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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영혼과 가슴(김남조 지음,새미 펴냄) 원로 시인의 15번째 시집.“허무를 제거”하고 “안식을 주는 사랑”을 노래하려는 시인의 목소리가 메마른 세태를 달래준다.끝없이 이어질 시인의 업보를 ‘시지프스’에 비유한 작품 등은 시인이 부를 사랑의 노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8000원. ●이청준의 인생(이청준 지음,열림원 펴냄) ‘아름다운 흉터’를 잇는 작가의 자전적 산문집.전작이 동심에 대한 추억이라면 이번엔 작가가 지금껏 “보고 생각한 우리 삶과 세상 풍물의 표정”을 모은 것.농부가 된 옛 은사,창작에 얽힌 일화 등을 길어 올리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메마른 현대인을 달래준다.8500원. ●기쁨이 열리는 창(이해인 지음,마음산책 펴냄) 수녀원 입회 40주년을 기념해 낸 문집 형태의 글 모음집.“내가 살고 싶고,되고 싶고,이웃을 초대하고 싶은 바람”을 시·수필·독서일기 등의 형식에 담은 95편의 글을 수록.9500원. ●내가 읽은 삶(양정자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아내·엄마의 삶을 그린 ‘아내일기’의 시인이 낸 3번째 작품집.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이순이 돼 경험한 어머니 없는 세상의 무기력함 등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시어로 불러낸다.6000원. ●‘2days 4girls’(무라카미 류 지음,권남희 옮김,이가서 펴냄) 일본 대표작가의 신작.‘이틀 동안 네 명의 여자와 섹스하는 법’의 부제가 말하듯 사십대 중반의 금융맨인 주인공과 네 명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9500원. ●박사가 사랑한 수식(오가와 요코 지음,김난주 옮김,이레 펴냄) 9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의 신작.교통사고 후유증으로 80분만 지나면 모든 일을 잊어버리는 천재 수학자가 미혼모 파출부와 그녀의 아들과 나누는 사랑을 다루었다.9000원. ●위험한 동화(아흐멧 알탄 지음,이난아 옮김,황매 펴냄) 터키의 베스트셀러.가족을 잃고 친척집을 전전해온 무명작가가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겪는 갈등과 심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현대의 우울한 일상을 그렸다.9000원.˝
  • 여성작가 3人 눈길끄는 작품집 3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않았지만 자기 나름의 작품세계를 일궈온 여성작가 세 명이 나란히 작품집을 냈다.‘빙화’(세계사 펴냄)‘나의 피투성이 연인’(민음사 펴냄)‘행복’(창비사 펴냄)을 출간한 이나미(43) 정미경(44) 정지아(39)가 주인공.각각 ‘속도감과 힘있는 문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세계’ ‘변혁의 꿈 좌절 이후’ 등의 평을 들으면서 여느 작가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영역을 확보한 이들의 개성있는 작품 세계로 들어가 본다. ●‘빙화’=내면의 상처 연대 통해 치유 8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92년부터 4년 동안 모스크바에서 유학한 작가의 경험이 오롯이 묻어나는 작품집이다.표제작의 제목이 처연하고 인상적이다.꽃은 꽃인데 얼음꽃이다.곱지만 차가운,아름답지만 곧 사그라질 이 모순이 공존하는 얼음꽃의 상징성은 작품집 전반에 배어 있다. 표제작 ‘빙화’의 여주인공은 모스크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후배가 러시아 기숙사의 화재로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감정의 공황 상태에 빠진 주인공은 둘이 함께 어울렸던 장면들을 차분히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아 간다.그 과정을 다루면서 작가는 정듦과 이별,생성과 소멸이 부질없음을 들려준다. 작품집의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대개 위태롭다.상처입은 영혼들이기 때문이다.레즈비언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동성애자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푸른 등불의 요코하마’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로 이혼한 뒤 유학간 주인공을 다룬 ‘부활제’ 등은 그를 잘 보여준다. 평론가 정호웅은 “작품집 중심인물들은 거의 예외없이 상처로 인한 고통 속에 현실을 견뎌내는 투쟁자들”이라며 “깊은 연민의 마음으로 스스로 유폐된 이들을 바라보던 시선은 혼돈의 세계를 기꺼이 끌어안고 연대를 통해 상처가 치유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해석한다.그 치유 능력은 작품 ‘봉인’의 주인공이 지닌 열정에 잘 녹아 있다.자신의 꿈을 찾아,가족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러시아 유학을 강행하는 작품 속 주인공은 작가가 세상에 던지려는 메시지이자 문학에 거는 꿈으로 다가온다.“내가 매달리고 지켜 나갈 것은 이상과 열정뿐이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지난 2001년 늦깎이로 등단한 뒤 1년 만에 2002년 장편 ‘장밋빛 인생’으로 26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준비된 작가’임을 입증한 작가 정미경의 첫 작품집이다. “눈부신 글솜씨”“시뮬라시옹시대에 걸맞은 주제를 탁월하게 형상화” 등의 찬사를 받은 작가의 중·단편 6편을 모았다.특히 표제작은 그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데 다음의 표현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그를 향해 전화기를 집어던질 수도,얼굴에 손톱자국을 낼 수도 없는 곳에 존재하는 사람에게 분노를 느껴야 하는 자신.분노를 폭발시킬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데 살갗이 벗겨지도록 제 살을 긁어대야만 하는 자신만이 혼자 남아 있었다.”(96쪽)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에게 갖는 배신감·분노의 심정을 옮긴 것이다.“모든 게 좋아.너의 모든 것이”라는 말이 온전히 자신만을 향한 표현인 줄 알았던 유선이 남편의 미발표 원고 파일을 정리하다가 죽기 직전까지 남편이 사랑한 숨겨 놓은 여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망연자실하고 온 몸이 스멀거리는 가려움증에 시달린다.믿었던 사랑마저 가짜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시뮬라시옹(거짓 꾸밈)의 시대’를 소설로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 가짜에 대해 삿대질하지 않는다.대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에 연민을 느끼고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표제작에서 고민하던 유선은 결국 남편의 유고집 출간을 포기하고 남편의 사랑을 ‘자기만의 것’으로 남기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행복’=행복할 수 없었던 이유 90년 부모의 체험을 살린 ‘빨치산의 딸’로 문학동네에 맨살을 보인 뒤 96년 제도권 문학의 통과장치인 신춘문예로 재등장해 녹록지 않은 실력을 보여준 작가의 첫 작품집이다. ‘노동해방문학’ 등에서 활약하며 “세상을 구원하는 글쓰기를 꿈꿨던” 작가의 작품 속에는 ‘좌절된 꿈’으로 인한 눌림과 그것을 극복해 가는 표정이 잘 드러난다. 표제작 ‘행복’은 “어머니는 남부군,아버지는 전남도당 소속”인 부모 아래서 자란 한 여교사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작품으로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짙다.늙은 부모와의 첫 여행에서 주인공은 “빨치산 시절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이었던 부모들이 현실에서 느낀 생소함과 그로 인한 어둠이 자신에게 미친 내력을 들려준다.평론가 김영찬은 해설에서 정지아 소설의 주인공이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런 상처의 외적 근원이 “좌절된 정치적 꿈에 대한 저린 상실감이자 희망 없는 현재의 삶에 대한 낯선 두려움이며,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갖게 되는 잔혹한 슬픔”이라고 분석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논술비타민]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아래 (가)와 (나)의 지문(지난 22일字와 같음)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 ●제시문(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 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 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 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 고민하다 사오정은 요즘 새로운 취미 생활에 푹 빠져 있다.모형 비행기 만들기! 재료들을 사다가 조립을 하고 알록달록 색깔을 멋있게 칠하면 근사하기 그지없다.사오정은 모형 비행기를 만든 뒤 자랑삼아 저팔계에게 전화를 했다.“팔계야, 내가 모형 비행기를 만들었는데 한번 볼래?”“그래 삼장 선생님 집 앞 공원에서 만나자.”사오정은 모형 비행기를 들고 신나게 공원으로 달려갔다.공원에 가보니 저팔계만이 아니라 삼장 선생도 나와 있었다.“선생님 어쩐 일이셔요?”“네가 비행기를 만들었다기에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러 왔단다.어디 보자.정말 멋있구나.색칠을 화려하게 해서 보기가 아주 좋다.어디 한번 날려 보렴.얼마나 잘 날아가나 보자.”사오정은 프로펠러를 감고 힘차게 날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힘차게 날린 비행기가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그만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만 것 아닌가.“색깔만 화려할 뿐 잘 날지는 못하는구나.”삼장 선생은 비행기를 집어들더니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어허! 이것 때문이구나.네가 조립을 잘못 했구나.여기 부속을 거꾸로 끼웠으니 제대로 날 수가 없지.이따 고쳐서 다시 한번 날려보자꾸나.자! 그건 그렇고 논술 답안 좀 보자.”삼장 선생은 사오정이 제출한 논술 답변 내용을 읽다가 사오정을 보면서 말했다.“논술 답안이 네가 만든 비행기와 똑같구나!”사오정은 놀란 표정으로 삼장 선생을 바라보았다.삼장 선생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2.저팔계 도움말 주다 저팔계와 사오정은 답안을 유심히 살폈다.“무슨 소리지? 왜 내 답안지가 비행기와 같다고 하신 거지?”“글쎄….” 저팔계도 고개를 갸웃거렸다.“사오정,그러고 보니 너 문장을 아주 멋있게 쓰는구나.부럽다.”사오정의 답안을 유심히 살피던 저팔계가 뜬금없는 칭찬을 했다.사오정은 속으로는 우쭐하면서도 “야,멋있게 문장 쓰면 뭐하냐? 삼장 선생님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그래도 이런 멋있는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너 따로 연습하니?” 사오정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응.사실 유명한 글을 읽고 멋있는 표현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낱말을 조금 바꾸어서 쓰면 멋있게 표현할 수 있어.”저팔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나도 그렇게 해 봐야지.그나저나 뭐가 문제지?”사오정과 저팔계는 계속 답안을 꼼꼼히 읽어봤지만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3.삼장,꾸짖다 “그래,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사오정과 저팔계는 곤혹스러운 표정만 지었다.“멋있는 표현들이 많아서 오히려 딴 때보다 잘 쓴 거 같은데요.”저팔계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삼장 선생은 저팔계에게 물었다.“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말해 보렴.” 저팔계는 다시 사오정의 답안을 살폈다.“어? 그러고 보니 주제가 무엇인지 분명치가 않네.너무 추상적이어서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구나.”저팔계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슴프레 느낄 수 있었다.“이번엔 글을 직접 쓴 사오정이 답해 보려무나.”“사이버 공간의 폐해에 대해서 쓴 것인데요.” 삼장 선생은 저팔계에게 다시 물었다.“사오정의 글 속에 그런 주제가 나타나느냐?”“글쎄요? 비슷한 얘기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삼장 선생은 사오정과 저팔계를 향해 말을 이어갔다.“바로 그게 문제란다.멋있는 표현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해야 할 내용은 간 곳이 없고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서술이 되고 만 것이다.속빈 강정과 다름이 없다.내가 왜 비행기와 논술 답안이 똑같다고 표현했는지 알겠느냐?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아가는 것이다.그 겉모습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지.그런데 사오정은 비행기의 겉은 화려하게 색칠했지만 실제 날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내부 구조에는 신경을 덜 써서 비행기가 날아가지도 못하고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논술 답안의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 선명성이다.화려한 수사나 멋있는 표현은 차후의 일이다.그런데 멋있는 표현을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나 내용은 소홀하니 제대로 논술이 될 리가 있겠느냐? 이러니 네가 쓴 논술 답안과 비행기는 똑같다고 할 수밖에.내 말이 이해가 되느냐?” “네.” 사오정은 멋있는 표현을 잘 한다는 저팔계의 칭찬에 우쭐대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그건 그렇고 사오정아,너는 왜 이렇게 멋있게 쓰려고 하느냐? 그리고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어디서 배웠느냐?”“글을 잘 쓰는 척하고 싶어서 유명한 책을 보면서 흉내를 낸 거여요.”삼장 선생은 “그럴 줄 알았다.글쓰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이니라.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거라.” 4.삼장,핵심을 찌르다 만약에 좋은 진공청소기를 만들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네가 하는 방법은 진공청소기를 파는 곳에 가서 구경을 하고 흉내를 내는 격이다.그런데 네 눈에 진공청소기의 기능에 필수적인 부품이나 구조가 보이겠느냐? 네 눈에 보이는 것은 외형적인 디자인밖에 없다.당연히 너는 외형만 멋있는 진공청소기밖에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겉만 번지르르한 청소기는 만들어 봤자 무용지물이다.네가 훌륭한 문필가의 화려한 문장이나 표현을 따르는 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청소기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일이란다.훌륭한 문필가의 글을 통하여 나름대로 연습하고 응용하려는 너의 생각과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훌륭한 문필가의 글을 통하여 배우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배워야 한다.정작 배워야 할 것은 배우지 않고 화려한 수사 방식만 배우려고 하는 것이 초보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이니라.그 화려한 수사 속에 숨어 있는 글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우선 배워야 하는데,그걸 놓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문필가는 뼈를 깎는 습작 시절을 거친단다.어떤 소설가는 습작 시절에 방안에 주전자 하나를 놓고 원고지 1500∼2000매를 썼다는 일화도 있단다.말이 원고지 1500∼2000매지 거의 책 1권의 분량을 주전자 하나를 놓고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이렇게 어렵고 힘든 습작 경험을 통하면서 글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나 방법을 완벽하게 습득한 이후에 자신만의 독특한 수사나 화려한 문체를 개발한 것이다.그런데 너는 글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요소나 방식은 배우기 전에 화려한 수사만을 본뜨고 있으니 문제라는 것이다.기초 공사가 튼튼해야 높은 건물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글쓰기도 기본기가 탄탄해야 정말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란다.뚝배기보다 장맛이란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무나.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5.사오정,드디어 깨닫다 사오정은 삼장 선생의 말에 화려한 문장과 표현을 즐겨 쓰고,그걸 보면서 “참 멋있는 표현이다.”라며 흐뭇해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제가 아주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군요.글을 쓸 때는 왠지 멋있게 표현을 해야 할 것 같아 쉽게 쓸 수 있는 말도 화려하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었는데,잘못된 습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오정은 이어 저팔계를 보더니 “팔계야,너 아까 내가 멋있는 표현을 잘한다고 부러워했었지?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속담이야.얼른 비행기 고쳐서 다시 날려 보자.”하며 얼른 비행기를 집어 들었다.사오정의 능청스러운 말에 삼장 선생과 저팔계는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주에는 ‘조직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제로 본론쓰기 두 번째 강의가 이어집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논술비타민]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아래 (가)와 (나)의 지문(지난 22일字와 같음)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 ●제시문(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 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 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 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 고민하다 사오정은 요즘 새로운 취미 생활에 푹 빠져 있다.모형 비행기 만들기! 재료들을 사다가 조립을 하고 알록달록 색깔을 멋있게 칠하면 근사하기 그지없다.사오정은 모형 비행기를 만든 뒤 자랑삼아 저팔계에게 전화를 했다.“팔계야, 내가 모형 비행기를 만들었는데 한번 볼래?”“그래 삼장 선생님 집 앞 공원에서 만나자.”사오정은 모형 비행기를 들고 신나게 공원으로 달려갔다.공원에 가보니 저팔계만이 아니라 삼장 선생도 나와 있었다.“선생님 어쩐 일이셔요?”“네가 비행기를 만들었다기에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러 왔단다.어디 보자.정말 멋있구나.색칠을 화려하게 해서 보기가 아주 좋다.어디 한번 날려 보렴.얼마나 잘 날아가나 보자.”사오정은 프로펠러를 감고 힘차게 날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힘차게 날린 비행기가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그만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만 것 아닌가.“색깔만 화려할 뿐 잘 날지는 못하는구나.”삼장 선생은 비행기를 집어들더니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어허! 이것 때문이구나.네가 조립을 잘못 했구나.여기 부속을 거꾸로 끼웠으니 제대로 날 수가 없지.이따 고쳐서 다시 한번 날려보자꾸나.자! 그건 그렇고 논술 답안 좀 보자.”삼장 선생은 사오정이 제출한 논술 답변 내용을 읽다가 사오정을 보면서 말했다.“논술 답안이 네가 만든 비행기와 똑같구나!”사오정은 놀란 표정으로 삼장 선생을 바라보았다.삼장 선생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2.저팔계 도움말 주다 저팔계와 사오정은 답안을 유심히 살폈다.“무슨 소리지? 왜 내 답안지가 비행기와 같다고 하신 거지?”“글쎄….” 저팔계도 고개를 갸웃거렸다.“사오정,그러고 보니 너 문장을 아주 멋있게 쓰는구나.부럽다.”사오정의 답안을 유심히 살피던 저팔계가 뜬금없는 칭찬을 했다.사오정은 속으로는 우쭐하면서도 “야,멋있게 문장 쓰면 뭐하냐? 삼장 선생님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그래도 이런 멋있는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너 따로 연습하니?” 사오정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응.사실 유명한 글을 읽고 멋있는 표현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낱말을 조금 바꾸어서 쓰면 멋있게 표현할 수 있어.”저팔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나도 그렇게 해 봐야지.그나저나 뭐가 문제지?”사오정과 저팔계는 계속 답안을 꼼꼼히 읽어봤지만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3.삼장,꾸짖다 “그래,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사오정과 저팔계는 곤혹스러운 표정만 지었다.“멋있는 표현들이 많아서 오히려 딴 때보다 잘 쓴 거 같은데요.”저팔계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삼장 선생은 저팔계에게 물었다.“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말해 보렴.” 저팔계는 다시 사오정의 답안을 살폈다.“어? 그러고 보니 주제가 무엇인지 분명치가 않네.너무 추상적이어서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구나.”저팔계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슴프레 느낄 수 있었다.“이번엔 글을 직접 쓴 사오정이 답해 보려무나.”“사이버 공간의 폐해에 대해서 쓴 것인데요.” 삼장 선생은 저팔계에게 다시 물었다.“사오정의 글 속에 그런 주제가 나타나느냐?”“글쎄요? 비슷한 얘기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삼장 선생은 사오정과 저팔계를 향해 말을 이어갔다.“바로 그게 문제란다.멋있는 표현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해야 할 내용은 간 곳이 없고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서술이 되고 만 것이다.속빈 강정과 다름이 없다.내가 왜 비행기와 논술 답안이 똑같다고 표현했는지 알겠느냐?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아가는 것이다.그 겉모습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지.그런데 사오정은 비행기의 겉은 화려하게 색칠했지만 실제 날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내부 구조에는 신경을 덜 써서 비행기가 날아가지도 못하고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논술 답안의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 선명성이다.화려한 수사나 멋있는 표현은 차후의 일이다.그런데 멋있는 표현을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나 내용은 소홀하니 제대로 논술이 될 리가 있겠느냐? 이러니 네가 쓴 논술 답안과 비행기는 똑같다고 할 수밖에.내 말이 이해가 되느냐?” “네.” 사오정은 멋있는 표현을 잘 한다는 저팔계의 칭찬에 우쭐대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그건 그렇고 사오정아,너는 왜 이렇게 멋있게 쓰려고 하느냐? 그리고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어디서 배웠느냐?”“글을 잘 쓰는 척하고 싶어서 유명한 책을 보면서 흉내를 낸 거여요.”삼장 선생은 “그럴 줄 알았다.글쓰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이니라.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거라.” 4.삼장,핵심을 찌르다 만약에 좋은 진공청소기를 만들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네가 하는 방법은 진공청소기를 파는 곳에 가서 구경을 하고 흉내를 내는 격이다.그런데 네 눈에 진공청소기의 기능에 필수적인 부품이나 구조가 보이겠느냐? 네 눈에 보이는 것은 외형적인 디자인밖에 없다.당연히 너는 외형만 멋있는 진공청소기밖에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겉만 번지르르한 청소기는 만들어 봤자 무용지물이다.네가 훌륭한 문필가의 화려한 문장이나 표현을 따르는 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청소기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일이란다.훌륭한 문필가의 글을 통하여 나름대로 연습하고 응용하려는 너의 생각과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훌륭한 문필가의 글을 통하여 배우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배워야 한다.정작 배워야 할 것은 배우지 않고 화려한 수사 방식만 배우려고 하는 것이 초보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이니라.그 화려한 수사 속에 숨어 있는 글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우선 배워야 하는데,그걸 놓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문필가는 뼈를 깎는 습작 시절을 거친단다.어떤 소설가는 습작 시절에 방안에 주전자 하나를 놓고 원고지 1500∼2000매를 썼다는 일화도 있단다.말이 원고지 1500∼2000매지 거의 책 1권의 분량을 주전자 하나를 놓고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이렇게 어렵고 힘든 습작 경험을 통하면서 글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나 방법을 완벽하게 습득한 이후에 자신만의 독특한 수사나 화려한 문체를 개발한 것이다.그런데 너는 글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요소나 방식은 배우기 전에 화려한 수사만을 본뜨고 있으니 문제라는 것이다.기초 공사가 튼튼해야 높은 건물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글쓰기도 기본기가 탄탄해야 정말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란다.뚝배기보다 장맛이란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무나.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5.사오정,드디어 깨닫다 사오정은 삼장 선생의 말에 화려한 문장과 표현을 즐겨 쓰고,그걸 보면서 “참 멋있는 표현이다.”라며 흐뭇해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제가 아주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군요.글을 쓸 때는 왠지 멋있게 표현을 해야 할 것 같아 쉽게 쓸 수 있는 말도 화려하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었는데,잘못된 습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오정은 이어 저팔계를 보더니 “팔계야,너 아까 내가 멋있는 표현을 잘한다고 부러워했었지?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속담이야.얼른 비행기 고쳐서 다시 날려 보자.”하며 얼른 비행기를 집어 들었다.사오정의 능청스러운 말에 삼장 선생과 저팔계는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주에는 ‘조직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제로 본론쓰기 두 번째 강의가 이어집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2)끝-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下)

    갈촌 선생의 장승에 대한 생각은 지식이 아닌 깨달음이다.글쓴이의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 되도록 장승에 관한 책을 탐독하기보다는 고요한 명상으로 이제껏 알고 있던 지식 나부랭이들을 탈탈 털어내 버리려고 한다. ●신(神)을 향한 기도는 민족·국가 초월 한 때는 장승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지닌 이들로부터 다른 나라에 있는 장승과 유사한 조각품들과 갈촌선생이 제작한 탈이나 장승이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괜스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었다고 한다.자신은 한 번도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없으며,외국어로 쓰여 있는 외국의 책이나 다른 글들을 읽어본 적도 없는데 외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고 하면 몹시 억울하기도 했었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장승의 마음을 읽어내는 눈을 뜨게 되면서부터 외국의 석인상(石人像) 종류나 나무로 다듬은 신상(神像)들이 한국의 장승이나 탈과 원초적으로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식량 부족과 질병의 두려움,천둥 번개 홍수 폭풍이나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의 무서움,풍성한 종족의 번식을 소망하는 기도,야생동물들의 공격이나 적대국들의 침략 공격으로부터 종족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을 향한 기도 등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공포와 소망은 민족이나 국가가 다르다고 하여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따라서 모든 인간은 자연과의 공존을 꿈꾸고 있으며,그 꿈을 비는 마음이 장승이나 탈의 형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액과 탈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데 액과 탈을 인간에게 가져오는 것이 귀신이라고 한다.그 귀신을 쫓아내면 액과 탈이 소멸되는데,한국인이 귀신을 쫓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귀신에게 술을 먹여서 기분을 좋게 하여 달래서 보내는 법이 가장 흔한 방법이고,칼과 창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쫓아보내는 방법이 다른 하나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근간으로 삼아 장승의 모습이 정해지는데,장승이 서 있는 마을에 따라,장승을 다듬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 천만가지의 표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대개는 그 지역 사람들로부터 오래도록 존경받고 숭배의 대상이 되어 온 전설적인 장군이나 성인(聖人)들의 모습이 장승 얼굴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그래서 장승을 보면 그 마을의 질병이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가 있는데,그 장승을 만든 사람이 그 마을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곧 장승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갈촌 선생은 20년 넘게 탈과 장승의 마음을 깨닫기 위해 살아오면서 차츰 현대사회 속에 장승문화를 이식시켜야겠다고 여기게 되었다.장승이 지닌 가장 좋은 점이 인간이면 누구나 자생력을 발견하여 키우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였다.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것은 인간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무를 선택하고 장승의 모습을 만들어낸다.자신이 장승이 되는 것이다.살아있는 사람의 꿈이 장승의 마음으로 전환되는 것이다.장승을 다듬는 동안 몸을 청결하게 하고,섭생을 조심하는 것은 자연의 힘을 전해 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그 과정을 통하여 자신과 자연이 하나가 됨을 깨닫는 것이 더 큰 기쁨인 것이다.지극 정성으로 장승의 몸을 만드는 행위는 곧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나무나 돌에 형상화시키는 신비의 체험이자 원초적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같은 깨달음을 보다 많은 현대인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장승학교를 열었다.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자생력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즉 내 손으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행위는 현대 산업 사회가 숙명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경쟁과 자연파괴의 위험을 깨닫고,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경쟁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내뿜는 고통,억압,번뇌의 독기를 없애고 상생(相生)의 삶을 살 수 있는 여유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가능하다는 깨달음으로 바꿔주기 위해서 장승학교를 연 것이다.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행위 1997년부터 시작한 장승학교는 4개월 코스와 2박3일 코스 두 종류가 있다.올해까지 9년 동안 장승학교를 졸업하고,장승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장승을 말해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약 330명이나 된다.전국에 걸쳐서 장승 문화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된 것도 장승학교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의 장승운동을 통해서였다. 장승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 개인의 정신이 지닌 한없는 능력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인간이면 누구든 혼자서 장승을 만들 수 있다는 것,내가 주체가 되어야 온전한 장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누구든지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남의 도움 없이 자신의 장승을 훌륭하게 만들고 그 장승은 남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저마다 평등하고 고귀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이 능력을 서로 존중해야만 진정한 주체가 나타나며,그 주체는 곧,모든 사람의 존재는 다른 모든 존재와 필연적으로 관련되어 있어서 상생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이같은 능력을 예술로 승화시키면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이자 자연의 마음에 인간의 마음이 얹혀지는 것이라고 한다. 장승학교에서 배우는 과정 중에는 ‘장승팔괘마당’이라는 놀이가 있다.장승학교 졸업식 때나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 벌이는 장승축제다.졸업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 과정이기도 하다.모두 여덟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1)장승 만들기(2)장승 그림 그리기(3)장승 그림을 위한 시 낭송(4)장승 춤(5)장승 춤을 위한 시 낭송(6)장승 노래(7)장승 노래시(8)함께 하는 마당. ●장승은 한국문화의 ‘영원한 새벽’ ‘장승팔괘마당’ 놀이의 특징은 어떠한 정형성도 부정하는 것이다.정형성이 없기 때문에 그 때 그 때마다 모든 것이 달라진다.기존의 틀에 얽매여 있는 고정관념을 털어 내어 활활 태워버리는 것이다.자연에서 정형성이란 없다.인간의 눈이나 생각이 정형성을 만들었을 따름이다.자연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이 팔괘마당의 축제에 대하여 미쳤다는 표현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혼란스럽고,기괴하며,섬뜩하기도 하고,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괴상망측한 짓거리라고 내뱉기도 한다.그런데 유럽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신선하고 충격적인 예술의 한 극치라고 칭찬하는데,두 가지의 다른 견해 차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단다. 특히 장승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의 세계는 확실히 이채롭다.그때마다 상황과 연희자의 생각에 따라 토해내는 소리는 심령의 노래다.고대 조상들의 심성과 고요한 자연의 마음이 짓고 허물면서 원초적 근원을 느끼게 한다. 갈촌 선생의 장승 가르치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주문 외우기다.장승을 다듬는 사람들이 줄곧 입으로 소리내어 외우는 주문은 ‘좋아진다! 좋아진다!’는 것이다.장승 다듬는 이가 ‘좋아진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만든 장승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서도 좋아진다는 따뜻함이 일어난다. 장승을 만드는 것은 그 시대의 마음을 기록하는 것이다.망치로,칼끝으로 장승을 깎으면서 외친다.내가 좋아진다,내 집과 이웃,마을과 나라,세계와 우주가 좋아진다고 외친다.그렇게 믿으면 다 이루어진다.장승은 한국 문화의 영원한 새벽이다. ●알림 지난 1월부터 독자여러분의 성원속에 연재해 온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이 이번 52회로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그동안 1주일에 두차례씩 집필해 주신 정동주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2)끝-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下)

    갈촌 선생의 장승에 대한 생각은 지식이 아닌 깨달음이다.글쓴이의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 되도록 장승에 관한 책을 탐독하기보다는 고요한 명상으로 이제껏 알고 있던 지식 나부랭이들을 탈탈 털어내 버리려고 한다. ●신(神)을 향한 기도는 민족·국가 초월 한 때는 장승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지닌 이들로부터 다른 나라에 있는 장승과 유사한 조각품들과 갈촌선생이 제작한 탈이나 장승이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괜스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었다고 한다.자신은 한 번도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없으며,외국어로 쓰여 있는 외국의 책이나 다른 글들을 읽어본 적도 없는데 외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고 하면 몹시 억울하기도 했었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장승의 마음을 읽어내는 눈을 뜨게 되면서부터 외국의 석인상(石人像) 종류나 나무로 다듬은 신상(神像)들이 한국의 장승이나 탈과 원초적으로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식량 부족과 질병의 두려움,천둥 번개 홍수 폭풍이나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의 무서움,풍성한 종족의 번식을 소망하는 기도,야생동물들의 공격이나 적대국들의 침략 공격으로부터 종족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을 향한 기도 등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공포와 소망은 민족이나 국가가 다르다고 하여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따라서 모든 인간은 자연과의 공존을 꿈꾸고 있으며,그 꿈을 비는 마음이 장승이나 탈의 형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액과 탈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데 액과 탈을 인간에게 가져오는 것이 귀신이라고 한다.그 귀신을 쫓아내면 액과 탈이 소멸되는데,한국인이 귀신을 쫓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귀신에게 술을 먹여서 기분을 좋게 하여 달래서 보내는 법이 가장 흔한 방법이고,칼과 창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쫓아보내는 방법이 다른 하나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근간으로 삼아 장승의 모습이 정해지는데,장승이 서 있는 마을에 따라,장승을 다듬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 천만가지의 표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대개는 그 지역 사람들로부터 오래도록 존경받고 숭배의 대상이 되어 온 전설적인 장군이나 성인(聖人)들의 모습이 장승 얼굴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그래서 장승을 보면 그 마을의 질병이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가 있는데,그 장승을 만든 사람이 그 마을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곧 장승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갈촌 선생은 20년 넘게 탈과 장승의 마음을 깨닫기 위해 살아오면서 차츰 현대사회 속에 장승문화를 이식시켜야겠다고 여기게 되었다.장승이 지닌 가장 좋은 점이 인간이면 누구나 자생력을 발견하여 키우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였다.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것은 인간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무를 선택하고 장승의 모습을 만들어낸다.자신이 장승이 되는 것이다.살아있는 사람의 꿈이 장승의 마음으로 전환되는 것이다.장승을 다듬는 동안 몸을 청결하게 하고,섭생을 조심하는 것은 자연의 힘을 전해 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그 과정을 통하여 자신과 자연이 하나가 됨을 깨닫는 것이 더 큰 기쁨인 것이다.지극 정성으로 장승의 몸을 만드는 행위는 곧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나무나 돌에 형상화시키는 신비의 체험이자 원초적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같은 깨달음을 보다 많은 현대인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장승학교를 열었다.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자생력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즉 내 손으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행위는 현대 산업 사회가 숙명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경쟁과 자연파괴의 위험을 깨닫고,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경쟁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내뿜는 고통,억압,번뇌의 독기를 없애고 상생(相生)의 삶을 살 수 있는 여유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가능하다는 깨달음으로 바꿔주기 위해서 장승학교를 연 것이다.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행위 1997년부터 시작한 장승학교는 4개월 코스와 2박3일 코스 두 종류가 있다.올해까지 9년 동안 장승학교를 졸업하고,장승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장승을 말해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약 330명이나 된다.전국에 걸쳐서 장승 문화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된 것도 장승학교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의 장승운동을 통해서였다. 장승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 개인의 정신이 지닌 한없는 능력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인간이면 누구든 혼자서 장승을 만들 수 있다는 것,내가 주체가 되어야 온전한 장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누구든지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남의 도움 없이 자신의 장승을 훌륭하게 만들고 그 장승은 남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저마다 평등하고 고귀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이 능력을 서로 존중해야만 진정한 주체가 나타나며,그 주체는 곧,모든 사람의 존재는 다른 모든 존재와 필연적으로 관련되어 있어서 상생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이같은 능력을 예술로 승화시키면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이자 자연의 마음에 인간의 마음이 얹혀지는 것이라고 한다. 장승학교에서 배우는 과정 중에는 ‘장승팔괘마당’이라는 놀이가 있다.장승학교 졸업식 때나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 벌이는 장승축제다.졸업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 과정이기도 하다.모두 여덟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1)장승 만들기(2)장승 그림 그리기(3)장승 그림을 위한 시 낭송(4)장승 춤(5)장승 춤을 위한 시 낭송(6)장승 노래(7)장승 노래시(8)함께 하는 마당. ●장승은 한국문화의 ‘영원한 새벽’ ‘장승팔괘마당’ 놀이의 특징은 어떠한 정형성도 부정하는 것이다.정형성이 없기 때문에 그 때 그 때마다 모든 것이 달라진다.기존의 틀에 얽매여 있는 고정관념을 털어 내어 활활 태워버리는 것이다.자연에서 정형성이란 없다.인간의 눈이나 생각이 정형성을 만들었을 따름이다.자연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이 팔괘마당의 축제에 대하여 미쳤다는 표현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혼란스럽고,기괴하며,섬뜩하기도 하고,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괴상망측한 짓거리라고 내뱉기도 한다.그런데 유럽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신선하고 충격적인 예술의 한 극치라고 칭찬하는데,두 가지의 다른 견해 차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단다. 특히 장승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의 세계는 확실히 이채롭다.그때마다 상황과 연희자의 생각에 따라 토해내는 소리는 심령의 노래다.고대 조상들의 심성과 고요한 자연의 마음이 짓고 허물면서 원초적 근원을 느끼게 한다. 갈촌 선생의 장승 가르치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주문 외우기다.장승을 다듬는 사람들이 줄곧 입으로 소리내어 외우는 주문은 ‘좋아진다! 좋아진다!’는 것이다.장승 다듬는 이가 ‘좋아진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만든 장승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서도 좋아진다는 따뜻함이 일어난다. 장승을 만드는 것은 그 시대의 마음을 기록하는 것이다.망치로,칼끝으로 장승을 깎으면서 외친다.내가 좋아진다,내 집과 이웃,마을과 나라,세계와 우주가 좋아진다고 외친다.그렇게 믿으면 다 이루어진다.장승은 한국 문화의 영원한 새벽이다. ●알림 지난 1월부터 독자여러분의 성원속에 연재해 온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이 이번 52회로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그동안 1주일에 두차례씩 집필해 주신 정동주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伊 로베르토 로셀리니감독 회고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서울아트시네마는 29일∼7월4일,7월9∼12일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1906∼1977년)의 회고전을 마련한다. 로셀리니 감독은 비토리오 데 시카,루키노 비스콘티와 함께 네오리얼리즘을 이끌었던 감독.그가 만든 영화로 첫번째 네오리얼리즘 영화로 평가받는 ‘무방비 도시’는 자투리 필름으로 완성됐으며 실제 독일군이 주둔하는 상태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네오리얼리즘은 2차대전 직후 기존의 선전영화나 낙관적 부르주아영화에 반대해 이탈리아에서 주창된 사실주의 영화운동.프랑스의 뉴웨이브나 영국의 프리시네마 등 각 나라의 뉴시네마 운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그가 현대영화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영상자료원,영화진흥위원회,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회고전에는 ‘무방비 도시’와 함께 ‘포화 삼부작’으로 불리는 ‘전화의 저편’‘독일영년’ 등 초기 걸작부터 후기 작품 ‘루이 14세의 권력쟁취’에 이르기까지 대표작 16편이 상영된다. 낮 12시30분부터 하루 네차례 상영되며 새달 2일 오후 2시에는 영화평론가 홍성남씨가 그의 영화세계를 소개하는 특별강좌도 마련한다.(02)3272-8707,www.cinemathequeseoul.org 상영작품은 다음과 같다.▲전화의 저편 ▲독일 영년 ▲프란체스코,신의 어릿광대 ▲살인기계 ▲스트롬볼리 ▲유럽 51 ▲이탈리아 여행 ▲불안 ▲인디아 ▲비바 이탈리아 ▲루이 14세의권력쟁취 ▲기적/순결 ▲무방비 도시 ▲사도행전 1부 ▲사도행전 2부 ▲검은 영혼˝
  • 유족 “AP문의 묵살 책임자 처벌”

    ‘다음 세상에는 추악한 전쟁과 테러가 없는 평화의 땅에서 태어나기를 빕니다.’ 고 김선일(33)씨 빈소가 차려진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 영안실과 분향소가 마련된 부산 동구 사회복지관,경성대학 등에는 전날에 이어 24일에도 김씨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잇따랐다.선일씨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기라도 하듯 이날 부산지역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처참하게 피살된 선일씨의 영정 앞에 엎드려 명복을 빌며 실의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했다.이날 오후 5시 현재 정·관·학계 인사,시민단체 대표,시민 등 600여명이 고인의 빈소를 다녀갔다. 동부산대학에서 한국어 어학코스를 밟고 있는 일본인 아사리 유키(28·여) 등 일행 3명은 빈소를 찾아 “지난 4월 일본인들이 이라크 무장단체에 억류됐을 때보다 더 슬펐고 경악했다.”며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빈소를 찾아 영혼을 위로했다.”고 말했다. ●한편 선일씨 부모 등 유족들은 “시신이 빠른 시일내 유족에게 인도돼야 한다.”면서도 “시신이 훼손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크게 상심했다. 누나인 옥경(38)씨는 “AP통신이 이달초 동생이 나오는 비디오 테이프를 입수,신원 및 사실여부를 외교통상부에 문의했는데도 이를 묵살한 게 사실인지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1)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上)

    ●장승연구 소홀… 민중정신사 소외시키는 것 판소리 ‘흥부가’의 ‘박타령’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늘어선 조를 보면 대촌 당산 법슈(法首) 갓고’하는 부분이다.이 법슈(法首)는 벅수,법수라고 부르는 장승을 말하는데,이 말은 중국,일본의 문화와 아무 관련 없는 우리나라 토종이다. 장승 얘기는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에 보다 상세하게 나온다.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즉 천하잡놈 강쇠가 산에 나무하러 가서 산고개에 서 있는 장승을 뽑아와 방에 군불을 때고 자다가 장승 동티로 죽어버린다.그러자 팔자 한번 겁나게 드센 옹녀가 강쇠놈 시체를 치우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길손들이 강쇠 시신을 치우려고 하다가 변을 당하는 이야기다. 생활 토대를 잃어버리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의 참담한 생활상을 주제로 하고 있는 변강쇠타령의 비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장승이다. 우리나라 상류 사회의 신앙이었던 유교·불교와 관련된 역사와 미술은 많은 연구 성과물을 가지고 있지만 민중의 정신사라 할 수 있는 무속과 장승 연구 업적은 그리 많지 않다.무속 연구도 귀족 취향적 풍토에 머물러 있어서 무속의 참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데는 한계를 지녔다.장승 연구가 희귀한 까닭은 민중의 정신사가 소외되고 있음을 뜻한다.안타깝고 또 잘못된 일이다.크게 후회할 일이다. ●‘살아있는 장승’ 갈촌선생을 뵙다 이같은 민중정신사의 소외 속에서도 30년 가까이 한국의 탈과 장승 연구에 삶을 녹여 넣고 있는 갈촌 이도열(李道烈·58·갈촌 탈 박물관장 겸 장승학교 교장) 선생을 만났다.그는 한국의 탈과 장승연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이자 살아 있는 장승 그 자체로 통하는 귀하고도 고마운 분이다.오광대의 고장 경남 고성에 있는 ‘갈촌 탈 박물관’에서 탈과 장승에 관한 선생의 깨달음을 전해 들었다. 문:탈과 장승에 관한 생각을 언제부터 골똘히 하게 되셨는지요. 李:농과대학을 다니다가 군대에 나갔는데,훈련 중에 허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일찌감치 제대를 했지요.그 길로 아버지께서 경영하시던 한우 비육 농사를 도우면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고향에서 살아가려면 농사 외에 다른 뜻 있는 일을 함께 해야만 보다 온전한 삶이 되지 않겠나 싶어서 이것 저것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지요. ●‘고성오광대’는 신명의 원천 ‘고성오광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젊은 내가 땀흘려 배우고 지켜나가야 할 몫이라는 생각을 했지요.농사가 육신을 키우고 지켜주는 신명이라면 오광대의 춤과 노래는 영혼을 맑게 해주고 자라나게 하는 신명의 원천이라고 여겼지요. 오광대 춤을 배우게 되면서 한 가지 의심이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더군요.탈을 만드는 문제였어요.탈의 눈,코,색깔,크기 등이 매우 다양한데 그 까닭을 알고 싶었어요.그런데 내 의문을 풀어 줄 만한 문헌,자료가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더욱 더 풀기 어려운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지요. 이같은 의문을 안은 채 농사를 계속했지요.70년대 초반 우리나라 농촌이 대개 다 그러했듯이 고향을 떠나는 풍조가 만연하는 가운데서도 농촌에 남은 청년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우회(農友會)를 조직하여 연대하기 시작했지요.이 농우회를 근간으로 하여 가톨릭 농민회를 만들어 이끄는 일을 맡기도 했지요.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난 탈 한국 농업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농촌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저는 역설적으로 농민과 농업,농촌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지요.농업(농사)은 한국 문화의 원형이며,농민은 그 문화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탈은 그 농사와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났다는 것도 알았지요.좀 복잡하지만 계기라면 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흔히 탈과 장승은 조금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어떤 관계로 봐야 합니까? 李:탈은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태양탈,신앙탈,예능탈이지요.태양탈은 구석기,신석기시대 또는 그 이전에도 이루어진 여러 종류의 암각화,상형문자들을 말합니다.어둠,추위,맹수의 공격,식량,종족의 번식,사냥,태양의 힘 등과 인간의 생존 관계를 상징하는 그림들이지요.신앙탈은 고인돌,선돌,장승 등 자연의 섭리로부터 인간이 보호받게 되기를 갈망하면서 만들게 된 것인데,주술성을 중요하게 여기지요.종족 보호,건강과 식량의 확보를 위해 하늘에 기원하는 마음을 돌이나 나무에다 새긴 것이지요.예능탈은 주술성이 없어지고 단지 유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 문:그렇다면 ‘탈’이란 말은 어떤 의미를 지녔으며,언제부터 나타났을까요? 李:(웃음을 머금으면서)사람 사는 세상엔 참 탈도 많지요.배탈,해탈,돈탈,명예탈,온갖 욕심으로 해서 생기는 탈로 해서 한시도 탈 안 나고 살기 어렵지요. 배탈이 왜 생기는가? 사람이 태어나면서 어머니 젖꼭지부터 물지요.그 젖을 먹으면서 탈이 시작됩니다.어머니가 음식을 잘못 먹으면 젖먹이한테 배탈이 나거든요.젖을 너무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요.몸은 거부하는데 욕심 때문에 자꾸 먹다보니 탈이 나지요.배탈은 생기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습니다.알면서 욕심을 억누르면 탈이 안생기지요.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입니다.돈탈,명예탈은 목숨도 앗아가지요. 스님들은 내 마음의 어둠,고통,번뇌,망상을 다 태워버리는 것을 해탈이라고 하더군요.결국 왜 탈이 생기는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고,행동을 하니까 탈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탈은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 그래서 탈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욕심으로 하여 생기는 자연재앙으로부터 지켜지게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의 형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인간이기 때문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고,그 욕심이 아니라면 또 세상은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욕심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탈은 어쩔 수 없이 또 자연의 섭리로 치유시켜 주고,쓸어안아서 자연으로 회귀하도록 다독거려주는 신(神)이 필요한 것이지요.참 얼마나 재미있는 상상입니까?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그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물이 탈이며,장승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탈의 어원(語原)은 몽골의 ‘타르’라고 하더군요.‘타르’는 맑아지다,깨끗해지다,밝아지다,좋아지다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또한 불타다,불에 타서 없어진다는 뜻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탈춤’이라는 춤은 몸에 붙어 있는 온갖 탈을 탈탈 털어 내기 위해 추는 춤입니다. 문:장승은 탈의 기능적 한 종류임을 알겠는데,장승이 맨 처음 세워진 것은 언제쯤일까요? 그리고 그 때의 장승이 지녔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李:대개 삼국시대부터 장승이 세워진 것으로 봅니다.삼국시대 장승의 눈,코,입,귀와 몸이 지녔던 그 시대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나는 그 시대의 의식주 환경을 재현하여 그 안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해 보기도 했지요. 음식은 거의 생식을 하고,옷은 겨울에도 내의 없이 홑껍데기 한복을 입었으며,산에다 토굴을 파거나 판잣집을 지어서 지냈는데 산이나 들판의 바위,나무 밑에서도 지냈지요.적게 먹고 그것도 생식을 하니까 잠이 적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생각이 깊어지더군요.자연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장승 통해 자연치유 능력 발견 그런 마음의 상태에서 장승을 생각했지요.인간은 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가? 이 물음은 인간의 마음에는 왜 액이 생기는가 하는 것과 같지요.자연에서는 액이나 탈이란 것이 없습니다.인간이 많이 살게 되면서 자연과의 조화가 파괴되면서 액과 탈이 생겼지요.이 액과 탈을 치유시키기 위해 장승을 세운 것입니다.약이나 인위적 치료가 아닌 자연치유 능력을 인간 스스로가 발견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과 공존할 수 있을까? 탈없이 살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한 끝에 터득한 것이 장승을 세우는 것이었지요.장승이 서는 자리가 엄격하게 선택되고,장승 다듬는 일이 신성시되고,장승 위치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데까지 인간의 생각이 미쳤지요.마을마다의 액과 탈에 따라 장승의 모양과 서는 위치가 다른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의 기원,소망이 각각 다르고 지리적 위치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현대에도 장승 세우는 것은 ‘효험’ 때문 문:현대 사회에 들어온 이후에도 계속 장승을 세우고 있는데 무슨 이유일까요? 李:오랜 옛날에 세운 장승이 지금까지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 이유나 오늘날 도심 한 가운데나 아파트 단지에도 장승을 세우기도 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효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효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李:자연과의 공존,상생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우주 속의 내가 어떻게 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겠지요.그 때 장승은 나를 자연으로 인도해주는 안내자이자 내 안에 감춰져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거든요.그것은 미신이나 우상 따위가 아니라 우주와 나의 하나됨을 깨닫게 해주는 영혼의 등대 혹은 영혼의 치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1)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上)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1)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上)

    ●장승연구 소홀… 민중정신사 소외시키는 것 판소리 ‘흥부가’의 ‘박타령’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늘어선 조를 보면 대촌 당산 법슈(法首) 갓고’하는 부분이다.이 법슈(法首)는 벅수,법수라고 부르는 장승을 말하는데,이 말은 중국,일본의 문화와 아무 관련 없는 우리나라 토종이다. 장승 얘기는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에 보다 상세하게 나온다.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즉 천하잡놈 강쇠가 산에 나무하러 가서 산고개에 서 있는 장승을 뽑아와 방에 군불을 때고 자다가 장승 동티로 죽어버린다.그러자 팔자 한번 겁나게 드센 옹녀가 강쇠놈 시체를 치우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길손들이 강쇠 시신을 치우려고 하다가 변을 당하는 이야기다. 생활 토대를 잃어버리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의 참담한 생활상을 주제로 하고 있는 변강쇠타령의 비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장승이다. 우리나라 상류 사회의 신앙이었던 유교·불교와 관련된 역사와 미술은 많은 연구 성과물을 가지고 있지만 민중의 정신사라 할 수 있는 무속과 장승 연구 업적은 그리 많지 않다.무속 연구도 귀족 취향적 풍토에 머물러 있어서 무속의 참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데는 한계를 지녔다.장승 연구가 희귀한 까닭은 민중의 정신사가 소외되고 있음을 뜻한다.안타깝고 또 잘못된 일이다.크게 후회할 일이다. ●‘살아있는 장승’ 갈촌선생을 뵙다 이같은 민중정신사의 소외 속에서도 30년 가까이 한국의 탈과 장승 연구에 삶을 녹여 넣고 있는 갈촌 이도열(李道烈·58·갈촌 탈 박물관장 겸 장승학교 교장) 선생을 만났다.그는 한국의 탈과 장승연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이자 살아 있는 장승 그 자체로 통하는 귀하고도 고마운 분이다.오광대의 고장 경남 고성에 있는 ‘갈촌 탈 박물관’에서 탈과 장승에 관한 선생의 깨달음을 전해 들었다. 문:탈과 장승에 관한 생각을 언제부터 골똘히 하게 되셨는지요. 李:농과대학을 다니다가 군대에 나갔는데,훈련 중에 허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일찌감치 제대를 했지요.그 길로 아버지께서 경영하시던 한우 비육 농사를 도우면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고향에서 살아가려면 농사 외에 다른 뜻 있는 일을 함께 해야만 보다 온전한 삶이 되지 않겠나 싶어서 이것 저것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지요. ●‘고성오광대’는 신명의 원천 ‘고성오광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젊은 내가 땀흘려 배우고 지켜나가야 할 몫이라는 생각을 했지요.농사가 육신을 키우고 지켜주는 신명이라면 오광대의 춤과 노래는 영혼을 맑게 해주고 자라나게 하는 신명의 원천이라고 여겼지요. 오광대 춤을 배우게 되면서 한 가지 의심이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더군요.탈을 만드는 문제였어요.탈의 눈,코,색깔,크기 등이 매우 다양한데 그 까닭을 알고 싶었어요.그런데 내 의문을 풀어 줄 만한 문헌,자료가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더욱 더 풀기 어려운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지요. 이같은 의문을 안은 채 농사를 계속했지요.70년대 초반 우리나라 농촌이 대개 다 그러했듯이 고향을 떠나는 풍조가 만연하는 가운데서도 농촌에 남은 청년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우회(農友會)를 조직하여 연대하기 시작했지요.이 농우회를 근간으로 하여 가톨릭 농민회를 만들어 이끄는 일을 맡기도 했지요.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난 탈 한국 농업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농촌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저는 역설적으로 농민과 농업,농촌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지요.농업(농사)은 한국 문화의 원형이며,농민은 그 문화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탈은 그 농사와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났다는 것도 알았지요.좀 복잡하지만 계기라면 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흔히 탈과 장승은 조금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어떤 관계로 봐야 합니까? 李:탈은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태양탈,신앙탈,예능탈이지요.태양탈은 구석기,신석기시대 또는 그 이전에도 이루어진 여러 종류의 암각화,상형문자들을 말합니다.어둠,추위,맹수의 공격,식량,종족의 번식,사냥,태양의 힘 등과 인간의 생존 관계를 상징하는 그림들이지요.신앙탈은 고인돌,선돌,장승 등 자연의 섭리로부터 인간이 보호받게 되기를 갈망하면서 만들게 된 것인데,주술성을 중요하게 여기지요.종족 보호,건강과 식량의 확보를 위해 하늘에 기원하는 마음을 돌이나 나무에다 새긴 것이지요.예능탈은 주술성이 없어지고 단지 유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 문:그렇다면 ‘탈’이란 말은 어떤 의미를 지녔으며,언제부터 나타났을까요? 李:(웃음을 머금으면서)사람 사는 세상엔 참 탈도 많지요.배탈,해탈,돈탈,명예탈,온갖 욕심으로 해서 생기는 탈로 해서 한시도 탈 안 나고 살기 어렵지요. 배탈이 왜 생기는가? 사람이 태어나면서 어머니 젖꼭지부터 물지요.그 젖을 먹으면서 탈이 시작됩니다.어머니가 음식을 잘못 먹으면 젖먹이한테 배탈이 나거든요.젖을 너무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요.몸은 거부하는데 욕심 때문에 자꾸 먹다보니 탈이 나지요.배탈은 생기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습니다.알면서 욕심을 억누르면 탈이 안생기지요.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입니다.돈탈,명예탈은 목숨도 앗아가지요. 스님들은 내 마음의 어둠,고통,번뇌,망상을 다 태워버리는 것을 해탈이라고 하더군요.결국 왜 탈이 생기는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고,행동을 하니까 탈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탈은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 그래서 탈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욕심으로 하여 생기는 자연재앙으로부터 지켜지게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의 형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인간이기 때문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고,그 욕심이 아니라면 또 세상은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욕심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탈은 어쩔 수 없이 또 자연의 섭리로 치유시켜 주고,쓸어안아서 자연으로 회귀하도록 다독거려주는 신(神)이 필요한 것이지요.참 얼마나 재미있는 상상입니까?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그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물이 탈이며,장승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탈의 어원(語原)은 몽골의 ‘타르’라고 하더군요.‘타르’는 맑아지다,깨끗해지다,밝아지다,좋아지다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또한 불타다,불에 타서 없어진다는 뜻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탈춤’이라는 춤은 몸에 붙어 있는 온갖 탈을 탈탈 털어 내기 위해 추는 춤입니다. 문:장승은 탈의 기능적 한 종류임을 알겠는데,장승이 맨 처음 세워진 것은 언제쯤일까요? 그리고 그 때의 장승이 지녔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李:대개 삼국시대부터 장승이 세워진 것으로 봅니다.삼국시대 장승의 눈,코,입,귀와 몸이 지녔던 그 시대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나는 그 시대의 의식주 환경을 재현하여 그 안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해 보기도 했지요. 음식은 거의 생식을 하고,옷은 겨울에도 내의 없이 홑껍데기 한복을 입었으며,산에다 토굴을 파거나 판잣집을 지어서 지냈는데 산이나 들판의 바위,나무 밑에서도 지냈지요.적게 먹고 그것도 생식을 하니까 잠이 적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생각이 깊어지더군요.자연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장승 통해 자연치유 능력 발견 그런 마음의 상태에서 장승을 생각했지요.인간은 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가? 이 물음은 인간의 마음에는 왜 액이 생기는가 하는 것과 같지요.자연에서는 액이나 탈이란 것이 없습니다.인간이 많이 살게 되면서 자연과의 조화가 파괴되면서 액과 탈이 생겼지요.이 액과 탈을 치유시키기 위해 장승을 세운 것입니다.약이나 인위적 치료가 아닌 자연치유 능력을 인간 스스로가 발견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과 공존할 수 있을까? 탈없이 살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한 끝에 터득한 것이 장승을 세우는 것이었지요.장승이 서는 자리가 엄격하게 선택되고,장승 다듬는 일이 신성시되고,장승 위치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데까지 인간의 생각이 미쳤지요.마을마다의 액과 탈에 따라 장승의 모양과 서는 위치가 다른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의 기원,소망이 각각 다르고 지리적 위치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현대에도 장승 세우는 것은 ‘효험’ 때문 문:현대 사회에 들어온 이후에도 계속 장승을 세우고 있는데 무슨 이유일까요? 李:오랜 옛날에 세운 장승이 지금까지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 이유나 오늘날 도심 한 가운데나 아파트 단지에도 장승을 세우기도 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효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효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李:자연과의 공존,상생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우주 속의 내가 어떻게 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겠지요.그 때 장승은 나를 자연으로 인도해주는 안내자이자 내 안에 감춰져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거든요.그것은 미신이나 우상 따위가 아니라 우주와 나의 하나됨을 깨닫게 해주는 영혼의 등대 혹은 영혼의 치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논술 비타민] 시작이 반인데…/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가)와 (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인문·자연계열 공통) ●제시문(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 고민하다 오늘은 저팔계가 사오정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기로 한 날.‘얼른 공부하고 놀아야지.’ 둘은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대입 논술시험이 가까워진 터라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사오정의 답안지를 읽어 내려가던 삼장 선생의 얼굴색이 변했다.“사오정! 너 정신이 딴 데 가 있구나.그러고보니 잔뜩 멋을 부리고 왔구나.무슨 일이냐.” 사오정은 소개팅을 하는 날이라 좀 멋을 부렸다고 했다.“허허! 이 녀석이….” 이어 저팔계의 답안을 받아 본 삼장 선생은 “사오정아,밖에 나가서 저팔계의 답안을 자세히 읽어 보고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아라.” 2.저팔계,함께 고민하다 밖으로 나간 둘은 풀이 죽어 있었다.‘빨리 끝내고 가야 하는데….’ 저팔계가 한숨을 쉬었다.“삼장 선생님이 왜 화를 내셨는지 좀 보자.” 둘은 답안을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전체 방향이나 내용은 별로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저팔계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아! 알 것 같다.서론 때문에 화가 나셨나 봐.왜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썼니? 본론에서 다룰 내용을 제시했네.” “왜? 할 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어차피 그 얘기를 하려는 거잖아.급한 마음에 할 얘기만 쓰자고 생각하기는 했지만,그게 그렇게 잘못한 건가? 어차피 서론이나 결론은 형식적인 거잖아.” 사오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이러지 말고 삼장 선생님께 가서 여쭤 보자.” 팔을 잡아끄는 저팔계를 따라 사오정은 삼장 선생에게 갔다. 3.논달선생 삼장 꾸짖다 “그래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 사오정과 저팔계는 서론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제대로 찾기는 했구나.사오정아! 네가 오늘 이렇게 멋을 낸 이유가 뭐지?” “여자친구에게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왜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하지?” “그야 첫인상이 좋아야 호감도 생기고,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사오정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삼장 선생은 갑자기 껄껄 웃으면서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느냐? 사오정아! 네가 오늘 쓴 답안은 첫인상이 나쁜 답안이다.여자 친구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는 것만큼이나 논술 답안도 첫인상이 중요하다.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논술의 첫인상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글씨를 잘 써야 하나요?” 다소 엉뚱한 사오정의 물음에 삼장 선생은 껄껄 웃으시면서 “이 녀석이 옷차림에 신경을 쓰더니 외적인 형식만 생각을 하는구나.하긴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글씨도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하지만 역시 논술 답안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부분은 서론이다.그런데 오늘 너의 서론은 좋은 인상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인상을 주고 있으니 없느니만 못하다.서론은 눈에 가장 잘 띄는 답안의 첫 부분에 위치하고 있고 누구나 가장 먼저 읽어보는 부분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참신하고 매력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네가 여자 친구에게 호감을 사고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려는 것처럼,서론도 네가 작성한 본론을 호감을 갖고 읽고 싶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여자친구만 신경 쓰지 말고 네 논술의 첫인상을 좋게 하도록 해라.” 4.삼장 핵심을 찌르다 일반적으로 글의 서두는 독자의 주의를 끌어들이고,그 글의 내용을 예견하게 하며,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다.특히 논술 답안에 국한시켜서 말하면 서론은 읽는 이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논제로 모을 수 있도록 하고 글쓴이의 문제 의식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논술의 서론은 일반적으로 관심 유발,문제 설정,문제 제기의 3부분으로 구성하면 무난하다.서론의 첫 부분에서는 읽는 사람의 관심과 주의를 끌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둘째 부분에서는 앞에 서술한 내용의 요점과 핵심을 추출하여 문제의 범위나 방향을 한정하고,셋째 부분에서는 앞 부분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논제나 쟁점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면 무난한 서론 구성이라 할 수 있다.물론 형식적으로 꼭 구분돼 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용적으로는 세 가지 면에서 모자란 점이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아래의 예를 보자. 사이버캐릭터,사이버머니,이른바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들이다.현대인들은 이러한 공간 속에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과학기술 발달의 절정 속에 컴퓨터가 개발되고 인터넷의 보급 등을 비롯해 새로운 공간으로 사이버 세계가 등장하였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새로운 영토에 집을 짓고 이웃과 교류하며 최대한 이용하게 됨으로써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거대한 영토확장을 이루어냈다.그렇다면 사이버공간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듯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루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에 따르는 문제점은 없는지,사이버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이 글은 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에서 우수 답안으로 예시한 답안의 서론이다.앞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를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해 사이버 공간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현상을 제시하여 읽는 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하였고,그 배경이 무엇인지,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관한 문제의 설정 및 논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 부분의 최근 사이버 공간의 확대 양상이 다른 부분에 비해 길게 서술되고 있고,둘째와 셋째의 문제 설정과 방향 제시가 아우러져 제시되고 있는 경우이다.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서론이 갖춰야 할 성격을 어느 정도는 충족시킨 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나은 논술 답안이 되려면 위의 것보다도 더욱 매력적이고 참신하면서도 적절한 서론을 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위의 서론의 경우 첫 부분에서 좀더 흥미로우면서도 참신한 내용으로 작성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이버 세계나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면 인터넷만을 떠올리기 때문에 그와는 다소 다른 관점인 사이버머니,사이버캐릭터 등을 제시한 것이 참신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문제의 설정 및 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와 같은 서술에서 볼 수 있듯이 논지가 모호하게 제시되고 있는 부분도 서론의 적절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서론 작성시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서론이 ‘관심 유발-문제 한정-문제 제기’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수험생들은 이런 이론적인 내용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문제를 보고 금방 떠올리게 되는 내용들은 남들도 다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답변을 작성한다면 내용이 남들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따라서 예화나 속담 하나를 들더라도 남들이 잘 생각해 내지 못하는 참신한 예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저기에 서론을 쓰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 서론 작성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지 결과적으로 앞서 얘기했던 서론이 담당해야 할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충분한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임을 명심하도록 하려무나.알겠느냐? 5.사오정 깨닫다 “말씀을 듣고 보니 어떤 의미에서는 서론이 본론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제가 크게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삼장 선생은 “사오정이 오늘 잔뜩 멋을 부리고 왔으니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을 거야.그렇다고 논술 답안의 첫인상이 지닌 중요성을 잊어먹으면 안 된다.” 다음주에는 ‘뚝배기보다 장맛이다.’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어집니다.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대학강의에 푹 빠진 ‘4060’

    “잠자는 영혼을 깨워주는 것 같아 아주 행복합니다.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 또 감사합니다….” 광진구 주민들이 ‘늦바람’이 났다.그것도 ‘공부 바람’이다. 40대의 가정 주부,50대 아저씨,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때늦은 면학열풍에 푹 빠져 더위를 잊고 있는 것이다. 광진구와 한양대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개설한 ‘지방자치대학원 고위정책과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관학(官學)’협동의 모범사례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학생 못지않은 열의로 ‘후끈’ 지난 16일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정보도서관내 문화동지하 영화관.오후 6시를 넘기면서 메모장과 필기구 등을 손에 쥔 주민 250여명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이미 익숙한 절차인 듯 강당입구에서 나눠주는 강의서와 빵,우유 등을 받아들고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았다.오후 6시30분 강의가 시작되자 곧 여느 대학의 강의실 못지않은 진지한 분위기로 빨려들었다.배불뚝이 아저씨도 서릿발이 듬성듬성한 아주머니도 졸거나 한눈팔새 없이 뚫어져라 강사의 말에 귀 기울였다.밤 9시30분까지 무려 3시간 동안 계속됐지만 모두들 귀를 쫑긋 새우고 눈을 비벼가며 강의에 흠뻑 젖어 들었다.박우서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과 신복룡 건국대교수가 각각 1시간 30분씩 강의를 맡았다.박 교수는 ‘동북아 국제관계 변화에 따른 우리의 준비’,신 교수는 ‘잘못 배운 한국사’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해 다소 딱딱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수강생들의 눈빛은 더욱더 빛나기만 했다.모두들 지난 5월12일부터 시작된 강의에 참석한 고위정책과정 2기생들로 한주에 두번씩 벌써 일곱번째날이 됐지만 열의는 식지 않아 보였다. 주부 최현옥(43)씨는 “강의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어 고등학생,중학생 자녀들과 시사성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의내용 너무 좋아 김기섭 구의원(68·자양3동)은 “지방자치 이론을 쉽게 설명해주는 강의를 찾기 힘들었는데 고위정책과정을 통해 의원의 역할이나 의회활동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며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분야를 수강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마련한 고위정책과정이지만 대상이 일반 주민들인 만큼 강의주제(표)는 그리 어렵지 않게 꾸며져 있다.‘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성공하는 사람들의 인상학’,‘한국음악의 이해’,‘창업과 재테크의 노하우’ 등 실생활에 필요한 주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간혹 이날처럼 ‘잘못배운 한국사’,‘국제경쟁력과 영어’ 등 시사성과 전문성이 가미된 다소 어려운 강의도 있다.하지만 주민들은 이런 어려운 강의도 “새로운 것을 접한다.”는 뿌듯함과 진지함으로 소화한다.지난 9일 ‘전통문화속에 어우러진 한민족의 삶’을 주제로 강의했던 김효정 탈무드원장은 예정된 강의시간보다 무려 30분이나 더 열변을 토해내 수강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애진(48·여·광진문화원 연극분과위원장)씨는 “잊고 지내던 부분들을 강의를 통해 알게 된다.”며 “수박겉핥기식의 강의보다는 점차 집중적이고 전문화된 내용으로 꾸며지길 바란다.”며 의욕을 보였다. ●몰래 듣는 청강생도 많아 마을금고 이사장인 최복수(56)씨는 요즘 부인 안기분(53)씨와 함께 강의에 참석한다.최씨는 정식 2기 수강생이지만 부인은 몰래 강의를 듣는 ‘도강생(盜講生)’이다. 최씨는 “강의내용이 너무 좋아 부인을 동반하게 된 것인데 요즘은 부인이 더 적극적이다.”며 “레크리에이션 등 일부 과목은 자녀들과도 함께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청강생들이 많아지면서 자리가 모자라 보조의자를 비치하고 있을 정도다.지난 1기 때는 자리를 잡기 위해 수강생들이 1시간 전부터 진을 쳤다고 한다. 청강생들 가운데는 한번 과정을 거친 선배(?)들도 많다. 손종락 광진구 자치행정팀장은 “청강생뿐 아니라 과정을 이수한 분들이 또다시 수강 등록을 요청해오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모든 것은 공짜,하지만…최고 수강생들은 학비로 단 한푼도 부담하지 않는다.구청이 한 기수(학기)마다 4800여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대신 지불한다.강의 때마다 강의내용을 담은 소책자와 저녁시간대에 진행되는 만큼 빵과 우유 등 간식거리가 제공된다.수강생들은 필기구만 들고 참석하면 된다. 하지만 교수나 강의실의 시설 등 학습여건은 최고수준이다.이날처럼 국내 유수대학의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직접 강의에 나서 주민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박응격 한양대 지방자치대학원장,노동은 중앙대 음대학장 등 학계를 비롯해 언론사 사장,연구소소장,기업체대표 등 각계 전문가들이 대거 강사로 나서고 있다.23일에는 최근 전세계를 놀라게 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유전공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의에 나선다. 주부 고순녀씨는 “수업료가 주민들의 세금이니만큼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듣고 있다.”며 “현실감 넘치는 강의로 3시간이 피곤한 줄 모른다.영혼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 아주 행복하다.”고 말했다.문의전화 02)450-1425~9.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광진구 정영섭 청장 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주민들에게 대학원 과정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평범한 행정서비스가 아니다.9번이나 자치단체장을 경험,‘구정(區政) 9단’인 정영섭 광진구청장의 행정 노하우임에 틀림없다.그에게서 고위정책과정에 주민들을 수강케 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본다. 고위정책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킨 취지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자치행정은 주민의 참여와 지지로 발전하는 만큼 주민들에게 이론적 바탕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경비부담은. -주민들을 한양대에 위탁 교육하는 방식인 만큼 이에 대한 경비는 전액 구의 예산으로 지급한다.매기당 4800여만원 정도 부담한다.개인별로 신청할 경우 200여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나 장소를 구청이 제공하고 단체로 등록하는 것이라 1인당 20만원 수준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앞으로 점차 위탁인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교과과정은 어떻게 운용되나. -강사진구성과 교과과정 편성,교재개발 및 제작,학사관리,수료식 등은 학교측이 맡고 구청은 교육생 선발과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수강기회가 적다는데. -시행초기인 만큼 평소 구정에 적극 참여하는 봉사자나 관련 단체 회원 등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다.하지만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 일반 주민들에게 점차 그 기회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강의실이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의 강의실은 160석 규모의 영화관이다.지금도 180여개의 간이 의자를 추가해 강의를 듣고 있다.올 연말 광진문화예술회관이 개관되면 300석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논술 비타민] 시작이 반인데…/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논술 비타민] 시작이 반인데…/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가)와 (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인문·자연계열 공통) ●제시문(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 고민하다 오늘은 저팔계가 사오정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기로 한 날.‘얼른 공부하고 놀아야지.’ 둘은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대입 논술시험이 가까워진 터라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사오정의 답안지를 읽어 내려가던 삼장 선생의 얼굴색이 변했다.“사오정! 너 정신이 딴 데 가 있구나.그러고보니 잔뜩 멋을 부리고 왔구나.무슨 일이냐.” 사오정은 소개팅을 하는 날이라 좀 멋을 부렸다고 했다.“허허! 이 녀석이….” 이어 저팔계의 답안을 받아 본 삼장 선생은 “사오정아,밖에 나가서 저팔계의 답안을 자세히 읽어 보고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아라.” 2.저팔계,함께 고민하다 밖으로 나간 둘은 풀이 죽어 있었다.‘빨리 끝내고 가야 하는데….’ 저팔계가 한숨을 쉬었다.“삼장 선생님이 왜 화를 내셨는지 좀 보자.” 둘은 답안을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전체 방향이나 내용은 별로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저팔계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아! 알 것 같다.서론 때문에 화가 나셨나 봐.왜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썼니? 본론에서 다룰 내용을 제시했네.” “왜? 할 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어차피 그 얘기를 하려는 거잖아.급한 마음에 할 얘기만 쓰자고 생각하기는 했지만,그게 그렇게 잘못한 건가? 어차피 서론이나 결론은 형식적인 거잖아.” 사오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이러지 말고 삼장 선생님께 가서 여쭤 보자.” 팔을 잡아끄는 저팔계를 따라 사오정은 삼장 선생에게 갔다. 3.논달선생 삼장 꾸짖다 “그래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 사오정과 저팔계는 서론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제대로 찾기는 했구나.사오정아! 네가 오늘 이렇게 멋을 낸 이유가 뭐지?” “여자친구에게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왜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하지?” “그야 첫인상이 좋아야 호감도 생기고,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사오정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삼장 선생은 갑자기 껄껄 웃으면서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느냐? 사오정아! 네가 오늘 쓴 답안은 첫인상이 나쁜 답안이다.여자 친구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는 것만큼이나 논술 답안도 첫인상이 중요하다.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논술의 첫인상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글씨를 잘 써야 하나요?” 다소 엉뚱한 사오정의 물음에 삼장 선생은 껄껄 웃으시면서 “이 녀석이 옷차림에 신경을 쓰더니 외적인 형식만 생각을 하는구나.하긴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글씨도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하지만 역시 논술 답안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부분은 서론이다.그런데 오늘 너의 서론은 좋은 인상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인상을 주고 있으니 없느니만 못하다.서론은 눈에 가장 잘 띄는 답안의 첫 부분에 위치하고 있고 누구나 가장 먼저 읽어보는 부분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참신하고 매력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네가 여자 친구에게 호감을 사고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려는 것처럼,서론도 네가 작성한 본론을 호감을 갖고 읽고 싶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여자친구만 신경 쓰지 말고 네 논술의 첫인상을 좋게 하도록 해라.” 4.삼장 핵심을 찌르다 일반적으로 글의 서두는 독자의 주의를 끌어들이고,그 글의 내용을 예견하게 하며,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다.특히 논술 답안에 국한시켜서 말하면 서론은 읽는 이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논제로 모을 수 있도록 하고 글쓴이의 문제 의식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논술의 서론은 일반적으로 관심 유발,문제 설정,문제 제기의 3부분으로 구성하면 무난하다.서론의 첫 부분에서는 읽는 사람의 관심과 주의를 끌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둘째 부분에서는 앞에 서술한 내용의 요점과 핵심을 추출하여 문제의 범위나 방향을 한정하고,셋째 부분에서는 앞 부분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논제나 쟁점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면 무난한 서론 구성이라 할 수 있다.물론 형식적으로 꼭 구분돼 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용적으로는 세 가지 면에서 모자란 점이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아래의 예를 보자. 사이버캐릭터,사이버머니,이른바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들이다.현대인들은 이러한 공간 속에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과학기술 발달의 절정 속에 컴퓨터가 개발되고 인터넷의 보급 등을 비롯해 새로운 공간으로 사이버 세계가 등장하였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새로운 영토에 집을 짓고 이웃과 교류하며 최대한 이용하게 됨으로써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거대한 영토확장을 이루어냈다.그렇다면 사이버공간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듯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루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에 따르는 문제점은 없는지,사이버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이 글은 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에서 우수 답안으로 예시한 답안의 서론이다.앞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를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해 사이버 공간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현상을 제시하여 읽는 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하였고,그 배경이 무엇인지,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관한 문제의 설정 및 논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 부분의 최근 사이버 공간의 확대 양상이 다른 부분에 비해 길게 서술되고 있고,둘째와 셋째의 문제 설정과 방향 제시가 아우러져 제시되고 있는 경우이다.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서론이 갖춰야 할 성격을 어느 정도는 충족시킨 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나은 논술 답안이 되려면 위의 것보다도 더욱 매력적이고 참신하면서도 적절한 서론을 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위의 서론의 경우 첫 부분에서 좀더 흥미로우면서도 참신한 내용으로 작성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이버 세계나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면 인터넷만을 떠올리기 때문에 그와는 다소 다른 관점인 사이버머니,사이버캐릭터 등을 제시한 것이 참신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문제의 설정 및 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와 같은 서술에서 볼 수 있듯이 논지가 모호하게 제시되고 있는 부분도 서론의 적절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서론 작성시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서론이 ‘관심 유발-문제 한정-문제 제기’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수험생들은 이런 이론적인 내용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문제를 보고 금방 떠올리게 되는 내용들은 남들도 다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답변을 작성한다면 내용이 남들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따라서 예화나 속담 하나를 들더라도 남들이 잘 생각해 내지 못하는 참신한 예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저기에 서론을 쓰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 서론 작성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지 결과적으로 앞서 얘기했던 서론이 담당해야 할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충분한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임을 명심하도록 하려무나.알겠느냐? 5.사오정 깨닫다 “말씀을 듣고 보니 어떤 의미에서는 서론이 본론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제가 크게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삼장 선생은 “사오정이 오늘 잔뜩 멋을 부리고 왔으니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을 거야.그렇다고 논술 답안의 첫인상이 지닌 중요성을 잊어먹으면 안 된다.” 다음주에는 ‘뚝배기보다 장맛이다.’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어집니다.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열린세상] 말의 경제를 생각할 때/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사토라레는 사념파가 너무 강해서 마음 속 생각이 남들에게 여과없이 전부 들리는 비정상적인 천재들이다.그렇기 때문에 자기만의 속내와 비밀을 간직할 수 없다는 데 그들의 비극이 있다.사토라레가 밤새 고통스러운 생각으로 뒤척이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고통에 감염되지 않을 수 없다.그들의 고통을 듣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물론 이것은 ‘사토라레’라는 일본영화에 등장하는 허구적인 시나리오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하생활자들이 보여주는 풍경을 실감하기 힘들 것이다.하늘 한 조각,나무 한 그루,풀 한 포기 볼 수 없는 곳이 지하공간이다.이처럼 밀폐된 환경 속에서 30분 이상 달리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스트레스 요인은 그뿐만이 아니다.눈과 귀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수상한 자를 보면 신고하라는 방송에서부터 지하철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계도용 방송에 이르기까지,구걸하는 사람들이 틀어주는 복음송가에서부터 행상들이 토하는 열변에 이르기까지,지하철의 소음공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어디를 둘러보아도 광고와 부딪치지 않는 한 시선 둘 곳도 없다.이런 지하 환경은 사람들에게 막연한 초조와 불안을 넘어 공격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지하철에서는 변형된 형태의 사토라레들과 어디서나 마주치게 된다.휴대전화로 무장한 사토라레들은 누군가와 끊임없이 말들을 나눈다.이들 중에는 생계형도 있고 수다형도 있다.온라인상으로 일하는 e-랜서들에게는 사무실이 따로 없다.노트북을 펼칠 공간만 있으면 그곳이 곧 사무실이다.그 외에도 생계형 사토라레들은 지하철 안에서도 휴대전화로 비즈니스를 한다.그야말로 현대판 유목민들이다. 유목민 생계형이 아닌 경우는 주로 수다형에 속한다.누가 여자만 수다스럽다고 했을까? 휴대전화를 손에 쥔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다형이다. 우리 시대의 사토라레들은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한다.이들이 ‘생방송’으로 뿜어내는 말들은 심각한 소음공해를 일으킨다.자기 말에 몰입한 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끼치는 스트레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이 듣고 있는 외설적인 장면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만약 우리가 하는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가장 초보적 게임인 테트리스의 블록처럼 차곡차곡 대기 중에 쌓인다면 어떻게 될까? 무수히 쌓이는 말들의 블록으로 인해 허공은 더 이상 허공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말의 블록으로 에워싸인 언어의 감옥에 갇혀 숨쉬기조차 힘들 것이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토라레들은 접속 중독처럼 보인다.요즘 사람들에게 휴대전화가 없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웬만한 집에서는 한 달 쌀값보다는 통신요금이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이다.휴대전화가 없다는 것은 세상과의 단절을 뜻할 정도로 휴대전화 중독증세는 만연되어 있다. 중독이 보편화되면 중독은 더 이상 중독이 아니라 생필품이고 일상생활이 된다.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만 비존재가 되어버린다.그런데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 것처럼 오히려 고독해 보인다. 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모든 연락망이 두절되어 있었다.그녀는 또다시 묵언(默言) 수행에 들어간 모양이었다.그 친구는 세상과 연결된 모든 통로를 가끔씩 두절시켜 놓는다.묵언 수행의 참뜻은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한다.남발한 말들이 오히려 언어를 고갈시키고 있다.무의미한 소음들이 아니라 의미있는 말들이 서로 교통하려면 말을 조금 아끼고 자기를 성찰할 시간을 좀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 대학강의에 푹 빠진 ‘4060’

    대학강의에 푹 빠진 ‘4060’

    “잠자는 영혼을 깨워주는 것 같아 아주 행복합니다.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 또 감사합니다….” 광진구 주민들이 ‘늦바람’이 났다.그것도 ‘공부 바람’이다. 40대의 가정 주부,50대 아저씨,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때늦은 면학열풍에 푹 빠져 더위를 잊고 있는 것이다. 광진구와 한양대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개설한 ‘지방자치대학원 고위정책과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관학(官學)’협동의 모범사례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학생 못지않은 열의로 ‘후끈’ 지난 16일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정보도서관내 문화동지하 영화관.오후 6시를 넘기면서 메모장과 필기구 등을 손에 쥔 주민 250여명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이미 익숙한 절차인 듯 강당입구에서 나눠주는 강의서와 빵,우유 등을 받아들고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았다.오후 6시30분 강의가 시작되자 곧 여느 대학의 강의실 못지않은 진지한 분위기로 빨려들었다.배불뚝이 아저씨도 서릿발이 듬성듬성한 아주머니도 졸거나 한눈팔새 없이 뚫어져라 강사의 말에 귀 기울였다.밤 9시30분까지 무려 3시간 동안 계속됐지만 모두들 귀를 쫑긋 새우고 눈을 비벼가며 강의에 흠뻑 젖어 들었다.박우서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과 신복룡 건국대교수가 각각 1시간 30분씩 강의를 맡았다.박 교수는 ‘동북아 국제관계 변화에 따른 우리의 준비’,신 교수는 ‘잘못 배운 한국사’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해 다소 딱딱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수강생들의 눈빛은 더욱더 빛나기만 했다.모두들 지난 5월12일부터 시작된 강의에 참석한 고위정책과정 2기생들로 한주에 두번씩 벌써 일곱번째날이 됐지만 열의는 식지 않아 보였다. 주부 최현옥(43)씨는 “강의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어 고등학생,중학생 자녀들과 시사성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의내용 너무 좋아 김기섭 구의원(68·자양3동)은 “지방자치 이론을 쉽게 설명해주는 강의를 찾기 힘들었는데 고위정책과정을 통해 의원의 역할이나 의회활동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며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분야를 수강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마련한 고위정책과정이지만 대상이 일반 주민들인 만큼 강의주제(표)는 그리 어렵지 않게 꾸며져 있다.‘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성공하는 사람들의 인상학’,‘한국음악의 이해’,‘창업과 재테크의 노하우’ 등 실생활에 필요한 주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간혹 이날처럼 ‘잘못배운 한국사’,‘국제경쟁력과 영어’ 등 시사성과 전문성이 가미된 다소 어려운 강의도 있다.하지만 주민들은 이런 어려운 강의도 “새로운 것을 접한다.”는 뿌듯함과 진지함으로 소화한다.지난 9일 ‘전통문화속에 어우러진 한민족의 삶’을 주제로 강의했던 김효정 탈무드원장은 예정된 강의시간보다 무려 30분이나 더 열변을 토해내 수강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애진(48·여·광진문화원 연극분과위원장)씨는 “잊고 지내던 부분들을 강의를 통해 알게 된다.”며 “수박겉핥기식의 강의보다는 점차 집중적이고 전문화된 내용으로 꾸며지길 바란다.”며 의욕을 보였다. ●몰래 듣는 청강생도 많아 마을금고 이사장인 최복수(56)씨는 요즘 부인 안기분(53)씨와 함께 강의에 참석한다.최씨는 정식 2기 수강생이지만 부인은 몰래 강의를 듣는 ‘도강생(盜講生)’이다. 최씨는 “강의내용이 너무 좋아 부인을 동반하게 된 것인데 요즘은 부인이 더 적극적이다.”며 “레크리에이션 등 일부 과목은 자녀들과도 함께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청강생들이 많아지면서 자리가 모자라 보조의자를 비치하고 있을 정도다.지난 1기 때는 자리를 잡기 위해 수강생들이 1시간 전부터 진을 쳤다고 한다. 청강생들 가운데는 한번 과정을 거친 선배(?)들도 많다. 손종락 광진구 자치행정팀장은 “청강생뿐 아니라 과정을 이수한 분들이 또다시 수강 등록을 요청해오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모든 것은 공짜,하지만…최고 수강생들은 학비로 단 한푼도 부담하지 않는다.구청이 한 기수(학기)마다 4800여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대신 지불한다.강의 때마다 강의내용을 담은 소책자와 저녁시간대에 진행되는 만큼 빵과 우유 등 간식거리가 제공된다.수강생들은 필기구만 들고 참석하면 된다. 하지만 교수나 강의실의 시설 등 학습여건은 최고수준이다.이날처럼 국내 유수대학의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직접 강의에 나서 주민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박응격 한양대 지방자치대학원장,노동은 중앙대 음대학장 등 학계를 비롯해 언론사 사장,연구소소장,기업체대표 등 각계 전문가들이 대거 강사로 나서고 있다.23일에는 최근 전세계를 놀라게 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유전공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의에 나선다. 주부 고순녀씨는 “수업료가 주민들의 세금이니만큼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듣고 있다.”며 “현실감 넘치는 강의로 3시간이 피곤한 줄 모른다.영혼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 아주 행복하다.”고 말했다.문의전화 02)450-1425~9.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광진구 정영섭 청장 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주민들에게 대학원 과정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평범한 행정서비스가 아니다.9번이나 자치단체장을 경험,‘구정(區政) 9단’인 정영섭 광진구청장의 행정 노하우임에 틀림없다.그에게서 고위정책과정에 주민들을 수강케 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본다. 고위정책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킨 취지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자치행정은 주민의 참여와 지지로 발전하는 만큼 주민들에게 이론적 바탕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경비부담은. -주민들을 한양대에 위탁 교육하는 방식인 만큼 이에 대한 경비는 전액 구의 예산으로 지급한다.매기당 4800여만원 정도 부담한다.개인별로 신청할 경우 200여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나 장소를 구청이 제공하고 단체로 등록하는 것이라 1인당 20만원 수준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앞으로 점차 위탁인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교과과정은 어떻게 운용되나. -강사진구성과 교과과정 편성,교재개발 및 제작,학사관리,수료식 등은 학교측이 맡고 구청은 교육생 선발과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수강기회가 적다는데. -시행초기인 만큼 평소 구정에 적극 참여하는 봉사자나 관련 단체 회원 등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다.하지만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 일반 주민들에게 점차 그 기회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강의실이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의 강의실은 160석 규모의 영화관이다.지금도 180여개의 간이 의자를 추가해 강의를 듣고 있다.올 연말 광진문화예술회관이 개관되면 300석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책꽂이]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정호승 지음,해냄 펴냄) 시와,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많은 독자를 감동시켜온 작가가 사랑을 주제로 쓴 산문집.한껏 자신을 낮춘 시선으로 실직자,남편을 잃은 아내 등 상처받은 영혼을 따스하게 달래는 시인의 마음이 간절하다.9500원. ●유리열쇠(유홍종 지음,해누리 펴냄) 작가가 7년만에 낸 장편.평화신문에 연재한 것을 개작했다.수녀가 된 문예반 여 선배의 영향으로 신부의 길을 걷는 주인공이 나누는 정신적 사랑을 그렸다.7900원. ●홰치는 산(문인수 지음,천년의시작 펴냄) 늦깎이로 등단,꾸준히 한국적 서정성을 모색하며 시적 성취를 거둔 시인의 네번째 작품집.평론가 유성호는 “원초적 비애와 모성적 자연을 휘돌아 다니면서,실존적·형이상학적 질문을 던진다.”고 해설.6000원. ●아이반호(월터 스콧 지음,서미석 옮김,현대시성사 펴냄) 역사소설의 창시자자로 불리는 작가의 대표적 장편.12세기 잉글랜드 색슨 족과 노르만 족의 대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사들의 사랑과 무용담.국내 첫 번역.2만원. ●사랑아,나를 몰아 어디로 가려느냐(정끝별 지음,글빛 펴냄) 시인·평론가인 저자가 사랑에 관한 한국시 69편을 골랐다.“1920년대 김소월부터 최근의 문태준까지 사랑의 결과 무늬를 맛볼 수 있도록 배열했다.”고 말한다.7500원. ●연애소설(宴哀疎說)(김미현 지음,글빛 펴냄) 평론가인 저자가 연애에 관한 14편의 소설·글을 모았다.기쁨·슬픔·소외·담론의 주제로 나눠 연애의 주관성·공시성·실존성에 주목.저자는 “연애를 직접 만져보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1만 2000원. ●사양·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지음,송숙경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다섯번의 자살 시도 등 파란만장한 삶의 주인공인 작가의 소설선.마약·알코올 중독 등 체험을 작품에 옮기면서 파멸의 끝을 통해 더 강한 삶의 의지를 강조.8000원. ●아름다운 그늘(신경숙 지음,문학동네 펴냄) 작가가 95년 낸 첫 산문집의 개정판.성장과정,습작시절 등의 통과제의에 담긴 고통과 추억이 잘 담겨 있어 작가의 작품을 잉태한 뿌리를 만날 수 있다.1만 1000원.˝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9) 토기의 넋을 찾아서

    지나친 편리함과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망이 회색도시를 만들었다.기계화,자동화로 설명되는 편리함은 삶의 틀 자체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또한 이익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혼까지 거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혼란,무질서,인간 상실로도 일컬어지는 회색도시는 철구조물을 뼈대로 삼고 콘크리트로 살을 입혀 만든 욕망의 그림자다.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발바닥에는 흙이 묻지 않는다.흙을 밟지 않고 산다.흙으로 이루어진 대지(大地) 위에 살면서도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 갇혀버렸다.고층 아파트에서 태어난 아기는 평생토록 흙을 밟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흙으로부터 추방된 도시인을 만든 것은 도시인 스스로의 욕망이다.어느새 도시인들은 차츰 흙을 그리워한다.한 주일 또는 한 달에 한 번쯤이라도 흙을 밟아봐야만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는 듯이 시간이 나면 아파트를 빠져나와 흙이 살아있는 산과 들녘으로 간다. 웬만한 산과 들판은 온통 등산복 차림 도시인들로 북적거린다.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은 등산복 차림으로 못가는 데가 없을 정도로 기이한 복장문화가 생겨났다.흙을 찾아나선 사람들이 갖추어 입는 예복이 아닌 전투복 같은 느낌이다.흙을 순례하는 것이 아니라 흙에 기대어 살아남으려는 처절한 전투를 벌이는 셈이다. 전투복의 사람들은 몹시 게걸스럽다.등에 짊어진 배낭 가득 먹을 것을 쑤셔 넣고 산이며 들판에 나온다.그들은 배불리 먹고 껍질은 아무데나 버린다.배가 부르면 남이야 상관없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노래를 부르고,마구 내질러댄다.도시인들이 지나간 자리는 모조리 더럽혀지고 썩는다는 말도 생겨났다.흙에서 내쫓긴 자들의 불안과 상실감에서 생겨난 고약한 도시병이다. 흙에 대한 향수는 본능적이다.도심 곳곳에서 성업 중인 황토찜질방,황토아파트,황토침대,황토팬티,장작가마에서 구워낸 생활그릇들,고급 아파트나 주택의 거실에서 더러 볼 수 있는 가야나 신라 토기류들,꽃과 나무를 심은 크고 작은 화분들은 흙을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의 갈증이 투영된 슬픔이자 상처다. 한국인은 유달리 흙과 친하게 살아왔다.물고기,야생 동물들을 잡거나 원시림의 풀잎이나 열매 혹은 뿌리를 먹이로 삼아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았던 유목시대의 정서는 한국인의 피 속에 아주 옅게 남아 있을 뿐이다.그보다는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살면서 자연에 순응하는,삶의 질서를 발견해 낸 역사가 한국인의 정서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땅은 순하고 살이 깊다.사계절 아름다운 순환이 흙의 성정을 순결하게 만들어서 한국 땅 어느 곳이든 호미로 살짝 헤집고 씨앗을 넣으면 금방 싹이 트고,꽃 피어 향그럽고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 익는다.비,바람,눈,서리,추위와 더위도 모질지 않아서 이 땅에 뿌리 내린 풀 나무는 모두 영험한 약이 되고 맛있는 음식이 된다. 그래서 금수강산이라 불렀다.산중이든 들녘이든 땅심이 깊고 기름지다.지구 위 어느 나라 땅보다 비옥하다. ●흉년들면 지장토 먹고 목숨 건지기도 흙에 들어있는 광물질 등 영양소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여 예부터 중국의 제후들은 한국 땅에서 자라는 약초와 차(茶)를 매우 선호했다.현대에도 중국산 인삼,채소류,과일,곡물류가 한국산에 비해 약효와 맛이 뒤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이렇듯 한국의 흙은 그 자체가 영약이 될 때도 있다.오랜 흉년이 들어 가난한 이들이 양식 부족으로 굶주릴 때 ‘지장토(地藏土)’라 부르는 흙으로 무수한 사람 목숨을 구했는데,황토의 일종인 지장토를 먹고 목숨을 건진 사례는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이처럼 농사의 근본이 되는 흙은 곧 한국문화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농경 생활이 시작되면서 한국인은 그 이전 유목시대에 사용했던 도구들과는 사뭇 다른 도구를 만들어 냈다.흙을 이용하여 만든 토기(土器)였다. 수렵 채취 시대 때는 계속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토기처럼 무겁고 깨지기 쉬운 도구가 필요하지 않았다.이때는 주로 풀잎이나 식물의 줄기,넝쿨 같은 것을 엮어서 썼다.정착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는 곡식이나 물을 저장하고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있는 보다 견고한 도구가 필요했다.특히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도구의 필요성이 문화가 생겨날 수 있는 배경을 이루었다.그 문화의 원형이 토기였다.항아리와 잔은 한국인이 맨 먼저 만든 그릇인데,물,곡식을 저장하기 위해 항아리가 필요했다면 잔은 물,국물,술,차를 담아서 제사하거나 마시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따라서 생활감정이나 미적감각의 변천이 한국인이 사용한 어떤 물건보다도 적나라하게 표현된 것이 토기이고,그 이후의 모든 그릇들이었다.하나의 그릇에는 한 시대 역사와 마음이 담겨있다는 말이 생겨난 이유이며 그릇은 한 민족이나 국가 문화의 모태이기도 한 까닭이다. 인류는 문자나 옷보다 그릇을 먼저 만들어 썼다.문자나 의류보다 먹는 일이 더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이다.문자나 의류는 그릇이라는 ‘어머니문화’가 낳아서 기른 ‘자식문화’인 셈이다. ●인류역사상 최고수준의 도자기문화 완성 이렇듯 한국문화 모태로서의 토기는 세계 고대 민족들이 공통적으로 제작하여 사용했던 토기류들에 비하여 조금도 뒤지지 않는 매우 우수하고 고급스러운 그릇들이다. 토기류 제작 기술에서 발견되는 과학적 사고와 사상은 그 후 청자,백자,분청사기 등 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의 도자기문화를 완성시킬 수 있는 풍부하고 튼튼한 기초가 되었다. 토기의 제작은 새로운 산업이었다.흙으로 형태를 만들고,불을 이용하여 단단해지도록 구워내며,불의 온도에 따라서 단단함과 색깔이 달라지고,흙의 종류에 따라서도 단단하기와 색깔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화학변화를 이용한 최초의 과학적 사고이자 생활화였다.또한 흙과 불을 인간의 의지대로 조절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그릇을 빚어낼 수 있다는 확신은 사상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특히 토기류에 장식을 하거나 주위 환경을 참작하여 만든 형태의 그릇들을 이용하는 여러 가지 의식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국가와 제도를 운영하는데 신의 존재와 조상에 대한 제사의식이 발달하게도 되었다. 토기는 음식을 끓이거나 졸이는 조리용,각종 행사나 의식용,지역 기후의 변화에 알맞은 그릇,빈부와 신분 차이를 나타내는 그릇으로 변화하면서 차츰 한국인들의 생활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다.나무,돌,종이,금속을 이용한 그릇보다 만들기가 쉽고 재료가 풍부한 탓으로 폭발적인 수요를 충당하면서 토기의 시대는 오래 지속되었다. ●한민족 문화의 원형 ‘토기’ 무엇보다 뜨거운 음식을 담았을 때 빨리 식지 않는 토기의 성질은 따뜻한 음식을 즐겨 먹는 한국인의 정서에 매우 알맞았다.또한 차가운 음식을 담아두어도 쉽사리 미지근해지지 않게 하는 토기는 오래 잘 견디고 기다리는 심성의 문화를 만드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토기는 수분을 흡수하거나 내뿜는 이른바 숨쉬는 그릇으로서 물이 쉽게 썩지 않아 담아 둔 음식이 오래 보존된다.이처럼 숨쉬는 그릇임이 알려지면서부터 곡식이나 씨앗을 신선하게 저장하는 귀중한 도구로 발전했다. 고구려 때부터 시작된 콩으로 메주를 쑤고,장을 담는 문화가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숨쉬는 토기를 제작할 줄 알았던 한국인의 지혜가 낳은 인류 최고의 문화였다. 흙과 불의 조화를 다스려 자연에 순응하는 슬기를 삶의 기쁨으로 여겼던 한국인이 플라스틱,알루미늄,스테인리스 스틸,유리 등 숨 막히는 그릇에다 독기 묻은 육류와 농약 중금속에 오염된 채소류를 담아 먹으면서 끊임없이 도모하는 편리함과 이익키우기가 과연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여기쯤에서 한 번 가던 걸음을 멈추고,속도를 줄이고 서 보자.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인은 과연 어떤 그릇에 담겨 있는가?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9) 토기의 넋을 찾아서

    지나친 편리함과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망이 회색도시를 만들었다.기계화,자동화로 설명되는 편리함은 삶의 틀 자체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또한 이익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혼까지 거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혼란,무질서,인간 상실로도 일컬어지는 회색도시는 철구조물을 뼈대로 삼고 콘크리트로 살을 입혀 만든 욕망의 그림자다.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발바닥에는 흙이 묻지 않는다.흙을 밟지 않고 산다.흙으로 이루어진 대지(大地) 위에 살면서도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 갇혀버렸다.고층 아파트에서 태어난 아기는 평생토록 흙을 밟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흙으로부터 추방된 도시인을 만든 것은 도시인 스스로의 욕망이다.어느새 도시인들은 차츰 흙을 그리워한다.한 주일 또는 한 달에 한 번쯤이라도 흙을 밟아봐야만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는 듯이 시간이 나면 아파트를 빠져나와 흙이 살아있는 산과 들녘으로 간다. 웬만한 산과 들판은 온통 등산복 차림 도시인들로 북적거린다.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은 등산복 차림으로 못가는 데가 없을 정도로 기이한 복장문화가 생겨났다.흙을 찾아나선 사람들이 갖추어 입는 예복이 아닌 전투복 같은 느낌이다.흙을 순례하는 것이 아니라 흙에 기대어 살아남으려는 처절한 전투를 벌이는 셈이다. 전투복의 사람들은 몹시 게걸스럽다.등에 짊어진 배낭 가득 먹을 것을 쑤셔 넣고 산이며 들판에 나온다.그들은 배불리 먹고 껍질은 아무데나 버린다.배가 부르면 남이야 상관없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노래를 부르고,마구 내질러댄다.도시인들이 지나간 자리는 모조리 더럽혀지고 썩는다는 말도 생겨났다.흙에서 내쫓긴 자들의 불안과 상실감에서 생겨난 고약한 도시병이다. 흙에 대한 향수는 본능적이다.도심 곳곳에서 성업 중인 황토찜질방,황토아파트,황토침대,황토팬티,장작가마에서 구워낸 생활그릇들,고급 아파트나 주택의 거실에서 더러 볼 수 있는 가야나 신라 토기류들,꽃과 나무를 심은 크고 작은 화분들은 흙을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의 갈증이 투영된 슬픔이자 상처다. 한국인은 유달리 흙과 친하게 살아왔다.물고기,야생 동물들을 잡거나 원시림의 풀잎이나 열매 혹은 뿌리를 먹이로 삼아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았던 유목시대의 정서는 한국인의 피 속에 아주 옅게 남아 있을 뿐이다.그보다는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살면서 자연에 순응하는,삶의 질서를 발견해 낸 역사가 한국인의 정서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땅은 순하고 살이 깊다.사계절 아름다운 순환이 흙의 성정을 순결하게 만들어서 한국 땅 어느 곳이든 호미로 살짝 헤집고 씨앗을 넣으면 금방 싹이 트고,꽃 피어 향그럽고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 익는다.비,바람,눈,서리,추위와 더위도 모질지 않아서 이 땅에 뿌리 내린 풀 나무는 모두 영험한 약이 되고 맛있는 음식이 된다. 그래서 금수강산이라 불렀다.산중이든 들녘이든 땅심이 깊고 기름지다.지구 위 어느 나라 땅보다 비옥하다. ●흉년들면 지장토 먹고 목숨 건지기도 흙에 들어있는 광물질 등 영양소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여 예부터 중국의 제후들은 한국 땅에서 자라는 약초와 차(茶)를 매우 선호했다.현대에도 중국산 인삼,채소류,과일,곡물류가 한국산에 비해 약효와 맛이 뒤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이렇듯 한국의 흙은 그 자체가 영약이 될 때도 있다.오랜 흉년이 들어 가난한 이들이 양식 부족으로 굶주릴 때 ‘지장토(地藏土)’라 부르는 흙으로 무수한 사람 목숨을 구했는데,황토의 일종인 지장토를 먹고 목숨을 건진 사례는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이처럼 농사의 근본이 되는 흙은 곧 한국문화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농경 생활이 시작되면서 한국인은 그 이전 유목시대에 사용했던 도구들과는 사뭇 다른 도구를 만들어 냈다.흙을 이용하여 만든 토기(土器)였다. 수렵 채취 시대 때는 계속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토기처럼 무겁고 깨지기 쉬운 도구가 필요하지 않았다.이때는 주로 풀잎이나 식물의 줄기,넝쿨 같은 것을 엮어서 썼다.정착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는 곡식이나 물을 저장하고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있는 보다 견고한 도구가 필요했다.특히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도구의 필요성이 문화가 생겨날 수 있는 배경을 이루었다.그 문화의 원형이 토기였다.항아리와 잔은 한국인이 맨 먼저 만든 그릇인데,물,곡식을 저장하기 위해 항아리가 필요했다면 잔은 물,국물,술,차를 담아서 제사하거나 마시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따라서 생활감정이나 미적감각의 변천이 한국인이 사용한 어떤 물건보다도 적나라하게 표현된 것이 토기이고,그 이후의 모든 그릇들이었다.하나의 그릇에는 한 시대 역사와 마음이 담겨있다는 말이 생겨난 이유이며 그릇은 한 민족이나 국가 문화의 모태이기도 한 까닭이다. 인류는 문자나 옷보다 그릇을 먼저 만들어 썼다.문자나 의류보다 먹는 일이 더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이다.문자나 의류는 그릇이라는 ‘어머니문화’가 낳아서 기른 ‘자식문화’인 셈이다. ●인류역사상 최고수준의 도자기문화 완성 이렇듯 한국문화 모태로서의 토기는 세계 고대 민족들이 공통적으로 제작하여 사용했던 토기류들에 비하여 조금도 뒤지지 않는 매우 우수하고 고급스러운 그릇들이다. 토기류 제작 기술에서 발견되는 과학적 사고와 사상은 그 후 청자,백자,분청사기 등 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의 도자기문화를 완성시킬 수 있는 풍부하고 튼튼한 기초가 되었다. 토기의 제작은 새로운 산업이었다.흙으로 형태를 만들고,불을 이용하여 단단해지도록 구워내며,불의 온도에 따라서 단단함과 색깔이 달라지고,흙의 종류에 따라서도 단단하기와 색깔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화학변화를 이용한 최초의 과학적 사고이자 생활화였다.또한 흙과 불을 인간의 의지대로 조절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그릇을 빚어낼 수 있다는 확신은 사상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특히 토기류에 장식을 하거나 주위 환경을 참작하여 만든 형태의 그릇들을 이용하는 여러 가지 의식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국가와 제도를 운영하는데 신의 존재와 조상에 대한 제사의식이 발달하게도 되었다. 토기는 음식을 끓이거나 졸이는 조리용,각종 행사나 의식용,지역 기후의 변화에 알맞은 그릇,빈부와 신분 차이를 나타내는 그릇으로 변화하면서 차츰 한국인들의 생활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다.나무,돌,종이,금속을 이용한 그릇보다 만들기가 쉽고 재료가 풍부한 탓으로 폭발적인 수요를 충당하면서 토기의 시대는 오래 지속되었다. ●한민족 문화의 원형 ‘토기’ 무엇보다 뜨거운 음식을 담았을 때 빨리 식지 않는 토기의 성질은 따뜻한 음식을 즐겨 먹는 한국인의 정서에 매우 알맞았다.또한 차가운 음식을 담아두어도 쉽사리 미지근해지지 않게 하는 토기는 오래 잘 견디고 기다리는 심성의 문화를 만드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토기는 수분을 흡수하거나 내뿜는 이른바 숨쉬는 그릇으로서 물이 쉽게 썩지 않아 담아 둔 음식이 오래 보존된다.이처럼 숨쉬는 그릇임이 알려지면서부터 곡식이나 씨앗을 신선하게 저장하는 귀중한 도구로 발전했다. 고구려 때부터 시작된 콩으로 메주를 쑤고,장을 담는 문화가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숨쉬는 토기를 제작할 줄 알았던 한국인의 지혜가 낳은 인류 최고의 문화였다. 흙과 불의 조화를 다스려 자연에 순응하는 슬기를 삶의 기쁨으로 여겼던 한국인이 플라스틱,알루미늄,스테인리스 스틸,유리 등 숨 막히는 그릇에다 독기 묻은 육류와 농약 중금속에 오염된 채소류를 담아 먹으면서 끊임없이 도모하는 편리함과 이익키우기가 과연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여기쯤에서 한 번 가던 걸음을 멈추고,속도를 줄이고 서 보자.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인은 과연 어떤 그릇에 담겨 있는가?˝
  • 새영화 ‘꽃피는‘ 서 트럼펫 연주자 변신 최민식

    최민식이 장도리 대신 지휘봉을 들었다. ‘올드보이’에서 장도리를 든 ‘복수의 화신’ 오대수라는 섬뜩한 캐릭터로 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최민식이 요즘 강원도 삼척시 도계전산정보고교에서 새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제작 씨즈엔터테인먼트) 촬영에 여념이 없다. “올드보이 이후 맥이 끊겨 힘들었는데,이곳 촬영 현장으로 오면서 마치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사병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믹하게 말문을 열었지만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은 이미 작품에 몰입했음을 보여준다.“‘올드보이’라는 자극적 영화를 마친 뒤 류장하 감독이 건네 준 시나리오를 읽으니 밖에서 오들오들 떨다 민박집의 따뜻한 구들막에 손을 넣고 몸을 푸는 심정이었습니다.” 새 영화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그가 맡은 현우가 트럼펫 연주자라는 것. “어릴 때 지나가는 번데기 아저씨의 나팔을 불어본 게 전부입니다.거의 캐스터네츠나 트라이앵글 수준이었지요.” 끼보다는 노력을 중시하는 그는 개인교사에게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았다. “이제 간단한 영화 음악 정도는 연주합니다.개봉 즈음에 보여드리려고 삽입곡이나 메인 테마 중심으로 맹연습 중입니다.” 추석에 개봉할 이 영화는 음악과 사랑 등에 실패한 트럼펫 연주자 현우가 도계중학교 임시교사로 부임한 뒤 관악부원들의 천진난만함 속에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세상으로 나갈 활력을 되찾는다는 줄거리.상처입은 영혼인 현우에 몰입하는 비결을 물었더니 지난날의 쓰라린 경험이 흘러나왔다.“10년 전 제가 출연한 3∼4편이 실패하자 기자들이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싸늘하더라고요.천국에서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경험 때문일까. 방송에도 출연해야 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죄송하지만 TV는 못할 것 같아요.시스템이 달라요.영화는 안 풀리면 촬영을 멈추고 여관에서 자다가 감독과 소주도 마시며 만들 수 있지만 공장 같은 데서 찍는 것 같은 TV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글 삼척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美가수 레이 찰스 10일 타계

    미국 사회에서 억눌린 흑인의 슬픈 영혼을 음악으로 승화시켜온 ‘솔뮤직의 대부’ 레이 찰스가 10일(현지시간) 오전 11시35분 캘리포니아 베버리힐스의 자택에서 7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I Can’t Stop Loving You’나 ‘Unchain My Heart’ 같은 노래로 한국 음악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레이 찰스는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상인 그래미상을 13차례나 수상한 천부적 가수이자 작곡자,연주자,밴드리더,프로듀서였다.그는 이날 자택에서 가족과 친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간질환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탁월한 감성의 표현자 레이 찰스는 1950년대 이후 발표한 60여장의 앨범을 통해 로큰롤과 컨트리,재즈 등 거의 모든 장르의 미국 대중음악에 흑인음악인 솔의 정수를 불어넣은 음악가로 평가된다.그는 기쁨을 애절하게,슬픔을 감미롭게 노래할 줄 아는 탁월한 감성의 표현자였다. 그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선언한 가수 가운데는 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블루스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그래미상 최다수상자 스티비 원더와 뉴욕 대중음악의 기수 빌리 조엘 등이 포함돼 있다. 조지아주는 1979년 그의 노래 ‘Georgia on My Mind’를 주가(州歌)로 선정했으며,1993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그에게 예술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레이 찰스는 1980년 블루스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그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레이 찰스 스토리’가 최근 테일러 핵포드 감독에 의해 만들어져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시력보다는 흑백차별에 고뇌 레이 찰스 로빈슨이 본명인 그는 1930년 9월23일 조지아주의 알바니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세살 때 동네 카페에서 피아노를 처음 치는 등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지만 다섯살 때부터 녹내장을 앓기 시작해 일곱살에는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는 시각 및 청각 장애자를 위해 설립한 성 오거스틴 학교를 다니며 피아노와 클라리넷,알토 색소폰,트럼펫,오르간 등 다양한 악기를 배웠다.15살이 되던 해 모친이 사망하자 학교를 그만 둔 레이 찰스는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1949년부터 시애틀에서 밴드 활동을 시작한 레이 찰스는 1953년 애틀랜틱 레코드와 전속계약을 맺은 이후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1959년 ABC파라마운트와 계약한 뒤 공전의 히트곡들을 발매하게 된다. 레이 찰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시각장애가 음악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시력이 있었다.”면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삶에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백인이 흑인에게 요리와 청소를 시키면서도 이유없이 미워하는 것만은 평생 이해할 수 없었다.”며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이 겪는 차별을 가슴 아파했다.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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