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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과 함께하는 초등논술](14)중학년 논술지도

    [선생님과 함께하는 초등논술](14)중학년 논술지도

    초등학교 중학년은 논리적 사고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며 사고를 하는 데 모순이 적어지고 일반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중학년에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지도 방안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하여 의견 말하기 비판적 분석 및 설득 능력의 향상을 위하여,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하여 이유를 들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1)이유를 들어가며 말하기 자기의 의견을 표현할 때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이번 주말에 우리 가족이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곳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말해 본다. (2)다른 사람과 자신의 생각 비교하여 말하기 다른 사람의 의견과 근거를 잘 듣고 근거가 타당한지 생각해 본다. 내 의견에 대한 다른 의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더 좋은 이유를 생각해서 제시하도록 한다. ●같은 책을 읽고 대화하기 부모님과 같은 책을 읽고 책의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책 내용에 대한 단편적인 물음에서 전체적인 이해, 그리고 자기 의견의 표현 과정으로 발전시키면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일방적으로 부모님이 어린이에게만 묻기보다는 같이 묻고 서로의 입장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황선미님의 ‘과수원을 점령하라’라는 책을 읽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구청장 아저씨는 오리들에게 상으로 무엇을 해 주었나요? -글쓴이는 왜 제목을 ‘과수원을 점령하라’라고 지었을까요? -내가 왕버드나무의 영혼인 나무귀신이라면 이사를 갈 것인지, 아니면 이사를 가지 않고 그대로 있을 것인지 말해 봅시다. ●논리적 표현력 기르기 논술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 즉 표현력이 있어야 한다. 논리적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글을 쓰기 전에 개요를 작성하여 글의 전체적인 구성이 체계적으로 되도록 한다. 개요 쓰기는 자기의 의견과 근거를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기의 의견을 주제에 맞게 알맞은 이유를 들어가며 주장했는지를 살펴보고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글을 쓰기 전 개요를 작성하는 습관을 갖는 것은 내 의견과 근거를 다른 사람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논술쓰기 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글쓰기 활동을 통해서 향상되는데 일기쓰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한 자기의 의견과 이유를 적는 습관은 자기도 모르게 어휘를 풍부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며 같은 생각이라도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 교사 박종달
  • 박범신, 히말라야 여행 에세이 ‘비우니 향기롭다’ 펴내

    박범신, 히말라야 여행 에세이 ‘비우니 향기롭다’ 펴내

    “고소증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추운 곳에서 새우잠 자는 힘든 여정인데도 집이 전혀 그립지 않은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가끔 꿈에 설산이 보일 정도니 거의 중독이라고 봐야죠.” 소설가 박범신(60)씨는 지금까지 히말라야를 여섯차례나 다녀왔다.1993년 절필을 선언하고 처음 히말라야를 찾은 뒤 한해 걸러 한번꼴로 히말라야행 비행기를 탔다. 지난해 봄에도 그는 그곳에 있었다. 혼자 한달반을 여행하고 잠깐 서울에 들어왔다가 일행 30여명과 함께 다시 히말라야로 떠나 한달을 더 머물렀다. ‘비우니 향기롭다’(랜덤하우스중앙 펴냄)는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안나푸르나 여행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편지글 형식으로 쓴 산문집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도 메모하고 취재하는 과정이 귀찮아 한번도 여행 관련 책을 내지 않았던 그가 처음 쓴 여행 에세이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은 펑펑 울음을 쏟는다고 한다. 한달 넘게 혼자 여행하던 그도 어느 순간 눈물을 흘렸다.‘사연 많고, 상처 많은 사람들’은 꽁꽁 숨겨놨던 속엣것을 대자연의 품에 부끄럼없이 풀어놓는다.‘이곳 사람들에게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품에 오체투지의 영혼으로 스며들어 나를 여는 신의 길입니다.’(20쪽) 생전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지만 산 타는 일만은 누구보다 자신있다는 그다. 지난 연말 산악인 엄홍길과 함께 킬리만자로를 오를 때도 엄씨의 뒤를 바짝 쫓았다면서 “중학교 다닐 때 40리를 왕복하던 힘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히말라야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라는 그는 “한동안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이 가슴을 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히말라야행은 속된 마음을 비우고 참된 영혼을 채워넣는 구도의 여정이다. 초월적 세계에 대한 지향과 세속적 욕망사이의 단층은 히말라야에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무뎌진다.“히말라야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소유한 우리 모두의 지금이라는 시간은 과연 어떤 ‘샹그릴라’를 품고 있을까 묻고 싶습니다.”(207쪽) 요즘 그의 마음이 가있는 곳은 티베트의 카일라스산이다. 산 주위를 한번 돌면 원죄가 사라진다는 속설이 떠도는 성스러운 산이다. 학교(명지대 문예창작과)연구실 벽에 대형 사진을 붙여놓고 매일 바라본다는 그는 “혼자는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해서 동행을 구해 올 여름쯤 가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송일곤의 ‘마법사들’ 30일 개봉

    눈이 번쩍 뜨이게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30일 개봉하는 ‘마법사들’(제작 드림컴스) 그 이상이 없다.‘깃’‘꽃섬’‘거미숲’ 등을 통해 독특한 감수성을 드러내온 송일곤 감독이 작정하고 형식의 실험을 감행했다. 단 한번의 중단없이 영화 전체 분량을 이어 촬영한 ‘원 테이크 원 컷’ 기법이다. 김기덕 감독이 ‘실제상황’에서 비슷한 시도를 한 적 있으나, 디지털 방식으로 끊김없이 작품 전체를 찍기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디지털 3인3색’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스크린으로 옮겨진 한편의 연극 같다. 배우들의 연기호흡이나 분위기 등이 연극무대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고교시절 마법사 밴드의 멤버였던 재성(정웅인), 명수(장현성), 하영(강경헌)은 3년전 자살한 기타리스트 자은(이승비)의 제사를 지내려 모인다. 강원도 산속의 카페 마법사에 자은의 영혼이 찾아오고, 멤버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기억들을 쏟아놓는다. 코믹배우 정웅인의 새로운 면모, 이승비의 혼이 실린 연기 등이 기괴한 극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감상의 선도를 끌어올린다.15세 이상 관람가.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대지의 노래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아트사이드. 현대 분청도자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온 작가 변승훈의 개인전. 사각형의 편편한 접시에 한지를 덧대어 구워낸 ‘만다라’연작과, 분청을 구워 거대한 나무형상으로 조립한 ‘나무’ 연작,10여년 작업여정을 보여주는 드로잉 작품 등을 선보인다.(02)725-1020. ■ 꿈꾸는 도시 우리들의 실낙원 4월17일까지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한길북하우스. 도시 속에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불안정한 삶과 심리를 다양한 시점으로 포착해낸 이흥덕의 열세번째 개인전. 이번 전시에선 ‘도시’를 모티프로 한 전작 ‘서울 Cafe’,‘지하철 연작’을 비롯하여, 작가의 삶의 터전인 분당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신작들도 여러점 소개된다.(031)949-9305. ■ 이진경 초대전 23일부터 4월1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 무의식에 담겨 있는 삶의 편린들을 달을 매개체로 하여 화면에 담아내온 재불 추상화가 이진경이 ‘영혼의 노래’ 시리즈 등 최근작 30여점을 선보인다.(02)544-8481. ●뮤지컬■ 지하철1호선 7월30일까지 학전그린소극장.12년 장기 운행해온 극단 학전의 대표작. 독일 그립스극단의 원작을 김민기 연출가가 1990년대 한국 사회현실에 맞게 번안했다.3000회를 맞아 28∼30일 3일간 역대배우들이 출연하는 특별공연이 열린다. 화∼금 7시30분, 토 4시·7시30분, 일 4시.1만 7000∼2만 8000원.(02)763-8233. ■ 벽을 뚫는 남자 4월2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8시, 일 3시·7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자유자재로 벽을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소심한 남자의 인생 역전기. 임도완 연출, 박상원 엄기준 등 출연.4만∼7만원.1588-7890. ■ 미스터 마우스 4월2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뇌수술로 천재가 된 바보 인후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다. 이현규 연출, 서범석 김태한 출연.3만원.(02)747-2070. ●어린이■ 하마가 난다 23일∼4월26일 화목금 2시·4시30분, 수 11시·3시, 토일 1시·3시30분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 라이트형제와 조선시대 정평구의 이야기.2만원.(02)382-5477. ■ 꾸러기 제동이와 엔젤머신 24일∼5월14일 화∼금 3시, 토 12시·2시, 일 1시. 심술궂은 제동이의 착한어린이 변신기. 청담동 시어터드림.2만∼2만 5000원.(02)3443-3073. ●클래식■ 체칠리아 바르톨리 독창회 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메조 소프라노의 첫 내한 무대. 지휘자 정명훈 피아노 반주. ■ 캐나디언 브라스 내한공연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금속이라는 차가운 이미지를 넘어 따스함과 유머를 전해주는 금관주자 5명의 환상적인 연주. ■ 오혜숙 첼로 독주회 23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쇼스타코비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등 연주. ●연극■ 주공행장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조선시대 금주령을 내린 왕에게 한잔 술을 권하는 소년 주공의 이야기. 극단 미추 20주년 기념작이다. 배삼식 작·손진책 연출, 윤문식 김종엽 출연. 화∼금 7시30분, 토 4시·7시30분, 일 3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1만 5000∼3만원.(02)747-5161. ■ 상당한 가족 4월16일까지 화∼목 7시30분, 금·토 4시30분·7시30분, 일 3시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배우 인생 45주년을 맞은 전무송이 딸(현아), 아들(진우)과 함께 서는 무대. 사위 김진만이 연출을 맡았다.1만 5000∼3만원.(02)741-6779. ■ 선착장에서 4월2일까지 화∼금 7시30분, 토 4시30분·7시30분, 일 3시·6시 소극장 축제. 섬이라는 단절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욕망과 광기를 그린 작품으로 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다. 박근형 작·연출, 엄효섭 이규회 등 출연.1만 2000∼2만원.(02)741-3934.
  • [한승원 토굴살이] 도깨비 때문에 잠을 설친다

    [한승원 토굴살이] 도깨비 때문에 잠을 설친다

    도깨비 생각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한다. 새만금 바다 사건(나는 그것을 ‘사업’이라고 말하지 않고, 바다에 대하여 무지한 우중이 일으킨 ‘사건’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도깨비적인 데가 있다. 유년 시절, 할아버지에게서 도깨비 이야기를 들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꼭두새벽에 고기잡이 하러 나가는데 키 장대 같은 도깨비가 씨름을 하자고 덤비어, 도깨비는 왼쪽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놈의 왼 다리를 걸어 넘어뜨려 가지고 사장나무 밑동에다가 친친 동여 묶어놓고 낮에 가보았더니 닳아진 몽당 빗자루였다는 이야기, 어느날 밤에 천관산 모퉁이 한 굽이를 떼어다가 바다 한가운데에다 동글동글한 섬 다섯 개를 만들어 놓더니 며칠 뒷날 밤에 두 개만 남겨 놓고 셋을 들어다가 다시 천관산 ‘도둑마끔’ 끄트머리에다 붙여놓은 이야기. “어째서 도깨비는 왼쪽 다리가 약하대요?”내가 물었더니, 할아버지는 대답했다.“강한 체하고 허풍을 치는 것들은 다 왼쪽에 큰 약점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도깨비들은 왜 무단히 산을 떼어다가 섬을 만들기도 하고, 그것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도 한대요?” “힘이 넘쳐나는 도깨비 무리들은 마땅하게 할 일이 없으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죽이곤 하니께, 무리를 거느린 대장이 없는 일을 만들어서라도 시킨단다. 도깨비들은 그렇게 어떤 일인가를 부지런히 해야만, 천만 길 땅 속에 있는 도깨비 대국의 두목이, 아하, 내 부하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구나, 하며 황금과 먹을 것을 듬뿍 보내준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일제 때 일본인들이 전라북도 군산 모퉁이에서 상하이까지를 막아 농토로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도깨비들의 괴력을 생각했다. 얼마 전부터 내내 불가사의 그 자체였던 도깨비의 괴력을 인간의 광기로 풀이하기 시작했다. 그 공식으로 헤아린다면, 광활한 새만금 바다 물막이 공사는 도깨비적인 사건과 다름없다. 국가의 어떤 일인가를 맡아 하는 ‘공사’들은 국가 발전을 위하여 거듭거듭 어떤 사업인가를 구상하고 기획해야 하고, 정부로부터 그에 따른 예산을 끌어다 사용하지 않으면 자기들의 밥줄이 떨어진다. 그들은 자기네 직원들이 무슨 일인가를 하여 봉급을 받고 살아야 하므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으면 들판 한 복판에 산을 옮겨 놓기라도 하고, 그것을 다시 허물어다가 바다를 메우기라도 해야 한다.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나라의 국가적인 거대 사업은 대개 도깨비(愚衆·우중)적인 데가 있다. 정치인들이 몰표를 얻기 위하여 도깨비적인 공약을 일삼는 까닭이다. 새만금 사건은 애초에 한 대통령 후보가 전라북도 표를 모으기 위해 그곳을 농토로 만들어주겠다고 한 공약으로 비롯되었지만, 이제 한반도 안의 옥토들을 휴경하게 하고 보상을 해주는 판국이므로, 그 땅을 공장 부지나 관광용지 따위로 용도 변경하여 또 무슨 일인가를 거듭 벌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주의 생명에 대한 공부를 깊이 한 사람들이 예언한 바와 같이, 그들은 새만금의 방죽을 결국 ‘시화 호수’처럼 썩은 물이 고이게 만들어 놓게 될 것이고, 얼마쯤 뒤, 흉측한 냄새 풍기는 죽은 물을 되살리는 묘책은 역시 바닷물이 들어오게 하는 길뿐이라고 하면서 수문을 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막느라고 몇 개의 산이 지도상에서 사라졌는가. 시퍼런 새만금 바다를 육지로 변하게 하려면 몇십 개의 산이 사라져야 할까. 앞으로 몇십 년 동안 몇십조 원을 더 거기 처넣어야 할까. 이 세상을 끔찍스럽게 바꾸어가는 것은, 늙바탕에 들어 악마에게 영혼을 저당 잡힌 대가로 무지막지한 권능을 가지게 된 파우스트가 개발 사건을 광적으로 벌여간 것과 똑같은 도깨비적인 행위와 시행착오의 살상이다.
  • “올 가을 멋진 무대 기대하세요”

    “앞을 못 보거나 두 발로 걷지 못해도 열심히 연습해서 꼭 무대 위에 서고 싶어요.” 시각장애와 지체장애, 정신지체 등의 장애를 가진 14명으로 구성된 장애인 록 밴드인 대구의 ‘자유영혼’. 지난해 12월 대구시장애인재활협회가 한 복지재단에 제출한 사업 아이디어가 당선되면서 지원을 받아 결성됐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달서구 성당동 한 건물 지하 음악실에 모여 4개월째 연습중이다. 뼈가 잘 굽고 부러지는 구루병으로 만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조경원(27·지체장애1급)씨는 길고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서 보컬다운 이미지를 풍기며 목청을 한층 돋운다. 시각장애1급인 허경호(27)씨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하지만 귀를 쫑긋 세워가며 중학생 김진우(16·정신지체)군에게 드럼 실력을 전수하기에 여념이 없다.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대학생 제삼열(21)씨는 자원봉사를 하러 나왔다가 자신도 밴드의 멤버가 된 경우. 그는 악보가 아닌 손가락을 짚어가며 박선규(34·정신지체)씨에게 키보드 연주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오는 10월 무대에서 첫 공연을 갖는 것. 그러나 서로 다른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 통일되고 완성된 하나의 음악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개별적인 연습에 치중해오다 조금씩 합주가 가능해지면서 이들 사이에는 점차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4) 한국의 다도철학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4) 한국의 다도철학

    해가 길어졌다. 꽃피는 3월 버들가지에도 봄이 오고 새들이 맑은소리로 미친듯이 여기저기서 울어댄다. 차밭의 묵은 풀들을 정리하는 일에 흥이 돋는다. 해가 뉘엿뉘엿 산봉우리를 돌아 집으로 돌아간다. 푸르디 푸른 봄 하늘은 마치 뜬구름이 사라진 허공처럼 무량한 넓이를 보여준다. 삶이란, 차인의 길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삶과 차, 삶과 차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차의 길이라는 것이 새삼 세월속에서 묻어난다. 서산 청허 스님은 그같은 차인의 삶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금생의 한길로 다닌 지 벌써 몇 년이며/현기를 헤아리는가 후도생(後道生)아/산 밖에서 인간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하고/베갯머리가에서 시냇물 소리를 듣네/꽃 밟고 돌아오는 길 봄 구름이 습하고/계수나무로 차 달이는데 저녁노을이 맑다/숲의 학과 야생 고라니가 서로 믿으니 이미 후덕한데/붉은 문에 하필 수놓은 옷이 빛나겠는가” 참으로 소박한 차의 살림살이가 묻어난다. 저녁노을을 벗삼아 계수나무로 달여먹는 차는 얼마나 풍요롭고 또 풍요롭겠는가. 사람들은 이같은 차의 미학을 음풍농월의 단절적인 삶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한폭의 수묵화 같은 차의 살림살이는 단지 삶의 멋을 부리기 위한 겉치장이 아니다. 관념과 현실을 투과한 깨달음의 삶속에서 펼쳐지는 우주적인 삶은 곧 현실일 수 있으며 충만한 내면의 동화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차를 접하며 가장 많이 듣는 것은 바로 ‘다도(茶道)’라는 말이다. 조금 풀어서 해석한다면 차의 길 즉 차의 정신성과 물신성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는 말이라고 본다.‘다도’는 크게 2가지 뜻을 지닌다. 먼저 차를 다루고 끓이고 마시는 바른 방법이다. 이같은 것은 무척 현상적인 것으로 차를 다루고 끓여내는 모든 행위를 원만자적하게 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하나는 위에서 지적했듯이 정신성의 획득이다. 차 즉 다법을 통해 얻어지는 내면의 깨달음이다. 옛 성인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모든 것은 하나의 길로 통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차의 내외적인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진리의 당체를 얻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성인 초의 스님이 처음으로 ‘다도’라는 말을 언급했다. 초의 스님은 “다도를 설명하기 위해서 동다송을 썼다. 조주풍의 다도가 없어져버려 알지 못하므로 다신전을 쓴다.”고 말씀했다. 초의 스님은 또 김명희에게 “수체(水體)와 다신(茶神)이 열리어 정기가 들어오니 곧 대도를 이루게 된다.”고 했다. 초의 스님은 올바른 다법 안에는 차의 물신성과 정신성을 동시에 투과해야 한다는 다도론을 넌지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도철학을 도대체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 것인가. 다도철학이란 차를 다루고 끓이고 마시는 일에서 자연과 인간의 삶을 깨닫게 되는 진리나 이념의 총체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도철학은 단순한 차를 벗어나 당시대를 함께 관통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사상과 연관을 가지며 그것은 다도사상 다도정신 다인정신 다도관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갖는 것이다. 우리의 다도사상은 ‘정(正)’과 ‘중(中)’으로 요약할 수 있다.‘정’과 ‘중’은 불·유·선 등 우리선조들의 정신적 사상사적 철학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보편적인 개념이다.‘정’과 ‘중’의 개념을 고전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먼저 유가에서는 ‘정’을 통한 ‘중’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정’은 무사(無邪)이며 본래의 ‘성(性)’이자 진리이다. 이에 반해 ‘중’은 중용이고 화(和)이다. 이것을 불교에서 보면 ‘정’은 팔정도며,‘중’은 ‘중도’다. 이것을 도가적으로 본다면 ‘정’은 심재와 전일이며,‘중’은 망형일 수 있다. 정과 중은 다사(茶事)와 행다례의 원리가 된다. 포법에 있어서 ‘정’은 정갈한 차, 깨끗한 차를 알맞은 분량으로 열을 제대로 익혀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뜻한다.‘중’은 이러한 중요한 요소들이 서로 어울려 본래의 모습으로 탄생하게 하는 역동적인 관계를 ‘기’와 시간으로 잘 다스려 조화롭게 그 내용을 얻는 것이다. 행다례에서 ‘정’은 올바른 자세이며 ‘중’은 온화한 부드러움이다. 찻자리에서 ‘정’은 차를 접대하는 팽주인 주인과, 손님의 기본 예의범절이며,‘중’은 깍듯하고 예의범절을 지키나 조금은 여유가 있는 상대적인 예절을 뜻한다. 한발짝 더 나아간다면 찻자리부터 차를 우려내는 것까지 주인의 빈틈없는 세밀한 정성이 ‘정’이 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접대받는 손님이 주인과 하나가 되어 온화하고 편안한 마음이 되는 것이 ‘중’에 해당된다. ‘정’과 ‘중’은 또한 차실 등 찻자리를 꾸밀 때 기준이 되는 중요한 미의식이기도 하다. 먼저 다실이다. 다실에 있어서 ‘정’은 자연과 일체가 되어 있는, 아니면 현대인들의 삶속에 녹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라야 한다.‘중’은 편안하게 손님을 맞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차 핵심인 다완을 만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최고의 ‘다완’으로 불리는 ‘이도다완’은 먼저 다구를 쓰는 사람이 쓰기에 편하고 개성이 있게 만들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을 닮은 것처럼 넓고 담백한 의연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다완에서 ‘정’은 자연을 닮은 담백함이요,‘중’은 다구가 쓰기에 편하나 개성이 있다는 점이다. 다도에서 ‘정’과 ‘중’은 한발짝 더 나아가 차인의 사회 문화, 윤리적인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것은 어쩌면 현대 차인들의 삶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차인의 사회 문화적인 삶속에서 ‘정’은 자신의 실체를 거짓없이 있는 대로 꿰뚫어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만큼 내적 성찰이 이루어졌으며 그에 맞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분자족’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자신이 지닌 능력의 최상과 최하가 어디에 있음을 알고 삶을 열심히 영위해갈 수 있는 성실한 노력이다. 차인의 삶속에서 ‘중’은 부족한 자신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인 ‘자비’다. 차에는 또한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영위할 수 있는 실천적인 철학이 숨겨져 있다. 먼저 차는 사회적 구조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해준다. 분노도 탐욕도 모두 생각에서 나온다. 꾸준한 음다생활을 통해 가벼운 살림살이로 급진전하고 있는 자신의 살림살이를 깊고 넓게 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성하는 삶이 매우 중요하다.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그릇된 점을 깨달아가는 것을 공부라고 했다. 또한 옛 다인인 목은 이색은 자신의 차실에 가만히 정좌해 하루생활을 반성하는 차생활을 하며 탐욕에 물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차는 또 현대인들의 가장 큰 적이라고 부르는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다. 옛 차인들은 차의 고유한 기능중 한가운데에 근심을 없애는 것을 들었다. 음다는 신체의 오관을 즐겁게 해준다. 코로는 향기를 맡고 혀로는 맛을 보고, 눈으로는 찻물과 차싹과 다구를 보며, 손으로는 따스한 찻잔의 촉감을 느끼고, 귀로는 찻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 지금은 그같은 호사를 누릴 수 없지만 땔나무를 사용했던 옛 차인들은 찻물 끓는 소리를 유난히 사랑했다. 찻물 끓는 소리를 소나무에 스치는 바람, 비오는 소리, 봄 강물소리 등 천지만물을 그대로 보듬어안는 자연의 소리로 들으며 사랑했다. 뿐만 아니다. 물은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물을 대하는 인간은 가장 편안하게 그것을 흡수한다. 그같은 물의 친연성은 정신적 신체적 긴장을 이완함으로써 뇌파를 쉽게 안정시켜 일상생활의 안정화를 가져다준다. 우리 주변에 중요한 일을 앞두거나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꼭 차를 먹는 습관을 지닌 다인들이 많다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차생활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정신건강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음다생활은 또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간 대화의 통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현대인들의 주요한 삶의 문화적 터전은 가상공간에 있는 가상현실이다. 가상의 공간은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보다는 지극히 개별화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비인간화의 길을 걷게 하는 ‘쿨 컬처’ 즉 차가운 문화로 상징된다. 차는 이같은 차가운 문화를 훈훈한 문화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한다. 차를 함께 마시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본원적인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차를 끓여 마시는 과정에서 굳었던 감정들은 서서히 풀릴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조건마저 형성되기 때문이다. 차는 가족과 가족, 조직과 조직, 더 나아가 인간과 신이 영혼을 나눌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차는 또 인간과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예의를 갖출 수 있는 기본자세를 만든다. 음다생활은 인내심과 질서를 갖춘 예의바른 행동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차는 젊을 때뿐만 아니라 중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가꿀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물의 진리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게 되는 우주적인 눈을 갖추게 한다는 점에서 삶의 실천철학으로서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대흥사 제11대 종사인 함월 해원선사는 차가 가진 삶의 실천철학을 이렇게 시로 노래하고 있다. “갑술년 봄 온갖 꽃 감상하는데/청암스님은 회를 돕느라 사무가 번다하네/편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 걱정스럽더니/다행히 직접 만나니 즐거움이 끝이 없네/쌍계의 물 가득하니 선차(仙茶)로 족하고/칠불의 바람 불어와 손님의 흥을 더하네/멀리 낙동강 향해 돌아가야 하나니/헤어짐에 이르러 뜻이 어떠한가 묻지 마라.” <일지암 암주> ■ 中·日의 다도철학 중국에서 다도란 말에 대한 기록은 8세기말 당나라 사람 봉연이 썼다. 봉연은 그의 글에서 “이로부터 다도가 크게 성행했다.”고 적고 있다. 그 후 ‘다록’을 썼던 장원이 그의 저서에서 “차를 정성들여 만들고 건조하게 저장하며 깨끗하게 우리면 다도를 다한 것이다.”고 차를 다루는 법에 대한 다도를 적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다도정신의 근원은 육우가 쓴 ‘다경’에서부터 비롯됐다. 육우는 다도의 근원을 ‘검덕’으로 보고 그것을 숭상해야 한다고 했다. 북송의 휘종황제는 ‘대관다론’에서 “청(淸)·화(和)·정(靜)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중국의 다도정신은 ‘검(儉)·청·화·정’으로 집약된다.‘검’은 검소,‘청’은 청렴결백,‘화’는 화목,‘정’은 고요한 경지를 의미한다. 근대의 차인인 장만방은 “중국의 다덕은 염(廉)·미(美)·화(和)·경(敬)이다. 염은 맑은 차를 마심으로써 청렴하고 근검하게 하며, 미는 명품차에서 아름다운 맛과 향기를 음미하며 우정을 서로 나누고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 있다. 화는 다례를 중시하는 덕을 지녀 화합하고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경은 남을 존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정갈한 다기와 좋은 물을 쓴다는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의 다도철학은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투철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차’는 곧 ‘도’요 정신이며 삶으로까지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다도는 철학적 의미가 매우 깊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다도철학은 앞서 살펴봤지만 ‘와비’정신이 그 핵심이다. 와비는 원래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허전함’‘은자의 생활철학’등에서 보여지듯 인간의 삶속에 근원적으로 투영된, 완전한 탐욕을 벗어난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한다. ‘달님도 구름 사이가 아니라면 싫습니다.’고 했던 센리휴의 말은 이같은 와비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와비사상은 또 다구를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볼 수 있다. 와비차에 어울리는 차그릇들은 완전한 상태의 차그릇에 손질을 가해 불완전하고 불균형적인 ‘초(草)’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센리휴는 다실에 놓인 멀쩡한 꽃병 귀를 한쪽만 망치로 떼어냈다고 한다. 이같은 와비정신은 다회에서 내놓은 식사에서도 드러난다. 밥 한 그릇에 반찬 두세 가지, 가벼운 술 등 간단하고 소박한 식사가 기본이었다. 일본의 다도는 센리휴의 사규(四規)로 압축된다. ‘화·경·청·적’이 그것이다.‘화’란 찻자리에 참석한 사람들과 주인이 하나가 되는 것이고, 경은 주인과 손님 모두가 각기 불성을 지닌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청’은 물질적 정신적인 욕심을 떨쳐낸 맑은 마음을 통해 자유롭게 되는 것이며,‘적’은 공간적 고요함과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열반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위에서 살폈듯 중국과 일본 등도 차에 대한 형식과 내용을 벗어나 국가와 개인의 삶의 철학으로서 ‘차’의 길을 가꾸어왔음을 알 수 있다.
  • 죽어도 좋을 영화 로망스

    연기파 배우 조재현, 영화 ‘여자, 정혜’가 있긴 하되 여전히 TV드라마에서의 야무지고 암팡진 연기로 각인된 김지수가 만난 멜로 ‘로망스’(제작 LJ필름).16일 개봉하는 영화는 두 배우의 조합이 심상찮은 상승효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정통 멜로물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정조는 비감(悲感)이다. 포스터 카피(‘나는 이 사랑에 목숨을 걸었다’) 그대로 남녀 주인공이 운명적으로 다가온 사랑을 목숨으로 맞바꾸는 이야기 얼개이다. 비감멜로에 던져진 남녀는 온전한 곳 하나 없는 상처투성이의 삶을 견디고 있다. 강직한 성격 탓에 조직에서 소외되고 아내에게까지 버림받은 형사 형준(조재현)이 그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여자 윤희(김지수)를 경찰서에서 우연히 만난다. 부와 권력을 한손에 거머쥔 남편이지만 병적인 집착과 폭력에 갇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윤희에게 상처를 쓸어주며 다가오는 형준은 순식간에 사랑의 존재로 발전한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사랑 말고는 구원을 얻을 수 없는 남녀의 만남은 빤히 파국이 읽힌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위기의 로맨스가 된다. 권력자 남편의 눈을 피해 나누는 위태로운 밀애, 남녀를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권력의 횡포가 드라마의 골간이 되어 시종 불안한 파열음을 빚는다. 상처받은 영혼이란 공통점을 빼고는 모든 것이 극대비되는 남녀의 캐릭터가 멜로의 입체감을 살린다. 세상과 타협하지 못해 밑바닥 삶을 택하는 조재현의 거친 캐릭터, 웃음 한번 없이 절제된 슬픔을 연기하는 김지수의 가녀리고 애처로운 캐릭터가 상반된 질감으로 드라마에 요철을 만든다. 그러나 이전에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향미의 멜로를 고대한다면 아쉬울 대목들이 많다. 너무 많이 봐온 탓에 다음 대사까지 유추할 수 있을 전형적 설정들이 특히나 난감하다. 권력에 빌붙어 형준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경찰서 내부의 적, 음모에 맞서 형준을 우정으로 지켜주려는 동료(기주봉 장현성) 등의 캐릭터는 형사액션물의 모범답안을 그대로 베껴온 듯하다. 각자의 위치에서 두려움 없는 사랑을 연기하는 두 배우의 ‘개인 플레이’는 흠잡을 데 없이 화려하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목표인식을 전혀 다르게 하고 있다는 뜨악함을 안기는 것도 이 영화의 단점이다. 김지수는 멜로를, 조재현은 액션을 찍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건 아무래도 요령부득이다. 목숨을 버릴 만큼의 격정적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면, 감독은 관객을 (액션이 아닌)심리적으로 압박해야 하지 않았을까.‘그렇다치고’ 덮어줘야 하는 우연이 남발되다, 후반부의 과도한 액션이 멜로라인을 잠식해버리는 한계가 아쉽다. 문승욱 감독은 ‘이방인’‘나비’ 등의 장편영화를 연출했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원탁의 천사’ 크루즈 촬영현장을 가다

    ‘원탁의 천사’ 크루즈 촬영현장을 가다

    여러모로 포인트가 있어 뵌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강영규(임하룡)는 아들 원탁(이민우)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천사(김상중)에게 부탁한다. 천사는 영규의 소원을 들어주는데 그만 고등학생 하동훈(하하)의 몸에다 영규의 영혼을 넣는 실수를 한다. 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도 몸을 빌리는데 하필이면 그 몸이 조폭두목(장석조)이다. 여기서 ‘아들과 친구가 된 아버지’,‘조폭두목이 된 천사’가 완성된다. 부적절한 상황에다, 겉과 속이 정반대인 캐릭터에다, 개성있는 배우들까지 모였으니 출발은 좋다. 여기다 뒤늦게 곁에 있던 친구가 사실은 아버지임을 깨달았을 때, 그 순간의 감동 또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동시에 걱정도 된다. 대개 이런 영화는 깔끔하지 못한 잡탕으로 끝나기 십상이어서다. 7월 개봉을 앞두고 촬영이 한창인 영화 ‘원탁의 천사’(제작 시네마제니스)가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크루즈 여객선 안에서의 촬영현장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 목표는 ‘세대공감’ 이번 촬영분량은 모든 사실을 깨달은 인물들이 화해와 화합을 위해 가족여행을 갔을 때 생긴 에피소드들. 무대에 오른 원탁과 동훈은 ‘최첨단 가수’임에도 설운도의 ‘상하이 트위스트’에 맞춰 막춤 트위스트를 신나게 춘다. 엄마(김보연)와 춤추려는 원탁을 자꾸만 밀치는 동훈. 친구 어머니가 아니라 마누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엄마와 블루스를 추는 동훈에게 영규가 오버랩된다. “외국에는 ‘빙의’를 통해 가족애를 그려낸 영화가 많지만 우리에겐 없다.”(김상중)지만 왜 이런 영화를 생각했을까.‘자카르타’와 ‘피아노 치는 대통령’ 등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권성국 감독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아름다운 인생’을 보면서 가족애를 재미있게 표현해낼 수 있는 영화를 연출해보고 싶었다.”면서 “세대를 뛰어넘은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점을 봐달라.”고 말했다. # ‘무(모?)한 도전’ 눈에 띄는 배우는 역시 이민우와 하하. 이민우는 에릭(‘달콤한 인생’ 등), 김동완(‘돌려차기’)에 이어 그룹 신화 멤버 가운데 3번째로 영화에 도전한다. 가수 출신 배우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 때문인지 무척이나 자세를 낮추면서도 연기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이민우는 “무대와 촬영은 마음 속 희열감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하 역시 ‘연애술사’와 ‘투사부일체’에 이번에 처음으로 비중있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나 코믹한 이미지가 워낙 강해 ‘아들의 친구가 되어버린 아버지’는 잘 표현하겠지만 아버지로서의 고민은 어떻게 연기해 낼지도 주목된다. 이들 두 배우에게 이번 영화가 ‘무한(無限)’ 도전이 될지 ‘무모한’ 도전이 될 지가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일단 권 감독은 합격점을 내렸다. 특히 이민우에 대해 “나도 주변에서 걱정과 우려를 많이 들었다.”면서 “그러나 눈물 연기를 할 때 모든 스태프가 함께 울었을 정도로 노력은 물론, 연기력 또한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엄마역을 맡은 김보연 역시 “민우는 ‘코믹과 감동’, 하하는 ‘친구와 아버지’라는 이중적인 대목을 소화해 내야 해서 상당히 힘들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든 촬영을 즐겁게 잘 하고 있어서 놀랍다.”고 전했다. # 눈에 띄는 조연들 영화 ‘원탁의 천사’는 이 외에 다양한 개성파 배우들이 나온다. 김상중은 출소 뒤 조직재건에 나서지만 ‘겨우’ 길거리 폭주족들에게 맞아죽을 뻔한 조폭 두목이고, 아들과의 재회를 앞두고 어이없이 죽어버리는 강영규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제2의 배우인생을 시작한 임하룡이 맡았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췄던 김보연도 엄마 역으로 나오고,GOD 손호영의 누나로도 유명한 손정민도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스크린에 선보인다. 오사카(일본)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임영숙칼럼]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임영숙칼럼]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삼성의 8000억원 사회헌납에 대해 3개 시민단체가 합동 논평을 낸 바 있다.“삼성은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을 통해 투명경영,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사회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업책임을 위한 시민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환경정의가 낸 이 논평은 거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허공의 메아리처럼 사라졌다. 지속가능성 보고서(GRI보고서)는 기업의 종합성적표와 같은 것이다.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비재무적 성과, 즉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인권 노동 등 사회적 성과와 환경적 성과도 밝혀 기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어느정도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기업책임시민연대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 요구를 위한 주주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이 운동의 대상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이다. 소액주주운동 차원에서 두 기업의 관련 임직원과 면담하고 주주총회에 참석해 보고서 발간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이 운동이 바위에 달걀던지기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도 번역된 책 ‘메가트렌드 2010’(패트리셔 애버딘 지음)은 영혼이 있는 기업의 승리,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 사회책임투자시대 등을 향후의 거대흐름으로 예상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달 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국제 동향과 우리 기업의 과제 세미나’는 기업의 관련분야 실무진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첫 발걸음이다. 지속가능경영은 현재 국내에서 혼용되고 있는 윤리경영, 투명경영,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등의 개념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즉 지속가능경영은 목표이고 그 수단이 윤리경영, 투명경영,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을 기업가치제고의 중요한 전략으로 삼아 적극 도입하고 있다.2005년 7월 현재 세계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은 750개에 이른다. 한국은 포스코 대한항공 삼성SDI 등 14개 기업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한국이 낙오될 위험성도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08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사회책임(SR)지수 국제 표준(ISO26000)을 발간할 계획이다. 이 표준안이 제정되면 WTO,OECD 등 국제기구들의 참여아래 SR라운드로 확대되어 투자와 기업간 거래에 중요한 지표로 쓰일 수 있다. 모든 국가와 기업은 싫든 좋든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 기업인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부 등 물질적 기여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경제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경제교육 등 홍보활동보다 사회책임을 다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지속가능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비용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 정부도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지속가능경영 확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속가능 경영의 법제화, 정부차원의 전담조직 구성, 우수기업에 대한 세금 및 금리우대 등 인센티브와 포상제도 마련, 사회책임 투자 활성화,ISO 26000에 대한 대응 등 다각적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 환경 분야에 치우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도 중장기적으로 확대개편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정착은 바로 국가의 지속가능발전으로 이어진다. ysi@seoul.co.kr
  •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내몸을 깨어나게 하라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내몸을 깨어나게 하라

    발 뒤꿈치로부터 머리까지 몸의 후면은 paschim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서쪽’을 의미한다. 이 아사나는 척추를 길게 뻗어 생명력이 몸의 각 부분으로 흘러 들어가게 한다. 무릎 위에 이마를 내려놓는 자세는 활동적인 전두부를 진정시키고 명상적인 후두부를 고요하면서도 깨어 있게 만든다. ◆주의 사항:천식 발작 중이나 발작 직후에는 이 아사나를 수련하지 않는다. 설사가 있을 때도 이 자세를 피한다. 무릎 뒤쪽의 근육이 파열될 수도 있으므로 넓적다리를 마루에서 떨어지지 않게 한다. 1. 다리를 모으고 정면으로 곧게 편다. 손바닥을 엉덩이 옆 마루에 놓고 손가락은 발을 향하게 한다. 손을 똑바로 펴고 등은 꼿꼿이 세운다. 이 자세를 단다아사나라 부른다(사진1). 앉아서 행해지는 모든 자세의 기본이다. 2. 심호흡을 몇번 한 뒤, 두 손을 서로 마주보게 하면서 머리위로 팔을 쭉 뻗는다. 이때 척추를 위로 쭉 뻗는다. 3. 숨을 내쉬며 팔을 발을 향해 뻗는다. 왼손 엄지손가락과 둘째, 셋째 손가락으로 왼발의 엄지발가락을 꽉 잡는다. 오른쪽도 같은 자세를 취한다. 넓적다리를 마루 위로 누른다. 효과적으로 뻗기 위해 넓적다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종아리에 가해지는 것보다 더 강해야 한다. 4. 척추를 완전히 신장시키고 등을 오목하게 하고 천장을 바라본다. 허리의 양 옆으로부터 앞으로 쭉 뻗는다(사진2). 5. 초보자나 발가락을 잡을 수 없는 경우 벨트를 두 발바닥에 걸고 양손으로 벨트 양쪽을 잡는다. 마루 위에 넓적다리를 평평하게 놓도록 주의를 집중한다. 넓적다리가 마루에 떨어져 들어 올려지지 않게 한다(사진3). 6. 반드시 엉덩이 뼈의 안쪽을 깔고 앉으며 체중이 양쪽에 고르게 분산되게 한다. 두 엉덩이를 완전히 마루에 밀착시키고 왼쪽 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잡는다. 7. 숨을 내쉬며 등 아랫부분에서부터 몸을 앞으로 굽히고 척추를 평평한 상태로 유지한다. 허리의 양 옆으로부터 앞으로 쭉 뻗는다. 먼저 이마를 무릎 위에 내려놓은 다음 정강이를 향해 이마를 민다. 팔꿈치를 넓히면서 들어올리되 마루 위에 팔꿈치가 마루에 닿아서는 안 된다. 이 자세를 1분간 지속한다(사진4). 초보자의 경우:정강이 위에 접은 담요를 올려놓고 그 위에 이마를 얹는다. 8. 이 자세에서 고급단계로 나아가기: 몸을 굽힐 때 횡격막을 빵 반죽처럼 말랑말랑한 상태로 유지한다. 더 효과적으로 뻗기 위해서 머리를 낮출 때 횡격막을 가슴에 더 가까이 가져간다. 가슴의 전면이 이 자세의 ‘뇌’에 해당한다. 의식적으로 마음을 자세 안으로 가라앉힌다. 9. 숨을 들이쉬며 머리, 몸통을 일으켜 세운다. 효과:심장에 휴식을 주고 마사지한다. 부신을 진정시킨다. 신장, 방광, 췌장을 조절한다. 간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소화기를 개선한다. 발기부전 치료에 도움을 준다. 난소, 자궁, 그리고 전체 재생기관을 자극한다. 다이어트에 효과가 크다. 요가교실:요가의 체계는 BC 200년경 성자 파탄잘리가 요가를 통합, 정리하고 체계화시킨 요가 경을 근거로 하고 있다. 요가의 올바른 수행방법은 올바른 목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파탄잘 리는 영혼을 탐색하기 위한 요가의 8단계를 제시했다.
  • 17일 개봉 ‘브이 포 벤데타’

    17세기 영국, 제임스1세의 독재에 저항하려 의회를 폭파하려다 사형당한 ‘가이 폭스’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이 ‘가이 폭스’의 부활, 그것도 성공적인 부활을 다룬 영화가 바로 17일 개봉하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다. 주인공은 이름부터 미스터리한 ‘V’. 행여 살점 하나 드러날까 온 몸은 검은 옷으로, 얼굴마저 기묘한 표정의 ‘가이 폭스’ 가면과 가발로 완벽하게 가렸다. 물론, 검은 옷 속의 육체는 초인적 힘을 지녔다. 그런 V가 내뱉는 대사의 절반은 윌리엄 블레이크, 셰익스피어 같은 작가들의 아름다운 글귀들이다. 왜 이런 인물을 설정했을까.3차세계대전 뒤 미국을 제치고 다시 제국으로 등장한 2040년 영국이 배경이어서다. 이 영국, 어째 정상적이지 못하다. 통행금지가 있고, 사전검열과 금지곡·금지도서가 있고, 불법도청이 난무하고, 거짓 소식만 내보내는 뉴스가 있다. 당·정·군부의 삼위일체에다 타락한 사제까지 이를 뒷받침한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변태적 독재국가가 된 것.20년 동안 준비해 영국을 민중혁명으로 붕괴시키려는 사람이 바로 자유로운 영혼의 V인 셈이다. 1981년부터 연재된 원작만화 자체가 대처와 보수당 무리들을 파시스트로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는 파시즘에 대한 비판을 곳곳에 깔아놨다. 십자가를 변형한 상징물이 등장하는 것이나, 배경은 영국인데 수상을 ‘프라임 미니스터’(Prime Minister) 대신 독일식 ‘챈슬러’(Chancellor)라 부르는 것이나, 하필 그 챈슬러 이름이 히틀러와 비슷한 ‘셔틀러’인 점 등이 그렇다. 동시에 이야기의 실마리는 V가 예전에 갇혔던 수용소다. 아우슈비츠를 떠올리건, 관타나모 혹은 아부그라이브를 떠올리건, 멀리 갈 것 없이 우리의 삼청교육대를 떠올리건, 그건 보는 사람 마음이다. 다만,‘매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각색하고,‘매트릭스’ 조연출인 제임스 맥티그가 연출하고,‘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 휴고 위빙이 V역을 맡았다 해서 ‘매트릭스’와 바로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매트릭스’가 거대한 버라이어티쇼였다면,‘브이 포 벤데타’는 ‘벤데타’(피의 복수)라는 제목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소박한 우화에 가깝다. 더구나 선명한 주제의식은 영화를 빛나게도 하지만, 때론 짐이 되기도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슈퍼맨·스파이더맨 같은 ‘∼맨’류의, 미국식 영웅물의 아류작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예로, 이 영화를 위해 실제 삭발했다고 화제를 모았던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이비’는 관객에게 V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에 머무르고 만다.15세 이상 관람가.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78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녀주연상 호프먼·위더스푼

    ‘아카데미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남녀주연상. 올해 오스카는 덜 화려하지만 향기가 짙은 꽃을 선택했다. 남녀주연상을 받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리즈 위더스푼. 유명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전기를 그린 ‘카포티’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호프먼,‘앙코르’에서 컨트리 가수 자니 캐시의 여인 존 캐시 역의 위더스푼 모두 빼어난 외모보다는 진정한 연기력으로 평가를 받았다. 둘 모두 평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첫 노미네이트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은 저력의 주인공이 됐다. ‘카포티’로 이미 골든글로브와 LA비평가협회상, 미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 등을 받으며 주목받아온 호프먼은 오랫동안 만년 조연의 딱지를 떼지 못했다.‘여인의 향기’‘트위스터’‘부기 나이트’‘매그놀리아’‘리플리’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든든한 조연으로는 인정받았으나, 스크린 전면에 나설 기회는 없었다. 최근 미국 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사형제도를 고민하는 영화에 주인공을 열연한 그는 수상소감에서 “사랑”과 “감사”의 단어를 반복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어머니가 보여준 연극을 보고 배우를 꿈꿨다.”며 영광을 어머니에게 돌려 박수갈채를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금발이 너무해’로 스타덤에 올랐으나, 위더스푼이 몇년 뒤 오스카 최고의 여배우가 되리란 상상을 누가 했을까. 할리우드 스타의 전형과 거리가 먼 왜소한 체형에, 귀여운 이미지 이상의 캐릭터로 좀체 도약하지 못할 것 같던 그녀였다.‘앙코르’에서 자니 캐시의 영혼을 구원하는 애인으로 직접 노래까지 부르며 열연했다. 배우 라이언 필립과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두는 등 할리우드에선 보기 드물게 건강한 가정을 꾸리는 스타로 소문난 위더스푼은 “컨트리 가수의 꿈을 이루게 해준 영화에 감사한다.”며 기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3색 푸가 몸의 변주

    3색 푸가 몸의 변주

    전세계 유명 안무가들이 활동의 본거지로 삼고 있는 ‘무용도시’ 리옹의 자존심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이 ‘세 개의 푸가’를 들고 한국을 다시 찾는다.1988년 국립극장 무대에서 현대발레와 함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신(新)탱고(Tango nuevo)를 선보이고 떠난지 18년만이다. 공연은 11일(오후 7시)·12일(오후 4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과 15·16일 오후 8시 고양어울림극장. 21세기 표현주의 발레를 표방하는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은 탄탄한 발레 테크닉을 바탕으로 현대춤의 표현 영역을 넓혀온 유럽 무용의 메카다.1687년 두 명의 무용수로 출발한 뮤직 아카데미에서 지금은 현대춤과 발레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발돋움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자샤 발츠, 안네 테레사 더 케에르스매커, 마기 마랭 등 여성 안무가 3인이 저마다 푸가음악을 사용해 만든 무용을 선보인다. 세 거장들의 공통된 소재는 푸가. 슈베르트·베토벤·바흐의 푸가를 각각 춤으로 풀어낸다. 그런 만큼 이들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푸가의 형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푸가는 주제가 되는 선율이 우선 한 파트만 진행되고 이어 두번째 파트가 이에 응답해 주제를 모방하며 등장한다. 다음 파트 역시 주제를 진행시키고 뒤따르는 파트가 거기에 응답하는, 주제와 변주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돌림노래라 할 수 있는 ‘캐논’과는 구분된다. 대표적인 푸가 곡으로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모음곡, 토카타와 푸가 d단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여성 안무가 3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자샤 발츠, 안네 테레사 더 케에르스매커, 마기 마랭이 그들이다. 피나 바우슈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탄츠 테아터 안무가로 평가받는 자샤 발츠는 ‘코스모나우텐 거리에서’‘육체’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 이번에는 2006년 신작 ‘환상(Fantasie)’을 내놓는다. 슈베르트의 숭고한 영혼이 담긴 멜로디를 통해 인간의 숙명인 우울함의 정조(情調)를 표현한다.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안무가이자 벨기에를 ‘현대무용의 성지’로 끌어올린 주인공 안네 테레사 더 케에르스매커가 보여줄 작품은 ‘대푸가’(Die Grosse Fugue). 베토벤의 푸가는 그의 말기작품으로 발표 당시에는 “청력을 상실한 뒤 작곡해 너무 난해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후에는 인간의 치열한 고뇌를 다룬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케에르스매커가 표현해내는 ‘대푸가’ 역시 베토벤이 겪었을 법한 창조적 고통의 흔적을 아련하게 보여준다. 마기 마랭은 2003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자신의 안무작 ‘박수만으론 살 수 없어’로 전석 매진을 기록,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통해 부르주아에 대한 유쾌한 풍자를 시도한다. 작품 제목은 ‘그로스란트(Grossland)’. 육중한 체구를 표현해내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의상을 입은 발레리나들의 뒤뚱거리는 모습이 진지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번에 공연될 ‘세 개의 푸가’는 각각 독립된 작품이지만 전체적으론 한 편의 연작을 보는 느낌이라는 것이 발레단측의 설명이다. 입장권 1만∼7만원(고양 공연에는 1만원석 없음).1588-7890,1544-1559.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6일 첫 방송 MBC ‘소울메이트’

    6일 첫 방송 MBC ‘소울메이트’

    이 세상 어딘가에 내가 그토록 찾아온, 나의 잃어버린 영혼의 반쪽이 살고 있다면? 그리고 우연히 그 영혼의 짝과 마주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6일 첫 방송되는 MBC 주간시트콤 ‘소울메이트’(연출 노도철, 극본 조진국)는 결혼을 앞둔 20∼30대가 한번쯤 생각해 봤을 ‘천생연분 찾기’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적인 결혼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하는 본격 성인취향 시트콤이다. 결혼정보회사가 넘쳐나고 조건만 따지는 맞춤식 결혼이 많아진 요즘, 이성간 너무 다른 연애심리와 애정기술을 생생히 다룸으로써 진정한 짝을 찾아나서는 연애이야기가 초점이다.‘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1·2를 만든 노도철 PD·조진국 작가 등 제작진은 모두 미혼으로, 짝을 찾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장담한다. 노 PD는 “다들 결혼을 못하고 있어 우리가 가장 관심 있고,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왓 위민 원트’나 ‘히치’ 등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판타지 장치는 물론, 매회 남녀간 다른 연애심리를 바탕으로 젊은이들의 기발한 상상과 솔직한 생각들이 펼쳐진다. 제작진의 말대로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싫은 남자를 한 방에 보내는 법, 맘에 드는 남자를 유혹하는 법, 상처 주지 않고 애인과 헤어지는 법 등…. 서로 다른 연애심리를 보여줄 주인공들의 캐스팅도 예사롭지 않다. 바람둥이 작업남 ‘동욱’은 신동욱이, 정의파이지만 엉뚱한 ‘수경’은 이수경이,5년째 ‘수경’의 애인이지만 유혹에 빠지는 순진남 ‘필립’은 최필립이 맡았다.‘필립’을 유혹하는 작업걸 ‘민애’로는 장미인애가 출연하며,‘민애’의 룸메이트이자 내숭형 요조숙녀 ‘유진’은 사강이 맡았다. 이와 함께 ‘민애’의 쿨한 남자친구 ‘료헤이’역에는 던킨도너츠 CF로 알려진 오타니 료헤이가,‘동욱’과 ‘료헤이’의 선배이자 자유연애주의자 ‘정환’역은 정환이,‘수경’과 ‘유진’이 근무하는 신문사 선배로 파혼 경력의 노처녀 ‘미진’은 개그우먼 김미진이 맡았다. 이들이 엮는 연애이야기 속에서 소울메이트임을 깨닫는 ‘동욱’과 ‘수경’의 만남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32년째 고국 떠도는 일제 징용자 영혼들

    32년째 고국 떠도는 일제 징용자 영혼들

    경남 함안에 살던 이대운씨는 1940년 일본 후쿠오카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다 그곳에서 해방을 맞았다. 국내에 아무런 생활기반이 없던 이씨는 현지에서 노역생활을 계속하다 1960년을 전후로 사망, 한 사찰에 유골로 안치됐다. 지난해 8월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는 우연히 이씨의 유골을 발견, 어렵게 수소문한 아들·딸에게 유골 인수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들이 가정형편을 이유로 인수를 거부하면서 이씨 유골은 아직도 일본에 있다. ●72위 유족은 유골 고국 송환 사실도 몰라 3·1만세의 염원대로 조국은 해방 61년을 맞았지만 많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이씨처럼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다. 부산 영락공원에 잠들어있는 강제징용 희생자 271명이 대표적이다. 영락공원에는 희생자들의 유골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안치돼 있다. 정부는 1974년 2월 일본으로부터 한국인 징용 희생자 2083명의 명부를 받아 이 가운데 1차로 유족이 확인된 911명의 유골을 같은 해 12월 국내에 봉환했다. 하지만 유골이 막상 국내에 들어오자 640명만 유족이 나타났고, 나머지 유골은 나서는 사람이 없어 30년 이상 방치돼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 4월 발족 직후 영락공원내 271위에 대해 유족찾아주기 활동을 폈다. 그 결과 163위의 유족이 확인됐으나 나머지 108위는 유족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163위의 유족들 중 91명은 74년 유골이 송환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찾지 않고 있었으며,72명은 송환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현재 80명의 유족들이 유골인수를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일 정부 유족에 4만원 부조금이 전부 방치된 유골이 많은 것은 유족들의 무관심에 더해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기 때문이란 게 위원회의 분석이다. 위원회 유해팀 장석경 계장은 “기억에도 없는 할아버지·삼촌의 유골을 찾아가라고 하면 대개들 반응이 시큰둥하다.”면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보상금은 둘째 치고라도 유골운구에 드는 비용이라도 정부에서 대줘야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이라는 게 확인돼도 보상은 없다.74년 당시 유골을 찾아간 유족에게 한국과 일본정부가 각각 2만원씩 향전금(부조금) 4만원을 전달한 것이 전부였다. 또 지난달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된 뒤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사망자 유족에 대한 보상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들에게 보상금이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부분 손자나 조카뻘이어서 보상 유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장 계장은 “어렵게 모셔온 유골이 조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원회 홈페이지(www.gangje.go.kr)에 접속하면 영락공원내 유족 미확인 108위를 포함, 일본 유텐지(사찰)에 안치돼 있는 한국인 희생자 1135위의 유골 명부를 확인할 수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갤러리, 봄이 내려앉다

    봄은 이미 갤러리에서 시작되었다. 회색 도시와 마른 들판은 아직 겨울빛 그대로지만, 전시장들 문턱 너머엔 성급한 봄 기운이 넘실거린다. 전시장의 봄은 단순한 서정과 낭만의 봄이 아니다. 문명비판적 사유가 담겨 있는가 하면, 엄동설한을 꿰뚫고 나오는 인고의 미학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인 오세영과 화가 오세영이 합작한 ‘바이러스로 침투하는 봄전’은 자연 서정적 문명비판을 담은 시화전이다. 새달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02-310-9528)에서 열린다. 전시를 앞두고 만난 오세영 시인은 “정반합의 변증법이 아닌 조화 혹은 중용의 정신이야말로 비극으로 얼룩진 우리 시대, 논리가 지배하는 물질문명의 비리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 시인은 이번 전시를 위해 이같은 사유를 담은 시 30편을 엄선했고, 오세영 화가가 이를 이미지화했다. ‘잘 자란 보리밭아/이제 너는 농부의 그 고운 땀조차 받기를 꺼리는 구나. 괭이를 움켜진 그 싱싱한 힘조차…제초제가 김매기를 대신하는 밭둑엔/들꽃하나 피지 않는데/유전자가 조작된 보리들만 잘 자라 무성하구나…. 이같은 봄은 시인 내면도 마찬가지여서 그는 이를 ‘한 문장의 이랑도 컴퓨터 없이는 갈지 못하는 내 원고지의 빈 들’이라고 표현한다. 오세영 화가는 오 시인의 이같은 인간과 문명의 내면적 탐구를 파스텔톤의 색채와 추상, 혹은 반추상으로 담아냈다. 그는 “동양적 사유와 함께 생을 살아온 오 시인의 시어들이 스크린의 영상처럼 떠올라 이미지화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한다. 서울 청담동 아미화랑(02-514-9292)에선 프랑스 구상미술을 대표하는 중견작가 샤흘르 벨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5일까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채와 과일, 발코니의 화초, 들판의 꽃 등 그가 택한 소재는 결코 새롭지 않다. 그러나 이들을 담아낸 작가의 붓끝엔 알 수 없는 영혼의 깊이가 실려 있다. 샤흘르는 엄밀한 의미의 원근법이나 사물에 대한 정교한 묘사를 무시하고, 어떤 이야기도 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붓이 캔버스를 빠르게 휘젓고 다닌 흔적과 속도감을 품은 화폭에선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를 작가는 ‘삶의 에너지’라고 설명한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경기도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에선 ‘바구니와 꽃의 작가’로 알려진 정란숙의 ‘봄, 그리고 그리움’전이 열리고 있다. 리앤박(031-957-7521)에서 3월31일까지. 정란숙은 1981년 프랑스 르 살롱전에서 ‘승’(承)이라는 작품으로 금상을 수상한 작가로, 이후 전통과 현대성의 조화를 부단히 모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주요 작품소재는 광주리와 꽃, 반지고리, 조각보, 수저집, 노리개 등등. 전통적인 한국여성들이 일상에서 쓰던 소재들이다. 하지만 작품들엔 이처럼 단순한 전통적 아름다움의 사실주의를 뛰어 넘어 이를 현대적 조형성으로 승화시키는 치열한 작가 정신이 흠뻑 배어 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Book&Life] ‘삼국유사 특별전’ 고품격 상상 이벤트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택하리라.”라고 공언한 바 있다.‘삼국사기’가 유교사관에 입각한 정통사서라면,‘삼국유사’는 불교사관에 따른 대안(代案)사서다. 무엇이 ‘삼국유사’를 그토록 특별한 책으로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우리 고대사 연구에 없어선 안될 귀중한 자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고조선·삼한·사군·부여·가야·발해·후삼국에 대한 기록은 물론 고대문학 연구의 값진 자료인 14수의 향가는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요컨대 ‘삼국유사’는 한국학 연구의 핵심 사료인 것이다. 독서시장에는 이미 여러 버전의 ‘삼국유사’가 나와 있다. 최근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서해문집)가 나온 데 이어 현암사에서는 ‘어린이 삼국유사’를 펴냈고 2002년 처음 선보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의 개정판도 내놓았다. 나아가 현암사는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특별전’(3월24일까지)까지 열어 출판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물론 올해가 ‘삼국유사’를 쓴 고려 선승 일연이 탄생한 지 800주년이 되는 해임을 감안한 행사다. 기존의 박물관 전시가 유물을 기본으로 한 것인데 비해 ‘…삼국유사 특별전’은 순전히 ‘상상’을 기반으로 한 ‘유물 없는’ 전시다. 알다시피 ‘삼국유사’에 관한 유물은 별로 없다. 그러면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전시는 700여년 전에 씌어진 ‘삼국유사’가 어떻게 이처럼 오랜 세월 의미있는 역사책으로 남아 있는지, 한 권의 책이 어떻게 지난 100년간 한국학 전반에 걸쳐 집중 조명을 받아왔는지 등의 궁금증을 그래픽아트, 사진, 영상, 연극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풀어본다. ‘…삼국유사 특별전’은 현암사가 창업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것. 경품 제공이나 저자 사인회 등 책 홍보 차원의 평면적인 행사는 많지만, 고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이같은 문화횡단적 이벤트가 마련되기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 현암사의 형난옥 대표이사 전무는 “전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한 공간에서 종합적으로 ‘책’을 읽도록 유도함으로써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독자와 함께 하는 출판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 사재기 파동의 여진이 여전한 가운데 마련된 이번 전시는 ‘고품격’ 출판마케팅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사재기도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강변하는 사이비 출판인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이 전시에 담긴 의미를 곰곰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출판이란 이윤을 창출하는 제조업인 동시에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다루는 ‘문화사업’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임영숙칼럼] 딸 키우는 어머니 마음으로

    [임영숙칼럼] 딸 키우는 어머니 마음으로

    성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태도는 매우 불합리하다.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 받고 고개 숙이며 가해자는 당당하다. 피해자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 식이다. 이 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인격살인이다. 어린이 성폭력의 후유증은 더 심각하다. 피해 어린이의 영혼을 파괴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할 경우 성에 대한 극도의 회피나 집착을 보이고 스스로 성범죄자가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그 부모와 가족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엄청난 충격과,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으로 부부 이혼 등 가정이 파괴되는 사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끔찍한 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대처가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최근 서울 용산의 한 초등학생이 성범죄 전과를 지닌 이웃 가게 주인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후 살해 유기된 사건이 발생하자 갖가지 재발 방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화학적 거세에서부터 전자팔찌 제도 도입, 주거제한, 성범죄자임을 알리는 문패달기, 야간 통행금지, 처벌 및 신상공개 강화, 공소 시효 연장 또는 소멸 등.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개선도 필요하지만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 변화가 시급함을 일깨운다.“법과 제도 개선에 앞서 현행 법이라도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말했다. 오랫동안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해 오면서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겪었으면 그런 발언을 했을까. 초대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지낸 강지원 변호사의 말은 더 뼈아프다.“재물을 빼앗은 강도죄에 대해선 집행유예 판결을 잘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인격을 파괴하는 성범죄에 대해선 돈 몇푼 주면 집행유예가 나는 관행이 있다. 남성 재판관들이 성범죄로 고통 받는 피해자의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달달달 공부만 해 책상머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사법부 일원이 돼서, 불쌍한 이들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감수성이 부족하다.” 이번 초등생 살해사건의 범인도 집행유예로 풀려나 두번째 성범죄를 저질렀다. 법정에 가기전 경찰 수사과정에서도 성범죄 피해자들은 잘못된 사회통념 때문에 큰 고통을 겪는다.“이럴 줄 알았으면 고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피해자들은 후회한다. 성범죄 피해자의 90% 이상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사건을 묻어버리는 이유다. 딸을 키우는 어머니 마음으로 성폭력 피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찰이나 법관이나 다양한 제도개선책을 입안할 정부 당국자나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 미흡한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는 우리 사회의 그런 감수성 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국민계도’ 차원의 범죄백서 수준으로 만들어져 고위험군 성범죄자의 형 확정 당시 이름과 나이, 시·군·구까지만의 주소, 직업 등만 6개월 공개되다가 만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이 제도의 개정안도 범죄 예방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두고 가해자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남성주의적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딸 가진 부모라면 성범죄 전과자가 자기집 주변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경찰도 이 정보를 등록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피살된 허양의 어머니는 호소했다.“내 아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심정으로 대책을 마련해 달라. 딸의 죽음이 씨앗이 되어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고. 논설 고문 ysi@seoul.co.kr
  • ‘성추행 피살’ 초등생 장례식 울음바다

    “그 순간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도대체 저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무참히…. 못다한 삶, 저 세상에서만큼은 행복하길….” 열한살 어린 영혼이 떠나는 길 앞에 어느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흩뿌리는 가랑비에 섞인 가족의 오열만이 슬픔과 분노를 말해주는 듯했다. 동네 아저씨에게 성추행당하고 목숨까지 잃은 초등학생 허모양의 장례식이 22일 오전 6시 경기도 고양시 관동대 명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소녀의 처참한 죽음을 애도하는 유족과 조문객 등 50여명은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허양의 명복을 비는 발인제에 이르자 식장은 마침내 울음바다가 됐다. 허양의 유해는 발인제가 끝난 뒤 유족·조문객과 함께 오전 7시10분 허양이 다니던 서울 용산구 금양초등학교 교정을 찾았다. 교장 선생님 등 교직원 50여명이 두 줄로 늘어서 정문으로 들어오는 운구차를 맞았다. 운동장에는 방학인데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친구들과 학부모 200여명이 찾아와 허양의 마지막 등교를 지켜봤다. 학교를 떠난 허양의 유해는 경기 고양시 서울 벽제 화장장으로 옮겨져 유족의 오열 속에 한줌 재로 변했다. 분홍색 웃옷을 입고 안경을 쓴 영정 속 허양은 벌써 아픔없는 하늘나라에 도착한 듯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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