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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곡우’ 밤부터 전국에 비…절기상 곡우는 무슨 의미?

    오늘 ‘곡우’ 밤부터 전국에 비…절기상 곡우는 무슨 의미?

    절기상 ‘곡우(穀雨)’인 20일 전국이 낮부터 흐려져 지역에 따라 비 소식이 있을 예정이다. 곡우는 ‘곡식에 필요한 봄비가 내린다’는 뜻이다. 이날 서울·경기를 포함한 서쪽 지방과 경남·경북·제주도는 밤부터 비(강수확률 60~70%)가 오겠고, 강원·충북은 밤에 산발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밤부터 21일 낮 사이 제주와 남해안에는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고 시간당 20㎜ 이상의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 비가 오는 지역의 예상 강수량(21일까지)은 제주·남해안 30∼80㎜(많은 곳 제주 산간 200㎜ 이상), 남부지방(남해안 제외) 20∼60㎜ 등이다. 특히 기상청은 제주도는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고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 내륙에도 강하게 부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여 시설물 관리에 주의해달라고 전했다.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는 건조특보가 발효중이다. 비가 오기 전까지는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으니 화재예방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17∼22도로, 전날과 비슷하다. 한편 미세먼지 농도는 모든 지역에서 ‘보통’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보됐다. 다만 수도권과 강원영서는 오전에 ‘나쁨’ 수준 농도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세먼지 연구할 NASA 항공기 한국 온다

    45일동안 한반도 대기자료 수집 공동연구도 추진… 예보 개선 기대 ‘하늘 위의 실험실’로 불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기(DC8)가 27일 우리나라에 들어온다. 최근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예보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DC8 등 NASA 항공기 2대가 이날 오산공항에 도착해 45일 정도 한반도 상공의 대기 자료를 수집하게 된다고 19일 밝혔다. NASA가 대기 질 연구에서 외국과 협업하는 것은 처음이다. DC8은 환경 모니터링 전용기로, 내부에 실험실 5개를 갖췄다. 송창근 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NASA와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 상공에서 직접 대기 자료를 장시간 확보할 수 있게 돼 여러 분야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세먼지 생성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환경과학원은 DC8이 수집한 자료를 1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총 150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다. DC8이 확보한 자료는 기상청이 개발 중인 기상 수치 예보모델과 연계해 국내 미세먼지 발생 특성과 지형 등을 반영한 한국형 미세먼지 예보모델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하게 된다. 미세먼지의 이동경로를 실시간 관측하는 위성 데이터로도 사용해 예보 정확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환경과학원은 NASA와 오는 6월까지 미세먼지 공동 연구를 하는 한편, 교환 연수를 실시해 예보관 역량을 높이고 통합예보실 인력도 보강한다. 또 황사 등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예상되면 예보 체계를 현행 ‘24시간 평균 예보’에서 ‘12시간 수시 특보’로 바꿔 운영하는 등 국민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예보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인명 우선…홍수 피해 생중계 도중 사람 구한 기자

    인명 우선…홍수 피해 생중계 도중 사람 구한 기자

    “차에서 나오세요. 헤엄쳐서 나오세요!” 홍수재해를 보도하던 한 방송기자가 현장에서 침수된 차안에서 넋놓고 있던 운전자를 구해냈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휴스턴과 해리스 카운티 일대는 폭우 탓에 도시가 물에 잠기고 말았다. 현지방송사 ABC13(KTRK)의 스티브 캠피온 기자도 이날 보도를 위해 현장에 나가 있었다. 그런데 차량 한 대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둥둥 떠다니는 것이 포착됐다. 그러자 캠피온 기자는 해당 차량 안에 타고 있을 운전자를 향해 “거기, 당신 차에서 나와야 해요. 어서 빠져 나와요!”라고 외쳤다. 기자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차안에 있던 한 나이 든 남성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와 문을 붙잡고 간신히 서 있었다. 그러자 열린 문 사이로 물이 빠르게 흘러 들어갔다. 이어 캠피온 기자는 다시 “차에서 나오세요! 헤엄쳐서 나오세요!”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운전자는 자기 차를 걱정하는 듯 잠시 머뭇거렸다. 그런데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는지 기자를 향해 헤엄쳤다. 기자 역시 손에 마이크를 쥔 채로 운전자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물이 허리 높이까지 오는 곳까지 다가가서 헤엄쳐 나오는 남성의 손을 붙잡아 끌어올렸다. 이어 남성을 도와 수심이 얕은 곳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러자 남성은 기자에게 “난 괜찮아요. 물이 그렇게 깊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앤디라는 이름만 밝혀진 이 남성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차를 향해 다시 다가가려 했고 기자는 그런 남성을 말리며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라고 말했다. 남성은 그제서야 체념하고 정신이 들었는지 기자의 말대로 더 높고 안전한 곳으로 향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휴스턴과 해리스 카운티 일대에는 이날 자정부터 시간당 50~100㎜의 강수량을 시작으로 최대 508㎜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미 가옥 1000채가 침수됐고 휴스턴과 인근 도시를 잇는 버스와 철도도 끊겼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이번 폭우는 전례 없던 일로 생명을 위협하는 긴급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전으로 12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으며 해리스 카운티의 둑 22개 중 13개가 범람해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해리스 카운티에는 긴급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아직 구체적인 인명 및 재산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4명이 숨졌다고 재난당국은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 비는 1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샌안토니오, 댈러스, 포트워스 등 나머지 텍사스주 주요 도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ABC13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불의 고리’ 지진 도미노? 상호 연관성은 없다는데

    ‘불의 고리’ 지진 도미노? 상호 연관성은 없다는데

    “방아쇠 효과로 판끼리 영향 줄 수 있지만 규모 2~4수준…불의 고리 활성화 아냐” 올 1월부터 4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 지진은 33건이었다. 이 가운데 4월에만 절반에 가까운 14건이 집중됐다. 특히 지난 13~16일 일본 남단 규슈 지역에서는 8차례에 걸쳐 강진이 발생했다. 올해 지진이 발생한 지역들은 남미 칠레와 에콰도르, 남태평양 바누아트, 미국 알래스카, 러시아 캄차카반도, 일본, 대만 등으로 이 지역들을 이으면 태평양을 둘러싼 고리 형태로 나타난다. 바로 전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몰려 있고, 7개의 지각판이 만나 전 세계 지진의 약 90%가 발생하는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 지역이다. 최근 일련의 지진들로 인해 한동안 잠잠하던 불의 고리가 활성화돼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진 90%가 불의 고리… 활화산 75%도 이곳에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수천 ㎞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도미노처럼 상호 연관성을 갖고 발생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즉 남미와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지진은 ‘남아메리카판’에서 발생한 것이고, 일본 규슈 지진은 ‘필리핀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불의 고리에서 연쇄반응을 일으켜 나타난 지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방아쇠 효과로 지각판들이 서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진 규모는 2.0~4.0 정도로 작다”며 “규모 6.0이 넘는 지진은 다른 판에서 발생한 지진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기 어려운 만큼 최근 발생한 지진들만으로 불의 고리가 활성화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진은 지하에 축적된 탄성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방출되면서 땅이 진동하는 현상이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표면은 80~100㎞ 두께의 단단한 7개의 커다란 판과 여러 개의 작은 판으로 이뤄져 있다. 이 판들은 맨틀(지구 내부의 핵과 지각 사이에 있는 부분)의 대류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지역인 중앙해령, 변환단층, 해구 등에서 부딪치거나 멀어지거나 하면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올들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을 16차례 겪었다. 이처럼 일본에 강진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불의 고리가 일본을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의 4개 지각판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열도가 태평양판과 충돌하면서 생긴 것이고, 이달 발생한 규슈 대지진은 필리핀판과 만나면서 빚어진 것이다. 한반도와 붙어 있던 일본이 지금처럼 떨어져 나간 것은 중생대 백악기 초부터로 추정된다. 대륙지각과 해양지각이 만나 충돌하면서 일부 지역은 밑으로 들어가 바닷물이 채워지며 동해가 만들어지고 일부 지역은 솟아올라 현재의 일본을 형성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런 지질학적 위치 때문에 일본에는 화산 폭발과 지진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공학과 홍태경 교수는 “최근 이틀 사이에 6차례 가까운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에 지진 발생 횟수가 잦아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 이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교수는 “일본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열도 남쪽에 위치한 필리핀판과 일본 열도가 형성하고 있는 난카이해구의 지각에 변동이 생겨 지진이 발생한다면 규모 9.0이라는 사상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강진 前 해저판서 잇단 지진… 느린 단층현상도 “○월 ○일 오전 ○시 ○분, ○○지역에 규모 5.7의 지진이 예상되니 미리 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일기예보처럼 지진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인명이나 재산상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진계를 전 세계 모든 곳에 빽빽하게 설치한다고 해도 불가능하다. 지진파가 감지되는 순간 이미 지진이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지진 예측을 위한 연구에 손을 놓고 있지 않다. 미국 UC산타크루즈 지구과학과 에밀리 브로드스키, 손 레이 교수팀은 2014년 4월 1일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8.2의 대지진을 분석해 지진의 전조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단서들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지진이 발생하기 직전 대륙에서 떨어진 해저의 판들이 만나는 단층의 섭입대 근처에서 몇 ㎞ 간격으로 소규모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다. ●동물 떼죽음·이상 행동설은 과학적 근거 없어 최근에는 일본 도호쿠대 재해과학국제연구소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분석한 결과 대지진이 발생한 지역 인근 지각판이 천천히 움직이는 ‘느린 단층’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발견했다. 느린 단층은 1년에 6~7㎝ 정도씩 움직이기 때문에 지진파를 발생시키지는 않아 GPS 센서 같은 위치확인 기기로만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단층은 지진을 유발시킬 수 있는 응력이라는 지각 에너지를 쌓고 있다가 대지진이라는 현상으로 한꺼번에 쏟아낸다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한다든지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설도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주말 봄비 최고 100㎜

    이번 주말에는 전국에 강한 바람과 함께 봄비치고는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구름이 많다가 16일 오전에 제주도와 전라남북도 해안에서 비가 시작돼 늦은 오후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주말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50~100㎜,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지역은 30~80㎜, 그 밖의 지역은 20~60㎜로 봄비치고는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주 산간과 남해안,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는 시간당 20㎜의 강한 비가 올 수 있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북쪽의 찬 공기가 유입되는 17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는 중부지방에도 강풍과 함께 시간당 10㎜ 내외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번 비는 일요일인 17일 오전까지 내리고 점차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 동안은 비가 오면서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평년보다 조금 낮겠지만 월요일부터는 서울의 경우 낮 기온이 20도 안팎의 분포로 포근한 날씨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주말에 내리는 비는 일요일 오후에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열린세상] 지구의 날에 다시 환경을 생각한다/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열린세상] 지구의 날에 다시 환경을 생각한다/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봄은 봄인가 보다. 여기저기서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서울 여의도에선 벚꽃이, 강화도 고려산에선 진달래가 손짓한다. 굳이 이름난 곳이 아니어도 좋다. 동네 뒷산이나 도심 강변에만 가도, 심지어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봄꽃 향연을 즐길 수 있다. 길가나 산등성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란 개나리꽃만으로도 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봄바람 쐬러 나가기에는 걱정이 앞선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지난 3월만 해도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날이 7일이었다. 여기에다 ‘나쁨’에 가까운 날까지 합치면 한 달의 절반은 미세먼지의 공포에 마음을 졸여야 했던 셈이다. 일기예보에서 봄꽃 소식을 알리면서 ‘미세먼지 주의’가 꼬리말처럼 붙는 모습에 이제는 매우 익숙해졌다. 미세먼지가 무서운 것은 그 속에 포함된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이 우리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했다.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입과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호흡기나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서서히 건강을 해치는 이 미세먼지를 침묵의 살인자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의 30~50%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반이 넘는 나머지 미세먼지는 바로 국내에서 발생한다. 그중 수도권이나 도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것이 자동차, 특히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다. 그동안 디젤엔진 배출가스는 규제 강화와 기술 개발에 힘입어 꾸준히 개선돼 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친환경적이라 광고했던 소위 클린 디젤의 신화는 무참히 깨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에 따른 차량 리콜, 손해배상 소송, 벌금 등으로 폭스바겐이 져야 할 부담이 최대 약 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스바겐의 연간 순익 125억 달러의 4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우리가 침묵의 살인자인 미세먼지 문제로 겪는 고통은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렵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자동차 배출가스가 공기를 더럽히고 그 공기는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지난 3월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친환경차를 늘리고 충전시설을 확대 보급하며, 자동차의 배출가스 인증제도는 내년 하반기부터 실제 도로주행 여건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또 시내버스에 한정되던 천연가스 버스를 고속버스와 관광버스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처럼 정부의 정책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국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공재인 환경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나부터 지켜 나가야 한다는 의식이 제고돼야만, 친환경 사회를 향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첫걸음은 에너지를 아껴 쓰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작은 실천부터다. 또 물건을 고를 때는 환경을 개선하고 자원을 절약한 환경마크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구와 장난감, 책상, 침대, 세제, 에어컨 등 생활 속에서 접하는 다양한 제품에서 ‘진짜’ 친환경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일주일여 뒤인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1970년 미국에서 시작된 시민 환경운동이 모태가 된 국제적 기념일로, 지금은 전 세계 196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타바버라 해안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의 충격이 이어져 이듬해 4월 22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환경과 관련된 집회나 토론회가 열리면서 지구의 날이 시작됐다. 당시 미국 전역에서 2000만명 이상이 행사에 참가하며 자전거를 타거나 길가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을 깨끗이 하기 위한 실천에 나섰다. 뉴욕 센트럴파크 집회에 참가했던 존 린제이 뉴욕시장은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자 환경, 생태, 오염과 같은 말들 대신 “살기를 원하는가, 죽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지구의 날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 ‘AI 챗봇’과 채팅하며 신발 주문

    ‘AI 챗봇’과 채팅하며 신발 주문

    인간처럼 메시지 읽고 대답… MS·구글 등 챗봇 기능 개발 채팅창에서 ‘스프링’이라는 쇼핑 사이트를 검색해 불러낸다. “어떤 것을 찾으시나요?” “스니커스.” “원하시는 가격대는요?” “75달러에서 200달러.” 가격대에 맞는 남성 스니커스들이 채팅창에 소개되고, 이 중 하나를 골라 ‘주문’ 버튼을 누르자 “주문이 완료됐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 센터에서 열린 페이스북의 연례 개발자 회의 ‘F8 2016’에서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메신저 제품 담당 부사장이 페이스북 메신저로 신발을 주문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이용자가 마치 매장 직원을 만나듯 메신저와 대화하며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사람처럼 채팅을 하는 챗봇(Chatbot)으로 옮겨붙었다. 챗봇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대화형 소프트웨어로, 인간처럼 사람의 메시지를 읽고 답할 수 있다. 이용자는 챗봇과 대화하며 음식을 주문하고 비행기 표를 예약하거나 뉴스를 찾아볼 수 있다. 애플의 ‘시리’ 같은 음성비서보다 더 진화한 기술로, 포화 상태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대체하며 상거래 등 각종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2일 ‘F8 2016’의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 챗봇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월 9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강력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시킨다는 게 페이스북의 구상이다. 저커버그는 이날 메신저를 이용해 CNN의 뉴스를 읽고 꽃다발을 주문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함께 공개된 일기예보 챗봇 ‘판초’는 날씨를 물어보는 질문에 농담을 섞어 가며 대답한다. 저커버그는 “사람들은 어떤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업체에 전화하거나 새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업체에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개발자 회의 ‘빌드 2016’에서 챗봇 개발 도구인 ‘마이크로소프트 봇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봇(bot)이 새로운 앱, 디지털 비서가 새로운 메타 앱이 될 것이고, (컴퓨터와 사람 사이의) 모든 상호작용에 AI가 침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챗봇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동네변호사 조들호, 고구마 현실에 훅 날리는 사이다 박신양 ‘시청률 1위 굳건’

    동네변호사 조들호, 고구마 현실에 훅 날리는 사이다 박신양 ‘시청률 1위 굳건’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극본 이향희/연출 이정섭, 이은진/제작 SM C&C)가 답답한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하면서 중요한 순간에 훅을 날리는 드라마로 우뚝 섰다. 현실을 꼬집는 촌철살인적인 상황과 분노를 유발하는 갑들의 행보 속에서 이를 한 방에 사그라뜨리는 탄산 같은 전개와 인물들의 행동이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 이에 6회 시청률이 12.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연이어 경신, 시청률 상승궤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1위 왕좌 자리를 확실하게 굳혔다. 그런 가운데 어제(12일) 방송에서는 조들호(박신양 분)의 설득에 명도소송 증인으로 나선 상인들이 법은 자신들의 편이 아닌 돈이 있는 사람들의 편이라며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내 씁쓸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한 재벌 2세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대화그룹은 명도소송을 취하하고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지만 마이클 정(이재우 분)을 구속시킬 강력한 증거를 바꿔치기 하는 화룡점정 만행으로 보는 이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이처럼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사회의 한 단면을 사실감 있게 담아내고 있지만 한편으론 법과 법조인의 편견을 불식시키는 인물들의 활약이 단비처럼 녹아있기 때문에 사이다 드라마로 불리고 있다. 조들호는 한 수 앞을 내다 본 치밀함 덕에 마이클 정의 본심을 녹취하는데 성공해 재판의 전세를 뒤집었으며 복수심에 자신을 고층 빌딩에 매달아 놓은 마이클 정을 오히려 도발해 밀리지 않는 기싸움을 펼쳤다. 이은조(강소라 분) 역시 명예보다는 정의를 선택해 스스로 금산을 떠났고 의뢰인과 약자들 편에서 든든한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해 그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척하면 척하는 꿀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는 배대수(박원상 분), 황애라(황석정 분), 김유신(김동준 분) 등 조들호의 식구들의 든든한 서포트도 놓쳐서는 안 될 관전포인트로 꼽히고 있어 앞으로를 더욱 주목케 하고 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동네변호사 조들호’ 제 인생드라마 된 듯. 어제도 완전 통쾌 했어요”, “사이다 전개를 응원합니다. 완전 재미있어요!”, “60분이 모자랄 정도. 다음 주 언제와요?” 등의 반응을 보내고 있다. 한편, 어제 방송에서는 조들호를 죽이려고 했던 마이클 정이 누군가가 바꿔치기 한 증거 덕에 무혐의로 풀려난 후 바로 해외로 도피했다. 그를 또 다시 놓친 조들호는 허탈감을 이기지 못해 끝나지 않는 싸움의 끝을 궁금케 만들었다. 보면 볼수록 통쾌한 드라마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사진=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설] 미세먼지 무대책으로 마시게 놔둘 건가

    다른 것도 아니고 숨 쉬는 일이 께름칙하다면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대기오염의 수준이 연일 심각성의 도를 넘고 있다. 상태가 나쁜 날은 외부 공기를 원천 봉쇄하고 달려야 하는 터널 내부만큼이나 호흡기에 치명적이라는 경고가 들린다. 매연으로 오염된 터널 수준의 공기를 일상에서 무방비로 마시는 날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걱정이 사흘이 멀다 하고 들린다면 정부 당국은 무슨 대책이라도 강구하는 시늉을 할 법하다. 그런데 감감무소식이다. 대기오염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있기나 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각자 알아서 마스크를 쓰고,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것 말고는 무대책이 대책이다. 해마다 심각해지는 황사도 그렇거니와 미세먼지 문제가 어디 한두 해만 참아 넘긴다고 해결될 일인가. 장·단기 대책은 고사하고 예보조차 엉터리일 때가 많으니 시민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기 예보를 차라리 하지 말라는 불만이 높다.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겹쳐 대기 환경이 최악을 넘나든다. 호흡 과정에서 폐와 심장에 침투해 서서히 몸을 망가뜨린다는 이유로 초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이런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환경부는 대체 뭐하라고 있는 곳인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엉터리·뒷북 예보가 환경 당국의 칸막이 행정 탓이 크다니 더 딱한 노릇이다. 황사는 기상청, 미세먼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각각 맡아 예보하다 보니 정확하고 신속한 기상 정보가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둘 다 환경부 산하의 기관들이다. 업무 효율을 위해서는 통합 운영과 일괄 발표가 합리적이다. 영역 지키기를 하느라 따로국밥으로 굴러 왔다는 비판이 높다. 국민 건강 앞에서 밥그릇 챙기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정부의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개선될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그 모두가 중국 탓이라며 언제까지 이웃 잘못 만난 신세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대기 환경은 미래의 중대한 국가 자산이다. 그런 소중한 자산이 훼손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 정부에도 지속적으로 환기시켜야 한다. 미세먼지는 우리 내부의 발생 요인이 훨씬 크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진다. 경유차를 규제하고 매연 차량을 단속하는 작업부터 당장 고민해야 한다. 친환경 자동차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 황사·미세먼지 ‘따로 예보’… 분통 터지는 오보

    황사·미세먼지 ‘따로 예보’… 분통 터지는 오보

    예보 의존하는 시민들만 피해 “하나의 오염원 예보 일원화를” 직장인 유호진(43)씨는 지난 주말 경기 광주에 1박 2일 가족 나들이를 갔다가 부인과 6살 아이까지 모두 목이 따끔거리고 밭은기침이 나는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9일과 일요일인 10일은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전국이 먼지에 뒤덮였던 때다. 유씨는 “목이 칼칼하고 코가 매캐할 정도였지만 곧 맑아질 것이라는 환경 당국의 예보만 믿고 마스크를 준비하지 않고 나갔다가 온 가족이 목앓이를 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처럼 주말 나들이를 나갔다 봉변을 당한 시민들은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의 예보가 정확하지 않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기상 당국의 오보로 인한 시민의 피해는 미세먼지와 황사 예보로 이원화돼 있는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언제든지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몽골 등 지역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오는 황사는 기상청,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매연 등 오염물질인 미세먼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예보하고 있다. 둘 다 환경부 산하기관이다. 환경부는 2014년 1월 고농도 미세먼지가 국내에 유입되자 그동안 두 기관이 나눠 발표하던 예보문을 기상청에서 통합 발표하기로 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뒤 2년이 지난 지금 두 기관 간 협업은 기상청 본청 내에 대기질통합예보실을 설치한 것뿐 실질적인 통합 효과 없이 황사와 미세먼지 예보는 여전히 따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축적해 왔던 기술력과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 영역 지키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상청은 매일 오전·오후 한 차례씩 예보관과 연구관 20여명이 모이는 예보브리핑 시간을 갖는다. 이때 황사나 미세먼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한다. 그러나 브리핑에 참석하는 미세먼지 관련 전문가는 통합예보실에 파견 나와 있는 환경과학원 소속 연구관 2명에 불과하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 상황과 발원지 기상 상태에 따라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만큼 분석과 예보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기상청에서 황사 연구와 예보를 전담하는 인력은 국립기상과학원 환경기상연구과 17명, 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관련 예보팀 인력은 12명에 불과해 발 빠른 예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적으로 미세먼지나 황사특보를 발령하고 있지만 환경과학원이나 기상청에서 관련 데이터를 받아 그대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두 기관에서 오락가락 오보를 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서울시의 경우 2015년 이전까지는 미세먼지(PM10)에 한해 자체적으로 정한 5단계 예보등급에 따라 특보를 발령했으나 2015년부터는 국가 기준에 맞춰 미세먼지 경보나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서강대 이덕환(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11일 “봄철 가뭄이 심한 중국 내륙지역에서 발생하는 황사나 미세먼지는 한반도 대기가 정체된 상태에서는 바람의 방향만 바뀌면 언제든지 우리나라로 밀려들어와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황사와 미세먼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하나의 대기오염원으로 보고 예보 일원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선거와 상관관계 2제] 비, 누구에게 눈물이 될까

    [선거와 상관관계 2제] 비, 누구에게 눈물이 될까

    18대 오후에 비… 투표율 최저 19대 오후에 그쳐 유권자 몰려 젊은층 투표율엔 별 영향 없어 20대 총선이 치러지는 오는 13일 전국적으로 비가 예상되는 가운데 궂은 날씨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기상청과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등에 따르면 선거 전날인 12일 저녁 제주와 전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에 13일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 비는 수도권의 경우 오전에, 충청·강원은 낮에, 전북·전남·경북은 오후에, 경남·제주는 저녁에 갤 것으로 보인다. 12~13일 예상 강수량은 5~30㎜가량이다. 2008년 4월 18대 총선의 경우 중부지방은 흐리다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과 제주에도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다. 남부 일부 지역에 기상특보까지 내려질 만큼 날이 궂었다. 당시 투표율은 역대 총선 최저인 46.1%를 기록했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일에도 오전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다가 오후에 그쳤다. 오전에는 앞선 18대보다 저조한 투표율을 보이다 날이 갠 오후에는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최종 투표율은 이전 총선보다 8.1% 포인트 높은 54.2%를 기록했다. 15~17대 국회의원 선거일에는 대체로 맑은 날씨를 기록했다. 정치권에는 날씨가 화창하면 보수 정당에 유리하고 궂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속설이 있다. 비가 오면 야외에 나들이를 가려던 20∼30대가 대신 투표장을 찾아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지지세가 강한 진보 정당에 유리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정치권 관계자들은 “속설은 속설에 불과하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거 당일에 놀러 갈 계획이 있는 유권자들은 사전투표를 통해 어느 정도 미리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날씨는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역대 총선에서 20∼30대 투표율과 날씨의 상관관계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날이 맑았던 16대와 17대 총선에서 20∼30대 투표율 평균치는 각각 43.7%와 50.6%였다. 반면 흐리고 비가 내렸던 18대와 19대 총선 때 20~30대 투표율 평균치는 각각 31.8%와 43.5%로 16, 17대 때보다 오히려 낮았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In&Out] 인공지능의 산불방지계획/곽주린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회장

    [In&Out] 인공지능의 산불방지계획/곽주린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회장

    내 이름은 알파 플래너(Alpha Planner).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알파고(AlphaGo)를 좀 닮아보라고 힐난 반, 조롱 반 나를 만든 개발자가 개명해 주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산불 예방 대책을 수립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생소한 분야였으나 못할 게 없다고 요량했다. 기획은 어떤 사안이든지 동일한 틀과 과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파악해 원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 규명을 위한 정보 수집과 정보 간의 위계 설정, 목표 지향성 대안 선택, 프로그램 실천상의 장애요인 제거, 평가 환류에 따른 성과 모색 등 내용이 좀 복잡하긴 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우리 가계(家系)의 먼 조상 할아버지인 계산기 세대에서 이미 해결했던 연산체계다. 큰 부담 없이 먼저 산불 발생 건수와 규모를 좌우하는 기상을 살핀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봄 강수량이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다고 한다. 산불 발생 빈도가 예년과 어금버금할 거라고 볼 만한 근거다. 문제는 지난 겨울철 날씨다. 봄철 발생하는 산불이 큰불로 번지느냐의 여부가 겨울에 눈비가 얼마나 왔느냐에 달려 있어서다. 겨울에 가물면 봄에 나무가 말라 있다는 얘기고 나무가 말라 있으면 불에 탈 연료가 많아져 작은 산불이 재난성 ‘화마’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겨울은 가물었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산불 발생 원인을 찾아 산불이 안 나도록 집중관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재난형 산불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일이 우선이다. 산불이 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산불이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료를 학습하니 의뢰인은 이미 ‘산불 재난 위기관리 표준,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을 작성해 놓고 있었다. 일람해 보니까 과거 혼란스러웠던 재난 현장들도 이 매뉴얼이 있었다면 일사불란하게 수습될 수 있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세월호 사건 이후 매뉴얼 무용론이 비등했지만 그건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데 따른 사회적 분노의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매뉴얼 없이 재난 대응을 한다는 건 눈을 감고 칠흑의 밤길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다. 산불 재난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안심되는 일이긴 한데, 관건은 매뉴얼의 현장 이행이다. 매뉴얼이 현장에서 작동되게 하는 방법은 불문가지, 무식할 정도로 반복하는 숙달 훈련뿐이다. 그런데 몇 해 전 TV에서 본,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현장 훈련은 훈련이 아니라 무슨 산불 방지 결의대회 같았다.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을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경각심 고취다. 우리나라 산불은 거의 100% 사람들이 불씨를 잘못 관리해서 일어난다. 영농 폐기물과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야외활동을 하다 산불을 낸다. 사람이 부주의로 불을 내니까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 또는 등산로 폐쇄와 같은 법적 강제를 통해 산불을 예방하려 한다. 때만 되면 농·산촌과 휴양지를 산불 방지 깃발로 뒤덮고 입산통제 구역과 기간을 확대 연장하며 실화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앞으로는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폐쇄회로(CC)TV를 대폭 확대 설치하는 게 산불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사실 파악과 추론이 여기에 이르니 산불 예방 대책의 핵심이 잠재적 발화자로 간주된 일반인의 활동을 통제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규제와 단속이 싫다면 시민 스스로 경각심을 고취해 산불예방에 나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니 산불예방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 난제라는 걱정이 몰려온다. 큰 부담 없이 맡은 과제였는데…. 그럼 여기서 알파고처럼 리자인(resign·과업 포기) 선언을 해야 하나.
  • 해외여행 | 핀란드-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 레비Levi

    해외여행 | 핀란드-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 레비Levi

    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레비Levi 북부 핀란드, 이 혹한의 땅에 발을 디딘 가장 큰 목적은 오로라를 보는 것이었다. 핀란드 레비에서 보낸 나흘의 이야기는 밤과 낮으로 나뉜다. 겨울의 북극에서는 어둠의 기세가 등등하다. 낮은 맥을 못 춘다. 정오가 돼서야 동이 트고, 점심 식사 후 두 시간 가량 소요되는 일정 하나를 마치면 다시 어둠의 세계다. 밤은 온전히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점철됐다. 지루하지 않았냐고? 전혀! 이곳에서 겪은 모든 일들에는 ‘난생처음’이라는 수식이 붙었기에 하나같이 소중했다. ●조용하고 아담한 스키 마을 레비Levi “어서 와, 이런 추위는 처음이지?” 감각을 자극하는 주변의 모든 환경이 말을 거는 것 같다. 도착한 날의 기온은 영하 31도. 예보에 따르면 기온은 점점 더 내려갈 예정이다. 상상 이상의 추위, 경험한 적 없는 냉기다. 이 정도의 날씨라면 추위, 냉기보다 더 가혹하고 거친 단어가 필요하다. 들숨에 들어오는 공기는 뾰족하게 날을 세워 폐부를 찔렀고 내뱉은 날숨은 공중으로 흩어지기 전 해마의 형태로 잠시 얼어붙는 듯했다. 내복, 바지, 스웨터, 양말 등 모두 두 겹씩 입었다. 몸 구석구석에 핫팩을 붙이고 옷 입는 시간만 대략 20분이 걸렸다. 장갑, 목도리, 모자까지 쓰고 나면 북극의 패션 테러리스트가 됐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감각은 둔해졌지만 그만큼 마음은 든든했다. 문제는 이렇게 대비해도 춥다는 것. 입김은 콧수염이나 눈썹에 붙어 고드름이 됐고, 안경도 얼어붙어 앞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발에 붙여둔 핫팩은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이기지 못했고 외부 공기와 접촉한 핫팩은 얼고 부풀어 올라 아이스팩과 형태와 기능이 동일해졌다. 맨손으로 차 트렁크, 문고리 혹은 삼각대의 다리 부분을 잡으면 순간접착제를 바른 듯 살이 달라붙었다. 접촉한 것들과 분리되기 위해서는 살점이 뜯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카메라도 걱정거리. 혹한에 배터리 방전 속도가 LTE급으로 빨라졌고, 입김이 닿은 카메라 뒤판은 얼음 알갱이로 뒤덮였다. 셔터가 올라갔다 얼어붙어 내려가지 않는 횟수도 빈번해졌다. 일행 중 한 사람의 셔터 릴리스 선은 꽁꽁 언 채로 두 동강이 났다. 전선이 냉각된 후 끊어지는 추위, 곁에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과장된 엄살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다. 지금부터의 이야기가 진짜다. 헬싱키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두 시간을 날아 레비 인근의 키틸래 공항Kittila Airport에 도착했다. 키틸래 공항에서 북쪽으로 230여 킬로미터 떨어진 이발로 공항Ivalo Airport을 경유했으니, 헬싱키에서 직항으로 왔다면 약 한 시간 거리다. 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레비는 핀란드 최고의 스키리조트 마을로 명성이 자자하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인만 100명 남짓 남았던 시골 마을이었지만, 1964년 첫 번째 스키 슬로프를 개장한 이후 조용했던 마을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면세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관광산업이 활성화됐고 현재, 전체 인구 약 5,000명 중 2,500여 명이 관광업에 종사하며 한 해 40만명의 여행자들을 맞는 관광지로 성장했다. 겨울에는 스키를 비롯해 허스키 썰매, 순록 썰매, 스노모빌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여름에는 트레킹, 하이킹, 백야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다. 핀란드 최대의 스키리조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총 43개의 슬로프를 운영하고 있다. 리조트 전체 규모에 비해 레비 시내는 소박한 편이다. 레스토랑, 기념품 숍 등 필요한 것들이 적재적소에 정량으로 있어 과잉과 소모가 없는 편안한 느낌이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20도지만 우리가 머문 기간은 이상 기후로 훨씬 더 추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차갑고 고요한 밤의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오로라Aurora 태양이 발산하는 플라스마 중 극소량이 지구의 보호막을 뚫는다. 그리고는 지구 자기장의 영향으로 극지방으로 끌려들어와 대기권의 가장 바깥쪽 열권에서 방전되며 빛을 발하는 현상, 오로라다. 북극에서 발생한 오로라의 이름은 오로라 보리앨리스Aurora borealis 혹은 노던 라이츠Northern lights, 우리말로는 북극광, 그리고 이곳 핀란드에서는 여우불이라는 뜻의 레번툴레Revontulet다. 나에게 오로라는 평생을 꿈꿔 온 소망의 이름이다. 여기까지 왔지만 본다는 확신은 없었고 기대만 가득했다. 운이 따라야 볼 수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오로라를 예보하고 시간대별로 지수를 표기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이드는 날씨가 너무 추우면 오히려 보기 어렵다고 말했고, 오로라 지수를 너무 믿지 말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별이 수천개는 보이는 밤하늘이라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행운을 빌어 주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명제를 마음에 품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도착 이틀째부터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서너 시간씩 사흘을 버텼다. 일명 ‘뻗치기’를 감행했다. #first night 첫날밤, 가이드가 알려준 숲으로 향했다. 숙소인 레비 툰투리 호텔Spa Hotel Levi Tunturi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작은 호수를 둘러싼 겨울 숲, 그 건너편에는 아담한 평원도 있었다. 가이드는 이곳이 인공광이 거의 없어 인근에서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고 했다. 출발 전부터 꼼꼼하게 장비를 챙겼고, 어둠 속에서 촬영 방법을 연습했다. 준비한 것을 차근차근 재현할 차례였으나 혹한에 몸과 마음은 따로 놀았다. 장갑 속에 감춰둔 둔한 손의 감각으로는 어둠 속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부터 노출을 조절하는 일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허둥거리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한 시간쯤 지나자 하늘빛이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일단 셔터를 눌렀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명민한 카메라는 하늘에서 색색의 빛줄기 수십 개가 쏟아져 내리는 순간을 잡아냈다. 오로라처럼 움직이진 않았지만 빛줄기는 계속 색을 바꾸고 있었다. 오로라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오로라를 본 경험이 있는 동행인은 명백한 오로라라고 했다. 촬영은 두 시간가량 이어졌다. 이것이 오로라만큼 드문, 상층의 구름에서 떨어진 공기 중의 얼음 알갱이들이 달빛 혹은 주변의 인공광을 반사하며 일어나는 빛기둥light pole 현상이라는 사실은 서울에 와서야 알게 됐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econd night 전날 촬영한 빛기둥을 오로라라고 믿었기에 둘째 날엔 더 대담해질 수 있었다.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인다는 숲을 버리고 조금 더 드라마틱한 장소를 찾아 도착한 곳은 레비 툰투리Levi Tunturi다. 산이라고 하기엔 낮고 동산이라 부르기엔 높은 해발 531m, 우리말로 ‘재’라고 표현하면 알맞은 이곳을 레비 사람들은 ‘레비 펠Levi Fell’이라고 부른다. 해질녘의 레비 펠은 겨울 왕국의 모습 그대로다. 핀란드 최고의 캐릭터인 무민을 쏙 빼닮은 스노 몬스터Snow Monster 수천 개가 핑크빛으로 물든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무민 마을에 잔치라도 벌어진 듯한 동화 같은 풍경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엄숙하고 장엄한 정취를 덧입었다. 우주 깊은 곳에 떠다니는 외계행성에 발을 디딘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이곳에 오로라가 나타난다면 지상 최고의 오로라 사진을 얻을 수 있겠다며 기대했지만 하늘이 흐렸고, 날이 습했고, 재 마루에 멈춰 선 구름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철수했다. #third night 마지막 밤까지 오로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조바심이 요동쳤다. 마음을 가다듬고 저녁 식사 자리로 향했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생일을 맞은 저녁상에는 초를 밝힌 작은 컵케이크와 서울에서 준비한 3분 미역국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생일상에 마음이 울컥해졌다. 오로라를 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며 초를 불었다. 십분쯤 지났을까. 이미 퇴근한 가이드가 되돌아와 말했다. “지금 밖에 오로라가 있어. 앞으로 몇 시간 동안 볼 수 있을 거야.” 이런 걸 ‘기적’이라고 말하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늘을 보며 달려가다 뒷걸음치기를 반복했다. 오로라를 보는 순간, 인생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았다는 감동에 가슴이 벅찼다. 수직으로 서서히 솟구쳐 창공으로 올라간 초록빛은 일렁이고 움직이고 너울너울 넘실대며 제 길을 갔다. 빛기둥을 보았던 숲으로 향했다. 멀리서 시작된 올챙이 형상의 초록빛은 별이 총총히 빛나는 검은 하늘을 가르고 번져 나가며 춤을 췄다. 설산을 넘는 북극의 요술 여우의 꼬리가 산꼭대기를 스칠 때 일어나는 스파크라는 핀란드 신화도, 어린 영가들이 춤을 출 때 일어나는 불빛이라는 그린란드의 신화도, 죽은 영혼들이 해골로 축구시합을 벌이는 광경이라는 이누이트족의 신화도, 모두 오롯이 믿어질 만큼 경이롭고 신비로웠다. 영하 40도의 혹한에도 춥지 않았다. 오로라는 땅 위의 사람들을 제대로 홀렸다. 확신했다. 언젠가 인생이 끝날 때 스쳐갈 나의 주마등에, 이 순간 눈앞에 펼쳐진 오로라의 춤이 선명히 새겨질 게다. ●청명하고 귀한 낮의 이야기 진짜 행운이함께 했나 봐! 네 시간, 하루 중 푸른 하늘과 흰 설원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짧은 만큼 값지고 소중하니, 가능한 짜릿하게 즐겨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first day 첫날은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레비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40km 떨어진 헤타Hetta로 향했다. 아침이지만 어두운 사위를 가르기 위해 상향등을 켜고 달려야 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상향등이 눈을 비추면 별처럼 빛났다. 풍경은 화면 가득 노이즈가 반짝이는 오래된 필름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다행히 길이 미끄럽진 않았다. 녹아서 질퍽이는 습설이 아닌 건설인 까닭이다. 운전자와 겨울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축복의 눈이다. 일명 파우더 스노, 넘어져도 아프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질 질감이다. 가이드는 이동하는 동안 헤타에 대해 설명했다. 스칸디나비아 북쪽, 핀란드 북쪽, 러시아 콜라반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목민족인 사미족의 사미랜드, 헤타는 그곳으로 가는 관문이라 했다. 이 지역에 사는 주민의 20퍼센트는 사미인, 그중 8퍼센트가 사라져 가는 사미어를 쓰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헤타 펠 라플란드 방문자 센터Hetta Fell Lapland Visitor Center에서 사미 문화와 전통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헤타에 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순록 농장 방문. 우리에게 루돌프로 더 잘 알려진, 아름다운 뿔을 가진 순록을 만난다는 기대로 마음이 들떴다. 농장을 방문하는 것이니 무리 지어 움직이는 순록들을 만날 거라 기대했지만, 추운 겨울 동안은 대부분 주인이 만들어 둔 우리 안에서 지낸다고 한다. 아쉬움은 순록 썰매를 타는 것으로 달랬다. 운동장 한 바퀴 거리를 돌아보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하얀 설원 위를 네 마리의 순록이 끄는 네 개의 썰매가 천천히 움직이는 풍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고개를 돌려 돌아보면, 뒤 썰매를 끄는 순록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힘이 넘치게 좋은데다 마음도 급해 앞 썰매를 제치고 싶다는 듯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맑은 눈망울, 둔탁한 턱의 모양새는 소를 닮았다. 사미족에게 순록은 우리네 옛 시절의 소와 같은 의미다. 함께 살고 함께 일하다가 그 끝엔 고기, 가죽, 뿔까지 모든 것을 내주는 존재. 반려이자 삶의 밑천이다. #second day 노래가 절로 나왔다. 흰 눈 사이로 스노모빌을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일정 중 가장 신나는 경험을 꼽으라면, 단연 스노모빌 타고 달린 순간이라 답하겠다. 눈 덮인 구릉을 오르락내리락, 아름다운 숲길 사이를 쌩쌩, 드넓은 설원을 최고 시속 90km로 시원하게 달리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삼십분을 줄기차게 달리다가 코스 중간에 있는 150년 된 전통 가옥에서 몸을 녹이고 되돌아오는 여정이다. 준비할 것은 운전면허증과 방한대책. 한국 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 모두 제출 가능하다. 면허증을 제출하고 사인을 하고 나면 우주복 스타일의 두꺼운 방한복을 나눠준다. 거기에 투박한 방한 부츠를 신고, 복면과 헬멧을 차례로 쓰고 스노모빌 작동법을 간단히 익히면 준비완료. 가이드가 선두에 서고 차례로 질주를 시작한다. 추위는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의 양에 정확히 비례했다. 바로 앞 스노모빌이 날려 보내는 눈가루는 헬멧에 붙은 바람막이 아크릴에 켜켜이 쌓여 시야를 가렸고, 얼굴을 싸맨 검은 복면은 본래의 색을 감추고 흰빛으로 반짝였다. 길을 잘못 들어 돌아 나오던 중 작은 전복사고가 있었다. 유턴하다 스노모빌과 함께 넘어졌는데, 다행히 폭신한 눈밭 위여서 다치진 않았다. 추위와 작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즐겁게만 기억되는 이유는 설원에서 마주한 일출 때문이다. 지평선에 걸린 동그란 해가 오메가를 만들었고, 하늘과 눈밭은 파스텔톤의 붉은빛으로 곱게 물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핑크빛이 모여 스스로를 뽐내는 듯한 풍경은 더없이 우아했다. 더불어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선명한 일출을 만났으니 정말 운이 좋다는 가이드의 말에 위안을 얻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 진짜 행운이 함께했는지도 모르겠다. #third day 3일 내내 허스키 썰매 타기 체험을 무척 기대했었다. 허스키는 달리기를 사랑하는 견종이다. 허스키 썰매에 올라 만끽하는 속도감, 스릴보다 본능에 충실하게 사는 허스키들은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가 더 궁금했다. 설원을 누비는 허스키 사진을 볼 때마다, 내 집 전기장판 위에서 본능을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나의 허스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쉽게도 허스키를 타고 달리는 2km의 여정은 취소됐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다. 허스키 사파리는 11월부터 4월까지 운영하지만, 영하 35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운영하지 않는단다. 사람도 허스키도 빠른 속도로 달리기에 부담스러운 온도다. 농장 인근의 핀란드 말들과 허스키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대신했다. 탈것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설원을 누빌 차례다. 스노슈잉은 넓은 타원형에 그물을 덧댄 스노슈(설피)를 신고 눈밭을 걷는 트레킹 프로그램이다. 넓은 면적으로 체중이 분산돼 눈 속으로 빠지지 않기 때문에 20cm 깊이의 설원도 걸을 만하다. 추운 날씨였지만, 그간 움츠러든 몸을 움직여 피를 돌게 한다는 차원에서 해봄직하다. 걷다 보면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 언뜻언뜻 생각나는 사소한 풍경들이 있다. 순록의 착한 눈매, 추위를 피해 들어선 핀란드 전통 가옥에서 마신 커피의 온기, 장작 타는 냄새.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도 있다. 허스키 농장에서 노견 클로디를 바라보던 주인의 애정과 감사가 가득한 눈빛, 일부러 찾아와 오로라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한 가이드의 잔잔한 목소리와 차분한 말투. 모두, 불현듯 떠오르는 조각난 추억이지만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같은 지점으로 향한다. 그 끝엔 평온이 있다. 혹한의 공기를 더없이 따뜻하게 데우는 평온을 찾아 꼭 다시 가리라. 그땐, 너와 함께.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Finland Levi AIRLINE핀에어는 인천-헬싱키 구간을 주 7회(매일) 운항한다. 헬싱키까지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레비로 가려면 헬싱키-키틸래 구간을 이용해야 한다. 핀에어를 이용할 때 기대되는 것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헬싱키 반타 공항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선과 국제선 터미널이 같은 층에 있어 동선이 짧고 환승 절차가 효율적인 데다, 공항 곳곳에 탐나는 핀란드 디자인 제품과 캐릭터를 판매하는 숍, 아늑한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자리한 것도 큰 장점이다. 지루할 틈이 없는 공항이다. 2014년 새롭게 문을 연 핀에어 프리미엄 라운지는 6개의 독립된 샤워실, 핀란드식 사우나까지 갖추고 있어 장시간 비행에 지친 승객에게 온전한 휴식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라운지는 핀에어 플러스 플래티넘Finair Plus Platinum, 골드 회원 및 원월드Oneworld 에메랄드, 사파이어 카드 소시자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www.finnair.com Hotel 스파 호텔 레비 툰투리Spa Hotel Levi Tunturi레비 지역에 최초로 생긴 호텔이다. 1981년, 마당이 있는 11개의 라플란드 스타일의 통나무집으로 영업을 시작한 호텔은 5년 전 3층 규모의 건물을 증축해 성업 중이다. 패밀리, 스탠더드 트윈, 슈퍼리어 트윈, 주니어 스위트, 스위트 총 다섯 개의 룸 타입이 있으며 주니어 스위트, 스위트룸을 예약할 경우 방 안에서 핀란드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스파는 핀란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7개의 실내 및 실외 풀이 있고, 9개의 사우나 시설을 완비했다. www.hotellilevitunturi.fi activity스노슈잉 en.lapinluontoelamys.kotisivukone.com허스키사파리 www.polarlightstours.fi스노모빌을 비롯해 레비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은 www.levi.fi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staurant 아틱 레스토랑 스노 돔Arctic Restaurant Snow Dome특이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여행자라면, 호텔 레비 파노라마에서 운영하는 아틱 레스토랑 스노 돔으로 가볼 것을 권한다. 식기와 음식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올겨울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아티초크 수프와 순록 찜 요리가 맛있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는 스노돔 안에서,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디저트는 따뜻한 호텔 내 식당으로 이동해 먹는다. www.golevi.fi/en/snowdome Tip오로라 촬영 팁 어두운 곳에서 초점을 맞출 땐 랜턴이 있으면 유용하다. 오로라만 촬영할 경우 초점거리를 무한대로 두면 되지만, 앞부분에 나무나 집이 있는 경우는 초점을 앞에 맞춰야 한다. 암흑 속에서 초점 맞추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랜턴을 챙겨 가자. 발밑에 폭신한 눈밭이 있다면 트라이포드는 최대한 땅에 닿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촬영하는 동안 서서히 눈을 파고 들어가 완전히 흔들린 사진을 찍게 된다. 셔터 릴리스보다는 무선 동조기를 챙겨가는 게 편하다. 앞서 언급했듯, 전선이 끊어질 정도의 혹한을 견뎌야 한다. 오로라는 한번 생겨나면 두 시간 가량 지속된다. 적정 노출에 한해 다양한 셔터스피드로 촬영해 볼 것. 다른 느낌의 오로라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핀에어 www.finn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교류交流에 대하여-조선통신사의 흔적을 기록하다

    해외여행 | 교류交流에 대하여-조선통신사의 흔적을 기록하다

    교류交流에 대하여 조선통신사의 흔적을 기록하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사실에 의도를 개입시킨 ‘불순한 장난’이라면, 그 장난을 가능케 하는 원인은 역사에 대한 무지無知에 있다고 생각했다. 무지를 지知로 바꾸는 첫 번째 행동은 기록하는 것이다. 한양에서 에도까지 왕복 4,000km를 오갔던 조선통신사, 그 흔적을 기록하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나는 잠시 부끄러웠다 강우량 많다는 도시답게 닛코日光에 들어서자 눈발이 날렸다. 눈은 온천마을의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더 도드라지게 해주는 소품 같았다. 기누가와鬼怒川 온천은 소박하면서 깨끗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조선통신사 숙소 터가 있다는 이마이치今市 객관으로 가는 날이었다. 통신사 300명을 포함해 일본인 경호원까지 약 2,000명이 이틀 동안 머물렀다는 숙소는 지금 유적비 하나만 남아 있다고 했다. 안내원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못 갈 수도 있다며 염려했다. 그러나 고작 기념비 하나 세워져 있는 곳이라니 설령 가지 못한다 해도 크게 낙담할 건 없다 싶었다. 점심 무렵 눈은 멎었고 가이드는 낭보라며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버스는 황량한 공터에 취재진을 내려 줬다. 유적비가 있는 풀밭 속까지 누군가 애써 눈을 치운 흔적이 선명했다. ‘닛코 조선통신사 연구회’의 야나기하라 가즈오키씨가 일정이 취소될까 노심초사하며 오전 내내 낸 길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노신사는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유적비를 설명했다. 통신사의 최종 목적지는 천황이 있는 에도(江戸, 현재의 도쿄)였지만 1636년 4차 통신사 300명은 도쿄에서 150km 떨어진 닛코까지 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신으로 모신 도쇼구東照宮, 동조궁를 보여 주고 싶은 막부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 그것을 위해 일본은 지금의 화폐가치로 약 100억원을 들여 임시 숙소를 지었다. 지금은 그 터에 기념비를 하나 세웠다. 2007년 조선통신사 400주년을 기념해 600만엔의 모금으로 만든 것이다. 나는 조선통신사보다, 기념비보다, 이것 하나를 보여 주기 위해 전날부터 일기예보를 점검하고 오전 내내 홀로 눈을 치웠을 야나기하라씨의 열정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가 더 궁금했다. 직업적 책임감이라기엔 그의 눈빛과 음성과 분위기가 연출 없이 정직했다. 그것은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오는 형형함이었다. “당신에게 조선통신사는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그는 “스승과 대마도를 가서 우연히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를 접하게 되었고 스승이 돌아가신 후 깊게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지금의 한류처럼 당시의 조선통신사는 한시, 서도, 문화, 그림 등을 일본인들에게 전파해 준 공로가 분명히 있다”는 말도 강조했다. 그는 시간을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과거의 사건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고 보존해서 타인에게 보여 주려는 것이 눈 속의 길을 만들어 낸 힘이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한국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쟁점이 사실에 의도를 개입시키면서 발생하는 ‘불순한 장난’이라면 역사에 있어 무지無知는 그 장난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무지를 지知로 바꾸는 첫 번째 행동은 기록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보존이며 세 번째는 관심이다. 조선통신사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관심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나는 기록을 일구는 노인 앞에서 잠시 부끄러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 일본을 통일하고 250년 지속된 에도 막부 시대를 연 초대 쇼군將軍.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으로 단절되었던 조선과의 무역을 재개하기 위해 1607년 조선에 먼저 국서를 보냈고, 이후 조선이 제시한 제한적 무역조건 아래 조선통신사의 길이 열렸다. 조선통신사의 장대한 여정 조선시대에 12번의 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했다. 임진왜란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권을 잡으면서 활성화됐다. 일본은 조선의 앞선 문화를 통신사를 통해 접하고 싶었고 조선은 일본의 재침략 의도를 점검하면서 조선인 포로를 생환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양국이 믿음信으로 소통通하자 해서 통신通信사가 되었다. 정사(당상관급), 부사, 종사관 3사가 인솔하며 군관, 역관, 의원, 화원(화가), 마상재(달리는 말 위에서 무예를 하는 사람), 소동(심부름꾼 아이) 등이 따라갔다. 약 300~500명으로 구성됐다. 한양에서 에도까지 왕복 4,000km 거리를 수로와 육로로 이동했다. 8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현해탄 건너기도 쉽지 않았으니 차출된 사람은 유서를 쓰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무사귀환을 빌며 해신제를 지냈다. 행렬은 일본 사무라이 호위무사까지 800명이 넘었다. 도로를 닦고 숙소를 짓고 배를 만들고 하는 준비기간만 반년이었다. 한 번 통신사를 맞이하는 데 일본의 1년 국가 예산을 모두 쏟아 부을 정도(NHK 보도에 따르면 현재 가치로 약 1,000억엔한화 약 1조750억원)였다니 일본 입장에서도 무척 큰 외교행사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고립된 섬나라 일본은 중국의 앞선 문명과 조선 고유의 문명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통신사를 적극 환영했다. 남의 것이라도 좋다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본인 특유의 실용주의良いとこ取り, 이이 토고 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조선통신사는 그러지 못했다. 침략전쟁을 겪고 얼마 후였으니 마음에 꽃바람이 불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유교국가 조선의 눈에 일본 문화는 계통 없는 잡스러움이 아니었을까. 통신사로 참석했던 김인겸과 신유한은 <일동장유기1764년>와 <해유록1719년>에서 오사카를 본 후 도시의 발전된 문명을 놀라워하면서도 오랑캐의 번영을 원망하고 애석해하는 것에 기운을 더 쏟았다. 게다가 대다수 도공 포로는 조선으로 돌아가는 대신 장인 대우를 받는 일본에 남기를 원했다. 돌아가면 죽는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많이 주고 덜 가져온 탓인지 한국에서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의의는 많이 노출되지 못했다. 다행히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한일 양국이 조선통신사 관련기록물 111건 333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조선통신사 기록에 대한 핵심적 정리다. 한성(지금의 경기도 광주)-동래(부산)-이즈하라(대마도)-시모노세키-아카시-사카이-교토-나고야-하마마쓰-에도(도쿄)-닛코로 이어지는 통신사의 여정. 그중 이번 취재지였던 도쿄와 닛코 주변의 흥미로운 관광지 몇 개를 더한다. “일본은 중국의 앞선 문명과 조선 고유의 문명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통신사를 적극 환영했다. 남의 것이라도 좋다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본 특유의 실용주의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도쇼구를 자랑하고 싶었던 막부와 스토리텔링 한국 여행객에게 일본의 신사神社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역사적으로는 신사참배의 부정적 이미지가 있고 이념적으로는 야스쿠니 신사의 전범자 예우를 기억한다. 그러나 일본 여행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신사이며 사당이다. 신사를 중심으로 한 사당 문화가 일본인의 종교이며 생활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종교, 신도神道는 일본의 토착 신앙에 유교와 불교를 혼합한 것이다. 비록 그 발원의 과정에서 태양신을 덴노(천왕)의 조상신으로 둔갑시키고 태양신의 아들 덴노에게 충성을 다해 섬기라는 정치적 오염의 혐의도 받고 있지만 일본의 신사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와 정신과 일상을 응축해 놓은 곳이다. 닛코의 가장 대표적인 신사가 도쇼구東照宮, 동조궁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후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시신이 이곳에 있다. 그의 손자 도쿠가와 이에미쓰德川家光가 1636년에 금 56만8,000냥이라는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현재의 규모로 호화찬란하게 증축했다. 에도 막부는 이것을 통해 막부의 권위를 통신사에게 과시하고 싶어했다. 4차, 5차, 6차 통신사를 이곳으로 초대한 이유다. 도쇼구에 들어서면 우측에 보이는 종은 5차 통신사의 선물이다. 도쿠가와 무덤 앞에는 통신사가 전달한 삼구족(화병, 향로, 촛대)이 놓여 있다. 이것이 조공이냐 하사냐 하는 것을 두고 양국이 대립했다. 그 첨예한 갈등 때문인지 설명문 하나 붙어 있지 않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도쇼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이다. 보물도 많고 예술품도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야기가 많다. 울창한 삼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점점 좁아지는 계단을 오르면 신사의 입구인 도리이鳥居가 나온다. 도쇼구의 도리이는 일본에서 가장 큰 돌로 만들어졌다. 높이 9m. 기둥둘레 3.6m. 재미있는 것은 도리이 하단부에 조각된 연꽃 문양이다. 신불습합神佛習合, 불교를 믿는 게 신도를 믿는 것이라는 일본의 혼합주의 종교관을 도리와 연꽃 문양에서 본다. 기도할 때 ‘하느님 부처님(카미사마かみさま, 호토케사마ほとけさま)’을 찾는 것도 같은 정서다. 이런 모습 때문에 저들은 도쇼구를 일컬어, 불교의 사원과 일본의 신사 건축양식이 혼합된 건축의 백미라고 말한다. 입구를 지나면 정문인 요메이문陽明門이 나온다. 닛코를 보지 않고 미美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이곳에서 나왔다. 그 화려한 문의 외경과 더불어 흥미로운 것은 원숭이를 거꾸로 조각한 의도다. 완벽함보다는 허술함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는 일본의 철학을 또 여기서 본다. 원숭이를 통한 스토리텔링은 경내의 마구간에서 절정을 이룬다. 부모가 아들에게 해주는 인생 이야기가 8개의 원숭이 이야기로 마구간에 조각돼 있다. 연애, 결혼, 임신과 희로애락이 그 안에 다 담겨 있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산자루三猿·さんざる다. 유년기에는 세상의 나쁜 것을 보지 말고(미자루), 듣지 말고(키카자루), 말하지도 말라(이와자루)는 부모의 말에 원숭이는 눈과 입과 귀를 막고 있다.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있다. 잠자는 고양이(네무리네꼬眠り猫) 조각이다. 히다리진 고로 左甚五郞의 작품이며 고양이 뒤의 참새 조각과 더불어 공존과 평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명성에 비해 잠자는 고양이의 실체는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보다 더 작게 숨어 있다. 기대감이 무너지는 의외성도 여행의 즐거움이라면 그 의도는 200% 성공한 셈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과 그 앞의 삼구족을 보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힘이 든다고 생각할 때, 도쿠가와의 유훈 하나를 만난다. “인간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서두르면 안 된다.” 고구려인을 신으로 모신 일본 신사 일본의 야요이 시대BC200~AD300에 한반도에서 사람들이 현해탄을 넘어갔다. 일본은 이들을 도래인渡來人, 도라이진,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도래인은 일본 열도에 농경과 금속기 사용법을 전파하면서 큰 변혁을 선물했다. 두 번째 도래인은 5세기 백제 유민들이다. 일본에 제철기술을 전수했고 바느질과 비단, 소와 말을 보급했다. 7세기에 이르러 도래인 수는 토착 일본인인 조몬인보다 훨씬 많아졌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7세기 일본 인구 540만명 중 80% 가량이 한반도에서 이주한 이들이었다”라고 말한다. 668년 고구려가 멸망했다. 이제는 고구려인들이 도래인이 되어 일본으로 갔다. 2년 전 외교사절로 일본에 간 약광若光은 ‘왕’이라는 성性을 받았다. 716년, 7개 지방에 흩어져 살던 고구려인 1,799명이 무사시노 지방으로 이주해 고려군을 창설했다. 일본에서는 고구려인을 고마비토高麗人, 고려인라고 불렀다. 약광은 초대군장이 됐다. 오늘날 가나가와현 오이소에는 고려산이 있고 주소에도 고려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초기 고구려인이 정착했던 지역이다. 고구려인은 고려사라는 절도 세웠다. 지금 그 절은 다카쿠高來 신사가 되었다. 일본 거리의 표지판에서 문득 고려라는 지명을 만나니 신기하고 반갑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좀 더 선명한 고구려인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다면 고마군의 중심지인 사이타마현 히다카日高시를 가면 된다. ‘고려강高麗川, 고마가와’이 있고 ‘고려역高麗驛, 고마에끼’이 있다. 약광을 신으로 모신 고마신사高麗神社도 있다. 산악·하천·호수·늪·민속신·실존인물·전설인물 등이 모두 신이 되는 신도의 나라 일본에서, 고구려인 약광도 신이 되었다. 우수한 문화를 일본에 전하고 무사시 지역을 개척한 공로였다. 고마신사 입구에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서 있다. 한일국교 40주년을 맞아 민단(재일동포)이 기증한 것이다. 고구려인을 신으로 모시고, 그 후손들이 터를 이루고 살고 있으며, 신사 입구엔 한국의 조각물이 서 있으니, 한국 여행객들은 여느 신사와 다른 친숙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정치인, 연예인 등도 방문 기념으로 나무와 명판 등을 남겼다. 고구려인으로서 신의 반열에 오른 탓일까? 요즘 약광은 출세의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등 6명의 역대 총리가 이곳을 참배한 뒤 총리대신 또는 국무대신에 올랐다고, 관계자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자랑을 한다. 뒤로 돌아가면 400년 전에 지어진 고려씨의 구주택이 있다.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다. 고마신사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쇼텐인聖天院, 성천원이란 절이 있다. 일본식 정원이 잘 다듬어져 있고 한국의 대웅전을 닮은 사당도 웅장하다. 쇼텐인 뒤쪽 고마산 중턱에는 ‘고구려 성지’도 있다. 성지 우측으로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신라의 태종무열왕, 백제의 왕인 박사, 고려의 정몽주, 조선의 신사임당 상像이 모셔져 있다. 2차 대전 때 징용되어 돌아가신 무명의 조선인 위령탑이 있어 더 특별하다. 남북한 재일동포들의 성금으로 건립됐다.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 Travie writer 윤용인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 www.jroute.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로고만 봐도 ‘예금자 보호’ 알 수 있다

    로고만 봐도 ‘예금자 보호’ 알 수 있다

    오는 6월부터 금융상품 로고만 봐도 예금자 보호가 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는 특정 금융상품이 예금자보호 대상인지를 금융 소비자가 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6월부터 예금보호 표시 로고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에 따라 6월 23일부터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을 팔 때 의무적으로 예금보호 여부를 설명하고 확인받아야 한다. 호주(로고)나 헝가리 등 외국에서는 예금 보호 상품에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로고를 부착하거나 예금보호 대상 금융기관의 매장이나 홈페이지에 이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에서 판매하는 예·적금은 대부분 예금자 보호 대상이다. 최근 들어 금융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식별 로고 필요성이 커졌다고 예보는 설명했다. 예금자 보호 상품은 한 금융사에서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날씨예보 ‘봄비 촉촉’

    날씨예보 ‘봄비 촉촉’

    3일 전국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에는 봄비가 내리겠다. 기상청은 전국이 중국 북부지방에 있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다가 남해상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전국은 대체로 흐리고 아침에 제주도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낮에는 남부지방으로 점차 비가 확대되겠다. 밤에는 충청 남부와 강원 남부 동해안에도 비가 올 전망이다. 중부지방에는 낮 동안 산발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경남과 전남 남해안, 제주도가 10~40mm, 경북과 남해안을 제외한 전남, 울릉도와 독도는 5~20mm, 강원 남부 동해안과 충남, 전북은 5mm 정도다. 아침 최저기온은 7~13도로 전날보다 높겠다. 낮 최고기온은 11~17도로 전날보다 낮겠다.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15도다. 전국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이 ‘보통’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권, 전북은 오전까지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겠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 날씨 ‘봄 나들이 시샘하는 비구름’

    3일 전국이 흐린 가운데 서울 하늘에도 구름이 잔뜩 끼었다. 종일 흐리고 약한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다. 외출할 때 우산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현재 서울 기온은 12도이며 강수확률은 30%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서울은 낮 한때 기온이 15도까지 오르겠다. 오후에 비가 올 확률은 20% 안팎으로 전망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32) 증강현실, 가상현실 너머의 세계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32) 증강현실, 가상현실 너머의 세계

     수상한 회사, 매직리프  체육관 바닥에서 고래가 튀어나왔다.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육중한 몸이 천정까지 솟구쳤다. 고래가 파도 속으로 몸을 날리자 체육관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술과 같은 장면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래는 사라지고 마른 바닥이 드러났다. 한동안 IT 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증강현실(AR, Augment Reality) 스타트업 매직리프(Magic Leap)의 소개 영상 내용이다. 증강현실은 실제 세계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2015년 판매가 중단된 구글 글래스는 대표적인 AR 기기였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도 홀로렌즈(Hololens)라는 AR 헤드셋을 공개하였다. 가상현실은 오큘러스 리프트나 삼성 기어 VR과 같이 헤드셋을 쓰면 바깥을 볼 수가 없다.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컴퓨터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증강현실과 다른 점이다. 최근에는 360도를 촬영하는 카메라로 만든 영상도 가상현실이라고 불러 가상과 증강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매직리프의 동영상을 보면 무엇이 가상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공개된 몇 개의 홍보 영상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 조작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3D선샤인사의 창업자인 스티븐 박사는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매직리프가 미래의 내러티브(이야기)를 팔아먹는다며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에 빗대어 꼬집었다. 뉴스위크지도 이 회사가 아무런 기술도 없이 허풍을 떤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도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가상현실 시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상한 회사 매직리프의 진실은 무엇일까.  마이애미 해변에 있는 신생 벤처 기업인 매직리프의 투자자들을 살펴보면 더욱 궁금증이 커진다. 2014년 구글은 본사가 나서 이 회사의 투자를 주도하였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도 칩 메이커 퀄컴, 세계적 투자사 안데르센 호로비츠, 미국 대표 사모펀드 KKR 등 쟁쟁하다. 그 해 10월, 매직리프는 5억 4200만 달러의 기록적인 펀딩을 성사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 당시 수석 부사장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퀄컴의 폴 제이콥스 회장도 옵저버로 이름을 올렸다. 무명의 매직리프는 12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한순간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등극하였다. 2016년 2월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워너브라더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막강한 투자사들이 참여한 펀딩에서 8억 달러에 이르는 신규 투자를 받았다. 올해 1, 2월 두 달간 가상현실 업계 전체 투자액 11억 달러의 70%가 넘는 금액이다. 이번 투자로 매직리프의 기업가치는 45억 달러가 되어 몇 개월 사이에 4배 가까이 뛰었다.  베일에 싸인 스텔스 기업이라고 불리는 이 회사를 조사하던 중 몇 가지 단서가 포착되었다. 첫째로, 2015년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테크놀로지 리뷰는 올해의 ‘10대 혁신기술’(10 Breakthrough Technologies)로 매직리프를 선정하였다. 심사단들이 본 내용의 일부가 알려지면서 윤곽이 드러났다. 두 번째로는 최근 공개된 매직리프의 특허를 통해 기술이 알려졌다. 350페이지의 방대한 내용으로 특허 항목만도 703개에 이른다. 세 번째는 중국 텐센츠의 QQ에 올라온 “매직리프, 어쩔 수 없이 밝힌 비밀”이라는 구글 연구원과 뉴욕대 교수의 강좌 내용이다. 이 세 가지 단서를 간단히 요약하였다.  매직리프의 비밀  매직리프의 CEO 로니 애보비츠(Rony Abovitz)는 우주복을 입고 TED 강연을 하고 록그룹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신문에 만화를 기고하고 집안에 온갖 동물을 키우는 등 자유분방하고 기발한 인물로 유명하다. 2004년에는 수술로봇 회사 마코서지칼을 설립하였다. 이 회사의 수술로봇 리오에는 국내 기업 큐렉스의 특허가 적용되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촉감을 전달하는 로봇 팔을 개발하던 중 환자의 뼈를 보면서 수술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존의 가상현실 기기들로 시도를 해보았지만 모두 실망스러웠다. 마침내 애보비츠는 새로운 기술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워싱턴 대학의 에릭 세이벨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그와의 만남은 애보비츠를 증강현실의 세계로 이끌었다  세이벨 교수는 혈관 속을 볼 수 있는 초소형 내시경을 연구하던 중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시경은 몸속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카메라이다. 그는 거꾸로 내시경으로 빛을 쏘아 빔프로젝터처럼 영상을 만드는 증강현실 기기를 생각했다. 2010년 세이벨 교수가 발표한 내시경 프로브는 직경이 1mm에 불과했다. 이 가느다란 관에서 나오는 빛을 렌즈를 통해 직접 망막에 쏘아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 세계에서 들어오는 빛과 컴퓨터가 만든 가상의 빛이 뒤섞여 사람의 눈은 이 둘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체육관에서 튀어나온 고래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영상의 데모 버전이다. 세이벨 교수의 시제품을 본 애보비츠는 2011년 매직리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증강현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2013년에는 마코서지칼을 16억 5천만 달러에 매각하고 매직리프에 올인 하였다. 그 이후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는지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애보비츠가 공개를 망설이는 것은 신비주의 전략이라기보다는 말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짐작을 해 보았다. 우선 냉장고만한 시스템의 크기를 몸에 착용할 만큼 작게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실내에서 시연을 하였지만 그보다 수백, 수천 배 이상 밝은 태양빛 아래에서 제대로 영상이 보일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레이저를 눈에 직접 쏘는 것이 걱정스럽다. 신체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약한 레이저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된 결과는 없다. 그 밖에도 좁은 시야각, 선명도, 응답 속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VR을 인수할 때 후원했던 스파크 캐피탈은 “매직리프의 증강현실은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애보비츠는 “디지털과 물리적 현실 세계를 융합해 새롭고 놀라운 세상을 만들겠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구글, 퀄컴, 알라바바는 그 미래를 확신하고 매직리프에 수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현실 속의 증강현실  증강현실의 대명사로 불리던 구글 글래스는 현재 판매가 중단되었지만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고 있다. 구글에 인수된 네스트의 창업자 토니 파델이 구글 글래스를 맡으면서 산업용을 겨냥한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매직리프에 투자한 이후 “구글 글래스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재천명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의 예약 판매를 시작하였다. 전문가들은 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한 수 위의 제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홀로렌즈를 쓰면 게임 속의 인물이 튀어나오고 벽면에는 가상의 TV가 나타난다. 테이블 위에서 미식축구를 관람하고 마인크레프트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증강현실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가까이 와있다. 그래픽 화면 앞에서 진행하는 일기 예보나 선거 중계방송도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자동차의 앞 유리에 교통 정보를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중요한 증강현실 기기이다. 아이언맨이 쓴 헬멧의 눈앞에 나타나는 화면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의 스크린을 손으로 조작하는 것과 같이 SF 영화의 단골 소품으로도 등장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강현실 서비스도 재미있는 것이 많다. 이케아의 AR 앱과 카탈로그를 이용하면 미리 가구를 배치해 볼 수 있다. 어떤 색상과 디자인이 우리 집에 어울릴지 고민하는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이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길거리의 안내판이나 식당의 메뉴를 읽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구글이 인수한 퀘스트비주얼에서 개발한 ‘워드 렌즈’라는 앱은 이런 걱정을 덜어준다. 스마트폰으로 외국어 글자를 비추면 자동으로 번역을 해주는 AR 기능 덕분이다. 그 외에도 교육, 국방, 의료, 공공 서비스 분야로 증강현실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게임과 같이 단절된 가상공간에서 사용하는 가상현실에 비해 응용 분야가 넓어 시장 전망도 밝다. 전문 컨설팅 업체 디지 캐피털에 따르면 2020년 증강현실 시장은 1200억 달러로 300억 달러인 가상현실의 4배에 달한다. 이 거대 시장을 향해 선두 기업들은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다.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보스니아 내전 전범 카라지치 40년형 받았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는 24일(현지시간) 옛 유고연방 보스니아 내전 당시 대량학살 등 ‘인종청소’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세르비아계 정치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70)에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는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최고 지도자였던 카라지치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그의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ICTY 재판부는 카라지치의 대량학살, 반인도 범죄, 전쟁 범죄 등 대부분의 혐의가 인정됨에 따라 중형을 선고 한다고 밝혔다.  13년간의 도피 끝에 지난 2008년 체포된 카라지치는 11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4년 9월 검찰측으로부터 종신형을 구형받았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카라지치가 보스니아 내전 막바지인 1995년 보스니아 동부 스레브레니차에 거주하는 남성과 소년 이슬람교도 8000명의 학살을 지시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는 또 40개월 이상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 포격을 가하고 이 지역을 봉쇄해 민간인 약 1만 명을 숨지게 한 혐의도 인정됐다.재판부는 11개 혐의 중 10개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카라지치측 변호인은 이번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2년부터 3년간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은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가 유고 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할 것을 선언하자 보스니아 인구의 35%를 차지하던 세르비아계가 반발하며 벌어졌다.  당시 카라지치는 유고연방이 유지되길 원하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지원으로 내전을 일으켜 이슬람계, 크로아티아계 주민 등 수십만 명의 학살을 주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카라지치 재판의 재판장을 맡은 권오곤 ICTY 재판관은 이번 선고가 보스니아 내전의 궁극적 책임을 진 피고인에 대한 심판으로 역사적, 형사법적, 국제법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미세먼지 심할 때 차량부제 운행 추진

    고농도 현상 24시간 지속될 때 사업장 조업단축도 시행하기로 미세먼지(PM10) 고농도 현상이 일정시간(24시간) 이상 지속될 때 차량부제 운행과 사업장 조업 단축 등의 비상대책이 올 하반기부터 추진된다. 정부는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80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2016년 미세먼지 전망 및 대응 방안을 논의, 확정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불안을 반영해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 관리를 강화하고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높여 스스로 대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세먼지에는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이 섞여 있어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이 높다. 머리카락의 5분의1 크기인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1m)로 폐·혈관 등에 침투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환경부는 2015년부터 미세먼지 경보 발령 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학교 휴교와 차량부제 등을 시행토록 제도화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경보 수준일 때 차량부제와 휴교를 시행토록 했으나, 이번에 마련된 비상대책에서는 그 기준을 주의보 수준으로 한 단계 낮췄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150㎍/㎥ 이상으로 2시간 이상 지속돼 주의보가 발령된 날이 62일(236회)에 달했다. 초미세먼지주의보(90㎍·2시간 이상) 발령일도 71일(173회)이나 됐다. 도시 미세먼지 발생의 주원인인 자동차 배출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자동차를 올해 24만대로 확대하고 실제 도로 주행 여건을 반영한 신차 배출가스 인증제를 내년 9월에 중·소형차까지로 확대한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한·중 간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환경기업의 중국 진출도 적극 지원키로 했다.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예·경보의 고도화를 통해 고농도시 예보 정확도를 64%까지 높이고 내년 1월부터 전국 2일치 예보도 실시할 계획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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