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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원 두 원내대표 ‘승자’ 하원의장·공화당 ‘패자’

    상원 두 원내대표 ‘승자’ 하원의장·공화당 ‘패자’

    미국 정치권의 갈등으로 인한 3주간의 예산전쟁이 일단락된 가운데 지난 1일부터 이어졌던 연방정부의 일시폐쇄(셧다운)로 덕을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누구일까.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선정한 셧다운의 승자에는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 이번 셧다운 협상을 주도한 양당 지도부가 포함됐다. 의회가 예산안 처리를 놓고 정쟁만을 거듭하며 셧다운을 비롯한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디폴트) 위기까지 몰고갔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키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상원 의회의 개회기도를 이끄는 배리 C 블랙 상원 예배당 전속목사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어려운 시기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영감을 주는 말을 의원들에게 전달해 관심을 모았다고 WP가 전했다. 의회 협상 과정을 신속히 전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역시 뉴스 전달 매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이끄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공화당’이라는 브랜드는 WP가 선정한 대표적인 셧다운의 패자로 꼽혔다. 의회 권력을 상징하는 베이너 의장은 내부 강경노선에 밀려 초당적 타협정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해 국가위기 관리 능력에 뚜렷한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특히 셧다운 사태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는 응답이 50%를 넘어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공화당의 지지율 역시 1989년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공화당은 그야말로 ‘셧다운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한편 셧다운의 불씨가 됐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저지하고자 지난 9월 상원 연단에서 21시간 넘게 ‘연설 시위’를 벌인 공화당 소속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셧다운의 승자와 패자로 모두 선정됐다. 그의 마라톤 연설은 상원 공화당 지도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지만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크루즈 의원 자신은 유권자들에게 본인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셈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구본영 칼럼] 일본은 오스프리까지 도입한다는데…

    [구본영 칼럼] 일본은 오스프리까지 도입한다는데…

    성조기와 유엔사 깃발이 함께 나부끼는 오키나와 후텐마 미 해병대 기지. 귓전을 때리는 굉음을 내며 기묘하게 생긴 비행기가 순식간에 코발트빛 태평양 하늘로 치솟았다. 말로만 듣던 첨단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였다. 며칠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주일미군 방문 프로그램에 참가해 목격한 장면이다. 물수리를 뜻하는 오스프리는 미 해병대가 보유 중인 다목적기다.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가 두개 달려 활주로가 필요 없는 게 장점이다. 더욱이 헬기보다 훨씬 속도가 빨라 한반도 등의 위급상황 시 신속히 증원군을 실어나를 수도 있다. 그러나 ‘물수리’에 대한 이곳 원주민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미 제3해병원정대가 주둔하고 있는 기지 후문에서는 시위대도 목격했다. 그들은 오스프리 배치 반대와 기지 이전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오스프리는 한때 ‘과부 제조기’로 불렸다. 배치 초기에 잇단 추락사고로 적잖은 조종사들이 희생된 탓이다. 지금은 성능이 훨씬 개량됐지만, 비행 모드를 이착륙 모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안전성 확보 등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오키나와 주민들이 인구밀집 지역에 자리잡은 후텐마 기지 이전을 촉구하는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런 지역여론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방위성이 2015년까지 오스프리 수십기를 자위대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가 이를 말해준다. 심지어 오스프리를 병력 수송에 활용하려고 해병대 창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미 동맹을 웃도는 미·일 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징표다. 오스프리는 1기에 최소한 100억엔(약 1150억원)이 넘는 초고가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A(대당 1억 4000만 달러 추정)에 비해서도 크게 적지 않은 가격이다. 일본은 이미 미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35A 42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일 방위성이 거액을 들여 오스프리 20대 구입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두말할 것 없이 일차적 목적은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방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차세대 전투기는 어떻게 결론날 것인가.” 오키나와 항공자위대 기지에서 일본 관계자가 물어왔다. 순간 얼마 전 정부가 보잉사의 F15SE를 단독 후보로 올린 차기 전투기(FX)사업계획을 백지화한 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F15SE가 경쟁 기종인 F35A에 비해 무장능력이나 저렴한 비용 등 강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F15SE든 공중전 역량과 기술 이전 조건이 후한 유로파이터든 4.5세대 전투기일 뿐이다. 표적 파괴 이전에 적의 방공망을 은밀히 타고 넘는 스텔스 기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이 거액을 들여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A를 도입하려 하고 중국도 5세대기인 젠31 개발에 열을 올리는 까닭이다. 현재 미 LPGA 랭킹 1위인 골프 여제 박인비는 언론으로부터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드라이버의 비거리는 짧지만 정확한 샷으로 라운딩 동반자를 질리게 할 정도로 소리 없이 따라붙은 뒤 신들린 퍼팅으로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이유에서다. 스포츠를 전쟁과 비교하는 것은 어폐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우리도 스텔스기를 보유해야 할 이유는 넘친다는 사실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유사시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핵 및 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겠는가. 물론 복지와 경제성장 등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게 우리 처지이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F15SE에 올인했다면? 창조경제를 입에 달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그런 결정을 했다면 천추의 한을 남길 게 뻔하지 않았겠는가. 스텔스기와 F15SE 등 경쟁 기종을 혼합구매한다든가, 분할구매하는 등 대안을 찾으면 왜 없겠는가. 8조 3000억원이라는 예산상의 제약조건 하에서도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는 많을 듯싶다. kby7@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軍 대선개입 의혹 난타전… 野 책임추궁에 사이버사령관 전면부인

    [국감 하이라이트] 軍 대선개입 의혹 난타전… 野 책임추궁에 사이버사령관 전면부인

    국정감사 이틀째인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는 국방부 산하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댓글 의혹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야당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댓글 의혹을 이슈화해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댓글 의혹의 불씨를 살리려고 애썼고, 여당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본연의 임무 수행일 뿐 대선개입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맞섰다.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은 “사이버사령부는 대선 개입을 절대 하지 않았다”며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비공개 기관보고 후 이어진 공개질의에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심리전단 요원으로 보이는 요원들이 불법적 댓글을 인터넷에 달고 트위트했기에 심리전단의 정체를 숨기고 싶어서 (심리전단 조직에 대해) 허위보고한 것 아니냐”고 옥 사령관을 다그쳤다. 이에 대해 옥 사령관은 “숨기기 위해서 허위보고하지 않았다. 진 의원께서 하신 말씀은 국가 안보에 위해될 수 있는 말”이라고 맞섰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은 “심리전단이 조직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 개인이 한 일이더라도 지휘 관리를 못한 책임이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에 옥 사령관은 “지휘 책임이 있는 부분은 제가 책임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김광진 의원이 “장관은 국정원 예산을 안 받았다고 했고 업무보고에도 예산서가 없다고 했는데 (국정원으로부터) 예산을 받고 있나”라고 묻자, 옥 사령관은 “국정원의 예산을 받아 쓰고 있다”고 답했다. 김진표 의원은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보호해야 하고, 보안이 필요한 부대의 이름이 공개되고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사이버사령부로서 치명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국방부 장관이나 사이버사령관이 정확하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고 했는데 이를 위반했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냐”고 선을 그었다. 국군기무사령관 출신의 송영근 의원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인데 댓글로 정치에 개입했다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면서 “적정 예산을 확보해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비공개 예정이었던 사이버사령부 국감은 여야 의원들이 공개 여부를 놓고 승강이를 벌인 끝에 업무보고를 제외한 질의응답에 대해서만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이버사령부 국감은 결국 예정 시간인 오후 3시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4시에 속개됐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美·中 힘겨루기와 한국 외교] 집단적 자위권 vs 전작권 전환 재연기

    [美·中 힘겨루기와 한국 외교] 집단적 자위권 vs 전작권 전환 재연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동북아 지역의 외교·안보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집단적 자위권을 매개로 한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밀월은 한·중 및 미·중 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며 동북아 역학 구도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끼어 버린 우리로서는 ‘전략적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한국의 ‘전략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짚어 본다. “한·미 간 안보 이익은 ‘인치’(미국 입장)로 잴 때와 ‘센티’(한국 입장)로 잴 때마다 달라지게 됐다.”(한 외교소식통 발언) “일본은 웃으면서 우리의 빰을 때려 왔다. 여전히 그들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한 정부 당국자의 발언) 전 세계에 산개한 ‘동맹 구조’를 재디자인하려는 미국의 전략하에 치밀하게 세팅된 일본의 재무장 수순이었다. 지난 3일 미·일 양국이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추인하는 장면을 지켜본 한반도의 인식이다. 이로써 2차 세계대전 후 지속된 전후 60년간의 역내 안보 질서는 근본적인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미·일 군사적 결속이 중국 견제 수단이 되면서 한·미 동맹을 자산으로 중국을 견인하고 일본과 과거사 전쟁을 벌이는 한국으로서는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미·일 공동성명의 핵심 키워드인 ‘더 강고한 동맹’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군사적 일체화 체제를, ‘더 많이 공유하는 책임’은 일본 내 불문율이었던 방위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1%로 유지하는 ‘황금률’을 주변국을 개의치 않고 깬다는 예고와 다름없다. 미·일은 내년 말까지 양국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고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위한 주변사태법(일본 주변 지역에서 미·일 간 군사협력 방안을 규정한 법률)을 손본다는 계획이다. 동아시아에서의 막대한 안보 비용 부담을 덜고, 일본을 역내 안보의 ‘대리자’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과 과거의 군사적 대국 위상을 다시 갖겠다는 아베 정권의 노림수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새로 구축되는 미·일 안보동맹으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적 대결 구도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일이 대치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충돌이다. 동북아 대결 구도가 본격화되면 자칫 미·중이 주고받는 체스판의 종속 변수로 휩쓸릴 수 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의 고립을 원한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의 ‘동맹 블록화’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요구가 우리 측 입지를 상당폭 상쇄시키며 동맹 비용을 가중시키는 전략적 오판이 됐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적 논리와 정서가 더 크게 작동한 점이 지적된다.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요구한 시점은 미 국무부와 국방부 인사가 올해 우리 측에 집중적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 방침을 타진해 온 시기와 맞물린다. 정부 관계자는 “올 초부터 서울과 워싱턴 양쪽에서 몇 차례에 걸쳐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며 “미국은 미·일 동맹 강화가 지역 안보에 기여한다는 뜻을 설파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방한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부장관, 4월에 연이어 방한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9월 방한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이 우리 측에 미·일 간 컨센서스를 밝혀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은 북한 핵위협을 이유로 한국에 대해 미·일 동맹과 묶는 3국 군사체제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실질적으로 연동될 가능성이 커 결국 한국이 미·일 군사체제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편입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으로는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상대로 한 우리 외교의 운신 폭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다자적 틀 속에서 각국의 양자적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복합적 안보 질서가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며 “대미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일본이 미국과 함께 한반도 안보에 깊이 개입하는 구조가 되면 우리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월드뉴스 Why] 셧다운 ‘돌풍’ 이어 디폴트 ‘태풍’

    [월드뉴스 Why] 셧다운 ‘돌풍’ 이어 디폴트 ‘태풍’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폐쇄)이 사흘째 이어지는 등 예상 밖의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야가 17일(현지시간)까지 부채 한도 증액에 합의하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달러가 바닥나 부도를 맞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CNN 방송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셧다운 사흘째인 3일 메릴랜드주(州)의 한 건설회사에서 연설을 통해 공화당에 셧다운을 즉각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다. 특히 오는 17일에는 국고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면서 연방정부 부채 상한을 증액하지 않으면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화당 지도자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국가디폴트 상황을 원하지는 않지만 상한 증액만을 위한 표결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출 삭감과 개혁을 위한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보통 한 나라에 돈이 필요할 경우 정부는 중앙은행에 발권력을 동원해 원하는 만큼 지폐를 찍어낸다. 하지만 미국은 민간 기업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담보를 맡겨야만 그 금액만큼 지폐로 받을 수 있다. 미국 건국 초기부터 이어져 온 정부와 자본가 간 힘 대결의 산물이다. 만성적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는 FRB에 국채를 담보로 제공한다. 정부가 빚을 내지 않고서는 달러를 찍어낼 수 없는 구조다. 만약 17일까지 여야가 협상을 거쳐 국가 채무 한도(현재 16조 7000억 달러)를 올리지 못하면 정부는 더 이상 담보를 제공할 수 없어 달러가 바닥난다.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공원 관리 등 정부의 일부 기능이 중단되는 셧다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엄청나다. 영국의 경제 분석가 제러미 워너 텔레그래프지 부편집장도 최근 칼럼에서 “미국의 디폴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러더스 도산 사태의 1000배에 달하는 여파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가톤급 파장에도 불구하고 두 당이 이른 시일 내 머리를 맞대고 타협하는 길로 들어설지 속단하기는 힘들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번 셧다운의 원인이 된 ‘오바마케어’(의료보험개혁 방안)가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보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도 자신들을 지지하며 세금 인하를 요구하는 티파티(극우 성향 유권자단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예산 전쟁’에서 지게 되는 쪽은 내년 말 중간 선거는 물론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셧다운의 영향으로 오는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아시아 투어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셧다운 첫날인 지난 1일 소폭 상승한 뒤 이튿날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던 뉴욕 증시도 급락세를 보이는 등 셧다운의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의 미사일방어 체제 참여 中 반응 예민… 득보다 실 커”

    최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검토와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한 한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와 관련, “한국의 MD 체제 참여는 중국의 예민한 반응 때문에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30일 한미안보연구회(회장 김재창)와 한국여성언론연합(대표 신동식) 주관으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정전협정 60주년과 한미동맹의 미래’ 세미나에서 “한국의 정책적 선택은 현재처럼 하층방어 위주의 KAMD(한국형 공중·미사일 방어체계)를 추진하되, 유사시 미국의 MD 체제에 연동될 수 있도록 하는 ‘플러그 앤드 플레이’가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실장은 “MD 체제와 연동될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은 예를 들면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경우에 대비한 최소한의 전략적 모호성을 남겨 두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또 2일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현안으로 떠오른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와 관련, “현 시점에서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느냐 마느냐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2015년까지 전환 준비를 최대한 하고, 최종 검증단계에서 준비가 됐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면서 “우리가 역량을 충분히 갖췄는지 등을 기준으로 ‘능력 위주’의 판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12월에 맞춰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 재연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전격적인 시퀘스터(자동예산삭감)와 이라크·아프간전 참여에 따른 전쟁 피로감, 김정은 정권에 대한 외교적 해결 선호 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미국 연방정부 17년 만에 셧다운…정부 올스톱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미국 정치권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존폐 문제로 씨름을 벌이다 2014회계연도(10월 1일∼내년 9월 30일)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김에 따라 연방 정부가 끝내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상황에 돌입했다. 미국이 셧다운 사태로 치달은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이후 17년 만이다. 미국 상·하원이 현지시간으로 30일 자정(한국시간 1일 오후 1시)까지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미국 연방정부의 일부 기능은 1일 오전 0시 1분부터 정지됐다. 1일부터 개시되는 새 회계연도의 예산이 단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연방 정부 기관은 정치권이 잠정 예산안에 합의할 때까지 200만명의 연방 공무원 가운데 필수 인력을 제외한 80만∼120만명의 직원을 당장 ‘일시해고’해야 한다. 핵심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 프로그램도 중단된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최근 정부의 일시 폐쇄에 대비해 ‘핵심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각 정부 부처에 보냈다. 이에 따르면 군인, 경찰, 소방, 교정,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 및 수도 등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필수 인력이고 이들의 업무가 핵심 서비스다. 이들 공무원은 업무는 계속하지만 보수는 예산안이 의결돼야 소급 지급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부 셧다운에도 군인에게 봉급 지급을 보증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각 정부 기관은 셧다운 직전에 OMB 및 법무부 안내에 따라 정부 폐쇄로 인해 변동되는 사항을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또 반대편에 선 공화당은 한동안 셧다운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나서 셧다운을 조기 종료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미국 정치권은 시리아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 개입 승인 여부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다 시리아 문제가 외교적 해결로 가닥을 잡자 예산 전쟁에 돌입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지난달 20일 새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자 최대 업적인 오바마케어 관련 지출 항목을 전면 삭제한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원에 넘기면서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예고했다. 오바마케어가 2010년 의회를 통과해 시행 3년이 지났고 미국 연방 대법원이 합헌 결정까지 내렸음에도 이를 폐기처분하려는 공화당의 반복된 노력의 하나였다. 새 회계연도부터 전 국민의 건강보험 의무 가입 등 오바마케어 핵심 조항이 시행되는 데 따른 공화당의 반발인 셈이다. 상원은 하원이 보낸 예산안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지출을 되살린 수정 예산안을 가결처리해 하원에 돌려보냈고 하원이 다시 오바마케어 시행의 1년 유예를 포함한 예산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기는 등 열흘간 지루한 핑퐁 게임이 이뤄졌다. 결국 미국 정치권은 협상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느라 정부 셧다운이라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국민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이 와중에서 ‘일개 정당의 한 당파’(티파티·극우 보수주의) ‘무정부주의자’ ‘사회주의자’ 등의 용어가 난무해 미국 사회의 이념적 대립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은 셧다운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만간 예산안에 합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현행 16조7천억달러인 국가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협상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 이달 17일이면 미국 재무부의 현금 보유고가 바닥나기 때문에 채무 상한을 다시 올리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인해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질 수 있다. 미국 정치권이 예산 공방에서 보였던 것처럼 국가 채무 한도를 재조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대치 일변도의 행태를 보인다면 미국 및 세계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 부채 현안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반면 공화당은 이 문제 또한 오바마케어와 연계한다는 방침이어서 쉽사리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진영 장관 ‘항명’ 파문] 난맥상 드러낸 정책 갈등 조정시스템… 향후 국정운영 부담 클 듯

    박근혜 정부가 출범 7개월 만에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 이은 ‘진영 파문’으로 난기류에 휘말린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끝내 업무 복귀를 거부하고 사퇴 입장을 고수하자 여권이 충격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진 장관이 사실상 ‘항명’의 깃발을 들면서 국정 리더십에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은 형국이다. 더욱이 기초연금안 도출 과정에서 권력의 중추인 청와대가 주무 부처인 복지부와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 내지 못해 ‘칸막이 제거’로 대표되는 신정부 협업 시스템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향후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핵심 공약을 둘러싼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번 파문은 청와대의 거중조정 능력과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보여 준다. 자칫 하반기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 등을 주재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 부처 내에 체계적인 갈등 관리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파문으로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봉착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2인자를 허락하지 않는 강력한 친정 체제 구축이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기초연금 사태나 진영 파문이 재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리더십이 일사불란한 체계로 작용할 수 있지만 국정 운영의 모든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쏠리는 상황에서 갈등 조정 시스템이 작동할 공간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내 갈등 해결 구조도 미약하다. 야권이 ‘예산 전쟁’을 선언한 상황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원만한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후반기 핵심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문제에 이은 기초연금·진영 파문 등 순탄치 못한 국정 운영이 장기적으로 박 대통령의 ‘신뢰 정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진 장관의 업무 복귀 지시 거부에 대해 “총체적 국정 난맥”이라고 비판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청와대발(發) 희대의 막장 드라마가 공직사회를 강타하고 있다”면서 “한 조직의 수장은 발가벗겨져 강제로 쫓겨나고, 또 다른 조직의 수장은 가출을 했다”고 질타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민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인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며 “인사 참사가 ‘시즌 2’로 들어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올 예산심사 때 쪽지예산 없을 것”

    “올 예산심사 때 쪽지예산 없을 것”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단언컨대 올해 국회 예산심사에서 쪽지예산은 없을 것”이라며 ‘탈(脫)쪽지예산’을 선언했다. 쪽지예산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사업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 소위원회에 쪽지 등으로 추가한 예산을 말한다. 대부분이 국회의원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으로, 사실상 심의를 거치지 않아 부실심사와 선심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 원내대표는 29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상임위를 거친 예산만 증액이 이뤄질 것이고, 예결위에서 뒷문으로 들어가는 민원성 증액 예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9대 국회 2기 예결위의 민주당 간사로 민원성 국고지원 사업 수요가 거의 없는 서울 출신의 재선 최재천 의원을 임명한 것도 이런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예산 전쟁’이라고 공언할 정도로 강도 높은 예산안 심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뒤로 지역민원이나 챙길 수는 없다”고 전 원내대표는 강조했다. 다만 전 원내대표는 “정부의 예산안은 지역의 사정을 알지 못하고 만들어진 측면이 있어 지역사정을 잘 아는 의원들이 이를 다듬어야 할 필요는 있다”며 “원내대표실에서 지역예산 수요 등을 종합 접수하고 원내지도부와 예결위 간사 등의 검토를 거쳐 당의 정책과 방향에 맞는 예산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 차원에서 예산 항목을 결정하는 일본과 유사한 방식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어르신께 죄송한 마음”… ‘공약 후퇴’ 사과

    “어르신께 죄송한 마음”… ‘공약 후퇴’ 사과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기초연금 축소 등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 “(기초연금을)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세수 부족과 재정건전성의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서 (기초연금 축소가)불가피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죄송한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으며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에게 진심과 진정성을 담아 이해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사과 또는 유감을 표명한 것은 취임 이후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니며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면서 “비록 지금은 어려운 재정 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기초연금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민생·복지공약 파기’로 규정하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따라 여야 대치 정국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에서 전면적인 예산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올해 본예산보다 4.6% 늘어난 357조 7000억원 규모의 2014년도 예산안과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이 105조 9000억원(29.6%)으로 가장 많았다. 복지 예산이 10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경기 둔화 등으로 총수입은 올해(372조 6000억원)보다 0.5% 줄어든 370조 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박대통령 ‘공약 후퇴’ 사과] 새누리 “국민께 죄송” 민주 “불효 정권”

    새누리당이 26일 기초연금 축소에 대해 사과했다. 민주당은 공약 축소를 강하게 비판하며 박근혜 정부의 민생·복지 공약 후퇴에 대해 전면전에 나서기로 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국민, 특히 직접 수혜 대상인 어르신들께 기대하신 대로 다 드릴 수 없게 된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안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뇌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녹록지 않은 재정상황에서 기초연금의 지속 가능성, 자식·손자 세대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이유가 어떠하든 공약사항을 100% 이행하지 못하는 점은 공약이행의 공동책임을 지는 여당으로서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민주당 전국노인위원회와 함께 ‘공약파기·거짓말정권 규탄대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를 ‘불효정권’이라며 기초연금 후퇴를 맹비난했다. 김한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대표 공약들을 모두 뒤집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국민을 이렇게 무시하면 머지않아 박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무시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을 우롱한 박근혜·새누리 정권은 불효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기초연금뿐 아니라 영유아 보육,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복지공약 전반을 축소하고 있다며 총공세를 예고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민주당은 복지예산과 지방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정기국회에서 예산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무상복지 공약 국민 동의 구해 궤도 수정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세수 부족과 재정 건전성의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했다”면서 “(기초연금을)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을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기준 상위 30%는 제외하고 하위 70%에 월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한 셈이다. 하지만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무회의가 아니라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 담화가 있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기초연금 등 무상복지 공약과 관련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공약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야권은 ‘공약 파기’로 규정하며 ‘복지예산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이 강력한 원내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데다 복지 공약 후퇴 문제까지 가세하면서 8·28부동산대책 관련 등 산적한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여야는 타협의 정치로 정책 경쟁의 민생·상생 국회를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주목해야 할 점은 새해 예산안에서 기초연금뿐만 아니라 대학 반값 등록금 등 복지 공약이 일부 조정됐다는 사실이다. 내년 복지예산 비중은 29.4%로 역대 최대이지만 공약을 이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기초연금이 수정됐고, 반값 등록금 공약 완성 시기는 내년에서 2015년으로 1년 늦춰졌다. 새해 예산안에서 복지공약 등 국정과제는 2순위로 밀렸다.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3조원 감축 목표에서 경기 여건을 감안해 1조원만 줄이기로 했다. 내년이 목표였던 균형재정 달성 시기도 미루기로 했다. 경기 활성화로 세수(稅收)가 늘어나면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증세 없이 복지 공약을 이행해 보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복지 공약과 관련해 “재정 여건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정 수입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약가계부대로 실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내년에는 국가부채 5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3.9%는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세를 굳히지 못한 상황에서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경제성장에 기댈 수만은 없다. 복지 공약의 궤도 수정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국론 분열을 줄이는 길이라고 판단된다.
  • [열린세상] 가을엔 축제를 즐기자/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가을엔 축제를 즐기자/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축제는 고대 사회에서 신에게 수확의 감사를 드리는 제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농부들이 봄·여름 내내 땀방울로 일군 황금 들판에서 기쁨으로 수확하는 가을이야말로 진정한 축제의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이 가을에 우리 모두 시름을 떨쳐버리고 축제를 맘껏 즐겨 보는 것이 어떨까. 한가위를 맞아 보름달처럼 풍성한 복을 받으시라고 덕담을 나누면서도 마냥 행복할 수만 없는 현실을 뻔히 알면서 한가롭게 웬 축제타령이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다. 풀릴 것 같더니만 아직 얽혀 있는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문제, 재원 문제로 복지공약은 줄어들고 세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에 국민이 피곤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겠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 가을에 우리는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축제의 현장을 찾아가 보는 것이 좋겠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축제 수가 너무 많고, 축제마다 특색 없이 그 축제가 그 축제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소비적이고 전시적인 행사에 왜 예산을 쓰느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1000개 정도 되는 우리나라 축제는 선진국에 비하면 그 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나아가 본격적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축제정책을 편 지 20년이 채 안 된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특색 있는 축제들도 많은 편이다. 물론 중복적이고 낭비적인 축제도 있다. 그러나 축제 하나 잘 키우면 주민화합과 국민화합, 지역 브랜드 제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 그 효과가 웬만한 기업을 유치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있다. 브라질 리우 삼바축제, 독일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 영국 에든버러 잔치 등 외국의 유명축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도 보령머드축제나 금산인삼축제 등 그 경제적, 브랜드 가치적 효과가 입증된 축제가 꽤 많다. 축제를 소비적이고 전시적이라고 도매금으로 평가절하할 일이 아니다. 이번 가을은 전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로 풍성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우리나라 대표축제인 전북의 김제지평선축제와 경남의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비롯해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추억의 7080 충장축제와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 강원의 양양송이축제와 정선아리랑제, 경기의 수원화성문화제와 이천 쌀문화축제, 충남의 천안흥타령춤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 전북의 순창장류축제와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 전남의 남도음식문화큰잔치와 명량대첩축제, 경북의 영주풍기인삼축제, 경남의 산청한방약초축제, 제주의 올레걷기축제 등 그 수를 다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특히 이 중에서도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충남 계룡대에서 열리는 지상군페스티벌은 주목할 만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축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군대를 소재로 한 병영훈련 체험, 헬기와 장갑차 탑승 체험, 모형전차 콘테스트, 군악 의장대 사열과 에어쇼는 물론 무기장비 전시 등 평상시에는 일반 국민이 접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축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규율과 통제로 상징되는 군이 민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독특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들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매우 유익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현대생활은 분주함 그 자체다. 미하일 엔데의 ‘모모’에서도 지적된 대로 현대인은 문명의 발달로 단축된 시간만큼의 여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다음 스케줄에 함몰되어 가는 악순환의 위험 가운데서 살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일을 잠시 내려놓고 일탈의 기쁨을 누려보자. 쉼은 퇴보가 아니고 재생산의 원동력이다. 기약 없는 입시전쟁에 몰입된 우리의 젊은 자식들에게도 충전의 기회를 주자. 일단 온 가족이 손에 손을 잡고 축제의 장 속으로 들어가 보고서 축제가 정말 낭비적인 몹쓸 것인지, 재생산과 가족 사랑을 촉진하는 활력소인지 직접 평가해 보자. 호이징가는 일찍이 인간을 ‘호모 루덴스’(놀이의 인간)로 표현하면서 우리 속에 잠재된 놀이 근성을 잘 집어내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이 가을에 우리 모두 축제를 즐기자.
  • [열린세상] 벽에 비친 그림자를 지우려는 대입전형 개선/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열린세상] 벽에 비친 그림자를 지우려는 대입전형 개선/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대입전형제도 변경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대입전형제도로 인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량과 준비 부담, 이로 인한 학교의 입시 학원화와 사교육 문제, 그리고 전인교육 실패 등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것처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입전형제도를 계속 바꾸는 것은 벽에 비친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세척제를 바꾸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벽에 비친 그림자는 그 어떠한 세척제로도 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는 잘못된 진단에 기초한 처방으로 인해 처방전을 바꿀 때마다 고통을 받는 환자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만일 내신, 수능, 아니면 잠재력 평가 중 어느 하나만 가지고 대입을 결정하면 학생들의 준비 부담이 정말 줄어들까? 설령 수능을 한 교과로 축소하더라도 끝없는 반복학습으로 인해 학생들의 심적 고통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사회가 생각하고 있는 대입전형제도의 문제는 과도한 경쟁 상황, 즉 ‘교육전쟁’ 상황이 빚어내는 결과일 뿐 대부분 대입전형제도 탓이 아니다. 위의 문제들은 모두가 원하는 특정 대학, 특정 학과 합격을 향한 절박감, 그 절박감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미래 직업 및 생계에 대한 불안감에 뿌리를 두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비롯한 사회제도와 환경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완화될 수 없다. 과도한 경쟁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학을 늘려서 그 대학이 원하는 수준의 수학능력을 갖출 경우 입학시키면 된다. 일부 국립대를 서울대학교 제1대학, 제2대학 형태로 바꾸자는 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다른 부작용과 비용이 따를 것임은 각오해야 한다. 대입전형제도 개선이 목표로 해야 할 것은 공정성과 타당성, 신뢰성, 초중등교육 목표 및 내용과의 일치 정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배려이다. 브라질과 인도는 아예 국립대 정원의 절반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당하고 있다. 대입전형제도가 공정성과 신뢰성을 더 중시하면 타당성이 떨어지게 되고, 타당성을 더 중시하다 보면 공정성과 신뢰성은 저하되게 된다. 한 줄 세우기라는 비판은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잣대가 올바르지 않아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입학사정관제도나 면접 위주 제도에 대한 비판은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것이다. 또 하나 명심할 것은 과거와 달리 사회 각 집단의 목소리가 커져서 전문가가 생각하는 안을 그대로 관철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된 안을 토대로 관심 집단의 대표가 참여하여 서로 인내하고 공감할 만한 수준의 안을 도출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와 이해집단 그리고 관련 부처가 포함된 상설 국가대입전형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신설하거나, 연속성을 갖는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상설하고 그 안에 하나의 소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대입 준비과정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심신의 고통을 줄여주는 길은 따로 있다. 하나는 대입 준비를 위한 학습 내용과 기능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구성하고 이를 확신시켜 주는 것이다. 학생 스스로가 배울 필요성에 공감하면 고통은 크게 줄어든다. 또 하나는 학생들이 배움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교사들이 그러한 기본 역량은 가지고 있으므로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학급 규모를 축소시켜 주어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그 힘든 시기를 즐겁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개선하며, 서로 의지하고 즐거움도 찾는 학습공동체가 되도록 학급을 이끌어야 한다. 이에 필요한 교육예산은 지원할 의사가 없으면서 고통을 줄여주겠다고 하는 것은 공허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대입전형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대입전형제도의 끝없는 변화를 줄이며 관련 문제를 완화시킬 출발점이 될 것이다.
  • 한강 속 쓰레기 처리 ‘힘드네’

    서울시가 한강 속 쓰레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1000여t에 달하는 쓰레기가 시시각각 변하는 유속(流速)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시는 2010년부터 모두 24억원을 들여 한강 속 쓰레기 2300t(추산) 가운데 1300여t을 수거했다. 서울시는 일반회계 16억원과 특별회계 7억 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2015년까지 나머지도 수거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거 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쓰레기가 강바닥에 파묻혀 있거나 유속 탓에 이리저리 이동하기 때문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쓰레기가 쌓였다가 흩어졌다 하기 때문에 잠수부를 투입해야 하는데 유속에 따라 쓰레기가 안 보일 때도 있어 수거가 어렵다”고 말했다. 수거 뒤에도 문제가 있다. 재활용품, 음식물, 소각용 등 쓰레기 종류도 가지가지라 분류 작업까지 따로 해야 한다. 일일이 손으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예산 확보도 여의치 않다. 시는 2010년부터 매년 6억∼9억원을 편성했지만 늘 목표 금액보다 낮게 반영됐다. 시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역대 최고 금액인 11억 7000만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서울시의회는 법을 개정해 한강수질개선특별회계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물 이용 부담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이 우려돼 무산됐다. 잠실 하류 쓰레기 처리 비용을 국고로 지원받는 방안은 서울, 인천, 경기 간 비용 분담 문제 때문에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2015년까지 수거 목표를 달성하고 2016년에는 수중 쓰레기양을 재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19대 초선 의원-정치와 도전] (7) 새누리 박인숙

    [19대 초선 의원-정치와 도전] (7) 새누리 박인숙

    “여성의 말에 귀 기울이십시오. 그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습니다.” 박인숙(65·서울 송파구 갑) 의원은 지역에 나갈 때마다 ‘아줌마’들의 말을 유심히 듣는다고 했다. “교육, 복지, 동산 문제와 관련해 피부로 직접 느끼는 그들이 쏟아내는 목소리에 해법이 들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박 의원은 자신의 생각에 의문이 들 때마다 아줌마들에게 묻고 해답을 찾는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박 의원은 자신의 정치 철학도 ‘현실 정치’를 내세웠다. “모든 현안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원은 ‘민생’이라는 전쟁터의 야전사령관”이라고 정의했다. 박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몇 안 되는 지역구를 가진 여성의원이다. 김을동(재선), 김희정(재선)·권은희(초선) 의원과 함께 지역구 여성의원 4인방 중 하나다. 박 의원은 ‘남성일색’의 새누리당 의원 틈바구니 사이에서 여성과 의료계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데 애쓰고 있다. 물론 한계도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지역구 현안 해결 문제라면 ‘예산 확보’에서의 기술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올림픽 공원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5년 동안 서서히 망가지고 있어 올림픽 공원을 세계 제일 가는 스포츠 공원으로 바꿔 놓겠다”고 결심했으나, 예산이 문제였다. 박 의원은 “다선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가져가는 모습을 볼 때 초선 의원으로서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국회 내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공원 인근에 있는 스크린 경륜·경정장도 정리해 올림픽이라는 역사의 현장을 되살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방이동 모텔촌 정비, 잠실관광특구 지정 등의 추진 계획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다선 의원들이 갖는 정치적 ‘감’(感)도 박 의원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전문분야가 아닌 교육뿐만 아니라 복지, 부동산, 지역개발 등까지 모두 파악하고 이해하고 입장을 내기가 어려운데 어떤 다선 의원들은 척 보면 딱 하고 즉각 입장을 내더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후로 “국회의원은 슈퍼맨이 돼야 한다”는 지론을 갖게 됐다. 나아가 “병원에서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있다며 달려가면 모든 것이 용서되지만, 국회에서는 일정이 겹쳐 일정 하나를 빠트리면 변명할 수가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박 의원은 울산의대 소아심장과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선천성 심장병 센터장을 지냈고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보건복지위를 택하지 않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로 갔다. 의료계의 문제를 근본부터 고치려면 전공 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랐다. 박 의원은 “커피전문점 내듯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부실·엉터리 의대의 신설을 막아야 한다”면서 “보건 의료인 양성이 제대로 돼야 보건·복지도 잘된다”고 주장했다. 글 사진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생각나눔] 인천 신연수역 에스컬레이터 설치 주민 갈등

    [생각나눔] 인천 신연수역 에스컬레이터 설치 주민 갈등

    인천 연수구 연수동에 있는 지하철 신연수역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둘러싸고 주민 간에 때아닌 ‘출구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3번 출구와 4번 출구 인근 주민들은 서로 자신의 거주지 인근 출구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야 한다며 홍보전을 벌이는데 강도가 대단하다. 발단은 인천교통공사가 지난 7월 신연수역 3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 설치공사를 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자극을 받은 4번 출구 인근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4번 출구 근처에 가천대, 연수초, 인천중, 인천여고, 연수3동 주민센터 등이 자리 잡아 유동인구가 3번 출구보다 훨씬 많은 점을 들었다. 대단위 아파트단지도 형성돼 있다. 이모(54)씨는 “에스컬레이터 설치 기준은 이용 인구가 가장 우선 아니냐”면서 “공사가 공청회 등도 열지 않고 3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 공사를 하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3번 출구 인근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3번 출구에는 적십자병원, 경인의료재활센터, 연일학교(특수학교), 노인복지관 등 교통약자들을 위한 시설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최모(61)씨는 “에스컬레이터는 이동시설이 아니라 이동이 불편한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라면서 “정상적인 사람들은 계단을 이용하는 게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연수3동 주민센터에서는 열린 ‘신연수역 에스컬레이터 주민설명회’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4번 출구 인근 주민들이 위치 선정에 반발하면서 성토장으로 변했다. 4번 출구 주민들은 “지난해 7월 ‘주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고남석 연수구청장에게 4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줄 것을 건의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고 항의했다. 이재호 시의원은 “양쪽 주장에 모두 타당성이 있지만 교통 약자들이 많은 3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게 순리라고 본다”면서 “다만 4번 출구 주민들의 요구도 강력하므로 내년에 예산을 확보에 설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최근 해당 지역을 찾아 비슷한 약속을 함으로써 이 전쟁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그 겨울의 방역… 노원의 여름은 상쾌했다

    신은희(32·여·노원구 월계2동)씨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피곤하다. 초안산 인근에 살다 보니 아이들이 모기에 물려 밤마다 울기 일쑤였다. 하지만 신씨는 3일 “지난해부터 구청에서 주택 정화조 환기통에 망사를 씌우고, 웅덩이에 방역활동을 하는 것을 자주 보았는데 덕분에 모기가 줄어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노원구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친환경 방역사업이 이처럼 빛을 내고 있다. 김성환 구청장이 직접 나서 지난겨울부터 유충구제를 위한 특별 방제반을 구성해 소독의무 시설을 제외한 숙박시설, 아파트, 병원, 복합건물 등 96곳의 정화조, 집수정(集水井) 등을 대상으로 모기 박멸을 위한 집중 방제작업을 벌였다. 유충의 경우 정화조와 집수정을 대상으로 t당 10㎖의 유충구제제를 투여했고, 필요할 때마다 유충구제제를 희석해 분무기에 넣어 구석구석 뿌렸다. 옥내 모기 성충은 수동식 분무기를 사용해 잔류 분무 소독을 원칙으로 방역했다. 이를 통해 유충은 99%, 성충은 96%가량 감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구는 공동주택 정화조와 집수정에서 발생한 모기가 성충으로 자라지 못하도록 지난해 겨울 243곳의 공동주택에 유충구제 약품 620병을 배부했다. 구제 주기에 맞춰 보건소에서 문자를 전송해 방역하는 ‘유충구제 알리미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유충구제 알리미 서비스란 구가 공동주택 방역 책임자로 지정한 243명에게 방역일자와 시간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일괄 통보해 동시에 방역을 실시토록 하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지역마다 일정을 달리해 약품을 살포하면 해당 지역의 모기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 박멸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한다. 간헐적인 방역으로 인한 약품 사용 증가를 억제함으로써 예산절감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6명씩 구성된 2개 조의 ‘방역기동반’ 상시 운영도 눈길을 끈다. 방역 관련 민원이 구에 접수되면 3시간 안에 출동해 방역활동을 펼쳐 결과를 신고자에게 바로 통보한다. 이 밖에도 경로당, 빗물펌프장, 사회복지관, 어린이집, 재활용센터 등 방역 취약지역 111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작업을 한다. 직접 방역활동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모기 퇴치에 나서는 김 구청장은 “모기가 사시사철 주민 건강을 위협하지만, 한층 강화된 방역 작업으로 쾌적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기고] 신형 휴대전화와 차기 전투기/정표수 연세대 항공전략연구원 부원장

    [기고] 신형 휴대전화와 차기 전투기/정표수 연세대 항공전략연구원 부원장

    내가 아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휴대전화를 신형으로 교체해 주기 위해 휴대전화 60대 구매 공고를 냈다. 휴대전화 시장은 LTE-A로 발전하고 3G 폰은 사양길에 접어든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막상 공고를 내보니 LTE-A 폰과 3G 개량형의 판매 의사를 밝혀왔다. 성능과 활용도 면에서 단연코 LTE-A 폰이 좋은데 너무 비싼 게 흠이었다. 반면 3G 폰은 몇 가지 개조하고 앱을 개발하면 문제가 없어 보이고 가격도 무난해 이를 구매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과연 첨단 정보전쟁 시대에 회사를 위한 최선의 방안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우리나라의 차기전투기(FX) 구매 사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FX사업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8조 3000억원을 들여 60대를 도입할 대형사업으로 이제 최종 기종 선정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그동안 FX사업에는 미국의 F35, F15SE와 EADS의 유로파이터가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F35는 가격이 예산 범위를 초과하였고, 유로파이터는 일부조건을 임의 변경하여 사실상 탈락이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F15SE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거세지만 여기에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다만 공군에서 30년 이상 전투조종사로 복무한 경험을 살려 이번 FX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꼭 짚어야 할 몇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환경은 너무 불투명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와 막강한 중국의 군사력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주변 정세 속에 이번에 도입할 고성능 전투기는 전략무기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유사시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 은밀한 치명적 공격능력을 가져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소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번에 도입할 고성능 전투기는 향후 30년 이상 우리나라를 지킬 대표선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것은 너무 비싸서 안 되고, 아무것이나 대수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은 무책임하다. 가격이나 대수보다는 임무수행 능력이 우선 고려 요소이다. 특히 일본은 F35를 도입하고 중국은 젠31을 개발 중으로 모두 스텔스 기능이 있는 전투기이다. 앞으로 북한의 위협이 심각해지거나 독도와 서해에서 주변국과의 마찰이 있을 때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켜줄 믿음직한 국가대표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선정절차를 지속할 것이며 예산 증액은 없다고 발표했다. 사실 국방부나 방사청이 가장 고민되고 곤혹스러울 것이다. 사업 지연 시 국제 신뢰도 저하, 추가 가격상승, 전력공백 우려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러나 3G 폰을 개량한다고 절대 LTE 폰의 기술과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며 천문학적 운영 유지비만 걱정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등 모든 기관에서 FX사업 목표와 항공력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면서 창조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최고의 전략무기를 확보해야 하며 그저 쓰다가 바꿀 휴대전화나 장난감을 사는 것이 아니다. 한번 결정하면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 없기 때문이다.
  • [新 대한민국 24시] 대학도시 경북 경산시

    [新 대한민국 24시] 대학도시 경북 경산시

    ‘삼성현(원효·설총·일연)의 고장’ 경북 경산. 한때 대구 능금과 대추의 고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지금은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도시를 자랑한다.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는 하나도 없는 대학이 무려 12개(4년제 8개, 2년제 4개)나 몰려 있다. 대학 부설 연구소도 140여개에 이른다. 학생과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만도 13만여명이나 된다. 세계 10여개국 유학생 3000여명도 그 일원이다. 경산시 인구 25만여명의 절반을 웃돈다. 대학도시로 알려진 충남 천안시의 경우 학교 수는 분교 3곳을 포함해 11개이지만 학생 수는 7만여명으로 경산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대학가에는 3만여명의 상인까지 운집해 하나의 거대한 대학촌을 이루고 있다. 경산은 평균 연령 36.7세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중의 한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도시는 언제나 활력이 넘쳐 난다. 대구의 변방에 불과했던 경산이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도시로 이름을 떨치게 된 계기는 1972년 영남대가 대구 대명동에서 경산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면서부터다. 이후 대구지역 대학들이 경산으로 대이동했다. 대구대가 79년 진량읍 내리에, 대구미래대가 81년 평산동에, 대구가톨릭대가 84년 하양읍 금락리에 터를 잡았다. 이어 대구한의대(90년), 경일대(94년), 영남신학대(94)와 대신대, 대경대, 경산1대학, 경북외국어테크노대, 대구외국어대 등이 뒤를 따랐다. 당시 전국 3대 도시로 군림했던 대구에 비해 훨씬 싼 땅값과 사통팔달의 교통망, 대학 인력의 공급원인 중·대도시들과 인접한 이점 등이 작용했다. 경산의 대학촌은 잠들지 않는다. 대학 연구소들이 밤낮없이 불을 밝히고, 도서관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학생들로 만원이다. 학교 인근에는 새벽 1시에도 낮 1시처럼 먹고 즐길 수 있는 상가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서 있다.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들은 아예 24시간 영업을 하는 매장이 많다. 그래서 거리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홍대, 강남 등 서울 번화가를 뺨칠 정도다. 대학촌의 하루는 ‘통학(근) 전쟁’으로 시작된다. 매일 대구 등 외지에서 7만여명이 힘겨운 통학을 하고 있다. 통학이 시작되는 이른 새벽부터 대구~경산 간 교통편은 만원이고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경산지역 1700여 중소업체 근로자들의 통근과 맞물린다. 23일 오전 8시 대구지하철 2호선 경산 연장 노선의 임당역 입구. 방학인데도 지하철역 밖으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연신 쏟아져 나왔다.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학생들이 학교로 가는 시내버스로 환승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동행한 안병묵(55) 시 도로철도담당은 “영남대 인근인 이곳 임당역은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 등과 가까운 대구지하철 1호선 안심역과 함께 대학생들의 주통학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기 중엔 대학 셔틀버스들이 지하철에서 내린 학생들을 5~10분 간격으로 학교까지 실어 나른다. 대구한의대, 대경대 등 상당수 대학은 셔틀버스를 대구는 물론 부산, 영천, 포항, 울산 등까지 운행한다. 지역 대학 중 가장 많은 통학버스를 운행 중인 대구대 총무팀 박원형씨는 “매일 오전 7시부터 밤 10시 20분까지 모두 210회 운행에 연간 30억원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 담당은 “12개 대학들의 연간 셔틀버스 운영비만도 100억원이 훨씬 넘는다”면서 “학생들의 자가용 등교도 많아 1000대 수용 규모의 영남대는 물론 각급 대학 학생주차장이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강의가 있는 낮 시간대에 비교적 한산하던 대학촌은 해질 무렵이면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면서 거리와 인근 상가들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불야성을 이루는 밤이면 젊은이들은 흥청망청 비틀거린다. 고성방가를 하는 무리들, 어깨를 감싸고 입맞춤을 하며 원룸으로 향하는 커플들, 게임으로 날밤을 지새우기 위해 PC방으로 들어가는 ‘올빼미족’ 등 천태만상이다. 대학촌 최대 번화가인 영남대 주변에서 28년째 장사를 하는 김영자(56)씨는 “학생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과소비와 향락에 쉽게 휩쓸린다”고 말했다. 그는 “80년대는 술집과 당구장, 90년대는 오락실, 2000년대는 PC방, 최근에는 커피 전문점들이 재미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국 최대 규모로 조성된 원룸단지도 호황이다. 영남대 인근 1200여채를 비롯해 대구대 주변 300여채 등 모두 2000여채(동당 13가구 기준)의 원룸들로 빼곡하다. 원룸이 캠퍼스들을 포위할 정도다. 원룸 거주자는 모두 2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원룸을 이용하는 일부 대학생은 생활비를 줄이고 생활 편익을 위해 동거 커플을 이루기도 한다. 일부 학교는 주변 원룸단지 몇 동씩을 임대해 교외 기숙사로 활용한다. 영남대 인근 명가부동산 윤주만(55)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허허벌판에 원룸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거대한 단지로 변모했다”면서 “23~26㎡ 원룸의 월세는 25만~40만원으로 학교 기숙사(2인실 기준)보다 두세 배 비싸지만 개인주의 성향과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된다는 점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룸 거주자들은 정작 주민등록은 옮기지 않고 있다. 오상호(52) 시정담당은 “원룸 거주자뿐만 아니라 대학 구성원 거의 대부분이 주민등록을 외지에 두고 있다”면서 “많은 유동인구로 인해 쓰레기 처리와 상·하수도료 등의 비용은 많지만 중앙정부로부터 교부세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원룸단지 주변은 무질서와 불법, 각종 범죄가 판을 친다. 월세로 이용하는 원룸 특성상 주민등록이 현지에 없는 입주자들과 많은 유동인구, 밀집된 유흥점 등이 뒤섞인 탓이다. 영남대 앞 원룸단지에서 매일 쓰레기를 수거하는 천정복(52) 환경미화원은 “하루 쏟아지는 4t 정도의 쓰레기 중 절반은 불법 투기”라며 “수거를 하는 중에도 원룸에서 쓰레기 봉투를 거리로 집어던지는 게 다반사”라고 혀를 내둘렀다. 경산시는 대학 주변 원룸단지에서 하루 10여t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임당동 노병우(62) 통장은 “원룸 일대는 하루 종일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통행 불편은 물론 화재 발생 시 119 소방차 통행을 가로막아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죄 발생도 잦다.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대학촌을 관할하는 중앙·하양파출소에서 발생한 살인·강도·강간·절도·성폭력 등 5대 범죄는 모두 1090건이다. 이는 같은 기간 지역 8개 전체 파출소에서 발생한 3050건의 36%를 차지한다. 특히 원룸 최대 밀집지역인 조영동·대동 인근의 중앙파출소는 810건으로, 전체 1곳당 평균 318건의 2.5배가 넘는다. 중앙파출소 권기홍(58) 순찰1팀장(경위)은 “전체 신고 건수의 80% 이상이 술 취한 젊은 층의 폭력, 도난, 성 관련 범죄”라며 “신학기와 축제 때는 치안수요가 급증해 눈코 뜰 새 없다”고 말했다. 경산시는 원룸단지 일대에서 절도와 폭력 사건이 끓이지 않자 주요 지점 33곳에 폐쇄회로(CC)TV 57대를 설치,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대학과 구성원들은 경산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들이다. 이재규(54) 시 기획예산담당관은 “대규모 대학 유입에 따른 도시의 급속한 팽창으로 교통, 쓰레기, 상·하수도, 치안 등이 새로운 도시문제로 등장해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도 낳았지만 도로망 등 지역 발전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련, 대학 구성원들이 한 달에 50만원씩을 쓴다고 가정할 때 산술적으로 연간 78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경산에 뿌려지는 셈이다. 그는 “지역 대학 출신 대학생들에 의한 경산 홍보와 지역 기업체의 원활한 인력 수급, 대학 연구소의 지역 기업체 지원 활동 등 간접적 효과도 엄청나다”고 했다. 경산 주민들은 “지역민들이 대학의 박물관과 아트센터, 운동장, 도서관 등 문화·예술·체육공간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교양강좌 및 축제 프로그램 참여도 가능해 대학으로부터 많은 특전을 받고 있다”면서 “대학들이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 글 사진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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