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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석 경기도의원, ‘통합운영학교, 과밀,운영혼란 심각..정책 원점 재검토 필요’

    김현석 경기도의원, ‘통합운영학교, 과밀,운영혼란 심각..정책 원점 재검토 필요’

    김현석 경기도의원(국민의힘, 과천)은 24일 열린 경기도교육청 대상 예산심의에서 통합운영학교의 과밀학급 문제, 운영체계 미비, 예산 구조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현석 의원은 “2025년도 통합운영학교 관련 예산이 1억 4천만 원 순증됐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일반수용비, 사업추진경비 등 운영성 경비 중심으로 편성돼 실제 사업 목표와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며, “설명 자료와 예산 구조 간 괴리가 커 사업의 실질 내용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통합운영학교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행정·재정 효율화를 위해 설립된 제도지만, 최근 신설된 9개 학교에서만 84개의 과밀학급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학교가 신도시 지역에 대규모로 개교하면서 오히려 과밀 문제가 심화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운영학교가 본래 취지와 달리, 학교 설립 타당성 심사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운영 과정에서의 혼선 문제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초·중 통합 운영으로 인해 급식, 생활지도, 학교 운영 기준 등이 충돌하고 있으며, 학교장의 출신이 초등·중등이냐에 따라 학부모 간 불만도 반복되고 있다”며, “통합운영학교가 일반 학교와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아영 경기도교육청 학교교육국장은 “통합학교 도입의 취지는 분명하나, 현장의 다양한 문제점도 인지하고 있으며 관계 부서와 함께 개선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끝으로 김현석 의원은 “과천의 경우 학령인구 예측 오류로 인해 지역사회 갈등까지 초래된 상황”이라며, “현재의 구조와 운영 방식으로는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렵다. 통합운영학교 정책 전반에 대한 원점 재검토와 함께,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시간을 건너 시대를 춤춘 거장의 숨결

    시간을 건너 시대를 춤춘 거장의 숨결

    배정혜 ‘솔, 해바라기’ 세계화 발판국수호 ‘티벳…’ IMF 당시 영혼 위로 극적 대비 이룬 김현자·조흥동 무대 국립무용단장을 지낸 한국춤 거장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무용단이 다음 달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리는 ‘거장의 숨결’이다. 17~18일 ‘거장의 숨결I’은 배정혜(81)의 ‘솔(Soul), 해바라기’와 국수호(77)의 ‘티벳의 하늘’을, 20~21일 ‘거장의 숨결Ⅱ’은 김현자(78)의 ‘매화를 바라보다’와 조흥동(84)의 ‘바람의 시간’을 더블빌로 묶었다. 더블빌은 하나의 접점으로 두 개 작품을 함께 공연하는 방식이다. 배정혜가 안무한 ‘솔, 해바라기’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그리움을 살풀이로 풀어냈다. 2006년 초연한 작품은 한국 전통춤에 ‘새타령’, ‘진도아리랑’ 등을 재즈 음악으로 덧댄 시도로 주목받았다. 10년간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고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배정혜는 최근 연습실 공개에서 “저는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창작된 한국춤이 세계화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번 무대에서는 작품 중 1막 ‘살아 있는 자의 그리움’을 선보인다. 국수호가 빚어내 1998년 초연한 ‘티벳의 하늘’은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환생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국수호는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에 돌입하기 전 작품을 구상했다. 그는 “국가적 위기에서 춤으로 영혼의 양식이 되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면서 “동양적 윤회사상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정신적 유산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현자와 조흥동이 꾸미는 무대는 한국무용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극적으로 대비된다. 2011년 올린 김현자의 ‘매화를 바라보다’는 여성 무용수들이 가야금산조의 선율을 따라 달빛과 매화의 심상을 표현한다. 김현자는 이 작품에 대해 “전통의 씨실과 현대의 날실로 교직한 비단”이라면서 “젊을 때 실험했던 현대성에 전통 요소를 꽃잎 무늬처럼 새겨넣었다”고 소개했다. 조흥동의 ‘바람의 시간’은 신작으로, ‘군자의 길을 걷는 삶의 자세’를 한국 남성춤으로 형상화했다. 조흥동은 “춤을 잘 추고 여러 가지 재주가 있는 사람을 한량이라고 하지만 저는 모든 것을 갖춘 상남자가 한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춤과 같이 살아왔다. 춤의 길을 바람과 함께 걸어왔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 ‘향연’에서 협업했던 정구호가 연출과 시노그라피(배경 도법)를 맡았다. 국립무용단은 다음 달 19일 이번 공연과 연계한 ‘세계 속의 국립무용단, 미래를 향한 창작 발전 방안’ 심포지엄을 연다. 무용인류학자 최해리와 무용평론가 김예림이 각각 ‘국립무용단 역사 속 정체성’, ‘국립무용단 미래의 방향성’을 발제한다.
  • “지드래곤 따라했더니 대박”…중국판 ‘빅뱅’에 200만명 열광

    “지드래곤 따라했더니 대박”…중국판 ‘빅뱅’에 200만명 열광

    중국 농촌 출신 5형제가 K팝 그룹 빅뱅을 흉내 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른바 ‘농촌 빅뱅’으로 불리는 ‘벵산 칼라카(Bengshan Kalaka)’는 빨간색 의상을 입고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와 ‘이프 유(If You)’ 등 빅뱅의 히트곡을 완벽히 커버해 화제를 모았다. 주 무대는 윈난성 자오퉁시의 한 시골 마을이다. 멤버들은 검은 비닐봉지로 옷을 만들어 입고, 마이크 대신 옥수수나 나무 막대기를 쥐고 노래한다. 전기 삼륜차, 옥수숫대 등을 활용해 무대를 꾸미고 닭·오리·거위의 배설물을 치우느라 공연을 잠시 중단하기도 한다. 소박한 영상으로 눈길을 끈 벵산 칼라카는 한 달 만에 소셜미디어(SNS) 구독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판타스틱 베이비’와 ‘뱅뱅뱅(BANG BANG BANG)’ 커버 영상은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라이브 방송에는 최대 30만명이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누리꾼들은 이들의 인기 요인으로 ‘진정성’과 ‘겸손한 태도’를 꼽았다. 온라인에서는 “한국어 실력은 거의 완벽하고 춤 실력도 훌륭하다”, “겉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표정 연기와 열정만큼은 진지하다”, “이 성실한 가족에게 반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SCMP는 “이들은 화려한 K팝 산업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 있지만, 빅뱅이 가진 ‘영혼’을 포착해냈다”라고 평가했다. 그룹을 이끄는 장남 관헝은 메이크업부터 편곡, 한국어까지 독학해 팀 내 ‘지드래곤’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과거 바에서 가수로 활동했으며, 5년 전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한 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발사와 건설 현장 노동자로 일하다 최근 귀향했다. 관헝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그룹을 결성했다며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인터넷 스타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머지 4형제 또한 막냇동생의 학업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생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 ‘이성조 교수’의 덫! 코인 투자 매몰된 40대 가장, 대부업체 통해 1억원 대출 받다 [파멸의 기획자들 #43]

    ‘이성조 교수’의 덫! 코인 투자 매몰된 40대 가장, 대부업체 통해 1억원 대출 받다 [파멸의 기획자들 #43]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민준이 망설임 없이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두 번 울리자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네, 빠른캐피탈 CEO 최명렬입니다.” 시중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처럼 정중하고 세련된 말투였다. 사채업자의 거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안녕하세요. 이성조 교수님 소개로 연락드린 김민준입니다.” “반갑습니다, 김민준 고객님. 안 그래도 김가영 비서님께 얘기 듣고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코인 투자를 위한 단기 유동성이 필요하시다고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담보가 마땅치 않거든요. 집은 전세고 차도 낡았는데... 대출이 가능할까요?” 최명렬 사장은 잠시 서류 넘기는 소리를 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물론 일반 고객분이시면 당연히 거절되겠죠. 하지만 고객님은 이 교수님이 보증하시는 분 아니십니까? 교수님을 믿고 저희 회사 내부 VIP 규정을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1억원까지 승인할 수 있습니다.” “예? 1억원이요? 1000만원이 아니고요?” 민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 1억원이요. 이자율은 연 5.2%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수준이죠. 게다가 매달 이자 낼 필요 없이, 원금 갚을 때 한 번에 정산하시면 됩니다. ‘투자는 타이밍인데 이자 걱정 때문에 매매 흐름 끊기면 안 된다’고 이 교수님이 귀에 딱지가 앉게 얘길 하셔서 저희가 특별한 상품을 만들었어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이건 하늘이 준 기회였다. “그리고 고객님, 한 가지 더 혜택이 있습니다. 대출금 1억원을 받아서 이걸 다시 거래소로 입금하고 환전하면… 과정도 번거롭고 수수료도 많이 나오잖아요?” “네, 그렇죠.” “그래서 저희가 제휴된 환전업체를 통해 대출금을 바로 USDT(테더)로 바꿔서 고객님의 IEKAF 거래소 지갑으로 꽂아드립니다. 이렇게 하면 고객님은 환전 수수료 등 제비용을 아껴서 좋고요. 저희는 거래소가 주는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어서 서로 ‘윈윈’입니다. 동의하시나요?”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내 통장을 스치지 않는다는 게 살짝 찜찜했지만, ‘수수료 절약’과 ‘윈윈’이라는 설명에 의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 당장 10만 달러 시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이메일로 차용증 양식을 보낼 테니까 자필 서명과 인감도장, 지장을 찍어서 보내주세요. 인감증명서도 한 통 떼시고요.” 다음 날 아침, 민준은 아침 출근을 미루고 주민센터로 달려갔다. 인감증명서를 출력한 뒤 떨리는 손으로 차용증에 ‘일금 일억원정’(₩100,000,000)을 적어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엄지손가락에 붉은 인주를 묻혀 종이 위에 꾹 눌렀다. 종이에 선명하게 찍힌 붉은 지문. 그것은 민준의 영혼이 저당 잡히는 낙인이었지만, 투자에 눈이 먼 그의 눈에는 성공을 향한 티켓으로 보였다. 30분 뒤 최 사장의 문자가 도착했다. ‘IEKAF 거래소 입금 완료. 7만 8000 USDT 확인 바랍니다.’ 거래소 앱을 켠 민준은 숫자를 확인했다. 기존 5000만원에 대출금 1억원이 합쳐져 드디어 꿈에 그리던 ‘10만 달러’가 만들어졌다. ‘됐다... 드디어 부활의 준비가 완벽히 끝났다.’ 민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날 회사의 초대형 거래를 망쳐 사무실에서 대표에게 한 시간 넘게 깨지던 기억, 이를 지켜보던 박 대리의 비아냥거리는 듯한 표정… 이 모든 구질구질한 현실이 발 아래로 까마득하게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몰랐다. 화면 속에 찍힌 그 숫자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그저 사기꾼들이 서버에 입력한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찍은 그 붉은 지장이, 조만간 자신의 목을 조여올 올무가 될 것이라는 사실도.
  • 허공에 띄운 영혼의 선율: 샤갈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

    허공에 띄운 영혼의 선율: 샤갈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하얀 나선형 공간에서 만나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중력을 거스른 채 허공에 떠 있는 기묘한 형상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러시아 비테프스크 출신의 유대인 화가 샤갈이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겪은 이방인의 삶과, 그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고향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시각화한 대표작이다. 지붕도 없이 떠도는 거인 화면의 구도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모스크바도, 파리도 아닌 모호한 공간의 허공 위에 한 남자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보라색 코트를 입은 이 거대한 인물의 발밑에는 기하학적으로 단순화된 회색빛 마을이 장난감처럼 작게 깔려 있다. 이 거인은 누구인가? 샤갈 자신이기도 하며, 동시에 평생을 떠돌아야 했던 유대인(Wandering Jew)의 표상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그리고 이어진 망명 생활 속에서 샤갈은 물리적 고향을 상실했다. 그렇기에 그림 속 인물은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공중을 부유한다. 이는 환상적인 마법이 아니라, 뿌리 뽑힌 자가 겪어야 하는 불안한 현실이자 실존적 고독의 표현이다. 초록빛 얼굴, 기억의 색채 샤갈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얼굴을 현실적인 살색이 아닌 녹색으로 칠했다. 샤갈에게 녹색은 종종 신성한 영역이나 영혼의 울림, 혹은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으로 쓰인다. 따라서 이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육체를 가진 인간이라기보다, 고향 비테프스크의 기억을 연주하는 기억의 정령이나 수호자에 가깝다.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동유럽 유대인(하시디즘) 전통에서 기쁨과 슬픔, 탄생과 죽음의 순간마다 영혼을 위로하던 악기다. 언제든 짐을 꾸려 떠나야 했던 유대인들에게 바이올린은 휴대하기 가장 간편한 악기이자, 신과 소통하는 도구였다. 샤갈은 이 악기를 통해 잃어버린 고향의 냄새, 어린 시절의 웃음,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연주한다. 끝나지 않는 영혼의 콘체르토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는 고향을 잃은 자가 바치는 ‘잃어버린 세계를 위한 콘체르토’다. 그는 파리의 화려한 아방가르드 양식(입체주의적 면 분할)을 받아들였지만, 그 기법으로 그려낸 것은 세련된 도시가 아닌 눈 덮인 고향 마을의 추억이었다.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이민자였던 샤갈. 그러나 그는 캔버스 위에서만큼은 가장 자유로운 연주자였다. 구겐하임의 차가운 전시장에서도 이 녹색의 거인은 여전히 따뜻한 소리를 낸다. 세상 어디에 있든 인간은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곳의 노래를 부르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샤갈은 이 멈추지 않는 연주를 통해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 허공에 띄운 영혼의 선율: 샤갈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 [으른들의 미술사]

    허공에 띄운 영혼의 선율: 샤갈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 [으른들의 미술사]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하얀 나선형 공간에서 만나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중력을 거스른 채 허공에 떠 있는 기묘한 형상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러시아 비테프스크 출신의 유대인 화가 샤갈이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겪은 이방인의 삶과, 그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고향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시각화한 대표작이다. 지붕도 없이 떠도는 거인 화면의 구도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모스크바도, 파리도 아닌 모호한 공간의 허공 위에 한 남자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보라색 코트를 입은 이 거대한 인물의 발밑에는 기하학적으로 단순화된 회색빛 마을이 장난감처럼 작게 깔려 있다. 이 거인은 누구인가? 샤갈 자신이기도 하며, 동시에 평생을 떠돌아야 했던 유대인(Wandering Jew)의 표상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그리고 이어진 망명 생활 속에서 샤갈은 물리적 고향을 상실했다. 그렇기에 그림 속 인물은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공중을 부유한다. 이는 환상적인 마법이 아니라, 뿌리 뽑힌 자가 겪어야 하는 불안한 현실이자 실존적 고독의 표현이다. 초록빛 얼굴, 기억의 색채 샤갈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얼굴을 현실적인 살색이 아닌 녹색으로 칠했다. 샤갈에게 녹색은 종종 신성한 영역이나 영혼의 울림, 혹은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으로 쓰인다. 따라서 이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육체를 가진 인간이라기보다, 고향 비테프스크의 기억을 연주하는 기억의 정령이나 수호자에 가깝다.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동유럽 유대인(하시디즘) 전통에서 기쁨과 슬픔, 탄생과 죽음의 순간마다 영혼을 위로하던 악기다. 언제든 짐을 꾸려 떠나야 했던 유대인들에게 바이올린은 휴대하기 가장 간편한 악기이자, 신과 소통하는 도구였다. 샤갈은 이 악기를 통해 잃어버린 고향의 냄새, 어린 시절의 웃음,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연주한다. 끝나지 않는 영혼의 콘체르토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는 고향을 잃은 자가 바치는 ‘잃어버린 세계를 위한 콘체르토’다. 그는 파리의 화려한 아방가르드 양식(입체주의적 면 분할)을 받아들였지만, 그 기법으로 그려낸 것은 세련된 도시가 아닌 눈 덮인 고향 마을의 추억이었다.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이민자였던 샤갈. 그러나 그는 캔버스 위에서만큼은 가장 자유로운 연주자였다. 구겐하임의 차가운 전시장에서도 이 녹색의 거인은 여전히 따뜻한 소리를 낸다. 세상 어디에 있든 인간은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곳의 노래를 부르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샤갈은 이 멈추지 않는 연주를 통해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 ‘숨은 강자’ 슬로베니안필… “명랑하고 낙천적인 선율 기대하세요”

    ‘숨은 강자’ 슬로베니안필… “명랑하고 낙천적인 선율 기대하세요”

    ‘젊은’ 지휘자가 ‘낯선’ 음악을 들고 한국에 온다. 20·21일 첫 내한 공연을 앞둔 슬로베니안필하모닉은 중·동부 유럽의 ‘숨은 강자’다. 독일이나 프랑스, 미국의 유명 악단만큼 국내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3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유럽 내에서는 깊이 있고 섬세한 해석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1990년생으로 젊은 나이에 슬로베니안필의 수석 지휘자를 꿰찬 카키 솔롬니시빌리는 참신하면서도 힘 있는 지휘로 클래식계에서 주목받는 인재다. 그는 슬로베니아 작곡가 조르주 미체우즈의 오페라 ‘더 페어리 차일드’(The Fairy Child)의 서곡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솔롬니시빌리를 19일 서면으로 만났다. “저는 언제나 제 영혼과 가까운 작품 그리고 음악이 지닌 언어를 통해 작곡가의 메시지를 가장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더 페어리 차일드’로 무대를 여는 이유는 슬로베니아 특유의 명랑하고 낙천적인 기질을 잘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듣기에는 부담이 없지만 연주하기는 꽤 까다롭죠. 첫 한국 방문을 기념하며 이 곡을 통해 우리의 기쁨과 행복을 슬로베니아식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이어진다.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협연한다. 임윤찬의 스승으로 수많은 연주자를 양성한 교육자로도 잘 알려진 손민수는 이번엔 연주자로서의 강렬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예정이다. 양일 공연의 대미는 각기 다른 곡으로 장식된다.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는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이, 21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공연에서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울려 퍼진다. “라흐마니노프 작품은 아주 영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피아니스트와 함께 연주하게 돼 정말 기대되기도 합니다. 차이콥스키의 곡은 제게 무척 특별합니다. 오랫동안 그의 발레곡을 지휘했거든요. 차이콥스키 작품은 그 어떤 곡보다도 섬세하죠. 브람스 1번은 늘 연주하길 바랐습니다. 고전주의 형식을 지켜 내면서도 낭만주의의 가장 위대한 곡처럼 들리게끔 하는 것이 저의 과제겠죠.”
  • 여러분은 이 수능 문제 풀 수 있습니까? [INTO]

    여러분은 이 수능 문제 풀 수 있습니까? [INTO]

    수능 국어 영역 17번 독해 문항 칸트 ‘인격 동일성’ 담은 지문서 포스텍 교수 “정답 없어” 주장“고교생 수준 넘어서” 논란에“변별력 위해 불가피” 반론도 문제·정답 이의신청 675건 접수 평가원, 25일 과목별 정답 공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에 관한 지문이 제시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17번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는 철학과 교수의 주장이 제기됐다. 복잡한 논증이 사용돼 고교생이 풀기 어려운 데다 오류도 있다는 것이다. 학원가에선 출제 오류 판단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각에선 변별력을 위해 수능에서 너무 어려운 문항을 출제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충형 포항공대(포스텍) 철학과 교수는 한 수험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기에 풀어 보았는데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는 글을 올렸다. EBS와 입시 업체들도 고난도 문항으로 꼽은 국어 17번은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를 담은 지문을 읽고 푸는 문제다.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 본래의 자신과 재현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갑’과 반박하는 ‘을’의 주장을 제시한 뒤, 이를 이해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보기를 골라야 한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3번(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다. 반면 이 교수는 “갑의 입장은 옳기에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항에 연관된 지문을 보면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는 문장이 도입부에 나온다. 이 교수가 짚고 넘어간 부분은 ‘단일한 주관’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하면, 본래의 나와 재현된 의식 둘 다 존재하게 된다”며 “이 경우 ‘생각하는 나’는 지속하지만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스캔 프로그램으로 의식이 재현되면 ‘단일한 주관’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어 17번 문항과 관련 있는 ‘수적 동일성’ 개념을 이용한 수정란과 초기 배아 지위에 관한 논문으로 ‘철학자 연감’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에 선정된 바 있다. 입시 업계에서는 평가원이 17번을 오류로 판정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 많다. 수능에서 출제 오류 여부를 판단하려면 지문에 나와 있는 논리로 정답을 도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지문만 보면 나머지 보기를 제거하고 3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지문은 EBS 수능 연계교재에서 다룬 ‘인격 동일성에 관한 논의’ 지문의 주요 정보를 활용해 지문을 구성한 문항이라 연계 체감도도 높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수능 변별력을 위해 국어나 영어 영역에 너무 어려운 지문과 문항을 출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 수능 국어에서는 ‘열팽창’과 관련된 여러 개념의 의미와 관계를 파악해야 풀 수 있는 12번 문항도 고난도로 분석되는 등 전년도보다 까다로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과학 지문을 활용한 12번에 대해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챗 GPT도 틀렸다”는 등의 반응도 나왔다. 국어 난도가 올라가면서 올해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보다 5점 정도 오를 것이라고 입시 업계는 관측한다. 통상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만점 점수가 높아진다. 국어 교사 출신인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며 국어가 어려워지기 시작해 학생들이 벅차다고 느낄 만한 난도로 올라간 것 같다”며 “읽어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줄 세우기’로 진행되는 대학 입시의 특성상 수능 변별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수능에서라도 변별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동점자가 많아서 폐해가 생길 수 있다”며 “수능에서 변별을 못 해 주면 대학은 대학별 고사 등 또 다른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평가원은 국어 17번에 대한 이의 제기를 포함해 총 675건의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과목별·문항별 분류 절차를 거쳐 오는 25일 최종 정답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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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국어 영역 17번 독해 지문 칸트 ‘인격 동일성’ 담은 문항서 포스텍 교수 “정답 없어” 주장“지문 논리로 도출 가능” 반론도문제·정답 이의신청 675건 접수 평가원, 25일 과목별 정답 공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에 관한 지문이 제시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17번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는 철학과 교수의 주장이 나왔다. 복잡한 개념과 논증이 사용돼 고교생이 풀기 어려운 데다 오류도 있다는 것이다. 학원가에선 출제 오류 판단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각에선 변별력을 위해 수능에서 너무 어려운 문항을 출제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충형 포항공대(포스텍) 철학과 교수는 한 수험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쓴 글에서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기에 풀어 보았는데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EBS와 입시 업체도 고난도 문항으로 꼽은 국어 17번은 독일 철학자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를 담은 지문을 읽고 푸는 문제다.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 본래의 자신과 재현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갑’과 반박하는 ‘을’의 주장을 제시한 뒤, 이를 이해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보기를 골라야 한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3번(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갑의 입장은 옳기에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문을 보면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는 문장이 도입부에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스캔 프로그램으로 의식이 재현되면 ‘단일한 주관’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3번은 답이 될 수 없다. 또 이 교수는 “개체 a와 b 그리고 속성 C에 대해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얼핏 당연해 보이는 이 풀이는 실제로는 잘못된 풀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어 17번 문항과 관련 있는 ‘수적 동일성’ 개념을 이용해 쓴 수정란과 초기 배아 지위에 관한 논문으로 ‘철학자 연감’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에 선정된 바 있다. 입시 업계에서는 평가원이 17번을 오류로 판정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 많다. 수능에서 출제 오류 여부를 판단하려면 지문에 나와 있는 논리로 정답을 도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지문만 보면 나머지 보기를 제거하고 3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지문은 EBS 수능 연계교재에서 다룬 ‘인격 동일성에 관한 논의’ 지문의 주요 정보를 활용해 지문을 구성한 문항이라는 점도 연계 체감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수능 변별력을 위해 국어나 영어 영역에 너무 어려운 지문과 문항을 출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 수능 국어 영역에서는 ‘열팽창’과 관련된 여러 개념의 의미와 관계를 파악해야 풀 수 있는 12번도 고난도 문항으로 분석되는 등 난도가 전년도보다 올라간 것으로 평가됐다. 과학 지문을 활용한 12번에 대해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챗 GPT도 틀렸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국어 난도가 올라가면서 올해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보다 5점 정도 오를 것이라는 입시 업계의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통상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만점 점수가 높아진다. 국어 교사 출신인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며 국어가 어려워지기 시작해 학생들이 벅차다고 느낄 만한 난도로 올라간 것 같다”며 “읽어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줄 세우기’로 진행되는 대학 입시의 특성상 수능 변별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수능에서라도 변별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동점자가 많아서 폐해가 생길 수 있다”며 “수능에서 변별을 못 해 주면 대학은 대학별 고사 등 또 다른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평가원은 국어 17번에 대한 이의 제기를 포함, 총 675건의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과목별·문항별 분류 절차를 거쳐 오는 25일 최종 정답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 철학교수 “국어 17번 정답 없다”…수능 이의신청 지난해 2배

    철학교수 “국어 17번 정답 없다”…수능 이의신청 지난해 2배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17번을 두고 한 대학교수가 “정답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문제를 포함한 수능 이의신청은 지난해의 2배 수준인 675건에 달했다. 이충형 포항공대 철학과 교수는 19일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수능 국어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 개념을 다룬 이 문제는 EBS와 학원가, 수험생이 한목소리로 최고 난이도로 꼽은 문항이다. 문제는 두뇌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 본래의 자신과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갑’의 주장을 제시하고, 이를 이해한 반응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라고 요구했다.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은 3번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갑의 입장이 옳기 때문에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문에 따르면 칸트 이전의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한다는 것인데, 스캔 프로그램으로 재현된 의식은 ‘단일한 주관’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문제 출제자가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는 논증을 너무 쉽게 생각한 듯하다”며 “실제로는 굉장히 복잡한 개념이 사용된 상황이어서 이런 논증이 간단하게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속성이라는 개념 자체도 고등학교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저 역시 지문을 이해하는 데만 2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정란과 초기 배아 지위에 관한 논문으로 철학자 연감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에 선정된 바 있다. 독해·논리 유명 강사 이해황씨도 같은 견해를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며 이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심사를 거쳐 오는 25일 오후 5시 정답 확정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의신청 675건, 영어 24번에만 400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치러진 수능에 대한 이의신청이 17일 마감 시점까지 총 675건 제기됐다. 지난해 342건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영역별로는 영어가 467건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특히 영어 24번 문항에 4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어와 사회탐구가 각각 82건, 수학 23건, 과학탐구 17건, 제2외국어·한문 2건, 한국사·직업탐구 1건 순으로 집계됐다. 답안지 작성에 사용된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이 번지는 현상도 불만 사항으로 제기됐다.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마킹 도중 잉크가 과도하게 흘러나와 답안지가 번지고 수정 과정에서 시간을 허비했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교육부는 “특정 업체의 일부 제품에서 해당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 “수능 국어 17번 정답 없다” 철학과 교수가 주장한 이유

    “수능 국어 17번 정답 없다” 철학과 교수가 주장한 이유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 17번 문항에 정답이 없다는 대학교수의 주장이 나왔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충형 포항공대(포스텍) 철학과 교수는 한 입시 커뮤니티 게시판에 쓴 글에서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기에 풀어 보았는데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국어 17번 문항은 EBS와 학원가, 수험생들이 고난도 문항으로 꼽은 문항이다.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를 담은 지문으로 보기를 옳게 이해한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17번 문항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 본래의 자신과 재현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갑’의 주장을 제시한 뒤, 이를 이해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찾으라고 요구한다. 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3번인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갑의 입장은 옳기에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문을 보면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는 문장이 도입부에 나온다. 그런데 스캔 프로그램으로 의식이 재현되면 ‘단일한 주관’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국어 17번 문항과 관련 있는 ‘수적 동일성’ 개념을 이용해 쓴 수정란과 초기 배아 지위에 관한 논문으로 ‘철학자 연감’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에 선정된 바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25일까지 심사를 거쳐 오는 25일 오후 5시 정답 확정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 강동구민회관서 조선미 교수 부모교육 개최

    서울 강동구는 오는 26일 강동구민회관에서 관내 영유아 양육자를 위한 특별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특강의 주제는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이며, 자녀 양육 전문가인 조선미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강사로 나선다. 조 교수는 다양한 방송과 저서를 통해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양육 조언을 전해온 전문가이다. 주요 저서로는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나는 오늘도 아이를 혼냈다’ 등이 있다. 이번 특강은 불안과 경쟁이 심화된 현대 사회에서 부모가 자녀의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키워주고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아이의 마음을 지지하는 법, 감정 조절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양육 전략 등 실천 중심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강동구육아종합지원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 “이런 조사 좋게 끝난 사례 못 봐”… 내란 청산 TF에 떠는 관가

    “이런 조사 좋게 끝난 사례 못 봐”… 내란 청산 TF에 떠는 관가

    기재부·행안부·소방청 집중 점검계엄 당일 비상 대기한 것도 걱정경쟁자 견제용 익명 투서도 우려 “일 생기면 공무원만 책임” 불만정책감사 폐지, 사후 약방문 지적 지난 11일 정부가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공무원을 색출하기 위한 ‘헌법 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고 발표하자 관가가 패닉에 빠졌다. 이튿날 대통령실에서 ‘정책감사 폐지’, ‘3000만원 인센티브’ 등을 골자로 한 ‘공직사회 활력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반응이 팽배하다. 특히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목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12개 기관은 긴장·초조·불안 상태다. 한 기재부 관료는 13일 “비상계엄 당일 청사로 출근해 비상대기한 것도 가담한 것으로 볼지, 정말 휴대전화까지 압수해 갈지 걱정”이라면서 “영혼까지 탈탈 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료는 “대통령이 ‘공무원은 지휘관에 따라 움직이는 게 의무’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동네북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재부에서는 비상계엄 직후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장관 주재로 열린 ‘고위 간부 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국가 비상입법기구 설치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쪽지를 논의했는지가 계엄 동조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 회의에 참석했던 간부는 “부총리가 간부는 절대 개입하지 말 것을 지시해 계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기재부 내부 인사권 행사와 관련한 국회 지적도 이미 나왔다.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혁진 의원(무소속)은 “내란 사태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들이 명예퇴직금을 챙기고 해외로 도피했다”며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직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에 파견됐다. 익명 투서를 비롯한 ‘내부 총질’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사서류에 남게 된다는 점에서 승진 경쟁자에 흠집을 낼 ‘결정적 한방’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다. 한 경제부처 관료는 “메신저 대화만 뒤져도 비상계엄 당시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제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행안부도 ‘계엄 연루자’ 색출 예고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한 과장급 공무원은 “요즘 괜히 한마디 잘 못해도 문제가 되는 것 같아 일을 하기가 무섭다”면서 “이런 식의 인사·조사가 좋게 끝난 사례를 거의 못 봤다. 함께 일해 온 1급 실장들은 적어도 30년 넘게 공직에 헌신한 분들인데, 불명예로 마무리될까 걱정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집중 점검 대상이 아닌 부처도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 사회부처 공무원은 “할 일은 산더미인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면서 “무슨 일만 생기면 공무원부터 몰아붙이니, 이제는 비명 지를 힘도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공무원은 “참으로 심란하다. 단순히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한 것도 내란에 해당할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제안한 정책감사 폐지와 공무원 포상 강화안 등에 대해선 ‘언 발에 오줌 누기’, ‘병 주고 약 주기’ 대책이란 분위기가 짙다. 한 사회부처 사무관은 “정책감사 폐지는 이미 예고됐던 사안이라 내부 분위기를 바꿔놓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재택 당직은 업무 부담을 줄여주니 긍정적이지만, 인사혁신처가 발표해야 할 수준을 대통령실에서 꺼내든 건 ‘공무원 달래기’ 용이란 것 아니겠는가”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비상계엄 가담자를 조사한다는 게 곧 감사인데, 감사를 하면서 감사를 하지 않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 “졸지에 내란 동조자?”…‘집중 점검’에 기재부·행안부 술렁

    “졸지에 내란 동조자?”…‘집중 점검’에 기재부·행안부 술렁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 계엄’에 가담한 공직자를 가려내기 위한 정부 내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승인한 가운데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집중 점검 기관’에 포함된 부처들 사이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헌법 존중 정부혁신 TF’를 설치, 오는 21일까지 각 기관별 TF 구성을 마친 뒤 내년 1월 말까지 조사 결과를 취합해 2월 인사 조치를 완료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은 49개 중앙행정기관으로, 이중 ▲합동참모본부 ▲검찰 ▲경찰 ▲총리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 12곳은 ‘집중 점검’ 대상이다. 집중 점검 대상이 된 기재부와 행안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계엄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비상입법기구 설치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았고, 행안부는 경찰청과 소방청을 관할하는 부처다. 기재부는 비상계엄 가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비상계엄 직후 열린 기재부 고위 간부 회의에 참석하라고 1급 공무원들에게 연락을 돌린 공무원, 최 부총리가 이 대통령에게서 받은 ‘예산 쪽지’를 다시 건네 받은 간부, 1급 회의에서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은 간부도 가담자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당시 1급 회의에 참석한 한 간부는 “부총리가 간부들은 개입하지 말 것을 지시해 계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기재부 한 관료는 “졸지에 비상계엄에 동조한 공무원이 될까 봐 불안감에 떨고 있다”면서 “공무원은 늘 영혼이 없다고 지적하더니, 왜 이럴 때만 영혼 있는 공무원으로 인식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행안부도 술렁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방부는 몰라도 일선 부처 공무원들의 계엄 가담 정황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란 가담 공직자 조사와 관련, “특검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공직사회가 침체한 측면이 있다”며 “공직사회를 조속히 안정시키자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소방청 역시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허석곤 당시 청장이 직위 해제됐지만, 나머지 직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동조한 사실도 없어 ‘왜 집중 점검 대상에 들어갔냐’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면서 “단전·단수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곤란해졌다”고 말했다.
  • 수천송이 꽃들의 황홀함 위 무심한 폭력과 집단 속 개인… 2025년 한국에 던지는 몸짓[무용 리뷰]

    수천송이 꽃들의 황홀함 위 무심한 폭력과 집단 속 개인… 2025년 한국에 던지는 몸짓[무용 리뷰]

    2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분홍빛 꽃밭은 다시 한번 시각적 황홀을 안겼다. 지난 6일부터 시작해 9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피나 바우슈(1940~2009)의 ‘카네이션’은 그 장엄한 풍경을 되살리면서도 동시에 ‘전설의 재현은 가능한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카네이션’은 바우슈의 탄츠테아터(Tanztheater·춤과 연극) 미학이 집약된, 그를 상징하는 작품 중 하나다. 수천 송이 카네이션이 깔린 무대 위에서 아름다움과 잔혹함, 사랑과 통제, 순수와 도착이 공존하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조지 거슈윈의 노래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수화로 전해지고, 우아한 드레스와 정장을 갖춰 입은 무용수들은 아이처럼 놀다가도 순식간에 무표정한 얼굴로 폭력과 억압의 기제를 수행한다. 1982년 초연 당시 냉전의 긴장과 분단의 아픔이 일상이던 시대에 이 부조리한 광경은 당대의 억압적 시스템과 그 안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성에 대한 통렬한 은유였다. 그 울림은 오늘의 관객에게도 여전히, 혹은 더 거칠게 다가온다. 관건은 바우슈 이후의 탄츠테아터와 그의 무용단 탄츠테아터 부퍼탈이다. 그의 작업은 기교가 아니라 무용수 개인의 삶과 내면을 끝까지 파고들어 사적인 경험을 무대 언어로 환원하는 방식이었다. 무용수 개개인의 성격을 고스란히 살려 낸 대표작들을 만나려는 러브콜은 바우슈 사후에도 이어졌다. 작품을 온전히 올리는 것 또한 가능했다. 무용수들의 몸 안에 바우슈가 살아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2017년 ‘스위트 맘보’ 내한 때만 해도 10명의 베테랑이 있어 바우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와 대면한 적 없는 단원들이 대다수인 지금, 이 재현은 필연적으로 원본과 다른 결을 가질 수밖에 없다. 초기 단원들이 무대 위에 남긴 삶의 흔적과 날것의 질감, 영혼의 떨림은 분명 희미해졌다. 잘 보존된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작품의 견고한 구조와 상징성은 시대를 초월하는 힘을 발휘했다. 꽃밭 위에서 자행되는 무심한 폭력과 집단 속에서 소외되는 개인의 모습은 2025년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남겼다. 바우슈가 꽃밭 위에 던져 놓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고 상처받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은 살아 숨쉬고 있다. 이제는 바우슈의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물음 그 자체를 마주한다. 육신은 떠나도 정신은 여전히 이 꽃밭 어딘가를 배회하는 듯하다. 꽃은 시들어도 그 꽃이 피어난 자리의 의미는 영원히 뜨겁다. 장인주 무용평론가
  •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겔, 앤 카슨, 이병률, 신이인, 토니 모리슨[폐허에서 무한으로]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겔, 앤 카슨, 이병률, 신이인, 토니 모리슨[폐허에서 무한으로]

    편집자 주 망각忘却은 모든 문장의 운명입니다. 오래된 책은 잊힌 문장으로 가득한 폐허廢墟이지요.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폐허에서 무한無限을 찾는 것 아닐까요. 먼 옛날에 쓰인 문장을 가지고 와 이어 써보려고 합니다. 저의 심폐소생으로 책이 부활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글 역시 결국 무로 돌아갈 것이기에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온라인으로 연재하는 이 시리즈는 기사도 소설도 아니고 시는 더더욱 아닙니다. 옛날과 오늘날을, 필자의 짧은 상상력으로 접붙이는 에세이 정도로 가볍게 읽고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신 독자에게 문운文運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6.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겔, 앤 카슨, 이병률, 신이인, 토니 모리슨 “사랑은 모든 대립을 배제한다.”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어떤 단어는 ‘공간’이 됩니다. ‘사랑’이 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원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랑이 다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신의 사랑과 인간의 사랑이 다르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도 각기 다릅니다. 연인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도 같지 않고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 역시 또 다른 차원에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우리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다르게’ 불러야 할까요. 그러자고 주장하는 이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있나요. 헤겔의 말마따나 사랑은 ‘대립을 배제’하는 것인데요. 저 다양한 사랑을 그저 ‘사랑’이라는 단어의 공간으로 불러들이면 될 일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사랑입니다. 이 공간에 어떻게 ‘입장’하셨는지요.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사랑은 무엇인지요. 무엇이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사랑함으로써, 사랑 안에서 어우러지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 무엇도 사랑이 될 수 있고, 또 사랑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그 무엇도 할 수 있습니다. 짧지만 이 글은 제 나름대로 ‘사랑의 역사’를 써보려고 합니다. ‘정확하고 적절한’ 서술은 불가능할 겁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제가 읽은 시와 소설과 철학에서 정의하는 사랑을 건져 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맞붙여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사랑이 무엇인지 모습을 드러낼까요. 글쎄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겠습니다. 그것 역시 사랑의 한 모습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지극히 사적인 사랑의 역사, 저는 헤겔에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다소 내밀한 이야기가 있는데, 잠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부생 시절 ‘사회사상’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 있습니다. 사회학과 전공 수업으로 서구의 사회 사상사를 개론 차원에서 풀어주는 내용이었죠. 제 전공이 사회학은 아닙니다만, 제목에 매료돼 겁도 없이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난했는데, 중간고사 이후 올 것이 오더군요. 바로 헤겔이었습니다. 교수님은 다음 시간까지 헤겔의 ‘법철학’을 읽어오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전체는 아니고 부분만요. 100쪽 남짓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정말 한 단어, 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검은 건 글자요, 흰 것은 종이라. 그래도 문학청년이랍시고 이런저런 책을 들춰봤는데도, 사정은 처참했습니다. 심지어 독일어 원문도 아니었고 한국어 번역본이었는데도, 헤겔의 문장은 외국어나 다름없었습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강의실로 들어갔습니다. 슬쩍 눈치를 보니 당황한 건 저뿐만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교수님도 이를 간파하시더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던가요?” 물으셨습니다. 다들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교수님은 헤겔이 법철학에서 한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니, 이런 문장이 있었나. 혈기 왕성했던 대학생의 눈에 이 질문은 강력한 매혹이었습니다. 법철학의 내용은 지금도 어렴풋합니다. 이 질문만 뚜렷이 남아있습니다. 난해하고 어려운 철학자 헤겔은 그렇게 저에게는 ‘사랑의 철학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머리가 조금 더 크고 더 공부해 보니 제 ‘편견’은 그리 틀리진 않았던 듯합니다. 헤겔은 이곳저곳에서 사랑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철학사상 가장 난해하다고 평가되는 ‘정신현상학’뿐만 아니라 여러 글과 책을 통해 ‘사랑’을 정의하고자 노력합니다. “사랑은 모든 대립을 배제한다”는 저 말은 ‘청년 헤겔의 신학론집’(그린비)에 실린 단편 ‘사랑’(Die Liebe)에서 가지고 온 문장입니다. 사랑에 관한 헤겔의 또 다른 정의를 보겠습니다. 저를 골치 아프게 했던 그 ‘법철학’에서 그는 사랑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나와 타자 사이에 통일이 이뤄져 있다는 의식을 뜻한다. 여기서 나는 고립돼 있는 게 아니라 나와 타자, 타자와 나의 통일을 자각함으로써 나의 자기의식을 획득한다.”(헤겔, ‘법철학’) 단어들이 조금 어렵지만 찬찬히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금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사랑은 대립을 배제하는 것을 넘어 나와 타자의 ‘통일’을 찾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사랑은 모든 ‘사회적인 것’의 기초가 됩니다. 나와 타자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분리돼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회’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사회사상’에서 헤겔과 ‘법철학’을 다뤄야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와 타자 사이의 통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론을 가지고 와 보겠습니다. “에로스는 경계의 문제다. … 손을 뻗음과 붙잡음 사이, 시선과 응답하는 시선 사이, ‘나는 널 사랑해’와 ‘나도 널 사랑해’ 사이의 간격 속에서 욕망의 부재하는 현존이 활기를 띤다. 하지만 시간과 시선과 ‘나는 널 사랑해’의 경계는 에로스를 창조하는 불가피한 주요 경계, 즉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육체 및 자아의 경계의 여파에 불과하다. 그리고 불쑥 내가 그 경계를 해체하려 하는 순간에만 나는 내가 절대 그럴 수 없음을 깨닫는다.”(앤 카슨, ‘에로스, 달콤씁쓸한’) 시인 앤 카슨은 자신의 박사논문을 아름다운 에세이로 개작했습니다.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에도 출간된 ‘에로스, 달콤씁쓸함’(난다)은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라면 꼭 들춰봐야 할 책입니다. 카슨의 책은 아주 유려하면서도 치밀합니다. 에로스는 주지하듯 사랑을 의미하는 명사입니다. 명사는 어떤 대상의 이름을 고정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랑은 과연 고정될 수 있는 것일까요. 달콤했다가 씁쓸하기도 하고, 둘 사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입니다. 무한한 진동입니다. 카슨은 에로스가 ‘경계’의 문제라는 걸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죠. ‘나’와 ‘너’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헤겔은 사랑을 ‘나’와 ‘타자’ 사이의 통일이라고 봤습니다만, 카슨은 여기에 반대합니다. ‘불쑥 내가 그 경계를 해체하려 하는 순간에 나는 내가 절대 그럴 수 없음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이는 ‘나’와 ‘너’가 완벽히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주장하고 유지합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닦달하죠. 왜 ‘나’가 되어주지 못하냐고. ‘나’를 없애지 못합니다. ‘너’로 나아갔다가 끊임없이 ‘나’로 되돌아오는 경험. 모두 해본 적 있을 겁니다. ‘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나’와 ‘타자’와의 통일은 불가능한 욕망입니다. 사랑은 그래서 슬픈 것입니다. ‘하나됨’과 ‘하나되지 못함’. 우리의 사랑은 둘 사이에서 무한히 진동합니다. 우리는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요. 탁월한 비평가였던 롤랑 바르트는 여기에 의미 있는 통찰을 전하고 있습니다. 실연의 아픔을 철학적으로 묵상하고 싶은 분이라면 바르트의 책 ‘사랑의 단상’(동문선)을 꼭 읽어보길 권유합니다. 그의 강연을 묶은 글인데, 그만큼 파편적인 단편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바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취소(ANNULATION).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 자체에 무게에 짓눌려 사랑의 대상을 취소하게 되는 언어의 폭발. 사랑의 고유한 변태성에 의해, 주체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 그 자체이지 대상이 아니다.”(바르트, ‘사랑의 단상’)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기에 모두에게 해당하는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대상’입니까, 아니면 그 대상을 사랑하고 있는 ‘나’입니까. 사랑하면서 ‘나’를 버릴 수 있습니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나’를 ‘대상’에게 투영하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봅니다. 그것 역시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만…. 글쎄요. 그렇게 부르기가 왜인지 꺼려집니다. 이렇듯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율배반에 짓눌립니다. 사랑은 좋기만 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대단히 슬프고 위험한 것이기도 하죠.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여러 폭력을 생각해 봅니다. “사랑해서 그랬다”는 그들의 변명을 어떻게 들어줘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악동뮤지션’ 이찬혁은 ‘멸종위기사랑’을 노래했습니다.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만 있었다죠. 하나뿐인 나의 사랑,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내 안에 있는 어떤 것. 사랑하기도 사랑받기도 쉽지 않은 시대, 타인을 향한 문을 닫아버린 시대. 그렇게 사랑이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가운데 그 흔적을 뒤쫓는 사내가 있습니다. 시인 이병률은 그 흔적을 ‘어느 가게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느 가게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유리창 바깥쪽 면이었다누구를 들여다보려 했을까무엇을 말하려다 무심결에 이마가 닿은 걸까안쪽 세상으로 밀어놓지 못한 자국은그로부터 한참이 지나도 닦인 적 없이 명료하게 굳어 있다거리가 어두워지면 안에서 옅은 불빛이 새어 나오는데그때마다 이마 자국은 더 선명해진다…이마 자국 안쪽에는혼자 무슨 말인가를 내뱉는 영혼의 모든 일이그 안을 휘젓고 있을지 모른다가끔 차량의 걸걸한 불빛들이 스쳐 지나면서몇 번이고 이마 자국이 드러나는 아주 깊은 시각나는 그 이마에 내 이마를 겹쳐보았다이마를 정확히 그 자리에 마주 대야만안쪽의 무언가가 잘 보일 거라는 절대적인 확신을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이병률, ‘어느 가게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문학과지성사)에 실린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머릿속에 싱싱한 파란이 일었습니다.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 그것은 피부의 개기름과 화장품과 로션 같은 것이 섞인 무언가일 겁니다. 지저분하죠. 가게가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닦아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걸 닦아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지저분한 자국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그저 이마를 한 번 대보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을 ‘기울여야’ 할 테죠. 사랑이 통일인지, 경계인지, 구분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기울임’ 안에 사랑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은 기우는 것입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화가가 되지 못했네 수의사도 되지 못했고 연극배우도 부유한 젊은 사업가도 되지 못했다 사랑해서 절절 울었던 고양이의 주인도 되지 못했고 채식주의자도 웃긴 사람도 아빠를 따라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도 될 수 없었지당신은 무엇도 아닌 나를 매만져 책상도 없는 방 천장에 붙여두었다 자기 전까지 눈 뜨고 볼 수 있는 야광 스티커였다 그건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지만 한번씩 상상해본 신의 자세를 흉내내어 팔을 벌리고 말하기도 했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무 말이나 해도 당신은 그걸 다 받아 적고 외우고 기억했다 즐거워 했다 그럴수록 나는 매일 조금씩 더 커졌다끝내 방이 좁고 힘겨워져 더 견딜 수 없겠다고 판단했을 때 천장에서 내려와 문밖으로 걸어나가니 세상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우주처럼 컸다 그리고 미친 것처럼 밝았다 어둠은 없었고 나는 두 번 다시 빛나지 않았다신이인 ‘기어코 난’ “나의 사랑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성경 아가서 2장 10절. 저 문장이 끝까지 저를 붙들고 있습니다. 신이인 시인의 시집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에 실린 시입니다. 성경에서도 아가서는 매우 독특한 위상을 지닙니다. 두 남녀 사이의 아주 농밀한 사랑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성(聖)스러운 책에 어째서 성(性)스러운 이야기가 들어있을까요. 어쩌면 인간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신적인 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시에서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신의 흉내’죠. 신이 아니면 어떤가요. 신의 사랑을 따라 해 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된 사랑은 신(神), 무한 그 자체가 됩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두 번 다시 빛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무한해진 나의 밝음, 사랑으로 세상을 밝혔으니까요. 사랑과 관련한 문장들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사랑이 무엇인지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글을 시작하며 밝혔듯,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해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가 할 일은 그저 사랑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뿐입니다. 이런 사랑도 있다고, 저런 사랑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다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겠고, 헤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은 모두 우연의 소관입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1993년)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입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흑인 노예제가 엄존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에서는 도망치는 노예를 추적하는 일당과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는 이를 죽여야 하는 삶의 모순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빌러비드’라고만 보면 잘 안 보이는데, 영어 원제는 ‘Beloved’입니다. 자세히 보면 ‘러브’(Love)가 보이죠. ‘사랑을 받는 자’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한번, 사랑을 받는 일은 물론이고 사랑을 주는 것조차 어렵고 힘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리슨은 말합니다. 이런 세상에서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고요. 그의 인터뷰를 담은 책 ‘토니 모리슨의 말’(마음산책)에서 가지고 온 문장으로 글을 마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떠한 결론도 아닙니다. “사랑이 없이 산다는 것은 재미도 없고 위험도 없어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삶이죠. 사랑은 살고 싶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삶을 당당한 것, 당당한 사건으로 만들어 줍니다.”(토니 모리슨)
  • 李 “박정희처럼 AI 고속도로 깔겠다”

    李 “박정희처럼 AI 고속도로 깔겠다”

    “AI 시대, 새로운 100년 준비 출발점”국방 예산 66조 등 초당적 처리 요청국힘, 추경호 영장에 반발해 ‘보이콧’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72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에 관한 여야의 초당적 처리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 대부분을 AI, 국방비 관련 예산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주국방을 위해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된 약 66조 3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며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와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관세 협상 등에 대해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조은석 특별검사(내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날 시정연설 일정에 전면 불참(보이콧)했다. 대신 규탄대회를 열고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의 이름을 담아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李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총력 외교…실용외교로 국력 키울 것”

    李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총력 외교…실용외교로 국력 키울 것”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주요국 연쇄 회담 등 외교 일정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앞으로도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한층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APEC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준 모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국회의 협력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경주선언’을 이끌어내면서 대한민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교류와 번영, 역내 평화 증진을 위한 역할을 주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며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함으로써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미 투자패키지에는 연간 투자 상한을 설정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고,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운영 과정에서도 다층적 안전장치를 확보함으로써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한중관계를 전면 회복하고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다시 함께 나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양국 중앙은행 간 70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과 초국가 스캠 범죄 대응을 비롯한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속보] 李 “국민 여러분 저력 믿어…그래서 자신 있다”

    [속보] 李 “국민 여러분 저력 믿어…그래서 자신 있다”

    “관세타결, 불확실성 완화…핵잠, 자주국방 토대 다져” “국익중심 실용외교…최악 상황서 영혼까지 갈아넣어” “비상한 각오로 계엄극복…경제 위급상황 벗어나” “AI 하루 늦으면 한세대 뒤처져…前정부 과거로 퇴행” “산업화·정보화 고속도로처럼…이제 AI고속도로 구축” “내년도 예산안은 ‘AI 시대’ 여는 대한민국 첫 예산” “AI예산 10.1조원…‘피지컬 AI 선도국가’에 집중투자” “AI 고급인재 1.1만명 양성·인프라 구축에 과감히 투자” “자주국방 실현…국방 외부의존은 국민적 자존심 문제” “남북간 신뢰회복·대화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 노력” “수도권 1극 극복…‘5극3특’ 지방우대 재정원칙 도입”‘ “열린 자세로 국회 제안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수용” “예산안 법정기한 내 통과에 초당적 협력 부탁” “2026년 예산안 신속히 확정되길 기대”
  • [서울광장] 부동산 정책과 그 피해자들

    [서울광장] 부동산 정책과 그 피해자들

    ‘한국 주택시장 정말 과열인가’. 10·15 대책 발표 이후인 지난달 24일 나온 하나증권 보고서다. 서슬 퍼런 대책과 비교해 제목이 도발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중위 주택가격의 소득 대비 비율(PIR)은 최근 몇 년간 큰 변화가 없다. 서울에선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소득이 2019년 5700만원에서 올해 9200만원으로 약 60% 증가했으나 PIR은 11.4배에서 10.6배로 낮아졌다. 반면 서울 상위 20%(5분위) 주택가격은 5분위 소득 대비 17.6배다. 부동산 ‘불장’은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강남3구 등 특정 지역의 신고가가 갱신된 탓이 크다. 미국 뉴욕 맨해튼, 일본 도쿄 23구 등 주요국의 최상급 주거지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 미분양은 수도권(지난해 기준 1만 7000호)을 포함해 7만호로 20년 장기 평균(6만 4000호)을 웃돈다. 집을 다 짓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준공 후 미분양이 2만 1480호다. 최근 3년간 준공 후 미분양은 전년보다 늘고 있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저격’한다. 애꿎게 ‘단체 기합’ 받는 곳으로 거론되는 서울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는 1980~90년대 지어진 30년 이상 노후 단지가 많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나 준신축(준공 10~15년) 수요를 충족하기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낮다. 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낮아지고 전세대출한도도 줄어 매매나 전세에 더 많은 현금이 필요해졌다. 실수요자가 많은 지역인데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급감했다. 서울 25개 자치구청장 중 야당 15명은 토지거래허가제 철회를 요청했다. 금관구와 노도강의 자치구청장 중 국민의힘은 오언석 도봉구청장 한 명이다. 다른 5곳을 포함해 여당 자치구청장 10명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10·15 대책에 찬성할 수 있을까. 정부는 내년 말까지 현재 규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10·15 대책은 땜질 처방이 반복됐다. 대출 갈아타기 LTV 40% 적용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 경감에 역행한다는 지적에 기존 70%로 물러섰다. 전세 퇴거 자금 대출 혼선 해소, 비주택 LTV 규제 정정, 신생아 특례 대출 제외 등이 발표 이후 이뤄졌다. 부처 간 협의는 했는지, 부동산 현장과 기존 정책에 대해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은 지경이다. 주담대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에서 디딤돌(매매) 및 버팀목(전세) 등 정책대출 한도도 줄었다. 생애최초·신혼·신생아특례 등은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이다. 저출생 극복 정책이 다른 정책과 충돌할 때는 더 장기적 관점에서 선택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면 비수도권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더 혜택을 줘야 한다. 이재명 정부에서 발표된 세 차례의 부동산 정책에 ‘월세’라는 단어는 없다. 올 들어 9월까지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6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포인트 올랐다. 월세로는 주거 사다리에 올라타기가 어렵다.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대 간 격차는 세대 내 격차로 바뀌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020년 상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서울 소재 3억원 이상 본인 입주용 주택을 산 20·30대 매수자들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넘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와 주택 구입)은 3.8%~6.9%였다. 다른 매수자들은 충분한 자기자금이 있거나 가족들에게 지원을 받았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2채 중 1채를 딸에게 증여하려 했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행동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가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가족끼리 부동산을 시세보다 낮은 ‘헐값’에 사고팔면 최대 12%를 취득세로 내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8월 입법예고된 법안이다. 세법은 늘 현상을 뒤쫓아 간다. 부동산 정책의 최상위 목표는 청년·비수도권·무주택자의 주거복지여야 한다. 금융, 규제, 공급, 세제 어느 하나로 겹겹이 누적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강남 집값’을 둘러싼 돈 자랑은 많은 국민을 배 아프게 하지만 관료와 정치인들이라면 그 이상을 봐야 한다. 서울 강남 유주택자이자 기성세대들이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경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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