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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윤창중 넘어 세금 낭비에도 눈길 돌려야/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윤창중 넘어 세금 낭비에도 눈길 돌려야/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며칠 전부터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이 주요 일간지를 뒤덮고 있다. 그 정도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고위공무원의 비행에 대한 공분(公憤)도 들어 있을 것이다. 국가의 중요한 업무를 보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렇게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한 국민적 분노 말이다. 일반인이라고 해서 성추행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위공무원의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우리 정서법이고 그것이 맞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더 많아서 사실 이보다 더 국민들이 공분을 가질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끌지 못하거나 심지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바로 고위공무원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우리가 낸 세금이 낭비되는 상황이다. 고위공무원은 단순히 정해진 사무를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책적인 판단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임원과 같다. 임원의 판단은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기업의 장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그 의사결정에 따라 사용처가 달라지는 기업자금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중앙행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고위공무원도 같은 처지에 있다. 물론 국회나 지방의회와 같이 그 권한을 견제하는 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책 결정이나 예산 집행은 고위공무원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다. 이들이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공익적 고려 이외의 다른 사적인 요인으로 판단하게 되면, 이는 곧 우리가 낸 세금이 낭비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책적 판단이 잘못돼 세금이 낭비된 사례는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어렵다. 당장 용인 경전철이나 한강의 새빛둥둥섬,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나 텅 빈 박물관 등 최근 언론에서 문제가 된 것들이 대표적이다. 직접적이지는 않겠지만 용산개발사업만 해도 그 뒤처리에 세금이 얼마나 소요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책과제를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나 창업 같은 분야에 지원하는 것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지원금이 눈먼 돈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필요한 위원회를 운영하거나 전시행정을 펼쳐 헛돈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이 돈 모두가 우리가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복지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정책적 판단은 모두 미사여구로 포장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물론 정말로 공익을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공익으로 포장한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흔히 하는 말로 “제 돈이면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물음으로써 세금이 지출되는 판단의 적절성을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적인 법적 기준은 사실 이보다 더 엄격하다. 그러나 어차피 구체적인 판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정도의 기준만 잘 지키더라도 불필요한 세금 낭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렇다고 실패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 돈으로 해도 사업이 망할 수 있듯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불운이 닥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당연히 결과가 아니라 의사결정 당시의 사정을 고려한 적절성만 따질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고위공무원의 신중한 판단을 유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책임의식의 함양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다소 억지스럽지만 기업에서 쓰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정책적 판단이 경솔했다면 그 의사결정의 책임이 있는 고위공무원에게 개인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다. 복지부동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겠지만 두고 볼 일이다. 세금 낭비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더 높이는 것도 유력한 해결책이다. 세금 낭비는 그 피해가 분산되거나 연기돼 느끼지 못할 뿐 피해가 작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분의 대상으로서 최근 성추행 사건 같은 것보다 더 높은 관심과 보도가 이뤄지는 것이 옳다. 정책 결정자가 누구였는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다른 사적인 요인은 없었는지, 결과적으로 누가 이익을 보았는지 등의 정보는 만진 부위가 허리인지 엉덩이인지, 누가 귀국을 종용하였는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국민의 이익과 관련된다.
  • 공무원 甲질이 부른 대학원생 보릿고개

    공무원 甲질이 부른 대학원생 보릿고개

    “‘갑’과 ‘을’ 관계를 정부가 해결한다고요? 대학원생들의 임금 체불이나 먼저 해결하라고 하시죠.” A사립대 생명공학 관련 연구실은 지난 3월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 선정됐다. 사업 개시일은 4월 초, 종료일은 올해 말이다. 하지만 연구실 학생 대부분이 3, 4월 인건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계약서’에 해당하는 ‘연구개발협약’ 체결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이 되지 않았으니 돈이 나올 리 없다. 이 연구실 학생 김모씨는 “담당 공무원은 업무가 밀려서 늦어지고 있다는 답변뿐”이라며 “연구 인건비가 우리 월급인데 정부가 임금 체불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 R&D 예산이 제때 집행되지 않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의 업무 지연 때문이다. 대학원생들이 이 시기를 ‘보릿고개’로 부를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진 관행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 R&D 예산은 17조 1471억원 규모다. 미래창조과학부가 5조 7008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통상자원부 3조 1782억원, 교육부 1조 6128억원, 농촌진흥청 5600억원, 보건복지부 4341억원 등이다. 정부 R&D 예산 지원은 ▲사업 공고 ▲선정 ▲협약 ▲연구 ▲결과 평가를 거친다. 하지만 상당수 부처에서 ‘협약’과 ‘결과 평가’가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선정 이후 한 달 내에 협약이 맺어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담당 공무원이 협약서 쓰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여러 해를 지원받는 다년 과제의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연간 평가가 지연되면 다음 해 협약도 늦어진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에는 정부와의 협약이 지연되면서 생긴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과 대학 관계자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한 연구원은 “돈이 안 들어오니까 애써 뽑아 놨던 동료들이 관두고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면서 “당장 월급이 필요한 사람한테 나중에 3개월치를 한꺼번에 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농림축산식품부 과제를 맡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협약이 아무리 지연되더라도 연구 종료일은 당초 공고대로 정해져 있다”면서 “돈이 없어도 연구를 미리 시작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어 보릿고개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일단 해결하고 나중에 받은 연구비로 채워 넣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도 발표할 때뿐이다. 2011년 도입된 ‘연구비 풀링제’(통합 관리)는 연구실 운용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과제 항목에서 인건비를 별도로 구성해 과제 참여자가 아니더라도 나눠 줄 수 있게 했다. 협약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나 연구원을 구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처에서는 ‘연구비 풀링제’를 사후 정산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다문화가정 자녀수 5년간 3.8배 늘었는데 올 교육지원 예산 되레 ‘싹둑’

    다문화가정 자녀 수가 최근 5년간 3.8배 이상 증가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미래에 대한 투자에 해당하는 다문화가정 학생 교육 예산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다문화가정 자녀 가운데 만 6세 이하가 62.1%로 미취학 아동이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예산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령기 다문화가정 자녀가 대폭 늘어날 몇 년 뒤 이들을 위한 지원 및 예산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다문화 학생 교육 지원 예산은 국고와 특별 교부금을 합쳐 155억 4000만원으로 지난해 181억원에 비해 25억 6000만원 줄었다. 세부내역을 보면 다문화 친화적 교육체계 구축을 위한 예산이 지난해 61억 9000만원에서 올해 37억 7000만원으로 24억 2000만원 줄었고,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 내실화를 위한 예산도 4억 8000만원에서 올해 1억 8000만원으로 줄었다. 중도입국 자녀를 위해 지원되는 이중언어 강사 양성 예산은 19억 1000만원에서 올해 6억 9000만원으로 크게 삭감됐다. 반면 정규학교 입학 전 한국어를 집중 교육하는 예비학교 운영과 취학 전 예비과정 예산 등 공교육 진입을 위한 서비스 예산은 19억 7000만원에서 27억 4000만원으로,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 및 기초학력 지원 예산은 61억원에서 72억원으로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시작해 올해 끝나는 사업 예산이 줄고 지원 정책의 소프트웨어 강화에 주력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다소 줄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다문화 학생 지원 예산은 2009년 65억원, 2010년 62억원, 2011년 88억원을 기록하다 다문화학생 선진화방안이 추진된 지난해 18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 교육 강화는 사회통합과도 직결된다”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이방인으로 여기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학교현장을 위해 특히 다문화 학생 교육 예산은 꾸준히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씨줄날줄] 나무은행/함혜리 논설위원

    ‘옛날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나무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나무는 소년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었습니다. 소년이 청년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여전히….’ 셸 실버스타인의 대표작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보듯 나무는 우리에게 무조건적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 광합성을 통해 동식물에게 적합한 삶의 환경을 제공하고, 과실과 꽃을 주며, 토양을 건강하게 하고, 수분을 머금어 산사태를 예방해 주고, 보기 좋은 전망과 목재를 제공해 준다. 그런 나무를 잘 가꾸고 다치지 않도록 보살피는 게 인간의 역할이다. 나무은행. 각종 개발 사업으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수목 가운데 조경적 가치가 있는 나무들을 한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했다가 녹지 조성사업 등 필요한 곳이 생기면 다시 심는 재활용 개념의 제도다. 경기 하남시가 1999년 환경박람회 개최 당시 한강 주변 폐천 부지를 활용, 주변에 버려진 나무들을 한데 모아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모델로 나무고아원을 조성한 것이 우리나라 나무은행의 시작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자체 운영 88곳, 산림청 남부 지방청 운영 1곳 등 89곳의 나무은행이 총 197㏊의 부지에 조성돼 있다. 관리 중인 수목은 약 2530만 그루. 개발 때문에 이사를 가게 된 나무(48%), 숲 가꾸기 사업 과정에서 이식된 나무(30%), 주택이나 건물 신축으로 옮겨진 나무(22%) 등이다. 이들 중 80%가 가로수와 공원 조성에 사용되고 11%는 복지시설에 기증된다. 9%는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나무은행을 잘 활용하면 산림자원의 가치 제고는 물론 일자리 창출, 예산 절감, 수목 보호, 도시 이미지 개선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의 명물 메타세쿼이아길은 2년 전 88고속도로 확장공사 때 베어질 뻔했던 20살짜리 메타세쿼이아 나무 80여 그루를 옮겨 심어 조성한 것이다. 메타세쿼이아 외에도 철쭉, 홍가시, 병꽃나무 등 조경수 7340그루를 행사장에 옮겨심어 순천시는 97억원을 절약했다고 한다. 강원도 평창군도 나무은행을 만들어 2018년 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과 고속도로, 국도 확·포장 공사 등에서 나오는 금강송 등 나무를 올림픽 기념공원과 경관 조성에 재활용하기로 했다. 말 없는 나무를 통해 우리는 생명의 신비를 배운다. 지자체들이 나무의 가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진행될 수많은 ‘개발’에서 스러질 나무들을 구출하는 데 나무은행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사설] 고령층 일자리 질 높이는 대책 고민할 때

    우리나라 65~69세 노인의 고용률은 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이는 장수대국 일본(36.1%)보다 높고 OECD 평균(18.5%)보다는 배 이상이다. 노인 고용률이 높은 것은 먹고살기 위해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노인들이 많아서라고 한다. 더 서글픈 문제는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 청소 등 허드렛일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일하는 노인들의 만족도는 낮고 생계비를 버는 것조차 벅찬 게 현실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제는 노인 일자리도 양보다는 질을 고려해야 하며, 정책적인 지원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제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노인 일자리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65~74세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는 61만명이며 이 중 44만명(72%)은 단순노무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청소·환경미화원이 20만 6000명(33%), 경비원·검표원이 14만명(23%)이고 조리보조원(8%)이나 판매원(6%)은 소수에 불과했다. 노인들이 현역시절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일터에서 고령층의 경험·기술을 재활용하기보다는 연령으로 재단하는 사회풍토 탓에 인적 낭비가 너무 심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들이 노인들의 경험과 숙련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노동시장의 재진입 장벽부터 낮추고 맞춤형 일자리를 찾도록 구직자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생산성을 높이고 적정 수준의 임금도 기대할 수 있다. 청년실업이 발등의 불인데 노인취업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면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처사다. 지자체들이 공공형 일자리랍시고 해마다 수십억~수백억원씩 예산을 풀어 노인 고용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전시용 정책’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그보다는 육아·간호, 각급 학교 교과 보조, 지자체 행정 보조, 톨게이트 징수원, 관광지 관리 등 노인에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많이 만드는 게 낫다. 100세 시대가 열렸는데 우리나라 65세 이상 취업 노인 가운데 65% 이상이 생계형이라는 현실은 노인 고용정책의 시급함을 말해준다. 개인의 노후 대비가 미흡하고 국가의 복지 여력이 허약한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품질 좋은 노인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앞장서야 할 일이다. 대책의 수립과 시행은 이를수록 좋다.
  •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시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돈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쓰느냐만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평소 조곤조곤하게 말한다. 그런 그가 이날은 핏대를 올리면서 문학에 대한 정부 정책, 특히 ‘문학나눔’ 사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해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나눔 사업을 통해 문화 소외 지역 및 계층에 우수 문학 도서를 선정해 무상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사업 내용에 대해 문인들, 특히 시인들의 불만이 거세다. 작년에 비해 소설은 연간 116종으로 조금 늘어났지만, 시집은 40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예산도 작년보다 2억 3000만원밖에 증가하지 않아, 종당 구입 호수도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소설과 시 모두 종당 2000부를 구매해 배포했는데, 올해부터는 1200부로 줄어든 것이다. 5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봄꽃이 만개했다. 철쭉꽃, 목련꽃, 모란꽃, 벚꽃 등이 천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겨우내 집안에만 계시던 팔순의 노모와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을 산책한다. 공원의 모든 이들이 봄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탄성을 발한다. 청년은 애인에게 꽃보다 자기가 더 예쁘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애인은 봄 햇살 같은 환한 웃음을 터뜨린다. 향긋한 꽃 앞에서 누가 돈을 생각하고, 출세를 생각하겠는가. 꽃처럼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 순결한 영혼과 정신, 황홀하면서도 고귀한 사랑 등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봄꽃은 세속에 찌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치유해주고, 삭막한 우리네 삶을 화사한 온기로 따뜻하게 데워준다. 팔순의 노모께서 공원에 핀 꽃을 보시고는 “해마다 봄이면 꽃은 저렇게 아름답게 피는데, 사람은 늙으면 다시 젊어지지 않는구나”라고 말씀하신다. 봄꽃은 우리 모두를 시인으로 만드는 마력도 있는 듯하다. 많은 시인이 꽃을 시의 중요한 소재로 삼았다. 김소월은 시 ‘진달래꽃’에서 “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노래했다. 임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진달래꽃에 투사해 임이 나를 버리고 떠날지라도 임이 가시는 길에 자신의 분신인 진달래꽃을 뿌려드리겠다는 것이다. 김영랑은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고 노래했다. 모란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한 시인, 그래서 모란이 지면 삶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절망하는 시인, 그런 시인에게 모란이 피고 지는 봄은 ‘찬란한 슬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인이 봄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시와 봄꽃이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시는 본래적으로 갈등과 대립이 아닌 화해와 합일의 세계를,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를 지향한다. 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영혼의 교감을 이루는 세계를 강렬히 갈망한다. 그런 시를 통해 모든 존재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황홀한 세계와 만나게 되고,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이 시대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하게 된다. 사회가 아무리 물질적 측면에서 풍족하다 하더라도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는 문화를, 그 문화의 정수인 시를 푸대접한다면 그 사회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에 영혼을 팔아버린 아이들에게 시집을 읽도록 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시인 친구가 돈에 대한 욕심 없이 좋은 시를 쓰려고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시를 찬밥 대우하고 있는 현 상황은 그래서 한심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시인 친구는 “그렇지 않아도 시집이 팔리지 않아 시집 내기가 어려운 판국인데 정부가 아예 시를 말살시키고 있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니 진달래꽃이 지고 있다. 떨어지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저 소중한 봄꽃이 없는 봄을 상상해 보다가, 불현듯 우리 사회에서 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시가 없는 사회와 봄꽃 없는 봄은 무엇이 다를까.
  • 박인자 교수, 차인표·신애라 부부 등 세종문화상

    박인자 교수, 차인표·신애라 부부 등 세종문화상

    박인자 숙명여대 무용학과 교수와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연기자 차인표·신애라 부부 등이 제32회 세종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올해 세종문화상 5개 분야 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1982년 출범한 세종문화상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정신을 기려 민족문화 창달에 업적을 남긴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된다. 박인자(왼쪽·예술 부문) 교수와 스티븐스(가운데·한국문화 부문) 전 주한미국대사, 차인표·신애라(오른쪽·국제협력·봉사부문) 부부 외에 마르크 오랑주(학술 부문) 프랑스 한국학연구협회장, 다음세대재단(문화다양성 부문) 등이 상을 받는다. 서울국제발레페스티벌 예술감독 등을 지낸 박인자 교수는 발레 대중화를 위해 평생 애쓴 점을 평가받았다.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시절 ‘해설이 있는 발레’를 기획했고, 비영리 민간재단인 ‘전문무용수 지원센터’의 이사장을 맡아 인재 양성에 힘썼다.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는 한국어가 유창하고 한국문화를 잘 이해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75년 평화봉사단 단원으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충남 예산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2008~2011년에는 주한 미대사를 역임했다. 2010년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기념사업 명예홍보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국내에서 나눔 실천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해외 불우 아동 52명을 직접 후원하는 등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2002년 아동학대예방홍보대사로 위촉돼 4년간 활동했고, 결식아동과 북한아동 등 돕기 위해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마르크 오랑주 프랑스 한국학연구협회장은 프랑스의 1세대 한국학 학자다. 1965년부터 프랑스 최고 연구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연구소 등에서 한국학을 연구해 왔다. 다음세대재단은 2001년 출범 이래 문화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기여해 왔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나라의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서비스하는 ‘올리볼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시상식은 13일 오전 11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간호사가 간병’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든다

    간병인 중심의 보호자 없는 병원 모델 대신 간호사가 포괄적인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이 오는 7월부터 실시된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실험해 온 ‘보호자 없는 병원’은 대개 간병인이 맡는 방식이었지만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포괄 간호시스템’으로 방향을 바꾼 셈이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간호인력을 크게 늘려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7명 수준으로 줄이고, 팀 간호체계를 도입해 가족이나 친·인척이 병원에 상주하며 환자를 간병해야 하는 부담을 없애도록 할 방침이다. 전국 평균 간호사 1인당 환자수는 약 17명이다. 기존에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제공하던 모든 간병서비스를 간호사와 간호보조 인력이 담당하도록 하고 사적으로 고용한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병실에 상주하는 것은 제한한다. 복지부가 간병인이 아닌 간호사 중심 모델을 채택한 것은 간병인이 대부분 민간업체를 통한 위탁이다 보니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고 관리 소홀과 의료사고 문제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올해 1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병원급 이상 15개 이내 의료기관 2500병상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최대 400여명의 간호사, 최대 300여명의 간호보조인력 충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중수의 변심

    김중수의 변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내렸다. 7명의 금융통화위원 중 한 명만 반대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와 박원식 부총재 등 한은 집행부가 금리 인하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한은은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관에서 금통위를 열고 이달 금리를 지난달보다 0.25% 포인트 내린 연 2.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2.5%로 내려간 것은 2010년 12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김 총재는 금리 결정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부터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위원의 이름은 익명으로 하고 표결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며 “한 명이 소수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총재는 소수 의견을 내지 않는다고 덧붙여 자신은 금리 인하를 주장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김 총재는 금리 인하의 주요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들었다. 그는 “지금의 통화기조가 완화적이지만 더 완화적으로 만들어 추경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이번 금리 인하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2% 포인트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지난달이 아니고 이번 달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가 협조해 추경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지금쯤 하는 것이 시장에 분명한 효과를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물가’ 우려는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무상복지 등) 제도적 요인에 의한 하락 효과가 사라져 현 수준보다는 높아질 전망”이라던 발언이 “공급 측면에서 특이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분간 낮게 유지될 전망”으로 바뀌었다. 이를 두고 논란도 적지 않다. “이미 충분히 (금리를) 내렸다. 어디까지 가라는 것이냐”는 김 총재의 인도 뉴델리에서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 때문에 김 총재는 ‘이미 실기(失機)한 뒷북 인하’라는 비판과 ‘정부와 여당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안게 됐다. 금리 인하 호재에 힘입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3포인트(1.18%) 오른 1979.45로 장을 마쳤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열린세상] 로스쿨의 도약을 기대하며/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열린세상] 로스쿨의 도약을 기대하며/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로스쿨이 5년만 지나면 합격률이 5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다양한 문제점이 연일 지적되고 있다. 법조계 내부 논의를 충분히 거치기 전에 로스쿨이 갑자기 설치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만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운영에서도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때로는 유사한 상황을 겪은 외부인의 시각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생각을 보태고자 한다. 의대, 교대 등은 배우는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졸업 후 해당 직종이 아니면 다른, 더 좋은 직업을 갖기가 어렵다. 더구나 등록금도 비싼 양성과정 졸업생 중 상당수가 해당 전문직종에 종사할 수 없게 된다면 좋은 인재가 섣불리 입학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양성과정을 엄격하게 운영하기도 어려워 실력과 소명의식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 법조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지 못하면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다양한 전공분야의 법조인 양성, 충분한 변호사의 공급을 통한 사회 전반의 법치주의 구현, 몇몇 대학의 법조인 독식체제 탈피라는 원래 목적 구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변호사가 늘어나는 등 일부 성과가 있기는 하지만 이미 부작용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로클러크(재판 연구원), 검사, 대형 로펌 입사자의 출신 학부를 보면 모두 특정 대학 위주의 법조인 구성을 바꿔 보자는 취지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상고 졸업 후 사시에 합격해 대통령이 되기란 더 이상 불가능해져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사회계층 상승의 심리적 사다리마저 사라지게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비록 로스쿨을 졸업해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배경이 더 중요하다는 세습사회의 병폐마저 드러나고 있다. 아직 공론화는 되고 있지 않지만 객관성과 신뢰성을 가진 사시와 달리 로스쿨 신입생 선발의 객관성과 신뢰성, 나아가 타당성 문제도 이미 언급이 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급이 급증할 경우, 변호사들 중에 법치주의 구현의 사도가 아니라 미국처럼 ‘칼 들지 않은 강도’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어 법조인 이미지와 사회적 존경도가 추락하고, 그렇지 않아도 소송이 난무하는 우리사회가 더 각박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넘쳐나는 변호사들이 학부모를 부추겨 교내의 작은 사건 사고까지도 법정으로 끌고 감으로써 학교는 늘 소송 공포에 시달리고 있고, 교육 자체를 위해 쓰여야 할 많은 예산이 옆으로 새고 있다. 변호사가 교문을 넘어서는 순간 학교교육은 망가진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로스쿨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전국의 교대는 초등 교원 수요가 줄어들자 몇 년 사이에 신입생 정원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대학 재정이 문제가 되고 몇 개 교대는 유지가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독립형 교대에서 더 높은 사명감을 가진 우수한 교사가 양성될 수 있음이 입증되었기에 교대 시스템 자체를 지키기 위해 대학 구성원들이 희생을 감내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로스쿨도 적정 수요와 합격률을 감안한 정원조정계획을 수립하고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신입생 선발과 인턴 배정 등에서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신뢰성과 공정성, 투명성, 나아가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독일 대학의 경우처럼 대학별 신입생 선발권이나 인턴 배정권 일부는 외부 공적기관에 위임함으로써 사회적 소수자 배려, 다양한 전공 출신자 선발 등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교육대학교의 진통을 온몸으로 겪었던 외부인의 관점에서 볼 때, 로스쿨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로스쿨이 누에고치를 뚫고 나와 아름다운 나비로 비상할 수 있는 최적기이다. 로스쿨 체제를 지키는 데 연연하지 않고 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외부인도 공감할 대안을 스스로 제시할 때 우리 사회는 로스쿨을 신뢰하며 제도 존속에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다.
  • “새정부 영합” vs “맞춤형 교육”…서울대 창조경영학과 추진 거센 논란

    서울대가 창업을 전문으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창조경영학과의 신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대학 안팎에서 찬반 양론이 거세다.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 새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영합해 학과 정원을 늘리고 교세를 불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8일 서울대에 따르면 창조경영학과는 미국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처럼 기업가적 정신을 지닌 ‘창업스타’를 배출할 맞춤형 교육기관을 목표로 한다. 경영대 차원에서는 2015년부터 신입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 학장은 “현재 청와대와 교육부에 제안서를 올려 논의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판이 적지않다.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가 연구보다 창업을 강조한 나머지 학내 의견 수렴도 없이 졸속추진해 대학의 본래 임무를 망각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경영학과장 출신의 한 교수는 “기업가적 정신을 기르는데 굳이 창조경영학과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회의적”이라면서 “시류에 맞춰 예산 지원 등 조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문대 대학원생 김동오(35)씨는 “창조경영학과가 결국 정부가 교체되는 5년 후에는 없어질 학과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면서 “결국 순수학문에 대한 투자보다 취업이 잘되는 학과 정원 늘리기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영대의 특성화 학과 신설 추진은 다른 종합대학의 경영대보다 정원이 적은 관계로 졸업생 사회진출도 등 각종 위상이 하락한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서울대 동창회 관계자는 “학교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이제 변해야 산다는 위기의식이 강해져 학과 신설까지 감행하는 것 아니겠나”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혈세 줄줄 안 새도록 복지사업 통합관리하라

    복지사업이 극히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슷한 내용의 복지사업이 여러 부처에서 중복 실시되는가 하면 그나마 일부 계층에 편중되고 있다. 복지재원이 짜임새 있게 쓰이지 못하면 결국 혈세가 줄줄 새기 마련이다. 더구나 엄청난 복지예산을 쓰고도 혜택을 받는 이들의 복지체감도는 낮은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왕 쓰는 복지재원이라면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복지사업에 대한 전면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복지사업은 보건복지부 등 16개 부처의 297개 사업에 이른다. 지난해 정부 총지출 325조원 가운데 사회복지·보건 분야 지출은 92조원으로 28.5%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복지사업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사업만 하더라도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에서 농어촌 주택개량사업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8개 사업을 시행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가정에 지원되는 장판·도배와 보일러 수리가 다른 시기에 진행돼 보일러 수리를 위해 그전에 한 장판·도배를 뜯어내는 황당한 일도 생겼다고 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쳐놓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대상자가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취약계층 교육비 지원 사업은 사업 집행 기관이 이원화돼 있어 수급자들이 어디 가서 교육비를 지원받아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입학금과 수업료 지급의 경우 교육부 사업인 저소득층 자녀 학비 지원과 한부모가족 교육비 지원은 교육청·학교에, 여성가족부 사업인 청소년 한부모 고교생 교육비 지원 등은 학교에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급여가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복지급여를 받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오히려 차상위계층보다 소득이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득계층 간 형평성을 잃은 복지혜택은 근로자 의욕만 저하시킨다. 현금 살포식 복지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어려운 이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일일지는 몰라도 근로의욕을 꺾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소외계층에 현금보다는 문화·교육적 혜택과 돌봄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는 정책을 검토하기 바란다. 앞으로 복지사업의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런 만큼 한 푼이라도 예산이 누수되지 않도록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수급자가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에 적절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복지사업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복지사업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의 설계단계부터 집행단계까지 통합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복지사업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 “창조경제 영합… 교세 불리기” “창업스타 배출할 맞춤형 교육”

    서울대가 창업을 전문으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창조경영학과의 신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대학 안팎에서 찬반 양론이 거세다.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 새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영합해 학과 정원을 늘리고 교세를 불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8일 서울대에 따르면 창조경영학과는 미국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기업가적 정신을 지닌 ‘창업스타’를 배출할 맞춤형 교육기관을 목표로 한다. 경영대 차원에서는 2015년부터 신입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 학장은 “현재 청와대와 교육부에 제안서를 올려 논의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판이 적지 않다.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가 연구보다 창업을 강조한 나머지 학내 의견 수렴도 없이 졸속추진해 대학의 본래 임무를 망각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경영학과장 출신의 한 교수는 “기업가적 정신을 기르는 데 굳이 창조경영학과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회의적”이라면서 “시류에 맞춰 예산 지원 등 조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문대 대학원생 김동오(35)씨는 “창조경영학과가 결국 정부가 교체되는 5년 후에는 없어질 학과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면서 “결국 순수학문에 대한 투자보다 취업이 잘되는 학과 정원 늘리기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영대의 특성화 학과 신설 추진은 다른 종합대학의 경영대보다 정원이 적은 관계로 졸업생 사회진출도 등 각종 위상이 하락한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서울대 동창회 관계자는 “학교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이제 변해야 산다는 위기의식이 강해져 학과 신설까지 감행하는 것 아니겠냐”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린세상] 맞춤형 복지, 인력충원이 우선이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맞춤형 복지, 인력충원이 우선이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올해 들어 세 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혼을 석 달 앞둔, 혹은 어린 자녀를 둔 20~30대 유능한 공무원들이다. 이들 모두 과도한 사회복지 업무량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해 자살이라는 비극적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복지국가의 구호 속에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이 확장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를 담당할 인력 충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결과이다. 지난 3월 울산에서 숨진 사회복지 공무원의 경우 ‘기초노령연금, 장애인 복지, 일반장애, 장애연금, 한부모가정, 양육수당, 일반보육료, 유아학비보조’ 등 8가지 업무를 도맡았다고 한다. 복지국가의 실현이 예산만 갖춘다고 될 일은 아니다. 집행하는 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예산과 프로그램은 늘어났으나 그것을 실행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인력 증원을 이유로 추가 업무를 내려주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읍·면·동의 사회복지 공무원 배치 규모가 2012년 6월 기준으로 2인을 배치한 곳이 43%, 1인 이하가 23%로 나타났다. 대부분 1~2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지역의 분출하는 모든 복지업무를 보고 있는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적으로 고작 383명이 채용되었으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공부조와 각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국민의 수는 2006년 395만명에서 2011년 1017만명으로 157%나 대폭 증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재정은 같은 기간 15조 3000억원에서 26조 5000억원으로 71.8% 증가했고, 복지사업의 수도 같은 기간 58.2%나 증가했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일까? 2011년 한국의 사회복지 공무원 수는 1만 496명으로 인구 1000명당 0.22명에 해당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인구 1000명당 평균 12.24명(2004년 국제노동기구 조사 결과)의 복지공무원을 두고 있어 한국의 약 60배에 해당한다. 복지국가로 불리는 덴마크는 57.51명, 스웨덴은 38.73명이고 일본도 우리보다 10배 많은 2.04명에 달한다. 문제는 인력 확충만으로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처우가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근무환경에 따른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도 큰 문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2012년 발표한 ‘사회복지사의 클라이언트 폭력 피해 실태 및 안전 방안 연구’에 따르면 복지수요자로부터 직접적인 폭력행위를 당한 경험이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95%를 차지했다. 폭력 발생 이유는 서비스 탈락에 대한 불만 71.4%, 정신이상이나 약물 부작용 등이 61.8%였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신변 위협에 적잖이 노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폭력 상황 발생 시 대응 또는 사후 대처에 대해서 ‘없었다’로 조사됐다. 신변에 대한 불안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으나 직접적인 폭행이 아니라면 대부분 훈방조치돼 이들로부터 다시 위협감을 느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라면 상무’ 사건으로 항공승무원의 감정노동이 부각되고 있다. 사회복지 공무원 또한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또한 대표적인 복지 관련 공공기관이다. 특히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수적인 중증장애인이 주요 고객이다. 직원이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 취업알선, 직업적 장단점을 알아보는 직업평가, 개별화된 구직역량강화 프로그램, 맞춤훈련, 출장상담…아무리 감정이 소모되고 시일이 소요되어도 반드시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제공해야 할 서비스들이다. 정부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제공’ 전략과제 중 하나가 국민 중심의 복지 전달체계 개편이다. 주민센터를 복지서비스 허브기관으로 단계적으로 개편하고 사회복지 공무원 및 서비스 전문 인력을 확충해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겠다고 한다. 사회복지 공무원뿐 아니라 복지 관련 인력들이 단계별로 충원되어 복지 서비스의 수요자와 제공자가 모두 만족하는 질 높은 맞춤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 [사설] 교도소 같다는 보육원, 어린이날이 부끄럽다

    충북 제천의 J아동양육시설이 수년간 학대와 감금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해온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결과 밝혀졌다. 4~18세의 원생 52명은 폭행은 다반사고 말을 듣지 않으면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먹는 등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아왔다. 얼마 전 경기 양평에서 도둑질한 보육원생을 땅에 파묻은 사건에서 보듯 아동양육시설이 오랜 시간 인권사각지대에 방치돼 왔음이 확인된 것이다. 차제에 전국 지자체는 아동시설은 물론 장애인·노인 보호시설까지 관리실태를 총점검해 인권유린행위가 없었는지를 살펴봐 주기 바란다. 1963년 설립된 J시설은 겉보기에는 보육원이었지만 실제로는 재소자들을 수용한 교도소나 마찬가지였다. 부모가 없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이곳에 온 원생들에게 훈육을 빌미로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떠드는 아이는 몽둥이·각목으로 매질하고, 말 안 듣는 아이는 독방에 몇 시간 또는 수개월간 지내게 했다. 늦게 들어오면 밥을 굶기고, 또 수영장에 아이를 거꾸로 집어 넣었다 뺐다 하는 고문을 가하기까지 했다. 이런 몹쓸 짓이 저질러졌지만 제천시는 2010년 인권침해 실태를 일부 확인하고도 재발방지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그 이후에는 그나마 적발하지도 못했다. 현재 전국 243개 아동양육시설에는 부모가 이혼하거나 미혼모 자녀 등 18세 미만의 소외계층 자녀 1만 4700여명이 수용돼 있다. 그러나 시설에서의 아동학대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원생들은 보호받는 약자이다 보니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숨기거나 신고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관련 예산도 충분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복지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로 OECD 평균(2.3%)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이러니 보육원생들이 1500여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는 가혹행위를 한 시설 원장과 교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지자체장에겐 시설장 교체 등을 권고했다. 권고사항이지만 반드시 이행하고 나아가 재발방지대책도 꼼꼼히 세워 원생들이 보복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설종사자들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사회복지사 보수교육도 제대로 해야 한다. 소외계층 자녀도 공공시설보다 가능한 한 가정에서 돌보는 게 성장에 훨씬 도움이 된다. 가정위탁 예산을 충분히 배정해 이들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내년 나라살림 민간자금 의존도 껑충… 도로·철도 등 SOC 사업 원점 재검토

    내년 나라살림 민간자금 의존도 껑충… 도로·철도 등 SOC 사업 원점 재검토

    내년 나라살림 편성 때 민자유치 사업 활성화와 이차(이자의 차액) 보전 확대 등 민간자금 의존도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복지공약 예산 135조원 중 82조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다만 민자사업 확대가 당장의 재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미래의 빚을 키우는 ‘조삼모사’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1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내년 예산안을 짜는 일종의 바로미터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편성하는 나라살림의 기준인 데다 복지정책 등 핵심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향후 4년간 예산 편성의 로드맵이 될 전망이다. 지침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세출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각 부처에 분야별 지출효율화 방향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대신 정부는 민간 자본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복지공약 재원 조달 등으로 나라 살림이 빠듯한 만큼, 시중의 풍부한 자금을 공공사업 재원으로 대신 쓴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수익자부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민간투자 방식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신안산선 등 수도권 지역 시설은 민자사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수도권 시설은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상당하다”면서 “정부가 적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 준다면 민간 자본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간에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융자사업은 이차보전을 확대한다. 이차보전은 은행이 대신 사업비 등을 빌려준 뒤 이자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농협 등 민간과의 역할 분담을 통한 유통구조 개선, 복지사업에 대한 자기책임원칙 확보 등도 민간의 여력을 활용하려는 취지다. 도로·철도·하천 등 그동안 집중 투자로 성과가 가시화된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라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도로·철도는 과다 설계를 지양하고, 생태하천 등 부처 간 중복되는 사업은 통합할 계획이다. 대기업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R&D) 지원도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4대강 사업 등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친대기업 정책을 폈던 전 정부와 선을 긋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는 대신 선도·창조·융합형 R&D 확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사업 발굴 육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지원, 글로벌 킬러콘텐츠·한류콘텐츠 확산 등에 재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민간 자본을 활용한다는 정부 구상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민간자본이 특정 공공사업 투자나 운영 등에 참여한다면 당장은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지만 향후 이익을 보장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SOC 사업은 공공성이 강해 수익성과 거리가 있는 만큼, 민자사업 확대는 당장의 부담을 향후에 갚는 ‘돌려 막기’가 될 수 있다”면서 “재원이 부족하다면 국채 발행 등으로 충당하는 게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재정운용 방안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지침을 이달 말까지 각 부처에 통보하면 부처는 예산요구서를 만들어 오는 6월 2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후 예산안은 여론수렴 및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 10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열린세상] 이제 메세나법을 제정할 때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이제 메세나법을 제정할 때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예술이 왜 중요하냐는 질문은 이제 우문(愚問)이 되었다. 저명한 세계적 미래학자들의 이름을 빌릴 것도 없이 지금은 문화의 시대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덕분일까, 우리 사회에서 문화가 꽤나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행복’을 국정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정지표라고도 할 수 있는 열쇠말을 경제부흥,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으로 설정했다. 이들은 모두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경제부흥의 핵심은 창조경제이고, 창조경제의 핵심분야 중 하나가 콘텐츠산업, 곧 문화산업이다. 종교를 비롯해 문화예술이야말로 국민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실행수단이다. 문화융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더군다나 임기 중 정부재정 2%의 문화재정 공약도 이미 공표된 바 있다. 이만하면 문화융성이 곧 눈앞에 이루어질 것 같다. 그러나 문화예술계는 아직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그동안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수많은 공약(公約)들이 정권이 끝날 때쯤 해서 슬그머니 공약(空約)이 된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초예술을 위한 공약(公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번 정부도 기초예술에 대한 배려는 문화산업이나 관광, 체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문화경제를 선두로 복지와 연관된 문화향수권 관련 정책이 문화정책의 주를 이루고 있다. 문화산업의 모태가 되고, 삶의 질의 기반이 되는 문화창조력을 높이는 정책목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래저래 기초예술 분야는 찬밥 신세인 셈이다. 앞으로 늘어날 사회복지 예산 등을 감안하면 문화재정의 획기적 확대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더군다나 기초예술 분야를 진흥시킬 재원 확보는 더욱 난감하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운명을 다할 날만 기다리고 있고 이를 보충하거나 대체할 방안이 현재로선 없는 실정이다. 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으면 예술이 고사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간접지원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세제 감면 등 세제상의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길정우 의원이 작년 수정 발의한 ‘메세나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필요한 단순한 이치다. 이 법이 순수예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을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문화예술이 산업으로 갖는 경제적 효과는 물론, 문화예술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관해서도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문화예술이 주는 계량화된 경제효과 못지않게 기업의 문화적 창조력과 조직 몰입, 국민의 행복한 삶, 사회통합, 국가브랜드 제고 등 이른바 비화폐적 사회경제효과를 계량화한다면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사실 조세특례제한법을 잠깐만이라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특례대상이 수두룩하다. 중소기업, 연구 및 인력개발, 국제자본거래, 투자 촉진, 고용 지원, 기업 구조조정, 금융기관 구조조정, 지역 간 균형발전, 근로 장려, 외국인 투자, 기업도시 개발 등 그 목록이 꽤 길다. 정치자금의 세액공제 및 손금산입 특례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조세특례제도는 엄격하게 운영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을 대상으로 한 기부가 국가경제, 사회통합과 발전, 문화복지 실현 등 국가와 국민에게 끼치는 실익을 감안할 때 현 조세특례제한법에 명시된 다른 대상들과 비교해 그렇게 괄시받을 이유가 없다. 이제 문화를 주창하는 이 시대에 조세특례에 관한 시각은 바뀌어져야 한다. 나아가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는 장려되고 우대받아야 한다. 새 정부는 적어도 취임사로만 본다면 대한민국 정부 역사상 문화를 국정 전반에 표방한 최초의 정부라고 불러 손색이 없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메세나 관련 법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행복을 국정 비전으로 제시하고 문화융성을 주창한 대통령께서도 나서야 한다. 이 일은 새 정부가 내세우는 문화융성의 정책 화두가 참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1단계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된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정책사에도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 분명하다.
  • ‘과학기술기본법’ 손질…새달말까지 초안 마련

    정부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벤처창업, 연구개발(R&D) 예산 결정권, 지식재산권 등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법·제도를 총망라한 사실상의 ‘창조경제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부처 간 장벽은 허물고, 돈이 되는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취지로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슈퍼법’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당수 조항이 각 부처에 산재해 있고, 이해관계가 엇갈려 실제 법 개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8일 “현 정부 과학기술의 핵심기조인 ‘창조경제’, ‘행복기술’, ‘사회문제 해결’, ‘삶의 질 향상’ 등 4가지를 반영한 과학기술기본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음 달 말 창조경제 대국민보고대회 이전까지 초안을 마련, 9월까지 개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기본법은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최상위 모법이다. 1968년 제정된 과학기술진흥법, 1996년 개정된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을 이어받아 2001년 만들어졌다. 미래부가 개정하려는 법안은 권한과 관할 범위가 미래부뿐 아니라 전 부처와 산업에 걸쳐 있다. 미래부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기본법이 10가지 분야 정도를 관할한다면, 개정법은 다른 부처에 있거나 생략됐던 30가지 정도를 추가로 포함하게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이나 벤처펀드 등 창조경제와 관련된 모든 내용이 법의 영향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부는 법 개정을 통해 R&D 예산 집행 및 평가, 은행의 벤처 지원, 창업, 규제완화, 기업 및 대학 R&D 등을 총괄하는 ‘창조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방침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미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방향을 제시했고 국정의 핵심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인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조항이 각 부처의 핵심기능과 연결돼 있어 개정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R&D 예산의 기획이나 평가는 기재부와 겹치는 영역이고, 최종 결정권은 기재부에 있다”면서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개정이 추진된다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기업청 등 기본법이 개정되면 예산과 권한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부처들도 미래부의 독주를 지켜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與·野 ‘12조원 세입 메우기’ 타당성 집중 추궁

    與·野 ‘12조원 세입 메우기’ 타당성 집중 추궁

    24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첫날부터 파행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17조 3000억원에 이르는 추경예산안의 미흡한 점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오후 늦게서야 회의가 제대로 진행됐다. 정책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12조원 규모인 세입경정예산의 적정성과 5조 3000억원 규모인 세출경정예산의 경기회복 효과 등을 집중 추궁했다. 박근혜 정부 각료들의 국회 예결특위 출석은 처음이다. 정 총리는 오후 속개된 전체회의에서 “국회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미흡한 경제 예측과 세입 전망으로 인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하게 돼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다”면서 “하지만 세입결손이라는 손실과 서민경제와 민생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추경으로 인해 악화된 정부의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국회와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협의해 나가겠다”면서 “다시 한번 추경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번 추경예산안으로 민생회복, 경기 활성화가 가능할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추경예산안에) 성장에 대한 밑그림이 보이질 않는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실천을 위한 135조원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단기적으로는 경제 회복을 추구하고,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홍 의원은 “창조경제만 믿으라는 말이냐. 손에 안 잡히는 개념으로 성장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많다”고 질타했다. 민홍철 민주통합당 의원은 “민생추경이라고 했는데 세출 5조 3000억원 중에 일자리 창출에 쓰이는 예산이 3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이게 민생예산이라고 할 수 있나.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 부총리는 “경제 활성화를 보완하는 추경도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추경에 반영되면 민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오전 정책 질의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17조 3000억원의 추경 가운데 12조원이 부족한 세입을 메우기 위해 사용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세출 증액은 5조 3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정 총리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총리는 오전 내내 이를 거부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가짜·탈법 추경에 대해 정 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도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빚더미 추경’을 하면서 정부가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가세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도 정 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정 총리가 사과를 거부하면서 회의는 오전 내내 이뤄지지 않았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푸른 파도 아름다운 용두암 인근에 인공 낚시터 추진… 새파랗게 질린 제주

    푸른 파도 아름다운 용두암 인근에 인공 낚시터 추진… 새파랗게 질린 제주

    청정 제주 바다에 가두리 시설을 활용한 관광 낚시터 조성 사업이 논란을 빚고 있다. 23일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A법인과 B법인 등 2개 업체가 제주의 대표적 명소인 제주시 용두암 인근 바다에 ‘인공낚시터’를 조성하겠다며 사업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사업 허가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공유수면 점용허가 등에 관해 지역주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바다 가두리낚시터를 조성하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해상 관광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지역 환경 단체와 제주도의회는 청정 제주바다 환경파괴 우려와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김영심 도의원은 “용두암 인근 수면은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절대보전지역으로 낚시터 조성 등에 따른 인공 시설물 등이 들어서면 바다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이번에 사업이 허가되면 앞으로 제주지역 100여개의 마을 어장 모두가 인공낚시터를 만들겠다고 나서게 돼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낚시터 사업 관련자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도지사 선거캠프에 관여한 핵심인사”라며 “도지사 선거 공신에게 특혜를 준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가 추진한 인공낚시터 조성사업도 특혜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도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인공 낚시터 조성 시범사업을 하겠다며 2억원을 편성했으나 도의회 예결위 심사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제주환경연합은 “도지사 선거 공신인 낚시터 사업자에게 제주도가 특혜를 주기 위해 관련 예산을 미리 편성해 지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당시 도가 추진한 낚시터 사업은 특정 사업자에게 주려 했던 것이 아니라 어촌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제주지역 어촌계나 영어법인 등에서 시범사업을 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계획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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