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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출구전략 연기에 코스피 ‘순풍 vs 역풍’ 논란

    美 출구전략 연기에 코스피 ‘순풍 vs 역풍’ 논란

    미국의 양적완화(경기 회복을 위해 돈을 시중에 푸는 것) 축소 연기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란이 분분하다. 호재라는 전망이 대세인 가운데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져 악재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적완화 축소가 언제 시작될지를 둘러싼 논쟁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 이후 23일에야 열린 주식시장은 소폭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3포인트 오른 2009.41을 기록하며 2000선을 지켰다. 장중 한때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오름세로 마감됐다. 여기에 양적완화 유지에 따른 달러 약세까지 더해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3원 내린 1073.8원에 마감됐다. 8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승세를 이끌어 갈 외국인이 앞으로도 주식을 사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양적완화 정책 기조가 당분간 유지되면서 미국보다는 중국 경기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 이익과 외국인 수급은 유럽과 중국 경기 변화에 민감해 당분간 국내 증시 상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예상과 달리 FOMC가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을 결정하지 않아 외국인 투자가들의 국내 주식 매수를 자극해 코스피는 205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뒤로 미뤄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우려도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관련 불확실성은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부담이 높기 때문에 테이퍼링 개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4분기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유지 결정이 호재이긴 하지만 연준 결정의 부정적 요인인 미국 경기에 대한 확인 과정과 함께 이달 말 미국 예산안 협상 등 이슈가 맞물려 있어 코스피는 다음 달 초까지 1970~2050의 좁은 박스권 공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양적완화 축소 시작 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두 차례 남은 10월과 12월 FOMC 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내년 1월 언급도 나온다. 제임스 블러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앞으로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바꿀 수 있는 지표가 일부만 나와도 연준은 10월에 편안하게 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의회에서 정부 부채 한도 상향조정 협상이 성사되면 10월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선성인·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과의 의사소통을 강조하는 최근 연준의 정책 기조에 비춰볼 때 10월보다는 벤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12월에 첫 번째 자산 매입 규모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민주, 원내외 병행투쟁에 무게… ‘간헐적 정기국회’ 가능성

    민주, 원내외 병행투쟁에 무게… ‘간헐적 정기국회’ 가능성

    추석 연휴를 마치고도 여야 대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22일 ‘원내외 병행투쟁’ 쪽에 무게를 실음으로써 정기국회는 ‘간헐적’인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슈에 선택적으로 역량을 집중하면서, 주요 사안별로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126개 중점법안을, 민주당은 갑을관계 공정화를 비롯한 30개 입법과제를 선정해 놓은 상태다. 큰 틀에서는 여당의 ‘경제활성화’와 야당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격돌할 전망이다. 정기국회의 향배는 민주당의 당론이 결정되는 23일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외투쟁의 수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에서는 일단 국정감사의 문을 열어놓고 국정원 개혁,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 세법 개정안, 4대강 문제 등을 놓고 강력한 원내투쟁을 벌이면서 정기국회 막바지인 오는 12월쯤 예산 및 법안투쟁에 본격 나서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예산·법안과 국정원 문제 등을 연계하려는 기류도 읽힌다. 장외에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김 대표가 전국 17개 시·도를 순회하는 ‘이동식 천막투쟁’을 전개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은 정치투쟁을 그만 접고 국회로 돌아와 정책 경쟁에 전념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야가 대립각을 세울 주요 쟁점법안으로는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이 꼽힌다. 재계가 ‘기업 옥죄기’라며 반발한 상법 개정안의 ‘3% 룰(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이사회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지분 가운데 3%만 의결권을 인정)’은 여권이 완화 방침을 세워 민주당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서는 ‘신규순환출자 금지’ 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이은 후속타다. 신규투자 무력화 등을 이유로 재계가 반대하고 나선 반면 야권은 신규순환출자 금지 없이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막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통상임금 이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도 논란거리다. 국회에 상정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휴일근무를 연장근로 시간으로 인정토록 하고 있지만 노사 간 찬반이 팽팽하다. 지난 6월 임시국회 때 결론짓지 못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은행에만 적용 중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험·카드사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통과도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특정 대기업에 예외 규정을 두면 특혜 시비가 있고 순환출자 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세법개정안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지난달 마련한 수정안에 대해 민주당은 대기업·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하며 ▲대기업 법인세율 상향조정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구간을 1억 5000만원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법안과 관련해선 새누리당이 8·28 전·월세 대책의 후속법안 처리에 명운을 걸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신축운영, 취득세율 인하,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을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를 당론으로 반대하면서 ▲전·월세 상한제 ▲자동계약 갱신 청구권 보장 ▲임대주택 대폭 확대 등으로 맞서고 있다. 4대강 사업 국정조사 실시, 철도산업발전법안 등도 대립 사안이다. 무상보육 재원 확보를 위해 국고보조율을 상향 조정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과 연결된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놓고도 찬반 논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도 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2013 공직열전] 교육부 (상) 기획·교육정책 부문 실·국장급 간부들

    [2013 공직열전] 교육부 (상) 기획·교육정책 부문 실·국장급 간부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부는 옛 과학기술부와의 동거를 마쳤다. 이명박 정부 때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가 쪼개졌다. 교과부는 참여정부 시절 부총리급 부처 두 곳이 결합한 부처이지만, 교육과 과학의 화학적 융합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현 정부 들어 ‘장관급 소부’로 재탄생한 뒤 관료 출신 서남수 장관이 이끄는 교육부는 부쩍 현장과의 소통에 힘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실무를 담당하는 교육부 국실장 자리에서도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관료가 많다. 교육부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기획조정실과 감사관, 초·중·고교 정책을 담당하는 교육정책실을 먼저 소개한다. 성삼제 기획조정실장은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 학교 현장 부서부터 예산 관련 부서까지 두루 경험한 ‘정책통’이다. 2001년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대책반 실무반장을 지내며 고대사에 흥미를 느껴 2005년 ‘고조선 사라진 역사’란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스스로 업무를 파고드는 스타일이지만, 후배 직원들에게는 합리적인 일처리를 강조한다. 새 정부 출범 뒤 6개월 동안 거의 매주 주말마다 출근하면서도, 후배 직원들이 따라 나올까봐 일요일 오후 5시쯤 나와 야근을 하고 퇴근한 일화가 유명하다. 기획조정실 산하 정종철 정책기획관도 초·중등 교육부터 대입 관련 부서까지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특히 국회, 시·도교육감, 학부모 단체 등 부처 관련 이해당사자와의 사이에서 조율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책 입안과정에서 교사, 학부모 등 정책 당사자들을 한데 모아 격의 없이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며 토론하는 ‘브라운백 미팅’을 교육부에 처음 도입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충남 태안에서 일어난 해병대캠프 참가 고교생 사망사건에서도 사고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강영순 국제협력관은 대학지원과장, 과학기술인재관 등을 지낸 대학 행정통이다. 국립대 법인화 정책의 기초 작업을 담당했고, 서남표 KAIST 총장 불신임 논란 당시 교육부 몫의 이사로 참여해 현 강성모 총장 체제로 사태가 안정될 수 있도록 조정 역할을 했다. 강 협력관이 맡았던 정책 중 최근의 ‘뜨거운 감자’는 지난해 초 추진한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이다.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수학과 실생활의 접점을 찾아내도록 수학 교육 체계 자체를 바꾸는 정책을 통해 강 협력관은 특유의 뚝심을 보여줬다. 초·중·고교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심은석 교육정책실장은 교사 가운데 선발하는 교육전문직 출신이다. 서울중곡초를 비롯한 일선 학교와 서울강서교육장, 교육부 정책 부처 등을 넘나들며 현장과 정책의 접점을 찾아왔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을 지내며 ‘마당발 인맥’을 과시했다. 역사교과서 좌우 편향 논쟁, 영어 사교육 폐해 대책, 교육과정 개편 등 교육부의 장기 과제를 원칙적으로 처리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김영윤 학교정책관은 교육부에서 보기 드문 호남 출신으로 교육부 안팎의 신망을 고루 받고 있다. 학교 정책관은 ‘전문직의 꽃’으로 불리는 자리다. 심 실장처럼 김 정책관도 학교 현장과 정책 부처를 아우른다. 중·고교 교직 출신인 그는 2009~2011년 서울 노원구 수락고 교장을 지내며 학업에 뜻이 없는 학생들을 모아 학교 외부 진로교육 기회를 주선해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당시 경험은 그가 교육부로 돌아온 뒤 일반고 학생의 진로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정책’으로 진화해 지난달 발표됐다. 김성기 창의인재정책관도 교육 전문직 출신이다.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담당 과장과 장학관, 강남교육장을 지냈고 서울의 금천고와 성덕여고 교장으로 재임했다. 강남교육장 직후 명문고인 서울고나 경기고에 가는 관행에서 벗어나 금천고 교장을 지낼 때 “금천구청과 함께 금천구를 교육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장담할 정도로 추진력과 열정이 강하다는 평을 들었다. 김 정책관이 교육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금천구는 ‘교육특구’가 되기 위해 교육 시설 건립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황홍규 학생복지안전관은 광주시 교육위원회, 서울시교육청, 총무과장, 홍익대 교수, 한양대 교수, 대통령 비서실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 당시인 2008년 교육부 기획홍보관리관을 맡아 대언론 경험을 쌓았다. 폭넓은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학교폭력과 무상급식 등 이해 당사자가 많은 복잡한 사안을 조율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검사 출신 박준모 감사관은 2010년 중앙부처의 첫 검찰 출신 외부공모 계약직으로 부임했다. 공정감사가 이뤄졌다는 호평을 받으며 지금까지 연임하고 있다. 박 감사관 등장 이후 국토부, 국세청 등에서 검사 출신 감사관을 영입했다. 내부감사뿐 아니라 청렴서약 등 불법행위 방지 정책을 진일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무상보육 정쟁 접고 지속가능 대안 찾을 때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과 관련한 논쟁이 정치권으로 비화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상보육 예산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다. 재원조달 방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더 이상 대리전을 벌이지 말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무상보육 예산 조달책을 강구해야 한다. 박 시장은 지방채 발행 방침을 밝히며 “정부가 무상보육 약속을 깼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태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국회 브리핑에서 “무상보육 부족 예산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서울시가 마치 ‘고뇌에 찬 결단’을 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마디로 정치 시장의 ‘무상보육 쇼’”라고 했다. 그는 또 “참 나쁜 시장”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낀다”라고까지 했다. 그러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지를 더 이상 시혜가 아닌 국민의 권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고육지책까지 꺼내든 서울시의 노력에 이제는 정부 여당이 응답할 차례”라고 박 시장을 두둔했다. 무상보육 예산과 관련한 충돌은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 감정싸움 또는 자존심 대결 양상이 짙은 것으로 판단된다. 박 시장은 어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0~5세 무상보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면서 “무상보육 사업은 중앙정부가 사실 일방적으로 시작한, 중앙정부가 다 부담해야 하는 사업인데 (지자체에) 전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 등 자치단체의 주요 세입원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데다 무상보육에 따른 세출 재원의 증액 편성(추가경정예산)까지 요구한 것을 중앙행정의 전횡으로 여기는 듯하다. 정부는 그동안 서울시가 무상보육 부족분을 추경으로 편성하면 중앙정부 예비비 및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 계획으로 무상보육이 중단되는 사태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방안에 불과하다. 지방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로 현 세대는 혜택을 보지만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서울시의 합리적인 세출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전면 무상보육 같은 보편적 복지 정책은 근본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없으면 이어가기 힘들다. 중앙정부와 여당, 그리고 서울시가 보다 진솔한 자세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복지공약 부담·후퇴 논란 가열… 공교육 살리기 ‘호응’

    반전이었다. ‘대통령 박근혜’는 대선 후보 때보다 교육 정책 관련 발언을 늘렸고 복지 정책 관련 발언을 줄였다. 선거 캠페인 당시 복지 관련 이슈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은 ‘후보 박근혜’였지만 당선 이후 주요 공약인 기초노령연금에 관한 논의를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 일임하는 등 한 발짝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반면 교육 현안과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구체적인 내용의 발언을 쏟아냈다. 역사교육 강화, ‘친절한 교과서’ 개발, 어린이집 정보 공개 등의 사안은 주요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회의 석상 발언에 따라 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복지 정책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리 두기는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만큼 복지 관련 공약이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적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박 대통령이 제시했던 복지 관련 공약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쟁을 논외로 한다면 적잖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6개월에 이른 지금 복지 공약은 정부를 짓누르는 부담이 돼 가고 있다. 한편에선 공약 후퇴 혹은 공약 폐기 논란이 격해지고, 다른 한편에선 복지재원 문제를 둘러싼 비판이 부담스럽다. 정부 추산만 놓고 봐도 52개 주요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해 2017년까지 필요한 재정 규모는 약 79조원이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이라는 기초연금 공약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지만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을 따르더라도 2017년까지 34조~49조원이 필요하다. 복지 분야에 비해 교육 분야 정책의 경우 당장 소요예산 부담은 크지 않다. 진로·직업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교육 살리기 방안 역시 호응을 얻는 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현안 발언이 잦아지면서 학교 현장의 부담이 커진다는 평가는 부담스럽다. 당장 지난 4월 “참고서가 없어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친절한 교과서를 만들라”는 지시에 최근 3년 동안 개정 작업을 거친 교과서가 또 재개정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25일 “역대 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은 대통령은 없었지만 박 대통령의 교육 관련 발언은 다소 즉흥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진로·직업 교육을 강화하고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하겠다는 교육정책 방향은 잘 설정돼 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극과 극](7)‘게이 폭탄’부터 ‘F-22’까지…첨단 무기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

    [극과 극](7)‘게이 폭탄’부터 ‘F-22’까지…첨단 무기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

    8조 3000억원을 투입해 2050년까지 우리 영공을 책임질 차세대 전투기 선정과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최종 기종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향후 우리 방위력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역사는 신무기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한다. 태초 이후 인간은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만큼 타인을 살상하는 무기를 개발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토 분쟁은 흔히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졌고, 전쟁의 양상을 유리하게 돌려놓으려면 군(軍)에 꼭 신무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첨단’을 추구한다고 해서 모든 무기가 군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비용 대비 효과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제대로 쓰이지도 못하고 사장되기 마련이다. 개발을 추진하다 시제품 조차 양산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무기가 태반이다. 그렇다면 비밀리에 추진했다가 사라진 ‘황당 무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게이 폭탄’부터 ‘개 폭탄’까지…‘황당 신무기’ 정체는 우선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게이 폭탄’(gay bomb)이라는 무기가 눈길을 끈다. 1994년 미 공군 소속인 오하이오주 라이트 연구소는 적진에 ‘아프로디시악’이라는 물질이 가득한 폭탄을 투하해 적군들이 서로 참을 수 없는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이 폭탄을 구상했다. 아프로디시악은 일종의 최음제로, 적진에 투하해 남성 위주로 구성된 적군을 동성애에 빠지게 하고 최종적으로 전의를 상실시킬 의도로 개발됐다. 연구소는 이 ‘안전한 비살상 무기’를 사용할 경우 사랑에 굶주린 군인들이 총을 놓고 동성 연인에게 푹 빠질 것으로 확신했다. 연구소는 실제로 이 폭탄을 개발할 의도로 상부에 7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령 효과가 있다고 해도 일반인에게 사용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돼 연구는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단됐다. 이 무기 발명 계획은 황당한 발명자에게 상을 주는 ‘이그노벨상’ 2007년 평화상에 선정돼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전쟁을 막아 전 세계에 평화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라이트연구소 일부 연구진은 적군에게 땀·방귀·입냄새를 유발해 냄새로 숨어있는 병사를 찾아내고 적진의 사기까지 떨어뜨리는 특수 폭탄도 개발했지만 마찬가지로 상부로부터 외면당했다. 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규모 국가간 전쟁이었던 만큼 전시에 셀 수 없이 많은 신무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 시기에는 아군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동물’을 활용한 황당 무기가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소련군은 파상적인 독일군의 공세를 막기 위해 개 4만마리를 훈련시켜 자살 폭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독일군은 주로 ‘전차’와 ‘장갑차’로 적진을 빠르게 돌파한 뒤 보병을 전개하는 ‘전격전’을 활용했는데, 전차는 물론 대전차 무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전 초기 소련은 이를 막기가 버거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소련군은 개의 몸에 시한 폭탄을 두르고 전차로 돌진하도록 교육시켰다. 하지만 훈련에서 엄청난 포사격음을 들은 다수의 개들이 혼란에 빠졌고, 일부는 오히려 소련군 진영으로 되돌아오는 바람에 결과는 대실패였다. 디젤(중유)을 사용하는 소련 전차를 이용해 훈련한 개들이 가솔린(휘발유)을 사용하는 독일 전차 대신 익숙한 냄새를 풍기는 소련 전차로 달려와 폭사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생기면서 계획은 모조리 폐기됐다. 영국군은 죽은 쥐의 몸에 플라스틱 폭탄을 넣어 독일에 공급하는 석탄과 함께 섞는 작전을 마련했다. 석탄이 보일러 속에 들어가면 폭발해 인명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독일군이 쥐 폭탄을 너무 쉽게 발견하는 바람에 개발 계획은 무산됐다. 1942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살던 한 치과 의사는 백악관에 ‘박쥐 폭탄’을 제안했다. 일본의 자살 특공대인 ‘가미카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를 비밀리에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박쥐는 건물 처마 밑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어 목조로 지어진 일본 가옥에 침투시켜 화염을 일으키는 소이탄을 폭발시키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개발 속도는 너무 느렸고 원자폭탄 개발계획이 등장하자 프로젝트는 폐기됐다. ●인공위성으로 도시 초토화…영화 소재 아닌 실제 프로젝트? 최근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지아이조2에 등장한 ‘신의 지팡이’(The Rod from God)라는 위성 공격 시스템에도 눈길이 간다. 1980년대 실제로 미국에서 개발된 이 시스템은 길이 6m의 금속인 텅스텐(중석)탄 10여발을 탑재한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린 뒤 탄을 지상으로 자유낙하시켜 공격하는 방식이다. 텅스텐탄은 무게가 100kg에 달해 가속이 붙으면 최대 시속 1만 1000km로 지상으로 돌진하게 되고 이를 통해 목표 지역을 초토화시킨다는 것이 최초의 시나리오였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탄심이 영국 런던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공격 위성을 쏘아올리는데 필요한 막대한 예산에 비해 효과는 핵미사일보다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결국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우리 군도 자력으로 개발한 명품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모든 국산 무기가 처음부터 박수를 받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잠수함을 상대하는 대잠 유도미사일 ‘홍상어’는 잦은 시험발사 실패로 개발 위기에 처했지만 지난 14일 동해상에서 진행한 실탄 발사 시험이 성공함에 따라 기사회생했다. 해군 구축함 수직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홍상어는 10여km를 날아가 낙하산을 펼쳐 수면으로 낙하한 뒤 수중표적을 쫓아가 ‘비행하는 어뢰’로 불린다.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지난 9년간 1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지난해 7월 첫 시험발사에서 목표물을 맞추지 못하고 유실된데 이어 올 2월까지 진행된 8발의 추가 시험 발사에서도 5발만 명중해 성공 기준인 75% 명중률을 얻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1999년부터 개발비 910억원을 투입해 국산 명품무기로 꼽혔던 K-21 보병전투장갑차는 2010년 7월 수상 조종 훈련 중 어이없는 침수 사고로 부사관 1명이 사망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이후 개발사에서 배수펌프 등의 결함을 보완해 우여곡절 끝에 2011년 군에 투입됐다. ●전문가가 꼽은 최강의 첨단무기 ‘F-22’…가공할 능력은 그렇다면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능이 뛰어난 ‘명품 무기’는 어떤 것일까. 군사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무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무기로 ‘전투기’를 꼽았고, 그 가운데서도 두말없이 ‘하늘의 지배자’로 불리는 미국의 ‘F-22 랩터’를 거론했다. F-22는 최강의 전투기였던 F-15와 2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117A을 대체할 ‘5세대 전투기’로 개발돼 2006년 미 공군에 배치됐다. 사나운 육식성 새를 뜻하는 ‘랩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능과 정밀 유도폭격 시스템, 강력한 상황인식능력(SA), 최대 마하 2.5(마하 1은 시속 1200km)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속력과 공중 제어능력을 갖췄다. 작전 반경은 2000km가 넘고 반경 250km 내의 8개 표적을 동시 조준하는 기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당 생산 가격이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670억원)로 현재 한국군 주력기인 KF-15 구입가의 4배에 달하지만 첨단 기능 유출을 우려한 미국의 수출 금지 정책으로 우방국조차 구매가 불가능하다. 한미 연합훈련에 F-22가 등장하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현존하는 무기 체계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은 역시 F-22”라면서 “정찰과 지휘, 정밀 폭격, 공중전,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 전자전 등 모든 분야에서 만능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F-35가 2000파운드의 대형 폭탄을 장착해 폭격 위주의 임무를 진행한다면 F-22는 고출력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와 전자전 무기로 전투는 물론 적의 레이더를 무력화시킬 수 있고 정밀 탐색도 가능한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일반인들은 F-22에 대해 스텔스 기능만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주변 구석구석을 탐지해내는 강력한 상황인식능력이 훨씬 큰 장점”이라면서 “이전 전투기의 레이더는 앞쪽만 보지만 F-22는 기체 전체에 광학 센서를 달아서 360도를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반 전투기는 여러 대가 모여 편대비행을 한다면 F-22는 1대가 반경 약 1마일 범위를 담당하고, 수집한 정보를 공중에 있는 모든 기체가 공유할 수 있어 몇대만 가지고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범위를 감당할 수 있다”면서 “공중의 전투기는 물론 지상군과 심지어 탄도미사일까지 감지해내는 능력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일반적인 전투기는 무장을 모두 소모하고 나면 기지로 돌아가야 하지만 F-22는 현장에 남아 강력한 탐색 능력으로 조기경보기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일반 전투기는 적에게 표적으로 포착되면 공격 위험 경고음이 울리게 돼있는데 F-22는 이 경고음을 울리지 않는 상태에서 적기를 포착해 격추할 수 있다. 양 연구위원은 심지어 “과거 미국의 스텔스기가 북한 상공에 몰래 진입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있는데 F-22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북한의 대공 방어력을 감안할 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첨단 무기 해외에만 있나…우리 군의 자랑 ‘세종대왕함’ ‘K-9’ 양 연구위원은 F-22 외에도 ‘MQ1 프레데터’, ‘MQ9 리퍼’ 등 미국의 첨단 무인공격기와 개인 ‘단말기’만 있으면 전세계 어디에 있는 미군의 전투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글로벌인포메이션그리드(GIG) 프로젝트’를 첨단 무기로 꼽았다. 특히 GIG에 대해서는 “전세계 어떤 지역도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고 전투 상황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전의 총아”라고 평가했다. 우리 군의 자랑거리도 많다. 특히 우리 해군은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세종대왕함’ 등 3척의 최신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개발한 이들 이지스함은 일본이나 미국의 이지스함과 비교해도 전혀 성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반경 1000km 내의 1000여개 표적을 추적할 수 있고, 적 항공기나 전함의 접근을 원천 봉쇄해 ‘신의 방패’라는 뜻의 이지스로 불린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표적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해 막강한 레이더망 기능을 입증했다. 양 연구위원은 “국산 자주포 ‘K-9’도 미국의 ‘M109A6 팔라딘’이나 영국의 ‘AS90’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으며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독일의 ‘PzH2000’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품무기”라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금융 감독과 소비자 보호/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금융 감독과 소비자 보호/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게 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독립하는 형태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가닥이 잡힌 것 같다.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안은 현재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 안에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론이었다. 이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최종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금융위원회 안에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과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금소원이 병렬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쌍봉형 모형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둘러싼 행정체계는 변화를 겪으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지만 아직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 국내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찬반이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국제금융정책과 국내금융정책이 분리될 수 있는가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정책기능과 금감원을 통한 감독기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정부행정조직인 반면에 금감원은 민간조직이면서 정부조직의 기능을 하는 복잡한 조직이다. 이렇게 다소 기형적인 체제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접근 대신에 금감원에서 소비자담당 기구를 독립시키느냐 마느냐의 논쟁으로 결론이 나게 된 것이다. 어떤 행정조직도 완벽할 수 없어서 기존의 조직을 없애거나 새 조직을 신설한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고와 관행이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은 같은 상황에 봉착하게 될 뿐이다. 금소원을 신설하는 것이 개악이 되지 않기 위해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금소원이 독립해야 한다는 논리의 근저에는 기존의 금감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금감원은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사회적 큰 파문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금소원이 생기면 이러한 사태가 자동으로 근절될 것인가. 감독기구라는 막강한 갑이 하나 더 생기면 사회구조가 약자 편으로 움직일 것인가. 이것은 정치가 개입하지 않고, 관치가 결탁하지 않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원리를 이해하는 금융소비자가 전제되지 않고는 어렵다. 둘째, 금소원은 마치 소비자를 대변하고 금감원은 업계를 대변하는 것처럼 몰고 가는 이분법의 논리는 옳지 않다. 금감원이 금융업계를 위해서 일한다고 느끼는지 금융기관에 물어볼 일이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감독하는 이유는 크게 보면 금융소비자 보호도 포함된다. 금융기관이 건실하게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금융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셋째, 금소원은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 아마도 출발은 금감원의 금융소비보호처가 그대로 분리 확장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기구란 팽창 지향적 속성이 매우 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독기구가 갖는 막강한 권력을 앞세우고 업계를 볼모로 기구를 확장하려 할 것이다. 처음부터 예산의 재원부터 소속 직원들의 신분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서 시작해야 한다. 넷째, 금소원의 신설이 성공적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묘이다. 자산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과 시장행위를 감독하는 금소원은 같은 사안으로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 조정과 협력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밀리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처 간 조정이 안 되는 것으로 유명한 우리의 현실에서 과연 발전적 조정이 가능할 것인가. 업계는 공동검사라는 허울 좋은 이중검사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없다면 또 다른 관치가 추가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서비스의 공급자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진화해 가는 복잡한 금융상품들에 대해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리스크는 생각지 않고 무모하게 고수익에 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을 국가가 해결해 주는 것이 소비자 보호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정부기구가 신설된다 해도 공급자와 소비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오늘의 눈] 총리의 발언/안석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총리의 발언/안석 정책뉴스부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2009년 대전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후 나오는 길에 ‘계란 세례’를 받았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던진 계란이었다. “제 고향인 충청도를 배반하는 것이 아니다. 진심을 믿어 달라”며 세종시 수정안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막지 못했다. 애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 전 총리에게 세종시 수정안을 전적으로 맡겼다. 정 전 총리도 줄곧 “내가 책임지겠다”며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갈 비판을 막았다. 결국 세종시 수정안은 이듬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고 한 달 뒤 정 전 총리는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의 말대로 정 전 총리는 세종시라는 십자가를 진 셈이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논쟁이 한창 뜨거울 당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다. 세종시 논란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였을까. 지난달 23일 오찬을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세종청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정 총리의 발언은 예상보다 직설적이었고, 수위도 높았다. “멋만 실컷 부렸다” “실용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세종청사의 비효율성을 강한 톤으로 지적했다. “청사가 하늘에서 봐야 용이지 땅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2007년 7월 말 세종신도시 부지조성 공사의 첫 삽을 뜬 지 정확히 6년 뒤에 나온 평가다. 심지어 신문 제목으로 세종청사가 ‘용’이 아닌 ‘뱀’이 됐다고 나올 만큼 절묘한 비유였고, 기자들 앞에서 세종청사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지적한 것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평가도 나올 수는 있다. 최고위 공직자로서 세종청사를 비롯한 세종시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지는 총리의 발언으로 표현 수위나 내용 등이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것 같다. 우선 국무조정실 세종시 지원단과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등 세종시가 불모지였을 때부터 먼저 와서 건물을 지었던 직원들이 정 총리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부터가 궁금하다. 어느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는 청사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홍보활동도 행정부 2인자의 발언으로 결과적으로는 ‘빈말’이 됐다. 인간 중심, 자연친화적이라고 자랑하던 청사가 직사각형의 서울청사만도 못한 평을 들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투입된 수천억원의 예산도 결국 ‘멋만 실컷’ 부리려고 쓴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미 개청 1년을 넘어서면서 청사 건물뿐 아니라 주차난, 주택 문제 등 세종시의 비효율성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가 방관자처럼 ‘오불관언’의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업무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고 있다는 비난도 나왔지만 정 총리는 지난 3월 5일 세종시 전입을 마치고 명실상부한 ‘세종시민’이 됐다. 세종청사의 첫 총리인 정 총리가 훗날 역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세종시의 비효율을 실제로 어떻게 고쳤는지, 미래 패러다임에 대비해 국정과 행정 형태를 어떻게 바꿨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ccto@seoul.co.kr
  • [사설] 여야 ‘史草 게이트’ 검찰에 맡기고 민생 챙겨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여야는 진실규명을 한목소리로 요구하면서도 정파적 이해에 따른 엇갈린 해법을 내놓고 있다. 그런 와중에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그제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한 상황은 국민들께 민망한 일”이라며 “이제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끝내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원본 공개를 요구하며 회의록 정국을 주도하다시피 한 당사자로서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이나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이 다짜고짜 논쟁을 종식시키자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보다 진정성 있는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회의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나. 우리는 이미 회의록 실종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NLL논란을 끝낼 유일한 ‘원본자료’라고 주장하는 음원파일 공개의 부적절함도 지적했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사초 게이트는 검찰에 맡기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규명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 요컨대 정치권은 민생 챙기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정쟁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국민의 살림살이는 너무 팍팍하다. 경제상황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4·1 부동산대책, 금리 인하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까닭이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부재로 국민 불안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취득세를 내릴 방침이지만 광역 자치단체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NLL 나아가 사초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고 수사권도 없는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아무리 논쟁을 벌인들 메아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특히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민생 챙기기에 더욱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NLL에 이어 사초 게이트까지 국민의 정치적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 [이슈 & 논쟁] 軍 가산점제 재추진

    [이슈 & 논쟁] 軍 가산점제 재추진

    헌법재판소는 7~9급 공무원 채용 때 제대 군인에게 과목별 만점의 3~5%를 얹어주는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 1999년 위헌 결정을 내렸다. 평등권·공무담임권·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7~18대 국회에서 4차례나 개정안이 발의되고 폐기되기를 반복했던 군 가산점제 논쟁이 최근 재점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정원 외 합격 방식’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방부도 지원에 나섰다. 제대 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신 정원 외로 뽑아 여성 및 군 미필자 등에 대한 차별 소지를 없애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성가족위 등 여성계는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린다. ‘핫이슈’로 떠오른 군 가산점제 재도입 논란,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새누리당 의원 “군인들에 일방적 희생 강요 안돼…가산점 비율 낮춰 위헌소지 없애” 군 가산점 제도가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이후 14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군 가산점 폐지 이후의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국방 의무를 이행한 군인들에 대해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국가를 위한 병역의무 이행으로 학업중단, 사회진출 지연, 경제활동 중지, 육체적·정신적 고통 등 사실상의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이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해주는 것이 국가의 기본 도리이다. 헌법 제39조 2항에는 분명하게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군 복무로 인해 채용 시험에서 불이익이 발생하는 부분을 보전해 주지 않는다면, 이 점이 오히려 위헌이라고 할 수 있다. 헌재의 군 가산점제 위헌 결정은 가산점을 기간 제한 없이 과다하게 부여하는 것에 대해 판단했을 뿐이다. 헌재는 제도의 입법 취지 자체는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이에 새로 도입되는 군 가산점제는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군 복무로 인한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가산점 비율을 2%로 낮추고, 가산점을 적용하는 채용 시험의 응시 횟수 및 기간을 제한하며, 가산점 적용으로 합격되는 인원 비율을 선발 예정 인원의 20%로 제한했다. 또 응시자가 가산점과 경력인정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함으로써 군복무로 인한 이중수혜를 방지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도 지난 4월 인사청문회에서 “위헌 요소만 일부 제거된다면 제대군인의 공직 취업 시 가산점 부여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 희생을 바탕으로 약 2년에서 많게는 3년을 보낸 사람과 온전히 취업 준비에 전력한 사람을 점수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본다. 물론 군 가산점 제도 논란은 남녀 간,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편가르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문제다. 일부 여성·장애인들의 반대도 있지만 군 가산점제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제도다. 2011년 국방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4%가 군 가산점제 재도입을 찬성했다. 국가보훈처가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성인의 83.5%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민 10명 중 8명은 군 복무자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시간과 기회의 손실을 보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아직도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가 피해를 본다는, 예전과 같은 논리를 펼치며 군 가산점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소수의 인원만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병역법 개정안은 군 가산점제 적용 기관을 ‘취업지원 실시기관’, 즉 국가·공공기관, 지자체, 국·공립학교, 200명 이상 고용기업체 등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군필자들은 대부분 혜택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군 전역자 보상 대책과 관련, 일부만 혜택을 보는 제한적 보상이 아닌 군 전역자 모두가 수혜를 받는 보편적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취업은 군 전역자들에게 매우 절실한 사항이며 채용시험 자체에 대한 불이익은 직접 보상해주는 것이 타당하다. 국방의 의무는 남녀가 다르지 않고, 최근에는 여성의 군 입대자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제대 여성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가에서 살고 있다. 내 아들·딸·친구·동생들의 희생으로 단잠을 잘 수 있는 우리들이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가를 부여하는 일을 정말로 못마땅하게 봐야 하는지 묻고 싶다. 군 가산점제를 놓고 찬성하는 쪽은 ‘착한 가산점’, 반대하는 쪽은 ‘나쁜 가산점’이라며 논란이 분분하지만 정당한 국가 의무를 수행한 이들의 피해를 방치하는 것은 성숙한 국민의 자세라고 볼 수 없다. ■反 - 김상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민주당 의원 “명백한 위헌…대안으로 부적합, 제대군인 지원금 등 실질 보상을” 1999년 군 가산점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에도 10여년 넘게 내용과 이름만 조금씩 바뀔 뿐 본질은 그대로인 군 가산점제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부에서 “장병들의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인한 기회의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군 가산점제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군 가산점제는 병역 의무를 수행한 사람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고, 특히 일부 공무원 시험에서 극소수만 혜택을 받기 때문에 여성이나 장애인, 기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역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지나친 차별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책 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위헌적 제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군 가산점제 논란이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병역 의무를 성실하게 마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그에 상응하는 지원과 배려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막대한 재원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재원 마련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예산 비용이 들지 않는 군 가산점 제도만이 마치 유일하고 최선의 지원책인 양 ‘군 가산점 카드’만 반복해서 내밀고 있다.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국방부가 제대 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면 위헌 결정이후 14년 넘게 보편적 보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밝혀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고려하는 지원책 등은 무엇인지 제시하면서 논란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방기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논란이 거듭될수록 대다수 국민들은 군 복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고, 군 복무를 기피하려는 태도를 강화시킬 것이다. 제대 군인들은 병역 의무 이행에 따른 기회의 손실 등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이 증폭되고 있으며, 군 가산점 제도를 반대하는 사회 구성원에 대해 감정적 비난과 공격의 수위를 높이는 등 사회적 갈등과 분열만 초래하고 있다. 병역 의무는 일정기간 국가에 대한 공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역 의무를 수행한 자에게는 국민 간의 사적 이해가 충돌되지 않도록 하면서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회적 지원을 제공해야 하며,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 복무 기간 내에 병영 생활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점진적으로 군 복무 기간의 단축과 사병 급여의 인상 등의 직접적인 지원책과 다른 한편으로는 복무 기간에 대해 대학 학자금 융자 이자를 면제하고, 국민건강보험 가입 및 보험료 대납 등의 미비한 지원책이 보완돼야 한다. 또 병영 생활 중에서도 여가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이나 사회 적응을 위한 학습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 이후 일정기간 동안 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제대 군인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지원책으로 확대돼야 한다. 앞으로 국회에서는 국민연금 혜택기간 확대, 제대군인 지원금, 군 복무 기간 경력 인정, 정년 연장 등 의무 복무자가 수개월 동안 군 복무로 인해 잃은 기회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참여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더 이상 군 가산점제가 마치 병역 의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보상인 것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 군 가산점은 명백히 위헌으로 판명된 제도이기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논란은 속히 중단돼야 한다. 분단된 국가에서 병역 의무는 헌법에 규정돼 있다. 제대 군인에 대해 국가는 무한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 책임은 군 가산점제의 재도입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병제로의 전환을 포함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 기초연금, 상위 20~30%는 안줄 듯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에서 비롯된 기초연금 논의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18일 4차회의를 앞둔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사회적 논란과 공약후퇴 논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노인층 빈곤율이 45.1%나 되는 심각한 노후빈곤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4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기로 공약을 축소했다. 그나마 소득과 상관없이 지급하겠다는 보편주의 원칙도 정부 출범 이후 백지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민행복연금위는 지급대상과 금액을 줄이고 국민연금 가입기간과도 연계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이 아니라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거기다 소득하위 40%까지는 20만원을 지급하되, 소득 하위 41%부터 70~80%까지는 소득인정액 기준(부동산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소득을 합한 총액)으로 등급을 나눠 월 10만~18만원씩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약 후퇴 논란 뒤에는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을 감안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애초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걸 모르고 공약을 내놨느냐”는 지적부터 “노인빈곤율 완화를 통해 발생하는 기초생활보장 등 예산 절감 효과와 노인 소비활성화를 통한 경기활성화 효과는 왜 감안하지 않느냐”는 등 다양한 반론이 터져나온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소득 하위 70%까지는 월 20만원을 지급하고,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차등해서 감액 지급하는 별도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노총과 대한은퇴자협회 등은 기초연금을 약속대로 2014년까지 10%(20만원)로 인상하고 2028년 40%까지 매년 자동 삭감되는 국민연금 급여를 최소한 45%로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국민연금 1045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이슈&논쟁] 시간제 일자리

    [이슈&논쟁] 시간제 일자리

    정부가 4일 발표한 ‘일자리 로드맵’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로 현재 64% 수준인 고용률을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위해 내세운 핵심 방안이 ‘시간제 일자리’ 확대다. 지금까지 노동 현안의 쟁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됐으나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면서 이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북유럽형 선진 모델로 고용 안정과 평균 노동시간 감소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핫 이슈’로 떠오른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贊] 배규식 한국노동연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 “정규직 전일제와 동등한 지위 부여, 양질의 시간제 고용모델 개발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제 일자리 활용’ 발언 이후 시간제 일자리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단순히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명확하게 내놓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시작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 혹은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로 잘 만들어 활용하면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도 일·생활 균형, 결혼한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지속가능한 정년연장, 노동시간의 유연한 활용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혹은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고, 기존의 남성 외벌이 모델에서 벗어나 맞벌이 모델로의 전환을 도우며,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핵심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업무수요가 하루 중 시간대별로 변화하거나, 요일별로 변화하는 데 맞춰서 노동공급량, 즉 업무를 담당할 근로자수를 변화시켜서 업무수요와 노동공급을 시간대, 요일별로 일치시키는 수단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정규직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제 일자리가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근로자들의 필요에 부응하며, 사용자들의 업무상 수요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사회에 널리 존재하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바탕으로 양질의 시간제 고용모델을 새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질 나쁜 시간제 일자리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기존 정규직 전일제와 거의 같은 지위와 역할을 담은 내용으로 개발해야 한다. 둘째,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일제를 정규직 시간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통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모델을 만들고 정착시키는 과정을 선행하여 널리 존재하는 잠재적 수요를 일깨우고 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렇게 정규직 전일제에서 정규직 시간제로 전환한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역으로 다시 정규직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공공부문에서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정규직 전일제에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을 선택할 수 있고 잠재적 수요를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근로자들에게 여러 가지 필요에 따라 정규직 전일제에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시간제 일자리 적합직종에서만 정규직 전일제를 정규직 시간제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필요한 양만큼 많이 만들 수 없다. 셋째, 시간제 정규직 채용을 통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노력은 신중해야 한다. 시간제 정규직으로 채용된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전일제 정규직으로 전환될 개연성이 있다. 일단 시간제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거의 대부분의 젊은 근로자들은 전일제 정규직 자리가 없어 시간제 정규직을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어서 전일제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는 근로자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어야 지속가능하기 때문에 정규직 전일제의 정규직 시간제 전환 정책이 우선적으로 추구될 필요가 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무엇인지 이런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정부의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정부 정책 가운데 수정이 필요한 부분도 개선될 수 있다. 또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노사 그리고 근로자들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 ■ [反] 이태의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본부장 “비정규직 차별 확산되고 고착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물거품”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나온 일자리 정책이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서 취업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 ‘올곧은 일자리’, ‘시간제 정규직’이라는 이름을 붙여 취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희망처럼 보이겠지만, 차별을 당하며 생활하는 비정규직인 우리에게는 차별을 확산하고 고착시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하여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약속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하반기에 1만명을 채용하고 전문영역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한다니 학교가 비정규직 고용정책의 실험장이 될 것이란 것을 경험으로 직감하게 된다. 학교에는 비정규직이 80여개 직종에 25만명 정도가 있다. 회계직으로 분류되는 인원만 15만명인데, 비정규직보호법이 발효되고 나서 지난 5년간 오히려 70% 이상이 늘어났다. 학습인턴교사 등 단기간 시범사업은 통계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학교 비정규직 대부분은 근무 일수와 시간을 따져 가며 근로계약을 맺는데 시간제 일자리는 상시업무 종사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급식실의 경우 150~200명당 1명을 기준으로 조리원을 배치하는데, 급식시간에 맞춰 조리하기에도 바빠서 2~4시간짜리 배식 전담 보조 인력을 채용한다. 노동 강도를 낮춰 건강하고 안정된 근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더 나쁜 일자리로 대체해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도 차등을 두어 개선할 여지마저 막고 있는 것이다. 돌봄 교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대통령이 약속해서 돌봄 교실 운영시간을 늘리고 돌봄 교사 1명이 4~8시간 하던 일을 2명이 맡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교육청은 근무시간을 줄여 1주당 15시간 이하로 계약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초단시간 근로 종사자에게는 퇴직금 등을 주지 않아도 되는 등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이 올해 초 경북 전역에서 교육청 지시로 실제로 벌어졌고, 부산에 있는 방과 후 전담 인원들은 형편없이 나빠진 근로조건을 거부해 해고를 당했다. 야간에 학교를 지키는 당직기사들은 근로시간 문제로 인권까지 침해받고 있다. 당직기사들은 매일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30분까지 16시간을 근무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매주 금요일에 출근해 월요일 아침에 퇴근하고, 명절 휴가기간에는 심지어 9일 동안 학교에서 지내기도 한다. 그런데도 월급은 100만원도 안 된다. 학교는 심야 근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부도 학교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무료 노동, 임금 착취를 묵인하고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제 근로는 학생 수업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에게는 더 가혹하게 적용된다. 예술 강사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지원을 받으며 10여년을 교육에 이바지해 왔다. 그러나 수업시수를 주당 15시간 이하로 규제하여 근로기본권을 침해하고 고용보장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근로시간을 인정하지 않고 수업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교육지원 비정규직은 연수나 자기개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이방인이고 유령이다. 시간당 단가를 조금 더 늘린다고 좋은 일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시간제로 운영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우선 해결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간제 정규직이라는 새로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될 뿐이다. ‘뜨거운 얼음’이 없듯이 시간제 정규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北 리스크’ 관리 美 지지 확보·中 공조 성과… 인사난맥 ‘오점’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北 리스크’ 관리 美 지지 확보·中 공조 성과… 인사난맥 ‘오점’

    박근혜 대통령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임기 5년 동안 국정의 틀을 짜는 중요한 시기에 안팎으로 어느 정권과 비교해도 시련과 도전이 거센 시기였다. 취임 초 고위공무원들의 잇단 낙마파문에 이어 ‘박근혜 인사 1호’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 및 경질은 박 대통령의 ‘나 홀로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 시스템 부재가 빚은 전형적인 ‘인사 실패’라는 평이다. 반면 북한 도발 및 개성공단 사태 등 ‘북한 리스크’ 관리는 확고한 한·미공조 속에서 일관되고 침착한 대응을 유지하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을 받고있다.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서 평가가 엇갈린다. 저성장 기조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악재 속에 힘들게 도출한 공약 가계부와 부동산 대책, 추경예산안과 주요 대선공약인 4대 사회악 근절 및 경제민주화 추진은 여전히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정치 靑 내부 경직된 문화 … 주요 정책 로드맵도 차질 지난 100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는 활동 공간이 적었다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했으나 평가는 엇갈렸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긍정적인 측면을 눈여겨봤다. 그는 “이전 정부와 다르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정권 초반에 조용하고 차분한 행보를 보인 게 이전 정권과 다른 점”이라고 평가했다. 윤 실장은 “아직 국민들이 대통령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국면이 되지는 않았다”면서 “대선 때 대통합을 강조했던 연장선상에서 청와대 대통합위원회 등의 역할을 강조하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의 경직된 문화와 당청 간 소통의 부재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부조직법 통과는 출범 이후 바로 시작돼야 하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치력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앞으로 청와대에서 이니셔티브를 갖고 주도적으로 이슈를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리더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청와대 문화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깨알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이는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청와대가 지나치게 대통령 중심으로 가다보면 모든 일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 정부 출범이 50여일이나 늦어지면서 이 시기에 긴요한 주요 정책 로드맵도 늦어진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라오스의 강제 북송 문제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보면 박 대통령이 정부 조직과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박 대통령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외교·통일·안보 北 ‘도발후 보상’ 불허… 원칙적 입장 견지 호평 새 정부의 틀이 채 갖춰지기도 전에 밀려온 ‘북한발(發) 악재’는 걸음마도 떼지 못한 박근혜 정부를 가시밭길로 몰고 갔다. 핵심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고, 북한과의 강(强) 대 강 대결로 대화는 단절됐으며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개성공단도 잠정 폐쇄됐다. 남북관계 회복의 불씨는 갈수록 수그러들고 있는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강변일변도 정책, 유연성이 부족한 접근 때문에 남북관계에 불안 요소가 커졌다”며 “신뢰가 특히 중요한데, 말싸움과 기싸움이 이어져 남북 간 신뢰는 더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보다 유연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대북 문제에 있어 ‘도발 후 보상’이라는 과거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 것은 바람직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북한에 당근만 주고 결과물은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변하라며 공을 넘겼다”며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단호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 낸 것도 성과로 꼽힌다. 또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향후 60년 미래에 대한 양국관계의 발전방향을 정립함으로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와 달리 중국과의 공조도 잘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과 외교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 라오스 탈북청소년 9명의 북송 사건 등은 오점으로 남았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외교안보 부처 간 조정체계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구난방식의 정책조정 과정을 정비해 예측가능성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복지·노동 기초연금·무상보육 등 공약 이행 재원대책 부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 등 복지·노동 공약은 유권자들은 물론 전문가들에게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맞은 현재 공약이행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애초 복지·노동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대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책후퇴 조짐이 나타나면서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보건복지 분야 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재정추계에 대한 고민 없이 내놓은 공약이 초래한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노인층 지지를 얻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은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월 4만~20만원씩 차등지급’하기로 하면서 약속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이마저도 소득에 관계없는 보편 지급 조항까지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정부안에서도 적지 않다. 무상보육을 둘러싼 중앙·지방 논쟁은 복지재정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복지전달체계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다양한 고민을 정부에 던져주고 있다. 당장 서울시에서는 이번 달부터 양육수당 부족 사태가 현실화한다. 진주의료원 폐업도 정부·여당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공공의료 확충 공약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당시부터 경제민주화 쟁점을 선점하며 강력한 정책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는 대기업 규제완화와 투자 장려도 강조하고 있어 노동계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의지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경제 고용창출 제자리걸음… 능동적 경제성장 대안 절실 “처음 3개월, 6개월 이때 (국정과제를) 거의 다 하겠다는 각오로 붙어야 된다.”(올 2월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전에 유난히 ‘속도전’을 강조했다. 각종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난제들은 힘이 실리는 정권 초반이 아니면 풀어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차분한 기조’가 유지됐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좋게 말하면 ‘관리형 모드’로 일관했고, 나쁘게 말하면 ‘리더십 실종’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현 정부 경제팀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2월 25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인 3월 22일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새 정부 경제정책 추진방향’(3월 28일),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4월 1일), ‘추가경정 예산’(추경·16일), ‘투자 활성화 방안’(5월 1일), ‘벤처 활성화 대책’(5월 15일), ‘공약 가계부’(5월 31일) 등 굵직한 대책들을 연달아 내놨다. 하지만 문제는 일련의 정부 대책이 경제성장의 대안을 제시하는 능동적인 성격보다는 경기 침체의 골을 메우는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는 점이다. 추경은 경기 후퇴에 따른 12조원의 세수 확보가, 4·1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경기 침체 회복이 목적이었다. 벤처 활성화 대책 등은 ‘대기업이 독점한 구조를 놔둔 채 벤처 창업만 독려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효과도 제한적이다. 전월 대비 전산업 생산 증가율은 2월 1.1%에서 4월 1.6%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소비자심리지수도 2월 102에서 5월 104로 제자리걸음이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민생경제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은 제자리 걸음이고 경제 성장률도 저조해 ‘민생경제 대통령’이라는 약속은 실종된 느낌”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은 “아베노믹스는 화끈하게 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구호만 요란할 뿐 구체성이 없이 표류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경제 부흥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각론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시론] 재정준칙 입법화로 재정건전성 달성해야/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시론] 재정준칙 입법화로 재정건전성 달성해야/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1년에 단 하루 대통령과 모든 국무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재정전략을 논의하는 날이 있다. 바로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개최되었던 국가재정전략회의다.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박근혜 정부의 5년간 재정운용 방향과 목표를 정하고 재정전략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을 것이다. 금년에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실천계획과 재원 조달 대책을 담은 공약 가계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국가재정 운용계획의 수립 방향과 부처별 주요 세출 구조조정 과제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각 부처의 입장을 대변하는 장관들 간에 첨예한 공방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이슈는 논의되지 않은 것 같아서 실망이 크다. 재정전략회의는 참여정부가 하향식 예산 편성을 하는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2004년에 도입한 국무위원 토론회다. 이 회의체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정 운용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향식 예산제도 하에서 분야별·부처별 지출 한도를 설정함으로써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은 중심 의제가 재정운용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부처별 쟁점을 토의하는 것으로 그 성격이 상당히 바뀌었다. 그렇다 보니 부처별 지출 한도를 정하기 위한 부처 간의 논쟁과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는 방안에 관한 토론이 부족하다. 건전재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유럽 국가에서 볼 수 있듯이 악화된 재정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아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고, 투자가 위축돼 장기침체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워진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와 공공기관 부채를 합한 규모는 이미 국민총생산(GDP)의 80%에 육박하여 대다수 개발도상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30%대 중반의 국가채무 비율에만 안주해 재정 운용을 한다면 재정 건전화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다. 이번 재정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은 임기 말 균형재정, GDP 대비 30%대 중반 이내의 국가채무를 재정운용의 목표로 제시했다. 또 매년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4월 추경안 분석에서 2013∼2016년의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매년 GDP의 1.7∼2.1%에 달할 것이며, 2017년 국가채무비율은 38%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건전재정에 대한 대통령 의지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먼저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객관적이어야 한다. 불과 수개월 전에 정부는 금년도 예산안을 작성하면서 성장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해 이번 추경에서 대규모 세입 경정이 불가피했다. 이런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는 중기계획인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수립할 때 목표 성장률보다는 객관적 성장률 전망치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는 한시적 재정준칙을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시적 재정준칙은 항구적 재정준칙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의 빠른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재정규율 강화를 권고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정부는 입법화를 통한 명시적 재정준칙을 도입해 재정 건전화를 추진해야 한다. 국가재정법은 재정운용의 효율화와 건전화를 위하여 총지출을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분하여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무지출은 규모를 조정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재량지출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균형재정 달성 여부는 재량지출을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도 여러 선진국처럼 재량지출에 대한 엄격한 통제장치를 갖추고 있다면 재정 건전화 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재정전략회의는 지나갔지만, 정부에는 아직 국가재정 운용계획의 정비를 통해서 재정 건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 대체휴일·재정건전화 방안 등 대립 민주당 거부로 추경심사 파행…임시국회내 국회통과 어두워져

    대체휴일·재정건전화 방안 등 대립 민주당 거부로 추경심사 파행…임시국회내 국회통과 어두워져

    여야는 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이하 소위)를 이틀째 가동하며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계속했지만, 오후 들어 민주통합당의 심사 거부로 정회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안전행정위, 정무위도 각각 대체휴일제 도입, 가맹점 사업법 개정안을 놓고 샅바싸움을 계속했으며 이로 인해 추경안 심사가 아예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회기 내 추경안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경제민주화법 매듭 및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경안과 연계시킬 뜻을 내비침에 따라 3일 또는 6일 본회의 처리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소위는 이날까지 11개 상임위 중 국방위와 보건복지위, 산업통상자원위, 국토교통위, 미래위 등 6개 상임위 소관 추경안 심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안행위는 대체휴일제 도입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거듭되면서 추경안 심사를 시작하지도 못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안행위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예결위원장이 기일을 지정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상임위 심사를 건너뛴 채 정부안만으로 소위 심사를 진행해야 할 판”이라고 답답해했다. 기획재정위도 민주당이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가 요구하며 추경과 연계시킬 뜻을 밝히면서 추경안 심사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소속 기재위원인 설훈 의원은 “추경 자체가 규모나 정당성 면에서 적절치 않아 논의를 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무위는 경제민주화법인 가맹점사업법에 “허위·과장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3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신설하자”는 민주당 측의 안을 놓고 격론을 거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우선 추경안만 전체회의로 넘겼다. 민주당은 오후 들어 정부에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요구하면서 심사 거부를 선언했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소득세 최고세율구간 인하 등 정부 방침은 추경 추진 당시와 단 한 줄도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소위 위원인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민주당이 당장 하반기 경기회생, 일자리 창출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꼬투리를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소위 심사에서는 환경노동위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긴급 구제 예산과 보건복지위의 어린이집 지원 예산을 각각 50억원과 23억원씩 추가 편성했다. 미래창조기획부 예산 심의 때는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경북 포항) 관련 ‘형님예산’ 논쟁이 재연됐다. 포항 지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 대해 정부는 추경안 50억원을 더한 1350억원의 예산안을 제출했다. 미래위는 300억원 감액 의견을 올렸지만 여당은 “창조경제의 시발점이 되는 사업”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형님은 망해도 10년은 간다. 형님 흔적이 대단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 사업은 300억원을 감액하되 연관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증액 심사와 연계 검토키로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보호자 간병 사절”… 공공의료 모델 ‘환자안심병원’ 서울의료원 르포

    “보호자 간병 사절”… 공공의료 모델 ‘환자안심병원’ 서울의료원 르포

    가족 가운데 한명이 병원에 입원하면 집 안에 비상이 걸린다. 수술이라도 받았다면 비상의 강도는 더욱 세다. 환자 옆을 지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수발을 들어야 한다. 딱딱한 평상 같은 작은 침대에 몸을 웅크린 채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다. 병실은 보호자가 가지고 온 옷가지와 칫솔 등의 생활용품이 널려 있어 지저분하다. 핵가족화에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엔 간병인을 둬야 한다. 하루에 적어도 6만원이 들어간다. 가족 모두가 정신적, 경제적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14일 찾은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 병실이 ‘참’ 깨끗하다. 지방의료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고 지저분한 각종 생활용품도 없었다.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를 돌봐주는 ‘보호자 없는 병원’인 환자안심병원이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간병이 아닌 문병을 위해 병원을 찾다 보니 표정이 환하다. 김순이씨는 “간호사가 모든 걸 챙겨주니 부담도 없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외과병동에서 만난 하한섭(73)씨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오늘은 할멈이 문병을 안 오나 보네. 하긴 와 봐야 별로 할 일도 없지”라며 웃는다. 2주 전 5시간 넘게 척추디스크 수술을 받은 하씨는 지금도 10분 이상 걷기 어렵다. 커다란 복대를 허리에 차고 있어서다. 수술 뒤 이틀 동안은 꼼짝없이 누워 있었야 했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서도 아쉽지 않았다. 물론 하씨는 부인과 자식이 있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1월부터 총 623병상 가운데 격리 병상 등을 제외하고 39%인 180병상을 환자안심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을 고민하던 서울시에서 예산 36억원을 지원했다. 간호사 144명, 병원보조원 24명, 사회복지사 5명이 환자안심병원에서 일한다.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평균 17명이지만 서울의료원에선 7명에 불과하다. 환자들은 추가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일종의 ‘무상 간병’인 셈이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놓고 공공의료원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 서울의료원의 자발적 노력과 조직 혁신 덕분에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환자들은 무엇보다 엄청난 간병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당뇨 때문에 입원한 원규자(78)씨는 “자식들이 다 직장에 다니는데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했다면 하루 6만원 이상 써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션을 운영하는 하씨도 “일반 병원이었다면 믿을 만한 간병인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할멈이 펜션을 휴업해야 했을 것”이라면서 “환자안심병원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들로서는 가족이나 간병인이 했던 일을 도맡아 해야 해 노동 강도는 높아졌지만 보람도 함께 커졌다. 102병동을 담당하는 최우영 수간호사는 “환자안심병원을 하고 나서 우리 병동에 욕창이 생긴 환자는 한 명도 없다”면서 “환자들에겐 ‘안심병원’이지만 간호사들로서는 ‘보람병원’”이라고 설명했다. 최 수간호사는 “일반 병실에선 환자들을 세심하게 돌보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어 환자가 불만스러워한다”면서 “맡은 환자 수가 7명으로 적어 환자 상태를 더 잘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수간호사는 “환자들에겐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게 무척 중요한데 지금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간호사들과 환자들이 가까워지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생겨나 서로 만족감이 높다. 원씨는 “이렇게 친절한 곳은 처음 본다. 친딸보다 낫다”며 간호사 칭찬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어 “병원에서 다 돌봐주니 식구들도 마음 편하고 나도 불안한 게 없다”면서 “간호사들이 일이 많아 피곤할 것 같은데 퇴원할 때 맛있는 걸 사줘야겠다”고 말했다. 환자안심병원은 서울의료원만의 특별한 실험이다. 간병인이 아닌 간호사가 중심이다. 기존 ‘보호자 없는 병원’은 간병인을 별도로 두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부분 민간업체를 통한 위탁이다 보니 저임금 계약직만 양산하고 관리 소홀과 의료사고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병원 입장에선 간병인이 늘어날수록 행정 비용이 증가하는데 정작 환자 입장에선 비용 절감 효과가 없다는 것도 간병인 제도의 필요성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인덕 서울의료원 간호부장은 “지난해 초 박원순 시장과 김창보 시 보건정책관 등이 보호자 없는 병원 시행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고민 끝에 간호사 중심 시스템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에 대해 “어차피 의료서비스가 핵심이라면 간호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더 좋다”면서 “가령 미국 캘리포니아는 환자 몸에 닿는 행위는 무조건 간호사만 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5명을 넘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에서 36억원을 지원해 사업 시행을 준비할 당시엔 안팎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수간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장은빈 간호사는 “내로라하는 민간 병원에서도 시도했다가 흐지부지된 걸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고 회상했다. 이 간호부장은 “간호사 채용을 잘 안 해주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강해지고 이직률이 높아지는 악순환을 깨고 간호사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간호사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일부 취약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시민에게 혜택을 주는 보편복지를 구현한다는 점도 새롭다.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성 질환이 아닌 급성 위주로 의사 판단에 따라 환자안심병원 이용 여부를 결정하며 기간은 15일로 필요 시 1주일 연장하도록 했다. 시에서 지원하는 취약 계층 대상 간병비 지원 사업을 2007년부터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병원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환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환자안심병원을 나머지 12개 시립병원에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김 보건정책관은 “환자안심병원은 돌봄과 치료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면서 “간호사 수가 늘어나면 수술 후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서울의료원 모델을 적용한 시범 사업을 준비중이다.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간호사 이직률이 높은 점은 환자안심병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 간호부장은 “일은 대학병원 수준이고 급여는 대학병원보다 많이 떨어져 이직률이 14%가량 된다”면서 “대규모 신규 채용을 했지만 아직도 간호 인력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에 신포괄수가제가 도입된 뒤 간호관리료 항목이 없어지면서 인건비 보조를 받을 수 없게 됐다”면서 간호관리료 항목을 되살려야 더 많은 간호사를 채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보건정책관도 “정부가 건강보험을 통해 간호사 인력 확대에 따른 인건비 지원을 복원해 줘야 간호사 급여 현실화와 근로 환경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들도 있다. 장 간호사는 “어떤 환자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밥 달라, 커피 달라 한다”면서 “심지어 우리를 ‘아가씨’라고 부르며 다방 직원 대하듯 할 때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환자 가족들이 사사건건 불만을 제기하면서 환자보다 더한 상전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부동산 대책·추경 처리 충돌 예상

    4월 임시국회가 8일 시작된다. 여야가 처리해야 할 현안 못지않게 쟁점도 적지 않아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민생 법안은 ‘발등의 불’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난 대선 때 약속한 공통 공약 등 60여개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핵심 민생 과제인 4·1 부동산 대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에서는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대책의 쟁점은 ▲9억원·85㎡ 이하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 5년간 감면 ▲부부 합산 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가 6억원·85㎡ 이하 주택을 생애 최초 구입 시 취득세 면제 등이다. 서울 강남을 제외한 수도권은 물론 중소지방 도시의 경우 양도세·취득세 면제 가격조건(9억원)은 충족하지만 면적 기준(85㎡)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많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여야 모두 면적 기준은 사실상 폐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다만, 집값 기준까지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금액 기준을 더 낮추자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법개정이 늦어지면 거래가 끊기는 현상(거래절벽)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추경 문제에서도 규모와 재원 등을 놓고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정부는 세수 부족분 12조원과 경기부양 예산 5조∼7조원 등 17조∼19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야는 세수 부족분 산정 근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재원 확보 방법도 정부·여당은 국채 발행에, 야당은 부자 증세에 각각 방점을 찍고 있다. ‘이념·색깔 논쟁’은 돌발 변수로 꼽힌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제 해커 조직인 ‘어나니머스’가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남북 대립과 남남 갈등이 얽히고설키는 모양새다.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얻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벗을지도 관심사다. ‘안건조정위원회’ 가동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안건조정위는 여야의 쟁점을 조율하기 위해 국회 상임위별로 설치할 수 있으나, 지금까지 실제 가동된 사례는 없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글로벌시대] 한국의 국제사회복지를 생각하며/이명신 월드비전 동해종합사회복지관장

    [글로벌시대] 한국의 국제사회복지를 생각하며/이명신 월드비전 동해종합사회복지관장

    수년 동안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의 해외사업을 맡아 전 세계 구호·개발현장을 다니다 몇 달 전 국내 사회복지현장인 동해복지관에 부임했다. 국내 복지와 국제개발현장에서 지낸 지난 30여년 동안 사회복지와 국제개발협력부문은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국내적으로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에 대한 논쟁과 보육과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복지예산에 대한 조달문제등 논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올해 복지예산은 97조 1000억원으로 정부총지출의 28.4%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회복지학자 및 현장실천가들 사이에서 국제사회복지란 용어가 아직 한국 사회복지계에서 생소함에도 국제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회복지에 비해 국제개발협력은 올해 예산이 2조 411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16%에 불과하지만 성장속도 및 국제사회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창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에 이어 2011년 부산세계원조총회를 개최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2011년 부산세계시민사회포럼(BCSF)에 300개의 국제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하였으나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국제사회복지사협회(IFSW) 등 국제사회복지계 및 한국사회복지계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국제사회복지계는 1950~60대는 개발도상국 개발이 경제 개발에서 사회 개발로 확장됨에 따라 유엔을 통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러나 1970~80년대에 와서 영·미 중심의 사회복지가 개인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사회 개발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사회복지영역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1990년 이후에 유엔은 빈곤, 여성, 아동, 인권, 환경 등 특수 집단 및 분야에 초점을 두고 국제아동·여성단체나 국제인권단체의 활동과 특히 개발 NGO들의 개발 분야에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사회복지계의 역할이 위축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지구촌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한국 NGO들의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사회복지계에서도 국제사회복지란 용어가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복지에 대한 정의조차 논쟁 중에 있지만 세계화와 글로벌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국제사회복지영역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분야와 어떻게 상생하고 자리매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대학 중심으로 국제사회복지 교과목이 개설되고 있고, 2010년에는 한국국제사회복지학회가 결성되었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국내사회복지기관의 해외사업도 태동하고 있고 국제사회복지 실습프로그램도 실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지구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개념의 국제사회복지 이론 및 활동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학계는 학계대로, 실천현장은 현장대로 국제사회복지에 대한 필요성과 시대성을 공감하고 역할들을 찾아가야 한다. 양적 팽창과 성장통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복지, 이제 한국의 국제사회복지에 대한 탐색을 시작해야 할 때다.
  • [한·미 FTA 1년] 기대했던 100년 먹거리도, 우려했던 농축산업 붕괴도 없었다

    [한·미 FTA 1년] 기대했던 100년 먹거리도, 우려했던 농축산업 붕괴도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5일로 꼭 1년이 된다. 7년 넘게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것에 비하면 막상 발효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100년 먹거리가 생긴다’는 지지 주장도, ‘농업과 서비스업 시장 등이 붕괴될 것’이라던 반대 주장도 아직까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13일 정부 부처와 재계 등에 따르면 1년 전 한·미 FTA를 지지했던 진영의 가장 큰 논리는 교역 증가에 따른 먹거리 확보였다. 두 나라의 관세 장벽이 없어지면 수출입이 늘어나 동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윈윈’ 논리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478억 5000만 달러다. 2011년 4월부터 2012년 1월까지의 실적인 477억 3000만 달러보다 1억 20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해 12억 9000만 달러가 늘어날 것’이라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들의 전망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수입은 같은 기간 382억 7000만 달러에서 350억 9000만 달러로 되레 31억 8000만 달러 뒷걸음질쳤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면서 대미 무역 흑자 폭은 FTA 체결 전 94억 6000만 달러에서 127억 5000만 달러로 32억 9000만 달러 늘었다. ‘불황형 흑자’의 한계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1억 4000만 달러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과 수입은 각각 214억 5000만 달러, 275억 8000만 달러 감소했다. 최현필 코트라 선진시장팀장은 “지난해 미국의 경기 침체와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 등으로 소비 심리가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FTA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미 FTA가 없었더라면 양국 수출입은 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5만명 고용 증가 전망은 현재로서는 ‘장밋빛’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는 43만 7000명 늘었다. FTA와 연계된 제조업은 1만 4000명, 전기·통신·금융 등은 4만 1000명 증가에 그쳤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TA에 따른 고용 효과는 15년 정도 장기적으로 측정한 만큼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FTA가 없었더라면 제조업 등의 고용 증가 폭은 더 적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효과 못지않게 타격도 아직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당초 농축산업의 경우 연간 8150억원, 수산업은 295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됐다. 하지만 FTA 발효 이후 대미 농산물 수출액은 오히려 10% 늘었다. 미국산 오렌지와 체리 등의 수입이 크게 늘었지만 이는 가격 인하 효과도 수반했다. 연평균 1200억원의 생산 감소로 제약 주권을 상실할 것이라던 우려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는 “까다로운 원산지 증빙에 대한 지원 등을 강화하고 중소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美 예산자동삭감 사실상 발동… 피치, 신용등급 강등 경고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데드라인인 1일 0시(한국시간 1일 오후 2시)까지 여야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시퀘스터가 발동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현재 여야 협상 일정은 없고 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회동하는 일정만 발표된 점으로 미뤄 일단 ‘기술적으로’ 시퀘스터는 불가피해 보인다. 상원 양당 지도부는 28일 각 당이 마련한 대체 법안을 내놓고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어느 것도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없는 상태다. 물론 데드라인을 약간 넘기더라도 1일 회동에서 시퀘스터를 몇 달 늦추는 식의 합의로 여야가 협상을 타결한다면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예산 자동 삭감 시작 단계에서 바로 중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동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다면 시퀘스터의 충격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7일 미국이 시퀘스터와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대한 정치적 논쟁을 계속하면 국가 신용등급을 현재의 최고등급인 ‘AAA’에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성명에서 “시퀘스터가 발동되고 연방 정부 폐쇄가 이뤄져도 즉각적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리지 않겠지만 미국 정치권의 다툼이 계속되면 최고 신용등급 유지에 필요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일단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2013 회계연도에만 850억 달러(약 92조원)의 연방 예산이 자동 삭감되며 향후 10년간 1조 2000억 달러의 예산이 깎인다. 정부 예산이 삭감되면 공무원 최대 100만명 이상의 무급 휴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예산 삭감 비중이 가장 높은 국방 분야다. 올해 총 850억 달러 감축분 중 국방 예산만 460억 달러에 이른다. 이로 인해 국방부의 민간인 직원 약 80만명이 무급 휴가를 떠나야 한다. 이 같은 예산 감축은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연쇄적으로 정부 발주 사업이 줄어들면서 민간 경기에도 여파를 미치게 된다. 미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시퀘스터가 진행될 경우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0.5% 포인트 하락한 1.4%에 그치며 실업률은 0.2% 포인트 상승해 8%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이 같은 충격은 미국 내에서만 그치지 않고 연쇄적으로 세계 경제에도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6일 “시퀘스터가 현실화될 경우 경제 회복세에 심각한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그런 여파를 우려해서다. 일각에서는 시퀘스터가 장기적으로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레이먼드 오디어노 육군참모총장은 최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국방예산 감축으로 태평양군사령부(PACOM) 전력이 약화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경우 미국의 한국에 대한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비율 증대 요구도 커질 우려가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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