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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업계 봄맞이 문화마케팅 ‘눈길’

    정유업계 봄맞이 문화마케팅 ‘눈길’

    정유사들이 마련한 봄 문화 축제를 즐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봄맞이’ 문화 이벤트를 대거 쏟아내고 있다.‘문화 마케팅’이 고객의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인 데다 참여율도 높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와 LG칼텍스정유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상품인 영화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카레이싱’을, 에쓰오일은 문화예술계를 지원하고 있다. ●“무료로 영화보세요.” 전국 3800여개의 주유소망을 보유한 SK㈜는 영화를 이용한 문화 마케팅을 한창 벌이고 있다. 자사 웹사이트인 엔크린닷컴(www.enclean.com)에 응모한 고객을 추첨해 영화 시사회 초대권을 선물한다. SK㈜ 관계자는 “지난 해 영화 ‘알렉산더’,‘80일간의 세계일주’ 등을 이용한 마케팅을 진행한 결과, 참여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면서 “올해도 이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영화시사회에는 4000여명의 고객이 참가, 좌석이 없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올해 SK㈜ 문화마케팅의 ‘스타트’를 끊는 영화는 영화배우 이문식·이정진·김수미씨 등이 출연하는 코믹영화인 ‘마파도’.SK㈜는 다음달 중순 개봉 예정인 ‘마파도’ 시사회를 서울, 부산, 대구, 광주의 전국 4개 도시(서울 3월 8∼9일, 부산 3월2일, 대구 3월3일, 광주 3월4일)에서 고객들을 초대해 무료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사회 참석을 희망하는 고객들은 다음달 3일까지 엔크린닷컴 홈페이지에 응모하면 된다. 한편 SK㈜는 그동안 적립한 ‘OK캐쉬백 포인트’를 이용, 소형 진공 청소기와 스팀 청소기 등을 신청할 수 있는 사은 행사도 엔크린닷컴에서 진행 중이다. LG칼텍스정유도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초동 스카라극장과 제휴, 주유소나 홈페이지에서 무료 영화관람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들을 추첨해 매달 3만여명의 고객에게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LG정유는 그동안 영화마케팅에 10억여원을 투자했다. 지금까지 20여만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100여편의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국내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대상으로 현금이 아닌 ‘시그마6보너스카드 포인트’로 영화에 투자, 흥행 실적에 따라 포인트로 투자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는 ‘iWish 시네마펀딩’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 흥행에 실패했을 때에는 포인트 원금 대비 최저 70%까지 돌려 받을 수 있다. 2003년에 투자한 영화 ‘싱글즈’의 경우 포인트 원금 대비 10% 수준의 투자수익을 보너스 포인트로 참여 고객에게 되돌려 주기도 했다.LG정유는 영화 ‘YMCA야구단’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4편의 영화에 시네마펀딩 이벤트를 진행했다. LG 관계자는 “고객들이 자본을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닌 만큼 위험 부담이 거의 없다.”면서 “자사 입장에서는 국내 영화계를 지원하고 고객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예술 지원도 활발 현대오일뱅크는 우리나라 최초로 기업이 후원하는 프로 카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4명의 레이서와 12명의 기술자로 창단한 ‘오일뱅크 레이싱팀’이 그 주인공. 모터 스포츠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와 함께 새봄맞이 마케팅으로 푸짐한 경품을 제공하는 ‘오일백 페스티벌’을 펼친다. 다음달 20일까지 오일뱅크 보너스카드 가입 고객과 기존 보너스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1년 무료 주유 오일백 포인트’와 ‘1회 무료 주유 오일백 포인트’ 등 총 300여명에게 주유 포인트를 제공한다. 오일뱅크 보너스카드 홈페이지(www.oilbankcard.com)에 응모하면 된다. 에쓰오일은 한국 중·단편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고 오영수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오영수 문학상’을 제정, 매년 수상작을 선정·시상해 오고 있다. 울산 ‘아름다운 눈빛 미술제’도 후원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어떻게 지내세요] 액션스타 김희라

    [어떻게 지내세요] 액션스타 김희라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외부활동에 나설 예정입니다.” 197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스타 김희라(59)씨. 지난 69년 임권택 감독의 ‘비내리는 고모령’으로 데뷔,95년 ‘말미잘’까지 무려 1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힘찬 목소리와 선이 굵은 연기로 쾌남 군인 건달 등의 역을 맡아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영화의 1세대인 김승호(68년 작고) 감독의 아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들 기주씨도 2001년 가수로 데뷔해 ‘연예인 3대집안’을 잇고 있다. 미국 영주권을 얻은 기주씨는 “한국에서 가수활동을 하려면 군입대부터 먼저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귀국해 3년 복무를 마친 뒤 최근 만기제대했다. 지난 24일 서울 장안동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김씨를 만났다. 하얀 턱수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95년 이후 영화출연 등 외부활동을 하지 않아 10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졌다.“연예인들은 일을 안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이로 인해 자신도 몸이 아팠지만 팬들이 자꾸 생각나 몸을 추슬러 일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며 새로운 의욕을 내보였다. 우선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원로 및 불우 연예인돕기 활동을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재가동할 예정이란다. 모임의 회장을 맡았으며, 연예계 2세대들이 주축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예인은 나이 들면 퇴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도태되기 때문에 그런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예인 2세대들은 현재 300명 정도. 또 올 봄학기부터 전북과학대 겸임교수로 강단에 선다. 과목은 ‘영화연기론’. 한 달에 24시간을 배정받았다. 그는 “딱딱한 교수가 아니라 차세대 연예인 지망자들에게 우리나라 영화인의 뿌리에 대해 재미있게 들려주고 차세대 영화발전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영화의 수준에 대해 “후배들이 참으로 대단하다. 또한 임권택 감독이 최근 큰 상을 받았다. 원로의 역량도 중요하다.”면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아울러 기회가 주어진면 한국적 아버지 역할을 맡고 싶다고 귀띔했다. 개봉되는 국내외 영화는 빼놓지 않고 부인과 함께 관람한다. 액션스타답게 중국의 달마대사가 창시했다는 불무도(佛武道) 등 합계 20여단의 무술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단전호흡 위주로 건강을 유지한다. 현재 아들과 부인 등 세 식구가 서울 청량리 자택에서 지내고 있으며, 미국 LA에 사는 딸은 최근 대학을 졸업했다. 김씨의 대표작은 ‘의리에 산다’‘맨주먹으로 왔다’‘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마지막 포옹’‘시라소니’‘아벤고공수군단’ 등이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영화평론가협회장 양윤모씨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주진숙)는 지난 22일 정기총회를 열어 양윤모(49) 전 강우석필름아카데미 교장을 임기 2년의 제18대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24일 밝혔다. 양 신임 회장은 영화 현장에서 평론을 써온 전업 영화평론가. 현재 스크린쿼터영화인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 이은주 ‘자살’ 결론…유서싸고 억측 구구

    검찰과 경찰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배우 이은주(25)씨의 사인을 단순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23일 “사건 당일 검사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고인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병원진료기록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했으나 타살로 볼 만한 근거가 없었다.”면서 “고인의 자살동기를 둘러싸고 많은 억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자살을 방조하거나 교사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더이상 수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기도 분당경찰서도 22일 밤 이씨의 죽음을 단순자살로 결론짓고,23일 오전 사건기록을 검찰에 넘겼다. 이에 따라 이씨의 자살 동기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각종 설들은 추측으로만 남게 됐다. 사건 발생 이후, 각종 인터넷사이트에는 이씨 유서에 나온 ‘돈이 있음 좋은데 돈을 벌고 싶었다.’는 내용을 놓고 갖가지 억측이 떠돌고 있다. 이씨의 소속사 나무액터스 김동식 이사는 23일 새벽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자살 동기 등에 대해서는 3일장이 끝나는 24일 이후 따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빈소가 마련된 분당 서울대병원에는 60여명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영화관계자와 동료 연예인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박진희·안정훈·송강호·김정현 등이 빈소를 찾았고, 가수 바다·전인권씨는 이틀 연속 빈소를 지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이씨 소속사의 김탄 부사장은 “이씨의 시신은 부모님의 의사에 따라 화장을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화장터와 납골당의 위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인 예배는 24일 오전 7시에 열리며, 이어 영화인 추모단의 추모제를 거행한 뒤 화장장으로 행한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씨줄날줄] 디렉터스 컷/이용원 논설위원

    한 편의 영화는 언제 어디서 보아도 똑같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편집에 따라 스토리 전개, 러닝타임, 결말, 주제가 다른 여러 버전이 존재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 곧 감독판이다. 감독판이 나오는 까닭은 영화의 상품성과 작품성이 종종 충돌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개봉한 영화 ‘나비 효과’의 비디오는 두 가지 결말을 함께 보여 준다. 영화가 끝난 뒤 시차를 두고 감독이 당초 구상한 결론을 6분 정도 다시 틀어 주는 방식이다. 극장판이 해피엔딩인 데 견줘 감독판은 매우 염세적이어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영화가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에 진출하다 보니 그에 맞춰 모양새를 바꾸는 사례도 흔하다.1970년대의 대표적 성애 영화인 ‘엠마누엘 부인’ 시리즈는 처음부터 구미판과 동양판을 따로 출시했다. 성애물에 덜 익숙한 동양 관객이 가질 거부감을 줄이고 각국의 검열에서도 벗어나려는 의도였다. 국내에서는 최근 이병헌·최지우 주연의 영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가 일본판을 별도로 편집해 수출한 바 있다. 감독판을 비롯한 공식적인 이본(異本)만 있는 것은 아니다.1996년 국내 상영된 로버트 드니로·알 파치노 주연의 ‘히트’는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러닝타임이 2시간8분이었다. 그러나 필름이 30여분 잘린 사실이 밝혀지는 바람에 원판으로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다시 받아 극장에 올렸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 원작은 가정의 붕괴를 바탕에 깐 현대의 묵시록인 데 비해 잘린 뒤에는 단순한 갱스터 영화였다. 필름을 자른 주범은 수입사로, 상영 횟수를 늘리는 게 목적이었다. 말하자면 ‘수입사판’이다. 이밖에 검열이 있을 당시에는 마구 가위질 당한 영화 즉 ‘검열판’이 비일비재했으며, 최근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가처분신청에서는 법원이 세 장면을 삭제하도록 했으니 ‘법원판’이 새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는 25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미국영화 ‘숨바꼭질’이 결말이 다른 두 가지 버전을 동시에 극장가에 내건다고 한다. 유례 없는 일이다. 영화팬에게 선택과 비교의 기회를 주는 다양한 버전이 싫을 건 없지만, 두 배로 늘어날 관람료는 어찌할거나.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TV 설특집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TV 설특집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특집방송은 항상 ‘시간 때우기식 편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지난 설 특집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방송시간 연장으로 얻는 광고수입에 비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재탕 삼탕 영화 명절 때면 항상 투캅스나 조폭마누라,007시리즈며 청룽이 주연한 고만고만한 액션영화들이 단골로 등장해 식상하다는 시청자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설 특집은 일단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지상파 3개 방송사 모두 최근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를 앞다투어 선보였다.‘인어공주’나 ‘굿바이 레닌’처럼 가족을 다룬 잔잔한 수작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이 이미 안방극장에 선보였던 영화인 데다 주요 대목을 삭제해 논란을 낳았다. 특히 ‘실미도’에서는 ‘적기가’가 빠졌고 ‘올드 보이’에서는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장면이 삭제된 채 방영됐다. 또 대사의 욕설을 대부분 묵음처리하다 보니 전달력이 떨어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빠지지 않는 아나운서 프로그램 아나운서들의 ‘화려한 외출’도 여전했다.MBC ‘일요일 일요일밤’의 ‘브레인 서바이버’코너,KBS의 ‘아나운서 대격돌’,SBS의 설특집 ‘야심만만’ 등이 방영됐다. 아나운서하면 떠오르는 정확한 언어구사력, 단정한 태도 등의 이미지를 깨는 전략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어느 여자 아나운서의 노출 문제는 이 와중에 생긴 이야깃거리였다. 더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자사를 홍보하는 사내 장기자랑에 가깝다는 점이다. 한 방송국 아나운서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잃는 게 더 많다는 비판도 있고 방송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고 전했다. ●껍데기만 스페셜, 특집 명절이면 스페셜, 특집, 베스트 같은 꼬리표를 단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지만 지나간 프로그램을 짜깁기해 다시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밀도가 떨어지고 썰렁한 대화만 오가기 일쑤다.MBC ‘화투’는 화투를 양지로 끌어내자는 취지로 제작했지만 지나간 ‘알까기’의 재탕에 그쳤다. 또 90년대 초반 유행했던 ‘몰래카메라’ 특집도 다시 등장했다.KBS는 드라마 ‘해신’의 뒷얘기를 들려준다며 ‘해신 스페셜’을 편성했다.SBS는 ‘도전 1000곡’ 프로그램을 3일 연속 편성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숱한 특집, 스페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대부분 기존 프로그램의 짜깁기에 그쳤다. 주부 김영란(42)씨는 “황금 시간대에 뻔한 내용을 짜깁기해 다시 보여주는 프로그램보다 특집 드라마 같은 것을 많이 편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임권택 감독, 베를린영화제 명예황금곰상 수상

    |베를린 연합|한국 영화계의 원로인 임권택(69) 감독이 12일 제5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임 감독은 베를린 필름 팔라스트에서 디터 코슬릭 베를린 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부터 “오랜 세월에 걸친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 나아가 세계 영화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명예 황금곰상을 받았다. 임 감독은 수상소감으로 “개인의 영화 인생을 평가받았을 뿐 아니라 한국 영화가 세계적 수준에 있음을 재확인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데뷔 후 10여년 동안 할리우드 영화를 모방한 오락영화를 만든 것을 반성한 뒤, 직간접으로 체험했던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영화에 담고자 노력했던 일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열린 수상 축하 리셉션장에는 각국 영화인들과 영화학도, 외교관 등 200여명이 참석해 잇따라 질문을 던지며 임 감독의 영화에 관심을 나타냈다. 베를린 영화제 측은 시상식이 끝난 뒤 상영한 ‘춘향뎐’을 비롯해 임 감독의 대표적 작품 7편을 ‘특별회고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또 ‘만다라’‘길소뜸’‘왕십리’‘서편제’등 20편이 새달 말까지 베를린 아르제날 극장에서 특별 상영된다.
  • ‘아리랑’ 원본필름 공개될까

    ‘아리랑’ 원본필름 공개될까

    |도쿄 이춘규특파원|한국 최초의 영화인 ‘아리랑’의 필름 원판이 드디어 발견되나. 일본의 전설적인 영상수집가 아베 요시시게가 지난 9일 타계, 춘사(春史)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의 원본필름이 발견될지 주목된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조선총독부 경찰의사를 지낸 부친 때부터 영화를 수집,5만점 이상의 희귀 필름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아베가 오사카병원에서 상속인 없이 타계함으로써 일본 문화청이 소장품을 승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이 전했다.‘아리랑’ 원본은 6·25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아베가 소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언론은 그의 자택 소장목록에서 ‘아리랑/9권/현대극’이라는 목록을 확인했다. 고인도 생전에 자신이 ‘아리랑’을 소장하고 있음을 시사했지만 공개는 거부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남북 영화관계자들이 고인으로부터 아리랑을 얻어내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북한측은 조총련 산하 총련영화제작소장인 여운각(78)씨가, 한국측은 다큐멘터리 작가 정수웅(62)씨가 건네줄 것을 호소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아리랑은 식민지시대 반일(反日)영화인 만큼 일본인으로서 생각할 점이 있다.”며 “내놓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남북한이 통일되면 평화를 위해 내놓겠다.”고 말했었다. taein@seoul.co.kr
  • 말말말˙˙˙

    사법부가 미국의 거대 자본에 맞서 어렵사리 국민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영화인을 타박하고 기죽이는 일에 앞장서서는 안된다.-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서울중앙지법이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일부 장면 삭제후 상영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사법권력이 검열의 칼을 휘두르는 것”이라며-
  • ‘그때 그사람들’ 삭제 반발 확산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법원의 상영금지 가처분신청 일부 인용 결정에 대해 문화예술계 단체와 영화 단체들이 ‘사전 검열’이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미술인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문화예술계 14개단체의 연합체인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집행위원장 양기환)는 1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실제 인물과 영화속 인물 사이의 관계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창작자와 관객의 몫”이라면서 “이번 판결은 명백한 사전검열행위이자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대표 김형준)도 “재판부의 결정이 즉각 철회되기를 요구하며, 이를 위해 이땅의 모든 창작자들과 연대하여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영화인회의(이사장 이춘연), 디렉터스컷(대표 이현승), 여성영화인모임(대표 최윤희)등도 “법원의 결정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폭거이며 시대착오적이고 반문화적인 만행”이라고 반발했다. 문화연대(사무총장 지금종)도 “허구적인 창작물을 현실적인 법으로 재단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특히 박지만씨측이 직접 문제삼지도 않은 다큐멘터리 부분을 법원이 자의적으로 삭제 결정을 내린 것은 이중 심리에 다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사설] 영화에 정치잣대 댄 것 아닌가

    10·26을 소재로 한 영화 ‘그때 그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다큐멘터리 필름 세 장면을 삭제하도록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앞으로 영화 제작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다. 법원은 블랙코미디 장르에서는 과장·왜곡·희화(戱化)가 본질적인 것이므로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이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 대상자가 공인이어서 프라이버시 침해를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하며, 이 영화 한편으로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영화의 특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고도 유독 다큐멘터리 필름 삽입 부분에 한해 영화가 실제 상황을 재현한다는 인상을 줄 소지가 충분하다고 해석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장르의 본질은 받아들이면서 그 제작 기법의 하나인, 따라서 곁가지에 불과한 다큐멘터리 접목을 문제시한 것이다. 법원이 결정 과정에 정치적 잣대를 댄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의 큰 틀에는 손대지 않아 영화인들을 달래면서, 정치권 요구도 일정부분 수용하는 타협을 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다. 한 영화를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는 달라진다. 그러므로 몇몇 장면을 삭제하도록 한 이번 결정이 영화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사전검열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개봉을 이틀 앞두고 법원 결정을 받은 제작·배급사 측에서는 삭제된 부분을 검은 화면으로 두고 상영한다고 한다. 결국 영화는 감독이 의도한 작품과는 달라진 상태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이는 관객의 볼 권리를 제한한 것이다. 아울러 영화 제작에 관련된 이들에게는 ‘개인 명예’와 ‘창작의 자유’를 어떻게 아우를지 결코 쉽지 않은 숙제를 남겨 주었다.
  • 아카데미 11개 후보 ‘에비에이터’

    새달 27일 열리는 제77회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에비에이터’(The Aviator)는 미국의 전설적인 인물 하워드 휴즈(1905∼1976)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20대에 억만장자가 된 그는 할리우드의 영향력있는 영화제작자이자 미국 항공업계의 거물이었으며, 은막의 스타들과 끊임없이 염문을 뿌린 플레이보이였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말해주듯 그 자신,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 기록을 가진 비행사였다. 하지만 천재적인 두뇌로 일궈낸 화려한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어두운 그늘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평생 세균감염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렸고, 말년에는 편집증과 과대망상으로 범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기행을 일삼았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그의 일대기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이 놓칠 리가 없다. 휴즈의 사망 이후 수많은 영화인들이 그를 스크린으로 불러내고자 시도했고, 결국 30년에 걸친 할리우드의 오랜 프로젝트는 마틴 스콜세지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라는 환상의 콤비에 의해 탄생됐다. 영화는 휴즈의 어린 시절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머니는 휴즈의 몸을 씻겨주면서 질병 감염을 경고하고,‘세상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평생 그를 따라다닌 병적인 결벽증의 원인을 유추하게 하는 대목이다. 짧지만 강렬한 이 장면에 이어 영화는 하늘과 지상을 종횡무진 오간 휴즈의 다이내믹한 삶을 숨가쁘게 스크린에 옮겨놓는다. 평생 ‘영화’와 ‘비행기’라는 두 개의 날개로 지탱해온 그의 일생을 좇는 이력은 곧 당대 할리우드 역사, 그리고 항공 발전사와 일맥 상통한다. 휴즈가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지옥의 천사들’이라는 항공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1920∼3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를 엿보는 재미를 선사한다.TWA를 인수해 팬암과 쌍벽을 이루는 항공사로 키워내는 대목도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해온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등 공을 들인 화면은 관객을 압도한다. 이 노장 감독은 걷잡을 수 없이 방대하고, 다층적인 한 남자의 일생을 요령있게 화면 안에 배열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한 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놀라운 연기력이다. 제작자로도 참여한 그는 불 같은 추진력과 타고난 직감 등 강인한 외형과,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내면을 동시에 간직한 휴즈를 완벽하게 형상화해냈다. 순수한 열정이 빛나는 10대의 미소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말년의 눈빛을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그의 열연이 아니었다면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은 훨씬 부담스러웠을 것이다.2월18일 개봉.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베를린영화제 ‘임권택 감독 특별회고전’

    새달 10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제 5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감독 가운데 최초로 ‘임권택 감독 특별회고전’(Tribute to IM Kwon-taek)이 열린다. 동시에 영화제에서는 회고전을 기념해 임 감독에게 특별공로상(Berlinale Camera)을 수여한다. 이번 회고전은 일반 회고전 섹션(Retrospective)과 차별되는 것으로,99편이나 남긴 임 감독의 영화인생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만 열리는 특별 섹션. 새달 12일 ‘춘향뎐’을 시작으로 개막하는 이번 회고전에서는 영화제 기간동안 7편의 영화를, 영화제 이후 베를린의 아르세날 극장에서 3월 말까지 7편을 포함한 모두 2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20편에는 아직까지 외국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임 감독의 60∼70년대 초창기 작품들도 포함됐다. 특히 1982년 ‘만다라’가 제32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국제무대에 첫 선을 보인바 있는 임 감독은, 한국 영화인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가지게 된다. 지난 86년 신설된 이 상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로렌 바콜, 메릴 스트립, 케이 쿠마이, 할 로치, 앤 휴이, 코스타 가브라스 등 세계 영화계에서 공로가 인정된 소수만이 수상했던 상이다. 영화제 기간 임 감독은 현지를 방문해 ‘감독과의 대화’와 기념 리셉션, 시상식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임 감독은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한국 영화계로도 큰 영광”이라며 “함께 일했던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제프리 노웰 스미스 엮음

    영화사에서는 흔히 영화의 기원을 100여년 전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벌인 활동사진 이벤트에서 찾는다. 그러나 영화는 사실상 뤼미에르 형제보다 두 달 앞서 베를린에서도 막스 스클라다노프스키에 의해 상영됐다. 움직이는 환영을 창조한다는 의미에서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카메라 옵스쿠라(어둠상자) 실험이나 18세기 에티엔 가스파르 로베르송의 판타스마고리아(마술환등) 같은 선구적인 실험들도 있었다. 요컨대 영화는 한 번의 ‘빅 뱅’으로 탄생한 게 아니라 여러 사건들의 연속 속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제프리 노웰 스미스 엮음, 이순호 등 옮김, 열린책들 펴냄)는 이처럼 열린 시각으로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룬다.1000쪽 가까운 분량에 색인 항목만 1만개가 넘는 이 책은 무엇보다 백과사전적인 서술의 방대함이 독자를 압도한다. 전 세계 80여명의 영화학자와 평론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대중의 성장과 양차대전 등 20세기를 특징짓는 사건들이 영화에 미친 영향이나 1980년대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나타나는 백인 피해의식의 배경 등을 살핀 글들은 영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다. 영화는 다른 산업과 달리 개인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그런 개인, 즉 스타를 창조한다. 영화사에서 스타의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에는 위대한 영화인 132명에 대한 글이 실려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구한 설명보다 천재 감독 오슨 웰스의 삶을 한 번 들여다보는 것이 더 보탬이 된다는 게 이 책의 입장이다.5만 9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단성사 새달3일 다시 문연다

    한국 최초의 영화관인 단성사(대표 이성호)가 3년6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새달 3일 총 7개관 1530석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으로 재개관한다. 이로써 지난 97년 복합상영관으로 가장 먼저 탈바꿈한 서울극장, 지난해 11월26일 재개관한 피카디리 극장에 이어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3대 극장이 모두 첨단 극장으로 변신하게 됐다. 1907년 연예공연장으로 개설된 단성사는 1918년 영화전용관으로 개축하면서 한국 첫 영화인 ‘의리적 구토’, 민족영화 ‘아리랑’(1926),100만 관객 시대를 연 ‘서편제’(1993) 상영 등 한국 영화의 중심역할을 해왔다. 지하 2층에는 각종 영화 관련 이벤트가 진행되는 영화홍보관이 마련되며, 한국영화 100년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벽화와 영화인들의 명패도 전시될 예정이다. 또 영화동호회 회원들에게 영사기를 대여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단성사 소병무 상무는 “단성사 재개관으로 한국영화 1번지 종로3가의 부활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며,“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관에 앞서 29일부터 30일까지 2일 동안 6000석 규모의 무료시사회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오픈기념 행사를 마련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 ‘나를 책임져, 알피’의 주드 로

    최근 가장 상종가인 할리우드 배우는 단연 주드 로(33)다. 지난 13일 개봉한 ‘월드 오브 투모로’에 이어 ‘나를 책임져, 알피’‘클로저’‘에비에이터’ 등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줄줄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조각 같은 외모와 지중해의 태양이 어울리는 구릿빛 피부를 가진 주드 로는 특히 ‘아줌마’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시사회장에서도 좌석의 대부분이 ‘아줌마’기자들로 채워질 정도. 특히 ‘나를 책임져, 알피’는 다른 출연작과 달리 오로지 주드 로만이 활약하는 영화인 만큼 수많은 여성 팬들을 즐겁게 할 듯싶다. ‘…알피’에서 그가 분한 역할은 바람둥이 남자 알피. 이 여자 저 여자 사이를 드나들지만 결국은 허탈함만을 느낀 채 “왜 그럴까.”라며 자문하는 역할이다. 화려하고 섹시한 겉모습과 유약한 내면연기를 잘 조화시켜, 여성을 유혹하는 동시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물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 채 속마음을 시시콜콜 털어놓는 모습에서, 그에 대한 환상이 깨진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 지난해 미국 주간지 ‘피플’에서 ‘올해의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뽑히기도 한 그는 ‘리플리’‘에너미 앳 더 게이트’‘A.I.’등에 출연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홍상수 ‘극장전’ 극장앞 촬영현장

    홍상수 ‘극장전’ 극장앞 촬영현장

    서울 종로의 시네코아 극장 앞에 촬영팀이 세팅을 끝내자, 구경꾼 수십명이 에워싼다.“어, 엄지원이다. 김상경이다.” 저마다 카메라폰을 들고 찍어대니 스태프들은 이들을 막느라 분주하다.“슛 들어갑니다. 조용 조용. 후레쉬 터트리시면 안 됩니다.” ] 홍상수 감독의 여섯번째 영화 ‘극장전’의 촬영현장.10년째 영화감독을 준비중인 주인공 동수(김상경)가 선배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온 뒤 영화속 여배우 영실(엄지원)을 따라나서는 장면이다. 극장 문이 열리자 주황색 선글라스를 쓴 엄지원이 총총히 걸어나온다. 스산한 겨울 바람을 느꼈는지 가방에서 장갑을 꺼내 끼고 옷깃을 여민 뒤 뒤도 안 돌아보고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파란 파카에 머플러를 맨 김상경은 몇걸음 뒤에서 잔뜩 움츠린 채 걷는다. 찌든 표정은 지금껏 홍 감독의 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인물 군상들과 닮았다.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더니 이내 담배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엄지원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 “컷.” 두 배우와 홍 감독이 모니터를 보더니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NG를 낸다. 다시 걸어나오고 뒤따라나오고…. 간단한 촬영이지만 영화의 2부를 시작하는 중요한 장면이어서인지 7∼8번이나 반복 촬영이 이어졌다.“표정이 좋아.”라며 “OK”를 내는 홍 감독.‘까다로웠던’ 이유를 묻자 “장면마다 달라서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직감’에 의존하는 감독다운 대답이다. 영화 ‘극장전’은 고교를 막 졸업한 남녀가 우연히 만나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는 영화 속 영화인 1부와, 그 영화를 보고 나온 감독 지망생과 영화속 여주인공의 우연한 만남을 그린 2부로 나뉜다.1부에선 엄지원과 ‘클래식’‘돌려차기’의 이기우가,2부에선 엄지원과 김상경이 주연을 맡았다. 이날 촬영현장에서 처음으로 함께 카메라 앞에 선 배우 김상경과 엄지원은 “편하고 재미있었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생활의 발견’에 이어 두번째로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김상경은 “첫 영화를 찍을 때는 좋아하는 것이나 사물에 대한 느낌이 비슷해 놀랐는데, 이젠 서로의 기분까지 빨리 알아채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감독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영화 속 의상인 파란 파카와 머플러도 홍 감독의 것. 감독 역시 김상경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했다. “원래 많이 준비하는 꼼꼼형”이라는 엄지원은 홍 감독의 ‘즉석 대본’에 처음에는 “신기하고 불안했다.”고 말했다.“‘촬영전까지 계속 놀아라.’고 해서 막연했지만 첫 촬영이 끝나고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에너지를 느꼈어요. 놀라운 경험이었죠. 지금은 더없이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김상경도 “‘어떤 사람인가.’‘어떤 행동을 하는가.’라는 큰 틀만 잡은 채 순간에, 하늘에, 내 감정에 모두 맡긴다.”고 연기 방식을 설명했다. “제작비를 현실화하고 총괄적으로 책임지기 위해” 홍 감독이 직접 차린 영화사인 전원사에서 제작한 첫 작품이기도 한 ‘극장전’은 순제작비로 9억원이 들었고, 프랑스의 MK2사가 공동제작 형태로 참여해 20만달러를 투자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5월 개봉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홍상수 감독의 ‘내 새영화’ ‘극장전’은 영화속 영화와 그 영화를 닮은 현실을 대칭적으로 배치한 작품.“어렸을 때 마초가 나오는 영화를 본 뒤 길거리에서 인상 쓰고 담배를 피우는 내 모습을 보고 웃기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다 보니 하나의 곱씹어보고 싶은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모티브에 대한 홍상수(44)감독의 설명이다. ‘극장전’의 ‘전’은 앞과 이야기라는 두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어 ‘극장 앞에서 일어난 일’을 표현하는 제목이란다. 액자구조로 영화속에 들어가있는 또 다른 영화의 제목도 ‘극장전’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영화와 현실이 부딪치며 빚는 역학관계를 그릴 예정이다. 1부에 해당하는 영화속 영화에서는 홍 감독이 처음으로 10대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어린애들이니까 전작들에서 보여준 비아냥이나 비판이 덜할 수밖에 없죠. 비난받기에는 어린 나이니까요.” 내레이션이 삽입되고 줌을 활용하는 등 형식도 많이 달라졌다.“의도했다기보다는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김상경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던 배우고, 엄지원은 벽에 사진을 붙여둔 여러 여배우 가운데 가장 ‘느낌’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했다. 이기우는 영화 ‘클래식’을 본 뒤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홍 감독은 술마시는 장면에서 배우에게 술을 ‘진짜로’ 먹이는 걸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상경이 리허설때 술을 마시고 쓰러져서 촬영을 못했을 정도다.“술을 이용한 연기의 일종”이라는 그의 주장처럼 그는 삶과 가장 밀착한 연기와 풍경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래서 구질구질해 보이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가슴 깊은 곳을 아프게 찌른다. 이번 영화에는 “보다 따듯한 시선이 담겼다.”고 하니 한번 그의 변화를 기대해보자.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낮은소리] 화려한 은막뒤 ‘배곯는 스태프’

    [낮은소리] 화려한 은막뒤 ‘배곯는 스태프’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영화의 조명 스태프로 일했습니다. 혹독한 겨울에 사지가 덜덜 떨려서 수십도까지 오르는 열로 사경을 헤매는 일도 많을 만큼 고생했는데 아직도 잔금을 못 받았습니다.” “기획 시나리오 집필 제의를 받고 몇 달 동안 썼습니다. 영화사는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엎었고, 고료 지급을 요구했지만 작품을 의뢰한 적이 없다는 대답뿐입니다.”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가 지난해 6월 개설한 ‘영화인 신문고’에는 애달픈 사연이 넘쳐난다.‘관객 1000만 시대’를 만든 숨은 주역들인 이들이, 실제로는 최저생계비도 못 벌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화계에서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른 지는 오래됐지만, 개선의 속도는 한국사회의 어느 영역보다 더디다. 최근 조수연대회의가 한 영화사를 상대로 3억 4000여만원 상당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내는 등 스태프들의 단합된 힘이 커가고 있지만 아직은 ‘낮은 소리’일 뿐이다. 영화를 향한 열정과 꿈을 저당잡힌 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 스태프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허울뿐인 프리랜서 7년동안 연출부를 거쳐 3편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김모씨는 그동안의 총수입이 3000만원도 안 된다. 지금은 그나마의 벌이도 포기하고 시나리오를 쓰며 감독 데뷔를 준비중이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로 떠나간 사람이 수없이 많다.”면서 “그래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나는 행복한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영화공부를 하고 돌아왔지만 3년째 조감독으로 1000만원을 번 것이 전부라는 강모씨는 “부모님이 용돈을 쥐어주시면서 우시더라.”면서 “감독의 꿈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영화 스태프들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생활이 불가능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스태프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월 평균 61만 8000원을 벌었고 50만원 이하의 소득자도 47%에 달했다. 대부분 생계 유지가 어려워 부모나 배우자에게 의지하거나(39%) 아르바이트를 병행(36%)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노동시간은 길었다. 하루 평균 13.9시간을 일했고 18시간 이상도 10%나 됐다. 불안정한 계약으로 그나마의 임금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임금 계약은 보통 ‘통계약’이라는 형태로 맺는다. 제작사가 각 파트 정상급(퍼스트급) 스태프들과만 계약을 맺으면, 퍼스트급이 이하 스태프들에게 분배하는 형식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받지 못해도 법적으로 대처하기가 힘들다. 촬영 종료 뒤 임금의 절반가량을 지급하는 관행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영화의 경우에는 잔금을 떼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영화현장스태프의 근로조건개선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구’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72%가 임금체불이나 미지급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작품 한 편당 얼마’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작품당 계약’ 관행도 저임금을 촉발시키는 큰 원인이다. 한 영화가 기획에 들어가서 극장에 걸리기까지 보통 1∼3년이 걸린다. 캐스팅, 투자,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해 질질 끈다면 스태프들은 기약없이 노동력과 시간만 축내게 된다. ●‘영화 향한 열정’ 이용한 노동착취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인력이 넘쳐나는 이유는 뭘까. 감독으로 성공하리라는 꿈과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국감자료에서도 전직을 희망한 응답자는 21%에 불과했고, 전직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 67%가 “영화가 좋아서”라고 대답했다.‘영화판’에서 일을 배우며 한단계씩 나아가야 하는 스태프들은 그렇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대부분 넘어간다. 소위 B급 영화사에서 조감독까지 했지만 지난해 A급 영화사로 옮겨 연출부 스태프로 일한 이모씨는 임금을 거의 받지 못했으면서도 “고급 인력과 친분을 갖게 되고 일을 배운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했다가 기껏 쌓은 인맥을 잃을까 두렵다는 것. 하지만 조수연대회의의 자문을 맡고 있는 이종구 노무사는 “어느 사업장이나 돈을 버는 것과 일을 배우는 것이 함께 이루어지는데, 일을 배운다는 이유로 저임금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열악한 환경을 딛고 감독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드물다. 대부분 ‘죽도록’ 일만 하다가 젊은 시절을 허비한다.‘조폭 마누라2’의 장동현 조감독은 “제작비도 못 건지는 영화가 많다는 것은 잘 알지만 모든 희생을 스태프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자원봉사자가 아닌 만큼 전체 파이를 나누는 데 있어 일한 만큼의 몫을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이상필 조수연대의장 더이상 한국영화 스태프들은 숨죽이고만 있지 않다. 조감독·제작부·촬영조수·조명조수 협회로 구성된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의장 이상필)는 ‘영화인 신문고’(filmunion.ivyro.net)에 접수된 22건의 체불임금 관련 사안에 대해 중재에 나섰고, 한 영화사를 상대로 3억 4000여만원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냈다. 스태프들의 공식적인 첫 법적대응으로 기록될 ‘사건’을 이뤄낸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의 이상필 의장은 “신문고에 올라온 사안의 진위를 가린 뒤 권고안을 제시하는 등 우선적으로 중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하지만 ‘법대로 하라.’는 제작자들도 있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이들의 ‘레이더’에 걸린 영화사는 70% 정도 촬영이 진행된 뒤 영화를 엎었고, 임금을 거의 지불하지 않은 채 3년을 끌었다. 이 의장은 “그래도 이 영화사는 수입·배급사업을 하고 있어 가압류 신청이 가능했다.”면서 “신문고 안에는 제작사가 임금을 주지 않은 채 파산한 뒤 1년이 지나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사안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장 스태프들이 못 받은 임금을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의장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세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스태프들의 임금·고용·복지와 함께 제작시스템을 개선하는 일, 현장 영화인 재교육과 라이선스 제도화, 영화관련협회의 영화정보 공동 데이터베이스화 등이 그것이다.“투자자가 전권을 쥔 기형적인 영화산업구조와, 산업화과정에서 제대로 규정짓지 못한 채 굳어져온 관행이 원인인 만큼, 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영화계 스스로가 체질 개선을 해야 합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스태프도 근로자… 근기법 적용을” 한국영화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근로기준법을 적용시켜 노동자로 대우받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기적인 영화 일의 특수성 때문에 아직은 스태프들을 프리랜서로 보는 시각이 많아 당장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는 영화 스태프들을 근로자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중이다. 현장에서 다쳤을 경우 산재보험을 청구한다든지, 회사가 부도날 경우 3개월치 임금을 보전해주는 체당금을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화스태프는 근로자’라는 판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 박형섭 변호사는 “법적인 선례가 생긴다면 스태프들이 일한 만큼의 추가수당을 받고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영화인들이 자발적으로 ‘근로환경 규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와 조수연대회의는 이 문제로 협상을 진행중이다. 영진위는 임금, 계약기간·방식, 노동시간의 기본틀과 함께 4대보험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내용의 ‘스태프 처우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제안한 한편, 조수연대회의는 연구원이 만드는 ‘선험적’인 권고안이 아닌 실질적인 주체인 스태프들이 적정수준을 제시하고 제작가협회와 협의한 뒤 영진위와 권고안을 논의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조수연대회의 최진욱 사무국장은 “영진위가 국감의 결과물을 내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다.”면서 “영화인 신문고에도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진위 국내진흥부의 김보연씨는 “3년전부터 스태프의 처우개선을 위한 연구사업을 지원해왔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입안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진통이 예상되지만 3자가 협의해서 의견을 모아보자는 데는 이견이 없는 만큼 조만간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제작가협회와 조수연대회의도 첫만남을 갖고, 새달초 영화인 근로환경과 제작시스템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를 열기로 합의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영화 스태프의 처우 개선을 위한 첫삽은 뜬 셈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스크린+α] 50~70년대 한국영화 조명 책 2권 발간

    한국영상자료원(KOFA)은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한국영화를 회고하는 두 권의 책을 펴냈다.‘한국영화를 말한다’는 원로영화인 22인의 구술을 통해 1950년대 한국영화를 되돌아보고,‘한국영화사공부’(이효인 외)에서는 한국영화산업의 황금기라 불리는 1960년대와 급격한 몰락을 경험했던 1970년대를 조명한다.
  • [그 영화 어때?]‘철수♡영희’ 7일 개봉

    한국인에게 친숙한 소재로 상업영화와 차별되는 재미를 길어올린 영화 ‘철수♡영희’(제작 씨네광장·7일 개봉). 흔히 ‘저예산영화’ 하면 실험성을 떠올리겠지만, 이 영화는 꾸미지않은 순수함과 일상성의 재미를 위해 저예산영화의 강점을 이용했다. 철수와 영희는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접했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름. 영화는 천진난만한 두 어린이를 통해 누구나 품고 있을 법한 유년시절의 풋풋하고도 아련한 향수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초등학교 4학년,“뭔가 생각이 많아지고 어른스러워지는” 그 시절의 팬터지를 가장 한국적인 정서로 채색해낸 것. 영희(전하은)는 전학을 오자마자 수학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똑똑하고 당찬 아이다. 꽃집을 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면서도 맑고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다. 반면 철수(박태영)는 말썽만 피우고 공부도 못하는 개구쟁이 소년. 영희를 좋아하게 된 철수는 영희의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영화는 큰 사건 없이 뚝심있게 소소한 일상만을 끌어안는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다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추억의 한자락을 생생하게 표현해내기에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웃음이 떠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 디지털영화인 만큼 ‘때깔’이 곱지는 않지만, 알록달록한 아이들의 옷차림과 화사한 꽃집 풍경 등이 파스텔톤의 수채화처럼 점점이 가슴속에 스며들어 따듯함을 전해 준다.‘발랑 까진’ 요즘 아이들보다는 삶이 팍팍해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영희 역만 아역배우가 연기했고, 촬영지였던 대덕초등학교 학생들이 영화속 모든 아이들을 연기했다. 때로는 어색하긴 하지만 가식적이지 않은 연기가 영화의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1989)의 황규덕 감독 연출. 전체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사랑스러운 철수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아역배우들 사이에서 찾았다면 결코 발견할 수 없었을 얼굴.‘철수♡영희’에서 철수 역을 맡은 박태영(10)은 너무나도 평범해서 눈에 확 띈다. 황규덕 감독이 캐스팅 이유로 ‘신토불이 토종 같은 외모’를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황 감독은 학급 구성원 30명을 뽑기 위해 대덕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봤고 “버스를 놓쳐서 시간을 때우려고” 기웃거린 그를 발견했다.‘개똥벌레’를 구성지게 부르는 모습에서 신세대 아이들과 다른 ‘깊이’를 보았다는 감독의 직감은 100% 적중했다. 무대인사 때도 쑥스러워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는 평범한 아이지만, 영화 속에서만큼은 어딘지 어눌하면서도 귀여운 철수를 완벽하게 연기해낸 것. 실제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능청스러운 모습은 우람한 체구와 하모니를 이루며 내내 배꼽을 잡게 한다.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라는 영희의 질문에 “둘다 좋아. 산꼭대기에 가면 도시락이 있거든. 바다에 가면 호텔이 있잖아. 거기에 뷔페식당이 있거든.”이라며 느릿느릿하게 말하는 철수의 엉뚱함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실제로 이 대사는 감독의 질문에 박군이 대답한 내용. 아이다운 기발한 대답에 감독이 재촬영까지 하며 영화의 한 장면으로 활용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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