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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N극장가]“따--따--따따따 따-따-”, “쌍투스”…영화 살린 명대사

    [주말N극장가]“따--따--따따따 따-따-”, “쌍투스”…영화 살린 명대사

    주말 극장가 이슈를 얄팍하게 살펴보는 ‘주말N극장가’ 코너다. 심도 깊은 분석보다 의식의 흐름을 타고 수다 떠는 코너에 가까우니, 딴죽 거시려면 살포시 ‘백스페이스’ 눌러주시면 감사하겠다. 영화를 살리는 것은 무엇일까. 감독일까. 배우일까. 아니다. 다 틀렸다. 바로 명대사다. 어마 무시한 명작이 아닌 이상, 고만고만한 영화는 어차피 영화관 나서면 줄거리와 인상 깊은 장면 몇 개 빼놓고 다 까먹게 마련이다. 그러나 명대사는 영화관을 나서더라도 여전히 당신의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번 주 극장가는 반갑게도 ‘엑시트’, ‘사자’, ‘나랏말싸미’ 세 편의 한국 영화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거미인간도, 아프리카 사자도, 퍼런색 요정도 잠시 숨을 고르는 터에 한국 영화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그래서 세 편의 한국 영화 명대사를 골라봤다. (어차피 외화는 대사 기억하기가 어렵기에...) “내가 생각하는 명대사는 이건데?”라고 하면 할 말 없다. 타인의 취향도 존중해달라. “기X기가 또 스포 하나?” 할 수도 있겠다. (어흑, 이 정도는 좀 봐줘라...ㅠㅠ)우선 ‘엑시트’ 되겠다. 시내에 퍼진 독가스를 피해 용남(조정석 분)과 의주(윤아 분)가 도망간다는 내용이다. 칠순 가족잔치를 마친 뒤 독가스가 퍼지자 옥상으로 올라간 용남의 가족들. 구조를 바라지만 깜깜한 밤이어서 헬기가 이들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소리를 질러봐도 헬기는 오지 않는다. 그러자 의주가 꾀를 낸다. “휴대폰 꺼내세요!”라고 외친 의주는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가렸다 뗐다 하면서 “따라하세요!”라고 외친다. 그러면서 입으로 낸 소리. “따--따--따따따 따-따-” 바로 ‘SOS’를 뜻하는 모르스부호다. 영화 보면서 무릎을 탁 쳤던 장면이기도 하다. 잠깐 나오는 장면이지만, 나도 모르게 “따--따--따따따”를 속으로 되뇌는 자신을 보게 될 터다. 그리고 이 부호는 꼭 알아두시길 권한다. 누가 알겠나. 당신이 재수 없게 외딴 섬에 남을 수도 있잖은가.다음 영화는 ‘사자’다.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구마의식을 소재로 한다. 주인공 용후(박서준 분)가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로 스트레이트와 훅을 날린다면, 바티칸에서 파견 나온 안신부(안성기 분)는 가볍게 잽을 날린다. 처질듯한 영화 분위기를 안 신부가 독특한 애드립으로 살려놓는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는 다른 거 없나?”라든가, 시종일관 질문에 “다 주님의 뜻이야”라고 받아치는 대사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정작 명대사는 이거다. 마귀에 들린 이의 머리를 부여잡고 외치는 바로 그 말. “쌍투스, 쌍투스, 쌍투스” 외국어임에도 쏙쏙 들어오고, 자칫 웃음까지 유발하는 이 대사. 그러나 뜻밖에 심오한 대사이니 조금 진지하게 바라보자. 라틴어로 “거룩하시도다”라는 뜻이다.마지막으로 최근 ‘핫’한 영화 ‘나랏말싸미’ 되겠다. (핫하긴 한데, 역사왜곡 논란으로 핫해서 문제지만) 영화는 세종대왕(송강호 분)이 승려 신미(박해일 분)를 만나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세종대왕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특유 억양으로 수많은 명대사를 히트시킨 이른바 명대사 제조기다. 예컨대 전작 ‘기생충’의 명대사 “아들아, 너는 계획이 있구나~”는 올해 명대사 중 명대사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영화 명대사는 신미가 거진 책임진다. 역적의 아들이어서 불가에 귀의한 인물로, 인도 글자 등에 능한 똑똑한 인물. 그러나 당시 조선은 유교의 나라였고, 불교는 탄압받는 종교였다. 역적의 아들인 데다가 승려여서 아무래도 속이 배롱나무처럼 배배꼬인 캐릭터로 나온다. 세종대왕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절을 하지 않는 신미. 세종이 “너는 왜 왕을 보고도 절을 하지 않느냐?”고 하자 “개가 어떻게 절을 합니까”라고 기세 좋게 맞받는다. 그래도 언어를 만들어야 하기에, 세종이 “난 공자를 내려놓고 갈 테니 넌 부처를 내려놓고 와라”라고 말한다. 그러자 신미가 던질 말. “아니오. 나는 부처를 타고 갈 테니 주상은 공자를 타고 오시지요.” 신미의 툭툭 던지는 말에 어이없어 하는 세종의 표정도 볼거리다. 상대방의 말을 멋지게 비트는 센스라니!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석연치 않은 검열의 냄새? ‘기생충’ 상영 취소한 중국

    석연치 않은 검열의 냄새? ‘기생충’ 상영 취소한 중국

    “빈부격차 주제 사전 검열서 문제 됐나” CJ “기술적 이유라는 통보만 받아”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중국의 한 영화제에서 상영되려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영이 취소됐다. 2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날 중국 칭하이성 성도 시닝시에서 열린 시닝퍼스트청년영화제의 폐막식에서 상영될 예정이었다가 취소됐다. ‘기술적 이유’로 상영되지 못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지만, 빈부 격차를 주제로 한 영화 내용이 사전 검열에서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일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팔백’(八伯)도 지난달 제22회 상하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가 ‘기술적 이유’로 선보이지 못했다. 이 작품은 국민당 군인들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 검열에서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의 상영 취소 소식에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영화 상영이 연이어 불발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20일 영화가 개봉되는 등 이미 ‘기생충’을 접한 중국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작품에 대한 호평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영화 리뷰 사이트 ‘더우반’이 매긴 ‘기생충’의 평점은 9.2점이었다. 이번 상영 취소와 관련해 ‘기생충’ 투자·배급사인 CJ ENM 측은 “중국 측으로부터 단지 ‘기술적 이유’라는 통보만 받았다. 그 외의 취지에 대해서는 전달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1004만 관객이 찾은 ‘기생충’은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대만, 홍콩 등 200여개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 중국과는 판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영화 ‘기생충’, 중국 영화제서 상영 취소…“검열 때문인 듯”

    영화 ‘기생충’, 중국 영화제서 상영 취소…“검열 때문인 듯”

    당국, ‘기술적 이유’로 하루 전 상영 취소최근 검열에 따른 영화 상영 취소 잇따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기생충’이 상영 예정이었던 중국의 한 영화제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상영이 갑자기 취소됐다. 2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날 중국 서북부 칭하이성의 성도 시닝시에서 열린 시닝퍼스트청년영화제 폐막식에서 상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술적 이유”를 들어 하루 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주최 측은 기술적 이유를 댔지만, 검열 과정에서 빈부 격차와 계층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영화 내용이 문제됐을 것이란 추정도 제기됐다. 글로벌타임스는 ‘기술적 이유’가 중국 관리들이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이라고 전했다.이 신문에 따르면 실례로 중국의 전쟁영화 ‘800’도 지난달 제22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될 예정이었지만, ‘기술적 이유’ 때문에 일정이 취소됐다. ‘800’이 1930년대 항일전쟁 때 국민당 군인들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 상영이 취소된 진짜 이유라고 항간에선 추정하고 있다. 이 영화는 아직 개봉 일정도 못 잡고 있다. 중국의 1966~1976년 문화대혁명 시기 혼란을 배경으로 한 거장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1초’(One Second) 역시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역시나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막판에 취소됐다. 중국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영화 ‘기생충’ 상영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이용자들은 “또 ‘기술적 이유’라고?”, “중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데 걸핏하면 기술적 문제가 생기냐?”, “말할 수 없는 원인”이라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기생충’은 이미 극장이 아닌 다른 경로로 작품을 접한 중국의 영화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기생충’은 중국의 영화 리뷰 사이트 ‘더우반’에서 9.2점을 받았다. ‘기생충’은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에서는 지난달 20일 개봉했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재현 “영화 기생충, 문화로 국격 높였다”

    이재현 “영화 기생충, 문화로 국격 높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한국영화 ‘기생충’의 성공에 대해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위상과 가치를 알리고, 문화로 국격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CJENM의 업무 보고 과정에서 “‘기생충’같이 최고로 잘 만들면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선대 회장님의 철학에 따라 20여년간 어려움 속에서도 문화 산업에 투자한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과 같이 최고로 잘 만들면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영화와 음악, 드라마 등 독보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해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혔다. CJ ENM이 투자 배급한 ‘기생충’은 기념비적인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국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3개국에 판매되면서 역대 한국영화 최다 해외 판매 기록을 수립하고, 프랑스 박스 오피스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기고] 통신재벌들, ‘기생충’을 보면서 무엇을 배웠는가/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상지대 초빙교수

    [기고] 통신재벌들, ‘기생충’을 보면서 무엇을 배웠는가/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상지대 초빙교수

    우리나라 재벌들은 영화 ‘기생충’을 어떻게 보았을까? 양극화·불평등의 심화가 가져올 파국을 경고하는 이 영화에 대해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공감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재벌들은 변함이 없다. 우리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의 주범인 재벌들은 영화 기생충의 충격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중견 케이블방송까지 인수합병을 시도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재계 순위 3위인 SK그룹의 SKT는 티브로드(케이블방송 2위)를 합병하고, 재계 순위 4위인 LG그룹의 유플러스는 CJ헬로(케이블방송 1위)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재계 순위 12위 KT도 딜라이브(케이블방송 3위)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통신재벌 3사 모두가 중견 케이블방송을 인수합병함으로써 지금보다 더 심각한 양극화와 독식의 길로 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과가 갈수록 재벌 집단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3, 4위 재벌 기업의 중견방송 인수합병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인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통신재벌들의 전국 방송인 IPTV의 가입자 1인당 월 수익률(ARPU)이 훨씬 좋기 때문에 통신재벌들은 분명히 인수 후 케이블방송 가입자를 자사의 IPTV로 과도한 현금 마케팅을 통해 빼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시에 인수합병 이후 통신재벌 3사의 점유율이 80% 수준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급격히 재편되기에 남아 있는 지역 케이블방송들의 생존도 매우 위태로워질 수 있다. 케이블방송의 지역성, 주민친화성, 공공적 성격이 고사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또한 지역 케이블방송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도 몹시 불안해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케이블방송의 지역성·공공성과 고용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이를 꼭 정부가 승인해야 하는 것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통신재벌들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을 여러 상황상 승인할 수밖에 없다면 문재인 정부는 정말 강력한 조건을 달아야 할 것이다. 재벌기업들이 케이블방송 직원들의 정규직화를 완수하고, 노동자들의 처우와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추가로 직원을 더 뽑게 하고, 케이블방송의 지역성·공공성을 더욱더 강화할 수 있도록 재정과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재벌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부작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긍정적 기능이 가능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슬기로운 대처를 당부한다.
  • 기생충, 올해 네 번째 1000만

    기생충, 올해 네 번째 1000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개봉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로는 19번째, 외화를 포함하면 26번째 1000만 영화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는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에 이은 네 번째다. 봉 감독 영화 중에는 ‘괴물’(2006)에 이어 두 번째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21일 누적 관객 1000만 249명을 기록했다. 지난주 평일 관람객이 1만명을 밑돌았지만 20~21일 주말 이틀 동안 2만 3435명을 동원해 가까스로 1000만명의 벽을 넘었다. 봉 감독은 “관객의 넘치는 큰 사랑을 개봉 이후 매일같이 받아 왔다고 생각한다.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연배우 송강호도 “우리 관객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자긍심과 깊은 애정의 결과여서 영광스럽다”고 배급사인 CJ ENM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봉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로 풀면서,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봉 직전 한국영화 최초로 프랑스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골고루 갖춘 영화로, 칸 영화제 수상은 봉 감독 개인의 성취인 동시에 한국영화 전체의 성장을 상징하는 쾌거”라며 “외국 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의 파워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 평론가는 “초반 이슈몰이에 과하게 몰두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제의 폐해도 극명하게 보여 줬다”고 꼬집었다. 영화는 개봉 초반 전체 스크린 수를 30% 넘게 장악했지만 ‘알라딘’의 인기에 추격당하고 이번 달 2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개봉 이후 ‘뒷심’이 달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개봉 직전인 지난달 29일과 30일에는 일 관객수 80만명, 76만명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2일엔 18만명으로 급격히 관객이 줄었고 이후에는 하락세가 눈에 띌 정도였다. 정 평론가는 “배급사가 초반 스크린 수를 줄이고 장기 상영을 꾀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이번 영화로 7번째, 특히 올해에만 ‘극한직업´에 이어 두 번째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황금종려상 수상에 힘입어 22일 기준 판권을 산 나라가 203개국에 이른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5일 개봉 이래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으며, 베트남에서는 상영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는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흥행 1위를 달성하는 등 개봉한 나라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곧 미얀마와 태국, 필리핀에 이어 올해 안에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이탈리아 등 모두 20개 나라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한다. 윤인호 CJ ENM 팀장은 “203개 국가 판권 판매는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의 기록”이라며 “외국 개봉 이후 성적도 좋아 일정 관객을 넘어서면 수익 분배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기생충’ 천만 관객 돌파에 봉준호 감독 “예상 못한 상황”

    ‘기생충’ 천만 관객 돌파에 봉준호 감독 “예상 못한 상황”

    영화 ‘기생충’이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기생충’은 지난 21일 개봉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국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자 동시에 1000만명 넘는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로, 한국영화사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천만 관객 돌파 소식에 봉준호 감독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어서, 무척 놀랐다. 관객들의 넘치는 큰 사랑을 개봉 이후 매일같이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 송강호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관객분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자긍심과 깊은 애정의 결과인 것 같다. 그래서 영광스럽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로는 ‘명량’, ‘극한직업’, ‘신과함께-죄와 벌’, ‘국제시장’ 등에 이은 역대 19번째, ‘아바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 7편의 외화를 포함하면 역대 26번째로 1000만 영화가 되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괴물’과 함께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포함하게 됐다.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해운대’,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극한직업’에 이어 7번째, 2019년에만 ‘극한직업’에 이어 두 번째 1000만 영화 배급작을 배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7편의 1000만 영화 보유는 국내 투자배급사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영화의 해외 세일즈도 맡고 있는 CJ ENM측은 “‘기생충’은 올해뿐만 아니라 2020년까지도 세계 각지에서 개봉되면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영화가 최초 공개된 후 각국 언론들은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IndieWire), “‘가족영화’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특유의 다양한 천재성을 발휘한다”(Le Monde), “당신은 ‘기생충’을 보며 웃고, 비명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손톱을 물어뜯게 될 것이다”(BBC), “이것은 공식적인 의견이다. 칸 최고의 작품이다”(Beyond FEST) 등 찬사를 보냈다. 뿐만 아니라 ‘기생충’은 상영 이후 영화제의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Screen International)을 비롯한 다수의 매체에서 상영작 중 평점 1위를 기록했고, 마침내 한국 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후 황금종려상에 이어 지난 6월 5일 열린 시드니영화제에서도 최고상인 시드니 필름 프라이즈를 거머쥐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높였다. ‘기생충’의 세계 관객과의 만남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5월 30일 한국 개봉을 시작으로 프랑스,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각국에서 순차적으로 개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6월 5일 개봉해 역대 프랑스 개봉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베트남에서는 6월 21일 개봉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꿰찼을 뿐만 아니라 개봉 11일 만에 역대 베트남 개봉 한국영화 흥행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는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흥행 1위 달성,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역대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1위 달성, 러시아에서도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이 밖에 스위스(6월 19일), 싱가포르(6월 27일) 등에서도 개봉 후 관객몰이가 한창이다. 앞으로 7월에 미얀마와 태국, 8월에 필리핀과 이스라엘, 9월에 체코와 슬로바키아, 폴란드, 포르투갈, 10월에는 북미, 독일, 스페인, 그리스, 11월에 터키, 루마니아, 네덜란드 개봉이, 12월에는 스웨덴, 이탈리아, 헝가리 개봉이 예정돼 있다. 영국과 남미권은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주말N극장가] 기생충, 이번 주말 1000만 넘을까 계산해보니

    [주말N극장가] 기생충, 이번 주말 1000만 넘을까 계산해보니

    주말 극장가 이슈를 얄팍하게 살펴보는 ‘주말N극장가’ 코너다. 심도 깊은 분석보다 의식의 흐름을 타고 수다 떠는 코너에 가까우니, 딴죽 거시려면 살포시 ‘백스페이스’ 눌러주시면 감사하겠다. 이번 주말 극장가 이슈는 영화 ‘기생충’의 주말 1000만 돌파 여부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주목받았지만, 아쉽게도 뒷심은 조금 딸리는 모습이다. 잘 안 돌아가는 머리 굴리며 예측해보니 웬걸, 세기의 도박사마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영화 ‘기생충’은 목요일인 18일 기준 996만 7000여명으로 1000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문턱 앞에서 거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현재 일간 관객 수는 8000여명 수준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주말 1000만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주말엔 관객이 더 많이 오는 법. 이를 위해 지난 주말인 12~14일 통계를 살펴본다. 금, 토, 일 사흘 동안 6만 4267명이 찾았다. ‘이 정도면 무리 없겠네’라고 속단하지 마시라. 한 주를 더 거슬러 가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6만 4267명이라는 숫자는 전주대비 무려 28.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그러니까 6만 4267명에 곱하기 0.715를 곱해보자. (여기서 “왜 0.715를 곱하세요?”고 묻지 마시라. 우리,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잖아?) 그럼 4만 5950명이 나온다. 이 숫자를 더해본다. 그럼 1001만 2950명이다. 아, 역시 1000만 돌파 오케이네! 아니다. 고려하지 않은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상영관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 기생충 개봉일은 5월 30일로, 무려 7주째 극장에 걸렸다. 그러나 최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라이온킹’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상영관을 많이 빼앗겼다. 12~14일 전국 상영관 수는 각각 360, 314, 315였다. 그러나 18일에는 196관으로 훅 줄었다. 개봉관 수가 50%포인트 줄었기에, 6만 4267명에 0.5를 곱하고 더해보자. 999만 9133명이 나온다. 아슬아슬하게 1000만을 못 넘는다는 이야기다. 배급사에서 열심히 밀어주는 터라 조만간 1000만을 돌파하겠지만, 이번 주 일요일까지 가능하겠냐고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한국 영화 최초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우리 영화의 저력을 알린 작품이니 언제 1000만을 넘느냐는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닐 터다. 개인적으론, 이번 주 일요일 오후쯤 1000만이 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뭐, 맞은들 어떠하고, 틀린들 어떠하겠느냐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흥행 요술램프 ‘알라딘’ 1000만 관객 사로잡다

    흥행 요술램프 ‘알라딘’ 1000만 관객 사로잡다

    20~40대 모두 매료… OST도 한몫무서운 흥행 뒷심을 보인 ‘알라딘’이 14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누적 관객수 1002만 967명을 기록하면서 역대 25번째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디즈니 실사영화로는 처음 ‘1000만’을 돌파했고, 4DX 관람객수는 90만명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은 첫날 관객 7만 2736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다. 개봉 3일째 1위에 올랐지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에 1위를 내주고 3위까지 떨어졌다. 개봉 24일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한 뒤에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무르면서 관객을 끌어모으더니,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뚫었다. ‘알라딘’은 올해 ‘극한직업’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세 번째 1000만 영화에 올랐다. 외화 가운데 1000만을 넘긴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바타’(2009),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인터스텔라’(2014), ‘겨울왕국’(2014)이 있다. ‘알라딘’의 흥행 요인은 원작 애니메이션을 통해 잘 알려진 OST ‘어 홀 뉴 월드’와 ‘프렌드 라이크 미’를 비롯해 새롭게 추가된 ‘스피치리스’ 등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다. ‘알라딘’의 연령별 관객 비율이 20대 34.4%, 30대 27.3%, 40대 26.6%(CGV리서치센터 조사)로, 20~40대에게 골고루 사랑받는 것도 흥행 동력으로 꼽힌다. 기존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잘 구현하면서 시대 흐름에 맞춰 적절히 재가공한 장면이 조화를 이룬 것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알라딘’이 ‘겨울왕국’(1029만 6101명) 기록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역대 뮤지컬 영화 최고 흥행 영화로도 등극하게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포토다큐] 한 컷, 새 옷 입고 한 컷, 잡음 빼고…아날로그 감동 디지털 품으로

    [포토다큐] 한 컷, 새 옷 입고 한 컷, 잡음 빼고…아날로그 감동 디지털 품으로

    1919년 종로 단성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가 상영된 지 올해로 꼭 100년을 맞는다. 100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전 세계 영화인의 이목이 한국 영화에 쏠리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100년의 역사에 걸맞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신 기술로 옛 고전 필름들을 되살리는 작업도 그중 하나다.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에서는 미학적으로 우수하고 영화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를 엄선해 고해상도 디지털로 복원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영화 한 편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건 영화를 찍는 것만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다.●찢기고 휘어짐 많은 필름이 우선 복원 대상 우선 복원할 필름에 대한 선정 기준을 정한다. 훼손 정도가 심하거나 찢김, 휘어짐이 많이 발생한 필름들이 대상이다. 여기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해외에 알릴 만한 필요성이 있는 작품을 선정한다. 복원 작업의 첫 단계는 ‘필름검색’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복원에 앞서 필름에 묻은 손자국과 이물질을 없애고, 흠집을 찾아내는 일이다. 훼손된 퍼포레이션(필름의 양쪽 가장자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뚫린 구멍)을 보수하고 있던 김영미 연구원은 “손상 정도에 따라 물 또는 화학약품으로 필름 세척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업을 마친 필름은 원본이 가진 고유의 화면을 반영구적으로 간직하기 위해 새 필름으로 옮기는 스캐닝 작업으로 넘어간다. 아날로그인 필름을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어 입력하는 일이다. 스캔한 데이터가 나오면 일일이 오버프레임은 없는지, 제대로 작업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한다.●탈색 후 7번 색 입혀… 개봉 당시 색감 살려내는 게 목적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캔이 끝난 작품은 ‘색재현실’로 가서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신정민 컬러리스트는 “영화 개봉 당시의 색감을 최대한 살려내는 게 목적”이라며 “색을 한 번 다 빼는 탈색을 한 다음에 7번 정도 색을 입히는 과정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코스는 불안정한 밝기와 화면의 떨림을 보정하는 ‘화면복원’ 작업이다. 이선미 화면복원 테크니션은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화면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색보정 작업을 거쳐 디지털 테이프로 변환하는 작업을 마치면 음향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음향필름을 디지털로 바꾸고 필요 없는 잡음을 없애는 과정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수작업을 거쳐 복원된 고전영화는 필름과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한국영상자료원 필름보관고와 디지털 아카이브에 각각 보관된다. 현재 디지털 복원을 거친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에 위치한 대형 영화관이나 멀티미디어실 등에서 무료 관람할 수 있고 DVD로 구입할 수도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6월 22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복원 영화 축제인 ‘이탈리아 볼로냐 영화제’에서 최근 복원한 한국 고전영화 7편을 선보여 현지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한국 고전영화 가치·미학적 우수성 세계에 알리고 싶어” 훼손된 필름을 매끄럽게 가공해 추억이 담긴 영화로 되살리는 건 단순 복원 이상으로 문화적 의미가 깊다.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은 “고전영화의 디지털 복원은 우리 문화유산의 향유를 확산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고전영화가 지닌 가치와 미학적 우수성을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박효신 콘서트 “무대 위해 33억 투입, 800명 인원 동원”

    박효신 콘서트 “무대 위해 33억 투입, 800명 인원 동원”

    가수 박효신이 지난 29일부터 열린 단독 콘서트 ‘박효신 LIVE 2019 LOVERS : where is your love?’를 통해 잇달아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가운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킨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의 무대가 덩달아 화제다. 박효신 단독 콘서트가 열린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은 한번에 1만 5천명 수용 가능한 거대한 스케일의 공연장으로 국내 정상급의 가수만 도전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박효신 콘서트를 찾은 관객은 원형으로 이루어진 공연장에 들어서자 마자 무대를 360도로 둘러싸고 있는 좌석과 함께 탁 트인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박효신이 지난 7일 공연에서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감독님과 스무 번가량 무대 시안을 고쳤다”고 말한 바 있듯 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공을 들였는 지 알 수 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고 피아노 앞에 앉은 박효신이 ‘戀人 (연인)’을 부르며 처음 등장하는 순간 박효신과 피아노를 상자 모양으로 감싸던 무대 장치가 서서히 올라가며 순식간에 공연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그런가 하면 뒤쪽에 높이만 무려 17m에 이르는 거대한 ‘LED 타워 무대’가 위 아래로 열리며 거인(졸타)의 얼굴이 빠르게 바뀌는 화면이 등장하는 ‘The Castle Of Zoltar’ 무대를 비롯해, 박효신이 노래를 마치고 걸어가며 성당의 문이 열리는 듯한 효과로 경건함마저 느끼게 하는 ‘겨울소리’ 무대 역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또한 정재일과의 기타 듀엣 공연 후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바닥에 깔린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시간을 걸어가는 듯한 효과 등 이 모든 무대 연출은 엄청난 물량을 자랑하는 LED 덕분이다. 박효신이 직접 “국내에 있는 LED는 다 들여온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 있게 준비한 이번 공연은 무대 구성 뿐만 아니라 돔의 천장에서 곡 분위기에 맞게 움직이는 LED 스크린까지도 관객들에게 몰입의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장치가 됐다. 박효신의 소속사 글러브엔터테인먼트는 “완성도 높은 이번 무대만을 위해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평균 공연 무대 제작비의 약 7배에 달하는 33억을 투입했다. 공연 진행을 위한 인력도 800명가량의 대규모 인원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출연진으로 구성된 라이브 세션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대장’ 박효신을 필두로 ‘야생화’, ‘Goodbye’ 등을 함께 작업한 그의 음악적 동지인 정재일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각종 악기와 코러스까지 아우르는 고품격 밴드 전체를 이끌었다. 정재일은 앞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음악 감독으로도 활약하며 대중의 인정을 받은 음악가다. 무대 연출과 맞물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의 음악적 시너지가 폭발하며 볼거리 뿐만 아니라 들을 거리까지 풍성한 ‘오감만족’ 공연을 책임졌다. 박효신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LOVERS(연인)’을 연상시키는 탄탄한 스토리와 압도적 물량과 스케일의 무대 연출, 국내 정상급 밴드와 함께한 라이브까지 어우러져 오감을 만족시킨 이번 ‘LOVERS’ 공연은 관객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 냈다. 한편 박효신은 오는 11일과 13일 단독 콘서트 ‘박효신 LIVE 2019 LOVERS : where is your love?’ 공연을 단 2회 남겨두고 있다. 사진=글러브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기생충’ 지하실男” 박명훈, ‘한끼줍쇼’ 출격 “비밀유지 끝났다”

    “‘기생충’ 지하실男” 박명훈, ‘한끼줍쇼’ 출격 “비밀유지 끝났다”

    배우 박명훈이 영화 ‘기생충’에 대한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10일 방송되는 JTBC ‘한끼줍쇼’에 배우 박명훈과 최대철이 밥동무로 출연해 평창동에서 한 끼에 도전한다. 최근 평창동에서 진행된 ‘한끼줍쇼’ 녹화에서 박명훈과 최대철 그리고 규동형제는 주택가를 탐색하면서 영화 ‘기생충’ 속 대저택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르막길에 선 강호동은 ‘기생충’의 저택으로 이어지는 길을 연상했고, 박명훈도 “최우식이 걸어가던 길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박명훈은 ‘기생충’에서 맡은 ‘지하실 남’이라는 역할 자체가 강렬한 스포일러인 만큼, 캐스팅이 된 직후 ‘비밀유지 각서’를 썼다고 밝혔다. 공식 석상은 물론 주변인,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출연 사실을 숨겨야 했던 것. 심지어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에도 박명훈은 카메라에 띄지 않게 숨어 다녔다고 밝혔다. 비밀유지 계약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박명훈은 그간 말하지 못한 ‘기생충’에 대한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봉준호 감독의 선택을 받은 캐스팅 비화부터, 폐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봉준호 감독이 극비리로 진행한 에피소드 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봇물 터진 입담을 과시한 배우 박명훈의 활약은 10일(오늘) 밤 11시에 방송되는 JTBC ‘한끼줍쇼’ 평창동 편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열정페이’로 세운 드라마 왕국

    ‘열정페이’로 세운 드라마 왕국

    몇 날 며칠 이어지는 밤샘 촬영, 주 100시간 넘는 근무,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근로환경, 산재보험 등을 기대할 수 없는 계약 조건…. 수십년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당연시돼온 드라마 제작환경에 최근 괄목할 만한 개선 신호가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가 노동시간 단축과 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표준인건비기준 마련을 골자로 한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 기본사항’에 합의하면서다. 이 협의체에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전국언론노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참여했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서 변화의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던 악명 높은 드라마 스태프 근로 여건이 개선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이주부터는 표준근로계약서와 인건비기준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방송스태프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청사진은 어떻게 그려질까.우리 사회 ‘갑질 문화’에 대한 지적이 수년간 누적되고 해결 논의가 무르익던 2017년 노무사·변호사·노동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갑질119 스태프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직장갑질119’를 열었다. 이곳에서 ‘을’들은 각자가 받고 있는 부당한 대우를 울분 섞인 목소리로 쏟아냈다. 갑질 고발이 분야에 따라 세분화하던 중 ‘방송갑질119’ 방이 만들어졌고 각 제작현장의 민낯이 가감 없이 공유됐다. 그즈음 드라마 ‘화유기’(tvN) 제작현장에서 스태프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조명 설치 작업을 하던 스태프가 3m 높이에서 떨어졌고 하반신이 마비되는 부상을 입었다. 해당 스태프가 조합원이던 언론노조는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청했고,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사고 발생 후에도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촬영을 계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드라마 스태프들의 취약한 근로환경과 장시간 노동 문제 등에 관한 논의가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방송계 노동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는 방송 스태프와 비정규직을 아우르는 노동조합 출범으로 방향을 잡았다. 6개월간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4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출범했다. 한편에서는 지상파 4사 사장단과 각사 언론노조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방안과 고용구조 개선방안 등을 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300인 이상 방송 사업장의 주당 최대 52시간 노동을 앞둔 시점에서 지상파와 언론노조는 지난해 9월 산별협약을 체결하고, 장시간 제작분야 특별대책과 관련한 특별협의체 구성을 명시하는 성과를 냈다.올 1월 시작된 언론노조와 지상파 3사 드라마운영책임자의 특별협의는 4월 방송스태프지부와 드라마제작사협회가 참여하는 4자 협의로 확대됐다. 방송사, 제작사, 현장 스태프가 함께 모여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할 장이 마련된 것이다. 앞서 정부가 주관하는 드라마노동환경개선TF(태스크포스)도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단 한 차례 회의를 끝으로 없어졌다. 열쇠를 쥐고 있는 방송사가 빠진 회의라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4자 협의체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외부적으로도 방송스태프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는 방송스태프 처우개선을 주요의제로 설정하고 ‘상생 꽃달기’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21일에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이해찬 당대표가 참석한 최고위원회를 열기도 했다. 한빛센터는 2016년 방송 제작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삶을 마감한 고 이한빛 PD의 뜻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방송노동자 권익단체다. 아울러 영화 ‘기생충’의 표준근로계약을 전면 적용 사례가 알려지면서 드라마 제작현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드라마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는 많은 부분 턴키계약에서 비롯된다.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드려면 14개 직군의 각 분야 전문가가 동원된다. 연출, 촬영, 조명, 동시녹음, 의상, 분장, 세트설계 등을 팀 단위로 조직한다. 한 작품이 시작되면 감독이 팀들을 모으고 제작사는 각 팀과 계약을 맺는다. 팀장 아래 조수들의 인건비나 장비 등에 대한 비용 구분 없이 일한 날수로 임금을 지급한다. 밤을 새워 촬영이 진행돼도 추가수당을 기대할 수 없고 다음날 일을 할 수 없게 되지만 하루치 일당만 받게 되는 구조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캐나다의 경우 수십장짜리 드라마 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에 노동자 중심의 계약조건이 꼼꼼히 적혀 있다”며 “초과수당이 워낙 세서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없도록 마련돼 있다”고 소개했다. 4자 협의체는 드라마 현장에 도입할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인건비기준을 오는 9월 말까지 마련해 발표하고 10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방영 2~3개월 전부터 촬영이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편성된 드라마부터 표준근로계약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후속 논의가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최정기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이번 협의체를 하면서 방송사, 제작사, 스태프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상파에서 드라마를 만들수록 적자가 나는 출혈경쟁 상황을 스태프노조도 이해하게 됐고, 스태프들이 단순한 근로환경 개선을 넘어 드라마 산업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드라마 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해가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고 언급했다. 지상파 드라마 제작현장에 계획대로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되더라도 한계는 있다. 언론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종합편성채널과 CJ ENM 계열 방송사 등 케이블 채널은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이 실질적인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에만 더 많은 부담과 규제가 몰린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지상파의 이런 변화가 제작환경 개선의 마중물이 될 거란 기대가 높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은 4차 협의체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부장은 “방송 산업의 전반적인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현장에 젊은 기술 직군 스태프가 없다. 극악의 노동 조건 때문에 20대 신입 스태프는 일주일도 못 버티고 나가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가 확보되면 직군별 교육을 통해 전문인 육성에도 나설 것”이라며 “노동자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예능·시사·교양으로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스파이더맨, 나흘 만에 350만… 알라딘 ‘뒷심’ 900만명 훌쩍

    스파이더맨, 나흘 만에 350만… 알라딘 ‘뒷심’ 900만명 훌쩍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흥행 독주를 이어 가는 가운데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이 7일 오전 누적 관객 기준 900만명을 넘기면서 역대 외화 흥행 순위 8위에 올랐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은 주말 동안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개봉 나흘 만에 352만 8305명을 불러모았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예매율은 45.9%로, 전체 예매 건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2위인 ‘알라딘’도 흥행을 이어 가고 있다. 5~6일 관객 24만 7210명을 추가하면서 누적 관객 899만 106명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예매 관객수가 5만 6080명이라 가뿐히 900만명을 넘겼다. 개봉 46일째인 ‘알라딘’이 지난해 퀸 신드롬을 부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14일 빠르게 ‘900만’을 뚫었다. 마블 영화 ‘아이언맨 3’의 최종 관객수(900만 1067명)도 넘어서 역대 외화 흥행 순위 8위에 올라섰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어 홀 뉴 월드’와 ‘프렌드 라이크 미’, ‘스피치리스’ 등이 각종 음원 차트에 오르고, 2D로 본 뒤 4DX로 다시 보는 N차관람(다회차 관람)이 식지 않은 인기의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마법 양탄자를 타는 장면은 4DX 스크린에서 재미를 더해 ‘알라딘’을 역대 최고 4DX 흥행작(70만명)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한편 ‘토이 스토리 4’는 5~6일 박스오피스 3위로, 누적 관객수는 264만 2250명이다. ‘기생충’은 누적 관객수가 974만 3908명으로,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기생충’은 이 기간 3만 4674명을 추가했지만, 7일 오전 11시 현재 예매율이 1만명 이하로 떨어져 ‘1000만명 돌파’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이 외에 ‘존윅3: 파라벨룸’(5위), ‘애나벨 집으로’(6위) 등이 박스오피스 상위에 랭크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황성기 칼럼] 트럼프·김정은 2인3각 완주를 위하여

    [황성기 칼럼] 트럼프·김정은 2인3각 완주를 위하여

    6·30 남북미 상봉, 북미 정상회담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보다 짜릿했다. 각본·연출 트럼프, 주연 트럼프·김정은, 조연 문재인에 무대는 판문점. 영화 ‘기생충’의 주역 송강호 말마따나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으로 밀어붙인 6·30 상봉은 ‘기생충’의 결말처럼 가족이 해체되는 비극이 아닌, ‘김정은 워싱턴 초청’, ‘북미 대화재개’라는 굿뉴스를 선사했다. 북미에는 톱다운 방식이 절대 위력을 발휘한다는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1차 정상회담 이래의 진리가 증명된 지난 일요일이었다. 판문점은 동족상잔과 분단, 휴전의 상징에서 남북과 북미를 잇는 화해와 평화의 허브로 세계인의 기억에 각인됐다.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이 이뤄진 곳이자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5월 26일 남북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작전 회의’를 한 곳이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결정되기 전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가 판문점이었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면 남북미 정상이 손을 잡고 전쟁이 끝났다는 종전선언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해준 곳이다. 하지만 6·30 상봉의 감동도 잠시다. 4개월 벤치서 쉬면서 서로를 탐색한 북미가 이제 협상 필드로 복귀한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로 협상팀도 짜였다. 하노이에서 낯을 익힌 얼굴들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53분 회담에서 하노이 교훈을 되새겼을 것이다. 그 교훈은 협상의 기본인 ‘기브앤드테이크’다. 다음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주고받기에 충실해야 한다. 하노이에서 서로 내보인 카드의 조합이 3기 협상팀의 일이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3시간 달려 판문점에 나타난 건 트럼프와 한가한 쇼를 하러 간 게 아니다. 하노이에서 깨달은 ‘우려’와 ‘관심’을 전하러 갔다. 노동당이 결정한 핵·경제 병진노선 폐기와 경제총력을 달성하려면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군사부문에 집중된 인적·물적 자원의 평화부문 분산, 제재 해제로 가능해지는 25개 특구의 활성화야말로 북녘을 잘살게 해주는 길이다. 김정은은 ‘평화의 보검’(핵·미사일)을 버리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이 진짜인지는 몇 개월이면 알게 된다. 안 지키면 제재 속의 지난한 자력갱생밖에 없다. 실무협상이 실패하면 차기 정상회담이 날아간다. 북미 대화 시한인 ‘연말’도 넘긴다. 그 뒤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깨고 7차 핵실험, 개량된 화성15형의 발사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돼 2017년의 북미 대치, 전쟁 직전의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6·30 상봉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미국 셈법’, ‘북한 셈법’이다. 하노이에서 드러난 북한 셈법은 핵능력의 60~70%를 차지하는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2016년 이후 제재 중인 민생부문을 해제하라는 것이다. 핵탄두,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반출과 핵기술자의 전직이란 현재의 핵은 그다음 단계에 나올 카드였다. 하지만 미국식 셈법은 미래의 핵을 생산할 수 있는 영변에 더해 현재의 핵까지 북한에 내놓으라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신이 내놓을 상응 조치는 베일에 가려 뒀다. ‘빅딜’이 아니었다. 북한이 못 받을 미국식 셈법이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무리한 카드를 들이댄 건 미국이 상대를 깔본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 모두 하노이를 ‘실패한 회담’이라 부르지 않는다. 회담이 좋은 결과를 내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6·30 판문점이 워싱턴을 잇는 다리가 되려면 3기 실무협상에서는 비핵화 입구인 영변 폐기에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2021년 1월) 내에 북한이 현재의 핵까지 일정 부분 폐기하면 미국도 국교 정상화 전 단계인 제재완화나 혹은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으로 응답해야 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비핵화는 트럼프·김정은이 누가 먼저 결승점에 닿는 달리기 경쟁이 아니다. 비핵화란 공동의 목표를 향한 2인3각 레이스다. 톱다운이 유일한 정책 결정 방식인 북한의 김정은은 트럼프 입장에선 어느 세계 지도자보다 쉬운 상대다. 워싱턴, 평양 회담장소가 어디가 됐건 위기냐 평화냐를 결정짓는 것은 인정하기 싫지만, 김정은보단 트럼프에 달렸다. 2인3각의 완주를 보고 싶다. marry04@seoul.co.kr
  • 정주행 기생충, 역주행 알라딘… 1000만의 냄새

    정주행 기생충, 역주행 알라딘… 1000만의 냄새

    964만 70명과 845만 5916명. 한국 최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기생충’과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의 2일 기준 누적관객수(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다. ‘1000만 관객’을 달성하기까지는 약 36만명, 154만명이 모자란 상황이다. 이들이 나란히 ‘1000만 영화’에 등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난 2일 새 마블 히어로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하 ‘스파이더맨’)이 변수로 등장했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주말이 1000만 등극의 분수령일 것으로 본다. 믿고 보는 이름 ‘봉준호’에 칸 영화제 수상까지 더해지면서 ‘기생충’은 개봉 전부터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가족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하나둘 취업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는 개봉 첫날(5월 30일) 57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지난달 15일 ‘알라딘’에 추월당하기까지 16일간 1위를 유지했다. 지난달 28일에는 935만 관객을 돌파, 앞서 934만 9991명을 기록한 봉 감독 전작 ‘설국열차’까지 넘었다. 봉 감독 영화 가운데 1300만명을 기록한 ‘괴물’에 이은 2위의 성적이다. ‘알라딘’은 좀도둑 알라딘이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를 만나게 되고 자스민 공주의 마음을 얻으려다 생각지도 못한 모험에 휘말리게 되는 판타지 어드벤처다.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의 활약, 이국적인 배경과 화려한 볼거리, 자스민 단독 넘버 ‘스피치리스’ 등이 인기를 끌며 입소문이 이어져 지난달 15일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다. 이후 ‘토이스토리 4’ 개봉 여파로 사흘 정도 1위 자리를 뺏긴 것 외에는 꾸준히 선두를 지켜 왔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4월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흥행 이후 극장가에 ‘볼 영화가 없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기생충’ 이후 관심이 돌아왔다”며 “‘기생충’의 흥행이 ‘알라딘’의 역주행에도 영향을 끼쳐 서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우위를 점하던 두 영화의 흥행 가도에 ‘스파이더맨’이 뛰어들었다. ‘스파이더맨’은 ‘엔드게임’ 이후 변화된 일상에서 벗어나 학교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떠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정체불명의 조력자 미스터리오(제이크 질런홀)와 세상을 위협하는 새로운 빌런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스파이더맨’은 개봉 첫날인 2일 67만 4802명이 관람했다. 매출액 점유율은 79.0%에 달하며 좌석판매율도 36.6%로 가장 높다. ‘알라딘’은 개봉 첫날과 비슷한 수치인 7만 2415명을 동원해 2위, ‘기생충’은 2만 3038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스파이더맨’이 스크린수를 얼마나 잠식하느냐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목·금요일 ‘스파이더맨’의 흥행 가도로 주말 스크린수를 잠식하게 되면 ‘기생충’, ‘알라딘’의 1000만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스파이더맨’의 개봉일이었던 2일 ‘스파이더맨’의 스크린수는 1943개, 알라딘은 651개, 기생충은 446개 순이었다. 가족 관객이 많은 ‘알라딘’도 주말이 변수다. CGV미디어리서치센터 통계에 따르면 ‘알라딘’을 2번 이상 본 사람의 비율이 7%에 달할 정도로 ‘알라딘’은 유독 ‘N차 관람’이 많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알라딘’은 지방까지 가서 4DX로 관람하는 마니아층이 두텁다”며 “하늘을 나는 마법 양탄자, 직접 눈이 내려오는 신 등 4DX에 특화된 콘텐츠를 앞세워 가족·N차 관객이 유지된다면 목표점 달성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생충’의 호재는 눈에 띄는 다른 한국 영화가 없다는 점이다. ‘비스트’, ‘롱 리브 더 킹’ 등이 고전하고 있고 다음주 개봉을 앞둔 ‘진범’ 등도 ‘기생충’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많다. 황 팀장은 “지난 주말 수준(이틀 동안 17만명)의 관객 동원을 이번 주말에도 유지한다면 다음주 중에는 1000만 돌파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기생충’이냐 ‘알라딘’이냐…1000만 고지 앞두고 ‘엎치락뒤치락’

    ‘기생충’이냐 ‘알라딘’이냐…1000만 고지 앞두고 ‘엎치락뒤치락’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900만명을 돌파했다. ‘기생충’에 뒤처졌던 디즈니 영화 ‘알라딘’은 입소문을 타고 800만을 바라보며 맹추격 중이다. 두 영화 가운데 어떤 영화가 1000만 고지를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28일 기준 관객 수 936만 1662명을 기록했다. 칸 영화제 수상에 이어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개봉 8일 만에 500만, 17일 만에 800만, 25일 만에 9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8일 935만 관객을 돌파하며, 앞서 934만 9991명을 기록한 봉 감독 전작 ‘설국열차’까지 넘었다. 봉 감독 영화 가운데 1300만명을 기록한 ‘괴물’에 이어 2위의 성적이다.영화 ‘알라딘’은 28일 기준 736만 2407명으로 ‘기생충’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날 관객 수 11만 3613명으로 일일 관객 수에서 ‘기생충’을 앞지르고 있다. 28일 기준 실시간 예매율 32.7%로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봉했지만 지난달 30일 개봉한 ‘기생충’에 밀렸다가 일일 관객 수를 앞지른 뒤 흥행에 가속이 붙었다. ‘기생충’이 4위로 밀려난 것에 비하면 뒷심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흥행속도가 느려졌지만 900만명을 돌파한 ‘기생충’, 빠르게 추격 중인 ‘알라딘’이 1000만을 넘기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때문이다. 이 영화 개봉 전까지 두 영화가 흥행 동력을 얼마나 이어가느냐에 따라 1000만 여부도 결정될듯 하다. 일일 관객 수에서는 키아누 리브스의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존 윅3: 파라벨룸’이 전날 7만 9111명을 동원해 ‘토이 스토리 4’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토이 스토리 4’는 7만 6635명을 불러모아 3위로 주저앉았다. 전체 누적 관객은 154만 7907명이다. 지난 26일 개봉한 ‘비스트’는 이성민·유재명 열연으로 주목받았으나, 이틀간 9만 405명을 불러들이는 데 그쳐 7위를 기록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기후 변화는 자연을 망가뜨린다… 다음은 인간이다

    기후 변화는 자연을 망가뜨린다… 다음은 인간이다

    제주를 시작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옛날 같지 않은 장마다. 길게는 10여일 비만 주룩주룩 내리던 장마는 사라지고, 특정 지역에 시시때때로 폭우를 내리는 장마 같지 않은 장마가 몇 해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장마를 포함한 날씨, 크게 보면 기후는, 굳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부유한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냉정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던가. 빗물이 천장까지 들이찬 반지하의 세상을.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조천호의 ‘파란 하늘 빨간 지구’는, 장마를 비롯해 옛날과는 확연히 다른 오늘의 기후변화가 어떤 요인에 의한 것인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성찰한 책이다. 굳이 성찰이라고 한 이유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결과라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과학자이자 공직자로서 가져야 했던 나름의 신념을 책 곳곳에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작디작은 인간의 활동, 즉 우리가 먹고 마시는 그 모든 일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 문제는 곧 인류의 행동이 촉발한 지질시대인 ‘인류세’, 즉 “문명을 가능하게 했던 기후 조건에서 벗어나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가 쌓아올린 것처럼 오만을 떨고 있지만 인류 문명은 “지구 역사를 보면 이 역시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일 뿐”이다. 산업혁명 전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화석연료들이 오늘날 산업 문명의 초석을 놓았지만, 그에 따른 무분별한 인간의 욕심은 곧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한 요인이 되었다. 인간 고유의 것이라 자랑했던 지성은 자신의 터전 하나 지키지 못하는, 어쩌면 지구 구성원 모두에게 민폐만 끼치는 편협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미세먼지는 비교적 잦아들었다. 중국 때문이든 아니든, 그래서 중국이 공장을 멈춘다면? 전 세계인이 이제 중국산 없이는 하루도 생활을 영위할 수 없으니 또 다른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화력발전과 경유차도 그렇다. 생활 편익은 다 누리려고 하면서 불편은 참을 수 없는 우리 아닌가. 덩달아 정부와 정치권도 인공강우나 도심에 거대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수 있다는 “과학적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땜질식 처방”만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기준과 규제 강화,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등 고비용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은 애써 감추고, 비상대책 운운하며 대중의 관심을 원인 외의 것으로 돌리려 한다고 비판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시도가 “우리 사회의 수준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저자는 말은 실로 적절하다.저자의 말마따나 “오늘날의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2010년 가뭄이 닥치자 러시아 정부는 밀 생산량 부족을 염려해 수출을 제한했다. 덩달아 치솟은 밀 가격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폭동의 원인이 되었다. 기후변화는 자연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인간 지성이 만든 시스템마저 무너뜨릴 것이다. 책은 ‘국가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문제이자 국가, 혹은 전 세계적 문제이기에 이 질문은 언제나 유효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곧 들이친 장맛비가 부디 올해는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 강력 후보”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 강력 후보”

    미국 할리우드 연예매체가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내년에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상(오스카) 작품상의 유력한 후보라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버라이어티는 내년 1월 2~7일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진행하는 아카데미 후보작 선정 투표에서 선댄스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더 리포트’와 칸에서 ‘기생충’과 경합한 ‘페인 앤 글로리’, 영국 가수 엘턴 존의 생애를 다룬 ‘로켓맨’과 더불어 봉 감독의 ‘기생충’이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봉 감독은 2017년 넷플릭스에서 최초 공개한 영화 ‘옥자’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열린세상] 연고주의의 대안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평가다/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연고주의의 대안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평가다/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영화 ‘기생충’의 관객 수가 1000만명에 육박했다. 국제 영화제 수상에다, 재미있는 상황 설정과 극적 반전이 흥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가난 속에서도 똘똘 뭉쳐 있는 가족들, 유머 감각은 있지만, 위기를 타개할 계획을 만들지 못하는 아버지, 아버지를 대신해 해결사로 나서는 아들, 우아한 자태와 유창한 영어 발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부잣집 사모님 등은 낯설지 않다. 여기에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의 근본 원인인 빈부 차이를 극명하게 대조하는 것도 한몫한다. 각각 고급 주택과 반지하에 살면서, 서로 만날 일이 없던 두 가족은 연고를 통해 이어진다. 친구를 통해 부잣집 사모님에게 소개받은 아들을 시작으로 가족들이 줄줄이 위장하여 고용된다. 우리 사회에서 연고주의는 고용에서는 물론 거래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우수성 대신, 거래 당사자들 간의 혈연관계, 출신지, 혹은 졸업한 학교 등이 영향을 미친다. 결국 고용이든 거래든 연줄 즉 누구를 알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연줄은 부모나 친구, 고향, 대학 등과 같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요인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사는 지역이나 다니는 교회나 절과 같이 돈이나 노력을 들이면 만들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이 때문에 이런 연줄을 만들기 쉽게 해주는 국내외 유수의 대학들이 개설한 다양한 최고위과정이 성업을 이루기도 한다. 연고주의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왕족이나 귀족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결혼을 사용해 왔던 사례는 어느 나라 역사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고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연고주의가 너무 강하고 그 폐해도 크다. 조선 시대의 당쟁에서 비롯된 수많은 사화에서 보듯 권력 다툼에서 승리하면 상대방은 물론 그들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제거하였다. 표를 얻으려고 일부러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이 지금도 그 덕을 보고 있다. 정·재계의 인사들 간에 혼맥도 복잡하다. 우리의 연고주의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서, 대개는 부도덕한 이익 공동체로 발전해왔다. 대통령 선거에서, 대학 총장 선거에서, 당선에 기여한 사람들이 전문성이 부족한 데도 불구하고, 정부 기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대학의 보직자가 된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도, 납품 회사의 사장이 아들 친구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특정 회사가 선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능력이나 제품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는 대신 연줄을 두텁게 하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기생충의 부잣집 가족이 파국을 맞이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고용할 때 연줄 즉 ‘믿음의 벨트’에 의지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평가에 의지했던 것이다. 더 나은 방식으로 평가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던 파국이다. 이를 염두에 두면, 우리 사회의 현재 평가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기업이나 주요 조직에서, 시험 외에는 별 쓸모없는 지식의 양으로 서열화하여 선발하고, 승진에서는 학벌이나 계보를 중심으로 한 연줄이 업무 처리 능력에 우선한다. 이제라도 선발이나 업체 선정을 위한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일반 기업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선발과 승진 방식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4차 산업이나 창의성을 운운하면서 정작 선발 현장에서는 지식의 양으로 평가하는 현재의 방식은, 유능한 인재를 찾아내지 못하고 젊은이들의 시간을 허송하게 한다. 투명한 승진 제도로 ‘정치 바람’이 아니라 능력으로 승진하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평가는 설사 선발이나 승진에 실패하더라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역량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면,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역량이 포함될 수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역량을 추가하면 더 좋다. 공직 사회부터 이런 평가로 바뀌어야, 연줄 대신 실력 향상에 집중하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리를 보전하면서 대우만 받으려 하는 리더들이 지하실이나 반지하에 살다가 ‘욱’ 하고 사고 치는 사람들보다 더 나쁜 기생충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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