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영화 기생충
    2025-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조용철
    2025-08-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99
  • 20대女, 살 빼려고 기생충 골라먹었다가 결국…

    20대女, 살 빼려고 기생충 골라먹었다가 결국…

    날씬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기록에 따르면 2000년 전 고대 로마·그리스인들도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고 한다. ‘다이어트’(Diet)의 어원이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에서 유래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지금처럼 날씬해지기 위한 다이어트가 시작된 것은 19세기부터다. 산업혁명이 만든 풍요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고, 다이어트를 하나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에도 속성 다이어트나 체중감량 비법(秘法), 연예인 다이어트 같은 ‘독특한 살빼기 방법’들이 유행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930년대 미국에서는 일명 ‘기생충 다이어트’가 유행했다. 소고기에 기생하는 ‘촌충’(인체의 장내에 기생하는 곤충)을 먹어 살을 빼는 방법이다. 원리는 알약에 담겨 장까지 도달한 기생충이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실제 체중 감소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일단 원하는 체중에 도달하면 기생충 약을 복용해 촌충을 몸 밖으로 배설하면 된다. 문제는 촌충이 장기 속에서 최대 9m까지 자라는 탓에 두통이나 시력 감퇴 같은 부작용부터 척수염, 간질, 치매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기생충 다이어트 붐이 일면서 연예인을 등장시킨 광고까지 신문에 나올 정도로 기생충 약은 불티나게 팔렸다.  약물 다이어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독성물질까지 ‘신비의 묘약’으로 둔갑해 팔리는 일도 벌어졌다. 사약(死藥) 재료로 주로 쓰이는 비소가 대표적이다. 비소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암페타민의 효과를 가져 몸무게를 줄여 준다. 물론 다이어트 약에는 소량의 비소 성분만 들어 있지만 때때로 살을 많이 빼려고 약을 과다 복용해 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흔했다.  역사상 최초로 유명인의 이름을 타고 대중적인 인기를 끈 다이어트 약물은 식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1788~1824)은 지금의 가수나 배우처럼 꽃미남 외모로 유명했다. 바이런은 평소에도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려고 식초를 통째로 마시거나 식초에 절인 감자를 먹었다. 구토 증세와 설사 탓에 웬만큼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바이런을 너무나 사모했던 영국의 젊은이들은 창백하고 마른 그의 외모를 따라 하기 위해 앞다퉈 식초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심지어 빅토리아 여왕도 따라 했다고 하니 식초 열풍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오랫동안 씹어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도 있었다. 미국의 운동선수 호레이스 플래처(1849~1919)는 영양분을 모두 흡수할 만큼 충분히 음식을 씹고 나서 남은 찌꺼기를 뱉어 내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라 ‘플래처리즘’이라는 단어도 만들어 냈다. 음식에 따라 씹는 횟수는 다르지만 양파(샬럿)의 경우 최소 700번은 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살 빼기에도 유리한 이 다이어트법은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등 유명인들도 따라 했다고 전한다. 남은 섬유질을 모두 뱉어 내기 때문에 화장실은 2주일에 한 번만 가도 된다. 심지어 변은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플래처는 이 방법을 알리기 위해 직접 변을 들고 다니며 주위에 홍보하기도 했다. 산업혁명에 따른 대량생산 체제로 새롭게 주목받은 다이어트법 중에는 고무 속옷을 입는 것도 있었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을 배경으로 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비비언 리가 잘록한 허리를 만들기 위해 착용하는 코르셋도 이 고무 속옷의 일종이다. 탄력이 있으면서도 단단한 고무 속옷을 착용함으로써 지방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육중한 무게 탓에 가만히 있어도 땀을 쉽게 흘려 살을 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유행했지만, 과하게 몸을 조이다 뼈가 으스러지거나 장시간 착용해 피부가 괴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지난달 27일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사회면 주요 기사로 실었다. 약물 다이어트 유행을 틈타 중국에서 인육(人肉)이 든 약을 운반해 온 중국 유학생 2명이 한국 경찰 당국에 적발됐다는 보도였다. 엽기적이기로는 이전의 사례에 뒤지지 않는다. 효과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약이 팔리는 탓에 이 같은 촌극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설연휴 TV 한마당] 7번방의 선물·광해·도둑들… 안방극장 박스오피스 풍성

    [설연휴 TV 한마당] 7번방의 선물·광해·도둑들… 안방극장 박스오피스 풍성

    올해 설 연휴 안방극장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톱3’가 상영되는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지난해 한국영화가 최고의 성적을 거둔 만큼 TV에서 볼만한 작품도 그만큼 쟁쟁하다. 먼저 KBS2는 128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전체 흥행 1위를 차지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을 31일 오후 8시 30분 방송한다. 같은 날 낮 12시 10분에는 2012년 1232만명의 관객을 모은 흥행작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내보낸다. 살인 기생충 연가시에 감염되는 재난 상황을 다룬 영화 ‘연가시’는 30일 밤 12시 30분에 전파를 탄다. 국내에서 70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는 새달 1일 밤 9시 15분에 방송된다. MBC도 지난해 화제작 2편을 연이어 방송한다. 30일 밤 11시 15분에는 한국형 첩보 액션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정우·한석규·전지현·류승범 주연의 ‘베를린’이 방송되고,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활약을 그린 설경구·정우성·한효주 주연의 범죄 영화 ‘감시자들’도 31일 밤 10시 5분에 방송된다. SBS는 수목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30일 결방하는 대신 남자 주인공 김수현이 출연한 영화를 2편 편성했다. 김수현이 동네 바보로 위장한 남파 간첩 역할을 맡아 코미디와 정극을 오가며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30일 오후 8시 40분에, 2012년 여름 시장을 강타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1298만명) 기록을 세운 ‘도둑들’은 새달 1일 밤 11시 15분에 각각 방송된다. 한편 초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를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는 31일 밤 10시 5분에 방송된다. 아이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을 애니메이션도 풍성하다.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애니맥스의 설특집 상이 푸짐하다. 3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명탐정 코난’의 복수·납치·어린이 탐정단 시리즈 등 세 가지 에피소드로 엮어 보여주고, 31일 오후 4시 30분부터 저녁 8시까지는 애니메이션 ‘라바2’의 전편을 방송한다. 애니메이션 채널 챔프는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모아 내보낸다. 30일 저녁 10시에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은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방송되고, 새달 1일 오전 9시 30분과 저녁 7시 30분에는 갖가지 정령과 귀신들이 모이는 온천장을 배경으로 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전파를 탄다. 투니버스는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배드’를 새달 1일 오전 11시에 내보낸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커버스토리] 사람 잡은 다이어트 잔혹사

    [커버스토리] 사람 잡은 다이어트 잔혹사

    날씬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기록에 따르면 2000년 전 고대 로마·그리스인들도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고 한다. ‘다이어트’(Diet)의 어원이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에서 유래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지금처럼 날씬해지기 위한 다이어트가 시작된 것은 19세기부터다. 산업혁명이 만든 풍요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고, 다이어트를 하나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에도 속성 다이어트나 체중감량 비법(秘法), 연예인 다이어트 같은 ‘독특한 살빼기 방법’들이 유행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930년대 미국에서는 일명 ‘기생충 다이어트’가 유행했다. 소고기에 기생하는 ‘촌충’(인체의 장내에 기생하는 곤충)을 먹어 살을 빼는 방법이다. 원리는 알약에 담겨 장까지 도달한 기생충이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실제 체중 감소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일단 원하는 체중에 도달하면 기생충 약을 복용해 촌충을 몸 밖으로 배설하면 된다. 문제는 촌충이 장기 속에서 최대 9m까지 자라는 탓에 두통이나 시력 감퇴 같은 부작용부터 척수염, 간질, 치매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기생충 다이어트 붐이 일면서 연예인을 등장시킨 광고(그림1)까지 신문에 나올 정도로 기생충 약은 불티나게 팔렸다. 약물 다이어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독성물질까지 ‘신비의 묘약’으로 둔갑해 팔리는 일도 벌어졌다. 사약(死藥) 재료로 주로 쓰이는 비소가 대표적이다. 비소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암페타민의 효과를 가져 몸무게를 줄여 준다. 물론 다이어트 약에는 소량의 비소 성분만 들어 있지만 때때로 살을 많이 빼려고 약을 과다 복용해 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흔했다. 역사상 최초로 유명인의 이름을 타고 대중적인 인기를 끈 다이어트 약물은 식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1788~1824)은 지금의 가수나 배우처럼 꽃미남 외모로 유명했다. 바이런은 평소에도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려고 식초를 통째로 마시거나 식초에 절인 감자를 먹었다. 구토 증세와 설사 탓에 웬만큼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바이런을 너무나 사모했던 영국의 젊은이들은 창백하고 마른 그의 외모를 따라 하기 위해 앞다퉈 식초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심지어 빅토리아 여왕도 따라 했다고 하니 식초 열풍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오랫동안 씹어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도 있었다. 미국의 운동선수 호레이스 플래처(1849~1919)는 영양분을 모두 흡수할 만큼 충분히 음식을 씹고 나서 남은 찌꺼기를 뱉어 내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라 ‘플래처리즘’이라는 단어도 만들어 냈다. 음식에 따라 씹는 횟수는 다르지만 양파(샬럿)의 경우 최소 700번은 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살 빼기에도 유리한 이 다이어트법은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등 유명인들도 따라 했다고 전한다. 남은 섬유질을 모두 뱉어 내기 때문에 화장실은 2주일에 한 번만 가도 된다. 심지어 변은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플래처는 이 방법을 알리기 위해 직접 변을 들고 다니며 주위에 홍보하기도 했다. 산업혁명에 따른 대량생산 체제로 새롭게 주목받은 다이어트법 중에는 고무 속옷(사진3)을 입는 것도 있었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을 배경으로 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비비언 리가 잘록한 허리를 만들기 위해 착용하는 코르셋도 이 고무 속옷의 일종이다. 탄력이 있으면서도 단단한 고무 속옷을 착용함으로써 지방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육중한 무게 탓에 가만히 있어도 땀을 쉽게 흘려 살을 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유행했지만, 과하게 몸을 조이다 뼈가 으스러지거나 장시간 착용해 피부가 괴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지난달 27일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사회면 주요 기사로 실었다. 약물 다이어트 유행을 틈타 중국에서 인육(人肉)이 든 약을 운반해 온 중국 유학생 2명이 한국 경찰에 적발됐다는 보도였다. 엽기적이기로는 이전의 사례에 뒤지지 않는다. 효과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약이 팔리는 탓에 이 촌극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인류의 숙원 다이어트…기생충부터 인육까지 먹었다

    인류의 숙원 다이어트…기생충부터 인육까지 먹었다

    날씬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기록에 따르면 2000년 전 고대 로마·그리스인들도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고 한다. ‘다이어트’(Diet)의 어원이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에서 유래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지금처럼 날씬해지기 위한 다이어트가 시작된 것은 19세기부터다. 산업혁명이 만든 풍요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고, 다이어트를 하나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에도 속성 다이어트나 체중감량 비법(秘法), 연예인 다이어트 같은 ‘독특한 살빼기 방법’들이 유행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930년대 미국에서는 일명 ‘기생충 다이어트’가 유행했다. 소고기에 기생하는 ‘촌충’(인체의 장내에 기생하는 곤충)을 먹어 살을 빼는 방법이다. 원리는 알약에 담겨 장까지 도달한 기생충이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실제 체중 감소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일단 원하는 체중에 도달하면 기생충 약을 복용해 촌충을 몸 밖으로 배설하면 된다. 문제는 촌충이 장기 속에서 최대 9m까지 자라는 탓에 두통이나 시력 감퇴 같은 부작용부터 척수염, 간질, 치매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기생충 다이어트 붐이 일면서 연예인을 등장시킨 광고까지 신문에 나올 정도로 기생충 약은 불티나게 팔렸다.  약물 다이어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독성물질까지 ‘신비의 묘약’으로 둔갑해 팔리는 일도 벌어졌다. 사약(死藥) 재료로 주로 쓰이는 비소가 대표적이다. 비소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암페타민의 효과를 가져 몸무게를 줄여 준다. 물론 다이어트 약에는 소량의 비소 성분만 들어 있지만 때때로 살을 많이 빼려고 약을 과다 복용해 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흔했다.  역사상 최초로 유명인의 이름을 타고 대중적인 인기를 끈 다이어트 약물은 식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1788~1824)은 지금의 가수나 배우처럼 꽃미남 외모로 유명했다. 바이런은 평소에도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려고 식초를 통째로 마시거나 식초에 절인 감자를 먹었다. 구토 증세와 설사 탓에 웬만큼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바이런을 너무나 사모했던 영국의 젊은이들은 창백하고 마른 그의 외모를 따라 하기 위해 앞다퉈 식초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심지어 빅토리아 여왕도 따라 했다고 하니 식초 열풍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오랫동안 씹어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도 있었다. 미국의 운동선수 호레이스 플래처(1849~1919)는 영양분을 모두 흡수할 만큼 충분히 음식을 씹고 나서 남은 찌꺼기를 뱉어 내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라 ‘플래처리즘’이라는 단어도 만들어 냈다. 음식에 따라 씹는 횟수는 다르지만 양파(샬럿)의 경우 최소 700번은 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살 빼기에도 유리한 이 다이어트법은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등 유명인들도 따라 했다고 전한다. 남은 섬유질을 모두 뱉어 내기 때문에 화장실은 2주일에 한 번만 가도 된다. 심지어 변은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플래처는 이 방법을 알리기 위해 직접 변을 들고 다니며 주위에 홍보하기도 했다.  산업혁명에 따른 대량생산 체제로 새롭게 주목받은 다이어트법 중에는 고무 속옷을 입는 것도 있었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을 배경으로 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비비언 리가 잘록한 허리를 만들기 위해 착용하는 코르셋도 이 고무 속옷의 일종이다. 탄력이 있으면서도 단단한 고무 속옷을 착용함으로써 지방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육중한 무게 탓에 가만히 있어도 땀을 쉽게 흘려 살을 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유행했지만, 과하게 몸을 조이다 뼈가 으스러지거나 장시간 착용해 피부가 괴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지난달 27일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사회면 주요 기사로 실었다. 약물 다이어트 유행을 틈타 중국에서 인육(人肉)이 든 약을 운반해 온 중국 유학생 2명이 한국 경찰 당국에 적발됐다는 보도였다. 엽기적이기로는 이전의 사례에 뒤지지 않는다. 효과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약이 팔리는 탓에 이 같은 촌극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연가시 “내가 혐오스럽다고? 사람은 해치지 않는데…”

    연가시 “내가 혐오스럽다고? 사람은 해치지 않는데…”

    지난해 재난영화의 소재가 돼 유명해진 연가시는 물을 통해 곤충의 몸에 침투했다가 산란기가 되면 숙주를 물가로 끌어들인 뒤 몸 밖으로 나와 수생생활을 하는 기생충이다. 영화 ‘연가시’는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물 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익사시키는 ‘변종 연가시’를 등장시켰다. 이후 연가시는 일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공포의 대상이 됐다. 과연 영화에서처럼 연가시가 사람의 몸에 침투할 가능성이 있을까. 국립환경과학원은 7일 연가시 등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204종의 사진과 정보를 수록한 ‘한국산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생태도감’을 발간했다. 이 도감에 담긴 연가시의 특징을 살펴보면 위의 궁금증을 알 수 있다. 도감에 따르면 연가시는 현재까지 변종이 발견된 사례가 없으며, 체내 환경의 차이 등으로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은 퇴적물, 수초, 나뭇가지 등 수중바닥에서 서식하는 생물 중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크기의 척추가 없는 동물이다. 이동성이 적기 때문에 지역적인 환경 상태를 알 수 있고, 오염 정도에 따라 종류별로 다양하게 나타나 생물학적 수질 평가에 이용되는 생물종이다. 이번 도감에는 저자들이 직접 촬영한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의 사진과 함께 형태·생태적 특징 정보가 수록됐으며 깨끗한 물에 서식하는 대표 종 그물강도래와 오염된 물에 서식하는 대표 종 실지렁이 등이 포함돼 있다. 또 하천의 상류부터 하류까지 구간별 서식환경과 주요 분포종이 기술돼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이 주변 하천 수생태의 건강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홍보 자료를 지속적으로 발간하겠다”고 말했다. 이 도감은 국립환경과학원 홈페이지(www.nier.go.kr)에 접속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읽어봤니, 그 영화

    읽어봤니, 그 영화

    ‘7번 방의 선물’과 ‘퍼시픽 림’, ‘감기’, ‘숨바꼭질’의 공통점은 뭘까. 올해의 흥행 영화? 그렇다면 여기에 ‘연가시’와 ‘광해’, ‘써니’, ‘피에타’를 더해 보면 어떨까. ‘오싹한 연애’와 ‘레드 라이딩 후드’, ‘초능력자’는? 정답은 ‘노벨라이제이션’(novelization), 즉 영화를 원작으로 소설이 탄생한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영화와 소설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소설의 영화화를 넘어 영화의 소설화도 늘어나고 있다. 당장 개봉을 앞둔 영화들만 해도 송강호 주연의 ‘관상’, 김강우·김효진 주연의 ‘결혼전야’, 현빈 주연의 ‘역린’ 등이 소설을 내놓을 예정이다. 게다가 노벨라이제이션의 세계는 꾸준히 진화 중이다.영화계와 출판계에서 꼽는 영화 소설 출간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홍보 효과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따로 광고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 소개가 되고, 영화사 입장에서는 대형 서점에 깔린 책들을 통해 영화를 홍보하는 효과를 누린다. 두 번째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하나의 소스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서운 이야기2’를 제작한 수필름의 민진수 대표는 “영화는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들여 만들어지는 데 비해 개봉 기간은 길게는 한 달, 짧게는 2주 정도로 무척 짧다”면서 “소비 주기가 빨라 아쉬움이 큰데 소설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을 만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퍼시픽 림’을 소설로 펴낸 황금가지의 김준혁 편집장은 “출판 시장이 불황을 맞으면서 출판사의 자생력이 갈수록 약해지다 보니 홍보 비용을 부담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문학보다 매체력이 강한 영화의 소설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소설화가 늘어나면서 노벨라이제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와 출판사도 생겼다. 무협과 판타지 소설 작가 등이 의기투합한 창작 모임 ‘박이정’이 대표적인 경우다. 2010년 ‘해결사’로 시작해 ‘쩨쩨한 로맨스’나 ‘반창꼬’ 같은 영화는 물론 ‘응답하라 1997’ 같은 드라마도 소설로 펴냈다. 출판사 중에서는 ‘가연 컬처 클래식’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가연이 독보적이다. 소설의 판매량은 일반적으로 영화의 흥행 정도와 비례한다. 3만 5000부가 팔린 걷는나무의 ‘광해’는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대박을 친 사례다. 가연의 ‘7번 방의 선물’도 1만 5000부가 팔리며 성공했다. 그러나 변수도 적지 않다. 박재범이 출연한 ‘Mr. 아이돌’은 박재범의 팬층을 겨냥했지만 정작 팬들은 소설 대신 OST 시장에 몰렸다. ‘퍼시픽 림’은 출판사의 예상보다 영화 관객(253만명)이 적게 들면서 소설 판매량도 5000부에 그쳤다. 반면 ‘레드 라이딩 후드’는 영화 관객은 36만명에 그쳤지만 소설은 1만부가 팔렸다. 김준혁 편집장은 “‘레드 라이딩 후드’는 영화에 반전이 있어 결말 부분은 빼고 소설이 출간됐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독자들에게 열린 결말로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사례”라면서 “각종 변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벨라이제이션은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걷는나무의 주정림 편집장은 “표지와 띠지에 배우의 얼굴이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면서 “‘광해’를 마케팅할 때도 일부러 이병헌의 얼굴이 들어간 엽서를 사은품으로 증정했다”고 설명했다. 책에 따라 다르지만 영화 소설의 작업 기간은 보통 한 달 정도로 짧다. 출판사가 정해지면 기획에 1주, 집필에 2~3주, 제작에 1주 정도가 걸린다. 출간 시기를 놓고는 출판사와 영화사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개봉 한 달 전쯤 출간해 영화의 홍보 효과를 업고 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영화사는 결말이 알려지면서 김이 샐 것을 우려해 개봉 일자에 맞추기를 희망한다. ‘숨바꼭질’처럼 반전이 중요한 영화는 더욱 그렇다. 경험이 쌓이면서 노벨라이제이션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로커스상 수상 작가인 알렉스 어빈이 ‘퍼시픽 림’의 소설을 집필한 것처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전문 작가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출판사는 영화보다 더 재밌는 소설, 일반 소설만큼 작품성을 갖춘 소설을 추구한다. 가연의 김성룡 대표는 “‘연가시’는 작가가 기생충학을 공부하면서 썼고, ‘블라인드’는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과 살인자 등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썼다”면서 “외국 영화 소설과 달리 국내 영화 소설은 무조건 낮춰 보는 경향이 강해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 달에 그치는 작업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내년 개봉 예정인 ‘역린’은 지난 4월 일찌감치 소설화 논의에 들어갔고, 11월 개봉 예정인 ‘결혼전야’는 지난 7월부터 집필을 시작했다. 정유정 작가의 ‘28’을 펴낸 은행나무와 ‘결혼전야’를 작업 중인 민진수 대표는 “단순히 마케팅에 그치는 게 절대 아니다. 감동과 재미가 있는 독립적인 소설을 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룡 대표의 말은 출판사가 추구하는 노벨라이제이션의 미래를 잘 보여 준다. “아, 까놓고 말해서 솔직히 영화보다 소설이 더 재밌다니까요.”(웃음)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당신의 책]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홍세화 등 지음, 황금시간 펴냄) 김용택·이충걸·박찬일·서민·송호창·반이정 등 하는 일, 나이, 취향이 제각각인 명사 7명이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 7편씩을 써서 한 권의 책으로 냈다. 하나로 엮이는 주제는 없다. 그저 살아오면서 가슴 한쪽에 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글 쓰고, 책 읽고, 영화 보며 맘대로 사는 지금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나직이 고백하고,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인 서민은 못생긴 외모로 인한 굴욕의 시절을 특유의 유쾌한 어법으로 풀어놓는다. 요리사 박찬일은 음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미술비평가 반이정은 미술비평의 현실과 자전거 사고 이후 변화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336쪽. 1만 3800원.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구본형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고인이 2009년부터 지난해 4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월간지에 연재했던 ‘구본형의 편지’를 엮은 유고집이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는 글귀를 명함에 새겼던 고인은 ‘결혼을 앞둔 J를 위하여’‘마침내 화가가 된 A에게’ 등 14통의 편지를 통해 고단한 현실 속에서 꿈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준다. 177쪽. 1만 3000원.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장대익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싸이의 춤이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되는 이유는 막춤이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아는 단순한 규칙을 가진 말춤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인문학, 공학과 생물학, 인지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진화학자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강남스타일’의 인기 비결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호모 리플리쿠스, 즉 ‘따라하는 인간’이란 특성에서 찾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행동을 따라 함으로써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과학자와 진화학자의 시선에서 분석해온 저자는 이외에 ‘탐구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신앙하는 인간’ 등 인간의 본성을 5가지로 규정하고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263쪽. 1만 3800원. 아듀 데리다(슬라보예 지젝 외 4명 지음, 최용미 옮김, 인간사랑 펴냄)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에티엔 발리바르, 드루실라 코넬 등 대표 지성들이 자크 데리다(1930~2004)에게 바치는 추모의 글이다. 데리다가 사망한 2개월 후 런던 대학의 버벡 칼리지 내 인문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아듀 데리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시작했고, 2005년 5월과 6월에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묶어 책을 냈다. 이들은 데리다가 남긴 유산에 대한 정당한 평가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284쪽. 1만 7000원.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안 뜰 것 같은 영화 ‘흥행 미스터리’… 말랑말랑한 10대들을 자극하라!

    지난해 6월 영화 ‘연가시’의 시사회 직후 언론과 평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화에 대한 혹평은 물론 “휴가철을 코앞에 두고 기생충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리수”라며 요령부득의 마케팅까지 지적됐다. 하지만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가볍게 제압하고 전국 450만 관객을 동원했다. 1년 뒤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영화 전문가들에게 ‘연가시’보다 더 낮은 평점을 받았지만 670여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는 배급, 홍보 등 관계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 ‘미스터리 흥행’의 배경은 과연 뭘까. 무서운 10대들이다. 이들이 영화 관객 구성에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이 흥행 주도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맹목적인 ‘충성도’와 입소문을 전파시키는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10대는 40~50대 부모 관객의 영화 관람 패턴까지 좌지우지한다. ‘연가시’는 어른들에게는 생소했지만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크게 유행했던 꼽등이, 연가시 괴담을 기초로 만들어져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은밀하게’는 원작 웹툰이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일찌감치 이들 사이에서 필수 관람 영화가 돼 있었다. 주연배우 김수현, 이현우 등 미소년 스타들도 흥행에 불을 질렀다. 한 영화 관계자는 “김수현을 보러 왔던 10대 관객이 이현우의 팬이 되어 나왔고 10대들은 같은 영화를 두세 번 다시 볼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은 좀비, 귀신, 로봇 등 특이한 소재에 열광한다. 지난봄 사랑에 빠진 로맨틱 좀비를 앞세운 ‘웜 바디스’가 150만명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을 한 것이나 좀비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월드워Z’가 거뜬히 400만명 기록을 돌파한 데도 10대가 큰 몫을 했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 2’도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더 웹툰:예고살인’도 순항하고 있다. 로봇 군단이 총출동하는 ‘아이언맨 3’가 900만명을 동원한 데는 12세 관람가로 연령대가 낮았던 것이 흥행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쯤 되니 요즘 영화사들은 10대 관객 잡기 전략에 사활을 걸었다. 로봇과 괴물의 대결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은 중·고교 시사회를 계획 중이고 최근 개봉한 윌 스미스 부자 주연의 ‘애프터 어스’는 홍보대사로 10대 아역배우 여진구와 김유정을 내세웠다. 10대 시청자가 높아 이광수를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만든 SBS 예능프로 ‘런닝맨’은 영화 홍보를 앞둔 배우들이 자주 찾는다. 요즘 20대보다 10대들의 연애 판타지를 더 자극한다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2AM의 정진운도 애니메이션 ‘에픽:숲속의 전설’의 한국어 더빙을 맡았다. 10대 관객이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주 5일제 수업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거기에 최근 12세, 15세 관람가 영화가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영화마케팅 담당자들은 “시간과 돈에 제약을 받는 10대들은 영화 정보 수집에 훨씬 더 적극적이고 입소문에 민감하며, 반응도 즉각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영화의 흥행 지표는 말랑말랑한 10대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erin@seoul.co.kr
  • 자연은 어떻게 좀비를 만드는가

    자연은 어떻게 좀비를 만드는가

    중남미 코스타리카의 열대우림 속에 사는 거미 ‘아네로시무스’는 이상하고 변덕스러운 행동으로 유명하다. 애써 지은 거미줄을 버리고 전혀 다른 거미줄을 치기 시작하는데, 이 거미줄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속에 살고 있는 기생 말벌을 위한 것이다. 말벌의 유충이 뱃속에서 부화하면 거미는 죽고, 유충들은 그 몸 속에서 거미줄의 보호를 받으면서 성충이 될 때까지 지낸다. 아네로시무스의 기괴한 행동은 스스로 의지가 아닌 몸 속 말벌에 의해 마치 ‘좀비’처럼 이뤄지는 것이다. ‘죽어도 죽지 못하는 존재’. 공포 영화의 기괴한 모습으로 알려져 있는 좀비는 자연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바이러스, 진균류, 원생동물, 벌, 촌충 등 수많은 생물이 기생을 통해 숙주의 뇌를 조종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국제저널 ‘실험생물학 저널’은 최신 호에서 주요 이슈로 ‘좀비 동물’을 다루며 “생물학계는 이제 기생동물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어떻게 다른 동물의 체내에 침입해 뇌를 장악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를 밝혀내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감염된 거미는 말벌 유충 위한 거미줄 만들어 아네로시무스는 새로운 거미줄을 완벽하게 말벌 유충의 생활에 적합하도록 짓는다. 일반적인 거미줄은 얇고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서도 동심원 형태의 규칙성을 갖지만 말벌용 거미줄은 비를 막을 수 있도록 특정 부분을 덧댄 것처럼 두껍게 만들어진다. 나중에 말벌 유충은 이 부분으로 기어가 비를 피하는 동시에 거미줄에 걸린 벌레를 통해 영양분을 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 이처럼 거미를 조종하기 위해 말벌은 독특한 단백질을 생산해 숲속 곳곳에 뿌린다. 이 단백질은 숲 속 어디에나 폭넓게 퍼져 있는 바큘로바이러스와 함께 작용해 거미를 감염시켜 번식을 위한 ‘좀비’로 만든다. 사람이 이 바이러스를 먹고 말벌의 좀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바이러스는 거미와 집시나방 등 일부 곤충류에만 작용한다. 집시나방의 경우 나뭇잎 등에 묻어 있는 바큘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는 집시나방의 세포를 파고 들어가 ‘높이 올라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집시나방이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죽으면 사체는 분해돼 아래쪽으로 뿌려지면서 확산되어 훨씬 더 많은 생물을 바큘로바이러스에 감염시킨다. 집시나방에게 이 같은 명령을 내리는 유전자가 ‘egt’다. egt는 보통 효소 형태로 벌레 내부에서 활성화돼 집시나방의 호르몬을 파괴함으로써 생식이나 탈피 등 일체 체내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집시나방을 바이러스를 위해서 살아가는 ‘좀비’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데이비드 휴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일반적인 집시나방은 밤에 나와 먹이를 구한 뒤 나무 아래쪽에 지어놓은 집에 숨는다.”면서 “하지만 egt의 영향을 받은 집시나방은 먹이를 구하는 활동 자체를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헤매다가 나무 꼭대기로 올라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치 환상을 보는 것처럼 먹고 또 먹는다.”고 덧붙였다. 숙주의 뇌 속 신경 전달물질 자체를 개조하는 기생동물들도 있다. 흡충(가시머리벌레)이 대표적이다. 흡충은 연못 등에 사는 ‘옆새우’에 기생한다. 옆새우는 일반적으로 진흙 속에서 사는데, 흡충에 감염되면 옆새우는 미친 듯이 헤엄을 쳐서 연못 가장자리의 나무줄기나 바위 위로 몸을 던진다. 나무줄기나 바위 위로 드러난 새우는 새의 먹이가 되고, 이를 통해 흡충은 자신의 후손을 광범위하게 퍼뜨릴 수 있게 된다. 사이먼 헬루이 웨슬리대 교수는 “가시머리벌레가 옆새우에 침입하면 새우의 면역시스템이 여기에 강력하게 저항하며 화학물질을 분비하게 된다.”면서 “가시머리벌레는 면역시스템과 싸우지 않고 최대한 빨리 새우의 뇌로 침입해 세로토닌이 과다 분비되도록 해 면역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킨다.”고 설명했다. 세로토닌은 뇌의 핵심 신경 전달물질이지만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시신경에 문제를 일으킨다. 진흙 속에서 사는 옆새우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서 옆새우는 반대로 햇빛을 자신이 사는 암흑으로 인식하고 찾아 헤매게 돼 결국 물 밖으로 뛰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방법은 없어 과학자들은 실험실 수준에서 수백~수천개의 뉴런을 가진 무척추동물의 신경을 조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람을 비롯한 척추동물의 경우 수백만~수천만개의 뉴런을 갖고 있다. 특히 각각의 뉴런이 어떤 형태로 연관을 짓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조차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 단계에서는 사람을 좀비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좀비와 같은 이상행동을 보이는 척추동물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원형세포 형태의 기생충에 감염된 경우다. 세포내에서 증식하는 기생세포인 톡소플라스마는 포유류와 조류에 널리 기생하는데 포식자로 숙주를 옮기는 특성이 있다. 흔히 고양이에서 톡소플라스마 감염이 많이 발견된다. 감염된 새나 쥐 같은 작은 포유류를 고양이가 잡아 먹는 먹이사슬을 통해서다. 톡스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 대한 선천적인 두려움을 상실해 더 쉽게 잡아 먹힌다. 이는 톡소플라스마가 숙주 몸 속에서 신경 전달물질인 도파민 생산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과다분비된 숙주는 호기심이 더 많아지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톡소플라스마 감염땐 정신분열증 유발도 톡소플라스마는 쥐 등 일부 수컷 동물에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과다분비도 일으킨다. 테스토스테론이 과다분비된 수컷 동물은 암컷을 찾아 번식에 몰두하게 된다. 암컷도 또다른 숙주가 되는 것이다. 모두 기생동물들이 자신의 생존이나 번식을 위해 숙주를 조종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사람도 톡소플라스마의 영향을 받는다. 감염된 고양이를 만지거나 감염된 동물의 고기를 먹고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종종 보고된다. 일부 환자들은 성격이 변하거나,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등 톡소플라스마에 의해 뇌를 지배당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기생동물에서 새로운 치료제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도파민이나 세르토닌을 과다분비시키는 기생동물의 방식은 인류가 개발해 온 각종 의약품과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아다모 교수는 “일반적인 의약품은 한 종류의 분자나 유전자를 공략하도록 개발되지만 기생동물은 숙주를 치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점령한다.”면서 “이는 신약 개발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아주 신기하고도 놀라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연가시’ 현실로?…뇌 파먹는 아메바에 소년 또 사망

    ‘연가시’ 현실로?…뇌 파먹는 아메바에 소년 또 사망

    베트남의 한 소년이 뇌를 파먹는 기생 아메바에 의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9일 베트남 보건당국은 “호치민시에 사는 한 소년(6)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라는 기생충에 의해 숨졌다.”고 발표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8월에도 푸옌시에 사는 한 남자(25)가 같은 원인으로 사망해 베트남에서는 2번째 희생자로 기록됐다. 뇌 파먹는 기생충으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수심이 얕은 호수 등에 서식하며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코로 들어간 후 뇌로 침입한다. 감염되면 두통, 고열등의 증상을 보이다 며칠 내 대부분 사망한다. 마치 최근 개봉해 인기를 얻은 영화 ‘연가시’와 유사한 셈. 사망한 소년을 조사한 규옌 반 빈 박사는 “소년을 조사한 결과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양성 반응이 나왔다.” 면서 “수온이 높고 수심이 얕은 곳에서 물놀이를 할 때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1960년 호주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전 세계에서 사상자가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2001~2010년까지 32건이 보고됐으며,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수온이 상승,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로 인한 피해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각별한 주의를 강조했다. 인터넷뉴스팀
  • ‘연가시’ 현실로? 뇌 파먹는 ‘아메바’에 8세 사망

    ‘연가시’ 현실로? 뇌 파먹는 ‘아메바’에 8세 사망

    기생충이 사람의 뇌를 조종해 물로 뛰어들게 한다는 내용의 영화 ‘연가시’와 매우 흡사한 사례가 보고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얼마 전 호수로 물놀이를 다녀온 한 남자아이가 고열과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다 갑작스럽게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부검 결과 사망자의 몸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라는 이름의 아메바가 발견됐으며, 사인은 이 아메바로 인한 아메바감염성뇌수막염(PAM)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아메바는 수심이 얕고 수온이 높은 호수나 강가에 살며, 물과 함께 코로 들어온 뒤 기관을 통해 뇌로 침입해 뇌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성은 없지만 아메바에 감염된 지 1~12일 사이에 급작스럽게 사망하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가 어려운 편이다. 감염되면 극심한 두통과 고열, 환각증상을 보인다. 사망자의 정확한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17일 사망했으며 8세 소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년은 사망하기 일주일 전 호수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뒤 고열과 두통을 호소하다 병원에 옮겨진 지 이틀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미국 의료보건당국은 “얕고 따뜻한 호수물이나 강물에 들어갔을 때에는 물이 코로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좋다.”면서 “치사율이 높고 잠복기가 짧아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1960년 호주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전 세계에서 사상자가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2001~2010년까지 32건이 보고됐으며,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수온이 상승,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로 인한 피해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각별한 주의를 강조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연가시’ 300만명 돌파… 2주째 1위

    [주말 박스 오피스] ‘연가시’ 300만명 돌파… 2주째 1위

    인간을 숙주로 하는 변종 기생충 출현을 다룬 김명민 주연의 재난영화 ‘연가시’가 2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연가시’는 지난 13~15일 전국 734개 상영관에서 115만 1312명(매출액 점유율 43.6%)을 모아 1위에 올랐다. 개봉 11일 만에 누적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 흥행수익 5억 2000만 달러를 돌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68만 1323명(28.8%)에 그쳐 2위로 밀렸다. 누적관객 수는 439만 7896명. 박한별 주연의 공포영화 ‘두 개의 달’은 20만 5755명, 윤제문 주연의 코미디영화 ‘나는 공무원이다’는 12만 8081명(4.8%)을 불러모아 각각 3, 4위로 박스오피스에 데뷔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이 10만 9129명으로 5위에 올랐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시나리오 쓰며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시나리오 쓰며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개봉 5일 만에 관객 150만명 돌파 기록을 세우며 흥행세를 이어 가고 있는 재난 영화 ‘연가시’는 한국국제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 5년 전에 쓴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국제대학교는 10일 올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연가시는 한국국제대학 관광일어학과 3학년 조동인(26)씨가 2007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인기를 끌었던 소설 ‘네마토모프’(연가시 등을 포함한 기생충의 학명)를 영화로 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국제대와 조씨에 따르면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조씨가 ‘한국장르문학’, ‘유령의 공포문학’이라는 웹사이트에서 활동하던 2007년 KBS 1TV의 문화지대라는 프로그램 ‘스토리텔링클럽’ 코너에 ‘로드 킬’이라는 소설을 공모해 방송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조씨가 방송에 출연했을 때 영화 ‘연가시’ 감독인 박정우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감독은 방송녹화를 마친 뒤 ‘로드 킬’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계약을 했으나 제작이 무산됐고 대신 네마토모프를 영화로 제작하게 됐다. 영화제작 당시 조씨는 군 복무 중이어서 박 감독이 대신 각본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영화사 측에서 영화가 성공하면 작가 중심의 회사를 설립해 주기로 약속해 앞으로 소설보다는 시나리오를 쓰게 될 것 같다.”면서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조씨의 한 작품이 영화로 제작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개봉된 연가시는 개봉 첫 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제치고 132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 가고 있다. 영화 연가시는 치사율 100% 변종 살인기생충 연가시의 감염 공포를 다룬 가족 영화다. 진주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영화프리뷰] ‘연가시’

    [영화프리뷰] ‘연가시’

    인간의 몸에 침투해 기생하다가 뇌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드는 변종 기생충 연가시를 소재로 한 영화 ‘연가시’.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던 연가시 괴담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염병을 소재로 한 감염 재난 영화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영화는 ‘해운대’나 ‘괴물’ 등 대형 재난 영화처럼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빠른 속도감과 촘촘한 전개로 승부를 건다. 한때 촉망받는 교수였지만, 동생의 권유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크게 실패하고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된 가장 재혁(김명민). 그런 남편의 고충과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 깊은 아내 경순(문정희)과 형에게 주식 피해를 보게 한 뒤 이를 만회하려고 또 다른 주식 정보에 기웃거리는 강력반 형사 재필(김동완). 이 평범한 중산층 가족에게 변종 연가시로 인한 엄청난 위기가 닥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수많은 시신이 한강에 떠오르는 기괴한 사건이 발생하자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인다. 사망자들이 죽기 전 많은 물을 마셨으며 이것이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전형적인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재혁은 최근 먹을 것에 집착하고 물을 쉴 새 없이 마시던 가족들을 떠올린다. 이어 연가시에 감염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한 재혁의 사투가 시작된다. 영화는 우리가 과거에 많이 봐 왔던 해외 감염 재난 영화의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인 불안, 이를 둘러싼 제약회사의 음모, 진한 가족애 등 기시감 있는 소재들이 빠르게 전개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공식에는 잘 들어 맞지만,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는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유는 ‘해운대’나 ‘괴물’처럼 여름철을 맞아 대규모 볼거리를 내세운 해양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공포물이나 가족 영화로서도 다소 색깔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연가시 감염자들의 모습은 일견 좀비 영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영화가 아주 못 볼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은 아니다. 편집에도 공을 많이 들였고, 배우들도 흡인력 있는 연기로 극을 이끌어 간다. 김명민은 평범한 일상에 찌들다가 위기의 가족을 구하는 소시민 가장 역을 무난하게 소화했고, 연가시 감염자로 물을 먹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고 생수통을 통째로 들이켜는 문정희의 실감나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돌려차기’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아이돌 가수 출신 김동완의 연기도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의 시나리오를 쓴 박정우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버무린 능력은 돋보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배트맨 한판 붙자”… 충무로 스타군단 맞짱 뜬다

    “배트맨 한판 붙자”… 충무로 스타군단 맞짱 뜬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8월을 앞두고 영화계는 지금 ‘폭풍 전야’다. 지난해 여름 ‘최종병기 활’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강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앞세운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영화는 액션, 코미디, 스릴러, 사극 등 다양한 장르와 풍성한 이야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올여름 할리우드 공습에 맞설 한국 영화 빅 8를 짚어봤다. ●100억대 대작…물량 對 물량 올여름은 예년에 비해 한국 영화 대작이 줄었다지만 그래도 100억원대 블록버스터 두 편이 개봉해 체면치레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총 14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도둑들’(7월 25일 개봉)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오달수, 김해숙 등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초호화 출연진이 등장하며 ‘한국판 어벤져스’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타짜’와 ‘범죄의 재구성’ 등 범죄 액션물에 일가견을 보인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 감독은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한 주 먼저 개봉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의 경쟁에 대해 “배트맨이 꿈에 나올 정도지만 대결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배우들이 가진 매력 역시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면서 기대와 부담감을 동시에 밝히기도 했다. 정지훈(비)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R2B: 리턴 투 베이스’도 100억원이 넘게 투입된 항공 블록버스터. 이 작품은 올해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며 분위기를 쇄신해 오는 8월에 개봉한다. 하늘에 인생을 건 전투기 조종사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신세경, 유준상 등이 출연한다. ●여름철 대표선수 공포 스릴러 누가 뭐래도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는 공포·스릴러다. 새달 5일 여름 성수기 시장의 포문을 여는 ‘연가시’는 인간의 뇌를 조종해 자살하게 하는 살인 기생충 연가시를 소재로 한 재난 공포 영화. 연가시는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괴담이 퍼지면서 유명해진 기생충으로, 영화 개봉에 맞춰 인터넷에 동명 웹툰을 공개하는 등 입소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연가시에 감염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 재혁 역은 연기파 배우 김명민이 맡았다. 7월 19일 개봉하는 영화 ‘이웃사람’은 만화가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영화. 이웃집 소녀가 연쇄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뒤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로 의심하는 이웃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세븐데이즈’에서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로 출연했던 김윤진이 이번에는 딸을 죽인 연쇄 살인범에게 맞서는 엄마 역으로 다시 한번 모성애 연기를 펼친다. 천호진, 마동석, 김성균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고 아역 배우 김새론이 1인 2역에 도전한다. ●윤제문 VS 박진영 코미디 대결 무거운 영화들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코미디물도 있다. 새달 12일 개봉하는 ‘나는 공무원이다’는 개성파 배우 윤제문의 첫 영화 주연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떤 일에도 흥분하지 않는 ‘평정심의 대가’ 7급 공무원이 홍대의 문제적 인디밴드를 만나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는다는 이야기로 그동안 각종 드라마와 연기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윤제문이 발랄한 생활 밀착형 코미디 연기로 변신을 꾀한다. 윤제문의 코미디 연기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배우가 아닌 가수 박진영이다. 그가 생애 처음으로 영화배우에 도전하는 ‘500만불의 사나이’는 7월 19일 개봉을 확정했다. 500만불 전달을 명한 뒤 자신을 죽이고 돈을 빼돌리려는 상무의 음모를 알게 된 회사원이 대반격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추노’와 ‘7급 공무원’의 제작진이 만든 코믹 추격극이다. 첫 영화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의 코믹 연기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신토불이의 힘…사극 2편 출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이 조금 느슨해지는 8월에 사극 두 편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사극 ‘최종병기 활’이 8월에 등장해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됐던 선례를 따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8월 9일 개봉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권력의 상징이었던 얼음을 얻고자 서빙고를 털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사극이다. 차태현이 얼음 전쟁을 도모하는 리더 역을 맡아 생애 첫 사극에 도전하고 오지호가 조선 제일의 무사로 출연한다. 8월에 개봉할 예정인 ‘나는 왕이로소이다’도 신분이 뒤바뀐 세자와 노비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사극. 왕세자의 자리가 부담스러운 세자 충녕이 궁에서 탈출하고 우연한 사고로 그와 꼭 닮은 노비 덕칠이 충녕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군 복무 후 3년 만에 돌아온 주지훈의 복귀작으로 그는 1인 2역에 도전한다. 화끈한 물량 공세는 없지만 어느 때보다 다양한 상차림에 충무로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영화 ‘도둑들’의 배급을 맡은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가 예상되지만 한국적인 소재와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한 국내 영화 라인업도 충분히 알차고 강점이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석학강연 나눔 ‘초짜’ 대학생 3인방, TED를 넘본다

    석학강연 나눔 ‘초짜’ 대학생 3인방, TED를 넘본다

    지난 3월 15일 저녁.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신촌의 한 카페에 섰다. 강연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교육열을 가진 한국의 모습은 기형적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강력한 경쟁력이 됐다. 그러나 그 교육이 전공에 국한된 전문화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보다 넓은 학문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게 되는 ‘통섭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학문 간 융합을 강조하는 ‘통섭의 전도사’라는 명성답게 최 교수의 강연에는 설득력이 넘쳤고, 나긋한 목소리에서는 힘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날 120여분간 이어진 최 교수의 강연을 들은 청중은 고작 30명에 불과했다. 대규모 행사의 기조연설 초청도 까다롭게 고르기로 유명한 최 교수가 어떻게 이런 초라한 무대에 서게 됐을까. ●무모한 대학생들의 도전 시작은 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돈도, 배경도 없는 두 명의 연세대 재학생과 한 명의 휴학생이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이들을 인도영화 주인공들에 빗대 ‘세 얼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주영민(26·사회학과 06학번·휴학), 최지태(25·경영학과 07학번), 문영석(25·정치외교학과 07학번). 평소 학교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은 지난해 ‘프론트’라는 20대 트렌드 문화잡지를 만들다 현실의 한계를 절감했다. 최씨는 “무료 잡지였는데 너무 거창하게 시작해서 유지 비용 때문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문화와 지역사회, 학문을 연계해 사회에 기여해 보려는 의지만은 버릴 수 없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주씨가 새 프로젝트의 모티브가 될 얘기를 꺼냈다. 바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노어 오스트롬 미 인디애나 교수의 저서 ‘지식의 공유’(폐쇄성을 넘어 자원으로서의 지식을 나누다)였다. 주씨가 주목한 부분은 “아직까지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지식이 발굴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 지식의 발굴은 모두의 것이며, 우리와 미래세대의 보물이 될 것이다.”라는 구절이었다. 방향은 있었지만, 방법은 간단하지 않았다. 어떤 지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문씨는 “비영리·폭넓은 지식의 공유·지식 존중·나눔문화 추구 등의 원칙을 하나씩 만들어 갔지만 기존의 수많은 강연이나 지식콘서트 행사와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18분간의 지식 향연’으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테드(TED)나 다양한 문제를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풀어나가 현실화하는 구글의 ‘솔브포엑스’ 프로젝트 등을 살피고 연구했다. 이미 정형화된 이들 프로젝트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강연을 늘어놓고 스쳐 지나가는 지식형 콘서트 대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한 시간을 제공하고 다소 무겁지만, 성찰하게 만드는 ‘강연다운 강연’을 목표로 삼았다. 테드가 미디어 재벌인 크리스 앤더슨의 주도로 진행되고, 솔브포엑스가 구글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세 사람이 가진 것은 열정뿐이었다. 머리를 짜내고 발로 뛰었다. 소규모 강연과 온라인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것으로 결정하자 곧바로 강연장소를 찾아 나섰다. 수많은 곳을 돌아다닌 끝에 각종 사회활동의 장으로 유명한 신촌의 카페 ‘체화당’에서 장소를 무료로 제공받기로 했다. 온라인 프로그램 제작에는 영상다큐집단 ‘모자이크넷’이 나섰고, 포스터와 로고 제작 등은 주변의 학생 디자이너들이 도와줬다. 이들의 계획이 서대문구청의 지역연계 청년문화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비용도 일부 해결됐다. 열린 강연이라는 뜻의 ‘오픈 렉처 라이브’(Open Lecture Live)의 앞글자를 딴 지식공유 프로젝트 ‘OLIVE’는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OLIVE 꿈꾼다 체화당이 수용 가능한 인원은 30명 남짓. 강연비를 한 푼도 지불할 수 없고, 경험도 전혀 없는 어린 대학생들의 도전에 동참할 지식인을 찾는 일은 가장 막막한 과제였다. 하지만 석학 리스트를 정리하고, 섭외에 나선 세 사람은 곧 본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주씨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학교수와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정중하게 취지를 설명하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흔쾌히 수락하시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일정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참여가 불가능한 분들조차 단 한 분도 빠짐없이 미안하다는 답장을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OLIVE는 처음 기획회의를 시작한 지 불과 두달여 만에 막을 올렸다. 최재천 교수의 첫 강연에 이어 3월 17일에는 국제사면위원회 집행위원인 고은태 중부대 교수의 ‘인권을 생각하다’, 3월 24일에는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나서 ‘비켜라 운명아’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지난 20일에는 기생충학의 권위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가 나서 ‘기생충을 오해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네번째 강연이 열렸다. 올 한해 동안 OLIVE는 총 16차례의 강연을 계획하고 있다. 6월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강연이 공개된다. 거창하게 보이던 일에 무모하게 뛰어든 세 사람이 이처럼 강연을 이어오게 된 것은 순전히 운이 좋거나 원래 쉬운 일은 아니다. 세 사람은 가장 힘든 일로 ‘연사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일’을 꼽을 정도로 여전히 ‘초짜’일 뿐이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OLIVE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주씨는 “지식의 공유를 막는 대학의 벽, 지역의 벽, 환경의 벽을 허물고 싶다.”면서 “온라인을 통해 모든 강연을 모든 이에게 개방하되, 오프라인은 가능한 한 연사들과 친밀하고 심도있게 대화할 수 있도록 30명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씨는 “지역과 세계적으로 또 다른 OLIVE들이 수없이 만들어지는 날을 꿈꾼다.”면서 “지식생태계를 담은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한국 지성의 매력을 해외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잠깐 해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나가는 젊은이의 치기가 아니라, 또 다른 후배나 동료와 정신을 공유하고 물려줄 수 있는 영속성을 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물고기혀 먹는 ‘에일리언 기생충’ 확산 충격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지중해 연안에 물고기의 혀를 먹고 사는 ‘에일리언 베티’ 기생충이 확산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세라토토아 이탈리카(cerathotoa italica)로 명명된 이 기생충은 물고기의 아가미 등을 통해 침입해 혀에 붙어 피를 빨고 성장한다. 이 때문에 영화 ‘에일리언’의 외계생명체와 흡사한 면에서 ‘에일리언 베티’로도 불린다. 에일리언 베티가 우리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 않지만 이들은 물고기 몸에 기생하며 성장을 방해하고 수명을 낮춘다. 영국 샐퍼드 대학 스테파노 마리아니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이들 기생충이 지중해의 어류 남획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페인 인근 보호 구역에서는 어류 30% 정도가 기생충에 감염된 데 반해, 이탈리아 남획 지역에서는 47% 이상이 이들 기생충에 감염됐다. 마리아니 박사는 “이는 인간의 수산자원 과잉이용이 부정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라면서 “보호 규정이 약한 지역에서는 작고 어린 물고기가 해로운 기생충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어류 남획은 기생충과 숙주의 균형을 깨고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마리아니 박사는 “우리가 먹는 어류의 양질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수립한 보호 구역에 대한 많은 이해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기생충애 감염된 두 지역의 어류를 비교한 결과 스페인과 달리 이탈리아에서 잡힌 물고기들의 성장 상태가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물고기 혀에 사는 어류 기생충은 세라토토아 이탈리카 뿐만이 아니다. 3년 전 국내에도 소개된 시모토아 엑시구아(Cymothoa exigua)라는 기생충은 물고기 혀를 갉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0)동물원에도 CSI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0)동물원에도 CSI가?

    중국이나 동남아에 이른바 ‘한류’(韓流)가 이는 것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류의 문화흐름을 볼 때 당연한 현상이다. ‘미드’(미국 드라마)나 ‘일드’(일본 드라마)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연유다. 나 역시 한국에서 리메이크됐던 일본 드라마 ‘하얀거탑’이나 미국 드라마 ‘로스트’, ‘CSI’ 등을 매우 좋아한다. 이 중 CSI는 미국 과학수사대의 활약을 드라마로 옮긴 것이다. 첨단장비를 이용한 범인 추적과 인간군상의 이중성, 사건 말미에 드러나는 기막힌 반전 등이 매력 포인트다. CSI에는 부검, 지문감식, 유전자 분석, 곤충학, 사진 분석, 탄도학, 자동차 공학, 파괴공학 등 영화 ‘007’ 시리즈처럼 과장되지는 않으면서도 실존하는 최첨단 범인 추적기법들이 망라돼 있다. 현장 감식요원들의 치밀한 분석능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수의사들 역시 CSI 수사관 못지않은 추리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사실상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1인 병원’인 만큼 동물이 걸린 병의 원인부터 죽음의 이유까지 스스로 찾아내고 분석해야 한다. 수의과 대학 시절의 일이다. 외과실습에서 팀을 이뤄 개의 복강수술을 하게 됐다. 개들은 주로 조교들이 시장에서 사 왔다. 5마리를 사서 5팀으로 나눠 장(腸) 문합수술을 중심으로 실습을 했다. 내가 우리 팀 리더였다. 정말 수술을 깔끔하게 잘해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 개만 다음 날부터 식욕을 잃고 말라 가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너희들이 수술을 잘못해서 그런다.”고 꾸지람을 하셨다. 그 말이 무척 억울했던 나는 혼자서 우리 개에 대해 정밀분석을 해 보기로 했다. 미생물실험실에서 기생충 검사, 세균학적 검사, 혈액학적 검사 등을 해 나갈 심산이었다. 우선 개똥으로 기생충 검사에 들어갔다. 한데 현미경 시야에 십이지장충의 알이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닌가. 중증 흡혈기생충감염증이었던 것이다. 다른 검사는 할 필요도 없었다. 개에게 구충약을 먹였더니, 다음 날부터 식욕이 살아나고 살도 찌기 시작했다. 5마리 중에 가장 건강한 개가 되었다. 지저분한 환경에서 개의 몸 속으로 들어간 기생충이 수술로 인해 개의 면역력이 저하되자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던 것이었다. 우리 팀의 수술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도 증명됐다. 그 일이 알려지고 우리 팀은 모두 최고성적인 A+를 받았다. 작년에 갑자기 죽은 수사자를 부검했다. 전날까지 멀쩡히 지내던 녀석이었다. 부검 결과, 장이 모두 빨갛게 충혈돼 있음을 발견했다. ‘장독혈증’이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더운 여름날 암컷들의 먹이까지 모두 빼앗아 먹은 수사자가 소화도 안 된 상태에서 그대로 잠든 게 문제였다. 급하게 삼킨 먹이가 몇 시간 동안 장의 흐름을 막아 독기를 뿜어내는 혐기성 균의 번식을 유도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아침에 주던 먹이를 시원한 저녁에, 그리고 한 마리씩 따로 나눠 주었다. 이것들이 바로 ‘과학수사’를 통해 해결한 나의 경험 중 일부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0) 동물원에도 CSI가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0) 동물원에도 CSI가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이른바 ‘한류’(韓流)가 이는 것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류의 문화흐름을 볼 때 당연한 현상이다. ‘미드’(미국 드라마)나 ‘일드’(일본 드라마)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연유다. 나 역시 한국에서 리메이크됐던 일본 드라마 ‘하얀거탑’이나 미국 드라마 ‘로스트’, ‘CSI’ 등을 매우 좋아한다.  이 중 CSI는 미국 과학수사대의 활약을 드라마로 옮긴 것이다. 첨단장비를 이용한 범인 추적과 인간군상의 이중성, 사건 말미에 드러나는 기막힌 반전 등이 매력 포인트다.  CSI에는 부검, 지문감식, 유전자 분석, 곤충학, 사진 분석, 탄도학, 자동차 공학, 파괴공학 등 영화 ‘007’ 시리즈처럼 과장되지는 않으면서도 실존하는 최첨단 범인 추적기법들이 망라돼 있다. 현장 감식요원들의 치밀한 분석능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수의사들 역시 CSI 수사관 못지 않은 추리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사실상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1인 병원’인 만큼 동물이 걸린 병의 원인부터 죽음의 이유까지 스스로 찾아내고 분석해야 한다.  수의과 대학 시절의 일이다. 외과실습에서 팀을 이뤄 개의 복강수술을 하게 됐다. 개들은 주로 조교들이 시장에서 사 왔다. 5마리를 사서 5팀으로 나눠 장(腸) 문합수술을 중심으로 실습을 했다. 내가 우리 팀 리더였다. 정말 수술을 깔끔히 잘해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 개만 다음날부터 식욕을 잃고 말라가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너희들이 수술을 잘 못해서 그런다.”고 꾸지람을 주셨다.  그 말이 무척 억울했던 나는 혼자서 우리 개에 대해 정밀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미생물실험실에서 기생충 검사, 세균학적 검사, 혈액학적 검사 등을 해나갈 심산이었다. 우선 개똥으로 기생충 검사에 들어갔다. 헌데 현미경 시야에 십이지장충의 알이 가득 차 있는 것 아닌가. 중증 흡혈기생충감염증이었던 것이다. 다른 검사는 할 필요도 없었다. 개에게 구충약을 먹였더니, 다음날부터 식욕이 살아나고 살도 찌기 시작했다. 5마리 중에 가장 건강한 개가 되었다. 지저분한 환경에서 개의 몸 속으로 들어간 기생충이 개가 수술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자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던 것이었다. 우리 팀 수술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도 증명됐다. 그 일이 알려지고 우리 팀은 모두 A+ 최고성적을 받았다.  작년에 갑자기 죽은 숫사자를 부검했다. 전날까지 멀쩡히 지내던 녀석이었다. 부검 결과, 장이 모두 빨갛게 충혈돼 있음을 발견했다. ‘장독혈증’이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더운 여름날 암컷들의 먹이까지 모두 빼앗아 먹은 숫사자가 소화도 안 된 상태에서 그대로 잠든 게 문제였다. 급하게 삼킨 먹이가 몇시간 동안 장의 흐름을 막아 독기를 뿜어내는 혐기성 균의 번식을 유도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아침에 주던 먹이를 시원한 저녁에, 그리고 한 마리씩 따로 나눠주었다. 이것들이 바로 ‘과학수사’를 통해 해결한 나의 경험 중 일부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사육사 lovnat@hanmail.net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6) 길고양이를 위한 변명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6) 길고양이를 위한 변명

    호랑이, 사자, 표범은 물론이고 평범한 집고양이들조차 고양이과들은 깊은 눈빛과 누구에게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당당함을 지녔다. 애묘가(愛猫家)들은 그 매력에 이끌려 고양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고양이를 싫어한다. 이렇게 고양이는 인간에게 사랑과 미움이 교차되는 존재였다. 그중에서 길고양이는 쥐를 잡는 본연의 임무가 콘크리트 속으로 사라지면서 일자리를 잃고 천덕꾸러기로 내몰리게 됐다. 개들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죽이든 살리든 끝까지 주인에게 매달렸겠지만, 자존심 강한 고양이들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다. 주인의 애정이 식으면 제가 걸어서 집을 나가면 그만일 뿐이다. 고양이들은 그런 가출에 이미 태생적으로 길들여져 있기에 아무 두려움이 없다. 버림받은 고양이들이 점점 도심 주변에 늘어가고 있다. 그들은 특유의 적응력으로 인간 사회와 자연의 변두리에서 나름대로 확고한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이나 공원 한 귀퉁이에서 길고양이를 만나는 일은 일상사가 되었다. 아이들도 야생동물 하면 아마도 길고양이들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초라한 길고양이마저 못 보겠다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전염병을 옮긴다느니, 기생충을 배출한다느니 갖은 핑계거리를 동원해 기어이 그들을 없애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곤 하는 인간들의 행태에 대해 사실은 고양이 측에서 더 불만이 많을 법하다. 개들은 버림받아 야생화되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소린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또 아주 드물지만 개의 몸속에 있던 회충이 사람 눈에 들어가 실명하게 할 수는 있어도, 고양이 회충이 그랬다는 소리 또한 들어보지 못했다. 인간의 회충이 개에게 질병을 일으키기 힘든 것처럼 개나 고양이의 회충도 그만큼 숙주가 다른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킬 확률이 적은데도, 놀이터에서 개 회충 알이 발견되면 온갖 호들갑을 떨어댄다. 스스로가 만든 공포심, 고고한 것에 대한 질투심 등을 빼면 지금의 길고양이들은 인간에게 그리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함부로 내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것, 밤중에 애 우는 소리를 내는 생리적인 행동들이 생활에 약간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는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육상의 포식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겨우 너구리나 족제비, 작은 뱀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마저 자취를 감춘다면 생태계의 교란은 정말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만일 설치류나 조류들만 설쳐대는 세상이 온다면 히치콕의 영화 ‘새’처럼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계층구조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 억지로 내몰린 길고양이들이 혹시 그런 역할을 알게 모르게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