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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9) 1923년 일본인들의 정감록 처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9) 1923년 일본인들의 정감록 처형

    ‘대일본제국의 애국적 지식인’ 호소이 하지메(細井肇). 호소이 하지메란 일본인이 있었다. 그는 한일합병(1910년)을 전후해 ‘동경아사히신문’과 ‘한일전보통신사’ 기자로 다년간 한국에 체류했다. 갓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편입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호소이는 흥미를 느꼈고 나름대로 많은 ‘연구’도 했다. 그런 호소이에게 1919년의 기미독립운동은 전혀 뜻밖의 사태였다. 무지렁이로 보였던 한국인들이 수백만 명씩이나 길거리로 뛰쳐나와 독립을 요구할 줄 그는 미처 몰랐다. 한낱 정치군인에 지나지 않는 조선총독이 그걸 짐작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당당한 한국전문가 호소이 자신도 사태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독립만세운동이 좌절되자 한국엔 예언서 ‘정감록’이 더욱 인기를 끌었다. 대한독립이 박두했다는 둥, 신천지가 열릴 거라는 둥 갖가지 소문과 예언이 한반도를 뒤덮을 지경이었다. 특히 1921년부터는 계룡산을 중심으로 숱한 신흥종교단체들이 등장해 위세를 떨쳤다. 겉으론 종교를 표방했지만 은연중 독립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조선총독부는 정감록 비상이 걸렸다. 1922년 겨울, 호소이는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조선총독부의 부탁을 받았다. 예언서 정감록을 죽이라는 것이었다. 동경의 자택 서재에 틀어박혀 호소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반도는 우리 대일본제국에 무엇인가. 제국의 용맹스러운 장졸(將卒)들이 목숨 바쳐 강적 청나라도, 러시아도 연달아 무찌른 다음 어렵게 얻어낸 제국의 새 영토가 아닌가. 저 버러지 같은 한국 놈들은 천황폐하의 신민이 된 영광을 모른다. 놈들은 감히 독립을 바라고 있다. 훈련된 군대도 총칼도 없이 맨주먹으로 일어서려는 무지막지한 저들의 맨주먹을 쇠뭉치로 둔갑시키는 것은 독립에 대한 부질없는 열망이다. 거기 불 붙이는 부싯돌이 바로 정감록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든 정감록을 처단할 것이다. 나 호소이로 말하면 천황폐하의 뜻에 언제나 기꺼이 순종하고 순수한 대일본제국 신민의 고귀한 혈통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는 위대한 제국의 충량한 신민이 아닌가. 우리 대일본제국으로 말하면 단일하고 순수한 혈통이 천만대를 두고 이어져온 아름다운 나라. 그에 비할 때 이른바 저 한국 놈들은 어떤가. 놈들은 우선 생리학적으로 열등하다. 혈액만 하더라도 한국 놈들의 피는 ‘거무칙칙하고 더럽다.’ 그렇기 때문에 이조 500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당쟁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이 살상됐지만 나라꼴은 늘 엉망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 놈들은 유전인자 자체가 불순하고 열등하다. 따라서 놈들에게 밝은 미래란 있을 수가 없다. 오직 천황폐하의 자애로운 품속에 있을 때만 그들은 행복을 바랄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나는 이미 두 권의 저서에서 명확히 입증했다.‘조선문화사론(朝鮮文化史論)’과 ‘조선 문제의 근본적 해결(朝鮮問題の根本的解決)’이 그것이다. 한국에 대한 나의 전문적인 연구는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위해 바쳐질 것이다. 실용성이 없는 학문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대일본제국의 발전을 위해, 무지하고 악랄한 한국 놈들의 순화를 위해 나의 저술은 두고두고 쓰일 만한 것이다. 탁상공론으로 걸핏하면 양심을 들먹이는 비겁하고 위선적인 놈들이 있어 훗날 나 호소이를 대일본제국의 어용학자(御用學者)라고 불러도 좋다. 제국의 영예를 위한 나의 일편단심은 그럴수록 더욱 밝게 드러날 것이다. ●정감록을 죽이는 묘책 호소이는 묘안을 찾기 위해 좀더 생각했다.‘도무지 정감록이란 무슨 책이냐. 조선시대 위정자들도 몹시 두려워했던 책이 아니냐. 위정자들은 정감록을 소지하거나 퍼뜨리는 일체의 행위를 범법 행위로 간주했다. 그런데 혹독한 금압 조치에도 불구하고 정감록은 널리 퍼져나갔다. 지금 반도의 덜떨어진 한국 놈들이 감히 독립을 바라는 것도 다 그놈의 정감록 때문이다.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공개하라. 그렇다, 금단의 예언서 정감록을 죽이는 방법은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감록은 신비함을 잃게 된다. 신비성을 잃어버린 정감록이라면 이미 반쯤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또 하나. 기왕에 공개할 바엔 정감록의 정본(正本)을 만드는 거다. 바로 이 호소이가 대일본제국의 정치적 이익에 봉사할 정감록의 정본을 결정한단 말이다. 총독부에서 수집해 놓은 정감록의 이본들을 자세히 살펴 그 가운데서도 정치적 선동성이 별로 없는 텍스트를 골라 공개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 텍스트에 살짝 손을 댈 수도 있다. 아주 심하게 손을 대면 조작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영악하고 의심 많은 한국 놈들을 상대로 하는 일인 만큼 더욱 주도면밀해야 한다. 나는 정감록을 순화시킬 뿐이다. 이것은 변조나 개작이 아니다. 나는 대일본제국과 천황폐하를 위해, 한반도와 한국 놈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정감록을 편집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잊지 말아야 될 일이 또 있다. 이렇게 교묘한 수단을 부려 김을 빼놓더라도 한국 놈들은 순화된 나의 정감록을 다시 개악하거나 제멋대로 해석할 우려가 있다. 놈들은 워낙 피가 더럽기 때문에 제멋대로니까. 그들의 망령된 행위를 막기 위해 내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을까. 그래, 예방주사를 놓자! 정감록은 이래서 진짜 믿을 것이 못 된다. 이런 식으로 계몽적인 비평을 잔뜩 써 가지고 독자 놈들의 배를 채우는 것이다. 정감록의 대가 호소이가 만든 정감록 정본의 맨 앞에 실린 비판을 읽게 하자. ●동경판 정감록에 대한 불만 대일본제국의 충량한 신민 호소이는 이미 수집된 정감록 이본들을 널따란 책상 위에 펼쳐놓고 수술을 시작했다. 일제는 이미 오래 전에 광개토대왕비문까지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변조했다. 정본이 따로 존재할 리도 없던 정감록을 개작하는 것쯤이야 호소이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그의 솜씨와 애국심은 참으로 대단해 불과 몇 달 만에 ‘정감록비결 집록’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한국인들에겐 억압의 상징인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정감록을 죽이기 위한 음모가 결실을 맺은 날은 1923년 2월15일이었다. 이것이 사상 최초의 정감록 인쇄본이다. 도쿄판 정감록은 인기가 대단했다. 초판으로 몇 부를 찍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출간된 지 약 보름 만에 제3판을 제작할 정도였다. 도쿄판은 아마 일본에서도 상당히 팔렸겠지만 주로는 ‘식민지 조선’에서 소비됐을 것이 뻔한 이치였다. 호소이가 바란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도쿄에서 만든 정감록으로 한국의 정감록 세계를 평정한다는 목표는 어쩌면 단시일 내에 달성될 듯도 하였다. 도쿄서 들어온 정감록이 잘 팔려 나가자 한국의 출판계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정감록을 찍어내면 돈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호소이의 민족성 비판에 강한 불만이 제기되었다. 내놓고 맞싸울 형편은 안 되었지만 정감록까지도 ‘그 잘난’ 일본인의 손으로 다듬어진 책을 봐야 되는가 하는 강력한 반발이 없지 않았다. 동경판의 뚜껑을 열어본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경악했다. 호소이는 무지한 한국 사람을 계몽한답시고 무려 50쪽이나 되는 정감록 비평을 썼다. 정감록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치고 나아가 한국 사람의 타고난 ‘야만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 논지는 대개 이런 식이었다. 한국인들은 태초부터 불합리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련한 한국 민족의 정신적 미성숙은 그들이 정감록과 같은 미신에 맹목적으로 빠져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이렇게 유치하고 야만적인 성격이 한국민족의 본성이다. 국제적으로 저열한 한국의 민족성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한반도의 역사 및 지리적 조건이 빚어놓은 결과다. 당시 유행하던 지리적 결정론을 빌려 호소이는 ‘미개한’ 한국인을 질타했다. 귀신을 숭배하고 점치기를 좋아하는 풍습은 당시 일본사회에서 더욱 성행했다. 그러나 일본민족의 위대성을 맹신한 호소이의 눈에는 그런 현상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야만적’인 한국인까지도 호소이는 마음속 깊이 사랑했던 것일까. 그는 하루바삐 정감록 신앙에서 한국인을 구출하여야만 된다고 믿었다. 합리적이고 발달된 현대 일본사회의 참된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한국인은 정감록 신앙을 포기해야 된다. 이것이 호소이의 변(辯)이었다. 그러나 1923년 동경판 정감록을 간행한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대일본제국의 번영을 위해 정감록이라는 정치적 폭탄에서 뇌관(雷管)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동경판이 제3판에 돌입한 지 보름 정도 지난 1923년 3월19일 김용주가 편찬한 정감록이 독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편찬에 나선 김용주는 호소이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그는 정감록의 내용에 대해 아무런 비평도 보태지 않았다. 딱히 정감록을 옹호하지는 않았으나 이것은 호소이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었다. 굳이 김용주가 정감록을 신앙하였다거나, 민족주의자였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정감록에 대해 아무런 비평을 가하지 않은 데는 호소이의 지나친 악평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밖에도 김용주에게는 정감록을 비판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첫째, 당시 많은 한국인들은 정감록의 내용을 틀림없는 예언으로 믿고 있었다. 식민지의 힘없는 지식인에 불과했던 김용주로서는 대중의 그러한 열망에 굳이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었다. 설사 그가 남다른 애국심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대한독립이 된다고 믿고 있는 동포들의 기대심리를 비난할 필요는 없었다. 둘째, 단순히 책을 많이 팔기 위해서라도 잠재적인 독자들의 희망을 꺾어서는 안 됐다. 김용주의 편집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호소이에 대한 반감을 비롯해, 독립에 대한 기대와 상업적 목적이 골고루 다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김용주는 정감록의 신빙성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또 하나의 정감록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은 한성판이라 불릴 만했다. 한성판엔 매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동경판과 공통되는 부분도 상당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 두 판본이 내용 면에서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매사를 곧이곧대로 순진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민간에 퍼져 있던 허다한 비결 가운데 어느 것은 호소이만, 또 다른 것은 김용주만 수집해서 자연히 그렇게 됐다고 할 것이다. 실제 정감록은 수백 년 동안 필사본으로 암암리에 전파되었기 때문에 각자의 수집본이 서로 다를 수가 있다. 그렇다면 동경판과 한성판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비결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그야 물론 좀 더 널리 퍼져 있던 유명한 예언서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전국 어디에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누구나 손쉽게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그런 대표적인 예언서 말이다. 나는 이런 입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동경판을 편집한 호소이가 매우 국수주의적이었단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수집된 정감록을 모두 출판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 달리 말해 진인출현이나 대한독립의 메시지가 약한 ‘순화된’ 비결만을 선별적으로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그는 ‘고약한’ 내용의 예언까지 인쇄에 부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김용주는 달랐다. 그는 도쿄본의 상당수를 답습하면서도 도쿄본에 실리지 못한 다른 비결들을 많이 포함시켰다. 김용주는 호소이가 정감록의 정본을 만들려고 한 의도를 정확히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쿄판이 정감록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진짜 정감록은 훨씬 더 위험한, 폭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정감록을 출간하지는 못했다. 총독부의 검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결국 호소이의 뜻대로 되다 당연히 김용주의 정감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은 조선총독부의 의도와 배치된다. 일본인들이 보기에 김용주의 한성본이 딱히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점이 없지 않아 조만간 도태되어야만 될 책이었다. 1937년 중·일전쟁이 터지자 식민지 한국의 정세는 한결 경색됐다. 이른바 전시총동원체제가 작동돼 비상시국이었다. 엄격한 사상통제와 감시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정감록에 대한 통제도 한 단계 더 나갔다. 그 무렵 새로운 정감록이 나왔다. 현병주의 ‘비난정감록진본’이었다. 마침 경성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를테면 경성본이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해명돼야 할 문제가 있는 책자였다. 우선 표면상 출간연도가 미상이란 점이 문제다. 책의 간행지를 ‘경성(京城)’이라고 표기해 놓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식민지시기 서울에서 나온 것은 틀림없다. 경성본이 나온 시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내기 위해 나는 본문의 표기법을 자세히 분석했다. 문장의 구조와 맞춤법이 현대의 격식에 가깝다. 그런 이유로 나는 경성본의 간행시기를 1930년대 중반 이후로 확신한다. 경성본은 내용면에서도 앞서 간행된 한성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경성본은 정감록이 사실무근의 허망한 책자라는 논설을 싣고 있다. 편자 현병주는 정감록의 가치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을 보류한 김용주와는 달랐다. 하지만 현병주가 단순히 일본인 국수주의자 호소이를 추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는 정감록의 허구성을 비판하였을 뿐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을 한국인의 저열한 민족성에서 찾지는 않았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점은 현병주가 비결의 내용 중에서 자신이 동의하지 못하는 대목에 대해 일일이 비판을 가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비결의 본문에 길지(吉地)에 피난을 가더라도 피난 시기에 따라 생명을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부분이 있다. 현병주는 바로 그 구절의 끝에 괄호를 치고는 “생명을 건지는 땅 중에도 종종 생명을 건지지 못하는 곳이 있다.”고 비꼬는 투로 주석을 붙였다. 이와 같이 조목조목 정감록의 내용을 비판함으로써 현병주는 정감록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 했다. 호소이의 정감록 말살 의도는 현병주에 이르러 더욱 공교해졌다. 나는 현병주가 친일파였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다만 정감록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감록을 출간했다는 점에서 현병주는 호소이의 완벽한 후배다. 현병주는 좀더 중요한 점에 있어서도 호소이의 전통을 계승했다. 나는 지금 경성본에 실린 비결의 내용을 문제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호소이는 35종의 선별된 비결을 공개했다. 김용주는 그보다 16종이 더 많은 51종을 간행했다. 그런데 경성본에는 25종만 실려 있다. 현병주는 호소이의 동경본과 김용주의 한성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비결로 한정했다. 결과적으로 말해 그는 호소이가 간행한 비결의 일부만이 정감록의 정본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기여했다. 호소이가 공개한 35개의 비결 가운데 25종은 광복 이후 간행된 여러 정감록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20세기 후반부터 한국사회에서 정감록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호소이의 비결을 정본으로 대접하게 됐다. 그렇게 된 줄이나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Doctor & Disease] 순천향대병원 소아과 편복양 박사

    [Doctor & Disease] 순천향대병원 소아과 편복양 박사

    알레르기 질환으로, 병증이 호흡기에 나타나는 천식, 특히 어린이를 비롯한 청소년들의 천식 유병률이 놀라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유병률은 4∼5% 정도지만 대상을 어린이로 좁히면 지난 64년 3.4%이던 것이 95년에 14.5%로 4배 이상 급증했다. 2003년 국민건강보험 통계에서는 1∼4세 환아의 23.7%가 천식을 앓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문명이 곧 천식’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지금처럼 천식을 방치했다가는 머잖아 온 나라가 천식으로 들끓게 될 것”이라는 순천향대병원 소아과 편복양(52) 박사의 우려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계에서 ‘소아천식 전도사’로 꼽히는 편 박사는 “증상을 감기쯤으로 여기다가 자녀를 평생 고통 속에 살게 하는 질환이 바로 소아천식”이라고 지적했다. 그 까닭부터 물었다.“천식 자체의 고통도 심각하지만 이게 만성화해 기관지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기도기형으로 발전할 경우 결코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또 알레르기 질환이 연령대에 따라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알레르기 마치(Allergic March)를 미리 끊어주거나 완화, 지연시키는 것도 조기치료의 중요한 성과지요.” ●영유아 알레르기 30%가 음식이 원인 ▶질환의 유형은 어떻게 구분하나.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 병증이 다르다. 예컨대 증상이 피부에 나타나면 아토피피부염, 코에 나타나면 알레르기 비염, 호흡기에 나타나면 천식이 된다. 또 이게 위장관에 나타나면 음식알레르기라고 하는데, 영유아 알레르기의 30%가 음식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소아천식 증상에 특이성이 있는가. -대표적인 3대 증상은 기침과 숨소리가 쌕쌕거리는 천명, 호흡곤란이다. 이런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하고 한 가지씩 보이기도 한다. 특징적인 것은 증상이 새벽 무렵에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소아의 경우 가만 있을 때는 괜찮다가 떼를 쓰거나 움직일 때 심한 호흡곤란과 천명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때 방치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원인은 무엇인가. -유전적인 소인이 강하다.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 체질이면 자녀의 80%, 부모 한쪽이 알레르기 체질이면 자녀의 60%에서 천식이 나타난다. 환경 요인도 중요하다. 흡연과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꽃가루, 대기 오염물질, 음식 등이 천식 발생과 관련있는 원인항원들이며, 감기 등 호흡기감염, 운동, 기상변화, 아황산가스와 오존, 황사, 꽃가루, 흡연 등은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지속시키는 유발인자들이다. 편 박사는 감기와 관련된 오해에 대해서도 짚었다.“병원을 찾은 엄마들이 흔히 ‘감기 때문에 천식이 시작됐다.’고들 말하는데, 감기는 천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지 원인은 아닙니다. 애들이 감기를 심하게 앓으면 천식을 의심하지만, 그 보다는 늘 감기를 달고 있으면서 밤에 천명이나 발작적인 기침을 하는 애가 천식일 가능성이 훨씬 크지요.” ●어린이 천식환자 10년새 5배 늘어 ▶최근의 발병 추세는 어떤가. -대한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의 전국역학조사 결과 가장 최근의 청소년 유병률은 14% 정도였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어린이 천식환자는 최근 10년 새 5배 이상 크게 늘었다. 그런 추세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아파트 주거의 일반화와 자동차 증가, 모유수유 기피,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인스턴트 및 냉동식품 선호 등이 모두 천식 증가와 맞물려 있다. 즉, 천식 유병률은 생활 수준에 비례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학계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각종 예방접종과 관련이 있다는 ‘위생가설’을 내놓기도 한다. 잦은 예방주사가 인체 면역체계의 균형을 깨뜨려 알레르기 질환이 급증한다고 보는 시각인데, 사실, 예방주사가 일반화된 선진국의 천식 유병률이 후진국보다 훨씬 높기는 하다. 천식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이 폐기능검사다.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시켜 가역적인 변화가 보이면 천식 가능성이 크다. 증상이 비슷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이런 가역성이 보이지 않는다. 폐기능검사가 어려운 6세 이하의 어린이는 촛불을 끄는 정도의 날숨만으로 진단이 가능한 최대호기 유속계를 이용한다. 여기에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 혈액검사를 병행하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치료법도 소개해 달라. -최근의 세계적인 추세는 천식과 관련한 사회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행히도 의료보험에 천식 교육비가 반영되지 않아 일선 병원에서 이런 교육을 기피하지만 갈수록 교육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교육과 함께 약물치료, 예방치료가 시행되고, 이런 치료법에 한계가 보이면 제한적으로 면역치료를 적용한다. 약물로는 기관지 확장제인 증상완화제와 기관지 염증을 가라앉히고 재발을 차단하는 스테로이드 염증조절제가 주로 쓰인다. 천식은 꾸준한 치료를 통해 생활에 불편이 없을 만큼 조절, 관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완치가 아니기 때문에 일상적인 치료가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너무 쉽게 여기거나 대증적으로만 대응해 문제다. 항간에 수술로도 치료할 수 있다고도 말하나 천식은 수술로 치료되는 병이 아니다. ●천식관련 사회교육 강화 급선무 편 박사는 스테로이드제제에 대한 세간의 오해도 지적했다.“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이 너무 부풀려져 있어요. 경구용 약물과 달리 흡입제는 소량이어서 의사 처방에만 따르면 장기간 사용해도 거의 부작용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점 때문에 유지치료를 소홀히 해 기도기형 등 갖가지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어린이 천식은 급증하는데 전문의약품인 천식 치료제를 일선 학교에 비치하지 못하는 점과 경직된 의료보험 적용 문제 등을 개선해 천식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안들입니다. 당장 어린 아이, 청소년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해 보세요.”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소아천식의 전조증상-기침·숨가쁨 지속땐 의심 편 박사는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소아천식 역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중증으로의 이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천식 증상이 나타날 때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판단에 필요한 전조증상을 살펴본다. 소아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은 좁아진 기도가 숨길을 막아 생기는 쌕쌕거리는 천명음과 발작하는 듯한 기침. 증상이 가벼울 때는 이런 증상에도 불구하고 잘 놀거나 먹지만, 조금 심해지면 기침 때문에 잠을 못이루며, 말하거나 먹을 때 가쁜 숨을 쉬기도 한다. 또 증상이 심해지면서 식욕이 떨어지고, 놀기를 싫어하며, 콧물, 코가려움, 눈 주위가 발갛게 변하거나 신경질을 부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증상이 진정되면 천명이나 숨가쁨 증상은 가라앉지만 기침은 그치지 않아 ‘감기를 달고 산다.’거나 ‘감기가 오래 간다.’고 오해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증세가 2∼3주를 넘기거나 감기라면서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숨가쁨이 보이면 천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미 천식 진단을 받은 아이가 까닭없이 힘들어하거나 약제 반응이 느리고, 기침, 천명과 함께 숨쉴때 어깨를 들썩이거나, 빗장뼈, 갈비뼈 사이가 쏙쏙 들어가면 발작 신호로 봐야 한다. 이런 증상과 함께 입술, 손 끝이 파래지거나 천명이 없어지면 증상이 더욱 악화된 상태이다. 편 박사는 “이 경우 천명음이 없어지는 것은 기도가 완전히 막혔다는 뜻이므로 지체없이 응급조치를 취한 뒤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편복양 박사는 △이화여대의대 및 한양대 대학원(박사)△일본 도쿄 국립 소아병원 및 소화대의대 소아과 연수△미국 남가주대 LA어린이병원 연수△대한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학술·간행위원 및 국제협력이사, 대한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 간행·보험이사, 대한 소아과학회 보험위원△일본 소아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회·알레르기학회 정회원△미국 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회원△소아 아토피피부염연구회장△‘천식, 알면 치료된다’등 저서 11권△현 순천향대병원 소아과 교수
  • “盧대통령 ‘3년차 증후군’ 조심해야 한다더라”

    “盧대통령 ‘3년차 증후군’ 조심해야 한다더라”

    “집권 3년차를 조심하라고 하더라.”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오는 25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이자 집권 3년차에 진입하는 시점이다. 이런 분기점을 앞두고 여권의 핵심인사들이 과거 정권의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로부터 들은 충고성 메시지다. 이들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집권 3년차 증후군’을 경고한다. 집권 3년차엔 정계개편·남북정상회담 같은 빅 이벤트와 측근 비리 등 악재가 5년 주기로 되풀이됐다는 얘기다. 이들은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도 집권 3년차 증후군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靑·여권 “그럴 가능성 없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은근히 신경을 쓰면서도, 집권 3년차 증후군의 가능성은 이제 없다고 단언한다. 과거와는 정치 지형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집권 첫 해에는 워낙 소수정당으로 출발해 어려움을 겪었고,2년차에는 탄핵이라는 시련을 겪었다.”면서 “올해는 긴장 이완보다는 경제살리기와 북핵 해법이라는 명확한 과제를 갖고 해결에 진력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는 집권 초반기부터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3년차에 개혁 피로증후군이 나타났던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참여정부는 이제서야 강한 의욕을 갖고 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올해 여당의 기반도 튼튼하고 개혁 로드맵을 바탕으로 일을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은 “3년차 현상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헌·정계개편론 ‘모락모락’ 집권 3년차를 전후해 슬슬 흘러나온 개헌론은 참여정부 들어서도 예외는 아닌 것같다. 올들어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개헌론이 나왔다. 내각제든,4년 중임제든 개헌의 최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야당에서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개헌론을 먼저 공식 제기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차이점이 있다. 통치학을 연구하는 연세대의 한 교수는 3년차 증후군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5년 단임제는 흔치 않다.”면서 “집권 전반기에 힘이 확 쏠렸다가 후반에 힘이 빠지는데 그 시점이 대략 2년이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은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어 개헌의 최적기”라면서 “이 시점을 놓치면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1995년에 김종필(JP)씨를 축출했고, 김대중(DJ)정부 시절에는 2000년 DJP 공조가 파기됐다.”면서 “집권 3년차에다 선거가 있었던 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고 정계의 지각변동 가능성을 예고했다. ●권력형 비리·남북정상회담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등의 권력형 비리가 터진 시점이 DJ 집권 3년차인 2000년이다. 올해도 청와대에 파견돼 있던 건설교통부 직원의 뇌물수수 사건이 불거져 청와대를 잔뜩 긴장시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비리는 집권 1년차에 터진데다, 항상 조심하고 있기 때문에 측근비리나 권력형 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경력을 가진 윤호중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3년 당시에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 양길승 부속실장의 구속을 의식한듯 “집권 3년차에 나타날 수 있는 측근비리의 ‘예방주사’를 이미 맞았다.”고 진단했다. 김형준 교수는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1995년에 지방자치제선거를 실시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다.”고 말했다.3년차에는 빅 이벤트를 터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는 25일 취임 2주년 기념식에서 남북정상회담같은 큰 건을 터트릴 것이란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현 김준석기자 jhpark@seoul.co.kr
  • [김홍신의 세상보기] 실패는 ‘성공예방주사’

    [김홍신의 세상보기] 실패는 ‘성공예방주사’

    한국의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당장에 불경기와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불신의 반사작용일 것이다. 더구나 위기를 진단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걸 체감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위기는 저절로 극복되지 않는다. 최소한 위기를 자초한 원인을 규명한 뒤에 가능한 것이다. 말하자면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대체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민생이 힘겨워도 변명거리부터 찾고 정책실패를 따지고 들면 남 탓을 먼저 하며 사회적 갈등도 핑계거리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둘러대곤 한다. 한국인들의 자존심 속에 실패를 부끄러워하는 기질이 있는지도 모른다.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자서전이 감동적인 까닭은 바로 실패에 대한 솔직한 고백 때문이다. 실패해보지 않는 인생이 있을까?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현수교가 완공 4개월 만인 1940년에 붕괴되었다. 초속 19노트의 산들바람에 다리 기둥 상판을 지지하는 버팀판이 움직이고 이 작은 움직임이 새로운 진동을 동반하는 공진 현상이 생겨 그 흔들림이 커지면서 붕괴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붕괴장면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기록한 덕에 바람의 진동메커니즘이 규명됐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 다리를 사적으로 지정하여 실패의 교훈으로 삼았고 그 후에 다리공사에 관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배운다고 한다. 실패가 쌓이면 실력이 된다는 건 자명한 이치이다. 성공한 나라와 성공한 기업의 특징은 실패를 경험으로 성공한다는 점이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은 전쟁 패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실패보고서를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부흥을 모색하여 통일을 앞당겼다고 한다. 패전국인 일본 역시 선진국 대열로 뛰어오를 때 일본의 지식인들과 정부는 실패학을 연구하여 각양각색의 실패보고서를 만들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한다. 99번의 실패를 통해 100번째에 발명을 했다면 그 99번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공개함으로 다음 세대는 적어도 50번쯤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에 대한 예방주사이자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교과서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은 과연 어느 수준인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목전에 둔 채 강대국들의 목 죄기에 시달리고 갈등과 대립과 분열이 심화되는 국내 사정을 치유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까?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실수를 자인하지 않는 대신 남의 실패와 실수를 집요하게 비난하는 우리의 정치행태로는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수월찮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과거사를 진상규명하는 것도 면밀히 따져보면 실패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친일파와 애국자를 가려내는 것도 역사재조명 작업이며 그것을 통해 다시는 나라 잃는 서러움을 겪지 말자고 다짐하는 행위인 것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대범한 용기이자 미래를 걱정하는 현명한 방법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뒤집는 것은 희망이고 희망을 일구는 것은 꿈이며 그 꿈을 갈고 닦는 것은 열정이다. 미래의 우리 모습을 걱정한다면 지금 바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실패보고서를 작성했으면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10년 후에 대한민국이 어떤 모양일지 예리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해외에서 우리의 자존심을 드세우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성공 이면에 얼마나 뼈아픈 실패와 실수가 있었는지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실패를 가치있는 성공의 자료로 사용한 열정 때문에 아름다운 성공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희망을 잃어 가는 국민들에게 실패를 인정하고 안도감을 주는 배포 큰 나라 모습을 보고 싶다.
  • 금연하실 분 보건소로 오세요

    금연하실 분 보건소로 오세요

    직장인 이상욱(41·서울 방이동)씨는 ‘상습금연자’다. 십수년 전부터 새해 계획에 금연이 빠진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서너달을 못 가 ‘악마의 유혹’에 굴복하곤 했다. 금연 도구도 소용 없었다. 가족들의 따가운 눈길을 피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한숨 섞인 담배 연기를 내뿜는 일상이 계속됐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오는 3월부터 구청 보건소에서 금연클리닉을 연다는 ‘희망의 소식’을 접했다. 이씨는 “고 1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애인’을 떠나보내는 게 조금 아쉽지만 아빠가 금연한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는 외동딸을 봐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담당의사 배치… 보조제 제공·약물치료 금연클리닉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담배와의 전쟁’. 전국 246개 모든 보건소에서 시행된다. 전체 예산만 건강증진기금과 지자체 예산 등 230억여원이 소요되는 국가적 사업이다. 정부 차원의 금연클리닉을 실시하는 것은 영국에 이어 전세계적으로 두번째다. 대상 인원은 전체 흡연 인구의 1%인 10만명. 서울시내 25개 보건소는 모두 2만 3000여명을 금연클리닉에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금연클리닉에는 금연상담사 2명과 금연 담당 의사 1명이 배치된다. 이들은 6개월 동안 흡연자들을 상담하는 것은 물론 약물 공급과 금연 체크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첫 방문 때 니코틴 의존도 평가, 복부 둘레 측정 등을 받는다. 특히 니코틴, 타르와 함께 담배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인 일산화탄소가 결합된 적혈구의 비율을 측정하는 일산화탄소 농도 측정을 통해 담배로 자신의 몸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게 된다. 이후 상담사와 함께 맞춤형 금연 프로그램을 짜게 된다. 금연일을 정한 등록자는 금연클리닉을 방문할 때마다 금연 껌과 몸에 붙이는 금연보조제(금연 패치) 등을 제공받는다. ●도심에 이동클리닉도 운영돼 심각한 ‘골초’ 들에게는 금연 담당 의사가 금단 증상을 덜어주는 부프로피온 등의 약물이 처방된다. 실제로 담배를 끊었는지 알 수 있는 일산화탄소 검사도 정기적으로 실시, 어느 정도 금연의 의무감도 부여한다. 모두 6주 동안 방문 상담과 약물 치료가 병행되고, 금연에 성공하면 기념품도 나눠주기로 했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광화문이나 강남 등 도심에서 이동클리닉도 운영된다. 전화, 이메일 뿐 아니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흡연자는 2월 한달동안 해당 보건소에 신청하면 된다. 치료비는 물론 금연껌이나 패치 등 모든 의약품도 무료다. 소득 및 연령에 관계 없이 등록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평균 금연율 30% 넘어 금연클리닉은 몇년 전부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흡연율이 높은 저소득층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참여를 꺼려 사회적인 효과는 미미한 편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성북구, 부산 부산진구, 전남 해남군 등 전국 10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금연클리닉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모두 78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금연율은 6개월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은 흡연자의 비율을 뜻한다. 시범사업 참여자의 평균 금연율은 3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성북구 보건소 관계자는 “당초 등록한 140명 가운데 122명이 두 달 넘게 프로그램에 열성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성공적”이라고 귀띔했다. 금연 사업은 강북구보건소 등 지금까지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도 운영돼 왔다. 여기에 체계적인 상담과 치료가 가능한 금연클리닉은 금연 사업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복지여성국 건강도시추진반 이조영 주임은 “지속적인 금연클리닉의 운영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57.6%의 성인 남성 흡연율뿐 아니라 급증하는 청소년 흡연율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잘못된 상식·나홀로 금연법 ‘금연하면 살이 찌니까 건강에 더 해로운 게 아닐까….’ 금연을 시작하면서 흔히 하게 되는 고민이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오.’다. 이런 잘못된 상식 탓에 쉽사리 포기하기 일쑤다.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지만큼 올바른 정보를 갖고 있는 게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흡연자가 담배를 끊은 뒤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금연 이후 남자는 평균 2.8㎏, 여자는 3.8㎏ 정도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욕이 느는 게 주 원인. 그러나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체중 증가를 줄일 수 있다. 또 흡연은 복부비만을 유발, 몸매뿐 아니라 건강에도 직격탄을 날린다.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우는 것은 체중이 20㎏ 증가하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 또 다른 오해는 담배를 줄이거나 순한 담배를 피우면 낫다는 것. 그러나 몸에서 흡수하는 니코틴과 타르의 양은 별 차이가 없다. 신체는 물질들을 일정하게 받아들이려는 성향이 있어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더 깊게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말이다. 담배를 50년 이상 피워도 건강한 사람들을 보며 위안 삼는 흡연자들도 있다. 물론 사실이다. 다만 이들은 흡연에 의한 합병증으로 조기에 사망할 확률인 3분의1에 속해 있지 않을 뿐이다. 바꿔 말하면 흡연자들은 6발이 들어가는 권총에 2발의 실탄을 넣고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연으로 인한 과민 증세도 길어야 1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도 금연자의 화를 일시적으로나마 받아줄 아량이 필요하다. 혼자 할 수 있는 금연법도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연 껌과 금연 패치 등을 활용하는 것. 각종 통계에 따르면 의지만 갖고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5% 미만이지만 보조제를 사용하면 35% 가까이 높아진다. 또 원래 항우울제로 쓰이는 부프로피온 등 약물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단 금연을 하려면 시작 일주일 전부터 금연 이유와 흡연 습관을 분석한 뒤, 주위에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하다. 시작 뒤에는 금연 이유를 적은 메모를 틈틈이 들여다보자. 식후 양치질과 흡연 장소를 피하는 것은 기본. 금단증상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때는 일주일 직전. 금연 패치를 항상 붙이고 있으면 금단증상이 덜해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들의 조언이다. 금연 2주일에 들어서면 금단증상의 고비는 넘기게 된다. 그렇다고 술자리에 참석하는 등 일부러 자신을 지나치게 시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 한 달을 넘기면 안정권에 들어서게 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보건소 맞춤형클리닉 덕분 53년만에 담배 끊기에 성공 “몸에 암세포가 생겨도 담배를 끊을 수 없더라고요. 우연히 금연클리닉을 접해 50여년의 ‘악연’을 끊을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죠.” 함택영(74·서울 돈암동)씨는 요즘 몸이 가뿐하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밥맛도 다시 돌아왔다. 가래도 더 이상 끓지 않는다.21살부터 곁에서 떼놓지 못했던 담배를 성북구 금연클리닉을 통해 53년만에야 끊은 덕분이다. 함씨는 반세기 동안 매일 한 갑 이상씩 피웠다. 술도 적잖이 마셨다. 그러자 60줄에 들어서자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간경화에 이어 5년 전에는 간암 초기 판정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의사가 ‘담배를 안 끊으면 죽는다.’고 했지요.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안전한 상태는 아닙니다. 어떻게 합니까. 담배가 없으면 못 살겠는 걸.” 함씨에게 희망의 햇살이 비친 것은 지난해 10월. 성북구 보건소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혹시나 싶어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상담사들의 권유에 따라 함씨는 11월부터 담배와의 ‘마지막 승부’에 들어갔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위기는 금연일 일주일 이후에 찾아왔다. 무의식 중에 담배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하루에도 서너 차례 했다. 담배 피우는 꿈을 꾸다가 깬 뒤 입맛을 다신 적도 있었다. 사실 함씨는 그동안 금연을 10여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니코틴의 마수(魔手)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금연침 등도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클리닉의 체계적인 상담과 금연 도구가 큰 힘이 됐다. 무료로 받은 금연 껌과 패치가 신기하게도 금단 증상을 싹 없애줬다.3주째가 되자 끽연욕과 금단현상도 함께 사라졌다. 함씨는 결국 3개월 동안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 요즘은 담배 연기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다. 함씨는 “담배는 자신에게 백해무익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건강도 해친다.”면서 “요즘은 아들뿐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담배 끊기를 권하는 ‘금연 전도사’가 됐다.”고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쓰나미 어린이1명 홍역” 유니세프, 印尼서 확인

    |자카르타 연합|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10일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에서 생존한 한 어린이가 홍역에 걸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존 버드 유니세프 인도네시아 사무소 대변인은 하지만 더 이상의 구체적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유니세프는 이번 지진 및 해일로 큰 피해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홍역 예방주사 접종 캠페인에 지난주에 착수한 상태로 대상 인원 완전 접종까지 3주 정도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된서리 맞은 애견시장

    된서리 맞은 애견시장

    애견시장이 몰락하고 있다. 한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호가하던 강아지 가격이 말만 잘하면 거저 얻을 정도로 땅에 떨어졌다. 애견 관련 인터넷사이트에서는 무료분양코너가 난무하고 있고, 다 성장한 덩치 큰 성인견은 거저 줘도 안가져간다. 강아지를 잘 키워달라는 글과 함께 개집과 먹이까지 제공하겠다고 애걸해도 찾는 이가 없다. 거리마다 버림받은 강아지가 부지기수인 실정이다. ●애완견 농장 절반 이상 문닫아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인터넷 강아지직거래장터와 전국의 애완견센터, 애완견 농장 등 가릴 것 없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애완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미등록 견사를 포함한 국내 애완견 농장은 대략 1500여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1년새 500∼600여곳으로 줄었다. 업종 특성상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을 요구할 수도 없어 속절없이 문을 닫고 있다. 두달여 전에는 하남시 소재 모 애견농장 주인이 값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농장에서 목을 매 자살하기도 했다. 가격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덩치가 클수록 가격편차가 심해 고깃값도 안된다. 맹도견으로 잘 알려진 리트리버의 경우 라브라도와 골든리트리버 등 2종으로 구분되지만 가격이 폭락한 대표적 케이스.2년여 전만 해도 중급 수준 새끼 마리당 가격이 70만∼120만원이었고 종견의 경우 300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인터넷 장터에는 마리당 가격을 2만∼5만원에 책정해 매물로 내놓은 경우도 허다하다. 새끼 티를 벗으면 이마저 팔기조차 힘들다. 덩치가 진돗개보다 커, 새끼때 말고는 쳐다보는 사람이 드물다. 게다가 다산형으로 한번에 최소한 10마리 이상씩의 새끼를 낳는데다 한때 수익이 좋아, 부업으로 기르는 가정이 많은 바람에 공급이 넘쳤다. 빨리 새끼를 처분하지 못하면 어릴 때 맞혀야 하는 예방백신에다 먹잇값을 손해본다. 여기다 키우는 노동력까지 계산하면 적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르는게 값은 옛말 납작한 코로 인기를 끌던 시츄도 한물간지 오래다.2년여 전만 해도 암컷이 30만∼50만원, 수컷이 10만∼15만원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암·수 가릴것 없이 2만∼5만원 정도에 팔린다. 종자가 좋을 경우 그나마 10만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때 팔리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시츄의 조상으로 알려진 중국산 페키니즈는 그나마 희귀해 20만원대 가격선을 유지했으나 이제는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썰매견으로 알려진 알래스카 말라뮤트나 시베리안허스키도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리트리버종보다는 새끼가격이 다소 살아 있는 편이지만 성인견은 인터넷 무료분양 코너의 한 부분을 차지하곤 한다. 무료분양에 자주 등장하는 애견 중 대표적으로 잉글리시코카를 들 수 있다. 아메리칸코카(일명 버프)가 국내에 본격 수입되면서 찾는 이가 없어 예방주사가격(1만∼2만원)만 주면 거저 얻을 수 있다. 아메리칸코카는 성격이 쾌활한데다 TV애완견프로에 자주 등장한 덕분에 최근까지도 인기를 끌었지만 옛말이다.‘희귀한 강아지는 무조건 돈이 된다.’는 애완견 농장주들의 신화도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경기불황에도 불구, 최근까지도 중급 새끼 한마리당 70만∼100만원대를 유지하던 불테리어와 블랙러시아, 버니즈마운틴독, 카프카스, 보더콜리, 비숑프리제 등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종자들도 이제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가격을 종자에 따라 20만∼50만원대로 낮춰도 찾는 이가 없어 가격형성조차 힘들다. 상인이 부르는 게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가 사는 게 가격인 셈이다. 그러나 품종이 최상급인 A급 종견들의 가격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만원대에서 1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하지만 워낙 수량이 적어 예외다. ●애완견사이트 무료 분양코너만 인기 얼마전에는 애완견인터넷사이트로 인기몰이를 했던 ‘토토랜드’(www.totolandpet.co.kr)가 폐쇄됐고, 강아지직거래장터인 독트레이드(www.dogtrade.com)도 문을 걸어잠갔다. 지난 15일과 16일 이틀동안 애완견사이트인 도그짱(www.dog-zzang.co.kr)에는 말티즈, 슈나우저, 페키니즈, 시츄, 푸들 등 순종강아지를 그냥 주겠다는 9건의 글이 올랐다. 사정이 이러니 애완견들의 가격이 실제로 보신탕용 잡종견 고깃값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개고기가격도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진 수준이지만 그래도 애완견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 현재 보신탕용 개고기 산지가격은 1근에 4000원 수준으로 개 한마리(40근 기준) 가격은 15만∼20만원대를 그나마 유지하고 있다. 하남과 광주시 지역에는 1주일에 세번(화·목·토요일) 개 경매장이 열린다. 예년 같으면 순종강아지들의 각축장이었지만 이제는 팔지 못하는 다 큰 강아지들의 처분장이다. 길거리에 버리지 못해 그나마 처분에 나선 강아지들의 집산지가 돼버린 것이다. 애완견업계 종사자들은 불황이 계속되면서 경매장에 성견들의 출입이 잦아졌고, 일부는 싼맛에 보신탕으로 흘러드는 경우가 있다고 전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성남시 복정동에서 K애완견센터를 운영하는 김모(44)씨는 “대부분 적자를 보면서 경기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같은 상태가 6개월 이상 더 지속되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애완견농장 운영 김재훈사장 “강아지 새끼 낳는 게 무서워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서 애완견농장을 운영하는 ‘베스트애견’ 김재훈(46) 사장은 현재의 애완견시장을 ‘비상사태’라고 표현했다. 수도권에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대규모 농장이지만 겨우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있다. 현재 350마리 가량의 순종견을 보유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강아지가 새끼를 배면 수익부터 계산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한숨만 나온단다. “리트리버나 말라뮤트 같은 대형견들은 새끼 때부터 먹는 양이 많은데다 다산형이라 개먹이를 제때 대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강아지를 사간 뒤 못키우겠다고 도로 가져올 때면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반품 때 돈을 반환해 달라고 하지는 않지만 덩치가 커 다시 팔 수도 없고 먹이만 축내기 때문이다. 태어난지 7∼8개월 지나면 판매를 포기한다. 무료로 달라는 사람들에게 분양해주거나, 그도 힘들면 개 경매장으로 향한다. 그나마 경매장에서 팔리면 다행.2∼3차례 가지고 나갔다가 거저 건네주고 오거나 자동차 휘발유값도 안되는 1만∼2만원만 쥐고 올 때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광주시 소재 ‘안나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 강아지를 기증하고 집까지 지어준 주인공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요즘 김 사장의 얼굴엔 수심만 가득하다. 동네아이들이 찾아와 한 마리 달라고 조르면 못이기는 척 주곤 한다. 욕심부리고 가지고 있느니 차라리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이나마 보겠다는 생각이다. 이 농장에는 여러 종류의 강아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원형 우리를 설치해 주말이면 서울 등지에서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퇴계로 애완견센터에서도 새끼를 싸게 분양해 가는 도매상 역할도 맡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생계수단으로 애완견을 키우는 영세 가정들이 걱정이다. 그는 “없는 살림에 전세금까지 빼내 종견을 사간 뒤 새끼를 팔아 아이들 학교까지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전세금까지 날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업종 특성상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기온이 뚝 떨어진 한겨울 저녁 밖에서 떨고 있는 강아지들을 보면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경시풍조가 도를 넘어선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COPD 악화 막는 생활수칙

    박 박사는 “그래도 희망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조사 결과 우리나라 COPD환자의 82.5%는 증상의 심각성이 중증도에 못미치는 경증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담배를 끊고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 폐기능이 위축되는 속도를 늦춰줘야 병증의 심화로 인한 호흡곤란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박 박사는 이와 함께 증상의 악화를 막는 생활수칙도 소개했다.COPD환자는 호흡기질환 감염이 증상 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환절기 독감 예방주사를 빠뜨리지 않아야 하며, 외출후 손씻기를 습관화해 전염성 감염을 차단해야 한다. 실내 환기도 중요하다. 특히 실내에서 연소형 난방기를 가동하는 경우 수시로 환기를 시켜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운동은 매일 체력을 감안, 회당 5∼15분씩 매일 3∼4차례 규칙적으로 하는게 좋다. 운동 종류는 걷기나 입술을 오므린 상태에서 숨쉬기를 지속적으로 해 운동능력과 산소 이용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부간 성생활도 운동이 된다. 단, 성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호흡 조절을 위해 사전에 스피리바와 같은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하면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이밖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일과 휴식을 안배하며, 객담을 뱉어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계단 오르기 숨차면 COPD?

    계단 오르기 숨차면 COPD?

    “계단 오르기가 힘드십니까?” 기온이 떨어지면서 빈발하는 호흡기질환 중 경계해야 할 병증 중의 하나가 바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우리나라 45세 이상 남성의 12% 정도가 앓는 COPD는 흡연 등 유해환경 때문에 기관지가 좁아져 서서히 숨통이 막히는, 이른바 ‘숨막히는 질환’이다. 중증인 경우 걷기도 힘들 만큼 숨이 차며, 특히 찬바람 등으로 호흡기가 자극을 받으면 순식간에 기도가 막히는 응급상황을 초래하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COPD는 유병률이 높고 증상이 심각하지만 여전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지난해 12월부터 두달 동안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10개 지역의 COPD 잠재환자군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가 COPD진단을 받고도 전혀 치료를 받지 않는 등 질환관리에 무척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환자란 20년 이상 흡연을 해 일상적 활동에도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조사 결과 잠재환자군 4명 중 1명은 숨이 가빠 계단도 오르지 못하는 중증이었으나 이 중 8%만이 병원을 찾았을 뿐 나머지 92%는 병원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느끼는 주요 증상은 호흡곤란(44%), 기침(50%), 잦은 감기(22%) 등이었다. 치료 소홀도 문제였다. 조사에서 COPD환자 78%가 ‘꾸준히 치료받고 있다.’고 답했으나 일선 병원 COPD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환자의 45%가 1년 이내에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COPD는 꾸준히 약물을 투여해 폐기능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하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날 때만 약물을 흡입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특히 COPD환자의 상당수는 자신의 병명을 COPD가 아닌 천식(23%)이나 기관지염(15%) 등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COPD로 정확히 아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4%에 불과했다. 문제는 COPD를 방치할 경우 호흡기뿐 아니라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증상이 시작되는 단계라면 이미 폐기능이 정상인의 70% 수준으로 떨어져 있으며, 심한 경우 정상인의 20∼30%만 기능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전신의 근력이 떨어지며 골다공증, 성욕 및 성기능 저하, 인지능력 장애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 중요한 점은 꾸준한 치료. 전문의들은 국내 COPD환자의 82.5%는 초기에 해당하므로 금연과 함께 ‘스피리바’같은 약제를 사용해 지속적으로 치료받으면 호흡곤란 등 증상의 발현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들은 겨울철에 미리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등 호흡기 감염질환을 조심해야 하며, 매일 3∼4차례, 회당 5∼15분 정도 걷거나 입술을 오므리는 숨쉬기를 통해 산소 이용능력과 운동능력 등을 높이는 운동을 해주면 좋다. ■ 도움말 박성수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 이상도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어머니의 키/이용원 논설위원

    어머니가 입원하셨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게 덧나 한쪽 무릎이 크게 부어오른 것이다. 무릎 부위를 제외하고는 이상이 없다는데도 연세 때문인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찾아 뵈니 어머니는 여전히 활기차고 당당하셨다. 여든이 다 되셨지만 사회활동·종교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셔서인지 문안오는 이가 적지 않았다. “길도 먼데 뭣하러 찾아와. 형하고 형수가 아침 저녁으로 들르니까 너희는 안 와도 돼. 큰 병도 아닌데….” 형 부부와 함께 사시는 어머니는, 열흘 사이에 두번째 찾아 뵙는 게으른 둘째아들 부부에게 나무라듯이 말리신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안다. 그 전날 미리 전화를 드렸더니 “절대 올 생각하지 말라.”고 엄명하셔서 결국 가지 않았다. 하지만 형수 얘기로는 문병객이 부쳐온 빈대떡 몇장을 따로 싸놓고 기다리셨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입원할 때 재니까 키가 또 줄었어. 젊을 때보다 10㎝나 작아.” 아무리 당당해도 어머니는 여든 다된 노인네일 뿐이다. 자식들 키우느라 줄어든 키를 우리 삼남매 어찌 채워드릴 건가.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이헌재 경제팀과 불확실성/조명환 경제부장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국민들이 실의에 젖은 지난 1998년 영화 ‘타이타닉’이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1503명을 태운 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는 지난 1912년 영국 사우샘프턴∼미국 뉴욕간 첫 항해도중 대서양 한가운데서 침몰했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아직도 비극의 상징처럼 회자되지만 뜻밖의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깜깜한 바다속의 장애물 위치와 거리, 방향 등을 마치 돌고래처럼 감지할 수 있는 ‘음파탐지기’의 발명이 바로 그것. 요즘에야 인공위성을 이용한 자동 항법장치가 일반화됐지만 당시의 뱃사람들에게는 안개속 등대불만큼이나 반가웠으리라. ‘개혁’의 노도 속에 ‘경제살리기’라는 격랑까지 헤쳐나가야 하는 ‘이헌재 경제팀’의 사정은 마치 빙산더미에 갇힌 호화여객선을 연상시킨다. 시장주의자로 잘 알려진 이헌재 부총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며 심경의 일단을 우회적으로 털어놨다. 이 부총리는 “1848년 미국 서부의 금광 발견 소식이 전해진 뒤 다음해 일확천금을 노리고 캘리포니아로 몰려든 ‘포티나이너’(49er)나 1999년 말의 ‘밀레니엄 버그’(컴퓨터의 2000년 인식 오류)처럼 불확실성이 경제에 긍정적 변화를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몰려든 포티나이너들 덕에 서부 경제가 활성화됐고, 해를 넘기고도 밀레니엄 버그의 피해가 없었지만 대대적인 컴퓨터의 교체가 이뤄져 정보·기술(IT)특수를 떠받친 점을 꼽았다. 그러나 이 부총리 취임 이후 터진 일들은 온전히 ‘악재’뿐인 것 같다. 대통령 탄핵소추, 충청권 폭설, 광우병과 조류독감, 중국의 금리 인상, 고유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판결 등 얼추 스무개가 넘는다.“뭣 좀 해보려고 하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불확실성 때문에 못해먹겠다.”는 경제팀 실무진의 하소연을 결코 엄살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내수부진과 건설경기 침체속에 야심차게 내놓은 한국적 뉴딜정책이나 부동산세제 개편 등을 지켜보노라면 내부적인 불확실성의 해소 여부에 경제팀의 성패가 달렸다는 생각이다. 야당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은 그렇다 쳐도 세수 감소를 걱정하는 정부와 표를 의식한 여당의 시각이 맞부딪치면서 부동산세제 개편의 입법 여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불안감을 안겨주었다.‘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1년 추가유예’방침도 여당 일각에서 먼저 낸 의견에 경제부총리가 화답한 형식인데도 의견 조율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마찬가지였다. 양도세 중과 유예는 문제점을 탄력적으로 보완하자는 취지였지만 시민단체 등은 ‘10·29 투기대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몰아붙여 경제팀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을 지지해온 한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은 시사적이다.“정부가 그동안 취한 각종 개혁 정책의 목표는 좋다. 그러나 국민들은 마치 예방주사를 맞기 전의 어린이가 주사바늘을 보고 갖는 공포감 비슷한 것을 느낀다. 하지만 막상 주사바늘이 팔뚝에 꽂히고 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 어떤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는지를 잘 살펴, 충분히 설득하는 것이 내부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당정간의 호흡이 긴요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대통령이 “올해 5% 성장에 그쳐 매맞아도 싸다.”고 언급한 가운데 경제팀은 ‘환율급락’이라는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만났다. 조명환 경제부장 river@seoul.co.kr
  • 美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

    12일 개봉하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는 독감 예방주사 같은 미국산 다큐멘터리다.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주목받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올해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을 따낸 ‘몸에 좋은’ 영화다. 영화는 세계적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를 정조준했다. 감독은 한달 동안 스스로를 인체실험 도구로 삼았다.34세의 신예 감독인 모건 스펄록은 30일간 모든 끼니를 샌드위치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등 맥도널드 제품으로 해결하며 그로 인한 신체변화를 스크린을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미국인 청소년·아동의 37%가 지방과다, 성인 3명 가운데 2명이 과체중 혹은 비만. 감독은 이런 수치들을 적시하며, 머지않아 비만도 흡연처럼 공공연한 비난의 대상이 될 거라는 확신으로 보고서를 풀어간다. 주인공인 감독의 실험원칙은 매장의 ‘슈퍼 사이즈’는 종업원이 권할 경우에만 먹는다는 것. 그리고 평균 미국인들처럼 운동을 거의 하지 않기로 한 것. 채식주의자 여자친구 덕에 평소 채식을 즐기던 감독은 맥 제품으로만 배를 채우는 이른바 ‘맥 어택’(Mc Attack)이 폭음과 같은 수준의 신체적 폐해를 불러오는 사실을 온몸으로 경고해 간다. 콜레스테롤·나트륨 수치가 나날이 높아가고, 실험 21일째 되는 날 전문의로부터 간기능이 거의 상실됐다는 치명적 진단까지 받는다. 더이상의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는 경고 속에서 감독은 끝까지 30일의 실험기간을 채운다. 반쯤 장난삼아 지켜보던 관객들도 뚱보가 돼가는 그 즈음의 감독 앞에서는 정색을 하게 된다. 감독은 단지 자신의 신체변화를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내 20여개 도시를 돌며 ‘맥 애호가’들을 현장인터뷰하는 한편 의사, 영양사 등을 두루 만나 입체적인 ‘맥 종합보고서’를 짜나간다. 맥도널드 콜라 걸프 사이즈 한 잔의 성분은 설탕 48숟갈과 맞먹으며, 맥너겟은 앞가슴이 비정상적으로 큰 닭들만 냉동·분쇄·방부처리한 제품이라 가장 해로우며, 제품들에는 중독을 부추기는 몰핀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들까지 낱낱이 들춘다. 맥도널드 제품을 다 먹어보는 데는 며칠이 걸릴까? 세끼를 줄기차게 먹어도 감독은 9일이 걸렸다. 미국에서 화제속에 상영된 이후 맥도널드는 현지 매장에서 슈퍼사이즈를 없앴다. 부시를 해부한 다큐멘터리 ‘화씨 9/11’를 보기 전이었다면 한결 더 충격적이었을,98분짜리 보고서임에 틀림없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서울시민 절반 “애완동물 공해 심각”

    서울시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애완동물 때문에 각종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이 발간한 부정기 간행물 ‘서울연구 포커스’에 따르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가운데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17.2%로 나타났다. 애완동물 사육가구의 경우 가구당 개는 평균 1.3마리, 고양이는 1마리를 키우고 있었으며 시 전체 애완동물의 수는 약 80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웃 또는 자신이 기르는 애완동물 때문에 소음, 냄새, 공포감 조성 등 피해를 입었다는 시민이 52%로 절반을 웃돌았다. 동네에 돌아다니는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도 53%였다. 피해 유형에 대해 복수응답을 받은 결과 음식물 쓰레기봉투 훼손 62%, 오염물 배설 43%, 소음 30%, 교통사고 유발 11% 등 순이었다. 음식업소, 백화점과 같은 공중장소를 애완동물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체의 90%, 사육자의 82%, 비사육자의 92%가 찬성했다. 그러나 어린이공원, 문화재 등 보존가치가 있는 공원을 제외한 근린공원, 다목적공원에 대해서는 출입금지 53%, 허용 47%로 찬반이 팽팽했다. 공중장소에 애완동물을 동반할 때 안전줄 착용, 배설물 회수 등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을 아는 시민은 전체의 46%에 그쳤다. 더구나 사육자 가운데 59%만이 이같은 규정을 인지하고 있어 비사육자(43%)와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사료값, 치료, 예방주사 접종 등 사육에 드는 비용은 마리당 월평균 4만 6000원으로 시 전체 63만 1500가구로 따지면 연간 3500억원에 달했다. 가족이 좋아해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경우가 77%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선물로 받거나 우연히 생기는 등 타의에 의한 사육도 23%나 돼 유기(遺棄)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도 이번 조사의 특징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비록 소 표본이기는 하지만 애완동물로 인한 질병, 집단민원 발생 등 갈수록 쌓이는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정책결정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2004 美대선] 부시-케리 공약대신 공포대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최선이 아닌 ‘차악의 후보’를 선택하는 대결로 흐르고 있다.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선거운동도 미래에 대한 비전 대신 상대방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네거티브전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오차 범위 내에서 등락하는 가운데 퓨 리서치 센터는 “막판에 부동표가 쏠리면서 한 후보가 압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케리가 되면 테러 나고, 부시가 되면 사회보장 없어진다? 딕 체니 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에 핵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케리가 대통령이 될 경우 이에 맞서 싸울 힘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 캠프는 케리 후보가 20년 동안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98차례나 세금인상에 투표했다면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중산층의 세금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케리 후보측은 최근 “부시가 재선되면 징병제가 부활된다.”는 이른바 ‘1월의 충격설’로 군대에 끌려가기 싫어하는 청년들의 표심을 자극해 재미를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부시가 재선되면 의료보험 등 사회보호 정책을 모두 민영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통해 노년층의 불안감도 자극하고 있다. 부시 후보는 두 가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해당자들의 불안심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는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독감예방주사 백신의 부족사태를 들어 “백신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화생방전에 어떻게 대비하겠느냐.”고 부시 행정부를 힐난했다. ●이슬람단체들 ‘비판적 지지’ 미국의 주요 이슬람 단체들은 21일 “미국 이슬람 신자들은 2류 시민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부시 행정부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신자들은 케리 후보에 투표하라.”고 독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의 미망인 데이너 리브도 이날 케리 지지를 선언했다. 리브는 케리의 오하이오주 유세에 참석해 부시 대통령의 줄기세포 연구 금지 정책을 비난하며 “부시 대통령이 남편과 같은 척수 부상 환자 등에게서 희망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버드대 정치연구소는 지난 7∼13일 전국의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케리 후보가 52% 대 39%로 13%포인트차로 부시 대통령을 앞선 것으로 21일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여학생의 경우 58% 대 34%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선거인단의 반란? 부시가 웨스트 버지니아주에서 승리할 경우 선발되는 선거인단 5명에 포함될 리치 롭 사우스 찰스턴 시장은 “부시가 주에서 이겨도 케리나 딕 체니 부통령 등 다른 사람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반대한다면서 “선거인단이 꼭 자기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명백한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에서는 선거인단이 소속 주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를 위반해 처벌된 사례는 없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271대 270 한 표 차이로 승리했기 때문에 롭 시장이 자칫 부시의 선거를 망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dawn@seoul.co.kr
  • 애완견·꽃…이색 포장마차 거리로

    애완견·꽃…이색 포장마차 거리로

    “애완견 포장마차를 아시나요.” 이색 포장마차가 늘고 있다.버젓이 점포를 가지고 있는 업주들이 포장마차를 마련해 도로 한부분을 차지하는가 하면,차량에 탄소 가스통과 맥주원액을 비치한 생맥주전문 승합차도 눈에 띈다.거리로 뛰쳐나온 상혼이 경제난 때문인지,유행인지 분석은 제각각이지만 도로변에서 느끼는 풍류가 행인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안양시 안양동 일대와 광명시 철산동 중심상가 한복판에는 취객과 연인들을 유혹하는 꽃 포장마차가 가장 인기다.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사철 꽃들을 비치해 파는 것은 옛말.이제는 상술도 한층 업그레이드돼 포장마차에서 배달주문도 받고,꽃을 받는 사람의 모습을 찍어 주문자에게 보내주는 디카서비스도 한다. ●점포 갖고 있는 상인들도 뛰쳐나가 철산동 먹자골목에서는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속칭 야바위꾼이라고 불리는 내기포장마차.벽에다 풍선을 즐비하게 달아놓고 다트를 한다.화살을 던져 일정수 이상 터뜨리면 크고작은 인형을 선물로 준다.한번 던지는 데 1000∼2000원가량.그래도 줄서서 기다린다.풍선대신 원통형 나무토막을 세워놓고 야구공으로 던져 맞히기도 한다.주로 연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액세서리류를 파는 포장마차는 이미 이곳에 40∼50여곳이 수년전부터 자리를 잡았지만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인들이 가방에다 자국의 전통 액세서리를 담아 자리를 옮기며 장사를 하기도 한다.이들은 한국인 포장마차나 상인들의 고발로 한 장소에 30분 이상 체류하기 힘들어 1분내 짐을 싸 떠날 수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상인들 사이에서는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의미로 ‘번개포장마차’로 불린다.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롯데백화점 인근에는 최근 애완견 포장마차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잡종이 아닌 2∼3개월된 순종만을 취급한다.미니핀과 요크셔테리어·코카스파티엘·푸들 등이 앙증맞은 쇼케이스에 담겨 행인들의 발길을 잡는다.포장마차이지만 주인은 버젓이 별도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애완견센터 사장.최근 애완견시장이 얼어붙어 직접 강아지를 들고나와 판매를 시작했다.단순한 강아지 판매뿐 아니라 종자별로 교미와 판매 위탁도 받는다.광견병을 포함한 각종 예방주사도 놓아준다.사장 김모(38·여)씨는 “해가 질 무렵 10∼15마리가량을 준비해 나오면 평일에는 하루 1∼3마리,주말에는 5마리까지 팔리기도 한다.”며 “애완견 점포에서는 매기가 없어 포장마차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가격도 10만∼15만원대로 매장의 절반수준이다. 병맥주 대신 500㏄ 비닐컵을 준비해 생맥주만을 파는 포장마차도 생겨났다.주로 분당과 일산 등 신시가지다. 생맥주전문점과 동일한 탄산가스통과 맥주원액을 혼합하는 고가의 냉각기를 갖추고 있어 거품이 넘치는 생맥주맛을 선사한다.안주는 대부분 무료.포장마차 안에서 먹을 수도 있고 인근 벤치까지 즉석 배달도 해 인기다.업주들 가운데는 외국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학생들도 포함돼 있다.취업이 힘들어 있는 돈을 털어 외국에서 보았던 생맥주전문 포장마차를 시작했다고 한다. ●외국인노동자 자국 액세서리 팔아 요즘엔 대리운전도 포장마차 형식을 빌리고 있다.아예 술집이 많은 골목에 대리운전센터라고 글귀를 새긴 승합차를 세워놓고 즉석에서 호객행위를 하곤 한다.주로 3∼4명이 팀을 이뤄 운영하며 취객들에게 다가가 음주단속지점 등을 알려주고 대리운전을 권유하기도 한다. 포장마차형 이동식 전당포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안양시 안양5·6동 술집골목에는 롤렉스 등 고급 중고시계부터 속칭 짜가로 불리는 이미테이션 시계들을 거래하는 포장마차가 있다.이들은 싼 시계를 팔기도 하지만 음성적으로 시계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는 것이 이곳 상인들의 전언.별도의 전당포 점포를 가지고 있는 업주라고 한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키노극장 주변 먹자촌에는 주말마다 헌옷들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가족단위의 손님을 맞는다.경제한파 때문인지 수입이 짭짤하다고 한다. ●불시 단속반원과 숨바꼭질 이같은 현상 덕분에 고생하는 건 단속공무원들.성남시의 경우 24시간 체인점처럼 연중 무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그 수는 지난해 200여개에서 올해 300여개로 1.5배가량 상승했다.그나마 포장마차 특성상 통계산출이 어려워 실제수는 여전히 미지수다.일부에서는 크고 작은 것을 포함해 1000곳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남시관계자는 “단속하면 그때뿐이며 곧 없어진 만큼 새로 생기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실정”이라며 “경제난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단속이 원칙이어서 그만둘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주한미군 감축] 달라진 안보의식 불감증 아닌 성숙

    주한미군 2사단 3600명이 이라크로 차출되고 장차 1만명 안팎의 감축이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우리 사회 분위기는 불안과 동요보다는 차분하고 안정적이다.‘서부 전선에 구멍이 뚫렸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도 ‘과민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지난 18일 SBS 여론조사 결과,60%에 가까운 사람들이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고 밝혔다.우리 사회의 안보 심리가 과거와 달라진 배경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짚어봤다. ●이념적 성숙인가,안보 불감증인가 전문가들은 안보 불감증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이념적으로 성숙한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물론 50대 이상은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57.1%로,30대 28.8%의 두 배나 돼 세대간 시각차를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론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념적 성숙도와 함께 경제력의 성장도 배경으로 꼽았다.박 교수는 “과거 60∼70년대 같았으면 우리 사회는 상당한 불안과 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면서 “유럽주둔 미군이나 자국군이 분쟁지역으로 나갈 때처럼 세계 경제 10위권의 한국도 이를 의연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확고한 우위 북한이 더 이상 경제적·군사적으로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확고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상당수다.박명림 교수는 “80년대 이후 남북한간 군사력과 국력의 경쟁은 끝났다.”면서 남북 교류협력 관계의 진전으로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잘 알게 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함택영 교수는 “특히 용천 대폭발 참사를 통해 북한의 경제적 상황이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고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측이 꽃게잡이철 서해교전을 빼고는 최근 ‘불바다’류의 위협성 발언이나,간첩선 침투 등 도발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비록 북핵문제가 진행형 이슈로 돼 있어도 6자회담을 통해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국제사회에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간 신뢰가 쌓여 있다는 방증이라는 풀이도 많다.비록 일부에선 “안보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지만,경의선이 리고 남한의 기업가들과 종교인·시민단체·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북한을 드나드는 상황도 안보심리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다는 것이다. ●‘자주국방’론은 예방주사?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계속 미국 언론을 통해 제기돼온 주한미군 감축론과 그에 대응한 참여정부의 ‘자주국방론’이 국민들의 충격을 더는 예방주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함택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우리에게 생소하던 자주국방론이 자연스러운 화두가 된 측면도 있다면서,남한의 전력만으로도 안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주한미군의 역할은 존재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니는 것”고 전제한 뒤 “주한미군이 한반도 지역의 고정 방위보다는 기동군화해가는 측면이 있다.”면서,“실질적으로 주한미군이 줄더라도 방위력이 약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차례 보도를 통해 각인된 측면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군사 기술에 대한 인식변화 박명림 교수는 이라크 차출과 감축 논의가 미국의 방위력 배치 재검토(GPR) 차원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박 교수는 이번 이라크 차출이 한·미관계의 이상에서 나온 게 아니라,전반적인 군사전략 차원에서 나오는 군사혁신 차원의 문제란 점도 안정심리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함택영 교수는 “지상군이 서울 북방에 있어야 한다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반미 감정이 원인? 지난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반미주의가 주한미군의 감축을 우려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도 있다.인터넷상에는 “이참에 다 떠나라.”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수 의견이 오히려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박명림 교수는 “주한미군 주둔에 따르는 부작용과 한·미관계의 전략적 중요성 등을 분명히 구분해야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밝히고,안보 우려는 한·미 양국의 정부·국민 사이 신뢰의 균열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Doctor & Disease] 한설희 충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누구나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삶의 사막이다.오죽했으면 ‘노망(老妄)’이라고 했을까만,그러나 이처럼 무지한 편견도 없다.마치 신열처럼 치매 역시 그 자체가 병이 아니라 다른 병적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군이며,조기 발견해 적절하게 치료하면 치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노화의 한 과정으로 생각합니다만,그렇지 않습니다.치매는 노화가 아니라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는 병증입니다.” 한국치매학회장인 충북대병원 신경과 한설희(51) 교수는 “지금까지 이런 웃지 못할 오해와 무지 때문에 숱한 사람들이 소중한 삶을 망쳐왔다.”며 이렇게 강조했다.지난 2002년 한국치매학회를 태동시켜 지금까지 회장을 맡는 등 우리나라 치매 치료의 선구자 격인 그를 만나 치매 얘기를 들었다.그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고령화 문제부터 거론했다.“통상 65세 노인 인구가 인구 대비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14% 이상이면 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의 전이가 너무 빠르다.당연히 치매 문제가 심각하지 않겠나.” ●65세 이상의 10%가 치매 앓아 고령화가 치매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나. -통계로 보면 65세 이상 인구의 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60세를 넘기면 5년마다 유병률이 배로 늘어나 85세가 되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치매환자가 된다.이 점 때문에 고령사회가 문제가 된다.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프랑스는 115년,미국은 75년,일본은 26년이 걸렸다.그런데 우리는 지난 2001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해 불과 19년만인 오는 2019년이면 고령사회가 된다. 치매란 어떤 병이며,실태는 어떤가. -치매란 정상인의 인지기능이 떨어져 사회생활에 문제가 되는 경우다.기억력,주의집중력,계산능력,동작수행능력,언어능력 등을 인지기능이라고 하는데,이런 기능이 정상 이하로 떨어진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단,기억력만 나빠진 경우는 양성인지장애라고 해서 치매와는 구별한다.실태를 보면,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400만명 가운데 10%인 40만명이 치매환자인데,중요한 건 이 가운데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5%인 2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나머지는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치료받는 사람은 5%에 불과 쉽게 말하자면,결혼기념일이나 사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지난번에 샀던 그거,뭐였더라.”라고 하거나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공간감각이 떨어져 외출을 했다가 집을 찾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더러는 헛것을 보거나 헛소리도 하며,피해의식이 발동해 “며느리가 나를 굶겨 죽이려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약속 장소가 어디였지?”하는 정도는 건망증으로 보지만 “나는 그런 약속 한 적이 없다.”고 하면 치매 쪽에 무게를 둔다. 치매를 초래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에 앞서 유형을 먼저 보는 게 좋다.서구에서는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앓았대서 유명한 알츠하이머병이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반면 뇌졸중 등이 원인인 혈관성 치매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반면,우리나라는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각각 40% 정도 된다.혈관성 치매의 대부분은 뇌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즉,뇌의 이상이 치매의 주요 원인인 것이다. ●잘 먹기만 하고 운동 안 하면 위험 혈관성 치매의 주요 원인이 뇌 혈관의 문제라면 원인이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는 뜻인가. -당연하다.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등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 혈관성 치매의 위험요인과 정확하게 일치한다.실제로 고혈압만 제대로 치료하면 치매 발병률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결국 혈관성 치매도 당뇨병처럼 너무 잘먹고,운동을 소홀히 해 생기는 병이다. 치매도 유전인가.더러는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생기면 집안 망신이라며 쉬쉬 하기도 하는데…. -알츠하이머의 경우 5% 미만에서 가족력이 작용한다고 본다.지질을 뇌로 옮겨주는 운반체인 아포지질단백의 유전자에 치매 발현유형이 따로 있음이 밝혀졌다.문제는 혈관성 치매인데,이건 유전적 소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그만큼 후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하루 포도주 2잔 마시면 발병률 줄어 한 교수가 전하는 치매 얘기는 몇몇 흥미로운 대목도 있었다.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드는 폐경기 이후의 여자가 남자보다 2배 정도 발병률이 높으며,학력이 낮을수록 발병률이 높다.또 흔히 알고 있듯 ‘고스톱’은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치매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1일 포도주 2잔 정도를 마시면 아예 안 마시거나 과음한 경우보다 치매 발생률이 낮다고 했다. 치료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최근 증세를 개선시키는 약제가 개발됐어도 여전히 치료가 쉽지 않은 알츠하이머병은 그렇다 하더라도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질환이 진행돼 2차적으로 오는 치매로,조기발견할 경우 진행을 억제하거나 치료가 가능하다.지금까지 드러난 90여 가지의 치매 원인 중 알코올 등의 중독성 장애와 대사장애,감염질환과 내분비질환,뇌종양과 결핍성 장애에 의한 치매는 치료가 가능하다.이런 유형은 전체의 20∼25% 정도 된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다. 예방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비만을 경계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생활이 중요하다.노인들이 노인정에서 무료하게 소일하는 것보다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통해 신체적 건강을 지키고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것도 좋은 예방법일 것이다.최근 개발 중인 치매예방주사제도 머지않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머잖아 치매도 정복될 것이다. ●치매약조차 보험 안되는 현실이 문제 그는 끝으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바깥 출입은 물론 용변조차 볼 수 없는 치매 환자가 장애인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으며,심지어는 치매 치료약조차도 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수십만명의 치매 환자가 가난 때문에 치료는커녕 요양조차 못받는 현실을 정부는 바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한설희 교수는 △서울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 △미국 듀크의대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 연구원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알츠하이머병 연구소 방문교수 △국방부 의무자문관 △대한치매학회장 △국제 치매학회 기관지 편집위원 △충북의대 신경과 과장 ˝
  • 전국 일본뇌염 주의보

    올들어 처음으로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일 제주도에서 채집한 모기 13마리중 3마리(23%)가 일본 뇌염의 매개곤충인 ‘작은빨간집 모기’로 확인됨에 따라 전국에 일본뇌염주의보를 발령한다고 7일 밝혔다.이는 지난해보다 2주 정도 빨라진 것으로,어린이들은 일본 뇌염예방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본부 관계자는 당부했다. 한편 최근들어 1∼7세 어린이를 중심으로 전염성이 강한 수두와 수족구병이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김성수기자˝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프랑스인들의 동물사랑

    |파리 함혜리특파원|지난해 12월13일과 14일 파리에 있는 전람회장인 에스파스 오퇴이에서는 ‘동물들의 크리스마스(Noel des Animaux)’라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프랑스 최대의 동물보호단체인 전국동물보호단체(SPA)와 전직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회장으로 있는 동물보호단체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버려진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들이 새 보금자리에서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맞도록 해 주기 위해 마련됐다.한마디로 주인없는 개와 고양이들의 입양행사다.이 행사를 통해 올해에도 수백마리의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이 새 주인을 만났다.최근 급증하는 애완동물 만큼이나 버려지는 동물들이 늘고 있는 우리네 상황에 비춰볼 때 버려진 동물에게도 극진한 정성을 다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극진한 동물사랑 정신은 관심을 모은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많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나라다.개를 데리고 나와 산책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당,카페,슈퍼마켓 등에도 개를 데리고 간다. 애완동물을 친자식보다 더 끔찍하게 사랑하다 엄청난 유산을 자신이 키우던 개나 고양이에게 물려주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사료제조업체조합(FACC)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현재 프랑스 전 가정의 52.7% 정도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이중 개 혹은 고양이 1마리 이상을 키우는 가정도 45.5%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가정에서 키우는 애완견 수는 약 810만마리에 이르며 고양이는 900만마리나 된다. ●버려진 동물도 친자식처럼 보살펴 동물보호단체도 셀 수 없이 많다.대표적인 단체는 150년 역사를 지닌 SPA와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동물지원재단 등.기부금과 자원봉사자 등 순수한 민간의 참여로 운영되는 이들 단체들은 동물에게 괴로움과 고통을 주지 않도록 계몽하고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운동을 펼친다.동물을 학대하는 경우가 발견되면 법적인 제재를 가하도록 단체들이 연대해 가해자를 고발하기도 한다. 동물보호 운동가로 개고기 식용 금지 운동을 펼쳤던 브리지트 바르도는 최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전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중국에서 대량 도살된 사향고양이보호에 나서 뉴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바르도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앞으로 편지를 보내 ‘무고한 피해자’의 도살을 중단해 줄 것을 호소했다. 동물보호단체가 하는 주된 임무 가운데 하나는 버려진 애완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한 뒤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다.유럽 제1의 애완동물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 사유로 키우던 개나 고양이를 내다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1년에 10만마리의 애완견이 버려지고 있다.주인들이 버리는 고양이는 숫자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SPA의 홍보담당자 미리엄 뷔송은 “주인이 더이상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주변에 대신 키워줄 사람이 없거나,이혼·별거로 주인이 집을 나와야 하는 경우,어린 자녀가 태어난 가정 등 애완동물을 버리는 이유는 다양하다.”면서 “동물을 감정을 지닌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생각하는데서 비롯되는 이기적인 행위는 동물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양도된 모든 동물 문신 의무화 프랑스에서는 버려지는 애완동물(유기동물)을 법으로 정해 특별관리하고 있다.프랑스 농촌법은 버려진 동물의 관리 책임을 자치단체가 지도록 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시장)은 개와 고양이가 버려지지 않도록 시민들을 계도하는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공공장소에서 배회하는 개나 고양이를 발견하면 일단 포획해 지역 수의과 산하의 동물보호소에 인계해야 한다. 포획된 애완동물은 동물보호소로 넘겨져 10일 동안 보호상태에 놓여지며 이 기간중 목걸이 등을 통해 주인에게 연락해 찾아가도록 한다.주인이 나타나면 보호기간 동안 소요된 비용을 징수한 뒤 돌려주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수의사가 전염병 감염여부를 검사한 뒤 동물피난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동물보호협회나 단체에 무료로 양도된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운영하는 동물피난처에 들어온 동물들에게는 수의사의 건강검진 후 일련 번호가 부여되며 동물신분증에 해당하는 문신도 새겨진다. 1992년 이후 프랑스에서는 무상 혹은 유상으로 양도된 모든 동물들에 대해 문신이 의무화돼 있다. ●까다로운 입양조건 동물피난처에서 수의사의 건강검진 결과 건강한 동물은 새로운 주인에게 분양된다.하지만 동물을 좋아한다고 아무나 입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내에 거주증명을 가진 세대주로 무엇보다도 동물을 애정으로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1년안에 재분양이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도 금지되며 특히 1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 산책 등 애완동물 사육규칙을 잘 지킬 수 있어야 한다. SPA의 한 자원봉사자는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문신표지 및 예방주사 비용에 해당하는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동물을 입양할 수 있지만 입양을 했더라도 6개월안에 방문해 부적절한 조건에 동물이 처해 있음을 발견하면 즉시 입양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새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보다는 이미 키우고 있거나 키운 적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입양을 해 가는 경우가 많다.개 3마리,고양이 9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미셸 로카르 전 총리는 SPA의 ‘동물들의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고양이 한마리를 더 입양했다. ●주인 잃은 동물은 ‘동물 양로원'서 여생 보내 주인을 잃은 애완동물들 가운데는 입양되지 않고 ‘동물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는 동물도 있다. 동물피난처에 들어온 동물은 의무적으로 이틀안에 수의사의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며 수의사의 의견에 따라 부상을 당했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는 애완동물,너무 늙어 쇠약해진 동물은 안락사를 시키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유일하게 동물지원재단만은 안락사에 반대하며 자연사할때까지 지낼 수 있는 동물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다. 동물양로원에는 나이가 들어 다른 사람에게 입양되기 어려운 개나 고양이,거동이 불편해진 노인들이 맡긴 나이 든 애완동물,혹은 노인들이 유언으로 양로원에 맡긴 동물들이 ‘안락사’의 두려움없이 지내고 있다. 동물지원재단의 셀린 모랭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말 못하는 동물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otus@ ■로리안 데스트 전국동물보호단체 부회장 |파리 함혜리특파원|“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아끼는 것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귀찮다고,너무 짖는다고,늙고 병들어서 보기 싫다고 무책임하게 내다 버리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입니다.” 프랑스 최대의 동물보호단체인 SPA의 로리안 데스트(사진) 부회장(문학박사·파리 10대학 교수)은 “프랑스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많이 키우지만 동물을 감정을 지닌 개체가 아니라 장난감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며 “동물을 존중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동물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서부터 개·고양이들과 친구처럼 지내 왔다.”는 그녀는 동물들이 주인을 잘못 만나 부당하게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고 20년 넘게 SPA를 통해 동물보호운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인 SPA에서는 전국에 56개의 동물피난처와 10여개 동물 무료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이곳에서는 주인들로부터 버림받은 개나 고양이를 보살피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안락사시키고,개나 고양이의 불임수술도 시술한다. 데스트 부회장은 “불임수술을 하거나 안락사시키는 것이 비인간적 측면도 있지만 새로 태어난어린 동물이나 늙고 병든 동물들이 방치되는 것보다는 낫다.”면서 “동물들에게 고통을 안기지 않는 것이 이성을 가진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U, 애완동물에 여권 발급 유럽연합(EU)은 애완동물을 동반한 여행객들과 동물의 편의를 위해 오는 7월3일부터 역내를 여행하는 애완동물들에게 EU 동물여권을 발급할 예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애완동물들은 지금까지 EU 15개국이 각각 발급하던 각종 증명서 혹은 여권 대신 EU 대부분 지역에서 통용되는 여권을 수의사들로부터 발급받게 된다. 새로 발급되는 동물여권은 지갑 크기로 EU 로고가 새겨져 있다.여권에는 동물의 출생 연도,성별,종류,색깔 등과 함께 해당 동물의 건강상태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특히 애완견의 경우 광견병 예방접종 확인 도장을 찍는 난이 마련돼 있고 동물의 신원 확인을 위한 마이크로칩과 문신,의료기록이 첨부되며 사진은 선택 사항이다. EU의 애완동물 여권은 개와 고양이,담비를 대상으로 하며 생쥐와 토끼,파충류,물고기 등은 여권 없이도 국경을넘나들 수 있다. 동물여권 도입으로 유럽내 동물여행에 관한 규정은 간소화될 전망이다.그러나 동물 검역에 매우 철저한 영국과 스웨덴,아일랜드는 동물여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역내로 들어오는 동물에게 추가 광견병 검역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데이비드 번 EU 보건담당 집행위원은 “사람과 동물의 자유로운 이동에 있어 의미 깊은 조치이며 광견병 퇴치운동이 극적인 진전을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 주말매거진 We/종하랑 선영이의 베낭메고 60개국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늘 꿈만 꾸며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과 어느 순간 현실을 박차고 나와 그 꿈을 향해 불확실한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동갑내기 커플인 박종하·이선영(32)부부도 지난해 여름까지는 그저 후자를 부러워하는 전자일 따름이었다.그러던 어느날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강렬한 욕망이 불같이 일었다.그리고 마침내 결심했다.‘그래,한번 떠나보는거야.’ 이들은 오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다.목적지는 5대주 60개국.꼬박 20개월이 걸리는 장기여행이다.45리터,50리터 대형 배낭 2개가 이들의 녹록치않은 여정을 함께 해줄 유일한 길동무이다. 고교 동창사이인 이들은 10년 넘게 친구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해 재작년 10월 결혼했다.남편 박씨는 증권회사에 근무한 금융맨이고,아내 이씨는 ‘난타’공연을 제작한 PMC프러덕션에서 마케팅팀장으로 일했다.심리적인 정년의 나이가 35세라는 요즘,이들은 미련없이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배낭하나 달랑 메고 세계를 한바퀴 도는 꿈은 아내가 먼저 품었다.“대학교 4학년때 40일 동안 캐나다를 횡단한 적이 있어요.여행의 자유로움과 다양한 삶의 체험,그리고 인생의 힘든 고비를 이겨내는 법까지 소중한 경험이었지요.” 이들이 무작정 기분에 따라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아무리 젊음이 밑천이라지만 전세금 탈탈 털어 감행하는 여행이 그저 견문이나 넓히는 유람에 그쳐서는 안되지 않는가.그래서 이들은 남들과 다른 테마 여행을 고민했다.나중에 책으로 출간해 여행 경비를 충당하겠다는 계산을 한 것. 홍보·마케팅 전문가로 기획력이 풍부한 이씨가 생각해낸 아이템은 세계 각지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 한국인과의 인터뷰.재외동포재단에서 명단을 받아 수백통의 섭외 이메일을 보냈고,이미 수십명에게서 답장을 받았다.출판사와도 벌써 계약을 맺은 상태.출발전 여행경비 4000만원은 전세금을 빼서 마련했다. “기행문 수준의 부부 배낭여행기는 이미 많이 나와있잖아요.그래서 저희는 이민에 성공한 재외한국인뿐만 아니라 현지 유학생이나 자원봉사자 등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에요.”이씨는 ‘취재여행’을위해 사진 촬영 기법을 따로 배우고,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익히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출발 직전까지 회사에 다녀야하는 남편을 대신해 발로 뛰어야 하는 여행준비는 이씨가 도맡아했고,박씨는 보험가입 등 행정적인 일을 분담해서 처리했다. 부부가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였다.‘좋겠다’는 부러움과 ‘힘들텐데’라는 우려의 목소리.“부부나 친한 친구끼리 여행가서 싸우는 경우가 흔하다면서요.하지만 서로 노력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마주보며 싱긋 웃는 부부의 표정은 이미 절반은 성공했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이순녀기자 coral@ 이렇게 준비했어요 하나,운동·치과치료 받기-장기간의 배낭여행이므로 건강이 최우선 둘,여행루트 짜기-대륙별로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을 정한 후 나라별 기후,정세 등을 고려. 셋,홈페이지 만들기-세계 여행에 관심있는 이들을 위한 공간. 넷,예산짜기-나라별 화폐단위와 물가 등을 고려해 짠다.이동,숙박,식사 등을 기준으로 하고,가장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비용을 먼저 산출한다. 다섯,여행자보험 가입하기·각종 전염병 예방주사-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려면 황열병 예방주사가 필수. 여섯,원월드(One world)티켓 구입-세계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항공권.1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한 방향으로 이동이 가능. 이건 꼭 챙겨야죠 하나,노트북-홈페이지 업데이트나 일기 등 각종 기록을 위해 필수 둘,디지털카메라-530만 화소의 고화질 디카. 셋,mp3플레이어-장기버스나 오랜 시간의 열차여행에 대비 넷,필터달린 물통-여행중에 물을 사먹는 비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정수기능이 있는 물통 휴대. 다섯,침낭 에어베개-야간버스 이용시나 트레킹 중 야외에서 자야 할 경우 필요. 여섯,휴대용 모기장-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요긴한 물품. 일곱,여행 상비용품들-비상약,맥가이버칼,필기도구 알람시계,소형 전자계산기,작은 책자 등 소소한 일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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