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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은 내 인생… 열정 없어지는 날 상상하기 어려워”

    “작품은 내 인생… 열정 없어지는 날 상상하기 어려워”

    “영화는 상영관 스크린으로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등에서) 영화를 곧바로 찾아 볼 수 있는 점은 좋지만 스크린으로 봐야만 ‘어떻게 이걸 못 봤지’ 하는 대목을 찾아낼 수 있다. 이번 영화도 꼭 극장에서 보셨으면 좋겠다.”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레지던스 시설에서 만난 일본 영화감독 사토 신스케(52)는 다음달 16일 국내 개봉하는 ‘킹덤 2: 아득한 대지로’를 두고 이런 말을 먼저 꺼냈다. 이 영화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픈 시네마에 초청돼 먼저 공개됐다. 노예로 태어난 주인공 신이 천하대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향해 모험을 떠나 내란을 해결하는 ‘킹덤’(2019)에 이은 2편은 신이 대장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병사로서 전쟁에 참가하는 여정을 그렸다. 2006년부터 연재 중인 하라 야스히사의 만화 원작은 누적 판매 부수 9200만부를 넘겼다. ‘킹덤 2’는 10억엔의 제작비로 57억엔을 벌어들였고, 일본에서만 두 편 합쳐 100억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토 감독은 ‘아이 엠 어 히어로’(2016)와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2020)으로 국내에도 열광적인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는 애니메이션 감독, 시나리오 작가, 게임 제작자 등 다방면으로 활약한다. 매년 거르지 않고 작품을 내놓는 그는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를 워낙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계속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작품을 하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여러 만남을 갖게 되고, 기대하지 않은 것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주 많다”고 했다. “그것이 내 인생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열정이 없어지는 날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을 스크린에 옮기는 데 천재적인 역량을 발휘한다는 평을 받는 그는 “만화와 영화는 비슷한 것 같지만 격이 다르고 미디어도 다르다. 둘이 일치해서도 안 되고 아주 달라도 안 된다. 원작은 존중하지만 살아 있는, 인간성을 지닌, 실제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그 인간성을 중심으로 실사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철학에 대해 묻자 “작은 것 하나가 세상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처럼 영화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말을 해도 관객이 아주 다르게 받아들일 여지까지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는 그는 “아주 작은 것도 크게 될 수 있고, 그래서 테마를 넓히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된다. 영화에 숨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이 엠 어 히어로’ 때는 한국 스태프와 함께했고, ‘킹덤 2’에서는 중국인 스태프와 호흡하며 배우고 다른 대목에 놀라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식이나 세계관도 넓어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 올해는 열린다…12월 9일 대종상영화제

    올해는 열린다…12월 9일 대종상영화제

    내부 갈등과 공정성 논란으로 지난해 열리지 못했던 대종상영화제가 심사 방식을 확 바꿔 올해 개최된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1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2월 9일 제58회 대종상영화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작품 예비심사 방식이 출품제가 아닌 선정제로 바뀐다. 영화감독과 평론가, 기자, 프로그래머 등 심사위원 11명이 지난해 10월부터 1년 동안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237편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19개 부문별 본선 진출 작품을 5배수 선정했다. 이날 발표한 작품상 후보에는 ‘헤어질 결심’, ‘헌트’, ‘킹메이커’, ‘한산: 용의 출현’, ‘브로커’가 올랐다. 감독상 후보로는 박찬욱(‘헤어질 결심’), 변성현(‘킹메이커’), 김한민(‘한산: 용의 출현’), 신수원(‘오마주’), 홍상수(‘당신 얼굴 앞에서’)가 꼽혔다.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 ‘인생은 아름다워’ 염정아, ‘당신 얼굴 앞에서’ 이혜영, ‘오마주’ 이정은, ‘특송’의 박소담이 이름을 올렸다. 남우주연상 후보는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 ‘킹메이커’의 설경구, ‘브로커’의 송강호, ‘헌트’의 정우성, ‘비상선언’의 이병헌, ‘인생은 아름다워’의 류승룡이다. 이들 후보작을 평가할 국민심사단 1만명도 곧 모집한다. 남녀 주연·조연·신인상 등 6개 부문에 국민심사단이 매긴 점수와 심사위원 점수를 같은 비율로 합산해 최종 선정한다. 대종상영화제는 1962년 개최 이래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국내 대표 영화 시상식이다. 공정성 논란과 갈등으로 논란을 불렀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파행을 겪으며 열리지도 못했다.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장호 감독은 “그동안 대종상 파행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해온 기성세대로서 수치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거듭나는 대종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도 “영화인들의 무관심이 대종상을 오랫동안 국민의 무관심 속에 진행하게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 경기도의회, 개그맨·가수·성악가·아나운서 등 홍보대사 확대 위촉

    경기도의회, 개그맨·가수·성악가·아나운서 등 홍보대사 확대 위촉

    경기도의회(의장 염종현)가 홍보대사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  11일, 12일 이틀에 걸쳐 위촉식을 갖고 개그맨 김성규·박성광·정은숙, 가수 신대철·동후, 성악가 정찬희, 아나운서 김수경 등 7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을 새로 위촉했다. 개그맨 김성규는 KBS 10기 공채 개그맨으로 개그콘서트에서 10년 이상 활동했으며, 현재 KBS 코미디언극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개그맨 박성광은 KBS 공채 개그맨으로 개그콘서트, 그룹 ‘용감한 녀석들’ 멤버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정은숙은 SBS 공채 개그우먼 출신으로 ‘법무부와 농협이 함께하는 전국 다문화 가족 합창대회 사회’ 등 각종 행사 MC로 활약 중이다. 가수 겸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1985년 시나위 1집 앨범으로 데뷔해 ‘크게 라디오를 켜고’, ‘멀어져 간 사람아’ 등 여러 히트곡을 작사·작곡했다. 가수 동후는 1990년 그룹 피노키오 창단 멤버로 데뷔해 ‘널 사랑하는 이유’, ‘나보다 소중한 너’ 등을 노래했다. 성악가 정찬희는 국립오페라 합창단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아트컴퍼니 동행’ 대표를 맡고 있다. 아나운서 김수경은 MBC 라디오 앵커, YTN 아나운서 등을 거치며 ‘정오의 희망곡’, ‘FM가요응접실’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새롭게 임명된 홍보대사는 경기도의회가 자체 구성한 ‘홍보대사 선정 심의위원회(위원장 고준호)’의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공정하게 선발됐다.  도의회는 이번 신규 홍보대사들을 통해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정 홍보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도민 소통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염종현 의장은 “1,390만 경기도민의 행복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며 도민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경기도의회의 활동 모습을 널리 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특이하고 기발한 영화감독 알랭 기로디 “낮은 사람 보여주려”

    특이하고 기발한 영화감독 알랭 기로디 “낮은 사람 보여주려”

    프랑스의 영화감독 겸 배우 겸 작가 알랭 기로디(58)는 현역 영화감독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며 다른 이가 범접할 수 없는 영화철학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정규 영화 수업을 제대로 받은 적도 없다. 피카레스크 양식의 우화적인 스토리, 다양한 장르의 뒤섞임, 정형화되지 않은 유머를 통해 늘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찾은 기로디 감독은 10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마스터 클래스 ‘창의적이고 희귀한 시네아스트의 낯선 세계’를 통해 국내 팬들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 그의 최신작 ‘노바디즈 히어로’는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스칼렛’과 함께 이번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다. 프랑스 남부 빌프랑슈드루에르그 출생인 그는 노동자 아버지와 농장 관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영화계의 ‘아웃사이더’라 할 수 있는 그는 “열한두 살 때 TV로 영화를 보며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파리는 물리적으로 집에서 너무 멀고, 어느 정도 수준의 사회계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제가 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해서 단편을 찍던 시절부터 지방의 소도시가 배경이었다. 기로디는 “개인 취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선택이기도 하다”면서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고, 다른 사회계급, 기본적으로 현대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농민들이나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큰 도시보다는 좀 더 낮은 사회계층 사람들과 그들의 관계를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동성애자인 그는 중년 남성들의 에로스 장면을 가감 없이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도 어릴 땐 동성애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는데 영화에서도 그게 드러나는 것 같다. ‘도주왕’에서는 코미디로 풀어냈고, 극중 인물이 동성애자인데 젊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도 그렇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동성애 관계의 보편성을 찾아가는 작업을 계속해왔다”며 “열정적 사랑, 몸이 부딪히는 사랑에 대해 계속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2013년 발표한 ‘호수의 이방인’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감독상을 받으면서 거장 반열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 뒤에도 그는 작품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 예전처럼 저예산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는 “감독이라면 유명 배우들과 같이 작업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 볼까 하는 생각과 내가 계속해 온 제작환경에 남아 더 정제되고 겸손한 작품을 해나갈까 하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나는 매번 많은 관중을 만나고 싶다는 환상이 없다는 것을 결국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관객이 1만명이든 100만명이든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은 바뀌지 않고, 바꾸고 싶지도 않다”고도 덧댔다. 함께 일하고 싶은 글로벌 스타로는 하비에르 바르뎀, 안토니오 반데라스, 브래드 피트를 꼽았다. ‘노바디즈 히어로’는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서 테러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웃을 수 있는지 묻는 코미디다. 기로디는 “(기획) 당시 프랑스에서 한동안 이슬람 테러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평범한 도시에서도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기로디와 함께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카밀라 안디니 감독, 배우 카세 료, 이유진 프로듀서도 함께 했다.기로디는 젊은 시절 시나리오를 계속 써서 보내다 퇴짜 맞은 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처음 만든 영화가 1990년 단편 ‘불멸의 영웅들’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야간경비원 아르바이트 경험을 토대로 한 1994년 단편 ‘아침까지 가라’였다. 습작이라 할 만한 작품들이었는데 많은 영화제가 주목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영화 스튜디오의 보조 매니저로 일하기도 했는데 긴 영화를 하고 싶었던 그는 2001년 55분짜리 영화 ‘악당을 위한 햇살’을 내놨다. 닷새 만에 뚝딱 완성한 이 영화는 젊은 여자와 양치기가 만나 삶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이때 인연으로 제작사 파울로 필름을 알게 돼 장편 데뷔작 ‘오래된 꿈’을 만들었다. 폐쇄 직전의 공장 기술자가 마지막 기계를 해체하는 동안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그렸는데 독창적인 상상력이 돋보였다. 장 비고 상을 수상했고, 2001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뉴욕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에서 관심을 모았다. 장뤽 고다르는 “칸에서 본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했다. 2003년 ‘용감한 자들에게 휴식이란 없다’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소개됐다. 2005년 ‘때가 되었다’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우화로 다뤘다. 부랑아들에게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대지주가 해결사를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는데 줄거리의 일관성과 장르의 경계를 파괴하며 범죄극과 코미디, 호모섹슈얼리티를 뒤섞었다는 평을 들었다. 2009년 작품 ‘도주왕’은 40대의 농기구 판매원과 동성애 파트너, 10대 소녀가 겪는 신기한 모험을 그렸다. 주인공 아르망은 위험에 처한 소녀 퀴를리를 돕고, 호감을 느낀 둘은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을 피해 도피 여행을 떠나게 된다. 전작들이 전설이나 우화의 색채를 띈 것과 달리 이 작품은 현재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 영화 비평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2009년에 뽑은 그해의 10대 영화에 들었다. 2013년 작품 ‘호수의 이방인’은 국내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작품이다. 게이들이 찾는 호숫가에서 살인 용의자와 수사관으로 만난 두 남성의 기묘한 사랑을 그린 초현실주의 스릴러 영화다.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상을 수상했다. 엄밀한 시각적 구조와 장식 기법을 통해 기로디 영화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 작품 ‘스테잉 버티컬’(Rester vertical)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는데 창작의 영감을 갖고 싶어하는 영화감독 얘기를 담았다.
  • [문화마당] 파란색은 잘못 없다/김동명 영화감독

    [문화마당] 파란색은 잘못 없다/김동명 영화감독

    초등학교 시절 나는 육상선수였다.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묵묵히 참고 오래 달릴 수 있는 끈기는 있었다. 그 덕에 중장거리 선수로 여러 대회에 나갔다. 1등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그래도 끈기 하나는 끝내줬다. 매년 육상대회의 마지막은 도내 동계마라톤대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부는 일정 거리를 4인이 나누어 바통 터치로 완주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열렸다. 5학년 때였나 싶다. 매번 그렇듯 대회 며칠 전 번호표가 지급됐다. 여자는 빨간색, 남자는 파란색. 허나 나의 남자 같은 이름 때문이었는지 그날따라 파란색 번호가 배달됐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주최 측 실수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파란색 번호를 유니폼에 단 뒤 대회장으로 갔다. 가볍게 몸을 풀다가 점퍼를 벗었다.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나의 파란색 등번호를 보고 또래들이 갸우뚱거림과 동시에 키득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나는 어디론가 숨고 싶어졌다. 전후 사정 상관없이 왜 내가 이질감의 주인공이 돼야 하는지 억울했다. 나의 정체성이 파란색 번호로 비웃음 사는 일이 못 견딜 정도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구간을 빨리 마무리하고 파란색 번호를 등에서 떼어내 쓰레기통에 패대기쳤다. 등수고 나발이고 상관없었다. 가족사를 거슬러 생각해 보면 나의 남자 같은 이름은 첫째도, 둘째도 딸을 낳은 친정엄마가 겪은 아픔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이번엔 사내아이라고 확신한 엄마의 시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할아버지의 태몽 덕에 나를 낳고도 시댁에 기별조차 넣지 못한 엄마의 설움이 깃든 이름이니까. 할아버지는 손자의 기대를 저버린 나의 탄생을 담배 연기로 꽉 채워 세리머니하셨다고 한다. 1970년대 후반의 남아선호사상은 이렇게 야만적이었다. 야만은 ‘셋째는 기필코 남자아이’라는 숙명을 낳았고, 그 결과 둘째인 나는 남자 같은 이름으로도 부족해 ‘꼭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그 덕인지는 알 수 없으나 5년 후 남동생이 태어났고 동시에 나와 언니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세월이 흘러 내가 엄마 나이가 되고 딸을 키우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파란색의 정체성은 다른 의미로 스며들었다. 여자아이가 핑크의 고정관념을 깨고 파란색을 선호하고,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갖고 놀기를 바라는 마음이 뭉게뭉게 커져 갔던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여자아이가 남성적인 놀이에 몰입하면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더 우월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일까. 요즘도 몇몇 부모들이 여자아이에게 남자 사주 운운하며 파란색의 허울을 씌우고 있다는 이야기에 못마땅해져 어린 시절 기억부터 끄집어내어 골몰해 본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허울의 기원을 명확히 알 길이 없다. 남자아이 같은 이름에서 연유한 파란색의 악몽을 여자아이라면 우월성의 상징으로 가져야 할 덕목의 색인 것처럼 둔갑시킨 나의 요지경이 참으로 미스터리할 뿐. 다만 분명한 것은 파란색 번호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점이다. 이것을 명명하고 구분해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선호색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구는 것, 그것도 모자라 파란색을 선호하는 것이 더 우월한 것쯤으로 여겼던 나의 무지함이 잘못이다. 나아가 시나브로 깃든 선조의 망령을 끊어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 남아를 선호했던 나의 부모 세대의 무지함이 잘못이다. 쓰레기통에 패대기쳐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것들이었다. 파란색은 잘못 없다.
  • 영화 틀 깨부순 ‘누벨바그’ 거장, 잠들다

    영화 틀 깨부순 ‘누벨바그’ 거장, 잠들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운동 ‘누벨바그’(뉴웨이브·새로운 물결) 사조를 이끌었던 현대 영화의 아이콘 장뤼크 고다르 감독이 별세했다. 91세.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복수의 외신이 고다르 감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고다르는 1930년 12월 3일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랑스인 의사였고, 어머니는 BNP파리바를 설립한 스위스 은행가의 딸이었다. 그는 영화 평론지 ‘카이예 뒤 시네마’에서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과 함께 기고 활동을 하며 누벨바그를 이끈 핵심 인물로 평가받았다. 1954년 영화 ‘콘크리트 작전’으로 데뷔한 그는 기존 영화의 문법을 거스르는 파격적인 스타일로 주목을 받은 ‘네 멋대로 해라’(1959)로 이름을 널려 알렸다. 대표작으로는 ‘여자는 여자다’, ‘비브르 사 비’, ‘자기만의 인생’, ‘미치광이 피에로’, ‘경멸’ 등이 있으며, 1965년 ‘알파빌’로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그는 화면이 거칠게 흔들리는 ‘핸드 헬드’ 촬영법, 장면과 장면을 급작스럽게 전환하는 ‘점프 컷’, 실존주의적 대사 등 급진적이고 과감한 연출을 선보이는 등 혁신적인 시도로 ‘영화 혁명가’로도 불렸다. 그는 “무언가를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로 데려가는지가 중요하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고다르처럼 영화적 전통을 파괴하는 방식을 이어받은 감독으로는 ‘택시 드라이버’의 마틴 스코세이지, ‘펄프 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이 꼽힌다. 새롭고 실험적인 연출로 현대 영화의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점 등을 인정받아 2011년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고, 2018년 영화 ‘이미지 북’으로 칸영화제 특별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또한 2년 전까지도 각본을 쓰는 등 누벨바그의 마지막 감독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 왔으며, “영화는 현실이나 또 다른 예술 장르와 구별돼야 할 고유의 장르”라는 신조를 평생 충실히 지켰다. 로이터는 “헝클어진 머리와 굵은 뿔테 안경 차림의 고다르는 영화감독과 배우를 일류 화가나 문학의 대가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진정한 혁명가였다”고 언급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고다르는 누벨바그 영화인 중 가장 뛰어난 우상 파괴자이자 천재였다”며 “우리는 오늘 국보를 잃은 것”이라고 추모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로 세상 떠난 장뤼크 고다르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로 세상 떠난 장뤼크 고다르

    영화사에 변혁을 몰고온 누벨바그(Nouvelle Vague) 사조를 이끈 프랑스의 거장 감독 장뤼크 고다르가 91세를 일기로 세상과 작별했는데 고인이 스위스에서 합법인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을 통해 눈을 감았다고 해서 더욱 화제다. 프랑스는 관련 법령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고다르는 13일(현지시간) 로잔 근처의 소도시 롤레의 자택에서 역시 영화감독인 배우자 안느 마리 미비유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히 눈을 감았다고 가족 대변인이 전했다. 법률 고문인 파트릭 잔느레는 “복수의 불치성 질환”을 앓은 고인이 스스로의 뜻에 따라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조력자살 방식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잔느레는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고다르는 당신이나 나처럼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그는 평생 그래왔듯 굉장히 명료하게 ‘이제 이만하면 됐다’고 말했다”고 설명한 뒤 고인이 ‘존엄하게’ 죽기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조력 자살은 의료진이 약물을 처방하되, 환자 스스로 약물을 복용 또는 투약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환자의 요청으로 의료진이 직접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환자의 생을 마감케 하는 안락사와 구분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은 특정 조건 아래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2016년 개정된 법률에 따라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 대해 의료진이 연명치료를 멈추고 숨을 거두기 전까지 수면유도제를 투여하는 것만 허용되고 있다. 안락사나 조력자살은 여전히 불법이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의 일부 환자들은 안락사 등이 허용되는 유럽 다른 나라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려 떠난다.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스위스의 조력 자살을 이용해 지난해 죽음을 맞은 이가 있었다. 그 동행 여행의 아픈 경험담을 옮긴 책이 최근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고다르의 죽음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도 조력자살 등에 대한 합법화 논의가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고다르 별세 당일인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토론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보건 분야 종사자들과 협력해 몇 개월 동안 논의할 것이며 지역별 토론도 전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정당 소속 의원들과 논의도 진행해 내년쯤 법 개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조력자살 합법화에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고 밝혔다.마크롱 대통령은 “고다르는 누벨바그 영화인 중 가장 뛰어난 관습 파괴자이자 천재였다”며 “우리는 오늘 국보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클로드 샤브롤, 에리크 로메르,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 등과 함께 1960년대 누벨바그 운동을 주도한 그는 통념적인 서사와 기존의 영화 관습을 깨뜨리는 연출로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고다르는 1930년 12월 3일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랑스인 의사였고, 어머니는 BNP 파리바를 설립한 스위스 은행가의 딸이었다. 영화 평론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기고하던 그는 1960년 갱스터 로맨스 ‘네 멋대로 해라’로 파란을 일으키며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다. 화면이 거칠게 흔들리는 ‘핸드헬드’ 촬영법, 장면과 장면을 급작스럽게 전환하는 ‘점프 컷’, 실존주의적 대사 등 통념적인 서사와 기존의 영화 문법을 거스르는 급진적이고 과감한 연출로 주목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여자는 여자다’(1961년), ‘국외자들’(1964년), ‘미치광이 피에로’(1965년), ‘알파빌’(1965년) 등이 있다. ‘알파빌’로는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1968년 학생 혁명 때 파리 거리로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와 학생들의 행진 모습을 담을 정도로 현실을 기록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1970년대 들어서는 좌파사상과 반전 운동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1960년대와 같은 큰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그 뒤 스위스에서 칩거하던 그는 2014년 ‘언어와의 작별’, 2018년 ‘이미지의 책’을 내놓는 등 80대에 접어들어서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내려놓지 않았다. 로이터는 그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네 멋대로 해라’와 ‘사랑과 경멸’ 등은 영화의 지평을 넓혔고, 그의 전성기였던 1960대 이후 많은 ‘관습 파괴적’ 감독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택시 드라이버’의 마틴 스코시지, ‘펄프 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 ‘매쉬’의 로버트 올트먼, ‘부기 나이트’의 폴 토마스 앤더슨 등 할리우드 거장들이 고인의 영향을 받은 감독들로 꼽힌다.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 프로덕션 이름을 고인의 말년 작품 제목을 따와 ‘A Band Apart’라고 지었다. 스코시지는 브리지토 바르도가 주연한 고인의 연출작 ‘경멸’을 가장 좋아하는 작품 10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로이터 통신은 “헝클어진 머리와 굵은 뿔테 안경 차림의 고다르는 영화감독과 배우를 일류 화가나 문학의 대가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진정한 혁명가였다”고 언급했다. 고다르는 생전에 비평가들과 그리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비평가들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비평가 피터 브래드쇼는 그를 ‘비틀스’의 존 레넌,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 등에 비교하며 “20세기의 마지막 위대한 모더니스트가 숨을 거뒀다”고 애도했다. 영화잡지 버라이어티의 기 로지 평론가는 “고다르가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는 정말 많은 것을 바꿨다”고 촌평했다. 한편 고인의 유족은 장례 예식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며 유해는 화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갑질’로 피소…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약 2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위 여배우가 주장한 김기덕 감독이 남자배우의 특정 신체를 만지도록 한 강요는 메이킹필름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했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고,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메이킹 필름이 제작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 美 LA. ‘오징어 게임의 날’ 제정…이정재 “가장 즐거운 기념일 되길”

    美 LA. ‘오징어 게임의 날’ 제정…이정재 “가장 즐거운 기념일 되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시가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기념하는 날을 제정했다. 12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LA시는 지난 9일(현지시간) ‘오징어 게임의 날’ 제정 선포식을 개최하고 매년 9월 17일을 기념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LA 시의회는 이 드라마가 아시안·태평양 커뮤니티의 발전과 화합에 미친 공로가 크다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현지 행사에는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과 주연배우 이정재, 제작사 사이렌픽처스의 김지연 대표가 참석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이 나온지 1년이 됐는데 마침 이런 날을 제정해주어서 너무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감격했다. 이어 “LA는 내게 제2의 고향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4년 동안 영화를 공부했고 2년간 LA에서 일하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면서 “앞으로 (드라마가 끝나더라도) 오징어 게임의 날은 영원히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이정재는 “LA에 있는 특별한 기념일 중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날이 가장 즐겁고 재미있으며 친구와 가족이 뜨겁게 화합하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한국 콘텐츠를 통해 우리 정서와 문화를 많이 알리고, 갈등과 분쟁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오징어 게임이 문화적 다양성의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고, 결의안을 발의한 한국계 존 리 시의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비영어권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징어 게임 팀을 대표해 김 대표가 드라마 트레이드 마크인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가세티 시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은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13개 부문에서 14차례 후보에 올랐다. 지난 4일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게스트상과 시각효과상을 받으며 이미 4관왕에 올랐고, 12일 열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을 놓고 겨룬다. 에미상은 1949년 처음 개최된 후 줄곧 영어로 제작된 드라마들만 최고 영예인 작품상 후보로 지명해왔기에 비영어권 드라마가 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건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다.
  •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외계인은 지구를 점령할 수 없다/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외계인은 지구를 점령할 수 없다/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인간이 가진 개념 중에 한 가지만 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유, 열등감 중 하나일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소유 개념이 없으면 인류사회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겠다 싶다가도,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열등감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적 거장이 된 박찬욱 영화감독이 존경한다고 얘기한 일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만든 ‘산책하는 침략자’란 영화가 있다. 최근 국내 연극무대에도 올려졌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은 지구인이 갖고 있는 선과 악, 자산, 가족 같은 개념들을 하나씩 빼내어 모은다. 지구를 완전하게 점령하기 위해서는 지구인의 개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개념을 빼앗긴 지구인들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는 집을 소유한다는 개념을 외계인에게 빼앗긴 젊은 청년이 그날부터 갑자기 너무나 행복해지는 것이다. 늘 자기 집을 자랑했었던 청년은 집의 소유라는 개념을 빼앗기고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연설을 거리에서 하는가 하면 이전에 비해 훨씬 성숙한 인간으로 이전과는 다른 행복감을 느끼는 듯 보인다. 열등감도 인간의 개념으로 분류하고 싶다. 열등감을 인류가 가진 심리적 본능으로 생각하게 되면, 그것을 해결할 길이 영원히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인간의 거의 모든 마음의 병은 열등감과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 심리문제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열등감의 배경에는 경쟁에서 비롯된 순위, 등수 개념이 있다. 뭐든지 타인과 경쟁해서 이겨 높은 순위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결국 인간으로 하여금 열등감을 갖게 만든 것이다. 오죽 힘들었으면 영특한 인류가 2등이란 개념을 만들었겠는가. 모두 1등만 할 수는 없지만 2등도 1등 못지않게 좋다는, 괜찮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 주는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인 셈이다. 1등 외 모든 것을 빼는 대신 2등을 더한 것이다. ‘산책하는 침략자’에서 지구인들의 모든 개념을 파악한 외계인은 본격적으로 지구를 침공한다. 그런데 명감독의 영화에는 늘 반전이 있다. 자세한 전개와 설명은 없지만 외계인이 물러간 폐허 속 막사에 한 여성이 말없이 누워 있다. 외계인은 이 여성에게서 사랑이라는 개념을 빼앗으려다 실패했는데, 여성의 사랑이 지구를 지켜낸 것이다. 산책하는 침략자 영화의 반전에 반전을 하나 더 더하고 싶어졌다. 소유와 열등감 중 하나를 빼는 대신 생태를 매개로 소유와 열등감을 합치는 것이다. 생태로 합쳐 보니 모두 연결돼 홀로 소유하는 대신 공유할 수 있게 되고, 아래 위로 나누어 열등감 가지지 않고 대신 옆으로 서서 같은 눈높이로 서로 사랑하게 된다. 외계인이 지구인으로부터 빼내가지 못한 마지막 개념은 실은 ‘생태’였을 것이다.
  • 개교 30주년 부산 동서대, ‘문화콘텐츠 아시아 최고 대학’ 비전 선포

    개교 30주년 부산 동서대, ‘문화콘텐츠 아시아 최고 대학’ 비전 선포

    부산 동서대학교가 개교 30주년을 맞아 영화 등 문화 콘텐츠 분야 역량을 강화하고 우수 유학생을 유치하는 등 미래 청사진을 공개했다. 동서대는 6일 교내 뉴밀레니엄관에서 개교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DSU 2030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임권택 영화감독, 장제원 국회의원, 백종헌 국회의원, 잉가 잘레니에네 리투아니아 미콜라스 로메리스 대학교 총장,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비전 등이 참석했다. 비전 발표에 나선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차별화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발에도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시아 문화콘텐츠 분야 넘버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글로벌 명문 사학으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서대는 이날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영화 감독형 교수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감독이 영화 제작 전반을 아우르듯 전임교수가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아 학생 교육에 적용할 과목 설계를 하고, 현장 전문가를 교수 요원으로 섭외해 팀 티칭을 하는 방법이다. 내년 새학기 공과대학부터 먼저 적용할 방침으로, 동서대는 이 방법을 통해 학생은 현장감 넘치는 최신 교육을 받고, 학교는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서대는 또 우수한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온라인 대학인 AAU(Asian Alliance University)를 설립할 계획이다. 동서대에서 온라인 강의를 송출하고, 아시아 전 지역에서 모집한 학생들이 거주지역에서 AAU에 접속해 수업을 받게 된다. 학생들은 2년 간 온·오프라인 수업을 통해 학점을 취득한 후 3학년이 되면 동서대에서에 유학하면서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이같은 학교 혁신 계획은 Excellence, Everywhere, Engagement라는 3E 전략으로 요약된다. Excellence는 특성화에 더욱 집중해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아시아 최고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고, Everywhere는 학생에게 세상 어디서든 수학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서대는 전 세계에 글로벌체험학습장 1000곳 이상을 만들어 학생을 파견할 예정이다. Engagement는 부산을 비롯한 인접 도시 등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주겠다 의미다.
  • “판빙빙 섭외하러 간다” 사기 혐의…주경중 영화감독, 2심도 집행유예

    “판빙빙 섭외하러 간다” 사기 혐의…주경중 영화감독, 2심도 집행유예

    영화감독 주경중(63)씨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정덕수 최병률 원정숙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씨에게 최근 1심과 같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주씨는 지난 2015년 11월∼12월 “중국 배우 판빙빙(范氷氷)을 섭외하러 가야 한다”며 지인에게 4000만원을 빌리는 등 총 50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주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영화사 직원들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거짓으로 돈을 빌렸다. 주씨는 재판에서 사무실 임대차보증금 1억원이 있어 돈을 돌려줄 수 있으므로 속일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임대차보증금 역시 영화제작을 위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투자받은 돈에서 지급됐고, 사무실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임대차보증금을 빌린 돈을 갚는 데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속여 금액을 가로챈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씨가 피해 금액을 변제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반영해 징역형 집행을 유예했다. 주씨는 2003년에 개봉한 영화 ‘동승’으로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상하이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 27세 세계 2위도 강서브에 무릎… 41세 세리나 빅스텝은 계속된다

    27세 세계 2위도 강서브에 무릎… 41세 세리나 빅스텝은 계속된다

    41세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가 세계 2위를 제압하고 ‘은퇴 무대’의 제3막을 열어젖혔다. 세리나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2회전에서 아네트 콘타베이트(에스토니아)를 2-1(7-6<6-4> 2-6 6-2)로 제쳤다. 세리나는 예브게니야 로디나(러시아)를 2-1로 제친 아일라 톰랴노비치(46위·호주)와 3회전을 치른다. 세리나는 이달 초 공개된 미국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테니스를 즐기지만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공식적으로 US오픈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이번 대회를 은퇴 무대로 받아들였다. 1회전에 이어 이날도 타이거 우즈,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 유명 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아 세리나의 ‘은퇴 투어’가 이어지길 바라며 뜨겁게 응원했다. 같은 시대를 풍미한 우즈는 세리나가 1세트를 따내자 마치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불끈 쥔 주먹을 치켜올리며 포효하기도 했다. 27세로 기량이 한창인 데다 세계 2위를 꿰찬 콘타베이트는 14살이나 많은 윌리엄스에겐 분명 버거운 상대였다. 승패를 예측하는 ‘IBM 파워 인덱스’는 경기 전 콘타베이트의 승률을 79%로 훨씬 높게 봤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첫 세트 세리나가 먼저 상대 서브 게임을 잡아내 게임 5-4로 앞서 나갔지만 콘타베이트가 곧바로 다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균형을 맞췄다. 그는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샷으로 세리나를 괴롭힌 끝에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몰고 갔지만 결국 세리나의 강서브 앞에 무너졌다. 세리나는 2세트를 속절없이 내줬지만 3세트 3-0으로 일찌감치 앞서 나간 뒤 강력한 포핸드를 좌우로 뿌리며 콘타베이트의 실수를 유도했다. 상대 서브 게임을 두 차례나 잡아내며 승기를 틀어쥔 세리나는 여덟 번째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장식하면서 32강행을 확정했다. 경기를 마친 세리나는 “내 경기력에 의문부호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음 상대는 더 어렵겠지만 지금은 생각하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에이스에서 11-5로 콘타베이트를 압도했고, 최고 시속은 192㎞로 1회전의 188㎞를 웃돌았다.
  • 세리나 윌리엄스, 세계 2위 제압하고 은퇴 무대 제3막

    세리나 윌리엄스, 세계 2위 제압하고 은퇴 무대 제3막

    41세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가 세계 2위를 제압하고 ‘은퇴 무대’의 제3막을 열어젖혔다.세리나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2회전에서 아넷 콘타베이트(에스토니아)를 2-1(7-6<6-4> 2-6 6-2)로 제쳤다. 세리나는 예브게니야 로디나(러시아)를 2-1로 제친 아일라 톰리아노비치(46위·호주)와 3회전을 치른다. 세리나는 이달 초 공개된 미국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테니스를 즐기지만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공식적으로 US오픈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이번 대회를 은퇴 무대로 받아들였다. 1회전에 이어 이날도 타이거 우즈,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 유명 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아 세리나의 ‘은퇴 투어’가 이어지길 바라며 뜨겁게 응원했다. 같은 시대를 풍미한 우즈는 세리나가 1세트를 따내자 마치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불끈 쥔 주먹을 치켜올리며 포효하기도 했다.27세로 기량이 한창인 데다 세계 2위를 꿰찬 콘타베이트는 14살이나 많은 윌리엄스에겐 분명 버거운 상대였다. 승패를 예측하는 ‘IBM 파워 인덱스’는 경기 전 콘타베이트의 승률을 79%로 훨씬 높게 봤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첫 세트 세리나가 먼저 상대 서브 게임을 잡아내 게임 5-4로 앞서나갔지만 콘타베이트가 곧바로 다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균형을 맞췄다. 그는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샷으로 세리나를 괴롭힌 끝에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몰고 갔지만 결국 세리나의 강서브 앞에 무너졌다.세리나는 2세트를 속절없이 내줬지만 3세트 3-0으로 일찌감치 앞서나간 뒤 강력한 포핸드를 좌우로 뿌리며 콘타베이트의 실수를 유도했다. 상대 서브 게임을 두 차례나 잡아내며 승기를 틀어쥔 세리나는 8번째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장식하며 32강행을 확정했다. 경기를 마친 세리나는 “내 경기력에 의문부호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음 상대는 더 어렵겠지만 지금은 생각하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에이스에서 11-5로 콘타베이트를 압도했고, 최고 시속은 192㎞로 1회전의 188㎞를 웃돌았다.
  • 갈등 계속되는 ‘안나’…감독 “사과 받았다” vs 쿠팡플레이 “허위 사실”

    갈등 계속되는 ‘안나’…감독 “사과 받았다” vs 쿠팡플레이 “허위 사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 드라마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이 일방적 편집에 대해 사과를 받았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쿠팡플레이 측이 허위 사실이라며 반박했다. 쿠팡플레이는 22일 공식 입장을 내고 “이주영 감독 측과 지난 19일 비공개 회의를 진행한 바 있으나, 21일 이 감독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본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허위 사실이 일방적으로 배포되었다”며 “쿠팡플레이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실 관계를 정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감독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시우의 송영훈 변호사는 21일 ‘쿠팡플레이가 편집과정에서의 논란에 대해 일괄 사과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항의하자, 감독의 법률대리인 조광희 변호사가 ‘당시 음주로 인해 합의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며 실책을 자인했다는 게 쿠팡플레이의 설명이다. 쿠팡플레이 측은 “지난 19일과 21일에 걸쳐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중재한 회의를 통해 이 감독은 당사가 감독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하지 않았음을 시인하고 오해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6월 초 이 감독과 쿠팡플레이, 제작사가 모두 참여해 진행한 회의에서 6편에 대한 편집 진행과 함께 8편의 감독편을 별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사전에 인지했음을 재확인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쿠팡플레이는 감독 및 제작진 6명에 대한 크레딧 삭제 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감독 측이 여론전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쿠팡플레이는 “그간 논란에 대한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한편 이 감독 측과 오해를 풀기 위해 성실히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다시 일방적인 허위 사실을 배포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이 감독은 물론 조광희 변호사와 송영훈 변호사, 그리고 해당 법무법인에 대한 법적 조치를 통해 그간의 회의록을 포함한 객관적 증거 등을 제시하고 사실 관계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감독판 8편 전편이 공개된 이후 어느 정도 봉합되는 듯했던 ‘안나’ 일방 편집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 8부작→6부작으로…쿠팡플레이, 이주영 감독 만나 ‘안나’ 일방 편집 사과

    8부작→6부작으로…쿠팡플레이, 이주영 감독 만나 ‘안나’ 일방 편집 사과

    8부작 드라마 ‘안나’를 6부작으로 일방 편집해 논란을 빚었던 쿠팡플레이가 이주영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정식 사과했다. 쿠팡플레이는 일방 편집본 크레딧에서 이름을 삭제해달라는 이 감독과 스태프 6인의 요구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나’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 감독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담당변호사 송영훈)는 “지난 19일 쿠팡플레이의 총괄책임자로부터 이번 사건(‘안나’ 편집 논란)에 대한 진지하고 정중한 사과를 받았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이어 “사과와 함께 6부작 ‘안나’에서 이주영 감독 및 감독과 뜻을 같이한 스태프 6명의 이름을 삭제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쿠팡플레이 측의 사과는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중재로 이 감독과 쿠팡플레이 측이 비공개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이뤄졌다.앞서 이 감독은 ‘안나’를 8부작으로 집필·제작했지만, 쿠팡플레이가 작품을 일방적으로 재편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플레이에 지난 6월 공개된 ‘안나’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하고, 8부작으로 제작된 감독판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쿠팡플레이는 이 감독에게 수개월에 걸쳐 수정을 요청했지만, 이 감독이 거부함에 따라 작품을 원래 제작 의도에 맞게 편집했다고 반박해왔다. 이번 쿠팡플레이의 사과에 대해 이 감독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한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 민규동 감독님과 윤제균 감독님, 그리고 임필성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뜻을 함께 해준 스태프와 배우들께도 깊이 감사드리며, ‘안나’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며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의 마음도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 감독과 뜻을 같이한 스태프 6인은 이의태·정희성·이재욱·박범준·김정훈·박주강 등이다. 6부작의 크레딧에서 이름이 삭제되는 데는 1~3주가 걸릴 전망이다.
  • 이 얼굴이 36세라고? …영화감독 된 ‘문근영’ 근황

    이 얼굴이 36세라고? …영화감독 된 ‘문근영’ 근황

    배우 문근영이 최강 동안 비주얼을 자랑했다. 문근영은 1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영화제 심사를 위해 제천을 찾은 문근영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문근영은 미소를 짓고, 윙크를 하는 모습을 남겼다. 특히 올해 36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다. 문근영은 아역시절과 변함 없는 미모를 자랑하고 있어 시선을 집중시킨다. 한편 문근영은 올해 ‘심연’을 통해서 단편영화 감독으로 변신했다.
  • 쿠팡플레이, 편집 논란 ‘안나’ 감독판 오늘 공개

    쿠팡플레이, 편집 논란 ‘안나’ 감독판 오늘 공개

    편집 논란을 빚은 드라마 ‘안나’의 감독판이 12일 오후 8시에 공개된다. 쿠팡플레이는 이날 “지난달 종영된 6편의 ‘안나’에 이어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해 감독판 8부작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안나’는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주연을 맡아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3월 8부작으로 작품 촬영을 마쳤지만, 쿠팡플레이가 6월 초 다른 연출자와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작품을 재편집하겠다고 통보하고 6편으로 줄이면서 편집 논란이 일었다. 쿠팡플레이 측은 이주영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지만, 이 감독이 이를 거부했고 원래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계약에 근거해 작품을 편집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작품이 훼손됐다”고 했고, 김정훈 편집감독을 포함해 촬영팀, 조명팀 등 스태프들도 이 감독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내며 “크레딧에 남아 있는 이름을 빼달라”고 주장했다. 사태가 커지면서 한국영화감독협회도 지난 11일 “감독의 권리를 능욕하지 말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영화감독협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안나’ 사태를 좌시하지 않고 지켜볼 것”이라며 “쿠팡플레이의 사과와 이주영 감독이 요구한 크레딧 (변경) 및 감독판 공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 ‘안나‘ 편집 논란에 영화감독협 “쿠팡플레이, 감독권리 능욕”

    ‘안나‘ 편집 논란에 영화감독협 “쿠팡플레이, 감독권리 능욕”

    쿠팡플레이가 드라마 ‘안나‘ 제작 과정에서 감독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편집했다는 주장이 나온 데 대해 한국영화감독협회가 감독의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영화감독협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쿠팡플레이가 당초 8부작으로 제작된 ‘안나’를 6부작으로 자체 편집한 것과 관련해 “감독의 권리를 능욕하지 말라”고 밝혔다. 협회는 “‘안나’ 사태를 좌시하지 않고 지켜볼 것”이라며 “쿠팡플레이의 사과와 이주영 감독이 요구한 크레딧 (변경) 및 감독판 공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감독협회는 영화예술 창작 주체인 감독의 권익을 옹호하고, 영상문화산업의 발전과 한국 영화의 세계적 위상 정립에 기여할 목적으로 1962년 설립된 단체다. 협회 이사장인 양윤호 감독은 “이주영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보석 같은 존재다. 최근 선보인 ‘안나’ 역시 평단과 시청자의 관심 속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주영 감독과 씨네 21의 인터뷰를 보고 참담했다. 8부작으로 기획·제작된 작품을 6부작으로 자체 편집하고, 반말을 섞어가며 회의를 진행하는 플랫폼 관계자의 무례를 넘어 ‘왜 모든 장면을 의도를 갖고 찍었느냐’라는 대화에서는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고 했다. 앞서 이 감독은 지난 3월 8부작으로 작품 촬영을 마쳤지만, 쿠팡플레이가 6월 초 다른 연출자와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작품을 재편집하겠다고 통보해 작품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쿠팡플레이는 몇달간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지만, 이 감독이 이를 거부했고 원래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계약에 근거해 작품을 편집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달 중 ‘안나’ 감독판의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면 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쿠팡플레이의 해명에도 김정훈 편집감독을 포함해 촬영팀, 조명팀 등 스태프들은 이 감독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내며 “크레딧에 남아 있는 이름을 빼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 [문화마당] 별빛이 내린다/김동명 영화감독

    [문화마당] 별빛이 내린다/김동명 영화감독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일은 항상 밤에 찾아온다. 이런저런 상념에 붙잡혀 쉽게 잠들지 못하면 거실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게 된다. 그럴 때면 아직 잠들지 않은 수많은 빌딩과 전광판, 교회 십자가들이 만들어 내는 빛의 파노라마가 눈에 밟힌다. 이것들은 왜 아직도 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인가. 조금 후 고개를 들어 까만 하늘 안에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별빛들을 헤아린다. 인공의 빛들에 자리를 내줘 보잘것없어 보이는 빛이지만 그 이면에 몸을 숨기고 있는 크나큰 우주의 품을 생각하니 어린 시절의 옛 기억이 떠오른다. 문경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나는 여름이면 들마루에 누워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곤 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은하수에서부터 북극성을 기준으로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북두칠성이 펼치는 향연과 함께 계절마다 자리하는 별들의 광채를 감상할 수 있었다. 지금 도시 아이들은 경험해 보지 못할 내 어린 시절의 밤하늘이었다.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밤하늘의 파노라마를 더이상 육안으로 감상할 수 없을 시점이 올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하면 점묘화법 작품들이 검은 캔버스 위에 언제든 펼쳐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하늘 볼 일이 많지 않은 데다 밤에도 환한 도시의 불빛 덕에 별들이 전해 오는 여러 의미들을 잊고 지낸 지 오래다. 어린 시절 밤하늘이 전해 준 몇십억 광년 전의 과거가 나의 당시와 조우했던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며칠 전 NASA가 쏘아 올린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이 보내온 별 사진들을 보게 됐다. 우주 생성 초기 별들뿐만 아니라 갓 만들어진 아기 별들의 데이터를 정밀하게 담아낸 사진들은 천체물리학에 무지한 내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현미경으로 세포 하나를 확대한 것마냥 바늘구멍만 한 우주의 한 부분을 관측한 사진에서는 소름이 끼쳐 왔다. 수많은 별들과 은하로 가득 찬 이 우주 안에서 먼지만 한 지구를 상상하게 되니 나라는 존재의 위치를 가늠하며 겪는, 어쩌면 당연한 ‘현타’였다. 사는 데 바빠 우주의 생김새나 크기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내가 지구 안의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인식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웹이 선사한 우주의 과거들은 신기하게도 나의 현재를 투사해 보는 철학적 의미가 됐다. 더불어 1977년 발사돼 우주를 유영하던 보이저 1호가 1990년 지구를 향해 찍은 사진을 보며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 칭한 지구의 존재론적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려 봤다.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중략) 멀리서 찍힌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것은 없을 겁니다. 저 사진은 우리가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깔깔대고 해맑게 웃는 딸에게 “너는 고민 같은 거 없어?” 했던 바보 같은 질문이 생각난다.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응 나는 고민 같은 거 없어. 매일이 행복해.” 우주의 티끌 안에 살고 있는 ‘나’라는 인간이 지천명을 앞두고 아직까지 삶의 무게를 견디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만용이고 자만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딸아이처럼 살고 싶다. 오늘밤도 별빛은 내릴 것이다. 제임스웹이 전해 올 다음 우주의 빛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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