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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니언중계석/강한섭교수 월간 ‘에머지’ 기고 - 정부주도 영화진흥정책 실패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 50%.이처럼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영화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이 나와 시선을 끈다.겉보기에는 번지르르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영화는 양적으로도,질적으로도 결코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비디오시장까지 확대해서 보면 오히려 시장 규모는 줄었고,돈을 쏟아부어 블록버스터만 살아남는 기형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강한섭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교수가 월간 에머지 12월호에 발표한 ‘김대중 정부의영화정책은 이렇게 실패했다’ 주제의 글을 요약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김 대통령은 다른 정책은 몰라도 세계 최대의 광대역 통신 접속국가를 만든 정보산업정책과,자국영화 시장 점유율 50%의 기적을 만든 영화정책만큼은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되리라 기대할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영화정책은 실패했다.우선 양적 평가다.지난해극장 관객 수는 약 5000만명(매출액 2500억원)으로 김영삼대통령 시대의 연평균보다 관객 수는 60%,매출액은 100% 상승했다.하지만 비디오시장은 1990년대 중반의 1조원에서 50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전체 시장 규모로는 20∼30% 축소됐다.한국영화의 전성기라고 떠들어댄 것은 비디오시장의 몰락을 고려하지 않은 숫자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비디오 시장은 줄고 극장은 호황을 누렸던 걸까.이는멀티 플렉스에서 개봉하는 와이드 릴리스 방식,융단폭격식 마케팅,신용카드사 등과 제휴한 극장요금의 덤핑이라는 3대 거품전술 때문에 가능했다.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멤버십 서비스를 제한할 예정이어서 극장 관객 수의 감소는 필연적이다.게다가 제작비,마케팅비의 급상승으로 평균수익률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질적 평가에서도 나아진 것은 없다.물론 문화산업부문을 자유무역 협상의 예외영역으로 주장하고 스크린쿼터를 유지한 정부·영화계의 노력,그리고 그 결과로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을 높인 성과는 인정한다.하지만 시장은 이제 ‘대박 아니면 쪽박’인 구조로 편성되고 있다. 최소 10억원 이상의 마케팅비를 쏟아부을 수 없다면 애써 만든 영화를 극장에 상영할 수도 없다.또 돈 놓고 돈 먹는 카지노가 되어버려 영화의 다양성은 극도로 축소됐다.대박영화는 철마다 나오는데 극장에는 수준 낮은 코미디물이 판치는 것이 김대중 정부 말기의 한국영화의 풍경이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김 대통령은 취임 뒤 영화진흥공사를 폐지하고 영화진흥위원회를 새롭게 출범시켰다.위원회는 2000년 봄 ‘한국영화진흥종합계획’을 발표했다.2004년까지 전액 국고에서 1700억원의 진흥기금을 조성하고,한국영화를 연간 40여편에서 150여편으로 확대해 시장점유율을30%에서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영진위는 곧 국민의 세금으로 157억원을 투자해 여기저기 영화 투자조합을만들었다.엄청난 영화펀드로 스타감독과 연기자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치솟아 개별영화의 제작비가 덩달아 급증하게 됐다.제작비가 수직 상승하게되면 당연히 영화기획은 블록버스터 장르영화의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순제작비의 상승은 마케팅비 역시 상승시킨다.마케팅비는 불과 3년 동안 350% 증가했다.이제 어느덧 20억원으로 기획된 프로젝트가 활영이 끝나자 40억원이 되고 후반작업으로 컴퓨터그래픽 몇 개를 추가하고 융단폭격식 마케팅을 감행하자 총제작비 60억원의 공룡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이판사판이다.이어 스크린 독과점 전략이 펼쳐진다.서울 220개의 스크린 가운데 60개를 블록버스터가 차지하게 된다.관객은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영화가 사양산업이 아니라 지식집약형 산업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과시했다는 문화적 성취에도 불구하고,김대중 정부의 영화정책은 실패했다.시장이 성장하기는커녕 축소되었고 영화의 다양성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근본적인 원인은 영화시장을 인위적으로 바꾸겠다는 이성의 오만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인위적인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정리 김소연기자 purple@
  • [굄돌]작은 이들의 승리

    올 겨울에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중 최대 기대작은 역시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속편들이다.이 두 영화는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공통점이 있는데,그 이야기 구조를 들여다 보면 판타지 영화의 공식이 눈에 띈다. 두 영화의 주제는 힘없고 작은 이들이 거대한 세력에 대항해 싸운다는 것이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의 캐릭터들을 살펴 보면 악의 세력을 규합하는 절대악(볼더모트·사우론),그에 대항하는 여리고 힘없는 주인공(해리포터·프로도),주인공을 돕는 강하고 착한 마법사(덤블도어·간달프),그리고 주인공과 여정을 함께하는 평범한 친구(론 위즐리·샘 갬지) 등등.약하지만 잠재력을 가진 주인공이 주위의 평범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강대한 적에 대항해 싸운다는 것이 판타지 소설이 애용하는 줄거리인가 보다. 이런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는 곳이 있다.바로 한국 영화계다.세계 영화계를 둘러봤을 때,자국의 자본과 기술로 만든 영화로 할리우드 영화를 상대하는 나라,자국 영화 점유율이 절반 가까이되는 나라(올 상반기기준 46.1%)는 열 손가락을 꼽기 힘들다. 그리고 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린 영화는 바로 ‘집으로…’이다.(‘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1편들을 꺾고!) 세계 영화시장을 석권하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한국에서는 내로라할 스타 한명 없이 저예산으로 만든 작은 영화 한편에 밀렸다는 얘기다.물론 ‘집으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든든한 배급사가 마케팅과 배급력에 힘을실어준 덕분이기도 하다(마치 강력한 마법사 친구처럼).하지만 역시 ‘집으로…’성공의 일등공신은 돈을 내고 이 작은 영화를 찾아준 관객들이다. 올 겨울에도 많은 한국영화들이 할리우드 대작들과 관객을 두고 다툴 것이다.난 이번에도 ‘집으로…’같은 우리의 작은 영화들이 선전하길 기대한다. 판타지 영화에서 주인공을 돕는 친구처럼 한국영화의 진정한 친구,관객들이우리 영화를 아끼는 한 그 싸움은 그다지 힘겹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김민식 MBC PD
  • 영화 매니지먼트/영화마케틴 첫걸음

    영화기획 프로듀서인 베니 김이 영화 비즈니스 입문서 ‘영화 매니지먼트’(문지사)를 펴냈다.“영화는 21세기 문화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고부가가치콘텐츠 상품”이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마케팅접근을 시도한다.저자는 먼저 영화산업의 여러 측면들을 살펴보고,한국 영화계의 구조와 감독계보 등을 짚는다.또 예산편성,배급,수익배분,저작권 문제등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마케팅 실무에 대해 알아본다. 2만원. 채수범기자 lokavid@
  • 뮤지컬 ‘카르멘’ 작가 고 선 웅

    이 사내 머리 속엔 뭐가 들었을까.고전,코미디 가리지 않고 모든 장르를 소화해내는 작가 고선웅(34)을 보며 내내 궁금했다. 올해만 봐도 ‘이발사 박봉구’에선 소시민의 서글픈 풍경을 감칠 맛 나는사투리로 빚어내고,‘깔리굴라 1237호’에서는 폭군으로 변한 회사원을 냉정하게 그리고,이제는 뮤지컬 ‘카르멘’으로 비극적 사랑을 조명하겠단다.“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죠.다양한 문체와 작법이 작품의 생명입니다.” 4년전 “성냥갑 안의 자신이 견딜 수가 없어”그는 멀쩡하게 다니던 광고기획사에 갑자기 사표를 던졌다.날밤을 새우며 1년간 희곡 10여편을 완성했고,그 중 ‘우울한 풍경 속의 여자’가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단명하기 싫어 작품을 축적해 뒀죠.” 그는 이어 ‘藥TERROR樂’‘맨홀추락사건’‘살色안개’‘락희맨쇼’ 등을 무대에 올리며,흥행이 쉽지 않은 연극계에서 연이어‘대박’을 터뜨렸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다.“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의 궤적을 쫓아가다 보면 드라마가 완성됩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생활 속에서 모티브를 찾는다.“얼마전 제 차가 견인차에 끌려가는 걸 보고 다른 견인차를 타고 쫓아갔어요.갑자기 맨날 욕먹을 그 아저씨의 인생이 궁금해지더라고요.그래서 바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자세히관찰하는 게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낼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 지난 1일 막을 내린 ‘깔리굴라…’의 모티브는 친구였다.“포클레인을 파던 친구가 갑자기 그만뒀어요.그 친구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별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저는 ‘그럼 별 보고 살어.’라고 말했죠.한 인간에게 절대자유가 주어지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습니다.” 오는 13∼26일 문화일보홀에서 초연될 뮤지컬 ‘카르멘’을 처음 쓴 것은 2년전.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카르멘을 새롭게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21세기에는 오히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카르멘이 정상이고,돈 호세가 집착을가진 비정상적인 인간 아닌가요?” 그는 메리메의 원작소설과 비제의 오페라를 놓고,자유와 구속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각색했다.다양한등장인물을 부각하고 드라마적 긴장을 살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앙코르 공연 때 연출을 맡기도 했다.“저는 정말 연출을 하고 싶은 놈입니다.드라마다운 드라마를 만들 자신도 있고요.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봐요.막 떠들다가도 툭 끊고 총을 쏘잖아요.웃다가도 갑자기 낯선 상황에 던져지는 것,그게 바로 드라마죠.” 요즘은 영화계의 ‘러브 콜’도 받고 있다.“솔직히 연극으로는 생활이 힘듭니다.그냥 사람 노릇을 하고 싶을 뿐인데도요.” 그는 최근 하루에 수십번씩 같은 길을 도는 마을버스를 다룬 시나리오의 초고를 완성했다.운이 좋으면 내년 봄쯤 크랭크인에 들어간다고.오는 6일부터 코엑스에서 전시될 ‘특별기획전 고구려!-평양에서 온 고분벽화와 유물’의 기획도 맡았다. “10년 뒤에는 영화감독도 하고 싶습니다.” 한 우물을 파기보다는,장르에상관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펼치고 싶다는 작가 고선웅.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02)762-0810. 김소연기자 purple@
  • 佛·英 공공노조 연대파업 ‘몸살’

    (파리·런던 외신종합) 프랑스와 영국이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는공공부문 노조의 연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항공 관제사들이 25일 밤 9시(현지시간)부터 27일 새벽 6시30분까지 트럭노조 등 공공노조 연대파업에 참여하면서 프랑스를 잇는 국제항공편이대거 취소되는 등 유럽 항공교통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프랑스 당국은 프랑스를 오가는 국내·외 항공편 90%가량이 취소될 것으로예상하고 있다.민항기구(DGAC)는 관제사들의 파업으로 파업기간중 국제노선4300편중 500편만이 예정대로 운항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5만여명의 철도 노조원들이 파리 시내에서 정부의 민영화계획에 반대하며 다른 공공노조와 연대파업을 벌였다.철도노조 이외에 버스운전기사들과 우편·통신노조원들까지 파업에 가세,파리 지하철과 근교를 잇는 철도 운행에 차질이 생겼다. 한편 영국에서도 소방관에 이어 교사들까지 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26일 파업에 돌입했다.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공공부문 임금 대폭인상 압력을가중시킬이번 교사 파업은 런던지역 거주수당 100% 인상 요구에 따른 것으로 런던지역 학교의 3분의 2가 문을 닫게 된다.이날 파업은 블레어 총리의지지를 받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과도한 임금인상에 굴복할 수 없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특히 8일째에 돌입한소방관노조 파업의 책임을 놓고 노조와 정부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파업사태는 주요 공항,핵발전소,화학공장,런던지하철 등 전 공공부문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초현실주의 마지막 대가’ 칠레 로베르토 마타 타계

    (로마 AP AFP 연합) 살바도르 달리와 앙드레 브레통 같은 초현실주의 대가들과 교류했던 칠레의 화가겸 조각가 로베르토 마타가 이탈리아 로마 인근시비타베치아시의 한 병원에서 23일 타계했다.91세. 20세기를 풍미한 초현실주의의 마지막 대가라는 평가를 받는 마타는 로마시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타르퀴니아시의 옛 수도원을 개조한 집에서 말년을 보내왔다.마타의 고국인 칠레의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은 그의 타계소식을 접하자 3일간의 국가애도일로 선포하고 전국의 모든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장 자크 아이야공 프랑스 문화공보부 장관은 마타를 “초현실주의운동의 마지막 거장”이라고 애도했으며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 델라 세라는 마타가생전에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자신을 영화계의 천재 찰리 채플린에 비교한 일화를 소개했다. 1911년 산티아고 태생인 마타는 산타아고 가톨릭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1934년 파리로 이주해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작업했으며 1937년 살바도르 달리를 만나 초현실주의파에 합류했다. 장례식은 26일 타르퀴니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 부산국제영화제/ 22일 개봉 개막작 ‘해안선’ 분단이 낳은 광기

    ■22일 개봉 개막작 '해안선' 지난 14일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기대 속에서 뚜껑을 연 ‘해안선’(22일 개봉·제작 LJ필름).김기덕 감독 특유의 감성은 살아있지만,충격은 덜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해안선 경비를 서는 강상병(장동건)은 간첩 잡는 데 혈안이 된 인물.하지만 실수로 민간인을 사살하면서 점점 미쳐간다.의가사 제대를 하지만 부대 주변을 맴돌면서 다른 부대원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강상병은 분단국가라는 이유로 적과 동지를 구분해 온 우리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드러낸다.영화는 그 이데올로기가 낳는 폭력성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강상병 하나로 시작된 광기는 점점 부대원 전체에게 전염되고,나중에는 죽음의 유희로까지 발전한다.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하나 둘 총소리에 희생되어 가지만,모두 강상병의 탓으로 돌릴 뿐이다. 모든 부대원을 조종하고 조롱하는 듯 웃는 강상병의 모습은 섬뜩하다.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화면이 일그러지는 장면에서는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려는 감독의 의지가읽힌다. 지금까지 분단국이라는 이유로 많은 폭력을 묵인해 왔던 시대를 반추하기에 ‘해안선’은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군대라는 극한 상황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자칫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분단국이 낳은 우리 사회의 광기,더 나아가 보편적인 인간관계의 폭력성을 성찰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해외게스트들은 “정말 한국군대가 이런 식이냐.”라는 질문만 던져왔다. 전체적으로 편집은 세련돼졌지만 여전히 사족 같은 대사도 눈에 거슬린다.“강상병은 이제 우리의 적이다.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다.”라는 설명조의 말이나 “평화통일을 기원합니다.”라는 마지막 자막은 넣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다.여성에 대한 가학적인 장면이나 평범한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엽기성이 많이 누그러졌다. 강상병이 던진 수류탄에 산산조각 난 남자친구를 잡고 우는 미영(박지아)의 모습 정도가 가장 충격적인 장면.간간이 유머도 섞었다. 장동건도 비교적 멋지게 나온다.얼굴에 흙칠을 해도,미쳐서 눈알이 뒤집혀도 장동건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가리지 못했다.장동건의 여성팬들,안심하고 영화를 보러 가도 되겠다. purple@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8명의 여인들' 프랑수아 오종감독 “여자들끼리 다툼을 그린 작품이라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들을 한꺼번에 출연시키면 재미있을 것 같았지요.” ‘발칙한 악동’이라는 별명 답게 관객을 놀래키는 걸 “재미있다.”라고 표현하는 프랑수아 오종(35)감독.곧 일반극장 개봉을 앞둔 ‘8명의 여인들’을 갖고 부산영화제를 찾은 그를,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만났다. 성적 도발,중산층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해 요즘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오종 감독. ‘8명의…’는 스릴러·코미디·뮤지컬을 아기자기하게 뒤섞어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최신작.대중성을 겨냥했냐는 질문에 “형제들과 자라면서 느낀 걸 담았는데 다행히 관객이 호응을 한 것”이라면서 “꼭꼭 숨겨져 있던 비밀이 하루에 확 터져버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며 의도를설명했다. 영화는 온가족이 모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자기 아버지가 시체로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범인을 추적하면서 가족 구성원들의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지는 내용.카트린 드뇌브,파니 아르당 등 일급 배우부터 ‘비치’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열연한 비르지니 르도와까지,세대를 아우르는 프랑스의여성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문제가 많은 가족에만 관심을 갖는 이유를 묻자 “영화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과장이 들어간다.”면서 “그리스신화나 오이디푸스의 가족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얼마전 하이퍼텍 나다에서 영화제가 열린 것을 알고 있다는 그는,자신의 영화가 한국에 소개돼 기쁘단다.“스타들의 연기 경쟁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할리우드 여배우와 비교해도 재밌을 거고요.” ***‘질투는 나의 힘' 박찬옥 감독 ‘질투는 나의 힘’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다.15일 대영시네마에서 가진 첫 시사 직후 극장 옆 한 카페에서 만난 박찬옥(34)감독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상기돼 있었다. 영화는 잡지사에 다니는 한 청년이 여자친구를 편집장에게 빼앗기고,맘에둔 선배까지 다시 편집장이 가로채지만,그 청년 역시 편집장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기이한 인간관계를 담았다. 순간적으로 허를 찌르는 대사와 세심한 심리변화의 묘사가 놀랍지만,주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자 박감독은 “인물을 통해 가치를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관객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흥미로운 인물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목은 왜 그렇게 지었을까.“시나리오를 쓴 뒤 기형도의 시를 우연히 읽었습니다.영화의 내용과 딱 맞는다고 느껴서 제목으로 가져왔어요.시를 잘 아는 분이 ‘그 시는 그런 시가 아니다.’라고 얘기할까 걱정입니다.” 폭발할 듯하면서도 결코 폭발하지 않는 주인공에 대해서는 “원래 질투란 그런 것”이라면서 “환갑을 넘은 아버지가 제목을 물어 말씀드렸더니 ‘맞아,질투는 나의 힘이지.’라고 하시더라.”며 나이가 들면 자연히 알게 되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말을 아끼는 박감독은 ‘오!수정’의 조감독을 거쳐이번 영화로 데뷔했다.‘질투…’는 미개봉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올랐다.일반극장에서는 내년 초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김소연기자
  • “한국 현대사의 슬픈 초상 담았죠”

    저예산 실험영화 감독과 흥행배우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영화 ‘해안선’의 김기덕(42)감독과 주연배우 장동건(30)이 14일 부산을 찾았다. ‘해안선’은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수영만요트경기장 내 상영관 시네마테크부산에서 시사를 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축제의 문을 여는 데 미흡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는 소감을 밝혔다.아직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장동건은 “긴장된 마음으로 여러분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고 운을 뗐다. 오는 22일 일반 극장에서 개봉될 ‘해안선’은 해안초소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광기를 그린 작품.장동건은 오직 간첩을 잡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강 상병을 연기했다.술에 취해 해안선에서 정사를 즐기던 인근 마을의 젊은 남녀를 오인 사살한 뒤 정신이 이상해져 의가사제대를 하지만,계속 부대를 맴도는 역이다. ‘친구’‘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의 굵직한 영화에서 멋진 역으로 출연한 장동건이 최대로 망가지는 이번 역은 충격적이다.그는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에서 일정정도 선을 긋는연기를 하는 데 지쳤다.”면서 “일상적이지 않은 감정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 김 감독을 먼저 찾아갔다.”고 말했다.실험영화에 흥행배우가 출연하는 선례가 되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단다. 김 감독에게 장동건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하자 “스타와 함께 일해서 떨렸지만 차마 사인은 받지 못했다.”며 재치있게 받아 넘겼다.“오래 전부터 그의 연기를 보며 내면에 있는 끔찍한 캐릭터를 끄집어내고 싶었습니다.하지만 좋은 이미지를 깎지는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어요.” 그는 영화 편집 후주위에서 “장동건이 손해볼 건 없겠다.”고 평가해 안심이 된다며 웃었다.하지만 장동건은 “오히려 내가 김 감독의 독특한 색깔을 변색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팀워크’를 과시했다. 1996년의 데뷔작 ‘악어’에서부터 내내 소외된 인간 군상을 충격적인 영상에 담아온 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기질을 발휘했다.“영화 ‘해안선’은 우울한 작품입니다.한반도의 긴장이 자해적 상황을 연출하는,한국 현대사의 슬픈 초상을 담았죠.” 세계 3대영화제인 베니스와 베를린에 ‘섬’‘수취인불명’‘나쁜 남자’를 잇따라 출품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김 감독.하지만 여전히 캐릭터와 이야기 중심으로 흘러가는 국내 영화계에서 그의 영화는 비주류다.최고 스타의 출연과 부산영화제 개막작이라는 명함이 이번엔 흥행의 행운까지 가져다줄지,영화팬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부산 김소연기자 purple@
  • 연극 ‘웰컴 투 동막골’로 돌아온 장진사단

    ‘만능 재주꾼’ 장진(31)이 2년여 만에 연극으로 돌아왔다.장진이 감독한 영화 ‘간첩 리철진’과 ‘킬러들의 수다’의 신하균(28) 정재영(32),그가 제작한 ‘묻지마 패밀리’의 임원희(32) 등 이른바 ‘장진 사단’의 스타 배우들을 이끌고.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돌아왔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이야기꾼 장진에게는 연극이든 영화든 장르 구분은 어차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올릴 연극의 제목은 ‘웰컴 투 동막골’.1950년대 강원도 오지를 배경으로 국군·연합군·인민군이 우연히 모여 벌이는 해프닝을 그렸다.원래는 다음 영화로 구상한 작품인데,쓰고 있던 희곡이 잘 안 되자 ‘에라 모르겠다.’며 이 작품을 연극 쪽으로 돌렸다. 20대를 갓 벗어난 ‘신세대’ 연출가가 왜 한국전을 소재로 삼았을까.“전쟁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는 내용입니다.동막골은 지친 영혼의 안식처죠.전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식의 거창한 주제에는 닭살이 돋아요.그냥 우리 세대는 한국전쟁을 우매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소재가 과연 20대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겠느냐,혹시 그래서 스타배우들을 쓰는 건 아니냐고 물었더니 “만약 저작권 풀고 맘대로 무대에 올리게 하면 고교 연극반에서 가장 많이 올릴 것”이라며 재미를 장담했다. “요즘 애들 무시하지 마세요.그들도 역사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나름대로 사고할 수 있다고요.그리고 배우 이름만으로 잘 되는 작품은 없어요.톱스타를 쓰고도 망한 영화가 많아요.” 이 작품은 어느 세대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동시대에 살면서도 벽을 쌓고 살아가는 세대들을 이어주는 것이 “작가가 할 수 있는 최대 보람”이라는 게 그의 말. 졸린 표정으로 얌전하게 있는 배우들에게 오랜만에 연극에 돌아온 소감을 물었다.쭈뼛쭈뼛 서로 쳐다만 보다 정재영이 “연극은 내가 배우로서 모자라다는 것을 까발려 주죠.”라며 맏형답게 말문을 열었다.장진이 이때다 싶어 끼어든다.“쟤는 영화할 때도 그래야 하는데….” 웃음이 터졌다. “극단 목화에서 오래 연기해서 낯설지 않아요.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하겠습니다.” 면접장의 수험생처럼 멈칫멈칫하면서도 똑부러지게 각오를 밝히는 임원희.“모두 한 작품 이상 같이한 스태프들이어서 달라진 것은 없고,똑같아요.”수줍은 소년처럼 더듬더듬 말을 잇는 신하균. 스타답지 않게 어수룩한 이들을 보고 장진이 한마디 거든다.“원래 말을 잘 못해요.마음으로 눈으로 말하는 배우들이죠.예전이나 스타가 된 지금이나 요만큼도 변한 게 없어요.여전히 연습시간에 늦고….” 다시 정재영이 끼어든다.“달라진 거 있어요.돈은 조금 더 주겠죠.” 돈 얘기가 나온 김에 제작비 규모를 물었다.대관료를 제외하고 개런티를 포함한 순 제작비가 2억여원.“배우들 개런티는 아직 계약하지 못했는데,임원희가 얼마를 부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장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임원희.악동 같은 얼굴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다. 농담 반 진담 반.진지하다가도 옆길로 새나가며 주위 사람들을 줄곧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장진은 그의 작품과 닮았다.작품이 그렇게 재기발랄한 건 그의 천성 덕인가 보다.“제 작품이 재밌다고요? 3편 이상 보면 ‘쟤 바닥났구나.’라고 하던데….요즘엔 저도 고갈되는 것을 느껴요.” 장진은 계속 글을 쓰고는 싶지만 나이 마흔 정도쯤에 상업영화와 상업극에서 손을 뗄 생각이다.“제가 마흔이면 영화를 10편쯤 찍을 텐데 지금 영화계를 봐요.그 정도 영화 찍고 살아 남은 감독 가운데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사람이 있는지.그 때까지 감독하라고 하면 나더러 죽으라는 거죠.필름 쪼가리나 구해서 단편영화를 찍으면 모를까.” 또 그는 참 엉뚱하게도 원예와 벌목사업을 하고 싶단다. “전쟁의 명분을 이해 못하는 국군,전쟁을 너무 잘 아는 인민군,전쟁을 아예 모르는 마을사람들이 총도,군복도 벗어던지고 만들어 낼 판타지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중견배우 윤주상이 촌장으로,코미디언 임하룡이 인민군 역으로 출연한다.새달 14∼29일 평일 오후 8시,토·일 오후 3시·7시(월 쉼).LG아트센터.(02)2005-0114. 김소연기자 purple@
  • 軍소재 한국영화 줄줄이 ‘레디 고’

    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해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진주만’.하와이의 초호화판 항공모함에 세계 영화관계자들을 불러놓고 국제적인 시사회를 가졌다.그때 동원된 거대 함선 ‘존 C 스테니스’호는 미군이 자랑하는 핵추진 항공모함.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쟁액션 ‘블랙호크 다운’도 실감나는 현대전을 묘사하는 데 펜타곤(미 국방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소말리아 내전 진압 때 실제로 쓴 미군 장비와 인력을 재동원했다. 할리우드 쪽에서나 가능하던 이같은 일들이 머잖아 국내 영화계에서도 실현될 것 같다.국방부는 최근 군 소재 영화에 장소와 장비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민간영화 제작지원’지침을 내놨다.그동안 제작사와 군부대가 개별 협의해 온 문제에 대해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창구를 열어놓은 것.‘공동경비구역 JSA’가 군 지원을 받지 못해 세트 제작에만 9억여원을 들인 2년전 상황과는 ‘천양지차’다. 口군,남북 이데올로기…한국영화의 새 소재 국방부가 이처럼 지원 결정을 하고 나선 것은,발빠르게 소재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한국영화의 제작추세에 자극받은 결과이기도 하다.군이나 남북 이데올로기를 소재로 기획·제작 중인 영화는 최근 줄을 잇는다. 국방부의 공식지원을 처음 받을 작품은 강제규 감독이 새달 촬영을 시작하는 ‘태극기 휘날리며’.장동건 원빈 이은주가 주연해 한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꽃피는 두 형제의 사랑을 그린다.본격 전쟁액션을 선언한 이 영화는 순제작비만 100억원을 예정하고 있다.대규모 전쟁장면을 재현하고자 육군 측에 촬영장소 및 당시의 카빈총·장갑차·북한군 따발총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 ‘해안선’도 군인 이야기다.민간인을 오인사살한 뒤 집단광기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군인이 주인공. 12월 중순 개봉할 ‘휘파람 공주’는 남북 대치상황과 군을 하나의 소재로 묶었다.평양예술단 수석무용수로서 남한을 찾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막내딸이 평범한 남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의 코미디. 전방에서 근무하는 초병이 처녀귀신과 사랑에 빠지는 ‘방아쇠’는 한창 촬영 중이다.해군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해양액션 ‘블루’는 내년 1월 말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에 들어갔다.한석규가 3년만에 찍는 영화 ‘이중간첩’도 남북 대치상황을 소재로 삼았다. 口자유롭고 유연해진 캐릭터 군은 물론이고 남북 이데올로기를 소재로 한 작품 속 캐릭터들은 최근 놀랄만큼 유연하게 묘사된다.무엇보다 북쪽 사람들이 더이상 ‘혁명전사’나 시대착오적 인간형으로 한정되지 않는다.예컨대 ‘휘파람 공주’의 여주인공(김현수)은 프랑스에서 발레를 전공한 해외유학파로 외국어를 서너 가지 구사한다. 제작사 측은 “CIA(미 중앙정보국)를 남북 공동의 적으로,북한 로얄패밀리를 발랄하고 코믹한 캐릭터로 설정했다.”면서 “몇년 전만 해도 군부대 지원은 커녕 제작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口국방부 지원은 어떻게? 국방부의 지원선언이 군과 남북대립을 소재로 한 영화제작 붐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그 조짐은 벌써부터 읽힌다.한국의 첫 여성 비행사의 일대기를 그리는 ‘청연’,공군조종사들의 우정과 애환을 다룬 ‘블루 스카이’,북한이야기를 코믹하게 엮을 ‘레드’등이 조만간 국방부에 장소 지원을 정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내 영화지원 업무를 담당할 비상설기구는 ‘민간영화 제작지원 심의회’.심의회의 한 담당자는 “육·해·공군에서 개별적으로 지원하던 것이 앞으로는 국방부 심의회로 창구를 단일화한다.”면서 “군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면 모든 군 소재의 민간영화들은 서울영상위원회를 통해 국방부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무로 제작자들의 기대 또한 작지 않다.무엇보다 스케일이 돋보이는 스펙터클 영화를 만드는 데 다시 없는 호재이기 때문이다.수십억원의 세트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포인트.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최근 군소재 영화를 만든 한 제작자는 “진한 섹스 장면,군인을 비하하고 위계질서를 흐트리는 듯한 대사가 한마디라도 나오면 제동이 걸리기 일쑤”라면서 “한국영화의 소재 확장을 위해 제작사와 군이 점진적으로 타협점을 찾아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軍 영화지원' 美선 어떻게-철저한 검토후 年5~6편만 지원 대본 수정요구 거부땐 지원안해 하늘을 가르는 멋진 전투기,실감나는 총탄세례,찡한 전우애….할리우드 전쟁영화가 군인의 꿈을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실제로 영화 ‘탑건’의 성공 후 미국에서는 해군장교 지원자 수가 5배나 늘었다. 그렇다면 이런 전쟁영화는 어떻게 만들까.무기·군 시설·군인을 쉽게 조달하려는 할리우드와,애국심을 자극하려는 군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할리우드와 정부의 공생관계는 2차대전부터 시작됐다.미 정부는 전쟁정보국 산하에 영화사무소를 설치,영화를 통해 참전의 정당성을 선전했다.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노골적인 선전영화는 불가능하게 됐지만,전쟁정보국의 역할은 국방부으로 이어졌다.한해 평균 200여편의 영화가 지원 요청을 하면,국방부 산하 할리우드 연락관들은 철저한 대본 검토를 거쳐 5∼6편을 선정한다.지원 승인만 떨어지면 인건비·연료비 정도만 받고 군 장비와 엑스트라를 제공한다. 관계가 이렇다 보니 군의 요청에 따라 대본을 고치는 경우가 허다하다.‘포레스트 검프’는 당초 검프의 동료 소대원들을 모두 얼뜨기로 묘사할 계획이었으나 멀쩡한 병사로 바꾸었다.‘윈드 토커’에서는,암호가 적발되면 사살하라는 명령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고쳐졌다.군·전쟁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지옥의 묵시록’‘어 퓨 굿맨’‘화성침공’등은 대본을 수정하지 않아 지원받지 못했다. 일부 영화 관계자들은 이런 국방부의 시나리오 수정 요청이 사전검열이라고 비판한다.군이 역사적 사실의 진실과 거짓 판단에 개입하게 되면 선전영화나 다름없다는 것.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들은 강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영화제작자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자신도 원하는 것을 얻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 [시네 드라이브] 스크린 스타의 힘?

    ‘명필름 VS 김혜수’ 국내 대표적인 영화사인 명필름과 캐스팅 1순위의 여배우 김혜수.요즘 충무로의 시선이 이들의 이야기에 일제히 쏠려 있다.그럴만도 하다.송사로까지 비화한 이들의 사연은,한국영화계의 왜곡된 제작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임상수 감독의 새 코믹드라마 ‘바람난 가족’에서 여주인공에 캐스팅된 김혜수가 크랭크인을 열흘 남짓 앞둔 지난달 22일 갑작스레 KBS 사극 ‘장희빈’에 겹치기 출연하겠다고 선언한 게 발단.12월30일까지 촬영을 마칠 계획이던 명필름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들어 김혜수에게 TV출연을 만류하다 결국 지난달 30일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부랴부랴 새 여주인공 캐스팅에 들어간 명필름 측은 어쨌든 속이 탄다.한 관계자는 “배우 출연료에서부터 감독 이하 60여명의 스태프진에게 지불한 돈이 이미 5억원이 넘는다.”면서 “새 주인공 캐스팅이 원활하지 못해 당초 계약상의 제작기간인 10주를 넘기면 꼼짝없이 추가 개런티를 지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많은 영화인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들이다.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스타파워가 제작을 쥐락펴락하는 현실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라는 것. 만성적 배우기근에 시달리는 충무로가 납작 엎드려 톱스타들의 비위를 맞춰온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지난해 개봉한 조폭영화 ‘이것이 법이다’도 제작을 앞두고 잡음이 컸다.처음 캐스팅한 주인공은 유오성.제작사(AFDF)로부터 계약금까지 받은 유오성이 ‘친구’촬영을 이유로 크랭크인 한달전에 출연의사를 번복,송사 직전까지 갔다.제작사는 유오성에게서 앞으로 제작할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접었다.구두로 계약한 상태에서 톱스타가 변심하는 바람에 제작사가 속앓이하는 사례야 비일비재하다.“한정된 몇몇 톱스타 위주의 안이한 제작관행에 대해 이번 참에 모두들 깊이 자성해 볼 일”이라는 영화가의 탄식이 깊어가는 이즈음이다. 황수정 기자
  • 11월의 문화인물 김승호씨

    문화관광부는 지난 50∼60년대에 우리 영화계를 이끌었던 연기파 배우 김승호(본명 김해수)씨를 1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했다. 김씨는 영화계의 스타였지만 강원도 철원 태생으로 초등학교 시절 서울 청진동 부근에서 살았다는 것 정도만 알려졌을 뿐 출생이나 성장 등 사생활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보성고보 1년을 중퇴한 그는 김두한의 소개로 동양극장의 극단에 들어가 배우가 됐다.무명 시절을 거쳐 1945년 자유극장 창립단원으로 참여했으며,1957년 제4회 아시아영화제 특별상 수상작인 ‘시집가는 날’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로맨스 빠빠’(신상옥 감독)로 제7회 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마부’(강대진 감독)로 제11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영화계 대표 배우로 자리잡았다. 대양영화사를 차려 영화제작자로도 활동했는가 하면 영화인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68년 12월 1일 지병인 고혈압으로 타계했다.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은 문화인물 선정을 기념해 오는 11일 시사실에서 ‘김승호 특별회고전’을,충남 온양문화원은 오는 25∼27일 영화상영 및 자료사진 전시회 등 ‘김승호 기념축제’도 갖는다. 서동철기자 dcsuh@
  • 영화단신/ 18~25일 ‘프리츠 랑 회고전’ 外

    ◆ 18~25일 ‘프리츠 랑 회고전' 문화학교서울은 18∼25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프리츠 랑 회고전’을 연다.프리츠 랑은 독일 표현주의의 거장이자 할리우드로 건너가 필름 누아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감독.‘엠’‘마부제 박사’‘달의 여인’등 13편이 필름으로 상영된다.특히 1927년 독일 개봉 당시 피아노와 미니 오케스트라로 연주한 오리지널 악보를 사용해 디지털로 새롭게 복원한 SF의 고전 ‘메트로폴리스’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02)533-3316. ◆ ‘실험영화 명품전' 31편 소개 일주아트하우스는 개관 2주년을 맞아 19∼22일 서울 아트큐브에서 ‘실험영화 명품전’을 개최한다.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을 비롯,20세기 후반 영화계의 흐름을 이끈 실험영화 감독의 중·단편 31편이 소개된다.구조주의 영화를 개척한 어니 기어의 ‘사이드/워크/셔틀’,할리우드 흑백영화의 이미지를 비튼 마틴 아널드의 ‘행동으로 옮기기’,핸드 페인팅 기법과 스크래치 기법을 도입한 스탠 브래커지의 ‘우울한 모세’,뮤직 비디오의 원조로 평가받는 브루스코너의 ‘영화’등을 상영한다.(02)2002-7777.
  • 영화 박스오피스/ 한국영화 1~6위중 5편

    한국영화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대박의 꿈을 이룰 조짐이다.주말 관객 수 1∼6위에 5편이 포진한 것.연휴 극장가를 독식한 ‘가문의 영광’은 3주째 1위를 고수했다. 지난 30일에 전국 관객수 300만을 돌파했다.3주째 2위를 지킨 ‘연애소설’도 만만치 않다.개봉과 동시에 3위에 오른 ‘도둑 맞곤 못살아’는 좌석점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아 대박을 장담하기는 빠르다. ‘오아시스’의 뒤늦은 선전도 눈에 띈다.스크린 수는 줄었지만 좌석점유율은 61%로,지난주보다도 높아졌다.‘보스상륙작전’도 전국 관객 100만을 넘어섰다.이번 주말에 ‘YMCA야구단’이 가세하면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한국영화계,모처럼 축포를 터뜨려도 좋을 듯 싶다. 김소연기자 purple@
  • 김인식감독 데뷔작 ‘로드무비’/동성애자·몰락한 펀드매니저 절망과 일탈의 여행 뒤끝은?

    검은 톤의 화면을 가득 메우는 남정네 둘의 거친 몸짓과 헉헉대는 숨소리.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남성 동성애자들의 정사 장면을 꼼짝없이 지켜봐야만 한다.영화 ‘로드무비’는 그렇게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시작된다. 거리에서 살아가는 동성애자 대식(황정민)은 몰락한 펀드매니저 석원(정찬)을 만나 사랑을 느낀다.자살을 시도하는 석원을 추스르고자 둘은 발길 닿는대로 여행을 떠나는데…. 화면은 놀랄 정도로 아름답다.서울역 지하도,동해의 쪽빛 바다,어두컴컴한 창고의 희뿌연 소금무더기 등등.제작진은 “전반부는 현실보다 거칠게 과장시킨 흑백 톤으로 채색해 동성애자들과 노숙자들의 절망을 가시화했고,후반부는 과장되게 화사한 색감으로 일탈의 정서를 표현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성이 보헤미안인 김인식 감독의 속내는 동성애 영화인 ‘로드무비'가 아닌 그냥 로드무비를 찍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동성애는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큰 힘이지만,그것을 이성애 코드로 바꿔치기 해도 맥락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더군다나 동성애영화에 중요한 요소인 성적 주도권 결정문제,기존의 가족·직장·친구 등 사회와의 관계 재정립 문제 등에 대한 탐색이 거의 없다.외국영화에서 이미 다룬 문제라서 생략했다면 무엇하러 ‘한국사회에서의 동성애자 이야기’를 만들었나? 정상적인 성적 정체성에 관한 갈등을 보여줄 일주(서린)나 아내,아들도 도중에 사라져 버린다. 결국 김인식 감독이 만들어낸 것은 ‘지금 여기로부터 멀리’떠나는 사람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이야기,로드무비였다.동성애 코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은 처음부터 목표점이 달랐기 때문인 듯하다.어쨌든 데뷔작을 이 정도 완성도 높게 빚어내는 신인감독을 맞이한 점을 한국영화계는 자축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영화계에 희소식 한가지 더.주연인 정찬과 황정민·서린 등의 성기·음모 노출 신에도 불구하고 ‘로드무비’는 ‘제한상영’이 아닌 ‘18세 이상 관람가’등급을 받았다.관계자들은 “특정 부위 노출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영상물등급 심의 관례를 볼 때 큰 사건”이라면서 “일부가 아닌 전체로 등급을 평가하려는 심의기준의 변화 조짐 아니겠느냐.”며 조심스럽게 희망섞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동성애… 청소년의 性… 불륜이야기…‘3色 性’ 충무로 달군다

    우연한 유행일까.의도된 결과일까. 한국영화계가 ‘섹스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조폭코미디에 점령돼 있던 충무로가 성(性)이란 소재를 개성있게 변주한 작품들로 일대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현재 기획·제작되거나 개봉 대기중인 작품들을 꼽아 보면 그런 경향을 한눈에 알 수 있다.충무로가 주목한 성은 세가지 색깔.차마 스크린에 담을 엄두를 못 내던 ‘동성애’,보는 쪽도 만드는 쪽도 왠지 껄끄럽던 ‘청소년의 성’,은밀해서 변함없이 매혹적인 ‘불륜’. 기획자들끼리 사전담합했을 리야 만무한 터.“오랫동안 금기시해 온 얘깃거리가 좀 더 색다른 자극제를 찾는 충무로 사람들의 시야에 동시다발적으로 띈 결과”라고 관계자들은 풀이한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김인식 감독의 ‘로드 무비’는 ‘한국 최초’란 수식어가 붙는 동성애물.직장을 그만두고 방황하던 남자와,성 정체성으로 갈등하다 가족을 버린 동성애자의 파격적인 애정을 그렸다.두 남자가 전라로 펼치는 농도짙은 섹스신으로 애당초 제작사는 ‘제한상영가’등급을 각오(?)했을 정도.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등급을 받아낸 제작사측은 “관객들의 유연해진 성 인식 덕분”이라고 안도했다. 김응수 감독의 ‘욕망’도 극을 끌어가는 모티브는 동성애다.남편이 젊은남자와 사랑에 빠지자 아내는 남편의 ‘남자 애인’을 유혹해 복수한다. 이전의 한국영화들에서 동성애 코드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건 아니다.그러나 까놓고 중심소재로 올리진 않았다.‘내일로 흐르는 강’(1996년)에서는 동성애자의 가족이야기가 주제였고,지난해 개봉한 ‘번지점프를 하다’‘와니와 준하’,최근의 ‘연애소설’도 ‘긴가 민가’수준의 동성애 표현에 그쳤다. “우리라고 ‘아메리칸 파이’(할리우드산 청춘섹스 코미디)를 못 만들어?” 충무로의 관심은 마침내 10대의 성에도 초점을 맞추었다.정초신 감독의 청춘코미디 ‘몽정기’. 사춘기의 성 호기심을 얼마만큼 솔직하게 그릴지,제목이 먼저 귀띔해 준다.남자 중학생들이 여자 교생을 놓고 ‘무례’한 성적 호기심을 ‘발칙’하게 달래는 게 줄거리다. 그래도 아직은 부끄러운 걸까.코미디의 외피로가리기는 ‘동정없는 세상’(김종현 감독)도 마찬가지다.어떻게든 동정(童貞)을 떼겠다고 좌충우돌하는 19세 남자가 주인공이다.한창 찍고 있는 윤제균 감독의 ‘색즉시공’도 차력사인 남자 대학생과 여대생이 ‘성적 농담’을 대담하고도 코믹하게 엮는다. 멜로의 장르를 빌려 잊을만 하면 고개드는 소재가 불륜이다.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 원작인 변영주 감독의 ‘밀애’가 새달 초 개봉한다. 평범한 주부가 남편의 외도를 알아챈 뒤 우연히 만난 남자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빙의’라는 이색설정으로 불륜을 은근슬쩍 가린 작품도 있다.이미연·이병헌 주연,박영훈 감독의 ‘중독’.죽은 남편의 영혼이 시동생에게로 옮겨가자 그와 위험한 관계를 맺는 여자의 이야기다. ‘밀애’를 제작하는 좋은영화의 조윤미 마케팅 실장은 “몇년 전만 해도 불륜 드라마의 타깃은 30대였다.그러나 최근엔 영화의 주소비층인 20대로 낮춰 기획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한 작품은 이말고도 많다.주인공을 트랜스젠더로설정한 뮤지컬 코미디 ‘미스터 레이디’,남자들의 성을 집요하게 파헤친 ‘마법의 성’등이 있다. ‘마법의 성’을 연출한 방성웅 감독은 “영화를 처음 기획한 건 8년전이다.당시는 만들 엄두를 못냈지만 요즘 신세대는 이해할 거라고 판단했다.”고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관객이 기대하는 이야기 소재도 따라서 다양해진다. 성을 화두로 붙든 충무로의 ‘실험’이 어느 정도까지 과감해질지,금기에서 풀려난 한국영화 속 섹스가 얼마나 긴 생명력으로 이어질지,즐겁게 지켜볼 일이다. 황수정기자 sjh@
  • 오피니언 중계석/ P2P 방식을 통한 정보교환의 법적쟁점 - ‘소리바다’ 폐쇄 어떻게 볼 것인가

    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7월 말 ‘소리바다’가 폐쇄됐다.이후 ‘소리바다’폐쇄가 과연 옳은지,‘소리바다’가 폐쇄됐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노래를 다운받아 즐기는 일이 중단될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그 논란에 비하면,폐쇄 조치 자체가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관한 논의는 사실 거의 없었다.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27일 연세대 빌링슬리 관에서는 우지숙 서울여대 교수,전현성 와이즈피어사 부사장,이은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최정환 법률사무소 두우 변호사 등 1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P2P(peer to peer우지숙 서울여대 교수는 “소리바다 판결은 기술환경을 통제하려고 했으나 현실적으로 통제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판결”이라고 해석하고 “P2P 기술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과 탈집중화한 공유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고주장했다. 우교수는 또 “기술의 적용범위 역시 파일공유 서비스뿐 아니라 전자상거래·지식정보공유 등 매우 넓다.”면서 “이에 대한 섣부른 제재와 왜곡된 인식은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기술의 발전을 막는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소리바다에 대한 결정은 결국 ISP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는 인터넷에서의 의사소통 자유를 질식시키고,저작권의 자유이용에 관한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며,한국의 P2P산업 발전에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현성 와이즈피어 부사장은 “P2P기술은 불법적 용도 말고도 많이 활용될 수 있다.”면서 “P2P라는 단어보다는 ‘분산시스템’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장했다. 전 부사장은 “그렇지 않으면 국가산업에 중요한 개발을 지연하거나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정환 법률사무소 두우 변호사는 “한국 온라인 음악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터넷 상에서 불법복제되는 디지털음악에 대한 단속과 복제금지가 필요하다.”면서 “저작권보호기술의 표준화를 통하여 디지털 음악파일 불법복제를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변호사는 “현행 아날로그 중심의 저작권법은 디지털 환경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디지털 음악산업의 성장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새로운 법적 장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디지털시대 법률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중 동서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음악저작권 관련업체들이 소리바다를 직접 막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부정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디지털음악저작권 사용료 청구권은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며 절충안을 제안했다. 법률 실무진은 일반적으로 “소리바다류의 P2P기술은 ‘적절히’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소리바다 2.0의 사례에서 밝혀졌듯이 관련업체의 기술발달 속도를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맹점”이라고 인정했다. 또 “대기업내부에서의 메신저를 이용한 파일교환 등 현실적인 해석·적용·제재의 범위와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학계 전문가들은 “소리바다 금지는 인터넷 사전검열 등 언론자유 침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면서 “과거 영화계가 반대한 비디오테이프는 결국 영화산업을 크게 융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P2P 기술이 어떤 공익효과를 추가로 발생시킬지 지금 시점에서 성급히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정리 채수범기자 lokavid@
  • 베니스영화제 특집/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이창동/ “”찍고 또 찍고”” 완벽주의 정평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던 사람이 20여년 뒤 베니스국제영화제 시상대에서 세계인의 갈채를 이끌어낼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제5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이창동(48)씨는 영화감독 이전에 국어교사이고 소설가였다.대구에서 태어난 이감독은 1980년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6년동안 고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83년 중편소설 ‘전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이력을 쌓기 시작됐다. ‘운명에 관하여’(87년)‘녹천에는 똥이 많다’(92년)등으로 이름있는 문학상 수상작가로 이름이 들먹여지는가 했더니 93년 아예 영화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시나리오를 직접 써 조감독으로 나선 것.박광수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도 조감독과 각본을 함께 맡았다.97년 한석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초록물고기’로 국내외 각종 상을 휩쓸며 영화감독으로 정식 데뷔했다. 이감독을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올려준 영화 ‘오아시스’는 그에게 불과 3번째 작품이다.그의 수상에 영화계가 놀라움과 시샘이 뒤섞인 시선을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현장 밑바닥에서부터 십수년간 ‘눈물젖은 빵’을 먹어온 도제식 감독도,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혜성처럼 나타난 신세대 감독도 그는 아니다.감독 자신은 물론이고 그를 보는 주위의 시선이 늘 여유 있는건,맺힌 데 없이 순탄하고 ‘자생적’인 영화이력 덕분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150여명의 기자단 속에서도 감독의 여유는 여전했다.특유의 느리고 여유 있는 어투로 “감사하다.”며 수상소감의 운을 뗀 감독은 “이 많은 상(감독상,신인배우상,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등 모두 5가지를 챙겼다.)을 들고 집에 가면 집사람이 트로피 말고 돈을 갖다달라고 할 것 같다.”고 익살을 피웠다. 리얼리즘이 살아 있는 작가주의 영화를 고수해 온 감독은 상복도 많았다.주인공 ‘막둥이’를 통해 근대화의 어두운 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초록물고기’로는 밴쿠버영화제 용호상을 받는 등 20여 해외영화제에 불려다녔다.설경구와 처음 인연을 맺으며,왜곡된 현대사를 치열하게 사실 묘사한 ‘박하사탕’(99년)도 카를로비바리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아냈고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해외에서 먼저 그의 진가가 소문난 덕에 그는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부터 ‘특별대우’를 받았다.영화제 측에서 필름접수 공식마감이 끝나고도 한달이나 기다려줬을 정도. 무뚝뚝한 표정에 하나도 재미 없을 사람같지만,함께 일해온 배우들 이야기로는 그게 아니다. 명콤비로 소문난 설경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던진 말.“이감독,그런‘변태’가 없어요.마음에 드는 컷이 나올 때까지 찍고 찍고 또 찍거든요.직접 쓴 시나리오의 지문은 또 얼마나 꼼꼼하다고요.” 촬영현장에서는 다시없는 완벽주의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강단에 선다.인기 TV드라마 ‘고백’의 작가 이란씨가 부인이다. 황수정기자 sjh@
  • [사설] 칸에 이은 베니스의 쾌거

    이창동 감독이 작품 ‘오아시스’로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지난 5월 임권택 감독의 칸 영화제 감독상에 이은 쾌거다.영화는 가장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주제의 심오함과 서사 전개의 정제·완결미에서 순수 예술과도 겨룰 수 있는 장르이다.근대적 각성과 상상력이 있는 곳이면 예외없이 자신들의 삶과 역사와 의식과 꿈을 스크린 위에 입체화하고자 했다.그러나 자본주의의 힘이 문화에서도 맹위를 떨치면서 무분별한 상업성과 미국 할리우드에 각국의 영화관이 속속 점령당하고 예속되었다. 우리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으나 1990년대 후반 새로운 시각과 용기를 지닌 영화인들의 노력 덕분에 세계가 주시하고 선망하는 자국산 관람 비율을 획득했다.지난해 8000만명을 넘어선 국내 영화관객 중 45%가 한국 영화 차지였다.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조폭 소재 일변도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임권택 감독의 칸 감독상과 이번 이창동 감독의 베니스 감독상은 최근 한국 영화가 어렵게 일군 성취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면서,또 세계 영화계가예의를 갖추며 내놓은 권고와 제시라고 할 수 있다. 임 감독과 이 감독 모두 한국 제일의 작가주의 감독으로,관객들은 이들의 작품에서 감독의 예술적 작가 정신과 상업성,흥행에의 기본적 고려가 늘 긴장관계에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작가와 감독들의 긴장은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꺾이기 쉽다.칸과 베니스가 먼저 격려의 손길을 뻗쳤으니,이젠 우리 국내 영화팬이 나설 차례다.수상작 ‘오아시스’는 밑바닥으로 전락한 전과자와 중증 장애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영화가 대중적이면서도 깊이를 가지기를 조금이라도 바라는 관객이라면 서둘러 ‘오아시스’를 보자.
  • 베니스영화제 특집/ 영화제 이모저모-오아시스 시사회때 기립박수 받아

    ■“결국 해냈구나.” 8일(현지시간)오아시스의 감독상이 결정되자,이탈리아 베니스의 리도섬 살라그란데에 모인 각국기자 150여명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오아시스’는 그 전날 저녁에 있은 공식시사회에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립박수를 받는가 하면 현지 영화소식지인 ‘필름 데일리’에서 8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얻는 등 현지에서는 이미 주요 상 수상이 확정된 분위기였다.6·7일 열린 공식시사회에서도 “경쟁부문 중 최고”“사랑과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며 관객들이 극찬한 바 있다. ■이로써 한국영화는 3대 메이저 영화제에서 한해 두차례나 감독상을 받은 대기록을 남겼다.즉 세계 영화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당당히 진입한 것이다.베니스영화제에서만 해도 지난 99년 ‘거짓말’(장선우)을 시작으로 ‘섬’‘수취인불명’(이상 김기덕)에 이어 ‘오아시스’까지 4년 연속 경쟁부문에 한국영화를 초청하는가 하면,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이번에 ‘오아시스’를 초청작 명단에 포함시키고자 출품작마감을 한달이상 미루는호의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디지털네가(대표 조성규)가 제작하고 홍콩의 프루트챈이 감독한 영화 ‘화장실 어디예요?’는 ‘업스트림(Up Stream)’부문상을 받았다.업스트림 부문은 지난해 신설된 ‘현재의 영화(Cinema of the Present)’의 이름을 바꾼 것으로 신인 감독 작품이나 대안적 영화를 초청 대상으로 삼는다. 이 작품은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생로병사의 주제를 젊은이 시각으로 풀어낸 로드무비.97년 데뷔작 ‘메이드 인 홍콩’으로 일약 세계적인 감독으로 떠오른 프루트챈은 ‘두리안 두리안’‘할리우드 홍콩’에 잇따라 3년연속 베니스 경쟁부문 진출기록을 세웠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영국 감독 피터 뮬란의 ‘막달레나 시스터스’가 받았다.뮬란은 지난 98년 칸영화제에서 켄 로치 감독의 ‘내 이름은 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어 칸과 베니스에서 남우주연상과 그랑프리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갖게 됐다.‘막달레나 시스터스’는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수녀원에서 혹사당하며 일하는 여성 3명의 이야기를 다룬영화.지난 4일 바티칸이 영화 내용에 대해 유감 성명을 발표했으며,영화제 기간중이탈리아 극장에서 개봉해 영화제 참가 자격시비 소동도 빚었다. ■남우주연상은 ‘운 비아조 치아마토 아모레(사랑으로 불리는 여행)’의 이탈리아 배우 스테파노 아코르시,여우주연상은 ‘천국에서 먼(Far From Heaven)’의 줄리안 무어,심사위원대상은 안드레지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러시아영화 ‘바보들의 집’,특별상은 ‘천국에서 먼’을 촬영한 에드워드 래크먼이 각각 받았다.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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