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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혼의 친구’ 월북시인 설정식씨 자녀 상봉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한 헝가리 작가 티보 머레이(81)가 월북시인 설정식(1912∼1953)의 가족들을 만났다. 티보 머레이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1∼52년 북측 종군기자 자격으로 평양과 개성 등을 오가며 휴전협상 과정을 취재하던 중 북측 통역관이던 영문학자 설정식과 각별한 인연을 쌓았다. 함남 단천 출신인 설 시인은 연희전문과 미국 오하이오주 마운트 유니언대학, 컬럼비아대학 등에서 유학한 뒤 귀국해 미군정청 등에서 일하다 한국전쟁때 부인과 3남1녀를 두고 월북했다. 이번 만남은 설 시인의 자녀들이 지난 22일 티보 머레이의 숙소로 찾아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설 시인의 딸 정혜(64), 둘째 아들 희순(63), 막내아들 희관(58), 문학평론가 김우창 고려대 교수와 그의 부인인 설시인의 조카 설순봉씨 등이 함께했다. 미국에 사는 큰아들 희한(68)씨는 참석하지 못했다. 정혜씨의 아들은 영화 ‘투캅스’에 출연한 인기배우 김보성이다. 설 시인의 가족들은 24일 서울국제문학포럼 행사장에서 티보 머레이를 만난 데 이어 28일에도 자리를 함께할 계획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8과 2분의1(EBS 오후 11시40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펠리니는 이 영화로 ‘네오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모더니즘’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위대한 영화의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영화 작가로서의 욕망과 예술혼을 환상과 현실을 교차시키며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의 명배우였던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펠리니의 모습으로 나온다. 펠리니와 마스트로얀니는 단순한 연출가와 배우의 관계를 뛰어넘는 ‘영혼의 동반자’로 불린다. 환상 속에서 구원을 찾는 모티프는 테리 길리엄 감독의 ‘브라질’(1984) 등 이후 영화에서 수많은 변주를 거듭하며 나타난다. 자신의 9번째 영화로 자전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감독 귀도(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하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다. 그에게 유일한 구원은 마음 속에 환상처럼 나타나는 창부 같은 성녀 클라우디아(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영화 감독으로서 제작비를 구하고, 흥행을 걱정하며, 비평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차츰 환상에 빠져들게 된다. 귀도는 예술가가 예언가처럼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일 뿐이며, 자신도 이 세상의 혼란이나 불확실성, 타협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1963년작.148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올드보이(MBC 밤 12시)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같은 제목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반전 등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는 원작을 뛰어넘는다는 평가. 기억 속에 잊혀진 어린 시절의 일로 장기간 사설 감옥에 갇혔다가 세상에 나온 한 남자와, 그를 가둔 남자 사이의 대결을 그렸다.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파격적인 반전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제는 별로 설명이 필요 없는 박찬욱 감독 작품으로,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다시 이영애와 호흡을 맞춘 ‘친절한 금자씨’를 제작,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대수(최민식)는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를 좌우명으로 삼는, 아내와 어린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술 한잔 걸치고 집에 돌아가던 어느 비 오는 날, 누군가에게 납치돼 사설 감방에 갇히게 된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오직 텔레비전 보는 것과 군만두를 먹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 오대수는 자살마저 실패하자 언젠가 찾아올 ‘복수의 날’을 위해 체력 단련을 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고….2003년작.140분.
  • [서울이야기] 도시속 생태체험

    [서울이야기] 도시속 생태체험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모두 자연학습장 도시의 일상에서 자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을 감명 깊게 읽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책을 꼽는다면 포리스트 카터가 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언제부터인가 잊어버렸던 과거의 자연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구절이 있다.“수백 수천 마리의 생물들이 개천을 따라 살고 있었다. 만일 거인이 되어 그 구불구불 흘러가는 개천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면 개천이야말로 생명의 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바로 그 거인이었다. 키는 겨우 1m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나는 거인처럼 쪼그리고 앉아 실개천들이 졸졸거리고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낸 작은 웅덩이들을 연구하곤 했다. 개구리 알들이 웅덩이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 포도송이처럼 오글오글 모여 있는 젤리 모양의 투명한 작은 공들 속에는 검은 올챙이들이 들어 있었다. 부화되어 나올 날을 기다리면서….” 물이 있고 흙이 있는 어느 공간에서나 우리는 움직이는 무언가를 관찰할 수 있다. 그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에도 구석구석 관찰하고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무한히 많다. 최근 환경교육에서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체험학습 또는 체험교육은 주5일 근무제의 시행과 더불어 주말 여가활동의 일환으로도 어린이, 청소년을 비롯하여 일반 어른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은 전형적인 대도시이지만,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의 면적이 서울시 전체면적의 40%에 달하는 등 풍부한 자연환경이 함께하고 있다. 도시 외곽의 산림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 그리고 많은 지천과 습지자원 등 녹지와 물로 이루어진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이와 함께 자연을 느끼고 이해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생태체험은 이제 우리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숲속 여행 2000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숲속 여행 프로그램은 서울의 9개산과 서울대공원이 대상이며, 매월 1,3주 일요일 또는 2,4주 일요일로 나누어 매회 60여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가신청은 서울시 공원과나 각 자치구 공원녹지과로 전화하거나 서울시 숲속 여행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만남의 장소에서 10명 정도로 그룹을 나누고 각 그룹별로 한 명의 숲 해설가 선생님을 따라 숲속여행을 시작한다. 때로는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여 그룹을 나누기도 한다. 숲을 거닐면서 그동안 쉽게 지나쳤던 산과 관련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내용을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숲속 여행이 끝나면 모두 모여 자연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손수건에 나뭇잎 물들이기, 숲에서 주운 나뭇잎이나 꽃잎 등을 이용하여 작품 만들기 등 다양하다. 대부분 가족단위인 참가자들은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든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산이 아닐지라도 틈날 때마다 가보지 않은 여러 산을 신청하여 참여하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숲속 체험을 하는 만남의 장소는 대중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서울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또 특정한 산을 여러 번 반복해서 참가하는 것도 좋다. 동일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안내를 해주는 해설가가 바뀌면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변의 습지체험 태백시 금대산 계곡으로부터 김포시 월곶면으로 흐르는, 서울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서울의 상징이다.1980년대 초부터 이루어진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통해 한강변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과거의 수자원 이용 수준에서 벗어나 생태, 문화, 레저를 고려한 복합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한강에는 둔치를 따라 크고 작은 습지들이 모여 있다. 생명력이 풍부한 습지는 시민들에게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체험 장소의 역할을 한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습지 생물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강서습지생태공원은 강서구 개화동에 위치하며, 자연관찰 학습장, 운동시설, 자전거도로 등의 시설이 있다. 이곳은 한강의 배후습지로 갈대, 물억새 등과 같은 다양한 습지식물이 자라고 조류, 어류, 수서곤충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강동구 고덕동 소재의 한강변에 조성된 고덕수변 생태 복원지는 물가에 새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넓은 모래톱으로 형성되어 많은 철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물가의 버드나무숲은 꿩·해오라기의 서식처이며, 건생초지로 이루어진 얕은 둔덕은 야생화가 만발하여 나비나 잠자리와 같은 곤충의 서식처가 된다. 한강의 또 다른 명소인 여의도샛강 생태공원은 1997년 9월 국내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하천부지를 친환경적 생물 서식처로 복원하고, 생태적 자정능력을 갖추도록 하여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이러한 습지와 생태공원에서는 자원봉사자가 진행하는 생태학교가 운영되고 있어, 미리 예약을 하면 안내를 받으며 자연관찰을 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이용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각 관리사무소로 연락하면 된다. 한강에 조성된 자전거 길을 따라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이용하여 생태체험장인 습지까지 찾아갈 수도 있어, 자전거여행의 즐거움과 자연관찰의 유익함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에서는 공원 안내책자 및 자연학습기록장 등 다양한 관련 자료를 제작하여 생태학습을 돕고 있다. ●도심의 자연학습장, 공원 도심의 높은 건물들 사이에는 크고 작은 많은 공원들이 있다. 도심의 공원은 시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주요한 공간으로 휴식 및 운동 등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21개의 도시공원 중 11개 공원(남산공원, 낙산공원, 용산공원, 월드컵공원, 여의도공원, 보라매공원, 길동자연생태공원, 독립공원, 시민의숲, 천호동공원, 영등포공원)에서는 환경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공원, 시민의숲, 천호동공원, 영등포공원에서는 계절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나머지 공원에서는 연중상설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은 자연생태 체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화 및 환경학습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며, 부모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각 공원 홈페이지 및 전화를 통해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자원봉사자 선생님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현장에서 관찰하거나 직접 작업을 해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학습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자연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조류관찰과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해설가와 2시간 남짓 걸으며 관찰하면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새들이 있었나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상기한 도시근린공원 외에 우면산생태공원, 아차산생태공원과 같은 자연생태공원도 다양한 생태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모두 밖으로 나가 자연을 느껴보자. 자연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배움터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공간이기도 하다. 장난감이 없어도 자연 속에 놓여진 아이들은 오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자연 속에는 함께 할 수 있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체험은 아이들의 자연과 삶에 대한 이해와 학습효과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주말시간 등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주말 여가활동의 하나이기도 하다.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기계발에 주말시간을 활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한 주의 충전을 위한 여가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도시를 벗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자연을 찾아 떠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차여행을 대표적인 여가생활로 생각한다. 그러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한나절 정도의 시간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도시에서 온 가족이 진지하고 다양한 체험을 하며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관찰하고 체험하는 과정 속에서 도시에서의 생명과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가족간의 사랑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다양하다. 경작지, 텃밭, 물웅덩이 등 크고 작은 다양한 생물서식지가 모두 그 대상이 된다. 생태체험을 시작할 때는 해설가의 설명이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를 다지게 되면, 개인적으로도 자연학습기록장을 가지고 체험학습을 할 수도 있다. 생물도감을 뒤적이면서 몰랐던 생물종의 이름을 찾아내면 내 것이 되어 잊혀지지 않게 된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산, 공원, 하천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생태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문제점 및 이에 대한 보완책을 살펴보면, 첫째,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공간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의 미흡함이다. 특히, 공원의 경우는 공원 조성방식이 비슷하여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롭게 공원시설을 할 경우에는 생태프로그램까지 고려하여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생태체험의 공간유형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숲과 습지뿐만이 아닌 경작지나 재개발지 등 도시의 다양한 유형이 각기 나름의 생태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인위적인 토지이용과 결합된 문화 및 생태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해설가의 설명뿐만이 아닌 오감을 이용하여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훨씬 큰 흥미와 학습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오감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를 위한 시설 도입이 필요하다. 넷째, 자연학습장으로서 실내외 공간의 적절한 활용방안 마련 등 향후 지속적으로 생태체험 공간 및 프로그램을 보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송인주 서울시정개발 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부연구위원
  • [씨줄날줄] 임을 위한 행진곡/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80년대의 대표적 ‘데모가’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선명한 노랫말에 구슬픈 가락, 당당한 행진곡 리듬이 묘하게 어우러져 비장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민주화나 노동시위 현장에서 참여자들을 단결시키고 의지를 북돋우는 데 큰 몫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총칼에 의해 진압된 후 절망과 좌절을 어루만지는 노래로서 작곡됐다. 광주 항쟁현장과 노동운동 중에 먼저 간 남녀 학생운동가의 영혼을 위로하려 만든 노래극 ‘넋풀이’에 들어있던 노래는 81년 둘의 망월동 묘지 영혼결혼식장에서 처음으로 불려졌다. 그런 만큼 보급된 후엔 노동운동가로도 불렸지만 민주화 열망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백기완선생의 시를 빌려 황석영이 작사하고 대학가요제 출신 작곡가가 만들었다고 알려진다. 한때 ‘저항의 노래’가 영광의 자리에서 당당히 불려지는 것은 역사 발전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오늘 5·18 25주년을 맞아 보훈처주관으로 열리는 공식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노래로서 3부요인과 각계 대표·국민의 앞에서 불려지게 된다.17대 총선 승리 후 여당의 젊은 당선자들이 청와대에서 소리높이 제창한 노래도 이 노래였다.‘민생을 잊었느냐’고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거친 세월 끝에 국회에서까지 다수당 위치를 확보한 ‘산 자’들의 감회를 많은 국민들도 함께 나누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노래가 이제 한국의 민주화운동 노하우와 함께 외국에 수출된다고 한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관계자들이 미얀마어와 한국어, 영어 등 3나라 말로 부른 이 노래를 CD로 제작해 미얀마 국내외에 뿌릴 계획이다.“노래의 깊은 의미와 역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민주화운동은 곧 인권운동이고, 인권운동이 1개 국가만으로 완성될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가간 경험 공유와 연대는 꼭 필요한 일이다. 노래를 통한 경험나누기 시도가 새로운 ‘행진’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자신의 일에 몰두할 때 가장 아름다워”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청주의 일신여중·고에서 일일교사로 나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 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난 14일 진행된 특강에서 강 전 장관은 “동화에 나오는 신데렐라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면 요정이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모, 스승, 친구 등 주위사람들에게 항상 배려하고 정직,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일에 열심히 몰두하는 사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며 “쉬운 방법만 찾아다니지 않고 매순간 영혼을 모두 불어넣으며 최선을 다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전 장관은 “학창시절에는 만화책 뿐 아니라 많은 독서를 해야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양분을 얻을 수 있다.”며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모든 일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강에 앞서 강 전 장관은 2학년 교실에서 학생들과 학창시절의 고민 등에 대한 솔직한 대화도 나눴다. 이날 행사는 일신여중 학생회 부회장인 신지숙(3년)양이 지난 4월 중순께 강 전장관에게 여러 차례 방문을 희망하는 e메일을 보내 이뤄졌다. 청주 연합
  • [15일 TV 하이라이트]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1시10분) 죽은 자들의 영혼을 불러다 주는 섬으로 알려진 태국 꼬따혼 섬 이야기,199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느 병원에서 있었던 죽음의 병실 사건,1993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자신의 무관심으로 반 학생이 자살한 사건으로 인한 오사무 선생 이야기 중 무엇이 진실이고 또 거짓일까.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유럽 중심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은 18개 국을 거쳐 흐르는 국제적인 강이다. 유럽공동체가 동유럽까지 확대되면서 다뉴브강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교역과 개발을 하는 문제가 과제로 등장했다. 다뉴브강은 운송·농업단체와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환경론자들의 격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삼색토크 여자(EBS 오후 8시) 경북 봉화면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비나리 산골미술관’은 아방궁 프로젝트로 유명한 여성주의 화가 모임 ‘입김’의 멤버 류준화가 운영하는 곳이다. 틈틈이 농사도 짓고 미술관도 운영하며 여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농촌을 만들어 가고 있는 류준화, 송성일 부부를 만나본다. ●결정!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칼국수와 보리밥의 한 판 대결! 통통한 바지락과 박속을 넣은 육수와 낙지가 일품인 박속낙지칼국수를 먹으러 섬으로 떠나 본다. 자박자박 졸인 강된장에 12가지 나물을 넣고 싹싹 비빈 고향의 맛 보리비빔밥도 음미한다. 사미자 정원관 김효진 이재원 양미라 문세윤 등이 출연한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상대가 형표라는 것을 안 옥화는 그 집 소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켜하지 않지만 안 교감은 언제나처럼 성미의 결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축하해 준다. 옥화는 금주에게 새 사람을 만나보라며 자꾸 부추겨보지만 금주는 혼자 사는 게 속이 편하다며 요지부동, 흔들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KBS스페셜(KBS1 오후 8시) 봉정암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한 곳이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년 고찰이다. 이 땅의 불자라면 생애 한번은 꼭 오르고 싶어하는 곳. 봉정암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봉정암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순수한 불자와 수행자들의 모습을 HD영상으로 담았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소 금 / 김윤희

    나의슬픔과괴로움의 하느님이다식탁위에 놓인한숟갈의소금은 나의適이다나의그리 움이다나의희망이다 나의영혼이다나의순 결이다나의최후의비 방이다나의성경이다 나의영원한法律이다
  • [코드로 읽는책] 영혼을 지휘하는 리더십/에드거 F 퍼이어 지음

    2차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마셜, 맥아더, 아이젠하워, 패튼 등 4명의 장군.‘영혼을 지휘하는 리더십’(에드거 F 퍼이어 지음, 이민수·최정민 옮김, 책세상 펴냄)은 이들의 리더십을 여러 각도에서 비교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타고난 능력과 후천적으로 개발된 요소들의 합작품이 리더십의 근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책은 단순히 성공을 꿈꾸는 군인들만이 아니라 리더십이 요구되는 어떤 직업·직책의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특히 리더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배려와 사랑으로 ‘영혼을 지휘하는’것임을 강조한다. 마셜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병사들 가족의 생계를 해결해 줬고, 맥아더는 전사자들의 가족에게 일일이 편지를 썼다. 아이젠하워는 당번병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영국 왕을 만나는 자리에 부하를 데리고 갔다. 거친 패튼은 부상자들의 병문안을 가서 눈물을 흘렸다. ●신념과 용기 리더십, 맥아더 그의 휘하의 한 사단장은 “그의 용기는 단연 으뜸이다.”라고 말한다. 적의 폭격에 다른 장교들은 방공호로 내려갔지만 그는 사무실에 남아 적을 관찰했다. 그는 군인들에게 한 연설에서 “모든 군인들의 특질 중에서 가장 위대한 찬양을 일으키는 것은 용기”라고 강조했다. 잘 생기고, 쇼맨십까지 갖춘 그는 자신을 영웅처럼 떠받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지휘관이였다. 좀처럼 병사들에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직접 방문시에는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 병사들이 자신을 둘러싸게 했다. ●결단과 조정의 리더십, 아이젠하워 군인으로서의 자질뿐만 아니라 정치가로서의 융통성 등이 필요했던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최고사령관 자리. 그는 이를 가장 잘 수행해낸 인물이다. 영국군 야전군 원수이던 몽고메리 경은 그를 “연합군이 멋진 전투를 수행하도록 단결시키고 수많은 분쟁과 방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준 최고사령관이자 군 정치가였다.”라고 평가할 정도다. 언론도 잘 다뤄 기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신뢰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위험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성과 사랑의 리더십, 마셜 참모총장 시절 그는 사열도중 한 병사와 얘기를 나눴다. 뭔가 그 병사의 눈빛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 면담결과 나이도 많고 부양가족도 여럿인 것을 알고 바로 다음날 그를 가족들에게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그는 스스로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젊은 장교들에게 전문 군사특기를 습득하도록 독려했다. 개인적인 영광보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쓴 그다. 그의 리더십은 2차 세계대전시 육군 참모총장의 직위에 올랐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긍지와 솔선수범의 패튼 그는 해변에서 공급 물자 싣는 것을 돕거나, 진흙탕에 빠진 트럭을 병사들과 함께 밀어 올리는 등 몸소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병사들이 잘 먹는지, 옷은 따뜻하게 입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지도자’가 아니라 ‘운전사’라고도 말한다. 패튼은 적과 싸우는 만큼 자신들의 병사들을 위해 싸웠다.2만 5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佛心 in 山寺] 만불사서 평안 빌다

    [佛心 in 山寺] 만불사서 평안 빌다

    오는 15일은 부처님오신날. 굳이 불제자가 아니더라도 두 손을 맞대고 고개라도 숙이고 싶어지는 요즈음이다. 이토록 많은 죄를 씻어달라고, 마음과 육신의 병을 좀 고쳐달라고, 상처받은 영혼에 안식을 달라고 대롱대롱 매달려보고 싶은 존재. 부처! 그는 절대자이면서 또한 절대자가 아니다. 저멀리 관념의 언덕이 아닌 바로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와 있는 부처, 나의 눈물을 함께 울며 닦아주는 부처가 여기에 있다. 경북 영천시 북안면 고지리 만불산 만불사. 속없는 이들이 구복(求福)이라 하면 어떻고 또 기복(祈福)이라 하면 어떠랴. 만불사는 쌍사자의 위용처럼 당당하게 자리행(自利行) 이타행(利他行)을 실천해가는 그런 절이다. 이제 만불의 세계에 들어 우리 모두 나를 이롭게 하고 또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아보자. ●하늘의 복문 열리는 계좌터 경북 영천시 북안면 고지리 산46번지. 만불산 기슭 10만여평 너른 부지에 자리잡은 만불사는 들어가는 초입부터 예사롭지 않다. 일주문 자리부터 도량 전체를 극락정토 아미타부처님이 장엄하고 있다. 깨달음 이후 중생교화의 길을 떠난 부처님, 한평생 길 위에서 거룩한 삶을 산 부처님의 뜻을 기려 이곳에 황금빛 아미타부처님이 서 있는 것이다. 만불산은 풍수지리상 하늘의 복문이 열린다는 계좌(癸坐)터다. 남산·사룡산·구룡산·치악산·오봉산 등 5대 명산에 둘러싸여 있는 종요로운 곳으로, 부처님이 누워 있는 와불상의 형세까지 띠고 있으니 가히 ‘불국정토’라 할 만하지 않은가. 재단법인 만불회(회주 학성 스님) 만불사. 거대한 토목공사 끝에 이곳에선 지난 1992년 역사적인 만불보전 기공식이 열렸다. 이어 1998년 마침내 발원 10여년만에 만불보전 일만 옥불을 모시는 점안 대법회가 봉행돼 도량의 기초를 닦았다. 화엄불국토를 현세에 이루기 위해 실천하는 불교, 열린 불교, 대중불교를 표방하는 만불사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법회를 열며 ‘만불회 운동’을 전개, 현재 등록 가구수만 37만에 이르는 대찰로 성장했다.87년 대구,88년 부산, 그리고 89년에는 서울 서초동에 포교원을 열어 도심 포교의 새로운 장을 펼치고 있다. ●미소짓는 용천지 석가모니부처님 기자가 영천 만불산 만불사를 찾은 것은 지난 3일. 만불산 참배는 일반에 잘 알려진 코스대로 만불보전을 시작으로 관음전, 극락도량, 아미타대불, 대웅전 터 등의 순으로 이뤄졌다. 만불산 입구 오른 편엔 만불사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자연적으로 생겨난 용천연못이 있다. 당시 청도 용천사 주지이던 학성스님이 용천골에 자리잡은 것부터가 깊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용천은 부처님 감로의 가르침이 샘물 솟듯 솟아오른다는 뜻. 정신과 물질이 둘이 아닌 해인삼매의 깨달음을 이 시대에 구현하기 위해 개산한 만불사의 대역사는 이렇게 아주 조그만 인연에서 비롯됐다. ●법신·보신·화신의 삼존불 만불보전은 만불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각종 법회가 봉행되고 있다. 보전에 들어서면 먼저 그 휘황함에 압도당한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단아한 부처님의 모습. 층층이 칸칸이 모셔진 부처님의 광휘가 보전을 찾는 이들을 두루 비춘다. 보전 상단에는 청전법신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원만보신 노사나불과 천백억 화신 석가모니불을 좌우에 모셔 놓았다. 높이 3m의 거대한 세 분 부처님의 인자함이 법당을 온화하게 이끈다. 만불보전 안에는 삼존불과 함께 약사여래부처님이라 불리는 유리광여래불도 봉안돼 있다. 유리광여래불을 친견하거나 만지면 병으로 고통받는 이는 건강을 회복하고 무병장수를 누린다는 경전 말씀 따라 이곳 만불산에서는 수정 유리광여래를 조성했다. 수정 유리광여래를 세 번 만지는 것은 부처님을 손수 매만져 보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전 안에는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보살님들은 공양미를 머리에 이고, 처사님들은 그것을 어깨에 멘 채 수정구슬에 비친 유리광여래를 간절히 어루만지는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하다. 차라리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나지 말것을…. 스치는 상념에 어느새 하얗게 정화되는 자신을 느끼는 것은 이곳을 찾는 이들만의 조촐한 행복이다. ●1만여 옥불에 원력 넘쳐 만불보전에는 현재 1만 7000분의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부처님을 한자리서 만나다니 다생겁(多生劫)의 인연이 아니고 무엇이랴. 경전에 따르면 부처님을 위해 불상을 조성한 이들은 모두 성불한다고 했다. 그 공덕은 수미산보다 높다고 했던가. 옥으로 빚어져 금옷으로 갈아 입은 부처님을 불자들은 저마다의 인연과 근기에 따라 선택해 모실 수 있다. 깨달음의 상징인 비로나자부처님, 정죄하는 이를 위한 석가모니부처님, 병고자를 위한 약사여래부처님, 고통받는 이를 위한 관세음보살, 보살행을 위한 보현보살, 부모님을 위한 아미타불, 내세를 위한 미륵부처님, 수험생을 위해선 지혜의 문수보살, 돌아가신 영가를 위한 지장보살, 사업하는 이를 위한 대일여래불.200평 남짓한 법당 가득 모셔진 옥불 하나하나에 불자들의 원력이 넘쳐 흐른다. ●화엄세계 형상화한 이상향 만불보전 참배를 마친 뒤 오른쪽 뒤편 입구로 들어서면 해인화장(海印華藏)의 세계가 펼쳐진다. 화엄의 세계를 형상화한 이상향이다. 다함없이 크고 넓은 연화장 세계를 체험하며 걷는 길이라니. 부처님과 중생이 둘이 아니고 번뇌와 지혜가 둘이 아니며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말없이 일러주는 현장이다. 만불보전 벽에는 수만의 원력으로 조성된 인등불이 봉안돼 있고, 외벽 기둥에는 화엄사상이 응축된 신라시대 의상 스님의 법성게를 새긴 주련(柱聯)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법성게를 친견하면 묵은 업장이 눈녹듯 사라지고 커다란 공덕이 된다고 했으니 화엄의 진리를 되새겨볼까나…. ●21세기 장묘문화 선도 도량 만불사 황동와불열반상 옆에는 또 하나의 전각이 세워져 있다.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극락정토원이다. 극락정토원은 다른 절의 명부전과 같은 곳으로 저승의 유명계를 상징하는 전각이다. 이곳에는 국내 최초의 불단식 납골당인 왕생단이 자리잡고 있다. 왕생단은 화장한 뒤 나오는 유골을 지장보살이 상주하는 법당에 안치해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도록 한 곳이다. 지장보살은 모든 인간을 구제할 때까지 부처가 되는 것을 미루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천상에서 지옥에 이르는 육도 중생을 낱낱이 교화하는 보살. 왕생단에는 하나의 왕생기마다 아미타부처님이 조성돼 있고 옥으로 조성된 왕생함에도 지장보살상이 새겨져 있어 영가를 극락으로 이끈다. 왕생단은 개인단과 부부단으로 구분해 안치할 수 있으며, 각각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관리비는 무료. 한가족이 하나의 단을 지정해 안치하면 선산을 준비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묘지법 개정으로 2001년부터 납골이 의무화됨에 따라 왕생단은 불교적 납골문화의 유력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가들의 극락왕생 기원 극락정토원에는 또한 만년위패가 봉안돼 있다. 만년위패는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영가를 극락으로 천도하기 위한 불사다. 위패를 모시는 것은 유교적 관습이지만 불교에서 이를 받아들여 신앙생활의 하나로 정착시켰다. 만년위패는 관세음보살이 새겨진 판에 영가의 위패를 붙이도록 돼 있으며, 위패마다 옥수정으로 조각한 지장보살이 인등으로 불을 밝히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집에서 제사를 모실 수 없는 사람들이 만년위패를 봉안하면 사찰에서 영구히 조상의 영가를 모시고 극락왕생하도록 축원을 올린다. ●스님들의 부도 일반에 분양 불교 장묘문화를 선도하는 만불산 만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부도탑묘다. 만불산에서는 1996년 재단법인 만불지장회를 구성해 부도탑묘 공원인 극락도량을 조성했다. 부도는 스님들의 육신을 다비한 뒤 나온 사리나 유해를 안치한 탑. 만불산에서 조성해 분양하는 부도탑묘는 스님들만 쓸 수 있던 부도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도탑묘에 안치될 유골함은 천년 동안 보존되는 화강석을 사용한다. 전면에 지장보살을 조각해 영가를 극락으로 천도하도록 했으며, 상판 뚜껑엔 불법수호의 상징인 쌍룡을 새겼다. 생전에 미리 묘터를 마련하듯 부도탑묘를 예약하면 매장의 경제적 부담과 이장의 번거로움, 관리의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보살은 “부도탑묘는 일반 납골시설과 달리 사찰 경내에 있어 영가들이 부처님 품안에서 영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설이나 백중, 추석같은 명절 때는 무료로 합동제례를 올려줘 좋다.”고 말했다. 부도탑묘가 조성된 만불산 극락도량으로 가는 호젓한 숲길은 삼림욕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문의 전국 대표전화 1600-0101.(054)335-0101. ■ 100개 석등 밝은 관세음 33m 아미타불 높은 뜻 이제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를 느껴보자. 관음전에는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이름 그대로 관세음보살은 중생이 괴로워하는 소리를 듣고 그 고통을 삼키시는 분이다. 관음전에는 중생의 괴로움과 고뇌를 두루 살펴 극락으로 이끄는 아미타부처님도 함께 봉안돼 있다. 스라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 치(齒)사리가 모셔진 사리탑도 만날 수 있다. 관음전에서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관세음보살 좌우로 모셔져 있는 복주머니다. 어느 절에도 법당 안에 복주머니를 모셔놓은 곳은 없다. 이 복주머니는 만불회 회주 학성 스님의 영험담과도 같은 기인한 현몽에서 비롯됐다. 꿈 속에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화현인 복주머니를 본 스님은 이내 은행나무를 깎아 관세음보살 양편에 상징적인 복주머니를 조성토록 했다. 서로서로 복을 많이 짓고 베풀라는 뜻이다. “자연이 그대로 설법하고 있는데 따로 이야기할 게 무엇이 있겠느냐.”며 인터뷰를 극구 꺼리던 학성 스님이 유독 강조하는 견성성불, 자리(自利) 이타(利他)의 상생 정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기야 부처님도 자리와 이타가 둘이 아닌 대원(大圓)의 삶을 살도록 우리에게 가르치지 않았던가. 만불보전에서 관음전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5m 높이의 석조 관세음보살상이 무수한 관세음보살 석등으로 에워싸여 있다. 화강암으로 조성된 석등은 기존의 화사창으로 이뤄진 석등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꽃 좌대 위에 관세음보살을 모셔 놓은 점이 이채롭다.8각의 기둥은 부처님의 성스러운 진리인 팔정도를 상징한다. 관음전 바깥에는 유자(幼子)영가동자상, 법성게 법륜 등이 놓여 있다. 유자영가동자상은 낙태나 유산 등으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어린 생명을 천도하기 위한 것이다. 부모로서의 죄업을 참회하고 원한맺힌 영가들을 지장보살의 서원으로 극락왕생토록 하는 자리다. 동자상마다 빨간 색 모자와 턱받이, 가방 등이 씌워져 있다.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 같은 생명을 저 세상으로 보낸 숙업을 이렇게나마 풀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관음전 앞에 가면 법성게가 조성된 원통형 법구를 돌리며 옴마니반메훔 진언을 외우는 불자들을 볼 수 있다. 법성게 법륜은 티베트의 기도 용구인 마니차에서 유래한 것. 티베트인들은 마니차 안에 경문이 들어 있어 이것을 한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번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을 쌓는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연신 법륜을 돌리며 진언을 외운다. 그러면 흩어진 마음이 모아지기라도 할까. 그들은 진정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관음전을 둘러보고 비스듬한 윗 길로 올라갔다. 거대한 황동와불열반상이 객을 맞는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이 열반상은 길이가 13m, 높이가 4m로 어른 키의 두 배가 넘는다. 열반상의 모습을 곽시쌍부(槨示雙趺)라 한다. 세존이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서 입멸하자 입관했는데, 가섭이 다른 지방에서 이 소식을 듣고 그곳에 이르러 슬피 우니 세존이 두 발을 관 밖으로 내보여 자신의 마음을 가섭에게 전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됐다. 이 모든 진리를 깨친 정각자의 발바닥에 새겨진 형상이 바로 천폭륜상이다. 천폭륜상은 모든 법이 원만함을 나타낸다. 이 부처님 발바닥을 세 번 만지고 절을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만불산 꼭대기에는 극락세계에서 삼천대천 세계로 친히 나투신 33m의 아미타대불이 조성돼 있다. 금빛 가사를 두른 아미타대불의 팔각좌대에는 극락정토를 기원하는 불자들이 서원을 담아 소불을 만들어 놓았다. 좌대 가운데에 놓인 관세음보살과 남순동자에게 기도객들이 뭔가 소원을 빌고 있다. 밤에 불을 밝히면 멀리 경부고속도로에서도 올연히 서 있는 아미타대불의 모습이 보인다. 만불산 극락도량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대웅전 터가 자리잡고 있다. 만불산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자리다. 현재 대웅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사찰측 한 관계자는 “대웅전 건물은 최첨단 공법이 동원된 유리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순수 기도공간으로 쓰일 이곳에는 또한 10만 석불전이 조성될 계획이어서 또 하나의 ‘성역’을 예고하고 있다. 만불사 앞마당을 훤히 밝히는 인등대탑과 4층 범종각 안에 안치된 4m 높이의 황동만불대범종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특히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룬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사원의 대탑을 본뜬 인등대탑에는 한 기마다 1만 4000분의 관세음보살 인등이 봉안돼 있어 시종여일 진리의 불을 밝히고 있다. 만불사에서는 누구든 성물과 친숙해질 수 있다. 부처님도 만져보고 범종도 직접 쳐볼 수 있다. 만불사는 대중과 함께 하는 만발공양에도 열심이다.1000여 명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양소가 24시간 무료로 개방돼 있다. 정토세계를 구현하는 불사와 참배를 통해 신행과 전법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만불사는 이제 세계 불교를 이끌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불교네트워크의 중심역할을 할 만불총림과 함께 만불세계불교회관 건립도 추진중이다. 만불사는 고속도로로 대구, 부산, 울산 등지에서는 1시간 미만, 서울에서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영천 인터체인지나 건천 인터체인지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베네딕토 16세 중고차 팝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 시절 타던 중고차 가격이 인터넷 경매에서 계속 치솟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의 독일 사이트에 오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타던 중고차 ‘폴크스바겐 골프Ⅳ’는 1999년산 수동형 2000㏄급 휘발유차로 주행거리 7만 5000㎞를 기록하고 있다. 중고차 시세는 1만유로 정도. 9900유로의 최저 입찰가격에서 출발한 이 회색 중고차는 경매 시작 만 3일째인 28일 오후 6시 현재 14만 5050유로(약 2억원)까지 치솟았다. 경매 종료시점인 5월5일까지 얼마나 더 오를 지는 알 수 없다. 이 차의 소유주는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사는 공익 근무요원인 벤야민 할베로 지난 1월 지겐시(市)의 중고차 업자로부터 이 차를 샀다. 할베는 “매입 당시 업자가 ‘차를 모는 동안 영혼의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서류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차는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멋지게 달린다.”고 말했다. 서류에 따르면 이 차는 요제프 클레멘스 주교의 비서 게오르그 기센바인이 1999년에 구입해 이탈리아로 가져가 라칭거 추기경 이름으로 등록했다. 외교관 차량으로 수입면허를 받았으며, 서류상 소유주는 라칭거 추기경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기센바인은 2003년 라칭거 추기경의 개인 비서가 됐다. 그러나 이 차를 라칭거 추기경이 직접 운전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톨릭 관계자들에 따르면 라칭거 추기경은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기 때문이다.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야스쿠니 신사/이용원 논설위원

    ‘국민 가수’로 불리는 조영남 씨가 며칠전 일본 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연초 발간한 저서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의 일본어판 출간을 계기로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 가운데 몇 대목은 평소 ‘튀는’ 그의 언행을 감안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특히 일본 전범들의 집합소인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두고 “가 보았더니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신사와 다르지 않았다. 한국·중국에서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 세뇌됐다.”라고 한 부분은 그의 낮은 역사의식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야스쿠니 신사의 정체를 알아본 뒤 조씨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의 전신은 초혼사(招魂社)이다. 메이지 유신을 이루는 과정에서 희생된 3500여명을 제사 지내고자 1869년 설립했으나,10년만에 야스쿠니 신사로 이름을 바꾸면서 제사 대상을 확대했다. 이 신사가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자리잡은 시기는 1905년 러·일전쟁이 끝난 직후였다. 일본은 비록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러시아에게서 배상금을 받아내지 못한 채 서둘러 강화조약을 맺었다. 이는 일본 국민의 큰 반발을 불러와 도쿄 일대에 계엄령을 선포할 지경이었다. 그러자 일 정부는 청·일전쟁 때와는 달리 전쟁 희생자 전원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했다. 이어 이곳에서 개선 관병식(觀兵式)을 열고 참전 부대에 신사 참배를 시켰다.‘영광된 죽음’을 조작한 것이다. 이후 야스쿠니 신사는 육군성·해군성의 관할에 속하면서 전쟁 희생자의 영혼을 제사 지내는 신사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메이지유신 후 일본은 제국주의로 치달으면서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천황’을 내세웠다.‘천황’이 갖는 지위는 신의 자손으로서 제사를 주관하는 종교지도자인 천자(天子), 군을 친히 통솔하는 대원수, 그리고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천황’이었다. 이 가운데 종교지도자와 대원수의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창출해낸 수단이 야스쿠니 신사였다.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군국주의의 부활로 보는 주변국의 우려는 비논리적인 것이 아니다. 조영남씨는 그를 ‘속이고’‘세뇌시킨’ 세력이 한국·중국 국민인지, 아니면 일본 극우 세력인지 대답해야 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본사 주최 ‘세계 거장 판화대전’ 지상갤러리] ⑥ ‘엄마와 아이’

    [본사 주최 ‘세계 거장 판화대전’ 지상갤러리] ⑥ ‘엄마와 아이’

    전위적 조각가로서 명성을 쌓은 헨리 무어(1898∼1986)가 갈구한 것은 원시의 순수성이었다. 런던 왕립미술학교에서 조각을 배우며 그는 원시 미개문화와 조각에서 자연재료에 밀착한 단순한 형체를 연구했다. 나아가 기하학적 추상성을 피하면서, 전체를 감싸안을 것 같은 부드러운 모성을 보여주는 풍만한 여인을 탄생시켰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이같은 원시성의 모티프는 마야문명의 ‘차크몰’이란 존재다. 차크몰은 마야인들이 비를 기원하던 제천의식에서 바쳤던 인간 제물. 무어는 문명과 우주의 영속을 위해 스스로 희생 제물이 될 것을 감수한 차크몰의 비현실적 자세,‘피를 달라’고 외치는 모습에 전율을 느꼈고, 이를 최대의 걸작 ‘기대어 누운 여인’으로 재탄생시켰다. 이후 그의 조각들, 그리고 조각을 위한 소묘들에서 차크몰은 영혼과 같은 존재가 됐다. 무어가 만년에 제작한 이번 판화작품 ‘엄마와 아이’도 이같은 원시성과 모성성을 고스란히 배태하고 있다. 아이를 가볍게 안고 서 있는 엄마와 다소곳이 그 옆에 앉아 있는 개의 모습. 어두운 배경속에 밝게 부각되는 이들 하나하나는 바로 원시에서 상호소통하며 생성되는 생명력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기 간 2005년 5월7일(토)까지 (전시기간 중 무휴) ●장 소 서울신문사 서울갤러리 전관(한국프레스센터 1층) ●입장료 성인 5000원, 초중고생 3000원 ●단체접수 및 문의 서울신문사 (02-2000-9752)
  • “우리네 恨에는 복수 아닌 소망 담겨”

    “우리와 일본의 ‘한’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일본은 ‘우라미’ 즉 ‘복수의 한’이지요. 군국주의로 갑니다. 칼바람과 그로테스크, 에로티시즘과 난센스로 가고 있지요. 반면 우리는 ‘소망의 한’입니다. 가난과 무지를 극복하려는, 미래 지향적이고 탐구의 한의 담겨 있습니다.” 원로 소설가 박경리(79)씨. 따뜻한 봄날을 맞아 모처럼 일반인들을 상대로 문학강연을 했다. 주제는 ‘문학의 향기-박경리의 공간’이었다. 강연 도중 일본과 중국 등 이웃나라의 최근 행태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던져 관심을 모았다. 지난 23일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 1층 강의실. 대학교수와 문학지망생 등 전국에서 150여명의 문학팬들이 모였다. 토지문화관 바로 옆 자택을 나오면서 박씨는 “3년 만에 이런 자리에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단에 오른 그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이다. 주제는 문학강연이지만 생명과 건강 얘기를 좀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물질과 영혼, 시·공간 속에서의 생명의 본질을 어떻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자주 던졌다. 또한 세상은 물과 불, 창과 방패같은 영원한 상극이 있듯이 인간은 어차피 ‘모순’ 속에서 행복과 불행, 죽음과 탄생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양은 이러한 모순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결과를 얻기 위해 끝없이 전쟁과 살육을 벌여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인류는 이제 민족주의를 버려야 할 시점이며 통합을 안하면 멸망만 초래할 뿐.”이라면서 “하지만 일본 같은 나라가 있어서 세계 통합은 어렵다.”고 겨냥했다. 또 “이순신 장군처럼 민족을 지키는 것은 위대한 도덕이지만 (일본처럼)남을 약탈하고 남의 나라에 쳐들어가는 것은 인류의 죄악”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얼마 전 일본 기자들이 집으로 찾아왔더군요. 그들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난 반일(反日)작가이지만, 반일본인(反日本人)은 아니다. 일본인도 인류의 차원에서 보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느냐.‘사람’이란 이름으로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한국과 일본의 ‘한’을 비교한 그는 “일제 때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우리 지식인 스스로가 우리의 한을 부정적으로 여겼다. 예를 들어 미신을 나쁜 것으로, 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고 비난하는 우를 범했다.”고 꼬집어 참석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박씨는 또한 “중국과 일본은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생각보다 엄청난 문화유산과 철학을 가졌다. 시(詩)만 하더라도 보들레르보다 이백의 시가 훨씬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단절됐다. 위대한 유산·사상들이 유럽의 공산주의가 들어서면서 전부 미쳐버렸다. 그런데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중국의 젊은이들은 무식하다.”고 안타까워했다. 1시간30분 동안 강연을 마친 후 약 20분 동안 별도의 만남을 가졌다. 우선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자 “아냐, 안 좋아. 그 전에는 뒷산에 올라가 가지치기도 했거든. 지금은 못해, 농사도 500평 있잖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추농사는 20년 동안 지었어. 뒷산에는 5000그루 나무도 심었고.”라며 웃었다. 이어 담배 한대를 피워물었다. 하루 몇갑 피우냐고 하자 “담배는 내 친구야.”라고만 대답했다.TV드라마 ‘토지’를 보는지 궁금했다.“처음 ‘토지’를 쓸 때에는 열 가닥으로 베틀을 짰지만 지금은 천 가닥으로 베틀을 짜야 할 만큼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제대로 (방송을)하려면 10년이 걸릴 텐데 생략이 있게 마련 아니냐.”고 했다. 또 “돈이 필요해서 (방송국에)팔았으면 잊어버려야 한다. 그 돈으로 (토지문화관 옆에)창작시설을 지었다.”며 또 한번 웃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돌아가는 얘기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면서 “행정수도를 옮기면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모래를 퍼내야 하는지 걱정”이라면서 결국 바다와 땅이 죽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계절 중 봄이 제일 좋아.”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토지문화관 뒤뜰로 총총히 걸어나갔다. 팔순을 코앞에 둔 박씨의 뒷모습에는 우리 문학의 큰별다운 총기가 봄볕에 유난히 빛나보였다. 토지문화관 사무실에 걸려 있는 박씨의 최근 시(우리들의 시간)가 눈에 들어왔다. ‘목에 힘주다 보면/문틀에 머리 부딪쳐 혹이 생긴다/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뽐내어 본들 徒勞無益時間(도로무익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중독(MBC 밤 12시) 이미연·이병헌 주연의 멜로물. 결코 허락될 수 없는 위험한 사랑에 ‘중독’된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주연 배우의 밀도 있는 내면연기를 통해 사랑의 광기와 매혹이 몸서리치게 표현됐다. 다른 사람의 육체에 영혼이 깃든다는 빙의(憑依) 현상을 소재로 한 마지막 반전은 충분히 극적이다. 박영훈 감독의 데뷔작으로 사랑의 광기와 매혹이 교차되면서 한 인간을 향한 공포와 분노의 복합적인 감정이 어우러진 영화다. 서로에게 유일한 가족이었던 호진(이얼)과 대진(이병헌) 형제. 형 호진이 은수(이미연)와 결혼하면서 셋으로 늘어난 이들 가족은 행복하고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진이 카레이싱 결승전에 출전하는 날, 형제는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는다.1년 뒤, 기적적으로 먼저 깨어난 동생 대진은 형수인 은수를 아내라 부른다. 대진이 자신을 형인 호진이라고 주장하는 것. 퇴원한 대진을 돌보며 함께 지내기 시작한 은수는 말투부터 취향·습관까지 남편과 똑같은 대진 앞에서 혼란에 빠진다. 남편의 영혼이 시동생에게 빙의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은수와, 자신이 남편임을 확인시키려는 대진. 결국 은수는 이제껏 쌓아온 견고한 벽을 허물고, 대진을 남편으로서 받아들인다. 둘은 어쩌면 영영 잃을 뻔했던 사랑이라 생각하며 더욱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이들에게 향하는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11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알게될거야(EBS 오후 11시45분) 자크 리베트 감독의 2001년작. 잔느 발리바,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주연. 섹시하고 지적인 로맨틱 코미디물.6명의 남녀가 얽히고 설킨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그렸다. 피란델로의 연극 파리 공연에 출연하는 연극배우 카미유.3년 전 애인이었던 피에르와 헤어진 뒤 이탈리아로 갔던 그녀는 다시 파리로 돌아온다. 이탈리아에서 카미유는 사랑과 일 모두 성공했지만, 과거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녀는 같은 극단의 연출가이자 배우인 위고와 애인 사이지만, 옛 애인 피에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결국 피에르를 찾아가는데, 그 또한 새로운 연인 소냐와 함께 살고 있다. 위고는 극단이 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18세기 이탈리아의 유명한 극작가 골도니가 쓴 미발표 희곡이 프랑스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파리 공연을 기회삼아 골도니의 작품을 찾아간다. 원고를 찾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던 위고는 매력적인 여학생 도미니크를 만난다. 위고는 도미니크의 도움으로 서재에서 미발표작 원고를 찾는 데 몰두하고 도미니크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데….154분.
  • ‘내지르기’ 록에서 ‘힘뺀’ 발라드·댄스·R&B 변신 서문탁 맞아?

    ‘내지르기’ 록에서 ‘힘뺀’ 발라드·댄스·R&B 변신 서문탁 맞아?

    도시의 소음을 배경으로 잔잔하고 묵직하게 흐르는 트럼펫 연주. 이어폰을 귀에 꽂자마자 흘러나오는 음악(인트로)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분명 여성 로커 서문탁의 새 앨범인데…. 이어지는 첫 곡 ‘나쁜 사람’은 아주 슬픈 발라드.‘사슬’이나 ‘속미인곡’ 등 전작에서 들려준 시원한 내지르기가 특기였던 서문탁이 발라드를? ●여성성 강조한 앨범 ‘피아니시모’ 그렇다.5집 앨범 ‘피아니시모(Pianissimo)’에서 서문탁은 아주 말랑말랑하게 변해 있었다. 여성성을 강조한 앨범 재킷하며 힘을 빼고 나긋나긋하게 들려주는 노래하며. 앨범 제목은 연주 용어로 ‘아주 여리게’라는 뜻. 작심하고 시도한 변신이다.‘여성 로커’라는 희소성에서 얻어지는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려는 것일까.“저에 대한 기대를 알고 있어요. 사랑만 받으려고 하면 그런 음악만 하면 되죠. 하지만 그 끝은 뻔하죠.” 그가 이번 앨범 작업을 마치며 쓴 후기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리라.’였다.“그동안 스스로 저의 모습을 가두지 않았나 싶어요.‘나는 록만 해야돼.’하는 강박관념이죠. 하고 싶은 음악이 뭔지 정말로 많이 고민하고 만든 앨범이에요.” 앨범에 수록된 발라드, 솔,R&B, 댄스, 스윙 등은 그가 현재 가장 하고 싶은 음악이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변신한 것이 아니기에 보람도 크고 대중의 심판에도 자신만만하다.“좋은 음악은 사랑받게 돼 있어요. 어차피 전 대중가수고, 이해하기 쉽고 편안하게 풀 수 있는 것도 제 몫이죠.” ●전해성·황성제 등 히트제조기 참여 모든 노래들은 철저하게 가요계 히트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이승철의 ‘긴 하루’,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를 만든 전해성, 황성제 등 히트 제조기들이 참여했으니 오죽할까. 대중의 취향과 서문탁의 색깔을 잘 안배해 만든 10곡의 노래들은 귀에 착착 감긴다. 타이틀곡 ‘이별 후’나 ‘나쁜 사람’을 들으면 언제 그의 음색이 이렇게 애조를 띠었던가 새삼 느끼게 된다. 세련된 전주와 랩 피처링으로 다듬은 ‘비상’은 딱 요즘 스타일이다.9번째 트랙에 실린 ‘템테이션’은 서문탁이 의외로 댄스 가수 체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새벽 녹음 작업에도 불구하고 모든 스태프들이 다 일어나 춤을 췄다는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쁜 사람’을 부를 때 가장 힘들었어요. 절제하면서도 느낌 하나하나를 전달해야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많이 배웠어요.”‘이별 후’ ‘오랜 연인들’ 등 7곡의 가사를 쓴 것도 힘든 경험.“오랜만에 제 속으로 들어가보는 계기가 됐죠.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여러가지 사랑의 형태를 은유적으로 담았어요.” ●“흐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활동할 것” 편견을 깨고 대중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고자 한 그의 노력에 혹자는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는 최근 읽은 한 시 구절을 인용했다.“‘흐르는 대로 두면 큰 바다로 갈 텐데 거슬러 올라봤자 강의 하류뿐이다.’ 지금 내 마음이 이래요. 흐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활동할 겁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본사 주최 ‘세계 거장 판화대전’ 지상갤러리] ② 서커스

    [본사 주최 ‘세계 거장 판화대전’ 지상갤러리] ② 서커스

    마르크 샤갈作(1967) 에칭 34.5×38.8㎝ “예술과 인생의 완벽함은 성서에서 이뤄진다.” 러시아 태생 유대인 화가 마르크 샤갈은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성서는 평생 동안 샤갈을 매혹시킨, 예술의 원천이었다. 그는 성서 그림이 인간에게 영혼의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인간창조’‘야곱과 천사의 힘겨루기’‘노아와 무지개’등 샤갈은 성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숱하게 남겼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샤갈이 성서의 세계와 서커스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모종의 친화성을 발견하고 있다는 점이다. 샤갈은 말한다.“나는 늘 광대, 곡예사, 배우들이 종교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닮은 비극적인 인간이라고 여겼다. 지금도 십자가 그림 같은 종교화를 그릴 때면 서커스 연기자들을 그리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성서와 서커스를 겹쳐 읽는 대가의 눈이란 얼마나 밝은 것이냐. 이 작품에서도 드러나듯 서커스는 샤갈 예술의 주요 모티프다. 좀 과장하면 그의 작품의 ‘주인공’이다. 샤갈은 정작 “나는 나의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했지만 인생이 서커스라고 속 편하게 생각하면 그리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기 간 2005년 5월7일(토)까지 (전시기간 중 무휴) ●장 소 서울신문사 서울갤러리 전관(한국프레스센터 1층) ●입장료 성인 5000원, 초중고생 3000원 ●단체접수 및 문의 서울신문사 (02-2000-9752)
  • [영화속 수능잡기]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찾아온다. 촌부나 황제나 죽음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 금전과 명예와 권력이 죽음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요 착각이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했다. 빈손으로 왔다가 결국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간이다. 권력과 명예란 우리가 잠시 거처하는 임시방편의 장소일 뿐, 오직 죽음만이 우리의 영원한 회귀처일 뿐이다. 죽음이 먼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순진한 착각이다.“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밖이 저승이라.”는 민요의 한 구절이 오히려 죽음에 대한 진실을 우리에게 더 가깝게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며 등교한 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돌아온다든지 하는 사연을 주위에서 듣곤 한다. 죽음은 이렇게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그러나 죽음은 나로부터 먼곳에 있다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하루를 살아간다. 우리의 삶은 때로는 죽음으로 해서 더욱 풍부해진다. 내가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는 좀더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어쩌면 내가 살아 있는 이 하루가 내 삶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는 더욱더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의 눈에는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이 그 어떤 낙원보다 아름답게 비칠지도 모른다. 평소에 아옹다옹 지내던 가족들이 누구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비칠지도 모른다. 죽음은 이렇게 삶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매일매일 죽음에 붙들려 전전긍긍 살아갈 수는 없다.“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속담도 있다. 내세의 행복을 기원하는 믿음에 이끌려 우리에게 한번 주어진 현세에서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시키는 것도 어쩌면 어리석은 행위인지도 모른다. 영화 ‘어느 날 그녀에게 생긴 일’의 주인공은 시애틀 방송국의 잘 나가는 리포터 레이니. 화려한 금발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늘씬한 몸매, 그리고 시애틀의 영웅인 최고의 야구스타 남자친구를 약혼자로 둔 그녀는 길거리의 예언자를 인터뷰하다가 자신이 일주일 안에 죽을 거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레이니는 무심코 흘려듣지만 바로 그날 저녁부터 예언자의 예언이 하나씩 맞아 들어가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죽음 앞에서 대체 성공이란 무엇인가. 잘 나가는 약혼자와의 결혼이 부(富)를 약속한다 할지라도 정작 그와 나의 영혼이 소통하지 못한다면 대체 부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가족은 죽음 앞에서 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레이미는 자신의 삶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죽음을 망각한다. 그러나 죽음을 망각한다는 것은 삶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죽음을 의식하는 삶이란 죽음의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삶이 아니라, 삶을 보다 충만하고 건강하게 꾸려나가는 삶이리라. 스티븐 헤렉 감독, 안젤리나 졸리·에드워드 번스 주연,2002년작. 김보일 서울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CEO 칼럼] 앙코르와트/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CEO 칼럼] 앙코르와트/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올해 초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앙코르와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에 직항로가 없어 방콕이나 하노이를 경유해서 가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앙코르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달 초 국내 한 항공사가 직항로를 개설해 보다 편리한 방문길이 됐다. 앙코르와트는 ‘도읍’이라는 뜻의 앙코르(Angkor)와 ‘사원’을 의미하는 와트(Wat)의 조합어로,8세기 말부터 15세기 중반까지 약 600년간 캄보디아 전역을 지배했던 크메르 왕국이 이룩한 거대한 사원을 일컫는다. 아직도 발굴 중이지만 복원된 사원의 일부만 봐도 당시 크메르 왕국이 얼마나 번성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앙코르와트는 12세기 초 수르야바르만 2세가 즉위한 해부터 무려 37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자신이 묻힐 영생의 집으로 건축했다고 한다. 힌두사원은 건축 구조상 생명을 의미하는 동쪽을 인간의 출입구로, 서쪽을 영혼들의 출입구로 여겼다. 앙코르와트는 그 유일한 출구가 서쪽으로 나 있다. 수르야바르만 2세의 의도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세계 7대 불가사의는 쿠푸왕의 피라미드,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등대, 바빌론의 세미라미스 공중정원, 에페수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상,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러스 영묘, 로도스 항구의 크로이소스 거상이 꼽힌다. 이 중에서 현존하는 것은 쿠푸왕의 피라미드뿐이고 나머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현존하는 유적이나 건축물 위주로 선정할 경우에는 앙코르와트도 인도의 타지마할, 로마의 콜로세움 등과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앙코르와트는 12세기 이전에 지어진 어떤 건축물보다도 치밀한 구조와 섬세한 장식을 가지고 있고 배치, 구조, 조화 등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건축적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한다. 이렇게 뛰어난 완성도가 앙코르와트를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올려놓는 데 전혀 손색이 없게 하는 것이다. 앙코르와트라는 힌두문화의 결정체를 남긴 대제국 크메르 왕국은 14세기쯤 과중한 토목공사와 집권층의 부패로 점차 국력이 쇠퇴하여 주변 국가들의 잦은 침략을 받게 되고 결국 19세기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 후,195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였으나 캄보디아는 파벌간의 이념 대립으로 인하여 전쟁과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급기야는 1975년에 폴포트가 주도하는 급진 공산주의 세력인 크메르루주군이 수도 프놈펜을 장악하고 정권을 쥐게 된다. 이 때, 악명 높은 ‘킬링필드’라는 대학살이 자행되는데, 공산주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지식인, 자본가, 기업인, 승려 등 약 200만명이 처형되었다. 당시의 캄보디아 인구가 약 800만명이었다고 하니 인구의 4분의1이 이때 학살된 셈이다. 지금 캄보디아는 방글라데시, 아이티공화국과 함께 세계 3대 빈국 중 하나로 전락했다.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크메르 왕국의 후손인 캄보디아인들이 왜 지금은 이렇게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왜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던 크메르 왕국 조상들의 유전인자(DNA)가 오늘날 캄보디아인들에게 전해질 때 돌연변이라도 일으킨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국가 정체성의 혼돈, 체제의 불안정, 지도자의 리더십 부족, 집권층의 부패,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오늘날의 쇠락을 초래했을 것이다. 흔히들 역사의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한다. 그 가정을 실험해 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앙코르와트에 가보면 인류 역사에 있어 최악의 가정 중 하나를 실험해 본 결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앙코르와트는 현존하는 가장 유용한 역사의 산 교육장, 경제의 실험교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 영혼을 깁는 바느질 한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여자들은 모두 바늘을 사용했다. 나는 항상 바늘의 매력과 마술적인 힘에 끌려 있었다. 바늘은 손상을 치유하는 데 쓰인다. 그것은 관대하다. 결코 호전적이지 않다. 그것은 핀이 아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작가 루이즈 부르주아(94). 그에게 바늘이나 드로잉 펜은 손에 익은 작업도구다. 그는 조각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바늘을 들었고 드로잉 펜을 잡았다. 그렇다면 그의 아픔의 정체는?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배신감과 무기력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부르주아 예술의 지속적인 동력이 됐다. 부르주아는 이같은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의 갈등, 나아가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조각작품에 담아냈다. 신체와 성이 미술의 주요 담론으로 자리잡으면서 그는 마침내 60대의 나이에 최고의 인기 페미니즘 작가가 됐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전시중인 작품들은 이같은 그의 정신적 배경을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엔 ‘그는 침묵했지만 내가 그를 세상으로 불러냈다’ 등의 제목이 붙은 드로잉과 ‘사팔뜨기 여인 Ⅲ(메두사)’ 등 드라이포인트 작품, 천조각에 석판으로 이미지를 찍고 손바느질을 곁들여 만든 책 형식의 작품 ‘용서’,‘사제관’을 비롯한 조각 등이 나와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영혼의 자서전 같은 작품들이다.1938년 미국인 미술사학자 로버트 골드워터와 결혼한 뒤 뉴욕에 정착한 부르주아는 미국과 유럽, 남미와 일본 등지에서 수차례 회고전을 가졌으며 한국에서도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억의 공간’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연 적이 있다.5월13일까지.(02)735-8449.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편히 가소서 또 만납시다 -요한 바오로2세 교황님 영전에/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교황 성하의 영전에 삼가 평화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은 가장 아름답고 솔직하다 하였는데, 교황이란 누구인가요? 제몸을 가지고도 마음대로 살 수 없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접견과 회의, 결정과 무한책임의 고독, 자신의 궤적을 돌아보기조차 피곤한 육신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부르심에 응답한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닌 그 희생과 헌신의 세월이 제단의 예물일진대 어찌 헛되고 무상하다고야 하겠습니까? 당신의 삶에 감사와 존경을 드릴 뿐입니다. 사랑합니다. 이른 아침 누군가 홀로 걸어간 눈길은 발자국마다 꽃이 피어난 듯합니다. 불편한 몸으로 지구촌을 돌던 당신의 순례는 발자국마다 평화의 꽃잎을 피워냈습니다. 순교자의 손에 들린 월계수처럼 꽃잎 하나마다 하늘로 향한 걸음이 될 것이매 향기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렇게 중세기 성좌로부터 현대 세계를 향해 창을 열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사도좌의 소명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성하의 죽음을 애도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언론들이 당신께 ‘비(非)이탈리아계’란 수식어를 즐겨 붙이지요. 저는 당신의 이른바 비주류 출신성을 사랑합니다. 스승 예수께서 마구간 구유에서 태어나셨으며 변방 갈릴레아 출신이었듯이 말입니다. 빈곤과 전란의 시대 속에 야생화처럼 성장했던 사람, 공장 노동자로 밥벌이를 하면서 연극 연습을 쫓아다니던 열정적인 청년, 환경이 그러하였으되 “예수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질문했던 사람처럼, 늘 길을 찾는 젊은이였고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청년 신도에 불과한 몸으로 임종을 앞둔 본당 사제의 고해를 들어줘야 했던 참 사제였습니다. 당신은 태생적으로 변방과 비주류의 삶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오직 ‘사람’과 ‘평화’만을 창조하셨으되 인간들은 성골-진골, 양반-상놈, 계급과 지배와 소유권을 창조합니다. 우리 시대의 비극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아 살아가던 땅을 신대륙 발견이라며 짓밟지 않았습니까? 순종치 아니한 이들을 ‘악의 화신’이라 규정하지 않았습니까?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고서도 침략 전쟁을 일삼고 불평등 조약으로 무역을 강제하는 강대국, 여성과 이주노동자·무능력자를 핍박하는 사회, 우리 시대의 갈등과 고통이 바로 주류를 자처하는 오만과 비주류의 저항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성하, “전쟁만이 해답은 아니다.”라는 당신의 충고를 비웃으며 대량 살상을 자행하고서도 “우리는 큰 별을 잃었다.” “위대한 성자를 잃은 슬픔에 빠졌다.”는 저들의 조롱과 무지를 용서하소서. “주님,…교황 요한 바오로와 우리 주교 니콜라오와…” 사제들이 미사 때마다 교황과 주교 성직자의 돌봄을 청원하는 것은 사랑의 공동체를 위해 지도자들에게 진리의 눈이 필요하다는 뜻 아닐까요? 인간이라면 누구도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유한한 존재임을 뜻하기도 하고요. 이제 미사봉헌 중에 당신의 이름은 물러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당신은 육신의 옷을 벗어버리고 인간의 경계를 넘게 될 것입니다. 빌라도가 묻던 진리가 무엇인지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명오의 눈을 당신의 형제 사제들이 지니게 해 주소서. 파견 강복이 끝나고 복사와 신자들은 돌아가고 성전의 불도 꺼진 시간, 우리는 교회를 위해 희생하신 당신의 몸에 영혼의 자유를 선언합니다. 금빛 제의도 손에 들린 십자가 지팡이도 모관도 모두 내려놓고 훨훨 날아가십시오. 그처럼 가벼운 걸음 얼마만이겠습니까? 항상 어린이처럼 미소 가득한 그 얼굴로 휘파람 불면서 가옵소서. 유독 젊은이들을 사랑하셨으니 음악소리 요란스럽거든 랩 댄싱도 함께 추시고, 주막 나타나거든 막걸리도 한잔 걸치며 편히 가소서. 우리 또 만나겠지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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