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와이즈만연 「청소년 센터」(G7으로 가는 길:22)
◎과학의 궁금증 실제 실험·실습으로 푼다/수학 올림피아 등 과학캐프 굵직한 것만 10여개/한해 학생 2만5천명·세계적 과학자 2백명 참가/1964년 학생 30명으로 출발… 국제적 교육센터 부상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56㎞.늘씬한 자태의 아열대성 식물들이 지중해의 정취를 흠뻑 전해주는 해안도시 르호보트에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자연과학 연구소인 와이즈만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와이즈만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태계 과학자들이 수시로 들러 노하우를 쏟아놓고 가는 국제적인 연구기관이다.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석·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원을 병설해 놓고 있는 것도 이 연구소의 특색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독특한 점은 「청소년 활동부」(Youth Activities Section)라는 독립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캠프 세계적 호응
연구소 뜰에서 어린이들이 뛰노는 광경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그러나 이 연구소 소장 하임 하라리박사는 『그것이야말로 와이즈만 연구소가 추구하는 정신과 목표에 정확히 일치하는 일』이라고 말한다.그는 『이스라엘의 미래는 전적으로 인적 자원,즉 차세대의 교육과 창의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일치된 생각』이라면서 『청소년 활동부는 이같은 생각의 구체적인 한 실천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청소년 활동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과학을 느끼고 만지며 즐기면서 도전하고 성취하는 꿈의 동산이다.이스라엘의 차세대들은 이곳에서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과학이 무엇인가,과학자들은 어떻게 사는가를 보고 느낀다.화학약품 냄새도 맡아보고 실험 기술도 익힌다.
와이즈만연구소의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였던 고 아모스 데샬리트 박사는 일찍이 1964년 이곳에서 청소년 캠프를 열기 시작했다.청소년들의 과학교육에는 과학적 열정과 영감을 지닌 과학자들이 직접 관여해야 한다는 신념에서였다.그는 자연에 대한 청소년들의 호기심에 응답해 주는 것이 자연과학을 탐구하는 연구소의 목적과도 일치된다고 보았다.처음 이스라엘 청소년 30명으로 시작된 여름캠프는 미국 버클리,매사추세츠 공과대학등의세계적 과학자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어내 5년 만에 국제적인 캠프로 확대된다.마침내 1972년에는 그의 뜻을 계승해 「청소년 활동부」가 연구소의 공식 조직으로 설립되고 본격적인 활동이 펼쳐지기에 이르른다.
청소년센터는 47년의 역사가 담긴 연구소의 깊은 숲속에 자리잡고 있다.푯말이 붙어있는 입구를 지나면 활짝 꽃을 피운 오렌지 나무들과 추상조각처럼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이 방문자들을 맞는다.「그래비트램」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 구조물은 금속 파이프가 마구 뒤엉킨 탑모양의 전시물로 중력의 작용을 입증해 보이는 과학 전시물이다.
청소년센터는 이와같은 과학실험 전시물들이 설치된 「야외 과학 공원」(The Garden of Science)과 청소년들의 숙박및 교육 시설인 「과학마을」(Science Village),행정동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과학기술자 성장 계기
이곳에서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32년 전통의 청소년 과학캠프를 비롯해서 국제 여름캠프,주간 과학클럽,현장 과학학교,과학전람회,수학올림피아드,과학강연회,통신 수학교실등 굵직한 것만도10여 개에 이른다.
청소년 과학캠프와 국제 여름 캠프에는 이스라엘 청소년 30명과 세계 20개국의 과학영재 80명이 각각 참가,여름방학 2주동안 과학 탐구활동을 벌인다.교수1명당 2∼3명의 학생이 소그룹을 형성해 체계적인 「연구」(Reasearch)경험을 가지는 것은 물론 예루살렘등지로 여행을 하면서 이질적인 문화와 지식의 교감을 통해 창의력을 증진시킨다.
○전시물 1백점 증설
주간 과학클럽은 초·중·고 학생들이 개인 단위로 가입하는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 1주일에 1회씩 방과후에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토론을 하거나 실험을 한다.광학·플라스틱·전자공학·천문학·기상학·의학·수학등 모든 과학분야에서 주제별,수준별로 클럽이 결성돼 클럽 숫자만도 70개가 넘는다.
현장 과학학교는 교사의 인솔하에 한 반 전체가 1일 코스로 이곳에 입교,학교 교육에서는 받을수 없는 과학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예를 들면 레이저광학,카오스 이론같은 최신 물리학이나 O·J 심슨의 혈흔분석에 사용된 PCR기법(효소중합 유전자분석법)같은 첨단과학은 아무리 좋은 교사라도 이를 즉각 입수해 수업에 반영하기는 힘들다.그러나 이같은 문제에 대한 궁금증은 이곳에선 간단히 풀리며 학생들은 실제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볼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생물 실험실과 물리학 실험실,세미나실에서는 각기 다른 학교에서 온 청소년들이 실험과 토론을 하고 있었다.또한 야외 과학공원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온 아랍계 학생들이 「태양열 난로」 「달나라 산책」등 과학 전시물을 직접 작동해 보며 물리학 공부를 하고 있어 모든 시설물들이 활발히 가동되는 것을 볼수 있었다.
청소년 프로그램 책임자인 모셰 리시폰 청소년 활동부 부장(물리학박사)은 『한햇동안 청소년 2만5천명,과학자 2백명이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서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청소년들중 대부분이 과학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으며 실제로 상당수는 과학기술자로 성장해 산업계와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와이즈만 연구소 청소년 활동부는 이제 이스라엘의 국운이 걸린 하이테크 산업을 끌고 나갈 과학 꿈나무 육성의 한 모델로 확고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청소년 활동부는 영국으로부터 3백만달러를 기부 받아 과학 공원의 전시물을 현재 30점에서 앞으로 1백점으로 늘린다는 계획 아래 추가 공사가 한창이다.오는 97년 11월 이 계획이 완료되면 이곳은 이스라엘 최초의 본격적인 야외 과학박물관으로서 더 많은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게 될것이 분명하다.
◎인터뷰/전문가/청소년 활동부 부장/“「청소년센터」는 미래에 대한 투자”/창의적 사고·지도력 갖춘 하이테크 꿈나무 육성
모셰 리시폰 와이즈만 연구소 청소년 활동부 부장은 32년전 고 아모스 데샬리트 박사가 첫 과학캠프를 열었을 때부터 함께 청소년 과학운동에 참여해온 물리학자이다.72년 청소년부 설치이후 줄곧 부장직을 맡고 있는 그에게 이곳의 운영방법과 성과등을 들어본다.
방대한 시설을 운영하자면 예산이 많이 필요할텐데 조달방법은.
▲경상비는 교육부에서 25% 정도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연구소와 학부모가 부담한다.사업 예산은 연간 1백60만달러 정도이다.
―연간 2백명의 과학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불평은 없나.
▲오히려 그 반대다.과학자들은 과학 탐구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과학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과 공유하는데서 큰 만족을 느낀다.또 와이즈만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상아탑에 은둔하지 않고 사회참여를 중요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2명의 이스라엘 대통령이 이 연구소에서 나온 것이 이를 입증한다.
교육 내용은.
▲학교교육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다.첫째,내용면에서 기존 교과서가 다루지 못하는 첨단분야,매스컴이나 과학잡지들에 소개되는 흥미진진한 최신 과학 이슈를 다룬다.또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과목,즉 신경과학·유전공학·생물물리 처럼 두 과목 이상이 합해 이뤄지는 신종 과학(학제적 교육)도 이곳에서만 접할수 있다.
둘째,「연구」와의 만남을 중시한다.이곳에서는 맞고 틀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문이 중요하다.질문은 가정과 추측의 출발점이다.대답은 교과서에서 찾는게 아니라 사색·실험·분석을 통해 찾아진다.우리는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실수를 통해 배울 기회를 갖는 창의적이고탐구적인 접근을 강조한다.과학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실험실의 연구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풀어나가며 진짜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보다 과학의 참맛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센터에 대한 평가는.
▲일단 한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어린이는 대체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과의 관계를 계속한다.개중에는 과학자로서 성공한 사람도 많으며 과학자가 된 중요한 계기로 이곳에서의 경험을 지적하곤 한다.대부분의 이스라엘 대학들도 우리 뒤를 따라 비슷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결론적으로 청소년센터는 미래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투자라고 할수 있으며 창의적인 정신과 야망,지도력을 키워줌으로써 국가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국 청소년도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나.
▲중국·일본은 있었지만 한국은 없었다.지난해 우주소년단 어린이들이 이곳을 방문한 적은 있다.한국 청소년들도 국제캠프에 참가해 주길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