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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20년째 인물만 찍어온 사진작가 조세현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20년째 인물만 찍어온 사진작가 조세현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다.아리스토텔레스는 방 안을 어둡게 한 뒤 한쪽 벽면에 바늘 구멍을 뚫어 놓으면 방 밖에 있는 물체의 영상이 방 안의 벽면에 비친다는 것을 알았다.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네모난 상자의 한쪽 면에 바늘구멍을 뚫어 놓고 반대면에 종이를 붙여 그림의 윤곽을 잡았다.바늘 구멍이 향하고 있는 쪽의 영상이 상자속으로 들어와 종이에 비치는 기능을 활용했다.이같은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는 오늘날의 사진기,즉 카메라의 어원이 됐다. 1839년 프랑스인 다게르에 의해 현재의 사진기가 처음 개발됐을 때 당시 유럽의 언론들은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하느님의 형상과 같은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신(神)에 대한 모독이다.이런 기계를 만들었다고 떠드는 다게르는 분명 바보 중의 바보다.” 아마 사람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이 영혼을 빼앗는 걸로 여겼던 것 같다. 사진작가 조세현(50)씨.이른바 인물 탐구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법정 스님,시인 고은,소설가 황석영,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등을 비롯,한예슬,손예진,이영애,이미연,고소영,김민선,김희애,김희선,장진영,권상우,고현정 등 문화예술계,종교계,연예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 대부분이 그의 카메라 렌즈 속에 자신의 삶과 일상을 담았다. 최근 6년 동안 그는 ‘그림자’를 위한 특별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우선 최근 전시회를 들여다보자.지난 17일 저녁,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천사들의 편지-인연’이라는 주제로 ‘사랑의 사진전’이 열렸다.전시장 벽에는 김혜수,하정우,송윤아,김정은,진호,최수정,하희라,김미화 등 20여명의 스타들이 미혼모의 아이,장애 아동을 한명씩 품에 안고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람객들만 수백명.김갑수,김성수,이승기 등 10여명의 스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한 ‘사랑의 사진전’은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6년 전부터 시작됐다. 행사 주관은 대한사회복지회(이사장 주경식),사진 촬영은 조 작가가 계속 맡았다.전시는 23일까지 계속되며 모인 후원금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치료비와 수술비,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전시회 직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아이콘 스튜디오’에서 조 작가를 만났다.그는 올해로 20년째 인물연구에 천착해오고 있다.그러는 동안 2년 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한복 사진전 ‘코리아,바람의 소리’를 열어 한복바람을 불러일으켰다.또 제13회 베이징장애인올림픽대회(9월6일~17일) 기간 동안 베이징의 문진호텔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장애인 선수들의 생생한 땀방울을 담은 사진전을 열어 주목을 끌었다. 평소 그는 “나의 사진의 목적은 타인과의 공감이며 사진을 통한 타인과의 대화는 나의 삶이기도 하다.”는 사진철학을 표방한다.또 “사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며,그래서 사진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주창한다. 그의 스튜디오 안에 들어서자 탤런트 윤은혜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대형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암실에서 막 나온 그와 마주앉았다.요즘 경제사정을 말하면서 최근 법정 스님의 ‘위기에 기죽지 말자.’는 얘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그는 “안그래도 길상사에서 직접 뵙고 사진도 찍었다.”고 했다.법정 스님이 머무는 산속 암자에도 갔었고 혜안 스님과 법장 스님 등 큰 스님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그는 “이런 스님을 만나면 빛이 보이고 아이같은 모습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카메라 렌즈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 있나요. “아이들입니다.과거에는 빛을 향했다면 지금은 그림자입니다.무표정 속에서 맑음을 뽑아내는 것이지요.차갑지만 따뜻하고,색깔로 치면 오렌지빛이라고 할까요.” →작품의 세계가 달라졌다는 얘기지요. “과거에는 피사체인 모델을 그대로 찍었지만 지금은 제 자신의 사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다시 말해 처음에는 피사체인 너를 찍었지만 지금은 나한테 아주 가까이 다가온 사진들이지요.깊이가 있다고 하면 될까요.” →‘천사들의 편지-사랑의 사진전’이 6년째인데 어떤 인연이 있었나요. “2003년 어느 날이었지요.대한사회복지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입양을 앞둔 아이들이 30명이 있는데 100일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갔지요.헌데 장애아동도 있었습니다.사진을 찍고 보니 그냥 100일 사진으로 하기엔 너무 아까워 금호갤러리 협찬으로 그해 연말 사진전을 열었습니다.가수 인순이,탤런트 권상우 등에게 부탁을 했지요.아이를 안고 찍어달라고 말입니다.그렇게 시작한 것이 6년째가 됩니다.다행히 모델이 된 아이들은 95%가 입양됐습니다.아이들한테는 빨리 부모를 찾아줘야 하거든요.” →사랑의 사진전은 언제까지 계속됩니까. “입양된 아이들이 10살이 될 때까지 할 겁니다.모델이 됐던 스타들과 다시 만남의 자리를 주선할 예정입니다.100일 무렵에 누군가의 품에 안겨 사진을 찍었던 아이들,그동안 등장했던 120여명의 스타들과 다시 만나는 것이지요.” →입양아들과 만나는 게 운명이라고 여기나요. “외삼촌이 대구교구 베드로 신부입니다.제가 사진작업을 하니까 하루는 (베드로 신부가 데리고 있던)낙동강변의 아이들을 촬영해달라고 전화가 왔어요.그래서 갔지요.순진무구하고,무표정하면서도 맑은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 찡한 아픔을 느꼈습니다.갔다온 얼마 뒤 공교롭게도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연락이 왔던 것 아닙니까.” →아이와 스타들,같이 사진찍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날씨와 스케줄 등 고려할 사항이 많습니다.대개 3개월에 한 커플씩 촬영을 합니다.아이들은 옷을 다 벗어야 하고,우는 아이들도 많아 달래기도 해야 하고,또 둘이 호흡이 잘 맞아야 합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을 키워봐서 사진 분위기를 잘맞추지요.” →그동안 개인전만 22차례,또 해외전시도 여러번 했는데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나요. “개성있게 찍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개성을 살리는 것이 곧 자신을 찾는 것이거든요.피사체엔 자신감을 주고 찍는 당사자는 나와의 만남이 거듭되고,그런 것이지요.” →지난 20년 동안 일관되게 인물사진을 찍어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갑니까. “8년 전부터 가치관이 좀 달라졌습니다.앞서 언급했듯이 화려한 빛에서 그림자로 바뀌고 또 내면적 깊이를 탐구하고 있습니다.사진으로도 얼마든지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몰두하고 있지요.그 깊이를 위해 가려고 합니다.” 조 작가가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중학교때였다.길거리에서 우연히 필름 하나를 주워 인화를 해보니 음화가 양화로 투사되는 신기함을 맛보았다.그래서 고등학교때 서클활동으로 사진반을 택했고 중앙대 임응식 교수와 만나면서 대학도 중앙대 사진학과를 다녔다.이후 1983년부터 1992년까지 여성잡지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다 프리랜서와 대학강단 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슬하에 딸 둘을 두었으며 영화계통과 패션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화려한 인물이 아닌 “보통사람들과 만나겠다.매표소 아저씨,정류장 사람들,가공이나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담겠다.”며 웃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경북 고령 출생으로 중동고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여성월간지 ‘주부생활’ 사진기자로 10년 가까이 일하다가 프리랜서로 전업했으며,1990년부터 6년 동안 경일대 사진학과 강사와 1997년부터 2년 동안 상명대 사진학과 강사 등을 역임했다.현재는 아이콘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중앙대 예술대 겸임교수,Figaro 사진디렉터 등으로 활동 중이다.1992년 올해의 패션사진가상을 수상했다.6년째 입양·장애아동을 위한 ‘천사들의 편지-인연전’을 열고 있다.여기에 참여한 연예인만 120여명에 이른다.그동안 개인전을 22차례 여는 등 인물전문 사진작가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 이정진 “싱글대디, 실제라면 ‘대략난감’이죠”

    이정진 “싱글대디, 실제라면 ‘대략난감’이죠”

    진부한 소재와 억지 설정이 반복되는 TV 일일극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지난달 17일 첫방송한 MBC 일일연속극 ‘사랑해, 울지마’(극본 박정란·연출 김사현)가 탄탄한 극적 구성에 미니시리즈 못지않은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이 드라마에서 ‘싱글대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이정진(30)을 만나 ‘일일극에 대처하는 배우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요즘 드라마속 이정진(영민 역)은 ‘대략난감’한 상황이다.대학 시간강사로 재단 이사장 딸과 결혼을 앞둔 그의 앞에 갑자기 꼬마아이가 나타난 것.미국에서 유학시절 사귀었던 옛연인이 영민의 아이를 낳아 혼자 키워오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아이를 한국에 있는 아빠에게 맡긴 것이다.  “실제로 일어난다면 ‘천재지변’과도 같은 일이죠.영민이 옛연인의 임신사실을 알고 약혼을 한 것도 아니고,깨끗하게 헤어진 애인이 6년 만에 나타나 아이를 데려오다니.저라면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것 같아요.보통 드라마에서 절정 부분에 터질 만한 이야기가 초반부터 나오니 뒤에 얼마나 ‘더 센’ 사건이 나올지 기대가 되요.” ●빠른 극 전개…미니시리즈식 촬영방식  졸지에 ‘싱글대디’ 가 된 영민.현실은 물론 극에서도 아버지 역할은 처음이기에 어색할 법도 하지만,이정진은 의외로 ‘간접경험’ 덕을 많이 봤다며 웃는다.  “사회에 나와서 열살이상 나이차가 나는 형들과 가깝게 지내는데,모두 다 학부형이에요.다들 총각땐 별다른 차이를 못 느꼈는데,아이가 생기니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더군요.저 역시 오로지 연기만 생각하는 아이의 순수한 눈빛을 보면서 오히려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고칠 때가 많아요.”  차승원, 유지태를 잇는 모델 출신 연기자인 이정진은 2000년 KBS 일일극 ‘좋은걸 어떡해’를 통해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이후 드라마 ‘나쁜 여자들’,‘9회말 2아웃’과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한창 미니시리즈의 남자주인공을 해도 모자란 나이에 그가 일일극으로 ‘유턴’ 하게 된 이유는 뭘까.  “처음엔 드라마 제목과 내용이 특이해서 끌렸어요.물론 영화나 드라마는 점점 줄어드는데,배우는 넘쳐나는 요즘 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죠.작품형식은 일일극인데,카메라 앵글이나 촬영방식은 미니시리즈처럼 진행돼서 힘들지만,선배들과 호흡하며 배우는 것도 많아요.”  하지만 일일극은 주부 등 보다 폭넓은 시청자층들의 호응을 얻어야하고,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너는 내운명’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속에서도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그의 도전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일일극이 출생의 비밀,얽히고 설킨 관계 등 통속적인 부분이 많았다면,이 작품은 빈틈없고,원칙주의자였던 영민이 자신의 아들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을 비롯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야기예요.무엇보다 영화 ‘마파도’에 ‘할매’로 출연했던 선배들이 핵심 시청자층이라 많이 좀 봐주셔야 할 텐데….”(웃음) ●벌써 연기 9년차… ‘늘 배우는 자세로’  아직 극초반이라 시청률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인터넷 게시판의 반응만큼은 꽤 호의적이다.시청자들은 정장이 잘 어울린다며 ‘수트정진’이란 별명을 붙여주는가 하면,아들을 바라보는 눈빛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도 올라온다.  “보통사람보다 팔이 5㎝이상 길어서 불리한 점도 있어요.의류 업체들이 모두 새로 옷을 맞춰서 협찬할 정도니까요.연기는 특별히 천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세상 사람 누구나 조금씩 거짓말도 하고,연기를 하면서 살아가잖아요.모두를 다 만족시키기는 어렵죠.좋은 연기자는 시대상황과 부합했을 때 나온다고 생각해요.”  어느덧 연기 데뷔 9년차.요즘 방송가는 어려워진 경기 때문에 톱스타들의 ‘출연료 상한제’ 가 논의되고 있는 등 어느 때보다 경직되어 있다.이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어떨까.“좋은 조건에 작품 선택권까지 지닌 배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방송사와 제작사의 수익구조가 투명하게 관리된다면 ‘수요와 공급’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절되는 것이 좋겠죠.요즘은 누구나 돈이 되는 사극이나 의학물에만 투자하는데,다만 배우로서 좀더 실험적이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포피의 행복바이러스 퍼뜨리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포피의 행복바이러스 퍼뜨리기

    ‘해피 고 럭키’의 주인공은 영화의 제목대로 ‘낙천적인’ 포피다.런던 거리를 자전거로 누비던 포피는 서점에 들렀다가 자전거를 도둑맞는다.화를 낼 상황이지만,그녀는 “이런,작별인사도 못했는데…”라고 말할 뿐이다.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 강아지에게까지 인사를 건네고,하루 24시간을 모두 몸과 마음의 행복에 바치는 그녀에게 강적이 나타난다.운전연수를 위해 만난 강사는 그녀와 정반대의 인물이다.포피는 매사에 불만이고 고집불통인 그 때문에 곤경에 빠진다.  포피와 친구들이 찾은 클럽에서 흘러 나오던 노래는 ‘펄프’의 ‘보통사람들’이다.영국의 거장 마이크 리는 거의 언제나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은 다음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보통사람이 빛나는 건 언제일까.바로 인생의 의미를 찾았을 때다.결혼,집 장만,노후 대책에는 별 관심이 없는 서른 살 포피는 일상의 기쁨과 건강함으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는다.그리고 자기 몸 안의 행복 바이러스를 주변인에게 감염시키고자 애쓴다. 포피를 보노라면 ‘멋진 하루’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병운의 얼굴이 떠오른다.우리를 위로하고 이해하려는 아름다운 친구의 모습 말이다.그러므로 ‘해피 고 럭키’의 즐거움은 대부분 포피 역의 샐리 호킨스에게서 나온다.호킨스는 베를린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영화 내내 그녀가 안겨준 행복과 웃음에 비하면 그 정도 상이 별 건가 싶다.  그렇다고 해서 마이크 리에게 포피를 영웅시할 의도는 없다.사실 ‘해피 고 럭키’는 마냥 신나는 낙천주의자의 영화가 아니며,포피 또한 때때로 풀어 내기 힘든 상황과 이해할 수 없는 인물 앞에선 고개를 갸우뚱한다.인간이 주변과 소통하는 방식에 따라 삶(과 사회)의 모습은 변하겠지만,변화된 모습이 주체가 원하는 방향과 항상 일치하진 않는 법이다.마이크 리는 그것이 삶의 신비이자,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질문과 노력과 향유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분위기가 사뭇 다른,감독의 전작 ‘베라 드레이크’와 ‘해피 고 럭키’를 비교해 보면 두 영화의 주인공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다.두 사람은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주변인에게 친절하며,자신이 믿는 바를 행동한다.그러나 두 명의 착한 여자가 처하는 상황은 정반대다.그 지점에서 마이크 리는 인물을 평가하기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 볼 따름이다.당연히 영화 속엔 답이 없을 테니,그건 각자의 삶에서 구할 일이다. 영화평론가
  • 래드클리프 “장애가 내 인생을 바꿨다” 고백

    래드클리프 “장애가 내 인생을 바꿨다” 고백

    영화 ‘해리포터’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래드클리프가 어려서부터 통합운동장애(dyspraxia)를 앓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다.”고 지난 18일 보도했다. 통합 운동장애는 뇌의 운동조직손상이 원인이며 신발 끈을 묶기 어렵거나 글씨를 잘 못쓰는 등 보통사람보다 정상적인 학습과정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래드클리프는 인터뷰에서 “때때로 이놈의 단추가 왜 이렇게 안잠기지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며 밝은 어조로 자신의 증세를 설명했다. 이어 “통합운동장애로 인해 성공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 연기 입문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BBC 방송국의 TV 영화 ‘데이빗 코퍼필드’의 오디션을 통해 연기활동을 시작한 래드클리프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대스타가 됐다. 그는 “장애가 오히려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시해줬고 내 인생을 바꿨다.”며 자신의 삶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통합운동장애분야의 제일인자인 뉴욕의과대학의 데이빗 영거박사는 “그가 지금까지 장애사실을 숨겨 왔다는 점이야말로 그의 연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당초 오는 11월 개봉예정이던 영화 해리포터시리즈의 마지막편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내년 7월로 개봉 날짜를 연기했다. 사진=데일리 텔레그래프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철 기자 kibou@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보통사람 사소한 이야기 뽑아 엮으니 ‘역사’되다

    보통사람 사소한 이야기 뽑아 엮으니 ‘역사’되다

    “내가 돈을 내고 표를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나를 힐끔 올려다본 판매원이 표를 잽싸게 가져가더니 극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더구나. 내가 흑인이라서 영화표 판매를 거부했던 거지. 나는 그날 밤 내내 울면서 거리를 헤매고 다녔지.” 2005년 75세의 할아버지 샘 하몬은 12세의 손자 에즈라 오메이에게 젊은 시절 자신을 분노케 했던 일화를 들려줬다.2차 세계대전 당시 15세의 나이로 해군에 입대해 나라를 위해 싸웠던 그에게 군대는 흑인이라며 백인 장교의 하인 역할을 맡겼고, 미국 수도이자 민주주의의 심장 워싱턴은 극장 출입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내 나라가 나에게 다른 나라와 싸우라고 하면서 ‘너는 영화를 볼 만한 시민이 못 된다.’고 하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美프로젝트 단체가 수집한 일반시민의 라이프 스토리 할아버지가 ‘인생에서 겪은 가장 슬픈 경험’을 담담하게 회고한 곳은 ‘스토리코어스’(StoryCorps)의 인터뷰 부스에서였다. 스토리코어스는 2003년부터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구술 채록해온 미국의 프로젝트 단체다. 뉴욕 그랜드센트럴역 등 시내 곳곳에 부스를 설치해 부스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했고, 수집한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방영했다. 원할 경우엔 직접 집이나 일터로 찾아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영웅 아닌 일반인에게 역사 찾아주는 직업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펴냄)는 스토리코어스의 창립자인 데이브 아이세이가 지금까지 녹음한 1만여회의 인터뷰에서 32가지 이야기를 가려 뽑아 엮은 책이다.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할머니의 이야기, 자해가 습관화돼 칼로 손목을 그은 소녀,9·11테러로 약혼자를 잃은 남자 등 울고 웃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기뻐하고 고통스러워했던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스토리코어스의 작업은 ‘역사 없는 사람들’에게 역사를 찾아 주는 일이다. 지금까지 역사가들은 소수 선택된 영웅들의 이야기에만 역사의 위상을 부여했다. 스토리코어스는 선택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여정 또한 역사로 바라본다. 거대 사건과 거대 담론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빛이 바랬던 개인의 역사가 들어주고 기록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 생기를 되찾는다.‘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가 지향하는 ‘역사의 개인화’ 작업이 가치 있는 이유다.1만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해외 입양 스토리 다룬 ‘마이 파더’에서 연기 변신 다니엘 헤니

    해외 입양 스토리 다룬 ‘마이 파더’에서 연기 변신 다니엘 헤니

    “디피컬트(어려웠다.)” 다니엘 헤니는 수십 번도 더 넘게 같은 말을 뱉었다. 스스로 원했건 아니건 완벽한 매력남의 이미지만을 소비해온 헤니는 ‘마이 파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다섯 살 때 해외로 입양된 뒤 친부모를 찾아 한국에 온 제임스 파커를 연기했다. 배역은 딱 맞는 옷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2년 만에 만난 아버지가 사형수라는 것을 알고 갈등하는 연기에서 그가 많이 깊어졌음을 느낀다. 표정은 더욱 섬세하고 풍부해 졌으며, 진심을 발산하는 눈빛은 보는 내내 감정선을 건드린다. “촬영할 때마다 대본을 보고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다가도 일단 카메라 앞에 서면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도 모를 정도였죠.” 김영철, 김인권 등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한 건 “굉장한 축복”이었다.“경험은 가장 미천한데 배역이 커서 부담이 됐다.”는 그는 “매일 매일이 수업이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활동한 지 2년2개월. 첫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주목을 받은 뒤 두 편의 영화에서 주역을 맡는 등 초고속 성장이다. 가만 있어도 ‘그림’이 되는 그의 외모가 분명 한몫했다. 그런 탓에 어쩌면 우리가 그를 많이 오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한계를 묻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 그런 걸 마음에 품은 적이 없다. 지금껏 가진 재능을 표출할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마이 파더’는 분명 그의 이력에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하다. 시사 이후 그의 연기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연기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 것은 분명 근사한 일이죠. 그러나 저에겐 칭찬보다 비판이 더 약이 됩니다.” 누구보다 자신이 혹독한 비평가라는 그는 스스로에게 무서워 출연작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심지어 ‘…김삼순’도 드라마가 끝난 뒤 혼자 맥주 마시며 봤다고 했다. 그는 알다시피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1100명밖에 살지 않는 작은 동네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남다른 외모는 놀림감이 됐다.“아이들이 좀 잔인(mean)하잖아요.” 수도 없이 싸웠고 어머니는 매일같이 학교에 불려 다녔다.“고등학교 때 변기에 처박혀 코뼈도 부러지고 손가락 열 개도 다 부러졌죠.”라며 열 손가락을 쫙 펴보인다. 이런 동질적인 경험이 자연스러운 몰입을 이끌지 않았을까. 그는 조심스럽다. 영어 대사가 더 많아서 연기가 나아졌다는 평을 듣는 것 아닐까. 우려 아닌 우려를 한다.‘…김삼순’ 때 의미도 모른 채 앵무새처럼 뱉었던 한국말 대사의 어색함을 기억한다. 기자가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고 했더니 웃으며 “절대 보지 마세요.”한다. 이미지에 흠이 간다며 한국말을 쓰는 것을 원하지 않는 여성팬들도 더러 있다. 친구들로부터 편하게 배우는 한국말 연기는 그에게 약간은 부담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아버지, 사랑합니다.” 면회실 유리창 너머 등 돌려 가는 아버지를 향해 울먹이며 내뱉는 어눌한 한국말은 가슴 밑바닥을 친다. 어제 오늘 내일 딱 3일치의 일만 생각하고, 노래방 가는 것과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들이길 좋아하는 그는 “보통사람”임을 거푸 강조한다.“이런 수트 차림도 사실 질색”이라며 눈을 찡긋했다. 친구 같은 매니저는 “정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친구”라며 거든다. 그를 한꺼풀 더 벗겨낼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질 수밖에.‘마이 파더’는 6일 개봉한다.15세 관람가.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음악인생 30년 김수철과의 대화

    아리랑TV 토크쇼 ‘Heart to Heart’는 29일 오후 10시30분 ‘가수 김수철’편을 방송한다. 김수철은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마쳤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물놀이 원조의 한 사람인 김덕수와 협연으로 ‘기타 산조’를 선보이며 서양악기인 전자기타와 우리 가락의 화합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많은 국제행사에서 김수철의 기타산조는 보통사람에게 익숙한 악기에 동양적 멜로디가 어울리며 서양인들에게 커다란 흥미를 끌었다. 특히 2002년 미국 뉴욕의 UN본부 공연에서는 전 세계 외교관들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수철은 이같은 국악의 세계화·대중화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현재 국립국악원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1991년 박동림 선생과의 협연을 계기로 국악계 또한 김수철의 음악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김수철은 음악생활 30년 동안 40여장의 음반을 냈다. 이 가운데 가요가 10장 남짓이고,30장이 국악과 영화 앨범이었다. 하지만 국악에 기반을 두어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음악은 2∼3곡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음악에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대중음악은 인기의 기복이 심해 나름대로의 철학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많다.”면서 “그동안 받은 사랑으로 만족하며 지금부터는 내가 추구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악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들으며 우리 음악의 매력에 눈뜨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김수철. 그의 궁극적인 꿈은 동서양 모든 사람들이 감동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안녕하셔요] 세번 버림받는 비극(悲劇)의 미인(美人)

    [안녕하셔요] 세번 버림받는 비극(悲劇)의 미인(美人)

    지난 6월 「선데이 서울」이 후원한 「정소영(鄭素影) 프러」의 신인배우모집을 통해 은막「데뷔」를 약속받은 김윤정(21) - 그 약속대로 「스타돔」을 「노크」하게 됐다. 최근 「크랭크·인」한 『필녀(必女)』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주연하게 된 것. 첫날밤 맞은 새색시처럼 운명을 걸듯 비장한 각오 1백64㎝의 늘씬한 키, 36-23-36의 육체조건, 구태여 미인이라고 강조할 것도 없다. 68연도 「미스·코리어」진(眞)이란 보증서가 있으니까- . 몸매에서 풍기는 풍만감이 다른 한국배우들에게서 찾을 수 없게 「글래머」다. 길게 쭉 뻗은 다리는 아무래도 한국제일(?)의 각선미. 그런데 김윤정에게 이 「글래머」란 단어는 딱 질색이다. 『「글래머」라는게 별명 될까 걱정예요. 원래 뜻은 나쁜게 아닌데 어감이 아주 싫어요. 뚱뚱하고 불순한 것 같고 - 』 누군가는 김양을 『김혜정(金惠貞)을 능가하는 「글래머」』 라고 표현했다면서 『그런 말을 들으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란다. 『제 몸이 그렇게 커 보여요? 제 얼굴이 보통사람보다 더 큰가요?』 - 이쁘기만한 얼굴을 가지고 걱정이 태산이다. 「미스·코리어」란 보증서도 「스크린」이란 새로운 심판대앞에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는듯. 대개의 「스타」가 그 처녀출연때 느끼는 엇갈린 기대와 불안을 김윤정양도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모양이다. 그를 발탁한 정소영 감독은 몇번씩이나 김양에게 자신을 불어 넣어 주기에 진땀을 흘렸다고 웃었다. 『영화배우로 성공 못할바엔 아예 시작을 않겠다고 꼭 성공한다는 보증을 서라고 떼를 쓰는거 아닙니까?』 정소영감독의 충고는, 『용모, 육체조건은 그만하면 됐다. 연기재능은 개발하면 되고 문제는 노력 여하에 달렸다』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했던지 김윤정양은 『필녀』출연 1개월 전부터 하루 4~5시간씩 무거운 운동을 강행했다는 얘기다. 김양의 운동이란 「발레」. 원래 전공이 무용이니까 새삼스런 운동이랄 것도 없다. (김양은 경희대(慶熙大) 무용과 2년 재학중) 그러나 김양이 최근 1개월에 해낸 「발레」는 땀을 빼고 체중을 줄이기 위한 「미용체조」였으니까… 3㎏을 줄였단다. 공인된 미인이 「카메라」앞에서 남모를 고민을 한 셈인데 이 말을 전해 들은 정감독은 『전혀 살을 뺄 필요가 없는데 엉뚱한 걱정을 한다』고 핀잔. 어쨌든 『필녀』의 「크랭크·인」이 박두했을때 김윤정은 첫날밤을 맞는 신부만큼이나 긴장했던 것 같다. 한국의 경우 신인배우의 출세여부는 첫 작품의 평판이 판가름 해주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성공 못하면 김윤정은 가는거』라는 자못 비장한 각오. 특히 「미스·코리어」 출신의 배우가 제대로 배우 구실을 못했다는 전례가 김양에겐 큰 부담을 주는 것 같다. 탄광촌 비운의 잡역부역(役) 『필녀』는 유리한 조건갖춰 - 첫 작품에 만약 실패한다면? 『그 땐 두번째 작품에 다시 생명을 걸겠지요. 그러나 첫 작품에서 자신이 배우될 능력이 있는가를 완전히 판단해야 해요. 실패한 이유를 극복 못한다면 재빨리 몸을 빼야겠지요』 그러나 김양의 이 철저한 불안감에 반해서 그녀의 「데뷔」작의 성공은 거의 낙관적이다. 감독이 흥행의 마술사같은 정소영감독이다. 흥행얘기가 나오면 으례 들춰지는 이 정감독의 이름은 이제 보증수표만큼이나 신용이 붙었다. 『미워도 다시한번』 3편의 「히트」에서 시작하여 요즈음 상영중인 『아빠와 함께 춤을』 역시 속편을 내야할 만큼 크게 성공했다. 대부분의 영화가 개봉관에서 3만선을 못넘기고 있는 하갈기에 정감독의 『아빠와 - 』는 10만선을 돌파, 「롱·런」에 들어갈 기미다. 작품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지방 흥행사들간에 판권 입수 경쟁이 벌어진 『필녀』가 성공할 것이란건 이런 점에서 거의 결정적. 「데뷔」작이 성공하면 신인배우의 출세도 보장되는게 우리 영화계니까 김윤정의 「스타돔」 진출도 보장된거나 다름없다. 이 영화에서 김윤정이 맡은 역할이 또한 비극의 「히로인」. 신인배우가 가장 탐내는 「멜로·드라머」의 「히로인」이다. 여류 「시나리오」작가 김수현(金秀賢)씨의 각본을 보면 「필녀」는 두번씩이나 남편을 잃고 세번째 남편에게서 마저 희생을 당한다. 탄광지대의 잡역부로 일하면서 세번째 남자 남궁원(南宮遠)을 만나는데 이 사나이는 당초 육욕밖에 모르는 남자. 연애는 못해봤지만 소탈한 남자라면 「필녀」는 그 남자에게 백치적인 봉사를 하고 끝내 죽게되는 순애담(殉愛譚). 「필녀」 김윤정에게 관객의 동정과 눈물이 집중될 판이다. 70「신」이상 출연하게 되니까 김윤정이 이 작품에서 지니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역할이 너무 어렵고 벅차서 어떻게 해낼지 모르겠어요』라는게 김양의 걱정. 대구(大邱)태생으로 그곳 성명(聖明)여중·신명(信明)여고를 나왔고 서울에 온지 2년이 지났다. 아버지는 국민학교 교장직을 정년퇴직해서 큼직한 목장과 과수원을 가꾸고 있고. 출가한 언니와 자매뿐인 김양의 가정적인 불평은 『오빠나 남자동생이 없다는 점』 「미스·코리어」로 뽑혀 2개월동안 미국여행을 했는데 돌아와서의 소감은 『좀더 여유있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 - 연애경험은? 『없다면 믿지 않으시겠죠. 그러나 정말 없어요. 친구가 그러는데 나는 그 방면에 상당히 후진적이라나요』 연애대상으로 이상적인 남성은 『소탈하고 믿음직한 사람』이라면서 『미남자는 믿음직하지 못할것 같고 거짓말 하는 남자가 제일 싫다』고. 현주소는 서울 성동구 신당동 366의 126. 양친이 대구에 있기 때문에 출가한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선데이서울 70년 8월 23일호 제3권 34호 통권 제 99호]
  • [열린세상]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불길 속에서 또는 물에 빠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 자동차·기차·전동차에 칠 위기에 처한 사람 등 위험에 빠진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보통사람으로는 감히 생각하기 힘든 용감한 행동을 한 사람을 의인(義人)이라고 한다. 여러 의인의 선행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한동안 그들을 칭송한 후 이내 그 사실을 망각하곤 해왔다. 지난달 17일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던 서울 신도림동의 3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났다. 화재 연기로 제대로 눈을 뜰 수 없고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에서, 옥상에서 철골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고 있던 몽골인 노동자 네 명이,29층에서 세 명,24∼27층에서 일곱 명,23층에서 한 명, 모두 11명의 한국인을 옥상으로 옮겼다. 몽골인 노동자 네 명은 소방관들과 함께 환자 11명을 소방헬기로 옮겼다. 그들 역시 유독가스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곧바로 구로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하고 잠적하였다. 당국에 적발될 경우 강제퇴거 대상인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언론사의 기자가 그들을 수소문해 찾아갔을 때, 그 중 한 사람은 “나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며 “고향 사람들을 구한 것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2001년 1월 26일 일본 유학 중 도쿄 전철 JR야마노테선 신오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전동차에 치여 숨진 고 이수현 씨를 의인으로 받들어 모신다. 일본 노동당국은 그가 도쿄의 한 인터넷PC방에서 파트타임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로 인정하여, 유족에게 노동재해 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였다. 사고현장에는 그를 기리는 글이 한글과 일본어로 새겨져 있다. 해마다 그의 기일이 되면,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는 부산 영락공원에 있는 그의 묘를 참배해왔다. 영화감독 하나도 준지는 2006년 그를 다룬 한·일합작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를 제작하였고, 일왕 부처 등 정관계 인사를 비롯한 수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한 마디로, 일본인들은 의인 고 이수현 씨를 잊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생환한 영웅’이 의사자(義死者)에 비해 가벼이 다뤄지는 듯하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몽골인 의인 네 명에게 사회적 보상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치료도 못 받고 도망치듯 사라진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여,“그들이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치료도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작성한 누리꾼이 있다. 또 주한몽골대사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의인들을 보내주신 형제국 몽골에 감사드립니다.”는 글이 게시되어 있다. 필자도 법무부 당국자에게 선처를 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정부가 어제 수용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한국사회에 ‘특별한 공헌을 한’ 의인들에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보답이겠지만, 정부가 그들에게 일단 합법적인 국내 체류를 허가하기로 한 것이다. 그 법률적 근거는 출입국관리법에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61조 ‘체류허가의 특례’ 1항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의 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76조 1항2호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적시하고 있다. 일본 사회가 고 이수현 씨를 대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사회도 몽골인 의인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 한국인 모두가 다음과 같이 큰 소리로 다짐해야 한다.“우리는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그 다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서 “옳고 바름”(義)의 기강이 선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 ‘엑스맨3-최후의 전쟁’ 인간과 공존이냐 멸종이냐

    ‘엑스맨3-최후의 전쟁’ 인간과 공존이냐 멸종이냐

    돌연변이(Mutant) 캐릭터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와 사회통합 문제를 되묻는다는 것.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다. 보통사람들에게 돌연변이는 그 자체가 경이로운 경험이다. 엑스맨이 돌연변이에게 부여한 초능력과 그 초능력을 함축하는 외모는 당연히 영화적이지만, 사회적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공포와 광기를 일정 부분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마냥 영화적인 것만도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버전으로 반복되는 돌연변이들의 메시지-우리도 그냥 사람일 뿐인데 왜 관리·치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는 정치적 울림을 갖는다. 원작만화의 덕도 있겠지만 상업영화치곤 꽤나 정치적이다. 그래서일까. 미국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는데 한국에서의 반응은 미지근하다.1·2편은 미국에서 각각 1억·2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는데, 한국에서는 100만명 언저리에 머무는 저조한 기록을 보였다. 아무래도 우리의 눈길은 ‘사회적 소수자 문제’가 아니라 ‘SF 액션물’에 머무르기 때문이다.3편도 미국에서는 개봉 3일 만에 1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냈다는 소식이다.‘스파이더맨’,‘스타워즈 에피소드3’,‘슈렉2’에 이은 역대 4위의 기록이라니 대단한 반응이다. 15일 한국에서도 개봉하는 ‘엑스맨3’는 부제 ‘최후의 전쟁’이 암시하듯 엑스맨 시리즈의 최종완결판이다. 돌연변이를 관리통제하려는 보통사람들과 대응법을 놓고 갈등을 빚던 돌연변이 사회 내부의 강·온파간 대립이 3편에서 마침내 맞부딪친다. 그렇기에 클라이막스 대목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를 들어다 옮기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장대한 장면도 연출했다. 그래도 역시 가장 큰 미덕은 1·2편에서 이어져 오던 갈등구조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편수가 넘어가면서 애초의 갈등구조는 희미해져가고, 볼거리에만 치중하는 시리즈물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보통사람들은 마침내 돌연변이들의 유전자변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약 ‘큐어’를 개발해낸다. 이제 남은 것은 이상한 놈 취급받아가며 이대로 살 것이냐, 아니면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되돌아 갈 것이냐는 돌연변이들의 선택. 돌연변이 사회의 강·온파를 대변하는 매그니토와 사비에 박사는 이번에도 그 대처법을 두고 대립하고, 마침내 ‘마지막 전쟁’이 벌어진다. 그러나 복잡다기하게 펼쳐졌던 캐릭터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느낌은 못내 아쉽다. 대표적인 게 진 그레이.2편에서 죽었던 진은,3편에서 최고의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로 부활하지만, 이 능력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이런 진의 갈등을 영화는 ‘차라리 나를 죽여줘.’라는 대사 하나로만 처리하다 마지막에서 가서야 그냥 쏟아내 버린다.12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보이지 않는 소리의 마술사’ 손인호[2]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보이지 않는 소리의 마술사’ 손인호[2]

    ‘얼굴 없는 가수’의 50년만의 외출 손인호씨는 대중들 앞에 일절 나서지 않았던 것은 물론 이미 톱 가수 반열에 오른 1955년 결혼 당시 부인조차 그가 가수였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 손인호씨의 가족은 부인 이선자 여사를 비롯해 3남1녀, 그의 음악적 인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장남 손동준씨가 뒤늦게 대를 이어 ‘사랑은 OX’라는 곡으로 데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네 아버지가 가수인 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요. 때문에 어릴 때 집에서 아버지 노래를 부르면 야단을 맞곤 했는데 밖에서만큼은 늘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비단 어머니뿐 아니라 당시엔 연예인들을 ‘딴따라’라고 비하하기도 했고 유독 가수활동을 말렸던 어머니가 뒤늦게 제 가수 활동만큼은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하시는 걸 보면 전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수로 50년 후배인 손동준씨의 말이다. 취입된 노래만으로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가수 손인호씨는 정작 그 시각에 피 말리는 영화녹음현장에 매달려 있었다. 손인호씨는 우리나라 영화녹음 발전사의 산증인인 처남 이경순씨와 ‘한양녹음실’을 설립, 운영해왔다. 이곳에서 녹음한 영화는 무려 3500편 정도.50년대에서 90년대까지,40년간 제작된 한국영화의 70∼80%를 도맡았다. 물자 부족과 낙후시설로 인해 녹음 환경이 매우 열악했던 시기, 특히 필름은 ‘핏방울’이나 다름없이 귀했다. 당시는 ‘후시녹음’시절이라 이미 촬영된 생필름에 직접 녹음을 해야 하는 ‘피 말리는 작업’에 따르는 긴장감과 압박감은 엄청났다. 한 ‘씬’마다 음악과 음향효과, 그리고 연기자와 성우의 호흡과 감정을 맞추는데 몰입해야 했다. 게다가 이미 개봉날짜가 정해진 영화를 마무리하는 작업이기에 밤샘 작업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노래 취입 자체가 사실상 버거웠다. 결과적으로는 레코드사 전속가수로 한달에 몇 곡 이상은 반드시 녹음해야 하는 계약조건 때문에 그나마 여러 곡들을 취입, 남길 수 있었던 셈이다. 일화도 많다. 지금처럼 다양한 특수음향효과음을 모아놓은 ‘sound effect(음향효과)모음집’이 없던 시절이라 효과음향들을 일일이 직접 녹음해 만들어내야 했다. 재래식의 무거운 장비를 들고 기적소리가 울리는 현장, 즉 안양 밖 수원 못 미친 지점을 찾아내 철도 밑에서 밤새 기다렸다가 비로소 시나리오에 적혀진 대로 ‘차가운 새벽을 가르는 적막한 기차소리와 서글픈 기적소리’를 녹음기에 담아, 스크린을 통해 재현해야 했다. 임시 방편으로 철판을 흔들거나 두들겨 산들바람부터 비바람을 동반한 천둥소리까지 만들어내야 했고 ‘백치 아다다’의 경우 화면 배경의 매미소리를 내기 위해 임시 방편으로 두셋이 셀로판지를 입에 물고 매미소리를 직접 흉내내야 했던 웃지 못할 일화도 부지기수이던 시절. 신상옥 감독의 ‘젊은 그들’에서 주인공 최무룡과 개들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고민 끝에 실제로 개 네 마리를 직접 녹음실로 데려와 마이크를 목에 매달고 두 마리씩 편을 갈라 싸움을 붙이는, 말하자면 성우 대신 성견(聲犬)까지 동원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전투장면. 우리 측 무기와 상대 전투기소리는 물론 M1과 카빈소총, 그리고 따발총소리 역시 제각각 달라야 했다. 영화편집용 기기인 ‘무비올라(moviola)’가 없던 시절이라 영사기 렌즈로 한 프레임씩 필름을 검색해 그림에 맞춰 한방 한방씩 녹음, 일일이 소리맞추기를 해야 했다. 특히 그에게 대종상 녹음상의 영광을 안겨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경우는 등장인물도 많았고 또 소리의 원근감까지 정확히 묘사했던 작품으로 보름 이상 소요되었다. 워낙 철두철미한 성격에 ‘보통사람과 다른 귀’를 가지고 있어 작곡가 이봉조씨가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 ‘손형사’.‘소리의 달인’ 손인호씨가 가수로서 노래를 취입할 때마다 마이크 앞에서 갖는 중압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짜깁기’가 불가능했던 시절 ‘마그네틱 녹음테이프’ 또한 혈관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던 때인지라 취입 도중 반주나 노래가 틀리기라도 하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미 오랫동안 ‘긴장감’에 숙련된 그였지만 녹음에 들어가기 전 아예 독한 술을 미리 마시고 노래를 취입하기도 했던 일화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가 브라운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01년,75세 때 가요무대 특집방송 ‘얼굴 없는 가수 손인호 편’에서다.2003년 뒤늦게 가수분과에 입회,77세 되어서야 비로소 가수에 적을 둔 셈이고 재작년에는 40여년만의 신곡 ‘휴전선아 말해다오’를 발표했다. 이 노래가 결국 우리나라 최고령 가수의 취입곡이 되는 셈이다. 손인호 선생이 지난 4월12일 필자와 함께 부산 해운대를 찾았다. 그의 대표곡이자 동시에 해운대를 대표하는 노래 ‘해운대 엘레지’의 주인공이 노래 발표 50년 만에 첫 방문한 것으로 장남인 가수 손동준씨도 함께 동행했다. 지난 2000년에 세워진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 앞에서 그는 사뭇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sachilo@empal.com
  • 광고「스타」의 얼굴값

    광고「스타」의 얼굴값

      최고 김승호(金勝鎬), 구봉서(具鳳書)의 1백만원 김혜정(金惠貞)의 반라(半裸)는 20만원 연말을 두 달이나 앞두고 내년치「캘린더」가 벌써 선보이기 시작했다. 세모분위기를 돋우며 새해 일정을 안내하는 이「캘린더」는 화려, 사치스런 치장으로 경염(競艶)을 벌이게 마련. 화사한 여배우의 얼굴이 또 한번 분주히 팔려가는「시즌」이다. 「캘린더」에 나오는「스타」는 대개 인기배우 몇 사람, 단골격인 이들「캘린더·스타」들은 여기서도 겹치기에 바쁘다. 그래서 배우「모델」의「캘린더」는 그해 인기「스타」를 결산하는 또 하나의 기록. 인기없는 배우는 하고 싶어도 못하지만 상업사진에 안 나가는「스타」들도 제법 열을 올린다. 4, 5년 전 엄앵란, 최은희, 김지미, 태현실 등이 독점했던「캘린더」판도는 이제 영화계 인기변동을 따라 상당히 수정되었다. 2개월을 1장 단위로 하는 지면에 등장할 수 있는 정원은 고작해서 6명. 이것이 이제 문희, 윤정희, 고은아, 남정임, 김지미, 최은희 등 주연급이 차지하게 됐다. 이번엔 신인배우 여수진(呂秀珍)과 손방원(孫芳園)이 끼이기도 하고. 이들「캘린더·스타」의「모델」료가 작년의 2만원 선에서 4만원 선으로 껑충 뛰었다. 당초 왕복 차비 정도의 사례에서 비롯한 것이 이제는 공정가격이 붙었다. 공정가격이란 뜻은 배우가 모두 같은 요금을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인기에 따라 고하(高下)가 정해져 있다. 최고는 7만원에서 10만원, 최저는 3만원에서 2만원, 김지미는 물론 여기서도 최고의「개런티」고 그 다음이 윤정희·문희·남정임. 이들은「포즈」몇 번 취하고 남의 집 안방에 초상화로 장식되는 요금으로 평균 4만원을 받는다. 「캘린더·스타」와는 달리 돈벌이 목적의 광고「모델」로 애용되는「스타」도 상당히 많다. 이른바 광고「스타」. 전에는 3류배우나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이 최근엔 이른바「톱·스타」들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얼굴은 TV의 CM,「포스터」, 광고영화, 신문잡지의 광고란을 장식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게 약품광고. 계약기간은 1년으로 대개 계절 따라 4번쯤 사진을 바꾼다. 「광고배우」의 요금도 인기와 정비례한다. 그러나 양측의 친분 여하에 따라 결정되니까「반드시」는 아니다. 인기와 유관하고 세금과 유관하기 때문에 일종의 비밀요금에 속한다.「식욕부진 XX감퇴」에 유효하다는 XX약 광고의 김승호가 1백만원짜리「모델」. 그리고 TV광고로 어떤 상표의 조미료를 선전하는 구봉서가「포스터」인쇄물을 포함하여 1백만원, 전속기간은 1년이다. 광고「모델」, 특히「스타」들이 꺼리는 광고가 약 광고. 그러면서도 사실은 대부분의「톱·스타」가 거의 약 광고에 나가는 것은 그 적지 않은 수입의 매력 때문인 듯하다. 이들의「모델」료는 보통사람의 최소 10배 이상이다. 이들의「모델」료를 들리는 대로 적어 보면 - 신성일 = 50만원, 최남현 = 25만원, 윤정희 = 35만원, 고은아 = 20만원, 남궁원 = 20만원, 신영균 = 50만원. 반라에 가까운 몸으로 풍만한 육체를 과시하면서 신문·잡지 광고란을 장식하는 김혜정도 사실은 2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반면에 약 광고엔 결코 나가지 않는 것으로 체통을 지키는「스타」도 없지 않다. 김지미, 문희, 남정임이 이「케이스」. 일본만 해도「톱·스타」가 광고에 나갈 경우 엄청난「모델」료가 따르지만 그까짓 몇 십 만원에 이용되기는 싫다는 주장이다. 광고를 즐기는 배우들도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의 광고영화에만 나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결코 탐탁하게 생각지는 않는 것 같다. 한편 광고「포스터」가「스타」의 개인생활을 공교히 이용하여 그 화제에 편승하는 예도 있다. 한창 한국최초의 70「밀리」영화라고 헛소문을 돌린「춘향(春香)」이 제작될 때「XX·크림」은 신인배우 홍세미(鴻世美)를 기용하여「춘향」탄생을 떠들어댔다. 영화사측에서 보면 영화선전도 되고 배우측에서 보면 배우선전도 되는 1거 3득의 효과. 고은아양을 전속계약한 XX제약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홀몸일 때는「예뻐지고 고와지는-」을 선전하는데 이용하다가 임신 소식이 전해지자 재빨리「임신·출산빈혈에는」하고 품목을 바꿔 내세웠다. 한꺼번에 20편 내외의 영화에 출연하는 신성일은「겹친 피로, 부족한 수면」을 극복케 한다는 약을, 중년「스타」김승호는 중년기 XX제를, 그리고 매혹적인 눈 못브에 입을 헤벌린 김혜정은 XX부족, XX감퇴에 유효하다는「XX·뎁보」를 선전하는 사진으로 이용되고 있다. 색쇄(色刷)로 된「포스터」는 그래도「스타」의 미모에 손상을 끼치지 않아 약간의 품위를 지닐 수 있다. 제모제를 선전하는 태현실, 미용제를 맡은 윤정희, 냉장고의 고은아는「캘린더」만큼의 선전효과도 얻을 수 있다. 어차피 휴지로 버려지는 신문광고보다는 훨씬 고급이다. 서울에는 광고주와「스타」사이에서 이들의 다리를 놓는 상업사진사들이 현재 성업 중에 있다. [ 선데이서울 68년 10/27 제1권 제6호 ]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⑨-KCC 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⑨-KCC 그룹

    KCC 하면 아직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페인트 ‘숲으로’ 하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금강고려화학의 영문 첫글자를 아예 사명으로 정한 KCC는 조금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과 매우 밀접한 기업이다.KCC 제품 없이는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유리, 창호재, 바닥재 등 웬만한 건축자재는 거의 다 만든다.“없는 것은 시멘트와 철골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1958년 8월, 스물두살의 대학생이 “장형의 유학 제의를 뿌리친 채” 직원 일곱명을 데리고 서울 영등포에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세운 게 KCC그룹의 출발이다. 땀에 흥건히 젖어 ‘슬레이트’를 직접 찍어내던 대학생 사장이 바로 오늘날의 정상영(69) 명예회장이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왕 회장)의 막내동생이기도 하다. “왕 회장의 형제나 자식들은 대부분 크든 작든 기업체를 떼어 받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오롯이 혼자 힘으로 기업을 일으켰다. 공장의 벽돌 한 장, 물빠지는 배수로 위치, 못 하나까지 직접 얹고 정하고 박았다.” 정 명예회장과 3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한 임원의 얘기다.KCC가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현대’라는 확실한 납품처 덕도 있었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창업주의 저력을 빼놓을 수 없다. KCC그룹은 지난해 1조 9000억원의 매출과 13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KCC건설(옛 금강종합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자동차유리 생산업체), 고려시리카(유리원료 제조사), 금강레저(골프장 운영업체) 등 7개 계열사 모두가 흑자를 내고 있는 재계 서열 29위(공기업 제외)의 알짜그룹이다. 특히 건축·산업자재 부문에서는 2위와의 격차를 갈수록 넓히며 독주하고 있다. 자산규모는 4월1일 현재 3조 5300억여원으로 현대백화점그룹(3조 7800억원)과 비슷하다. ●왕회장도 꺾지 못한 막내의 고집 그 자신 “공부가 싫어 소학교 졸업장이 전부가 된 것이 아니었기에, 아우들은 유학 아니라 그 이상도 해주고 싶었던”(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가운데) 왕 회장은 동국대 경영학과에 다니던 막내동생 상영(SY)도 유학보내려 했다. 그러나 SY는 “나도 내 사업을 하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왕 회장의 한마디가 곧 법이었던 현대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대가 사람들은 “막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유학자금을 불모지나 다름없던 건자재 사업밑천으로 털어넣은 SY는 “통금시간(밤 12시)에 맞춰 퇴근하고 해제 사이렌(새벽 4시)에 맞춰 출근”했다. 운도 따라주었다. 때마침 새마을운동이 일어나면서 초가 지붕이 속속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고, 금강스레트는 찍어내기가 바쁘게 팔려 나갔다. 제법 돈이 모이자 젊은 상영은 슬몃 욕심이 생겼다. 당시 인기있었던 초콜릿시장 쪽을 기웃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장형의 호된 꾸지람이 돌아왔다.“초콜릿은 네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 이왕 사업을 할거면 국가경제에 도움되는 것을 하라.” 정신이 번쩍 든 SY는 이때부터 건축·산업자재 국산화에 매달리며 한 우물만 팠다. 변변한 기술 하나 없이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던 도료(74년), 유리(87년), 실리콘(2003년) 사업에 차례로 진출했다. 다들 “무모하다.”며 말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13년이나 걸려 완공한 전주의 실리콘공장은 SY의 뚝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진(45) 회장은 언젠가 사석에서 “전후복구사업과 수입대체 사업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아버지의 자부심은 큰아버지(왕회장)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불같은 성정도 비슷하다. 왕 회장에게 혼쭐나 넋이 나간 현대건설 임원이 출입문 대신에 캐비닛 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일화가 유명하듯,KCC에는 한 임원이 정 명예회장에게 야단맞던 도중에 기절한 실화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아들들이 소신껏 일하도록 부러 13층 회장실에는 출근하지 않는 정 명예회장은 대신 지방공장 순시로 ‘취미’를 바꿨다. 전국 13개 시·도에 모두 공장이 한 곳씩 있어 발길 닿는 대로 불쑥 들러 젊은 날 자신이 직접 들여놓은 설비들을 살펴보곤 한다. ●5개국어 능통한 정몽진 회장 SY는 아들만 셋을 두었다. 지난 2000년 그룹 경영을 장남인 몽진씨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물러 앉았다. 이 해는 그룹의 양축인 ‘금강’(슬레이트 등 무기화학 전문)과 ‘고려화학’(페인트 등 유기화학 전문)이 합병돼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장남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대 MBA(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귀국후 1991년 고려화학 이사로 경영에 합류했다. 예나 지금이나 비즈니스 영어는 그룹 안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다. 중국 곤산의 페인트공장 준공식 때는 유창한 중국어로 식사를 해 현지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실리콘 기술 개발을 위해 해외 과학자들과 담판을 벌일 때도 통역 없이 직접 설득에 나섰다. 이런 그를 보고 정 명예회장은 임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저렇게 잘 하는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왕 회장을 닮아 칭찬에 인색한 정 명예회장은 아들 앞에서는 일절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이 그룹의 기반을 닦았다면 정 회장은 ‘3대 키워드’로 제2 도약을 노리고 있다. 첫번째 키워드는 해외다.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3곳(중국 2, 싱가포르 1)인 해외 생산공장을 앞으로 3년 안에 5개를 더 지어 8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환경 파괴를 대체할 차세대 성장산업인 실리콘과 건자재 유통도 핵심 키워드다.“유통을 빼앗기면 이름없는 하청업체로 전락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한 임원의 얘기다.“명예회장님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보수적이다. 반면 회장님은 해외유학파답게 세계시장의 변화와 큰 흐름을 빨리 읽어낸다.” 장남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세 아들 가운데 가장 털털해 친화력이 좋다. 한때 고려대 ‘막걸리 시범조교’로 활약했던 술 실력을 바탕으로 해마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임직원들과 삼겹살 소주 파티를 벌이곤 한다. 요즘에는 위장이 나빠져 와인으로 주종을 바꿨다. ●SY의 또다른 자부심 둘째 아들 몽익 둘째 아들 몽익(43)씨는 미국 시러큐스대학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전공했다. 이어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국제재정학 석사학위를 땄다. 그는 이 전과정을 4년만에 끝마쳤다. 금강과 고려화학 합병 직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도록 경영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주역이 바로 그다. 최근에는 사무실 기기를 최신 오피스용 가구로 교체하고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룹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강화시켜온 덕분에 올 2월 KCC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물론 직급은 총괄 부사장으로 같은 대표이사인 형보다 아래다. 입사(89년 금강)는 형보다 2년 빠르다. 적절한 긴장관계를 통해 건전한 경쟁을 이끌어내려는 정 명예회장의 의도가 엿보인다.KCC 지분을 몽진(17.7%)-몽익(8.82%)-몽열(5.29%) 세 아들에게 모두 나눠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은 형보다 더 꼼꼼한 편이다. 과묵해서 임원들이 말붙이기를 다소 어려워한다. 의외로 운동은 형제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잘한다. 고등학교 때는 전국체전에서 승마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농구·스키·수영 실력도 프로급이다. 골프는 싱글(핸디 10)에 가깝고 엄청난 장타다. 반면 정 회장은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클래식이나 재즈 등 집에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정 회장이 동생 얘기가 나오면 사석에서 곧잘 하는 얘기가 있다.“딜(deal)은 아무래도 내가 좀 더 강하다. 그러나 디테일은 동생을 따라갈 수가 없다. 내가 협상을 통해 골격을 세우면 그 골격에 맞게 디테일을 짜는 것은 몽익이다.” 유난히 용산고 출신이 많은 것도 KCC가의 특징이다. 막내 몽열씨를 빼고는 3부자(父子)가 모두 용산고를 나왔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용산고 출신이다. 모교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애정은 유명하다. 장남 몽진씨가 이른바 ‘뺑뺑이’로 용산고에 배정됐는데도, 발표난 그 길로 친구들에게 한 턱 냈을 정도다. 용산고에 승마반도 만들어줬는가 하면 농구 코트까지 지어줘가며 허재 등을 영입, 오늘날의 ‘농구 명문’으로 키워냈다. 몽진씨와 몽익씨는 고등학교-대학교(고려대)-대학원(조지 워싱턴) 동문이기도 하다. ●‘스위첸’ 성공시킨 ‘리틀 정상영’ 셋째 아들 몽열 89년 미국 FDU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스물여섯살의 나이에 고려화학에 입사한 셋째 아들 몽열(41)씨는 97년 금강종합건설 상무가 되면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건설 체질’이다. 공사판에서 소주잔 기울이기를 좋아하고, 낭만도 아는 기분파다. 그러나 한번 화가 나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그룹 임직원들이 정 명예회장 다음으로 무서워하는 존재다. 정 회장도 “우리 형제 가운데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 막내”라며 “몽열이가 화나면 나도 무섭다.”고 농반진반 얘기할 정도다. 작고 단단한 체구나 사업 수완도 아버지를 빼닮았다. 2003년 사장으로 승진한 몽열씨는 주택사업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리고 2년 만에 ‘스위첸’(아파트)과 ‘웰츠타워’(주상복합)를 유명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여기에는 정 사장의 정보기술(IT) 지식도 한몫 했다. 컴퓨터학을 전공한 그는 일상생활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IT를 일찌감치 접목시켰다. 선진국형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고, 공사를 맡은 주택의 소프트웨어에도 “유별날” 만큼 공을 들였다. 덕분에 KCC건설은 도급순위 32위, 신용도 9위의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창업동지’ 조은주 여사 현대가의 가풍이 그렇듯 정 명예회장은 연애결혼을 했다.“큰형님 회사(현대건설)를 드나들면서 경리팀의 동갑내기 아가씨에게 반해” ‘작업’을 건 것이 결혼까지 이어졌다. 조은주(69) 여사다. 서울 진명여고를 나온 조 여사는 당시 이화여대에 합격해 놓고도 등록금이 없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독립군이었던 외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된 아버지가 6·25전쟁 때 전사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고 한다. 결혼 후에도 조씨는 ‘대학생 사장’을 남편으로 둔 덕분에 물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슬레이트공장 인부들의 밥이며 새참은 으레 그의 몫이었다. 직원들 식사를 지어 나르는 일은 그후로도 20년 넘게 이어졌다. 지금도 서울 서초동의 구사옥에서 근무하는 고참 직원들 가운데는 사원식당에서 밥을 짓는 조 여사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 ●큰며느리는 음대… 셋째며느리는 미대 자유연애로 결혼한 정 명예회장은 아들들의 ‘사랑’에도 너그러웠다. 몽진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홍은진(41)씨와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했다. 홍씨는 한때 아이스크림 ‘퍼모스트’로 유명했던 옛 퍼모스트유업 사장의 딸이다. 전자부품회사인 ‘퍼시픽 컨트롤스’ 홍준 사장이 처남이다. 그렇다면 소개팅 주선자는 누구일까. 다름아닌 사촌형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촌동생에게 친구의 처제인 음악도를 엮어준 것. 정 의장과 죽이 맞아 처제를 소개팅 장소로 내몬 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치과 주치의이자 성균관대 교수인 임순호 박사다. “연애할 때 플루트를 불어주던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는 정 회장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결혼후에는 한번도 플루트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투덜대곤 한다. 내로라하는 재벌 집안과의 혼사는 몽익씨에 이르러 이뤄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 최은정(42)씨가 부인이다. 가톨릭 계통인 일본 성심대학 교육심리학과를 나왔다. 최씨의 언니 은영씨는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했다. 조 회장이 몽익씨의 손위동서인 셈이다. 막내 몽열씨는 큰형수의 영향을 받았는지 서울대 미대를 나온 이수잔(35)씨와 결혼했다. 독특한 이름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한자이름이다.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장인이 ‘쌓을 잔( )’자를 썼다고 한다. 여자들의 사회활동을 싫어하는 가풍 탓에, 큰동서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동시에 그림을 접었다. 막내 며느리답게 활달한 편이다. ●‘숙부의 난’ 할 말 많지만… 정 명예회장은 조카 며느리인 현대그룹 현정은(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었다. 현대가 사정에 밝고 당시 분쟁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한 명예회장님의 생각은 분명하다. 현 회장의 외가를 포함해 정씨 집안 사람이 아닌 제3자가 큰형님이 평생을 바쳐 일군 현대를 넘보려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등 관련 지분을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는 것은 이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라고 설명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정몽헌 회장에게 200억원을 조건없이 내준 것이 ‘의리’가 아니라 ‘경영권을 염두에 둔 계산된 행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 “지나간 상처를 다시 헤집고 싶지는 않다. 명예회장님도 더이상 언급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리셨다. 다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명예회장님은 장조카인 고 정몽필 인천제철 사장이 아버지(왕 회장)와의 갈등으로 방황할 때 형님 눈치 보지 않고 우리 회사 부사장 자리를 선뜻 내줬다. 또다른 조카가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시달릴 때 70억원을 조건없이 빌려준 분도, 몽헌 회장이 군 복무를 6년이나 할 때 뒤를 봐준 분도, 명예회장님이었다.” ●“숫자는 기본” 전문 경영인들 건장한 체격의 김춘기(59) KCC 대표이사 사장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정몽진 회장이 “(그룹에)꼭 필요한 분”이라고 언급한 이다.75년 고려화학으로 입사해 꼬박 30년을 KCC와 함께했다. 특히 영업쪽에서 잔뼈가 굵었다. 마당발 인맥과 철저한 고객관리로 KCC의 영업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말단사원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력도 흔하지는 않지만 ‘국가대표 스키선수’라는 경력이 더욱 눈길을 끈다. 강원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그는 중학교때 우연히 본 스키영화 ‘백령의 왕자’에 푹 빠져 스키선수가 됐다. 대학생(경희대)때는 동계 유니버시아드와 올림픽 대회에도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취직과 동시에 “스키는 깨끗이 잊었다.”고 김 사장은 털어놓았다. 꼼꼼함은 모든 임원들의 공통점이지만 김 사장은 유난히 치밀하고 숫자에 밝다.“노력은 능력을 앞선다.”는 게 30년 직장생활의 신조다. 김 사장의 좌우 양쪽으로는 정몽진 회장에 버금가는 영어 실력으로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호(55·부사장) 해외본부장과 전문 무기화학 지식으로 제품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정복동(58·부사장) 생산기술본부장이 포진하고 있다. 금강레저 박연구(51) 대표와 고려시리카 이성수(53) 대표는 대학 졸업장 없이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전문인력들이다.“학교 공부는 다소 게을리했을지 몰라도 추진력과 친화력은 (전교 1등보다)훨씬 낫다.”는 KCC의 독특한 사풍이 반영된 결과다. 코리아오토글라스 주원식(62) 사장과 금강화공의 한상기(57) 중국 곤산·신세균(55) 베이징 법인장,KCC 박성완(47) 싱가포르 법인장 등은 전문 기술인맥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일본 아사히글라스 출신의 시마나가 모토야스(61) 부사장 등도 KCC를 떠받치는 핵심 인력들이다. hyun@seoul.co.kr ■ 정상영 일가 ‘밥상머리 교육’ 정상영 명예회장의 세 아들 부부는 한주 걸러 일요일 오후 5시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이태원 본가를 찾는다.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서다.“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며 자식들과 아침식사-사실상 새벽밥-를 함께 했던 왕 회장에 비하면 며느리들의 부담이 한결 덜하다. 음식도 각자 집에서 ‘주특기’ 한가지씩을 싸들고 와 끓이기만 하면 된다. 며느리들의 음식솜씨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 한 토막. 정 명예회장은 며느리를 들이면 반드시 반년씩 데리고 살았다. 그래야 가풍도 익히고 속정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학 내내 플루트만 불다온 큰며느리가 음식을 잘 할 리 만무했다. 둘째며느리에게 기대를 걸었다. 요리학원을 다녔다는 재벌가의 둘째며느리는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내놓았다. 견디다 못한 정 명예회장은 급기야 “이러다가 굶어죽겠다.”며 하소연했다고. 그 며느리들이 ‘사원식당 주방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시어머니의 특별지도 아래 지금은 ‘선수’가 됐음은 물론이다. 정 명예회장은 자식들에게 매우 엄격하다. 그 영향을 받아 정몽진 회장도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아들 명선(11)군을 굳이 외국인 학교나 사립학교가 아닌 집 부근의 일반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학교도 자가용을 태우지 않고 걸려서 보낸다.“어렸을 때부터 보통사람, 못사는 사람의 삶도 느껴봐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다만 큰딸 재림(15)양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귀국해 “성적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 외국인 학교에 보냈다. hyun@seoul.co.kr ■ 정 명예회장 ‘씨름꾼 경영론’ 왕 회장이 ‘빈대의 철학’으로 유명하다면 정상영 명예회장은 90년대 중반 ‘씨름꾼 경영론’으로 회자됐다.“씨름은 씨름꾼에게 맡겨야 한다.”는 단순 명쾌한 논리였다. 정 명예회장은 “씨름꾼이 아닌 사람이 씨름판에서 승리하기 어렵듯 기업간의 경쟁은 기업가에게 맡겨야 한다.”며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강조했다.KCC그룹의 사시인 ‘맡은 자리의 주인이 되자’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는 왕 회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지역 거상들이 장악하고 있던 총판(판매실적에 관계없이 물건값 선지급) 체제에 맞서 팔린 만큼만 대금을 지급하는 코카콜라식의 ‘루트 세일’을 도입해 유통 혁명을 일으킨 것이나, 당시로서는 ‘생뚱맞기’ 그지없는 슬레이트 홍보영화를 만들어 275개 시·군에 배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큰형에게 영향받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렇듯 정 명예회장에게 있어 왕 회장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형이라기보다는 아버지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 차이만 스물 한살이었다. 조카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는 두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젊었을 때 잠깐 초콜릿사업에 눈돌린 것 외에는 한번도 한 눈을 팔아본 적이 없는 그가 1970년 8월 현대차 부사장으로 홀연히 옮겨간 것도 “와서 미수금 70억원을 해결하라.”는 장형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자까지 회수해주고 다시 KCC로 돌아왔을 때는 1년 반이 흘러 있었다. 훗날 정 명예회장은 “중요한 시기에 내 사업에 공백을 가져 아쉬워한 적은 있었어도 불평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여기에는 다른 주장도 존재한다. 왕 회장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막내동생을 가까이 대했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KCC측은 펄쩍 뛴다. 한 임원의 얘기다. “92년 대선 패배 이후 두문불출하던 왕 회장이 다시 산업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95년 KCC의 여주 유리공장 3호기 점화식에서였다. 또 거동이 심하게 불편해지기 전까지 왕 회장이 거의 매일같이 들러 골프를 친 곳이 금강CC였다. 라운딩 멤버는 언제나 정상영 회장이었다.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왕 회장 성격에 이런 일이 가능했겠는가.” 정 명예회장도 세상 사람들의 짐작 이상으로 장형에게 극진했지만, 왕 회장 역시 막내동생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이렇게 하면 나도 파리지앵

    이렇게 하면 나도 파리지앵

    억지스러운 섹시함,노골적인 벗기기 등이 난무한 여름 패션가에 탤런트 김정은 스타일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상큼 발랄 경쾌함과 우아함을 경계없이 넘나드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유학생 태영 역의 김정은은 그동안 우리 브라운관에 넘쳐난 ‘신데렐라’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더욱이 옷차림은 ‘김정은 스타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있다.극중에서 김정은은 영화를 공부하는 파리 유학생.하지만 가정부로 학비를 벌어야하는 처지라 평소 옷차림은 간소할 수밖에 없다.더욱이 꾸밈없고,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김정은이 첫번째 파티에서 입은 빨간 드레스는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바뀌는 순간처럼 극적이었다. ‘신데렐라 팬터지’를 잘 표현해준 빨간 드레스는 김정은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목선이 예쁜 김정은의 장점을 돋보이도록 디자인했고,춤을 출때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치마단의 앞부분을 층을 줘,끝단을 공단으로 트리밍했다.디자이너 브랜드 ‘라끌’에서 제작·협찬했는데 가격은 애초에 책정하지도 않았다.“손이 많이 가는 공정이라 만들 수도 없다.”고 제작사에선 밝힌다. 또 하나 니스의 파티에서 입은 하늘색 시폰 이브닝드레스도 멋쟁이들의 눈길을 꽉 잡았다.김정은의 몸매를 잘 살려준 이 드레스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올 봄·여름 밀라노컬렉션에서 소개한 것,국내엔 들여오지도 않았다.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이 드레스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어디서 이 드레스를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판매하지 않는 옷엔 가격이 없다.”면서 펜디 관계자는 “300만원은 웃돌 것”이라고만 귀띔했다. 드레스가 아무리 예뻐도 현실에서 따라입긴 어렵다.그래서 김정은의 평소차림,캐주얼이 유행코드가 되고 있다. 김정은은 극중에서 여러겹 껴입는 ‘레이어드 코디’로 센스를 보여주는데,실제로 시슬리,매긴나잇브릿지,At.G,폴 프랭크 등 고급품임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면 대번에 알 수 있다.그렇다고 고급옷이라서 김정은이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민소매 톱,리폼한 티셔츠 등 특별하지 않지만 화사한 색상을 겹쳐 입어 맵시를 더했다. 한편 주머니가 많은 유틸리티 바지(카고팬츠)나 청바지,무릎 위로 훌쩍 올라가는 밑단이 뜯어진 청치마,간편한 스니커즈 등은 학생다운 활동성을 표현하고 있다.프랑스 현지에서나 서울에서 덧입은 허리 길이를 넘지 않는 쁘띠 재킷(혹은 볼레로 재킷)은 귀여움과 발랄함을 표현했다.이는 최근의 유행과도 맞아떨어져 짧은 재킷없이 여름을 넘기기 어려워 보일 정도. 한편 김정은의 헤어스타일도 화제다.어깨에 살짝 닿는 굵은 웨이브는 자연스럽고 때로는 섹시하지만,자신을 여지없이 망가뜨리는 거침없는 표정을 짓는 김정은의 매력을 한껏 살려준다.그러나 보통사람으로선 따라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자칫 사자머리처럼 부스스하거나,얼굴이 커보일 수 있기때문.다만 눈썹을 덮지 않을 정도로 앞머리를 잘라주면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 전속 코디네이터 이연화씨는 “김정은은 어떤 옷이든 완벽하게 소화한다.자르고,꿰매고,주름을 만들거나 끈 장식을 다는 등 티셔츠를 변형·활용한 것은 호화스럽지 않지만 김정은의 매력을 듬뿍 살려준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파리에서 김정은이 즐겼던 얇은 머플러는 서울에서는 벨트로 변신한다.채도가 높은 화려한 목도리를 바지에 묶어 심심한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 올 여름 멋쟁이 소리를 들으려면 벨트를 풀고 머플러로 대신하든지,레이어드 룩으로 멋내든지 김정은에게서 ‘한 수’배워야 할 것 같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렇게 하면 나도 파리지앵

    억지스러운 섹시함,노골적인 벗기기 등이 난무한 여름 패션가에 탤런트 김정은 스타일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상큼 발랄 경쾌함과 우아함을 경계없이 넘나드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유학생 태영 역의 김정은은 그동안 우리 브라운관에 넘쳐난 ‘신데렐라’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더욱이 옷차림은 ‘김정은 스타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있다.극중에서 김정은은 영화를 공부하는 파리 유학생.하지만 가정부로 학비를 벌어야하는 처지라 평소 옷차림은 간소할 수밖에 없다.더욱이 꾸밈없고,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김정은이 첫번째 파티에서 입은 빨간 드레스는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바뀌는 순간처럼 극적이었다. ‘신데렐라 팬터지’를 잘 표현해준 빨간 드레스는 김정은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목선이 예쁜 김정은의 장점을 돋보이도록 디자인했고,춤을 출때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치마단의 앞부분을 층을 줘,끝단을 공단으로 트리밍했다.디자이너 브랜드 ‘라끌’에서 제작·협찬했는데 가격은 애초에 책정하지도 않았다.“손이 많이 가는 공정이라 만들 수도 없다.”고 제작사에선 밝힌다. 또 하나 니스의 파티에서 입은 하늘색 시폰 이브닝드레스도 멋쟁이들의 눈길을 꽉 잡았다.김정은의 몸매를 잘 살려준 이 드레스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올 봄·여름 밀라노컬렉션에서 소개한 것,국내엔 들여오지도 않았다.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이 드레스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어디서 이 드레스를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판매하지 않는 옷엔 가격이 없다.”면서 펜디 관계자는 “300만원은 웃돌 것”이라고만 귀띔했다. 드레스가 아무리 예뻐도 현실에서 따라입긴 어렵다.그래서 김정은의 평소차림,캐주얼이 유행코드가 되고 있다. 김정은은 극중에서 여러겹 껴입는 ‘레이어드 코디’로 센스를 보여주는데,실제로 시슬리,매긴나잇브릿지,At.G,폴 프랭크 등 고급품임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면 대번에 알 수 있다.그렇다고 고급옷이라서 김정은이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민소매 톱,리폼한 티셔츠 등 특별하지 않지만 화사한 색상을 겹쳐 입어 맵시를 더했다. 한편 주머니가 많은 유틸리티 바지(카고팬츠)나 청바지,무릎 위로 훌쩍 올라가는 밑단이 뜯어진 청치마,간편한 스니커즈 등은 학생다운 활동성을 표현하고 있다.프랑스 현지에서나 서울에서 덧입은 허리 길이를 넘지 않는 쁘띠 재킷(혹은 볼레로 재킷)은 귀여움과 발랄함을 표현했다.이는 최근의 유행과도 맞아떨어져 짧은 재킷없이 여름을 넘기기 어려워 보일 정도. 한편 김정은의 헤어스타일도 화제다.어깨에 살짝 닿는 굵은 웨이브는 자연스럽고 때로는 섹시하지만,자신을 여지없이 망가뜨리는 거침없는 표정을 짓는 김정은의 매력을 한껏 살려준다.그러나 보통사람으로선 따라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자칫 사자머리처럼 부스스하거나,얼굴이 커보일 수 있기때문.다만 눈썹을 덮지 않을 정도로 앞머리를 잘라주면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 전속 코디네이터 이연화씨는 “김정은은 어떤 옷이든 완벽하게 소화한다.자르고,꿰매고,주름을 만들거나 끈 장식을 다는 등 티셔츠를 변형·활용한 것은 호화스럽지 않지만 김정은의 매력을 듬뿍 살려준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파리에서 김정은이 즐겼던 얇은 머플러는 서울에서는 벨트로 변신한다.채도가 높은 화려한 목도리를 바지에 묶어 심심한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 올 여름 멋쟁이 소리를 들으려면 벨트를 풀고 머플러로 대신하든지,레이어드 룩으로 멋내든지 김정은에게서 ‘한 수’배워야 할 것 같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화씨 9/11’ 마이클 무어 감독 “부시에게 할 말 했다”

    |칸(프랑스) 이종수특파원|“9·11테러 이후의 미국과 그 당시 보통사람이었던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고 싶었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을 소재로 미국 사회의 모순을 통렬히 비판한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50)가 중반을 넘긴 제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도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닌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부시,부끄러운 줄 아시오!”라며 반전 직격탄을 날려 세계적 이목을 끌었던 감독은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한 정치다큐멘터리 ‘화씨(Fahrenheit)9/11’에서 테러 이후의 부시 정권에 날선 시각을 겨누고 있다.석유재벌인 부시 대통령 부자(父子)와 오사마 빈 라덴 집안의 유착관계,30여년전 두 집안이 함께 어울리던 모습들을 사진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9·11테러 현장과 이라크전의 참혹상을 번갈아 조명한다. 정장차림으로 기자들 앞에 나타난 그는 “나는 직설적인 사람이고,이번 영화에서도 부시에 대해 하고 싶은 농담을 맘껏 했다.”며 “나는 문제를 풀고 싶고 그 문제는 바로 백악관”이라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vielee@˝
  • 선택2002/[대선후보 부인에 듣는다]-이회창후보 부인,한인옥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64)씨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에서 단아한 한복차림으로 대한매일 인터뷰 팀을 맞았다.“우아해 보인다.”고 말을 건네며 “그런 점이 오히려 서민들에게 거리감을 주는 것 같다.”고 하자,한씨는 다소 과장된 어투로 “안 그래요.”라며 손사래를 쳤다.그러면서 한씨는 얼마전 시장통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생긴 일들을 시시콜콜 설명하는 것이 ‘보통 아줌마’와 같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대한매일은 후보 부인들의 생각과 됨됨이도 후보들이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검증요소라고 보고지난달 초 주요 후보 부인들의 와이드 인터뷰를 차례로 보도했다.한인옥씨는 개인적인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청해 회견이 다소 늦게 이뤄졌다.대담은 이전과 같이 신연숙 논설위원과 김경애 동덕여대 교수 겸 본지 명예논설위원이 맡았다. ★가정생활 ◆친정 시댁 모두 훌륭한 집안에 최고의 교육을 받고 어려움 없이 살았는데보통사람의 평범한 정서를 이해할 수있을까란 우려가 있습니다. 양쪽 집안 모두 평범하게 사셨어요.대부분의 가족이 그렇듯 부부간에 싸우기도 하고,아이들 바르게 키우려고 애쓰고,또 월급 쪼개 알뜰살뜰 저금해 가면서요.평범하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이 후보는 진지하고 근엄한 이미지인데 집에서도 그렇게 딱딱한가요. 그렇지 않아요.농담도 잘 하시고요.그리고 드라마,영화도 좋아하셔서 시간이 날 때는 집에서 함께 텔레비전을 봐요.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을 흘리기도 하세요. ◆부부싸움은 하시나요.서먹함은 어떻게 푸시나요. 부부싸움 많이 했죠.안 하고 사는 부부 있나요? 젊었을 때는 제가 조금이라도 불평을 하면 남편이 입을 다물어 버렸어요.그래서 제가 항상 참았죠,뭐.사실 속이 많이 상했었어요.그런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제가 불평을 하면 남편이 화해요청도 하고 그래요. ◆가계부를 쓰며 저축을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러신가요. 친정 어머니께서 가계부를 쓰시는 걸 보고 자라서인지 가계부 쓰는 게 너무 당연했어요.요즘 많이 바빠져서 거의 못쓰고 있지만 살림사는 데는 도움이참 많이 되더라고요.저축은 못해요.정치를 하니까 손님도 많이 오시고,돈 쓸 데도 많더라고요.저축해 놓은 거 꺼내 쓰는 상황이에요. ◆한 여론조사에서 ‘남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것 같은 부인’으로 꼽히셨습니다.어떻게 생각하세요. 나쁜 뜻만은 아니겠지요?(웃음) 아마도 야당총재로 5년을 지내면서 행사에같이 나가는 모습이 언론에 비쳐져서 그런 것도 같고요.사실 행사에 많이 나간 것도 아닌데…. ◆집안 대소사는 어떻게 결정하세요. 결혼초부터 바깥일,안일 철저하게 구분하는 것으로 굳어져 있었어요.가정일이나,부모님 일은 모두 제가 알아서 했어요.그래도 큰일은 함께 의논해서 결정해요.처리는 제가 하고요. ★자녀교육 ◆자녀교육은 누가 주로 맡고,어떤 원칙으로 하나요. 어버지가 맡아야 할 부분,엄마가 맡을 부분이 다르잖아요.함께 했어요.자율적인 분위기에서 키우려고 했어요.대신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도록하고,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도록 가르쳤습니다. ◆자녀들에게 과외를 시켜본적은 있나요. 큰 아이가 고등학교 때 소설을 쓴다면서 공부를 등한히 했었어요.다시 공부를 시작할 때 따라가기가 힘들다며 잠시 과외를 한 적이 있어요.그때는 과외가 불법이 아니었지요. ◆친정쪽은 법조인의 대를 잇고 있는데 이 후보 자녀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서운한 감정은 없나요. 사실 아이들 중 하나라도 법조인의 길을 걸어주었으면 했었어요.그런데 애들은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일요일에도 집에 일을 갖고 오고 서류더미에 파묻혀 사는 게 싫었나 봐요. 큰애는 경제학,딸애는 수학,막내는 경영학을 했는데,아이들이 자기가 하는일에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저도 좋아요 ★여성.정치관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퍼스트레이디가 된다면 꼭해보고 싶은 일은 뭔가요. 대통령이 나라를 위한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가족문제 등 주변을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그리고 퍼스트레이디는 국민이 뽑은 사람이 아니니까 국정에 간여하기보다는 조력자로서,여론전달자로서 남아있어야 한다고 봐요.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면서 특히 문학과 전통문화 등 문화계쪽에 신경을 쓰고 싶습니다. ◆지난 선거에서의 실패와 지난 5년간 야당 총재 부인으로서의 생활을 돌이켜보신다면. 너무 힘들었지요.평생 흘린 눈물의 반 이상을 흘렸던 것 같아요.그렇지만보람도 컸어요.주부로만 살다가 세상을 접하면서 제 자신을 많이 키울 수도있었어요. ◆지금까지 토론회나 인터뷰,공개모임 초청을 거절해 왔는데,본인의 뜻이었나요.거절해온 이유와 이를 다시 재개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얼마전까지 저희 아이 일로 많은 말씀들을 하셨잖아요.사실이야 어쨌든 군대에 자식 보낸 부모님들께 죄송했고요.뒷말들이 퍼진 데 대해 제 행동에 문제는 없었나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어요.그리고 시아버님과 친정 어머니께서병중이라 짬이 없기도 했고요. 남편이 대통령후보시니까 그 아내에게 역할들을 요구하시더라고요.제 의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평생을 ‘법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신 분이세요.국민에게 한 약속은반드시 지키는 대통령이 되실 거예요.섣부른 약속은 잘 안 하시거든요. 정리 이지운기자 jj@ ★의혹에 대한 해명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기양건설로부터의 수뢰의혹을 해명하신다면. 정말 너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해명할 말도 없습니다. ◆이 후보가 조문정치로 부친 덕을 본다는 뒷말이 정계에서 나왔는데 시부상을 돌이켜보신다면.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저에게는 너무나 자상하고 따뜻한 시아버님이셨어요.그리고 남편에게는 아버님이 정신적 지주셨어요.가슴 속에서 뭔가 큰 기둥이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드셨나봐요.아버님 영결미사를 드리고,예산 선영에모실 때 많이 우셨어요.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큰 위로가 됐어요.찾아주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 참석차 귀국한 장남 정연씨는 언론을 피하기 위해 경호원까지 대동해야 했습니다.병역비리 의혹으로 언론마저 피하고 있는 정연씨를 보며 드는 생각은. 어미로서 정말 마음이 아파요.아버지에게 미안해 하는 아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요. ◆병풍수사는 무혐의로 마무리됐지만,국민의 절반은 병역비리 은폐의혹은 사실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진실이야 어떻든 군대를 못갔습니다.군대를 다녀온 분들과 그 부모님께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부인만큼 많은 의혹에 시달린 대선후보 부인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부인께서 생각하기에 이처럼 유례없을 정도로 많은 의혹에 시달리는 이유는 뭐라생각하세요. 저희 후보가 재수생이시잖아요.그리고 제1야당의 총재를 하셨고요.후보님에 대한 관심이 크니까 저한테도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한인옥씨는 누구 한인옥씨는 손꼽히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경기여고와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형 주부이다.한씨의 아버지는 대법관이었고,어머니는 경성사범(서울대 전신)을 졸업했다.집안이나 학벌로 따지면 남편인 이회창 후보에게 뒤지지 않는셈이다. 한씨는 경남 함안에서 3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한씨는 서울 사대 가정과를 졸업,서울 시내 학교로 발령까지 받았지만 집안의 반대로 포기했다. 이후 집에서 신부수업을 하다 1961년 서울고법 김정규 부장판사(대법관 역임·1988년 작고)의 중매로 이 후보를 만나 6개월의 교제 끝에 결혼했다. 한씨는 이 후보의 정계입문 전에는 공직자의 아내답게 소박한 생활을 줄곧해왔다.음식을 만들어 신문지로 싸놓고,만든 날짜를 붙여 꼼꼼하게 음식관리를 하는 행동은 신혼초부터 시작된 버릇이라고 한다.한씨의 성격은 지난 10월 천안연수원에서 있었던 ‘하늘이 무너져도…’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나,실제로는 내성적인 편이라는 게 주변 평가이다. 한인옥씨는 1997년 대선 때만 해도 ‘남편보다 더 경쟁력있는 부인’으로통했다.각종 여론조사에서 인기 1위를 달리며,퍼스트레이디 후보로선 첫손에 꼽혔다.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한씨가 민주당의 타깃이 된 진짜 이유는 인기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오석영기자 palbati@
  • 연예 전문변호사 최정환 “연예인 이미지 지켜주는게 법정 승리보다 더 중요하죠”

    트위스트 김이 한 인기 탤런트를 지칭해 “친아들인 듯하다.”고 발설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하는 등 연예계에 법정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그 결과 ‘연예 전문변호사’가 등장했고 그 중에서도 최정환(42·사시 28회)변호사는 연예가 안팎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최 변호사에게서 어차피 보통사람과는 다를 ‘연예인 소송’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다. 口‘법정 승리’보다 ‘이미지 보호’가 우선=연예인은 이미지에 죽고 사는 만큼 강간·마약·사기·사이버테러에 관련된 사건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최 변호사는 “법정에서도 이겨야 하지만 연예인의 이미지를 지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소송을 하기보다 피할 것이 있고 소송할 필요가 없는 것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일련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예컨대 섹스비디오 파문으로 ‘마녀 사냥’이 될 뻔한 가수 백모양,매니저를 고소한 뒤 섹스비디오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나돈 탤런트 이모양의 경우 최 변호사가 직접기자회견장에 나가 정황을 설명했다.두 여성 연예인은 울먹이며 죄송하다는 말 정도만 되풀이해 피해자 이미지를 적극 부각했다.그들은 널리 동정을 얻어 큰무리없이 재기할 수 있었다. 반면 마약복용 혐의를 받은 탤런트 황모양은 혐의를 벗으려고 순수한 이미지를 불사르는 엉뚱한 증언을 한 데다 재판정에서 보여준 불손한 태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예진아씨'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동정론’이 물건너갔다. 최근 트위스트 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인기 탤런트 측의 행동도 적절했다는 평이다.사람들에게 “저 정도로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헛소문인가보다.”라는 생각을 일으켜 터무니없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 口연예인 ‘권리 찾기’도 일익 =최 변호사는 탤런트 이영애의 초상권 침해사건도 맡고 있다.그의 얼굴이 실린 컴필레이션 음반 ‘애수’2집이 나오면서,음반사가 1집을 만들 때 찍은 사진을 다시 사용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계약서는 1집 음반에만 한정된 것이라 명백한 초상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최 변호사는“연예 상품은 다른 재화와 달리 권리의 매매인 만큼 계약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연예인이 영화·음반사나 대기업을 상대로 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잦아진 것도 연예 전문변호사의 등장과 맞물렸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입방아에 오르는 사건만 맡는 것은 아니다.마이클 잭슨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한국 공연,박찬호 경기의 MBC 독점중계,서태지의 ‘2002ETP 콘서트’등 굵직한 공연계약의 협상·체결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口해외시장 주목할 때 =최 변호사가 연예 전문이 된 것은 지난 89년의 일.법무법인 ‘김&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UIP 등 해외직배사의 한국지사 설립건을 맡은 게 계기가 됐다.당시 강제규 감독 등 연예 종사자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연예 전문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것.그러나 외국과 계약을 체결할 때 그가 지목되는 것은 외국 회사측의 요청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은 물론 미국·네덜란드·벨기에·일본 등지에서 여러해 근무한 경험이 있어 영어·일어에도 능통하기 때문이다. 그는 “김남주씨의인기가 높아 그가 모델로 나오는 화장품이 베트남에서 최고로 자리잡을 만큼 우리 문화상품의 경쟁력은 아시아 전역에서 힘을 발휘한다.”면서 “앞으로 우리 문화상품이 할리우드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연예 전문변호사가 지원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현진기자 jhj@
  • ‘라이터를 켜라’ 작가 박정우/ “” 개××라고 욕하는 보통사람 대변””

    “지금까지 제 영화에 나온 덜 떨어진 주인공들을 모두 합한 인간이 바로 저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선물’‘신라의 달밤’등 연이은 흥행 성공으로 억대 시나리오 작가가 된 박정우(32) 본인 말대로 그는 조금은 어눌하지만,할말은 다하는 사람이다. 그가 쓴 영화의 주인공은 어딘지 한구석이 비어 있는 인물.그는 “운동·음악을 잘해도 국영수를 못하면 모자란 애 취급을 받는 게 청소년의 현실”이라면서 “재능을 100% 발휘 못하는 제도에 대한 불만이 인물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이번 ‘라이터를 켜라’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포복절도할 웃음을 만들어낼까.“거기 있어서는 안될 사람을 그 장소에 있게 하거나,만나서는 안될 사람을 만나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집어 넣으면 되죠.” ‘라이터’를 잃어버린 권리로,‘기차’를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는 해석에 대해서는 “그렇게 복잡하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쓰지는 않는다.”면서 “신문을 보며 ‘이런 개××들’이라고 욕하는 평범한 사람의 정서를 대변했을뿐”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권력의 희화화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하자 “수면밑에 정치·사회적인 것을 깔아주지 않으면 지나치게 가볍게 되기 때문에 코미디가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그의 주특기는 마지막에 우연히 얽힌 인물들이 한데 모여 패싸움을 벌이는 것.하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당사자들끼리 해결을 보고,폭력의 수위도 좀 낮아졌다.“봉구를 더 만신창이로 만들려고 했는데 감독이 반대했죠.결과적으로 인간적인 면이 더 부각돼 좋았습니다.” 폭력을 주로 묘사하는 이유를 묻자 “제가 교회도 매주 나가는 모범생이거든요.저도 모르게 거친 삶을 동경했나 봐요.”라며 웃는다. 시나리오 한편으로 그가 버는 수입은 얼마나 될까.‘신라의 달밤’으로 약3억6000만원을 받았고,이번 영화도 그 정도 관객(전국 422만)이 들면 4억원을 넘게 받을 예정이다. 지난 5월 ‘필름 매니아’라는 영화사를 설립한 그는 현재 감독 데뷔를 준비중이다.첫 메가폰을 잡게 될 영화는 액션·판타지·멜로·느와르를 섞은 B급영화.내년 상반기쯤 개봉할,그가 ‘연출한’영화가 그가 ‘쓴’영화보다더 재미있을지 궁금하다. 김소연기자 purple@ ■'라이터를 켜라'는 어떤 영화인가 어리버리한 주인공이 라이터를 찾느라 벌이는 모험극 ‘라이터를 켜라’(17일 개봉).유치해 보이는 소재이지만,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캐릭터가 얼기설기 엮이며 실타래를 팽팽히 조이는 재미있고도 긴박감 넘치는 영화다. 나이 서른에 부모 호주머니에서 돈이나 슬쩍하는 백수 봉구(김승우).예비군훈련을 마치고 남은 300원으로 라이터를 산다.우연히 택시를 얻어 타는 바람에 목적지도 아닌 서울역에 내린 그는 화장실에 라이터를 두고 나온다.한편 라이터는,국회의원 용갑(박영규)의 일을 해주고도 돈을 떼어먹힌 조폭 두목 철곤(차승원)의 손에 들어가고,봉구는 철곤을 따라 기차를 타는데…. 기차 안 풍경은 가관이다.감독이 ‘언론’을 엄두에 뒀다는,불만을 쉴 새 없이 떠벌리지만 실천은 안하는 성진,“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라며 방관만 하는 해진,“혹독한 고문에도 끄덕없었다.”며 인질의 생사에도 ‘끄덕않는’국회의원.다양한 인간 군상이 위기에 닥쳐 저마다의 본질을 드러낸다.반면 세상 잣대로 ‘어리버리한’인간은 영웅이 된다. 특히 “내 돈 내놔.”와 ”내 라이터 내놔.”가 반복적으로 변주되며 만들어 내는 웃음은 배꼽을 뺄 정도.김승우의 바보연기도 제법이다. 지난 3월 울산역에서 촬영 도중 단역배우가 사망하는 불운은 겪기도 한 영화다.장항준 감독 데뷔작.
  • 설특집-영화·비디오 “”기다렸다 설 연휴””

    설 연휴를 후회없이 알차게 보낼 방안으로는 어떤 게 좋을까.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넉넉잡아 대여섯시간만 짬을 내 극장으로 걸음해보자.액션 마니아라면 더 신나겠다.올 설 연휴 극장가는 볼만한 대형 액션물들로 유난히 활기차다.애써 다리품 팔아 붐비는 극장 인파를 뚫을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볼만한 비디오를 ‘찜’해놓는 것도 묘안.황금연휴를 겨냥한 새 비디오들이 많다. ◆볼만한 영화. [공공의 적] 강우석 감독이 3년 반만에 내놓아 한창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형사액션물.아시안 게임 권투 은메달리스트 자격으로 경사로 특채된 철중(설경구)은 마약을 빼돌려팔아먹을 생각까지 하는 부패형사다.그러나 노부부를 죽인살인 용의자 규환(이성재)과 맞닥뜨리면서 철중은 ‘공공의적 처단’을 삶의 목표로 정한다. 논리라고는 없는 철중의 막가파식 수사는 경쾌한 코미디를,규환의 비인간적 살인행태와 철중과의 대결은 하드보일드 액션을 연상시킨다.더러 엽기적 장면까지 선사하는 설경구의능청스런 연기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18세 이상 관람가.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서기 2009년의 가상역사 공간을 무대로 잡은 SF액션.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둔갑해 있는 등 조선은 일본의 속국이다.한·일 역사가 이처럼 소름돋게 뒤바뀐 건 일본인 이노우에가 ‘영고대’라는 시간의 문을 열어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막았기 때문. 영화는 시간의 문을 다시 여는 열쇠를 되찾으려는 조선해방전선 조직원들과 일본에 동화된 조선계 형사 사카모토(장동건)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세트의 위용이나 총격전에서의기술이 할리우드 액션물에 버금간다.사카모토의 오랜 친구이지만 막판에 갈등 대상으로 바뀌는 일본인 사이고 역에 나카무라 도루.12세 이상 관람가. [디 아더스] 니콜 키드먼이 주연하고 스페인의 알레한드로아메나바르 감독이 연출한 심리공포.남편을 전쟁으로 잃고홀몸으로 어린 남매를 키우는 여인 그레이스의 저택에 세명의 새 하인들이 들어오면서 기이한 일이 잇따른다. 햇빛을 쬐면 생명이 위독해지는 남매의 희귀병,망자(亡者)들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다락방의 흑백사진 등 영화의 결말을 점치게 하는 대목대목의 복선들이 섬뜩하고도 흥미롭다. 키드먼의 강인한 모성애 연기와 공포에 질린 표정연기도 압권.전체 관람가. [콜래트럴 데미지] 테러범의 손에 가족을 잃은 폭약 전문가겸 LA 소방관이 혈혈단신으로 테러리스트 응징에 나선다는줄거리.그 주인공이 다름아닌 ‘액션 영웅’ 아놀드 슈워제네거이다.하루아침에 아내와 아들을 잃은 소방관은 미국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불만을 품고 테러범을 쫓아 목숨걸고 콜롬비아 정글로 들어간다. ‘미국인 1인 영웅주의’가 거슬릴 수도 있다.하지만 이렇다할 특수효과에 기대지 않는 슈워제네거의 ‘맨몸 액션’이 담백해서 오히려 좋다.15세 이상 관람가. [블랙 호크 다운]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하고 리들리 스콧감독이 연출한 전쟁액션.한창 내전 중인 소말리아의 수도로최정예 미군 유격부대가 투입된다.그들의 임무는 소말리아반군 수뇌부 납치.그러나 천하무적의 전투기 블랙호크가 줄줄이 격추되면서 에버스만 중사(조시 하트넷)가 이끄는 부대원들은 사지로 내몰린다. 피비린내나는 전장(戰場),죽음의 공포에 짓눌린 병사들의심리 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됐다.이완 맥그리거가 화끈한 전투를 꿈꾸는 군사 서기관으로 등장한다.15세 이상 관람가. [반지의 제왕] 아직도 못봤다면 막내리기 전에 명성을 확인해볼 좋은 기회다.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총 3편이 동시 제작됐다.난쟁이 종족의 프로도(엘리야 우드) 일행이 악의 무리가 만든 ‘절대 반지’를 찾아 없애기 위해 모험길에 나서는 이야기.컴퓨터 그래픽으로 착각될 만큼 스펙터클한 야외세트가 판타지 영화의 묘미를 더해준다.상영시간 2시간 58분.12세 이상 관람가. [디 톡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액션스릴러.‘디 톡스’란 이름의 요양원에서 형사와 연쇄살인범이 두뇌게임을 벌인다. 동료 형사들이 살인범의 손에 잇따라 죽자 실의에 빠져 술에 절어 살던 FBI요원 말로이는 급기야 요양원 신세를 지게된다.요양원은 눈보라와 폭설로 뒤덮여 외부로부터 완전히차단된 곳.말로이가 입원한 첫날부터 환자들이 하나둘 의문사하자 요양원 내부는 공포에 짓눌려 서로를의심하는 눈초리들로 가득하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짐 길레스피 감독.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 ◆새 비디오. [와이키키 브라더스] ‘세 친구’의 임순례 감독이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라고 조용히 역설하는 드라마.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 클럽의 불황으로 전전하다 팀의 리더인 성우(이얼)의 고향 수안보로내려간다.영화는 이들이 새 둥지를 튼 수안보에서의 고달픈생활과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그러나 신기하게도 궁색하거나 초라한 느낌이 없다.전작에서처럼 바닥인생을 바라보는감독의 시선에는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극중 밴드의 노래로70년대 인기가요들을 감상하는 것도 큰 재미다. [잔다라] ‘낭낙’ 등 화제작으로 최근 태국영화의 중흥기를 이끈 주역인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신작.지난해 연말 국내 개봉 당시 흥행재미를 보진 못했다.그러나 태국영화의 현주소를 읽는 바로미터 같은 에로드라마이다.아버지의 지독한 미움을 받고 자라난 남자 잔다라가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의 섹스편력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이 기둥 줄거리.섹시스타 중리티가 잔다라에게 성(性)을 가르쳐주는 요염한 새 엄마로 나온다. [너티 프로페서 2] 에디 머피가 ‘북치고 장구친’ 1인극 같은 코미디.에디는 96년 흥행한 1편에서 그랬듯 뚱보 과학자셔먼 클럼프 역을 다시 맡았다.노화방지용 신약을 연구하던클럼프 교수의 몸속에는 자신이 개발한 다이어트 약을 잘못먹는 바람에 또다른 자아 ‘버디’가 생기고 말았다.불쑥불쑥 몸밖으로 삐져나오는 망나니 버디 때문에 그의 생활은 하루아침에 뒤죽박죽이 된다.특수분장술이 놀랍다.클럼프의 연인 역에는 재닛 잭슨. [나비] 35㎜ 단편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문승욱 감독의디지털 장편영화.망각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미래의 가상도시를 무대로 아픈 기억을 영원히 털어버리려 몸부림치는 여자(김호정)의 이야기를 담았다.검푸른 톤의 흔들리는 화면은 모든 것이 낯설고 모호하기만 한 SF영화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바운스] 벤 에플렉과 기네스 팰트로가 호흡맞춰 눈길을끄는 멜로. 광고회사 간부로 승승장구하던 바람둥이 버디(벤 에플렉)는 폭설로 비행시간이 뒤죽박죽되자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각본가 그레그에게 자신의 티켓을 넘긴다.비행기 추락사고로그렉이 죽자 죄책감에 시달리던 버디는 그레그의 아내 애비(기네스 팰트로)를 찾아가고,애비를 향한 동정심은 서서히 사랑으로 바뀐다.모처럼 화장기 없는 수수한 차림새의 기네스팰트로가 남편잃고 홀로서기하는 억척여인 역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 신성모독을 이유로 종교계가 통째로발끈하는 통에 지난 98년 이후부터 상영이 미뤄져온,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영화. 영화속 예수는 유대인 처형에 쓰이는 십자가를 만들어 로마인들에게 바치는 목수이다.로마에 대항해 혁명을 노리는 유다가 겁쟁이라고 비난하면 “솔직히 두렵다.”는 말까지 한다.그뿐만이 아니다.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는‘보통사람’이다. 연기파 배우 윌리엄 데포가 보통사람을 닮은 예수로 변신했다.유다 역에는 하비 케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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