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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로교육자 김정옥씨 「바람직한 예절」 펴내

    ◎“직위에 「님」자 붙이는건 무리없는 예의”/“다수의 사람이 부담없이 쓰면 그대로 따라야/수많은 예법도 결국은 진정한 겸손에 달린것” 어떤 사람이 자신보다 높은 위치의 사람을 만나 악수를 나누게 됐다.그는 서양예법인 악수로 인사를 나눌 때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가볍게 손만 흔드는 것이 옳은 줄 알고 있었지만 상대를 본 순간 너무 황송한 마음에 그만 깊숙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아차했다고 한다.이 사람의 인사태도는 예의에 어긋난 인사방법이었을까. 원로교육자 김정옥(84·학교법인 동구학원 이사장)씨가 최근 「우리것을 지키는 것이 세계화」(정우사)라는 부제의 책자 「김정옥선생의 예절교육」을 펴내고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대중이 즐겨 좇는 예의,다수가 실행하는 예법을 현대의 바람직한 예절이라고 소개,경우에 따라 우리가 취해야 할 예의범절의 기준을 깨닫게 해준다. 세계화시대를 맞아 어느새 예법도 국제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나라에 따라 또 학자별로 의견이 분분하다 보니 어느쪽을 따라야할지 막연할 때가 많은데 그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예법의 갈래도 결국은 우리 맘의 공손,즉 진정과 겸손에 달렸다』고 밝혔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 주변에서는 선생님·부모님·장관님·사장님 등 지위나 직위와 관련해서 「님」이라는 존칭어를 많이 붙이지만 혹자는 이를 아첨성 존칭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사용을 망설인다.그러나 때로는 「님」이라는 존칭어가 이중의 존경어처럼 쓰여진다 해도 다수의 사람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면 함께 사용하는 것이 무리없는 예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나와 관련된 경우엔 함부로 「님」자를 붙여선 안된다고 설명했는데 이를테면 남에게 자신의 부모를 소개할 때 『저의 아버님·어머님이십니다』는 예의에 어긋나고 『저의 아버지시고 어머니십니다』가 맞다는 것이다.이는 우리의 오랜 전통상 나와 관계된 사람에게는 존칭을 빼는 것이 겸손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말 예법속에 자신의 부모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자신의 남편등을 올려 말하는 자존풍조가 많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김씨는 그밖에도 예나 지금이나 어느곳에 살던 변함없이 남녀가 동시에 해서는 안될 예의로 아는 체하는 행위,말참견,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위,약속불이행,후배를 괴롭히는 행위,우는 행위,시치미떼기,상식밖의 행위를 지적하기도 했다.
  • 한지/“수명1천년”…가장좋은 지공예품 소재(한국문화 세계의길:8)

    ◎인형·판화용지·옷감으로 이미 세계적 호평/양산체제 갖추고 「비닐대체 연구」 뒤따라야 「지천년 마오백년」(지천년 마오백년).「종이는 1천년,헝겊은 오백년」이란 뜻으로 우리 한지의 긴 수명을 강조할때 흔히 쓰는 말이다.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다라니경(국보126호)이 종이수명 1천3백여년을 누리고 있고 신라때의 대방광불화엄경(국보196호 호암미술관 소장)의 지수가 올해 1천2백41세이고 보면 이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닥종이를 원료로 한 우리 한지의 우수성은 비단 그 수명에서 뿐만 아니라 질에 있어서도 예부터 호평을 받아왔다.일본 서지학자 야기는 『신라의 백추지(한지)는 다른 어떤 종이와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훌륭한 종이로 중국에서까지도 천하제일이라고 하여 소중히 여겼다』고 기록했다.고려지,즉 한지는 최상품의 주요 조공품이었고 17세기 중국의 기술서 「천공개물」은 『조선의 백추지는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감탄하고 있다. ○옛부터 천하제일 명성 오늘의 한지도 세계적 명성을 지니고 있다.재독작가 김영희씨가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우리 고유의 닥종이 인형과 한지작업을 통해 인기를 누리고 있고 파리에서 활동중인 패션디자이너 이미금씨는 한지를 이용한 의상을 선보여 현지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최근엔 파리의 화랑가에서 한지가 미술작가들의 인기소재로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한국국제교류재단이 한국문화를 해외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최근 펴낸 「KOREAN CULTURAL HERITAGE」(한국의 문화유산)시리즈 첫권도 한지를 우수한 문화품목으로 실었다.지난해 5월 손주환 당시 재단이사장이 기획,출간해 세계 1백36개국의 도서관등 관련기관에 무료배포할 이 학술시리즈 첫권에서는 한지의 특징과 제작과정,이용분야를 알기 쉽게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한편 재독작가 김영희씨의 닥종이인형은 정제가 덜된 거친 한지인 닥종이를 이용한 손작업을 통해 한국인과 한국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작품.지난 81년 서독 뮌헨서의 첫 해외전시회이후 독일전역과 스위스,네덜란드,프랑스의 민간·정부초청 전시회를 꾸준히 가져오며 현지 언론과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또 이미금씨는 지난해 4월 파리근교 소나무회 전시장에서 전통 한복의 선과 색감을 서양의상에 응용한 한지패션쇼를 열어 패션의 새 영역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일서 인쇄지 이용 계획 그러나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한 한지의 상품화는 아직 부진한 형편이다.미술전문서적 출판사인 API가 조선시대 민화를 한지에 판화로 찍어낸 판본민화를 세계시장에 내놓은게 그나마 한지 상품화의 한 예일 정도이다.지난 93년 전통 닥종이를 서른세겹 겹친 「구아리랑」이란 판화지의 실용특허를 받아낸 API는 지금까지 모두 34종의 판본민화를 개발해냈다.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 판본민화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던 API는 이 판본민화를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내놓기 위해 영국,오스트렐리아등지에서 시장조사중이다. ○보석함·장롱 제조 가능 현재 세계시장에서는 종이를 이용한 각국의 고유상품들이 활발히 유통되고 있어 우리도 전통 한지를 이용한 문화상품의 세계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멕시코의 경우고유의 종이에 인디언 문양을 넣은 복제품을 각국 백화점에 내놓아 여행객들의 기호품으로 자리잡게 했고 가까운 일본만하더라도 한지원료를 가공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어 한지의 종주국인 우리의 체면을 깎고 있다.특히 일본의 경우 수명이 긴 한지를 도서등 인쇄용 재료로 이용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편지지,편지봉투,포장지,부채,가구등 한지 특유의 질감과 빛깔을 살린 상품들이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는데 이들 상품의 세계화를 모색해볼 만하다.또한 상품화는 되지 않았지만 작품단계에 머물러 있는 오색한지공예나 지승공예도 세계화할 수 있는 문화상품이다.한지를 덧붙여 색채를 넣는 오색한지공예의 경우 내구성에 특유의 자연스런 색채감과 질감까지 갖추고 있어 상품화가 될 경우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특히 한지를 꼬아 만드는 지승공예의 경우 보석함,장롱등 가구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지공예의 장점은 단단함인데 한지에 식물성기름을발라 만든 갑옷은 화살도 뚫지 못할 정도여서 조선시대 한지는 갑옷,화살통,비옷,우산등에 쓰여졌다. 한지의 이같은 특성에 착안,과학기술처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장시설을 통한 우수 한지의 대량생산을 위해 과학적으로 한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통상산업부는 최근 김치·도자기등과 함께 한지를 수출용 전통상품 유망 14개 품목에 포함시켜 집중육성하기로 했다. ○산업화 적극 지원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지를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인 연구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임영주 전통공예관 관장은 『한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와 한지공단을 정부차원에서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양의 종이가 1백년을 견디지 못하고 훼손되는데 비해 한지의 수명은 1천년 이상이고 또 비닐등을 대체해 쓸 경우 공해요인을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는만큼 과학적 응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기호 오색한지공예연구회장은 『현재 개인적 작업단계에 머물러 있는 지공예나 지승공예작가들이 조직적으로 산업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경우 한지의 문화상품화와 세계시장 진출은 쉽게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한지 어떻게 만드나/닥풀·섬유소에 풀어 종이액 걸러내/닥나무 속껍질 가려 양잿물에 삶아 한지의 특장은 무엇보다도 직접 손으로 만들어가는 제작과정의 정성에서 나온다.베어낸 닥나무를 다발로 묶어 가마솥에 세워 놓고 가마니로 둘러싼 뒤 물을 붓고 불을 때서 삶는다.겉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삶아지면 꺼내서 껍질을 벗겨 말린다.건조된 껍질을 물에 불려 발로 밟은 뒤 하얀 내피부분만 가려낸다.이 내피를 양잿물 섞인 끓는 물 속에서 3시간 이상 삶아 물을 짜낸다.여기에 닥풀뿌리를 으깨서 짜낸 닥풀과 섬유화된 재료를 넣고 잘 저어서 고루 풀리게 한 다음 발에 종이액을 걸러서 떠낸다.이런 과정을 거쳐 흰 빛의 통기성 강하고 질긴 한지가 나오는 것이다. 현재 이런 공정을 거쳐 한지를 만들어내는 공방은 전국에 걸쳐 1백여개.전주한지나 원주한지 등 수공업공장 형태의 한지제작사는 손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이 영세성을면치 못한 채 근근히 맥을 잇고 있는 형편이다.한지 전문 기술인들이 점차 줄어 들어 제대로 된 한지를 만드는 공방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여서 보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재불 패션디자이너 이미금씨 소견/질감좋고 색상고와 외국인 선호/“한지상품 상설전시관 아쉽다” 『각국의 백화점 전시장 등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한지와 함께 한지로 만든 상품을 상설 전시해야합니다』 재불 패션디자이너 이미금씨(35)는 우수한 한지를 세계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파리근교의 소나무회 전시장에서 한지 의상전시회를 했을 때 외국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전시가 끝나고 나서 의류업계와 컬렉터들로부터 상품화 제휴가 몰려들어 곤혹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덕성여대 섬유과를 졸업하고 현재 파리 8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는 파리장식의상미술학교 재학 중이던 85년부터 퐁피두센터에서 한지를 이용한 의상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그는 한지가 외국인들의 눈을 끄는 이유를자연적인 소재와 색채를 주로 이용하게 된 패션계의 최근 추세 말고도 한지가 갖고있는 고유의 장점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 각국의 종이를 모두 소재로 써봤는데 닥종이를 이용한 한지 만큼 자연스런 멋을 내는 소재를 보지 못했어요.한지는 견고하고 자체의 질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염색할 때 나타나는 색상이 정확하고 산뜻해 외국의 작가들도 아주 좋아해요』 서울에 올 때마다 인사동 골목을 뒤져 각종 닥종이를 구입해간다는 이씨는 파리의 화랑과 외국작가로부터 한지 구입요령을 알려달라는 주문을 적지않게 받는다고 밝혔다. 종이작업 작가들의 전시회로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판화미술제(SAGA)에는 종이를 판매하는 회사들도 함께 참여하는 만큼 정부 지원으로 한지를 상설 전시하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클 것이라는 귀띔도 했다.
  • 니코틴이 사고력 높인다곤 했으나(박갑천 칼럼)

    담배가 들어온 초기에는 그것이 어떤 질병을 다스리는 것이라고들 생각했던 듯하다.이수광의 「지봉유설」(식물부)에도 그런 글귀가 보인다.『…담배는 가래와 하습을 없애주고 기를 내리며 술을 깨게한다.사람들이 이걸 심어 그법을 쓰고있는데 효험이 크다.…』 「하멜표류기」(조선국편)에는 엉뚱한 얘기도 쓰여있다.즉,조선 사람들은 아이들도 너덧살만 되면 담배를 피운다고 써놓은 대목이 그것이다.하지만 이는 내용을 잘 몰랐던데 기인한다.횟배가 낫는다는 속신때문에 피웠던 것이니 말이다.그 뿐 아니라 조선시대 서예가 이광사는 또 담배원산국(귀국)에서의 「신령스런효험」얘기를 남겨놓고도 있다.그 나라에서는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산에 내다버리는 만풍이 있었는데 어느 왕비가 중병에 걸려 갖다버렸는 데도 살아났다.향기 짙은 풀냄새를 맡아서였다는 것으로 그게 곧 담배였더라는 내용이다. 담배를 피우면 오히려 가래가 끓는다는건 애연가들이 경험해 오는터다.그런데 그걸 다스리다니….어린애들 횟배는 정말로 나았던걸까.또 그 왕비는 어김없이 담뱃잎 향기를 맡고서 염라국 문턱에서 되돌아왔던 것일까.아무래도 초기에 있었던 일부 인사들의 미화론 같다는 생각이다.그때도 이덕무 같은 학자는 배초십폄설로 그 폐해를 논했을 만큼 예나 이제나 유해론 쪽이 강세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도 가끔씩 이익론이 튀어나오곤 한다.몇해전 한 일본학자가 주장한 것도 그것이다.그는 담배피우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노인성치매)에 걸리는 율이 낮다고 했다.그의 말은 곧장 애연가들의 「끽연합리화」로 이어졌다.그런데 이번에는 프랑스의 파스퇴르연구소와 제네바의 글락소 분자생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이 니코틴에는 사고력 촉진효과가 있다고 발표하여 주목케 한다. 사물은 긍정·부정의 양면성을 지닌다.가령 은행의 경우를 보자.그것은 담이나 삭뇨증(수뇨증)·혈변·충치·하혈…등을 다스리는 약효를 지녔다고 말하여진다.그러나 그것 1천개를 먹으면 죽는다 했고(「연수서」)『어린애는 반되 남짓만 먹어도 죽는다』(「패관잡기」)고 했을 정도로 독성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담배 또한 그런 양면성이 있긴 하는 것이리라. 지난해는 21년만에 처음으로 담배소비량이 줄어들었다 한다.이는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닐는지.
  • 경칩(외언내언)

    6일은 경칩.개구리 등 얼어붙은 땅속에서 겨울 잠을 자던 생물들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절기다.이제 춥고 지루했던 겨울의 그림자는 밝고 따뜻한 봄빛에 씻기고 만물은 생동하기 시작한다. 농촌에서는 이날 몸을 보한다고 물괸곳을 찾아가 개구리알을 건져 먹는가하면 위장병에 좋다고 단풍나무를 베어 거기서 나오는 물을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환절기에 건강관리가 중요한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다.만물이 소생하는 절기라 잃었던 입맛도 되살아난다. 농가월령가는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먹세/고들빼기 씀바귀요 소루쟁이 물쑥이라/달래김채 냉잇국은 비위를 깨쳐나니」라고 적고 있다.우리조상들은 경칩날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했다.해동을 기다려 집안팎을 살피고 손질하는 생활의 슬기였다. 경칩으로 부터 봄의 입김은 시작되지만 바람만은 아직도 겨울의 끝을 놓아주지 않는다.「꽃샘 바람에 김칫독이 깨진다」는 속담도 있다.그러나 보리싹만은 꽃샘바람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억세고 참을성 있게 오랜 겨울을견디어 내고 하늘을 향해 지표를 뚫는다. 생동의 계절,농촌의 손길은 바빠지게 마련이다.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한 갖가지 농사준비가 이제부터 시작된다.봄에 돋는 싹이 견실하고,피는 꽃이 탐스러워야만 가을의 결실이 풍성해지기 때문이다.봄의 햇빛은 모든 공간을 따뜻하게 하고 숲과 들판에 아름다운 새옷을 입혀준다. 사회의 음지에도 봄의 따스한 햇빛이 들고 온갖 고통과 시름,실의와 좌절,그리고 비생산적인 모든 것들이 겨울의 그림자와 함께 자취를 감췄으면 싶다.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닫혔던 마음의 창을 활짝 열어 젖힐 계절이다.훈훈한 봄기운을 마음껏 들이 마시면서 크고 우람한 걸음을 우리함께 힘차게 내디뎌 보자.
  • 중기 세무조사 완화/부가세 등 세율인하 추진

    ◎추 국세청장,올 국세운용방향 밝혀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최소한으로 억제된다.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의 세율은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추경석국세청장은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95년 국세행정운용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현재 3%선인 중소기업의 조사비율을 차츰 낮추겠다』며 『생산적 중소기업에는 징수유예나 납기연장 등의 지원도 하겠다』고 밝혔다. 추청장은 『지난달말 부가세 확정신고를 받아본 결과 자진납부실적이 좋았다』며 『납세실적이 적정수준까지 올라가면 내년부터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각종 세목의 세율을 낮춰달라고 재경원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진신고체제로 바뀜에 따라 세무대리인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세무사시험을 자격시험에서 예정인원제로 바꿔 합격인원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 정부의 농어업육성 의지(사설)

    농림수산부를 비롯한 4개부처장관이 배석한 15일의 청와대 농정개혁추진회의는 농어촌발전을 위한 통치권자의 강력한 정책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난 모임이었다고 할수 있다.이날 회의에서는 이미 추진중인 농어촌발전대책의 점검과 함께 농어민 무료진료및 대출한도확대실시계획등이 새로 선을 보였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이 농어촌고교생의 대학특례입학문제등을 포함한 보다 획기적인 농어촌교육활성화방안을 마련토록 한 지시내용은 지금까지 발표된 어떠한 대안들보다도 농어민 가슴깊이 와닿는 실효성을 지닌 것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농어촌생활안정의 요체는 농어촌교육활성화에 있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핵심을 찌르는 것이다.농어촌을 지키려는 영농후계자나 어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녀교육문제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다.그들은 도시 못지않게 자녀교육을 시킬수 있다면 어떤 고통이라도 감내할수 있다는 결연함을 보인다.그렇지 못한 현실때문에 농어촌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드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농어촌고교생의 대학 특례입학 방안에대해 관련부처의 긍정적인 검토와 실현의지의 발현을 촉구한다.그뿐 아니라 농어촌의 초·중·고교 교육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려 기초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농어촌 학생들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도록 당부한다.이농현상이 심화되는 국가산업발전의 불균형 상태로는 무한경쟁에서 이길수 있는 밑바탕인 교육의 힘을 창출해내기 어렵다. 농어촌교육활성화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지학교 교사들의 근무수당을 늘리고 승진·전보상의 혜택을 주는 조치등이 강구돼야 한다.대학특례입학과 관련,의과나 농과대학등은 졸업후 일정기간동안 출신지역의 관련기관에서 근무토록하는 방안도 생각할수 있다. 이와함께 의료및 각종 문화·레저시설의 확충을 통해 농어촌에서 사는 것이 피해를 보는 일이 아님을 피부로 느낄수 있게 하는 생활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
  • 개혁시대 리더/이영희 인하대 교수·법학(신 지도자론:11)

    ◎시대정신 미리 읽고 비전 제시해야/위압 아닌 설득으로 의식변화 유도/환부도려낼땐 난관 있어도 용단을/언행 일치해야 국민신뢰… 인기에 영합해선 안돼 우리는 지금 개혁시대에 살고있다.개혁은 두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하나는 뒤떨어진 상태를 빨리 극복한다는 차원이며,또 하나는 새로운 미래를 적극적으로 열어 나간다는 의미에서 이다.지금 우리에게는 이 두가지의 개혁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개혁시대의 지도자상은 어떤 것일까.지금 이 시대에 있어서 우리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과 자질은 무엇일까.구체적 현실과 인물을 도외시한채 단지 이상적 또는 추상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은 다소 부질없는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하지만 여기서는 하나의 평가척도를 세워본다는 정도의 생각에서 몇가지의 요건을 말해보기로 한다. 먼저 무엇보다도 개혁지도자는 개혁의 비전과 철학을 분명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이것은 단지 지금 어떤 개혁이 요구되고 있는가 만이 아니라,개혁이 왜 요구되며,그러한 개혁이 갖는 시대적,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를지도자가 투철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함을 뜻하다.따라서 지도자는 역사적 안목을 가져야 하며,시대정신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이러한 바탕 위에서만이 개혁의 목표와 방향이 제대로 정립될 수 있을 것이며,개혁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독의 전총리 빌리 브란트가 독일통일의 기초가 된 「동방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평화및 긴장완화 정책의 추구만이 동구 사회주의권의 장벽을 뚫을 수 있는 단초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개혁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이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개혁은 무엇보다 용기를 필요로 한다.많은 경우에 있어 그것은 남들이 생각은 하였지만 감히 손대거나 실천하지 못한 내용들이다.따라서 개혁은 때로는 매우 외롭고 힘든 결단이기도 하다.우유부단한 사람,누구에게도 밉게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것저것 모든 것을 다 재는 사람은 개혁을 할 수 없다.그런 점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성격의 지도자가 개혁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개혁은 결코 만용적으로 행하여질 수 없는 것이며,용기만이 개혁을 해낼수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실천한 공직자 재산공개,금융실명제,부동산 실명제,정부조직개편의 예나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동서냉전과 소련의 정체상태를 타개한 「페레스트로이카」는 「필요악」을 감수하고라도 환부를 도려낼 결단성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셋째로 개혁지도자는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개혁은 진지한 것이어야 하며,인기에 영합하거나 위신적이어서는 곤란하다.그러한 개혁은 곧 들통이 나고 실패하기 마련이다.개혁지도자는 바로 그 개혁의 화신이고,산 준거가 되어야 한다.물론 개혁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도덕성은 윤리적,종교적 지도자에 요구되는 정도의 높은 품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고,재산을 위장하는 것이 아니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필리핀의 막사이사이가 공산주의와 보수 기득권층의 도전을 딛고 대통령에 당선,농지개혁과 관리들의 재산공개등을 추구할 수 있던 힘은돈의 유혹을 물리치도록 호소할수 있는 그 자신의 정직·청렴에서 나왔다. 넷째로 지도자는 설득력을 갖추어야 한다.위압적으로 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혁명이며,민주시대에 맞지않는 개혁이다.개혁은 스스로 설득력을 가져야 하며 그것이 결여된 개혁은 성공할수 없다.따라서 개혁지도자는 문제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반대자들의 논리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설득은 상대방을 굴복이 아니라 납득시키는 것이며,따라서 그것은 민주적 리더십의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낫세르와 사다트가 뛰어난 외교수완가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전자는 내정에 실패하고 후자는 성공한 것은 사다트가 「아랍국가」보다는 「이집트 국민」의 복리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킬수 있었던 데서 연유한다. 끝으로 개혁지도자는 유연성을 갖추어야 한다.개혁은 실패할 수도 있고,돌아가야 할 때도 있고,속도를 늦추어야 할 경우도 있다.개혁은 그 과정에서 미처 예견하지 못한 문제나 걸림돌에 얼마든지 직면할수 있으며,때로는 임기응변적으로 이를 극복하여야 한다.개혁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며,시행착오는 개혁의 속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경직된 사고야말로 가장 경계해야할 개혁의 실패요인이다. 국민의 열렬한 성원속에 등장했다가 독선에 빠져 마키아벨리스트의 변종으로 전락,비참한 최후를 맞은 지도자들은 동서고금에 얼마든지 있다. 개혁시대란 역사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한 시대라고 할수 있다.개혁의 성공여부는 우리 역사의 모습을 바꿔놓을 수 있다.개혁은 역사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고 새로운 역사를 전개시킬 수도 있다.불행히도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기에 훌륭한 지도자를 갖지 못하였다.물론 오늘의 시대는 지도자만을 기대하거나 쳐다보아야 할 시대는 아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혁시대를 제대로 이끌어갈 리더십이 간절히 소망되고 있는 것은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 「양곡 자급률 29%」의 충격/논설위원 우홍제

    ◎식량정책의 각성 시급하다 2백년전 영국 경제학자인 맬서스의 「인구론」은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를 따르지 못하는 토지의 수확체감현상을 이유로 인류장래를 극히 비관적으로 보았다.경제학이 한때 우울한 학문(dismal science)으로 불리웠던 까닭이기도 했다. 물론 당시의 맬서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발전의 원동력인 기술혁신에 의한 생산성증대효과를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한 것으로 지적된다.그러나 비록 맬서스식의 기우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인류가 사는 지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식량위기의 불안감을 안고 태양계를 돌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냉전체제가 끝나고 자국의 경제이익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는 무한경쟁의 세계경제전쟁이 시작된 시대적 상황에서 식량이 갖는 특유의 전략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는 대목이다.그렇잖아도 요즘 세계는 유럽의 대홍수등 잦은 기상재앙으로 양곡생산이 줄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곡물 수출국들이 식량을 무기화하는 경향이 심화될 것이란 강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실정을 고려할 때우리나라의 지난해 양곡자급률이 사상최저로 29%에 지나지 않은 사실은 국민 모두에게 심히 우울한 충격을 줌과 아울러 농업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워 준 수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곡인 쌀이 87.8%로 비교적 높은 자급률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밀 0.1%,옥수수 1%,콩12%,기타10%로 다른 품목들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쌀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아돌아서 연간 수천억원씩의 과잉재고보관비가 문제될 정도였으나 다수확 정부미를 외면하는 식생활 고급화와 우루과이라운드 충격 등으로 증산체제가 무너지고 휴경면적도 날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어서 자급률 하락이 크게 우려된다.60년대와 70년대초반까지만 해도 80∼90%의 높은 자급도를 유지하던 국내 양곡생산은 공업화에 의한 고도성장의 자축파티로 샴페인 터지는 소리에 묻혀 크게 뒷걸음질한 것이다. 국내에서 비싼 돈 들여 곡식을 생산할 필요없이 공산품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로 사먹으면 더 좋다는 식의 비교생산비설이 경제관료들과 재계에서 유행처럼 일어 농업쇠퇴를 합리화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논리로도 식량자급률의 급락을 정당화할 수 없다. 우선 식량이 갖는 민족생존 및 안보관련의 정치사회적 중대성이 간과돼서는 안된다.이스라엘이 사막을 농토로 일궈내고,외화보유고가 1천억달러를 넘어 세계2위인 대만이 농업을 중시하는 까닭을 잘 읽어야 한다.봉건시대의 굶주림에서 벗어난 인구 12억 중국의 이식위천사상도 음미해 볼만하다. 공업과 공산품 우위만을 고집하는 성장전략이 산업기술발전의 불균형과 효율성저하를 초래하는 점도 시정돼야 한다.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생물유전공학연구지원강화는 다른 산업분야에도 유기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전체 과학기술의 상승발전을 부추긴다.식량의 전략적 가치를 일찍 터득한 미국이 지속적인 대규모농업투자와 고도의 기술개발로 세계곡물거래량의 60∼80%를 취급하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그들이 잘먹지도 않는 쌀등 곡물을 대량생산하는 터에 우리에겐 반드시 필요한 곡물생산에 미온적일 수는 없다.원유같이 생산을 기대하기 힘든 원자재면 몰라도 국제수지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증산가능한 식량의 대외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는 것은 경제안정화에 역행하는 현상으로 경계해야 한다. 세계적인 곡물파동으로 투기가 성행하고 값이 급등할 경우 우리가 받을 피해와 혼란의 파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또 북한이 식량난으로 허덕이는 모습을 볼때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농업의 국제경쟁력강화와 증산체제확립은 불가결한 과제다.때문에 3분의1도 채 안되는 양곡자 급률을 안정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최소한의 경지면적은 항상 유지해서 식량위기때에도 다수확품종의 증산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농작물재해 보험제도의 신설과 함께 농지소유권은 내국인이 갖고 외국인이 생산을 맡는 첨단 영농기술의 도입문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농약으로 범벅이 된 외국산 양곡이 국민건강을 해치는 문제도 가볍게 보아 넘겨선 안된다.토지정책도 한번 훼손된 농지는 복원이 거의 불가능한 사실을 깊이 염두에 두어 쉽게 공업지대로 전용하는 무분별함을 배제해야 할 것이다. 「버리고 떠나는 농촌」이 아니라 「돌아가는 농촌」으로 가꾸는 다각적인 정책이 절실한 때다.
  • 달라지는 풍속도(연변 조선족 1백년:13)

    ◎“마시고 즐기자”/개방바람 타고 「흥청망청」 확산/무도·오락·커피 3청 급증… 이혼율 높아져 중국조선족의 성분을 이주목적을 기준으로 해서 나눌 때 네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가장 비율이 높은 것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쪽박차고 건넌 빈농들이고,다음은 독립운동을 위해 이주한 일부 지사들이다.또 상인과 선교사·교육자 혹은 문학인들을 꼽을 수 있다.어떻든 모두 합쳐도 빈농의 수를 능가하지 못할 만큼 거의 호구지책을 위해 이곳에 모였다고 할 수 있다. ○88년 가라오케 첫 등장 여자들이라고 해서 집안에 들어앉아 남편의 시중이나 처분만을 바라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발벗고 나서서 무슨 짓이든 하지 않고서는 먹고 살지 못했다.억척여성이라는 명찰이 붙을 만큼 악착스럽게 일하며 살아왔다.지금은 그 노력의 대가로 겨우 먹고 살 만하게 되었다.그렇지만 80년대 들어서면서 자유화의 물결과 갖가지 외래문화의 범람으로 인해 조용하던 호수가 파문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1988년초 지금의 연길시 노동자문화궁 옆에 처음으로 「은방석다방집」이 생겨났다.그후 이어 「봉황루커피청」등 커피집이 또 문을 열었다.다음해는 더욱 다양한 서비스업종이 선을 보이게 되었다.이를테면 가라오케가 생겨 맥주를 마시며 마음껏 춤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가라오케는 이곳 조선족들의 오락적 성향에 맞아 더욱 번창되었다. 중국조선족의 음주는 중국의 다민족중에서도 단연코 상위에 속하며 노래나 춤도 둘째가라면 서운할 만큼 잘한다.술마시는데 독작과 대작이 있다.조선족은 대작을 즐긴다.대작이란 술상에서 서로 한잔 부어주고 한잔 받고 하여 서로 잔을 치면서 마시는 것이다.연변에서는 흔히 대작시에 『술은 권하는 맛으로 마시는 것이지 혼자 먹어서야 무슨 재미인가』하면서 상대방에 강권하면서 만취하게 만드는 음주풍속도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존재한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 1990년부터 연변의 가라오케는 급변하기 시작했다.밀폐식 단칸방에 흐린 색등을 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이지 않게 시설을 꾸몄다.그리고 여종업원을 채용하여 손님과 동석시켜 술시중을 들게 했다.손님의 청에 따라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말하자면 겉으로는 노래방이지만 내용상 카바레나 술집의 기능을 겸한 것이다.지금은 분업화된 서비스업종이 다양하게 성업중이다. 연변에는 부유층의 출현으로 향락과 소비성 유흥업이 계속 생겨났다.어느 통계에 의하면 1991년에 1백50개소밖에 없던 연길시의 가라오케가 다음해에는 4백36개소로 증폭했다고 한다.오랜 기간 사회주의 정책에 눌려 있던 조선족은 이러한 유흥업소가 더 없이 신기하고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출입하는 사람은 누구나 『돈이 많이 들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즐거움도 한번쯤 누려봐야지』하고 자위한다.그러나 전부터 있어온 나이트클럽이나 「야총회」「무도청」과는 달리 80년대 후반부터 생겨난 가라오케·술집·요리집·사우나 등은 일반서민층에게는 선망의 대상일뿐 경제적으로 발붙일 곳이 못된다. 연길시는 인구 30만명이 안되는 중형도시인데도 불구하고 1천5백여대의 택시가 바쁘게 뛰고 있다.이것을 비아냥거리는 말로 사람들은 『연길시는 세가지가 많고 한가지가 괴상하다』고 한다.즉,「유흥장소가 많고,주정뱅이가 많고,택시가 많으며 자전거가 택시를 탄다」는 것이다.이러한 급작스러운 변화는 결국 음성적인 매춘행위의 범람을 초래하게 했다.이윽고 당국이 메스를 들었다.1993년 자치주인민정부에서는 「문화오락업과 음식·봉사업 등 업종의 경영장소질서를 참답게 정돈하고 엄하게 관리하는 데 관한 통고」라는 긴 제목의 통제문이 공표되었다.밀폐식 단칸방이 금지되고,조명도 10촉 아래는 안되게 되었다.이때 많은 업소가 폐소되었고 수백명이 처벌을 받았다. ○한국과 교류도 원인 산업화의 물결이 일어 시장경제가 도입된 이래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고 외화수입도 늘어났다.그러나 구질서의 붕괴에 따르는 자본주의의 나쁜 점들이 만연되어 사회병리현상으로 발전한 것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예컨대 여성들의 건전하던 의식이 향락으로 빠졌고,이로 인해 가정의 불화가 이혼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점을 들 수 있다. 연길시에서도 이혼이 1988년의 2백23건에서 89년도에는 6백26건으로 증가되었다.이어 90년에는 8백45건으로 88년에 비해 약 4배가 되었다.연길시의 이혼유형에서 한가지 특징은 여성이 이혼을 제기한다는 점이다.이혼의 이유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전체의 40%이고,다음이 남자의 외도를 들고 있다.두번째의 문제점은 청소년들의 비행이다.유흥업소의 범람은 청소년들에게 과소비풍조를 부채질했다.3청(무도청·오락청·커피청)을 다니면서 먹고,마시고,놀고 즐기는 것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이전의 청소년범죄의 주종은 상해죄였는데 최근에는 성범죄가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연변의 조선족 사회병리가 날로 심화해가는 모습을 보고 깊이 반성해야 할 것 같다.
  • 부동산 실명제 보완대책/등기업무 획기적 정비 시급

    ◎김영표/정기적 표본조사·전산화 서둘러야 일찍이 관중은 『지자정지본야,시고지가이정정야.지불평균조화,칙정불가정야.(토지는 정치의 근본이다.그러므로 올바른 토지행정으로 나라의 정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토지행정이 고르지 못하고 조화를 잃으면,나라의 정치는 어지러워질 수 밖에 없다)』라고 설파했다.공직자 재산공개를 비롯한 일련의 문민정부 개혁조치중 많은 부문이 부동산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을 보면,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의 소유는 부와 힘의 상징임에 틀림없다.지난날 우리사회는 경기의 흐름이 2∼3년 좋아지면 먼저 대도시의 아파트값이 껑충 뛰어 오르고,뒤이어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땅값이 들먹거리면서,일부지역의 땅값은 폭등하기도 하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수차례 경험했다.그러한 가운데 시류와 흐름타기에 남보다 능수능란한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Economicus)들은 졸지에 부자가 되기도 했다. 근래 부동산값이 계속해서 하락 또는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사정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부동산경기가 한창 붐을이루었던 지난 87년부터 92년까지 5년동안 땅값 상승으로 땅소유자들에게 발생한 자본이득은 대략 9백조원으로 추산된다.그중 국가에서 각종 세금이나 부담금 등으로 환수한 금액은 20조원 정도에 불과하고,나머지는 모두 땅소유자의 불로소득이 된 것이다.같은 기간동안의 국민총생산 합계액이 9백14조원이었던 사실로 비추어,땅을 가진 계층은 그 기간동안 국민총생산에 버금가는 엄청난 액수의 자산소득을 공짜로 나눠 가진 셈이다. 이러한 부동산시장에도 드디어 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지난 1월6일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 석상에서 밝혔던 부동산실명제는 재정경제원장관의 실시방안 발표로 그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올해 7월1일부터 모든 부동산은 권리를 실제로 가진 본인명의로만 등기할 수 있고,명의신탁에 의한 타인명의의 등기는 금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사실 지난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크게 꿈틀거릴 것으로 예견해 왔다.지난해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올해 6월에 실시될 4대지방선거 그리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자산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등은 올해 부동산가격을 부추길 불안요소들로 전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이러한 시점에 부동산실명제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정부의 조치는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다. 사실 과거에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란 것이 대부분 부동산투기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뒤 사후약방문 격으로 발표되곤 했다.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직자 재산공개조치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개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여전히 구습과 비리의 온상으로 남아있던 부동산시장이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부동산 명의신탁이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이고 부동산거래의 유형이 하도 복잡다단하기 때문에,부동산실명제의 시행초기에는 다소의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도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이제 편법이나 탈법적인 경제행위로는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부를 축적할 수 없다는 국민의식개혁의 공감대가 단단히 형성되어 갈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실명제가 하루 속히 우리사회에 뿌리를 내려 제자리를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개선시켜 나가야 할 행정적 보완사항이 있다고 본다. 첫째,이번 기회에 부동산등기업무에 대한 획기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부동산의 등기의무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등기가 안된 부동산이 상당수 있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앞으로 부동산실명제 실시와 더불어 정기적인 표본조사를 통해,부동산등기 자체를 생략한 물건을 적발하여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반드시 등기하는 관행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그리고 법원은 현재 장부기재식으로 돼있는 부동산등기부 양식을 토지대장과 같은 카드식으로 전환해 일반국민들이 기재내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이외에도 법원은 부동산 실명제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부동산등기업무 전산화를 빠른 시일내에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토지행정 업무에 비해 건축물관리업무의 전산화수준이 너무 낙후돼 있다.부동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건축물관리업무의 전산화가 또하나의 시급한 과제이다. 셋째,토지실명제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 금융실명제와의 상호보완적인 연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토지와 금융의 양대전산망을 연결하면 토지를 사고 판 자금이 어디서 어떻게 나와 어디로 흘러 갔는지까지도 알 수 있게 돼 투기적 토지거래와 소유 그리고 명의신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실명화 조치가 금융실명제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고,이를 토대로 선진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보건진료소(외언내언)

    세계보건기구는 80년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보건의료사업으로 농어촌 보건진료소사업을 꼽고 있다.의사가 없는 농어촌 벽·오지 2천45개 보건진료소에서 81년부터 간호사나 조산사 1명이 24시간 주민의 1차의료를 무리없이 담당해온 것을 드물게 잘한 일로 평가한 것이다. 농어촌 벽·오지에는 예나 지금이나 노인과 부녀자가 많다.노인들의 퇴행성질환이나 감기몸살 분만 농삿일 물일로 인한 만성질환,해충이나 뱀에 물리는 사고등 환자는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데 가까이는 병·의원이 없고 그런데 갈 만한 의료비부담력도 없다. 정부가 군단위 보건소나 면단위 보건지소에 의사를 강제배치하여 이들 지역을 원격지원하도록 했지만 아직도 일부지역이 그런 것같이 쉽게 이들에게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건진료요원들이 예방과 응급조치 및 환자 이송등 필요한 의료를 담당해 왔다. 보건진료요원들은 거의가 간호전문학교이상 학력자들.상당한 경력자중에서 선발되고 일정기간 교육후 군수가 별정직 6,7급공무원으로 배치하여 진료소에서 생활하며 지내고있다.진료소운영은 지역주민대표로 구성된 보건진료협의회가 담당한다. 최근 행정당국이 이런 보건진료소운영에도 운영효율이라는 기업경영원리를 적용,40여곳을 폐쇄하려 하고 있어 논란이 많다.주민 이용률이 낮고 인근에 도시가 형성되어 개인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1곳 22.5평인 건물신축비와 장비 및 보건진료원급여 뿐인데 이 돈이 부담스럽다는 논리도 된다. 농어촌 벽지보건진료소는 정부가 주민에게 의료복지를 보장하는 기본기구다.이미 도시화되어 사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도 공의료체계는 필요하다.지역주민 동의 없이 없애서는 안된다.
  • 죄와벌(외언내언)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테드판사는 범죄자들이 두번다시 범법할 마음이 안 들도록 기발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신문지상의 「해외토픽」등을 통해 알려진 인물이다. 한 절도범에게 10년 집행유예기간동안 매달 정기적으로 경찰서마구간 청소를 하도록 했는가 하면 피아노교습중 아이들을 성희롱한 파렴치한의 피아노를 압수하고 그의 집 대문에 죄상과함께 아동출입을 경고하는 내용의 알림판을 걸도록 판결했다.뉘우침이 없는 한 살인범에겐 감방 침대 바로 위 천장에 그가 죽인 사람의 대형사진을 걸도록 했다. 상당수의 범죄자들이 교도소를 밥세끼 공짜로 먹고 시간 때우는 휴게소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단순히 집행유예 또는 징역 몇년 하는 식의 판결로는 이들에게 인과응보나 참회의 의미를 깨닫게 할 수 없다는 게 테드판사의 지론이다. 치안은 국가통치의 요체인 만큼 동과 서를 불문하고 예나 지금이나 모든 나라에서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부문이며 죄를 다스리기 위해 주는 벌도 다양한 것 같다.고대 바빌론의 함무라비왕은 「눈에는 눈」의 동태 응징식 법전을 만들었고 적잖은 후세사람들이 「범법자에 너무 잔인하다」라는 평을 하고 있다.그렇지만 피해자측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나 막강한 세력행사로 무제한의 보복이 가해지는 폐해를 없앤 긍정적인 면도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장개석정부는 살인강도범들을 고공의 비행기에서 남지나해 한가운데 떨어뜨림으로써 공포감을 증폭시켜 흉악범죄발생에 확실하게 제동을 걸었다.중국의 흉악범들은 재판때 고개도 들지 못하고 공개처형되는 경우가 많다.세상을 바로 볼 자격이 없고 쓰레기같은 존재이므로 병균을 퍼뜨리기 전에 빨리 없애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형사정책연구원조사결과 범죄는 이루말할수 없이 날로 흉포화하는데 반해 형량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죄가 미울 뿐이라는 관용은 좋으나 국민들이 악의 공포에서 해방되게끔 범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명판결이라도 기다리게 되는 요즈음 세태가 아닌가.
  • 서울 청담동/신설 화랑 “개성화 바람”

    ◎이즘/국내­해외 비교전/가나아트/현대화 위주 전시/일러스트·민중미술·중견작가전만 고수하기도 인사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화랑가로 알려진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 신설화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갤러리 이즘,신세계 가나아트 갤러리,갤러리 메이,신세계 갤러리 현대아트,박점순화랑,예가화랑,최정아 갤러리 등이 최근 잇달아 문을 연것.특히 이들 화랑은 미술의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몰개성의 전시를 지양하고 각기 색깔 있는 전시위주로 꾸며나갈 방침이어서 화랑의 개성화 바람에 불을 댕길 전망이다. 갤러리 이즘은 단순한 전시행사를 뛰어넘어 한국적 미술사조의 창출을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하에 지난 9월 개관했다.청담동 표현빌딩 1층 70여평에 자리한 이 화랑은 개관목적에 부응해 특징적인 해외작가전을 유치,비교전시를 통해 한국미술이 방향을 잡아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한국현대미술 대표작가선」을 개관기념전으로 꾸민 이후 오는 12월6일부터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선」,그리고 아크릴 재료의 색면파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뉴뉴페인팅전」을 기획중인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청담동 아르마니 빌딩4∼5층(1백3평)에서 지난 9월 문을 연 신세계 가나아트 갤러리는 모던한 감각의 현대화 위주의 전시만을 기획할 예정이다.예컨대 순수미술에서 벗어나 유리공예나 타피스트리,현대조각 등을 핵심전시로 꾸려나갈 예정이다.개관전시로 미국의 현대작가 톰 웨셀만 초대전을 가진 이 화랑은 가봉,카메룬,콩고,자이르,말리 등의 원시조각 40여점을 모아 「아프리카 조각전」(12월12일까지)을 열고있다. 지난 9월 같은 건물 3층에서 개관한 신세계 갤러리 현대아트(76평)도 해외작가 위주의 개인 또는 그룹전이나 해외에서 활동중인 한국작가들의 전시에 비중을 두고 있다.특히 작품규모가 크지않은 작은 전시 중심으로 연간 5회 내외의 기획전을 가질 계획이다.신세계 가나와 같은 시기에 역시 같은 작가 톰 웨셀만 초대전으로 개관전을 연 이 화랑은 외국작가 3명과 국내작가 7명의 인체 조각을 모아 「인체,아름다움의 샘」전(12월12일까지)을 열고있다. 갤러리 메이(50평)는 지난 27일 박영덕화랑 옆대경빌딩 2층에서 문을 열었다.개관전시로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작가전」을 꾸민 이 화랑은 주로 현대회화 작품을 다룰 예정.그러나 지나치게 한쪽에만 치우치지않고 조각,건축,패션 등도 유치할 계획이다. 이밖에 지난 10월 세정빌딩 지하에서 문을 연 박점순 갤러리(60평)는 갤러리 일러스트 전문화랑을,같은 빌딩 1층에서 11월 개관한 예가화랑(40평)은 민중미술을,그리고 청담동 네거리 유나화랑 앞에 위치한 최정아 화랑(1일 개관)은 지명도가 높은 대가 보다는 장래성이 밝은 중견작가의 현대화 전시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 화랑은 모두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청담동 네거리에 이르는 구간에 위치하고 있어 앞으로 이 지역이 새로운 화랑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전시를 통해 한낱 보여주는데 그치지않고 나름대로 미술발전을 꾀하는 색깔있는 화랑의 거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인상적인 연주… 포고렐리치의 쇼팽(객석에서)

    길거리에서 말을 잘못 걸었다가는 주먹을 쥐고 덤벼들 것만 같은 인상을 지닌 피아니스트가 있었다.유고 출신의 이보 포고렐리치다.그가 28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예전의 모난 인상은 30대 후반이 된 이제 각이 다 깎여 있었지만 이성과 감정의 양극을 쉴사이 없이 오가는 그의 음악은 예나 다름없었다. 포고렐리치는 이날 무소르크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과 쇼팽의 스케르초 4곡을 연주했다.그는 「할 수 있는 한 극단적으로」라는 곡 해석의 원칙을 갖고 있는 듯 했다.예를 들어 악보에 씌어있는 「여리게」는 「더욱 여리게」,「강하게」는 「엄청나게 강하게」가 된다.포고렐리치는 이 원칙을 충실하게 지켜냄으로써 성공적으로 「전람회의 그림」을 그려냈다. 포고렐리치의 극단주의는 그러나 이성적이고 물리적인 것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그는 쇼팽에서 감성표현에서도 자신이 극단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어떤 사람은 그를 두고 「하이페츠 스타일」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차가운 이성을 초인적인 기교에 담아내는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와 같은 계열이라는 것이다.그러나 포고렐리치의 쇼팽에서는 하이페츠만큼 냉기가 감돌기도 하지만 감성적인 대목에서는 19세기 낭만주의 전성기의 피아니스트를 능가하는 것 같았다.이것이 그의 매력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이 그가 낙선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베트남 출신의 피아니스트 당 타이손이 떠올랐다.당시 심사위원이던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포고렐리치가 결선에서 탈락하자 심사위원직을 내던져 버렸다.이를 계기로 포고렐리치는 당 타이손보다 훨씬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쇼팽은 동양인인 당 타이손에게는 목적지였을 것이다.당 타이손은 훌륭히 그 목적을 달성했다.그러나 서양인인 포고렐리치에게는 새로운 해석을 위한 출발점이었던 셈이다.아르헤리치와 서양의 음악애호가들은 전통적인 쇼팽보다 새로운 쇼팽을 위한 가능성에 점수를 더 주었던 것이다. 이날 포고렐리치의 인상적인 연주가 끝난뒤 청중들의 열광적인 환호가 이어졌다.그러나 그 환호가 「서양음악에 대한 동양인의 벽」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는 소리인 것 같아 우울했다.왜냐하면 우리는 당 타이손과 같은 동양사람이기 때문이다.
  • 망년회는 불우이웃 돕기로(사설)

    우리는 흔히 과소비풍조를 「망국병」의 하나로 치부한다.이 풍조야말로 우리 사회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경제를 그르치는 원흉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검절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할 수 없는 덕목이 되고 있다.과거 생활이 어려웠을 시절에는 가난을 떨치기 위해 필요했지만 다소 풍요로워진 지금은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정신자세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근검절약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주춤하던 과소비풍조가 연말연시를 한달 보름여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각급호텔 연회장은 망년회 예약이 거의 끝났는가 하면 외국의 휴양도시로 향하는 항공편도 대부분 표가 매진된 상태라는 것이다.나라 안팎에서 있는대로 흥청망청할 참인 것 같다.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소비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더욱이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씀씀이도 자연히 많아지는 것도 어쩔수 없는 현상이다.일부 불로소득자들이 부의 낭비로 자기만족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돈을 쓸데는 안쓰고 사치나 자기과시를 위해 낭비한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그런 현상은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 경제는 아직 활력을 완전히 되찾은 것이 아니다.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로 호황을 맞지도 못했다.허리띠를 다시 졸라매고 제2의 도약을 해야할 시점에 있다.근검절약하지 않으면 그나마 지금껏 쌓아 놓은 성장의 탑 마저 무너질지 모른다.경제개발의 모범생 소리를 다시 듣기 위해서는 근검절약하는 길밖에 없다.경제대국인 일본이나 서독 국민들의 생활태도가 바로 우리가 보고 배울 귀감이 아닌가 한다. 그뿐이 아니다.삶의 여유는 조금 생겼다지만 우리 주변엔 아직도 어려운 이웃이 많다.영세민을 비롯해 양로원 고아원등 딱한 이웃이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근래는 세상인심이 각박해진 탓인지 연말이 되어도 온정의 발길이 전보다 훨씬 줄어들고 있다.안타깝기 그지 없다.한마디로 「이웃이 곧 나」라는 공동체의식이 부족해서다.나만을 생각하고 나의 이웃은 전혀 안중에 안두어서 그렇다고 본다.이웃이 함께 살고 서로 돕는 공존공생의 연대의식이 없는 탓인 것이다. 이런 때 비행기 타고 먼 외국으로 유람하는 대신 어려운 이웃을 보살핀다면 얼마나 좋을까.시민사회의 미덕이 아쉽기만 하다.불우이웃돕기로 망년을 한다면 정말 뜻깊은 망년이 되지 않겠는가.정부를 비롯한 각계가 다시한번 근검절약의 기풍을 기르는데 앞장서야 겠다.나만이 아닌 이웃을 생각하는 국민적 자각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 잘못된 오늘에 「내탓」은 없는가(박갑천칼럼)

    우리 민담 하나­.갓 시집온 나이어린 며느리가 빨래를 삶다가 시아버지 명주바지를 눌려버렸다.어쩔줄 몰라 울고 있는데 마을갔던 시어머니가 돌아왔다.며느리는 용서를 빈다.시어머니는 이를 도리어 짠하게 여긴다. 『악아,내 잘못이다.빨래 삶는다는데 늙은 것이 불이라도 때주어야 하는걸 나갔었구나』 마침 아들이 들어왔다.앞뒤 사정을 들은 아들이 말한다. 『어머니,제 잘못입니다.아침에 바빠서 물을 조금 밖에 길어다 놓지 못했거든요.이봐,그만 울어요』 그때 들어온 시아버지는 며느리한테 몽짜부려 우는것 아니냐면서 할멈을 나무란다.설명을 듣고 나더니 말한다. 『내 잘못이다.늙어서 힘에 겨워 장작을 너무 굵게 패놓아 그리 됐구나』 잘되면 내탓이요 못되면 조상탓 하는 것은 예나 이제나 같은 인정의 기미이다.그런데 서로 자기탓이라고 안다미쓰는 이 집안에는 싹수가 보인다.이런 훈훈한 가정에 행운의 여신이 어찌 미소를 안보낼리 있겠는가. 정유삼흉이라 불리는 김안로에 의해 파직되었다가 복직된 임권이 어느 날의 경석에서 중종임금에게 아뢴다. 『김안로가 조정에 있을 적에 소인배들이 악한짓 한것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전하께서 그들과 어울려 그들의 전횡을 내버려두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신하로서 당돌할 만큼 준엄한 추궁이었다.이에 중종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 모두가 내탓이니 내가 그 책망을 면할 길이 없도다』 이 사실을 「병진정사록」에 적어놓은 포초 임보신은 임금의 뉘우침을 크게 평가한다. 『장하도다.임금의 이 말씀이야 말로 참으로 만대 제왕의 본보기이다.신하의 곧은말을 받아들여 자신의 탓으로 돌리니 이는 한꺼번에 두가지 선을 갖춘 것이라 하겠다.…』 며칠 전에 있은 전국 일선기관장대회에서 김영삼 대통령은『이제 과거탓은 더 이상 하지 말자』면서 개발독재의 유산은 행정의 내실화로 극복해 나가자고 역설했다.남의 탓을 하기 전에 내탓부터 하자는 책임의식의 강조라는 점에서 오늘을 사는 누구나가 귀담아 새겨들어야 할말 아닌가 한다. 지난날의 잘못들은 물론 성찰해야 한다.그 잘못에 나는 가세한 일이 없었던가 자책하면서.그렇게 내 모습부터 바로 볼수 있게 돼야겠다.『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책망하는 데는 밝다』(지우채인명)고 했던 옛사람의 말을 겸손하게 곱씹어 봐야할 시점이다.
  • “소신껏 일하라… 책임은 내가 진다”/최병렬 서울시장 취임하던날

    ◎직원들 삼삼오오 모여 “듬직한 시장” 반겨/우 전시장,“심기일전 전화위복의 계기로” ○…최병렬 신임 서울시장은 3일 상오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비서실측이 준비한 취임사를 제쳐둔채 『평소 생각을 얘기하는 걸로 취임사를 대신하겠다』고 서두를 꺼낸뒤 「접시론」으로 시정관을 피력. 최시장은 『접시가 깨질 것이 두려워 더러운 접시를 그냥 두거나 닦지 않을 경우 용납하지 않겠다』며 『대신 더러운 접시를 닦다가 깨뜨릴 경우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책임있는 공무원상을 강조.또 『일하는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생기는 문제에 대한 비난과 책임은 모두 내가 지고 감옥에 가게 된다면 내가 대신 들어가겠다』고 말한뒤 『그러나 명예를 망각하고 비리에 연루되거나 무사안일에 젖어 있는 직원은 앞장서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 ○…최시장은 이원종 전시장을 염두에 둔듯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시장의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며 『간부들 모두가 시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소신껏 일하라』고 당부.그는 이어 성수대교사고에 대해 『60∼70년대 개발주도의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약간씩 책임져야 할 일이 이제야 큰 문제로 불거져 나온 것』이라며 『이는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 최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은 있었지만 이는 소수이고 대다수가 국가발전과정에서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헌신적으로 일해 왔다』고 직원들을 격려. ○…성수대교사고의 여파로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던 직원들은 취임식후 『역시 중량급인사답게 취임사도 힘이 넘친다』며 『흐트러진 시정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반기는 모습.K국장은 『강성인물로 알려져 은근히 걱정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오히려 위축된 시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듬직한 시장이라는 걸 느꼈다』고 피력. ○…최시장은 취임식 직후 성수대교 사고현장으로 이동하는 차속에서 수행한 구돈회 종합건설본부장에게 용비교를 가리키면서 『저 다리도 위험하다고 신문에서 봤는데 어때요』라고 물어본뒤 『만약에 조금이라도위험이 있다면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한뒤 차량을 전면통제하고 다리전체를 부숴서라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불식하라』고 주문. 최시장은 정오쯤 강남병원에 도착,성수대교 사고로 입원중인 부상자 김민자씨(38·안암국교 교사)의 손을 잡으며 『죄송합니다.제가 새로온 시장입니다.빨리 낫기를 바랍니다』고 위로한뒤 불편한 점이 없도록 하라고 병원관계자에 당부. ○…취임 11일만에 퇴진한 우명규 전시장은 이에 앞선 이임사에서 『20여년간 젊음과 정열을 바친 서울시를 떠나게 돼 아쉬울 따름』이라며 『다시는 이같은 불행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전 직원이 심기일전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그는 또 『새로 부임하는 최시장은 능력과 식견을 두루 갖춘 분인만큼 위기에 몰려있는 서울시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부연.
  • 골드뱅킹(외언내언)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금처럼 많은 사람의 소유욕을 자극해서 사랑을 받거나 때로는 이성을 마비시킴으로써 온갖 형태의 영욕을 안겨준 금속이 또 어디 있을까.그래서 그리스신화는 손에 닿으면 귀여운 딸인 공주까지도 금으로 변해버리는 마이더스왕의 이야기를 내세워 금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고하기도 했다.그렇지만 금을 쫓는 사람들의 욕심은 차라리 본능적이어서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역사적으로는 16세기 스페인이 중남미를 정복하면서 막대한 양의 금을 거둬들였지만 결국은 그 금 때문에 쇠락하고 말았다.금이 최고의 교환수단이던 당시 스페인은 다른 유럽국가들로부터 마구 물품을 사들이고 정작 자신은 산업생산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인플레와 함께 그 많던 금이 국외로 유출된 반면 국가경제는 빈 껍데기만 남게 됐던 것이다. 이처럼 국가적으로도 금보유량의 많고 적음은 대외 신인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이용된다.때문에 지난 70년대초 미국의 닉슨대통령은 국내의 금과 국외의 다른 나라들이 갖고 있는 달러의 교환을 정지시켜 금이 나라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단행했다.이른바 금태환정지로 금본위 국제통화제도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은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가치보장수단의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그러나 공급이 달리는데다 정식으로 수입할 경우 관세 부가세 방위세 특별소비세 등의 세금이 중과되기 때문에 전체수요량의 80%정도가 밀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밀수에 따른 탈세를 줄이고 금을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적극 개발하기 위해 (주)선경이 스위스은행에서 금괴를 수입,외환은행을 통해 판매할 것이라고 한다.은행창구에 가서 금을 사고 파는 골드뱅킹(gold banking)이 국내에 도입된 것이다.그렇지만 행여 졸부들의 투기대상이 되지않도록 운영의 묘를 기해야 할것이다.
  • 서울시장:상(서울6백년만상:65)

    ◎초대 성석린이후 1천4백18명 거쳐가/판한성부사·한성부윤 등으로 명칭 10번바꿔/평균재임 5개월… 광해군때 오억령 “최장14번”/정도초기 정2품… 특별시 승격후 장관급으로 서울은 국방분야만 빼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분야가 집중된 「작은 정부」다. 때문에 서울시장 자리는 도읍지라는 비중에 걸맞게 기라성같은 인걸들이 거쳐갔다. 이성계가 조선 개국과 함께 도읍을 삼은 한성의 부사직은 정2품이었다.정부 수립후 특별시가 되면서는 장관급이 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직급을 초월할만큼 요직이며 영향력이 대단했다.그래서 통치자들은 항상 자신이 신임하고 촉망받는 인사들을 중용해 왔다.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시민이 직접 뽑은 시장이 등장하면 그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임이 분명하다. 이같은 비중때문에 역대 서울시장 자리는 당대의 정치·사회적 상황이나 통치자의 성향에 따라 수많은 부침과 영욕을 겪어야 했다. 서울시장의 직함은 판한성부사·한성부윤·한성판윤·한성부윤·관찰사·한성판윤·한성윤·경성부윤·서울시장·서울특별시장 등 6백년동안 10번이나 바뀌었다. 서울의 첫 시장은 정도 이듬해인 1395년 6월13일 판한성부사에 임명된 성석린이다.그후 6백년간 연임·중임을 포함,현 이원종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1천4백19명이 명멸했다. 조선시대의 서울시장중에는 태종때의 황희를 비롯,맹사성·서거정·유자광·이언적·최명길·이완·박문수·채제공·박영효·김홍집·민영환·지석영 등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걸출한 인물들이 많다. 그러나 통치자의 미움을 사거나 모함을 받아 하루를 못넘기고 관직을 박탈당하는 수도 허다했다.특히 시대의 격변기나 민족의 수난이 있을 때는 한달새 5명이 갈리기도 했다. 조선시대 서울시장중 최단명은 구윤옥(영조)·이돈영(헌종)·김좌근(철종)·임응준(고종)·김익용(고종)등 5명이다.아침에 임명돼 자리에 채 앉기도 전인 해질무렵에 해임된 「반나절 시장들」인 것이다. 2일에 그친 경우도 오재순(정조)등 10명이고 3일 시장도 성덕조(정조)등 11명이나 된다. 시장을 가장 많이 갈아치운 왕은 고종이다.재위 43년동안자그마치 3백87명을 임명,1년에 9명꼴로 시장을 경질했다. 조선시대에 가장 자리를 오래 지킨 시장은 오억령으로 광해군 2년(1610년)3월부터 인조 원년(1623년)7월까지 13년4개월간 재임했다. 또 효종때 북벌을 계획했던 이완대장은 효종에서 현종때에 이르기까지 18년간 7번이나 한성판윤 자리에 올라 역대 시장중 가장 많은 중임기록을 갖고 있다. 일제 36년간은 18명의 일본인이 경성부윤으로 재임하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광복후 첫 서울시장은 1946년 미군정에 의해 임명된 김형민씨로 역대 시장중 최연소인 39세였다.서울특별시장으로는 49년 8월15일 관제개편과 함께 이기붕씨가 처음으로 취임했다.초창기 이기붕·윤보선·허정씨 등 거물급 정치인을 거쳐 4·19 직후에는 헌정사상 유일한 민선시장인 김상돈씨가 등장했고 5·16쿠데타와 함께 현역 육군소장 윤태일씨가 「군복 집무」를 하기도 했다. 정도 이후 서울시장을 거쳐간 1천4백18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5개월이었다.
  • 내무위/잇단 보복범죄에 무방비 추궁(국정감사 초점)

    ◎경찰의 증인 보호의식 결여 비판/「신고자보호법」 추진 미흡도 따져 12일 국회 내무위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이틀전 수원에서 발생한 증인 보복살인사건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아직 범인을 잡지도 못하고 있는 수사능력의 부재도 문제로 떠올랐다.증인보복사건이 지난해부터 지난 9월까지 무려 73건이라는 통계에서 드러났듯 어쩌다 나온 우발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야 의원들은 걱정을 같이 했다. 장영달의원(민주당)은 올들어 8월까지 강력범 9천1백7명가운데 1백21명을 시민들이 붙잡았고,6백98명이 주민의 신고및 제보로 체포됐다는 통계를 제시,시민들의 용기있는 고발과 증언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범죄의 피해자나 증인,신고자들을 사건심리때만 보호하는 척하다가 심리가 끝나면 내팽개치는 경찰의 무책임을 질타했다.박실의원(민주당)은 『이들을 단순히 수사대상이나 도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찰의 보호의식 결여를 나무랐다.박의원은 『이러한 경찰의 안이한 자세때문에 치안위기를 빠져나갈 비상구마저 차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김길홍의원(민자당)은 『피해자가 마음놓고 경찰을 찾을 수 있겠으며 증언해주겠느냐』고 반문했다.차수명(민자당)·권노갑의원(민주당)은 『지난 90년 서울동부지원 앞길에서의 임용식씨 보복피살사건때 당국은 「피해자등 보호법」을 제정한다고 했지만 그뒤 시안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은 예견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원들은 또 법무부가 신고자의 손실보상,신고장려금,신고자의 전업및 이주지원등을 골자로 한 범죄신고자보호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정균환의원(민주당)의 의견은 좀더 구체적이었다.그는 먼저 수사및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나 신고자의 신분이 공개됨으로써 명예나 신변안전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미국의 증인보호프로그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아울러 피고인이 유죄를 시인하는 대신 형량을 낮춰주는 「양형협상제도」와 증인이 증언을 하는대신 기소를 면제해주는 「증인면책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차수명의원은 이달초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앞길에서 일어난 뺑소니사건때 차량에 치인 아주머니가 놓친 몇백만원을 줍기에 급급한 시민의식의 실종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김화남경찰청장은 『범죄 신고자와 피해자,증인등의 보호와 함께 신고및 고발내용에 비밀보장을 철저히 하고 범죄구증을 위해 불가피할때는 범인식별실을 이용,피의자와 직접 대면없이 확인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김청장은 『범죄신고때 보복을 고려해 범죄피해 상담전화를 운용하고 피해자및 참고인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형사를 보내 진술을 받는 한편 우편·전화진술제도를 적극 활용해 나가는등 신변보호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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