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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가을엔 축제를 즐기자/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가을엔 축제를 즐기자/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축제는 고대 사회에서 신에게 수확의 감사를 드리는 제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농부들이 봄·여름 내내 땀방울로 일군 황금 들판에서 기쁨으로 수확하는 가을이야말로 진정한 축제의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이 가을에 우리 모두 시름을 떨쳐버리고 축제를 맘껏 즐겨 보는 것이 어떨까. 한가위를 맞아 보름달처럼 풍성한 복을 받으시라고 덕담을 나누면서도 마냥 행복할 수만 없는 현실을 뻔히 알면서 한가롭게 웬 축제타령이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다. 풀릴 것 같더니만 아직 얽혀 있는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문제, 재원 문제로 복지공약은 줄어들고 세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에 국민이 피곤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겠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 가을에 우리는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축제의 현장을 찾아가 보는 것이 좋겠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축제 수가 너무 많고, 축제마다 특색 없이 그 축제가 그 축제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소비적이고 전시적인 행사에 왜 예산을 쓰느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1000개 정도 되는 우리나라 축제는 선진국에 비하면 그 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나아가 본격적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축제정책을 편 지 20년이 채 안 된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특색 있는 축제들도 많은 편이다. 물론 중복적이고 낭비적인 축제도 있다. 그러나 축제 하나 잘 키우면 주민화합과 국민화합, 지역 브랜드 제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 그 효과가 웬만한 기업을 유치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있다. 브라질 리우 삼바축제, 독일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 영국 에든버러 잔치 등 외국의 유명축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도 보령머드축제나 금산인삼축제 등 그 경제적, 브랜드 가치적 효과가 입증된 축제가 꽤 많다. 축제를 소비적이고 전시적이라고 도매금으로 평가절하할 일이 아니다. 이번 가을은 전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로 풍성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우리나라 대표축제인 전북의 김제지평선축제와 경남의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비롯해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추억의 7080 충장축제와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 강원의 양양송이축제와 정선아리랑제, 경기의 수원화성문화제와 이천 쌀문화축제, 충남의 천안흥타령춤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 전북의 순창장류축제와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 전남의 남도음식문화큰잔치와 명량대첩축제, 경북의 영주풍기인삼축제, 경남의 산청한방약초축제, 제주의 올레걷기축제 등 그 수를 다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특히 이 중에서도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충남 계룡대에서 열리는 지상군페스티벌은 주목할 만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축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군대를 소재로 한 병영훈련 체험, 헬기와 장갑차 탑승 체험, 모형전차 콘테스트, 군악 의장대 사열과 에어쇼는 물론 무기장비 전시 등 평상시에는 일반 국민이 접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축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규율과 통제로 상징되는 군이 민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독특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들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매우 유익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현대생활은 분주함 그 자체다. 미하일 엔데의 ‘모모’에서도 지적된 대로 현대인은 문명의 발달로 단축된 시간만큼의 여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다음 스케줄에 함몰되어 가는 악순환의 위험 가운데서 살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일을 잠시 내려놓고 일탈의 기쁨을 누려보자. 쉼은 퇴보가 아니고 재생산의 원동력이다. 기약 없는 입시전쟁에 몰입된 우리의 젊은 자식들에게도 충전의 기회를 주자. 일단 온 가족이 손에 손을 잡고 축제의 장 속으로 들어가 보고서 축제가 정말 낭비적인 몹쓸 것인지, 재생산과 가족 사랑을 촉진하는 활력소인지 직접 평가해 보자. 호이징가는 일찍이 인간을 ‘호모 루덴스’(놀이의 인간)로 표현하면서 우리 속에 잠재된 놀이 근성을 잘 집어내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이 가을에 우리 모두 축제를 즐기자.
  • “공직선거 출마 왜 지방의원만 차별”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24일 제주에서 정기회를 갖고 지방의회 의원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90일 전에 그 직을 사임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의장협의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방의회 의원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90일 전에 사임해야 하는 것은 그 직을 유지하고 입후보하는 국회의원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지방의회 의원이 사퇴할 경우 보궐선거에 따른 비용의 낭비, 지역주민의 선출권에 대한 배반 등을 이유로 공직자의 선출직 출마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유권자의 선출권이 중요한 만큼 지방의회 의원의 피선출권 역시 존중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현행 공직선거법 53조는 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장협의회는 “이 조항을 개정해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낙선한 지방의회 의원이 계속해서 의회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면 보궐선거의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어 관련 예산의 지출 역시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의장협의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한 영·유아보육비 지원대상 확대 정책으로 인해 지자체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어 취득세의 세율을 인하하게 되면 지자체의 각종 복지정책이 중단될 수도 있다”며 정부의 지방 세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지자체는 국제행사 개최 유혹에서 벗어나야/이갑수 ㈜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지자체는 국제행사 개최 유혹에서 벗어나야/이갑수 ㈜ INR 대표

    5공 시절 엄청난 예산을 들여 대규모 행사를 열며 정권의 정통성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때가 있었다. 1981년에 개최된 ‘국풍’이라는 정체불명의 정부 주도 행사가 대표적이다. 그 후 정부는 수천 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나 스포츠 행사들을 유치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받았지만 그나마 그 덕에 국제행사 개최 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한국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긍정적 효과도 거뒀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민관이 함께 국제회의나 전시회를 유치하고 관광으로 연결시키는 MICE를 중요한 국가산업의 하나로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행사의 유치가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로 좁혀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천억원의 지방예산을 쏟아부은 국제행사를 치르는 동안 허허벌판 위의 모텔에서 외국 기자들이 머물며 행사를 취재해야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를 위해 공문서 위조 의혹이라는 사태에 이르기까지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 지자체들이 ‘국제’, ‘세계’란 타이틀을 달고 열었던 행사 중 수준이나 해외 참가 규모, 준비나 진행에서 제대로 된 국제행사가 몇 개나 될 것인가.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3년간 지자체 행사 감사 결과 무려 9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 같으면 부도 상태에 이르렀어야 할 지자체들의 불감증은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고 국민들의 혈세만 축내는 것으로 귀착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시장·군수 등 단체장들이 임기 중 뭔가 업적을 만들어 놓겠다는 과시욕의 산물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지난주 서울신문에 지자체의 국제행사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정부가 광역단체의 국제행사만 엄격히 심사해 허용하고, 기초자치단체에는 최대한 국제행사를 허용치 않겠다는 것으로, 정부가 무리한 국제행사 유치를 억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참에 소요 예산, 경험, 진행 능력, 경제효과 등을 감안해 기초단체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할 타당성에 대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역 행사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겨울 축제로 이름을 올린 화천 산천어 축제의 성공 사례는 거창한 이름과 예산 낭비 없이도 얼마든지 지역 행사 개최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지자체 장들은 무분별한 행사 유치 욕심에 사로잡히기보다 자기 지역 출신 젊은이들의 푸른 꿈에 투자하거나 아니면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작은 캠페인이라도 이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혹시 지자체의 홍보 목적으로 국제행사 유치를 원하는 단체장이 있다면 페이스북 하나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스위스의 ‘오버무텐’이라는 작은 마을을 찾아가 볼 것을 권유한다. 마을 페이스북에 ‘좋아요’만 눌러 주면 그 사람의 사진을 인쇄해 마을 벽에 붙여 주는데, 전 세계 참가자들이 나중에 그 마을을 방문해 자신의 사진을 보고 좋아하는 과정에서 마을은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관광 수입도 늘어났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정부와 지자체 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서울신문은 향후 지자체들의 국제행사 유치 전이나 개최 후에라도 수익성이나 홍보효과를 꼼꼼히 따져 지자체장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나 홍보를 엄청난 예산이 드는 국제행사로 해결해 보려고 하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견제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 [사설] 복지재원 조달 위한 증세 국민여론 수렴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그저께 여야 대표들과의 3자 회담에서 처음으로 증세(增稅)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증세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새해 예산안 편성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점으로 미루어볼 때 복지 예산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내년 복지 예산이 사상 최고치인 100조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정부 측에 주문하고 있다. 야당은 줄곧 증세론을 주장해 온 만큼 여야는 증세 방식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도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 야당의 법인세율 인상 요구에 선을 그었다. 정부는 그동안 직접 증세 가능성은 일축해 왔다. 소득공제를 대폭 줄이는 등 비과세·감면 폐지 또는 축소라는 간접 증세를 통세 세(稅)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물론 내년의 세입 여건마저 신통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비과세 감면과 지하경제 양성화로 재원 조달이 불가능하다면 그때 증세해야 한다”고 밝혀 증세 불씨를 이어 갔다. 물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 표현으로, 조세정책의 기조 변화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불필요한 국론 낭비를 줄이는 일이라 판단된다. 재원이 모자란 만큼 국민들의 지갑을 더 털지 말고 복지정책을 축소할 것인지, 아니면 증세 또는 재정 적자 확대를 감내하면서라도 복지공약 사업을 이행할지 선택해야 한다. 증세를 한다고 가정해도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해법에서 여야 간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야당은 ‘부자 감세’를 지적하면서 법인세 및 고소득자의 소득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가가치세 인상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 1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치 18.7%에 비해 낮은 점을 이유로 든다. 문제의 핵심은 복지를 더 늘리기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느냐 여부다.
  •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 창조경제 시대, 새 옷을 입혀라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 창조경제 시대, 새 옷을 입혀라

    국내에 불어닥친 지역 브랜드 열풍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지역 브랜드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 효과도 나오고 있으나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 초 세계적으로 공공 부문에서 확산된 생산성·효율성 등 경영 가치가 2000년대 들어 국내에도 밀려왔다. 정부가 먼저 국가 브랜드 창조에 나섰다. ‘다이내믹 코리아’ 등의 슬로건을 내세워 역동적인 이미지를 쌓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2009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국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로 번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아이 러브 뉴욕’ ‘예스 도쿄’ 등을 연상케 하는 ‘하이 서울’, ‘다이내믹 부산’ 등 지역 브랜드가 등장했다. 더불어 지역 특산물이나 축제에 대한 브랜드화도 급물살을 탔다. 특허청에 등록된 특산물 브랜드는 2004년 916개에서 2006년 6522개로 급증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축제 브랜드는 700건이 넘을 정도다. 지역 브랜드가 봇물처럼 쏟아지며 특산품 등에 대한 구매와 지역 축제 및 관광, 거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지역 브랜드가 지역의 유무형 자산 가치를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등 지역 장기 발전을 위한 도구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이나 LG 등의 제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가 주는 신뢰와 이미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양적인 증가 속에서 질적 수준을 담보하지 못한 지역 브랜드가 양산되고 있다는 비판도 따른다. 우선 브랜드 이름을 보고 상품과 지역을 연상할 수 없거나 서로 다른 지역에서 비슷비슷한 브랜드가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지역 정서를 외면한 브랜드 남용에 예산 낭비도 뒤따른다. 애써 만들어놨는 데 사후 관리가 부실한 사례도 있다. 모두 이름 짓기에 급급해 치밀한 전략이 뒷받침되지 못한 결과다. 지역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정체성을 분명하게 분석하고 시장에 있어서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감성과 이성에 호소할 수 있는 네이밍(이름 짓기)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또 지역 브랜드가 단체장 치적 쌓기에 활용되며 단체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연속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브랜드의 성공이 지방자치의 성공이고 국민 행복, 국가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을 넓혀가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에서도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낼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자체가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문화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속성을 갖기 위해 지역 브랜드만을 위한 공인된 평가와 시상식이 필요하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다. 이종수(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평가위원장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 지역 브랜드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며 “지역 브랜드 업그레이드가 곧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 경제이자 지역 경제는 물론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직무 적성검사’가 못 마땅한 경찰들

    지난 12~13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적성검사’가 실시된 가운데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직무 적성검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적성검사 결과가 인사나 직무 배치에 반영되지 않는 데다 검사 결과에 따른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의 적성을 반영하지 않고 참고만 하는 검사에 매년 1억원 안팎의 예산과 막대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문제풀이형인 직무 적성검사는 2005년부터 경찰관의 업무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자체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다. 경정 이하의 모든 경찰관들은 5년마다 정기적으로 적성검사를 치러야 한다. 검사는 크게 인성·적성·인지능력 검사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부서 배치나 인사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경찰서 인사과 관계자는 “참고 사항일 뿐 인사 등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일선 경찰들은 “적성 반영이나 업무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검사는 형식적이고 무의미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사이에서는 3시간 넘도록 진행되는 적성검사가 굉장히 피곤하고 골치 아픈 시험으로 통한다”면서 “적성검사 이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여러 번 다시 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직무 배치에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어서 솔직히 대충 찍고 나올 때가 많다”면서 “검사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인성과 적성 검사는 경찰 내부 사정에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경찰관은 “겉으로는 경찰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인데, 문제가 있는 사람을 색출하고 감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어쩌다가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은근히 왕따가 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경찰관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적성 검사 때문에 주변에서 3~4명은 정신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을 받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무 적성검사 담당자는 “매년 1만 5000여명의 응시생 가운데 평균 3~4명의 부적격자가 나온다”면서 “그러면 심리상담소에 의뢰해 2~3시간의 상담을 받도록 하고, 그럼에도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정신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안내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찰 직무 수행 과정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수반되지 않은 현행 검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용찬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회성 문제풀이형 검사로 개인의 적성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은 초보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전국 브랜드 첫 종합평가 지역 발전·경쟁력 높인다

    외국인들에게 ‘조용한 아침의 나라’(Land of Morning Calm)를 찾아가고 싶은가, ‘반짝이는 대한민국’(Korea Sparkling)이나 ‘역동적인 대한민국’(Dynamic Korea)을 돌아보고 싶은가 하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2000년대 후반 한국관광공사가 국가 브랜드 슬로건을 전환한 사례다. 독일 국가 브랜드 평가기관인 안홀트(Anholt)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경제순위는 13위인데 국가 브랜드 가치는 33위에 그쳤다. 결국 한국산은 최고로 손꼽히는 미국산에 비해 66%까지 평가절하됐다. 이를 교훈으로 삼아 지역의 매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있다면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주축이 된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 지수개발 연구진’은 16일 지역 브랜드 평가 지수(SNI·Seoul Newspaper Indicator)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용역 의뢰를 받아 진행한 연구 결과다. SNI를 바탕으로 전국의 지역 브랜드를 총망라해 오는 11월까지 평가하고 선정된 우수 브랜드에 대해서는 12월 ‘대한민국 지역 브랜드 대상’ 시상식을 통해 발표하고 널리 알리게 된다. 특히 각계 전문가의 분석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를 통해 폭넓은 인식을 반영, 보다 정확하고 현실적인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을 상징하는 브랜드에 대해 무분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평가 잣대가 없어 곳곳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예산만 낭비하는 등 잡음을 빚었다. 경제성은 고사하고 다른 데서 베끼다시피 하는 통에 숱하게 중복되기도 했다. 현재 정부 부처 등에서 우수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하거나 특산품 적합성 검사를 실시하는 등 방법으로 지역 브랜드를 평가하지만 일시적이어서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SNI는 이러한 한계를 깨고 브랜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장치라는 데 의미를 띤다. 이 교수는 “전문가 패널, 국민인식 파악은 물론 통계 작성 등 구체적인 접근으로 객관성을 높였다고 자부한다”면서 “특산물 브랜드, 축제 브랜드에 살고 싶은 지역이라는 개념을 덧붙여 지수를 매김으로써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를 가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오늘의 눈] 얻는 자와 사는 자/임주형 체육부 기자

    [오늘의 눈] 얻는 자와 사는 자/임주형 체육부 기자

    타이완 중동부에 위치한 화롄은 인구 40만명의 전형적인 관광 도시다. 타이완의 대표적 자연경관인 타이루거 협곡으로 유명하며, 최근 케이블 채널 tvN의 ‘꽃보다 할배’ 촬영지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화롄에서는 12년 전부터 매년 한 차례 농구 컵 대회(Kwen-Fa)가 열린다. 시가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좀처럼 없는 주민을 위해 타이완 프로농구팀과 외국팀을 초청하는 작은 국제 대회를 만들었다. 1주일가량 계속되는 이 대회는 화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축제이며, 주말에는 경기장의 3000여 관중석이 꽉 들어찰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소문이 퍼져 지난 11일부터 열린 올해 대회에는 KT가 국내 프로농구팀 최초로 참가했다. 지역 기업들이 발벗고 나서 대회를 후원하고 있으며, 200만 타이완 달러(약 8000만원)의 운영 비용이 국고 지원 없이 충당된다. 10년 넘게 대회가 운영되고 점차 활성화되는 비결이다.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거나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화롄과는 사정이 다르다. 주민을 위하기보다는 지자체 장의 업적을 홍보하거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노린 전시행정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관중석이 텅텅 빈 채 치러지기 일쑤다. 터무니없이 경제적 효과를 부풀린 탓에 대회가 끝나면 막대한 빚더미에 오른다. 정부에 예산 지원을 대거 요청해 국고를 낭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의 경우 유치 신청 당시 예상 사업비는 356억원이었으나 실제 투입된 예산은 10배나 많은 3572억원이었다. 국고 투입 역시 당초 50억원에서 1154억원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는 2811억원에서 6817억원으로 3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6조 6140억원에서 12조 8485억원으로 2배 뛰었다. 최근 광주는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의 보증서류를 위조했다가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구속되는 추태를 보였다. 화롄과 국내 지자체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스포츠를 통해 얻으려는 게 달랐기 때문이다. 화롄은 농구를 보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열망을 알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회를 유치한 반면 국내 지자체들은 세간의 이목을 ‘사는 데’ 급급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가 화려함보다는 내실에 충실한 대회를 열어 성공을 거둔 경우가 종종 있다. 경남 통영은 2000년부터 국제철인3종경기를 개최해 이제는 동호인 참여가 크게 늘었다. 정부도 최근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 대회만 국비로 지원하고 이른바 ‘마이너’ 대회는 지자체가 단독으로 예산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가르기는 적절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해 지자체의 무분별한 대회 유치를 막고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회를 치르도록 이끄는 게 올바른 해법일 것이다. hermes@seoul.co.kr
  • [사설] 일 안하는 정부위원회 대폭 구조조정해야

    새 정부 들어 정부 위원회가 536개로 늘었다고 한다. 1년 전에 비해 31개 늘었다.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해마다 정부 위원회가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때 300개 안팎이었던 정부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579개로 급격히 늘어났다가 개혁한다고 나서 다시 400개 안팎으로 구조조정됐지만, 결국 임기 말 530개로 마감했다. 새 정부 들어서도 벌써 6개가 늘어났다니 앞으로도 정부 위원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 초기에는 사실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점검하고 추진하기 위해 관련 조직과 법령 등이 신설되다 보니 정부 위원회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정책적 환경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문화융성위원회 등이 신설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마냥 정부 위원회를 문어발식으로 늘려선 안 될 것이다. 정부 위원회를 신설하기 이전에 유명무실하거나 설립 목적이 불분명한 위원회를 정비하는 게 순서 아니겠는가.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불필요한 위원회를 폐지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는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일을 위원회 신설 작업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행정력이 투입되고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위원회를 방만하게 운영한다면 그것은 결국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안전행정부의 위원회 정비 계획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현재 536개 정부 위원회 가운데 ‘1년간 회의를 하지 않은 위원회’ 등 25개만이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한다. 과연 이들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내년부터 부실 운영 위원회를 대상으로 옐로카드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그럴 것이 아니라 회의 개최 실적이 저조하거나, 서면회의 대체율이 높은 위원회 등 문제 위원회도 이번 기회에 아예 구조조정 대상으로 올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우리나라가 ‘위원회 공화국’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정부 산하에 각종 위원회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지 않은가. 위원회는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정책 추진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등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전례를 보면 설렁설렁 운영되는 위원회는 정부 정책의 들러리 역할을 하거나 심지어 공무원들의 정책 실패 책임 전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정권 초 일부 정부 위원회는 마치 보은 인사 차원에서 운영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생긴 정부 위원회 관련 예산이 연간 3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일하지 않고 노는 정부 위원회는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감사원이 나서 정부 위원회의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나가야 한다.
  • ‘4대강 비리’ 장석효 道公사장 소환

    ‘4대강 비리’ 장석효 道公사장 소환

    4대강 사업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3일 건설업체 4곳의 전·현직 고위 임원 6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건설업체로부터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 수수)로 장석효(56)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4대강 사업 비리와 관련해 건설사 고위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공기업 사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에 참여한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의 전·현직 임원 6명에 대해 입찰방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 입찰에 참여하며 입찰가를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4대강 공사가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공사 규모나 담합으로 인한 국가 예산 낭비 가능성이 높다”면서 “입찰 담합 가담 정도가 중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업체 전·현직 임원들을 선별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날 밤늦게까지 장 사장을 상대로 2011년 6월 도로공사 사장 취임 이후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한 설계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최근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설계 업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장 사장의 수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은 2004년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을 거쳐 2005∼2006년 행정2부시장을 지냈으며 2007∼2008년에는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소속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TF’ 팀장을 맡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공공공사 잦은 설계변경에 혈세 3조6700억 낭비

    공공공사 잦은 설계변경에 혈세 3조6700억 낭비

    공공공사의 잦은 설계변경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은 국토교통부(5개 지방청)와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발주공사 설계변경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들 기관이 발주한 100억 이상 공사 1116건 중 862건(77.2%)에서 설계 변경됐다고 27일 밝혔다. 김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설계변경으로 사업비는 당초 67조 6550억원에서 71조 4222억원으로 3조 6775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62건의 설계변경 횟수는 3588회, 공사당 평균 설계변경 횟수는 4.2회, 사업비 증가율은 5.4%였다. 사업비 증가액수로는 국토부(5개 지방청)가 1조 656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토지공사 1조 1887억원, 한국철도시설공단 6813억원 순이었다. 5개 지방국토관리청의 국도건설사업비 증가율은 10.1%로 한국도로공사가 같은 기간 0.1%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큰 대조를 보였다. 한편 기획재정부의 ‘2013년 총사업비관리지침’ 제54조(기본원칙)에 따르면 안전시공, 법령개정 등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사물량 증가를 초래하는 설계변경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김 의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계자문위원회로 하여금 설계변경의 타당성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으나, 2008년 이후 992건의 심의결과 재심의 의결은 단 6건(0.6%)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공공공사는 대부분 공사를 장기간 계속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과 주변 여건 변화, 신기술 개발로 설계변경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과도한 예산낭비로 이어져 정부재정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설계 당시 장기적인 안목과 철저한 주변 조사, 신기술 도입 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지자체들 “괜한 트집”… 감사원 감사에 도전

    지자체들 “괜한 트집”… 감사원 감사에 도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일이다. 감사원이 부실 감사를 편 결과라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지자체가 아전인수 격 논리로 자기방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시는 올 들어 세 번에 걸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트집 잡기라며 감사원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4월 인천대 옛 건물과 부지 매각에 대한 감사에서 시는 947억원보다 316억원이 싼 631억원에 팔았다며 관계자 징계 또는 주의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방치된 부지를 원가에 팔려면 매수자를 찾을 수 없다”면서 “이런 사정을 충분히 밝혔음에도 감사원이 귀를 닫고 탁상 보고서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시장은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공무원들은 오히려 시민들이 표창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대구시는 감사원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감사 결과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대구시가 도시철도사업을 추진하면서 차량선정 특혜, 사업비 낭비, 수요 과다 예측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했으나 시는 근거 없다며 반발했다. 감사원은 차량 입찰 시 차량제작규격서에 일본 H사 모노레일 차량에만 사용하는 규격을 명시했고, 결과적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으나 시는 발주 당시 모든 회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명시해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모노레일 차량으로 변경한 것도 19명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이며 정부의 승인도 받았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감사원이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감사원 발표대로 대규모 예산 누수라면 강력한 처분을 내려야 하지만 고작 주의 조치에 그친 점을 들고 있다. 충남 홍성군과 경기 화성시를 잇는 서해안 복선전철 사업도 감사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노선이 통과하는 지자체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3조 9284억원을 들여 2018년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감사원은 최근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 사업 지연 및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서해안 복선전철과 연결되는 신안산선 전철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지자체 이미지 악화를 염두에 둔 의도적인(?) 반발도 적지 않다. 지방분권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맥을 같이한다. 인천시는 지난 21일 감사원으로부터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 발주업무 부당처리 및 납품·설계·시공 등 18건에 걸쳐 시정·주의·통보 조치를 받았다. 이에 시는 18건 모두 조목조목 소명자료를 내는 등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소명자료를 보면 세세한 기술적 사안을 들어 반발하는 듯하면서도 굵은 맥락에서는 감사 내용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향후 조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감사원은 “공정한 감사를 위해 법적인 문제는 법률 전문가들을, 건설현장에는 기술고시 출신이나 기술사를 중심으로 내보낸다”며 “전문성이 없는 감사관을 배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감사원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는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보고서로 말할 뿐 반발에 대해 별도의 조치는 하지 않는다”면서 “지자체가 불만이 있으면 재심사 요청이란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서울시의회, 민간단체 지원사업 관리 강화…‘특별위원회’ 만든다

    서울시의회, 민간단체 지원사업 관리 강화…‘특별위원회’ 만든다

    각종 비리와 부정, 방만한 운영으로 비판받아온 민간단체 지원사업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관리감독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 신언근 서울시의회 의원(민주당·관악4)은 지난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단체 지원사업 점검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특위 구성안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3조 3000억원에 달하는 민간단체 지원 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을 통해 이들 사업의 효율성을 재평가할 계획이다. 또 민간단체 지원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에 대해 현실적이고 강력한 개선대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행정서비스 수요의 다양화와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민간단체 지원사업 수와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실제로 올해 서울시 예산 중 14%인 3조 3000억원이 민간이전과 민간자본이전 등을 통해 민간단체에 지원된다. 그러나 이들 민간단체 지원사업에 대한 관리 감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각종 예산낭비와 회계부정 등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심심치 않게 적발되고 있다고 신 의원은 지적했다. 신 의원은 “그동안 민간단체 지원사업은 눈먼 돈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면서 “이번 특위활동을 통해 민간단체 지원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인천, AG 경기장 짓다가 수백억 날릴 판

    2014인천아시안게임(AG) 개막을 1년 남짓 앞둔 현재 일부 경기장과 시설 건립이 ‘일시 정지’ 상태에 놓였다. 전임 시장의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 파탄 위기에까지 몰렸던 인천시가 무리하게 경기장을 신축하고 필요하지 않은 시설까지 만들려다 수백억원을 날릴 우려도 크다. 게다가 일부 경기장은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3월 인천시와 AG조직위원회를 대상으로 대회 준비 실태를 감사해 예산 낭비 등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사업 재검토, 관계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고 21일 밝혔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총사업비로 2조 2905억원을 추산했고, 이 가운데 경기장 건립과 도로 확충 등 투자 경비로 1조 7451억원을 배정했다. 투자 경비 중 80%를 시비로 충당해야 하지만 당장 130억원이 없어 클레이사격장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사격장 공사 기간이 21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대회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계양·선학·남동 경기장 부지에 체육공원(39만㎡)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조성비 481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체육공원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서 요구하는 필수 시설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데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매입보상비 1311억원을 날릴 판이다. 또 문학수영경기장과 남동경기장 등은 지붕을 가볍고 강성이 낮은 공기막 구조로 설계하면서도 강풍안전도를 평가하는 실험을 누락한 채 시공에 착수해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는 인천시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정황도 확인됐다. 남동경기장 공기조화기 구매계약 과정에서 A업체에 견적금액을 낮게 제출하도록 해 수의계약을 맺고 17억원의 납품 특혜를 제공했다. 경쟁입찰 대상인 관람석 수납시스템을 수의계약에 포함시킨 일도 적발됐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朴대통령 ‘예산안 3원칙’ 제시

    박근혜 대통령이 ‘예산안 3원칙’을 제시했다.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다. 박 대통령은 오는 9월 중 발표될 2014년 정부예산안과 관련, “예산안은 단순히 세입·세출 규모가 제시된 정부 가계부가 아니다”라면서 “국민들은 예산안을 통해 자신이 낸 세금으로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는지를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내가 낸 돈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민 동의 ▲우선순위 결정 ▲낭비 방지 등 예산안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은 없는 정책이나 마찬가지”라며 “재정 당국의 시각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예산안을 검토하고 재진단하는 과정을 반드시 가져 주기 바란다”고 ‘국민동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예산안의 우선순위와 관련, “재원은 한정돼 있고 쓸 곳은 많은 현실에서 국민들께 약속드린 사항들을 꼼꼼히 챙겨 나라 살림을 알뜰하게 짜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여러 부처가 중복 수행해 온 유사 사업들을 통폐합하고 매년 관행적으로 반영했거나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근본적으로 구조조정하는 작업이 이번 예산안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 이어 이날 회의에서도 지난 3년간 복지 누수액이 66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예산 낭비에 대한 강력한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복지나 연구·개발(R&D) 예산 등은 전달 체계상 적지 않은 예산 누수와 낭비가 있어 왔다”면서 “예산 편성 단계부터 꼼꼼하게 짚어서 집행 과정에서 낭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화두도 던졌다. 그는 “국정기획수석실은 모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과거에 잘못된 관행과 비상식적인 제도들을 찾아 바로잡도록 철저히 파악하고, 특히 민생·기업활동 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은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휴가금지 을지연습 때 외유성 출장…지방의회·사무처는 감사 사각지대

    공무원들의 휴가가 금지되는 을지연습 기간에 충남도의회가 외유성 해외방문에 나서면서 지방의회와 사무처의 예산 낭비를 견제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각 의회 특성별로 조례를 제정하고, 징계 등을 하는 행동강령자문위원회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17개 광역자치단체 의회 가운데 조례를 제정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227개 기초의회 가운데 10%도 안 되는 24곳만 조례를 제정했다. 공무원 행동강령을 따라야 하는 지방의회 사무처는 감사의 사각지대로,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의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17개 광역지차체 가운데 감사 실적은 3곳밖에 없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19일 “을지연습 기간에도 공무원들의 해외출장은 가능하기 때문에 충남도의회의 해외방문을 도덕적으로는 비난할 수 있지만 법령 위반 사실은 없다”며 “1인당 757만원의 해외방문 경비도 직무관련 단체의 여비 지원을 받지 않았고, 예산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방의회에 대한 부패 신고가 들어와야만 위반사항에 대한 점검이나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윤화섭 전 경기도의회 의장도 여행경비를 지원받아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가운데 행동강령 위반신고가 들어와 권익위가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윤 전 의장은 권익위의 행동강령 위반 통보로 결국 지난달 사퇴했다. 권익위는 전국시도의회 의장단협의회에서 의원 행동강령 조례안을 “의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제정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일종의 담합’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윤 전 의장의 사퇴를 계기로 광역의회 가운데 최초로 경기도의회에서 조례안이 운영위윈회를 통과하는 등 행동강령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권익위 측은 “도덕적 잣대인 행동강령 조례는 청렴하고 공정한 지방의회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설] 광역의회 사무처 ‘감사死角’ 방치 이유 뭔가

    지방의회 사무처 독립에 대한 요구가 뜨거운 가운데 광역 지방자치단체마다 시도 의회사무처에 대한 감사 집행 실태가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례시민연대가 어제 밝힌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최근 5년간 의회사무처 자체감사 실적 정보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자체 감사규칙에 의회사무처를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지자체는 서울, 부산, 경기, 인천, 울산, 충북 등 10곳에 이른다. 의회사무처에 대해 정기 자체감사를 실시한 광역 지자체는 3곳에 불과하다. 대구, 광주 등 자체감사 대상에 의회사무처를 포함시키고도 감사를 하지 않은 지자체는 2년마다 감사원 감사와 정부합동감사를 받고 있는 만큼 중복감사 금지 차원에서 감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합동감사가 국가위임사무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임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방의회 사무처는 치외법권 지대가 아니다. 의회사무처 감사를 둘러싼 형평성 시비와 예산낭비 요인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 지자체별로 지방 의회사무처에 대한 감사가 들쑥날쑥한 것은 의회사무처에 대한 성격 규정 차이와 무관치 않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에 따르면 지자체 감사기구의 장은 자체감사에서 소속기관과 그 기관에 속한 자의 모든 업무와 활동을 조사하게 돼 있다.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은 집행부 장의 인사명령에 따라 파견 근무를 한다. 하지만 핵심기능은 집행부 견제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에서는 사무처 직원들이 집행부 눈치를 보지 않고 의정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자체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집행부는 이에 반대한다. 의회사무처를 감사대상에서 배제한 지자체들은 단체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과 의회 요구 간 갈등의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어정쩡한 시스템으로는 예산낭비 등의 폐해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의 관광성 해외연수 등 예산낭비 사례가 해마다 사후 적발되는 실정이다. 올 초에도 대구시의회 사무처 직원이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사용해오다 안전행정부 감사에 의해 적발됐다. 광역의회 사무처는 수백명의 직원에, 예산도 수백억원에 달한다. 감사원과 안행부는 차제에 시도 및 시도의회와 협의해 감사 사각지대에 놓인 시도의회 사무처에 대한 감사 포함 여부는 물론 의회 사무처 위상을 재정립할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 연말 예산 몰아쓴 지자체 합동평가·감사 때 불이익

    앞으로 연말에 보도블록 교체 등으로 남은 예산을 몰아쓴 지방자치단체는 합동 평가나 감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안전행정부는 연말 예산 몰아 쓰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세출예산집행지침’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고 18일 밝혔다. 새 지침에는 ▲연말 예산 몰아 쓰기 방지 ▲행사운영비 집행 시 행사 관련 기념품 구입 최소화 ▲시설부대비를 여비로 집행 시 집행범위 등 규정 등이 담겨 있다. 지자체는 연초에 수립한 월별 예산 집행계획을 분기별로도 재검토하도록 하고 각 실·과에 예산비목별 집행현황을 수시로 파악하도록 했다. 지자체마다 연말이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집어엎는 것은 물론 사무관리비로 복사용지 등 사무용품을 무더기로 구입하는 등 지자체의 오랜 ‘예산 몰아 쓰기’ 관행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남는 예산을 소진하려고 각 실·과에 업무추진비를 추가로 할당하거나 연말 송년회를 여는 일도 상당수였다. ‘보도블록 뒤엎기’ 관행을 없애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4월 ‘보도블록 십계명’을 발표하고 일부 지자체도 제각각 예산 낭비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안행부는 예산 낭비 분야를 더 확장했다. 지역축제나 체육대회 등 자체 행사를 준비하며 필요 이상의 기념품을 제작하거나 행사 운영비를 부서 연찬회 경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의 사례를 막기 위해 행사 운영비 기준도 강화됐다. 새 지침은 행사 관련 기념품이나 기관선물을 구입할 때도 행사의 성격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사 운영비를 지출하도록 했다. 더불어 공사감독자 현장 체재비나 관리감독 비용 등으로 사용하는 시설부대비를 현장 방문 등을 위한 여비로 집행할 때는 해당 시설공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국외여행 경비로는 집행할 수 없도록 제한을 강화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사설] “고교 전면 무상교육 시기 상조” 의미 있다

    정부가 2017년에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한다고 밝힌 이후 교육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2017년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가 시기상조로 공교육 살리기가 더 급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교 교사 2260명을 대상으로 고교 무상교육 2017년 전면 실시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60.7%의 교원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교 무상교육 재정 투입으로 공교육 여건 개선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43.7%)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교원의 92.1%는 고교 무상교육보다 중도탈락 학생 문제해결, 학교 시설환경 및 수업환경 개선 등 공교육 내실화부터 우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우리는 고교 무상교육 실시는 타당하다고 본다. 정부는 평생 교육시대를 맞아 대학에 대해서도 반값 등록금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무교육 과정이나 다름없는 고교에 대해서는 지원을 외면하다시피 해왔다. 고등학생 1인당 한 해 수업료와 학교운영비 등 200만원 안팎의 공납금을 직접 내야 하는 학부모들로서는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치솟는 사교육비는 물론 별개다. 고교 교육은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도 무상으로 실시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늦은 감마저 있다. 고교 무상교육 실시보다는 공교육 살리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하지만, 그 둘은 다른 것이 아니다.무상교육 실시는 교육복지 정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만 무상교육을 실시할 경우 교육계에서 우려하듯 다른 부분의 교육재정이 위축될 우려가 없지 않은 만큼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는 무상교육 실시와 함께 학교 환경개선에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찜통더위에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을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한 반에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린 학교의 학급당 인원 수도 줄여야 한다. 이런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는 정부의 몫이다.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도 예산낭비 요인이 없는지 따져야 한다. 과거 교과교실제 수업을 한다는 이유로 유휴 교실 등에 따른 학교별 리모델링이나 증축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사업비를 과다 지원해 적발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멀쩡한 교장실의 바닥재 등을 걷어내고 고급자재로 교체하는 수준의 교육적 양심으로는 학교 환경 개선을 말할 자격이 없다.
  • [열린세상] ‘맞춤형 반값등록금’의 섬세한 설계를 기대하며/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열린세상] ‘맞춤형 반값등록금’의 섬세한 설계를 기대하며/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 시안이 발표됐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고등교육 재정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연 3조 4000억원 이상이 추가로 투자될 것이다. 여기서는 큰 예산이 투자될 ‘2014년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경감하겠다’는 ‘맞춤형 반값 등록금 실현 및 장학금 지원 확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의 경우 고등교육비 중에서 민간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공공 부담률은 당연히 높여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볼 때에도 희망하는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어느 분야에 대한 투자보다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책을 공학적으로 아주 섬세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자칫 원하는 목적은 달성되겠지만 다른 정책과 상충되거나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을 설계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변수 중에는 대학진학률, 그에 따른 대졸실업률, 중소기업 인력난 등이 있다. 25~34세 인구의 고등교육 이수율(2011년)을 보면 우리나라는 64%로 미국(43%)이나 OECD 평균(39%)을 훨씬 뛰어넘는 1위이다. 대졸자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상황에서 이 정책이 오히려 수학능력이 없는 사람마저도 일단 4년제 대학에 진학해 시간과 국고를 낭비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를 막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설령 정원 감축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에 합격만 하면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데 대학문이 좁아져서 진학이 어렵다면 청년들의 좌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대졸자의 실업률뿐만 아니라 대학 전공과 다른 분야 취업자 비율 또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일단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기대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힘든 일은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장학금 지원이 4년제 대학 진학률을 더 높일 경우 그렇지 않아도 구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더욱 구직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 뻔하다. 대졸자들은 만성적인 취직난에 고통을 받게 되고, 전공과 무관한 분야 취업은 젊은이들의 행복감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국가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문대 학비를 대폭 지원해야 한다. 이는 종합발전방안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특정 숙련 교육 요구’ 부응이라는 목적 달성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전문대는 국가가 당장 필요로 하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고 저소득층 학생비율도 높아 주로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있고, 등록금도 일반대에 비해 크게 낮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국립 전문대생은 단 2%에 불과해 미국(78%)이나 OECD 평균(59%)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25~64세 인구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에서 세계 1위인 캐나다의 경우 전문대 이수 비율이 25%이고 4년제 이수 비율이 27%인 반면 우리나라는 전문대 이수 비율은 13%에 불과하고 4년제 이수비율이 28%에 달한다. 25~34세 인구의 4년제 이수 비율에서도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캐나다보다 더 높다. 외국의 경우 전문대 졸업생은 일단 현실을 직시하며 취직을 하고, 필요시 경제력과 수학능력을 감안해 4년제에 편입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도 정책을 디자인할 때 젊은이들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도록 전문대 진학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면 어떨까 싶다. 여기서 하나 더 명심할 것이 있다. 경제상황이 나빠질 경우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미리 고민하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력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 일본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공공재원 비율이 우리보다 낮은 0.5%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해 이번 정책설계는 집행성과 피드백을 토대로 수정해 갈 수 있는 열린 디자인을 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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