄를 회개하면서 예배를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한국 교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심정으로 연합예배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히 예배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리스도의 부활과 생명을 이웃에 전하는 나눔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연합예배를 통해 모인 헌금을 장애인 선교와 쌍용자동차 노조원 생계 지원, 북한 어린이 돕기, 서울 동자동 쪽방협동조합 등에 나눠 주게 된다. 준비위 측은 이와 관련해 “지역 헌금의 3%는 중앙에서 모아 4가지 나눔 사업에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준비위 측은 특히 “헌금이 집계되면 내역 일체를 공개해 재정 관련 의혹이 없도록 깔끔하게 마무리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한편 1947년 시작된 한국 부활절 연합예배는 개신교계의 내부 분열 탓에 혼란을 빚어 왔으며 지난해와 2012년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기총이 별도로 연합예배를 개최했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무려 90억! 세계서 가장 비싼 ‘달걀’

    무려 90억! 세계서 가장 비싼 ‘달걀’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달걀의 실물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무려 다이아몬드 1,000개로 꾸며진 보석 달걀 ‘미라지(Mirage)’의 자세한 모습을 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미라지는 외형만으로 앞도적인 고급스러움을 드러낸다. 1,000개에 달하는 다이아가 촘촘히 박혀 은색 광채를 내고 있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간부분을 잡고 뒤로 젖히면 18캐럿 순금으로 도배된 내부가 나타난다. 그 안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이 담겨있다. 예상했겠지만 미라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복하는 ‘부활절 달걀’ 인 것이다. 과거부터 달걀은 봄, 풍요, 다산의 상징이었다. 겉은 조용하지만 언젠가는 새 생명이 태어나는 달걀은 만물이 소생하는 지구와 비유되어왔고 이 미라지는 ‘부활 의미’가 극대화된 고급 예술작품인 것이다. 미라지의 가격은 500만 파운드로 한화로 환산하면 거의 90억 원에 달한다. 겉에 박혀있는 다이아 가격만 150만 파운드(약 26억)다. 이탈리아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 수십 대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달걀은 보석 세공 전문가인 맨프레드 와일드가 3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낸 작품으로 소유자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재력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다이아몬드 전문가이자 전문 보석상인 바시 도밍게즈의 설명에 따르면, 달걀의 주인인 이 보석을 판매할 의향이 없지만 희귀 보석 수집가 여러 명이 구입을 위한 접촉을 진행 중이라는 후문이다. 사진=데일리메일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존파이퍼, 조용기 목사 비판 “그리스도 욕되게 했다”

    존파이퍼, 조용기 목사 비판 “그리스도 욕되게 했다”

    ‘존파이퍼 조용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복음주의 설교가 존 파이퍼(68) 목사가 “조용기 목사가 그리스도를 욕되게 했다”고 비판했다. 존 파이퍼 목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팟캐스트 ‘존 목사에게 물어보세요’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오순절교회 설립자인 조용기 목사가 1200만 달러(약 131억원)를 횡령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 방송에서 “그리스도를 공공적으로 욕되게 함과 그 분의 말씀과 그 분의 복음, 또 그 분의 교회를 욕되게 해 매우 화나고 슬프다”라고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이는 미국 최대의 웹 커뮤니티 사이트인 ‘토픽스(topix)’가 존 파이퍼 목사의 팟캐스트 방송을 기사화 한 크리스천 포스트와 프리리퍼블릭의 기사를 링크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크리스천 포스트는 “존 파이퍼가 세계에서 가장 큰 오순절교회 설립자인 한국의 조용기 목사가 1200만 달러 횡령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에 있는 ‘돈을 사랑할지도 모르는’ 목사들에게 경고를 보냈다”고 전했다. 또 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조용기 목사의 집행유예 판결을 언급하며 “세계 최대의 교회라 자랑하는 순복음교회가 전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파이퍼 목사의 이러한 발언은 보수적인 기독교계에 만만치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주임 목사인 조용기 목사는 지난 2월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50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존 파이퍼 목사는 “나는 목사들이 자기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들이 돈의 유혹을 피하기 위해 ▲부자가 되거나 부를 축적하려는 생각을 버려라 ▲수입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따로 관리자를 두라 ▲동료들에게 당신의 수입의 근원을 완전히 공개하라 ▲당신의 보물이 땅이 아니라 천국에 있음을 증명할 만큼 검소하게 살아라 ▲다수의 장로들이 공동으로 지도하는 구조를 만들라 등의 다섯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존 파이퍼 목사는 “예수는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씀하셨다. 마음속에 그런 욕망이 보이거든 그 욕망을 단칼에 없애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파이퍼 목사는 복음주의 교계에서 ‘기독교 희락주의자’, ‘탁월한 기쁨의 신학자’로 불리며 “예수 그리스도를 최고로 높이는 순수하고 강력한 복음 선포를 전하는 이 시대 최고의 설교가”로 꼽힌다. 그는 ‘하나님을 기뻐하라’, ‘하나님이 복음이다’, ‘예수님의 지상명령’, ‘삶을 허비하지 말라’, ‘말씀으로 승리하라’ 등의 저서로 한국 교회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만우절 유래, 만우절 장난전화 처벌 최고 5년 징역 ‘무서운 장난’

    만우절 유래, 만우절 장난전화 처벌 최고 5년 징역 ‘무서운 장난’

    ‘만우절 유래’ 만우절을 맞아 경찰과 소방당국이 장난전화에 대해 엄히 처벌할 것임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12에 장난전화를 할 경우 경범죄처벌법 3조의 ‘거짓신고’ 규정에 의거, 6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혹은 과태료를 부과한다. 특히 중죄인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 ‘폭발물 설치’ 및 ‘납치’등의 거짓신고의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경찰은 “허위신고가 들어와도 경찰은 현장 확인을 하기 위해 출동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력이 낭비되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시민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폐해가 심각하다”며 “허위·장난 신고를 하면 벌금·과태료 처분뿐만 아니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밝히며 장난 전화를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편 만우절 장난에 대해 우려가 높아지자 만우절의 기원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우절의 유래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3가지 가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가장 잘 알려진 유래는 16세기 프랑스에서는 1564년에 샤를 9세가 새로운 역법을 채택, 신년을 4월 1일로 고쳤으나 그것이 말단에까지 미치지 못했다. 이에 4월 1일을 신년제의 마지막 날로 생각하고 그 날 선물을 교환하거나 신년 잔치 흉내를 장난스럽게 내기도 했는데 이것이 시초가 되어 유럽 각국에 퍼진 것으로 보는 가설이다. 두 번째 가설은 동양 기원설이다. 인도에서는 춘분에 불교의 설법이 행해져 3월 31일에 끝이 났으나 신자들은 그 수행 기간이 지나면 수행의 보람도 없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이 때문에 3월 31일을 야유절(揶揄節)로 불려졌으며 남에게 할 일도 없이 심부름을 보내는 등 장난을 쳤던 것이 기원이 됐다는 가설이다. 마지막 기원 가설은 예수 그리스도가 4월 초에 안나스(제사장)로부터 가야파(제사장)에게, 가야파로부터 빌라도에게, 빌라도로부터 헤롯 왕에게, 헤롯 왕으로부터 다시 빌라도에게로 끌려다녔는데 그와 같은 그리스도 수난의 고사를 기념하기 위해 남을 헛걸음 시켰다는 설이다. 사진 = 경찰청 홈페이지 (만우절 유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전설 속 ‘예수 그리스도 성배’ 발견? 학계 주목

    전설 속 ‘예수 그리스도 성배’ 발견? 학계 주목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고 이후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그 피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전설 속 성배. 실존여부를 두고 성경학자, 고고학자들의 오랜 연구 과제였던 이 신화적인 물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 3편 최후의 십자군’,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소설 ‘다빈치 코드’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그런데 이 성배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일까? 미국 뉴욕포스트는 오래 전 그리스도가 사용했던 것으로 유력하게 여겨지는 포도주잔 즉, 성배가 스페인 한 지하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북서부 레온 시 산이시도로 바실리카(Basilica de San Isidoro) 성당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 오닉스 포도주잔은 11세기 스페인 카스티야·레온 왕국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지 역사학자들 주장에 따르면 이 잔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 더욱 중요한 일에 사용됐다. 바로 최후의 만찬 당시 예수 그리스도가 입을 댔던 ‘성배’였다는 것. 스페인 레온 대학 역사학과 교수 마가렛 토레스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포도주잔의 제작연도는 기원 전 200년~기원 후 100년 사이로 예수 생존 당시 예루살렘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증거는 최근 발견된 아랍어로 적힌 중세 문서 2건으로 여기에는 이 포도주잔의 이동경로가 상세히 적혀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 포도주잔은 계속 예루살렘에 보관되어 있다가 무슬림에게 도난당한 뒤 이후 이집트 카이로로 이동됐다. 그리고 11세기 당시 스페인 카스티야 왕국 페르난도 왕이 이집트에 각종 원조를 해주면서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 성배를 받게 돼 오늘까지 전해졌다. 흥미로운 것은 굉장히 고급스러운 이 포도주잔의 외관인데 진주, 에메랄드, 자수정, 사파이어 등의 값비싼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하지만 성경 속 묘사된 성배는 화려함과 거리가 먼 일반 잔으로 이 포도주잔이 과연 성배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역사학자들의 판단은 다르다. 마가렛 교수는 “이런 화려한 장식은 카이로에서 레온으로 보내질 때 장식된 것으로 페르난도 왕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뜻으로 치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 포도주잔은 신비 속 역사를 밝혀낼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AFPBBNews=News1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기고] 중국문화적 시각서 본 ‘별그대’ 열풍/박영환 동국대 중문학과 교수

    [기고] 중국문화적 시각서 본 ‘별그대’ 열풍/박영환 동국대 중문학과 교수

    중국의 문호 루쉰은 중국인들의 종교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중국인들은 종종 승려나 비구니, 회교도나 예수교도들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도사는 싫어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치를 깨닫는 사람은 중국문화의 대부분을 이해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도교가 중국문화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도교는 중국인들이 무의식중에 갖는 가장 태생적인 관념이며, 불교와 함께 중국인들을 상상력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힘의 원천이다.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얼개가 중국의 도교적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중국기층문화의 근간인 초능력, 불로장생, 상상력과 환상, 다른 세계의 개체(신선과 귀신), 남가일몽의 사유 등은 바로 ‘별그대’의 키워드이자, 중국 자생의 도교적 요소들의 집합체이다. 400년 이상을 살아왔음에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도민준’의 형상은 도교에서 장수의 신으로 추앙하며, 800세까지 살았다는 신화 속 인물 ‘팽조’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404년 전 조선으로 온 외계인과 2014년 여성 ‘천송이’와의 사랑, 위험한 순간마다 초능력으로 구해준다는 설정도 도교문학에서 종종 등장하는 스토리유형이다. 다시 말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서사적 구조와 작가의 동양적인 우주관은 도불적인 요소를 내포한 중국 고전문학의 전형으로 중국인들의 정서에 가장 부합하는 스토리구조이다. 영화로 소개된 ‘천녀유혼’, ‘백사전’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전지현이 중화권에 이름을 알린 계기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이다. 중국이나 타이완은 한국사회에 비해 여성들의 활동영역도 넓을 뿐 아니라, 비교적 자유롭다. ‘엽기적인 그녀’나 ‘별그대’에서 보인 전지현의 자유분방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유교관념이 강한 한국보다 친도교적인 중화권 정서에 거부감 없이 잘 부합된다. 게다가 키가 크고 학식을 겸비한 젊은 꽃미남 교수, 엄청난 재력, 위기 때마다 발휘되는 초능력, 400년간 한 여인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가진, ‘도민준’은 말 그대로 인간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고전소설 속 완벽남의 형상이다. 가장 중요한 인기요소는 작가의 역량과 작품 기획에 있다. 중국문화의 내면을 이해한 토대 위에 광해군 때의 기록을 재료로 신화적 상상력과 탄탄한 스토리의 힘을 현실적인 소재(특히 관중들이 궁금해하는 한류스타의 생활)와 절묘하게 엮은 스토리텔링은 가히 최고수준이다. 다원화, 혼종화를 지향하는 현 시대에 세계화에 기반하는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뛰어난 작품 기획은 추후 한류의 지속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 “세상을 뒤엎어야 한다!” 인간 예수의 민낯 핍박에 맞선 혁명가

    “세상을 뒤엎어야 한다!” 인간 예수의 민낯 핍박에 맞선 혁명가

    젤롯/레자 아슬란 지음/민경식 옮김/와이즈베리/420쪽/1만 6500원 전 세계 20억명에 가까운 기독교인들이 믿고 따르는 예수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무슨 얘기를 어떤 방식으로 하든 돌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신간 ‘젤롯’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미스터리한 인물인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감히’ 다룬다. 저자인 레자 아슬란(42)은 이란 테헤란 태생으로 7세 때인 1979년 이란혁명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10대 시절 복음주의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가족의 종교인 이슬람으로 돌아온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샌타클래라대와 하버드대에서 종교와 신학을 공부한 그는 신자로서가 아니라 학자의 입장에서 성서를 다시 연구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신약성서와 ‘Q자료’라고 불리는 초기 기독교 사료, 1세기 유대인 역사학자 요세푸스의 ‘유대 고대사’ 등 고대문헌을 토대로 연구하고 분석해 그는 1세기경 팔레스타인에 살았던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그려 낼 수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이 세상의 질서를 뒤엎어야 한다고 강하게 외치는 열정적 인간. 그가 당도한 곳에서 만난 예수의 모습이다. 예수는 기원전 4년 팔레스타인 갈릴리 중남부의 작은 마을 나사렛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요셉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예수의 직업은 그리스어로 ‘테크톤’, 즉 목수였으나 이는 배우지 못한 문맹 소농을 가리키는 속어였다는 점에서 예수가 그런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1세기 팔레스타인의 문맹률이 97%나 됐으니 문맹이라고 해서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예수는 유대인들의 학문용어인 히브리어도, 로마제국 공용어인 그리스어도 아닌 유대 소농의 모국어라고 할 수 있는 아람어를 사용했다. 그는 다른 일용직 직공과 마찬가지로 형제들과 함께 갈릴리의 수도인 세포리스로 일을 하러 다녔다. 예수가 태어났을 당시 유대인은 로마의 핍박 속에서 종말론을 널리 신봉하며 메시아(구세주)의 도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갈릴리에서는 유다스 같은 혁명가들이 ‘제4의 사상’을 주창하며 새로운 형태의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추종자들은 외세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것이며 죽기까지 하느님 한 사람 외에는 어떤 주인도 섬기지 않겠다는 신념을 불태웠다. 유대인들은 절대 굴복을 모르는 이들을 ‘열심’을 의미하는 ‘젤롯’(zealots)이라고 불렀다. 로마인들이 곱게 볼 리 만무했다. 유다스와 그 추종세력 2000여명이 한꺼번에 십자가에 처형당하고 유다스의 봉기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유대인 청년들에게 유다스에 대한 기억은 또렷이 남았다. 나사렛 예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자는 복음서의 나사렛 예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의 출현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잘 보여 주는 결정적 사건에 주목한다. 네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에 모두 이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 역사적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추정한다. 기원후 30년쯤 예수가 추종자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장면이다. 열광한 군중은 그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신 분’이라며 열렬히 환영했다. 예수는 성전의 이방인의 뜰로 가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탁자를 걷어차며 내쫓고, 새장을 부수고 동물들을 우리에서 풀어 주었다.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예언을 던졌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 성전 당국이 벌이는 사업을 공격하는 것은 제사장들에 대한 공격이었으며 로마에 대한 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성전 당국은 로마주화가 누구 것인가를 묻는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 드려야 한다”고 대답한 예수는 젤롯혁명에 연루되고 며칠 뒤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돼 모반과 폭동의 죄목으로 십자가형을 받는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머리맡에 달린 죄패에는 ‘유대의 왕’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젤롯’의 신념을 간직한 혁명가 예수의 장렬한 최후였다. 기적을 행하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친 복음서 속 예수의 모습이 혁명가와 괴리가 있는 것은 왜일까. 저자는 복음서가 거의 기원후 66년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반(反) 로마폭동 이후에 저술된 점을 강조했다. 로마에 대항한 유대인들의 반란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각지로 흩어진 유대인들은 로마에 사는 초기 기독교인들을 선교하기 위해 복음서를 집필했다. 예루살렘이 몰락한 직접적 원인이 된 혁명에 대한 열광을 애써 누그러뜨릴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예수를 혁명적인 유대 민족주의자에서 평화주의적인 영적 지도자로 탈바꿈시키는 기나긴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잘 늙고 잘 죽을 수 있어야 선진국이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잘 늙고 잘 죽을 수 있어야 선진국이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우리 대한민국은 참으로 바쁘다. 해야 할 일도 많다. 창조경제든 규제혁파든, 어떻게든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해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야 하고 까다로운 북한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조기 퇴직으로 인한 중·장년의 실업 문제도 풀어야 하고, 매우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 실업난도 해결해야 한다. 악화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문제도 걱정이다. 출산율 급감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도 고민하면서도 우선 65세 이상 고령화 인구의 급증에 따른 노인복지정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우리는 이렇게 얽힌 문제는 헤쳐서 풀어내면서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고 앞으로, 좀 더 앞으로 전진하느라 무척 바쁘다. 우리가 바쁜 이유는 결국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인 것 같다. 1970년대 ‘잘살아 보기’ 운동으로 어느 정도 먹고살게 된 한국인들은 이제 마음 먹고 ‘제대로 잘살아 보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잘살아 보자는 ‘웰빙’(well-being) 바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니고 이를 반영하듯 방송은 ‘먹는 방송 (먹방)’을 마구 편성하고 외국 언론까지 크게 보도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잘살기 위해 얼굴과 몸매를 뜯어고치는 성형이 보편적 유행이 되다 못해 수출상품으로까지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 지하철역에 성형수술 광고가 도배질하다시피해 규제개혁 시대에 규제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잘살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하면 진정 행복해지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살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바쁜 사이, 우리 사회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잘살아야 되기 때문일까. 우리 사회는 못 먹고 못살았던 기억에 한이 맺힌 듯 이제 제대로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행복 강박증에 걸려 있다.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에 매몰돼 바쁘게 살다 보니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성찰할 여유조차 찾지 못한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잘사는’ 선진국을 들여다보면 일찍이 잘살기 위해서는 ‘잘 늙고(well-aging) 잘 죽어야(well-dying) 한다’는 지혜를 터득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노인들은 은퇴 후 노년생활이 여유롭고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노후가 심심하고 병들고 불행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연금 등 제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늙음과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와 개인의 성찰은 농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늙음은 젊음과 반대이고 죽음에 이르는 사그라짐이기 때문에 저항의 대상이 된다. 때문에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동안이라 하면 좋아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공공연히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그러니 억지로 젊음을 붙잡아 두느라 늙음을 즐길 수도 없고 따라서 잘 늙는 삶을 살지도 못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 늙어가는 사람은 잘살지도, 행복하지도 못하게 되는 셈이다. 죽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풍경은 사뭇 세속적이다. 친지의 부음이 들리면 얼마의 조의금을 어떻게 전달할까 궁리하느라 고인에 대한 애도나 죽음의 가치에 대해 성찰할 여유가 없다. 우리의 장례식은 산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사교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신문의 부음기사는 고인이 살면서 대단한 직위와 명예, 권력, 돈 등을 누렸으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정보를 줄 뿐, 고인이 살아있는 사람이 계속 기억할 만한 어떤 가치를 남기고 갔나를 반추하지 않는다. 요즘 크리스천들에게는 예수의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절이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세상적 유혹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묵상하며 궁극적으로 신앙적인 부활과 영원한 삶을 기원하는 시기다. 사순절 시기는 전통적으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죽음’을 상기하는 ‘재의 수요일’ 예배로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의 크리스천들은 삶의 부활절에만 몰리고 죽음의 재의 수요일에는 썰렁하다. 진정 행복한 삶은 죽음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 ‘십자가의 길’에서 인간 예수를 만나다

    ‘십자가의 길’에서 인간 예수를 만나다

    감람산에서 ‘올드 시티’(old city)를 내다본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이 예루살렘 지역에 세운 성채의 안쪽 도시가 올드 시티다. 사방 1㎞쯤 되는 성벽에 둘러싸인 올드 시티는 예루살렘 여정의 정수가 밀집된 곳이다. 유대인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통곡의 벽’과 예수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 이슬람교의 선지자 마호메트가 승천했다는 성전산 등 발 닿는 곳마다 유적지들로 빼곡하다. 올드 시티를 둘러보기에 앞서 멀리서 전경부터 훑는 게 순서다. 그래야 지형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그 최적지가 감람산이다. 감람산과 올드 시티 사이는 기드론 계곡이다. 성서에 최후의 심판이 열린다고 기록된 곳이다. 계곡은 무덤이 점령했다. 음택으로서 최고의 길지란 믿음 때문일 게다. 감람산 맨 아래는 겟세마네 동산이다. 2000년 묵었다는 올리브 나무들이 푸른 그늘을 만들고 있는 곳. ‘감람’은 바로 이 ‘올리브’를 뜻하는 표현이다. 예서 최후의 만찬을 마친 예수는 유다의 배신으로 체포될 걸 내다보고는 고뇌한다. 바로 그 자리, 그러니까 무릎 굽혀 기도를 올린 흰 바위 위에 교회가 세워졌다. 그게 ‘만국교회’다. 멀리서 ‘예루살렘의 심장’을 일별하고 성벽으로 들어선다. 들머리는 덩 게이트(Dung gate). 성 안의 쓰레기를 내다 버리던 문으로 우리말 ‘똥’과 발음이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이스라엘 사람들 또한 분문(糞門)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 문을 지나자마자 저 유명한 ‘통곡의 벽’이 나온다. 높이 18m, 길이는 50m쯤 되는 벽이다. 일반 여행객들도 키파(유대교식의 작은 모자)만 쓰면 입장할 수 있다. 키파는 벽 입구에서 무료로 나눠준다. 벽 틈엔 종이조각들이 빼곡하다. 저마다의 소원 등 기도 내용을 적은 종이다. 이는 기원전 957년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무렵 “(하나님께서)내 귀와 눈을 이곳에 둔다”고 했다는 것에서 비롯된 습속이다. 유대교인들은 소원지를 적어 벽에 꽂아 두면 하나님의 귀와 눈까지 전달된다고 믿는다. 소원지는 유대교 랍비가 1년에 한 차례 걷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비아 돌로로사는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신에서 사람의 몸으로 내려온 예수의 숨결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길이는 약 800m. 예수가 로마의 집정관 본디오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은 곳부터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해골 언덕)를 향해 걸었던 길, 그리고 십자가에 매달려 사망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이은 길이다. 길 곳곳엔 각각의 의미를 지닌 14개의 지점이 있다. 14세기쯤 프란치스코 수도사들이 실제 사실(史實)과 기록에 따른 추정 등을 종합해 14개의 지점을 이었고, 이를 ‘십자가의 길’로 확정했다고 전해진다. 비아 돌로로사는 통곡의 벽에서 100m 남짓 떨어져 있다. 거리는 가깝지만 찾기는 쉽지 않다. 올드 시티 내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안내판이 잘 정비된 것도 아니어서 안내자 없이 갔다간 헤매기 십상이다. 이 탓에 길라잡이를 자처하는 호객꾼이 ‘암약’하기도 한다. 기자가 아랍인 ‘길라잡이’를 만난 것도 통곡의 벽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앳된 모습의 녀석은 4개의 좁은 골목이 합류되는 곳에서 식자연하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에게 이른 새벽 골목길을 헤매는 외국인 여행자란 그야말로 손쉬운 ‘먹잇감’이었을 터. 녀석은 자기가 길을 안내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돈을 노리는 속내야 뻔하지만 1분1초가 아쉬운 여행자로선 그를 따라 수월하게 길을 찾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했다. 물론 그 대가로 녀석이 요구한 “15박스(달러의 다른 표현)”는 고스란히 내줘야 했지만 말이다. 비아 돌로로사 제1처는 이슬람학교 엘 오마야다. 원래 빌라도의 법정이 있던 자리인데 현재는 학교로 쓰인다. 제2처는 바로 맞은편이다. 여기서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가시관을 썼다. 로마 군인들은 초라한 몰골의 예수를 채찍으로 때리며 조롱했고, 빌라도는 “이 정직한 사람의 피에 자신은 책임이 없다”며 손을 씻었다. 제3처는 십자가의 무게를 못 이겨 예수가 첫 번째로 넘어진 곳이다. 그리고 곧바로 비통해하는 어머니 마리아와 만난다. 여기가 제4처다. 아랍인 ‘길라잡이’에 따르면 제3처 바로 옆의 맨질맨질한 박석은 여태 옛 모습 그대로란다. 제5처에선 시몬이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졌다. 이때 힘에 부친 예수가 벽을 짚었는데, 후대의 수많은 순례자들이 따라 짚으며 손바닥 크기만큼 움푹 파였다. 제6처는 피땀 흘리는 예수의 얼굴을 베로니카가 손수건으로 닦아준 곳이다. 이 손수건은 현재 로마의 베드로 대성당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7처는 예수가 두 번째로 넘어진 곳. 제8처는 찾기가 다소 어렵다. 예수가 걷던 당시와 달리 수많은 건물들이 길 위에 들어차면서 제7처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골목에 갇힌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예수는 이곳에서 자신을 따르던 여인들에게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해 울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예수가 세 번째 넘어졌다는 제9처도 찾기가 쉽지 않다. 골고다의 언덕에서 직선거리로 수m밖에 안 되지만 좁은 골목 몇 개를 휘휘 돌아가야 한다. 한데 찾기는 어려워도 발 딛고 서면 풍경은 감동적이다. 여태 둘러봤던 어느 곳보다 옛 모습이 잘 남아 있다. 마중물을 부어 물을 길었던 옛 ‘뽐뿌’가 지금껏 우물가에 서 있고, 바람벽을 따라 난 들창문도 아련하다. 막달라 마리아도 여기 어디쯤에서 예수의 모습을 보며 눈물지었을 게다. 제10처부터 14처까지는 골고다의 성묘교회에 있다. 제10처는 예수가 속옷만 입은 채 겉옷이 모두 벗겨지는 수모를 당한 곳이다. 제11처에선 손과 발에 대못이 박혔고, 제12처에서 운명했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의 주검을 수습한 뒤 염을 했던 바위가 제13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았던지, 불그스레한 바위 표면이 유리구슬처럼 반질반질해졌다. 제14처는 예수의 무덤이다. 이른바 ‘부활의 현장’이다. 한 번에 2~3명밖에 들어갈 수 없어서 늘 사람들이 줄을 선다. 예루살렘이 행정과 신앙의 수도라면 텔아비브는 경제 수도다. 예루살렘에서는 차로 50분 거리다. 텔아비브는 여러모로 예루살렘과 비교된다. 예루살렘이 무겁고 장중한 분위기라면 텔아비브는 밝고 경쾌하다. 예루살렘에선 배냇머리(출생 이후 깎지 않은 머리카락) 늘어뜨리고 전통적인 유대복장을 한 ‘하씨딤’이 어울린다. 실제 열에 네다섯은 검은 정장 같은 ‘하씨딤’ 복장으로 거리를 오간다. 한데 텔아비브는 다르다. 대부분이 가볍고 경쾌한 차림이다. 햇살 가득한 벤자민 가로수길을 자전거로 내달리는 상큼한 젊은이와 연둣빛 원피스 차림으로 도도하게 걷는 여성이 곧잘 눈에 띈다. 이스라엘 속 작은 유럽이라 보면 틀림없겠다. 욥바 지역은 특히 인상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 중 하나로 알려진 곳. 한때 오스만 제국의 영향을 받았던 탓에 이슬람 모스크와 기독교 교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1879년 문을 열었다는 아부엘라피아 제과점에서 빵 하나 사들고 옛 건물 사이를 자박자박 걷는 맛이 각별하다. 방점은 해넘이가 찍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밝혔던 해가 사방을 붉게 태우며 지중해 너머로 넘어간다. 건기가 시작됐으니 주민들은 매일 이런 해넘이와 마주할 터. 뉘라서 이런 풍경 속에서 로맨틱해지지 않을 수 있으랴. 글 사진 예루살렘·텔아비브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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