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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TV 하이라이트]

    ●라이프n조이(YTN 오전 11시35분)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단양 8경의 절경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산과 강을 유람하는 것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짜릿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레저 스포츠, 행글라이더,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해 본다. 또 충주호를 찾아 잔잔한 뱃길을 가르며 아름다운 기암절벽인 옥순봉, 강선대 등 단양 8경을 둘러본다.   ●행복의 오솔길(EBS 오전 6시20분) 어린이집에서 동화구연을하는 조송자 어르신을 소개한다. 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동심에 빠져 사는 것이 건강 비결이라는데, 젊고 활기찬 인생을 사는 그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또 일 속에서 행복과 사랑을 찾는 실버내레이터모델 김종갑·최정복 부부를 ‘2006 노인 일자리 박람회’현장에서 만나본다.   ●TV 종합병원(SBS 오전 11시) 작년 봄 간이식 수술로 건강을 되찾은 건강역전 스토리의 첫 번째 주인공 양택조씨. 간암을 이겨낸 그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병을 앓았을 당시의 상황 재연을 통해 그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알아본다. 간암을 극복한 양택조씨만의 건강관리 비법음식과 간암 예방에 좋은 음식을 공개한다.   ●두뇌발전소Q(MBC 오전 10시) 지구에서 만나는 화성, 피너클스. 사막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정체불명의 기둥들은 무려 1만 5000여개다. 혹시 이곳은 지구 속에 숨은 화성이 아닐까. 사막에 솟아난 기둥의 비밀을 밝혀본다. 선명한 분홍색의 호수, 핑크레이크. 그 색깔만큼 신비한 호수. 과연 미스터리한 분홍색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문난 칠공주(KBS2 오후 7시55분) 일한으로부터 미칠과 이혼했다는 말을 들은 설칠은 미칠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한 사실을 왜 말하지 않았냐며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당황한 미칠은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연락이 끊긴 미칠 때문에 걱정을 하던 설칠은 미칠이 쓰던 옷장을 뒤져보다 미칠의 산모 수첩을 발견하게 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10시) 1500년의 역사를 지닌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강성한 세력을 자랑하던 곳이다. 찬란한 역사에 빛나는 땅, 동 슬라브인들의 영혼이 깃든 도시,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고색창연한 매력을 따라가 본다.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

    여성성이 거세된 늙은 여인은 생산성을 잃은 존재에 지나지 않거나, 삶의 주도권을 잃은 나이 먹은 사내는 퇴역장군의 어깨에 매달린 상징뿐인 별 모양의 쇠붙이에 불가할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그의 늙음은 가히 주술적이다. 뙤약볕의 개구리처럼 끔찍하게 마른 사지 오그라든 젖통이, 눈꺼풀은 돌비늘, 눈알을 덮고 나무옹이 같은 입’이라고 참으로 암울하게 목욕탕의 어느 노파를 묘사했던 시도 있었을까. 하지만 나이는 상징일 뿐이고, 주름은 피부의 표면일 뿐이다. 가슴 안에 생생한 심장이 뛰는 한, 기회는 무한하고 청춘은 영원할지니! 56세 여자와 63세 남자가 펼치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2003년). 사실, 이 영화는 온통 판타지투성이다. 여전히 착한 몸매를 자랑하는 다이앤 키튼도 그렇고, 심술첨지 대마왕 같은 잭 니컬슨의 어린 여성 편력도 그렇고, 다이앤 키튼이 잘생긴 키아누 리브스를 놔두고 왜 배 나온 잭 니컬슨을 좋아하게 되는가를 보면 불평의 소리마저 나오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못된’ 생각과 편견을 향해 따끔한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사랑은 몸이 아닌 정신의 끌림이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 달콤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랑은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젊은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흉측하게 시든 늙은 육체로 보일지라도, 우리의 노화된 육체도 부드럽게 파고드는 사랑의 유희와 짜릿한 충일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랑스러운 몸이라는 것 등을 말이다. 그리고 교감할 수 있는 여유로운 자의 ‘영혼’까지. 자, 이쯤 되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 무엇인지 아실는지.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만난 7일간의 러브 스토리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2003년).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중년의 밥 해리스는 위스키 광고 촬영차 일본을 방문했지만, 낯선 문화와 환경에 대해 단절과 소외감을 느낀다. 또한 말이 통하지 않는 CF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와 겉돌기만 하는 아내와의 전화 통화는 그를 더 외롭고 공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제 막 결혼한 샬롯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여행을 왔지만, 막연한 불안감과 무관심한 남편에게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인생의 길을 잃고 가슴 속에 공허함만 남은 밥과 샬롯은 호텔 바에서 마주친 후 서로의 모습 속에서 자신에게 숨겨진 외로움을 발견하고, 묘하게 이끌리게 된다. 어디서도 소통하지 못한 그들이 지구의 반 바퀴를 돌고 세대의 차이를 넘어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친구로 만나게 된 것. 그 만남은 각기 잃어버렸던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가야 할 길을 되찾게 해 주는데…. 난 지금도 홀로 환갑을 맞으신 어머니의 연애를 바란다. 나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더 많은 여유와 지혜의 샘을 기대한다. 나이 어린 자들이 생각의 어림을 극복하거나, 나이 많은 자들이 자신만의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꿈꾸고 바라듯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각자마다 다른 시기이겠으나, 나이듦의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늙고 싶다. 시나리오 작가
  •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차투랑가 단다아사나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차투랑가 단다아사나

    차투르(Chatur)는 4를, 앙가(Anga)는 사지 중 하나 또는 사지의 일부분을 뜻한다. 단다(Danda)는 막대이다. 얼굴을 아래로 하고, 체중은 손바닥과 발가락으로 지탱하여 납작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숨을 내쉬며, 몸은 막대기처럼 꼿꼿한 상태로 마루와 평행을 유지한다. 1. 얼굴을 아래로 하고, 마루에 엎드린다. 팔꿈치를 굽히고 가슴 옆에 손바닥을 놓는다. 발을 약 30cm 정도 벌린다(사진1). 2. 숨을 내쉬며, 몸 전체를 마루에서 몇 인치 들어 올린다. 손과 발가락으로 균형을 잡는다. 몸을 막대처럼 뻣뻣하게 만들어 머리에서 발뒤꿈치까지 마루와 평행이 되게 하여 무릎도 단단하게 한다. 척추가 강하지 못한 사람은 먼저 이 자세로 다리를 강화한다. 바로 3번 자세를 취할 시 척추 부상의 우려가 있다(사진2). 3. 2번 자세를 숙달 시킨 뒤, 발등이 마루에 닿도록 몸을 점차적으로 앞으로 쭉 내민다. 고른 호흡을 하며20∼30초 동안 이 자세를 유지한다(사진3). 4. 위의 1번 자세로 돌아오고 긴장을 푼다. 5. 초보자를 위한 단계: 위의 1번 자세에서 가슴 옆에 목침을 놓고 손바닥을 목침 위에 올려 놓는다. 숨을 내쉬며, 몸 전체를 마루에서 들어 올린다. 몸 전체를 바닥과 평행이 되도록 유지시키며 손과 발가락으로 균형을 잡는다(사진4). # 효과:2번 자세로 다리가,3번 자세에서는 척추가 더 강해진다. 이 자세는 팔과 손목을 강화시켜 움직임을 좋게 해 주고, 또한 복부 기관을 수축하여 좋은 상태로 만든다. # 요가 교실:“마음에서 망상을 몰아내는 것이 진정한 레차카(날숨)이다.‘내가 즉 아트마(영혼) 이다.’라는 인식이 진정한 푸라카(들숨)이다. 이러한 믿음을 가진 마음의 지속이 진정한 쿰바카(숨 멈춤)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프라나야마다.”라고 상카라차리아는 말한다. *요가 보조 기구(큰 베개, 벨트, 목침 등)는 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에서 구입 하실 수 있습니다. ■ 자료제공: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 053)981-3553 www.iyengar.co.kr 아사나:김교영
  • 儒林(740)-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1)

    儒林(740)-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1)

    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1) 그러한 모습을 본 여삼은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돌아가신 사람이 누구인가를 확인해 보았다. 물어보나 마나 틀림없는 퇴계였다. 퇴계의 죽음을 알리는 흰옷들이 온 동네의 지붕 위에 펄럭이고 있었던 것이다. 두향은 여삼에게 나으리께서 언제 돌아가셨는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여삼은 다시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신기하게도 경오년 12월8일, 돌아가신 시각은 유시초였다. 12월8일이라면 닷새 전. 두향이가 낮잠 속에서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을 치마폭으로 받았던 바로 그날이 아닐 것인가. 그뿐인가. 돌아가신 시각이 유시라면 동이 속에 들어 있던 정화수가 핏빛으로 변한 사실을 발견했던 바로 그 순간이 아닐 것인가. 두향과 여삼은 곧 도산서당에 도착하였다. 빈소가 마련된 서당 주위에는 울긋불긋한 만장(輓章)들이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제자들의 기록에 의하면 이때 나부낀 만장에는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가르친 사람은 선생이셨다.(生我父母 敎我先生)’,‘선생으로부터 입은 은혜는 천지간에 망극하다.(欲報之恩 天地罔極)’라는 내용의 제문(祭文)들이 쓰여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관중(管仲)이 훗날 자신과 우정을 나눴던 포숙아(鮑叔牙)를 다음과 같이 기렸던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이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叔牙)” 육신으로서의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가르침을 통해 정신을 깨운 사람은 스승 이퇴계. 제자들은 이처럼 스승 퇴계를 영혼의 아버지로 숭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장에 쓰인 만시를 읽은 순간 두향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렇다.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사랑하여 인간으로서의 깨달음을 얻게 한 사람은 바로 나으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주고 나를 가르친 사람은 바로 나으리인 것이다. 여삼은 사당 안으로 들어가 조의를 표하였으나 두향은 차마 서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지체 낮은 자신의 신분으로 서당 안에 들어선다면 고인의 체통을 더럽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야사에 의하면 두향은 문상을 드리지 못하고 눈 덮인 산 속으로 들어가 준비했던 소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풀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유해가 안치된 도산서당을 향하여 밤을 새워 가며 망곡하였다고 한다. 망곡(望哭). 먼 곳에서 부모가 죽거나 국장을 당하면 대궐 쪽을 향해 제배를 올리고 통곡을 하는 행위. 미천한 기생 신분의 두향이었으므로 두향은 살아서도 생이별로 만날 수 없었고, 죽어서도 이렇듯 자신의 신분으로 만날 수 없는 떠도는 유령이었던 것이다.
  • 실버합창단 “인생 황금기를 노래”

    실버합창단 “인생 황금기를 노래”

    치매를 앓고 있는 아흔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최홍자(66·잠실5동) 할머니는 월요일과 수요일을 가장 좋아한다. 바로 ‘송파구 실버합창단’ 연습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비록 일주일에 이틀, 오전시간뿐이지만 최 할머니는 “노래하다보면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게 된다.”면서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1993년 10월 창단된 전국 최초의 송파구 실버합창단에서는 55∼75세 40여명의 할머니 꾀꼬리들이 노래를 하며 인생의 황혼기를 즐기고 있다. 매년 한 권씩 만들어진 교재에 수록된 20여곡의 레퍼토리를 외우다보면 치매 예방은 저절로 된다고 한다. 정기연주회를 포함,1년에 3∼4차례 무대까지 서니 또래 친구들의 부러움을 살 수밖에 없다. 송파에는 실버합창단뿐 아니라 교향악단, 민속예술단, 청소년발레단 등 무려 8개의 구립 문화예술단체가 있다. 이는 서울시와 거의 맞먹는 숫자다. 송파가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예술의 도시’임을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다. 더구나 문화예술단체는 ‘세대 맞춤형’으로 운영된다.1세대(어르신)를 위한 실버합창단과 실버악단,2세대(주부)를 위한 합창단·교향악단·민속예술단,3세대(어린이·청소년)를 위한 꿈나무리듬체조단·청소년발레단·청소년교향악단까지 다양한 세대를 위한 문화의 장이 마련돼 있다. 이런 문화예술단체는 전통문화, 정통 클래식, 경음악 밴드, 무대예술 분야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균형있는 발전도 꾀하고 있다. 창단 10∼20년째를 맞는 이들 단체의 300여명 회원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수준을 자랑한다. 각종 경연대회 석권은 물론 국내외 초청도 많아 일찌감치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모시기 힘든 단체도 적지 않다.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송파구민의 만족도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각종 시·구 행사 단골 출연은 물론 성동구치소, 청암요양원, 신아재활원 등 관내 소외단체를 직접 찾아 펼치는 ‘사랑의 문화나눔’ 공연도 굳이 기업체나 외부 단체의 도움을 빌릴 필요가 없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주민과 주민을 사랑으로 이어주는 소중한 영혼의 징검다리. 소리를 내어 말하지 않아도 멜로디와 움직임, 때론 눈빛으로 서로의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아주 특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잡았다. 21세기는 주민들의 욕구에 맞춰가는 행정 서비스시대. 송파는 문화라는 공감대를 통해 ‘누구나 행복한 도시’,‘세계 일류 도시’를 꿈꾸고 있다.
  • [인터뷰] 하늘빛 새 영혼으로 영원을 그리는 화가 - 박항률

    [인터뷰] 하늘빛 새 영혼으로 영원을 그리는 화가 - 박항률

    박항률 화백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어느 겨울날이었다. 정호승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 모닥불을 읽으면서 소녀를 실어 나르는 뗏목의 슬프고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동하여 흘러내린 눈물 방울 사이로 그의 그림은 아련하게 푸른빛을 띄며 내게 다가왔다. 어디선가 겨울 강가에 피어오르는 모닥불을 보시면 소녀를 기다리는 내 기다림이 타오르는 것이라 생각해 주세요.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단발머리 소녀는 뗏목의 이 애절한 마음을 알고 있을까? 이렇게 나는 모닥불을 통해 박항률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번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바람 때문이었을까? 지난 4월 성북동 길상사에서 우연히 화가 부부를 만났고 청담동에 있는 그의 화실로 초대를 받았다. 고은별 |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요함 속에 어떤 애수(哀愁)가 느껴져 옵니다. 그림은 작가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 아련한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박항률 | 1994년부터 명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제가 경험한 죽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시골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사촌 여동생을 만났는데 저보다 한 살 어린 박금란이라는 이름의 소녀입니다.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사촌 여동생이 중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제가 객지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요. 서울로 올라올 때 동생도 같이 와서 무학여고를 다녔는데 곱사병을 앓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촌 여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습니다. 고은별 | 작품 속의 주인공이 바로 그 소녀일 수도 있겠네요. 박항률 | 어떤 그림에서는 나오지요. 두 번째는 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것이에요. 대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제게는 큰 슬픔이었습니다. 고은별 | 명상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시는데…. 박항률 |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데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그리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도화녀와 비형랑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신라 진지왕이 길을 걸어가다 소문으로만 듣던 아름다운 도화녀을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왕이 도화녀를 유혹하지만 도화녀는 유부녀였기 때문에 왕의 청을 거절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깊었던 진지왕은 도화녀에게 남편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녀를 그리워하다 왕이 먼저 죽게 되지만 남편이 죽은 후에 진지왕의 혼이 도화녀를 찾아와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며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뒤로 도화녀가 아기를 낳게 되는데 그 아기가 바로 비형랑입니다. 비형랑은 귀신을 잘 다룹니다. 고은별 | 진지왕이 도화녀를 얼마나 사랑했기에 죽은 후에도 혼령이 되어 찾아왔을까요. 박항률 | 역사학자의 말에 의하면 비형랑의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생사관이 담겨 있는 아주 중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사회였다는 이야기지요. 만주에 가면 씨족수(氏族樹)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신단수(神壇樹) 개념이지요. 마을 입구에 느티나무 같은 큰 나무들이 있는데 발해에 가보니까 거기에도 있었어요. 그 마을의 나이 든 사람이 죽으면 새가 되어 씨족수 나무 위에 앉았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그 아기의 영혼 속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고은별 | 정호승 시인의 시집과 동화책 항아리에 그림이 실리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생각합니다. 박항률 | 91년 《비공간의 삶》이라는 첫 시집(詩集)을 낼 때, 펜화를 그려 넣었는데 그 시집을 보고 정호승 시인이 찾아 왔습니다.(화가는 세 권의 시집을 책장에서 꺼내어 보여주었다.) 고은별 | 그림을 그리면서 시도 쓰시고…. 박항률 | 시라고 할 수도 없지요. 고은별 | <네잎 클로버>라는 시가 있네요. 오랜 시간 고이고이 간직해 왔던 책갈피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잊혀진 내 마음의 갈피 속에 앳된 가시내의 소맷자락 사이로 드러난 살빛 같은 살며시 입술을 대고 멈추고 싶은 네잎 클로버 박항률 | 그림 그리는 것은 자기가 갖고 태어나는 것 같아요. 자기가 애초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화가가 되는 것은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성향이나 자기가 그릴 것을 이미 내면에 갖고 있는데 이것을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도 너의 본성을 찾아라. 개성을 찾아라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자기 안에 있는 것입니다. 자기가 그릴 것을 자기 안에 갖고 있는 것이지요. 고은별 | 전업작가였다가 교수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박항률 | 작업실에서 자유롭게 있다가 학교에 나가니까 연구실에 갇혀 있는 것 같아서 적응이 잘 안 되었지요. 이제는 좀 괜찮아졌습니다. 제자들이 많이 생겨서 나름대로 큰 보람을 느끼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개인적으로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대학에 오는데 저는 화가가 되는 것은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그려야 하고 매일 그려야 합니다. 붓을 하루도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됩니다.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현대 미술관 관장님이셨던 임영방 선생님 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인데 네덜란드 작가 반. 리에는 창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했답니다. 창작이란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지와 힘이다. 지금까지도 그 뜻을 제 마음에 간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고은별 | 처음부터 이렇게 고요한 그림을 그리셨나요? 박항률 | 40대 초반에 그림을 바꾸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표현적인 그림들이 많아 원색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시집을 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조용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전시회를 할 때 길가던 사람이 무심코 들어와서 제 그림을 보고 그냥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은별 | 학창 시절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하셨습니까? 박항률 | 피카소와 모딜리아니를 좋아했습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보면 슬픔이 깊숙이 깔려 있습니다. 눈 안에 슬픔이 꽉 차 있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피카소의 그림 중에서도 청색시대의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청색을 좋아하고 청색으로 그림을 그리면 편안합니다. 고은별 | 서양화인데 소재나 주제가 동양적인, 우리의 정서가 담긴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박항률 | 서양화다 동양화다라고 나누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물감의 재질에 따라 구분이 되어야지요. 한국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니까 그냥 한국화라고 할 수 있지요. 고은별 | 그림 속 여인의 시선이 아래를 보거나 바깥쪽을 보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동양적 겸손함이라고 할까 다소곳하고 공손한 태도가 느껴집니다. 박항률 | 인도에 갔을 때 어느 미술 평론가가 제 그림이 분명 어디를 보고 있는데 전부 바깥을 보고 있다고 하면서 인도 화가들의 그림은 그 인물이 그림 안쪽을 보는데 제 그림은 왜 전부 바깥쪽을 보고 있느냐고 물었어요. 제가 바깥을 바라보면 그림이 더 커 보이고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대답을 했지요. 고은별 | 꽃과 새와 나무와…. 박항률 | 새를 많이 그렸고 그중에서도 머리 위의 새를 많이 그렸습니다. 저는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습니다. 여행 자체를 좋아합니다. 92년에 베니스의 산마르코 성당 앞 광장에서 비둘기떼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사람 머리 위에 앉더라고요. 그 순간 저게 그림이다, 하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머리 위의 새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제 그림과 새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된 셈이지요. 94년에 몽골에 가서 새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만주의 에웬키족은 아기가 태어나면 작은 영혼 상자를 만들어 나무를 깎아서 만든 새를 넣어 줍니다. 이 새의 영혼이 아기에게 들어간다고 믿고 있어요. 우리 민족하고 새는 연관되는 것이 많습니다. 신라 금관에 비취가 걸려 있는데 이것을 새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무 위에 새들이 앉아 있는 모습의 왕관(王冠)이라는 것이지요. 이것이 거슬러 올라가면 스키타이 민족까지 연관됩니다. 무덤에서 같은 형태의 왕관이 출토되었어요.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인면조(人面鳥)도 그렸는데 고구려 벽화에 딱 한군데 나옵니다. 불가(佛家)의 가릉빈가(迦陵頻伽 - 극락정토에 살고 있다는 새. 미녀의 얼굴 모습에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함.)는 부처님 곁에서 항상 아름답게 노래를 불렀다는 천상의 새입니다. 고은별 | 지금 행복하시지요? 박항률 | 한편으로는 행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은 취미로 그릴 때가 제일 좋습니다. 그림을 직업으로 그리다보면 싫어도 그려야 할 때가 있어요. 사실은 아마추어 화가들이 제일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입니다. 아무 거리낌없이 “네”라고 대답해 주기를 기대했는데 화가 박항률은 마지막까지 솔직하고 겸손한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소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새는 지금 어디로 날아가려는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파르르 날아 올라 새 생명으로 태어난 아기의 영혼 속으로 사르르 스며드는 것은 아닐까? 글 고은별 자유기고가     월간 <삶과꿈> 2006.11 구독문의:02-319-3791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치·사극 명해설 성우 김종성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치·사극 명해설 성우 김종성

    카타르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온다. 억압된 영혼이 자유로워져 순간적인 쾌감을 준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이른바 ‘천(天)의 목소리’라고 한다. 정확한 발음과 깔끔하고 박력있는 목소리로 오감을 자극해 카타르시스를 팍팍 선사한다. 또한 ‘제1공화국’에서 ‘제3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세월을 생생하게 전달, 정치극을 한 차원 높이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도 ‘격동 50년’(MBC라디오)을 18년째 진행해오면서 청취자들의 귀를 역사의 현장으로 쏘옥 빠뜨린다. ●‘천의 목소리´로 안방극장에 생생한 해설 전달 어디 이뿐이랴. 얼마전 끝난 인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 요즘 주말에 상영되는 ‘연개소문’(SBS-TV) 등의 대하사극과 오락 프로그램 ‘스펀지’(KBS-2TV)에서 감칠맛나는 해설로 우리의 오감을 흥미진진하게 건드린다. 특히 딱딱할 것 같은 웬만한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에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끌어당긴다. 성우 김종성(63)씨. 주말 저녁이면 목소리로 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아저씨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얼굴 없는 배우’ 가운데 소위 ‘가장 잘 나가는’ 성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64년에 데뷔, 올해로 42년째이자 나이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원로이지만 여전히 열정적인 활약으로 ‘성우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통한다. 지난 16일 오후, 가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듯 쓸쓸하게 낙엽이 흩날리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김씨를 만났다. 처음에는 “해줄 말도 없는데다 얼굴 없는 배우가 얼굴을 내밀어선 무엇하느냐.”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김씨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동안(童顔)이었다. 소설가 조정래씨와 시인 박제천씨가 동국대 국문과 동기이고 탤런트 김무생씨와는 동갑이라는 점에서도 얼른 비교가 된다. 젊어진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욕심도 없고 술, 담배도 안 한다.”며 빙그레 웃을 뿐이다. 나이보다 젊어 황당했던 일도 당연히 있을 터. 주차장에서 50대 경비 아저씨한테 “젊은 사람이 왜 그래?”하는 식의 야단을 자주 듣는가 하면 한 살 아래인 부인과 동행할 때 누나 동생 사이로 오해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너무 젊게 보여 수염을 길렀더니 오히려 ‘젊음의 끼’로 여겨 낭패(?)를 당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어려서는 노숙했고 나이들어서는 젊게 보인다고 하니 얼마나 복받은 삶일까 부러워진다. 김씨의 본명은 김기호, 아명(兒名)이 ‘종성’이다. 성우로 데뷔할 때 ‘금(金)종소리’라는 뜻에서 ‘鍾聲’으로 쓴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김종성(金鍾聲)으로 쓰고 있다.‘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로 유명한 라디오 스타 김기덕씨가 친동생이다. “원래 성우가 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먹고 살기 위해 대학 다닐 때 방송대본을 쓰게 되면서 엉뚱하게 성우의 세계로 빠진 셈이지요.” ●동아방송 사태로 실직 아픔… 복덕방 운영도 가난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가문에 대한 강박관념과 살림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래서 대학 3학년때 입주 아르바이트 등 여러가지를 했지만 신통치 않아 방송국을 노크했다. 당시 MBC 라디오 제작2부장이었던 김범석씨를 만나 방송대본을 건네자 “성우가 낫지 않겠느냐.”며 성우학원 등록을 권유받았다. 이때가 1963년 6월. 그래서 서울 종로5가에 있는 한국예술학원에 두달 동안 다녔다. 그해 10월 동아방송 성우시험에 응시했으나 낙방, 적잖은 고민을 했고, 결국 이듬해 4월 TBC가 개국하면서 성우시험 공채 1기에 합격했다. 이와 관련, 김범석씨는 “당시 한국예술원에서 성우강의를 했는데 김종성씨는 성우에 자질을 크게 보였다.”면서 “지금도 방송해설 분야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장르를 개척했고 또한 그 분야를 순수하게 잘 이끌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우의 길은 생각만큼 순탄치 않았다. 초창기 TBC 시절,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분규가 발생했고 함께 입사한 동료 15명 중 7명이 퇴사하는 아픔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난다. 부인은 당진 출신으로 TBC에서 2년,MBC에서 3년 성우생활을 하다가 1970년 결혼하면서 성우활동을 그만두었다. “동아방송 사태가 나자 실직했지요.1976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 잠실에서 3년동안 가나안 복덕방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돈 되는 걸 도무지 맞추질 못하는 거예요. 오죽했으면 주위에서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할 정도였지요.” 이때 MBC에서 ‘그림자’ 방송을 담당하는 PD한테 연락을 받고 다시 복귀했다. 아울러 1980년 서울의 봄을 맞아 동아방송에서 ‘정계야화’라는 정치드라마를 맡으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성우생활이 시작된다. 하지만 신군부에 의해 방송국이 통합되면서 또 한번의 시련을 겪으면서 KBS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현재 극단 산울림대표의 임영웅씨가 만든 ‘인물 한국사’의 해설을 맡으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지금의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 ‘격동 50년’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988년 4월1일에 시작된 ‘격동 30년’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김씨는 “배우 사정이나 시국 분위기 등으로 처음에는 두달만 하자고 한 것이 벌써 18년이나 됐다.”면서 ‘전설따라 삼천리’보다 더 오래 장수한 유일한 라디오 드라마가 됐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소리나 언어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요. 사전대로 하면 안 맞습니다. 대중들이 가장 아름답게 여기는 언어와 억양을 구사해야 친숙해집니다. 물론 잘못된 대중언어는 골라내지요. 그게 제가 40년 넘게 성우생활을 해온 고집이기도 합니다.” ●“말이란 형식미가 아니라 자연미여야” 가끔 후배들을 만나면 “성우는 언어학자가 아니다. 자유롭게 리얼하게 표현하면 된다.”고 당부한다. 또 작품의 성격을 잘 이해해야 올바른 배역과 해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씨 자신도 드라마든 다큐프로이든 항상 대본부터 꼼꼼히 읽는 습관을 가졌다. 목소리가 원래 좋았느냐고 묻자 “어렸을 때 부모님이 ‘옥루몽’이며 ‘삼국지’를 읽는 모습을 자주 봤다.”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누나들이 갖다 준 ‘무정’ 등의 소설책을 많이 읽었다고 대답했다. 또 성우생활을 하면서 AFKN방송의 해설을 눈여겨보면서 미래의 호흡과 템포를 익혔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언젠가는’ 할 때 대부분 한꺼번에 읽지만 ‘우리는/언젠가는’식으로 호흡의 길이를 나름대로 정했다.“말이란 형식미가 아니라 자연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술, 담배 안한 것도 맑은 소리를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 결단했던 것.”이라며 웃는다. “물러나는 것을 늘 생각합니다. 짧게는 2년 후 그만두려고 합니다. 후배들이 한 600여명이 있지만 영상매체의 발달로 성우라는 직업이 사양길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새로운 무대를 개척해야지요. 지금까지 방송의 배려로 살았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매년 몇백대1로 성우 지망생은 늘고 있거든요.” 김씨는 이에 대비해 몇년 전부터 ‘오디오북’을 준비해오고 있다. 이미 ‘백범일지’‘고전12마당’‘단편문학50권’ 등을 녹음했다. 앞으로는 후배들과 함께 특수효과를 넣은 오디오북 1000권 제작을 목표로 이에 전념할 계획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나 후배 성우들도 품위있게 은퇴를 하려면 이러한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김씨는 ‘불멸의 이순신’을 끝내면서 시청자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카페를 만들어 김씨의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후계자는 없나요.” 등의 많은 애정과 안타까움을 표시한다.“글쎄요. 제가 하라는 대로 하면 후배들이 돈을 벌 수 없다며 기피한다.”며 멋쩍게 웃는다. km@seoul.co.kr
  • 박경미의 수학콘서트/박경미 지음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이 세운 아카데미아의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플라톤은 수학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저서 ‘국가’에서 인간이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수학을 현실에서 유용하게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학이 영혼을 진리와 빛으로 이끌어 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라는 것.‘박경미의 수학콘서트’(박경미 지음, 동아시아 펴냄)는 이같은 인문학적 배경 지식과 더불어 수학적인 논리력과 분석력을 키워주는 책이다. 저자(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일상에 숨겨진 다양한 수학의 원리들을 마치 변주곡을 연주하듯 유려하게 풀어나간다.‘수학은 단순하다-에튀드’‘수학은 즐겁다-디베르티멘토’‘수학은 진화한다-랩소디’ 등 수학과 음악을 연계해 설명한 방식이 눈길을 끈다. 수에 담긴 종교적 의미와 미신을 다룬 항목도 흥미롭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13명이 식사를 하게 되면 비서를 참석시켜 13이라는 숫자를 피했고, 사업가 헨리 포드는 13일의 금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결코 가볍지 않은 ‘연애의 무게’

    결코 가볍지 않은 ‘연애의 무게’

    심윤경(34)의 장편 ‘이현의 연애’(문학동네)는 기이하고 낯선 사랑 이야기다. 소설은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와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이진(李眞)은 어릴 때부터 살아있는 사람들의 영혼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외딴 집에 감금당하고, 정신병원을 들락거렸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이진은 영혼을 기록하는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존재의 전부로 삼는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은 이현(李現). 정부 중앙부처의 전도유망한 엘리트 공무원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영혼을 뒤흔들었던 여인의 모습과 꼭 닮은 이진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현실의 일상에 무기력한 이진에게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는 대가로 3년간의 계약결혼을 제안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차츰 사랑으로 무르익을 즈음, 이현이 결혼전 약속을 어기고 이진의 기록을 훔쳐보면서 비극적 사랑은 파국을 맞는다. 소설은 외양상 사랑에 무관심한 여자와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의 애절한 연애담으로 비치지만, 한꺼풀 들여다보면 사이사이 다양한 주름을 숨겨두고 있다. 이진의 운명은 어머니에게서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다. 어린 이현이 매혹됐던 여인은 이진의 어머니였고, 그녀 역시 영혼을 기록하는 운명 때문에 남편이자 이진의 아버지인 왕손 이세(李世)공을 파멸로 이끌었다. 이진이 죽기 전 딸을 낳은 것은 이 비극적 운명이 끝없이 되풀이될 것임을 암시하는 결말이다. 안개에 싸인 듯 모호하고, 신비로운 이진의 캐릭터는 이 소설을 현실의 사랑이라기보다 삶에 대한 우화로 읽히게 한다.“이진은 진실, 정의 등 젊은 시절 가치롭게 여겼던 정신을 의인화한 관념적인 존재이며, 이현은 한때 순수하게 진실을 추구했으나 어느덧 일상에 매몰된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소설은 ‘이진의 기록’이란 이름으로 네편의 단편을 액자 형태로 껴안고 있다.‘토토로의 집’등 세편은 소설의 줄거리와 상관없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외알 안경을 낀 사나이’는 이진과 이현의 파국을 불러오는 계기와 연관돼 있다. 모범적이고 보수적으로 살아온 정부 고위층 인사가 한평생 동성애적 갈망을 숨기고 살아왔음을 고백하는 ‘외알’는 주인공이 이현의 직장 상사라는 게 밝혀지면서 결말과 교묘하게 맞물린다. 2002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등단한 작가는 두번째 소설 ‘달의 제단’(2004)에서 종가의 비극적 운명을 탄탄하고 능란한 솜씨로 다뤄 호평을 받았다.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문학에 뛰어든 작가는 “책상물림의 글쓰기가 얼마나 깊이와 울림을 지닐지 늘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소설도 기존의 연애소설과는 다른 내용과 형식을 고민했는데 독자들이 얼마나 공감을 느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장애인 문학상’ 중편소설 당선 장애1급 김효진씨

    ‘장애인 문학상’ 중편소설 당선 장애1급 김효진씨

    그녀가 앓는 병은 희귀질환인 ‘척수혈관 기형증’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15년쯤 전, 스물 넷의 문학도인 그녀에게 처음 내려진 진단이었다. 이후 몸이 점점 굳어져 처음엔 목발에 의지해 힘겹게 운신하던 몸이 이제는 휠체어에 의존해서도 불편하기만 하지만 그녀는 문학이라는 통로를 통해 부단히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주인공은 제16회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공모에서 ‘산등성이의 집’으로 중편소설 부문 당선을 차지한 김효진(39·여)씨.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인 그녀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을 앞둔 1991년 척수혈관 기형 진단을 받았다.“그 때문에 처음엔 다섯 손가락으로 하던 타이핑도 지금은 ‘독수리 타법’으로 바뀌었어요. 그래도 창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축복이지요.” 당선작 ‘산등성이의 집’은 작중 장애인 주인공이 분신 같은 어머니를 잃은 뒤 장애인 복지시설에 들어가 힘겹게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심사위원들은 이런 얼개의 김씨의 ‘산등성이’에 대해 ‘영혼으로 읽어야 하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서울 강남의 장애인 시설에서 근무하며 나오는 월급으로 어머니와 함께 살다 최근 화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글을 쓰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녀가 글을 쓰는 일은 차라리 고행이다.“글을 쓰다 보면 몸이 앞으로 쏠려 휠체어에 몸통을 묶어 두지만 오래 쓰지 못합니다. 너무 힘들어서요.” 지금은 고용보험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한 그녀는 “이번에 작품을 필사적으로 쓴 것도 상금을 노렸기 때문”이라는 농담같은 진담으로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그녀가 받은 상금은 700만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손가락 사이에 숟가락을 끼우고 혼자서 밥을 먹는 정도가 고작인 그녀는 “신은 내게 최소한의 기능만 남겨 뒀다. 하지만 남겨진 나의 모든 것을 다해 글을 쓰고 싶고, 그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편 이번 장애인 미술대전·문학상 공모전에서 미술 부문 대상은 지체 2급인 한재실(여)씨, 단편소설 당선작은 박상빈(지체 2급)씨, 시는 한상식(지체 1급)씨, 수필은 이남로(지체 3급)씨, 아동문학은 김희철(국가유공자 7급)씨가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17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크라운차아사나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크라운차아사나

    크라운차(Krouncha)는 왜가리라는 뜻이며, 올려진 다리는 왜가리의 뻗은 목과 머리를 닮고 또 절벽과 비슷하게 생겼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1. 마루에 앉아 다리를 앞으로 쭉 편다. 2. 오른쪽 다리의 무릎을 굽히고, 오른발을 뒤로 옮긴다. 오른발을 엉덩이 관절 옆에 두고 발가락은 뒤로 향하게 하며, 발등을 마루에 닿게 한다. 왼쪽 무릎을 굽히고, 양손으로 왼발을 잡는다(사진1). 3. 숨을 내쉬며, 왼쪽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 올린다. 왼쪽 다리를 완전히 뻗고, 등을 똑바로 세운다(사진2). 4. 숨을 내쉬며, 머리와 몸통을 앞으로 움직이며 동시에 왼발을 더 가까이 가져와 턱을 왼쪽 다리의 무릎에 둔다. 고른 호흡을 하면서 20~30초 이 자세를 유지한다. 턱을 올려진 다리의 무릎에 대는 동안 굽힌 무릎이 마루에서 들리지 않게 하고, 가슴은 활짝 펴지게 한다(사진3). 5. 숨을 들이마시며, 왼쪽다리를 내리고 손을 푼 다음 위의 1번 자세로 돌아간다. 6. 다리의 위치를 바꿔서 자세를 취한다. 7. 초보자를 위한 단계: 위의 2번 단계에서 왼쪽 엉덩이 아래 담요를 놓는다. 왼쪽 발에는 벨트를 걸고, 양손으로 벨트를 잡는다. 숨을 내쉬며, 왼쪽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 올리며 등을 똑바로 세운다. 왼쪽 다리를 완전히 뻗도록 하며 20∼30초 정도 고르게 호흡한다(사진4). # 효과 다리를 완전히 신장시키며 다리 근육을 단련시킨다. 발목과 발을 좋은 상태로 유지한다. 복부 기관에 활력을 준다. # 요가교실 요가의 8단계 가운데 네 번째는 프라나야마(Pranayama), 호흡법을 의미한다. 프라나(Prana)는 숨, 호흡, 생명, 활기, 바람, 에너지와 힘을 의미한다. 이것은 육체와 상반되는 개념으로의 ‘영혼’을 의미한다. 아야마(ayama)는 길이, 확장, 뻗음 또는 제한을 의미한다. 따라서 프라나야마는 호흡의 길이와 그것의 조절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절은 호흡의 모든 기능에 의한 것으로 프라카(Puraka)라고 하는 들숨, 레차카(Rechaka)라 부르는 날숨, 쿰바카(Kumbhaka)라 부르는 지식, 숨멈춤을 모두 포함하는 일반적인 의미로 쓰인다. *요가 보조 기구(큰 베개, 벨트, 목침 등)는 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자료제공: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 053)981-3553 www.iyengar.co.kr 아사나: 김교영
  • 람세스 저자와 나일강변을 걷다

    역사 여행가들에게 파라오의 나라 이집트 여행은 ‘꿈의 실현’에 가깝다. 고대문명의 정수인 이집트를 모르고서 어찌 역사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의미 있는 여행의 안내자가 이집트에 대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 맛깔스러운 글솜씨를 갖춘 크리스티앙 자크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터. ‘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김병욱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은 고대 이집트를 전공한 학자이자 ‘람세스’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탁월한 작가의 이집트 안내서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신들의 세계까지 이집트 문명의 영혼과 정수에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최초의 파라오 메네스부터 시작하여 4세기 말의 마지막 상형문자 기록에 이르기까지 이집트를 만든 파라오들의 30여 왕조가 무대에 올려져 환하게 조명된다. 자크는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선택했다. 즉 북쪽의 델타 지역에서 남쪽의 나일강 상류 아부심벨을 향해 가는 것이다. 먼저 카이로 시내의 박물관에서 엄청난 유물들에 대한 중요한 관람 요령을 알려주는 데 이어 기자 지역에선 빛의 수호신인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상세히 소개한다. 오시리스신의 비밀신전과 람세스 2세 신전이 있는 아비도스를 거쳐 도착한 테베는 저자의 설명이 돋보이는 곳. 왕과 여왕, 귀족들의 무덤들에 그려진 벽화들의 생생한 세부 묘사나 당시 사회상을 곁들인 이야기들에선 작가가 이집트 연구에 바친 40년의 세월이 묻어나 있다. 나일강 상류인 아스완 지역은 작가가 특히 관심을 갖는 곳이다. 거대한 댐의 건설로 수몰될 뻔한 신전들과 유적이 많은 곳이기 때문.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원래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진 문화유산들은 엄청난 규모와 뛰어난 예술성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댐이 세워진 후 이곳의 풍요로움이 사라지고 있다고 저자는 아쉬워한다. 각 장마다 유적 하나하나의 평면도를 보여주고, 그곳의 신전, 조각상, 벽화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신화적 해석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들려줌으로써 현장에서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1만 6000원.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일요영화]

    ●21그램(KBS1 밤12시20분) 크리스티나는 교통사고로 남편과 두 아이를 모두 잃는다.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지만, 복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충격 때문에 마약 없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황폐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사고 운전자는, 개과천선해서 이제 한번 인간답게 살아보겠다던 전과자 잭. 간절한 그 마음 때문에 뺑소니치지만 결국 그날 밤 자수한 뒤 감옥에 간다. 한편 사고의 수혜자도 있다. 심장병이 있던 폴은 죽어가던 크리스티나 남편의 심장을 이식받아 살아난다. 어째저째 심장 주인을 알게 된 폴은 크리스티나 주변을 서성이다 차츰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두가지를 말하는 듯하다. 하나는 영혼은 심장에 깃들었을까다. 폴과 크리스티나의 사랑은, 죽은 전 남편의 심장으로 연결된 사랑은 두 사람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잊게 해줄까. 영화는 다소 회의적이다. 다른 하나는 제목 21그램이 암시하는 바다.21그램은 영혼의 무게를 뜻하는 말로 사람이 죽으면, 다시 말해 영혼이 빠져나가면 무게가 21그램 줄어든다는 데서 착상한 표현이다. 분노·증오·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 존재가 얼마나 덧없는가를 보여주는 의도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주제가 설득력있게 전달됐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어떨 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란한 기교를 섞어 넣기 때문이다. 과거·현재·미래를 이리저리 혼합해 사건의 개요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도록 해놓아 사람에 따라서는 스토리를 어느 정도 알지 못하면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 세명의 주인공 크리스티나·잭·폴 각각에게 색깔을 부여한 것도 좋지만, 다소 작위적이란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숀 펜(폴)·베니치오 델 토로(잭)·나오미 와츠(크리스티나) 세배우의 연기는 빛난다. 숀 펜은 이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2003년작,126분. ●우연한 방문객(EBS 오후2시20분) 아들을 잃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영화. 메이컨은 아내에게 이혼당한다. 아들을 잃은 데 따른 충격 때문이다. 메이컨은 반대한다는 뜻 한번 밝히지 못한 채 순순히 동의한다. 충격에다 외로움까지 겹치면서 메이컨은 안으로만 안으로만 숨어들어가는데 우연히 발랄한 여자 뮤리엘을 알게 된다. 뮤리엘은 적극적으로 메이컨에게 구애하고, 어느새 다시 나타난 아내는 메이컨에게 재결합을 요구하는데….1988년작,116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22) 서남亞 영성의 중심도시 파키스탄 라호르

    [이슬람 문명과 도시] (22) 서남亞 영성의 중심도시 파키스탄 라호르

    벌써 세 번째 왔건만, 라호르에는 어디를 가나 붉은 빛이 가득하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붉은 빅토리아식 건물은 물론 무굴제국 시대의 궁전과 모스크들도 대부분 붉은 사암으로 치장되어 있다. 내리쬐는 건조한 태양에 수만년간 달구어진 대지도 붉은 흙이다. 도시 언저리에는 빛바랜 가난이 역사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이고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래도 라호르는 16∼18세기 무굴제국의 영광과 역사적 광채가 펄펄 살아있는 천년고도다.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도 자부심과 긍지만은 조금도 퇴색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도 라호르를 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델리와 아그라에 이어 무굴제국의 정신과 정점에 달한 이슬람 문화의 화려함이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 이슬람의 두 예술건축-서쪽의 알함브라 궁전과 동쪽의 타지마할 이슬람은 완벽한 혼합문화적 성격을 띤다.7세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척박한 오아시스 도시에서 발아된 이슬람은 뛰어난 종교성과 선험적 우월감, 열정에 불타는 유목전사들의 신앙심으로 튼튼한 용광로의 기틀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용광로를 채울 문화적 콘텐츠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한 이슬람은 정복지의 문화적 전통과 다양한 예술장르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종합하는 놀라운 포용력을 보여주었다. 비잔틴과 페르시아라는 당시 세계최고 수준의 두 문명을 일시에 제압하고 받아들인 이슬람은 서쪽 끝 스페인 땅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이라는 걸출한 건축예술을 남겼고, 실크로드를 따라 동쪽 끝 인도에서 무굴시대 타지마할이라는 꽃을 피웠다. 최정점의 이슬람 문화시대를 활짝 연 무굴제국의 문화도시가 바로 인도 접경의 라호르다. 여장을 푼 호텔을 나서자 마자 곧장 바디샤히 모스크로 달려갔다. 가장 대표적이고 가장 보고 싶은 것부터 먼저 보고 여행을 계속하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다. 그래야 마음껏 돌아보고, 나머지 것들을 포기해도 마음이 덜 아프기 때문이다. 라호르 성채 맞은편의 모스크가 핑크빛 모습을 드러낸다.1674년부터 30년에 걸쳐 완성된 무굴제국의 아우랑제브 왕 시기 작품이다. 세 개의 하얀 대리석 돔이 그렇게 아담하고 우아할 수가 없다.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책에서만 보아왔던 넓은 정원이 나를 반긴다. 달구어진 붉은 사암으로 깔아놓은 정원 한 가운데 대리석 분수가 물을 품고, 세 방향에는 하얀 아치로 이어지는 아케이드가 펼쳐진다. 넓은 정원 사방에 우뚝 서 있는 네 개의 붉은 색 미나렛(기도시간을 알려주는 곳)도 작고 하얀 돔을 파란 하늘에 이고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룬다. 미나렛의 높이를 정확하게 정원 한 면의 3분의1 길이로 설계했다고 한다. 평일인데도 모스크 안에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화려한 페르시아 풍과 동양적 신비를 담은 인도양식이 잘 조화된 실내장식과 아라베스크 디자인은 무굴 문화 특유의 색깔을 마음껏 뽐내주고 있다. 특히 이 모스크 안에는 이슬람을 완성한 예언자 무하마드의 머리카락과 그의 딸 파티마와 사위 알리의 유품들을 보존하고 있어 파키스탄 무슬림들의 중요한 순례지이기도 하다. 이맘의 허락을 얻어 204개의 나선형 계단을 돌고 돌아 미나렛 꼭대기에 올라보았다. 라호르 성채를 비롯한 구시가 전경이 한 눈에 잡힌다. # 무굴제국 시대를 재현하는 중세의 삶과 유적 이제 한숨 돌리고 바로 이웃의 라호르 성채를 둘러본다. 무굴제국 전성기를 이끈 3대왕 아크바르 대제가 1584년부터 1598년 사이에 라호르에 거주하면서 축조한 궁전과 도시성곽이다. 도시 전체를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담으로 둘러싸고 한 면의 길이가 380m에 이르는 12개의 문을 가진 궁성이다. 아크바르 왕을 이어 자한기르와 샤 자한 왕이 부속건물과 묘당, 정원을 증축하여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특히 거울 궁전으로 불리는 쉬쉬마할 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왕비가 거주하던 공간으로 벽면과 천장 전체를 거울 모자이크와 프레스코, 유리, 진주 등으로 꾸며 놓았다. 어떤 궁전에서도 본 적이 없는 화려한 아라베스크의 색감과 기하학적 균형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역시 왕비 뭄타즈 마할을 위해 타지마할을 건설했던 샤 자한 왕 시대에 만들어졌다. 시내에 나온 김에 페로즈 서점에서 전공 책 몇 권을 사고, 근처의 차만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다. 라호르 사람들이 즐기고 자랑하는 독특한 맛의 아이스크림이다. 과일을 듬뿍 갈아 넣고 피스타치오나 아몬드를 넣어 독특한 향과 맛을 가미했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무굴 시대 정원인 샬리마르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길다란 수로와 화단을 따라 3단의 테라스로 높이를 달리하면서 왕의 침소에까지 다다르게 설계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참으로 안온했다. 이슬람 사람들은 정원을 꾸밀 때, 항상 천국을 생각했다. 꽃과 나무에 새와 나비가 날고, 풍성한 과일이 열리며 분수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와야 했다. 외관의 투박함과 내부의 화려함. 이슬람 건축 철학의 기본이었다. 바깥은 속세이고 내부는 천국이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두 세상이 만나고 단절되는 것이다. 높은 담벽에 둘러싸인 샬리마르는 그러한 이슬람 건축 정신의 상징 같았다. # 라호르 박물관의 고행하는 부처님 라호르까지 왔으니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라호르 국립박물관이다. 간다라 컬렉션의 압권으로 파키스탄 최고의 박물관이란 명성보다는 부처님의 고행상을 보기 위해서다. 선사시대부터 간다라 시대까지 전시품을 차례로 둘러보다가 한쪽 편에 밝은 빛을 발하고 정좌해 있는 고행하는 부처님과 마주했다. 보리수 나무 아래서 인간의 온갖 번뇌를 짊어지고 처절하게 자신을 불사르던 영혼의 빛이 뚜렷하다. 그 모습은 전율이었다. 갈비뼈가 유난히 튀어나오도록 사실적으로 조각한 피골이 상접한 부처님은 나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시는가? 한참 동안이나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바라만 보았다. 왠지 눈시울이 붉어진다. 종교와 사상을 뛰어넘어 이토록 절절하게 인간됨을 가르치는 모습을 접한 적이 없었다. 이슬람과 불교의 깊은 숨결이 깔려 있는 도시 라호르. 그 뿐이랴. 그러고 보니 라호르는 시크교가 발아한 곳이 아닌가. 라호르 근교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나나크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접목한 시크교를 창시하였다. 그는 고행을 통해 모든 종교는 하나로 귀일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간의 평등과 종교간의 관용과 화해를 부르짖었다. 라호르야말로 서남아시아 영성의 중심지란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밀려온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이슬람문화연구소장
  •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창밖에 있는 사람과 집 안에 있는 사람 중누가 더 행복할까요?비오는 날, 상큼한 공기를 상상해 보세요.《울지 마, 자밀라》중에서지은이 : 이해선 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여행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1990년부터 오지를 떠돌며 사진을 찍어왔다. 1993년 바탕골 미술관에서 가진 ‘낯선 시간들’이란 이름의 첫 개인전으로 자신을 세상에 알렸으며, 이후 티베트 라다크 방랑기인 《10루피로 산 행복》과 이스터 섬 체류기인 《모아이 블루》를 출간하여 많은 독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현재도 여행 칼럼리스트로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데, 특히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오지에 관한 기록들은 그녀 특유의 감성과 잘 어우러져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개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이 작업이 여행 사진작가로서의 이력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녀를 오지로 이끌게 한 신비한 힘, <인연>이 있다고 그녀는 믿고 있다. 2002년 가을, 작가는 삽살개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평소 삽살개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삽살개의 먼 조상이 <티베탄 테리어>라는 것에 기인한다. 그녀가 많은 글에서 누누이 밝혀 왔듯이 <티베트>은 마음의 고향이자, 영혼이 돌아갈 곳으로 그녀는 믿고 있다. 그녀 자신의 전생은 분명 티베트 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득한 옛날 <티베트>에서 출발해 한반도에 뿌리내린 삽살개를 만난 순간, 그녀는 이것이야 말로 <운명>이라 여겼다. 지은이 : 치우(지은이는 아니지만...) 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2002년 8월생으로 태어난 지 2개월 만인 2002년 10월, 개의 신분으로 비행기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로 왔다. 방랑벽이 있는 첫 주인과는 채 한 달도 같이 못살고 돈가스집으로 살러 와서 지금껏 돈가스집 주인과 살고 있다. 2003년 6월 청삽사리와 결혼, 그해 8월 여덟 자녀의 아빠가 되었지만 자식도 빼앗기고 그해 겨울 아내와의 성격차로 갈등하다 강제 이혼 당하고 혼자가 된다. 주인의 구박 아닌 구박 아래 지루한 일상을 탈피하려고 집을 나갔다가 새 사랑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2004년엔 한 달 간 인근 개 농장에서 생활하면서 투견들의 참상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아 이 책의 화자를 자청했다. 2006년 현재 돈가스집을 정리한 주인과 함께 농촌으로 들어와 흙을 파고 살고 있다.
  • 자코메티:영혼을 빚어낸 손길/제임스 로드 지음

    20세기 조형미술의 제1인자로 꼽히는 스위스 출신의 조각가이자 화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그의 삶은 실존에 대한 고민 그 자체였다. 일찌감치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독일의 판화가 뒤러가 그랬듯이 이탈리아로 건너간 그는 베니스에서 틴토레토의 작품에 전율하고 조토의 프레스코 작품에 충격을 받는다.1922년엔 파리에 입성, 조각가 부르델의 문하에 들어가지만 그는 스승의 작업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자 독립한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의 물결에도 휩쓸리지만 이내 빠져 나와 2차대전후 10년간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다.‘자코메티:영혼을 빚어낸 손길’(제임스 로드 지음, 신길수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은 실존주의 예술의 거장 자코메티 평전이다. 평생 자기부정과 궁핍을 즐기며 정신적 자유를 추구한 괴짜 예술가의 일생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렸다.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석초시집(신석초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충남 서천 태생인 신석초(본명 신응식)는 사회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아 ‘카프’에 가입했으나 카프의 도식주의적 창작방법에 실망, 박영희의 전향선언과 때를 같이해 탈퇴한다. 그후 이육사와 알게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한다. 그의 첫 시집 ‘석초시집’을 60년 만에 복간했다.‘비취단장’‘규녀(閨女)’‘가야금별장(別章)’‘사비수(泗水)’‘낙와(落瓦)의 부(賦)’ 등의 시가 실렸다.9000원.●36인의 아틀라스(샘 본 지음, 노진선 옮김, 황금부엉이 펴냄) 유대 신비주의 전통에 따르면 이 세계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의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는 36인의 감추어진 의인들이 있다. 그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다른 인간들을 위해 선행을 베푼다. 그들의 선행이 이 세계를 지탱하고 존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은 종교스릴러. 유대교의 신비주의 종파인 하시디즘의 문화적 전통과 관습을 엿볼 수 있다.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의 거인신으로, 호메로스의 작품에선 하늘과 땅 사이를 받치는 기둥을 버티고 있는 존재로 나온다.1만 2000원.●닐스의 신기한 여행(셀마 라게를뢰프 지음, 배인섭 옮김, 오즈북스 펴냄) 1909년 여성 최초이자 스웨덴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성장소설. 스웨덴 남부 스코네에 살고 있는 열네 살의 심술궂은 소년이 엄지손가락만큼 작아져 거위 등을 타고 기러기들과 함께 스웨덴 전역을 여행, 온갖 모험과 견문을 쌓으며 어진 마음을 지닌 소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스웨덴의 20크로나짜리 화폐에는 저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1890년대 스웨덴 낭만주의 부흥운동에 기여한 판타지 문학의 고전. 전3권 각권 9000원.●루시퍼의 눈물(마이클 코디 지음, 공보경 옮김, 노블마인 펴냄) ‘신의 유전자’ ‘크라임 제로’ 등 과학적 지식과 종교적 상상력을 버무린 지적 스릴러로 주목받는 작가의 장편소설. 종교지도자들과 과학자들이 광컴퓨터로 죽은 이의 영혼을 추적해 사후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루시퍼는 꼭 사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작가가 밝히고 있듯,‘빛을 가져오는 자’를 뜻한다. 악마 루시퍼를 그동안 종교계에서 해석해온 것과 달리 인간에게 빛을 가져다주는 프로메테우스 같은 존재로 설정해 눈길을 끈다. 전2권 8800원.
  • [문화마당] 양쯔강은 흐른다/황주리 화가

    중국의 양쯔강 크루즈는 바다가 아닌 강과 산을 바라보며 유유히 떠다니는 명상여행이다. 중국의 모든 풍경이 그렇듯, 아름다운 강산뿐 아니라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사람 사는 구경을 함께 한다는 게 좋았다. 어릴 적 말로만 듣던 양쯔강은 누런 흙탕물이 끝없이 흐르는 긴 강이었다. 물난리가 나면 속수무책인 가난한 백성들, 그들이 터를 잡고 살아온 양쯔강에 거대한 삼협댐이 세워지고 있다.2009년 댐이 완공되면 삼국지의 무대인 이곳의 귀한 역사 유산들이 수몰된다 하여, 내심 조급한 마음이었다. 이미 강물 수위는 150m나 높아졌고, 많은 토착민들의 집은 수몰되고 높은 곳으로 이주했다. 양쯔강을 끼고 수려한 산과 절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장강삼협의 풍경은 실로 중국의 풍경을 심도있게 그려낸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하다. 누런 흙탕물 위에 떠가는 나룻배들과 천천히 그리고 눈 깜짝할 새 변하는 삼협의 풍경을 배안의 침대에 누워서 유유히 바라본다. 그러다가 높은 산 중턱에 뚫려 있는 동굴 속마다 2000년 전에 죽은 시신이 썩지도 않은 관속에 누워 있다는 말이 생각나 벌떡 일어나 앉았다. 중국인들의 죽음에 관한 연구는 그 땅의 크기만큼이나 상상의 폭이 넓고 깊다. 어떻게 관을 들고 올라갔을지 상상이 안되는 높은 산 중턱의 동굴들 속에 누워있거나 가파른 절벽 위에 나무를 괴고 올라가 매달려 있는 2000년 전의 죽음들은, 배를 타고 스치며 눈길로만 만난 풍경이라 해도 섬뜩하고 놀랍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양쯔강의 잦은 홍수 탓에 무덤이 물에 잠길새라 물이 닿지 않는 높은 곳으로 안치한 것은 아닐까? 아주 옛날부터 양지 바른 곳에 묻히기를 바랐던 한국인들에게는 산중턱 절벽 동굴 속에 들어가는 일은 죽어서도 벌받는 일일지 모른다. 양지 바른 곳의 땅 속과 서늘한 동굴 속은 어느 곳이 더 아늑할까? 37년에 걸쳐 만들어진 세계 최대의 묘는 진시황제의 무덤이다. 죽은 왕들과 귀족들의 영생을 위해 한많은 민중들을 착취한 대가로 고대의 화려한 문명이 남아 있다. 고산지대의 추위로 인해 땅을 파는 일이 용이하지 않았던 자연 배경이 이유가 되었을지 모르는 티베트의 조장은, 시신의 가죽과 살을 발라내 토막을 치고 머리와 뼈는 빻아서 주먹밥을 만들어 독수리떼의 밥이 되게 하는 장례문화이다. 새떼가 시신을 먹어치우면 죽은 이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찾는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한다. 이집트의 미라나 진시황의 화려한 지하무덤에 비해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티베트의 장례문화는 어떤 의미에서 사회주의적이다.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혁명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거대한 땅은 어디를 가나 묘지들로 빽빽이 들어차, 중국 묘지의 총면적이 남한 땅보다 넓었다 한다. 마오쩌둥 혁명정부는 1956년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 문화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1979년에 사망한 저우언라이 총리의 유골은 본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한 뒤 비행기로 전국에 뿌려졌다. 저우언라이 총리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에 고무되어,1994년 이래 지금에 이르는 장묘 제2문화혁명은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시키지 않고 바다에 뿌리는 운동이다. 사회주의는 지도자들이 부와 안일을 버리고 인민의 모범이 될 때 아름답다. 땅은 산 사람들을 위해 알뜰하게 쓰여지고, 죽은 자들의 유골은 바다에 뿌려지거나 나무 밑에 뿌려져 영원한 생명의 순환에 기여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나 역시 죽으면 강이나 바다에 뿌려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그럴바엔 누런 흙탕물 양쯔강보다는 두만강이나 압록강 푸른 물이 좋겠지. 아니 며칠 지났다고 벌써 그리운 한강이 제일 좋겠지. 그런 부질없는 생각들 사이로 양쯔강은 서서히, 그리고 도도하게 흘렀다.
  • [Form나게 Beauty나게] 악마는 정말 프라다를 입을까

    [Form나게 Beauty나게] 악마는 정말 프라다를 입을까

    내용만큼 연기자, 무대디자인, 색감, 혹은 의상에 많은 집중을 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 특히 어떤 영화는 마지막 크레디트까지 확인해야만 자리를 뜰 수 있게 만든다.‘스캔들, 남녀상열지사’의 정구호 디자이너가 그랬고,‘친절한 금자씨’‘타짜’의 조성경 디자이너가 그랬다.‘역시’라는 생각을 하며 온몸에 전율이 짜릿하게 흐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섹스 앤 더 시티’의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과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가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됐다. 다행인 것은 사라 제시카 파커 대신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촌스러운 듯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앤 해서웨이가 주인공이라는 것. 영혼을 파는 슈즈와 잡지화보 속 의상을 ‘시’로 둔갑시킬 ‘패션지상주의’가 영화로 나올 뻔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옷은 날개가 될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는 아름다운 결론을 보여준다. 초반 ‘앤드리아’(앤 해서웨이)는 패션을 ‘도구’라고 말한다. 그러다 ‘패션은 작품’이라고 여기는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와 패셔너블하지 않으면 사람으로 치지 않는 그의 추종자들과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그녀는 변신한다. 사회초년생의 깜찍 발랄한 스타일에서 보이시, 레트로, 심플을 거쳐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멋스럽고, 맵시있는 섹시한 그녀로. 첫 장면부터 길게 늘어지는 액세서리, 앞코가 짧고 뾰족한 얇은 굽의 힐, 부츠, 빅숄더 백, 벨트·퍼 트리밍 등 트렌드세터들의 모습을 패션과는 무관한 앤드리아와 대비시켜 보여준다. 코트는 대체로 1980년대 레트로 혹은 벨티드의 슬림한 라인으로 세련되면서도 심플하고, 코트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헌팅캡도 훌륭한 코디매치를 보여준다. 또한 앤드리아는 점점 멋스러워지면서 네크라인이 깊어지고 섹시한 프로패셔널한 여성으로 그녀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간다. 레이어드의 대세를 보여주듯 화이트 셔츠와 블랙 니트의 레이어드와 앤드리아뿐만 아니라 미란다에게서도 볼 수 있는 여러개를 레이어드한 듯한 길게 늘어뜨린 목걸이. 레이어링의 가장 중요한 벨트도 같은 계열의 색상보다는 보색이나 대비되는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다. 올 가을 겨울, 어느때 보다도 부츠의 유행을 잠재울 수 없다. 영화 내내 보여준 부츠는 약간 슬림하게 붙는 혹은 스키니한 부츠로 보디 라인을 강조했다. 가방은 그녀의 친구가 열광한 백처럼 모든 잡동사니를 다 넣을 수 있는 빅 숄더백이면 충분하다. 스타일컨설턴트 이혜숙(www.cyworld.com/colorism02)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함께라면 괜찮은 대안가족

    솔직히 말해보자. 가족이 언제나 행복을 주는 존재들인가. 내 남편보다, 내 아내보다, 내 아이들보다 부모를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또는, 말만 하지는 않는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을 불편하고 힘들게 하지는 않는가. 혹은 무조건적인 이해와 배려만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예스와 노 사이의 간극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솝우화에서 주는 교훈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착한사람 콤플렉스만 조금 떨칠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편안하고, 자책감의 무게도 덜어낼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결론은 잠시 유보하자. 이 두 영화를 보고 난 뒤로. 닉 혼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2002년)는, 남자의 입장에서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그것은 장르적인 장치일 뿐, 사실은 모든 책임과 의무에서 자유로웠던 자기중심적인 한 남자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이루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이 영화는 ‘대안가족’의 대표적인 텍스트로 활용됐고, 그런 기적 같은 일은 12살 소년 마커스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비싼 차와 고급스럽고 화려한 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연애와 여유를 즐기며 살던 38살 노총각 윌 프리맨은 갑자기 인생에 끼어든 꼬마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다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궁리를 하지만, 꿈에도 생각 못했던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아빠가 이렇게 된 건 하늘의 뜻이야 사고야?”“미안해, 정말 미안해”“괜찮아 아빠. 미안해하지 마. 그래도 난 행운아야. 딴 아빠들은 같이 놀아주지 않잖아.”“그래, 우린 운이 좋아 그렇지?” 육체적인 불편함은 영혼이나 인격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음을 눈물겹게 알게 해 준 영화 ‘아이앰 샘’(I Am Sam,2003년).7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아빠는 양육 능력이 없다는 선고를 받고 딸을 빼앗긴다. 그때부터 샘의 눈물겨운 법정투쟁은 시작된다. 지적인 능력의 정도와 기본적인 양육의 조건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가족의 조건은 아니다. 이 단순하고 놀라운 사실을 증명해 보이는 것은 모두다 능력과 자격이 없다고 손가락질하던 샘으로부터다. 그의 순수한 마음에 동화되면서 자기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변호사와 이웃집 애니 그리고, 샘의 장애인 친구들은 이미 훌륭한 가족의 일원이었고, 딸 루시를 입양한 부부들도 가족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가족, 그 이름 아래 당신은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누고 사랑하고 이해하는가. 당신에게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과연, 앞서 말한 이유들로 가족을 멀리하거나 힘겨운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면 난 세 명의 어머니를 뒀다. 낳아주고 키워주신 어머니와 아버지와 재혼하신 어머니, 그리고 정신적인 어머니. 그리고 피를 나눈 형제들 외에 살 같은 지인들이 내 가족이고 형제다. 중요한 건, 그들이 나를 어떻게 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계산없는 배려만이 가족이라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랑을 나누고 주려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타인이 내 삶으로 들어와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이루는 것. 그 놀라운 경험은 내 가족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경험과 공감대로 끈끈하게 연결된 또다른 가족을 선물한다. 가족은 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이 있으면 가능한 존재들이다.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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