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식 조사/김문환 서울대교수(문화로 본 일본 일본인:9)
◎국민여론 수렴… 정책에 적극반영/총리부광보실 주도 87년부터 시작/매달 책자로 발간… 통계집도 펴내
문화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는 전문가의 견해만큼이나 일반대중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일본의 경우 총리부 광보실이 1987년에 문화에 관한 국민의 의식을 조사하여 이후의 문화진흥을 꾀할 시책에 참고하기 위해 「일본인과 문화」라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전국의 15세이상의 사람 3천명(유효회수 2천3백22명)을 무작위로 추출,일본의 문화에 관한 의식,문화에 대한 의식과 행동,문화의 진흥에 대한 요망,그리고 전통 예능에 대한 의식을 조사원에 의한 면접청취를 통해 조사한 것이다.입고 먹는 것이 족하면 예절을 안다는 말과 같이 물질의 풍요를 목표삼아 맹진해온 일본인도 일정한 생활수준에 달한 현재 마음의 풍요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착실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전제아래 이루어진 조사였다.문화를 향수하는데에는 소양이 필요하고 더구나 수동적으로 감상할 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문화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식뿐만 아니라 기능과 경험등이 필요하다.그러나 과거에는 일본인의 다수가 그와 같은 소양을 몸에 지닐 여유가 없었고,특히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문화와 친할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도 이에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즉,이를통해 현재에도 중년이상의 남성은 일이나 체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또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도 작용하여 문화활동과의 연관이 두텁지 못하지만,중년 이상의 여성은 생활의 여유를 배경으로 활발한 문화활동을 하고 있으며,풍요한 시대에 자란 청년들은 악기연주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문화능력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일반적인 관측이 좀더 분명해진 셈이다.또한 일본도 풍요를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새로운 문명을 생각해낼 것인가 아니면 퇴폐로 향할 것인가,이로부터 일본인의 진가가 확인된다고 하는 문제의식도 작용하면서 총리부 광보실은 국민생활의 변화,가치관의 변화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문화에 관한 여론조사를 행한 것이다.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런 종류의 조사가 적기 때문에 이는 일본인의 문화에 대한 관계방식,의식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이 조사에서는 문화의 분야로서 이른바 예술에 속하는 분야들과 생활문화에 속하는 꽃꽂이,다도,화,양재,인형,요리,분재,원예,바둑,장기 등이 뒤섞인채 응답자에게 제시되었다.예컨대 음악에서도 클래식음악,팝음악,가요,국악,동요,악기연주(피아노,기타,사미셍등),합창,작사,작곡등이 망라된다.조사항목중에는 「문화라는 말에 대해,어떤 이미지를 강하게 느끼는가」라는 설문도 있는데,「역사적 유산이 보존되어 있는 것」이 36·3%로 가장 많고,「미술·음악등의 예술이 융성한 것」「생활에서 생겨난 지혜와 궁리등의 것」「전통적인 축제·행사·예능등의 것」이 각각 29.5%,27.8%,25.8%이다.「새로운 것의 창조」「학문이 융성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것」「과학과 기술이 발달해 있는 것」등은 각각 17.0%,12.2%,11.9%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문화의 범위를 비교적 좁게 이해하고 있고,능동적이기보다는 정적이고 오래된쪽이 문화라고 하는 이미지에 가까운 것같다.
이 조사는 이밖에도 많은 흥미로운 문제들을 시사하고있다.예컨대 1년간 TV·라디오·레코드·카세트테이프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음악(68.3%),영화(64.0%),연극·연예(41.0%),생활문화(20.9%),미술(19.3%),무용(12.0%),문예(10.3%)등에 접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오디오제품의 성능이 높다는 것과도 연관되겠지만 우리로서는 그것이 방송의 문화매체로서의 성격을 확인케 하는 통계로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의식조사가 정책입안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필자로서 아는 바 없다.다만 우리로서도 문화지표 내지 문화통계작업만큼이나 문화정책에 도움이 될 여론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정부의 시책이 시민생활과 괴리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와 같은 기회에 새삼스레 강조해보고 싶을 뿐이다.참고로 일본의 내각총리대신 관방광보실은 월간으로 「세론조사」라는 정기간행물을 발행하고 있음을 적어둔다.주로 총리부광보실이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소개하는 한편,각종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그리고 민간기관 등이 실시한 것에 관해서도 발표된 개요를 수록하고있다.또한 문화청관계자로 구성된 문화정책연구회가 편집하고 문화청장관이 총감수한 「현대문화정책데이터파일」이라는 통계자료집이 출판되어 현황파악에 도움을 주고 있다(총 5천6백56페이지·1991년5월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