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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국회 디지털 증거 논의 환영한다/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국회 디지털 증거 논의 환영한다/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간고사 시즌이 끝났다. 중간고사라고 하면 교수들도 아주 편하지는 않다. 특히 시험감독 들어가 있는 두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그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한다.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왜 문제지는 워드프로세서로 쳐서 인쇄하면서 답안지는 예나 지금이나 볼펜으로 종이에 써야 하는 것일까?’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단 한 페이지도 손글씨를 쓴 적이 없다. 손글씨는 서명할 때나 급히 메모를 할 때, 서류 양식에 이름과 주소를 적을 때만 썼다. 그런데도 거의 매일 글씨는 썼는데, 손글씨 대신 컴퓨터를 이용해 이른바 ‘전자문서’를 생산한 것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범죄자들도 손글씨보다는 전자문서를 더 많이 생산한다. 이메일을 주고받고, 한글 파일을 만든다. 물론 범죄의 특성상 손글씨가 아예 빠질 수는 없다. 가령 휴지나 메모지에 급히 적은 글씨 등도 남아 있기는 할 것이다. 재판을 하면 모든 것들이 다 증거로 올라온다. 전자문서도 있고, 손글씨도 있다. 그걸 보면서 사람들 사이에 무슨 ‘진술’이 오갔나 확인한다. 뇌물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지, 마약을 사고판 적이 있는지, 성매매를 한 적이 있는지 등등. 범죄 혐의를 밝히는 데 다 요긴하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도 그렇고 프랑스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만 아주 특별한 게 하나 있다. 전자문서든 손글씨든 직접 쓴 사람이 나와서 ‘그건 제가 쓴 게 맞습니다’라고 법정에서 확인을 해 주어야 그 문서가 비로소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필체의 동일성을 필적 감정사가 확인해 주어도 결론은 같다. 작성자가 자기가 쓴 게 맞다고 인정해야만 된다. 전자문서도 그렇다. 헤더 정보, 로그 기록, 액세스 및 수정 기록, MAC 주소, IP 추적, 파일속성 정보 분석 등 다양한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통해 해당 파일 작성자, 파일 위·변작 여부를 다 확인했어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 전자문서의 작성자가 나와서 ‘제가 입력한 게 맞네요’라고 해야만 증거가 된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피고인이든 누구든 자신의 문서를 부정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때문이다. 그 조문에 따르면 작성자가 ‘성립의 진정’, 다시 말해 자신이 작성한 것이 맞다는 점을 인정해야 증거가 된다. 현재 국회에서 이 조문의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늦기는 했지만 지극히 올바른 방향이다. 그 사람 필체가 맞는지 철저하게 확인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일단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무턱대고 자기 문서를 부정하는 길을 열어 주어서는 안 된다. 문명국 어디에도 그런 증거법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이번 중간고사에서도 누군가에게는 C학점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C를 맞은 학생이 ‘자필’ 답안지를 가져와서 ‘이건 제가 쓴 게 아닙니다’라고 하면 C를 줘서는 안 되는 것일까. 어떤 학생의 컴퓨터에서 작성됐다는 점이 모든 과학적 증거에 의해서 입증됐는데 ‘이건 제가 입력한 게 아닙니다’라고 주장한다면 그런 줄 알고 넘어가야 하는가. 우리 증거법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인 1954년에 제정된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문제다. 이제는 진짜로 고칠 때가 됐다.
  • [新국토기행] ‘섬들의 고향’ 전남 신안군

    [新국토기행] ‘섬들의 고향’ 전남 신안군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있는 전남 신안군은 880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수많은 섬들이 빛나 ‘섬 은하계’로 불린다. 유인도 91개, 무인도 789개다. 신안군 면적 1만 3308㎢ 중 바다면적은 1만 2654㎢로 이는 전남도 육지 면적과 같다. 서울시 면적 605㎢의 22배에 달한다. 그중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된 홍도가 가장 유명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광활한 갯벌과 전국 천일염의 70%를 생산하는 넓은 염전 등 풍부한 자원과 사시사철 많은 볼거리와 때 묻지 않은 풍광을 지녔다. 청정한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물과 게르마늄 토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또한 그 맛과 질이 우수하다고 인정받는다. 람사협약에 등록된 장도 습지와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 백사장만 500여개에 이른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중국 송·원대 해저보물이 발견된 증도 등 섬마다 특유의 문화유산이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2008년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휴양하기 좋은 섬, 가고 싶은 섬 30’에 증도·우이도·임자도·비금도·흑산도·홍도·가거도 등 7곳이 지정돼 가장 많았다.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볼거리 ●천년의 신비! 홍도·흑산도… 유람선 투어 필수 홍도는 그 수려함으로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거친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환상의 섬으로 연평균 2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명소다. 섬 주위에 펼쳐진 크고 작은 무인도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형언할 수 없는 절경을 이룬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가 절묘해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물이 맑고 투명해 바람이 없는 날에는 바닷속 10㎞가 넘게 들여다보인다. 바다 밑의 신비로운 경관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유람선을 타고 선상에서 바라보는 남문바위 등 홍도 10경은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선상에서 즐기는 회 맛 또한 일품이다. 홍도에 가서 유람선을 타지 않는다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은 것과 같다. 그것을 아는지 대부분의 관광객은 1구 마을 선착장에 닿자마자 유람선표를 산다. 유람선 투어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홍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푸르다 못해 검은 섬 흑산도는 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와 ‘흑산홍어’로 유명하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생태적으로도 청정지역이다. 정약전 유적지, 철새전시관, 상라봉굽이길, 명품마을 영산도, 장도습지 등이 있다. ●‘느림의 행복’ 슬로시티 증도 힐링여행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증도는 느려서 더 행복한 섬이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2위에 올랐고, 2015년에도 선정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생태 관광지로 각광받는다. 한반도 해송 숲을 따라 걸으며 우전해변의 진한 바다 냄새에 취하고, 다양한 수생생물이 서식하는 광활한 갯벌에 또 한 번 취한다. 특히 단일 염전으론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①)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옛날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든다. 파란 하늘이 만들어 내는 반짝이는 소금을 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또 한 번 놀란다. 462만㎡(약 140만평) 규모다. ‘모든 생물은 생명이 시작된 바다를 기억한다’는 발생학적 논거에서 시작되는 소금박물관 여행도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경제사, 기술사, 사회사는 물론 예술과 신화를 넘나들며 인류와 함께한 소금의 역사를 재밌게 보여준다. 천일염을 배우고, 만들어 보는 과정을 통해 자연환경과 먹거리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외에도 염생식물원(②), 갯벌생태 전시관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다도해 한눈에 보는 바다정원 송공산 분재공원 송공산 분재공원은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송공산 남쪽 기슭 10㏊의 부지에 조성됐다. 분재원, 쇼나조각, 미니 수목원, 화목원, 산림욕장, 미술관 등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자연 속에서 분재와 미술작품을 보며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조성한 자연 친화적 분재공원이다. 분재원에는 소나무, 주목, 소사나무, 모과나무, 먼나무, 팽나무, 금솔, 금송, 피라칸사 등 1000여점의 분재와 신안 출신 우암 박용규 화백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 12㎞ 백사장 걸으며 추억 쌓는 대광해수욕장 임자도 서쪽에 자리잡은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은 해수욕장이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백사장은 12㎞에 달하며 폭은 300m가 넘는다. 해수욕장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가려면 걸어서는 1시간 20분이나 걸린다. 1990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완만한 경사와 따뜻한 수온, 광활한 백사장에 넓은 야영장과 천연 잔디, 운동장, 체육시설, 샤워장,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가족 단위의 피서객은 물론 학생들 수련회 및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도 인기다. 모래 해변에서 즐기는 승마체험은 색다른 체험거리다. 매년 4월이면 국내 최대규모의 튤립단지에서 ‘튤립축제’(④)가 개최된다. ●비금도엔 이세돌 바둑기념관·생가·명사십리 비금도는 조훈현에 이어 한국바둑을 이끌어가는 천재 기사 이세돌이 태어난 곳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겨루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세돌은 세계대회 15회 우승자다. 이세돌 바둑기념관(③)은 옛 비금 대광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바둑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근의 이세돌 생가와 함께 비금도의 관광코스로 자라잡고 있다. 인근에 있는 생가에는 어머니가 아직 산다. 기념관 뒤편에 대나무 숲으로 이뤄진 망각의 길을 지나면 천혜의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자리한다. ●6칸의 초가집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하의도는 제15대 대통령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후광 김대중이란 거목을 낳은 고장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24년 하의면 후광리 원후광마을에서 아버지 김운식과 어머니 장수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호는 태어난 마을의 이름에서 따왔다. 어릴 적 김연 선생에게 한학을 배웠으며 하의초등학교를 다니던 중 열두 살 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목포로 이주했다. 생가는 1999년 종친들이 복원해 신안군에 기증했다. 복원된 생가는 6칸의 초가집으로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준다. 생가의 앞쪽에는 하의면의 전통적인 염전 체험장이 있어 탐방로와 소금전시관도 이용할 수 있다. >>먹거리 ●유일하게 삭혀서 톡 쏘는 매력 있는 홍어 흑산 홍어는 육질이 차지고 부드러우며 담을 삭히는 효능이 뛰어나 기관지 천식, 소화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는 유일하게 삭혀서 먹는 특별한 생선이다. 입 안을 톡 쏘는 맛과 목과 코가 펑 뚫릴 정도의 특유한 냄새가 나지만 한번 맛 들이면 푹 빠진다. 고가임도 불구하고 찾게 되는 매력이 있다. 고단백·저지방으로 숙취도 풀어준다. 발효시킬 때 나온 끈적끈적한 점액은 스테미너 식품으로 알려졌다. 10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가 가장 제 맛을 내지만 시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먹어도 좋다. 비싸기도 하고 많이 잡히지 않아 시중에서는 수입산이 흑산 홍어로 둔갑하기도 한다. 홍어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회로 먹어야 한다. ●비린내·잔가시 없는 원기회복 생선 병어 4~8월 지도, 증도, 임자, 비금지역에서 주로 많이 생산된다. 200어가에서 2200여t을 잡아 170여억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다. 맛도 맛이려니와 병어는 금방이라도 팔딱 튀어오를 듯이 살이 탱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흰살생선인 병어는 살코기가 연하며 맛이 담백하다. 비린내가 없어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이들도 쉽게 정붙일 수 있고 잔가시가 없어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게다가 조리법도 다양해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병어를 이리저리 요리해 밥상에 자주 올려도 물리지 않는다. ●6월 알 꽉찬 젓새우로 담근 육젓이 일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오젓과 육젓은 겨울을 난 후 음력 5월이나 6월 산란 직전에 알이 꽉 찬 젓새우로 담근 젓을 말한다. 이 중 매년 6월쯤 잡히는 바다 참새우는 살이 통통하고 우윳빛이 감돌아 최상품으로 쳐주는데 이 새우로 담는 것을 육젓이라고 한다. 값싼 중국산 새우젓이 밀려와도 육젓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비싼 값에 팔린다. 신안와 연광군 연근해에서 한창 잡히는 젓새우는 230어가에서 9300여t을 생산해 수익 310억원을 올릴 정도로 신안군의 대표 음식이다. ●살·뼈·내장·부레 버릴 것 없는 민어 한방에서 보는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예로부터 봄과 여름철에 냉해지는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히 하는데 애용돼왔다. 어린이 성장 발육과 노인 환자들의 건강회복에 특효인 민어는 산란기를 앞둔 여름철에 가장 맛이 있다. 탕은 복날 보신탕 대신 흔히 즐기기도 한다. 살과 뼈, 내장을 구분한 후 살은 회로 먹고, 부레는 그대로 썰어 소금에 찍어 먹는다. 민어의 부레는 꽤 비싼 편인데 잘게 썰어서 볶으면 진주 같은 구슬이 되는데 이것을 ‘아교구’라 하며 보약의 재료로 쓴다.
  • 배드민턴 올림픽 대표팀 확정… 이용대 - 유연성 등 14명 출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할 ‘셔틀콕’ 대표 선수가 가려졌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지난 7일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한 선수 명단(172명)을 발표했다. 이 중 한국 선수는 5개 세부 종목, 9개 엔트리(출전팀 수) 14명이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9개 엔트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와 같고 최강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중국은 총 10개 엔트리에 모두 2명(2개조)씩 참가한다. 리우행 티켓은 지난 1년간 각종 대회 성적에 따른 세계 랭킹으로 복식 8위, 단식 16위까지 주어졌다. 남자단식에는 부동의 세계 1위 이용대(삼성전기)-유연성(수원시청)과 4위 김사랑-김기정(이상 삼성전기)이 나선다. 여자복식에서는 세계 6위 정경은(KGC인삼공사)-신승찬(삼성전기)과 8위 장예나(김천시청)-이소희(인천국제공항)가 리우행 비행기에 오른다. 남자단식은 세계 9위 손완호(김천시청)와 16위 이동근(새마을금고)이 출전하고 여자단식에서는 간판 성지현(새마을금고·세계 7위)과 배연주(인삼공사·14위)가 무난히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은행대출 연체 예방제 새달 도입… 이자납부 유예·빚 상환조건 변경

    은행 빚을 제때 갚지 못할 우려가 있는 채무자에게 연체 발생 2개월 전에 이자 유예나 상환 방식 변경을 해 주는 ‘신용대출 119 프로그램’이 다음달 말부터 시행된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기에 채무 관리를 받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은 신용대출 119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은행 내부 운영 준비를 6월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신용대출 119 프로그램이란 개인 채무자의 연체 예방을 위해 연체가 우려되는 채무자를 상대로 만기 2개월 전후에 은행에서 직접 연체 예방 조치를 안내, 상담하는 제도다. 채무자 스스로 채무 관리를 희망하는 경우에도 상담 대상이 된다. 은행은 연체가 우려되는 채무자별 상황에 따라 최장 10년 이내 장기의 원리금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해 줄 수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지의 봄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지의 봄

    유배지의 봄은 어떠했을까? 회색의 칙칙하고 우울한 풍경들이었을까? 그러나 예나 제나 한라산의 봄은 철쭉의 바다다. 영산홍 말고도 철쭉 품종은 백철쭉, 황철쭉, 아까도철쭉, 자산홍, 겹철쭉, 산철쭉, 홍철쭉, 만병초, 서감철쭉 등 다양하다. 왜철쭉이라고도 부르는 영산홍은 폭군이었던 연산군이 특히 좋아하여 1만여 그루를 심고 추위에 죽지 않도록 움막을 만들기도 했다. 유배인 김정희는 제주 안덕계곡에 핀 영산홍을 보고 “품격이 원래 보통 꽃과는 다르다”(品格元來自不同)고도 했다. 그런 영산홍이 유배지 제주의 봄을 장식했을 것이다. 제주 유배인 김정이 한때 금강산을 다녀오면서 구부러진 가지로 만든 철쭉 지팡이를 박수량에게 선물했다. 곧은 나무는 도끼에 찍혀 재목이 되지만 구부러진 것은 화를 면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에 박수량은 지팡이는 구부러졌어도 나무의 곧은 성품을 감추지 못하기 때문에 언젠가 도끼질을 당할 수 있다고 화답하여 화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성품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성품이 곧았던 김정은 기묘사화에 연루, 제주에 유배되어 1년 만에 사약을 먹고 죽는다. 그런가 하면 제주 들판에는 각종 나물들이 자랐을 것이다. 봄의 재미 중 하나가 봄나물을 먹는 것인데 그 가운데 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는 망우초가 있다. 담배와 원추리를 말하는데 유배인들은 원추리 나물무침을 먹으며 근심, 걱정을 달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래도 제주 봄나물의 으뜸은 고사리다. 김정의 ‘제주풍토록’에는 “산나물로는 삼백초와 고사리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봄비가 내려 백가지 곡식을 기름지게 하는 날이라는 곡우를 전후해 제주에는 고사리장마가 시작된다. 원래 이때는 햇차를 수확한다. 다산은 강진 유배생활 중에 “곡우에 어린 차를 따서 잎차 한 근을 만들고, 입하 전에 늦차를 따서 떡차 두 근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고사리를 꺾는다. 남해에서 유배생활하던 유의양은 하동에서 손님이 고사리와 홍합을 가지고 오자 고사리는 받고 홍합은 돌려보냈다. 손님의 집이 지리산 밑이라 홍합은 사온 것이 분명해서 받지 않고, 고사리는 동산에서 꺾은 것이니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사리를 꺾고 말리는 정성을 제대로 알았다면 고사리도 홍합도 마다했을 것이다. 고사리가 귀한 이유는 천 번은 허리를 숙여야 제법 나눠줄 만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사리는 기막힌 일을 당해 열이 뻗쳐오르는 것을 가라앉혀 주는 성질이 있다. 그래선지 유배인 정온은 고사리를 즐겨 먹었고 그 덕인지 울분을 달래며 제주 유배생활 10년을 잘 견뎌냈다. 인조반정으로 제주에서 풀려난 후 병자호란을 겪은 뒤 그의 은거지도 고사리를 캐는 집이라는 뜻의 채미헌(採薇軒)이었다. 제주 들판을 지나 민가로 내려오면 아마도 앵두꽃이 화사했을 것이다. 처갓집 세배 갈 때는 앵두꽃을 꺾어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늦게 가도 된다는 뜻이다. 장인, 장모는 다 이해하고 섭섭해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유배인들은 그런 앵두꽃을 보며 두고 온 부인과 처가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유배인들이 살던 집 둘레는 가시울타리로 둘러싼 살풍경이었다. 가시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유배인을 가두어 두던 일을 위리안치(圍籬安置)라 했다. 탱자나무가 주로 이용되었는데 제주에서는 ‘개탕쉬낭’이라 불렀다. 그런데 봄에는 이 개탕쉬낭에도 꽃이 만발한다. 유배인들이 가시울타리를 견딜 수 있었던 것도 필경 그 꽃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유배지의 봄은 무르익어 갔을 것이다. 제주대 교수
  • 이용대·유연성 조 亞 배드민턴 2연패

    이용대·유연성 조 亞 배드민턴 2연패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이용대(왼쪽·삼성전기)·유연성(오른쪽·수원시청)이 2년 연속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오는 8월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이용대·유연성은 1일 중국 우한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6 아시아 배드민턴 선수권 대회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4위 리쥔후이·류위천(중국)을 2-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주 중국 마스터스 대회에 이어 2주 연속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타면서 리우올림픽 금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이용대·유연성은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며 리우행을 일찍이 확정지었다. 여자복식 장예나(김천시청)·이소희(인천국제공항), 혼합복식 고성현(김천시청)·김하나(삼성전기)와 신백철(김천시청)·채유정(삼성전기), 여자단식 성지현(MG새마을금고)은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WBF)은 이 대회 결과를 반영해 다음주 발표하는 세계랭킹에 따라 리우올림픽 출전자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권력의 위기마다 문제는 회계였다

    권력의 위기마다 문제는 회계였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제이콥 솔 지음/정해영 옮김/메멘토/456쪽/2만 2000원 회계라 하면 ‘복잡한 장부상의 까다로운 숫자놀음’쯤으로 인식되지만 고대 이래 늘상 삶에 영향을 미쳐왔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지도자들은 정치관리의 주요 수단으로 회계를 활용했다. 고대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개인 회계 기록을 바탕으로 ‘업적록’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로마는 각 가정에서 가계부를 작성해 세리들이 감사하게 할 만큼 회계가 번성했다. 특히 이익, 손실을 빈틈없이 계산하는 복식부기 회계는 재무관리의 근간이다. 그래서 1300년 무렵 이탈리아 북부에서 시작된 복식부기 회계의 도래는 근대정치와 자본주의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만 하더라도 “복식부기 없는 자본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 회계가 삶과 사회조직에서 빼놓을 수 없음에도 간과되기 일쑤이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역사·회계학 교수가 통념을 비틀어 회계를 역사의 중심에 놓아 흥미롭다. 르네상스기부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700여년에 걸쳐 회계와 관련된 사건과 인간 군상을 건져 올리는 이야기 풀어내기가 신선하다. ●도시공화정 황금기땐 회계를 교육에 융합 책의 큰 주제는 회계의 가치와 투명성을 중시한 조직과 나라들은 융성, 번창했고 그 반대는 쇠락하거나 몰락했다는 점이다. 그 대비의 사례들이 명쾌하다. 융성했던 경우들을 보자. 피렌체·제노바 같은 이탈리아 도시공화정과 황금기 네덜란드, 18~19세기 영국·미국 등 전성기를 누린 국가들은 모두 회계를 교육과정과 종교·도덕 사상, 예술·철학·정치이론에 통합시켰다. 당대 네덜란드에는 회계 학교가 수두룩했고 조세수입을 복식부기로 기록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17세기 중반 암스테르담은행이 설립되고 네덜란드 공화국은 주식 거래의 본고장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19세기 투명한 회계가 뿌리를 내린 영국은 세계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래서 18~19세기 영국 철학자들은 회계를 ‘상업적 관리의 도구’일 뿐 아니라 ‘정치적 사유의 도구’로 매김했다. ●프랑스 혁명의 불씨도 부실 회계 탓 그와는 달리 15세기 피렌체 메디치가는 은행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도 부실한 회계기록 탓에 몰락, 피렌체의 재정 안정성까지 뒤흔들었다. 정확한 회계가 제 입지를 좁힌 것으로 여긴 프랑스 루이 14세가 정직한 회계를 기피한 탓에 왕실 재정이 파탄 났고 프랑스혁명의 불씨를 댕겼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1929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도 부실한 회계가 부른 사회 붕괴의 사례로 꼽힌다. 책에선 회계에 얽힌 부정의 역사도 뿌리 깊고 끈질긴 것으로 드러난다. 로마시대 키케로는 부집정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회계장부를 부실하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카이사르에게 훔친 돈을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상업 공화정이 가장 발달한 시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거의 모든 상인은 저만 볼 수 있는 ‘비밀 장부’와 정부 감사에 맞춰 가짜의 ‘공식 장부’ 등 두 개를 갖고 있었다. 루이 16세의 재무총감 네케르는 5000만 리브르의 군사및 부채관련 지출을 ‘특별 지출’로 간주하고 누락해 예산 흑자를 이룬 것으로 허위보고했다. 축소 보고의 효시이다. ●복잡해진 회계, 2008년 금융위기 부르기도 회계가 복잡해지면 사기와 부패도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 세계대전 후 경제 성장으로 ‘회계의 황금기’를 맞은 미국만 해도 회계감사 법인 경쟁이 치열해져 거대 회계 스캔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2008년 금융위기도 날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는 회계로 인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재무적 책임성을 정착시키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1340년 제노바 공화정은 중앙정부 관청에 대형 등록부를 설치해 도시국가 제노바 재정을 복식부기로 기록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피렌체는 1427년 법에 따라 피렌체 토지 소유자나 상인은 복식장부를 기록해 ‘카타스토’(catasto)라는 정부 세금 감사를 받아야 했다. 선거제 정부가 등장한 19세기 영국에서도 부패, 무책임이 만연했고 재무 책임성 메커니즘을 설계한 초기 미국도 도금시대 대규모 분식회계며 재정스캔들, 재정위기에 휩싸였다. ●투명한 회계 어렵지만 부정의 유혹은 강해 “투명한 회계를 이루기는 어려운 반면 회계 부정의 유혹은 강하고 끈길기다.” 저자는 이렇게 경고하면서 정치적 안전성의 토대인 책임이 복식부기 회계 제도에 크게 의존함을 역설한다. 복식부기 회계야말로 이익 계산뿐 아니라 행정부를 심판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대차 균형’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복식부기 회계가 처음 시작된 이탈리아에서 ‘대차 균형’은 하느님의 심판과 죄의 증거라는 신성한 측면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통치’를 의미했다”는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회계는 부와 정치적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믿기 힘들 만큼 어렵고 취약하며 아주 위험하기까지 하다. 재무적 책임성을 유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는 투쟁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성난 민심에 ‘맥주보이·와인택배’ 다시 빗장 푼다

    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파는 ‘맥주 보이’와 주류 소매점의 ‘와인 택배’ 서비스가 허용된다. 국세청은 현행법상 불법인 ‘치맥 배달’과 ‘중국집 술 배달’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야구장 맥주 보이와 와인 택배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21일 밝혔다. 술 판매의 경우 기본적으로 소비자 대면 판매와 배달 금지가 원칙인데 예외적으로 풀어 주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야구장에서 ‘맥주 보이’는 허용됐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요구로 올해부터 단속을 하려고 하다가 현실을 무시한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 여론에 밀려 다시 허용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축구장, 농구장, 배구장에서도 ‘맥주 보이’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와인 택배 서비스가 허용되면서 그동안 불법이지만 암묵적으로 해 왔던 치맥 배달과 중국집 술 배달도 합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택배와 배달은 분명 다르지만 (치맥 배달과 중국집 술 배달) 규제를 풀어도 유통거래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국민 건강과 청소년 음주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가 풀리기까지 그 과정이 개운치는 않다. 반대뿐 아니라 단속까지 했던 규제 당국이 비판 여론이 들끓자 입장을 번복해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식품위생법상 위생과 안전을 강조한 식약처가 맥주 보이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시설 요건을 갖추고 제한된 공간이라면 현행법 내에서도 이동식 판매(맥주 보이)가 가능하다”면서 “배달 판매 금지를 강조하는 국세청 때문에 지금껏 허용이 안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됐던 와인 택배 규제도 사라진다. 여러 병의 와인을 직접 들고 가려면 소비자 불편이 크고 와인은 선물용 매출이 많다는 점을 국세청이 수용한 것이다. 다만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사케(일본 정종)와 위스키, 고량주, 전통주 등도 선물용 판매에 한해 택배 서비스를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담뱃갑 그림 경고문 도입으로 입이 나온 담배업계도 ‘술 규제만 풀어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호부견자(虎父犬子)…아우렐리우스의 못난 아들 콤모두스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호부견자(虎父犬子)…아우렐리우스의 못난 아들 콤모두스

    ​ '명상록'의 저자 철인 황제 ​수많은 로마 황제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아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일 것이다. 그가 남긴 '명상록' 덕분이다. 2000년 전에 쓰여진 이 책은 아직도 서점에서 꾸준히 나가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황제 이전에 한 철학자로서 삶과 세상을 관조하는 사색으로 일관한 '명상록'은 역설적이게도 피와 살이 튀는 전쟁터에서 쓴 것이다. ​금욕과 절제를 주장하며 수많은 명언이 담겨 있는 그의 '명상록' 12편은 철학자로서의 그의 사상이 잘 나타나 있으며, 로마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인 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고귀한 영혼의 진지한 외침'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명상록의 한 구절을 놓는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자주 품는 생각으로 물들게 마련이다." 40살에 황제에 오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20년 동안 전쟁터를 누비다가 삶을 마감했는데, 틈틈이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것이 '명상록'이 되었다. 평화로운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더 많은 저작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플라톤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철인 황제의 전범 같은 사람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시대와 계급을 잘못 타고난 철학자였다. ​그의 치세 20년 동안 제국의 각 변방에는 끊임없이 병화가 치솟아올랐다. 즉위 초년에 아시아 대륙의 파르티아 제국이 로마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으며, 이어서 게르마니아, 히스파니아, 북부 아프리카 등에서도 전쟁과 반란의 횃불이 차례대로 타올랐다. 이리하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재위 20년은 전진 속에서 지고 샜다. ​그는 자신의 죽음도 군막 안에서 맞았다. 180년 3월 초, 도나우 강변의 군사기지였던 빈도보나(현재의 빈)에서 곧 재개될 2차 게르마니아 전쟁을 준비하던 중 지병이 악화되며 삶을 마감했다. 그는 평생 병을 달고 산 병골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는 유언을 끝낸 후 약과 곡기를 ​일절 끊었다. 물조차 마시지 않았다. 회생의 가망이 없는데도 목숨을 연장하는 것은 수치라고 로마인들은 생각했다. 곡기를 끊은 지 나흘 만인 3월 17일 철인 황제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향년 59세. 생일을 한 달 앞둔 시점이라고 한다. 황제가 된 후 19년을 오로지 전장에서 보냈던 그는 기질과는 참으로 다른 삶을 산, 어찌 보면 불행한 사내였다. 5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그의 죽음을 끝으로 로마 제국의 전성기는 끝났으며, 어지러운 군인황제 시대가 찾아왔다. 군이 권력을 잡는 시대는 난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 5현제 시대와 군인 황제 시대에 징검다리를 놓은 인물이 바로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뒤를 이은 그의 아들 콤모두스였다. 그런데 철학자의 아들이 그렇게 천하의 망나니인 줄은 세상 사람들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콤모두스가 즉위 초부터 망나니짓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크고 작은 실정을 되풀이하는 정도의 암군(暗君)이었는데, 몇 년 뒤 황제의 암살 미수사건이 터졌다. 놀랍게도 주모자는 의타심 많았던 콤모두스가 가장 의지하고 따르던 큰누나 루킬라였다. 사건 연루자들은 모두 재판도 없이 처형되었고, 루킬라는 카프리 섬으로 귀양갔다가 도착 직후 살해되었다. ​이 사건이 콤모두스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아 잔인하고 의심 많은 사람으로 돌변케 했다. 조금만 의심이 가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모두 죽였다. 유능한 장군과 정치인들이 어이없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자연 민심은 차갑게 식어갔고, 원로원과의 관계도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다. 여기서 마침내 한 사건이 터졌다. 사건이라기보다 이벤트라고 해야 하나? ​콤모두스는 병약했던 아버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는 달리 체격이 건장했고, 무술도 뛰어났다. 프로 검투사와 맞설 정도였다. 그래서 약골이었던 아버지를 경멸하면서, 자기 친아버지는 유피테르 신이며, 자신은 그 아들 헤라클레스의 환생인 '로마의 헤라클레스'라고 떠벌이기까지 했다. ​'타조 머리를 함부로 베지 마라' 그는 자신의 용맹, 호방함을 과시하기 위해 검투 시합에 열중했다. 문제의 이벤트는 콤모두스가 31살 때인 192년 콜로세움에서 있었다. ​ 이날도 콤모두스는 자신의 무술을 뽐내기 위해 원로원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조와 대결하는 시합에 나섰다. 엄청난 덩치의 타조가 콤모두스를 향해 돌진해왔고, 콤모두스의 칼이 한순간 허공을 가르는가 싶더니 타조의 목이 허공에 떠올랐다. 콤모두스는 득의 만면한 표정으로 원로원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씨익 웃었다. 마치 까불면 너희들도 이 타조 꼴이 될 줄 알라는 듯이. ​어찌 보면 섬뜩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이런 사건이 고대 중국에서 일어났다면 분명 다음과 같은 사자성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막참타수(莫斬駝首; 타조 머리를 함부로 베지 마라. 자신의 목이 떨어진다). 콤모두스의 암살은 그로부터 몇 달 뒤인 192년 12월 31일에 결행되었다. 여기에도 또 미스터리가 도사리고 있다. 암살 동기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암살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은 모두 황제의 최측근으로, 애첩인 마르키아와 침실 담당 노예, 황제의 레슬링 코치였다. 자객은 레슬링 코치인 나르키소스였다. 욕실에서 목욕하고 있는 황제를 목졸라 죽인 것이다. 세 사람 모두 황제 콤모두스 옆만 지키면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위치에 있는 인물들인데 대체 왜 황제를 죽였을까? 원로원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포악한 황제가 언제든 자신들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먼저 선수를 친 것인지도 모르고, 우국지정에서 한 거사였는지도 알 수 없다. 암살 후 이들이 보인 행동을 살펴보면 약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은 콤모두스가 숨진 것을 확인한 후 지체없이 근위대장을 불러 사태를 설명했다. 근위대장은 역시 그날 밤으로 원로원 실력자들과 협의를 끝내고 후임 황제도 결정했다. 그리고 콤모두스의 주검은 시트에 싸여 황궁 밖으로 조용히 옮겨져 화장도 하지 않은 채 묻혔다. 마치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듯했다. 게다가 암살 모의자 세 사람은 그날 밤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에도 그들이 처벌받았다는 기록이 없다. 근위대장에게 비밀리에 살해되었는지, 아니면 근위대장의 통행증을 얻어 세 사람의 고향인 그리스로 돌아가 여생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역사에서 완벽히 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콤모두스는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의 손에 자신이 죽임을 당할지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죽을 때는 주위 사람들과 로마인들이 모두 슬퍼했지만, 콤모두스가 죽었을 때는 눈물 흘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호부견자(虎夫犬子·호랑이 아비에 개의 새끼)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콤모두스. 어떻게 보면 철학의 빈곤이 그의 비참한 최후를 예약했다고 할 수도 있다.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자식 농사에는 실패한 셈이다. 원로원은 끔찍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듯이 재빨리 전 황제 콤모두스를 기록말살형에 처하기로 결정했다. 콤모두스가 암살됨에 따라 군대가 실권을 잡아, 로마 제국은 군인에 의해 황제가 옹립되는 '군인황제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콤모두스가 살아 생전에 경멸했던 아버지의 '명상록'에서 다음 한 구절을 읽고 새기기만 했어도 그런 비참한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 몫으로 주어진 것들에 적응하고 운명으로 엮여진 사람들을 사랑하라."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환경이 편해야 게임도 잘 된다” 연구소 만든 PC방업계

    “환경이 편해야 게임도 잘 된다” 연구소 만든 PC방업계

    PC방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PC방 업계가 주로 PC 사양으로 경쟁을 벌였다면, 이제는 PC방의 환경이 중요시 되고 있는 것이다. 고객들은 PC 사양은 기본이고 모니터나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의 기본 옵션과 휴대폰 충전기가 좌석마다 구비되어 있는지, 흡연 부스는 쾌적한지 등 단골 PC방을 결정 짓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한 PC방 업체는 최적의 게임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 내에 게임환경연구소를 설치했다. 연구소는 차별화 아이템을 연구개발하는 전담조직으로, 불량률을 낮출 뿐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제품을 개선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업체는 ‘PC방에 이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테마의 ‘PC방 제품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 게임환경 향상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아이센스 F&C 관계자는 “예나 지금이나 수 많은 PC방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행하다 사라지고, 또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결국 오랫동안 시장을 사로잡은 것은 인테리어만 화려한 PC방이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라면서 “게임 환경이 좋아야 승률도 높다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확대된 것도 PC방 환경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아이템으로 PC방을 염두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소비자들이 집에 있는 PC를 두고 굳이 PC방을 찾아 게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게임을 즐기는 동안 불편한 것은 없는지, 먹을 거리나 흡연 부스 등 부대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소비자의 시선에서 체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월호 2주기… 문화계 ‘기억과 희망’ 추모 행사 봇물

    세월호 2주기… 문화계 ‘기억과 희망’ 추모 행사 봇물

    “시간이 멈춰 버렸다는 거, 시간을 잃어 버렸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아요. 전 아직도 스무 살 같고 4월 16일에 있는 것 같고….”(세월호 희생학생 박성호의 누나 박예나 구술) “서로 막 다 먼저 올라가라고. 바닥에 디딜 데도 없고 올라가려면 잡을 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서로 어깨 밟으라고 하면서 올려주고….”(세월호 생존학생 단원고 2학년 반세윤 구술) 다시, 4월이다. 벌써 2년이 흘렀지만 그날 그 침몰의 기억은 생생하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2주년을 맞아 다양한 시선을 기록한 책들이 출간되고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는 등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환기하는 문화계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창비는 5일 세월호 기록집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출간했다. 참사 당시 생존한 학생 11명과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 나이에 유가족이 된 15명이 털어놓은 2년여 삶의 구술이자 속내를 모은 첫 육성 기록집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의 부모 13명을 인터뷰한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후속작으로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서울과 안산을 수십 차례 오가며 참사의 당사자인 10대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그린비)은 참사 이후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세월호의 사회적 치유를 모색하는 인문사회학자 14명의 글을 실었다. 세월호 참사는 그 자체로도 깊은 사회적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이었지만 그 이후 전개된 양상은 가히 ‘사회 전체의 침몰’에 가까웠다. 이 책은 ‘국가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등의 물음에 응답한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힘)은 세월호가 당일 오전 8시 49분 급격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해 10시 30분 침몰할 때까지 101분 동안의 각종 기록을 1분 단위로 재현해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제3자들의 시선에서 조망한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도 개봉한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나쁜 나라’가 진실을 규명하려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사투에 동행했다면 이 작품은 권영국 인권변호사 등 16명의 서사적 증언이 줌인된다.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아버지 네 명의 육성과 눈물도 교차 편집됐다. 재미교포 출신 김동빈 감독이 연출했다. 오는 9일 오후 6시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주최하는 2주기 추모 콘서트 ‘약속’이 열린다. 가수 한영애, 이승환, 밴드 부활, 뮤지컬 배우 배해선 등이 참여한다. 지난해 ‘다시, 봄’ 프로젝트 음반을 냈던 인디 뮤지션들을 비롯해 4·16가족합창단, 평화의 나무 합창단 등도 동참한다. 추모 뮤지컬 ‘나 여기 있어요’도 무대에 올려진다. ‘다시, 봄’ 프로젝트 팀은 10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고래야, 잠비나이 등 젊은 국악팀, 모리슨호텔 등 뮤지션유니온 소속 팀들과 함께 4시간짜리 추모 공연을 연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경기도 미술관은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을 16일 개막해 6월 26일까지 이어간다. 손가락에 봉숭아 물을 들인 다음 기도하는 손의 모습을 촬영한 조소희의 사진 연작 ‘봉선화기도’를 비롯해 서용선, 안규철, 조숙진, 최정화, 강신대, 전명은, 전진경, 이윤엽 등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 22팀의 100여점이 출품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셔틀콕 ‘리우행 전쟁’…대표팀 말레이시아오픈 출격

    “리우행 티켓을 잡아라.”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5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말라와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말레이시아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에 출전한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자 확정을 앞두고 열리는 가장 큰 대회여서 각국 선수들은 총력을 다짐하고 있다. 리우올림픽 출전선수 명단은 다음달 5일 발표되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랭킹으로 가려진다. 단식은 16위, 복식은 8위 안에 들어야 한다. 국가별로는 최대 2명(2개조)까지만 출전이 허용된다. 남자복식 세계 1위 이용대(삼성전기)-유연성(수원시청)은 일찌감치 리우행 티켓을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남은 티켓 1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고성현-신백철(이상 김천시청)과 김사랑-김기정(이상 삼성전기)이 티켓을 다툰다. 고성현-신백철은 현재 랭킹 4위로 김사랑-김기정(7위)에 앞서 있다. 여자복식 세계 6위 정경은(인삼공사)-신승찬(삼성전기)과 7위 장예나(김천시청)-이소희(인천국제공항)는 리우 출전권 굳히기에 나선다. 남녀 단식의 손완호(김천시청·10위)와 성지현(새마을금고·4위)은 출전 티켓을 사실상 확보했다. 그러나 이동근(새마을금고·17위)과 배연주(인삼공사·13위)는 혼신을 다해 더 많은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위키드’ 박소윤·윤예담, 겨울왕국 OST 환상 듀엣

    ‘위키드’ 박소윤·윤예담, 겨울왕국 OST 환상 듀엣

    ‘위키드’ 박소윤·윤예담 어린이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 OST로 듀엣 무대를 펼쳤다. 24일 방송된 Mnet ‘위키드’에서는 ‘기부 미션’을 위해 각 팀의 어린이들이 짝을 이뤄 다채로운 듀엣 무대를 꾸미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박소윤과 윤예담은 다가올 무대에 오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OST인 ‘러브 이스 언 오픈 도어’(Love is an open door, 사랑은 열린 문)를 연습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어린 나이에 소화하기에는 내레이션과 가사가 낯 간지러웠기 때문. 연습을 하는 동안 박소윤은 “오글거린다”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 무대에서 두 어린이는 각각 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으로 등장, 완벽한 호흡으로 멋진 듀엣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서로를 지긋이 응시하며 노래하는 두 어린이의 모습은 동화 속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고, 관객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편 Mnet ‘위키드’(WE KID)’는 ‘우리 모두 아이처럼 노래하라’(WE sing like a KID)의 준말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사랑하는 노래, 2016년판 ‘마법의 성’을 만드는 전국민 동심저격 뮤직쇼다. 뛰어난 재능의 어린이들과 함께 어른과 어린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창작동요대전을 펼친다. 매주 목요일 밤 8시 30분 Mnet, tvN 방송. 영상=위키드/네이버tv캐스트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위키드’ 송유진·최예나가 부르는 ‘내 손은 바람을 그려요’☞ 오연준·박예음의 세월호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위키드’ 송유진·최예나가 부르는 ‘내 손은 바람을 그려요’

    ‘위키드’ 송유진·최예나가 부르는 ‘내 손은 바람을 그려요’

    “내 손은 하늘을 향하고 파란 바람을 그려요.” 노랫말처럼 파란 바람을 떠오르게 하는 무대였다. 24일 오후 방송된 Mnet ‘위키드’에서는 송유진·최예나 어린이가 ‘내 손은 바람을 그려요’로 듀엣 무대를 꾸몄다. 이날 두 어린이는 연습할 때는 화음이 맞지 않아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박보영의 눈높이 트레이닝 덕택에 실제 무대에서는 완벽한 호흡으로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아이들은 국악 특유의 느낌은 살리면서도 맑은 목소리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한편 Mnet ‘위키드’(WE KID)’는 ‘우리 모두 아이처럼 노래하라(WE sing like a KID)의 준말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사랑하는 노래, 2016년판 ‘마법의 성’을 만드는 전국민 동심저격 뮤직쇼다. 뛰어난 재능의 어린이들과 함께 어른과 어린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창작동요대전을 펼친다. 매주 목요일 밤 8시 30분 Mnet, tvN 방송. 영상=Mnet 위키드/네이버tv캐스트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제주소년’ 오연준이 부르는 ‘바람의 빛깔’ 영상☞ ‘위키드’ 박예음 감동의 ‘온 마이 온’
  •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기업 구조조정사 산증인’ 박상배 전 산업銀 부총재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기업 구조조정사 산증인’ 박상배 전 산업銀 부총재

    “기아차가 그렇게 갑작스레 무너질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을 못 했습니다. 나중에 열어 보니 안 쓰러지는 게 이상할 정도로 곪아 있었죠. 무기력한 경영진, 노조의 극심한 저항,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힘들긴 했지만 그때 기아차를 현대가 아닌 다른 곳에 매각했더라면 지금쯤 우리 자동차산업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97년 기아자동차 몰락은 대규모 인력 감축과 금융 부실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 당시 특수관리부장으로 기아차 매각을 이끌었던 박상배(71) 전 산업은행 부총재는 20일 “아쉬운 점이 많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느새 일흔을 넘겼지만 그를 빼놓고 국내 구조조정 역사를 말하기는 어렵다. 기아차, 대우차, 현대상선 등 굵직한 기업 수술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경험·정보 부족… 인수자 놓쳐 후회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는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 대우, 삼성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줄줄이 외국계 회사로 넘어가며 현대차의 독점 체제를 굳히는 결과를 낳았다. 박 전 부총재는 “지금 돌이켜보면 삼성이 인수를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국내 자동차산업이 현대와 삼성 양대 축으로 형성돼 국제 경쟁력도 얻고 훨씬 발전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물론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아차 이전엔 그렇게 큰 구조조정이 없었던 데다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제대로 된 격론조차 없이 괜찮은 인수자들을 다 놓쳐 버린 것 같아 후회된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기아차 인수 후보자는 현대차, 대우, 삼성, 포드(미국) 네 곳이었다. 삼성이 가장 유력했으나 삼성이 인수를 하면 대량 해고가 있을 거라고 여긴 노동조합의 반대가 극심했다. 정부도 내심 삼성보다 포드가 들어오면 국내에 미군 부대 1개 사단이 주둔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거라는 계산을 했다. 박 전 부총재는 “이 과정에서 삼성도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리면서 인수를 포기했고 그동안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현대가 마지막 입찰에서 적극적으로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채권銀 보신·노사 불화 구조조정의 적 포드도 뛰어난 기술력과 자동차 시험장을 갖고 있던 기아차 인수에 관심이 컸다. 입찰가도 가장 높이 써내 유력했지만 예기치 못한 데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기아차 매각에는 트럭이나 버스 등을 주로 생산하던 아시아차도 동시 매각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박 전 부총재는 “아시아차를 끼워 팔려는 우리 생각과 달리 승합차와 승용차를 구분해서 보던 미국(포드)에서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서 “분리 매각도 고려했어야 하는데 그런 배경 지식이 없었던 데다 아시아차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그렇게 할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이후 현대차는 마지막 실사에서 기아차 직원들의 제보로 불량 재고 등 추가 부실을 문제 삼으며 헐값 인수에 성공한다. 200건에 이르는 구조조정을 맡았던 박 전 부총재는 최근 구조조정이 다시 국가적 화두로 대두된 데 대해 착잡해했다. 그러면서 “예나 지금이나 워크아웃을 진행할 때 협약 외 채권자들의 이기적인 채권 회수, 채권은행의 보신주의, 경영진과 노조 간 협력 부족이 구조조정의 최대 적”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는 “난파된 배를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노동자의 협력과 최고경영자(CEO)의 과감한 결단력”이라면서 “노조의 횡포에 대해 정면 대결하면서도 솔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CEO를 선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채권기관에 대해서도 추후 이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면책 약속과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①욕지도가 피었다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①욕지도가 피었다

    육지는 섬을 꿈꾸고 섬은 육지를 그린다. 그렇게 남해를 사이에 두고 통영과 욕지도는 서로에게 꿈과 그리움으로 일렁인다. 둘 사이를 가르는 쪽빛 파도에 육지와 섬이 보내는 연서戀書가 실려 온다. 남쪽 바다가 수줍게 건네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자. 욕지 앞바다의 고등어 양식장. 동그란 양식장이 마치 꽃 모양 같다 욕지항의 모습. 작은 항구가 정겹 ●욕지도가 피었다 오랜 시간을 섬은 물고기와 사람을 그리워했다. 그래서일까. 섬 곳곳에 그리움에 지친 꽃 ‘동백’이 빨갛게 피었다. 지금 욕지도에는 물고기와 사람의 꿈이 퐁퐁 피어난다.이름에 품은 ‘알고자 하는 마음들’ 섬 이름이 제법 거창하다. 욕지欲知, ‘알고자 하거든’이라는 뜻이다. 이 섬에 머물기만 하면 저절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섬은 어리석은 육지 사람들을 이름으로 유혹한다. 욕지도의 지명은 ‘辱知蓮華藏頭尾問於世尊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이라는 불교 경전에서 유래한 것이다. ‘연화장극락세계를 알고자 하거든, 그 처음과 끝을 부처님께 물어보라’는 뜻이다. 욕지도와 함께 연화열도를 이루는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 역시 같은 문구에서 유래했다. 극락을 찾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통영의 삼덕항에서 출항한 배는 45분을 달린다. 곤리도, 추도, 두미도, 노대도와 같은 이름의 섬들을 밀어내며 달린다. 섬들이 가까워졌다가 이내 멀어진다. 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들을 눈으로 좇다 보면 어느새 욕지도다. 배에서 마주한 섬의 얼굴이 말쑥하다. 바다는 눈부시고 바람은 시원하다. 남해 바다에 고요히 떠 있는 섬에서 극락세계, 파라다이스를 구하는 것은 인간의 끈질긴 허영심이다. 인간이 던지는 초라한 질문에 섬은 말없이 스스로를 내어 준다. 그리고 아무리 초라하고 한심한 꿈일지라도 섬은 넉넉하게 그 마음을 품어 준다. 배가 도착하는 욕지항의 오목한 항구처럼 말이다. 비렁길 옆으로 해가 지고 있다 벼랑이어도 괜찮은 비렁길 벼랑을 뜻하는 비렁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렁길은 절벽을 따라 이어진 옛길을 다듬은 곳이다. 이곳에는 후피향나무, 돈나무, 팔손이 등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누가 심어 주고 가꾸어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묵묵히 살아내는 나무들이 어여쁘다. 숲에서는 바다 냄새가 나고, 바다에서는 숲의 향이 풍긴다. 절벽 위의 고불고불한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출렁다리 앞이다. 출렁다리는 욕지도의 또 하나의 비경. 이름처럼 걸을 때마다 다리가 출렁인다. 한 걸음 내딛으면 출렁, 잦아들길 기다렸다가 한 걸음 내딛으면 다시 출렁, 걸음을 조심하게 만든다.출렁다리를 건너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당바위가 너르고, 바위 양쪽의 풍광이 시원하다. 마당바위의 끝으로는 그저 바다, 바다, 바다뿐이다. 탁 트인 바다 앞에 서자 버거웠던 것들이 사라락 사그라지는 것만 같다. 하늘이 붉어지고 바다도 붉어진다. 해질녘이다. 다시 하루 동안의 나와 화해하는 시간이다. 좌부랑개로 불리던 자부마을동백꽃이 욕지 바다를 향해 만개했다양식장에서 일하는 욕지도 주민 입 안에 생생한 고등어 놀던 바다 욕지도가 좋은 것을 고기가 먼저 알았다. 욕지도 인근 바다는 수온이 높고 잔잔한 대신 조류가 빨라 물이 깨끗하다. 인간보다 예민한 고기들이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고, 고기가 몰리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 시대, 가장 먼저 근대화가 이루어졌던 섬이 바로 욕지도다. 욕지도 바다에는 주야로 고깃배들이 몰렸다. 또 돈이 몰렸다. 욕지항 근처에 있는 자부마을의 옛 이름은 ‘좌부랑개’다. 그 옛날 좌부랑개의 골목마다에는 100여 개의 술집이 있어, 뱃사람들이 거친 하루를 달래던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의 자부마을은 조용한 어촌이다. 그러나 골목길을 걷노라면 뱃사람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들던 그 옛날의 니나노 가락이 고샅마다 들리는 것만 같다. 자부마을에 술집과 유곽은 사라졌지만 일제 강점기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바로 고등어 간독이다. 고등어 간독은 만주에서 전쟁 중이던 일본군에게 생선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아래로 땅을 판 후 그 안에 내장을 제거하고 살짝 말린 고등어를 소금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저장하던 곳이다. 욕지도 인근 바다에서 자연산 고등어가 한창 좋았던 시절까지도 된장독, 고추장독처럼 집집마다 있는 고등어 간독에다 고등어를 저장했었다. 그러나 이것도 고등어가 좋았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욕지도 인근의 수온이 상승해 자연산 고등어를 잡으려면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 욕지도 앞 바다에 고등어의 발길이 끊어지자 고등어 간독도 비었다. 빈 고등어 간독은 물이 차거나 야생동물이 빠지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집집마다 있던 고등어 간독은 고등어 좋았던 시절과 함께 하나둘씩 메워지거나 헐렸다. 최근에는 고등어 간독의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고자 대형 간독의 복원이 한창이다. 다행히 고등어가 욕지 바다에서 놀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욕지도 사람들은 욕지 바다를 떠난 고등어를 좇는 대신 기르기 시작했다. 고등어 양식 말이다. 욕지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고등어 양식에 성공한 곳이다. 욕지도 바다 여기저기에 동그란 그물이 꽃처럼 피었다. 바로 내파성 가두리 양식장이다. 이곳에서 체포된 치어가 성어로 길러진다. 고등어는 배양기술이 없다. 치어를 체포해 기르는 방식으로만 양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내파성 가두리 양식장 옆에는 반드시 치어를 체포하기 위한 정치망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곳 욕지도에서 고등어 양식이 가능한 이유는 치어 체포가 비교적 쉽고, 고등어가 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로 수온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고등어 양식은 수질도 중요한데, 욕지도는 물길이 하루에 4번 바뀌므로 바다 속 부유물 제거가 용이함에 따라 항상 물이 맑고 깨끗하다. 가두리 어장 안에서 좁은 공간에 적응한 고등어는 수차 안에서도 생존 가능하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고등어 회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수차보다는 바다에서 건진 고등어가 맛이 더 좋을 것이다. 욕지도에서 기른 고등어 회 맛을 안 볼 수 없다. 솜씨 좋게 손질된 고등어 회가 꽃잎처럼 접시 한 가득 담겨 온다. 붉은 살 한 점을 얼른 입에 넣는다. 살이 단단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눅진하게 배어 나오며 달다. 욕지 바다가 기른 맛이 참 생생하다. 깻잎에 쌈장과 생강을 넣고 쌈을 싸 먹으니 고등어의 기름진 고소한 맛과 깻잎의 청량한 향, 생강의 알싸한 맛이 씹을수록 한데 어우러져 일품이다. 입 안에 욕지 바다가 번진다. 할매 바리스타가 능숙하게 주문 받은 음료를 제조한다아기자기한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 고운 우리 섬 할매바리스타 욕지도가 부유한 어촌이던 시절, 통영에서 섬으로는 시집을 보내지 않았으나 욕지도만은 예외였다고 한다. 욕지도로 시집온 이야(언니를 뜻하는 통영 사투리)는 세월 따라 꽃다운 섬 할매가 되었다. 자부마을 항구에 아리따운 섬 할매들의 꿈이 자박자박 부풀었다.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이야기다. 다방커피와 커피믹스만 알던 섬 할매들이 이름마저 생소했을 바리스타의 꿈을 키웠다. 이를 위해 할매들과 커피 선생님은 6개월간 통영과 욕지도를 오가며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한 12명의 할매들과 이사장, 총무를 포함한 총 14명은 ‘자부마을 섬마을 쉼터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을 차렸다. 의자와 테이블 몇 개로 소박하게 시작했던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은 지난해 4월 마을기업으로 지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은 꽤 근사한 커피숍이다.커피숍에 들어서자 손으로 쓴 메뉴판과 작지만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이 여행자를 맞는다. 꼬불꼬불 파마머리에 얼굴이 고운 할매가 주문을 받는다. 뜨거운 라떼 한잔을 주문한다. 안쪽에서는 다른 할매가 먼저 주문받은 라떼를 내리고 있다. 조금 느려도 우유 거품을 능숙하게 뽑아낸다.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의 메뉴는 아메리카노, 라떼, 핫초코, 스무디. 여기에 향토음식인 빼떼기죽, 고구마라떼, 고구마 케이크 등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한 메뉴가 더해졌다. 가격도 착하다. “심심했는데 언니들캉 동생들캉 여서 시간 보내는 기 제일로 좋다.” 아무래도 할매들은 느지막이 시작한 바리스타 일이 재미있기만한가 보다. 커피숍에 출근하기 위해 안하던 화장도 곱게 하신단다. 할매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커피 중 어떤 커피가 가장 맛있는지가 슬며시 궁금해진다. “우리도 자주 마신다. 아무끼나 묵어도 다 맛나다.” 컵에 가득 담긴 라떼를 호로록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고기가, 어부가, 노랫가락이 그득하던 항구에 향기가 차오른다. 커피에서 참 고운 맛이 난다.할매바리스타 경남 통영시 욕지면 욕지일주로 15 055 645 8121 아메리카노 2,500원, 빼데기죽 5,000원, 고구마라떼 3,500원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윤정 취재협조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www.hanbada.or.kr,통영시 www.tongyeong.go.kr
  • [新국토기행] 충북 진천군

    [新국토기행] 충북 진천군

    충북의 중심에 있는 진천은 예부터 비옥한 토지에 풍수해가 없고 인심까지 후덕해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생거진천’(生居鎭川·살아서는 진천)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 명성이 이어져 지금은 농업과 공업이 함께 발전하는 내륙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곡창지대에서 생산하는 쌀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1100여곳의 기업이 입주해 충북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2013년에는 진천읍 읍내리 일대 55만 8000여㎡를 국제 교육문화특구로 지정받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인구는 7만 3000여명. 충북 혁신도시가 있어 지속적인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상관측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국가기상위성센터, 국가대표 종합훈련원 등도 자리잡고 있다.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볼거리 ●고려부터 지금껏 선조의 지혜 빛난 농다리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 축조한 농다리(충북도 유형문화재 28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전체 길이 93.6m, 폭 3.6m, 교각 1.2m다. 교각과 교각 사이는 0.8m 정도다. 다듬지 않은 크기가 다른 돌만을 적절히 배합해 서로 맞물리게 했다. 석회 등으로 속을 채우지 않고 자연석만을 그대로 쌓았지만 천년을 버틸 만큼 견고하다. 선조들은 거센 물살의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 교각을 일직선으로 배치하고 않고 지네처럼 약간 구부러지게 세웠다. 교각이 받는 물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교각 역할을 하는 기둥들이 타원형이라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장마에는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넘쳐 흐르게 했다.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농다리는 1900년대 초 발간한 지리서인 ‘조선환여승람’에 등장한다. 이 책에는 음양의 기운을 고루 갖춘 돌을 이용해 고려 때 축조했다고 적혀 있다, ‘농다리’라는 이름은 다리의 특수성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갑(60) 농다리전시관장은 “농다리의 ‘농’(籠) 자가 대바구니를 의미하는 ‘농’자”라며 “다리를 구성하는 돌들이 대바구니처럼 얽히고설켜 붙여진 이름”이라고 말했다. 연간 4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용이 한반도 끼고 승천하는 모습 닮은 초평호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 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총저수량 1387만t, 유역 면적은 133㎢다. 나지막한 구릉성 산지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초평호 안에는 수초와 작은 섬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잉어, 가물치, 붕어, 뱀장어 등이 많이 서식한다. 이 때문에 낚시터로 유명하다. 초평호는 볼거리도 풍성하다. 두타산 형제봉에서 내려다본 초평호 인근 형상은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 한반도와 유사한 지형이 전국에 여러 곳 있지만 가장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이 한반도를 끼고 승천하는 모습으로 보여 성공의 기운을 얻는 땅으로도 불린다. 초평호를 따라 조성한 둘레길인 ‘초롱길’은 진천군을 대표하는 산책길이다. 농다리로부터 초평호를 따라 1㎞의 친환경 나무데크길과 1.7㎞의 트레킹길로 꾸몄다. 금빛 물결 출렁이는 초평호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올레길이 부럽지 않다. 초평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하늘다리도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는 묘미는 한번 즐겨 볼 만하다. ●천주교 순교자들의 본향 배티성지 백곡면 양백리에 있는 배티성지는 대한민국 최초의 천주교 신학교인 조선교구신학교 터가 있는 곳으로, 천주교 박해기의 교우촌이자 순교자들의 본향이다. 2011년 3월 충북도 기념물 150호로 지정했다. 배티는 배나무고개라는 뜻이다. 동네 어귀에 배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명소화 사업을 추진해 한국천주교회의 첫 번째 신학생이자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 기념관과 순교박해박물관이 들어섰다. 최양업 신부의 일대기와 그가 스승에게 쓴 서한문, 천주교 신자들을 고문했던 도구 등을 보며 믿음으로 고난을 이겨냈던 천주교 신자들의 처절했던 삶을 느낄 수 있다. 최양업 신부 선종 150주년 기념 대성당도 지었다.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으로 숨어들기 시작한 것은 1801년 신유박해 이후로 알려졌다. 신자들이 배티를 택한 것은 예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던 오지인 데다 충청도와 경기도 접경에 있어 숨어 살기에 적당해서다. 이후 박해가 계속되면서 신자 수가 점점 늘어나 1830년대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거주하는 교우촌이 형성됐다. 1850년에는 성 다블뤼 신부가 조선대목구 신학교를 설립한 뒤 배티교우촌에 있는 초가집을 매입해 학교 건물로 사용했다. 1853년에는 최양업 신부가 이 초가집에 살면서 전국 5개 지역에 흩어져 있는 교우촌을 순방하며 신학생들을 지도했다. 병인박해(1866년) 이후 배티 일대 신자촌은 순교자를 내고 와해됐지만 1870년부터 다시 신앙이 싹텄다. 1890년에는 이곳에 교리학교가 세워졌다. ●김유신 장군 탯줄 보관한 태실까지 오롯이 진천은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 장군의 고향이다. 김유신 장군은 595년 진천읍 상계리 계양마을에서 태어나 15세에 화랑이 됐다. 삼국이 통일하는 데 가장 큰 업적을 남긴 명장으로 673년 숨을 거뒀다. 그의 고향답게 진천은 김유신 관련 유적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6곳에 달한다. 진천읍 문진로에 있는 길상사(충북도 기념물 제1호)는 김유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통일신라 때 사당을 건립해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다. 사당은 유실과 철폐 등을 거쳐 1926년 현재의 자리에 세워졌고 1976년 정화사업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4계절 전경이 일품이다, 특히 봄이면 벚꽃이 장관이다. 인근에는 김유신 장군의 탄생지이자 그의 탯줄을 보관한 태실이 있다. 태실은 자연석으로 둥글게 기단을 쌓고 봉토를 마련했다. 태령산 꼭대기를 따라 돌담을 산성처럼 쌓았다. 현존하는 태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구조형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인 김서현 장군이 축조한 만노산성도 만날 수 있다. 만노는 진천의 옛 이름이다. 진천에서 가장 높은 만뢰산 정상에 있는 만노산성에서 김서현 장군이 백제군을 방어했고, 김유신 장군은 만뢰산전투에서 백제군과 싸워 승리했다. 산성 형태는 정상부를 둘러싼 태뫼식이며 계곡의 능선을 따라 성벽을 축성했다. ●한국의 범종 한자리에서 보는 종박물관 진천은 국내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조사된 석장리 고대 철 생산 유적지와 고대 제철로가 발견된 곳이다. 철과 깊은 인연이 있는 진천에 국내 유일의 종박물관이 건립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한국 종의 예술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자 2005년 9월 개관했다. 전시공간은 3곳으로 나뉜다. 상설 전시실은 한국 범종의 역사, 종 제작 방법, 종의 과학적 기술 등을 보여 준다. 종소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세계의 종 전시실에서는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실제 생활에 쓰이는 종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공예, 현대미술 등을 전시한다. 전시실 밖에는 타종 체험장이 있다. 축소 제작한 성덕대왕 신종과 생거진천 군민의 종을 타종해 볼 수 있다. 개관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연간 4만여명이 다녀간다. 원보현(45) 종박물관 학예사는 “한국의 다양한 범종을 한자리에서 보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종박물관 설립에 가장 많이 기여한 인물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12호인 원광식(74) 주철장이다. 그는 자신이 수집하고 제작한 범종 150여점을 기증했다. 원 주철장은 그동안 국내 최대 범종인 세계평화의 종을 비롯해 총 7000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주요 사찰 및 지자체 범종을 제작했다. >> 먹거리 ●붕어요리와 시래기 ‘환상의 짝꿍’ 중부권 최대의 낚시터로 알려진 초평호는 붕어, 잉어, 가물치, 뱀장어 등이 많이 서식해 전국의 낚시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으로 주변에는 민물고기 요리를 취급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그 가운데 ‘붕어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붕어마을’ 음식촌이 조성돼 인기 향토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11개 업소가 붕어요리 전문업소로 성업 중이다. 가장 사랑받는 요리는 붕어찜과 붕어조림이다. 커다란 참붕어에 칼집을 내고 갖은 양념을 넣어 찌는 붕어찜과 양념을 끼얹어 가며 윤기가 나도록 졸여 내는 붕어조림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붕어살을 다 발라 먹은 후 양념에 볶아 먹는 밥도 일품이다. 시래기는 진천 붕어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붕어 음식은 비린내를 잡는 게 관건인데, 초평 붕어마을은 시래기로 비린 맛을 극복했다. 시래기 붕어찜은 2005년부터 진천군 향토 음식으로 주목받아 충북도 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연속 대상을 차지했다. 붕어요리는 몸에도 좋다. 붕어가 불포화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초평 붕어마을에서 붕어찜을 먹으며 두타산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자연과 잘 조화된 호반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붕어찜은 1인분에 1만 3000원이다. 초평면 붕어마을 광장에서는 해마다 10월에 붕어찜 축제가 열린다. 하루만 진행하는 축제이지만 3000여명이 몰려든다. 붕어찜 요리 시연, 무료 시식회, 맨손으로 민물고기 잡기 대회, 노래자랑 등이 펼쳐진다. 김민기 군 위생팀장은 “진천 붕어마을은 대물림업소들이 많고 시래기와 무가 충분히 들어가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며 “붕어찜 축제 기간에는 평소의 절반 가격에 붕어찜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황근지 붕어마을 번영회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과 경기, 대전 지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붕어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전국에서 초평이 유일하다”고 자랑했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한 조각 글이 영웅·악마 가른다

    [고전으로 여는 아침] 한 조각 글이 영웅·악마 가른다

    조선 후기 명재상이었던 채제공이 붓을 사용할 때 경계해야 할 일에 대하여 적은 글입니다. 붓을 사용한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말인데,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글을 통해 소식을 듣고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며,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역사를 기록하였습니다. 공자는 ‘춘추’라는 역사책을 쓰면서 의리를 기준으로 인물을 평가하여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역사의 심판을 받게 하였습니다. 역사 속의 수많은 문인은 자신이 쓴 글이 빌미가 되어 죽음을 맞았으며 어떤 경우에는 죽은 뒤에 문제가 되어 관이 파헤쳐지고 시신이 갈기갈기 찢기는 부관참시의 형벌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기에 백성을 계몽시키는 수단도 글이었고 일제 침략기에 일본 제국주의를 선전하며 백성을 현혹시킨 것도 글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현대사에 들어선 독재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고 왜곡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정권에 비판적인 글을 썼던 수많은 지식인을 탄압하였습니다. 과거에는 글을 생산해 내는 역할이 언론인과 지식인 정도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인터넷 시대인 오늘날은 각기 영향력은 달라도 읽고 쓸 줄 아는 모든 사람이 글의 생산자가 되었습니다. 한 조각의 글로 인해 평범한 사람이 순식간에 영웅도 되고 악마도 되는 세상입니다. 때로는 그 글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글은 그만큼 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 매 순간 쏟아지는 글자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붓놀림은 과연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채제공(蔡濟恭·1720~1799) 조선 후기의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본관은 평강. 71세에 좌의정이 되었을 때에는 정조의 절대적인 신임 아래 우의정과 영의정 없이 혼자 3년간 정승의 자리에 머물면서 국정을 도맡아 처리하였다. 문집으로 ‘번암집’이 전한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www.itkc.or.kr) ‘고전산책’ 코너에서는 다른 고전 명구나 산문, 한시 등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부고]

    ●이욱현(군산신경정신과 원장)씨 별세 상배(퍼시스 상무)철중(오라클아시아태평양본부 매니저)승은(가천대 교수)승진(미국 거주)씨 부친상 최종호(전 HMC투자증권 홍보이사)권종완(미국 어플라이드머트리얼스 이사)씨 장인상 1일 군산 금강장례식장, 발인 3일 오전 10시 (063)445-4188 ●김대성(글로벌이코노믹 M&A연구소 소장)씨 부친상 1일 전주 대송장례식장, 발인 3일 오전 8시 (063)274-0761 ●이문섭(물나무사진학교 대표강사)준섭(클로버텐진과기유한공사 대표이사)정희(에코 이사)씨 부친상 고성훈(부영그룹 홍보이사)씨 장인상 29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02)2258-5940 ●김재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씨 부친상 1일 서울대병원, 발인 3일 오전 5시 (02)2072-2011 ●김필곤(JW케미타운 공장장)완곤(현대스틸산업 과장)씨 부친상 이해준(자영업)정상욱(서울양천경찰서 경위)정래현(삼성전자 차장)씨 장인상 1일 고려대 구로병원, 발인 3일 오전 6시 070-7606-4216 ●권경안(조선일보 호남취재본부장)씨 부친상 김일섭(푸팅클럽 본부장)최태봉(광주도시철도공사 신호팀 과장)씨 장인상 정희성(광주상일중 교감)씨 시부상 1일 광주 조선대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062)231-8901 ●송창석(전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차장)씨 별세 승호(LG전자 연구원)예나(위드미에프에스 디자이너)씨 부친상 방수라(LG전자 연구원)씨 시부상 진범준(코오롱인더스트리 대리)씨 장인상 29일 서울 양천구 목3동성당, 발인 3일 오전 6시 50분 (02)2644-6633 ●갈원일(한국제약협회 부회장)씨 장인상 1일 통영 숭례관, 발인 3일 오전 9시 (055)641-2828
  • [열린세상] 왕사, 정도전을 생각함/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열린세상] 왕사, 정도전을 생각함/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항우와 유방이 맞붙었던 초한대전(楚漢大戰)의 승자로 예견됐던 인물은 항우였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한 것은 한고조 유방이었다. 중원의 패권을 차지한 유방은 낙양의 남궁(南宮)에서 주연을 베풀면서 자신이 항우를 꺾고 승리한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고기(高起)와 왕릉(王陵)이 ‘항우는 승리해도 이익을 남과 나누지 않은 반면 폐하는 이익을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대답했다. 유방은 ‘그대들은 한 가지만 아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진단을 내놓았다. 자신이 참모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계책을 꾸미는 능력은 자신이 장자방(張子房:장량)만 못하고, 경제는 소하(蕭何)만 못하고, 군사작전 능력은 한신(韓信)만 못하다고 자인했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을 등용할 수 있었기에 천하를 장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방은 “항우는 범증(范增) 한 사람도 제대로 등용하지 못했으니 이것이 그가 내게 포로가 된 까닭이다”라고 말했다(‘사기’ 고조 본기). 그전에 항우의 책사였던 범증은 유방을 홍문연(鴻門宴)에 끌어들여 죽이려 했다. 최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쓴 ‘항우의 부하 항장이 칼춤을 추는 것은 그 뜻이 패공(유방)에게 있다’는 뜻의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란 고사성어는 바로 이 연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때 항우가 유방을 제거했으면 중원의 패권이 달라졌겠지만 유방의 책사 장량은 항우의 숙부 항백(項伯)을 끌어들여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범증은 “항왕(項王:항우)의 천하를 빼앗을 자는 반드시 패공(沛公:유방)일 것”이라는 말을 남긴다. 결국 초한대전은 참모를 다수 거느린 유방의 승리로 끝났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사는 참모사다. 그러나 한국사는 예나 지금이나 군주 한 명이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군주사다. 조선 건국의 설계사 정도전 정도가 그 예외적인 존재라고 할 것이다. 정도전은 취중에 종종 “한고조가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곧 한고조를 쓴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태조실록’은 전한다. 실제로 이성계는 정도전을 왕사(王師), 곧 스승의 예로 대했다. 이성계는 북벌 준비를 위해 도선무순찰사(東北面都宣撫巡察使)로 북방에 나가 있는 정도전에게 서신과 옷을 보내면서 ‘송헌거사’(松軒居士·‘태조실록’ 7년 2월)라는 당호(堂號)를 사용했다. 정도전에게만은 군신관계로 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스승 사(師) 자가 붙은 참모들의 공통점을 보면 하나같이 천하 백성들의 근심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맹자(孟子)는 “들판의 백성(‘丘民’)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를 얻으면 제후가 되고, 제후를 얻으면 대부(大夫)가 된다”(‘맹자’ 진심(盡心) 하)라고 말했다. 가장 힘이 없는 것 같은 들판의 백성을 얻을 수 있어야 천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들판의 백성을 얻으려면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고려 말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토지 문제였다. 소수의 권귀(權貴)들이 나라 안의 토지를 다 차지한 결과 대다수 백성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들판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일하고서도 가족 하나 건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도전은 바로 이 문제를 새 나라를 개국할 수 있는 역성혁명의 첩경으로 여겼다. 정도전은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에서 “전하(이성계)께서는 잠저(潛邸·즉위 전의 집)에 계실 때 직접 그 폐단을 보시고는 개연히 사전(私田) 혁파를 자신의 소임으로 여기셨다”라고 말했다.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고초를 직접 체험하고 토지개혁을 새 나라 개창의 명분으로 삼게 했다는 뜻이다. 지금 ‘헬조선’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과제도 소득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정책적 대안과 그를 실현할 능력과 리더십을 누가 갖고 있는가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덧셈과 뺄셈이라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정도전 같은 역사적 시각을 누가 갖고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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