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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초·중·고 77% ‘석면 학교’

    유치원·초·중·고 77% ‘석면 학교’

    서울의 초·중·고교는 물론 유치원까지 포함해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의 교실에 석면 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석면은 한 번 흡입하면 체내에서 보통 20년 정도의 잠복기 동안 머무르다 폐암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공기 중에 퍼질 가능성이 큰 1~2등급 시설은 교체해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석면에 노출되면 어릴수록 잠재적인 피해가 더 큰 만큼 당장 석면을 제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잠복기 20년… 1급 발암물질 17일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2010년 하반기 학교 석면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석면이 포함된 자재를 사용한 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2163곳의 77.2%인 1669곳이 ‘석면 의심 시설’로 파악됐다. 이 중 석면이 의심되는 교실 수는 모두 4만 7694개로 전체 5만 4279개의 87.8%에 달한다. 서울 지역에서 처음 실시된 이번 조사는 교육과학기술부 의뢰에 따라 2009년 이후 1년간 서울 지역 전체 학교급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인 교실과 화장실, 복도 등 실내 공간 위주로 실시한 데다 석면 자재가 포함된 면적으로 따지면 전체 학교 공간(411만 4358㎡)의 80%가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상 학교 시설 대부분이 잠재적인 석면 피해에 노출돼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학교급별로는 고등학교가 98.3%로, 사실상 모든 학교 건물에서 석면 자재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어 초등학교(86.2%), 중학교(84.7%), 유치원(80.8%) 순이었다. 석면 의심 건축 자재가 쓰인 곳은 천장이 89.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칸막이(8.9%), 바닥(1.1%), 벽면(0.1%) 등이었다. ●시교육청 “교체 예산 부족” 서울시교육청은 석면 우려가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2009년 말 관내 1670여개 학교를 대상으로 1차 표집조사를 실시, 이 가운데 석면 텍스(TEX)의 훼손 정도가 심한 1~2등급(훼손율 10% 기준) 건물이 있는 학교 71곳을 전면 보수 및 교체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3등급으로 분류된 석면 의심 건물에는 사실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전수조사라고 하지만 조사 대상 대부분이 실내 건물에만 한정돼 한계가 있다.”면서 “잠복기가 긴 석면의 특성상 청소년 시절에 한 번 노출되면 30~40대의 젊은 나이에도 폐가 서서히 굳는 석면폐증이나 악성중피종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황우여 “법인세 감세철회 공약 지킬 것… 靑 측근 견제하겠다”

    황우여 “법인세 감세철회 공약 지킬 것… 靑 측근 견제하겠다”

    한나라당 황우여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발표 과정과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당인데, 당과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면서 청와대·정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뒤 “앞으로 국정 진행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한 점이 있으면 당은 당대로 그 부분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데 이어 최근 논란을 빚어온 국방개혁안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아) 김장수 의원을 정책위 부의장으로 모셨다. 김 부의장을 중심으로 국방개혁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참여’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종책임자 黨이 목소리 내야” →왜 당이 최종 책임자인가. -대통령은 단임제인 데다, 정부 관료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국민들은 모든 책임을 당에 물어 다음 선거에 쏟아붓는다. 민심이나 국정에 문제가 있다면 최종 책임자인 당에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 발표 과정은 어떻게 보나. -정부로부터 오늘에야 보고를 받았다. 이것은 통보다. 그간 정부는 결정이 안 된 사안이니 보고를 못했다고 했지만, 돌아보니 이미 사전에 언론에 유출될 정도의 상당한 정보가 모아진 상태가 아니었나.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당에 설명도 하지 않았다. 민심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당이 판단하는 데도 3~4일 늦춰졌다. 이래서야 국정 동반자로서 같이 일할 수 있겠나. →어떻게 할 생각인가. -고위 당·정 간에는 모든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 상호 신뢰하에 정책 발표 시점과 정보 공유 범위 등을 정해야 한다. ●“대통령에 민심 가감없이 전달” →대통령이 민심에서 멀어지는 원인으로 늘 측근들이 거론되곤 한다. 견제할 의지가 있나.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저더러 그 일을 하라는 거다. 의원들은 물론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제의 속성인데, 대선 직후에는 대통령이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만 1~2년 지날수록 거리가 멀어진다. 정부 관료제의 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과 가까운 곳은 국회다. 다만 측근들은 양면성이 있다.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허물없이 해주는 사람도 측근이다. 정권은 팀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미국 등에서도 팀을 이뤄 끝까지 정권을 책임진다. 무조건 안 된다고 비판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국민들이 만족하느냐이다. 만족도가 떨어지는데 계속 같이 갈 때는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한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이미 국민의 60~70%가 FTA를 원한다는 결론이 나와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것에 여당으로서 달리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야당은 다를 수 있다. FTA에 반대하는 30~40%의 목소리를 대변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소홀함은 없는지 왜 반대하는지 등에 대해 마지막 점검하는 임무가 여당에 있다. ●“FTA 비준시점 속단 어려워”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면 현실적으로 6월 국회 또는 12월 예산국회 때가 유력한 것 아닌가. 반면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재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그러나 6월이 될지 12월이 될지 아직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김 원내대표가 왜 재재협상을 원하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정보와 자료가 있어야 근거 있는 전략을 만들 수 있다.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강행 처리’ 가능성은 배제한 것인가. -일단 몸싸움은 어렵다. 몸싸움은 헌법에도, 법률에도 없다. 가능하다면 합의 처리를 우선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법이 정한 ‘식물국회 방지대책’도 있다. 지금 단계에서 강행 처리 가능성을 배제하느니 마느니 하면 이런 합법적인 수단까지 포기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 →북한인권법 처리에 대한 여야 입장도 첨예하다. -무기력한 얘기가 아니냐고 하겠지만, 좀 지켜봐 달라. 총선이 곧 다가온다. 북한인권법이 어떤 내용이고 왜 해야 하는지를 계속 얘기할 것이다. 총선 앞두고 이슈가 되면 민주당이 끝까지 반대할지 의문이다.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강행’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도인가. -말을 뱉어 놓으면 씨가 된다. 이렇게 되면 야당과 교섭할 수 없다. 미리 얘기해 놓으면 협상은 깨진다. 여러 가지 협상카드를 가질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 →법인세 감세 철회 입장을 번복한 것처럼 혼선이 빚어진다. 정확한 입장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제시한 공약이다. 추진할 것이다. 다만 조정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약을 바꾸겠다는 말이 아니다. 반대가 심하다면, 그 이견을 조정하고 정부 입장도 들어보고 야당과 타협해서 하나의 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민정책에 예산을 써야 한다는 방향성은 불변이다. →당권·대권 분리를 고수하고 있다. 흥행은 포기하겠다는 것 아닌가. -일부 동의한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는 당권·대권 분리가 맞다. 차기 대권후보가 당 대표를 맡는다면 경선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견제하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박 前대표와 자주 만날 것” →공천개혁 차원에서 논의되는 완전국민경선제는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천개혁은 전당대회 준비로도 벅찬 비대위에서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계속해 줬으면 한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도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 →예정된 인사청문회에 대한 전략은. -무전략이 전략이다. 청문회가 청문회답게 진행되고 거기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는 어떤 관계를 형성할 생각인가. -박 전 대표는 우리 당의 큰 자산이고 국민의 신망을 받는 분이다. 자주 만나겠다. 무엇을 원하는지, 그 일을 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화를 하려 한다. 박 전 대표가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장이 열렸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텐데, 두 사람 사이에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나. -필요할 때 하려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 역할론은 어떻게 보나.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겠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언급한 보수대연합에 대한 견해는. -가능성은 언제든 열어놓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먼저 국민이 바라는 수준으로 반성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보수대연합도 국민이 인정할 것이다. →내년 총선 공천 과정 등에 영향력을 갖는 원내대표이자 당 대표 권한대행이다. 부여받은 권한을 충분히 행사할 것인가. -생각이 좀 다르다. 그동안 몇몇 지도자의 공천권 남용이나 과잉 통제를 비판해 왔다. 여전히 이에 대한 저항감이 있고, 의원들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지운·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과학벨트 대전 대덕 선정] 이주호 장관 일문일답

    무려 5조 2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 과학기술 프로젝트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거점 지구와 기초과학연구원의 최종 구성 방안을 발표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과학벨트가 “우리나라의 기초 연구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후보지 사전 유출과 정치적 각본설에 대해서는 “법대로만 했다.”며 말을 아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구·산업 기반, 정주 환경을 정량·위원 평가로 이분화했는데. -특별법상 세 가지 요인은 현재 상황과 미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통계에 따른 현재 상황은 정량 평가로 하고, 미래 가능성에 대해서는 위원들의 정성적 판단에 맡겼다. →후보지 현지 실사 과정을 거쳤는가. -지자체들의 과열 경쟁과 실사 과정에서의 후보지 공개 문제 등을 고려해 현지 실사는 하지 않았다. →1조 7000억원 증액이 대구와 광주를 위한 포석인가. -우리나라 기초과학 분야는 투자가 굉장히 미약하기 때문에 이번 논의 과정에서도 이 분야에 획기적으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중지를 모았다. 기초과학 투자의 활로를 찾으려면 캠퍼스 개념으로 지역에 거점을 두는 것이 좋다. 기존 연구소나 정부출연연구기관보다 자율적, 개방적,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연구단의 역할을 먼저 정한 뒤에 지역별로 연구단을 배분하는 게 옳지 않은가. -큰 투자 계획을 세울 때는 대략의 계획이 필요하다. 큰 방향만 제시된 것이고 연구단 배분은 (사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변동도 가능하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월성이다. 지역별로 나뉘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인 만큼 수월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 →대구·경북과 광주도 과학벨트 특별법의 적용 대상인지. -특별법의 거점·기능 지구는 아니지만 기초연구원 틀 안에서 투자가 이뤄지면 법적인 근거도 가지면서 국가 예산의 뒷받침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사전에 각본을 짜 놓고 과학벨트 입지를 선정했다는 지적이 있다. -교과부와 과학벨트위원회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단계별로, 또 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충분히 심도 있게 논의해서 결정을 해 왔고 오늘 그 결과를 보고한 것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국·공립 보육기관도 ‘강남학군’

    국·공립 보육기관도 ‘강남학군’

    국·공립 보육기관에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는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보육포털서비스(http://iseoul.seoul.go.kr)에 입소 대기를 신청하면, 대기 순번이 수백에서 수천 번째에 이르고 있다. 특히 강남지역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국·공립 보육기관은 대기 순번이 다른 자치구의 2배를 넘는다. 보육시설도 이른바 ‘강남학군’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신문이 자치구 25곳의 639개 국·공립 보육기관의 대기인원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강남 4구의 정원 대비 초과율은 무려 10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원이 100명이라면 대기인원은 1000명을 넘는다는 얘기다. 11일 현재 서초구가 정원 1815명에 2만 3137명이 대기해 초과율 1274.8%로 가장 높았다. 강동구(1108.8%), 강남구(1107.7%), 송파구(960.5%)가 뒤를 이었다. 자치구 평균은 572.7% 정도다. 복수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대기인원은 이보다 낮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입이 쩍 벌어지는 수치. 이처럼 유아들이 강남으로 몰리는 이유는 강남 외 다른 자치구에서 유입되는 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강남이 상업중심지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 거주자들이 강남으로 출퇴근하면서 아이를 맡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논리라면 출퇴근 인구가 많은 종로구와 중구의 사정도 비슷해야 하지만 두 곳의 초과율은 각각 204.2%, 175.6%로 오히려 서울시 평균보다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 ‘맞벌이가정’보다 다른 자치구의 ‘한벌이가정’에서 강남을 노리는 경우도 많다는 말이 나온다. 주부 이모(34·서울 사당동)씨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강남지역이 돈(자치구 예산)이 많아 국·공립 보육기관에 대한 지원도 좋다는 소문이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자치구의 보육예산 747억 3839만원 가운데 강남구는 155억 4640만원으로 자치구 평균인 29억여원의 5배에 이른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자체 예산은 259억원으로 25개 자치구 보육 자체 예산 전체의 35%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자치구 보육예산과 국·공립 보육기관의 질은 서로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육 예산이 높은 이유가 출산장려금 등의 차이 때문일 뿐 보육기관 지원은 지역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남 열풍은 근거 없는 막연한 기대감일 뿐이라고 충고했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보육진흥기획단장은 “강남지역은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 영어유치원 등 고가의 사교육 시장이 발달돼 있을 뿐이지, 보육기관은 강남의 국·공립이 특별히 낫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차 한잔 하실까요] 고재득 성동구청장

    [차 한잔 하실까요] 고재득 성동구청장

    “무상급식은 국민 식생활 개선, 비만 대책 등과 맞물려 실시해야 할 국가적 사업입니다. 급식은 농산물의 유통과 검사, 보관 등 체계적인 시스템과 연계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단체장이나 교육감이 의욕을 갖고 한다고 될 사업이 아닙니다. 국가가 할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다 보니 갈등을 빚게 됐죠. 용어도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으로 하는 게 맞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한 4선 민선 기초단체장은 11일 서울시와 시의회 간의 무상급식 갈등에 대한 해법을 묻자 이렇게 잘라 말했다. 고재득(65) 성동구청장 얘기다. 1995년 초대 때 당선된 뒤 2006년까지 12년 동안 구청장을 지냈다. 3선 출마 제한 때문에 4년을 쉬었지만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다시 구청장에 올랐다. 현재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장을 맡아 초선 구청장들의 ‘멘토’(mentor·조언자) 역할을 한다. “초대 때보다 살림이 더 어려워졌어요. 정말이지 지방자치제가 고사 위기에 놓였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데 자주(自主) 재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25개 구청을 아울러야 할 그는 지난달 열린 ‘지방재정 위기 극복 토론회’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자치구 재정 규모는 초대 때보다 커졌지만 구청장이 재량권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은 점차 줄어 현재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자치구 간의 불편한 관계도 털어놨다. “서울시 전체 예산은 30조원에 가까운데 자치구 지원금은 25곳을 다 합쳐도 6억~7억원뿐입니다. ‘시민만 있고 구민은 없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지요. 무조건 사업만 자치구에 떠넘길 게 아니라 예산까지 따라와야 지방자치가 정착될 수 있죠.” 구청장이라는 직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것은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구는 직원만 1200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이라 직원들이 힘을 모으면 못 할 게 없다.”면서 “상당히 우수한 인력들이라 재정적인 여유만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정책을 펼 수 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뉴타운 사업에 대해서도 “살고 있는 사람이 더 잘 살도록 해야지 쫓아내는 개발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시다발적인 재개발로 34만 명이던 구 인구가 30만 명으로 줄었다.”며 순환 개발을 주장했다. “동네별 소규모 재개발을 추진해 잠시 옆 동네에서 전세를 살다 다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또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위주의 재개발이 아니라 단독주택을 유지하는 개발도 필요합니다.” 시내 25곳 중 18곳이 초선 구청장이다 보니 고 구청장은 이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당선이 발표된 직후 초선 구청장들을 국회 귀빈식당으로 불러 모았다. 그는 “구청장 10년을 해도 모르는 것이 적잖다.”며 “일과 주민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덤벼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 안다고 마음을 놓거나 자만심을 가지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은 8~9급 공무원들에게도 물어봐야 합니다. 아는 체만 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취임 1년을 앞둔 초선 구청장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고 묻자 그는 “의욕이 넘치고 진취적이다. 아이디어도 저보다 훨씬 많다. 지금은 오히려 그분들의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그에게도 멘토가 있었다. 특히 김성순 전 송파구청장과 정영섭 전 중랑구청장, 김동일 전 중구청장, 조남호 전 서초구청장 등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함께 구청장을 시작했던 그분들은 전에 관선 구청장 등 행정 경험을 쌓았던 터여서 수시로 전화해 물어봤습니다.” 그와 성동구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수배를 받았을 때 한양대에 다니며 행당동 철길 인근에 살던 친구 집에서 숨어 지냈다. 그 뒤 1급인 국회 정책연구위원으로 있다가 조세형(1931~2009) 전 국민회의 의원의 권유로 구청장에 나서게 됐다. 그는 지역을 인정이 넘치는 동네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시골 마을처럼 빈대떡을 부쳐 이웃과 나눠 먹는 도시 속의 시골,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도 그렇게 커야 지역에 애정이 생깁니다.” 그는 주민들에게 동마다 수영장과 도서관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도 했다. “도서관 바닥에 장판을 깔아 그 위에서 아이들이 책을 보며 뒹굴고 잠도 자고 하는 편안한 도서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책과 더 친숙해질 수 있습니다.” 고 구청장은 “‘위정자는 많고 적음이 아니라 고르지 못함을 탓한다’는 말처럼 주민들이 고르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목민관이 되겠다.”며 말을 맺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열린세상] 기초의학을 살리자/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기초의학을 살리자/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지난주 영국의 글로벌대학평가기관인 QS가 발표한 ‘2011 세계대학 의학분야 평가결과’에 따르면 국내 1위인 서울대는 세계 101~150위 수준이다. 세계 1위인 하버드대는 학계평가와 졸업생 평판도 100점, 논문당 인용 수는 84점인 데 반해 서울대는 학계평가 28점, 졸업생 평판도 26점, 논문당 인용 수 30점에 그쳤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의학 분야에서 세계 수준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교 상위 1% 이내의 수재들만이 모인다는 우리 의과대학의 수준이 이 정도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41개의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매년 31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진학한다. 의과대학이 대학입시 과열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6년 전 도입된 의전원은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대다수 대학에서 철회되었다. 의전원은 근시안적인 결정에 의한 설익은 정책 도입으로 정상적인 이공계 수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였다. 의전원 도입 시 정부가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은 기초의학을 토대로 한 의학발전이었다. 다양한 학부전공을 가진 훌륭한 학생들이 의학을 전공하면 의학이 단시간에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지난 6년간 의전원 졸업생 약 3400명 중 기초의학을 전공한 학생은 단 6명으로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기초의학 전공자의 숫자를 의학 발전 정도의 직접적인 판단 지표로 보기는 어렵지만 기초의학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첨단 의료기술이 발전된다고 가정할 때, 능력을 갖춘 기초의학자 양성이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미국 의과대학은 진료 위주 의사 교육과 연구 중심 의학자 교육으로 대학의 미션과 학제가 특화 운영되며 이에 따른 예산과 인력 투입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은 최고 수재를 모아 주입식 암기교육과 단순 수기(手技)만 가르쳐 의학기술자를 만드는 과정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의학은 임상적인 기술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식 창출과 원천 의학기술 개발능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세계대학평가 기준에서 연구의 질을 보여주는 논문당 인용 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양적인 성장만으로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창의적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초의학에 대한 투자와 배려가 시급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연구 중심 의대’를 육성하자. 전국 의과대학을 진료 중심의 임상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과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창의적 의학지식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 중심 의대’로 분류하여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정부지원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 중심 의대’로 지정된 의과대학은 의무적으로 신입생의 일정비율(약 5~10%)을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기초의학자로 선발한다. 예과 포함, 6년의 학사 과정 중 최소 1년 이상을 연구전념기간으로 설정하고 학·석사 통합학위를 수여한다. 입학 당시 기초의학자 트랙에 들어올 기회를 놓친 재학생 중에서 일정 기준의 심사를 거쳐 의·박사(MD·PhD) 통합학위를 수여하거나 졸업생 중에서 일정비율을 다시 추가로 선발하여 전일제 연구에 참여하게 하는 기초의학연수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과 설비 장비 등의 예산투입은 필수적이며 ‘기초의학진흥’을 위한 재원을 따로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래 의학 발전의 또 다른 관건은 관련 학문분야와의 융·복합 연구이다. 생명과학 및 약학을 비롯한 이공계 연구분야와의 공동연구를 우선지원하고 출연연구소 및 바이오헬스 기업과의 개방형 의학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신종 플루나 조류 인플루엔자 등의 의용(醫用)미생물학, 개인별 유전적 차이를 고려한 맞춤예방의학 등이 미래 국제 의료를 선도할 분야인 만큼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 2011년도 우리나라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예산은 거의 15조원에 육박한다. 전체 예산의 1% 정도만이라도 차세대 미래 신성장 동력의 근간이 될 기초의학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학을 이른 장래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 “계파는 없다… 대권후보 활동 폭 커질 것”

    “한나라당에서 더 이상 계파의 벽은 없습니다.” 6일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황우여 의원은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변화가 시작됐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통합·화합의 중앙광장을 만들고 기다리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대권 후보나 당 지도자가 활동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면서 “어느 분은 되고 어느 분은 안 되고 할 여유도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에서) 돌아오면 만나겠다. 여러분들을 만나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들어보고 충분히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꾸려질 비상대책위원회와 관련, 그는 “비상시국인 만큼 비대위에서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큰 그림부터 그린 다음에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면서 “오랜 경험을 가진 당의 원로·중진과 참신하고 진취적인 소장 그룹은 물론 요구가 있을 때는 외부 인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당헌·당규 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황 원내대표는 “개정 여부를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기는 아직 적절치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대선 관련 규정에 손을 대기 어렵고, 당권·대권 분리는 한나라당이 어렵사리 채택한 대원칙이자 선진 정당의 한 모습”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양측이 서로 상황을 점검하면서 소홀한 부분이 없는지 야당과 협의하고, 충분한 대안을 만들면서 체결 시기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면서 “적절한 정치 일정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추가 감세 방안에 대해서도 손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서민들이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좀 더 부담하고 여분을 힘들어하는 지역과 주민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면서 “추가 감세를 철회하고 정부에 10조원 규모의 서민예산 프로그램을 수립하도록 요구하겠다는 (이주영 신임 정책위의장의) 정책이 필요하다면 정치 일정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폭력 사태와 관련, 황 원내대표는 “몸싸움은 국회법에 없다. 모든 의원은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선서했기 때문에 모든 규율을 솔선수범해서 지켜야 한다.”고 전제한 뒤 “반면 식물 국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회가 몸싸움을 안 하는 것으로만 국민들이 칭찬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몸싸움 외에 국회법에서 정한, 일할 수 있는 절차를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의 4선 의원이다. 황 의원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감사원장 재직 시절 감사위원으로 인연을 맺은 뒤 이 전 총재가 15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의장을 맡으면서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15대 국회에서 전국구(현 비례대표) 의원이 된 이후 16~18대 연속 인천 연수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에서 손꼽히는 헌법 전문가로 통한다. 사회 전반의 인권 보호,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부드러운 성품에 꼼꼼한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반면 추진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4세 ▲인천 ▲제물포고,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10회 ▲서울지법 부장판사 ▲감사원 감사위원 ▲15·16·17·18대 국회의원 ▲국회 교육위원장 ▲한나라당 인천시당위원장, 사무총장 ▲국회인권포럼 대표 ▲부인 고(故) 이선화씨 사이에 1남 2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美 FTA 실무협의 착수…국내선 ‘쇠고기 역풍’ 거셀 듯

    미국 의회가 오는 7월 이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동안 미 행정부와 의회 간에 쟁점이 돼 온 한국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룸에 따라 최소한 비준 움직임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현지시간) 의회에 한·미 FTA와 미·파나마 FTA, 미·콜롬비아 FTA 등 3개 FTA에 대한 ‘실무협의’에 착수하자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따라 USTR과 의회는 5일부터 실무협의에 착수, 비준 일정 등에 대한 본격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 의회의 FTA 심의절차는 한국과 달리 실무협의 착수 이전에 물밑 논의를 통해 큰 쟁점들을 타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무협의에 착수했다는 것은 의회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FTA 실무협의는 행정부와 상원 재무위원회, 하원 세입위원회의 참모진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실무협의가 마무리되면 재무위와 세입위의 주요 의원들이 참여하는 모의 축조심의를 통해 대부분의 쟁점들을 조율하고 정리한다. 이 절차가 완료되면 행정부는 한·미 FTA 이행법안(비준안)을 의회에 공식 제출하게 된다. 무역협상촉진권한(TPA) 규정에 따르면 의회는 FTA 이행법안 제출 후 90일 이내에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행법안 공식제출 전 비공식협의 과정에서 쟁점이 대부분 정리되기 때문에 제출 후 4∼5주 안에 비준이 완료되는 게 관행이다. 8월 한달간은 미 의회의 여름 휴회 기간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7월 이전 비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준안은 먼저 하원 의결을 거쳐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의회의 비준안 처리는 보통 한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6월 이전에만 비준안이 제출되면 7월 이전 처리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원 세입위원장을 지낸 찰스 랭글(민주·뉴욕) 의원도 “한국 국회의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우리대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예고했다. 문제는 미 의회에 일고 있는 ‘순풍’이 한국의 한·미 FTA 비준에는 ‘역풍’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USTR이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 협의를 정부 차원에서 요구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야권과 시민단체의 비준 거부 움직임이 거세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추가 개방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거부하면 법적으로는 미국으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미국이 국력을 앞세워 계속 압박할 경우 어디까지 한국이 버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미 농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 육류수출협회(USMEF)에 향후 5년간 1000만 달러의 홍보판촉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FTA 발효 이후 미국의 쇠고기 개방 요구가 거세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가 그동안 쇠고기 추가 개방을 강도 높게 요구해 온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에게 비준 동의의 명분을 주기 위한 ‘당근’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추가협상까지 벌여가며 어렵게 한·미 FTA를 타결지은 마당에 굳이 한국을 자극할 쇠고기 문제를 꺼내들어 한·미 FTA 한국 비준에 스스로 장애물을 깔아 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2008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합의하면서 한국이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하되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 전면 수입개방 문제를 논의키로 한 바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연·기금의 정치경제학/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연·기금의 정치경제학/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최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에 대한 논쟁은 사회적 파장에 앞서 연·기금의 규모와 용도를 생각해 보게끔 한다. 국민연금의 기금적립액은 현재 324조원으로 2011년 우리나라 총예산인 309조원을 능가한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5% 이상 가지고 있는 상장기업은 2010년 말 139개사에 달한다. 심지어 삼성전자의 보유지분이 이건희 회장보다 더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거대 기금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당연한 귀결이다. 오히려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주주권 행사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졌고, 노무현 정부 때엔 연·기금의 주식·부동산 투자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기금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보수성향의 현 정부에서는 기업에서의 주주권을 강화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연·기금의 규모와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정권의 색채에 관계 없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금이란 무엇인가.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해 법률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예산과는 달리 조달된 재원을 한 회계연도에 전부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자금을 보유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재정운용 원칙 이외에 자산운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재정구조를 갖고 있다. 2010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64개의 기금이 조성되어 있으며 사회보험성 기금 6개, 사업성 기금 43개, 계정성 기금 5개, 금융성 기금 10개가 있다. 2009년 말 국회예산정책처의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기금의 자산 총액은 872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모든 기금의 자금 상황이 균등한 것은 아니다. 전체 자산에서 여유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기금이 연금성 기금과 보험성 기금으로 구성된 사회보험성 기금으로, 그 비율이 95.8%에 달하고 있다. 달리 표현한다면 고유의 사업을 위해 투여되는 사업자산의 비중이 4.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물론 연·기금은 향후 기금 고갈을 우려하여 여유자금의 운용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기금의 존폐 여부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가장 확실한 사회안전망으로 보다 생동적인 역할을 하여야 할 사회보험성 기금 자산의 95%를 묵혀 두고 있다는 소리는 그 의미를 되짚어 보아야 할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다가온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연금 기금의 경우 공공부문과 복지부문 투자비율이 2009년 현재 0.07%에 불과한 반면, 금융부문 투자비율이 99%를 상회하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금의 주식투자는 기금의 원래 존치 목적을 달성하면서 안정된 투자로 국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지속가능 경영과 동반성장을 위해 주주권을 강화하자는 주장 또한 기금의 역할에 대한 보다 발전된 논의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공적 연·기금의 공익성, 공공성의 원칙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연·기금의 복지사업 투자 활성화에 대한 논의는 여·야가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애인 등 대표적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의 활성화, 저출산 대책 마련,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회적 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회통합을 위한 중간자적 역할의 수행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복지, 사회통합 서비스 부문은 민간산업 부문에 비해 수익 창출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연·기금이 이러한 사회적 책임성을 고려하여 운영되기 위해서는 운영체계 내에 사회적 투자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구를 둘 필요도 있을 것이다. 연·기금 규모는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주식시장에 ‘연못 속의 고래’로 묶인 연·기금의 현 상황에 그 존재감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보다 생명력 있는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 연·기금에 대한 보다 생산적이고 통합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주식시장에 ‘연못 속의 고래’로 묶인 연·기금의 현 상황에 그 존재감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보다 생명력 있는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 연·기금에 대한 보다 생산적이고 통합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 “가계 도움” “저소득층 되레 차별”

    만 5세 어린이를 가진 부모에게 최대 3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현행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눈 교육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계는 대체로 반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상급식 같은 선심성 복지로 저소득층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우려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된 구조에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부모 김지은(36)씨는 “한달에 40만~50만원에 달하는 어린이집 비용 때문에 자식 한명을 키우는 데도 허리가 휠 지경인데, 앞으로는 소득에 상관없이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하니 실제 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안정식(34)씨는 “맞벌이 부부는 자식이 태어난 이후 곧바로 어린이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자식 갖기가 꺼려졌는데, 이번 조치로 어느 정도 경제적인 부담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과 제도 운용 합리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유아교육비 지원 확대를 통해 유아교육 공교육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면서 “다만 보육교사 간의 능력 편차가 큰 만큼 교원 양성기관에 대한 질적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동훈찬 대변인은 “연간 8000억원에 육박하는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만 의존할 경우 다른 교육부문 예산이 부족해질 수 있다.”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교육과정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교과부와 복지부 간에 정책 충돌 가능성도 있는 만큼 부처 간의 체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로의 한 사립유치원 대표는 “유치원비와 보육비 지원을 전 소득계층으로 확대할 경우 저소득층은 기존에 받던 혜택에 비해 지원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면서 “간식비, 체험활동비 같은 실비에 대해서도 계층별로 추가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는 “바우처 같은 직접 지원에 예산이 쏠리면서 학부모들이 간절히 바라는 병설유치원 신·증설이나 열악한 사립유치원 시설 개선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면서 “또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유치원에서 낮은 임금에 시달리는 교원의 처우 개선과 교사 연수 확대 등이 동반돼야 정부가 추진하는 유아교육의 질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이순우 우리은행장 취임 40일 ‘고객 제일·현장경영’ 강조

    이순우 우리은행장 취임 40일 ‘고객 제일·현장경영’ 강조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고객을 직접 찾아 뵙겠습니다. 기업가치 1등 은행을 만들겠습니다.” 취임 40일째를 맞은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2일 “고객 제일·현장경영”을 거듭 강조했다. 이 행장은 서울 회현동 본점 강당에 지점장·영업본부장 600여명이 모여 열린 월례조회 성격의 ‘CEO 경영FOCUS’에서 “취임 뒤 주요 고객을 찾아 뵙고 짬짬이 영업점 직원을 만나 점심을 먹으며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며 결과물로 10개 혁신방안을 선보였다. ●10대 혁신방안 선보여 혁신방안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본점 사업부서 권한이던 금리결정권의 많은 부분을 일선 영업점으로 넘기기로 했다. 지점장의 금리결정 재량권을 확대, 본점 승인 없이 지점장이 전결금리를 초과해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우리은행은 또 영업점 근무를 선호할 수 있도록 본부 인원을 줄이고 영업점 근무 경력에 가중치를 두는 인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점주나 영업점 특성을 반영해 지점 배치도 차별화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우량고객 유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우량고객 유치’는 이 행장이 꼽은 올해 목표와도 일치한다. 그는 “올해는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부실자산을 확실히 털어내고, 더욱 더 우량고객 위주로 자산을 늘려야 한다.”면서 “민영화를 앞두고 기업가치 1등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의 영업경쟁 구도가 ‘양’에서 ‘질’로 옮겨가는 추세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PF대출 등 건전성 관리 지적도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우리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5075억원. 이와 관련, 이 행장은 “매우 흡족하지는 않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외환실적과 방카슈랑스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탄력을 받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한계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더 커지는 만큼 건전성 관리가 각별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은 아침회의 석상에서 명패를 없애고, 연차에 관계 없이 영업담당 임원을 옆자리에 배석시키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도 영업력 강화에 신경쓰고 있다고 이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경영FOCUS 회의 석상에서도 이 행장은 “올해는 연수 관련 교육·훈련 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려 직무별 핵심전문인력을 키우는 데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가정의 달을 맞아 은행에서만 칭송받지 말고 가정에서도 1등아빠·1등엄마 소리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며 취임 뒤 처음 가진 경영FOCUS를 마무리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내년부터 모든 만5세 교육·보육비 지원

    내년부터 모든 만5세 교육·보육비 지원

    정부가 2012년부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모든 만 5세 어린이의 교육·보육비를 지원한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5세 어린이를 위한 ‘공통과정’도 도입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내년부터 모든 만 5세 어린이들이 새로운 공통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렇게 되면 정부가 부담하는 의무교육이 지금의 만 6세부터 중학교 졸업까지 9년에서 사실상 10년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를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보육의 내용과 질이 같은 수준으로 제공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이에 필요한 모든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하고, 지원금액도 연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만 5세 어린이는 43만 5281명이다. 이 가운데 56.4%인 24만 5664명은 유치원을, 34.5%인 15만 162명은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은 만 5세 과정이 유치원의 ‘교육과정’과 어린이집의 ‘보육과정’으로 이원화돼 있지만, 정부가 공통과정을 도입하게 되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 어린이도 유치원 교육과정에 준하는, 보다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공통과정 도입을 통해 국가가 만 5세 어린이 교육·보육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어린이(3만 9455명·9.1%)도 공교육의 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공통과정을 오는 7월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적용되는 만 5세 어린이 교육·보육비 지원의 대상을 100%로 확대,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가구가 교육·보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 아동이 있는 경우 지원비를 현행 17만 7000원에서 2012년 20만원, 2016년 3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박희태 의장 “지금은 전방위 외교시대, 의회도 국익외교 직접 나서야”

    박희태 의장 “지금은 전방위 외교시대, 의회도 국익외교 직접 나서야”

    해마다 정치가 전투가 되는 현장 국회 중앙홀(로텐더홀). 오는 18일이면 그곳이 세계 25개국 의회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는 논의의 장(場)이 된다. ‘주요 20개국(G20) 의장회의’의 서울 개최를 성사시킨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이번 회의를 통한 의회 외교의 의미와 우리나라 국회의 선진화를 위한 방안 등을 들어 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G20 의장회의의 정례화를 이뤄 냈다. 한국 주도로 이러한 협의체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나. -지금 국제사회는 각국이 자기들의 이해관계나 발전 단계 등에 따라서 몇 개씩 나라를 모아 블록화하는 경향이 있다. 제일 처음 시작된 게 ‘주요7개국’(G7)이다. 선진국끼리 모여서 세계 경제를 주도하려는, 자국 이기주의가 포함된 블록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하나의 블록을 만들어서 그 일원으로 활약해야 한다. 그래야 활동의 영역도 넓어지고 힘도 세질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G20을 강력하게 주창했고, 그것이 지금 초기 단계를 넘어가고 있다. 의회 차원에서도 G20 간에 역내 문제를 서로 토론하고 공동 모색하며, 세계 여러 가지 문제점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체계를 형성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G20 회의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여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국회에서 싸움의 상징으로 굳어진 로텐더홀이다. -호텔에서 할까 했는데 결국은 여기서 하기로 했다. 비용도 10분의1이다. 상징성도 고려했다. →사실 의회 외교의 중요성은 잘 실감되지 않는다. -지금은 외교 전담 부서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전 국가기관이 전방위로 나서서 하는 ‘전방위 외교’ 시대다. 그야말로 총력 외교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국회도 당연히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로써 내치뿐 아니라 외치에도 직접 나서서 총력적인 외교를 펼쳐야 할 시기다. →의회 외교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외교라는 게 하나씩 주고받고 협정문 서명하는 그런 외교도 있지만 분위기를 잘 만들어서 구체적인 합의가 가능한 것도 있다. 의원들이 가서 일종의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 외교 문제를 풀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고 그런 일이 많다. 지난 1월 알제리를 방문했을 때 공사 수주 후 13개월째 진전이 없는 ‘젠젠항’ 착공을 이끌어 냈다. 당시 알제리 대통령이 “왜 지금 오셨느냐. 더 일찍 오셨으면 더 일찍 허가를 내줬을 텐데.”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크로아티아에서도 한국대사관 건설에 대해 긍정적인 약속을 받았다. 분위기를 이렇게 잡는 데는 의원 외교가 좋은 것 같다. 우리 중진 의원들 가운데에서도 남미나 아프리카, 리비아 등에 가서 성과를 내는 분들이 많지 않나. 말하자면 국익 외교다. 공무원이나 관리들끼리 만나면 딱딱한 얘기만 주로 하겠지만 국회의원들끼리 만나면 서로 말이 달라도 부드럽게 잘할 수 있고 서로 이해도 한다. 그 나라 국회의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부에 요구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외교 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가 외교의 실(實)을 거둘 수 있도록 엄청난 바탕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일전에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체감했고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역할을 많이 기대한다고 느꼈다고 했는데 어떤 상황이었나. -제가 최근에 간 나라들은 선진국들은 아니다. 후발국가, 개발도상국들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갖고 있고 선진국 대우하는 것은 사실이다. 선진국은 이미 발전이 많이 돼 있어서 별로 배울 것이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자기들과 같은 개발도상국이었다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노하우가 많다고 얘기하더라. 자기들과 실정이 맞기 때문에 한국에서 많은 기술을 이전해 주면 좋겠고 개발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의회가 가장 후진적이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다. -우리 국회가 상당히 선진화돼 있다고 생각한다. 자꾸 후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어쩌다가 보기 사나운 장면들이 1년에 한두 번씩 일어나서 그렇다. 그것 말고는 우리 의회가 참 선진 의회다. 우선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구성된다. 정당한 국민의 대표가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뽑힌 게 선진 의회의 바탕이 되는 것이고 그 다음에 우리가 의회를 운영하는 데도 상당히 국민적인 요구를 많이 반영하는 활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서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활발해졌다. 현재 제출된 법안 가운데 70% 정도가 의원 발의다. 대정부 비판, 감시 기능도 충분히 하고 있다. 다만 연말 예산국회 때 한번씩 싸움을 하는 것이 문제다. 그것 때문에 전체가 흐려져서 문제지 의회 본래의 기능은 국민을 대변하고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다. →의정활동 강화 방안을 위한 가장 중점적인 구상은. -상설 국회화하는 것이다. 무대가 상설적으로 열려야지 한 달 하고 닫아 버리면 안 된다. 1년 내내 본회의를 열어 놓자는 게 아니고 상임위원회, 특히 소위원회를 상설화하자는 것이다. 지금 소위만 전체 50개 가까이 된다. 소위는 아주 간편한 절차에 의해 소집되고 의사 일정이 진행된다. 정부 측에서 꼭 장관이 나올 필요도 없고 차관이나 실무자도 나와서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문제를 다룰 수 있다. 상설 소위 활동이 강화될 때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일 많이 하는 국회, 일 잘하는 국회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또 한 가지가 있다면 국회의 예산권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하는데 관례상 국정감사가 끝난 뒤 11월이 돼야 예산국회가 처음 열린다. 정부 예산안을 한두 달 사이에 넘겨 버린다. 1년 예산이 얼마나 큰데, 그런 식으로 심사해서 되겠나. 연초부터 예결위가 움직여서 국회의 심의권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하면 올 연말에는 지난해와 같은 몸싸움은 없을 것이라는 건가. -그렇다. 예산 심의를 편성단계에부터 개입해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 다만 지금의 예결위 분위기로는 안 된다. (국무위원들을) 불러서 예산 편성에 국한된 질문을 해야지 예산 심사는 안 하고 정치 사안만 묻다가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국회가 법상으로는 예산 편성권이 없더라도 차츰차츰 권능을 가져야 한다. →지난 연말 ‘형님예산’ 논란이 있었다. 그동안은 관행처럼 돼 있었는데 힘 있는 의원이 예산을 많이 챙겨 간다는 것에 부정적 인상이 있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는 당연한 활동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 혼자 결정한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이 같이 심의해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통계가 나온 것은 정부에서 예산 편성한 것을 변경해서 가져간 것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진짜 힘 있는 의원은 편성 단계부터 관여해 정부 안으로 (지역) 예산이 들어가면 그것이 통과돼도 10원도 안 가져간 걸로 나온다. →4·27 재·보선을 거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다. 현재 시대 정신에 맞는 정치에 대해 말해 달라. -정치는 외곬으로는 할 수 없고 타협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넣고 해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게 꽃필 수 있는 바탕은 결국 타협 정신이다. ‘올 오어 낫싱’이 제일 나쁜 것이고 지나친 명분주의는 버려야 한다. 나는 항상 ‘염소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한다. 어느 날 염소 두 마리가 시냇물을 건너다 징검다리 위에서 마주쳤다. 서로 뿔을 맞대고 싸우면 둘 다 떨어지거나 한 마리는 떨어져야 건널 수 있다. 그런데 염소가 지혜를 발휘해 한 마리는 엎드리고 다른 한 마리가 넘어서 건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인데 이러한 지혜를 정치에서 발휘해야 한다. 타협이라는 게 결코 패배도 아니고 비굴한 것도 아니다. 이지운·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돈 드는 ‘선심성 일방 입법’ 막는다

    정부가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일정에 따라 예산을 동반하는 선심성 법률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일방적 입법 추진을 방지하는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나라 살림은 ‘2단계 서민희망 예산’으로 편성,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는 ‘일 친화적 복지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과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하고 이달 말까지 각 부처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균형 재정 회복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입법정책협의회’를 강화, 예산을 수반하는 법률의 일방적 추진을 적극 예방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 존치평가(보조금 일몰제)를 통해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없애거나 예산을 깎을 방침이다. 내년에도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 보다 2~3%포인트 낮게 설정해 운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매년 관리대상수지(재정) 적자를 줄여 2013~2 014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내년에 4대강 사업 등 국정과제 마무리에 대한 지출소요 확대와 취득세 인하 보전, 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확충 등 돌발 요인이 발생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내년 예산 배분은 ▲일과 사람 중심의 삶의 질 선진화▲녹색 성장과 미래대비▲국민안전 및 국격 제고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에 중점을 뒀던 보육과 특성화고, 다문화 가족 등 서민희망 3대 과제를 완결(1단계)하고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2단계)을 보강할 방침이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제공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보육서비스가 확충된다. 일본 대지진과 금융회사 해킹 등을 계기로 국민안전에 대한 투자도 확대된다.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하는 전력투자를 강화하고 지진과 홍수 등 대형 재난에 대비한 예방투자가 확대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마포 ‘돌은행’ 아시나요

    마포 ‘돌은행’ 아시나요

    마포구 성산동 산45 5000㎡의 공터에는 돌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난잡하지 않다. 구 성산녹지관리사무소가 종류별·크기별로 보기 좋게 정돈해 놨다. 바로 마포구가 석재 재활용을 위해 마련한 ‘돌은행’이다. 사실 돌은행에 모인 석재들은 버려질 운명이었다. 녹지 리모델링과 주거환경 개선, 재건축·재개발 등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철거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이었다. 하지만 돌은행 덕분에 다른 공사장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돌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예산 절감 효과다. 일반적으로 대단위사업이 이뤄지면 공사 한건당 100~200여t의 석재가 필요하다. 이를 공원 및 주택가 공사에 주로 사용하는 조경석 구입 비용으로 환산하면 1150만~23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보관된 돌은 공원의 화단 조성부터 대단위 공사장까지 두루 쓰인다. 구는 양화로 버스중앙차로 공사와 합정로 서교자이 공사, 상암근린공원 보수정비 공사에서 나온 조경석 20t을 보관했다가 성산근린공원과 성산동 41-3 일대 공원의 태풍피해지 복구공사에 활용하기도 했다. 물론 돌은행의 자격 요건은 꽤 까다롭다. 콘크리트나 목재 등에 훼손되지 않은 건강한(?) 돌만이 들어갈 수 있다. 또 강돌이나 호박돌 등 자연석이나 조경석, 견치석, 판석 등 유용한 돌이 주요 대상이다. 성경호 구 공원녹지과장은 27일 “각종 개발사업이 시행되면 수목은 대상지 또는 타 기관 등에 사용처를 조회한 뒤 기증되어 재활용하지만, 석재는 그러지 못해 자원과 예산이 모두 낭비되고 있다.”면서 “이곳의 석재는 필요한 경우 다른 자치구에도 무료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관악구 ‘행복한 학교’ 사업에 50억 지원

    관악구가 ‘학생이 행복한 학교’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구는 지난 14일 조례 개정안이 구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관내 84개 학교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교육복지사업에 교육경비 보조금 50억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27일 밝혔다. 교육기회의 불균형을 없애고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다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례 개정으로 교육경비 보조 기준액 범위를 예산의 5%에서 7%로 상향 조정했다. 매년 교육 분야에 50억~70억원까지 예산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향후 5년간 3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한 셈이다. 우선 학력부진으로 생긴 학교 부적응을 없애기 위해 68개교에 31억 8000만원을 들여 학습진단 및 학습코칭, 멘토링,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학력신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어교실, 음악실, 시청각실 등 학교 시설을 쾌적하게 만드는 데 49개교에 8억 8000만원을 지원한다. 또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해 학교 적응력을 높일 목적으로 편안한 상담환경 조성, 개별·집단 상담 및 심리검사, 심리치료 등 상담교실 운영을 위해 9개교에 1억 5000만원을 배정한다. 12개교에 1억 2000만원을 지원해 리코더 앙상블, 난타, 학부모와 함께하는 독서 동아리와 같은 특기적성 동아리와 방과 후 돌봄교실 등을 운영한다. 주민 평생교육에도 2600만원을 지원한다. 5월부터는 학생들의 정서발달과 사고력 증진을 위해 혁신학교 지정 등 교육정책과 관련된 특수사업을 공모하고 학습준비물로 인한 학부모의 부담 경감을 위해 각급 초등학교에 6억 7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육경비 지원 때 교육청 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학교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를 시행해 결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이번 조례 개정안에 명문화했다. 나대준 교육지원과장은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관악구의 교육서비스 질은 물론 교육경비 보조사업의 효율성까지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GDI 27개월만에 뒷걸음질쳤다

    GDI 27개월만에 뒷걸음질쳤다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이 27개월 만에 뒷걸음질쳤다. 국민들이 느껴왔던 “체감경기가 나쁘다.”라는 이야기가 사실임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경제 성장은 수출 호조로 견조한 모습을 이어갔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4.2%를 기록했다. 경제가 성장했지만 실질소득은 감소했다는 것이 올 1분기 한국 경제의 성적표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2011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교역조건을 반영해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에 대한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GDI가 전분기 대비 0.6% 감소했다. GDI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8년 4분기(-0.6%) 이후 27개월 만이다. 실질 GDI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것은 국민 전체의 실질 소득이 줄었다는 의미다. 한은은 실질 GDI 감소 배경으로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를 꼽았다. 김영배 경제통계국 국장은 “수출주력 상품인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올 1분기에 바닥 수준이었던 반면 원유와 석탄,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교역조건이 좋지 않았다.”면서 “다만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교역조건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2% 성장했다. 이같은 성장엔 수출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전자부품·자동차 등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3.3%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8%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음식료 등 비내구재에 대한 지출이 부진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가 늘면서 전분기보다 0.5% 증가했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3.0% 늘었다. 반면 건설투자 부문은 건물·토목 건설이 모두 줄면서 마이너스 6.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998년 1분기(-9.1%) 이후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기계투자를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0.8%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투자 부문은 외환위기 이후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을 정도”라면서 “올 1분기 건설 예산의 조기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2분기 이후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을 보면 농림어업은 사상 최대의 피해를 기록한 구제역의 여파로 전분기 대비 5.1% 감소했고,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9.2% 줄었다. 반면 제조업은 전기·전자기기, 철강·자동차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전분기 대비 3.2% 성장했고,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전체적으로 전분기 대비 1.3% 상승했지만 문화·오락 분야는 지난 겨울 기록적인 한파로 여가 활동이 위축되면서 전분기 대비 4.0% 감소했다. 한편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경제 전문가들과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실물경제의 충격이 금융부문으로 이전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경제·금융 전문가들이 실물경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차 한잔 하실까요] 신연희 강남구청장

    [차 한잔 하실까요] 신연희 강남구청장

    “부자 구(區)라는 소리를 듣는데, 따지고 보면 답답한 노릇입니다.” 신연희(63) 강남구청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30여년 동안 줄곧 공직의 길을 걸어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마당에 “그만한 인프라를 갖춘 곳도 드문데 괜한 엄살 아니냐.”고 주변에선 받아친다.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주민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올해 54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9430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정작 부유하지 않은 주민들을 돕기 위해 오래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린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신 구청장 이름 앞에는 서울시 첫 여성 소비자보호과장과 첫 여성 회계과장, 첫 여성 행정국장, 첫 강남구 여성구청장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붙는다. 33년의 서울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청장 생활에 대한 소회를 묻자 “자치구는 시보다 더 주민과 직접 소통을 많이 해야 하고,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시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거시적인 정책을 만들지만 구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자치구를 이끌어 보니 재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市 첫 女회계과장 등 33년 공직 “우리 구가 ‘부자구’로 알려졌지만 돈까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부의 재산세율 인하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2009년 6410억원이었던 일반회계 예산이 올해 4990억원으로 2년새 1500억원이나 줄었죠. 필요한 사업을 줄일 순 없어서 기구 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부임 초기에 정말 마음 고생이 컸습니다.” 실제 강남구에는 영구 임대아파트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세 번째로 많고, 기초생활수급자는 여덟 번째, 장애인은 열다섯 번째로 많이 살고 있다.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 지원과 노인, 장애인 복지, 미취업 계층에 대한 일자리창출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사업에 많은 예산이 쓰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부임 초기 직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댄스페스티벌과 같은 축제성 사업을 폐지했다. 또 20여가지 사업을 시대 변화에 맞게 아웃소싱하고, 1000여개나 됐던 문화센터 프로그램도 400여개나 줄였다. 그는 “여성 구청장을 뽑았더니 여성 프로그램을 칼질한다.”는 불만에서부터 “(선심성 사업을 늘려도 부족한 판에) 그러면 ‘표’ 떨어진다.”는 말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예산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저출산 문제와 일자리 창출, 복지정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주민들을 설득해 이해시켰다고 되돌아봤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고육지책이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1번지’라는 자존심을 지키고 더 높이는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등을 통해 뽐낸 것처럼 강남은 국제적인 비즈니스 도시이지만 대기업 본사도, 은행 본점도 없습니다. 그래서 경제 살리기에 나름대로 ‘올인’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기업유치위원회를 발족하고 전 구민을 명예 유치위원으로 위촉해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지난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광객 유치와 의료관광, 대형 국제컨벤션 유치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경제 활성화 전망은 밝습니다. 이전할 영동대로 한국전력 본사 주변 4만여평을 복합개발하고, 75개 단지 5만 2000여가구 아파트 재건축과 고속철도(KTX) 수서역사 주변 복합개발,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 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에도 뒤질 수 없다. 그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도 저소득층도 여성도 장애인도 노인도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되뇐다. 올해 540억원을 들여 9430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한전 주변 개발 등 경제전망 밝아 그는 특히 “‘사교육 1번지’에서 벗어나 ‘공교육 1번지’로 거듭나기 위해 행정력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학교안전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보안관 제도’ 운영을 시작했다. 교육지원비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편성, 2위인 자치구보다 무려 70억~80억원이나 많다. 낙후지역 학교시설 개선에도 관심을 쏟는다. “30개 초등학교 가운데 급식시설을 갖춘 곳이 9개교뿐입니다. 더러는 아직 분필을 써요. 예산이 풍족하다면 무상급식을 해야겠지만 우리에겐 그보다 학교 안전과 시설개선이 먼저죠.” 또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건축단지와 지역 시설 등에 보육시설 45곳을 확충할 계획이다.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휴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1만 3300명의 어린이들이 구립보육시설에 입소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보에 대한 관심도 많다. 최근 육군 보병1사단과 자매결연을 맺은 그는 “주민들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국가 정체성과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안보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구청장은 “‘세심하고, 치밀하고, 정감있는’ 여성으로서의 상대적인 강점을 보태 ‘플러스 알파’의 행정을 펼친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정신질환 범죄자 5년새 두배 급증

    정신질환 범죄자 5년새 두배 급증

    20년간 경계성 인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정모(40·여)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자신의 집 근처에서 이웃 김모(26)씨를 흉기로 찔렀다. 평소 김씨가 자신의 집 안을 엿보는 것이 불만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정씨는 2000년 10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를 받았지만 우울증을 계속 앓다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동부지법은 정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다시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이웃의 생명을 위협한 데다 범죄 전력을 보아 정씨를 엄히 처벌해야 하지만, 정신장애로 말미암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 범죄자가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 정신질환 범죄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예방과 재발 방지책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경찰청의 ‘2005~2010년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에 따르면 살인·강도·방화·절도 등 4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가운데 정신이상, 정신박약, 기타 정신장애로 구분되는 정신질환자의 숫자는 2005년 839명, 2007년 1042명, 2009년 1594명, 2010년 1618명으로 5년 만에 1.9배가 됐다. 5년간 정신질환 범죄피의자 7279명 중에는 절도 피의자가 6068명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도 361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들의 반사회성과 공격성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와 보호가 제공되지 않는 것이 정신질환 피의자 증가의 원인”이라면서 “형사사법적인 처벌은 물론 정신보건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경우 다른 범죄자들보다 재범 가능성이 훨씬 높다.”면서 “처음에는 단순 폭력·상해 등으로 입건됐다가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풀려나거나 감형되는 과정을 반복하다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는 끔찍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표 교수는 “현재 시행되는 치료감호법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고 시설도 열악해 재범 우려가 없어질 때까지 장기간 치료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전과가 있는 정신장애인들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데도 우리나라 사법절차는 정신질환 범죄자를 계속 풀어 주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아동대상 성범죄자 등에 대해서는 보호감호와 치료가 병행되고 있지만 정신질환을 겪는 다른 부류의 범죄자들은 전문인력이 없는 교도소에 격리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의 절제력, 의사판단능력 등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심리사 등을 교도관으로 채용하는 등 전문인력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정부 건보 예산지원 ‘발등의 불’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의 핵심은 ‘누군가는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은 물론 의료계, 제약업계 등 모든 분야가 타깃이 될 수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 문제다. 2001년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닥치자 국회는 ‘건강보험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2006년 다시 법을 개정해 건보재정의 20%를 국가에서 지원하도록 했지만 국고지원 유효 기간이 올해로 만료된다. 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지난해 술에 대한 ‘목적세’ 신설을 제안했다. 지난해 1조 3000억원 규모의 당기적자가 발생했지만 주류 목적세가 신설되면 당분간 재정 적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현재 건보재정에 투입하고 있는 담배부담금조차 본래 목적인 ‘건강증진’보다 ‘재정안정’ 목적으로 유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세목 신설에 따른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건보공단이 추진하는 ‘피부양자 인정 개선’ 대책이나 연금과 금융 및 임대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방안도 마찬가지다. 의료·제약업계와 관련된 재정안정화 방안은 더 강한 파열음을 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5대암(위암·간암·대장암·폐암·유방암)과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기관별 진료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의료기관 질 평가에 따라 건강보험 진료비를 차등지급하기 위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이다. 뿐만 아니라 연간 총진료비를 예상해 병·의원·약국 등과 수가계약을 맺는 ‘총액계약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방안은 의료계의 수입 감소와 직결될 수 있어 의료단체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등 병·의원 단체는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면 작은 병·의원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도 최근 복제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약가가 품목에 따라 최대 20%까지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을 두고 집단 반발할 태세다.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올 1월 2942억원의 적자를 낸 뒤 2월에는 1381억원, 3월에는 77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재정적자 예상 규모는 지난해 1조 3000억원 수준에서 현재는 3000억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지난해 기업들의 성과급 지급이 많아 건보료 수입이 늘었고, 재정위기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건보료 지출이 줄어든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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