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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콩닥콩닥 고대사 시간 여행 시리즈 1권(애나 클레이번 지음, 정범진·최재인 옮김, 개구쟁이 미르 펴냄) 5000년 전, 50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있다. 집, 음식, 옷은 물론 심지어 화장실은 어떤 모습인지까지. 모두 10권.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중세 유럽, 고대 중국, 잉카제국, 르네상스, 고대 이집트, 아즈텍 제국, 서아프리카 왕국들, 아슬람제국들이 소개된다.9500원 ●엄마는 뭐든지 자기 맘대로야(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주 옮김, 비룡소 펴냄) 엄마의 잔소리에 엄마랑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딸이나 아들이라면 꼭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엄마의 고향, 키, 몸무게, 엄마의 어린 시절 등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동안 엄마한테 잘못한 것을 크게 후회할 테니까.1만원 ●못말리는 호기심 사전(알렉상드라 파스테리아 지음, 이희정 옮김, 주니어랜덤 펴냄) 땅과 우주, 식물, 동물, 과학, 역사, 인물 등 7개 분야에 대한 360개의 질문과 답이 소개됐다. 지구는 회전하는 데 왜 사람들은 지구에서 안떨어지는지, 겨갓난 아기는 왜 걷지 못하는지 등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 대한 질문에 120% 만족할 만한 답을 제시한다.1만원 ●달라달라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조민영 옮김) 진짜 좋은 직업은 뭘까. 아이가 가장 원하는 일일 텐데 버스 운전사가 되겠다는 꼬마 쥐마 때문에 할아버지는 머리가 아프다. 사회적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바라는 할아버지와 쥐마는 어떻게 타협할까.9000원●몰입 천재 클레멘타인(사라 페니패커 지음,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펴냄) 클레멘타인은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아이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서 끝까지 해내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클레멘타인은 기발하고 원기 왕성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줄세워 모범생, 문제아로 나누는 것이 못된 습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받았다.9000원
  • 천수이볜 영장청구

    타이완 검찰이 11일 오후 부정부패 혐의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TVBS 등 타이완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천 전 총통은 지난 5월 퇴임 이후 정부 비밀자금인 ‘국무기요비’ 유용과 해외 돈세탁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날 오전 피고인 신분으로 다섯번째 검찰에 출두한 천 전 총통을 6시간 동안 강도 높게 신문한 뒤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천 전 총통은 이날 저녁 법원으로 가는 길에 머리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기소 절차가 중지됐다. 상처를 입은 경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천 전 총통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면 타이완 역사상 전직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기록을 세우게 됨에 따라 이날 그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천 전 총통이 구속되면 타이완 정국은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와 입장을 같이하는 민진당과 타이완 분리론자들이 대규모 장외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국은 ‘친 마잉주·친 중국’ 세력과 ‘친 천수이볜·친 타이완분리’ 세력의 대결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 반면 이번 사건이 마 총통의 향후 정국 운영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출두 직전 천 전 총통은 검찰청 앞에서 “타이완 국민당과 중국의 걸림돌이자 국민당 정부의 1호 죄인이 돼 영광이다.(현 정부가)나를 가둬도 내 영혼은 가둘 수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천 전 총통 부부와 자식들을 비롯, 모두 15명이 재판에 회부됐다. 이 가운데 천 전 총통의 최측근인 추이런(邱義仁) 전 국가안전회의 비서장과 마융청(馬永成) 전 총통부 부비서장 등 8명이 구속수감됐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글로벌 시대]오바마가 보여준 다양성의 힘/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오바마가 보여준 다양성의 힘/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미국인 여성 스탠리 던햄이 흑인 유학생과 결혼을 감행했던 60년대의 미국은 타 인종과의 결혼이 일부 주에서 불법이던 시대였다.50여 년이 지나 그녀의 아들 버락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을 기치로 내걸고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간의 역사가 위대한 이유는 이렇게 더디나마 진일보하기 때문이다. 그의 당선이 확정된 순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엔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떴다.‘유권자들이 변화를 포용하면서 인종의 장벽이 무너지다.’ 뭐니뭐니 해도 이번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치부인 인종문제가 유례 없는 수준으로 공론화됐다는 점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인종문제에서 한 단계 성숙해진 미국인들의 의식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수락 연설에서 오바마는 남녀노소, 부자와 빈자,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인디언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미국을 강조했다. 수많은 이들이 오바마가 전파했던 변화의 메시지에 열렬히 호응했던 것처럼 앞으로 다양성의 힘을 긍정하는 시대정서도 힘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실제 인물만큼 강력한 변화의 동인은 없다. 2년 전 하인즈 워드의 방한이 우리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를 반성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기업 세계에서도 다양성의 힘이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조차 인종, 국적, 성별, 계층, 나이, 종교 등을 이유로 비주류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글로벌 기업의 여성 또는 흑인 CEO는 극소수이고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뉴스 거리가 된다. 인도에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의 잔재로 유수의 기업에 취업이 좌절되는 능력있는 젊은이가 존재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성을 장려하는 이유는 다양성이 곧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인생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사안을 보는 관점이 입체적일 뿐 아니라 문제해결 방식에서도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한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일수록 번성하고, 다양한 배경의 이사진으로 구성된 이사회일수록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며, 다양한 문화권의 과학자들이 모일 때 더욱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낸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장점 중 하나는 이런 다양성의 미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료들 중엔 외교부 공무원 출신, 국제구호단체 소속으로 아프리카에서 일했던 친구, 옛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참모, 전직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적 경험을 가진 이들이 있다. 비록 매일 얼굴을 마주 하진 않지만 이들과 일하며 얻는 자극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준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풍토에서 꽃피는 다양성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오바마를 선택했듯이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한국도, 나아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우리 기업들도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지향할 시점이다.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책장에서 꺼내본다. 소외감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한 인간의 영혼을 얼마나 성숙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던 그 감동을 다시 느껴 보고 싶다. 이번 미국 대선에선 모처럼 영감을 주는 정치인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자신의 태생과 성장과정을 위대한 유산으로 탈바꿈시킨 그를 보며 수많은 이들은 담대한 희망의 싹을 키울 것이다. 오바마의 말대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가 너무나도 반가울 것이다. 파리의 국립 오페라 극장,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과 함께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론극장에 23인의 거장들이 모여든다. 전성기였던 1940, 50년대 탱고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특별공연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던 거장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은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탱고를 위해 일생을 바쳐온 거장들의 삶과 연주를 격정적인 탱고 음악과 함께 보여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탱고와 탱고의 거장들을 기리기 위한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23명의 마에스트로들이 ‘Cafe de Los Maestros’라는 이름의 탱고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콜론극장에서 특별공연을 여는 것이다. ‘브로크백 마운틴’, ‘바벨’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는 이 역사적인 공연을 영원한 기록, 다큐멘터리로 남기기를 원했다. 그래서 ‘중앙역’,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감독인 브라질 출신의 월터 살레스 등이 기획에 참여시키고, 다큐멘터리 감독인 미구앨 코헨에게 연출을 맡겨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를 만들어낸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단순하다. 콜론극장으로 모여드는 마에스트로의 모습과 그들의 인터뷰를 카메라에 담고, 그들이 펼치는 공연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영상만으로도 최고의 감동을 안겨준다. 그것은 전적으로, 음악의 힘이다. 90분간 무려 43곡이 흐르는 탱고의 선율은 영화를 보는 이의 가슴을 천상에서 지옥까지, 모든 것을 경험하게 이끌어준다. 또한 10세에 탱고를 접해 83세인 지금까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아니발 아리아스 등이 들려주는 노래에는 인생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다. 탱고는 단지 격정적이고 화려하기만한 춤이 아니다. 탱고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스텝 하나, 손동작 하나에 절절하게 깃들여진 춤이다.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하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부드럽다. 슬픔과 희열이 한순간에 교차하는 탱고의 선율을 듣는 것만으로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황홀하다. 영혼과 직접 교감하는 음악의 힘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는 최고의 음악영화다. 영화평론가
  • ‘올리브 오일 테스터’에게 배워보는 투스카니 요리

    ‘올리브 오일 테스터’에게 배워보는 투스카니 요리

    호텔가에 해외 유명 조리장의 출현이 유독 많아졌다.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에겐 색다른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물론 지갑도 더 열어야 하지만)가 되고, 호텔 입장에서는 홍보와 매출 증대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은 30층 ‘스카이 라운지’에서 5~9일 건강과 맛에 좋기로 정평이 난 이탈리아 투스카니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29살의 젊은 요리사를 데려왔다. 마티시아 바시울리는 14살에 요리를 배우기 시작해 27살에 미슐랭 1스타가 된 실력파 요리사다. 그가 유독 눈에 띈 것은 ‘올리브 오일 테스터’ 자격증 소지자라는 한 줄 설명 때문. 피렌체 관광공사에서 이 제도는 투명한 햇살, 와인과 더불어 지역의 대표적 특산품인 올리브 오일의 품질 수준을 유지하고 세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17살에 자격증을 땄다.‘올리브 오일의 소믈리에’로 360여종의 올리브 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다양한 오일을 시음, 맛을 평가하고 궁합이 맞는 식재료를 찾고 조리법을 연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는 올리브 오일에 대해 “영혼을 살찌우고 건강을 지켜준다.”고 높여 말했다. 공인된 솜씨에 더해 젊은 감각과 새로운 발상으로 재해석한 투스카니 요리를 선보인단다. 메뉴에 올라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음식 세 가지를 소개한다. #호박 리조토 파스타와 더불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 설익은 듯 쌀이 씹히는 것이 매력. 죽을 끓이듯 육수를 여러차례 나눠 부으며 볶듯이 끓이는 것이 관건이다. ▶재료 쌀 60g, 닭육수(대형할인매장에서 파는 것) 240g, 작게 깍둑 썬 단호박(또는 늙은 호박) 50g, 올리브오일 1Ts(테이블스푼, 없을 땐 숟가락으로), 석류열매 약간, 로즈마리잎 1개, 버터 1ts(티스푼). ▶만들기 1. 올리브 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분량의 생쌀, 단호박을 넣은 뒤 육수를 자작하게 붓는다. 육수는 한 번에 붓지 않는다. 죽을 끓이듯 여러차례 나눠 부으며 7~10분간 끓여가며 볶는다. 2. 쌀이 풀어져 끈기가 생기고 호박이 익어 노란물이 퍼지면 버터를 넣고 볶는다. 버터는 내용물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3. 마지막에 올리브 오일을 떨어뜨려 윤기를 더한다. 4. 리조토를 그릇에 담고 치즈, 석류 열매, 로즈마리 잎을 위에 올려 장식해 낸다. #토마토 파이 올리브 오일과 궁합이 잘 맞는 토마토를 이용한 음식.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도 노화방지에 좋은 성분. 열을 가해 조리해도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하나 시간이 제법 걸린다. 바시울리씨는 “천천히, 오래 조리한 음식은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린 건강과 유머도 찾아준다.”고 말했다. ▶재료 토마토(중간 크기) 2개, 모짜렐라 치즈, 파머산 치즈, 잣의 양은 기호에 따라. 백리향, 마늘, 설탕, 소금 약간, 올리브오일 4Ts, 머핀틀(또는 비슷한 용기). ▶만들기 1. 토마토를 4등분해 씨를 제거한 뒤 올리브 오일 2Ts에 백리향, 마늘, 설탕, 소금을 넣은 양념을 발라준다. 2.130도 오븐에서 1시간 동안 굽는다. 물기가 약간 빠지면서 꾸덕꾸덕한 상태가 된다. 3. 구워진 토마토 조각 2~3개를 머핀틀에 맞춰 깔고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 파머산 치즈, 잣 등을 올리고 나머지 토마토로 뚜껑을 덮듯이 올린다. 4.180도 오븐에서 다시 10분간 굽는다. 5. 큰 접시에 머핀틀을 엎어서 내용물을 뺀다. 완성된 토파토 위에 올리브 오일 2Ts를 시럽처럼 뿌려주고 바질을 곁들여 낸다. #판자넬라 빵을 곁들인 샐러드라는 뜻. 오래돼 딱딱해진 빵을 야채, 올리브 오일과 곁들여 먹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재료 식빵 50g, 토마토 2개, 당근 1/4, 샐러리 1/4, 오이 1/4, 붉은 양파 1/4. 올리브 오일, 레드와인 비네거(식초), 소금, 후추. ▶만들기 야채의 물기를 제거하여 썰고 식빵도 사각 모양으로 썰어 그릇에 담는다. 올리브 오일 3~4ts를 넣고 레드와인 비네거, 소금, 후추를 기호에 맞게 뿌려준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어두운색 유리병에 보관을 “올리브 오일은 3대 적(敵)이 있습니다. 빛, 열, 산소지요.” 그는 올리브 오일도 유실수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과일주스나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과일 주스를 먹을 때 한번 개봉한 뒤 유통기한, 보관방법에 주의를 기울이듯 올리브 오일도 그래야 한다는 것. 될 수 있으면 작은 용량의 제품을 구입해 12개월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몇년 전 국내에서도 올리브 오일 열풍이 크게 분 뒤 백화점, 각종 할인매장에도 올리브 오일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국내 제품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는데, 그는 올리브 오일은 유리병에 보관해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은색 또는 어두운 색상의 유리병을 사용해야 빛에 의한 변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를 한 뒤 가스레인지 등 화기 옆에 그냥 방치할 때도 많은데 열에 약하므로 주의를 기해야 한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주방 열기구에서 먼 곳에 실온 보관하는 것이 좋다. 올리브 오일은 산도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크게 버진·퓨어로 나뉘며 산도가 낮을수록 좋은 올리브 오일이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압착식으로 짜낸 것을 최상급으로 친다. 빵을 찍어 먹거나 샐러드 등 열을 가하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 써야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조리용으로 적당한 것은 퓨어. 퓨어를 넣고 조리하다가 마지막에 엑스트라 버진 한두 방울을 떨어뜨리면 음식의 풍미를 돋워준다. 지중해 연안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비결로 흔히 거론된다. 항산화 작용으로 젊은 세포를 지켜주는 다량의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어 치료제, 화장품 등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투스카니산 올리브 오일은 신맛과 향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국내에 수입되는 투스카니산 제품 가운데 ‘프란토이오 프란치(Frantoio Franci)’와 ‘산타 테아(Santa Tea)’ 제품을 추천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길섶에서] ‘나·無’/최태환 논설실장

    해거름이다. 안국동·북촌길이 고즈넉하다. 은행잎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기남 전시회를 찾았다. 나무그림 전시회다. 단순하고 형해화된 나무들이다. 하지만 강렬하다. 사물의 영역보다 혼과 정신의 줄기처럼 다가온다. 이 화백은 어느날 비로소 나무를 나무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동안 나무는 복잡하게 얽힌 무의식속에 갖혀 있었단다. 그는 “지독한 몸살을 앓고 난후 나무가 ‘나·無’로 읽힐 수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젊다.386세대다. 하지만 현대회화의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는다. 전통, 향토의 질박함을 추구했다. 물감에 모래를 섞어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의식의 시원(始原)에 다가가려는 몸부림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성숙한 정신세계의 표현이다. 전시회 준비 막바지때 그의 화실을 들렀다. 작업실 가득 널린 유화와 스케치들, 자유로운 그의 영혼이었다. 머리카락과 손톱 여기저기엔 물감들이 박혀있다. 넉넉한 품성의 잔영처럼 편안하다. 떠나는 가을이다. 스스로 없음(나·無)을 새삼 상기시킨 그가 고맙다. 최태환 논설실장 yunjae@seoul.co.kr
  • 조성모 ‘11년차 국민가수’의 가능성 재입증

    조성모 ‘11년차 국민가수’의 가능성 재입증

    데뷔 11년차 가수 조성모(31)가 ‘국민가수의 귀환’을 알렸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약 2년 6개월만에 콘서트를 통해 팬들 곁으로 돌아온 그는 2시간 반동안 단 한명의 게스트도 없이 30여곡을 연이어 열창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1일 오후 5월 소집해제 후 전격 컴백한 조성모는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한일 투어 콘서트 ‘크라이 아웃(Cry Out)’의 첫 포문을 열었다. 조성모의 공식 활동 신호탄을 올린 이번 콘서트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 8개 도시와 일본 동경과 오사카로 이어지는 대장정으로 전개된다. 말끔한 블랙수트 차림에 긴머리를 묶고 무대에 등장한 조성모는 공연장을 빙 둘러 본 후 “감사합니다. 이게 얼마만이에요…”라며 입소 전 마지막 공연 장소에 다시 서게 된 감회에 젖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데뷔 10년, 컴백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첫발”이라고 선포한 조성모는 “너를 사랑해도 되겠니, 다시 시작해도 되겠니…”라는 노랫말이 인상적인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OST ‘너의 곁으로’를 첫곡으로 택해 현재 자신의 벅찬 마음을 전달했다. 이윽고 2천여 관객들의 오랜 기다림이 설레임으로 변모하는 순간, ‘스텐딩 공연’의 진풍경이 연출됐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조성모가 토하는 호흡을 오롯이 흡수하려는 듯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돌아온 조성모, 그의 ‘1막1장’은 외롭지 않았다. ◆ ‘11년차 장수가수’의 히트곡 30선 메들리 98년 9월 1집 ‘To Heaven’으로 데뷔, 총 14장의 정규앨범 발매한 조성모. 어느덧 데뷔 11년차 ‘장수가수’ 대열에 선 조성모의 가장 큰 자산이 있다면 ‘다수의 히트곡’이었다. 앨범 수록곡이 아닌 거의 역대 가요계에서 1위를 수상곡 메들리로 2시간 반여의 무대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조성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익숙한 히트곡이 자칫 지루하게 들릴까… 원곡을 ‘발라드ㆍ재즈ㆍ하우스ㆍO.S.Tㆍ어쿠스틱ㆍ록’ 등 다양한 장르로 재편곡해 무대를 꾸려낸 세심함도 돋보였다. 자신의 히트곡을 장르적 제약없이 자유자재로 소화해 내는 능력은 칭찬할 만했다. ◆ 발라드에서 락까지… A to Z ‘조성모의 모든 것’ 10년 전 볼살이 통통했던 조성모의 앳된 얼굴이 스크린을 관통하자 관객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조성모는 쑥쓰러운 듯 자신의 데뷔곡인 ‘To Heaven(투 헤븐)’에 이어 ‘슬픈 영혼식’, ‘다음 사람에게는’, ‘가시나무’, ‘잘가요 내사랑’, ‘Ace Of Sorrow’를 열창하며 자신의 주전공인 발라드의 진수를 선보였다. 특히 ‘가시나무’에서는 조성모의 전매특허인 변치 않은 하이톤 미성이 공연장을 소름 속으로 몰아넣었다. 마치 텅빈 공연장이 된 듯 돔아트홀 내는 긴 침묵이 흘렀고, 관객들은 고운 음색에 귀를 맡기고 모든 감각을 차단했다. 경쾌한 ‘재즈’무대로 분위기를 전환한 조성모는 숨겨준 탭댄스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아시나요’,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은’ 등을 재즈곡으로 재구성해 부르며 애교 가득한 무대매너로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다. 역대 히트곡 중 강렬한 인상을 남긴 ‘축제’, ‘다짐’ 등에서는 녹슬지 않은 댄스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조성모는 유난히 O.S.T 히트곡이 많았다. 현재 SBS ‘바람의 화원’의 주제곡으로 쓰이고 있는 ‘바람의 노래’를 비롯해 ‘너 하나만’, ‘포유(For You)’ 등 왕년 인기 O.S.T가 드라마 명장면들이 함께 방영돼 관객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군입대 전후, 가수로서의 역량적 성장은 ‘어쿠스틱’ 무대에서 드러났다. 공익근무요원 기간 동안 틈틈이 기타 연습에 매진했다던 그는 “이젠 피아노 보다 기타가 익숙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에릭 클랩튼의 ‘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 ‘아디아(Adia)’, ‘더 리즌(The Reason)’을 능숙한 기타 연주로 소화해냈다. 마지막으로 조성모는 록커로 변신해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공연명 ‘크라이 아웃(Cry Out)’의 의미를 빌어 “이제 크라이 아웃, 즉 울부짖을 때가 왔다!”고 관객들의 열띤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이어 “예전 공연 때 체조경기장 천장을 금이 가게 한 적이 있는데 오늘 그 열정이 다시 필요할 때”라고 흥분을 북돋우며 ‘록 페스티벌’ 분위기를 연출했다. ◆ 미동없이 ‘투헤븐’ 1절 합창, 감동의 앙콜 2년 반동안의 기다림을 2시간 반동안의 짧은 공연으로 달래고 돌아가기엔 아쉬움이 컸던 것일까. 모든 무대장치가 꺼지고 막이 내렸지만 공연장을 떠나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조금의 미동조차 없이 자리를 굳게 지킨 관객들은 하나된 마음으로 조성모의 10년 전 데뷔곡 ‘To Heaven(투 헤븐)’을 합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절이 끝나갈 무렵, 간절함이 작은 감동을 이뤄냈다. 눈시울이 살짝 젖은 조성모가 다시 무대 위로 등장했고 관객과 가수는 한목소리로 ’투 헤븐’ 2절을 열창했다. 조성모는 영상을 통해 “나는 지난 10년 동안 꽤나 괜찮은 남자라고 착각하며 달려왔습니다. 2년여의 공백기를 지내며 다시 깨닫게 됐습니다. 내가 변해야 하는 이유는 당신입니다. 당신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도록,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멋진 가수가 되겠습니다. 10년 전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라고 전했다. 공연을 총 마무리한 조성모는 “오늘 첫 공연은 제게는 새로운 첫발을 내딛는 소중한 무대가 됐다.”며 “2년 반만에 무대에 다시 설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뜨거워진 눈을 질끈 감았다. 오랜 그리움이 열정과 감동으로 뒤범벅된 150분이었다. 그토록 무대에 오르고 싶었던 한 가수의 간절했던 갈증이 음악팬들의 목마름을 채워 줄 채비를 마쳤다. 사진 제공 = 라이브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일요영화] 마이클 클레이튼

    ●마이클 클레이튼(KBS1 명화극장 밤 12시55분) 권투경기로 치자면,‘마이클 클레이튼’은 자잘한 잽을 날리는 영화가 아니다. 마지막에 육중한 한 방으로 사고(?)를 친다.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주시해야 반전의 은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릴러 드라마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마흔 다섯살의 이혼남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 건조한 일상을 버텨 내는 그에게 유일한 낙이란 가끔 아들을 만나는 것 정도다. 그는 뉴욕 최고의 법률회사 KBL에 소속된 변호사다. 직함은 그럴 듯 하지만 사실상 온갖 비합법적인 일을 뒤치다꺼리하는 ‘해결사’다. 그런 직업에서 비롯되는 불편한 긴장과 외로움은 영화 내내 그의 얼굴에 그림자를 떨군다. 개인사도 순탄치 않다. 임대한 술집은 부도가 나고, 알코올 중독자인 동생 때문에 일주일 안에 8만달러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러던 중 동료 변호사인 아서 에든스(톰 윌킨스)는 회사의 거물급 고객인 세계적 기업 U/노스 소송 재판정에서 스트립쇼를 하며 난동을 피운다. 회사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이 소동을 무마하기 위해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마이클이 투입된다. 그러나 아서는 “진실은 모두 조작됐다.”는 말만 남기고 자살한다. 마이클에게 남은 것은 아서의 죽음이 남긴 의문과 기밀문서. 그리고 그것은 그간 사회의 위악과 위선에 타협해온 그에게 두가지 선택을 요구한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공범자 혹은 피해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고발자나 정의의 사도로 새로운 자유를 얻을 것인지. 돈 때문에 내키지 않는 사건에 뛰어든 그는 작은 의심에서 확신을 얻어 내기 시작한다. 사건의 실체와 점점 가까워지는 마이클은 왜 아서가 “더러운 피부를 벗겨 내서 영혼을 정화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제초제를 만드는 U/노스사 사건은 30억 달러가 걸린 전대미문의 거대소송. 제초제로 인한 인명피해자가 무려 486명에 달한다. 그러나 U/노스의 법무팀장인 카렌(틸다 스윈튼)은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회사의 악행을 합리화하며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눈감으려 한다. ‘본 아이덴티티’의 각본을 쓴 토니 길로이 감독은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노련한 연출감각으로 영화를 정밀 세공했다. 거대기업의 치졸하고 무서운 이면을 비판하는 문제의식과 특유의 우직함과 치밀함으로 작품을 밀고 나가는 힘이 잘 어우러졌다. 틸다 스윈튼은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화장실에서 겨드랑이 부분이 온통 땀에 밴 셔츠를 닦아 내는 연기 하나로도 그는 긴장과 초조의 극한을 끌어 낸다. 영화 속에는 그리운 얼굴도 등장한다. 지난 5월 타계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시드니 폴락 감독이 극중 로펌의 대표로 출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압권은 마지막 장면에서 롱테이크로 고정되는 조지 클루니의 얼굴이다. 사건이 종료된 후 택시에 올라 그는 말한다.“50달러어치만 돕시다. 아무 데나 가요.” 바깥을 응시하는 그의 얼굴에 감도는 불안함과 막막함이 고스란히 관객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원제 Michael Clayton. 119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별난 스님·괴짜 목사… 그들의 삶 이야기

    별난 스님·괴짜 목사… 그들의 삶 이야기

    세상에서 스님과 목사로 살아가는 이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한 거지는 뭇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특히 평범한 종교적 생활에서 조금 벗어난 스님, 목사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 종교계에서 속된 말로 ‘튀는 스님’‘괴짜 목사’로 소문 난 스님, 목사들이 일상의 범사와 수행, 목회의 도정에서 건져낸 일화들을 묶은 에세이집을 나란히 출간, 화제가 되고있다. 조계종 기획실장을 지낸 여연 스님, 요트를 타고 미국에서 한국까지 태평양을 횡단해 주목받았던 지명 스님, 감리교신학대학을 나왔으면서 마치 스님처럼 살아가는 종교 다원주의자 이현주 목사. 각각 낸 ‘참으로 홀가분한 삶’(풀 그림),‘그것만 내려놓으라’(조계종 출판사’,‘오늘 하루’(삼인)는 돌출적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만큼이나 제목도 모두 범상치 않다. 연세대 철학과 출신의 여연 스님은 ‘불교신문’ 주간을 비롯, 종단의 언론·출판 일을 도맡다 1991년 걸망 하나만 멘 채 초의 선사의 자취가 서린 해남 일지암을 찾아 들었던 인물.‘한국 차문화를 바로 세운다.’는 원력을 세워 차(茶) 관련 저술활동과 다도 강의에 빠져 살고 있다. 마음의 자세가 흐트러질 때마다 산문을 닫아 걸고 출가자 본연의 수행에 깊숙이 빠져들곤 했던 스님은 조계종 기획실장을 지낸 뒤 다시 일지암에 내려갔다가 얼마전 강진 백련사로 거처를 옮겨 살고 있다. ‘참으로 홀가분한 삶’은 불교계의 ‘숨은 글쟁이’이자 ‘클래식 음악하는 선승’으로도 유명한 여연 스님이 일지암에서 18년간 홀로 다도 수행을 하면서 겪은 단상들을 엮은 ‘산정일기’. 일기 형식의 글 53편에선 사람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살이에의 속마음이 서정시처럼 풀어진다.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 달은 없다. 달빛을 등에 지고 한낮의 노동의 고단함을 떨쳐 버리려는 시원함도, 직장에서 쌓인 하루의 피로를 털어 내려 빈 속에 털어 넣은 쏴한 소주의 기운을 받아 내는 달빛도 우리 곁엔 없다. 우리는 모두 하늘을 보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하루가 끝나면 우리는 모두 영혼이 거세된 수평과 수직의 삶을 산다.’(달빛은 사라지고 중에서) 지명 스님은 갓난아기 때 포대기에 싸여 동진 출가한 수행자. 부산 범어사에서 강원을 마치고 동국대 불교학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미국 템플대에서 비교종교학 석·박사 학위를 딴 스님이다. 의왕시 청계사와 속리산 법주사 주지를 거쳐 중앙종회 의원을 지낸 뒤 홀연히 안면도로 들어가 천수만이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에 안면암이라는 암자를 직접 지어 살고 있다. 2004년 미국 샌디에이고 항에서 하와이 호놀룰루와 일본 오이타 무사시 항을 거쳐 120여일 만에 부산 항에 도착하는 장정에서 탔던 요트의 이름은 ‘고통의 세계에서 피안에 닿는다.’는 뜻의 ‘바라밀다’. 안면암에서 노을과 철새를 벗삼아 써내려간 에세이집 역시 바라밀다가 역력하다. ‘가지고 싶으면 맘껏 챙겨라. 그러나 벽에 부딪치면 삶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주변 삶의 모든 움직임을 배우들의 연기처럼 유심히 관찰하고 감상하면서, 묘한 삶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설사 고단하더라도 평화로울 수 있다.’(소유, 생존, 감상 중에서) 결국 책에서 스님이 내리는 결론은 “경쟁하지 않는 삶이 불가능해도, 패배하지 않는 삶이 불가능해도, 그리고 무조건 져주고 양보하는 삶이 불가능해도 우리는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무(無)이다. 이현주 목사의 ‘오늘 하루’는 예수와 장자, 노자, 공자, 부처를 다 같이 스승으로 모신다는 한 종교다원주의자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글모음.‘저는 스승이신 교주를 본받아 감리교인에서 감리가 떨어진 기독교인으로, 기독교인에서 기독이 떨어진 교인으로, 교인에서 교마저 떨어진 그냥 사람으로 되기를 소원하는, 그래서 아직은 사람이 못 되었지만 언제고 사람이 되기를 소원하는, 그런 사람입니다.’(사람의 길 중에서)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기로에 선 금융위기] “감기 몸살” 姜장관 ‘결석’ 진짜 이유 따로 있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 불참했다.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예정된 큰 회의에 안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유는 감기몸살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강 장관의 진퇴를 놓고 논란이 불붙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감기몸살을 이유로 이날 아침 한승수 총리가 주재한 경제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출장(10월11~16일)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한 이후 각종 대책과 국회일정 때문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강행군하면서 몸살기운이 생겼는데 오늘 아침 상태가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평소에는 경제관련 회의를 강 장관이 주재했지만)오늘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자리여서 굳이 아픈 몸을 이끌고서까지 갈 필요성은 못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오후에는 출근을 해서 예정된 업무를 봤다. 강 장관은 앞서 28일 국회에서 “지금까지 진퇴를 분명히 하는 인생을 살아 왔다.”며 자신의 진퇴와 관련된 소회를 피력했다. 그는 “공적·사적으로 마음이 많이 아픈 때로 장관 취임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조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 왔다.”면서 “온몸으로 파도에 부딪치면서 일해 왔고 일을 많이 하는 과정에서 또 말도 많았다.”고 했다. 강 장관은 “사랑의 채찍은 사람을 분발하게 만들지만 미움의 매는 사람의 영혼과 육신을 파멸하게 만든다고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정부측은 향후 거취에 관련된 발언은 아니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사퇴 압력이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만일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강 장관은 지금 물러나는 것은 본인은 물론이고 정권으로서도 대단한 불명예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누구라도 몸상태가 나쁘면 결근 한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오늘 일은 누구나 경험해 봤음직한 그런 수준으로 이해하는 게 정답일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암투병’ 패트릭 스웨이지, 연기 복귀 투혼

    ‘암투병’ 패트릭 스웨이지, 연기 복귀 투혼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많은 여성 팬을 눈물짓게 한 패트릭 스웨이지가 췌장암 판정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패트릭 스웨이지는 뉴욕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항암치료는 지옥 같았다.”며 힘든 투병 과정을 밝혔다. 올초 췌장암 판정을 받은 스웨이지는 지난 여름부터 촬영을 시작한 ‘The Beast’라는 경찰드라마에 FBI 요원으로 출연 중이다. 병 때문에 몸무게가 많이 빠졌지만 다시 살을 찌우고 하루에 12시간 씩 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스웨이지는 “마치 전쟁터를 지나온 것 같다.”며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밝혔다. 한편 스웨이지가 앓고 있는 췌장암은 초기진단이 어려우며 5년간 생존율이 5% 정도에 불과할 정도의 치명적인 병이다. 사진=드라마 ‘The Beast’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 기자 spirit0104@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靑의 고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론이 비등점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시장의 혼돈 속에 한나라당에서도 점점 강 장관 교체 외에 다른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심지어 후임 하마평까지 나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방송에다 대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시장이 더이상 강만수 경제팀을 신뢰하지 않으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강만수 교체론’의 핵심 논거다. 한국은행이 27일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나 내렸음에도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결국 강 장관을 필두로 한 정책 당국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같은 시장 여론과 한나라당 기류에 부쩍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강 장관 교체론에 대해서만은 펄쩍 뛰는 분위기다. 전쟁 중에 말을 갈아탈 수는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강 장관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검토도, 논의도 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현재의 금융혼란이 정책 판단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외생적 요인, 즉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과 유동성 위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 이헌재 전 부총리가 거명되는 데 대해서는 “이른바 ‘이헌재 사단’ 쪽에서 자꾸 그런 얘기를 퍼뜨리는 것 같다.”며 발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강 장관을 교체할 경우 국회 청문회 과정 등을 감안할 때 후임 장관 임명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점도 현실적 교체불가 사유다. 청와대는 이에 더해 강 장관을 교체할 경우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격의 화살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강 장관을 교체하면 야당은 곧바로 이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가 지금의 어려움을 낳은 것이라며 인사실패론과 실정책임론을 들고 나올 것”이라며 “그를 교체해야 할 정책적 이유도, 정치적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까지 저는 진퇴를 분명히 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장관 취임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조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온몸으로 파도에 부딪치면서 일해왔고, 일을 많이 하는 과정에서 또 말도 많았다.”면서 “사랑의 채찍은 사람을 분발하게 만들지만 미움의 매는 사람의 영혼과 육신을 파멸하게 만든다고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자연과 자유가 손잡다

    자연과 자유가 손잡다

    자연과 자유. 서로 다른 두 단어는 그러나 꼭 닮았다. 지친 영혼의 등을 툭툭, 말없이 쓸어준다는 데에서 공통분모가 찾아질까. 이 두 소재가 굳게 손잡은 그림은 그래서 말할 수 없이 안온할 것이다.40여년째 추상 붓질을 고집해온 서양화가 오수환(62·서울여대 서양화과 교수)의 그림은 솔직히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느끼기’를 작정하면 그건 너무 쉽다. 텅 빈 화폭에 몇 개의 크고 굵은 검은 획을 표현한 그의 추상그림은 자연도, 자유도 다 품었다. “(추상표현 속에)하늘도, 나뭇잎도 그려넣었다.”는 작가의 작품 30여점을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원색의 바탕 위에 무정형의 검은 선들이 꿈틀댈 뿐인 화폭에서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는 건 관객들 몫이다. 그의 그림에는 ‘서체 추상’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다. 마치 글씨체를 연상시키는 붓질에서 비롯된 수식어다. 어려서부터 서예와 한학을 익힌 덕분에 자연스럽게 서체를 그림에 동원할 수 있었다는 작가는 “느끼고 싶은 대상을 직접적이면서도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선(線)”이라고 말한다. 무려 31번째인 이번 개인전의 제목은 심심하다. 그저 ‘변화(Variation)’다. 작법의 큰 틀은 변함 없는 듯한데, 화면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바탕화면이 오방색의 화려함으로 강렬하다.“나이가 들어 힘이 떨어지니까 색의 힘을 빌리는 모양”이라며 웃는 작가는 그러나 “원색을 쓰되 그냥 발산하고마는 게 아니라 내향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선문답 같은 해설을 덧붙인다. 기실 그의 그림은 다분히 선(禪)적이다. 한때 노장 사상에 빠져 살았고, 지금은 주역에 심취해 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진리를 나뭇잎의 생리에서 찾아내 그림소재로 동원했다.“세상에 똑 같은 나뭇잎은 없다.”며 “모든 것은 결국 다 변하고, 자연의 이치 자체가 변화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사실주의 화법이 세계미술의 트렌드로 소란한 틈바구니에서 외곬 추상붓질은 외롭지 않았을까.“군사정권 시절엔 포스터나 그리는 게 낫겠다 싶은 마음에 민중미술을 하기도 했다.”는 작가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동양적 깨달음의 메시지밖에 없고, 조만간 미술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본다. 요즘은 유적지를 둘러보는 게 큰 즐거움이다. 발굴현장의 출토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옛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이 손끝에 잡힐 듯하기 때문이다.“때묻지 않은 그 옛날의 착한 심성에서 영감을 받으면 치유의 미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작가다. 전시는 새달 16일까지 열린다.(02)720-102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동티모르 여행기①] 동티모르에는 어린 천사들이 산다

    [동티모르 여행기①] 동티모르에는 어린 천사들이 산다

    정일근 《삶과꿈》기획위원과 안남용 사진작가는 지난여름 커피 시즌을 맞아 동티모르 커피생산지인 고산지역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21세기 최초의 신생독립국가이며 우리에게 미지의 국가인 동티모르에 대한 생생한 현지 취재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본지를 통해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동티모르(Timor-Leste)는 아시아권이지만 우리에게는 먼 나라다. 일요일 저녁 8시 30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공항을 경유 동티모르 수도인 딜리공항에 도착하니 월요일 낮 12시 40분이 넘었다. 적도를 지나는 16시간의 긴 비행이 끝나자 우리 일행은 경험하지 못한 끈적끈적한 뜨거운 햇살 아래에 서 있었다.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기 시작했다. 소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 규모인 딜리공항을 빠져나가는데도 1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동티모르는 노비자 국가이지만 길게 줄을 서서 1인당 30달러의 입국세를 지불해야했고, 잦은 정전으로 짐을 찾는데도 힘이 들었다. 그러나 무더위 속에 진행되는 느린 시간이 나그네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다. 묘한 편안함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 편안함의 비밀은 시간에 있었다. 때로는 시간이 마법을 부린다. 16시간의 시간이 지났는데 우리나라 1950년대쯤으로 찾아온 것 같았다. 동티모르는 우리나라와 같은 시간을 사용하는 나라여서 시차가 없다. 발리 덴파사르공항에서 1시간의 시차가 있었지만 산호섬들이 그림처럼 뿌려진 뜨거운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그 시차마저 두통에 두통약을 먹은 듯 깨끗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나라는 동북아시아의 동쪽이고 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의 동쪽이다. 결국 우리 일행은 우리나라에서 남쪽 아래로 아래로 해서 같은 동쪽으로 왔다. 우리와 같은 동쪽나라이기에 같은 시간에 해가 뜨고 같은 시간에 해가 진다. 시계의 시간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나그네를 더욱 편안하게 한 것이었다. 동티모르는 섬이다. 티모르(Timor)란 그 나라 토속어인 테툼어로 동쪽이란 뜻이다. 결국 인도네시아의 동쪽이란 뜻이다. 우리가 동티모르라고 부르는 것도 알고 보면 동동(東東)이라 중복해서 부르는 것이다. 악어처럼 생긴 티모르 섬은 하나의 섬이지만 지금은 동서 티모르로 나뉘어져 있다. 서쪽은 인도네시아의 땅이고 동쪽은 21세기에 독립한 지구에서 가장 어린 신생국가다. 동티모르 민주공화국은 2002년 5월 20일 인도네시아로부터 힘들게 독립했다. 그래서 한 섬에 두 국가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서티모르 안에도 동티모르의 도시가 있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티모르 섬을 양분해서 식민지로 가졌었는데, 포르투갈이 이 섬에 첫 발을 디딘 기념적인 그 땅을 네덜란드에게 넘기지 않고 동티모르의 소유로 남겼다. 동티모르 정부는 서티모르 안에 섬으로 남은 그 지역을 포함해서 13개의 지역을 통치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은 섬이다. 동서 길이 256km, 최대폭 92km인 우리나라 강원도만한 땅이다. 산도 강원도처럼 높다. 섬 중앙에는 동티모르에서 가장 높은 산인 타타마일라우가 해발 2,963m로 백두산보다 높이 솟아올라 있다. 타타마일라우 산을 정점으로 라멜라우 산맥이 동서 길게 펼쳐지는 것도, 영동과 영서로 나눠지는 강원도 같은 느낌이다. 쉽게 이렇게 생각하자. 강원도에 13개의 시와 군이 있는 것으로. 그러나 우리의 시와 군의 규모와 형편은 아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나라의 1950년대 같다고. 어디든 손을 내밀면 덕지덕지한 손 시린 가난이 그대로 묻어난다. 동티모르 인구는 2002년 100만 명 정도 추산되었으나 독립 후 아픈 내전을 겪은 탓으로 2004년 유엔 통계로는 70만 명 정도 추산하고 있다. 내전으로 인구의 30%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수도 딜리는 요란했다. 인구 10만 명 정도가 산다는 최대 도시. 그 10만 명 인구가 모두 밖으로 나온 것처럼 도로는 요란하다. 시장이 서는 곳은 더욱 요란하고 이웃 지역으로 가는 버스 정류소가 있는 곳은 더더욱 요란하다. 내전으로 파괴된 시설이 그냥 그대로 방치된 곳도 있고, 새로 짓고 있는 국가 건물도 많다. 한국 사람이 가르치는 이곳 유소년축구팀이 인기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곳곳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 골목 축구 수준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대단하다. 필자는 베트남을 다녀온 적이 있다. 동티모르도 베트남 정도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남국의 정서가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오래 고민하다가 무릎을 치며 답을 찾았다. 아, 사람이 다르다! 500년 이상 포르투갈 식민지를 지낸 동티모르는 전형적인 작고 새까만, 들창코를 가진 동남 아시아인들과는 외형이 다르다. 굉장히 서구화되어 있다. 키가 크고 피부도 갈색이 많다. 검은 색에 흰색을 섞어 나온 아름다운 갈색이다. 눈도 아름답고 코도 오뚝하고 이름도 이국적이다. 아우렌티노, 발렌티노, 루이스, 아구스…, 허나 나는 그런 이름 앞에 슬픔을 느낀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칠수’와 ‘순례’를 만나야 하는데 ‘제임스’와 ‘메리’를 만나는 기분이다. 지난 초여름 포항에서 포항제철 창사 4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아시아 문학포럼에서 만난 전쟁 중인 국가에서 온 한 작가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전쟁의 비극을 강조하는 그 친구에게 나는 전쟁이 식민지보다는 덜 불행하다고 말했다. 파괴하는 전쟁은 복구가 가능하지만 식민지는 민족의 정신과 씨앗을 말살시킨다고. 전쟁 다음에는 평화가 오지만 식민지 다음에는 상처가 오래 남는다고. 일제강점기 36년, 우리 민족이 겪는 후유증은 전쟁의 후유증보다 더 심각하다고. 동티모르는 더욱 심각했다. 그들의 삶은 이미 복원이 불가능한 식민지화 DNA를 가져버렸다. 정부도 그렇다. 스페인어에서 파생된 지역 고유어인 테툼어가 있는데, 국민의 1%밖에 모르는 스페인어를 국어로 정해 놓았다. 정부와 국민은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이다. 화폐도 자국 화폐가 없다. 미국이 독립에 많이 도와주었다고 달러를 국가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내전 이후 동티모르 치안은 UN경찰이 맡고 있다. 딜리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만나는 고급차량은 UN마크가 선명한 UN경찰 차량이었다. 동티모르에서 교육은 본인이 원할 경우 대학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학교를 다녀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에 그냥 가족공동체를 이뤄 생활하는 경향이 많다. 전국에 700여 개의 초등학교가 있지만 배우는 학생도 가르치는 교사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 나라의 미래는 이 나라 아이들에게 있다. 한 가구당 7.8명이나 된다는 아이들이다. 수도인 딜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들은 가족 단위, 부족 단위로 생활을 한다. 더러 도시의 아이들은 어깨 짐을 지고 생선이나 채소, 과일 등을 팔러 나서기도 하지만 시골아이들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현실 속에서 하루를 오직 웃음과 미소로 견딘다.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공부를 하지도 못하고, 병이 들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가지는 연민도 어쩌면 나그네의 마음일 뿐인지도 모른다. 동티모르 어린이들은 누구나 행복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제였다. 그 행복의 증거가 그들의 웃음이며 그들의 눈빛이었다. 이국의 나그네가 들이대는 카메라 앞에, 그것도 즐거워 웃음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 그 백만 불짜리 미소가 아이들이 가진 자산이었다. 동티모르 어린이와 우리나라 어린이는 비교할 수 없는 비교급이다. 단 한 벌 옷으로 1년을 살며 맨발로 살아가는 아이들과 고급 운동화에 명품 의류, 영상휴대폰, MP3로 무장한 우리 어린이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물론 한국의 어린이가 다 그런 것이 아니고, 동티모르 어린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평균 대 평균의 비교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동티모르를 여행하는 중에 책을 들고 있는 어린이를 단 1명 만났다. 그것도 책을 거꾸로 보고 있었으니 책을 읽고 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했다. 행복지수가 우리 아이들과는 분명 달랐다. 동티모르 어린이들은 인도나 네팔의 아이들처럼 구걸을 하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외국인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 그 손으로 그들은 부모를 돕고 가사를 돕고 어린 동생을 돌본다. 나라는 가난하지만 영혼만은 절대 가난하지 않은 동티모르 어린이들. 그 증거가 그들의 눈동자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번 우리 취재팀이 담아온 15,000여 장의 사진 속에 남은 아이들 눈동자는 모두 남국의 빛나는 별빛을 닮아 있었다. 그래서 천사 같은 그 아이들을 만나는 일로 지치고 힘든 여행 내내 나그네는 행복했다. 글 정일근 본지 기획위원 / 사진 안남용 다큐멘터리 사진가       월간 <삶과꿈> 2008년 10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금융위기→실물위기 악순환] “무디스,돈 때문에 영혼을 팔았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세계적인 신용위기 속에 금융계에 이어 이번에는 신용평가회사가 도덕 불감증(모럴 해저드)으로 도마에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은 물론 이후에도 한국에는 저승사자보다도 더 추상 같았던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대표적 신용평가사들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의원들은 신용평가사 직원들의 내부문건을 공개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2006년 무디스의 한 직원은 모기지 담보 증권(MBS)의 신용등급을 매긴 뒤 임원에게 보낸 편지가 물의를 빚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 무디스 직원의 이메일에는 “우리가 앞서 취한 평가(deal)가 말도 되지 않는다. 우리가 돈 때문에 영혼을 판 것 아니냐.”고 스스로 개탄했다. 메일을 받은 임원도 “알아, 당신 말대로 평가 모델이 위험의 절반도 반영하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평가한 결과에 대해서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건넸다. 당시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수천개에 이르는 MBS에 최고등급인 AAA를 매겼다가 최근 몇달 사이 일제히 강등시킨 바 있다. MBS의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은 자산가치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베어 스턴즈와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에 따른 미 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이라는 극약처방으로 직결됐다. 또 S&P 직원들이 2006년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신용카드로 만든 집이 무너져 내리기 전에 돈을 챙겨 은퇴하자.”는 내용도 들어 었었다. 신용평가사의 최고경영진은 이날 “회사가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로 반성했다. 의회는 이같은 신용평가회사와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척결하기 위한 조치를 정부에 촉구했다. 헨리 왁스먼(민주·캘리포니아주)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장은 “신용평가업계의 역사가 거대한 실패로 귀결됐다.”면서 “규제 당국도 위험 가능성을 무시하고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kmkim@seoul.co.kr
  • [문화마당] 작가 이병주에 대한 기억/김종회 문학평론가ㆍ 경희대 교수

    [문화마당] 작가 이병주에 대한 기억/김종회 문학평론가ㆍ 경희대 교수

    경상남도 하동은 지리산과 다도해와 섬진강이 함께 만나는 고장이라 하여, 예로부터 삼포지향(三抱之鄕)이라 불렸다. 그 하동의 섬진강변에 자연석으로 된 문학비 하나가 서 있고, 거기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소설가 나림 이병주 선생의 문학비다. 이 선언적이며 고색창연해 보이는 비문의 수사(修辭)는 이병주 선생의 문학관, 소설관을 매우 잘 반영하고 있다. 이 한 줄의 문장은 널리 알려진 선생의 소설 ‘산하’ 첫 장에 기록된 에피그램이다. 실제적 삶의 집적인 ‘역사’에 비추어 그 배면에 잠복한 숨은 진실을 들추어 보이는 ‘문학’의 존재양식, 그렇게 존재하는 문학의 지위에 대한 인식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요약하고 있다. 선생이 타계하기 수년 전, 그러니까 필자가 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던 1980년대 말의 일이다. 어느 오후 선생께서 늘 나와 계시던 K호텔 커피숍에서, 필자는 매우 무모하고 무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선생님, 역사란 무엇입니까?” 역사가 무엇이냐라니! 도대체 이 따위 대책 없는 선문답류의 질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문학의 의미와 본질에 대해, 특히 역사소설의 그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끌어안고 선생을 만난 필자로서는 꼭 내놓아야 할 질문이었다. 선생의 답변은 의외로 짧았고, 역시 선문답적인 것이었다. “역사란 믿을 수 없는 것일세.” 역사를 믿을 수 없는 것이라니! 당시는 ‘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이 한 시대를 풍미하여 민족, 조국, 역사 등등의 언사가 그 이름만으로도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선생의 어조는 단호하고 명쾌했으며, 필자는 거기에다 감히 추가의 질문을 덧붙이지 못했다. 선생이 유명(幽明)을 달리한 해가 1992년이니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그 말씀은 아직 필자의 귓전에 힘 있게 살아있다. 그간의 지속적인 문학 공부를 통해 왜 선생이 그렇게 말했고 그것이 무슨 뜻이었는가를 비로소 깨우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에게 있어 기록된 사실로서의 역사는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실체를 정면에서 파악하는 데 그칠 뿐, 그 정론성의 성긴 그물망으로는 포획할 수 없는 삶의 가치와 진실에 대해서는 무방비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런 만큼 그 답변은 역사의 그물망이 놓치고 지나간 실체적 진실을 소설을 통해 걷어 올린다는, 선생의 문학관을 대변한 요지부동의 언표이기도 했다. 선생에게 문학은 그러므로 ‘월광에 물든 신화’였고, 스스로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고 한 그 ‘골짜기의 기록’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선생의 역사와 문학에 대한 인식은, 역사소설로서 우리 문학사 한 시기의 천정을 때린 작가답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양자를 바라보는 겹친 꼴 눈길과 변증법적 통합, 그것이 곧 역사소설의 운명이기도 하다. 가장 다양하고 깊이 있는 근대사의 체험을 재료로, 선생은 ‘관부연락선’‘산하’‘지리산’‘그해 오월’등 주옥같은 장편소설들을 남겼다. 근대사적 체험의 웅혼하고 활달한 문학적 표현이 선생의 몫이었고, 그 점이 오늘 우리로 하여금 선생의 문학을 기리며 기념하게 하는 까닭이다. 해마다 4월말이면 하동에서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가 열리고 이병주국제문학상 시상이 있으며, 9월말이면 이병주문학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각국의 작가들이 이병주문학관에 모여 문학과 인간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이 나라 산하의 아들로서 그 아픈 역사의 심층을 소설의 이야기로 꽃피운 선생의 작품들을 보면, 문학이 어떻게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명약’인지 짐작하게 된다. 김종회 문학평론가ㆍ경희대 교수
  • “권력에 휘둘린다” 감사원 내부 직불금 비판론

    감사원 내부에서 쌀 직불금 감사 논란을 둘러싸고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감사원의 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실무자협의회’는 20일 내부 전산망에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협의회는 “쌀직불금 제도의 문제점을 밝혀낸 이번 감사는 역시 감사원이라는 국민의 칭송을 받아야 마땅한 감사였지만 투명하지 못한 감사처리로 인해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국민적 비난과 질타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공기업 감사,KBS 감사 등에 대해 ‘죽은 권력에는 강하고 산 권력에는 약한 감사원’,‘영혼없는 감사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그때마다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지만 이미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봐야 할 감사원이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과거 잘못된 부분에 대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감사원의 독립성, 중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이어 “부당한 외압이 들어오면 버팀목이 돼야 할 간부들이 침묵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입신양명을 위해 권력에 줄을 대거나 조직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과감한 인적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이타적 본능 살린 윤석남의 ‘1025’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이타적 본능 살린 윤석남의 ‘1025’

    공감하는 능력은 귀한 능력이다. 다른 이가 내 마음을 자신의 것처럼 알아줄 때 우리는 큰 위로를 받는다. 스타로 정상에 올랐어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없고 주위로부터 차가운 마음의 벽을 느끼면 심지어 목숨을 버리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타인의 심파(心波)에 주파수를 맞출 줄 아는 이는 귀인 중의 귀인이다. 윤석남은 귀인 예술가다. 그에게 예술은 다른 이와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한 마당이다. 그 마당에서 그의 센서는 항상 소외되고 버려진 영혼들을 향한다. 가부장 문화에 억눌려온 옛 한국의 어머니들로부터 물질적으로는 풍요하나 정신적으로 고달픈 중산층 주부들까지 윤석남이 지금껏 다뤄온 주제는 여성에게 주어진 부당한 삶이었다.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1025; 사람과 사람 없이’(새달 9일까지)도 부당한 삶에 주파수를 맞춘 전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다. 바로 유기견이다. 아르코 미술관의 전시장 두 곳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개들은 윤석남이 일일이 나무를 깎고 색을 칠해 만든 것이다. 모두 1025마리. 이 숫자는 버려진 개들을 거둬 키우는 이애신 할머니의 집에서 확인한 유기견의 숫자다. 화가가 신문에서 이애신 할머니의 사연을 접한 것이 2003년. 직접 찾아가 그보다 두 살 위인 할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강아지들과도 은근한 눈빛을 맞췄다. 그와 눈을 마주한 개들 가운데는 늙고 병들어 버려진 놈들도 있었지만 예쁘고 건강함에도 키우기가 귀찮아 버려진 놈들도 있었다. 윤석남에게는 그 냉정하고 잔인한 유기 행위가 못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 뒤로 5년. 마침내 1025마리의 강아지가 그의 손을 통해 새롭게 탄생했다. 버려진 놈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쓰다듬듯 만들어냈다. 강아지들 가운데는 지치고 힘들어하는 표정을 짓는 놈도 있고,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는 놈도 있다. 1층 전시실의 어두운 조명 아래 흙바닥에 힘들게 몸을 누인 놈도 있고,2층 전시실의 환한 조명 아래 네 발로 굳건히 서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놈도 있다. 명암으로 대비되는 두 전시실처럼 삶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우리 모두 행복과 불행을 두루 경험한다.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면 그 얼마나 고마운가. 윤석남은 그런 마음으로 강아지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를 보고 사람에 대한 연민마저 메마른 시대에 웬 동물에 대한 연민인가 하고 타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사람은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가 누구든 아프고 지친 생명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우리의 본능이다. 그 본능마저 억누를 정도로 막강한 이기심이 판치는 세상이 무섭다. 반면에 이애신 할머니나 윤석남처럼 끝내 이타적 본능을 살리고 기리는 이들이 있어 또 반갑고 고맙다. (미술평론가)
  • ‘웃음의 대학’으로 정극 도전하는 황정민

    ‘웃음의 대학’으로 정극 도전하는 황정민

    배우 황정민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정극 무대에 선다. 오는 24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연극열전 아홉번째 작품으로 막올리는 2인극 ‘웃음의 대학’(이해제 연출)에서 작가 역할을 맡았다. 극단 학전 출신인 그는 스크린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기 전 ‘지하철1호선’‘모스키토’‘캐츠’ 등 뮤지컬 작품에만 열중했었다. 올초 ‘나인’으로 오랜만에 뮤지컬에 복귀한 바 있는 그가 이번엔 자신의 장기인 노래와 춤의 도움 없이 오로지 연기로만 승부하는 정극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재작년쯤 연극열전 기획자인 홍기유 대표가 ‘근사한 작품이 있다’며 대본과 영화비디오를 주더라고요. 영화는 안 보고 대본만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하겠다’고 구두 약속을 했었죠.” 황정민을 단번에 사로잡은 ‘웃음의 대학’은 일본 극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희곡으로 1996년 초연 당시 요미우리연극대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2004년 영화로도 제작돼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영화 ‘웰컴 미스터맥도널드’‘더 우초우텐 호텔’ 등도 그의 작품이다. ‘웃음의 대학’은 1940년대 2차대전의 전시상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웃음을 잃어버린 시대, 사사건건 코미디 대본을 검열하는 검열관(송영창)과 어떻게든 공연 허가를 받으려고 대본을 자꾸 수정하는 작가의 좌충우돌 신경전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 안에 강압적인 시대를 비꼬는 날카로운 풍자의 칼날이 숨겨 있다. “코미디극인데 굳이 배우가 애써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짜인 대본이에요. 그러면서 미타니 고우키가 생각하는 웃음에 대한 철학이 아주 잘 드러나 있지요.” 작가는 검열관에 맞서는 대신 공연에 대한 욕심으로 대본을 계속 수정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결국 검열관도 그의 웃음에 매료된다. 미타니 고우키는 이를 통해 권력도 꺾지 못하는 창작 열정과 웃음이 메마른 영혼을 어떻게 순화시키는지를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펼쳐보인다. 베테랑 배우라도 2인극은 모노극 못지않게 힘든 작업이다.“외워야 할 대사가 엄청나다.”며 짐짓 엄살을 부린 그는 이내 “1시간40분 동안 배우의 쫀쫀한 연기로만 무대를 채우는 짜릿한 경험을 놓칠 수 없었다.”며 활짝 웃었다. 사실 그는 현재 촬영중인 영화 ‘공중곡예사’의 스케줄과 연극 연습이 겹치는 바람에 적지 않게 고생했다. “어릴 때 ‘칠수와 만수’‘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2인극을 보면서 나도 저런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면 무대는 배우의 예술이고, 그중에서도 2인극이나 모노극은 대충 묻어가기 힘들다는 점에서 배우에겐 도전이자 영광이지요.” 상대역인 송영창과는 첫 만남이다.“워낙 연기를 잘 하는 선배이고, 긴장과 이완이 자유자재인 배우여서 편하게 연습하고 있어요. 저야 뭐 검열관이 요구하면 변명하고 따라가는 역할이라 쉬운 편이에요.(웃음)” 그는 극중 작가의 모습과 자신이 많이 닮았다고 했다. 무대를 사랑하고, 연극을 사랑하고, 그리고 오직 관객만 신경쓴다는 점에서 “내가 일하는 방식이랑 비슷하다.”고 말했다.“카메라 앞에 서거나 무대에 섰을 때에만 배우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때가 제일 행복하고,‘아, 내가 배우 맞구나’라고 느낍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나쁜 소년이 서 있다(허연 지음, 민음사 펴냄)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두번째 시집. 표제시를 비롯해 ‘세상 속으로’‘면벽’‘우물 속에 갇힌 사랑’ 등 63편의 시가 실린 이 시집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든다.7000원. ●영혼의 식사(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허삼관 매혈기’‘형제’로 널리 알려진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주자인 작가의 산문집. 그가 아들을 키우며 돌이켜 본 어린 시절의 삶과 추억, 글쓰기에 대한 단상 등이 오롯이 담겨 있다.1만원. ●젖과 알(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권남희 옮김, 문학수첩 펴냄) 일본 최고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단편 소설. 서점 직원과 치과의사 조수, 호스티스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화제가 됐던 작가는 ‘젖과 알’로 대변되는 모녀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의 기복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약속 시간을 앞두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주인공 여자가 광고용 휴지를 돌리는 한 남자에 대한 상상을 독특한 심리 묘사로 풀어낸 ‘당신들의 연애는 빈사(瀕死)’가 함께 실렸다.8500원. ●피아노 튜너(대니얼 메이슨 지음, 김후자 옮김, 민음사 펴냄) 미 하버드대 생물학과 출신의 작가가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말라리아를 연구하며 쓴 장편소설. 영국의 피아노 조율사와 미얀마 여인간의 운명적 사랑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냈다.1만 3000원. ●바다로 간 고래바위(이순원 지음, 홍원표 그림, 굿북 펴냄) 팍팍한 삶으로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읽을 만한 동화.‘은비령’‘그대 정동진에 가면’의 작가가 산꼭대기의 고래바위가 억겁의 세월 속에 부서져 명개가 돼 바다의 품에 안기게 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와 가르침을 전해 준다.1만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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