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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절미 등이 제일 편해” 샘슨과 클리오의 ‘찰떡 우정’

    “인절미 등이 제일 편해” 샘슨과 클리오의 ‘찰떡 우정’

    리트리버를 타고 다니는 고양이의 사진이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개와 고양이의 우정이 담긴 사진을 게시하는 ‘캘빈, 샘슨, 클리오’의 인스타그램은 25일 현재 9만명 5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4살 래브라도 리트리버 ‘캘빈’, 2살 골든 리트리버 ‘샘슨’과 생후 4개월된 고양이 ‘클리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보호자인 리아 헨디와 에릭 헨디는 생후 8주차이던 클리오를 입양할 때만 해도 이들의 우정이 이렇게 깊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클리오는 두 마리의 리트리버 중 샘슨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클리오가 샘슨의 등에 올라 탄 사진은 이 계정의 대표적인 사진이기도 하다.리아는 “샘슨은 다정하고 선한 기질을 가졌다”며 “스스로 새끼고양이를 돌봐주길 원했다”고 전했다. 또 “샘슨은 종종 고양이처럼 행동한다”며 “우리는 샘슨의 몸에 고양이의 영혼이 들어있다고 농담하곤 했다”고 말했다. 종을 뛰어 넘은 우정을 본 사람들은 이들이 계속해서 아름다운 우정을 이어가기를 응원하고 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이스라엘 16세 소녀 집단성폭행 용의자 9명 추가 체포… “모두 미성년자”

    이스라엘 16세 소녀 집단성폭행 용의자 9명 추가 체포… “모두 미성년자”

    16세 소녀 집단성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이스라엘 경찰이 용의자 9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Ynet)은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강간 사건의 용의자 30여 명 중 일부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라기시경찰서장 로넨 아브니엘리는 “지난 12일 에이라트의 한 호텔에서 16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11명을 잡아들였다. 추가로 체포된 9명은 모두 17세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특별수사본부가 마련된 네게브 라치시로 연행해 조사 중이다.피해 소녀는 지난 12일 친구와 함께 이스라엘 남부 휴양도시에이라트로 놀러 갔다가 호텔 방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친구 지인들을 만나 밖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가 취한 상태로 30여 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호텔 보안카메라에는 가해 남성들이 소녀가 있는 호텔 방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경찰은 사건 접수 후 27세 용의자 2명을 체포했으며, 23일 추가로 9명을 더 잡아들였다. 추가로 체포된 9명은 모두 17세 미성년자라 충격을 더했다.하지만 용의자들은 합의에 따른 관계였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한 용의자는 “보안카메라를 보면 합의에 따른 성관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텔 측은 한술 더 떠 사건 자체를 부인했다. 호텔 대표는 “모든 CCTV 영상을 경찰에 넘겼다. 영상을 확인했지만 30명이 모여있는 장면은 없었다”라며 “안타깝지만 어떤 호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발뺌했다. 이에 대해 아브니엘리 서장은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이 높고 증거도 보강됐다”면서 “사건에 연루된 남성 모두를 잡아들일 것”이라며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범행을 방조한 호텔 지배인을 구속하고, 성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려 한 여성 용의자를 구금했다.피해 소녀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녀의 변호인은 “의뢰인은 용의자들과 기꺼이 대면할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에 30명이 연루됐다는 주장은 내 의뢰인이 아닌 피의자 중 한 명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녀의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하다. 복학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용의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3일 밤에는 텔아비브와 케파르사바, 베르셰바, 모디인마카빔레우트, 페타티크바 등 9개 지역에서 여성단체 회원 수백여 명이 거리로 나왔다. 시위 주최 측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민병대 51%가 여자다. 여성은 이스라엘 경제의 주요 동력”이라면서 “여성 관련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성폭력과 관련한 터무니없는 형량을 높이라”고 요구했다.이스라엘 최대 드럭스토어 슈퍼팜(Super-Pharm), 최대 식품회사 스트라우스(Strauss), 마이크로소프트 이스라엘 등 유수의 기업도 이날 하루 파업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이스라엘 부사장 미갈 브레이버만 블루멘스타이크는 “한 무리의 남성들이 어린 소녀의 영혼을 갈가리 찢어놨다. 폭력 그 이상”이라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 기본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진정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하지만, 우리는 이런 끔찍한 현실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다른 말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라면서 ”인간성 자체에 대항하는 범죄로 어떤 비난을 들어도 마땅하다.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라고 못박았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청력 잃은 베토벤의 음표… 그 마음의 소리를 채운다

    청력 잃은 베토벤의 음표… 그 마음의 소리를 채운다

    후기 소나타 3부작 쉬지않고 70분간 연주“어려운 시기 베토벤이 힘과 위로 됐으면” “마음의 소리를 듣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10대부터 30대인 지금까지 베토벤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졌느냐는 질문에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대번 “전혀 다르지 않다”며 “처음부터 존경했고 지금도 존경한다”고 답했다. 다만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통할 만큼 베토벤을 많이 연주하고 해석하면서 더 깊이 베토벤의 마음에 귀 기울였다고 했다. 김선욱은 다음달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대구, 경기 고양, 부산에서 리사이틀을 갖고 베토벤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를 선보인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2009년)과 소나타 전곡(2012~2013년)을 연주하고 3대 피아노 리사이틀(2017년) 등 꾸준히 베토벤과 함께한 그가 베토벤 탄생 205주년을 맞아 지난 3월 야심 차게 준비한 연주였다. 코로나19로 미뤄지고 6개월 만에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김선욱은 베토벤의 ‘안단테 파보리’에 이어 후기 피아노 소나타 3부작인 30, 31, 32번을 70분간 쉬지 않고 들려줄 계획이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이 오로지 감성과 상상력으로만 만들어 낸 작품들이다. 유럽에서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베토벤이 어떤 소리를 상상하며 음표를 적었을까’를 예전에는 지금처럼 깊게 고찰하지 않았다”면서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악보를 찬찬히 살펴보며 베토벤이 적은 음표와 주문들을 베토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로 선정돼 소장품을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덕에 베토벤의 원본 자필 악보로 그의 영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면?’이라 가정하면서 이전에 연주하고 기억하던 음표들을 머릿속에서 다 지워버리고 새로 채워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랬더니 음표가 새로 들리고 다이내믹도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이 흥분과 놀라움을 연주를 통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음악가가 그랬듯 지난 3월 중순 영국 스코틀랜드에서의 연주회 이후 갑작스레 휴식기가 주어졌다. 그 기간에 그는 “익숙하지 않은 레퍼토리들을 연습하고 요리도 많이 했다. 잦은 이동으로 지친 건강도 더 신경 쓸 수 있었다”며 의미를 담았다. 11월에도 베토벤 하우스에서 연주하는 그는 “베토벤의 음악은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를 주는 만큼 이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라도 힘과 위로를 드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1%씩 발전하는 예술가가 꿈”이라는 김선욱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 준비한 과정을 인생 1막, 연주자로서 베토벤을 자주 쳤던 시기가 2막이었다면 이제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3막에 들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내년에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LA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데뷔 무대가 예정돼 있다. 베를린 필 무대에선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원고지 10만장에 담긴 ‘청년 방민호의 꿈’… 세상 모든 글을 품다

    원고지 10만장에 담긴 ‘청년 방민호의 꿈’… 세상 모든 글을 품다

    오래고도 거센 장마 끝자락에 서울 인사동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는 또래이고, 공동 경험을 여럿 나눈 동료이고, 서로의 성정을 잘 알고 있어 이야기의 핵심을 집약해 가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삼 그를 만나기로 한 건 이번에 그의 신작 ‘경원선 따라 산문여행’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책에 얽힌 이야기, 그동안 걸어온 문학 인생 이야기며 앞으로 매진해 갈 분야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방민호는 세상이 다 아는 비평가요, 근대문학 연구자다. 그런데 그는 근자에 들어 시와 소설 등 창작 부문에 가없는 열정을 부여하면서 존재 전환 과정을 부단히 치르고 있다. 논리적 해석과 창의적 작업을 겸하면서,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창작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 가는 중이다. 나는 언젠가 ‘시’야말로 방민호의 양도할 수 없는 존재론적 원적(原籍)이라고 적었다. 기억과 고백의 양식인 서정시가 그에게 맞춤한 장르일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시집 ‘숨은 벽’(2018)은 그러한 속성을 여지없이 충족시키면서 지난날에 대한 깊은 회감(回感)을 충실하게 보여 준 바 있다. 언제나 선하게 글썽이는 눈을 가진 그가 들려준 내면 토로의 한 정점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장소성의 원형을 찾아 ‘경원선 따라 산문여행’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시간적으로는 일제강점기를, 공간적으로는 서울에서 의정부, 철원을 지나 원산 역에 이르는 철로를 따라 그 코스를 안내하는 책이다. 거쳐 가는 역마다 그 당시 문인들의 경험이 담긴 수필, 화제를 담은 글들, 신문 기사들이 친절하게 제시된다. 일례로 경원선을 타고 청량리역에 내린 사람들 가운데 역병 걸린 사람이 있었는데 방역 문제로 시끄러웠던 장면은 우리 시대를 환기하는 시의성조차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철로를 따라 걷는 시대 여행이다. 일찍이 그가 수행했던 ‘대전’, ‘서울’의 탐사 이후 새로운 공간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퍽 새로운 방식으로! “저는 예산에서 났지만 대전에서 성장해 대전을 고향처럼 생각해요. 스무 살 때 서울에 와서 대전과 서울의 문화적 차이를 경험한 후 ‘장소’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그래서 그는 연구서 ‘서울문학기행’(2017)과 장편소설 ‘대전 스토리, 겨울’(2017)을 통해 서울과 대전의 지리적 탐사를 완결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책이 그동안 가졌던 북한문학 연구의 관심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했다. 체제의 변화에 따른 북한문학 연구가 그동안 이루어져 왔지만, 방민호는 그것을 장소라는 지역학적 맥락에서 수행하려고 한다. 중요한 역사성을 가진 북한 도시와 문학의 관련성을 따지려는 것이다. ‘개성-해주-평양-정주-원산-청진’이 전인미답 상태로 남아 있지 않은가. “또 하나는 경원선과 경의선 철로와 그 일대를 중심으로 문학과의 연관성을 탐구하려고 해요. 철도는 근대성을 상징하지 않습니까? 철도와 함께 열린 공간들에 관심이 많아요.” 경의선 쪽도 곧 준비된다고 한다. 특별히 그쪽은 한국 근대문학과 깊은 연관성을 보여 줄 듯하다. “북한은 저개발 상태가 오래돼 오히려 장소성의 원형이 많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설사 크게 변했다 해도 현재 안에는 과거가 들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탐구하고 싶어요.”●다장르 안에 흐르는 타인의 목소리 그동안 방민호는 원고지 10만장가량의 글을 썼다. 세상의 모든 글쓰기에 청춘과 중년의 세월을 바쳤다. 언어를 내놓는 방식도 다양해 평론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연구물로 확장됐고, 시와 소설과 산문으로 줄기차게 뻗어 갔고, 이제는 꼼짝없는 다장르 종사자가 됐다.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글쓰기 작업에 다장르를 껴안고 가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역동적이다. 그래도 최종적 글쓰기의 욕망은 어디에 있을까? “한 분야에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편력을 보이는 자의식이 있어요. ‘쪽모이’라는 우리말이 있어요. 여러 조각을 모아 더 큰 조각을 만드는 일을 말하는데, 저는 여러 쪽을 모아도 전체가 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 나름으로 삶의 전체성과 우주의 무한성 같은 데 도전하려 합니다.” 그는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고 모두 나름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창작에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비평과 연구 작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들어 천천히 창작 쪽으로 귀환해 부지런히 시와 소설을 썼다. 스스로도 시인의 기질을 인정하지만, 그는 자신이 걸어온 궤적의 산문성이 내러티브에 대한 운명을 요청한다고 했다.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산문적 드라마로 엮어 제시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시와 소설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저를 이루고 있고, 또 연구나 비평과의 긴장 속에서 그것이 통일돼 글쓰기를 해 가는 것이 저의 인생이 될 것 같아요.” 물론 무엇으로 남을지는 시간만이 알려 줄 것이다. 다만 그는 상아탑의 대학교수로 남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인생은 그렇게 여러 태도들이 공존하고 통합하는 것 아니겠는가. 글쓰기의 즐거움도 다 다를 것 같다. “작가 연구를 즐겨요. 작가의 정신과 영혼과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매력을 느껴요. 비록 낡은 방식이지만 작가에게서 텍스트의 본질을 읽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그는 작가의 가슴속에 들어가 그들이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을 논리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했고 그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물론 그는 자신을 이야기할 때조차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 하는 성정의 사람이다. 첫 시집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2010)에서 우리는 서정시를 쓸 때조차 타인을 대변하는 그를 만나게 되지 않는가. 자기만족에 끝나는 시와 소설을 쓰지 않고, 타인의 목소리가 들어와 주인 역할을 하는 작품을 쓰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다가온다.●모순의 복합성과 ‘청년 방민호’의 꿈 방민호는 장르의 다양성 못지않게 연구 대상의 프레임이 넓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 그는 이광수, 채만식, 이태준, 이효석, 이상, 박태원, 김남천, 황순원, 손창섭, 최인훈 같은 작가들에 대한 독보적 연구를 남겼다.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제가 하는 연구나 행동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 같아요. 또 특정 작가에 대해서도 비판이냐 옹호냐, 좌냐 우냐, 이런 질문을 받곤 해요(웃음).” 그러나 그는 문학이란 그러한 이념적 구획으로 나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나 이념이라는 유기체를 포함하면서도 넘어서는 전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때 우리는 ‘근대’라는 복합성을 관통하고자 하는 그의 진정성과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오해받는 두려움 때문에 그러한 전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의 믿음이, 이념적 귀속성을 구구절절 따지는 한국 사회의 풍토에서 훨훨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 크다. 이처럼 단일한 프레임으로 착안할 수 없는 모순의 복합성이랄까 하는 것들을 방민호는 지속적으로 탐구해 간다. 물론 그 과정에는 방민호 자신의 실존적 자의식이 투영돼 있다. 그가 요즘 공들여 접근하는 ‘탈북문학’ 역시 방민호만의 그러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는 독보적 범주일 것이다. 북한문학과도 다르고, 한국 근대문학과도 다른 제3지대 ‘탈북문학’에 대한 그의 목소리는 인간 탐구라는 문학 본연의 기능에 대한 기대로 차 있다. “반체제문학, 난민문학, 증언문학으로 생각해 봅니다.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나 가오싱젠의 ‘나 혼자만의 성경’은 소련과 중국의 전체주의 체제 아래서 삶의 심층을 들여다보았지요. 갈 길이 멀지만, 탈북문학도 그러한 가능성을 함축한 귀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그는 인간다움을 생각하던 ‘청년 방민호’의 상(像)을 이렇게 여전히 고집스럽게 간직하고 있다. 앞으로 쓰고 싶은 서사가 많을 것 같다. “다음은 ‘대전 스토리, 겨울’의 주인공 ‘이후’가 세월이 지나 다시 서울로 돌아와 강의교수라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동시대적 표상이 될 것 같습니다.” 구상은 어느 정도 진척이 됐고, 앞부분을 고쳐 쓰다가 얼마 전 제대로 된 틀이 잡혔다고 한다. 방민호 특유의 약소자(弱小者)의 삶에 대한 탐사가 속도감 있게 펼쳐지리라 기대해 본다. “저는 제가 가장 낡은 사람이었구나 하고 요즘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제가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진 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지금도 제가 낡은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낡음 속에서 씨앗을 만들어 싹을 틔울 수 있는가를 고민합니다. 제 화두는 바로 그 ‘씨앗’이에요.” 그는 이러한 씨앗 찾기에 정신적 모델이 됐던 김윤식 교수의 연구 스타일을 떠올리고, 자유로운 방임의 가르침을 부여했던 박동규 지도교수의 넉넉함을 환기하고, 생의 고비마다 도움을 준 오현 스님을 잊지 않으면서, 겸허함과 성실함을 두루 갖춘 ‘글쟁이 방민호’를 생각한다. 겸허와 성실로 채워져 갈 원고지는 방민호의 또 다른 도약을 가져올 것이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의 방식으로 쪽모이를 완성한 ‘청년 방민호’의 꿈을 환하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이스라엘 총리 “16세 소녀 유린한 30여명 심판대 세우겠다”

    이스라엘 총리 “16세 소녀 유린한 30여명 심판대 세우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6세 소녀를 집단 유린한 30명 이상의 남성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산을 낀 남부 휴양 도시 에일랏의 한 호텔에서 이런 참담한 사건이 벌어졌다.현지 경찰에 구금된 이는 두 명 뿐인데 그 중 한 명은 30명 이상의 남성들이 그 소녀와 관계를 맺었으며 강간한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소녀는 술기운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지난 14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트위터에 “충격적이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소녀에 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모든 비난을 들어 마땅한 인류애에 대한 범죄”라고 적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친구와 함께 이달 초 에일랏에 놀러가 친구의 지인들과 만났다. 어울려 술을 마셨는데 묵고 있던 호텔에서 남자들이 차례로 범했다. 당국은 친구가 남자들을 뜯어 말리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전했다. 구금된 두 용의자의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현지 언론들은 이스라엘 국적의 20대들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한 용의자가 소녀를 강간한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는데 경찰이 이것을 발견해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이 용의자는 누군가가 자신의 전화를 사용해 그런 것이며 자신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조차 없다고 변명했다. 그는 또 30명 이상의 남자들이 연루돼 있으며 폐쇄회로(CC) TV 카메라에 담긴 내용을 확인해도 상호 합의해 관계를 맺은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니 간츠 국방장관은 트위터에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 사건에 가담했거나 증언해줄 사람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당신이 증언해야만 영혼을 빼앗기지 않고 도덕성을 지킬 수 있는 길이란 점“이라고 적은 뒤 “피해 소녀에게는 마음의 위로를 보내며 넌 혼자란 아니란 점을 얘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19세 영국 소녀가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의 한 호텔에서 12명의 이스라엘 청년들에게 당했다고 폭로했다가 나중에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 나 집행유예 4개월에 처해진 적이 있다. 그녀를 지지하며 시위를 벌였던 여성인권 단체들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물론 변호인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뒤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양질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늘려 ‘영끌’ 악순환 끊어야”

    “양질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늘려 ‘영끌’ 악순환 끊어야”

    국민 대부분 공공임대주택 부정적 인식정부가 재정 투입 제대로 안 했기 때문중산층도 함께 거주 ‘소셜믹스’ 이뤄져야세입자 거주 4년 보장기간은 너무 짧아가중된 주거 불안 안정화에 집중해야“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를 잡기 위한 급한 불은 껐지만 주거의 공공성 측면에선 여전히 미흡합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해도 구매력이 없는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선 양질의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노력을 더 해야 합니다.” 박동수(55)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공급 정책은 돈 있는 사람만 집을 사고 재산을 증식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맡았던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의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낙후됐고 싸구려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정부가) 재정 투입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라며 “양도소득세 등을 장기 공공임대주택 확대 보급을 위한 목적에 사용하고, 일반분양 주택처럼 고급주택으로 지어 중산층도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소셜믹스’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인 박 대표가 주도하는 서울세입자협회는 2013년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청년 세입자의 주거 문제 개선을 상담하는 시민단체로 시작됐다. 본인도 월세를 살고 있다는 박 대표는 “10년 전 어느 날 건물을 사러 왔던 손님이 몇 년 뒤에 다시 자식을 위해 다른 건물을 사겠다고 상담하러 온 것을 보고 부동산을 통한 자산 불평등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박 대표가 공동대표로 참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연대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제한 없이 갱신할 수 있는 임대차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본 2년에 1회 연장(2+2)하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박 대표는 “세입자 평균 거주 기간이 3.2년, 자가주택 보유자의 거주 기간이 평균 11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년의 보장 기간은 너무 짧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나마 정치권이 세입자의 주거 안정 요구에 화답한 것은 긍정적이며, 이해관계를 놓고 갈등할 수 있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완충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국가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위해 세입자에게 비자발적 이주를 강제하면서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가중시키기도 했다”면서 “자가 보유자나 임대인의 주택 재산에는 국가가 공적 수단을 활용해 높인 가치가 들어 있는 만큼 국가가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아파트 단지에도 도서관과 카페 같은 최신 인프라를 확충하고 민간 아파트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정부가 보조해야 도시 공간이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어린이 책] 섬세한 시인이 딱딱한 세상에 띄운 편지

    [어린이 책] 섬세한 시인이 딱딱한 세상에 띄운 편지

    시의 날개를 달고/제니퍼 번 글/베카 스태트랜더 그림/박혜란 옮김/산하/48쪽/1만 3000원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이 미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섬세한 눈으로 관찰한 자연, 여성으로서 세상과 마주하는 낯선 느낌, 사랑과 죽음과 영원에 대한 사유 등을 자신만의 표현과 형식에 담았다. 1800여편의 시를 남겼으나 생전에 발표한 작품은 불과 7편. 살아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시인이기도 하다. 그림책 ‘시의 날개를 달고’는 에밀리 디킨슨의 짧지만 강렬했던 생애를 조망한다. 언어의 바다 위를 항해하는 여행으로서 책에 몰두하는 모습, ‘행복할 땐 더 기뻐했고, 슬플 땐 더 슬퍼했던’ 어린 시절 등이 그의 시편을 빗댄 우화적인 삽화와 함께 펼쳐진다.그러나 평생 그를 감싼 슬픔과 외로움은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살이에 부지런히 이유를 물었지만 어디를 가든 “따지지 말고 믿으라”는 말만 들었다. 스스로에게로 침잠한 에밀리는 자기가 보고 이해한 것만 믿기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적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그에게 시는 ‘내게 편지한 적 없는 세상에 띄우는 편지’이며 스스로를 내맡긴 모든 것이다. ‘나는 가능성 안에서 살아요/ 산문보다 아름다운 집이지요/ 창도 훨씬 많아요.’ 어른들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에밀리의 생애는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먼저 가 닿을 것 같다. ‘희망이란 깃털이 있어/ 영혼에 둥지를 틀고/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지/ 그리고 멈추는 법이 없지, 절대로.’ 영혼에 둥지를 튼 이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법이니까. 친절한 번역과 적당한 여백이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불어난 ‘빚투’ 막차 탄 ‘영끌’… 또 천장 뚫린 가계빚 1637조

    불어난 ‘빚투’ 막차 탄 ‘영끌’… 또 천장 뚫린 가계빚 1637조

    동학개미들의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와 부동산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이 몰리면서 우리나라 가계빚이 지난 6월 말 기준 1637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15조원 가까이 급증했고,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빌려준 신용공여액도 8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였다.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너도나도 빚을 내 자산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 3000억원으로, 2002년 4분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전 분기 대비 25조 9000억원(1.6%) 늘어난 것이다. 증가폭은 1분기(11조 1000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고, 지난해 4분기(27조 8000억원)와 비슷했다. 가계신용은 은행·보험·대부업체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가계가 갚아야 할 부채를 말한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1545조 7000억원으로 이 또한 역대 최대 규모다. 2분기 증가액 23조 9000억원은 2017년 4분기(28조 7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시중은행은 전 분기 대비 14조 4000억원, 2금융권은 2000억원, 보험·증권·대부업체 등 기타금융기관은 9조 3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주담대와 기타대출로 이뤄진다. 2분기 주담대는 873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조 8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1분기(15조 300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2분기(8조 4000억원)보다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 주담대가 10조 2000억원으로 전 분기(8조 7000억원) 대비 1조 5000억원 증가했다. 부동산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패닉 바잉’(공황 구매)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전세자금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분양물량 증가로 중도금 대출 같은 집단 대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신용대출인 기타대출은 672조 7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조 1000억원 급증했다. 이 중 증권사들의 신용공여가 7조 9000억원이나 됐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2분기에만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장사 주식 11조 4000억원, 코스닥 등록사 주식 4조 4000억원 등 모두 15조 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불이 붙어 온 나라가 카지노판이 됐다”면서 “지금 금리가 싸다고 빚을 내는데 상황이 반전되면 개인들은 위험에 노출되고, 금융권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식·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금융사 차원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드라큘라의 송곳니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드라큘라의 송곳니

    기록적인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위가 찾아왔다. 푹푹 찌는 열대야, 사람들은 잠시라도 서늘함을 느껴 보려고 공포 영화를 찾곤 한다. 그래서 한여름은 공포 영화계의 대목이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큘라가 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피를 빨아 젊음을 유지한다는 드라큘라. 그래서인지 진작에 힘을 잃은 구미호나 처녀귀신과는 달리 꾸준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불멸의 호러 캐릭터다. 커다란 송곳니를 여인의 희디흰 목에 박고 젊음을 되찾을 피를 빨고 있는 드라큘라는 개그 소재로 전락하기도 하는 좀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독보적 존재감을 보여 준다. 드라큘라의 전매특허는 뭐니 뭐니 해도 섬뜩한 송곳니다. 지금의 우리는 갖고 있지 않은 드라큘라의 송곳니, 그래서 더 무시무시한 드라큘라의 송곳니에는 인류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송곳니는 주로 육식동물에 발달해 있는데 음식을 찢고 갉아먹는 기능과 함께 상대방을 위협하는 무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도 송곳니를 가지고는 있지만, 사자나 호랑이는 물론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와 비교해 봐도 뾰족한 형태는 거의 퇴화하고 크기도 작아졌다. 이렇듯 사람의 송곳니가 뭉뚝해지고 작아진 이유는 송곳니로 사냥감의 가죽을 찢거나 먹이를 뺏으러 달려드는 상대방을 위협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 진화의 과정에서 인류가 선택한 전략의 하나는 뇌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었다. 뇌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뇌를 담을 그릇, 즉 두개골의 사이즈가 커져야 했다. 이를 위해 인류는 안면부의 적절한 재배치를 통해 두개골의 가용면적을 늘리는 작전을 썼는데 이 과정에서 송곳니의 크기가 줄어들었고 송곳니가 맞물리기 위해 필요한 이빨 사이의 틈도 없어졌다. 이처럼 빈틈없이 꽉 짜인 치아구조는 다른 영장류와 비교되는 인류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한편 송곳니가 작아지는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송곳니의 기능을 대신할 그 무엇이 필요했다. 사자의 발톱과 호랑이의 이빨을 대신할 그 무엇은 바로 석기였다. 인류 최초의 도구 석기는 바로 송곳니를 대신할 신무기였던 셈이다. 석기를 사용하면서 송곳니는 점점 더 작아질 수 있었다. 작아진 송곳니로는 더이상 상대방을 위협하지 못했다. 인류는 먹이를 뺏으려 달려드는 상대방을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하는 대신 서로 나눠 먹는 협동의 사회화 전략을 구사했다. 진화의 경쟁에서 우리 인류가 나름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렇듯 소중한 먹이를 함께 나눠 먹는 가족, 동료 같은 공동체를 꾸렸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이런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 하나는 증오와 차별, 가짜뉴스와 악성댓글 같은 우리 마음속 드라큘라의 송곳니를 퇴화시키는 일이 아닐까.
  • “우리 모두 조금씩은 ‘사이코’… 그래도 괜찮지 않나요”

    “우리 모두 조금씩은 ‘사이코’… 그래도 괜찮지 않나요”

    자폐증·트라우마 갖고 있는 인물 하나씩 조명정신 질환 희화화하진 않는지 자기검열 계속“위로받았다” 비슷한 사연 가진 사람 글에 안심지난 9일 종영한 tvN 주말극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인물 대부분은 정신 질환이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부모에게 학대받은 기억을 가진 고문영(서예지 분),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상태(오정세 분)를 비롯해 치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알코올 의존증, 경계성 인격 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겪는 이들을 하나씩 조명했다. 드라마를 만든 조용 작가와 박신우 PD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자폐나 정신질환이 있는 당사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신경을 썼다”고 입을 모았다. 조 작가는 “이들을 외면하는 대신 인정하자는 기획 의도로 출발했지만, 혹시 너무 희화화하진 않았는지 자기검열을 계속했다”며 “비슷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 위로받았다는 글을 올려주셔서 조금은 안심했다”고 털어놨다. 조 작가는 자폐 아동을 기르는 지인들을 만나거나 관련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우리 엄마가 죽고 나면 형제를 돌볼 사람이 필요해 나를 낳았나 보다”라는 생각을 가진 가족들을 만나면서 형 상태를 챙기는 강태(김수현 분)가 만들어졌다. 병원도 따뜻한 분위기를 살리려 했다. 박 PD는 “환우들을 기괴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대신, 극 중 정신병원 ‘괜찮은 병원’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느낌이 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KBS ‘영혼 수선공’ 등 최근 정신 질환을 다룬 드라마가 나온 데 대해서도 “다들 정신적 아픔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 모두 조금씩은 ‘사이코’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냐고 묻는 게 작품의 메시지”라고 덧붙였다.독특한 캐릭터로 화제가 된 고문영은 이런 주제를 함축한다. 직선적이고 불도저 같은 성격은 상처 치유 과정을 위한 설정이었다. 어른의 진정한 보호를 받지 못해 성장이 멈췄고, 배려나 호감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인물이다. 조 작가는 “이런 부분이 강태의 가면을 벗겼고, 강태는 문영에게 인내와 사랑의 감정을 주며 둘 다 진짜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박 PD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문영의 저택에 대해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아름답고 무서운 성’을 구현하기 위해 전국의 산을 찾아 헤맨 끝에 강원도 원주의 한 공간을 발견했고 고가구를 직접 공수하는 등 공을 들였다. 두 사람은 화제성에 비해 낮은 시청률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동남아·일본 등 해외 인기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PD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동시간에 외국 시청자를 만나는 것은 방송에는 없는 놀라운 장점”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콘텐츠의 장점이 다른 문화권에도 충분히 전달된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경험”이라며 이번 작업의 또 다른 의미를 꼽았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코로나發 엉터리 성적 산정에 분노… 英수험생들 거리로

    코로나發 엉터리 성적 산정에 분노… 英수험생들 거리로

    코로나19로 올해 대입수학능력시험(A레벨 테스트)을 전격 취소한 대신 수시 평가로 전환한 영국이 수험생들 반발로 대혼란에 빠졌다. 필기시험 대신 국가자격청이 평시 학업 평가, 과제 등에 기초한 알고리즘으로 산출한 A레벨 성적이 모의고사보다 낮게 나오고 재심 기회조차 막히자 수험생들이 ‘내 성적이 아니다’라며 집단적 항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대입 전형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지만, 교육 당국은 속무수책으로 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19 급증으로 비상사태를 맞은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올해 모든 국가시험 취소’를 발표했다. 대신 존슨 총리는 “A레벨 테스트 대신 담당교사가 과제점수, 모의고사 성적을 근거로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예상점수를 산출할 것”이라며 “시험위원회와 국가자격청(Ofqual)이 이 점수를 심의를 거쳐 확정하며, 만약 학생이 성적에 동의하지 않으면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개빈 윌리엄슨 교육부 장관도 성적표가 나오기 시작한 즈음인 지난 11일 “국가자격청이 매긴 점수가 불만족스런 학생은 성적 재청구(항소)를 할 수 있다”고 발표해 학생과 학부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알고리즘 적용 결과 올해 고교 졸업 예정자의 40%가량은 예상보다 등급이 낮게 나온 데다 국가자격청이 당초 발표와 달리 “모의고사·교사 평가 모두 국가자격청 점수보다 높아야만 재심 신청을 받아주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수험생·학부모들이 폭발했다. 특히 알고리즘이 학교 전체 학업 성취도에 가중치를 주다 보니 낙후된 지역 공립학교 학생들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면서 불이익 논란도 나온다. 급기야 수험생 수백명은 지난 16일 런던 의회광장, 교육부 청사 바깥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일부는 A레벨 테스트 성적표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영혼을 모두 쏟아부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야당인 노동당은 “존슨 총리가 즉각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가 국가자격청 알고리즘에 대한 긴급 기술 검토를 개시하라”고 촉구했다. A레벨 테스트에 이어 오는 20일 예정인 GCSE(중등학교 졸업자격시험) 발표를 늦추라는 요구도 나온다. 수능평가의 객관성과 신뢰도가 뚝 떨어지자 대학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옥스퍼드대학 측은 “목표한 A급 성적을 받지 못한 모든 지원자들을 세심하게 살펴봤다”고 밝혔다. 폴 화이트먼 전국교원단체연합회장은 “정부와 시험위원회는 2등급 이상 낮게 매겨진 성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라일라 모란 자유민주당 교육 대변인은 “더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를 도둑맞기 전에 총리가 개입하라”며 교육부 장관 사퇴를 주장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고산문학대상에 이송희·조용미 선정

    고산문학대상에 이송희·조용미 선정

    고산문학축전운영위원회는 제20회 고산문학대상에 이송희(왼쪽·44) 시조시인의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시인동네), 조용미(오른쪽·58) 시인의 시집 ‘당신의 아름다운’(문학과지성사)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이 시인은 시집 ‘이태리 면사무소’ 등과 다수의 평론집을 출간했다. 조 시인은 1990년 ‘한길문학’으로 데뷔, 시집 ‘불안과 영혼을 잠식한다’ 등을 썼다. 전남 해남군이 후원하는 고산문학대상은 한문이 지배했던 조선 시대에 순우리말로 서정시를 썼던 고산 윤선도(1587~1671)의 정신을 기려 제정됐다. 상금은 각 1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9일 윤선도 고택이 있는 해남군 해남읍 녹우당 백련재에서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내 시선이 세상의 시선 그렇게 믿었었는데…결국 남성의 시선이었다”

    “내 시선이 세상의 시선 그렇게 믿었었는데…결국 남성의 시선이었다”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김이설의 초기작 ‘환영’(2011)을 읽은 사람이라면 백숙을 기억할 것이다. 주인공 윤영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무능력한 남편 대신 교외 백숙집에서 일하다 남성들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한다. 신작 장편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에서 무기력한 가장인 아버지가 좋아한 음식은 백숙 같은 고깃국이다. “하기 쉽고, 값싼 보양식이죠. ‘환영’ 속 백숙이 탐욕스러운 공간의 매개체 역할이었다면, 여기서는 좀더 일반적이고 모두에게 편한 느낌이에요.”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작가가 말했다. 신작은 종이책 한정판 소장본과 무제한 전자책 이용을 함께 제공하는 밀리의서재 오리지널 에디션으로 출간됐다. 오는 10월에는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단행본으로도 나온다. 출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글을 못 쓰던 시기를 통과해 나온 책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2015년부터 2~3년, 작가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10여년. ‘인풋’ 없이 ‘아웃풋’만 있었던 데서 온 결과였다. 문자에 대한 환멸이 와서, 청탁받은 원고들을 연이어 펑크 냈다. 그때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게 시라고 작가는 회상했다. “글쓰기 전에 워밍업 하듯이, 저는 시를 읽는 걸로 언어적 감각을 깨우고 나서 소설을 써요.”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습작 시절, 두 딸을 돌보며 가사노동을 하는 현재 모습까지, 신작에 다 들어가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낡고 오래된 목련빌라에는 무기력한 경비원 아버지와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 온 어머니,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을 피해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동생이 있다. 집에 주저앉은 신세가 된 ‘나’는 두 조카를 건사하고 꼬박 가사에 시달리다 연인과도 이별을 고하게 된다. 시인을 꿈꾸며 오로지 스스로에게 집중하던 ‘필사의 밤’은 어느덧 무력해진다. 그는 “‘나’는 엄마와 같은 위치는 아닌데, 엄마와 같은 역할을 아무렇지 않게 수행”하는 ‘K장녀’(Korea+장녀)에 대한 서사라고 말한다. 가부장제 아래 희생양으로서 김이설 소설 특유의 여성이 처한 현실 인식은 비슷하지만, 징그럽다 싶을 만큼 작중 화자에게 가혹하던 김이설이 이젠 달라졌다. 후배들로부터 “나이 들더니 유해졌다”는 평도 더러 듣는단다. “전에는 화자를 끊임없이 밀어냈어요. 해결 방안이 없는 문제들만 작정하고 생기는 식이었죠. 작가인 내가 품으면 변명이 되고 투정이 되지만, 쓰는 사람까지 밀어내면 읽는 독자가 거둬 주리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몇 년 새 겪은 슬럼프와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페미니즘 리부트’(2015년을 전후로 한 페미니즘 붐)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전엔 제 시선이 곧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남성의 시선임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게 현실’이라고 보여 줬던 것들이 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킨 것들이었고요. 누군가에겐 아픔이 되고 상처가 되는 발화라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하는 부분 아닐까….” 그렇게 작가는 이제 밀어내기를 멈추고, 부지런히 품는 노력을 한다. “나는 늙어도 소설은 늙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후배들과 세상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한단다. 소설 속 백숙의 의미가 달라진 것도 거기에서 오는 듯하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까지는 안 돼도, 온 가족을 한자리에 모으는 값싼 단백질원이라는 본령에는 충실하게. 좀더 다정해진 백숙의 의미처럼 책도 ‘해피엔딩’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영화·OTT 넘어 TV로… 안방서 보는 8개의 미래

    영화·OTT 넘어 TV로… 안방서 보는 8개의 미래

    영화감독·지상파·온라인 플랫폼공동 제작한 첫 프로젝트 옴니버스“창작 자율 최대 보장한 제작 시스템” 한국영화감독조합과 지상파 방송,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공동 제작한 옴니버스 SF드라마 ‘SF8’이 14일부터 TV에 공개된다. 영화계, 방송사, OTT가 손잡은 첫 프로젝트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지상파에서도 시청자의 이목을 끌지 주목된다.MBC는 14일 오후 10시 10분 간병 로봇을 소재로 한 ‘간호중’(민규동 감독)을 시작으로 매주 1편씩 총 8편을 방송한다. 지난 7월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하고 제2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한 지 한 달 만이다. 작품들은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미래 기술을 가족, 로맨스, 수사물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했다. 화려한 스펙터클보다 인간과 일상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배우 이유영, 예수정, 문소리, 이동휘, 이연희, 이시영, 이다윗, 김보라 등 신인부터 베테랑까지 골고루 포진했다.‘간호중’을 포함해 인공지능 운세를 맹신하는 사회를 표현한 ‘만신’(노덕 감독), 인공지능 파트너를 뇌에 이식해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물 ‘블링크’(한가람 감독), 안드로이드가 아들의 영혼을 죽였다고 의심하는 엄마 이야기 ‘인간증명’(김의석 감독) 등 4편이 인공지능을 다룬다.미세먼지 세상 속 계급사회를 묘사한 ‘우주인 조안’(이윤정 감독), 지구 종말 전 로맨스 이야기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안국진 감독), 증강현실 앱을 통한 연애 ‘증강콩깍지’(오기환 감독), 가상현실에 갇힌 인터넷 방송 진행자(BJ)의 사투 ‘하얀 까마귀’(장철수 감독)가 뒤를 잇는다.‘SF8’은 영화감독이 연출하고 OTT, 지상파가 방영하는 국내 첫 사례로 ‘시네마틱 드라마’, 즉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한다. 형식은 물론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업계 관심도 높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민규동 감독은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현재 극장의 변화를 볼 때 감독들은 영화가 기존 방식으로만 소비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질문을 안고 있다”며 “이번 도전은 작품 내적, 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이나 시간 등 물리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감독들은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한 작업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제작, 홍보 등에 참여한 문형찬 MBC PD는 “방송은 신선한 콘텐츠, 메인 투자자 웨이브는 오리지널 작품이 필요했고 영화감독조합 입장에서는 창작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열린세상] 부동산시장 vs 정부, 이번 라운드는?/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부동산시장 vs 정부, 이번 라운드는?/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요즘 부동산시장이 몹시 혼란스럽다.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이 발표되고, 입법으로 뒷받침됐음에도 주택가격이 떨어질 기미가 없다. 대규모 공급 대책이 새로 발표되어도 ‘패닉바잉’(panic buying)이 한창이다. 전월세 시장도 난리다. ‘임대차 보호 3법’이 전격 통과된 후 전세가격은 급등세다.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광범위한 민심 이반에 사의를 표명한 청와대 수석들을 두고 “직이 아니라 집”을 택했다는 조롱이 나오는 판이다. 돌이켜 보면 스무 번이 넘게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부는 줄곧 자신만만했다. “더 강력한 카드”가 남아 있다고 여유를 부리곤 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다주택자, 법인 등의 주택 관련 세금을 대폭 인상한 7·10 대책은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이것저것 긁어다가 8·3 공급 대책도 내놓았다. 그런데 아직도 약발이 듣지 않고 있으며, 정부 여당은 남은 카드를 자랑하지 못한다. 애당초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는 의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온갖 혜택을 주면서 임대사업자들을 늘린 게 누구였나. 집값이 계속 올라도 공식통계는 다르다며 발뺌하는 건 지금도 여전하다. 민심이 폭발단계까지 이르러 내놓은 대책들도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수요 억제책에는 구멍이 많고, 공급 대책에 포함된 물량에는 과장이 많다. 투기 세력이나 다주택자 등 일부만 억누르면 된다는 인식도 문제다. 부동산시장에서 사람들의 기대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온 국민이 부동산시장에 관심이 크니 당연한 결과인데, 대부분은 ‘부동산 불패’를 굳게 믿고 있다. 부동산뿐 아니라 투자가치가 있는 모든 종류의 자산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기대나 믿음이 매우 중요하다. 때에 따라 자산의 실수요나 공급보다 자산가격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제약회사가 코로나19의 치료제 개발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퍼졌다고 하자. 당연히 이 제약회사의 주가는 급등한다. 여기서 이 회사 주식이 여러 배 더 많이 시장에 풀려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투자자 대부분이 불패신화를 믿는다면 누구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맞다. 사람들의 기대가 그러하면 시장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당장 돈이 부족해 임대주택에 살더라도 유망한 주택이 나오면 영혼까지 끌어모아 사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이 떨어진다고 믿는 사람도 지금은 주택에 투자하는 게 맞다. 본인의 믿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의 믿음이 중요한 것이다. 정부 정책이 성공해서 투기 세력들에게 철퇴가 내려졌다고 해보자. 이로 인해 대다수 사람이 예상하는 수익률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다면 투기는 언제든 재연된다. 철퇴를 맞은 투기세력도 시장의 예상수익률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면 투기를 멈추지 않는다. 다주택에서 똘똘한 한 채로, 재개발에서 재건축으로, 대출을 낀 투자에서 전세를 통한 갭투자로 형태만이 달라질 뿐이다. 결국 부동산시장 전반에 걸쳐 있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거나 소멸시켜야 한다. 불가능하지야 않겠으나 매우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하다.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특히 투기적 수요를 억누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결국 보유세이다. 다주택자나 법인에 대한 보유세와 취득세 인상도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세제개편안을 회피하는 온갖 방법이 고안될 것이다. 지금 정부는 이러한 저항과 회피를 제어할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 과거 전적을 보면 긍정보다 부정의 답변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클린턴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제임스 카빌이 재미있는 말을 한 적 있다. 만일 환생이 실제로 있다면 대통령이나 교황 또는 4할 타자로 다시 태어나기 원했는데 나중에 보니 채권시장이 낫다는 것이다. 더 힘이 세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다시 태어나는 곳이 한국이라면 그도 부동산시장을 택했을 것이다. 그 어떤 시장보다 부동산 시장은 크고 강력하니까. 이처럼 강한 상대를 맞아 정부가 더욱 확고한 의지로 현명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 카메론 디아즈와 기네스 펠트로가 엄마 얘기를 나누면

    카메론 디아즈와 기네스 펠트로가 엄마 얘기를 나누면

    2014년 ‘애니’에 출연한 뒤로 연기를 접고 2년 전 은퇴를 선언한 할리우드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48)가 영혼의 평온을 되찾았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그녀는 언젠가 벼락치듯 스크린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한 적이 있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녀 삼총사’와 ‘슈렉’ 시리즈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디아즈는 동갑내기 스타 기네스 팰트로가 운영하는 건강 관련 팟캐스트에 초대돼 “이제 스스로를 돌보게 돼 영혼의 평온을 되찾았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가 6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오는 30일 생일을 맞는 디아즈는 “이렇게 얘기하긴 이상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잘 안다. 기네스 당신도 수준에 맞게 집중력 있게 연기를 하려면 대중 앞에 서고 스스로를 거기 던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항상 당신에게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게 해야 하며 배우로서 볼 만해야 하며 스스로를 던져야 한다”고 이어나갔다. 1994년 데뷔작 ‘마스크’에서 짐 캐리의 상대로 출연하며 이름을 날린 디아즈는 블록버스터 작품을 흥행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실로 엄청날 수 있어 배우들은 아양을 떨지만 자신은 조금 더 자기 만족적이 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멈춰서 내 인생을 진짜로 들여다봤다. 당신이 영화를 만들면 그들이 당신을 소유한다. 하루 12시간씩 몇 달이고 붙들려 있어야 한다. 딴 일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면서 “정말로 내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로커 벤지 매든(41)과 결혼해 지난해 12월에 첫 딸 래딕스를 얻었다. 디아즈는 팰트로가 전 남편이자 그룹 콜드플레이의 리더인 크리스 마틴과 결혼해 두 자녀를 갖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어 아이를 낳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 나이에 엄마가 되고 보니, 스물다섯 살에 내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부모의 모습과는 다르더라. 당신이 없었더라면 난 결코 엄마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당신도 나처럼 어렸을 때는 ‘아이들을 낳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을 가졌어. 결혼했으니까, 아이들을 가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팰트로는 영국판 보그 인터뷰를 통해 마틴과 별거한 일을 “의식있는 헤어짐(conscious uncoupling)“이라고 표현했던 것은 약간의 조롱이 섞여 있었다며 그 안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했다. 둘은 결별 성명을 함께 발표했는데 심리치료사가 둘을 소개시켰다고 팰트로가 공개하는 대목도 있었다. 그녀는 “솔직히 말해 통증이 진전되는 것처럼 삼키기조차 힘든 대목도 있다”고 했다. 이어 “내가 흥미를 가졌던 것은 문구 때문이 아니라 그런 감정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잃지 않고 찢어지는 일이 세상에 있기는 한 거냐”고 되물은 뒤 “커플이 아니더라도 가족일 수 있는 건 아니냐?”고 덧붙였다. 팰트로는 지금은 TV 제작자 브래드 팔축과 결혼했는데 종종 인용되는 그 문구가 “내가 이전에 결코 본 적이 없는 조롱과 화가 야릇하게 뒤섞인” 형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폭우/손성진 논설고문

    섬섬한 광란(光亂)에 풀 죽은 영혼이 버쩍 고개를 치켜든다. 물에 빠진 듯 허덕거리는, 썩은 정신을 일깨워 주려는 뜻도 알지 못하고, “하늘이 노했나 보다”라고 중얼거리는 사이 또 한 번 멀리서부터 굉음이 뒤통수를 내리친다. 이런 폭우가 얼마 만이던가. 물난리를 겪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퍼붓는 물줄기가 도리어 반가워 미친듯이 빗속을 첨벙첨벙 걸었다. 세속에 얼룩진 마음을 씻어 보려는 산중거사들처럼 무작정 걸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 노도처럼 흘러가는 황토물을 보는 것도 십수년 만이다. 그냥 멍하게 바라본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는 세상의 추물을 다 씻어 데려간다. 그리고 바다. 바다는 떠내려온 흙탕 강물로 벌겋게 자신을 물들였다. 모든 것은 바다로 흘러든다. 바다는 그 너른 품을 벌려 온갖 잡것들을 다 받아 준다. 내가 버린 내 얼룩도 받아 주었을까. 눈은 단지 덮어 줄 뿐이지만 비는 세상을 정화시킨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비는 그친다. 정화의 시간도 그렇게 끝났나 보다. 마음을 씻어 준 비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미움도, 까닭 없는 증오도 폭우에 다 떠내려갔기를 바랐다. 서쪽 황혼이 붉게 타올랐다. 저 노을을 잡아야지. 허황된 꿈이 다시 날 휘젓는다. sonsj@seoul.co.kr
  • 연예뉴스 댓글창 막자 SNS 몰려간 악플러들

    연예뉴스 댓글창 막자 SNS 몰려간 악플러들

    악성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던 몇몇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 이후 댓글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악성댓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연예 기사 댓글창 폐지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악성댓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으로 무대를 옮겨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 개인을 향한 악성댓글까지 쏟아지며 매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연예인 김희철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악성댓글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고,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배구선수 고유민씨의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으로 악성댓글이 지목되기도 했다. 또 이날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쯔양이 협찬을 받고도 광고 표기를 하지 않는 이른바 ‘뒷광고’ 논란에 휩싸인 뒤 “허위 사실을 퍼트리는 댓글 문화에 지쳤다”며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반복되는 악성댓글 피해에도 적절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악성댓글로 극단적 선택을 한 연예인 설리의 이름을 딴 ‘설리법’(악플방지법)은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줄줄이 폐기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2014년 8880건에서 2019년 1만 6633건으로 2배가량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왜곡된 댓글 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악성댓글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영혼까지 파괴될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가혹 행위라는 점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 역시 “무조건적인 처벌 강화나 규제 대신 기술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댓글 문화를 바꿔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연예뉴스 댓글 사라졌지만 ‘악성댓글’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연예뉴스 댓글 사라졌지만 ‘악성댓글’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악성댓글 전쟁 치르는 한국 사회악성 댓글로 고통을 호소하던 몇몇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 이후 댓글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악성 댓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연예 기사 댓글창 폐지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악성 댓글은 사라지지 않고 무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으로 옮겨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연예인 등을 넘어 일반 개인을 향한 악성 댓글까지 쏟아지며 매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증가 추세다. 김희철도, 고유민도, 쯔양도···끝나지 않은 ‘악성 댓글’과의 전쟁 최근 연예인과 유튜버, 스포츠 스타 등이 차례로 악성댓글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달 22일에는 연예인 김희철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악성댓글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사실을 밝혔고,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배구선수 고유민씨의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으로 악성댓글이 지목되기도 했다. 또 6일에는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쯔양이 협찬을 받고도 광고 표기를 하지 않은 이른바 ‘뒷광고’ 논란에 휩싸인 뒤, “방송 초반에 광고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했으나 그외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질타가 아닌 허위 사실을 퍼트리는 댓글 문화에 지쳐 방송 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며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문제는 계속 반복되는 악성댓글의 문제에도 적절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악성댓글로 극단적 선택을 한 연예인 설리씨의 이름을 딴 ‘설리법’(악플방지법)은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줄줄이 폐기됐다. 포털 사이트에서 연예뉴스의 댓글란은 사라졌지만 악성댓글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공공연히 게시되고, 그 피해자 역시 일반 개인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2014년 8880건에서 2019년 1만 6633건으로 약 2배 가량으로 급증했다. 왜곡된 악플 문화 개선하는 노력 필요 일각에서는 용기 내 고소하고 악플러와의 오랜 기간 법정 싸움을 버텨 내도,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형벌이 벌금형 수준으로 낮은 점이 문제로 지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형 기준을 높이는 것만이 무조건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양형 기준을 높인다고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악플 문화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악성 댓글 피해자는 영혼까지 파괴될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가혹한 행위라는 점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 역시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명예훼손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민사소송에서 높은 손해배상금액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면서 “악성댓글은 낮은 양형 기준으로 인한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왜곡된 댓글 문화로 인한 것인 만큼 원인에 맞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셜로그인을 해야만 댓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경우, 본인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 보다 조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조건적인 처벌 강화나 규제 대신에 기술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댓글 문화를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8·4 대책] ‘영끌’ 주택공급정책에 정청래조차 “항의 빗발쳐”

    [8·4 대책] ‘영끌’ 주택공급정책에 정청래조차 “항의 빗발쳐”

    정부, 수도권에 3만 3000가구 공급 8·4 대책 발표 정부가 4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서울시, 야당 등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서초동 서울조달청, 삼성동 서울의료원,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을 주거단지로 개발해 총 3만 3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발표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주요한 한 축인 공공재건축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공공재건축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느냐라는 실무적인 의문이 있다”며 “애초 서울시는 별로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단언했다. 김 본부장은 “서울시는 비정상적으로 멈춘 민간 재건축을 정상적으로 해야 하고, 재건축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며 “정부 정책에 참여해서 가야겠지만, 공공재건축으로 가는 것은 방향성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찬성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공재건축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원총회에서 한마디 했다며 “오늘 주택공급에 대한 발표를 주민들의 항의 목소리를 듣고 기사를 통해서 알았다”고 공개했다. 이어 민주당 소속인 과천시장은 즉각 반대의사를 발표했고, 마포구청장도 사전에 논의가 일절 없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지금 상암동 주민들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는데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나”라며 주민, 구청, 지역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협의없는 일방적 발표를 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임대비율 47% 상암동에 또 임대주택 짓나”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그냥 따라오라는 방식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아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주택공급 정책이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이라고 평가하며 공공기관 유휴부지 활용에 대해서는 고밀도의 아파트로 채워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그냥 닥치고 아파트’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또 사전청약물량 확대에 대해서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사전예약제와 같은 제도로 주택공급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시점만 앞당기는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이는 것은 신도시의 질을 낮추겠다는 공식 신호라고 비판했다. 정비사업 규제완화와 공공성 강화에 대해서는 해제되었던 뉴타운지역까지 부활시키는 것으로 이럴거면 왜 과거에 해제시킨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김 전 의원은 “아파트 위주의 재개발 재건축을 지양하자던 목소리는 어디가고, 주택수 조금 늘리고자 자신들이 비판하던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며 “실패한 주택정책을 만회하기 위해서 부동산에 정권의 영혼을 판 것 같아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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