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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풍·한류로 한발 더… ‘칸’며들다

    여풍·한류로 한발 더… ‘칸’며들다

    28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여성 감독 수상탕이 감독 단편 황금종려상 등 女 약진 이병헌,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무대 올라“심사위원장과 성 같아” 농담 던져 웃음심사위원 송강호도 감독상 수상자 호명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에선 여성 영화인의 저력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날 폐막식에서 배우 샤론 스톤과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파이크 리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프랑스 여성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37)의 ‘티탄’을 호명했다. 뒤쿠르노 감독은 1993년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언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여성 감독이다. 뒤쿠르노 감독은 이날 자신의 수상에 대해 “이 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이기 때문에 제인 캠피언이 수상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많이 생각했다”며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성 수상자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티탄’은 어릴 적 자동차 사고로 머리에 티타늄 조각이 남게 된 한 여성이 벌이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됐지만, ‘티탄’은 극단적이고 폭력성이 강해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진지한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쿠르노 감독은 “어떤 영화도 완벽할 수 없고, 내 영화가 괴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다양성을 불러내고 괴물을 받아들여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황금종려상 발표는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하지만, 올해는 리 심사위원장의 실수로 초반에 발표되면서 김이 빠지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새 영화계에 성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 경쟁 부문에서도 후보작 24편 중 여성 감독 작품은 4편뿐이었다. 그러나 경쟁 부문 외 주요 부문 최고상을 여성 감독들이 휩쓸면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세상의 모든 까마귀들’의 탕이 감독은 단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움켜쥐었던 주먹 펴기’의 키라 코발렌코 감독은 주목할 만한 시선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무리나’의 안토네타 알라맛 쿠시야노비치 감독은 황금 카메라상을 안았다.이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한국 장편영화가 초청되지는 못했지만 한국 영화인들이 무대에 올라 아쉬움을 달랬다. 봉 감독이 한국어로 개막을 선포한 데 이어 배우 이병헌(왼쪽)은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폐막식 무대에 올랐다. 시상에 앞서 “올해 영화제는 제게 특별하다”고 운을 뗀 그는 “나의 친구인 봉준호가 개막식에 있었고, 송강호는 심사위원이다. 또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와는 같은 성을 갖고 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리 위원장도 눈과 입을 씰룩거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잡혔다. 이어 이병헌은 노르웨이 영화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의 주연 배우 레나트 라인스베에게 여우주연상을 전달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송강호(오른쪽)는 감독상 수상자로 뮤지컬 영화 ‘아네트’를 선보인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락스를 호명했다.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카락스 감독은 건강 문제로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 불평등 상속받은 90년대생, 예측가능한 공정을 원한다

    불평등 상속받은 90년대생, 예측가능한 공정을 원한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한국사회를 흔들고 있다. 현 정부의 ‘공정 이슈’마다 이들의 목소리가 여론의 중심에 서더니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는 그 범주에 포함된 ‘이대남’(1990년대생 남성)의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이 불평등의 세습과 계층간 격차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세대라는 우울한 진단도 적지 않다. 최근 출판계가 주목하고 있는 김내훈(29)·임명묵(27) 작가와 제21대 총선 최연소 후보였던 신민주(26)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위원장 등 90년대생 3인방을 서울신문 좌담회에 초청해 최근 불거진 세대론과 공정 논란, 한국사회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사는 16일자 지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세대론이 왜 화두가 됐을까. 정말 젊은 세대는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신민주(이하 신) “20대 남성, 20대 여성이라는 정치적 주체가 발굴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4·7 보궐선거 이후부터가 그렇다. 한편으로는 청년들을 마치 이 세상의 피해자인 것처럼만 말을 한다.” 김내훈(이하 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20대 X새끼론’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그냥 세대론이라는 표피가 쌓인 게 아닐까. 돌출적인 투표경향이 몇년전부터 있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젊을수록 진보적이라는 편견을 깨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다소 특정 의도를 갖고 침소봉대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제 스스로도 어떤 성향인지 모르겠는데, 하나의 집단으로 말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피력하는 힘듦과 절망을 반정부적인 메시지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회구조 자체에 대한 불만과 분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명묵(이하 임) “과거의 20대와는 정치적 의사표출 방식이 다르니까 그것을 어떻게든 해석해보려고 세대론이 나오는 것 같다. 여기에 표를 줬다가 반대로 저쪽에 표를 주고, 차별점을 보이니 관심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세대보다 공정을 더 중요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한 사회갈등이 다소 증폭된 측면이 있다.” 청년 자원분배 논쟁이 불안감으로 표출공정이 아닌 예측가능성의 문제출발 공정만 말하지 소수자 배려는 뒷전 이들은 ‘젊은세대=공정’이라는 도식화에는 선을 그었지만, 그럼에도 최근 우리 사회 공정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늘 MZ세대, 90년대생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과정의 공정을 내세웠던 현 정부이기에 더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던 것일까. -젊은 세대들이 공정 이슈에 더 민감하다는 분석은 대체적이다. 신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하기 전에 공정이란 담론이 보수적으로 변한 것을 지적하고 싶다. 공정을 얘기할 때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고 하는데, ‘출발선의 공정’ 이외에 다른 소수자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이같은 보수적인 관점의 공정조차도 정부가 지키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임 “일단 젊은 세대가 정말 공정을 원하는가, 청년들이 공정을 말하고 있는 게 사실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계층상승이 가로막히고 부모의 자산·자원이 결정적인 사회경제적 변수가 된 상황에서 불안감으로 표현된 게 청년을 둘러싼 자원분배에 대한 논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보다는 오히려 예측가능성을 얘기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이만큼 노력했으면 이만큼 받는다’는 국가시스템에 대한 기대·합의가 있었는데, 현 정부는 그걸 보장해주지 않고 오히려 흔들려고 한다는 불안감이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다.” 김 “현 정부에 들어와 갑자기 우리 사회가 불공정해진 것은 아니잖은가. 공정이란 말 자체의 내용은 텅 비어있고, 정말 공정이 무엇인지 실질적인 논의는 딱히 안 됐다. 그저 시험만능주의로 돌아가자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그렇다면 현 정부의 주축이자 90년대생의 부모세대인 586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신 “나는 586과 비슷한 연령대이지만 민주화 운동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우리 부모와 정치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히려 이른바 586세대와 얘기하는 것보다 더 편하다. ‘586 진보’들의 자의식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김 “저는 오히려 586에 대한 반감이 별로 없다. (신 위원장이 말한) 자의식 과잉은 역사의 중심에, 그 정점에 있었던 이들이었으니 (신 위원장이 말한) 자의식 과잉도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임 “‘8자 학번’을 단 사람이 그 세대의 전부가 아닌데 왜 세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됐고, 당시 대학에 진학한 20~30%, 심지어 그들 전부가 하지 않았던 경험이 왜 거대한 신화가 돼 그 시대의 보편적 이미지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라는 지위, 학력자본, 문화자본을 얻지 못한 이들의 인생 서사, 그들 삶의 과제를 한국 사회가 다시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20대와 30대 사이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임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한국경제가 세계화되면서 세계화의 수혜를 입은 상층과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까지 봤던 하층으로 급격하게 이원화된 게 21세기 우리 경제사다. 당연히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경향은 노골화된다. 여기에 1960년대생의 경우 대학을 진학한 30%와 그러지 못한 나머지 70%가 세계화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이런 격차가 문화자본·사회자본으로 실현됐고, 이는 1990년대생에서 불평등으로 더욱 나타나게 됐다. 김 “그동안 한국사회가 성장하기 위해 이뤄졌던 여러 조치들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다. 1990년대생은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신세가 돼 여기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신 “30대는 ‘영끌’해서 집을 사고, 20대는 ‘영끌’해서 비트코인을 사는 게 아닐까. (30대와 달리) 20대는 영원히 집을 못살 것 같다.” 급성장한 한국 사회 부작용이 지금 터져90년대생은 ‘탄광 속 카나리아’ 신세‘아프니까 청춘이다’란 관점은 이제 그만 젊은 세대간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이 정치권은 오히려 이들의 표심에 주목하고 있다.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2030세대가 지난 보궐선거에서는 보수 야당으로 몰렸다. 그리고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이들의 정치적 반란은 한국정당사의 첫 30대 당수가 탄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보궐선거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나. 당신들은 스윙보터가 된 것인가. 임 “남녀간 표심 차이도 커서 90년대생을 하나로 묶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70년대생들보다 진영논리가 강하지는 않다. 무조건 한쪽 진영에 충성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지 않고, 실망하면 한번에 지지율이 쫙 빠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20대가 보수화됐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보수’라고 하는데 그것이 보수주의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지난 대선은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였지 당시 문 후보에게 아주 큰 기대를 갖고 투표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올바르지만 오래된 것보다 나쁘더라도 새로운 것이 낫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의 민주당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정치적 상상력이 협소한 탓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해도 그게 결국 야당에 표를 주게 된다.” 신 “지난 보궐선거는 LH 사태 영향이 컸다. 집이 제일 없는 세대가 20대 아닌가. LH사태, 부동산 문제가 계속 실패했으니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시험 결과로 줄세운다는 건 게으른 발상블루오션 ‘이대녀’ 위해 정치 나설 때상수는 세대갈등 아닌 계급 재생산 -‘이준석 현상’에 대한 평가, ‘나는 국대다’와 같은 형식으로 나타난 ‘이준석식 공정’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신 “30대 당대표의 탄생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이만 갖고 혁신이고 새로움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본다. 그동안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있었고, 훨씬 더 다양한 얘기를 해왔다. 더불어 ‘이준석의 공정’과 ‘문재인의 공정’이 시작은 다르지만 결과는 똑같다는 슬픈 생각이 든다. 둘다 불공정을 말하면서도 부정의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김 “새로운 것은 나이밖에 없다. 방송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게 됐지만, 그것이 정치를 잘할 것이라는 믿음과는 다르지 않나. 단일한 시험 결과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줄 세운다는 것 자체가 공정을 생각할 때 제일 게으른 발상아닐까. 딱 하나 좋은 점은 결과에 시비를 걸기가 어렵다는 것뿐이다.” 임 “이 대표가 당대표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인기를 얻는 과정 등이 흥미롭다. 온라인상에서의 방식이 현실 정치의 장으로 가면 적용하기가 어렵게 되고 주류의 룰에 맞춰야 하다보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가 됐을 당시 관심도 어느 정도 식을 것 같다. 사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청년 남성 또는 대중들이 그의 능력주의와 공정한 경쟁을 정말 좋아할지도 사실 의문이 든다. 무차별적인 경쟁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20대를 둘러싼 젠더 갈등은 어떻게 봐야 할까. 임 “20대의 여론 소비 환경을 보면 각자 자신이 속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이 커뮤니티가 남녀로 크게 갈려 있다. 지금 양쪽 커뮤니티는 전쟁만 있고 실질적인 소통이나 대화는 없다. 젠더 이슈의 주제들을 보면 소위 기성세대가 볼 때는 별게 아닌데 20대는 심각하다. 여기서 나타난 온도차가 크다. 여당은 남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고, 20대 여성이 볼 때 ‘민주당은 뭘 했다고 자신들을 페미니즘 정당이라고 하는거야’라고 하는데, 이는 타당한 지적이다. 양극화된 상황에서 주류 정당은 입장 하나를 취하는 게 어려워지고, 어느 쪽도 만족시키기 힘들어졌다.” 김 “90년대생, MZ세대는 남녀 불문하고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이런 불만이 투사된 키워드가 바로 위선, 내로남불, 불공정이다. 이런 불만은 남녀가 마찬가지인데, 여기에 ‘친페미니즘 대 반페미니즘’의 층위가 더해진 것 같다” 신 “더 정확히 말하면 페미니즘에 대한 찬반이 아닐까. 동등한 위치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이 조금 더 앞으로 나가면 훨씬 더 많은 ‘백래시’(반발)가 오는 상황이다. 지난 보궐선거 끝나고 ‘이대남’은 정치세력으로 남았지만, ‘이대녀’는 이름만 남았다. 여전히 20대 여성은 표를 받을 수 있는 존재나 정치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손짓하고 있는데. 임 “청년 일자리, 주거 문제 등 사실 한국경제의 세계화, 산업 구조 변동과 연관이 있다. 청년 문제가 국제무역질서 등의 틀에서 논의되지는 않고, 단순히 ‘청년이 살기 힘드니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만 접근되고 있다.” 신 “최근 일자리가 늘었다고 하는데 초단시간(주당 15시간 미만) 일자리가 늘었다고 한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주택은 죄다 5평짜리다. 힘들지만 5평짜리 집에서 살 수 있으니 괜찮다는 것일까. 아직도 정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관점에서 청년을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전 한 대선주자의 출마선언문을 보니 ‘청년들이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 산다’고 하더라. 좀 지겹다. 한국사회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가족처럼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좀더 다양한 청년의 모습을 생각해서 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조언할 게 있다면. “4월 재보궐선거를 보며 20대 여성이야말로 진짜 블루오션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정치권인 ‘이대녀’를 잡기 위한 시도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합니다.”(신 위원장)  “단순히 ‘청년이 살기 힘드니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사와 지난 20~30년 사이 우리 사회가 겪은 큰 틀의 변화, 그것이 미시적 차원에서 어떻게 작동됐는지를 생각하면서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임 작가)  “상수는 세대갈등이 아니라 계급재생산입니다…더 망설임 없이 급진적인 정책과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김 작가)
  • 이지혜, 도전! 오페라… 뮤지컬 배우의 마력같은 매력

    이지혜, 도전! 오페라… 뮤지컬 배우의 마력같은 매력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엠마, ‘베르테르’ 롯데, ‘몬테크리스토’ 메르세데스, ‘팬텀’ 크리스틴. 뮤지컬 배우 이지혜는 무대 위에서 늘 예뻤다. 투명하고 순수한 인물을 그대로 흡수해 깊이를 더했고 청아하고 맑은 고음으로 사랑을 노래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객석의 환호를 받던 그가 “진짜 나를 보여 주고 싶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말도 안 되게 생뚱맞은 역할이나 병맛 캐릭터까지 웃긴 것도 하고 싶고 소극장에도 서고 싶다”는 그는 “보여드릴 게 아주 많다”고 자신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지혜는 준비한 재료를 하나씩 꺼내듯 자신을 풀어냈다. 그가 좀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기로 결심하고 내딛는 첫발은 오페라와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오는 17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바리톤 이응광과 듀오 콘서트 ‘대모니’(D monie)를 연다. 독일어로 ‘마력’을 뜻하는 말로 감미로운 목소리의 두 사람이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뮤지컬 넘버들을 다채롭게 선보이며 끌림을 주겠다는 것이다.성악도 출신이지만 ‘세비야의 이발사’, ‘돈 조반니’, ‘로렐린다’ 등 아리아를 무대에서 부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저의 뿌리가 클래식이니 뮤지컬에 데뷔한 이후로 클래식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많은 분들이 클래식과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은 목표도 있었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2019)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성악가로 출연한 기회가 그의 목마름을 조금 적셔 주었고, 한 번의 무대를 보고도 “깊으면서도 섬세한 소리에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듯했다”는 느낌을 준 이응광과의 만남이 물꼬를 확 틔웠다.슈베르트 가곡 ‘마왕’을 비롯해 아리아까지 모두 8곡을 1부에서 함께 부르는데 “인터미션을 24시간 갖고 다음날 2부를 해야 한다”고 할 만큼 에너지가 필요한 곡들이다. 그리고 2부에선 뮤지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팬텀’, ‘엘리자벳’ 등 두 사람의 음색과 꼭 맞는 넘버들을 나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부터 한나절 내내 연습에 몰두하고 있지만 매 순간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이지혜는 이번 무대 이후 좀더 용기를 갖고 한 발짝씩 새로운 무대를 향해 나가고 싶다는 뜻을 강조했다. “장르에 관계없이 ‘이지혜가 이걸 한대’라면 누구나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다. “여행하듯이 많은 경험을 해 보고 싶다”는 그는 취미로 시작한 미술과 발레, 기타 등 다방면에서 재주꾼이기도 하다. ‘베르테르’에서 소품으로 쓰인 롯데 자화상을 직접 그리기도 했고 이번 공연에선 그의 고양이 ‘앙바’를 그린 파우치를 이벤트 선물로 내놨다. 흘러가는 대로, 다만 그때그때 충실히 준비하면서 ‘쓰임’을 기다리는 그의 자세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고양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집사가 되길 바라며 열심히 살고 있어요. 이 모습들을 앞으로 ‘마력’처럼 많이 보여 드릴게요.”
  • “영화는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었다”…봉준호, 한국어로 2년 만에 칸 열다

    “영화는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었다”…봉준호, 한국어로 2년 만에 칸 열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이 지구상에서 영화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휴양 도시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뒤 한국말로 “(개막을) 선언합니다”라고 외쳤다. 이 무대에 봉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오른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 감독,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배우 조디 포스터,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각각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로 개막을 선언했다. 개막식 당일에서야 참석 소식이 알려진 봉 감독은 “집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의 연락을 받았다”며 “지난해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끊어짐을 연결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 감독은 “이번 영화제 개막작인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를 세계 최초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아네트’는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카락스 감독이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봉 감독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기생충’의 주연 배우 송강호는 심사위원석에 앉아 흐뭇하게 그를 바라봤다. 2년 2개월 전 감독과 주연 배우로 이 자리에 함께했던 두 사람은 올해는 특별 게스트와 심사위원으로 자리를 빛냈다. 올해는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르지 못했다.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비경쟁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칸 프리미어 섹션에 각각 초청받았다.
  • 칸 영화제 깜짝 등장한 봉준호 “개막 선언합니다”...송강호, 환한 미소

    칸 영화제 깜짝 등장한 봉준호 “개막 선언합니다”...송강호, 환한 미소

    봉준호 감독이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해 한국어로 개막선언을 했다. 6일(현지시간) 봉 감독은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했다. 봉 감독은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 올해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배우 조디 포스터와 시상자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함께 개막식 무대에 올랐다.이날 봉 감독은 영어로 “제74회 칸 영화제 개막을 선언한다”고 선창한 뒤 알모도바르 감독(스페인어)과 조디 포스터(프랑스어)에 이어 다시 한국말로 “선언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파이크 리 감독이 영어로 개막 선언을 마무리했다. 선언에 앞서 봉 감독은 “집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연락을 주셔서 오게 됐다”며 이날 자리에 함께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와서 오프닝 선언을 해 달라는 요청에 ‘아니 왜 제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지난해에 코로나19로 인해서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에 한 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그 끊어짐을 연결해달라는 말을 했다”며 “‘기생충’이 영화제가 끊어지기 전의 마지막 영화라서 제가 이런 역할을 맡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오늘 이렇게 와서 여러분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까 끊어졌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라며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후로 이 지구상에서 시네마는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메이커와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봉 감독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이번 칸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송강호가 자리에 앉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번 봉 감독의 참석과 관련해 칸 영화제는 개막 당일까지 공개하지 않았으며, 봉 감독도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출국했다. 한편, 봉 감독은 7일 오전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할 예정이다.
  • 세계 5대 도시 ‘칸 필름마켓’ 오늘 개막…서울, 10개 부문 19편 신작 영화 상영

    코로나19 사태로 2년 2개월 만에 열리는 칸국제영화제가 서울을 비롯한 세계 5개 도시에서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필름마켓을 진행한다. 칸국제영화제 측은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칸 방문이 상대적으로 쉬운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와 중앙아메리카 도시 등에서 필름마켓 상영회 ‘칸 인 더 시티’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필름마켓은 제74회 영화제 기간인 6∼17일 사이에 서울, 중국 베이징, 호주 멜버른, 멕시코 멕시코시티,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경쟁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등 주요 섹션 상영작 가운데 30편을 상영한다. 이 기간에 온라인 필름마켓도 진행한다. 서울 주관사인 해밀픽쳐스 측은 8·9일, 12~16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칸 인 더 시티-서울’을 열고 10개 부문 19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필름마켓은 일반 관람객이 아닌 영화 수입사와 배급사,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과 영화제 관계자 등이 참석해 신작 영화를 관람하고 개봉작과 상영작을 선택하는 자리다. 앞서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이 필름마켓에서 모두 192개국에 판매돼 역대 한국영화 판매기록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많은 영화인이 칸을 방문하기 어려운 때에 처음으로 칸 셀렉션 영화들을 서울의 극장에서 한국 영화인들에게 선보이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상영을 통해 칸 영화제의 많은 영화가 한국에 소개될 기회를 얻고, 2022년 5월 다시 칸영화제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오스카’ 빛나는 윤여정, 美아카데미 회원된다…‘미나리’ 팀 7명 초청

    ‘오스카’ 빛나는 윤여정, 美아카데미 회원된다…‘미나리’ 팀 7명 초청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4) 배우가 영화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모임인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신입 회원 제안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AMPAS는 1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신입 회원 초청자 명단을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카데미가 공개한 올해 신입 회원 초청자는 모두 395명으로, 윤씨는 연기자 부문 신입 회원으로 초대됐다. 윤씨가 아카데미의 초청을 수락하면 앞으로 정식 회원으로서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 ‘미나리’에서 주연을 맡은 한예리와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 ‘미나리’를 연출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도 신입 회원 초청자 명단에 올랐다.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와 음악 감독 에밀 모세리, 편집 감독 해리 윤 등도 이름을 올려 ‘미나리’팀은 총 7명이 신입 회원으로 초청됐다. 올해 한국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른 ‘오페라’의 에릭 오(한국명 오수형) 감독도 초청을 수락하면 신입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아카데미는 지난해에는 오스카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의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대거 신입 회원으로 초청했다. 당시 명단에는 최우식, 장혜진, 조여정, 이정은, 박소담 배우와 최세연 의상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정재일 음악감독, 곽신애 프로듀서, 이하준 미술감독, 최태영 음향감독, 한진원 작가 등이 이름을 올렸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는 이미 2015년에 회원이 됐다. 아카데미가 올해 신입 회원으로 초대한 영화계 인사 중 여성은 46%를 차지했고 53%는 미국 이외의 국가 출신으로 채워졌다. ‘프라미싱 영 우먼’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여성 감독 에메랄드 페넬,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할리데이’의 안드라 데이 등이 신입 회원 초청장을 받았다. 지난해 아카데미 회원은 9362명으로, 올해 신입 회원 초청을 받은 사람들이 아카데미의 제안을 모두 수락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회원은 9750여명으로 늘어난다. 아카데미는 지난 5년 동안 회원 구성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한다는 목표 아래 회원 확대를 추진해왔다.
  • ‘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회원 초청받아…투표권 행사 가능

    ‘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회원 초청받아…투표권 행사 가능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씨가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신입회원 제안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1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의 신입회원 초청자 명단을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올해 신입회원 초청자는 모두 395명으로, 윤여정씨는 연기자 부문 신입회원으로 초대됐다. 윤여정씨가 초청을 수락하면 앞으로 정식 회원으로서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미나리’에서 주연을 맡은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과 ‘미나리’를 연출한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도 신입회원 초청자 명단에 올랐다.아카데미는 지난해에는 오스카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의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대거 신입회원으로 초청한 바 있다. 당시 신입회원 초청 명단에는 배우 최우식, 장혜진, 조여정, 이정은, 박소담과 의상감독 최세연, 편집감독 양진모, 음악감독 정재일, 프로듀서 곽신애, 미술감독 이하준, 음향감독 최태영, 작가 한진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이미 2015년에 회원이 됐다. 과거에 회원이 됐더라도 꾸준히 작품 활동 등을 해야 투표권이 유지되며, 감독은 감독 부문에, 연기자는 연기 부문에 투표하는 등 통상적으로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아카데미가 올해 신입회원으로 초대한 영화계 인사 중 여성은 46%를 차지했고 53%는 미국 이외의 국가 출신으로 채워졌다. ‘프라미싱 영 우먼’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여성 감독 에메랄드 페넬,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할리데이’의 안드라 데이 등이 신입 회원 초청장을 받았다. 지난해 아카데미 회원은 9362명으로, 올해 신입회원 초청을 받은 사람들이 아카데미의 제안을 모두 수락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회원은 9750여명으로 늘어난다. 아카데미는 지난 5년 동안 회원 구성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한다는 목표 아래 회원 확대를 추진해왔다.
  • [열린세상] 데칼코마니, 윤석열과 조국/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데칼코마니, 윤석열과 조국/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영화 ‘기생충’의 가제는 ‘데칼코마니,’ 즉 대칭 또는 거울상이었다. 영화에서 박 사장 일가/기택 일가는 고용인/피고용인, 가진 자/못 가진 자, 위층/아래층으로 대칭을 이룬다. 갑/을의 이 데칼코마니는 박 사장 집의 1층을 차지하기 위한 기택 일가/문광 일가의 대결이라는 을/을의 데칼코마니와 중첩된다. 이 데칼코마니 한 쌍은 갈등, 반목, 시기, 질투를 겪으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국 박 사장 일가, 기택 일가, 문광 일가 모두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윤석열/조국은 한국 정치 ‘무대’에 올라선 데칼코마니다. 윤석열/조국은 검찰 총장/법무부 장관, 목을 친 자/목이 잘린 자, 야당/여당, 보수/진보의 대칭을 이루며 대권이라는 거대한 욕망을 향해 마지막 결투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고상한 이상과 비전도 없으며 사회적 독소들로 가득 찬 X파일, 음모, 소문, 절반의 거짓/진실이 판치는 ‘유튜브 누아르’가 펼쳐지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은 억울했나 보다. 그는 ‘조국의 시간’이란 책을 출간해 자신의 일가에게 씌워진 혐의를 부인했다. 조국은 서울대 법대 교수,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이라는 꽃길 중의 꽃길을 걸으며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였으나 모든 것을 잃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비극의 원형인 이유는 주인공이 왕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가진 자가 추락해야 비극이 극대화된다. 자식의 입시비리만 아니었다면 조국은 대통령도 될 수 있었다. 이제 그가 꿈꾸었던 자리를 그의 목을 친 윤석열이 꿈꾸고 있다니 소포클레스도 그 결말이 무척 궁금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과거 조국이 ‘정의의 화신’이었다면 현재 윤석열은 ‘공정의 화신’이다. 이명박, 박근혜에게 겨눈 칼을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똑같이 겨눴기 때문에 그는 공정의 화신이 됐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업정신에 투철한 검사에게 국민은 열광했다. 하지만 그가 아직 처절하게 깨닫지 못한 것은 ‘직업으로서의 검사’와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윤석열은 숙련된 검사 중의 검사일지 몰라도 정치에서는 초보 중의 초보다. 그는 국가는 무엇인지,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경제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국가와 정치에 대한 비전도 철학도 없는 단순한 칼잡이다. 따라서 그가 기댈 곳은 여당의 반대편에 있는 보수 정치세력이며, 자신을 밀어 줄 보수 언론이며, 자신에게 ‘떴다방 정책’을 만들어 줄 보수 엘리트 지식인들이다. ‘공정의 화신’이 ‘공정과는 가장 거리가 먼 엘리트 세력들’과 연합하는 것이다. 국민은 윤석열의 이 구조적 모순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집안은 어렵고 천하는 쉽다.” 근사록에 나오는 이 말은 윤석열과 조국이 왜 또 다른 의미에서 데칼코마니인지 알뜰하게 설명한다. 지난 몇 년간 ‘조국 일가’의 일이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렸다면 이제 ‘윤석열 일가’의 일이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윤석열은 대단히 명석하게 아버지를 모시고 투표장에 나타났고,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존경받는 보수 지식인을 만났다. ‘처가의 정치’가 아니라 ‘본가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의 여신은 공평한지라 그의 ‘선택적 가족 정치’를 봐줄 리 없다.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남에게 금전적으로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은 없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통해 윤 전 총장이 내뱉은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진석은 윤석열의 안티 중의 안티다. 검찰은 윤 전 총장의 장모가 22억 9400만원의 요양급여를 불법으로 편취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윤 전 총장의 장모는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347억원의 통장잔고증명서를 위조(사문서 위조)한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들에게 겨누었던 칼을 장모에게는 겨눌 수 없었던 모양이다. 대통령은 쉽고 장모는 어렵다. ‘정의의 화신’이 가족의 입시 문제로 무너졌고, 이제 ‘공정의 화신’이 가족의 부동산 문제와 보수 불공정 세력과의 연합으로 막 시험대에 올랐다. 이 시험대 위에 정의의 여신이 칼을 들고 윤석열을 기다리고 있다. 아멘.
  • 성장기도 스릴러도 유럽·중남미 스타일로, 개성 만점 14편… 내 손 위에 시네마천국

    성장기도 스릴러도 유럽·중남미 스타일로, 개성 만점 14편… 내 손 위에 시네마천국

    18일부터 2주 동안 평소 접하기 어려운 중남미와 유럽 등 국가의 영화 14편을 무료로 감상할 기회가 온다. ●네이버TV 온라인 상영… 방구석 1열서 감상 한국국제교류재단은 1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021 KF세계영화주간’을 진행한다. 이 기간에는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으로 스웨덴, 페루,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 프랑스 등 국가의 영화 14편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주한외교사절단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소개하자는 취지다.이 가운데 파트리크 에크룬드 감독의 스웨덴 영화 ‘배드민턴의 여왕’(2020)은 실패와 좌절 앞에 선 중년 여성이 진정한 인생의 승리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배드민턴 챔피언으로 승승장구하던 안브리트가 심판의 편파 판정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러 퇴출당하고 매일 술에 의존해 살다 설욕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페루 영화 ‘그 가족의 비밀’… 남미판 기생충하비에르 푸엔테스 레온 감독의 페루 영화 ‘그 가족의 비밀’(2020)은 현대 페루 사회의 계급 갈등과 성 정체성을 비판적으로 담아 ‘페루판 기생충’으로 불린다. 저택에 살고 있는 카르멘과 알리시아 자매, 이들의 하녀로 일해 온 또 다른 자매 루스밀라와 페타가 카르멘의 65세 생일을 맞아 모인다. 이 자리에서 수십년간 감춰 왔던 두 가족의 비밀이 폭로될 위기에 놓인다. 아르헨티나 영화 ‘릴라의 카페테리아’(2019)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계층 갈등을 코믹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도서관에 새로운 관장이 부임해 그동안 임의로 운영했던 직원 식당이 존폐 위기에 처하자 릴라와 동료들이 용기를 내 정식 카페테리아를 만들어 가는 내용이다.파라과이 영화로는 2018년 마르셀로 마르티네시 감독의 ‘상속녀’(2018)를 준비했다. 한때 부유한 엘리트 커플이었던 첼라와 치키타가 빚더미에 오르고 치키타가 사기죄로 체포되면서 평생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온 첼라가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영화는 2018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아티크 라히미 감독의 프랑스 영화 ‘나일강의 소녀들’(2019)도 상영된다. 1994년 르완다 학살의 배경이 되는 부족 갈등과 식민지 경험의 상흔을 1970년대 소녀들의 시선으로 구현했다. ●전염병 치료약 찾기 위한 여정… 브라질 ‘티토와 새’가족 애니메이션도 눈에 띈다. 구스타보 스타인버그 감독의 브라질 영화 ‘티토와 새’(2018)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마을을 뒤덮고, 실종된 아버지가 진행하던 새 소리 연구가 전염병 치료와 관련돼 있음을 알게 된 소년 티토가 치료약을 구하고자 떠나는 모험을 담았다. 이 밖에도 그리스 영화 ‘동정에 중독된 남자’(2018), 불가리아 ‘아가’(2018), 터키 ‘야생 배나무’(2018), 과테말라 ‘툴리오씨 호스텔’(2018) 등을 볼 수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기생충, 대부·반지의 제왕 넘었다… 美아카데미 작품상 중 1위

    기생충, 대부·반지의 제왕 넘었다… 美아카데미 작품상 중 1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베스트 10’에서 1위로 꼽혔다. 미국 영화전문매체 스크린랜트는 12일(현지시간) 영화 온라인 플랫폼 레터박스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생충’은 비영어 영화로는 처음이나 유일하게 작품상을 수상했다”면서 “부잣집에 잠입한 가난한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연기, 연출, 감정 등 모든 측면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1’(1972)과 ‘대부 2’(1974)는 “영화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갱스터 누아르 영화”라는 칭송을 받으며 2·3위를 차지했다. 4위는 피터 잭슨 감독의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 5위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1993)가 올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기생충, ‘대부’ ‘반지의 제왕’ 넘어 오스카 작품 중 1위

    기생충, ‘대부’ ‘반지의 제왕’ 넘어 오스카 작품 중 1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베스트 10’에서 1위로 꼽혔다. 미국 영화전문매체 스크린랜트는 12일(현지시간) 영화 온라인 플랫폼 레터박스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생충’은 비영어 영화로는 처음이나 유일하게 작품상을 수상했다”면서 “부잣집에 잠입한 가난한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연기, 연출, 감정 등 모든 측면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1’(1972)과 ‘대부 2’(1974)는 “영화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갱스터 누아르 영화”라는 칭송을 받으며 2·3위를 차지했다. 4위는 피터 잭슨 감독의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 5위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1993)가 올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VR로 보는 ‘기생충’ 저택·BTS 공연… 유네스코 본부 전시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 등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실감 전시회가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다음달 6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한국: 입체적 상상’(Korea: Cubically Imagined)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전시는 유엔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 창의경제의 해’를 맞아 코로나19 이후 미래에 대한 한국의 상상력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유네스코 사무국 문화다양성 협약 부서가 공동 주최했다. 전시회에서는 방탄소년단의 공연과 영화 ‘기생충’의 실감 콘텐츠를 처음 공개한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개최한 온라인 콘서트 ‘BTS MAP OF THE SOUL ON:E’은 3면 LED 큐브 공간에 확장현실(XR)로 구현된다. 가상현실(VR) 기어를 착용한 관객들이 360도 실감 영상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영화 ‘기생충’ 역시 관객들이 저택의 거실과 지하공간, 기택의 반지하 주택 등 영화의 배경으로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을 제공하는 VR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의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와 디스트릭트의 ‘Flower’, 비브스튜디오스의 ‘The Brave New World’, 태싯그룹의 ‘Morse ㅋung ㅋung’,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허수아비’, 강이연의 ‘Beyond the Scene’ 등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16일(현지시간) 10시부터 온라인(www.cubicallyimagined.kr)을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전시가 끝나는 다음달 16일부터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한재림 ‘비상선언’ 홍상수 ‘당신 얼굴 앞에서’ 칸 영화제 초청

    한재림 ‘비상선언’ 홍상수 ‘당신 얼굴 앞에서’ 칸 영화제 초청

    한재림 감독이 제작한 재난 영화 ‘비상선언’과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 얼굴 앞에서’가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열리는 영화제의 공식 초청작을 발표했다. ‘비상선언’은 비경쟁 부문에, ‘당신 얼굴 앞에서’는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배우 등이 출연한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에 직면해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재난 영화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비상선언’은 장르성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완벽한 장르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 초청 이유를 설명했다. 한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금, 영화 ‘비상선언’으로 희망과 위로를 드리고자 했던 마음이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올해 경쟁 부문에는 개막작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신작 ‘아네트’를 비롯해 24편이 올랐다. 숀 펜 감독의 ‘플래그 데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파리 13구’,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 숀 베이커 감독의 ‘레드 로켓’, 난니 모레티 감독의 ‘트레 피아니’ 등이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스파이크 리 감독이다. 한국 영화는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부터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까지 4년 연속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영화제가 열리지 않은 지난해에는 연상호 감독의 ‘반도’와 임상수 감독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 공식 초청받았다. 올해 칸영화제는 다음 달 6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지 칸에서 열린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평상심 배우기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평상심 배우기

    많이 인용되는 ‘논어’ 구절 하나.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역시 군자답지 않은가.” 통상 이 구절을 군자다움의 덕목을 요약한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렇게 삐딱하게 읽을 수도 있다. 남들이 알아주는 것에 사람들은 목을 맨다. 그런 욕망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가. 그리고 군자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사람들이 돈과 물질과 권력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자체가 주는 쾌락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소유할 때 남들로부터 받게 되는 부러움의 시선에서 얻는 쾌락이 더 크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그렇게 힘이 세다. 돈, 물질, 권력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는 지식인이나 문화예술인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작품과 이름이 인정받기를 욕망한다. 상징권력의 욕망이 내면에서 꿈틀댄다. 2019년 발간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연감에 따르면 국내 주요 문학상의 개수는 238개란다. 이렇게 많은 문학상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마 그렇게 많은 상을 주고받을 만큼 매년 한국문학공간에서 탁월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일까? 지난해와 올해 한국 영화계에는 잇달아 경사스러운 소식이 들렸다. 어쨌든 국제적으로 저명한 상을 받는 건 반가운 일이다. 나는 이런 수상은 그 개인에게 수여되는 것이지 ‘국가대표’에게 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영화계에는 큰 격려다. 그러나 내게 특히 인상 깊게 다가온 건 수상 자체가 아니라 그 상을 대하는 봉준호 감독과 윤여정 배우의 태도였다. 봉 감독 인터뷰 한 구절. “이 직업도 20년 넘다 보니 그런 두려움과 고민은 솔직히 별로 없어요. 그냥 제 일을 계속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기생충’을 좋아하니 지금은 낯 뜨겁지만 이것 역시 지나가는 현상이라 생각하고 즐기려고 애쓸 뿐이에요. 소동, 그 단어가 많은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편리한 단어 같아요.” 봉 감독이 ‘기생충’을 만들 때 칸 황금종려상이나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받겠다는 욕심을 가졌다면 아마 그런 작품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예술에서 사심이 앞서면 작품이 망가진다. 그는 평상심을 유지하며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수상도 곧 지나갈 “지나가는 현상”, 즐거운 소동일 뿐이다. 그리고 다시 평상심을 회복하고 영화를 만든다. 트로피는 서랍에 넣어두고. 윤여정 배우도 비슷한 말을 한다. “저는 경쟁을 싫어해요.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를 이기겠어요. 저는 그녀의 연기를 수없이 많이 봐 왔습니다. 그리고 5명의 후보들, 우리는 각자 다른 영화 속에서 승자입니다. 우린 각자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에 우리는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오늘밤 제가 여기에 서 있을 수 있는 건 제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죠.” 수상은 결국 운의 문제다. 이런 마음이 있기에 윤 배우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영화에 주저하지 않고 출연해 왔다. 뒤늦게 본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그 예다. 윤 배우의 이름값에 비한다면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배역은 작다. 그래도 성심을 다해 연기한다. 봉 감독과 마찬가지로 윤 배우도 무슨 상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한 게 아닐 것이다. 그냥 해야 할 일을 능력껏 한 것이다. 설령 봉 감독의 연출과 윤 배우의 연기가 큰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그들이 한 작업이 의미가 없어지지 않는다. 상을 받으면 당사자에게 격려의 의미가 분명히 있지만 평상심을 유지하는 예술가에게는 상은 받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대상일 뿐이다. 얼마 전 중세 이슬람 시인 루미의 산문시집을 인상 깊게 읽었다. “당신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취해 있는 것을 볼 때 오만해져 통제력을 잃는다. 세상의 칭찬과 위선은 맛있는 음식과도 같다. 적당히 먹어야 한다. 불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것을 알고도 어떻게 그 음식을 먹겠는가? 말하지 말라. 당신은 칭찬을 열망하고, 아마 그것을 먹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인정 욕망에만 사로잡히면, 작품을 만들 때 상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한다면, 그 작품은 그렇게도 바라던 인정과 수상에서 오히려 멀어지게 된다. 윤 배우와 봉 감독을 두고 부러워해야 할 것은 수상이 아니라 남들이 뭐라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꿋꿋하고 묵묵히 하는 평상심의 태도라고 믿는다.
  • 코로나 ‘집콕’에… 작년 한국식품 수출 역대 최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에서도 ‘집콕’이 늘면서 라면·즉석밥·포장만두 등 한국산 간편식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효자 품목인 라면은 영화 ‘기생충’의 흥행 등과 맞물려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은 27일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도 한국 식품(축·수산물과 음료·주류 제외) 수출이 42억 8000만 달러(약 4조 8000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37억 3000만 달러) 대비 14.6% 증가한 규모다. 올해 1~4월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늘어난 15억 9000만 달러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대표 수출 상품인 라면은 전년 대비 29.2% 증가한 6억 400만 달러에 달했다.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먹을거리 수요가 반영되면서 수출액이 크게 늘었다. 즉석밥(3700만 달러)과 포장만두(5100만 달러)도 각각 53.3%, 46.2% 증가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음식을 통한 면역력 강화 등으로 김치 등 전통 발효식품 수출도 약진했다. 김치(1억 4500만 달러)가 전년 대비 37.6% 증가하며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가운데 고추장(5100만 달러), 간장(1600만 달러), 된장(1200만 달러)도 호조를 보였다.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케이팝 그룹을 통해 소개된 떡볶이는 전년(3400만 달러) 대비 56.7% 증가한 5400만 달러, ‘먹방’ 등 한국 음식 관련 콘텐츠의 인기에 편승해 떡볶이·불고기·불닭 등 소스류 수출액도 1억 6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식품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었다. 대미 수출액은 7억 9800만 달러로 전년(5억 9800만 달러) 대비 33.3% 늘었다. 이전까지 최대 수출시장이던 일본은 2억 6400만 달러로 미국·중국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In&Out] 무너지는 한국영화, 극장 지원 절실하다/이창무 한국상영관협회장

    [In&Out] 무너지는 한국영화, 극장 지원 절실하다/이창무 한국상영관협회장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기생충’ 수상 소식에 이어 2년 연속 쾌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눈에 보이는 화려한 성과와는 다르게 지금 한국영화산업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2020년 우리나라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관객은 급감했다. 2019년 연간 관람객은 2억 2000만명을 넘어섰지만, 지난해엔 6000만명에도 미치지 못 했다. 극장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80%에 육박하는 한국영화산업 특성상 극장 관객의 감소는 곧 한국영화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관객 감소로 배급사들은 신작 개봉을 미루고, 볼 영화가 없으니 관객은 극장에 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제작 현장 곳곳은 멈춰서고, 영화 마케팅이나 컴퓨터그래픽(CG) 등 관련 업체도 일감이 없어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고용 상황도 악화해 많은 영화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제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영화산업은 대표적인 코로나19 피해 업종이지만 각종 재난지원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특히 극장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 지침에 따라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수했음에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극장이 대기업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이냐 아니냐를 따질 겨를이 없다. 극장이 무너지면 한국영화산업 전체가 도미노처럼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는 하루라도 속히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필요한 지원책은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일이다.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것은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볼 영화가 없다는 게 더 큰 이유다. 극장들은 지난 2월부터 영화의 개봉을 장려하기 위해 영화 관람객 1인당 1000원씩의 개봉 지원금을 배급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극장의 경영상황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영화 개봉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에서 과감하게 지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람객이 좀더 쉽게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영화 할인티켓 등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으로 정부의 띄어 앉기, 시간대 제약 등 방역 조치 강화로 극심한 피해를 당한 극장들에 금융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음식물 취식에 대한 지나친 제한으로 극장이 기피 시설로 낙인찍힌 점을 감안해 단계별로 음식물 취식도 완화하길 바란다. 특히 올해 영화발전기금은 전면 면제하는 게 마땅하다. 극장사들은 10년 이상 수천억원의 영화발전기금을 납부하며 영화산업 성장에 기여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에는 영화발전기금 면제는 물론 납부한 몇 년치라도 돌려주는 게 당연한 순리다. 제2의 ‘기생충’, 제2의 봉준호, 제2의 윤여정을 기대하는가. 극장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국영화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 정약용, 세종, 홍대용...책으로 만나는 애민정신과 실용주의

    정약용, 세종, 홍대용...책으로 만나는 애민정신과 실용주의

    역사에서 빛을 발한 선현의 지혜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현대인들에게 울림을 남긴다.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선 시대 애민정신과 실용주의의 정수를 보여준 학자 및 군주의 사상과 인생을 다룬 책들이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과 담헌 홍대용,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이 그 주역들이다.●다산 ‘목민심서’ 현대 시각에서 재해석 현암사가 펴낸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이 1818 완성한 ‘목민심서’를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현재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책이다. ‘목민심서’는 지방 수령인 목민관이 부임 후 자리를 떠날 때까지 지켜야 할 각종 덕목을 12편으로 나눠 설명한다. 박 이사장은 서문에서 “목민관의 인격을 함양하고, 올바른 행정을 통해 백성 한 사람이라도 혜택을 입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뜻으로 만든 책이 목민심서”라며 “다산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공렴’을 실천했는가에 대한 보고서이자 옛날의 어진 목민관이 실천했던 공람한 행정의 본보기를 담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저자는 네 번째 ‘애민’(愛民) 편을 논하면서 “다산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라며 “그는 인류의 영원한 꿈인 요순시대는 애민의 실천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잘 구축된 세상이라고 여겼다”고 강조했다. 목민관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바른 몸가짐을 꼽고 “인간답게 대우하고 예의 바르게 대접하면서 바른길을 제시해야 (아랫사람이) 따르지, 법이나 위력으로 통제하려 하면 근본적인 개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세종대왕의 국정 철학 원칙 ‘실용주의’ 등 재조명 미래의창이 내놓은 ‘세종의 원칙’은 인문학자인 박영규 중부대 초빙교수가 조선 시대 성군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1397~1450, 재위는 1418~1450)의 국정 철학의 원칙을 재조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태종 치세를 짚어보고, 세종이 지키고자 한 원칙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세종은 백성에 이익이 되고 쓸모가 있느냐는 ‘실용주의’를 국정 운영의 제1원칙으로 내세워 신분을 초월한 적재적소의 인사 철학과 작은 허물보다는 능력을 더 높이 사는 인재관을 펼쳤다. 저자는 세종이 실천한 ‘국가 경영의 원칙’인 민생을 우선시하고 억울한 백성이 없도록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소통의 원칙’으로는 먼저 신하들의 의견 구하기, 논의를 거쳐 대사 결정하기, 반대파는 권위가 아니라 논리로 설득하기 등이 있다. 외교에 있어서는 강대국에 예를 갖춰 머리를 숙이면서도 국가 영토와 관련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가장 큰 업적인 한글 창제에서도 애민 정신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영화 ‘기생충’이 칸와 아카데미를 석권한 것도 우리 음악과 문화의 체계를 주체적으로 정립한 세종 시대의 성과에 그 뿌리가 닿아있다”고 평가했다.●북학파 홍대용의 젊은 시절 재미있는 소설로 소개 이밖에 평전 작가로 알려진 박선욱 시인은 조선 후기 실학자 담헌 홍대용(1731~1783)의 젊은 날을 추적한 장편소설 ‘조선의 별빛’(평사리)을 출간했다.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책은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배우고 상공업을 육성하자고 주장했던 북학파 홍대용의 사상과 사고방식을 있는 그대로 조명했다. 저자는 홍대용이 활약하던 18세기 조선을 청나라에 항복한 인조의 삼전도 굴욕을 되새기며 북벌을 주장하는 기득권 사대부의 허세와 다양한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려는 선비들의 실학사상이 대립한 시대로 봤다. 이 가운데 홍대용은 천문, 역법을 공부해 조선 사회 하부에 있는 농민들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하고자 한 인물이다.특히 저자는 천문에 관심이 많은 청년 홍대용을 통해 당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중국 중심 세계관과 ‘화이론’(華夷論)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린 ‘우주무한론’도 재조명했다. 소설은 여러 문헌과 사료를 바탕으로 얼개를 세웠고, 리강 화백의 붓 그림 17점을 삽화로 담았다. 굵은 선과 농담의 산수화와 인물화로 홍대용의 풍모를 표현해냈다. 박 시인은 “만약 18세기 조선에 홍대용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반도체와 IT 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BTS의 노래와 K방역이 전 세계인에게 감동과 경탄을 줄 수 있었을까”라며 “조선후기 르네상스의 문이 홍대용에 의해 활짝 열렸다는 사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열망 또한 컸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작년 잘나갔던 라면업계, 1분기 성적표 ‘울상’

    작년 잘나갔던 라면업계, 1분기 성적표 ‘울상’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호실적을 누린 라면업계가 이번 1분기에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라면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원재료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 1위 농심은 올 1분기 매출 6344억원, 영업이익은 2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7.7%, 55.5% 감소했다.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을 생산하는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5% 감소한 1400억원, 영업이익은 46.2% 빠진 144억원을 기록했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오뚜기도 매출은 전년보다 4.0% 성장한 671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2.3% 떨어진 502억원에 머물렀다. 농심과 삼양라면의 매출액 중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80%, 95%에 달한다. 우선 라면의 생산단가를 좌우하는 ‘팜유’와 ‘소맥분’ 가격이 급등한 것이 직격탄이었다. 농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소맥 선물가격은 t당 238 달러(약 27만원)로 지난해(202 달러)보다 18% 상승했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팜유 현물가격은 t당 980 달러로 지난해(627 달러)보다 56%나 급등했다. 그럼에도 서민 음식인 라면은 가격 인상에 민감해 원재료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지난해 매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가정 내 비축용으로 라면을 쟁여두는 물량이 많아지면서 라면회사들의 실적이 크게 뛰었다. 여기에 농심은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홍보 효과까지 누리며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636억원)이 2019년 동기보다 101%나 급증하기도 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19년 동기보다 73% 상승한 26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오뚜기도 지난해 1분기 572억원(전년보다 7%↑)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지난해 1분기 말부터, 북미 등에서는 2분기부터 본격화되는 등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에 2분기에도 전년보다 큰 폭의 이익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원재료값 상승에 잘 나가던 ‘라면 빅3’ 우울한 1분기···수익성 ‘뚝’

    원재료값 상승에 잘 나가던 ‘라면 빅3’ 우울한 1분기···수익성 ‘뚝’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호실적을 누린 라면업계가 이번 1분기에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라면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원재료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 1위 농심은 올 1분기 매출 6344억원, 영업이익은 2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7.7%, 55.5% 감소했다.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을 생산하는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5% 감소한 1400억원, 영업이익은 46.2% 빠진 144억원을 기록했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오뚜기도 매출은 전년보다 4.0% 성장한 671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2.3% 떨어진 502억원에 머물렀다. 농심과 삼양라면의 매출액 중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80%, 95%에 달한다. 우선 라면의 생산단가를 좌우하는 ‘팜유’와 ‘소맥분’ 가격이 급등한 것이 직격탄이었다. 농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소맥 선물가격은 t당 238 달러(약 27만원)로 지난해(202 달러)보다 18% 상승했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팜유 현물가격은 t당 980 달러로 지난해(627 달러)보다 56%나 급등했다. 그럼에도 서민 음식인 라면은 가격 인상에 민감해 원재료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2016년 이후 동결 중이고 삼양식품도 2017년 삼양라면 가격 인상 이후 올린 적이 없다. 오뚜기는 2008년부터 13년간 ‘진라면’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인상을 시도했다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 매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가정 내 비축용으로 라면을 쟁여두는 물량이 많아지면서 라면회사들의 실적이 크게 뛰었다. 여기에 농심은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홍보 효과까지 누리며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636억원)이 2019년 동기보다 101%나 급등하기도 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19년 동기보다 73% 상승한 26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오뚜기도 지난해 1분기 572억원(전년보다 7%↑)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지난해 1분기 말부터 북미 등에서는 2분기부터 본격화되는 등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에 2분기에도 전년보다 큰 폭의 이익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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