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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 이상 티켓파워 2030 넘는다

    40대 이상 티켓파워 2030 넘는다

    “저기 나오는 ‘박치’ 할아버지 꼭 우리 영감 같네. 호호호~.”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복합상영관. 관객석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로 북적였다. 노년층 관객을 붙잡기 위해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사가 대한노인회 노원지구 회원 100여명을 초청해 상영회를 가진 자리였다. 제작사 인앤인픽쳐스의 관계자는 “평소 영화 관람 기회가 드문 노년층 관객을 초청했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참석률 100%를 기록했다”면서 “22일에도 부산에서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버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도 주요 관객들의 연령층은 뚜렷이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만도 40대 이상이 20~30대 관객들보다 강력한 티켓 파워로 주요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17일 인터넷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상반기 관객수 상위 20개 영화 중 40대 이상이 예매율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절반에 가까웠다. 흥행 1위인 ‘7번방의 선물’(누적관객수 1280만명)은 40대 이상 관객이 42%로 가장 많았고 30대(37%)와 20대(18%), 10대(3%)가 뒤를 이었다. 흥행 2위와 3위인 ‘아이언맨3’(773만명·41%)와 ‘베를린’(716만명·41%)에서도 40대 이상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파파로티’(171만명·47%)와 ‘잭 더 자이언트 킬러’(95만명·48%)에서는 관객의 절반에 가까웠고, ‘박수건달’(389만명)과 ‘라이프 오브 파이’(158만명), ‘오블리비언’(151만명)도 모두 4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50대 관객은 2006년 전체의 2.0%에서 올 상반기 전체의 약 7.0%로 3배 이상 뛰었다. 김형호 맥스무비 실장은 “지금까지는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영화관을 찾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엔 반대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년층으로 확대되는 관객을 붙잡기 위한 상영관들의 전략도 다양해졌다. CGV는 45세 이상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노블레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사회를 열거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표 검수원, 영화관 매점 인력을 노년층으로 채용하는 등 맞춤형 시장 전략도 선보인다. 메가박스는 지난 4월, CGV는 지난 1월 각각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고령 인력 채용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CGV 관계자는 “노년층 관객을 위해 ‘눈높이형 채용’을 하는 것”이라면서 “5060 관객들을 겨냥해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세계에 임권택 알린 종교 영화의 걸작

    세계에 임권택 알린 종교 영화의 걸작

    출가한 지 6년이나 됐지만 연인을 잊지 못하는 법운 스님은 번뇌를 주체하지 못하고 구도의 길을 걷는다. 우연히 버스에서 만나 함께 생활하게 된 지산 스님은 항상 술에 찌들어 사는 타락한 ‘땡중’처럼 보인다. 실망한 법운은 지산을 떠나지만 두 사람은 어느 절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달관한 부처처럼 자유분방한 지산의 모습에 법운은 차츰 매력을 느끼게 된다. 만취한 지산이 동사하면서 법운은 지산이 파격적인 기행을 통해 얻으려 했던 구도의 길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EBS는 17일 밤 11시 15분에 영화 ‘만다라’를 방영한다. 임권택 감독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자신의 작품으로 꼽은 영화이자 한국 영화사에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종교 영화다. 임 감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적극성을 보인 영화”라고 회고한 바 있다. 1979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은 김성동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종교지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며 등단한 김 작가는 조계종단과 마찰을 빚으며 승적을 박탈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임 감독은 “깨달음을 향해 한치의 낭비도 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두 스님의 모습을 통해 자기 완성을 위해 산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다라’는 198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세계 영화계에 임 감독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지산과 법운이 설경(雪景)을 걷는 롱숏(long shot)은 공간의 여백을 활용한 명장면으로 꼽힌다. 정일성 촬영감독이 암에 걸려 수술을 받자 임 감독이 그의 몸이 낫기를 기다려 촬영을 시작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당시 법운 역을 맡은 안성기가 대종상 남우주연상, 지산 역을 맡은 전무송이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태권V’ 김청기 감독, 꿈 전파

    ‘태권V’ 김청기 감독, 꿈 전파

    11일 강동구에 가면 태권V의 원작자 김청기(72) 감독을 만날 수 있다. 강동구는 청소년 진로설계를 돕기 위해 마련한 ‘롤 모델 특강 쇼’에 김 감독을 초빙했다고 9일 밝혔다. 김 감독은 1960년 만화가로 입문한 뒤 1976년 장편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 브이’를 제작하면서 국내 만화영화계의 거장으로 떠올랐다. 지난 2004년에는 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내 인생을 바꾼 영화’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뒤 참가 학생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이 강연은 직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강동구가 지난해 6월에 개관한 진로직업체험센터 ‘상상팡팡’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김 감독 이전에 로켓 연구 전문가 채연석 박사, 유인택 영화감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학생들에게 직업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줬다. 이해식 구청장은 “사회가 다양화되어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진로를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상상팡팡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어떤 경험을 통해 어떤 적성을 찾을 수 있고, 또 어떻게 진로를 결정하는지 배워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6대4 법칙,아이언맨3의 흥행이 달갑지 않은 이유

    6대4 법칙,아이언맨3의 흥행이 달갑지 않은 이유

    지난 6일 개봉 12일 만에 관객 6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극장가를 초토화시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 역대 외화 흥행 순위 1, 2위인 ‘아바타’와 ‘트랜스포머3’보다 빠른 속도로 1000만 흥행까지 넘보고 있다. 영화계는 ‘아이언맨3’의 흥행 성공이 외화에 유리하게 돼 있는 불합리한 관행과 과도한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가능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외화에 유리하게 책정돼 있는 불합리한 분배 비율(부율)이다. 지난 8일까지 ‘아이언맨3’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502억원 중 232억원은 배급사인 소니픽처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를 통해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갔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아이언맨3’가 거둬들인 5억 2580만 달러(약 5690억원) 가운데 한국에서의 수익은 4291만 달러(약 465억원, 배급사와 상영관 수익 합계치)로 해외 국가 중 1위다. 한국 영화는 영화 입장권 수익의 13%를 세금과 영화진흥기금으로 제한 뒤 극장과 배급사가 5:5로 나누지만 외화는 극장과 배급사가 나누는 비율이 4:6(서울 기준, 지방은 5:5)으로 외화 배급사에 유리하게 책정돼 있다. 한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부터 흥행 가능성이 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입에 치중했던 대형 단관 극장들이 해외 영화 배급사에 한정된 프린트를 가급적 많이 배정받고자 출혈 경쟁을 벌임으로써 부율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과거 20년 이상 할리우드 영화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왔고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이익집단이 생겨나 의사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외화 시장은 UPI코리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 해외 직배사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화 독과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국내 대형 배급사의 관계자는 “한국 영화는 수익이 발생하면 제작비를 뺀 순수익을 제작사(40%)와 투자사(60%)가 나누고 이 수익은 한국 영화 산업에 재투자된다. 하지만 외화의 경우 유리한 수익 배분에도 불구하고 수익 전체가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자인 이경규는 “4월이 비수기라 불황에 시달린 극장주들이 많아 상영관 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극장에서 20분마다 상영하는 ‘아이언맨3’의 상영 횟수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개봉일인 지난달 25일 ‘아이언맨3’의 스크린은 역대 최다인 1228개로 점유율이 50.8%에 달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개봉 당일 상영관 수가 전체 4만 2803개 중 4253개로 9.9%에 그쳤다. 심지어 ‘아이언맨3’의 스크린 수는 어린이날인 지난 5일 1389개로까지 늘어났다. 전체 스크린 2414개의 57.5%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날 상영한 한국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547개, ‘전설의 주먹’은 254개로 각각 ‘아이언맨3’의 39.3%와 18.2%에 불과했다. ‘아이언맨3’의 배급사 관계자는 “당초 800여개 정도의 상영관을 잡을 계획이었으나 극장 측에서 상영관을 늘려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언맨3’가 5일 기록한 최다 스크린 수 1389개는 ‘트랜스포머3’(1409개)에 이어 역대 외화 가운데 2위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1154개), ‘다크 나이트 라이즈’(1210개)보다 훨씬 많다. 1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는 ‘도둑들’(1091개)과 ‘광해, 왕이 된 남자’(1001개) 등 2편이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은 국내외 영화를 불문하고 대기업 계열 대형 멀티플렉스의 부작용으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다양성 영화의 열악한 배급 환경을 공개 비판하면서 이슈화됐다. 급기야 전병헌 민주당 의원 등이 예술영화 전용관 설치를 골자로 한 일명 ‘피에타법’으로 알려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발의 이후 현재까지 상임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고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최근에는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이 ▲특정 영화의 멀티플렉스 스크린 30% 이상 점유 금지와 ▲전국 스크린 500개 또는 전체의 30% 이상 개봉 금지 ▲멀티플렉스에 1개 이상의 대안 상영관 설치 등을 담은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12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복합상영관은 한 종류의 영화를 최대 2개의 스크린에서만 상영하고 전체 횟수의 30%를 넘을 수 없게 하는 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를 두고 있다. 조형근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조사관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상영계약서의 이행을 유도하고 불공정 거래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6:4 법칙, 아이언맨3 배만 불린다

    6:4 법칙, 아이언맨3 배만 불린다

    지난 6일 개봉 12일 만에 관객 6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극장가를 초토화시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 역대 외화 흥행 순위 1, 2위인 ‘아바타’와 ‘트랜스포머3’보다 빠른 속도로 1000만 흥행까지 넘보고 있다. 영화계는 ‘아이언맨3’의 흥행 성공이 외화에 유리하게 돼 있는 불합리한 관행과 과도한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가능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외화에 유리하게 책정돼 있는 불합리한 분배 비율(부율)이다. 지난 8일까지 ‘아이언맨3’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502억원 중 232억원은 배급사인 소니픽처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를 통해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갔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아이언맨3’가 거둬들인 5억 2580만 달러(약 5690억원) 가운데 한국에서의 수익은 4291만 달러(약 465억원, 배급사와 상영관 수익 합계치)로 해외 국가 중 1위다. 한국 영화는 영화 입장권 수익의 13%를 세금과 영화진흥기금으로 제한 뒤 극장과 배급사가 5:5로 나누지만 외화는 극장과 배급사가 나누는 비율이 4:6(서울 기준, 지방은 5:5)으로 외화 배급사에 유리하게 책정돼 있다. 한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부터 흥행 가능성이 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입에 치중했던 대형 단관 극장들이 해외 영화 배급사에 한정된 프린트를 가급적 많이 배정받고자 출혈 경쟁을 벌임으로써 부율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과거 20년 이상 할리우드 영화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왔고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이익집단이 생겨나 의사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외화 시장은 UPI코리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 해외 직배사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화 독과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국내 대형 배급사의 관계자는 “한국 영화는 수익이 발생하면 제작비를 뺀 순수익을 제작사(40%)와 투자사(60%)가 나누고 이 수익은 한국 영화 산업에 재투자된다. 하지만 외화의 경우 유리한 수익 배분에도 불구하고 수익 전체가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자인 이경규는 “4월이 비수기라 불황에 시달린 극장주들이 많아 상영관 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극장에서 20분마다 상영하는 ‘아이언맨3’의 상영 횟수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개봉일인 지난달 25일 ‘아이언맨3’의 스크린은 역대 최다인 1228개로 점유율이 50.8%에 달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개봉 당일 상영관 수가 전체 4만 2803개 중 약 1만 3200개로 30.8%에 그쳤다. 심지어 ‘아이언맨3’의 스크린 수는 어린이날인 지난 5일 1389개로까지 늘어났다. 전체 스크린 2414개의 57.5%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날 상영한 한국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547개, ‘전설의 주먹’은 254개로 각각 ‘아이언맨3’의 39.3%와 18.2%에 불과했다. ‘아이언맨3’의 배급사 관계자는 “당초 800여개 정도의 상영관을 잡을 계획이었으나 극장 측에서 상영관을 늘려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언맨3’가 5일 기록한 최다 스크린 수 1389개는 ‘트랜스포머3’(1409개)에 이어 역대 외화 가운데 2위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1154개), ‘다크 나이트 라이즈’(1210개)보다 훨씬 많다. 1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는 ‘도둑들’(1091개)과 ‘광해, 왕이 된 남자’(1001개) 등 2편이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은 국내외 영화를 불문하고 대기업 계열 대형 멀티플렉스의 부작용으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다양성 영화의 열악한 배급 환경을 공개 비판하면서 이슈화됐다. 급기야 전병헌 민주당 의원 등이 예술영화 전용관 설치를 골자로 한 일명 ‘피에타법’으로 알려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발의 이후 현재까지 상임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고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최근에는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이 ▲특정 영화의 멀티플렉스 스크린 30% 이상 점유 금지와 ▲전국 스크린 500개 또는 전체의 30% 이상 개봉 금지 ▲멀티플렉스에 1개 이상의 대안 상영관 설치 등을 담은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12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복합상영관은 한 종류의 영화를 최대 2개의 스크린에서만 상영하고 전체 횟수의 30%를 넘을 수 없게 하는 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를 두고 있다. 조형근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조사관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상영계약서의 이행을 유도하고 불공정 거래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부고] 할리우드 특수효과 거장 레이 해리하우젠

    미국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거장 레이 해리하우젠이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자택에서 별세했다. 92세. 19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해리하우젠은 유소년기에 특수효과의 선구자로 불리는 윌리스 오브라이언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잃어버린 세계’(1925)와 ‘킹콩’(1933)의 특수효과에 감명을 받고 영화계에 입문했다. 40여년간 할리우드에서 특수효과 전문가로 활동했다. ‘심해에서 온 괴물’(1953), ‘아르고 황금대탐험’(1963) 등 17개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특히 그는 컴퓨터그래픽(CG)이 사용되기 이전 스톱모션 기술을 활용해 공룡, 괴수 등이 나오는 장면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경규 “영화 개봉하고 또 공황장애 …그래도 합니다, 내 삶의 원동력”

    이경규 “영화 개봉하고 또 공황장애 …그래도 합니다, 내 삶의 원동력”

    “‘아이언맨3’가 어린이날용 영화라면 ‘전국노래자랑’은 5월 내내 볼 수 있는 ‘가정의 달’용 영화입니다. 관객 300만 명이 넘으면 영화학도에게 장학금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는데 많은 분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영화관에 불이 꺼지고 검은 스크린에 ‘기획/제작’에 이 사람의 이름만 보여도 입가에 웃음을 띠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로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제작한 개그맨 이경규(53)다.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KBS ‘전국노래자랑’을 소재로 한 영화는 가수의 꿈을 접고 살아가는 백수 남편 봉남(김인권)을 중심으로 노래 한 자락에 웃고 우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 영화다. 영화는 ‘아이언맨3’의 광풍 속에서도 45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지켰다. 6일 서울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경규는 주말 내내 무대 인사 강행군을 펼친 탓인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 탓인지 살짝 지쳐보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에 들어가자 얼굴에 금세 활기를 띠었다. “주말에 극장에서 만난 분들이 대박 치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제 속이 뒤집히는 줄도 모르고…. (웃음)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올지 맞히겠는데 영화 스코어는 도저히 못 맞히겠더군요. 주말에 예상한 55만명에 못 미쳐 속상하기는 해요. ‘아이언맨3’는 상영관 수도 우리 영화의 두 배지만 횟수도 굉장히 자주 틀더군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웃음)”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자신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첫 영화 ‘복수혈전’(1992)에서 실패했지만, 15년 뒤인 2007년 ‘복면달호’로 1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재기했다. 그가 또다시 제작에 도전한 ‘전국노래자랑’은 그를 영화인으로서 시험대에 다시 올려놓은 중요한 작품이었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더군요. 한마디로 날로 먹었으면 좋겠는데 영화는 열심히 해도 잘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영화를 개봉하고 또 공황 장애가 심하게 와서 요새 약을 먹고 있죠. 영화가 끝나야 좀 나을 것 같아요. 몸 버리고 정신 버리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영화계에서는 그는 ‘이 대표님’이라고 불린다. 인기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많은 분이 스크린에 제작자로서 제 이름이 나오면 웃는데 심각한 것보다는 낫잖아요. 개그맨이라는 직업은 영화를 많이 알리는 데 도움은 되지만 작품성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준다는 단점이 있어요. 영화 투자는 저를 믿어주시는 지인들이 도와줍니다. 손익분기점(130만 명)을 넘어 투자금+α로 돌려 드렸으면 좋겠네요.” 이경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영화의 짜임새는 꽤 좋은 편이다. 미용실을 하는 아내의 반대에도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해 가수가 된 봉남은 트로트 가수 박상철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노래자랑에 출전하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젊은 세대에는 진부할 수도 있는 ‘전국노래자랑’을 소재로 그는 4~5년간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렸다. “그 진부함 자체로 가자고 했어요. 설정을 과다하게 하고 갈등을 복잡하게 하면 오히려 비웃음을 살 수도 있거든요. 시나리오도 평범하게 가고 쉽게 웃고 쉽게 울리는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죠. ” 그가 톱스타를 캐스팅하지 않고 신인 감독과 작업한 것도 영화의 규모보다 콘셉트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티켓 파워가 조금 약할 수도 있지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콘셉트에 맞춰서 톱스타보다는 마이너, 마이너보다 무명을 선호했죠. 그게 바로 ‘전국노래자랑’이니까요. ‘전국노래자랑’은 스타가 되고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날 하루 누구나 주인공이 돼보자는 서민적인 프로그램이죠. 가수를 만들어준다는 ‘슈퍼스타 K’나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합격과 탈락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인간적인 것 같아요. ” ‘전국노래자랑’은 무명 로커가 트로트 전문 음반사에 들어가 무대에 오른다는 코미디 영화 ‘복면달호’와 닮은 점이 많다. 휴먼 코미디 장르이기도 하고 두 작품 모두 주제곡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복면달호‘가 170만 명을 동원해 본전치기했는데 아주 잘된 것이 아니라서 시리즈로 만드는데 무리가 좀 있잖아요. 그래서 음악 영화를 하나만 더 하고 싶었고, 그런 면에서 사실 ‘전국노래자랑’은 ‘복면달호 2’라고 할 수 있죠. 노래가 들어가면 영화가 덜 심심하고 반응이 좋아서 선호하는 편입니다.” ’코미디의 대부‘로 성공한 그가 왜 굳이 영화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이도 있다. 그는 “개그는 내 삶의 근원이고 영화는 원동력”이라면서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면 영화에서 원동력을 얻고 영화에서 얻은 힘을 방송에 쓴다는 점에서 나에게 영화는 일종의 투자”라고 말했다. 중간에 부침은 있었지만, 그는 현재 SBS ‘힐링캠프’와 ‘붕어빵’ KBS ‘풀하우스’,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을 진행하며 정상의 방송인이자 개그맨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의 성공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저는 방송을 펑크 내 본 적이 없습니다. 아프면 링거를 꽂고서라도 방송을 했고, 해외에 나갈 때도 대타를 출연시킨 적이 없어요. 새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와 PD와 두 달 동안 물꼬를 트는 작업을 열심히 합니다. 아이디어가 많다기보다 뭐가 아닌지는 알려줄 수 있죠.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붕어빵’ 녹화할 때도 아이들에게 방송에 임하는 자세를 가르치죠.(웃음)” 그렇다면, 앞으로 영화인으로서 그의 꿈은 뭘까. “지금의 제 이미지가 죽고 70세쯤 되면 조연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주연을 맡을 생각은 없어요. 감독은 체력이 떨어지면 안 되니까, 60쯤 되면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제가 가장 잘하는 코믹 휴먼 드라마 장르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조금씩 진화할 겁니다. 그리고 다작을 할 생각이에요. 바다에 많은 배(작품)를 띄워야지 그 하나가 터지기를 바라는 것은 영 힘드네요. 참, 영화 프로그램을 맡아서 다른 영화를 잘근잘근 씹어보고 싶기도 해요. (웃음)”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번엔 외국 영화음악 ‘공연권료’ 갈등…저작권協·대형극장 100억대 소송전?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CJ CGV 등 대형극장들과 영화음악 ‘공연권료’를 놓고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협회가 지난해 한국영화에 이어 최근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극장을 상대로 외국영화 ‘공연권료’ 지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자 대형극장들이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저작권협회가 예상하는 소송 규모는 100억원을 웃돈다. 저작권협회는 지난해에도 대형극장들에 한국영화의 음악 ‘공연권료’ 지불을 요구하며 법적 다툼을 벌였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재로 반쪽합의가 이뤄졌지만 민사소송은 그대로 진행돼 다음달 4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갈등은 저작권협회가 영화음악의 1차 저작권인 ‘복제권’ 외에 2차 저작권인 ‘공연권’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예컨대 백화점에서 음악을 틀면 공연료를 내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음악이 사용되면 극장주가 별도의 공연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협회는 2010년 10월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개정하면서 이 같은 특약조항을 일방적으로 신설했다. 저작권협회 측은 “미국영화가 영국에서 개봉하면 영국에선 공연권료를 미국에 보내준다”며 “유독 우리나라만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화계는 영화를 제작할 때 이미 음악의 복제권료를 지급한 만큼 극장 상영 시 공연료를 따로 내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고 맞서 왔다. 대형극장 측은 ‘공연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화가 애초부터 극장 상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만큼 영화에는 ‘공연권’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저작물의 영상화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할 때 공개 상영을 전제로 한다’는 저작권법 99조를 근거로 한다. 만약 저작권협회의 주장대로라면 음악영화인 레미제라블은 저작권료만 모두 합해 32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국내에서 영화의 공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저작권협회와 “해외영화에 대한 공연권 인정은 막대한 국부유출로 이어진다”는 영화계 가운데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국제스마트폰 영화제 개막, 20일까지 계속돼

    제3회 올레 국제스마트폰영화제 개막식이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배우 오정세와 유인영의 공동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는 집행위원장 이준익 감독과 심사위원장 봉준호 감독 등 영화계 관계자, 취재진, 관객 수백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치러졌다. 개막식에서는 또 스마트폰영화제 재능기부 프로젝트 여정을 담은 ‘도화지’가 프리미어 상영을 가졌다. 이 작품을 연출한 목포 달리분교, 제주 마라분교, 울릉도 현포분교 등 낙도 분교 어린이 6명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국제스마트폰영화제는 오는 20일까지 계속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주에 핀 영화꽃 190송이… 대중성·예술성 뿌리 찾을까

    전주에 핀 영화꽃 190송이… 대중성·예술성 뿌리 찾을까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JIFF)는 내홍을 겪었다. 지역언론과 갈등을 빚은 프로그래머의 부당 해임 논란, 고석만 신임 집행위원장과의 의견 충돌에 따른 스태프의 집단사표가 이어졌다. 우려를 딛고 JIFF는 심기일전했다. 오는 25일부터 새달 3일까지 열리는 제14회 JIFF는 프로그램을 정리했다. 6개 메인 섹션과 19개의 하위 섹션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던 지난해와 달리 하위 섹션을 11개로 줄였다. 반찬 가짓수만 많았던 한정식 상차림을 간소하게 한 셈. 대신 재료의 선도는 한껏 끌어올렸다. 지난해 상영작 중 세계 첫 상영(월드 프리미어)은 36편, 제작국을 제외한 최초 상영(인터내셔널프리미어)은 1편이었지만, 올해에는 각각 45편과 18편으로 늘어났다. 총 190편의 상영작 가운데 김영진(왼쪽)·이상용(오른쪽) 프로그래머가 추린 추천작 7편을 소개한다. 마테호른 판권·배급사업을 병행하는 JIFF가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구매했다. 올 로테르담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디데릭 에빙어 감독의 작품. 아내와 사별한 후 홀로 사는 프레드는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레오를 도와주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살며 마을 사람들의 눈총을 산다. 하지만 프레드는 레오에게 집안일을 알려주는 등 점점 마음을 쓰게 된다. →김영진의 추천평:아내를 떠나보낸 후 혼자 사는 중년 남성이 낯선 노숙자를 보살피면서 우정을 확인한다.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과 놀라운 반전까지 선사해줄 아름다운 삶의 찬가다. 마스터 ‘부기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로 유명한 폴 토머스 앤더슨의 최근작.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와 경합 끝에 은사자상과 공동남우주연상(필립 세이모어 호프먼·호아킨 피닉스)을 쓸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후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던 사내가 신흥종교 교주를 만나 포교에 동참하지만, 더 큰 폭력으로 또 다른 상처가 생긴다. →김영진의 추천평:구원 대신 맹목적인 믿음을 추구하는 인간이 견인하는 광기의 드라마다. 앤더슨의 절도 있는 연출 아래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과 65㎜ 촬영이 만나 영화예술이 이를 수 있는 절경을 유감없이 펼친다. 센트로 히스토리코 마뇰 드 올리베이라와 페드로 코스타 등 포르투갈의 두 거장과 빅토르 에리세(스페인), 아키 카우리스마키(핀란드)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네 감독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기마랑이스를 배경으로 풀어낸 옴니버스 영화다. 세계 영화계를 통틀어 최고령인 올리베이라(105) 감독의 신작을 볼 수 있는 건 영화팬에겐 축복이다. →김영진의 한마디:손님 없는 식당의 외로운 주인(카우리스마키), 혁명에 실패한 후 미쳐버린 대위(코스타), 과거의 명성이 퇴색한 폐허 같은 공장(에리세), 기마랑이스의 관광 가이드(올리베이라)의 시선을 따라가며 유럽의 근대사를 관통한다. 디지털 삼인삼색 2013:이방인 중 풍경 ‘숏!숏!숏!’과 더불어 JIFF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디지털 삼인삼색’(영화제 측이 3명의 감독에게 화두를 던지고 제작비를 지원, 30분 내외의 디지털 영화를 의뢰)의 올해 주제는 ‘이방인’이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영화작가 장률은 서울에 사는 이방인의 풍경을 다룬다. 사람과 도시를 바라보며 “누군들 이방인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김영진의 한마디:많은 시간, 사람들은 서로에게 풍경으로 존재한다. 이 생경함은 때론 당신에게 어떤 감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풍경은 여전하나 감동은 서서히 변한다. 경계에 선 인간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던 장률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 아메리카 ‘심판’ ‘성’과 더불어 프란츠 카프카의 3부작으로 불리는 ‘아메리카’는 끊임없이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JIFF는 카프카 탄생 130주년을 맞아 ‘카프카, 영화를 만나다:카프카 특별전’을 마련했다. 블라디미르 미차렉이란 낯선 감독은 원작에 대한 뛰어난 해석과 스타일리시한 화면 구성으로 주목할 만하다. →이상용의 한마디:수많은 버전의 ‘아메리카’가 있지만, 더 스타일 넘치는 화면으로 미국에 대한 풍요로운 상상력을 제공하는 영화다. 물론 그 이면에는 카프카라는 20세기 예술가의 비전이 스며 있다. 돌아올 거야 오빠와 소녀 크리스가 한적한 도로 위에 남겨진다. 부모는 돌아오지 않고 오빠는 방법을 찾겠다며 크리스를 남겨둔 채 떠나가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크리스는 근처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시간을 보내며 가족을 찾게 된다. 하지만 며칠 동안 세상은 조금 변해 있다. 브라질 감독 마르셀로 로르델로의 성장영화다. →이상용의 한마디:길 위에서 떠나버린 부모와 오빠를 기다리던 소녀의 성장담을 깔고 있으면서도, 남미의 풍경과 소녀의 마음이 흥미롭게 겹쳐지는 아름다운 영화다. 세상은 자신도 모르게 변하고, 그 속에서 주인공은 성장을 경험한다. 지젝의 기묘한 이데올로기 강의 슬로베니아의 석학 슬라보이 지제크와 함께 2006년 ‘지젝의 기묘한 영화 강의’를 내놓았던 소피 피엔스 감독의 후속 다큐멘터리. 이번에는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룬다. 그가 다루는 핵심은, 우리가 믿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간극과 시차다. 시청각 지제크 개론서라 부를 만하다. →이상용의 한마디:지제크이다. 언변과 재기 넘치는 예시만으로도 눈과 귀가 즐거워진다. 이데올로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뛰어난 논증, 사색이 담겨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개그맨 이경규, 영화 ‘전국노래자랑’으로 돌아오다

    개그맨 이경규, 영화 ‘전국노래자랑’으로 돌아오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자인 개그맨 이경규(53)가 9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관객 300만을 넘으면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영화학도들을 위해서1억 원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경규는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것”이라며 “영화인이 아닌 사람이 영화계에 들어와서 영화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피해주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하고 있어서 영화가 잘 되면 많이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규가 영화 제작에 나선 것은 2007년 차태현 주연의 ‘복면달호’(2007) 이후 6년 만이다. 그는 전국노래지랑을 만든 이유에 대해 “‘복면달호’가 아주 잘 됐으면 좋을 텐데 좀 찝찝하게 끝나 음악 영화를 하나 더 만들고 싶었다”며 “노래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전국노래자랑’이 가장 오랜 프로그램이고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연들을 갖고 나올까 궁금해서 시작해 4년 동안 만지고 있다가 드디어 제작보고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종필 감독이 연출한 이번 영화는 가수 꿈을 지녔지만 미용실을 운영하는 아내(류현경)를 돕는 셔터맨 처지인 봉남(김인권)을 비롯해 김해시장(김수미),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려는 동수(유연석)와 현지(이초희) 등 전국노래자랑 김해편 출연자들을 둘러싼 여러 사연을 담았다. 사회자인 후배 개그맨 이윤석이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이냐고 짓궂은 질문을 하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느냐”고 버럭 화를 내며 “이번엔 크게 욕심내지 않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다음 작품을 또 하게 될 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투력 되찾아 링 위에 선 그들… 그리고 나, 강우석

    전투력 되찾아 링 위에 선 그들… 그리고 나, 강우석

    “이번에는 배우, 평단 등 그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현장을 즐기던 신인 감독 시절로 돌아가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 결과도 제가 받아들여야겠죠.” ‘충무로의 승부사’ 강우석(53) 감독. 지난 2008년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10일 개봉)으로 감독으로서의 승부수를 띄웠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의 연출자이자 ‘왕의 남자’의 제작자인 그는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 등으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인공이다. 하지만 최근 충무로의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만난 강 감독은 ‘강철중’ 이후 5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영화 ‘이끼’로 각종 영화제의 상을 휩쓸었지만 답답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강철중’을 만들어 놓고도 ‘공공의 적’ 1편을 우려먹는다는 생각에 답답했습니다. 발전하고 변신해야 하는 시기에 시리즈를 이용해 돈벌이한다는 생각에 괴로웠죠. 점차 전투력을 잃어버리고 평단의 눈치와 결과에 연연해 자신을 검증하고 현장에 짓눌린 제 모습을 보았어요. 그러면서 영화가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했던 거죠.” 두통약을 먹을 정도로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는 강 감독은 ‘내려놓음’에서 해답을 찾았다. 점점 엄숙해지던 그는 자신에게 ‘영화는 흘러가고 지나가는 것인데 너무 연연하지 말자. 남들이 어떻게 보건 말건 내가 재밌고 내 식대로 영화를 찍었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2년 전 자신의 치유를 위해 휴머니즘 영화 ‘글러브’를 연출했다는 강 감독은 ‘전설의 주먹’을 통해 그동안의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를 웃기고 직접적인 소통을 즐겼던 예전 ‘강우석’으로 돌아갔다. 배우들에게도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지도 않고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를 믿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전설의 주먹’은 강우석 감독 특유의 돌직구형 연출 스타일에 현대적인 감각이 덧입혀졌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학창 시절 전설적인 존재였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세 친구가 TV로 중계되는 ‘파이트쇼’에 출전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이다. 한때 복싱 챔피언을 꿈꿨지만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임덕규(황정민), 가족과 성공을 위해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대기업 샐러리맨 이상훈(유준상), 남다른 독기와 근성이 있었지만, 삼류 건달로 전락한 신재석(윤제문) 등 세 명이 주인공이다. 복고 열풍을 일으켰던 ‘써니’의 남성판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 감독은 이 영화가 우리 시대의 가장들을 위로하는 만큼 자녀 세대가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시사회 때 눈물을 흘리는 남성 관객들을 많이 봤습니다. 극 중 인물들은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권력이나 돈으로부터 할큄당하고 밟히는 4050세대를 대표합니다.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자본과 직위에 눌리고 집에서는 점점 존재감이 없고 무력해지는 것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인 것 같아요. 주인공들이 다시 경기장으로 나오는 것처럼 많은 분이 영화를 통해 용기를 얻고 힐링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 영화에 아버지이자 영화 제작자로서 자신의 모습도 투영했다고 말한다. 강 감독은 올해로 20년을 맞은 영화 제작·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대표이다. “저 역시 영화를 만들려면 자본에 무릎을 꿇어서라도 투자를 받아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돈의 횡포에 대해서 잘 압니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면서 제가 겪었던 외로움도 영화에 담았죠.” 강 감독은 한 해에 1000만 관객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올 정도로 한국 영화가 성장하는 데 대해 “20년 전 ‘투캅스’를 보면서 한국 영화가 외화 못지않은 재미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당시 2030세대들이 4050세대가 된 지금도 영화를 즐기면서 관객층이 넓어졌다”면서 “앞으로 1000만명 돌파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요즘 영화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 웰메이드(well-made)영화가 많지만 두루뭉술하고 도식화된 작품들뿐입니다. 조금 투박하더라도 끝까지 감정을 물고 늘어지는 날카롭고 튀는 감각의 독특한 영화가 없어요. 관객을 콱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집요함이 부족한 것 같아요.” ‘투캅스’와 ‘실미도’를 연출하고 ‘왕의 남자’의 제작자로서 번 돈을 20여편의 영화의 제작에 원 없이 쏟아부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강 감독. 최근 유아인 주연의 ‘깡철이’의 제작을 마친 그는 “앞으로 배급보다 좋은 영화의 제작과 투자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한달음에 극장을 찾는다는 그가 여전히 현역을 누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딴 곳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고 30년간 영화에 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그동안 200번이 넘게 대학 강단에 서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지만 한 번도 응하지 않았어요. 현장을 지키는 감독이 있는 한 그 분야는 죽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죠. 전 아직도 제가 만족하는 영화를 못 찍고 있다고 생각해요. 충무로에서 버틸 겁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가정부 20여년… 제 삶의 주인이 되어가다

    가정부 20여년… 제 삶의 주인이 되어가다

    상류층인 발데스 집안의 입주 가정부 라켈은 20년 넘게 주인 부부와 4명의 자녀를 돌봐 왔다. 라켈은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불만 없이 묵묵히 일한다. 라켈의 마흔한 번째 생일날, 발데스 부인은 그녀를 위해 새로운 하녀를 들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라켈은 새 하녀가 올 때마다 비정상적이고 유치한 방법으로 그녀들을 쫓아낸다. 그후 라켈의 두통은 심해지고 급기야 발데스 부부의 침실에서 쓰러지고 만다. 루시가 새 하녀로 들어오고 발데스 가족은 루시를 마음에 들어한다. 라켈도 따뜻한 마음씨의 루시는 차마 쫓아내지 못한다. 그리고 루시의 고향집에 내려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생전 처음으로 연애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루시와의 즐거운 생활도 잠시다. 루시는 생일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29일 밤 11시 15분 EBS 금요극장의 상영작은 칠레 감독 세바스티안 실바의 두번째 장편 ‘하녀’(원제:The Maid)다. 200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해 열린 제6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실바는 상류층 가정부로 오랫동안 일한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실바 감독 가족들이 생활하는 집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아 자전적 경험에 근거해 시나리오를 쓴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는 표정 없는 무뚝뚝한 라켈의 얼굴을 시종 비춘다. 백지 같은 얼굴에서 관객은 어떤 인상을 그려 넣게 될지도 모른다. 단순한 일상에서도 수십 가지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라켈을 카메라는 세밀하게 포착한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플롯이 복잡하게 여겨질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침실, 부엌, 서재, 거실, 정원으로 이어지는 한정된 공간에 들어가 가족 구성원이 된 듯한 착시효과로 인해 영화의 정서가 밀도 있게 다가온다. 영화를 보는 동안 유쾌함과 쓸쓸함이 교차한다. 마지막에 완전히 달라진 라켈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관객들은 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영화는 작지만 소중한 교훈을 전달한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것’. 계급 갈등과 성적 긴장감을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했던 한국영화 ‘하녀’와 비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칠레영화 ‘하녀’는 훨씬 소박하지만 더 현실적이고 따뜻하며 섬세하다. 올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크리스털 페어리’로 또 한 번 주목받은 실바 감독은 기억해야 할 칠레 영화계의 미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케미’ 보는 재미, 시청률이 들썩

    ‘케미’ 보는 재미, 시청률이 들썩

    “두 배우의 ‘케미’ 폭발”, “연기자들은 환상적인 ‘케미’를 보여줬다”. 요즘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이 ‘케미’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케미’란 무엇일까. ‘케미’는 남녀 간의 화학작용을 뜻하는 ‘케미스트리’의 약자로 드라마나 영화의 남녀 주인공을 실제 커플처럼 느끼게 하는 분위기를 의미한다. ‘케미’가 넘친 나머지 드라마 커플이 실제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할 때도 양 사의 사풍과 분위기의 조화를 이르는 말로 ‘케미스트리’라는 단어가 쓰이기도 한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케미’ 커플은 브래드 피트와 앤절리나 졸리(작은 사진).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커플로 출연한 이들은 실제로 부부가 됐다. 멜로물이 흥행하는 데 ‘케미’는 필수적인 요소다. 잠깐이라도 현실을 잊고 판타지에 빠지기를 원하는 대중에게 남녀 주인공의 ‘케미’는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외모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에서 생겨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캐스팅 단계부터 남녀 배우의 ‘케미’는 주요 고려 대상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의 흥행을 위해 남녀 배우의 열애설을 일부러 흘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제작 발표회 등에서 두 배우의 ‘케미’를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홍보 전략”이라고 말했다. 요즘 안방극장 최고의 ‘케미’ 커플은 SBS 수목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조인성, 송혜교다. 이들은 남매와 남녀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통해 묘한 ‘케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본을 쓴 노희경 작가의 작품은 남녀 주인공의 스킨십도 많고 배우들의 ‘케미’를 필요로 하는 장면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노 작가의 전작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주연배우 현빈과 송혜교는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드라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인성은 “저도 8년 만에 드라마에 컴백을 한 터라 ‘케미’라는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면서 “배우들의 장점을 잘 알고 조련하는 김규태 감독님의 역할이 컸다. 감독님은 동선과 연기를 배우들과 충분히 상의한 뒤 어색하지 않도록 조율해 더 잘 어울려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혜교도 “‘케미’를 좋게 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지만 순간순간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감독님이 그 안의 느낌을 좋은 영상으로 표현해 준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첫 방송을 한 케이블 채널 tvN의 드라마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의 이진욱과 조윤희도 새로운 ‘케미’ 커플로 부상하고 있다. ‘인현왕후의 남자’(이하 ‘인남’)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 참여한 제작진은 배우 간의 ‘케미’를 잘 살리는 것으로 유명하고 ‘인남’에 출연했던 지현우와 유인나는 공개 연인을 선언했다. 극본을 맡은 송재정 작가는 “이진욱과 조윤희 모두 마른 몸매와 선명한 이목구비가 비슷해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비슷한 점이 많은 남녀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인남’과는 대조적인 ‘케미’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조윤희와 이희준은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좋은 ‘케미’를 선보여 CF에까지 동반 출연했다. 반면 ‘케미’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경우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문근영과 박시후는 주연배우의 ‘케미’ 부족이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고 MBC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연인으로 출연한 윤은혜와 유승호도 극 초반 “마치 이모와 조카 같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시청률은 높았지만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유부녀 스타 한가인과 청춘 스타 김수현이 끊임없는 ‘케미’ 논란에 시달렸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장은 “일차적으로 비주얼을 보고 ‘케미’가 잘 어울리는 배우들을 캐스팅 하지만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첫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결국 연기자의 열의와 배우의 연기 궁합에 따라 ‘케미’도 결정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드라마는 판타지를 추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유부녀, 유부남 배우들은 ‘케미’ 형성에 불리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대중은 드라마에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 ‘케미’를 원하는 것인 만큼 연기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rin@seoul.co.kr
  • 해외 현대예술 거장들의 ‘봄나들이’

    해외 현대예술 거장들의 ‘봄나들이’

    현대무용, 연극, 미술, 음악, 퍼포먼스 등 전 예술장르가 어우러진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이 오는 22일부터 4월 18일까지 서울 중소형 극장과 경기 성남시 분당 성남아트센터 등에서 열린다. 작품 26편(해외 11편, 국내 10편, 공동제작 5편)에서 문화예술의 세계적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해외 거장의 작품을 묶은 ‘마스터 전(展)’이 역시 주목을 끈다. 세계 연극계의 거장 로메오 카스텔루치(이탈리아)의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23~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로 관객을 만난다. 연극은 고통스러운 삶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이 금기에 대해 얼마나 여유로울 수 있는지, 자신의 나약함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묻는다. 고전발레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미국 출신의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는 ‘헤테로토피아’(4월 10~14일, 성남아트센터)를 들고 한국을 찾는다. 극단적이고 과장된 일본 연극의 조류를 ‘조용한 연극’으로 바꾼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사요나라’(4월 4~5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독일 실험 영화계의 중심에 있는 예술가이자 이론가 하룬 파로키의 ‘평행’(4월 10~17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아트하우스 모모)도 준비돼 있다. 국내외 작가들의 합작도 눈에 띈다. 홍성민의 ‘줄리엣’(30~31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은 ‘비엔나 페스티벌 주간’과 공동제작한 작품. 2010년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에서 로미오를 배제한 채 다섯명의 줄리엣을 꺼내들었다면, 이번 작품은 한국 작품 속의 줄리엣을 올린다. 서현석의 ‘무대공포’(4월 12~14일, 백성희장민호극장), 김황과 사라 마넨테, 마르코스 시모즈의 ‘x:나는 B가 좋던데, y:나도 스물아홉이야’(30~31일, 서강대 메리홀), 야마시타 잔과 안애순무용단이 협업한 ‘거기에 쓰여있다’(4월 8~9일, 백성희장민호극장), 오카다 도시키와 두산아트센터의 ‘현위치’(22~2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적 장애를 가진 배우 11명의 이야기를 통해 겸허와 관용, 차이에 대해 질문하는 제롬벨&극단 호라의 ‘장애극장’(4월 6~7일, 서강대 메리홀)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1만~11만원. 페스티벌 홈페이지(www.festivalbom.org) 참조.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학위도 거대 담론도 필요없다 생활속 인문 이야기 찾습니다

    출판사 창비가 모두 50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인문사회 분야의 좋은 원고를 찾아나섰다. 콘텐츠 산업의 원천 소스를 발굴하겠다는 것으로, ‘인문사회의 신춘문예’ 같다. 창비는 지난 4일 ‘2014 창비인문도서상’을 신설하고 내년 2월 28일까지 후보작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창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우리 사회의 대중적 인문학 글쓰기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인문학 저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면서 “대학의 연구자와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하는 신예 또는 중견 저술가들이 많이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창비를 비롯해 문학동네, 세계사, 문학의오늘, 문학과지성 등 대형 출판사와 신문사 등에서 최고 1억원의 상금을 내건 문학작품 공모가 부러웠던, 인문사회 전문 저술가들은 호재를 만난 셈이다. 염종선 창비 편집국장은 7일 “대학 교수나 연구소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국가에서 최고 2000만원의 저술비를 제공하는 등 관(官) 주도의 인문·사회과학 논문들이 양산되고 있지만, 일반 독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통하는 글쓰기, 소통하는 단행본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 뒤 “좋은 필자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학술논문에 빼앗겨서 읽을 거리가 적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도를 밝혔다. 올해 지정주제는 ‘세대’ 또는 ‘결혼’으로 당선작은 상금 3000만원, 역사와 철학, 문학 등 자유주제 당선작은 상금 2000만원이다. 창비의 이런 시도는 사실 처음은 아니다. 2003년 민음사는 업계 최초로 ‘올해의 논픽션상’을 제정해 인문사회계열의 원고를 찾아나선 적이 있다. 지금도 거금인 5000만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첫해에 박규원이란 작가가 중국 영화계에서 ‘영화 황제’로 기억됐던 독립운동가의 아들인 한국인 배우 김염을 추적한 평전 ‘상하이 올드 데이스’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민음사는 2004년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2005년에 박정석의 인도네시아 여행기 ‘용을 찾아서’를 다시 당선작으로 냈다. 요즘은 흔한 여행기이지만, 당시에는 참신한 원고였다고.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장은수 대표는 “2003년 무렵 문학이 아닌 인문서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있다고, 기자나 교수·연구원 등 고급 저자들도 쉽게 발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매년 약 100편의 공모작이 들어왔지만, 대체로 회고록들이었다. 블로그 활성화로 나타난 ‘파워 블로거 탄생’ 이전의 상황이었다. 장 대표는 “8년이 지나 콘텐츠 환경과 출판 환경이 바뀌었으니 창비가 잘되길 바란다”면서 “창비에서 ‘대박 원고’를 낚는다면 민음사를 비롯해 많은 출판사가 달려들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골목 서점들은 사라지고, 온라인서점 사업모델은 정점을 찍었으며, 전자책은 비전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인문저술 공모가 독서인구 확장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저술가”라며 원고를 공모하는 곳이 더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 사업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30편의 원고를 공모한다. 인문, 사회과학, 과학 등 3개 분야다. 상금은 1000만원이다. 저자에게 500만원, 출판할 수 있도록 500만원을 지원한다. 신청기간은 5월 21일까지로, 올 11월 30일까지 도서로 발간이 가능한 원고를 찾는다. 염 국장과 장 대표는 “셀프 브랜딩 시대에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저술”이라며 “과감히 도전하라”고 입을 모았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병든 아들과 화해하려 떠난 아버지의 여행

    병든 아들과 화해하려 떠난 아버지의 여행

    한적한 어촌에 사는 다카타는 10년 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아들 겐이치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도쿄로 향한다. 아들은 병원에 찾아온 아버지를 만나지 않겠다며 매정하게 거절한다. 돌아서는 다카타에게 며느리 리에는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건넨다. 테이프를 본 다카타는 겐이치가 ‘천리주단기’라는 경극을 보려고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걸 알게 된다. 리에는 겐이치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다카타는 죽어가는 아들을 위해 ‘천리주단기’를 촬영하러 중국 윈난성으로 떠난다. 가보니 경극 배우는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 어렵게 만난 경극의 주인공은 어린 아들이 그리워 눈물만 흘린다. 다카타는 경극 배우의 아들 양양을 찾아 산골 마을로 간다. ‘붉은 수수밭’(1988) ‘국두’(1990) ‘홍등’(1991) 등 지극히 중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일련의 작품으로 중국영화의 중흥을 이끌었던 5세대 감독 장이머우는 ‘영웅’(2002)과 ‘연인’(2004)으로 국민감독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중국식 블록버스터로 전 세계에 중국 문화와 전통을 전파한 탓에 중화 패권주의의 대표주자로 비판받기도 했던 장이머우는 2005년 돌연 ‘천리주단기’(EBS·8일 밤 11시 15분)를 발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귀주 이야기’(1992) ‘인생’(1995)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9) 등과 같이 소박한 인민들을 내세워 삶을 반추하는 스타일의 연장선에 있다. 장이머우의 젊은 날의 우상이자 일본 영화계의 자존심인 다카쿠라 겐과 함께 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무뚝뚝한 노인이지만 절절한 부정을 품은 캐릭터를 연기한 다카쿠라 겐은 서부극의 외로운 방랑자 존 웨인 같은 카리스마를 풍긴다. 꼬마 양양의 천재적인 연기는 물론, 장이머우가 이전 작품들에서도 종종 활용했던 현지 마을 사람들을 캐스팅하는 방식 또한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 속 일본 장면은 ‘철도원’(1999)으로 유명한 후루하타 야스오가 연출했다. 영화는 아시아 합작영화 대부분이 채택하는 거대 예산, 젊은 스타, 화려한 시각적 향연의 조합을 버렸다. 대신 소박한 사람들이 영묘한 산과 골짜기로 이루어진 땅을 순례함으로써 나라와 세대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서사를 완성했다.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윈난성 고도(古都) 리장. 예스러움을 간직한 전통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돌 바닥으로 연결된 골목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작은 운하들이 흐르고, 명산인 위룽쉐산(玉?雪山)이 펼쳐져 놀라운 장관을 이룬다. 장이머우 감독이 리장을 택한 것은 영화촬영 당시 주석이었던 장쩌민 전 주석이 이곳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2월 점유율 82.9% 7년 만에 최고치…한국영화 승승장구 왜?

    2월 점유율 82.9% 7년 만에 최고치…한국영화 승승장구 왜?

    한국 영화가 연초부터 초강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월 한국 영화 점유율은 1000만 관객을 넘은 ‘7번방의 선물’과 700만 관객을 모은 ‘베를린’의 쌍끌이 흥행으로 82.9%를 기록했다. 이는 2006년 10월의 85.3%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1절이 낀 지난 1~3일 ‘신세계’가 84만 9378명을 모아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11일 동안 누적 관객 253여만명을 모으며 한국 영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위를 차지한 ‘7번방의 선물’은 3일간 77만 7970명을 모아 누적 관객 1170만 4636명을 기록했으며 4일 오후 1175만명을 돌파해 ‘태극기 휘날리며’를 넘어 한국 영화 역대 흥행 5위에 올라섰다. ‘베를린’도 4일 오전 누적 관객 700만명을 돌파해 한국 액션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2월 영화관을 찾은 총관객 수는 2182만 4393명으로 지난해 2월의 1306만 5438명에 비해 무려 67.0% 증가했다. 전체 관람객 중 총 1809만 6430명(82.9%)이 한국 영화를 관람했다. 2006년 10월 이후 한국 영화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2008~2009년엔 월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다 2011년 9월 73.2%, 지난해 2월 75.9%로 회복세를 보이다 7월 47.9%로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은 ‘도둑들’(7월 25일 개봉)과 ‘광해, 왕이 된 남자’(9월 13일 개봉)가 연달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사라졌고, 한국 영화점유율도 8월부터 연말까지 60~70%대를 유지했다. 올 들어 ‘레미제라블’ 등 할리우드 영화의 선전으로 1월 한국 영화 점유율이 58.9%로 주춤했으나 1월 말 개봉한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이 동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2월 한국 영화 점유율이 대폭 상승했다. 올해 1~2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008만 66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7% 늘었다. 영화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상반기 안에 1억 관객을 모으고 올해 한국 영화가 2억 관객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영화 관람이 생활의 일부로 정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화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지난해 초중반기부터 높은 수준의 한국 영화가 줄을 이으면서 관객들의 신뢰가 쌓였고, 영화가 문화계의 화두가 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렸다”면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골프, 해외여행, 뮤지컬 등 고가의 문화 생활을 즐기던 40~50대가 가족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영화 관람을 선호하면서 영화 관람이 습관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의 김대희 차장은 “무더위와 한파가 계속되는 등 날씨 요인도 있었고 좋은 영화관 시스템과 영화 해설 프로그램 등 관객들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그 결과 영화 주요 관람층이 2030에서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면서 관객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5. 영원한 은막의 여인 최은희

    [명사가 걸어온 길] 5. 영원한 은막의 여인 최은희

    어느 시인이 말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운명적 단어들로 여자의 일생이 가득 채워졌다. 15살에 집을 나가 배우가 됐고 순탄치 않은 결혼과 이혼, 전쟁의 아픔, 그리고 신상옥 감독과의 만남, 납북과 탈출 등으로 이어지는 질곡의 세월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서사시였다. 사람들은 이러한 그를 가리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이라고 말한다. 영원한 은막의 스타 최은희(83)씨.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까만 모자에 안경, 목도리가 잘 어울리는 차림이었다. 파란 많은 삶을 살아온 그 세월이 무진할 텐데 수줍게 웃는 모습이 여전히 은막의 소녀처럼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창밖을 바라본다. 안경 너머의 눈빛,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신 감독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애절하게 서려 있는 듯했다. 중얼거림으로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길고도 모진 세월을 살아왔다. 고생을 모르고 자유와 평화 속에서 살아온 젊은 세대들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간들이었다”라고 말이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선정 제2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에서 공로예술인상을 수상했다. 이 자리에서 영화 ‘은교’로 신인예술인상을 받은 한참 후배 김고은의 손을 잡고 격려해 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요즘에는 어떻게 지낼까. “올겨울에는 날씨가 워낙 추워서 되도록 집에서 쉬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생의 삶, 지나온 세월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요. 요새는 쉬어도 피곤함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기능을 너무 많이 혹사시켰나 봐요. 제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 나는 참 바보처럼 살았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해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고 대신 마음의 정성을 담은 카드 등을 보내는 일로 대신하고 있다. 나들이할 때에는 걷기가 힘들어서 휠체어에 의지한다. 젊었을 때 너무 열정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건강을 돌보지 못했고 요즘에는 노후 관리라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단다. 집에는 사촌동생이 함께 있고 가끔 영화감독인 아들 신정균과 영화 이야기를 나눈다. 아들은 1999년 ‘삼양동 정육점’으로 데뷔했으며 ‘스무살’(2001)과 ‘나의 스캔들’(2008) 등을 제작했다. 아들의 영화에 대한 평을 부탁했더니 “열심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웃는다. 자연스럽게 우리 영화 얘기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화 관람객 1억명 돌파 시대’와 관련해 그는 “너무 고맙고 흐뭇한 일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잘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1961년 자신이 출연했던 ‘성춘향’을 떠올렸다. 이 영화는 당시 설 연휴 때 명보극장에서 개봉돼 서울에서만 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당대 최고의 흥행작이었다. 이로 인해 ‘신상옥-최은희’ 전성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시대도 바뀌었고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옛날에는 검열이 심했거든요. 그로 인해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요즘에는 패밀리 영화가 자주 나오는데 좋은 현상이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 당시를 잠시 떠올린다. 북한을 탈출한 뒤 신 감독은 할리우드에 ‘신프로덕션’을 설립해 ‘쓰리 닌자’를 제작했으며 시사회 때 미국 전역 1500개 극장에 배급이 결정된다. 이는 대단한 사건이었고 신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 1호로 기록됐다. 최씨는 2007년 자신의 영화 인생을 담은 자서전 ‘최은희의 고백’을 펴냈다. 이와 관련, “영국의 한 제작사에서 작년부터 제의가 들어왔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곧 촬영에 들어간다. 또 최근 미국 드라마 제작사에서 제의가 들어와 국제변호사와 얘기하고 있다”고 말해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영화 발전을 위해 원로 연기자로서의 견해를 밝힌다. “집에 있으면서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입니다. 작가가 대본을 잘 쓴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때로는 얼굴만 가지고 등장하는 후배 배우도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대사 구성을 잘 못하는 경우이지요. 뭐든지 확실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들, 어머니, 딸 역할이 분명해야 하구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반추해보며 영화배우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화제를 데뷔 당시로 돌렸다. 어린 시절 활달하지 못한 성격이어서 친구들도 거의 없었다. 일제강점기 말이었다. 방공호에서 만난 친구가 “배우하자”고 느닷없이 제의했다. 그러더니 친구가 방공호에 함께 있는 배우 문정복(탤런트 양택조의 어머니)씨한테 가서 배우시켜 달라고 졸랐다. 당시 문씨는 연극계에서는 유명한 주연배우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인이었다. 이튿날 그는 친구와 함께 종로6가에 있는 극단 ‘아랑’ 사무실에서 문씨를 다시 만났다. 부모한테 허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친구는 거침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바람에 허드렛일을 시작하면서 단원이 됐다. 나중에 연극협회 회원증을 받아 정식 회원이 됐고 덕분에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게 됐다. 얼마 후 지방 공연 일정이 잡혔다. 첫 행선지는 대전이었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문씨가 대본을 건넸다. 얼떨결에 읽었다. 그랬더니 이번 지방공연 때 무대에 한 번 서 보라고 권유했다. 제목은 ‘청춘극장’으로 하녀 역할이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연기자로 데뷔하게 됐다. “지금도 첫 무대의 낯섦과 두려움, 떨림과 환희, 관객들의 숨소리, 뜨거운 눈물과 갈채를 잊지 못합니다. 극단 연구생으로 어렵게 치러냈던 첫 무대에서 이미 연극의 마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열심히 했고 운 좋게도 주연을 많이 맡았습니다.” 광복이 되자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에 이름을 최경순에서 최은희로 바꿨다. 극단 활동 또한 ‘토월회’와 ‘극예술연구회’ 등으로 넓혀 ‘40년’ ‘맹진사댁 경사’ ‘이순신’ ‘세자매’ ‘나도 인간이 되련다’ 등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영화를 처음 시작한 것은 동양극장에서 연극할 때였다. 토월회에서 함께 일했던 최운봉 선생이 찾아와 시나리오 대본을 주면서 같이 영화를 하자고 권유했던 것. 신경균 감독의 ‘새로운 맹세’에서 순박한 어촌 처녀 역할이었다. 이 영화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이어 ‘마음의 고향’ ‘밤의 태양’ ‘무영탑’ 등에서 잇따라 주인공역을 맡으면서 영화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다가 목포에서 ‘사나이의 길’을 촬영할 때 6·25전쟁을 맞이한다. 배우들이 우왕좌왕했다. 부산으로 피란을 가거나 월북하는 배우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남편과 집안 식구들이 걱정돼 서울로 왔다. 집에서 지내다가 먹을 것이 없어 시장 보러 가던 중 그를 알아보는 인민군 장교를 만나 어쩔 수 없이 북한 내무성 소속 경비대 합주단원이 됐다. 당시 합주단 사무실은 명동 성당의 수녀들이 숙식하던 곳이었다. 배우 김동원·김승호, 지휘자 임원식, 성악가 등 200여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있었다. 포로들처럼 수용돼 사상교육을 매일 받았다. 그러다가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이 후퇴할 때 평남 순천 쪽으로 끌려갔다. 평양에 거의 다다랐을 때 목숨 건 탈출을 했고 그 과정에서 국군을 만났다. 최씨는 인민군복에서 국군복으로 갈아입고 정훈공작대원으로 선무활동에 나서게 된다. 전쟁의 와중이라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1·4후퇴 때 서울을 거쳐 피란지인 대구에서 극단 ‘신협’ 단원들과 연극을 하게 된다. 이때 출연했던 작품이 ‘마의태자’ ‘춘향전’ ‘맹진사댁 경사’ ‘뇌우’ 등이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수십편의 연극에 출연했다. 신 감독과 만난 것은 ‘춘향전’ 공연 때였다. 어느날 알고 지내던 배우 황남씨가 영화 출연 교섭을 해왔고 며칠 뒤 중국집에서 신 감독을 처음 만났다. 이후 신 감독은 극단에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열정을 보였다. 결국 영화를 하자는 구애작전이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1954년 3월 7일 을지로6가의 허름한 여인숙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둘은 하루 24시간 그림자처럼 같이 다녔다. 영화 같은 삶이 시작된 것이다. 두 사람이 찍은 첫 작품 ‘꿈’을 비롯해 최씨는 ‘젊은 그들’ ‘무영탑’ ‘지옥화’ ‘춘희’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 1976년까지 130여편에 출연했다. 이 가운데 ‘어느 여대생의 고백’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대종상의 전신인 문교부 주최 제1회 국산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 ‘다정도 병이런가’ ‘동심초’ 등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신 감독과 함께 전성기를 누린다. 우리 영화사의 큰 획을 그은 것도 이때였다. 1978년 최씨는 신 감독과 이혼을 했으며 안양예술학교를 운영하는 일에 전념했다. 어느 날 홍콩 금정영화사의 초청으로 홍콩을 방문했다. 일정을 소화하던 중 북한의 요원들에 의해 납북된다. 이후 5년 동안 연금 상태에서 혼자 지내다가 북한에서 신 감독과 다시 운명적인 재결합을 한다. 그렇게 9년 동안 북한에서 지내면서 모두 1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이때 찍은 대표작이 ‘불가사리’ ‘임꺽정’ 등이다. “당시 매주 금요일에 연회가 열렸고 여러 번 참석하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여동생 김경희·장성택 부부, 김영남 외교부장 등과도 만났지요. 김정일 생일에도 초대를 받은 적이 있어요. 김정일과 관계된 곳은 공공 건물이든 가정집이든 어디나 영사실이 부설돼 있는 게 특징이었습니다.” 1986년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했다가 탈출에 성공한 최씨 부부는 미국에서 한동안 지내다가 1999년 다시 국내로 돌아왔고 2006년 신 감독이 세상을 떠나자 혼자 노년을 보내고 있다. 최씨에게 앞으로 출연기회가 온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그동안 정적인 역할이 많았다. 발랄한 연기를 하고 싶다”며 빙그레 웃는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부고] 박철수 감독 교통사고로 별세

    충무로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거장 박철수 감독이 19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65세. 용인서부경찰서는 이날 0시 30분쯤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박 감독이 윤모(36)씨가 운전하던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윤씨는 면허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92%의 만취 상태였다. 고인은 성남시 분당의 작업실 근처에서 신작 영화 ‘러브 컨셉츄얼리’의 영화 편집 작업을 하고 귀가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1979년 ‘골목대장’으로 데뷔해 ‘접시꽃당신’, ‘오세암’, ‘물 위를 걷는 여자’, ‘학생부군신위’ 등을 연출했다. ‘301, 302’, ‘녹색의자’ 등은 극찬을 받으며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영화계도 갑작스러운 비보로 슬픔에 잠겼다. 고인의 2011년 작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오인혜는 “많은 분이 고인의 명복을 빌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진 감독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박철수 감독님의 비보를 방금 듣고 가슴이 굳는다. ‘명복을 빕니다’란 말도 급해 보여 차마 못 하겠다”면서 슬퍼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은희씨와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8시 30분. (031) 787-1508.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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