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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 길섶에서/ 드라큘라 백작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뮤지컬 ‘드라큘라’(Dracula)는흡혈귀가 된 눈물겨운 사연을 붙여 드라큘라에게 다소 면죄부를 주었다.[루마니아 백작 드라큘라는 전쟁에서 돌아와아내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그는 자살한 자의 영혼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교회계율을 저주,어둠의 힘으로 아내를 위해복수하겠노라 맹세한 후 흡혈귀의 왕으로 군림했다]는 것이 그 줄거리다. 드라큘라는 16세기경 터키의 침공으로부터 루마니아를 구한 전쟁 영웅이었다고 한다.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그는 루마니아에서 탈출한 사제들에 의해 살인마라는 악명이 붙여졌다.그에 대한 저주는 수세기에 걸쳐 덧칠이 돼 마침내 1897년 영국의 통속 소설가 브람 스토커는 그를 흡혈귀로 만들었다.스토커는 드라큘라 백작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 소설로 대단한 명성과 수입을 올렸다.할리우드의 많은 영화제작자들도 그를 향한 저주에 참여했다.누군가 저주의 대상이있어야 안심하는 심리,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지금도 우리는 한국판 드라큘라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김재성 논설위원
  • 겸재 최후의 대작 ‘노송영지’ 경매에

    조선조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이 80세에 그린 대작‘노송영지(老松靈芝)’가 경매시장에 나온다.㈜서울경매(대표 김순응)는 최근 “20일(오후5시)과 21일(오후3시)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 경매장에서 실시될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겸재의 수묵담채 ‘노송영지’가 출품된다”고밝혔다.추정 경매가는 5억5,000만원에서 6억원 선이다. 겸재가 생애 마지막으로 그린 이 그림은 크기가 가로 103㎝ ,세로 147㎝에 이르는 초대작.겸재는 다작한 탓에 소품은 많이 전하지만 대작은 그리 많지 않다.이번 경매에는 나무 패널에 그린 고종황제 어진과 황실의 상징인 이화무늬가 새겨진 은제물품 등도 선보일 예정.외국작가 작품으로는 60년대 미니멀리즘의 전개에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조각 ‘영혼의 감각,육체’,스페인 작가 후안 무뇨즈의 설지작 ‘커튼 속의 중국인’ 등이 나온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경매사상 처음으로 은행담보 대출제도가도입돼 관심을 끈다.주최측은 “하나은행을 통해 작품 판매가의 5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미술품담보대출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널리 시행되는 일.우리나라에서도 미술품이 담보가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이번 경매는 미술품 가격의 공공성 확보와 아울러 미술시장 선진화에 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02)395-0330. 김종면기자
  • 중대 이명천교수, 홍보실장 임명후 10여포대 기부

    “축하난(蘭) 대신 사랑의 쌀을 보내주세요.” 중앙대 이명천(李明天·44·광고홍보학과) 교수의 연구실에는 ‘축하합니다’라는 리본이 달린 쌀 10여 포대가 쌓여 있다. 이 교수가 지난 2일 대학 홍보실장으로 임명된 뒤 지인(知人)과 후배들로부터 난 화분 대신 받은 20㎏짜리 쌀 12포대와 10㎏짜리 쌀 4포대다.상표도 ‘이천쌀’‘김포 특미’‘포천미’ 등 다양하다. 이 교수는 98년부터 “축하난은 사양하오니 대신 쌀을 보내주시면 좋은 일에 쓰겠다”고 정중히 제안했다.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겼지만 곧 그뜻을 이해하고 모두 쌀을 보내고 있다. 받은 쌀은 수녀 5명이 오갈데 없는 지제장애아들을 돌보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보호시설에 전달된다. 이 교수는 “축하난이나 화분은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쌀은 궁핍한 아이들의 영혼과 육신을 살찌우는 사랑의 양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관심 모으는 소설 2권

    여러모로 대조적이면서 다같이 뛰어난 두권의 소설집이 주목된다.피하고 싶은 현실의 어둡고 누추한 통로 속으로 행인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힘이나,탁 터지고 화려한 길을 진지하고 깊은 생각의 집에까지 이르게 하는 솜씨나 모두 드문능력이다. 최인석의 소설집 ‘구렁이들의 집’(창작과비평사)은 1953년생 작가의 다섯번째 창작집이다.표제작을 비롯 ‘잉어 이야기’‘모든 나무는 얘기를 한다’‘포로와 꽃게’‘봉천동,그 찬란하던 날’등 최근 3년간에 발표된 5편을 싣고 있다. 편 수에서 보듯 그의 작품은 중편에 가까운 길이인데 속도만은 매우 급하다.졸졸 예쁘장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시냇물이 아니라 홍수진 뒤 거칠게 넘쳐흐르는 도랑물같은 작품들인 것이다.이야기 속 현실들은 탁류처럼 탁하고 앞뒤가 막혀 있는데,작가는 평소의 폭을 무시하고 넘쳐나는 홍수 뒤의일시적 분류처럼 말을 쏟아놓기 바쁘다.그러고 보니 탁류는대개 거센 분류이기도 한데,세상의 탁함을 휩쓸어가는 어쩔수 없이 유일한 방도이기 때문일까. 현실의 어두운 진상에서 결코 시선을 돌리지 않으려는 작가는 어둠을 끝까지 응시하기 위해 이처럼 분류같이 말하기에다 환상의 색칠 입히기를 더한다.환상이랬자 요즘 신세대 작가들처럼 무책임하게 울긋불긋한 것이 아니라 잘해야 탁류의 불투명한 황토빛에 그친다.먼저 적당한 원을 그린 뒤 그 안에서 아기자기하게 왔다갔다하는 흔한 작품들과는 유다르게최인석은 최단의 폭만 내고 나머지 힘을 쏜살같이 멀리 내지른 데 쏟는다. 소설가 임철우는 소설집 권말의 발문에서 “인물의 정서적감응이나 내면풍경에 대한 묘사를 거의 배제한 채 독자를 작가 의도대로 시종 긴박하게 압박하며 끌고나가는 그 집요하고 숨가쁜 화법 등의 특성”에 주목하며 “현실세계 및 인간 삶 자체가 완전히 뒤집히고 붕괴된 채로 마치 악몽이나 지옥도처럼 제시”된다고 말한다.이어 “작품에 들어 있는 극단적 비관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의 만연한 질병과 불구성을깨닫게 만들고,이 불구의 현실과 안락의 일상에서 우리 영혼이 함께 병들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강렬한 경고”라고 평한다. 이에 비하면 같은 53년생 여성작가 송혜근의 소설집 ‘이태리 요리를 먹는 여자’(생각의나무)는 터널을 막 빠져나온바깥처럼 환하고 따뜻하다.그러나 결코 경박하지 않다.겉과바깥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이같은 외양 또한 눈에 띄게 화사하다는 점에서,먼저 인상부터 쓰고 속말을 내뱉고 보는 대개의 한국소설과는 차이가 난다.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유채색의 외양들이 조금 놀랄 정도로 듬직한 무게의 배후를 지닌다는 점이 독자를 즐겁게 한다. 이 소설집은 장편소설을 세권 펴낸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십년전의 등단작 ‘누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죽였는가’까지 포함되어 있다.작가는 미국생활을 오래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고 6편 중 5편이 미국이 무대인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송혜근의 ‘미국’은 한국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미국’이 아니다.사물과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적경계를 벗어났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할 때 환유·동원되는말로서 미국인 것이다.그래서 평론가 박철화는 ‘댄디’(멋쟁이)란 말을 끌어낸다. 튀게 멋을 부리지만 보통의 개멋쟁이들과달리 그 멋의 허무한 맛을 알아채는 감수성과,그 맛을 즐길 사고력도 가능한 멋쟁이를 댄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송혜근은 화사한외양과 그 외양 뒤의 허무적인 실체를 동시에 볼 줄 알고 또 동시에 보기를 좋아하는 것이다.“송혜근의 작품에 이르러우리 소설문학은 직관과 선험적 사유가 통합된 개성 있는 엑조티즘과 댄디의 세계를 가지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박철화는 평한다. 김재영기자 kjykjy@
  • “”신화를 역사속으로…”” 획기적 변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놓아라.내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라.(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가야의 건국설화에 나오는 유명한 노래 ‘구지가(龜旨歌)’다.삼국유사에 전하는 가야 건국설화에 따르면 가야 땅을 다스리던 아홉 우두머리(九干)가 구지봉에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문득 하늘에서 알 여섯개가 담긴 금합이 자주색 끈에 매달려 내려왔다.그 알이 차례로 깨어지며 아이가 하나씩 나왔는데,맨 먼저 나온 이가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이라는 것이다. 가야의 아홉 우두머리가 새로운 왕을 염원하면서 ‘구지가’를 부르고,하늘에서 여섯개의 알이 내려왔다는 곳이 바로경남 김해시 구산동에 있는 구지봉(龜旨峰)이다.높이가 200m에 불과해 봉(峰)이라고 부르기에도 조금은 민망한 소나무동산이다. 문화재청이 지난 6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구지봉을사적 제429호로 지정했다.신화(神話)를 당당히 역사에 편입시켜 보호하겠다는 뜻으로 문화재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라할 만하다. 사적(史蹟)이라는 단어를 풀어보면 ‘역사’와 ‘흔적’으로 나눌 수 있다.그러나 구지봉에는 설화는 있지만 삼국유사기록 그대로가 역사적 사실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의 흔적’이라는 측면에서도 구지봉은 보잘 것 없다. 정상부에는 서기전 4세기쯤의 것으로 보이는 남방식 지석묘가 하나 있다.삼국유사에 따르면 김수로왕이 탄강(誕降)한것이 서기 42년이라니,가야 건국설화와는 관계가 없다.상석에 ‘구지봉석(龜旨峰石)’이라고 새겨 있지만,한석봉 글씨로 전하는 만큼 후세에 남긴 것으로 보인다.정상에는 1908년세웠다는 ‘대가락국 태조왕 탄강지지(大駕洛國太祖王誕降之地)’비석도 있다.결국 가야시대 사람의 손에 닿은 흔적은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물론 설화적인 이야기를 근거로 사적을 지정한 사례가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 1968년 사적 제163호로 지정된 경주 낭산(狼山)도 삼국유사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실성왕 12년(413년)에 ‘왕이 낭산에 상서로운 구름이 서린 것을 보고 신하들에게 신선의 영혼(仙靈)이 하늘에서 내려와 노니는 곳이니응당 복지다.이제부터 낭산의 나무 한그루도 베지 말라’고명령하여 ‘신유림(神遊林)’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낭산 일대는 선덕여왕릉과 문무왕 화장터,능지탑,왕실의 원찰인 황복사터와 삼층석탑 등이 있는 문화재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구지봉과는 다르다.한영우 문화재위원(서울대 교수)은 “구지봉은 거북이가 엎드린 지형을 하고 있는등 설화를 뒷받침해 신비에 싸인 가락국의 실체를 규명할 수있는 중요한 유적”이라면서 “이웃한 김수로왕비 허황후의능 및 김해국립박물관과 연계하여 사적공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영혼은 보듬고 생명력은 탐색하고…

    시는 대개 드물게 주어지는 한가로움에서 읽게 되지만 좋은 시는 영혼을 바쁘게 출렁거려 준다. 김수영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받은 장석남은 시집 ‘왼쪽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창작과비평사)에서 세계를 현실로드러내거나 세계에 대하여 발언하고자 하지 않는다.시집후기 평문을 쓴 선배시인 최하림은 “다만 추억 속으로 들어가세계를 재생시키고자 하는 무욕한 꿈을 갖고 그 꿈을 보여준다”고 말하면서 특히 일상언어의 리듬감각을 잘 살린 시어에 주목한다. 풀린/봄/물결이여 네 고요 위에/봄비는 내려와/둥글게 둥그렇게/서로서로 몸을 감고 죽는다/…/아 너와 내가 잠들었던/이 한 덩어리 기슭의 바위에도 봄비는 와서/둥글게 둥그렇게/앉음새를 고쳐준다//(‘봄비’) 농민시에서 출발해 최근 생명시 자연시로 발전한 고재종은시집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시와사학사)에서 농촌 정경을 드러내면서 자연의 생명력을 탐색한다.시인 고은은 “농촌시에서 영영 이탈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승화로서 우주와 삶의 무애를 만나게 해준다”고 평했으며 평론가임규찬은 에로스적 서정에 주목하면서 “무언가로부터 결별했다는단절의 통증 속에서 지난 세월,자신이 놓쳐버렸던 것들을 아름다운 언어로 갈무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거기 막 탐스런 포도송이를/두 손 모아 받쳐드는/저 포도추렴온 연인들의…//그들 이내 포도알 하나씩 입에 따 넣고/아흐흐 아흐흐,퍼지지 않고는 못 배기는 단내와/젖지 않고는못 배기는 가슴들/(‘새말 언덕에 원두막 한 채를 치다’부분)김재영기자
  • 아직도 잊히지 않는 유럽사의 ‘악령’

    수세월을 두고 청산해도 씻기지 않는 역사적 악몽의 하나가나치즘.광풍이 휩쓸고간 지도 70여년이 흘러 그간 단죄도 지겹도록 되풀이된 듯 한데 유럽인들은 아직도 뇌리에서 유령을 떨쳐내지 못한다.최고의 문명이라 자부해온 유럽 복판에서 백주에 자행된 미친 학살이 자존심에 피멍을 들였을 게뻔한 일.그 광증의 심적기제를 규명하려는 책들이 아직까지봇물을 이루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이데거와 나치즘’(박찬국 지음,문예출판사),‘영혼을저당잡힌 히틀러의 여인들’(안나 마리아 지그문트 지음,청년정신)은 그중에서도 유달리 눈길을 끈다.전자는 국내작가발언이라는 점에서,후자는 색깔 독특한 테마로. ‘하이데거…’는 20세기 서구철학계 태풍의 테마였던 대철학자의 나치동조 전력에 시비붙는 책.하이데거 전공자답게지은이는 그저 시시비비 가리기를 넘어 하이데거와 나치즘의 철학적 유비관계를 따져물으며 그 만남과 갈라짐의 지점을예리하게 포착해낸다. 무엇보다 책의 개성포인트는 나치를 해부하기 위해 하이데거 철학의 핵심에까지 육박하는 지은이의 열성.그 바탕에는 현대철학이 빨아먹고 자란 하이데거 철학자체에 나치즘의 맹아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양심적 우려가 깔려있다.농익은 하이데거 이해를 바탕으로 나치즘,하이데거,양자간 상관관계까지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끔 해주는 요령있는 길라잡이. ‘…여인들’은 문자그대로 히틀러,괴벨스,괴링 등 나치 권력자 주변 여자 이야기.애 잘낳고 가정 검소하게 꾸리는 주부가 나치가 유포시킨 여성상이지만 어디서나 그렇듯 집권층 여자들은 특권을 영위했다.히틀러가 사다주는 호화사치품에 파묻혀 산 정부 에바 브라운,‘독일 여성들은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은 출세에 광분했던 게르트루트 클링크 등 8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손정숙기자 jssohn@
  • [사설] 어떻게 ‘노예매춘’이…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접대부 10여명을 쇠창살을 단 방에 가두고 매춘을 시켜온 충북 청원군의 술집주인 부부를 서울 용산경찰서가 검거했다.이 부부는 10여년동안 속칭 ‘방석집’을 운영하며 접대부들을 매춘시켜 번돈으로 지역에서 유지 행세까지 해 왔다.남편은 지역 사교클럽 회장이고,부인은 학교의 자모회장을 맡기도했다.이들에감금돼 혹사당한 접대부들은 여러 차례 강제 낙태수술을 받았고 아홉 번이나 받은 경우도 있다.수술받은 날에도 매춘을강요했다니 부부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은 끝이 보이지 않는듯하다. 이런 끔찍한 인권 사각지대가 있고서야 어찌 문명한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그 지역에는 경찰관서도 없단 말인가.끊임없이 강조돼온 매매춘 단속은 공염불이었던가.윤락의 길에 들어선 본인들에게도 책임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들에 대한잔혹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그들을 짐승처럼 우리에 가두고 성노예처럼 부리며 착취할 권리는 아무에게도없다. 매매춘은 경찰이 ‘전쟁’이라는 말까지 붙이며 강력단속해온 것이다. 이른바 ‘노예매춘’의 참혹한 실상도 이미 지난해 9월에 발생한 전북 군산의 윤락가 화재 때 여실히 알려져사회의 공분(公憤)을 일으켰던 것이다. 화재로 윤락녀 다섯이 불에 타 숨졌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남긴 일기장에는감시받지 않고 동네 목욕탕에 한 번 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씌어 있었다.젊은 나이에 목욕탕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사라진 가련한 영혼을 가슴아파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노예매춘’이 없어졌으리라고 우리는 믿었다. 아직도 ‘노예매춘’이 있고 또 다시 우리는 ‘방석집’에서 피맺힌 일기장을 읽는다.지난해 타다 남은 집에서 나왔던일기장의 사연과 결코 다르지 않은, 절망에 빠진 이들의 절규를 듣는다.“1분 1초마다 숨통이 끊어질 것 같다” “죽고싶다. 죽으면 훨훨 나는 새로 환생하고 싶다” “100m 거리도 안되는 슈퍼도 마음대로 못 가는…” 등등.소외받는 이들이 절망의 일기장을 쓰지 않아도 되게 가장 그늘진 곳의 인권에 더 한층 깊은 관심이 기울여져야 한다.소외계층과 장애인 등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자들은 더욱 준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단속 관서에도 책임을 분명하게 묻지 않으면 안된다. 작은지역사회에서 단속 기관의 묵인이나 비호 없이 다년간 가혹한 위법행위가 자행될 수 있는가.경찰서,보건소,군청 어느한 군데서도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탈출한 피해여성이왜 서울까지 와서 신고해야 했겠는가를 해당 지역 관계자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 통영현대음악제, ‘그들만의 축제’ 탈피는 숙제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두번째 귀향을 반기는 고향의 인정이었을까.서울이 30여년만의 폭설과 잿빛 하늘로 짓눌려 있던 지난 16일,통영의 햇살은 거짓말처럼 눈부셨다. 윤이상을 기리고자 16일부터 3일동안 마련된 ‘통영현대음악제’.지난해 제1회 음악제가,이국땅을 떠돌던 그의 영혼을이곳에 첫발 딛게 했다면 올해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기슭에 번듯한 안식처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있으리라. 생가가 있던 도천동 일대에서 해저터널까지를 포함한 ‘윤이상거리’선포식에는 독일 일본 등지에서 찾아온 외국 음악계 인사들과 시민들이 참가해 흐뭇한 박수를 보냈다.칠순을넘긴 두 누이는 그의 얼굴과 생애를 새긴 표석 앞에서 눈물을 훔치며 고마워했다. 이번 행사는 ‘여성과 음악’이라는 주제에 충실했다.첫날오후7시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개막공연에서는 이신우곡 ‘시편 20’과 러시아 출신 구바이둘리나의 바이올린협주곡 등 여성작곡가 작품과,고통받는 아시아 여성을 위해작곡했다는 윤이상의 ‘교향곡 제4번-어둠 속에서 노래함’이 창원시향(김도기 지휘)협연으로 초연됐다.이밖에 비디오댄스 상영,워크숍,여성작곡가 작품 발표회,베를린 윤이상앙상블 내한연주회도 열렸다. 통영시와 국제윤이상협회 한국사무국은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바그너의 고향 바이로이트처럼 통영을 세계적인 음악도시로 키우겠다며 의욕을 과시한다.2002년부터는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대가들,유명 연주단체를 초청해 10일에 걸친국제음악제로 확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통영이 ‘음악적 성지(聖地)’로 도약하는 앞날을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현대음악이 갖고 있는난해함은 대중에게 다가서는 데 큰 걸림돌이다.개막연주회를포함해 이번 음악제에서 연주된 10여곡이 모두 처음 연주되는 곡.지방오케스트라인 창원시향이 넘치는 의욕만으로 소화해내기엔 힘겨운 시도였고 청중 또한 그리 즐거워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첫회라는 후광 효과가 사라진 탓인지 지역축제 치고 주민참여도 드물었다.거리에는 축하 깃발만 간간히 눈에 뜨일 뿐주민들은 남망산에 자리한 시민문화회관까지 올라갈 엄두를내지 못하는 듯했다.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보통사람들이 좀더 많이,좀더 편안하게 즐기도록 하는 배려는 내년 음악제의 숙제로 남았다. 통영 허윤주기자 rara@
  • 소설가·시인 “이것이 인생”

    문인들의 산문집은 결코 되다만 글 모음집이 아니다. 소설가 윤정모의 ‘우리는 특급열차를 타러 간다’(눈과마음)는 심상치 않는 자전에세이다.숨기고 싶은 이제까지의 삶을 고백하고 있다.‘고삐’등에서 여성·분단·농촌·노동문제를 다룬 운동가 성향의 소설가로서 상당한 이름을 얻은여성작가는 재혼한 어머니가 남자와 동거하는 환경의 성장기,대학 진학후 학비를 벌기 위해 한 술집 여급 일,그리고 잘못된 결혼 등을 차례로 털어놓는다. 여러살 연하의 남편과 결혼한 뒤 당해야 한 남편의 외도와폭력,딸을 낳았다는 것을 용인하지 못하는 시집으로부터의수모 등 소설 아닌 실제의 과거사는 충격적이다.딸을 결혼시키기 전까지는 가정을 깨지 않겠다고 결심한 작가는 20여년의 결혼생활을 접고 이혼한 뒤 이 책을 냈다. 시인 박남준의 산문집 ‘나비가 날아간 자리’(광개토)는 9년전에 나온 산문집을 바탕으로 새 글을 얹은 책이지만 속기없는 시인의 향기가 새롭다.저자는 전북 모악산 기슭 농가에서 혼자 ‘슬프도록 정갈하게’사는 시인으로 시 독자 뿐아니라 방송매체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졌다.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남준이를 한번씩 만나고 와야 영혼의 때가 씻겨 나간다”고 고백한 바 있으며 화가인 김병종 서울대교수는 시인의 산문을 “조미료 안 넣는 산나물 무침 같은 맛”이라고 말한다. 김재영기자
  • 포커스 / 극단쎄실 ‘산씻김’ 20일부터

    작가 이현화와 연출가 채윤일이 호흡을 맞춘 극단 쎄실의 대표적인 레퍼토리‘산씻김’이 오는 20일부터 문예회관 소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산씻김’은 죽은 자의 영혼을 정화시켜 이른바 좋은 곳으로 보내려는 전통무속 ‘씻김굿’을연극 양식으로 재구성한 작품.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느끼던 여성이 씻김굿의 의례를 통해 심한 폭력의 공포를 경험하면서 자신에 내재돼있던 폭력성을 풀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하나의 오보에를 위한 A’라는 부제대로 산 자들의 정신을 씻어내기 위한 방편(A)이 과연 무엇인지를 관객스스로가 생각하게 만든다.3월4일까지 월∼토 오후4시·7시일 오후3시·6시.(02)334-5915. 김성호기자 kimus@
  • 게놈연구 철학·신학자들 시각

    [로스낸젤레스 연합]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철학자와 종교인들이 강조해온 것처럼 인간게놈(유전자정보)지도 완성에 대한 철학·종교인들의 지적은 ‘영혼’의 중요성이다. USA투데이는 12일 철학자,신학자,생물학자,작가가 보는 인간게놈 지도 프로젝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소개했다.그들은 한결같이 아직도 인간이나 과학이 간파할 수 없는 한가지영역 즉,‘영혼’을 강조한다. 인간유전자정보가 해독돼 학문체계와 의료혁명을 이룬다 해도 영혼의 문제 만큼은 흔들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필립 키처(컬럼비아대 철학교수·‘과학과 종교간 전쟁’강의) 전지전능하고 완전히 자비로운 신이 있다면 실제로 신의 목적은 이해할 수 없다.3만개의 유전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거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은 부조리하다.인간게놈 지도 작성은 인간 본질 밖의 것을 색칠한 것에 불과하다.유전적 영향이 인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 ●윌리엄 메이(워싱턴 요한 바오로 2세 연구소 연구원) 유전자가 인간 현상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다.사고(thinking)가유전자의 기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버트 폴랙(생물학자·컬럼비아센터 과학·종교 연구 책임자) ‘희망’의 가치를 설명하려 한다고 하자.과학자가 영혼이 몇 온스이고 몇개의 염기쌍이 DNA 속에서 코드화됐는지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다.중요한 것은 희망의 실체지 영혼의 형상화가 아니다. ●닐 도널드 월쉬(베스트셀러 ‘신과의 대화’ 저자) 마치어린애가 처음 곱셈표를 외우는 것을 보고 웃듯이 신은 우리가 이런 원시적 (유전자정보)폭로에 놀라는 것을 보고 웃을것이다. 창조론에서는 신의 시간으로 치면 순간(moment)은 수십억년이나 수백만년이다.모든 게 변해야 한다는 것은 창조론의 원리가 아니라 인간이 순간이 무엇인가를 정의한 것이다. 과학과 종교는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영적 깨우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합된다.
  • 2001 길섶에서/ 얼굴과 영혼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나이 40을 넘으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그렇지만링컨은 얼굴이 특별히 잘 생긴 사람은 아니었다.젊은 날의링컨은 오히려 강파른 인상이었다. 나중에 한 소녀의 말을 듣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구레나룻을 길렀다.하지만 얼굴빛이 온화하고 맑은 빛을 띠기 시작한것은 중년이 넘으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욕심을 버리고 진실한 삶을 꾸려간 그의 내면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순우리말인 얼굴의 어원이 ‘얼꼴’이라는 학설이 있다.‘얼’은 영혼을,‘꼴’은 모양을 가리킨다.그런 점에서 우리 조상들은링컨보다 앞서 마음가짐이나 인품이 얼굴에 비친다는 것을알았던 것같다. ‘나쁘다’의 어원도 ‘나뿐이다’라고 한다.선조들은 유아독존과 이기주의를 경계한 셈이다.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인심도 날로 각박해지는 듯하다.이럴 때일수록 나만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후덕하면서도 정직한 얼굴을 거리에서,사회에서 많이 만나고 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 영국 유학중 10집 앨범낸 이상은

    서른한살.가수에게,그것도 한국의 여자가수에게 그 나이는어떤 의미일까.“음악에는 삶의 태도가 반영되게 마련이에요. 물흘러가듯, 그때그때 세월이 주는 느낌대로 노래하는 거죠. ” 10집 앨범을 내고 서울을 다니러온 이상은이 말한다.유학(영국 런던 첼시대)중에 잠깐 짬을 냈다. 새 앨범의 속지를 미처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매니저한테서CD속 가사집을 건네받고 한자한자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뜯어본다.진지하다.“하나라도 오탈자가 나와선 곤란”하다.서른즈음,영혼을 물들인 상념들이 고스란히 깃든 노랫말들인데. 그는 이번 앨범에서도 11개 수록곡 전체에 손수 가사와 곡을붙였다. “평온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나도,듣는 쪽에서도.” 타이틀곡으로 뽑힌 첫번째 싱글 ‘Endless Lay’에서부터 그 의도가 감잡힌다.더욱 단조로워진 세션에,군더더기없는 리듬,읊조리는 듯한 창법.‘왜 당신은 내일을 걱정하는가…’(‘Endless Lay’중)로 시작되는 가사는 끝까지 관조적이며 구도적이다.‘Keep on dreaming keep on dancing…’진작부터 그랬지만,확실히그의 노래는 주류 대중가요들과는동떨어져 있다. 아니,부러 그가 거리를 둔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음악이,지나가는 유행같으면 못쓴다”는 고집이다.“좋은그림은 시간이 지나도 버려지지 않잖아요.그런데 왜 음악은그게 안될까, 그런 생각을 자주 해봐요.미술처럼 사물의 본질을 묻는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10집 앨범을 내면서는 내내 “보편적인 어떤 것”을 찾아보려고 애썼다.인간,자연,영원에 대한 갈구.9번째 실린 ‘어린날’같은 곡은 마치 70년대 포크송을 살짝 변주한 것같다.역시 그의 의도였다.“언제 들어도 편안한 노래가 곧 보편적인어떤 것”이라는 깨달음 덕분이다. ‘담다디’로 데뷔한 지 올해로 11년.국내 싱어송라이터치고 그만큼 부지런한 이도 없다.1년에 한번꼴로 음반을 내놓는셈이니까. “예전에는 조바심이 많았어요.‘담다디’를 부르며 껑충거리던 이미지를 어떻게든 벗어보려고도 했고.하지만 지금 그런 부담에서는 완전히 벗어났습니다.뭔가를 의식하는 강박없이 음악을 한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운도 많이 따른다.1년째 미술공부를 부담없이 병행하고 있는것도 그렇다. 소속사인 일본 ‘도시바 EMI’의 사장이 사비를 들여가며 그를 후원해준다.“런던이란 데는 묘하더라구요. 매순간 뭔가가 날 툭툭 치는 느낌이랄까.음악으로 치면 록같은…” 록을 제대로 한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려는참이다. 황수정기자 sjh@
  • [굄돌] 이름

    누구에게나,그 어느 것에나 이름이 있다.밤하늘의 작은 별들에도,야산에 널린 ‘이름 모를’ 들풀들에도 이름이 있다.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름을 통해 제 존재를 증명한다.구체적인 이름으로 호명되기 전에는 제대로 존재 값을 알지 못한다.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그러니 사람과 사람,사람과 사물 사이의 관계 역시 서로 이름 부르기로부터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일찍이 김춘수 시인이 노래하지 않았던가.“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중략)//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이름이 곧 그 사람이다.이름이 그 존재를 만든다.이름을 지어 출생신고를 했을 때,비로소 그 존재는 사회적으로 인정된다.이름의 출생신고에서 시작해 사망신고로 끝나는 게 인생이다.그러니 우리네 삶을 곧 이름을 위한 삶이라고 해도 좋다.좋은 이름으로 불리고,썩 괜찮은 이름을 남기기 위한 노력이 삶의 진실과 통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살아서 좋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어렵거니와,죽어서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기는 더 어렵다. 작년 이맘 때 나는 좋은 이름으로 살고 아름다운 방식으로이름을 남긴 영혼을 만난 적이 있다.캐나다의 벤쿠버 여행중 어느 바닷가 공원 벤치에서였다.바다를 내려보다 문득 벤치의 등받이를 보니 동판에 새겨진 글귀가 있었다.아마도 그 지역의 관리였나 보다.이름과 생몰 연도가 적혀 있고,작은글씨로 그가 생전에 이 지역 사람들을 위해 했던 훌륭한 봉사의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었다.죽은 그의 이름을 기리는 일종의 송덕(頌德) 의자였던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얼마나 진실하고 아름답고 또 선한가.멋진 방식의 이름 남기기였다.살아서 남을 위해 봉사하던 그의 이름은 죽어서,지친 다리를 편히 쉬게 하는 의자가 되었다. 가장 낮지만 가장 높게 이름을 칭송하고 나누는 방식이 아닌가.저간에 우리가 흔히 봐왔던 송덕비는 한결같이 높은 방식이었다.보는 이들로 하여금 높이 우러러보게 강요한 측면마저 없지 않았다.송덕비에 비해 송덕 의자는 차원 높은 이름남기기의 역설을보여준다. 그것은 죽어서 살고,낮춤으로써 높아지고,남을 위함으로써나를 위하는,삶의 근원적인 역설과도 통한다. 우찬제 서강대교수 문학비평가
  • 첨단시대 인식론 ‘이런, 이게 바로 나야!’

    화성탐사를 나섰다가 우주선 파손으로 우주미아가 되게 생긴 나.남은 수단은 텔레클론 뿐이다.텔레포터 속으로 걸어들어간 육신은 분해돼 분자청사진으로 쏘아올려지고,지구에서 똑같은 나로 복제돼 나온다.사랑하는 가족과 재회한 기쁨도 잠시.화성에 두고 온 ‘원본’탓에 시도때도없이 밀려드는 묘한 분열감,죄책감을 떨칠수가 없는데…. 무슨 SF영화같은 화두를 툭 던지며 시작하는 ‘이런,이게 바로 나야!’(더글러스 호프스태터·다니엘 대닛 지음 김동광 옮김,사이언스북스).첨단과학시대에 다시 쓰는 인식론이라 할 만하다.장기이식 복제인공지능 가상현실의 난무에 지지직 잡음을 일으킨 지 오래된 근대적‘자아’에 열심히 딴지건다. 유명 인지과학자인 지은이들의 ‘브레인스토밍’에 뒤이어 19명의 석학들이 가담했다.보르헤스·하딩·렘 등 작가,튜링·도킨스·모로위츠 등 과학자,스멀리언·존 설 등 철학자들이 소설,SF,에세이,가상대담 등 형식도 자재로운 27편을 툭툭 던지며 게릴라 전법으로 자아의아성을 공략한다. 인공지능과 영혼,뇌를 둘러싼 각종 과학실험들,유전자,몸의 소프트웨어로서의 마음,창조와 자유의지를 거쳐 내면을 들여다보는 막바지 토픽까지.한번 훑고나도 무릎을 치는 ‘개안’의 느낌보다는 발랄한 제목에 속았다는 기분이 승할 법하다.그만큼 녹록치 않은 지적탐험.정독에 대한 강박관념을 비우고 이리저리 부딛쳐보는 게릴라전법은 읽는쪽에서 써도 무방할듯. 손정숙기자
  • [여성 선언] 여인의 향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EBS 세계명화’가 끝난 토요일 밤에 커다란 쿠션을 등에 대고 앉아 새벽녘까지 몇권의 책들을 읽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말은 한달에 고작해야 한두 번에 그치고 만다.어느 날은 연재 소설 원고를 써야 하고 또 어느 날은 불가피한 약속 때문에식당에 앉아 있거나 상갓집이나 낯선 여행지에 가 있거나 한다.그러니 그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그래서 나는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고백하자면 소설을 쓰며 살게 된 이후부터 나는 예전처럼 그렇게 수많은 독서를 할 만한 시간적,정신적인 여유가 없다.지금의 내 독서량이 문학청년 시절에 읽었던 것이 전부라고,쓰게 웃으며 농담처럼 말할 때가 있다.물론 농담이 아니다.그래서 때로 나는 친구들과 차를마시거나 영화를 보거나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뒷덜미를 잡힌 듯걸음을 딱 멈출 때가 있다.원고를 쓰기 전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가장 고역스러운 건 어떤 의무 때문에 읽고 싶지도 않은 책을 어거지로 읽어야 하는 때이다.그런 책들은 대개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잊혀져버린다.그러니 그 시간들은 무용지물한 것이 되고 만다.요즘세상에 한가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좋은 책과 읽고 싶은 책들을 읽기에도 시간은 늘 부족하다.그러나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내 몸에 꼭맞고 취향에 맞는 옷을 고르는 일만큼이나 쉽지가 않다.그건 오랜 독서의 경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서구 사람들에 비해 현저하게 저조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가까운 나라 일본과 비교할 땐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비단 나의 어떤 친구들뿐만 아니라 대개의 결혼한 여성들 일부가 결혼 전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점이다.좋은 책을 충분히 읽은 여성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인생의양식(糧食)으로 남을 책을 골라줄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그렇다는 것을 때로는 나 자신조차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사과 한 접시를 옆에 두고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진종일 책을읽던 시절이,정말이지 나에게도 있었다.아주 오래전 일이다.이따금씩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여전히 나는 단 한권의 책이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믿는 세대에 속해 있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어떤 낯선 영혼이 당신에게 속삭이고 당신의 영혼이 그것에 응답하는 진솔하고도 웅숭깊은 대화와 같다.읽는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그러나 가르침을 받는 것과 발견하는 것과는분명한 차이가 있다.발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깊어지는 법이다.생각하는 것은 배우는 것의 일부에 불과하다.‘무엇’을 배워 얻으려면감각이나 상상력을 작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거기엔 관찰력과 기억력도 필요하고 풍부한 상상력도 갖춰야 한다.그러나 그 ‘발견’이라고 하는 건 무엇보다 어떤 ‘좋은’ 책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그것은 대개 수많은 독서의 경험 끝에 본능적으로 이루어진다. 빨래하거나 밥을 짓는 데 아주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은 것처럼독서를 하는 데도 특별한 규칙은 필요하지 않다.다만 시간과 열정과탐구의 자세가 필요할 뿐이다.훌륭한 독서는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성장시켜준다.나는이런 사실들을 ‘독서의 기술’이라는 책으로부터배웠다. 이 세상에 책이 없다면 세상은 너무 무미건조하고 너무 평범하고 진부할 것이다.지금도 어느 곳에선가는 매처럼 빛나는 눈으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책 읽는 여자는 아름답다.책 읽는 어머니는 더욱 아름답다. 조경란 소설가
  • ‘번지점프를 하다’ 주연 이병헌씨

    천상 그는 배우다.지난해 9월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할 즈음이병헌(31)은 많이 수척하고 강파른 모습이었다.그런 이미지가 싹 달라졌다.한바탕 홍역같은 사랑을 앓고난 뒤 평온을 되찾은 이가 저럴까 싶게. 김대승 감독의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3일 개봉·제작 눈엔터테인먼트)에서 그는 지독한 로맨티시스트가 됐다.영원히 떠나간 옛사랑이 문득 제자의 몸을 빌려 찾아오고,그 인연의 정체를 용케도 알아채는 고등학교 교사 서인우 역이다. 목요일 점심때.“연속 일주일을 쉬어본 게 언젯적인지 모른다”며 엄살피우는 그를 붙들어 앉혔다.설렁탕 한 그릇을 게눈감추듯 ‘해치우는’ 모습너머로 영화속 인우의 익살이 휙 오버랩되고 지나간다. “영화에서처럼 영혼과 교감하는 사랑을 해본 적은 없어요.하지만 가슴뛰는 연애는 해봤죠.(웃음)모르긴 해도 운명적인 사랑이라면 다음생에서도 서로를 알아볼 거라 믿어요.”영화는 인연의 힘과 윤회를 소재로 한 러브스토리다.1983년 대학캠퍼스에서 이루지 못한 인우와 태희(이은주)의 사랑은 17년 뒤 다시인연의 끈을 엮는다.제자인 현빈(여현수)을 통해 태희와의 기억이 복원되는 판타지 요소 때문에 동성애 영화로 오해받기도 한다.올해로 데뷔 10년.지난 91년 KBS ‘아스팔트 내고향’으로 연기를 시작했다.이번은 그에게 7번째 영화다.‘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런 어웨이’‘지상만가’ 등이 있었지만 그를 각인시키진 못했다.배우로서 뿌릿발을 내린 건 ‘내마음의 풍금’(99년)에 와서였다. “‘JSA’가 뜨고나니 은근히 이번 영화의 흥행성적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상대적으로 초라해지면 어쩌나 하는 염려에서겠죠만. 근데 저는 그런 어리석은 계산은 안합니다.(영화는)평생할 작업인데,번번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어리석잖아요?” 툭툭 우스갯소리를 잘도 던지던 그가 진지해진다.“갈수록 두려운 건…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부담과 관객의 평가예요.” 영화를 찍는 틈틈이 고3 때 담임선생님을 찾아간 것도 그래서였다.눈빛이라도 읽고 오면 극중 캐릭터(국어교사) 묘사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었다. 말꼬리 한번 흐리는 법이 없다.턱선에 강단이 넘치는 서른한살의 배우.묻지도 않았는데,어느새 상대역 이은주 칭찬에 침이 마른다.“으레 신인들은 시나리오가 정해놓은 연기틀에 갇혀있게 마련이거든요. 그 친구는 달라요.평소 수수한 스타일이 그런 자신감에서 나오겠다싶을만큼 감정의 폭도 넓고.”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슬쩍 속이야기를 꺼낸다.“오랫동안 탐내온 역할이 하나 있긴 해요.교복입은 까까머리.‘친구’(3월 개봉)같은 시나리오가 왜 내겐 안들어오나 몰라요.”황수정기자 sjh@
  • 2001 길섶에서/ 사랑

    지난해 6·15 공동선언 이후 첫번째 남북이산가족 만남이 있기 직전TV의 토크쇼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노부부가 출연해 각자 북에 두고 온 가족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은 겨우 한달 살고 헤어진북쪽에 있는 아내를, 아내는 다섯달 살고 헤어진 남편을 추억하며 만나기를 소원하는 것이었다.반세기 넘어 다시 찾은들 무얼 어쩌겠다는것일까. 그런데 노부부는 나란히 한 자리에 앉아 끝까지 하지 못한각자의 잠시 동안의 사랑을 회상하면서 눈물 짓는 것 아닌가.혹자는이를 보고 50여년을 함께 산 배우자를 옆에 두고 늙은이들이 무슨 주책이냐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철학자는 며칠밖에 안되는 변덕이나 판단없는 감상,낭만적인공상까지도 사람들은 사랑이란 꼬리표를 붙인다고 말했다.그렇다면사랑이란 진정 무엇일까.사랑이란 대상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미지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은 아닐까.노 부부는 북에 두고온 사람들을 통해 사실은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을 찾고 싶었던 것은혹시 아니었을까. 박찬 논설위원
  • [굄돌] 칭찬

    몇 해 전에 ‘칭찬합시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서 묵묵하게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그들이 얼마나 칭찬 받을 만한가를 보여준프로그램이었다.눈만 뜨면 온갖 부정적 사건들을 접하는 사람들에게,‘칭찬합시다’는 신선하고 흐뭇한 정감을 제공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결코 칭찬 받지 못할 어두운 소식들이 많다. 한 때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도(大盜)가 출옥 후 회개하여 선교활동을 하던 중 갑자기 소도(小盜)로 돌변했다느니,정치인들이 나랏돈을 어떻게 유용했다느니,또 누가 누구를 욕했으며 헐뜯고 싸웠다는따위의 소식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남을 의심하고,뜯어보는 버릇이 생기는 것도 차라리 자연스럽다.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형편이 그리 좋아지지 않고 있기에 남을 칭찬할 여유가 적은 것도사실이다. 제 코가 석 자일 때,남을 배려하고 칭찬하기는 쉽지 않다.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그럴 수 있어야 인간의 존엄성을 입증할 수 있지 않을까.내가 어려울 때 남의 어려움도 함께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을때,더불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그럴 때 우리는 누구나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사람들로 칭찬 받을 수 있지 않을까.아름다운영혼들이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며 꾸미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다.그러기 위해서 아름다운 영혼들은 우선 남에게 세심한 관심을기울일 필요가 있다.작고 구체적인 부분에서부터 남을 칭찬할 수 있는 예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칭찬에 인색했을 뿐만 아니라,혹 칭찬하더라도 공소한 칭찬에 머물렀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그런 예지가 필요하다.가령 각급학교의 상장 문구들이 여전히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므로’ 운운,일색이어서는 곤란하다.수상자조차 진짜 수상 이유를 모르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상장뿐만이 아니다.각종 추천서의 문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거의 천편일률적인 추천서들을 보면서 추천 대상 인물의 진정한 특징을 헤아리기는 어렵다. 요컨대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구체적으로 칭찬하고 구체적으로 칭찬 받는 분위기 속에서라면, 우리는 좀더 진실하고 아름다운세상을 기획할 수 있을 터이다. ♧ 우찬제 서강대 교수 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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