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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20년째 인물만 찍어온 사진작가 조세현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20년째 인물만 찍어온 사진작가 조세현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다.아리스토텔레스는 방 안을 어둡게 한 뒤 한쪽 벽면에 바늘 구멍을 뚫어 놓으면 방 밖에 있는 물체의 영상이 방 안의 벽면에 비친다는 것을 알았다.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네모난 상자의 한쪽 면에 바늘구멍을 뚫어 놓고 반대면에 종이를 붙여 그림의 윤곽을 잡았다.바늘 구멍이 향하고 있는 쪽의 영상이 상자속으로 들어와 종이에 비치는 기능을 활용했다.이같은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는 오늘날의 사진기,즉 카메라의 어원이 됐다. 1839년 프랑스인 다게르에 의해 현재의 사진기가 처음 개발됐을 때 당시 유럽의 언론들은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하느님의 형상과 같은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신(神)에 대한 모독이다.이런 기계를 만들었다고 떠드는 다게르는 분명 바보 중의 바보다.” 아마 사람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이 영혼을 빼앗는 걸로 여겼던 것 같다. 사진작가 조세현(50)씨.이른바 인물 탐구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법정 스님,시인 고은,소설가 황석영,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등을 비롯,한예슬,손예진,이영애,이미연,고소영,김민선,김희애,김희선,장진영,권상우,고현정 등 문화예술계,종교계,연예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 대부분이 그의 카메라 렌즈 속에 자신의 삶과 일상을 담았다. 최근 6년 동안 그는 ‘그림자’를 위한 특별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우선 최근 전시회를 들여다보자.지난 17일 저녁,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천사들의 편지-인연’이라는 주제로 ‘사랑의 사진전’이 열렸다.전시장 벽에는 김혜수,하정우,송윤아,김정은,진호,최수정,하희라,김미화 등 20여명의 스타들이 미혼모의 아이,장애 아동을 한명씩 품에 안고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람객들만 수백명.김갑수,김성수,이승기 등 10여명의 스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한 ‘사랑의 사진전’은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6년 전부터 시작됐다. 행사 주관은 대한사회복지회(이사장 주경식),사진 촬영은 조 작가가 계속 맡았다.전시는 23일까지 계속되며 모인 후원금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치료비와 수술비,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전시회 직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아이콘 스튜디오’에서 조 작가를 만났다.그는 올해로 20년째 인물연구에 천착해오고 있다.그러는 동안 2년 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한복 사진전 ‘코리아,바람의 소리’를 열어 한복바람을 불러일으켰다.또 제13회 베이징장애인올림픽대회(9월6일~17일) 기간 동안 베이징의 문진호텔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장애인 선수들의 생생한 땀방울을 담은 사진전을 열어 주목을 끌었다. 평소 그는 “나의 사진의 목적은 타인과의 공감이며 사진을 통한 타인과의 대화는 나의 삶이기도 하다.”는 사진철학을 표방한다.또 “사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며,그래서 사진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주창한다. 그의 스튜디오 안에 들어서자 탤런트 윤은혜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대형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암실에서 막 나온 그와 마주앉았다.요즘 경제사정을 말하면서 최근 법정 스님의 ‘위기에 기죽지 말자.’는 얘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그는 “안그래도 길상사에서 직접 뵙고 사진도 찍었다.”고 했다.법정 스님이 머무는 산속 암자에도 갔었고 혜안 스님과 법장 스님 등 큰 스님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그는 “이런 스님을 만나면 빛이 보이고 아이같은 모습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카메라 렌즈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 있나요. “아이들입니다.과거에는 빛을 향했다면 지금은 그림자입니다.무표정 속에서 맑음을 뽑아내는 것이지요.차갑지만 따뜻하고,색깔로 치면 오렌지빛이라고 할까요.” →작품의 세계가 달라졌다는 얘기지요. “과거에는 피사체인 모델을 그대로 찍었지만 지금은 제 자신의 사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다시 말해 처음에는 피사체인 너를 찍었지만 지금은 나한테 아주 가까이 다가온 사진들이지요.깊이가 있다고 하면 될까요.” →‘천사들의 편지-사랑의 사진전’이 6년째인데 어떤 인연이 있었나요. “2003년 어느 날이었지요.대한사회복지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입양을 앞둔 아이들이 30명이 있는데 100일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갔지요.헌데 장애아동도 있었습니다.사진을 찍고 보니 그냥 100일 사진으로 하기엔 너무 아까워 금호갤러리 협찬으로 그해 연말 사진전을 열었습니다.가수 인순이,탤런트 권상우 등에게 부탁을 했지요.아이를 안고 찍어달라고 말입니다.그렇게 시작한 것이 6년째가 됩니다.다행히 모델이 된 아이들은 95%가 입양됐습니다.아이들한테는 빨리 부모를 찾아줘야 하거든요.” →사랑의 사진전은 언제까지 계속됩니까. “입양된 아이들이 10살이 될 때까지 할 겁니다.모델이 됐던 스타들과 다시 만남의 자리를 주선할 예정입니다.100일 무렵에 누군가의 품에 안겨 사진을 찍었던 아이들,그동안 등장했던 120여명의 스타들과 다시 만나는 것이지요.” →입양아들과 만나는 게 운명이라고 여기나요. “외삼촌이 대구교구 베드로 신부입니다.제가 사진작업을 하니까 하루는 (베드로 신부가 데리고 있던)낙동강변의 아이들을 촬영해달라고 전화가 왔어요.그래서 갔지요.순진무구하고,무표정하면서도 맑은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 찡한 아픔을 느꼈습니다.갔다온 얼마 뒤 공교롭게도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연락이 왔던 것 아닙니까.” →아이와 스타들,같이 사진찍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날씨와 스케줄 등 고려할 사항이 많습니다.대개 3개월에 한 커플씩 촬영을 합니다.아이들은 옷을 다 벗어야 하고,우는 아이들도 많아 달래기도 해야 하고,또 둘이 호흡이 잘 맞아야 합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을 키워봐서 사진 분위기를 잘맞추지요.” →그동안 개인전만 22차례,또 해외전시도 여러번 했는데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나요. “개성있게 찍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개성을 살리는 것이 곧 자신을 찾는 것이거든요.피사체엔 자신감을 주고 찍는 당사자는 나와의 만남이 거듭되고,그런 것이지요.” →지난 20년 동안 일관되게 인물사진을 찍어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갑니까. “8년 전부터 가치관이 좀 달라졌습니다.앞서 언급했듯이 화려한 빛에서 그림자로 바뀌고 또 내면적 깊이를 탐구하고 있습니다.사진으로도 얼마든지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몰두하고 있지요.그 깊이를 위해 가려고 합니다.” 조 작가가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중학교때였다.길거리에서 우연히 필름 하나를 주워 인화를 해보니 음화가 양화로 투사되는 신기함을 맛보았다.그래서 고등학교때 서클활동으로 사진반을 택했고 중앙대 임응식 교수와 만나면서 대학도 중앙대 사진학과를 다녔다.이후 1983년부터 1992년까지 여성잡지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다 프리랜서와 대학강단 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슬하에 딸 둘을 두었으며 영화계통과 패션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화려한 인물이 아닌 “보통사람들과 만나겠다.매표소 아저씨,정류장 사람들,가공이나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담겠다.”며 웃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경북 고령 출생으로 중동고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여성월간지 ‘주부생활’ 사진기자로 10년 가까이 일하다가 프리랜서로 전업했으며,1990년부터 6년 동안 경일대 사진학과 강사와 1997년부터 2년 동안 상명대 사진학과 강사 등을 역임했다.현재는 아이콘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중앙대 예술대 겸임교수,Figaro 사진디렉터 등으로 활동 중이다.1992년 올해의 패션사진가상을 수상했다.6년째 입양·장애아동을 위한 ‘천사들의 편지-인연전’을 열고 있다.여기에 참여한 연예인만 120여명에 이른다.그동안 개인전을 22차례 여는 등 인물전문 사진작가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 [CEO칼럼] 나의 10대 뉴스 /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

    [CEO칼럼] 나의 10대 뉴스 /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벌판을 달릴 때,한참을 달리다가 잠시 멈춰 선다고 한다.너무 빠르게 달리면 자신의 영혼이 못 따라올까봐 기다린 후 다시 길을 재촉한다는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달력이 한 장밖에 안 남았다. 인디언이 잠시 멈춰서 영혼을 기다리듯이 우리도 잠시 시간을 내서 지난 일년을 돌아볼 때다.이맘때쯤이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올해의 10대 뉴스를 꼽곤 한다.우리 회사에서도 자체적으로 10대 뉴스를 정해서 직원들과 함께 한 해를 되돌아봤다.아쉬웠던 순간도 많았지만,대부분 우리의 땀과 노력으로 이룬 결과물이 10대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물론 한 해에 일어난 많은 일들 중에서 열 가지만 뽑아놓고 보니 야박한 생각도 들었다.그 안에 꼽히지 못한 많은 노력들이 묻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유익했다.마치 그때 놔두고 온 영혼들을 다시 불러들인 것처럼 열정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회사의 10대 뉴스를 보면서 한 해를 돌아보고 있노라니,내 자신의 올해 10대 뉴스를 한번 짚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냈을까.어떤 것들을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까. 첫번째는 작은아버지의 췌장암 말기 소식.어딜 가면 부자지간으로 오해할 정도로 닮아서 유독 나를 귀여워하셨던 작은아버지셨다.주위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며 마지막 치료를 포기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그 의연함과 곧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두번째는 외아들의 여자친구 소식.아직 어린 줄로만 알았던 아들녀석이 교제 중이라며 여자친구를 소개할 때 처음 놀랐고,나와 여자 보는 눈이 다른 것을 알게 됐을 때 또 한번 놀랐다.그리고 세번째,네번째… 기억나는 뉴스들을 떠올려 봤다. 개인적으로 감사한 순간을 되새기며 고마운 많은 이들도 함께 떠올릴 수 있었다.많은 일들,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해를 넉넉하게 산 것 같아서 풍요로웠다.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잠시 말을 멈추고 영혼을 기다리는 동안 어떤 생각들을 떠올렸을지 깨달았다.아마 주위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가족과 친구,그리고 나를 달리게 해준 고마운 이들. 이제 다시 고삐를 다잡고 내년의 말을 달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내년엔 말보다는 소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일본의 1000엔짜리 지폐 도안의 인물이기도 한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소처럼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소가 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세.우리는 어떡하든 말이 되고 싶어하지만,소는 웬만해서는 될 수 없네.서둘러서는 안 되네.머리를 너무 써서는 안 되네.참을성이 있어야 하네.세상은 참을성 앞에 머리를 숙인다는 것을 알고 있나? 불꽃은 순간의 기억밖에 주지 않네.힘차게,죽을 때까지 밀고 가는 걸세.결코 상대를 만들어내면 안 되네.상대는 계속해서 나타나기 마련일세.그리고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네.소는 초연하게 밀고 가네.무엇을 미느냐고 묻는다면 말해주지.인간을 미는 것일세.’ 내년에는 말처럼 빨리 달리기보다는 소처럼 초연하게 사람들을 밀고 가는 삶을 꿈꿔본다.마침 내년이 소의 해라고 하니 마음가짐이 새롭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
  • 최영훈 기자의 ‘댓바람’ 자선냄비 체험기

    최영훈 기자의 ‘댓바람’ 자선냄비 체험기

    한해가 저무는 지난 19일,기자는 구세군측의 협조로 지하철 강남역 메리츠화재 앞에서 거의 한나절을 일일 자선냄비 활동에 나섰다.독자들에게 연말 나눔의 체험 현장을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전달해보자는 생각에서 였다.대로변에 서서 목청을 높여본 아주 소중한 체험이었다.이곳을 지났던 시민들은 기자의 엇박자 자선냄비 종소리에 고개를 갸웃했을지도 모르겠다.처음 체험하는 것도 그렇지만 최소한의 연습마저도 하지않고 댓바람에 나갔기에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아주 어설펐을 것도 같다.  ●구세군과 자선냄비에 대한 3가지 기대  자선냄비 체험 시작 전 기자는 무척 긴장되고 들떠 있었다. “자선냄비에 정을 담는 사람들은 뭔가 다르겠지?”,“돈을 넣는 사람들의 표정은 얼마나 따스하고 아름다울까.”,“온화한 미소의 중년 부인이 기부를 하면 이것저것 물어봐야지.”, “이왕이면 스님이나 노숙인의 기부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품에 안은 채 아침 일찍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구세군 사관학교로 향했다.구세군 사관학교는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신학교다.군대와 비슷한 곳이라 들었기에 출발 전 열과 오를 맞춘 후 힘찬 구령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는 ‘행사’를 치를 것이라 예상했으나,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실망을 뒤로 한채 한참 수다를 떨다가 수고하라는 말을 끝으로 각자 팀대로 길을 나섰다.명동 삼성 등 목적지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차이가 나서 동시에 출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응당 펼쳐질 거라고 생각한 장면이 없어 아쉬워하는 기자의 뒤로 출발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부르릉~’ 차 속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 가에 귀를 기울였다.평소에도 영혼이나 삶 등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나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예상도 보기 좋게 무너졌다.자식 얘기,유류환급금 얘기부터 “오늘은 좀 잘 돼야 할 텐데….”라는 소망까지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는 대화였다.점심으론 순대국밥을 먹고,칼칼한 목에 귤 하나,추운 날씨에 차 한잔에 고마워 하는 장삼이사들이다.  벌써 구세군 측에 대한 기대가 두 개나 깨졌다. 군대식 사열과 형이상학적인 대화가 없다니….  ●자선냄비 종소리는 ‘딸랑 딸랑’ 아니었다!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딸랑딸랑 ‘솔’음의 경쾌한 종소리가 강남역에 울려 퍼진 건 이날 낮 12시부터. “좋아.기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해 글로 옮겨주겠어.”그러나 현실은 기대처럼 되지 않았다.‘떨렁떨렁’ 내게 맡겨진 구세군 종을 제대로 울리게 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처음 할 때는 다들 어려워 해요.” 옆에서 지켜보던 사관학생 임정환 팀장은 종 하나 제대로 딱딱 못 맞추는 기자가 안쓰러웠는지 조금 더 가벼운 종으로 바꿔줬다.‘딸랑 딸랑’ 조금은 가벼워 약간 더 높은 음을 내는 종도 어렵긴 매한가지.쩔쩔 매는 기자에게 한 수 지도가 이어진다.“속으로 어떤 음악이나 노래를 부르면서 리듬을 타 보세요.그리고 조금 더 부드럽게 하면서 음의 여운을 살려내는 게 포인트입니다.”  기자 손에서 ‘딸랑 딸락 떨그럭’ 소리만 내던 종이 그의 손으로 옮겨지자 청아한 소리를 낸다.‘딸랑 딸라라랑~’,‘딸랑 딸라라랑~’ 처음 알았다.바로 옆에서 듣는 구세군 종소리에는 여운이 있다는 것을.이제부턴 ‘딸랑 딸랑’이라고 쓰지 않을 테다.  그렇게 한동안 종과 씨름하다보니 벌써 교대시간이 됐다.원래 2시간 간격으로 휴식을 하던 것을 ‘초보’인 기자를 생각해서 이날만 1시간 간격으로 교대를 하기로 했다. “어~전 괜찮은데 그냥 하던 대로 하시죠.”시작 전 내뱉은 이 말이 무색하게 기자는 교대를 원하고 있었다.  ●기부는 종소리를 춤추게 만든다 한 시간을 조금 넘게 쉰 뒤 다시 잡은 종.아까보다 리듬을 타서 종을 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좋아.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어.” 그러나 또 헛된 바람이었다.점심시간이 지난 후라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을 뿐더러,겨우 30분도 채 되지 않아 종을 치던 오른 팔과 손목,날갯죽지가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다. “교대 시간 언제지.”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단다. “원래 종치는 게 그래요.처음엔 장단 맞추기가 어렵고 조금 더 지나면 팔이 아프고….저야 이제 익숙해져서 요령이 생겼죠.”  임 팀장이 알려준 요령은 손목을 사용하다가 아프면 팔 전체로 흔들고,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손가락을 움직여 소리를 내라는 것이었다.이처럼 종치는 방법을 달리 하니 훨씬 수월해지면서 기자가 내는 종소리도 왠지 한결 청량해진 듯 하다.  그런데 이번엔 거리에 사람이 너무 적다. “원래 점심때랑 저녁때 사람이 많고 오후 2~5시까지는 사람이 좀 드물죠.” 사람이 적어지니 경쾌하던 종소리도 풀이 죽는다. “이렇게 활동을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지치고 힘들 때가 있어요.사람들 호응도 없고 기부도 잘 안 되면 원망스럽기도 하구요.그러다가도 동전 하나라도 주시는 분이 있으면 바로 기운이 납니다.종소리도 다시 커지고요.”  기부가 별로 없자 기운이 빠진다.리듬도 흐트러진다.청아하던 종소리가 풀이 죽는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야속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관심 좀 가져주지.”  그런 찰나 ‘작대기 두개’를 단 군인이 다가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양손에 파지한 후 조심스레 냄비 속으로 투척한다.‘딸랑 딸라라랑~’ 풀 죽은 종소리에 다시 힘이 솟는다. “그래 이 맛이야.” 저렇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할 맛 난다.  ●난 기자가 아닌가봐~ 오후 4시엔 새침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고운 손을 보인 젊은 아가씨로 인해 흥이 났고,4시 40분엔 무가지를 배포하는 아줌마가 생긋 인사를 한다.5시가 넘자 바로 앞에서 양말을 파는 아저씨가 와 슬쩍 기부를 하고 간다.거의 매일 장사에 앞서 기부를 하는 ‘단골’이란다.  사람이 한껏 많아진 오후 7시에는 중학생 꼬마 숙녀 둘이 와 종을 쳐보겠단다.호기심이 발동했나 보다. “그냥요~저는요….재미있어 보여서 한건데요….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는 이 꼬마 숙녀의 목소리가 참 낭랑하다.  약 10분 후 중년 남성이 덜렁이며 걸어오더니 냄비 속으로 무언가를 집어 넣으려고 낑낑거린다.자세히보니 ‘지퍼백’에 한껏 담은 동전 수십개였다.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다. “정말 감사합니다.복 많이 받으세요.” 종소리가 한층 더 빛난다.그런데 아차 싶다.저 동전들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미처 물어보지 못한 것이다.이날 기자 신분으로 체험을 하고는 있었으나 어느새 나도 모르게 구세군 일원이 돼 본분을 망각한 듯 싶다. “에이 뭐 글로 못 옮기면 좀 어때.그냥 고마우면 된 거지.”  ●’딸랑 딸라라랑’ 그리고 영원히… 이날 많은 사람들이 강남역에 출동한 ‘자선냄비 1-48호’에 따뜻한 온정을 베풀고 갔다.그런데 또 예상이 틀렸다.기자는 ‘기부하는 사람들이 온화한 인상으로 정중히 다가와 수고많으십니다란 인사와 함께 돈을 넣고는 뿌듯한 미소를 보이며 돌아설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하지만 이것은 책상 앞에서 상상하던 모습에 불과했다.이날 자선냄비를 보듬어 주고 간 사람들은 한결같이 느린 발걸음으로 주저주저하며 왔다가 돈을 넣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번개같이 사라졌다.  “아마 다들 쑥스러우셔 그런 것 같아요.기부가 대단한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그냥 저희도 그렇고 자선냄비도 그렇고 편안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꼭 지폐가 아니더라도 주머니 속 10원짜리 100원짜리 동전도 소중하게 쓰일 곳이 많거든요.아니면 저희에게 눈인사 정도만 하고 가셔도 아주 큰 힘이 되죠.”  이날 기자는 집에 돌아온 후에도 ‘딸랑 딸라라랑’ 소리가 귀에 맴돌아 한참동안 잠을 청하지 못했다.새벽 3시까지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가 결국 생각해 낸 마지막 문장.  ‘김장훈·문근영만 기부를 하는 게 아니다.’   글 사진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동영상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 [사설] 고위 공직자 물갈이 줄세우기 안돼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의 1급 공무원 10명이 일괄 사표를 내 공직사회가 얼어붙었다.모든 부처의 대대적인 물갈이의 신호탄으로 여기는 분위기다.진급 적기 경과 후 2년 단위로 심사를 해서 불성실한 군간부를 퇴출하겠다는 국방부 안도 물갈이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청와대는 해당 부처에서 하는 일이라며 교감이 없었던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모르는 1급 인사나 군간부 퇴출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가경쟁력강화회의에서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피력했었다.여권에서는 그동안 교과부를 겨냥해 ‘좌파 공무원들의 근거지’라는 말이 나돌았다.최근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파문 등 교육개혁이 매끄럽게 추진되지 못한 탓일 것이다.능력이 없거나 움직이지 않는 고위공직자는 솎아내는 것이 당연하다.교육철학과 이념이 현 정부와 달라 함께 일을 할 수 없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그런 공무원들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그러나 원칙과 기준도 없이 전 정권에서 일했다고 해서 무조건 쫓아내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그러면 공무원들의 반감과 자괴감만 키울 수 있다.장·차관은 정권과 운명을 같이해야 하지만 공무원들은 함께 일하기 어려운 부적격자를 제외하고는 신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아울러 정책의 실패와 지지부진한 정책 추진의 책임을 고위공직자들에게만 물어서는 안 된다.합리적인 의견수렴과 민주적 절차를 거친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가질 공무원은 없다.다 알다시피 노무현 정부가 많은 비난을 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코드 인사,회전문 인사였다.정권의 눈치만 보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일을 잘할 수는 없다.고위 공무원들은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이명박 정부도 줄세우기 인사로 같은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 정몽준 회장 “축구협회장 퇴임 후 유소년 축구 돕겠다”

    “당장은 아니지만 유소년연맹이나 여자축구연맹을 맡아보고 싶습니다.지금 회장님들이 못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고 유소년·여자축구 발전에 봉사하려는 것이죠.나중에 출마하면 도와주십시오.” 내년 1월 중순 대한축구협회 수장 자리에서 떠나는 정몽준 회장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지도자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정 회장은 “1993년 협회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취임한 뒤 16년 여정을 마치게 되지만 회장을 그만두어도 축구장에 자주 가고 싶다.”면서 “지도자 여러분의 화합이 중요하다. 내년에 협회 발전을 위한 좋은 계획과 능력을 갖춘 분이 오셔서 협회를 이끌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악조건을 딛고 지난해 아시안컵 4강에서 한국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던 이라크를 소개하며 “이라크 감독은 ‘우리는 영혼을 바쳐 플레이를 한다.’고 했다.”면서 “우리도 그런 열정과 정신을 가지고 축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길섶에서] 바쁜 것은 악이다/황진선 논설위원

    자본주의는 사람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경쟁의 광풍 속으로 내몰아 정신없이 움직이게 만든다.부유한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빨리 움직인다고 한다.말도 빠르고 억양도 높다.빠름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된다.그래서 우리는 더 빠르게 움직이려고 허겁지겁 산다.바쁘지 않으면 불안감에 휩싸인다.우리는 지금도 쫓기고 앞으로도 쫓길 것이다. 어느 모임에서 “바빠서 그런지 젊은 친구들의 참석률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을 꺼냈더니,한 선배가 말을 받았다.“예전엔 바쁜 것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즘엔 점점 악이라는 생각이 들어.자신을 성찰하고 제 영혼을 돌볼 시간조차 없다면 악 그 자체 아니겠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도 농구를 했다고 한다.부시 대통령은 크로퍼드 목장에서 철마다 휴가를 즐겼다.우리도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찾아야 한다.그래야 일과 삶을 바로 보고 균형있게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너무 바쁜 것은 악이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KT 사장후보 다음주 발표

    KT 신임사장 후보가 진통 끝에 이르면 다음주 결정된다.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사장추천위원회는 이번 주말 사장 후보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다. KT는 사장 내정자로 ‘1인 후보’가 정해지면 내년 1월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및 사장 선임 건을 동시에 안건으로 올려 신임 사장을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이를 위해 12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 1월 임시주총의 일시와 안건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새 사장이 임명되면 KT와 KTF는 2월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KTF의 검찰 수사로 시작된 경영혼란이 끝나는 셈이다.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사장 후보자 추가공모에는 5~6명이 신청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유력 후보들의 이름이 이미 거론되고 있던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져 추가 후보자가 많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KT는 지난달 사장공모를 했지만 “2년 이내 경쟁업체나 그 관계사 임직원으로 재직한 경우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는 정관 25조 때문에 상당수 후보들이 배제되자 추천을 연기했다.이어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결의한 뒤 추가로 사장 후보를 공모했다. 한편 40여명에 달하는 사장 후보군에서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 등 전 공무원 출신과 정규석 전 데이콤 사장,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 등 기업인 출신 등이 유력한 사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패트릭 스웨이지 “내가 곧 죽는다고? 사실무근”

    패트릭 스웨이지 “내가 곧 죽는다고? 사실무근”

    “곧 죽는다고? 난 아직 건재하다.” ‘사랑과 영혼’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가 일부 언론에서 불거진 임종 임박설에 대해 강한 불쾌함을 나타냈다.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일부 보도와는 달리 현재 병원에서 열심히 항암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곧 시작할 작품에도 출연할 계획이라는 것. 미국 대중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지 등 일부 언론은 지난 26일(한국시간) “췌장암 말기였던 스웨이지의 암세포가 다른 기관으로 전이돼 사망이 임박했으며 현재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된 지 1주일이 지난 2일 스웨이지가 직접 AP, ABC 방송 등에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사망 임박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기 때문. 스웨이지는 이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언론에서는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난 그렇지 않다.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도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냈다.”라며 특유의 재치로 사망 임박설을 반박했다. 이어 그는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내 임종을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됐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열심히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고 평생 이길 자신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연이 예정된 드라마 ‘Beast’(비스트)의 다음 시즌을 준비하려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스웨이지는 “관심은 고맙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 때문에 나를 보고 힘을 얻는 다른 사람들과 날 지켜봐주는 가족들이 상처를 받을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스웨이지는 올 초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병원으로부터 5주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꾸준한 치료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암 전이를 막아 건강이 호전됐으며 지난 7월 드라마 ‘비스트’에 캐스팅 돼 연기 재기를 하기도 했다. 사진=tv.popcrunch.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구 의정 초점] 의원들 발품 팔아 역점사업 뒷받침

    [구 의정 초점] 의원들 발품 팔아 역점사업 뒷받침

     광진구의 ‘고구려아차산 역사문화관’ 건립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다.  구청의 역점사업에 대해 후반기 의회도 적극적인 자세로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사실 거액의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에 의회가 선뜻 협력을 다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하지만 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건전한 비판을 포함한 상생의 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1박2일 빠듯한 일정 속에 역사공부  1일 광진구의회에 따르면 조길행 의장과 박채문 운영위원장,김찬경 기획행정위원장,박삼례 복지건설위원장,양윤환·곽근수 의원 등 6명은 지난달 1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단양군의회를 방문했다.  단양은 고구려 온달장군의 산성과 유물전시관 등을 자랑하는 역사관광 도시다.광진구가 남한에서 최대 고구려 유적을 자랑하는 곳이어서,이번 방문에 의미가 깊다.  광진구 의원들은 ‘비교시찰’을 통해 단양군의 고구려 유적지에 대한 보전과 관리 노하우를 배웠다.아울러 틈틈이 전문가 특강을 접하며 구정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지방의회간 교류협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의원들은 단양군 별곡리 군의회에서 신태의 단양군의장 등 10여명으로부터 환대를 받은 뒤 온달산성→유물전시관→특강 등 첫날 일정을 마쳤다.이튿날에는 무령왕릉→공주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서울로 올라왔다.번갯불처럼 소화한 일정이었지만 그 사이에 최장열 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로부터 ‘남한의 고구려 유적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특강을 듣고 토론도 했다.해설사 3명에게서 역사공부도 단단히 했다. ●관광 수익창출 위한 드라마 촬영장 기대  온달관광지가 있는 영춘면은 고구려를 비롯한 신라·백제 등 삼국의 영토전쟁이 치열했던 곳.온달산성은 성벽의 길이 683m를 돌과 흙으로 쌓은 산성이다.산성의 정상에서는 남한강과 영춘교가 한눈에 보인다.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영혼을 달래는 곳이라는 돌무덤도 있다고 한다.  광진구 의원들은 고구려의 유물·유적은 아차산에 더 많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단양군의 노하우에 대해 깨달은 바가 크다고 했다.특히 영춘면에 있는 드라마 촬영장을 둘러보고 광진구에도 촬영장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단양 촬영장은 TV드라마 ‘태왕사신기’ ‘일지매’ ‘바람의 나라’ ‘연개소문’ 등이 제작된 곳이다.광진구를 역사도시로 가꾸면서 관광자원을 개발해 지역발전의 추진동력으로 삼자는 의견까지 진전을 시켰다.  조길행 광진구의장은 “이번 지방비교시찰을 통해 우리 구 역점사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면서 “역사문화관 건립사업이 주민을 위한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이현우 행복만발 소감 “딸기야 사랑한다!”

    이현우 행복만발 소감 “딸기야 사랑한다!”

    가수 이현우(42)가 13살 연하 새신부를 맞아 ‘노총각 딱지’를 떼는 행복한 심정을 밝혔다. 이현우는 27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엘리제홀에서 공식적으로 결혼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현우와 평생을 함께 할 주인공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이 모씨(29). 지난해 한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미술 전공’이란 공통 코드에 힙입어 자연스레 친해졌으며 올 여름부터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 지난 10월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내년 2월 21일 결혼 날짜를 확정지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현우는 뒤늦은 결혼 소식에 시종일관 기쁨에 찬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결혼을 앞둔 이현우와의 일문일답. - 지금 소감이 어떤가? ▲ 일단 굉장히 기쁘고 얼떨떨하다. 처음 느껴 본 기분이라 두렵기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많은 관심에 감사드린다. - 왜 (기자회견에) 혼자 나왔는가? ▲ 사실 동행해서 함께 인사 드리는게 예의인데 평생을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노출되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할 것 같았다. 신랑 되는 입장에서 고려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혼자 나오게 된데 이해를 부탁드린다. - 신부는 어떤 사람인가? ▲ 프리랜서 큐레이터로 전시 기획하는 친구다. 외국계나 국내 아티스트들의 그림을 전시한다. 건강미 넘치는 스타일이다. 나와는 13살 차이가 난다. (웃음) - 신부를 어떻게 만나게 됐나? ▲ 처음에는 전시 관련 일 때문에 만났다. 나 역시 미술을 전공했고 늘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다. 어느 날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면 어떠냐는 제의를 받게 됐고 그 친구가 전시 기획을 담당하게 되면서 만나게 됐다. 다른 일정과 겹쳐서 전시회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좋은 만남을 얻었다. - ‘이 사람 이다’고 느끼게 된 계기는? ▲ 이전에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면 ‘야 한잔하자’는 친구가 있으면 함께 어울리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렇지가 않더라. 그냥 이 친구가 보고싶고 더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아 지금까지와 다른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문득 전화를 걸어 ‘마치 바다에서 표류하는 듯 방황하던 나를 잡아줘서 고마워’라고 마음을 내비쳤다. - 프로포즈는 어떻게 했는가? ▲ 아직 못했다. 계획이 있었는데 언론에 알려지며 결혼발표를 먼저 하게 돼 엉망진창이 된 감이 있다. 청혼은 했다. - 청혼은 어떻게 했는가? ▲ 꼬치 집에서 소주 한잔 하며 ‘결혼해 달라’고 말했다. - 첫 키스는 언제 어디서 했는가? ▲ 지난 봄, 어중간한 사이일 때 차안에서 했다. - 느낌은 어땠는가? ▲ 다들 아시잖냐.(웃음) 굉장히 달콤하고 천국이 있다면 이런 분위기 일 것 같았다. 키스 보다 키스 하기 전 두근거리고 떨리는 두근거림이 더 기억에 남는다. - 신부를 부르는 애칭이 있는가? ▲ 그 친구는 나를 ‘자기’ 라고 부르고, 나는 이름을 부르거나 ‘딸기’ 라고 부른다. (야유가 쏟아지자) 죄송하다. 그 친구가 딸기를 좋아한다. 우리끼리 있을 때만 부르겠다.(웃음) - 2세 계획은? ▲ 워낙 아이를 좋아해 되도록 빨리 낳고 싶다. 3명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 사람과 의논 후 정하겠다. 적어도 2명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외동은 외롭다고 생각한다. 내게 조카가 많은데 ‘정신 못차리는 삼촌’으로 통했었다. 하물며 조카들도 그렇게 사랑스럽고 좋은데 내 아이라면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다. 아이를 가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던데 빨리 그 세상을 맛보고 싶다. - 개인적으로 결혼 준비를 하고 있나? ▲ 등산을 하는 등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 신부와 장모님, 장인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 신부는 ‘멋지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장모님께 그런 사람을 허락해 주신데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매일매일 웃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하겠다. 정말 아름답고 예쁘게 잘 살겠다. 그리고 딸기야(신부 예칭), 오빠 큰 실수 없이 기자회견 잘 마쳤다. 사랑해!(웃음)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 / 사진 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CNN “이병헌은 아시아의 제임스 딘”

    CNN “이병헌은 아시아의 제임스 딘”

    “이병헌은 아시아의 제임스 딘” ‘지 아이 조’(G.I. Joe)를 통해 할리우드 진출에 나선 배우 이병헌에 미국 CNN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CNN은 25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해외 바람몰이 나선 한국 아이돌 이병헌’(Korean idol Lee Byung-hun makes waves overseas)이라는 제목으로 이병헌과의 인터뷰와 그의 영화 소식을 전했다. 이 기사에서 CNN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홍보차 런던을 찾은 그의 조각같은 외모와 38세 나이가 믿기지 않는 피부가 돋보였다.” 며 “그가 왜 ‘아시아의 제임스 딘’으로 알려졌는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로맨틱 영화와 드라마에서 영혼이 담긴 연기를 보여준 최고의 배우인 그가 이제 한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그의 해외진출 소식을 전했다. 이병헌은 CNN과의 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변신에 대해 “배우라면 일생에 적어도 한번은 악역 연기를 원한다. 감정의 넓은 영역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인터넷 ‘악플’에 대한 질문에 이병헌은 “바뀌어야만 할 부분”이라며 “되도록 그런 것들을 읽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게 좋은 대처인 것 같다.”고 답했다. CNN은 끝으로 “이병헌은 ‘만약 좋은 제안이 들어오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할 뜻을 내비쳤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병헌은 내년 ‘지 아이 조’와 ‘나는 비와 함께 간다’ (I Come With The Rain) 등 출연작 두 편의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새영화] 북극의 연인들

     잠깐!들어가기 전에 먼저 다음 두 이름을 소리내어 읽어 보라.‘ANA(아나)’,‘OTTO(오토)’.다시 거꾸로 읽어 보라.어떤가.  아나와 오토는 영화 ‘북극의 연인들’(Lovers of the Arctic Circle)의 남녀 주인공 이름이다.이 이름들이 지닌 회문(回文,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똑같은 낱말) 구조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암시한다.그것은 바로 시작이 끝이 되고,끝이 시작과 다름없는 두 연인의 순환적 운명이다.  아나와 오토가 처음 만난 것은 고작 8세 때.하굣길 교문 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곧 범상치 않은 영혼의 교감을 나누게 된다.하지만 오토의 아버지와 아나의 어머니가 결혼을 하면서 졸지에 남매가 돼버린 둘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랑을 비밀스럽고 고통스럽게 감추게 된다.  만나고 헤어지기를 거듭하는 우여곡절 끝에 서로를 떠난 두 사람.17년 뒤 북극권 가장자리 핀란드에서 다시 만나게 되지만,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재회의 기쁨이 아니라 죽음이다.  영화는 아나의 시점과 오토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 준다. 한 가지 상황에서 파생된 두 가지 버전의 이야기는 수면 위로 퍼지는 동심원처럼 닮았으면서도 완전히 다르다. 훌리오 메뎀 감독은 “리듬을 타는 몽타주,많은 플래시 백으로 분절된 퍼즐 같이 구성된 이야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격정과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사춘기 시절 아나와 오토가 나누는 정사 장면은 ‘법적인 남매’라는 점에서 논란 가능성과 함께 파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의 기구한 운명이 가장 애절하게 표현된 부분이기도 하다.스페인 배우 나즈와 님리와 펠레 마르티네스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두 주인공의 열정과 집착을 절절하게 스크린 위에 새겨 놓았다.  몽환적이면서도 선명하게 그려낸 비극적 러브스토리는 엔딩 자막이 올라 가고 나서도 한참을 가슴 먹먹하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메뎀 감독은 고야상 최우수 신인감독상과 도쿄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데뷔작 ‘암소들’을 비롯해 ‘붉은 다람쥐’,‘대지’ 등을 내놓은 스페인의 거장.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북극의 연인들’은 1998년 작품으로 국내에는 다소 늦게 당도한 감이 없지 않다.12월4일 개봉.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열린세상] 영혼없는 경제외교/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ㆍ전총장

    [열린세상] 영혼없는 경제외교/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ㆍ전총장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은 미국에서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회에서 먼저 비준을 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 등 야당은 농산물과 서비스 등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며 국제경제위기와 미국 대통령선거 등 상황 변화가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여야의 생각이 다른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상임위원회에 상정하여 조속한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고 있고 이에 맞서 민주당은 여야 합의 없이 상정할 경우 실력저지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놓고 여야가 벌이는 싸움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한마디로 영혼없는 정치싸움일 뿐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 심각한 결함(badly flawed)이 있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까지 보냈다. 또 오바마 당선인은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를 수십만대 수출하면서 정작 미국자동차수입은 수천대에 불과하다는 구체적 예를 들며 한·미자유무역협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 국회가 먼저 비준을 하여 압박한다고 해서 미국이 재협상 요구할 것을 안 할 것인가? 콜롬비아와 페루는 우리나라와 같이 미리 비준을 하여 미국을 압박하려다 실패한 선례를 남겼다. 오바마 정부가 막상 재협상을 요구해 올 경우 우리나라로서는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사실은 오바마 당선인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미국경제를 살리겠다는 기본 정책기조에서 나온 논리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부시행정부가 자유무역을 허용하며 미국내 일자리가 줄고 무역적자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교역상대국에 대해 노동, 환경 등의 기준을 강화하여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 환율을 조작해서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를 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 대해서 동시 다발적으로 무역 압력을 가하겠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말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 것은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표시로 볼 수밖에 없다. 오바마 당선인은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취임 즉시 경제문제 대처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중시하고 공화당은 시장자유주의를 중시한다.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가 인종의 벽을 넘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정부가 공화당 정책기조를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당선인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산업 재편과 규제 및 감독강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 자동차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 중산층의 성장을 위한 각종 산업정책과 세금감면 등의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실상 부시정부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새로운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새로운 차원의 경제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처할 경우 자유무역협정이 표류상태가 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철강, 섬유 등 주요 수출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오바마 측 인사들과 접촉할 수 있는 인맥을 찾는 데 급급한 편협한 태도에서 벗어나 경제대국으로서 당당한 모습으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인 국가 대 국가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국제금융위기 극복에 함께 노력하는 것은 물론 양국이 서로 이득이 되는 무역정책을 재정립하고 상생체제를 구축하는 의연하고 멀리 보는 경제외교가 필요하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ㆍ전총장
  • [병자호란 다시읽기] (98) 인조, 백성에 사죄하다

    [병자호란 다시읽기] (98) 인조, 백성에 사죄하다

    전란은 끝났지만 인조 정권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당장 도성 안팎에 버려져 있는 시신들을 치우고, 하나 둘씩 모여드는 생존자들을 구휼(救恤)하는 문제가 시급했다. 또 전쟁을 불러오고, 임금으로 하여금 일찍이 없던 치욕을 겪게 만들었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것도 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장 척화신들의 ‘경거망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척화신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흉흉한 민심을 달랠 수는 없었다. 백성들은 청군에게 죽고, 붙잡혀 끌려가고, 삶의 터전까지 잃어버렸다. 그들의 아픔과 분노를 다독이려면 결국 인조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화약이 맺어지고 인조가 환궁한 직후 조정의 분위기는 미묘했다. 우선 무신들의 기세가 등등해졌다. 병조판서 신경진(申景 )은 회의석상에서 문관들을 매도했다.“쥐새끼 같은 자들이 나라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다.”며 목청을 높였다.‘쥐새끼 같은 자들’이란 문관들, 그 가운데서도 척화신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구굉(具宏) 또한 척화신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인조의 인척이자 반정공신이기도 했던 그는 “윤황(尹煌)이 척화(斥和)를 주장하여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그의 목을 베어야만 한다”고 일갈했다. 일찍이 정묘호란 당시부터 후금(청)과의 화친 시도를 ‘적에게 항복하는 것’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던 윤황을 정조준했던 것이다. 나만갑은 ‘기세가 오른 무인들이 문신들을 종이나 하인들처럼 여기고, 남한산성에서 내려온 것이 마치 무슨 중흥의 계기나 된 것처럼 여긴다.’고 귀경 직후의 조정 분위기를 적었다. ●벼랑 끝으로 몰린 척화신들 호전될 기미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점차 답답한 현실에 짜증을 내게 되고 편안한 것을 찾기 마련이다. 더욱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병사들을 이끌고 산성의 방어를 담당했던 무신들이 보기에 문신들, 그 가운데서도 척화신들은 목소리만 컸을 뿐, 성을 방어하거나 나라를 지키는 데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할 만도 했다. 이미 1637년 1월, 지친 병사들 사이에서 ‘척화신을 묶어 보내라.’는 시위가 일어난 바 있었다. 추위와 기아에 시달리던 그들에게는 거창한 대의명분보다는 당장 따뜻한 밥 한 그릇과 편안한 잠자리가 더 절실했다. 그럼에도 ‘전원 옥쇄(玉碎)를 각오하고 결사 항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던 척화신들의 주장이야말로 비현실적이고 우활(迂闊)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항복이 다만 ‘시간 문제’가 되고, 청이 전쟁의 책임을 척화신들에게 돌리고 그들을 묶어 보내지 않으면 항복을 받아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판에 척화신들의 결사 항전 주장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조가 항복했던 직후, 도성의 민심은 척화파에게 부정적이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도성으로 돌아온 백성들 앞에 보이는 것은 시체가 나뒹굴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처참한 모습뿐이었다. 절망 속에 눈에 핏발이 설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자신들을 유린한 청군에 대한 적개심과 아울러 대의명분을 앞세운 척화신들의 ‘경거망동’ 때문에 자신들의 삶이 망가졌다는 원망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2월19일 김류, 홍서봉, 이성구, 신경진, 최명길 등 대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나라를 그르친 사람들의 죄를 따지는’ 자리였다. 윤황, 이일상(李一相), 유황(兪榥), 홍전(洪 ), 조경(趙絅), 유계(兪棨) 등 척화신들의 ‘과오’가 도마 위에 올랐다. 논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인조는 이들 모두의 관작을 삭탈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조경은 문외출송(門外黜送), 윤황·유황·홍전·유계 등은 유배, 이일상은 가장 무거운 절도(絶島) 정배의 명령을 받았다. 척화신 대부분을 조정에서 쫓아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바야흐로 척화신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었다. ●인조, 백성 원성에 위기감 척화신들을 처벌했지만 인조 또한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다.2월8일, 심양으로 끌려가는 소현세자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인조는 한 노파의 원망 섞인 통곡 소리를 들었다.‘여러 해를 두고 강화도를 수리하여 백성들을 의지하게 했는데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더냐. 나라의 책임을 맡은 자들이 날마다 술 마시는 것을 일삼아 백성들을 모두 죽게 했으니 이것이 누구 탓인가? 자식 넷과 남편이 모두 죽고 다만 이 몸만 남았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어찌 이런 원통한 일이 있단 말인가.’ 가족을 모두 잃은 노파의 한탄은 사실 인조를 향한 것이었다. 그것은 또한 이번 전란 때문에 삶이 망가진 모든 백성들의 원망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인조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월19일 인조는 내외의 군인과 백성들에게 내리는 교유문(敎諭文)을 발표했다. ‘덕이 부족한 내가 대위(大位)에 있은 지 15년에 오직 대의(大義)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뜻밖의 화를 만나 외로운 성에서 포위 당한 채 봄을 맞았다. 나는 지금 해진 갖옷을 입고 거친 밥을 먹는 것이 일반 천민과 다름이 없고, 자식을 사랑하고 돌보는 마음은 천성인데 나는 지금 두 아들과 두 며느리를 모두 북쪽으로 떠나보냈다. 돌아보건대 백성을 기르는 자리에 있으면서 나 한 사람의 죄 때문에 모든 백성에게 화를 끼쳤다. 군사들은 전장의 원혼(魂)이 되게 했고, 죄 없는 백성들은 모두 포로가 되게 하여, 아비는 자식을 보호하지 못하고 지아비는 지어미를 보호하지 못하게 하여 가슴을 치고 하늘에 호소하게 하였다. 백성의 부모가 되어 이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 이 때문에 고통과 괴로움을 머금고 오장이 에는 듯하여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솔직하고 처절한 내용이다.‘나의 죄’ 운운하면서 전란 발생과 백성들의 고통이 모두 자신 때문에 빚어진 것임을 고백하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를 낮추고 백성들에게 머리를 숙인 국왕은 일찍이 없었다. 인조는 그러면서 백성들에게 다짐했다.‘이제 묵은 폐단과 가혹한 정치를 모두 없애며, 사당(私黨)을 없애고 공도(公道)를 회복하며, 농사에 힘써 남은 백성들을 보전하려 한다. 그대 팔도의 신민들은 지난날의 잘못 때문에 나를 버리지 말고, 상하 합심하여 어려움을 널리 구제할지어다.’ 이제 잘 해보겠으니 도와달라는 당부이자 호소였다. ●의심받는 인조의 진정성 처절해 보이기까지 하는 ‘사과 성명’을 읽으면 인조는 분명 병자호란을 계기로 대오각성한 듯이 보인다. 하지만 성명 발표 전후 인조가 취한 조처들을 보면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으로부터 강화도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 여유를 빼앗고, 엄청난 수의 백성들을 죽거나 포로가 되게 했던 장수들에게 군율 적용을 기피하려 했던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1637년 2월 삼사 신료들은, 특히 죄가 무거운 김자점·김경징·장신 등에게 엄격한 군율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종사를 위태롭게 하고 수많은 생령들을 죽거나 끌려가게 만들었느니 복주(伏誅)해야만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인조는 김경징과 장신에게 극형을 내리는 것을 꺼려했다. 신료들의 채근에 ‘김경징이 거느린 군사는 매우 적었고, 장신은 조수(潮水) 때문에 배를 통제할 수 없었다.’며 두 사람을 비호했다. 강화도를 방어할 준비를 내팽개쳤고, 함께 싸우자는 부하들의 호소도 묵살하고 달아났던 두 사람의 실제 행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이었다. 인조는,‘제대로 정죄(定罪)하지 않으면 종묘사직의 영혼을 위로할 수 없고 신인(神人)의 분노를 풀 수 없다.’는 신료들의 거듭된 요청에 밀려 마지못해 두 사람을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김자점은 끝내 유배형에 그치고 말았다. 김경징과 김자점이 모두 인조를 왕위에 올려놓는 데 앞장섰던 공신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인조의 태도가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을 비호하려 했던 인조의 자세는 ‘사당을 없애고 공도를 회복하겠다.’던 교유문의 먹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이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시는 죽음을 초월한다”

    “시는 죽음을 초월한다”

    노(老)시인은 50년 이상 시를 썼다. 이제는 기력이 떨어져 독서의 즐거움을 점차 잃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다시 스무살이 된다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직접 찾아가 시법(詩法)을 배우거나 ‘한반도의 비극에 대한 시극(詩劇)을 쓰겠다.’는 열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노시인은 또한 후배들에게는 수도하는 자세로 시의 심층에 길을 내기를 바라고, 시쓰기를 신앙과 같이 여기라는 훈훈한 조언을 던지는 넉넉한 어른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에 대해서는 ‘이 땅에 평론가가 있느냐.’고 힐난하면서 시의 뿌리를 읽어내기를, 감동이 있을 때만 말하기를, 무상의 희열이 있을 때만 쓰기를 툭 내던지듯 부탁하는 냉랭함도 내비쳤다. 문학세계사가 펴내는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겨울호가 한국현대시 100년을 맞아 등단 이후 50년 이상의 시력(詩歷)을 갖고 있는 원로 시인들에게 노년의 시와 삶을 물었다. 김광림(79), 김규동(83), 김남조(81), 김윤성(82), 김종길(82), 문덕수(80), 박희진(77), 성찬경(78), 허만하(76), 황금찬(90) 등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에게는 건강관리에서부터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까지 12개의 질문이 던져졌다. 김광림 시인은 시인으로 가장 후회스러울 때가 ‘시작(詩作)에 보수가 없을 때’, 김윤성 시인은 ‘결혼을 한 뒤 먹고 사는 일이 시를 쓰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느껴졌을 때’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김규동 시인은 생활고에 못이겨 ‘몇 푼 안되는 원고료 때문에 마음에 없는 글을 여기저기 쓴 일’에 대한 후회를 거둬들이지 못한다. 2008년의 젊은 시인들이 고스란히 겪고 있는 문제가 지난 50년 동안 별다르게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자식에게 얹혀사는 느낌이 힘들고, 보행이 어려워진 ‘보통 노인’의 모습이지만 ‘시와 시론에서 뭣이 좀 보이는 것 같다.(문덕수)’고 나이들수록 끝없는 정진을 보여주는가하면 ‘시는 죽음을 초월한다.(허만하)’거나 ‘시작도 가치를 창출하는 일(김종길)’이라며 시인으로서 자부심은 더욱 깊어간다. 도통(道通)의 경지다. 재미있는 점은 늘 ‘오독(誤讀)과 편견’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문학평론가에 대해서는 독설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도식적인 괄호에 넣어 고정시키지 말라.(김남조)’,‘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쓰지 말라.(박희진)’,‘시를 정독해달라.(성찬경)’ 등의 반응은 그나마 점잖은 편이었다. 가장 뜨끔한 대목은 아마도 ‘할 말이 없다.(문덕수)’는 냉소가 아니었을까. 시인에게 죽음은 무엇일까. 기독교 신자인 김남조 시인은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따라 영혼불멸을 믿고 있으며 허무감과 손잡진 않겠다.’고 했고, 가톨릭 신자인 성찬경 시인도 ‘이 세상과 존재의 얼개가 갈수록 신비스럽다는 점을 실감하기 때문에 내세의 존재를 100퍼센트 믿고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규동 시인은 ‘죄를 벗은 다음에는 새나 나비처럼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전체적으로 끝없는 잠의 세계일 것 같다. 그러므로 조용히 기다려보는 수밖에 무슨 도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콩닥콩닥 고대사 시간 여행 시리즈 1권(애나 클레이번 지음, 정범진·최재인 옮김, 개구쟁이 미르 펴냄) 5000년 전, 50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있다. 집, 음식, 옷은 물론 심지어 화장실은 어떤 모습인지까지. 모두 10권.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중세 유럽, 고대 중국, 잉카제국, 르네상스, 고대 이집트, 아즈텍 제국, 서아프리카 왕국들, 아슬람제국들이 소개된다.9500원 ●엄마는 뭐든지 자기 맘대로야(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주 옮김, 비룡소 펴냄) 엄마의 잔소리에 엄마랑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딸이나 아들이라면 꼭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엄마의 고향, 키, 몸무게, 엄마의 어린 시절 등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동안 엄마한테 잘못한 것을 크게 후회할 테니까.1만원 ●못말리는 호기심 사전(알렉상드라 파스테리아 지음, 이희정 옮김, 주니어랜덤 펴냄) 땅과 우주, 식물, 동물, 과학, 역사, 인물 등 7개 분야에 대한 360개의 질문과 답이 소개됐다. 지구는 회전하는 데 왜 사람들은 지구에서 안떨어지는지, 겨갓난 아기는 왜 걷지 못하는지 등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 대한 질문에 120% 만족할 만한 답을 제시한다.1만원 ●달라달라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조민영 옮김) 진짜 좋은 직업은 뭘까. 아이가 가장 원하는 일일 텐데 버스 운전사가 되겠다는 꼬마 쥐마 때문에 할아버지는 머리가 아프다. 사회적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바라는 할아버지와 쥐마는 어떻게 타협할까.9000원●몰입 천재 클레멘타인(사라 페니패커 지음,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펴냄) 클레멘타인은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아이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서 끝까지 해내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클레멘타인은 기발하고 원기 왕성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줄세워 모범생, 문제아로 나누는 것이 못된 습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받았다.9000원
  • 천수이볜 영장청구

    타이완 검찰이 11일 오후 부정부패 혐의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TVBS 등 타이완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천 전 총통은 지난 5월 퇴임 이후 정부 비밀자금인 ‘국무기요비’ 유용과 해외 돈세탁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날 오전 피고인 신분으로 다섯번째 검찰에 출두한 천 전 총통을 6시간 동안 강도 높게 신문한 뒤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천 전 총통은 이날 저녁 법원으로 가는 길에 머리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기소 절차가 중지됐다. 상처를 입은 경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천 전 총통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면 타이완 역사상 전직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기록을 세우게 됨에 따라 이날 그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천 전 총통이 구속되면 타이완 정국은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와 입장을 같이하는 민진당과 타이완 분리론자들이 대규모 장외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국은 ‘친 마잉주·친 중국’ 세력과 ‘친 천수이볜·친 타이완분리’ 세력의 대결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 반면 이번 사건이 마 총통의 향후 정국 운영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출두 직전 천 전 총통은 검찰청 앞에서 “타이완 국민당과 중국의 걸림돌이자 국민당 정부의 1호 죄인이 돼 영광이다.(현 정부가)나를 가둬도 내 영혼은 가둘 수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천 전 총통 부부와 자식들을 비롯, 모두 15명이 재판에 회부됐다. 이 가운데 천 전 총통의 최측근인 추이런(邱義仁) 전 국가안전회의 비서장과 마융청(馬永成) 전 총통부 부비서장 등 8명이 구속수감됐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글로벌 시대]오바마가 보여준 다양성의 힘/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오바마가 보여준 다양성의 힘/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미국인 여성 스탠리 던햄이 흑인 유학생과 결혼을 감행했던 60년대의 미국은 타 인종과의 결혼이 일부 주에서 불법이던 시대였다.50여 년이 지나 그녀의 아들 버락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을 기치로 내걸고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간의 역사가 위대한 이유는 이렇게 더디나마 진일보하기 때문이다. 그의 당선이 확정된 순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엔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떴다.‘유권자들이 변화를 포용하면서 인종의 장벽이 무너지다.’ 뭐니뭐니 해도 이번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치부인 인종문제가 유례 없는 수준으로 공론화됐다는 점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인종문제에서 한 단계 성숙해진 미국인들의 의식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수락 연설에서 오바마는 남녀노소, 부자와 빈자,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인디언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미국을 강조했다. 수많은 이들이 오바마가 전파했던 변화의 메시지에 열렬히 호응했던 것처럼 앞으로 다양성의 힘을 긍정하는 시대정서도 힘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실제 인물만큼 강력한 변화의 동인은 없다. 2년 전 하인즈 워드의 방한이 우리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를 반성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기업 세계에서도 다양성의 힘이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조차 인종, 국적, 성별, 계층, 나이, 종교 등을 이유로 비주류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글로벌 기업의 여성 또는 흑인 CEO는 극소수이고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뉴스 거리가 된다. 인도에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의 잔재로 유수의 기업에 취업이 좌절되는 능력있는 젊은이가 존재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성을 장려하는 이유는 다양성이 곧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인생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사안을 보는 관점이 입체적일 뿐 아니라 문제해결 방식에서도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한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일수록 번성하고, 다양한 배경의 이사진으로 구성된 이사회일수록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며, 다양한 문화권의 과학자들이 모일 때 더욱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낸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장점 중 하나는 이런 다양성의 미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료들 중엔 외교부 공무원 출신, 국제구호단체 소속으로 아프리카에서 일했던 친구, 옛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참모, 전직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적 경험을 가진 이들이 있다. 비록 매일 얼굴을 마주 하진 않지만 이들과 일하며 얻는 자극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준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풍토에서 꽃피는 다양성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오바마를 선택했듯이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한국도, 나아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우리 기업들도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지향할 시점이다.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책장에서 꺼내본다. 소외감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한 인간의 영혼을 얼마나 성숙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던 그 감동을 다시 느껴 보고 싶다. 이번 미국 대선에선 모처럼 영감을 주는 정치인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자신의 태생과 성장과정을 위대한 유산으로 탈바꿈시킨 그를 보며 수많은 이들은 담대한 희망의 싹을 키울 것이다. 오바마의 말대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가 너무나도 반가울 것이다. 파리의 국립 오페라 극장,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과 함께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론극장에 23인의 거장들이 모여든다. 전성기였던 1940, 50년대 탱고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특별공연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던 거장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은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탱고를 위해 일생을 바쳐온 거장들의 삶과 연주를 격정적인 탱고 음악과 함께 보여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탱고와 탱고의 거장들을 기리기 위한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23명의 마에스트로들이 ‘Cafe de Los Maestros’라는 이름의 탱고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콜론극장에서 특별공연을 여는 것이다. ‘브로크백 마운틴’, ‘바벨’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는 이 역사적인 공연을 영원한 기록, 다큐멘터리로 남기기를 원했다. 그래서 ‘중앙역’,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감독인 브라질 출신의 월터 살레스 등이 기획에 참여시키고, 다큐멘터리 감독인 미구앨 코헨에게 연출을 맡겨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를 만들어낸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단순하다. 콜론극장으로 모여드는 마에스트로의 모습과 그들의 인터뷰를 카메라에 담고, 그들이 펼치는 공연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영상만으로도 최고의 감동을 안겨준다. 그것은 전적으로, 음악의 힘이다. 90분간 무려 43곡이 흐르는 탱고의 선율은 영화를 보는 이의 가슴을 천상에서 지옥까지, 모든 것을 경험하게 이끌어준다. 또한 10세에 탱고를 접해 83세인 지금까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아니발 아리아스 등이 들려주는 노래에는 인생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다. 탱고는 단지 격정적이고 화려하기만한 춤이 아니다. 탱고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스텝 하나, 손동작 하나에 절절하게 깃들여진 춤이다.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하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부드럽다. 슬픔과 희열이 한순간에 교차하는 탱고의 선율을 듣는 것만으로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황홀하다. 영혼과 직접 교감하는 음악의 힘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는 최고의 음악영화다. 영화평론가
  • ‘올리브 오일 테스터’에게 배워보는 투스카니 요리

    ‘올리브 오일 테스터’에게 배워보는 투스카니 요리

    호텔가에 해외 유명 조리장의 출현이 유독 많아졌다.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에겐 색다른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물론 지갑도 더 열어야 하지만)가 되고, 호텔 입장에서는 홍보와 매출 증대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은 30층 ‘스카이 라운지’에서 5~9일 건강과 맛에 좋기로 정평이 난 이탈리아 투스카니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29살의 젊은 요리사를 데려왔다. 마티시아 바시울리는 14살에 요리를 배우기 시작해 27살에 미슐랭 1스타가 된 실력파 요리사다. 그가 유독 눈에 띈 것은 ‘올리브 오일 테스터’ 자격증 소지자라는 한 줄 설명 때문. 피렌체 관광공사에서 이 제도는 투명한 햇살, 와인과 더불어 지역의 대표적 특산품인 올리브 오일의 품질 수준을 유지하고 세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17살에 자격증을 땄다.‘올리브 오일의 소믈리에’로 360여종의 올리브 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다양한 오일을 시음, 맛을 평가하고 궁합이 맞는 식재료를 찾고 조리법을 연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는 올리브 오일에 대해 “영혼을 살찌우고 건강을 지켜준다.”고 높여 말했다. 공인된 솜씨에 더해 젊은 감각과 새로운 발상으로 재해석한 투스카니 요리를 선보인단다. 메뉴에 올라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음식 세 가지를 소개한다. #호박 리조토 파스타와 더불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 설익은 듯 쌀이 씹히는 것이 매력. 죽을 끓이듯 육수를 여러차례 나눠 부으며 볶듯이 끓이는 것이 관건이다. ▶재료 쌀 60g, 닭육수(대형할인매장에서 파는 것) 240g, 작게 깍둑 썬 단호박(또는 늙은 호박) 50g, 올리브오일 1Ts(테이블스푼, 없을 땐 숟가락으로), 석류열매 약간, 로즈마리잎 1개, 버터 1ts(티스푼). ▶만들기 1. 올리브 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분량의 생쌀, 단호박을 넣은 뒤 육수를 자작하게 붓는다. 육수는 한 번에 붓지 않는다. 죽을 끓이듯 여러차례 나눠 부으며 7~10분간 끓여가며 볶는다. 2. 쌀이 풀어져 끈기가 생기고 호박이 익어 노란물이 퍼지면 버터를 넣고 볶는다. 버터는 내용물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3. 마지막에 올리브 오일을 떨어뜨려 윤기를 더한다. 4. 리조토를 그릇에 담고 치즈, 석류 열매, 로즈마리 잎을 위에 올려 장식해 낸다. #토마토 파이 올리브 오일과 궁합이 잘 맞는 토마토를 이용한 음식.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도 노화방지에 좋은 성분. 열을 가해 조리해도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하나 시간이 제법 걸린다. 바시울리씨는 “천천히, 오래 조리한 음식은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린 건강과 유머도 찾아준다.”고 말했다. ▶재료 토마토(중간 크기) 2개, 모짜렐라 치즈, 파머산 치즈, 잣의 양은 기호에 따라. 백리향, 마늘, 설탕, 소금 약간, 올리브오일 4Ts, 머핀틀(또는 비슷한 용기). ▶만들기 1. 토마토를 4등분해 씨를 제거한 뒤 올리브 오일 2Ts에 백리향, 마늘, 설탕, 소금을 넣은 양념을 발라준다. 2.130도 오븐에서 1시간 동안 굽는다. 물기가 약간 빠지면서 꾸덕꾸덕한 상태가 된다. 3. 구워진 토마토 조각 2~3개를 머핀틀에 맞춰 깔고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 파머산 치즈, 잣 등을 올리고 나머지 토마토로 뚜껑을 덮듯이 올린다. 4.180도 오븐에서 다시 10분간 굽는다. 5. 큰 접시에 머핀틀을 엎어서 내용물을 뺀다. 완성된 토파토 위에 올리브 오일 2Ts를 시럽처럼 뿌려주고 바질을 곁들여 낸다. #판자넬라 빵을 곁들인 샐러드라는 뜻. 오래돼 딱딱해진 빵을 야채, 올리브 오일과 곁들여 먹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재료 식빵 50g, 토마토 2개, 당근 1/4, 샐러리 1/4, 오이 1/4, 붉은 양파 1/4. 올리브 오일, 레드와인 비네거(식초), 소금, 후추. ▶만들기 야채의 물기를 제거하여 썰고 식빵도 사각 모양으로 썰어 그릇에 담는다. 올리브 오일 3~4ts를 넣고 레드와인 비네거, 소금, 후추를 기호에 맞게 뿌려준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어두운색 유리병에 보관을 “올리브 오일은 3대 적(敵)이 있습니다. 빛, 열, 산소지요.” 그는 올리브 오일도 유실수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과일주스나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과일 주스를 먹을 때 한번 개봉한 뒤 유통기한, 보관방법에 주의를 기울이듯 올리브 오일도 그래야 한다는 것. 될 수 있으면 작은 용량의 제품을 구입해 12개월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몇년 전 국내에서도 올리브 오일 열풍이 크게 분 뒤 백화점, 각종 할인매장에도 올리브 오일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국내 제품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는데, 그는 올리브 오일은 유리병에 보관해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은색 또는 어두운 색상의 유리병을 사용해야 빛에 의한 변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를 한 뒤 가스레인지 등 화기 옆에 그냥 방치할 때도 많은데 열에 약하므로 주의를 기해야 한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주방 열기구에서 먼 곳에 실온 보관하는 것이 좋다. 올리브 오일은 산도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크게 버진·퓨어로 나뉘며 산도가 낮을수록 좋은 올리브 오일이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압착식으로 짜낸 것을 최상급으로 친다. 빵을 찍어 먹거나 샐러드 등 열을 가하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 써야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조리용으로 적당한 것은 퓨어. 퓨어를 넣고 조리하다가 마지막에 엑스트라 버진 한두 방울을 떨어뜨리면 음식의 풍미를 돋워준다. 지중해 연안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비결로 흔히 거론된다. 항산화 작용으로 젊은 세포를 지켜주는 다량의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어 치료제, 화장품 등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투스카니산 올리브 오일은 신맛과 향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국내에 수입되는 투스카니산 제품 가운데 ‘프란토이오 프란치(Frantoio Franci)’와 ‘산타 테아(Santa Tea)’ 제품을 추천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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