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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30만원 기본소득 땐 180조 필요…최빈층 역차별·위헌 논란도

    월 30만원 기본소득 땐 180조 필요…최빈층 역차별·위헌 논란도

    정치권에서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이 어젠다로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과제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으로 생색내는 건 정치권이 하고, ‘불편한 진실’은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① 천문학적 재원 조달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도입 선행조건으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현행 복지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국가 대개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최빈층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현미경처럼 면밀한 설계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세로 재원을 조달할 경우 고소득층과 기득권을 중심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1인당 지급액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이 천차만별이지만 재정에 엄청난 부담인 건 분명하다.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 수준인 월 3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80조원이 소요된다. 올해 본예산(512조 3000억원)의 35%에 달하며, 보건·복지·고용 예산(180조 5000억원)을 모두 쏟아부어야 가능하다. 앞서 연구를 진행한 학계도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은 2017년 ‘기본소득의 쟁점과 제도연구’ 보고서에서 서울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125개 시나리오로 나눠 소요 재원을 분석했는데, 보편적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시민에게 당시 기초연금액인 월 20만원을 지급하면 24조원,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성인 인구(20~64세)로만 한정해도 각각 17조 7000억원과 1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해 서울시 전체 복지예산(8조 7735억원)의 1.9~2.7배에 달한다. ② 소득재분배 효과 ‘글쎄’ 기본소득의 핵심 기능인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본소득 지급 때 소득분위(10분위)별 가처분소득을 모의실험 형태로 분석했다. 증세 없이 복지 관련 현금급여와 근로소득 관련 각종 공제를 폐지한 재원으로만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할 경우, 최빈층인 소득 1분위(하위 10%)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부조는 1분위에 집중돼 있는데,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삭감하거나 재편할 경우 오히려 최빈층에 피해가 가는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③ 사회적 합의가 먼저 기본소득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위헌 논란을 비롯해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진통이 야기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기본소득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조항 등에서 근거를 찾는 학자들이 많다. 반면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측은 제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들어 반박하기도 한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은 여러 도입 방식이 있고, 재원 마련 방안도 다양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정치권이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측면이 있는데, 급격한 사회 변화로 새로운 복지체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이 대두된 것인 만큼 보다 생산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갈길 먼 기본소득…정치권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갈길 먼 기본소득…정치권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정치권에서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이 어젠다로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과제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으로 생색내는 건 정치권이 하고, ‘불편한 진실’은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도입 선행조건으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현행 복지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국가 대개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최빈층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현미경처럼 면밀한 설계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세로 재원을 조달할 경우 고소득층과 기득권을 중심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1인당 지급액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이 천차만별이지만 재정에 엄청난 부담인 건 분명하다.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 수준인 월 3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80조원이 소요된다. 올해 본예산(512조 3000억원)의 35%에 달하며, 보건·복지·고용 예산(180조 5000억원)을 모두 쏟아부어야 가능하다. 앞서 연구를 진행한 학계도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은 2017년 ‘기본소득의 쟁점과 제도연구’ 보고서에서 서울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125개 시나리오로 나눠 소요 재원을 분석했는데, 보편적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시민에게 당시 기초연금액인 월 20만원을 지급하면 24조원,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성인 인구(20~64세)로만 한정해도 각각 17조 7000억원과 1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해 서울시 전체 복지예산(8조 7735억원)의 1.9~2.7배에 달한다. 기본소득의 핵심 기능인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본소득 지급 때 소득분위(10분위)별 가처분소득을 모의실험 형태로 분석했다. 증세 없이 복지 관련 현금급여와 근로소득 관련 각종 공제를 폐지한 재원으로만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할 경우, 최빈층인 소득 1분위(하위 10%)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부조는 1분위에 집중돼 있는데,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삭감하거나 재편할 경우 오히려 최빈층에 피해가 가는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위헌 논란을 비롯해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진통이 야기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기본소득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조항 등에서 근거를 찾는 학자들이 많다. 반면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측은 제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들어 반박하기도 한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은 여러 도입 방식이 있고, 재원 마련 방안도 다양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정치권이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측면이 있는데, 급격한 사회 변화로 새로운 복지체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이 대두된 것인 만큼 보다 생산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역대 최대 35.3조 추경, 재정준칙 논의도 시작하자

    정부는 어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35조 30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확정했다. 올 들어 1차(11조 7000억원), 2차(12조 2000억원)에 이은 세 번째 추경으로 최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한국판 뉴딜’을 실행하기 위한 자금이다. 6개월 동안 편성된 추경이 59조 2000억원이나 되지만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0.1%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대공황으로 현상 유지도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3%로 뒷걸음쳤는데 한국은행은 2분기에는 -2%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3차 추경의 재원을 마련하고자 정부는 23조 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본예산 기준 37.1%에서 43.5%로 높아진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한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과 기업을 우선 구하는 것이 재정이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에 발목이 잡혀 집행하는 재정투입의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경제 회복이 어려워지고 GDP가 줄어 국가채무비율이 더 오르는 역설이 발생한다. 3차 추경안에는 소상공인·중소중견기업 긴급지원과 주력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5조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9조 4000억원 등 코로나 보릿고개를 겪는 국민과 기업들에 절실한 자금이 담겨 있다. 정부는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3개월 내 75%를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제 국회가 할 일은 오늘 제출될 추경안을 최대한 빨리 심사하면서도 국민의 대표로서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것을 막는 것이다. 여야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빠르고 제대로 된 추경 심사를 통해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에 비해 양호하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다. 또한 통일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나랏빚의 증가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재정에 관한 규율을 세워야 한다. 감사원도 지난 1일 기획재정부에 재정의 중장기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 여부를 검토하라고 제언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재정을 지출하는 법안을 발의할 경우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까지 의무적으로 제시하는 ‘페이고’(paygo)의 도입도 함께 추진하길 주문한다.
  • [사설] 재난지원금, 전 국민에게 4월에는 지급해야

    정세균 국무총리가 어제 임시국회에 출석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7조 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했다. 정부 추경안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에 따라 편성됐다. 하지만 4·15 총선 막바지에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전 국민(가구) 100만원’ 공약과는 거리가 있다. 또 미래통합당은 총선 기간에 전 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으로 여당보다 한 술 더 뜨더니, 최근 입장을 바꿨다. 전 국민 지급에는 찬성하지만 국채 발행으로 나랏빚을 늘리는 한 여당안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어깃장·발목잡기 체질이 총선 참패 이후에도 지속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추가 부담이 본예산 지출 조정으로 더 어렵다면 국채 발행도 불가피하다는 점, 통합당은 알아야 한다.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코로나19 사태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고통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3월 한 달만 일자리가 19만 5000개 줄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잠재적 실업자로 보는 ‘쉬었음’ 인구는 236만 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 6000명이나 늘었다.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무급 휴직을 비롯해 일시적으로 일을 쉬는 사람은 160만명으로 전년 대비 4배 늘었으니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취약계층의 생계 위협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그제도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70%냐 전 국민이냐, 국채 발행이냐 지출 조정이냐를 두고 한가한 논쟁을 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여당과 달리 재정건전성을 들어 전 국민 지급 확대를 꺼리는데 지금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지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생계를 조금이라도 안정시키는 일이라면 재정건전성은 훗날 도모해도 그리 늦지 않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전 국민 1인당 10만엔(113만원) 지급 얘기가 나온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를 뜻하는 국가채무 비율이 200%를 넘는다. 한국은 지난해 38.1%에 불과하니 여력이 있다. 4월 말까지는 열흘도 남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이야말로 촌각을 다투는 긴급성을 요한다. 미국도, 캐나다도, 독일도 긴급재난지원금을 1~2주 안에 전광석화처럼 지급하고 있다. 신속하게 지급하려면 전 국민 지급이 정답이다. 전 국민 지급에 3조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면, 편성해 지급하고 연말에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으로 걷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만약 끝내 기재부의 반대에 부딪혀 전 국민 지급을 못한다면, 4월 이내에 지급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재난지원금 예산안을 서둘러 통과시키기를 바란다.
  • [씨줄날줄] 선별이냐 보편이냐 복지 논쟁/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선별이냐 보편이냐 복지 논쟁/장세훈 논설위원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정하는 문제가 복지 논쟁의 새로운 화두이다. 지급 방식은 일회성이라는 점에서 복지 정책보단 재난 대책에 가깝다. 하지만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하느냐, ‘전 국민’으로 하느냐의 문제는 최근 10여년 동안 반복적으로 등장한 선별적·보편적 복지 논란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정부가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한 7조 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선별적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복지 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선별적 복지를 우선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복지 혜택과 대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하는 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이는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이번 추경안의 재원 역시 적자국채 발행 대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나랏빚을 늘리지 않는 방식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정책 기조가 선별적 복지에 무게가 실렸다면, 보편적 복지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계기는 2010년 촉발된 ‘무상급식’ 논쟁이다. 당시 ‘무상급식’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서울의 기초자치단체를 석권한 야당 소속 구청장들은 이 공약을 실천에 옮겼고, 이에 반발한 여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듬해 무상급식 찬반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됐고 결국 시장직마저 내놓았다. 2015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도교육청에 무상급식 지원 예산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무상보육’ 논쟁으로 옮아갔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초등학교 취학 전 3년의 보육을 무상으로 한다는 것인데, 재원 문제를 놓고 민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 무상보육은 회계부정 등이 드러나면서 ‘유치원 3법’으로 귀결됐다. 무상보육 논쟁과 맞물려 여야는 ‘저부담 저복지’, ‘중부담 중복지’, ‘고부담 고복지’ 논쟁에 뛰어들면서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고교 무상교육’ 정책은 지난해 10월 31일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치적 논란이 일단락됐다.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복지 정책의 ‘수혜 대상’과 ‘소외 대상’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선별적 지원은 재정 건전성 우위라는 기존 의사결정의 틀을 유지하지만, 지원 대상을 골라내는 데 행정적·사회적 비용을 키운다. 보편적 지원은 기본소득제 도입 등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진행된 보편적 복지정책의 구체적 사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론장에 올리는 게 논쟁을 생산적으로 이끄는 새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황교안 “1인 50만원” 주장에 민주 “우리는 4인 100만원”

    황교안 “1인 50만원” 주장에 민주 “우리는 4인 100만원”

    정부가 소득 하위 70% 결정한 재난지원금이해찬 “모든 국민이 보호받도록 대책마련”황교안 “1인당 50만원…재원 25조원 필요”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한 목소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초 정부는 재정여력을 고려해 당·정·청 협의를 거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기로 결정했지만, 4·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표심을 잡기 위해 전국민 지원으로 의견을 모으는 모습이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5일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줄 것을 제안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기다렸다는듯이 6일 기존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부산 선대위에서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지역·소득·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총선이 끝나는 대로 당에서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서 국민 전원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단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 “전국민 지급, 정부 지체없이 수용할 것”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여야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한다면 정부 역시 지체 없이 수용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제안은 현재 지원 규모는 유지하되 소득에 따라 차등하지 말고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제안이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후 기자들과 만나 긴급재난지원금 규모에 대해 “4인 가구 100만원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 확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전 국민을 100% 다 줄 경우에는 한 4조원 정도 추가된 13조원 내외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을 결정하기 위한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도 재난지원금 규모와 지급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재정 여력 등의 이유로 규모와 지급 대상 확대에 사실상 반대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기준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발표했지만 당에서는 지원 규모·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김병욱 의원도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상자 선별에 드는 시간과 비용,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거리를 만드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훨씬 더 정책적 효과가 높을 것”이라면서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 통합당은 그동안 1회성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정책 효과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전날 황 대표가 전격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씩 주자는 제안을 내놨다. 황 대표는 전날 종로 유세 일정 중에 이화장 앞에서 대국민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신속한 집행을 위해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 명령권’을 발동할 것을 주장한 뒤 “필요한 25조원가량의 재원은 512조원에 달하는 2020년 예산의 재구성을 통해서 조달하라”고 밝혔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선대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정부 예산 중 20조원을 빨리 조정해 대통령의 긴급명령을 발동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며 “황 대표가 그 주장을 받아서 문제를 빨리 해결해보자는 뜻에서 이야기한 것으로, 선대위 메시지와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통합 “재난지원금 하위 70% 지급 해괴한 기준” 통합당 신세돈 비상경제대책위 부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황 대표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한 데 대한 보충설명을 했다.통합당은 이와 관련해 8페이지 분량의 질의응답식 참고자료를 내고 ‘왜 갑자기 재난지원금 전 국민 50만원을 제안했나’, ‘정부의 건보료 기준 하위 70% 지급은 무엇이 문제인가’, ‘전국민 50만원 지급은 포퓰리즘 아닌가’ 등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통합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달 간 정부 대책을 지켜봤는데 미적대거나 우왕좌왕하거나 돈 빌려 가라는 대책이 전부였다”며 “재난지원금도 건보료 기준 하위 70%만 준다는 해괴한 기준을 내놓은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차선책으로 전 국민 50만원 지급 대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항공모함 도입 결정, 중일 눈치보다 23년 흘려보냈다

    항공모함 도입 결정, 중일 눈치보다 23년 흘려보냈다

    이케다 日외무상 “독도, 日영토” 망언YS, 2만t급 항모 도입 계획 전격 재가軍, 중일과 갈등 이유로 반대해 무산해군 ‘대양해군 건설’ 여론 조성 나서천안함 사건 이후 해군에 질타 쏟아져아덴만 여명작전 성공으로 여론 반전작년 도입 결정…‘23년 전쟁’ 종지부 지난해 7월 12일은 해군사에 역사적인 날로 기록됐습니다. 이날 박한기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 등 군 수뇌부는 해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경항공모함급 ‘대형수송함Ⅱ’ 건조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부와 군이 공식적으로 사업 추진 결정을 내린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습니다. 국민들의 호응도 뜨거웠습니다. 그동안은 항모를 도입해야 하느냐, 도입하지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수십년 동안 옥신각신하느라 연구는커녕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어떤 시기엔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눈치를 보느라, 어느 시기엔 북한의 연안 기습 도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와 군이 스스로 항모 도입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무려 ‘23년’입니다. 항모 도입 결정에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요.27일 한국국방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국방정책연구’에 실린 ‘한국형 항공모함 도입 계획과 6·25전쟁기 해상항공작전의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양해군’에 대한 개념이 희미하게나마 잡히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였습니다. 그 이전인 박정희 정부 시절엔 북한의 지상전력 위협에 대비하느라 해군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습니다. ●“北 위협에 연안 방위… 이젠 항모 필요” 강영오 전 해군교육사령관은 1992년 ‘제1회 함상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지상 위협 때문에 불가피하게 연안 방위에 중점을 뒀던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증강에 대처하고 통일 이후 태평양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항모기동함대’ 체제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했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1996년이었습니다. ‘대양해군’ 개념을 국내에서 처음 공론화한 것으로 알려진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은 그해 4월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직이착륙기 20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경항모 도입 계획을 재가받았습니다. 그 배경엔 이케다 유키히코 일본 외무상의 ‘독도 망언’이 있었습니다. “독도는 일본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한 일본에 대해 반일 감정이 치솟았고, 김 전 대통령의 지시로 2만t급 항모와 구축함 6척 건조 계획이 마련됐습니다. 국민 열망을 대변하듯 1996년 서울에어쇼에는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2만t급 국산 경항모 모형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국방부와 합참이 이 계획에 반대했고, 이듬해 경항모 연구개발비는 전액 삭감됐습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군은 “항모 도입이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합니다.●국방부·합참 “한반도는 불침항모” 반대 현재 항모 개발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상황을 감안하면 실소가 나올 법한 논리였지만 당시엔 그렇게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당시 육군 위주로 구성된 국방부와 합참 지휘부는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이기 때문에 항모가 필요 없다. 북한에 우선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해군 지휘부는 ‘북한의 위협’ 대신 ‘대양해군 건설’을 주된 노선으로 삼고 여론 조성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국민들의 공감대도 더해져 독도함과 마라도함 등 대형수송함 건조사업, 세종대왕함 등 이지스 구축함(KDX-III) 건조사업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이 해군에 또 한 번의 고난을 안겼습니다. 1200t급 초계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하면서 “덩치만 크고 비싼 군함 만들면서 허세 부리다 앞마당이 뚫렸다”, “연안도 못 지키면서 무슨 대양해군이냐”는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나서 “우리 군이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뤄 온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군을 질책했습니다. 해군은 그해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서에 ‘대양해군’이라는 용어를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움츠러들었습니다.●올해 경항모 개발사업비 271억 첫 투입 2011년 1월 여론은 다시 급반전했습니다.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 선원 21명을 단 1명의 사망자도 없이 구출해 낸 ‘아덴만의 여명작전’이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이에 2012년부터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대양해군’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하고, 해군의 노력이 점차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2012년 중국이 첫 항모인 랴오닝호를 취역시키고 일본 내부에서 이즈모급 경항모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국산 항모 도입 논의에 가속도가 붙게 됩니다. 그러고도 7년이 더 흐른 지난해 정부는 올해 예산으로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경항공모함급 ‘대형수송함Ⅱ’ 개발사업비 271억원을 확정했습니다. 항모 건조까지는 앞으로도 1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항모 도입 계획은 지난해까지 무려 23년 동안 수많은 논쟁과 질곡의 역사를 거쳤습니다. 이젠 이런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고 건설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 아닐까요. 수십년간의 논쟁에도 많은 국민이 꿋꿋하게 항모 도입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전투 지원 ‘움직이는 비행장’으로 대비” 연구팀은 이미 ‘6·25전쟁’에서 항모의 장점이 입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전쟁 초기 지상군 지원 기능입니다. 전쟁 초기 남한에서 비행장 운용이 어려워지자 미 공군은 일본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켰습니다. 그렇지만 대한해협 너머에서 온 전투기들은 작전시간이 ‘15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항모를 동원하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공군 전투기들이 표적에 도착하는 데 평균 1시간 7분이 걸린 반면 함재기는 5~10분 만에 지상군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이는 ‘낙동강 혈투’에서 북한군을 막아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미 해병1사단의 역사적 철수작전인 ‘장진호 전투’와 피란민 9만명과 병력 10만명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흥남철수’도 수많은 함재기의 도움으로 가능했습니다.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방사포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북한이 공군 비행장을 1차 타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70년 전의 교훈을 되짚어 보며 ‘움직이는 비행장’ 항모를 통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박성국의 인터미션] 왜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이어야 하죠?

    [박성국의 인터미션] 왜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이어야 하죠?

    “이 사태가 끝나고 나면 또 바짝 말라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에 물만 조금 채우겠죠.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거나.”사실 ‘이 시국’에 공연계 소식을 전하고, 예술인들의 삶을 조명한다는 일 자체도 조심스럽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일시 정지’ 상태에 빠지면서 어려운 공연계와 예술인들의 사정을 다루면 “사람이 죽고 사는 시국에 태평하게 예술 걱정을 하느냐”는 식의 댓글이 주를 이룬다. 해외 음악인들은 한국의 투명하고 안전한 방역 시스템에 신뢰를 표하면서 코로나19로 집단 우울에 빠진 사람들을 응원하고자 내한공연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반응 중에서는 “제발 오지 마라. 코로나만 더 퍼진다”라는 게 적지 않았다. 모든 공연장이 입구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관객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객은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 등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연계 노력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연’과 ‘예술’이란 먹고사는 일 너머에 존재하는, 등 따뜻하고 배부른 사람들의 호사 정도로 치부된다.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이라는 이율배반적 시각도 상존한다. 그래서일까. 공연계에서는 경영 사정을 묻는 말에 늘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만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등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말들을 먼저 한 뒤 ‘폐업’과 ‘도산’과 같은 현실성 짙은 말이 이어진다. 이미 많은 공연이 코로나19로 개막 자체가 무산됐고, 무대에 오른 공연들은 대부분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조기 폐막을 이어 가고 있다. 일부 뮤지컬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조기 폐막 이유로 밝혔지만, 애초 제작사들은 부실 경영에 작품 흥행 부진으로 출연 배우와 제작진 임금도 지불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더욱 열악한 소규모 극단 사이에서는 경영난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만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분위기다.실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2월 공연 매출은 206억 4049만원으로 1월 매출 규모(402억 7727만원)의 48.7%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공연 취소가 본격화한 3월 매출이다. 3월 상반기(1~15일) 공연 매출액은 49억 4869만원으로 전월 상반기(124억 8381만원) 대비 60.3%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공연·예술인 체감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 개인과 단체에 대한 피해 보전 방안으로 소극장 한 곳당 최대 6000만원씩 200곳을 지원하고, 예술단체 160곳을 대상으로 규모에 따라 2000만~2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뮤지컬 제작자는 “지금 큰 산불이 났는데 물이 부족하다고 분무기 들고 와서 물 뿌리는 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신청을 받은 ‘코로나19 특별융자’에는 394명이 몰렸다. 당초 긴급 편성한 예산은 30억원이었지만, 이대로라면 이를 훌쩍 초과한 36억원 규모가 되는 터라 심사를 통해 개별 융자 금액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인당 융자 한도 1000만원 이내로 규모는 적은 반면 예술 활동과 피해 증명 과정이 까다로워 승인 신청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재단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지원자 스스로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예술활동증명’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를 ‘예술’로 볼 것인가라는 해묵은 논쟁 속에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중증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 애인은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을 통해 성과를 단순히 증명하기 어려운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을 증명해야 예술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풍자하기도 했다. 현 공연·예술계를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에 비유한 한 예술단체 대표의 푸념이 떠오른다. “‘BTS(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와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을 찬양하고 제2의 BTS, 제2의 봉준호를 육성하겠다는 나라에서 왜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걸까요?
  • 왜 항공모함 도입 결정까지 ‘23년’이 흘렀나 [밀리터리 인사이드]

    왜 항공모함 도입 결정까지 ‘23년’이 흘렀나 [밀리터리 인사이드]

    1996년 김영삼 前대통령 재가 받아놓고도“주변국에 갈등 야기” 軍 스스로 항모 반대“한반도는 불침항모” 황당 논리까지 등장‘대양해군’ 내세우며 23년 만에 도입 결정전문가 “6·25전쟁으로 항모 유용성 부각”지난해 7월 12일은 해군사에 역사적인 날로 기록됐습니다. 이날 박한기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 등 군 수뇌부는 해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경항공모함급 ‘대형수송함-II’ 건조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부와 군이 공식적으로 사업 추진 결정을 내린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습니다. 국민들의 호응도 뜨거웠습니다. 그동안은 항모를 도입해야 하느냐, 도입하지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수십년 동안 옥신각신하느라 연구는 커녕 시간만 흘려 보냈습니다. 어떤 시기엔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눈치를 보느라, 어느 시기엔 북한의 연안 기습도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와 군이 스스로 항모 도입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무려 ‘23년’입니다. 항모 도입 결정에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 15일 한국국방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국방정책연구’에 실린 ‘한국형 항공모함 도입계획과 6.25전쟁기 해상항공작전의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양해군’에 대한 개념이 희미하게나마 잡히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였습니다. 그 이전인 박정희 정부 시절엔 북한의 지상전력 위협에 대비하느라 해군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습니다. ●“北 위협에 연안방위…이젠 항모함대 필요” 1992년 강영오 전 해군교육사령관은 ‘제1회 함상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지상위협 때문에 불가피하게 연안방위에 중점을 뒀던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증강에 대처하고 통일 이후 태평양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항모기동함대’ 체제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했습니다.결정적인 전환점은 1996년이었습니다. ‘대양해군’ 개념을 국내에서 처음 공론화한 것으로 알려진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은 그 해 4월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직이착륙기 20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경항모 도입계획을 재가 받았습니다. 그 배경엔 이케다 유키히코 일본 외무상의 ‘독도 망언’이 있었습니다. “독도는 일본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한 일본에 대해 반일 감정이 치솟았고, 김 전 대통령의 지시로 2만t급 항모와 구축함 6척 건조 계획이 마련됐습니다. 국민 열망을 대변하듯 1996년 서울에어쇼에는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2만t급 국산 경항모 모형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국방부와 합참이 이 계획을 반대했고, 이듬해 경항모 연구개발비는 전액 삭감됐습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군은 표면적으로 “항모 도입이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중일, 갈등 유발” 軍 스스로 반대 주변국의 해군 군비 증강이라는 ‘나비 효과’를 일으켜 국가 안보를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항모 개발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상황을 감안하면 실소가 나올 법한 논리였지만, 당시엔 그렇게 항모 도입계획이 무산됐습니다. 당시 육군 위주로 구성된 국방부와 합참 지휘부는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이기 때문에 항모가 필요없다. 북한에 우선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이 때부터 해군 지휘부는 ‘북한의 위협’ 대신 ‘대양해군 건설’을 주된 노선으로 삼고 여론 조성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국민들의 공감대도 더해져 독도함과 마라도함 등 대형수송함 건조사업, 세종대왕함 등 이지스 구축함(KDX-III) 건조사업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이 해군에 또 한번의 고난을 안겼습니다. 1200t급 초계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하면서 “덩치만 크고 비싼 군함 만들면서 허세 부리다 앞마당 뚫렸다”, “연안도 못 지키면서 무슨 대양해군이냐”는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나서 “우리 군이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뤄 온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군을 질책했습니다. 해군은 그 해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서에 ‘대양해군’이라는 용어를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 할 정도로 움츠러들었습니다. ●‘아덴만의 여명작전’으로 국민여론 급선회 2011년 1월 여론은 다시 급반전했습니다.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된 21명의 삼호 주얼리호 선원들을 단 1명의 사망자도 없이 구출해 낸 ‘아덴만의 여명작전’이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이에 2012년부터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대양해군’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하고, 해군의 노력이 점차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여기에 2012년 중국이 첫 항모인 랴오닝호를 취역시키고 일본 내부에서 이즈모급 헬기항모를 경항모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국산 항모 도입 논의에 가속도가 붙게 됩니다. 그러고도 7년이 더 흐른 지난해 정부는 올해 예산으로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경항공모함급 ‘대형수송함Ⅱ’ 개발사업비 271억원을 확정했습니다. 우리 눈으로 항모를 직접 확인하려면 앞으로도 1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항모 도입 계획은 지난해까지 무려 23년 동안 수많은 논쟁과 질곡의 역사를 거쳤습니다. 이런 역사를 이해한다면 “좁은 바다에서 굳이 돈이 많이 드는 항모를 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무의미한 논쟁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수십년간의 논쟁에도 많은 국민들이 꿋꿋하게 항모 도입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연구팀은 ‘6·25전쟁’ 당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항모의 역할을 감안하면 항모 도입에 단순히 대양해군 논리만 내세워선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전투지원 ‘움직이는 비행장’으로 대비” 전쟁 초기 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비행장 운용이 어려워지면서 미 공군은 일본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켰습니다. 그렇지만 대한해협 너머에서 온 전투기들은 작전시간이 ‘15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항모를 동원하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공군 전투기들이 표적에 도착하는데 평균 1시간 7분이 걸린 반면 함재기는 5~10분만에 지상군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이는 ‘낙동강 혈투’에서 북한군을 막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미 해병1사단의 역사적인 철수작전인 ‘장진호 전투’와 피난민 9만명과 병력 10만명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흥남철수’도 수많은 함재기들의 도움으로 가능했습니다.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방사포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북한이 공군 비행장을 1차 타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70년 전의 교훈을 되짚어보며 ‘움직이는 비행장’ 항모를 통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겁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재난기본소득 논쟁, 총선 ‘폭풍의 눈’으로 부상하나

    재난기본소득 논쟁, 총선 ‘폭풍의 눈’으로 부상하나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증시가 된 서리를 맞으며 국내 민생경제 부문 역시 전례가 드문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다음달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더불어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불붙은 모양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에) 취지는 이해하나, 당장 검토하진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금융·경제 정책 관련 전례 없는 대책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이후 정치권은 향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추경 예산안이 국회 통과되는대로 당장 집행될 예정인 만큼 정부는 효과가 중복적인 재난기본소득 도입 자체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 및 향후 경제적 파장은 현재로선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여야의 관련 논쟁은 총선 이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경제 상황 특별점검회의에서 현 상황을 “과거와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며 “전례 없는 대책을 만들어내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금융시장 및 제반 경제 동향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경제 정책을 하는 분들은 과거의 비상상황에 준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며 “과거 사례와 비교는 할 수 있으나 그때와는 양상이 다르고 특별하니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전례없는 특별한 대책이 무엇을 염두에 둔 발언인지는 명확치 않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고 나선 재난기본소득 지급안 마련 등도 포함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재난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을 맞아 소득과 무관하게 정부가 직접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경수, 이재명, 박원순 등 여권 광역단체장들이 앞다퉈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균형재정이 우선인 기획재정부로서는 추경안이 통과되면 실제 경제적인 실효성, 효과의 중복성 여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약50조원으로 추산되는 재원 마련 역시 고민되는 대목이다. 여당 입장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으로부터 ‘선거용 현금 살포‘라는 포퓰리즘 공격을 받으며 정치적 공격 대상으로 변질될 우려가 큰 부분은 부담거리다. 실제로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현금성인 재난기본소득 대신 세금감면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앞서 11일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서는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일자리 안정자금 등 추경안 중 민생·고용안정용으로 2조 6000억원 정도가 580만명에게 상품권·현금성으로 지원되는데, 이것이 재난기본소득 취지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광역단체장들이 제안한 취지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나, 현재는 여러가지 안들을 살펴보는 단계지 아직 적극적인 검토 혹은 협의가 시작된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으로서는 코로나19 추세가 봄 이후까지 장기화되고 내수·민생 경제 시장이 받는 타격이 확대될 경우,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으로 흐를 개연성도 충분하다. 이런 측면에서 재난기본소득이 총선 국면에서 태풍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포률리즘 논란에는 신중할 수 밖에 없지만,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추경에 추가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논의할 시기가 조기 도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청은 당장 총선에 미칠 영향 때문에 언급이 조심스럽겠지만, 지자체와 개별 의원들 요청이 계속된다면 청와대·정부 의지와 별개로 논의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코로나19,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해야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회동을 갖는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위한 회동을 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등 4당 대표들이 전격 수용한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코로나19 국난을 맞아 늦게나마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의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동안 정치권의 대응은 너무나도 한심했다. 지난 5일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에 합의했지만, 명칭을 놓고 보름을 싸우다 지난 20일에야 ‘국회 코로나19 대책특별위원회’를 정식으로 구성했다. 아직 위원장과 위원들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어제 국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 등 ‘코로나 대응 3법’을 통과시켰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 법들은 감염병 환자 등과 접촉한 사람이나 발병 의심자에 대한 행정 조치의 근거가 되고 감염병 예방 방역에 필수적인 물품과 의약품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가 담겨 있다. 54년 제정 이후 66년 만의 대수술이지만 의미가 퇴색했다. 감염증 대처에 가장 중요하다는 선제적 대응은커녕 골든타임도 놓쳤고 그나마 여론에 뭇매를 맞고서야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국회의 존재 이유 자체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과거 신종플루나 메르스 사태 등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국가 재난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역감염 단계로 진입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여야 4당대표 회담은 과거와 달라야 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야당의 견제와 건설적인 비판은 필요하지만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논쟁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쇼윈도 회담’으로 전락돼선 절대 안 될 일이다. 초당적 협조를 위해선 먼저 정쟁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실천안을 발표해야 한다. 이번 회동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것인 만큼 당장 추경 편성 문제가 급선무다. 추경의 성패는 신속성과 정교함에 달렸다. 신속한 처리와 짜임새 있는 예산 배정을 당부한다. 과감한 선제적 방역활동과 자영업과 수출 제조업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 구제는 물론 선제적인 소비 촉진 방안 등을 위한 예산 배정이 절실하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총선용 생색내기 추경으로 전락해선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국가적 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4·15 총선의 득실과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는 안 된다. 성숙한 유권자들은 미증유의 국난 극복을 위해 어느 당이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했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 文대통령·여야 4당 대표 28일 ‘코로나 회동’

    文대통령·여야 4당 대표 28일 ‘코로나 회동’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만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초당적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 회동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에 회동을 제안했고, 정당들이 받아들여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국회에서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가 코로나19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입법·예산 지원을 위한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은 현 정부 들어 6번째이며 지난해 11월 이후 110일 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한 바 있다.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과 장기화를 막기 위한 방역 대책, 소비심리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 민생 회생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전망이다. 통합당 등도 추경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다만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나 한국인 여행자 등의 해외 격리, 방역 실패 논란이 테이블에 오른다면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정부 대책이 바르지 못하다. (회동에서) 제 생각을 알리고 이 우한 폐렴 사태가 신속히 종식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주한미군 韓노동자 ‘해고 협박’이 통하는 이유 [밀리터리 인사이드]

    주한미군 韓노동자 ‘해고 협박’이 통하는 이유 [밀리터리 인사이드]

    “분담금 증액하지 않으면 4월부터 무급휴직”무급 30일까지 가능…사실상 대량해고 예고일본은 ‘주둔군 기구’ 두고 단체협약까지 진행전문가 “주한미군 노동자 관리권한 가져와야”미국이 교착상태에 빠진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새로운 카드로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을 들고 나왔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달 29일 “한국 정부가 고용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오는 4월 1일부터 임금을 줄 수 없다”고 각 직원들에게 통보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월급을 주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 규정상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은 30일까지만 가능하고, 이후에는 ‘일시 해고’ 상태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 ‘한국인 노동자 대량 해고’를 예고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서둘러 방위비분담금 증액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한국인 노동자가 해고될 수 있다’고 압력을 가한 것입니다. 주한미군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무급휴직 동의서를 받아왔고, 현재는 4월 이후 근무 가능한 한국인 직원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년 협상에서도 ‘무급휴직’ 연계 압박 방위비분담금과 무급휴직 연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미국은 2018년 말 직전 협상인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한국 정부와 이들 노동자를 압박했습니다. 당시엔 한국인 노동자의 입을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번엔 직접 주한미군사령부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공개적으로 나섰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이런 방식의 압박이 점차 공공연해지고 강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주한미군에 소속된 한국인 노동자 임금은 한국 국민이 ‘세금’으로 내는데, 주한미군이 해고를 통보한다는 점이 이상합니다.16일 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 ‘한국과 일본의 주둔미군 지원인력의 노무관리제도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물품판매 등의 수익으로 임금을 주는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하면 지난 5년 동안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노동자 임금의 69.9%를 한국 정부가 부담했습니다. ●美 “미군 예산”…인건비 상세내역 ‘깜깜’ 2017년 기준 한국 방위비분담금으로 임금을 지급한 주한미군 소속 직원은 5945명에 이릅니다. 미국 측 부담 인원(3040명)의 2배 규모입니다. 2018년 기준 한국인 노동자 연봉은 1인당 평균 6150만원입니다. 1년에 3500억원이 넘는 인건비가 투입되지만, 미국이 우리 정부에 제공하는 임금 보고서는 달랑 A4 몇 장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설명이 생략돼 있습니다. 방위비분담금은 ‘미군 예산’이기 때문에 상세 내역을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이것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것으로, 모든 한국인 노동자 노무관리 권한은 미국이 갖도록 규정했습니다. 돈만 우리가 낼 뿐 모든 노무관리 권한은 미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을 재촉하면 언제든 돈을 꺼낼 수 있는 ‘지갑’ 정도로 여길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9일 뉴욕주 햄프턴스에 열린 모금 행사에서 어릴 적 아버지와 임대료를 수금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브루클린 임대 아파트에서 월세 114달러 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 1830억원)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옆나라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일본 정부는 1987년부터 한국처럼 미군 소속 노동자의 인건비를 100%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는 많이 다릅니다. 한국은 채용 규모와 모집, 지원자 선발, 고용계약 체결, 임명 등 모든 인사 관리 권한이 미군에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해고를 빌미로 협박해도 외교적 대응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반면 일본은 지원자 모집과 고용계약 체결, 임명을 일본 정부가 합니다. 주관 기구인 ‘주둔군 노동자노무관리기구’(LMO)가 주일미군 노동자 노무관리와 급여지급, 복리후생 정책을 담당합니다. 주일미군은 승진이나 배치, 인사 평가 등의 세부 인사 업무만 담당할 뿐입니다. ●“한국 정부가 노동자 고용주체 돼야” 심지어 일본인 노동자의 노사 단체협약도 일본 정부가 맡습니다. LMO는 일본인 노동자 고용 규모를 2005년 2795명에서 2017년 4199명으로 해마다 늘리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당장 노무관리 권한을 우리에게 이관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임금’이나 ‘해고’를 SMA 협상 카드로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조건없이 권한을 내놓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국방연구원 연구팀은 “미군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고용주이며, 우리나라는 미군의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를 지원할 뿐”이라며 “우리 정부가 향후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누군가는 ‘동맹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지 모릅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주한미군 노동자를 관리하면 인건비 부담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국방연구원 연구팀 분석에서 우리가 일본의 LMO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면 100명 정도의 관리인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그렇지만 한번 생각해봅시다. 미국은 구체적인 방위비분담금 증액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서는 연간 6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압박 전략의 핵심은 한국인 노동자 임금과 해고입니다. 이건은 순전히 ‘장삿속’일 뿐 동맹의 가치와는 무관합니다. 노무관리를 미국에 맡겨놓은 결과로 돌아온 것은 ‘협박’입니다. 다소 논쟁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꼭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사드 추가배치도 비용전담도 모두 안된다

    미 육군이 2021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성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 인프라 공사에 한국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있다. 미군은 지난 3일 의회에 제출한 ‘FY2021 육군 대통령 예산안’에 경북 칠곡 캠프 캐럴 주한미군 기지 부문에 ‘성주 부지 개발’ 항목을 포함한 뒤 4900만달러(약 58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여기에 한술 더떠 ‘주둔국(Host Nation) 자금’을 언급하면서 “전진작전 거점을 위한 부지 개선에 주둔국 자금을 활용하라”, “주둔국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미군이 부지개발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는 ‘사드 전개 비용 및 관련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 한미 합의 사항에 위배된다. 미국이 현재 진형 중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협상의 지렛대로 이번 사드 문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사실이라면 호혜 원칙의 한미동맹이 심각히 위협받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주둔군 비용부담 가능성을 꺼낸 이유가 한국에 사드를 추가배치하기 위한 포석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존 힐 미 미사일방어국장(해군 중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예산안 브리핑에서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할 수 있다면 한반도에 많은 유연성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발사대와 레이더, 지휘통제소 등으로 구성된 사드 포대에서 발사대를 떼내거나 별도로 발사대를 추가 설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의 경북 성주 기지뿐 아니라 중국과의 최단 거리인 수도권 등에도 사드가 배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사드 추가 배치와 같은 효력을 내는 이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중국와 러시아에서는 동북아 안보 지형의 중대한 변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어제 “성능 개선을 위한 것일 뿐 경북 성주군 외 타 지역에 추가로 사드 포대를 배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뒤맛이 개운치 않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북핵·미사일 방어용이라고 국민을 설득하지만, ‘중국 봉쇄’와 같은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과 아태지역에서의 미국의 절대우위 패권 형성 등이 깔려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슬그머니 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로 한국은 너무도 비싼 ‘사드 비용’을 치렀다. 국론이 양분돼 소모적인 찬반논쟁을 벌였고, ‘한한령’(限韓令)과 같은 중국의 거센 경제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무지막지했고, 한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후 한중 정상은 가까스로 ▲사드 추가 배치 중단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중단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중단 등 ‘3불 원칙’에 합의해 가까스로 봉합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 불거진 사드와 관련한 비용부담 또는 추가배치 가능성에 대해 한국인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한국이 부당한 불이익을 봐서는 절대 안된다.
  • 막올린 日 ‘의혹국회’… 아베의 레임덕 가를 분수령 될까

    막올린 日 ‘의혹국회’… 아베의 레임덕 가를 분수령 될까

    아베 “도쿄올림픽으로 하나 되자” 회피 야당 단일교섭단체 구성 “아베1강 저지” 국회 추이 따라 아베 퇴진·해산 가능성도 일본의 정기국회가 지난 20일 개막한 가운데 이번 국회가 아베 신조 총리의 조기 ‘레임덕’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각종 비리와 스캔들 등 정권의 악재가 곳곳에 널려 있는 상태에서 시작된 이번 국회에서 야당은 아베 총리에 대한 파상공세를 통해 ‘아베 1강’의 장벽을 허물어 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면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구심점으로 자신의 기반을 다짐으로써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반대세력에 대해서도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겠다는 각오다. 아사히신문은 21일 “아베 총리가 국가예산을 사적으로 활용했다고 비난받는 ‘벚꽃을 보는 모임’ 문제, 정권의 핵심정책으로 추진해 온 카지노형 리조트 사업을 둘러싼 국회의원 수뢰사건, 경제산업상과 법무상의 선거법 위반 관련 사임 등이 이번 국회의 핵심이슈”라며 ‘의혹국회’라는 표현을 썼다.아베 총리는 국회 개원 첫날 시정방침 연설에서 벚꽃모임 등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도쿄올림픽을 통해) 국민이 하나 돼 새로운 시대로 박차고 나아가자” 등 밝은 면만 강조했다. 반면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등 야당은 정권에 대한 공세의 수위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일회파’(단일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치열한 국회 논쟁을 통해 정권의 난맥상을 분명하게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악재가 잇따르면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지난해 12월 아사히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정권을 지지한다’ 38%, ‘지지하지 않는다’ 42%로 1년 만에 양자가 역전됐다. 아사히는 “이번 정기국회의 추이에 따라 정권이 구심력을 잃을 수 있다”며 “이는 아베 총리의 중의원 해산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가 소식통은 “아베 총리는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의 기치를 더욱 높이 올릴 것”이라며 “개헌의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당내 세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데 있어 개헌은 가장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사설] 쏟아지는 선거공약, 맹탕 공약은 표로 심판해야

    선거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1호 공약으로 ‘무료 공공 와이파이’ 전국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5G 시대를 앞두고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무료 와이파이를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여성·신혼부부·저소득층·벤처기업 등을 겨냥한 공약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 한다. 한국당은 재정건전성 강화·노동개혁·탈원전 저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1호 경제공약’을 내놓았다. 여당 심판론에 무게를 둔 것으로 사법개혁 저지 등 여당이 추진한 정책들을 무효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20세 이상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9년간 무주택 세입자 주거권 보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세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 보장해 최소 9년간 세입자의 거주를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당들의 1, 2호 공약을 일일이 평가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늘 반복되는 물레방아형이라는 지적에 선심성·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당들이 공약을 내놓기에 앞서 얼마나 법과 제도를 연구하고 예비 수용자들과 협의를 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주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이 취지나 방향이 올바르지 않아 지난 시간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것이 아니다. 복잡다기한 현대사회는 촘촘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 곳에 변화를 주면 다른 한쪽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연구하지 않고 고민 없이 내놓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출산 대책과 청년 관련 공약들이다. 십수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상황은 날로 나빠지고 있고, 그 대책의 적합성을 놓고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만 양산할 뿐이다. 지난 지방선거만 해도 여야는 일자리, 복지, 주거, 교육, 여가, 창업 등의 분야로 나눠 청년 공약을 쏟아냈다. 이것이 미봉적인 예산 쏟아붓기식 공약이었을 뿐이라는 걸 벌써 확인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제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 최소한의 고민도 결여된 맹탕공약, 더이상 발표하지 못하도록 표로 심판해야 한다.
  • 국민에게 1도 감동 못 주는 ‘1호 공약들’

    국민에게 1도 감동 못 주는 ‘1호 공약들’

    민주 “공공 와이파이 늘려 데이터 0원” 보조금 묶인 요금제 못바꿔 혜택 미미 한국 “재정건전화법으로 정권 심판” “늘어난 복지 수요에 대안은 있나” 지적 정의 “20세 되면 누구나 3000만원 지급” “재원 마련 계획 미흡… 정략적 접근”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본격 정책 대결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편적인 ‘통신비 절감’ 카드를 꺼냈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뒤집는 것을 제1공약으로 삼았다. 정의당은 모든 청년에게 기초자산을 지급하는 파격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략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15일 총선 1호 공약으로 ‘전국 무료 와이파이’를 내놓았다. 2022년까지 버스·터미널·학교·박물관·전통시장 등에 와이파이 5만 3000여개를 설치해 통신비를 절감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올 예산 480억원은 확보됐고 추가로 5300억원 정도가 든다. 와이파이 구축 및 유지 예산은 통신사업자와 정부·지자체가 1대1로 분담하지만, 정부 부담을 최대 80%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그러나 비용 대비 국민 체감도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시내버스 와이파이를 포함해 전국에 깔린 공공 와이파이는 5만 4000여개다. 공약대로면 설치 규모가 2배가량 확대되지만 5G와 비교해 속도와 품질이 떨어지는 데다가 약정으로 묶여 있는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기본료 폐지,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도는 사실상 폐기되고 후순위 공약이던 공공 와이파이를 재탕한 것”이라며 “5G 보편화로 통신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 기본료 폐지나 보편요금제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한국당은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180도’ 돌리는 공약들을 내놨다. 우선 ‘재정준칙 도입’을 명문화하는 재정건전화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예산안 편성 시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지만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입 둔화 및 지출 증가로 2018년 35.9% 수준이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 46.4%까지 오를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른 불가피한 복지 지출, 경제성장률 하향에 따른 세수기반 약화 등을 외면하고 법으로 비율을 강제한다고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월성 1호기 재가동 공약도 내놓았다. 당장 월성 1호기 중단이 전력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능력 등을 과소평가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재량근로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되돌려 ‘워라밸’(일·생활 균형)을 해칠 우려가 있다.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3000만원 지급을 1호 공약으로 내건 정의당은 이날 1인 청년가구에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등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2호 공약을 발표했다. ▲전세 계약기간 3년 연장 ▲계약갱신청구권 2회 보장 ▲고위공직자 2주택 이상 보유 금지 등이 담겼다. 정의당 관계자는 “포퓰리즘 공격을 받을 만큼 불평등한 구조를 개혁할 획기적 정책과 메시지로 사회적 논쟁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공약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재정 마련에 대한 구체적 고민도 없고 국가 미래를 설계한다는 비전도 없는, 현금 나눠 주기식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뒤집힌 ‘월성1호기’ 경제성, 산업부 직권남용 뇌관 되나

    뒤집힌 ‘월성1호기’ 경제성, 산업부 직권남용 뇌관 되나

    경제성 부족 이유 지난달 영구정지 결정 회계법인 초안엔 “1778억 경제성 있다” MB땐 1648억 이익… 심상정 “적자 심각” 감사원, 지표 왜곡 결론땐 한수원도 배임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영구정지 결정을 받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을 분석한 시기나 주체에 따라 계속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의문을 낳는다. 감사원이 다음달 발표할 감사 결과에 따라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무 부처 산업통상자원부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14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한수원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1380억원의 이익이 나고, 즉시 멈추면 39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 계속 가동과 중단에 따른 손실액을 합쳐 1778억원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이용률(실제 발전량을 발전 가능량으로 나눈 값)을 70%로 가정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2001~17년 월성 1호기 평균 이용률이 79.5%였던 걸 근거로 삼았다. 생산전력 판매단가는 2017년과 같은 ㎾h당 60.76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 회계법인이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연 뒤 경제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가정들이 대거 바뀌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월성 1호기 이용률이 60%로 10% 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판매단가도 48.78원(2022년 기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보고서에선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91억원의 손실이 나고, 즉시 가동을 중단하면 315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바뀌었다. 계속 가동하는 게 멈추는 것보다 224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된 것이다. 초안보다 8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정 의원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지표를 실제보다 불리하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부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객관적인 기준과 사실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반박했다. 어찌됐든 회계법인의 최종 결론은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것이었지만, 한수원의 결정은 달랐다. 월성 1호기의 ㎾h당 판매단가가 발전원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자 원전이란 점을 부각해 원안위에 영구정지 신청을 냈고, 지난달 받아들여졌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논란은 10년 넘게 지속된 해묵은 논쟁이다. 한국전력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월성 1호기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자 분석을 실시해 1648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판정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는 계속 운전하면 1395억~3909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같은 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환경운동연합은 재가동하면 1462억~2269억원의 적자가 난다는 상반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논란은 감사원이 다음달 감사 결과를 내놓아야 정리가 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판매단가 조작으로 결론내면 한수원 이사진은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산업부도 월성 1호기 경제성 지표를 왜곡하는 데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원전의 안전성을 판정하는 원안위와 경제성을 측정하는 한수원,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끊이지 않는 월성1호기 논란…새달 감사원 결과 따라 후폭풍 전망

    끊이지 않는 월성1호기 논란…새달 감사원 결과 따라 후폭풍 전망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영구정지 결정을 받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을 분석한 시기나 주체에 따라 계속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의문을 낳는다. 감사원이 다음달 발표할 감사 결과에 따라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무 부처 산업통상자원부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14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한수원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1380억원의 이익이 나고, 즉시 멈추면 39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 계속 가동과 중단에 따른 손실액을 합쳐 1778억원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이용률(실제 발전량을 발전 가능량으로 나눈 값)을 70%로 가정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2001~17년 월성 1호기 평균 이용률이 79.5%였던 걸 근거로 삼았다. 생산전력 판매단가는 2017년과 같은 ㎾h당 60.76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 회계법인이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연 뒤 경제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가정들이 대거 바뀌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월성 1호기 이용률이 60%로 10% 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판매단가도 48.78원(2022년 기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보고서에선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91억원의 손실이 나고, 즉시 가동을 중단하면 315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바뀌었다. 계속 가동하는 게 멈추는 것보다 224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된 것이다. 초안보다 8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정 의원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지표를 실제보다 불리하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부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객관적인 기준과 사실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반박했다. 어찌됐든 회계법인의 최종 결론은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것이었지만, 한수원의 결정은 달랐다. 월성 1호기의 ㎾h당 발전원가가 판매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자 원전이란 점을 부각해 원안위에 영구정지 신청을 냈고, 지난달 받아들여졌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논란은 10년 넘게 지속된 해묵은 논쟁이다. 한국전력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월성 1호기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자 분석을 실시해 1648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판정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는 계속 운전하면 1395억~3909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같은 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환경운동연합은 재가동하면 1462억~2269억원의 적자가 난다는 상반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논란은 감사원이 다음달 감사 결과를 내놓아야 정리가 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판매단가 조작으로 결론내면 한수원 이사진은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산업부도 월성 1호기 경제성 지표를 왜곡하는 데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원전의 안전성을 판정하는 원안위와 경제성을 측정하는 한수원,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기저귀 vs 화장실? 시간 무제한?…헷갈리는 필리버스터 설명서

    기저귀 vs 화장실? 시간 무제한?…헷갈리는 필리버스터 설명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벌어진 여야 국회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소수 정당이 다수당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막고자 허용된 행위다. 하지만 이번에는 야당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또다시 여당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여야 의원이 번갈아 토론하는 이색 광경이 펼쳐졌다.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국회의원별 다른 행동과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많은 시민이 궁금증을 가진 필리버스터 규칙을 아래에 문답으로 정리했다. ●기저귀 vs 화장실, 발언 중 자리를 비워도 될까?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에서 국회의원들은 연단에 올라 장시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연단에 오른 의원이 발언을 마치면 바로 다음 의원이 말을 잇는 릴레이 방식이다. 그러면 화장실 등 생리적 현상은 어떻게 해결할까. 지난 23일 첫 필리버스터 주자인 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자리를 비우지 않고 발언을 이어가고자 기저귀를 찼다. 반면, 두 번째 주자인 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세 번째 권성동 의원은 발언 도중 의장단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비웠다. 필리버스터 관련 규정은 국회법 제106조의2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시와 종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할 뿐 토론 도중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는 않다. 결국 회의 진행 권한을 가진 국회의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셈이다. 다만, 의사결정 방해를 위한 강력한 반발 행위인 만큼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많은 의원은 기저귀 착용을 택한다.●한번 시작한 필리버스터 언제까지 할 수 있나? 이번 필리버스터는 지난 23일 밤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면서 시작됐다. 필리버스터 기한은 해당 회기가 끝나는 시점까지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는 이번 임시회가 끝나는 25일 밤 12시에 함께 종료해야 한다. 다만, 더 무제한토론을 이어갈 의원이 없거나,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무제한토론을 종결하자는 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 가결되면 토론이 종료된다. 이 종결 동의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고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한번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법안에서는 또다시 필리버스터를 걸 수 없다. 국회법상 한번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 법안은 그다음 회기에서 토론 없이 곧바로 표결에 부쳐야 한다. 의사결정이 무기한으로 연기돼 국회가 사실상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현재 논의 중인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25일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다음 임시회에서 바로 표결에 들어간다. 다음 임시회는 26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한 의원에게 허용된 시간과 발언 가능한 주제는? 의원 1인당 1회 토론 기회를 주며 시간제한은 없다.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의원들은 2시간대~5시간대의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무제한 토론을 벌인 국회의원은 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로 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에서 12시간 31분간 토론을 했다. 필리버스터 전체 시간으로도 2016년 민주당의 필리버스터가 약 192시간으로 가장 긴 시간 진행된 필리버스터다. 국회법상 회의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의원은 의제 관련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의제 관련 발언이라는 조항이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보통 발언대에 오른 의원들은 다양한 현안 의제를 모두 다룬다. 이번 필리버스터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관한 것이지만 의원들은 북핵 문제·검찰 개혁·문 의장의 국회 운영·회기 결정의 건 필리버스터 논란 등 다양한 소재를 이야깃거리 삼았다.●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 수 있나? 연도별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해서는 12월 1일 밤 12시가 지나면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없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의 동의 없이 2020년도 예산안이 강행처리될 때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걸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예산안이 12월 내에도 처리되지 않는 참사를 막기 위한 조항이다. 다만, ‘회의 기간 결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 수 있는지는 논쟁으로 남아 있다. 한국당은 지난 23일에도 회기 결정안부터 필리버스터를 시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법을 검토한 결과 회기 결정의 건은 무제한 토론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민주당은 “‘회기 결정의 건’에 반복해 무제한토론을 신청하면 다른 모든 안건의 처리가 불가능해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규정을 담은 국회법 제106조의2 조항 어디에도 회기결정의 건이 예외조항이라는 점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번엔 국회의장의 해석에 힘이 실렸지만, 한국당은 계속 반발하고 있어 이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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