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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 지바고’ 영화음악가 모리스 자르 사망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닥터 지바고’(1965), ‘인도로 가는 길’(1984)로 세 차례나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었던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모리스 자르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84세.이 같은 사실은 고인의 아들인 전자음악가 장미셸 자르의 매니저가 발표했다.프랑스 태생의 작곡가 모리스 자르는 교향곡과 오페라, 연극, 발레 음악을 작곡하며 영화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거장 데이비드 린을 만난 뒤 영화음악에서도 명성을 쌓아 올렸다. 이후 ‘닥터 지바고’, ‘라이언의 딸’(1970), ‘인도로 가는 길’을 함께 하며 웅장하면서도 로맨틱한 음악을 세상에 선보였다. 모리스 자르는 이밖에 존 프랑켄하이머, 윌리엄 와일러, 프레드 진네만, 앨프리드 히치콕 등 거장 감독들과 작업하며 150편이 넘는 영화음악 작품을 남겼다. ‘지상 최대의 작전’(1961),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맨발의 이사도라’(1968), ‘양철북’(1979), ‘사랑과 영혼’(1990), ‘구름속의 산책’(1995) 등도 대표작으로 꼽을 만하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일제강점기 광복군에 입대해 항일운동을 했던 애국지사 김형석 선생이 29일 별세했다. 97세.지난 1912년 평안북도 철산에서 태어난 선생은 중국 장시(江西)성에 있는 중국 중앙군 전시간부훈련단에서 복무하다 1941년 4월 광복군 징모 제3분처가 현지에서 발족하자 합류했다. 이후 광복군 제2지대에서 활동하다 1943년 중국군에 복귀했다. 1977년 건국포장,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각각 받았다. 유족은 부인 백계득씨와 1남 5녀.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31일 낮 12시. (02)3410-6903.
  • ‘노트르담 드 파리’, 新한류 기대속에 중국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 新한류 기대속에 중국으로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다’ 오는 10월 한국어 버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가 중국 진출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으로 지난 20일부터 3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찾았다. 배우 박은태의 맑고 청량한 음색이 돋보였던 노래 ‘대성당들의 시대’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는 시작부터 탄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극중 그랭루아르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박은태가 부른 ‘대성당들의 시대’는 1482년 파리, 교회가 세상의 중심에 있고 마녀사냥이 한창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대성당 시대의 도래와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으로 인한 종말을 노래한 곡이다.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다’라는 노랫말이 반복될 때마다 그의 목소리에 매료된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든 콰지모드 프롤로 풰비스 세 남자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 배신을 담아냈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국어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예술적인 아름다움과 다이나믹한 에너지를 담아낸 안무와 혼신의 열정을 쏟아내 듣는 이로 하여금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한 노래가 접목돼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2007년 10월 김해에서 한국어버전으로 초연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회 공연을 진행하며 관객 3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인기에 힘입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중국으로 날아가 오는 10월부터 새로운 한류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 = NDPK)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책꽂이]

    ●조선 정치의 꽃 정쟁 신봉승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2만 5000원. 대하소설 ‘조선왕조 500년’ 등을 썼고 방송작가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던 저자는 선조에서 순조에 이르기까지 약 230년 동안 있었던 당쟁을 새롭게 조명한다. 작가는 조선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논리정연한 이론과 지식이 뒷받침된 수준 높은 토론이 있었다며 ‘당쟁’이라는 폄하된 이미지가 아닌 소통의 정치인 ‘정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카를 알브레히트 이멜·클라우스 트렌클레 지음, 서정일 옮김, 현실문화 펴냄. 당신이 사먹는 생수가 인도 가정을 더욱 목마르게 하고, 새로 장만한 휴대전화의 부품을 만들기 위해 콩고 사람들이 강제로 채굴 현장에 내몰린다면. 국경 없는 지구, 평평한 세계,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등 허울좋은 세계화 이면에 놓인 빈부격차, 생태계 위협 등 불편한 진실들의 속살을 들췄다. 1만 5000원.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사계절 펴냄.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교수가 된 정치학자인 저자가 펼쳐낸 삶의 방법론이다.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고 고민의 힘이 살아가는 힘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출간된 뒤 100여만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9500원. ●조선사 쾌인쾌사 이수광 지음, 추수밭 펴냄. 조선시대를 소재로 한 팩션 역사서인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을 쓴 저자가 떠돌이 시인 김삿갓, 금오신화의 김시습 등 유명한 인물부터 기생, 스님에 이르는 조선시대 인물들의 이야기 35편을 묶어냈다. 조선왕조실록, 고금소총 등 10여종의 고전을 참고했다고. 1만 3000원. ●바보가 바보들에게 장혜민 엮음, 산호와진주 펴냄. 사랑과 나눔의 구도자로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을 남긴 김수환 추기경을 기리는 잠언 모음집이다. 한국 사회의 정신적인 지도자이며 사상가, 청빈한 생활의 실천가, 우리 시대의 성자 등 그 어느 수식어도 부족함이 없는 김 추기경의 영혼을 울리는 길고 짧은 가르침을 다섯 가지 큰 주제로 모두 81개를 실었다. 9800원. ●스패닝 사일로 데이비드 아커 지음, 이상민·최윤희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사일로(silo)’는 독자적 경영팀과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다른 부서와 협력하거나 소통하려는 동기나 의지가 부족한 ‘조직 내 장벽’, ‘부서 이기주의’를 뜻한다. 이에 대해 브랜드·마케팅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아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가 해결책을 비롯해 효율적인 브랜드 관리 및 조직 마케팅의 핵심 노하우를 전한다. 2만원.
  • [오늘의 눈] 영혼 없는 국방부와 군/안동환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영혼 없는 국방부와 군/안동환 정치부 기자

    군인의 소신은 올곧은 안보관에서 비롯된다. 소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고(故) 정용후 공군참모총장이다. 그는 지난 1990년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선정 논란이 불거졌을 때 공군참모총장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공군이 차세대 기종으로 원했던 F-18을 F-16으로 바꾸라고 전방위로 압박했다. F-16은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 도입을 계획했던 낡은 기종이다. 청와대는 F-18 구매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정 총장을 국군수도병원에 감금한 후 강제 전역시켰다. 그를 소신 있는 선배로 존경하는 군 후배들이 많다. 국방부와 군의 잇단 갈지자(字) 행보가 국민을 불안케 한다. 국방부는 내년 10월 분양되는 위례(송파)신도시 건설 계획을 안보상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3년6개월 전 입안돼 별다른 이견 없이 추진돼 온 사안이다. 국방부는 특히 특전사령부와 남성대 군 골프장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특전사는 전술상 서울공항에 인접하고 골프장은 유사시 전시물자 물류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군의 논리다. 그럼에도 지난 15년 동안 국방부와 군이 줄기차게 반대한 제2 롯데월드 건설은 서울공항의 활주로 각도를 3도 튼다는 조건으로 허가됐다. 대체지인 인천공항 부근의 골프장까지 “멀어서 못 가겠다.”는 군 일부 원로들의 투정이 아니라 진짜 안보상 이유라면 현 위치에 골프장이 버티고 있을 필요가 없다. 국방부는 올해 국방백서에서 첨단 방위체계를 통한 미래전을 강조했다. 국방정책은 미래를 내다보는 포석이다. 군 수뇌부들이 ‘그때그때 달라요.’ 식의 영혼 없는 행보를 하는 한 신뢰는 얻기 어렵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은 부산의 왜구를 공격하라는 선조의 지시를 거듭 거부했다. 그래서 옥고를 치렀다. 왜는 부산 앞바다에서 우리 수군의 전멸을 노렸다. 역사는 이순신의 소신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안보관이 정권 코드에 춤추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안동환 정치부 기자 ipsofacto@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원로시인 김남조

    [만나고 싶었습니다] 원로시인 김남조

    ‘말 없음의 시’라고 할까. 침묵 너머의 소리를 전하는 ‘깨달음의 시’라고 해야 할까. 한국 여성 시단의 최고 원로인 김남조(82)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묵시(默詩)’라는 화두를 던졌다. “세월 깊어져 지금은 침묵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할 말들이 그치진 아니합니다.” 60년 가까이 시업(詩業)을 이어온 이 노성한 시인에게 아직도 시로써 할 말이 남아 있는 것일까. 이제 시인은 하고 싶은 말들을 침묵, 아니 그 이상의 언어로 전하려 한다. 서울 효창동 비탈의 하얀 단독. 창밖 백목련 그림자가 우련히 비쳐 드는 2층 응접실에서 만난 시인은 예의 단아한 모습 그대로였다. 1953년 첫 시집 ‘목숨’ 이후 지금까지 열여섯 권의 시집을 내며 불굴의 시혼(詩魂)을 살라온 천생 시인. 얼마 전에는 한지에 요즘 보기 드문 납활자를 사용한 수제 시선집 ‘오늘 그리고 내일의 노래’를 펴내기도 했다. “시는 땀과 눈물의 수제품”이라고 믿는 그이기에 이처럼 공력이 든 활판시집이 더없이 맞춤해 보인다. 시집에는 그동안 써온 1000여편의 시 중에서 가려 뽑은 100편의 작품이 실렸다. “무릇 좋은 시란 영혼성이 깃들어 있는 시, 예언적인 시라고 생각해요. 시의 하늘은 종국에는 그런 데까지 이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는 최근 젊은 시를 호명하는 용어로 굳어진 ‘미래파’ 시에 대해서는 사뭇 마뜩잖은 표정이다. “‘형의 두개골을 파먹고… ’ 이런 식으로 나아가는 게 이른바 미래파라는 건데, 요즘 시가 점점 기괴한 쪽으로 흘러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불온한 서정의 섬뜩한 시가 아닌 순연한 정조(情調)의 따뜻한 시를 지켜 나가자는 것이다. 김 시인에게 시는 영혼 혹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그 영혼이란 육체와 따로 노는 영혼이 아니다. 늘 육체와 함께하는 영혼, 육체를 입은 영혼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사변적일지언정 공허하지 않다. 좀처럼 관념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삶에 대한 유정함, 종교적인 경건함, 만유에 대한 감사, 세상과의 화해·용서의 마음”이 생생한 시어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참담한 영혼의 고통을 맛본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절대 긍정의 세계다. ●자신의 시대 업신여기는 건 모순 시인은 혹독한 일제 강점기를 거쳤고 한국전쟁의 참화도 몸소 겪었다. 처녀 시집 ‘목숨’은 그 전쟁의 와중에 탄생했다. 표제시 ‘목숨’에는 시인의 고단했던 삶의 한 자락이 그대로 녹아 있다. “아직 목숨을 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가/꼭 눈을 뽑힌 것처럼 불쌍한/산과 가축과 신작로와 정든 장독까지//(중략)반만 년 유구한 세월에/가슴 틀어박고/매아미처럼 목태우다 태우다 끝내 헛되이 숨져간/이 모두 하늘이 낸 선천의 벌족(罰族)이더라도/돌멩이처럼 어느 산야에고 굴러/그래도 죽지만 않는/목숨이 갖고 싶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시름겨운 시산혈해(屍山血海)의 참혹한 상황, 시인은 오죽하면 ‘벌족’이라는 말을 썼을까. “지금 우리 삶이 힘들지만 식민지 시절보다 슬프고 6·25때보다 더 가혹하겠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시대를 업신여기는 건 의미 없는 일입니다. 자기부정이에요. 인생의 수틀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색상과 잘못 기워진 자국도 남지만 그것까지 포함해 산다는 건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진보니 보수니 좌(左)니 우(右)니 하며 분열을 앓고 있다. 상생의 길은 없을까. “어린 아이들이 빨갛고 파란 예쁜 자동차를 보면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돌을 던지게 만드는 세상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문학 쪽도 마찬가지예요. 이수익·신달자 같은 괜찮은 시인도 성향이 어떠어떠하다고 한국 대표시인 목록에서 빼고 그랬지요. 편 가르고 증오하는 마음의 자리에 사랑이 들어서야 합니다.” 시인에게 사랑의 대상은 무궁하다. 사랑의 총량 또한 무한하다. “떫은 사랑일 땐/준 걸 자랑했으나/익은 사랑에선/눈멀어도 못다 갚을/송구함뿐이구나”(‘사랑초서’ 53)라는 시인의 시구처럼 더욱 넉넉한 사랑이 필요한 때다.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사랑 밖엔 길이 없음’을 설파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결코 무력하지 않다. 진리는 지극히 평범한 데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남(男)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서 일까. 시인의 시에는 굳이 ‘페미니즘적’이랄 게 없다. 스스로도 페미니즘 운동엔 별 관심이 없다고 고백한다. 이 또한 사랑의 프리즘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가장 여성적인 여성은 인간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남성적인 남성 역시 인간적인 남성이고요. 양쪽 모두 인간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서로 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니겠어요. 여성이 여성이기에 받는 사랑의 몫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퍽이나 선명한 논리다. ●부권 상실 풍조에 아쉬움 시인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지적해온 부권(父權)상실 풍조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TV 드라마에서도 여걸형 가모장(家母長)이 뜨는 시대. 하지만 시인의 생각은 좀 달랐다. “부권의 역조현상이 점점 가속화하는 것 같아요. 아버지를 아버지의 자리에 앉혀 줘야 합니다. 뒷방에 내앉거나 머슴이나 문지기의 자리에 있어선 안 되지요. ‘기눌림’을 풀어줘야 해요. 남자에게는 큰 틀을 세우는 능력이 있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요즘 시류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남 탓 하지 말고 각자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뜻의 원로의 충고로는 충분한 값을 지닌다. 우리 사회에 원로가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원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들의 말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지금 헨리 키신저(86) 전 국무장관 등 7080세대 원로그룹이 정부 대외정책의 ‘선봉’에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최근 우리에게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원로회의가 생겼다. 김 시인은 공동 의장을 맡았다. 어떤 형태의 세속정치와도 절연된 삶을 살아왔기에 나라를 걱정하는 그의 말에서는 한층 진정성이 느껴진다. “38년간 대학에 있으면서 어떤 보직도 맡지 않았어요. 내 문학에 상처를 줄까봐서였지요. 지난 독재정권 시절엔 전국구 의원을 하라고 찾아온 이에게 ‘날 빼주면 평생 은인으로 삼겠다.’며 통사정해 돌려보낸 적도 있어요.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심정입니다. 식민지 시절을 생각하면 나라가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인데, 정치도 국민 노릇도 너무 미숙하기만 하니….” ●감성에도 이성에도 치우치지 말라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시가 그의 후기작에 속하는 ‘좌우명’이다. “잎이 아닌 뿌리에서 더욱 봄답기를,/능금 익히듯 사람들 마음에 공들이고/충직한 농부에서 모범을 취하여라/백지를 능가하는 글을 쓰고/침묵보다 나은 말일 때 말하여라/살고 있는 이와 살다간 이를 동일하게 경애하며/다수의 복지를 섬기는 이에게/앞자리를 대접하고 아울러 그 줄에 서거라/감성에도 이성에도 치우치지 말며/행복에 앞서 가치를 생각해라…” 삶의 잠언, 나아가 우리 사회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을 ‘국민교육헌장’ 같은 시다. 김 시인은 그의 애제자인 신달자 시인이 첫 시집을 냈을 때 ‘봉헌문자’라는 제목을 지어 줬다. ‘평생 문자를 받들며 살라.’는 뜻이다. 봉헌문자는 결국 그의 명제가 됐다. “시를 쓰는 건 살점을 뜯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이지만 그 측은한 길동무와 언제까지 함께하리라.”고 지금도 다짐하고 있으니 말이다. 2007년 만해대상 수상 시집 ‘귀중한 오늘’ 출간 이후 80줄이 넘어 새로 쓴 시만 30여편. 60편쯤 모이면 내년에는 열일곱 번째 시집을 낼 계획이다. “문학은 내게 병이면서 치유”라고 말하는 노시인. 그의 바람은 시의 언어가 사회 구석구석 스며들어 미움으로 얼룩진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 시인은 오늘도 변함없이 뜨거운 기도의 문을 연다. 글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7년 대구 출생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서강대 명예문학박사 ▲숙명여대 교수(1955∼93년), 한국시인협회·한국여성문학인회의 회장 역임 ▲예술원상, 영랑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 국민훈장 모란장·은관문화훈장 받음 ▲저서:‘목숨’ ‘나아드의 향유’ ‘정념의 기’ ‘풍림의 음악’ ‘바람 세례’ ‘마음 안의 마음’ 등 16권의 시집과 ‘잠시 그리고 영원히’ ‘먼 데서 오는 새벽’ 등 12권의 수필집 등 다수 ▲현재 숙명여대 명예교수, 예술원 회원, 국민원로회의 공동의장
  • “격변기 중국 경극스타의 삶그려”

    “격변기 중국 경극스타의 삶그려”

    “한국과는 인연이 굉장히 깊어요. 처음 한국에 온 것은 1992년 한·중수교 즈음이었죠. 지난해에도 서울 홍보물을 만들기 위해 오는 등 방한 기회가 자주 있는데 매번 좋은 인상을 받습니다.” 영화 ‘매란방’을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매란방’의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방한소감을 밝혔다. 그는 1993년 ‘패왕별희’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계적 거장. ‘매란방’은 중국 경극계 전설적 인물의 삶을 영화화한 것으로, 실존인물 매란방은 ‘패왕별희’에서도 주인공 ‘데이’(장궈룽)의 모델이 된 바 있다. ●패왕별희 주인공의 모델인 실존인물 영화는 매란방(리밍)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극가문에서 태어난 매란방은 전통방식을 깨고 현대연극의 요소들을 받아들이면서 스승과 갈등을 겪는다. 빼어난 연기와 무대 스타일로 중국 대표 경극배우가 된 그는 남장전문배우 맹소동(장쯔이)을 만나면서 운명적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스캔들을 우려한 주변에서는 반대가 극심하다. 다시 매란방을 영화로 불러온 데 대해 감독은 “매란방이 경극무대에 올랐던 20세기 초반은 중국의 격변기였다. 두려움에 맞서 용기로써 꿋꿋이 위기를 이겨낸 그의 삶에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란방은 1930년 대공황 시절,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다. 1930년대 후반 일본의 중국 침략으로 일본을 위한 공연을 강요받았을 때는 완강히 거부하기도 한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나온 주연배우 리밍(黎明)과 장쯔이(章子怡)도 영화에 대한 소회가 깊은 듯했다. 리밍은 “매란방에 대한 자료를 많이 접했고, 그의 아드님을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물에 빠져들게 됐으며 나중에 영화를 보신 아드님이 생전 아버님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셔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극속 노래부분은 매란방 아들 목소리 실존인물을 극화했기에 고충도 있었다. 매란방과 맹소동의 결혼을 영화에서 살리지 못한 것도 그 중 하나. 감독은 “당시에는 이중결혼이 법적·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유족들을 고려했을 때 영화에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극 노랫소리도 현 경극배우들의 목소리를 입혀야 했다. 장쯔이는 “경극 창법은 4~5세 때부터 많은 훈련을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흉내내기는 어렵다.”면서 “극속 매란방과 맹소동의 노래부분은 실제 경극배우인 아드님과 현 남장경극배우의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유족 고려 매란방 맹소동 결혼 표현 못해 한편 전날 시사회가 끝난 뒤 리밍은 “파파라치가 찍은 해변 사진이 장쯔이에게는 종이족쇄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종이족쇄’는 영화 속에서는 ‘예술가들의 고된 숙명’을 암시하는 장치로 등장한다. 장쯔이는 “배우로서 사는 것 외에 일반인으로서 내가 누려야 할 사랑·영혼·희로애락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권리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일반인으로서의 나에게 가끔씩 나타나는 ‘종이족쇄’들은 되도록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화 ‘매란방’은 새달 9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기발한 자살여행’, 유쾌하게 ‘자살’을 노래하다

    ‘기발한 자살여행’, 유쾌하게 ‘자살’을 노래하다

    몇 해 전부터 유명인들의 잇따른 자살로 사회가 어지럽고 뒤숭숭한 가운데 ‘자살’을 소재로 밝고 유쾌하게 그려낸 공연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4월 1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은 ‘공동 자살’을 떠난 12명의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사업실패,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배신 등으로 삶에 지친 영혼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 여행의 결의와 달리 점점 우스꽝스럽고 파란만장한 사건과 모험 속으로 빠져들며 우울한 영혼들은 점차 치유되고 가슴 속에 삶의 욕구와 사랑의 불꽃이 생겨난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송한샘 프로듀서는 17일 진행됐던 미디어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 일 수 있는 ‘자살’이란 소재를 상업적인 장르 뮤지컬을 통해서 발산된 에너지가 운동이 돼 사회의 변화를 줄 수 있는 힘이 됐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준비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기발한 자살여행’의 제작진은 “‘자살’이라는 단어를 공론화시키고 싶었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자살’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으로 부각시켜서 희망으로 전환시키고 싶다. 자살을 상업적으로 많이 볼 수 있게 밖으로 꺼내서 치유 받고, 밝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은 2004년 ‘유럽의 작가상’ 수상작인 핀란드 소설가 아르토 파실린나(Arto Paasilinna)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원작 동명소설은 현재 20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한국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이번 뮤지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살을 희망하는 이들이 삶에 대한 욕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은 냉소와 풍자를 섞어 어두운 ‘자살’이라는 소재를 밝고 유쾌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토지 한국사학교’ 여는 고창영 박경리문학공원 관리소장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토지 한국사학교’ 여는 고창영 박경리문학공원 관리소장

    ‘글기둥 하나 잡고, 내 반평생, 연자매 돌리는 눈먼 말이었네, 아무도, 무엇으로도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고, 풀 수도 없었네, 영광이라고도 했고, 사명이라 했지만, 진정 내겐 그런 것 없었고, 스치고 부딪치고 아프기만 했지, 그래 글기둥 하나 붙잡고 여기까지 왔네.’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 있는 ‘박경리문학공원’ 입구에 새겨진 고 박경리 선생의 시(詩)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함께 고인의 영혼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작품속 인물·사건 중심으로 역사여행 오는 5월5일이면 타계한 고인의 1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서 내달 4일 대하소설 ‘토지’를 통해 배우는 ‘토지 한국사학교’를 개설한다. 1897년 시작되는 소설 토지의 시작을 기점으로 1945년 광복에 이르는 시기까지 작품속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되돌아볼 예정이다. 주제는 동학농민운동과 의병운동, 항일 독립운동, 일제 침략기의 경제침탈과 토지조사 사업 등이다. 이와 함께 5월에는 ‘2009 소설 토지학교’를 개강해 작품의 깊이를 다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를 기획하고 준비한 주인공이 ‘박경리문학공원’ 관리소장으로 있는 고창영(41) 시인이다. 박경리문학공원에서 고 시인을 만났다. 그의 안내를 받으면서 공원을 잠시 둘러봤다. 공원은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위치한 ‘토지문화관’과는 별도로 1999년 5월 완공됐다. 1만여㎡의 부지에 고인의 옛집과 정원, 집필실 등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소설 ‘토지’의 배경을 옮겨놓은 3개의 테마공원, 즉 평사리마당과 홍이동산, 용두레벌로 꾸며져 있었다. 1980년 서울을 떠나 이곳 단구동으로 이사 와 ‘토지’의 4, 5부를 집필하면서 1994년 8월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곳으로 고인이 손수 가꾸던 텃밭과 나무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고인이 집필실에는 토지의 마지막 육필원고와 함께 1994년 8월15일 새벽 2시 탈고 당시 시계가 벽에 걸려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행사를 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인가요. -‘토지’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직접 그 배경을 체험해 보고 또 ‘토지’를 가지고 우리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짚어보자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토지’와 함께 주변 세계사도 같이 공부할 수 있도록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박 선생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습니까.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대문호께서 이곳에 사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1969년 9월26일 추석날 아침에 태어났어요. 공교롭게도 선생님은 그날 처음으로 ‘토지’ 1부의 원고를 탈고하고 현대문학에 연재하기 시작했지요. 고등학교 재학때도 선생님을 먼발치에서 보면서 그 숨결을 느끼곤 했습니다. 제가 시인으로 등단한 것도 선생님의 모습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요. ●지난해 7만7000여명 공원 다녀가 →선생님과는 언제 처음 만났는지요. -2005년 5월 제가 박경리문학공원 관리소장을 맡게 되면서 직접 만나게 됐습니다. 열무가 한참 익어갈 즈음이었지요. 선생님은 저를 뚫어지게 보시더니 ‘인상이 참 좋다!’를 여러번 말씀하시더군요. 그때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에게 고인과 인상이 비슷하다고 하자 “(집필실 벽에 걸린 사진을 보면서)그런가요.” 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공원 내방객은 어느 정도 됩니까. -지난 해에는 연간 7만7000여명, 올해는 현재까지 전국에서 5000여명이 다녀갔습니다. 고 시인은 원주 출생으로 1986년 불휘문학회, 1990년 토요시동인으로 활동하면서 2001년 ‘예술세계’로 등단했다. 개인 시집으로는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힘든 줄 모르고 가는 먼 길’을 냈으며 4월초 ‘살면서 가끔은 울어야 한다’는 세번째 시집을 출간한다. km@seoul.co.kr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 [서울광장] ‘네이밍 정치’ 더 이상 약발 없다/김종면 편집위원

    [서울광장] ‘네이밍 정치’ 더 이상 약발 없다/김종면 편집위원

    얼마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막장’이라는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언론사에 보내 관심을 모았다.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지하에서 에너지 자원을 캐내는 숭고한 산업현장이자 진지한 삶의 터전이 막장인데, 폭력·불륜 같은 나쁜 뜻으로 쓰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세(警世)의 말은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소리일 뿐, 실체를 왜곡하는 ‘부정적인 이름 붙이기’는 그치지 않고 있다. 그 압권이 민주당이 최근 네티즌을 상대로 벌인 이른바 ‘MB정권 2기 내각 네이밍(이름짓기) 공모’다. 상금까지 내건 이 정치 잔혹굿에 200여명의 네티즌이 응모해 고만고만한 이름을 내놓았다고 한다. 무대포 내각, 양치기 정권, 일기예보 정권, 형님 내각, 후진 내각…. 거기에는 물론 막장 내각이라는 말도 들어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1야당이 왜 이런 저열한 정치쇼를 연출할까. 별명을 붙이려면 평소에 국민과 소통하고 민심을 살펴가며 해야지 무슨 장한 일이라고 네티즌에게 돈 주고 이름을 사나. 온라인 민심을 가져다 쓰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것을 그릇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인의’ 인터넷 공론장을 유린하면 반드시 부메랑의 화살을 맞는다. 공모까지 했지만 ‘고소영’ ‘강부자’ 같은 자극적인 상품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빨리 ‘당선작 없음’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뭔가 생산적인 정칫감을 찾아야 한다. 되잖은 말장난으로 쓸데없는 정쟁거리를 만들면 정말 웃음가마리가 될 것이다. 정치가 공공재(公共財)인 한, 누구도 그 발치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다. 정치의 몰골이 아무리 망측하고 그 음색이 혼탁해도 그것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다. 매스컴 용어로 말하면 ‘사로잡힌 수용자’다. 그러니 무분별한 네이밍 정치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문제는 정치 네이밍이 끊임없이 상대를 꼬집고 비틀고 생채기 내는 부정적인 주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촌철살인의 풍자와는 이미 거리가 멀다. 정치에서도 마케팅은 필요하다. 정치 허무를 부추기는 세태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에서의 마케팅, 특히 상대에게 치명적인 불도장이 될 수 있는 네이밍 마케팅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자학과 편견을 강화하는 섬뜩한 방자의 도구로 쓰인다면 그것은 약이 아니라 독이다. 요즘 외국 언론의 한국 때리기가 가관이다. 한국 경제에 독설을 퍼부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자에 또 “국회 난투극을 막으려면 TV카메라를 멀리 치워야 한다.”는 비아냥조 기사를 실어 부아를 돋게 만들었다. 내 걱정을 남이 대신해 주는 우스운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의 그릇이 커져야 한다. 남에게 ‘주홍글자’를 덧씌워 덕을 보려는 것은 소인배의 좁쌀정치요, 남을 못살게 굴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새도매저키즘(sadomasochism) 정치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부끄러움이 필요한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 떠오른다. ‘나쁜’ 이름을 공모한 민주당뿐 아니라 정치종사자 일반에 좀 더 부끄러움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시절이 수상할수록 부정이 아니라 긍정,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영혼을 좀먹는 ‘이름장사’는 더 이상 안 된다. 정명(正名)! 바른 이름 붙여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 선정성 논란 ‘숏버스’, 개봉 후 OST도 인기

    선정성 논란 ‘숏버스’, 개봉 후 OST도 인기

    선정성으로 개봉되지 못할 뻔 했던 영화 ‘숏버스’(감독 존 카메론 미첼) OST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내 정식 개봉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숏버스’가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영화뿐 아니라 OST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전작인 영화 ‘헤드윅’을 통해 수많은 ‘헤드헤즈’들을 양산하며 OST의 진가를 발휘했던 것처럼 ‘숏버스’ 역시 영화 속 명곡들로 마니아들을 낳고 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손길이 느껴지는 ‘숏버스’ OST는 최근 한국에서도 관심 받기 시작한 미국의 인디 록밴드 ‘욜라텡고’(Yo La Tengo)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특히 네티즌들은 영화 속 인디라운지 ‘숏버스’의 뮤지션으로 출연하는 스캇 매튜를 두고 ‘영혼을 뒤흔드는 목소리’ ‘심장을 조여오는 목소리’라고 찬사하며 그의 음악을 주시하고 있으며 극중 실제 노래 영상은 유튜브 등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소피아 역할을 맡은 여주인공 숙인 리가 부른 ‘뷰티플’(Beatiful), 세스 역의 제이 브래넌이 부른 ‘소다 숍’(Soda shop) 등으로 ‘숏버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숏버스’는 단 한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 없는 섹스 테라피스트가 한 비밀 모임에 참여하면서 과감하면서 놀라운 성적 경험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다. 서울신문NTN 홍정원 기자 cin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소리연구30년 배명진 숭실대 교수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소리연구30년 배명진 숭실대 교수

    삼라만상, 소리에도 영혼과 생명이 있다. 그것을 꼼꼼히 밝혀 내고 귀가 쫑긋하게 들려 준다. 소리 분석으로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내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가수 이미자의 발성 폐활량이 보통사람보다 2.5배나 크다는 것을 분석해 내 화제가 됐다. 또 5개월된 태아가 돌고래의 초음파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는 등 태교 소리도 밝혀 냈다. 뿐만 아니다. 역대 대통령의 목소리는 물론, 뉴스가 터질 때마다 시의적절한 소리 분석으로 주목을 받는다. 자연의 소리, 공부 잘되는 소리, 유관순의 목소리, 에밀레종에 담겨진 부처의 목소리 등을 재현해 냈다. 예수의 목소리도 연구 중이다. 이렇게 한 지 벌써 30년 세월이 됐다. 소리 분석의 달인 배명진(52)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지난 주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숭실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났을 때에도 ‘공부 잘되는 소리’를 틀어 놓고 소리 연구에 열중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이제 인간은 즐거운 소리,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좀더 편안하게 살 권리가 있지 않으냐.”는 말을 툭 던졌다. 웰빙이 단지 먹거리만이 아닌 앞으로는 귀로 듣는 소리의 즐거움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운드 테마파크’ 계획을 설명한다. 서울 도심에서도 숲 속을 거니는 것처럼 새소리, 폭포소리, 시냇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는 체험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학기에는 연구년을 신청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겠단다. 스필버그 영화감독의 주장처럼 살아 있는 박물관, 살아 있는 테마파크여야 한다는 것. 장소는 숭실대 캠퍼스가 우선 검토 중이며 서울시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소리공학은 미래 산업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인간의 뇌는 시냇물 소리, 숲 속의 새소리를 매우 좋아합니다. 고·중·저주파로 인간의 귀를 마사지해 주거든요. 자폐증과 우울증도 숲 속의 소리를 들으면 자연스레 치유가 됩니다.” 그러면서 췌장암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숲 속의 자연에서 생활을 하면서 병을 고친 사례를 귀띔했다. 아마 오감을 자극하는 자연의 소리가 생명 연장을 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도 숲 속의 소리를 들으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다. 몇가지 질문을 했다. →사건이나 소송의뢰 등도 많이 들어 오는지요. -우리 소리공학연구소에는 25명의 연구원이 있습니다. 대부분 대학원생과 일반인들이지요. 소송이나 사건의 경우, 기한이 촉박한 상태로 들어 오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밤새워 작업을 합니다. →어떻게 해서 소리 연구의 길로 들어서게 됐나요. -어릴 때 광석 라디오를 갖고 놀다가 ‘소리가 왜 안 나올까.’ 궁금했지요. 만들고 부수면서 연구했습니다. 아버지가 기름때 묻은 장갑을 끼고 재봉틀을 고치는 걸 보면서 에디슨의 실험실 같은 곳에서 조수가 되는 것을 꿈꿨지요. 고등학교 때 아마추어 무선사 등 자격증 14개를 딴 것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숭실대 전자공학과 재학 당시에는 지인들의 TV나 라디오를 고쳐 주는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대 전자공학과 석·박사를 거치면서 소리 연구에 천착하게 됐지요.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합니까. -사람은 태어날 때 가장 먼저 감응하는 것이 청각이고, 소리 연구는 가장 오래된 학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실용화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주변의 소리를 분석, 규명해서 실생활에 유익하게 접목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즉 소리공학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학문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故 김수환 추기경이 최인호 작가에게 던진 수수께끼 같은 화두

    故 김수환 추기경이 최인호 작가에게 던진 수수께끼 같은 화두

    가톨릭 작가 최인호가 김수환 추기경 선종 후 처음으로 월간 <샘터> 4월호(3월 10일 발행)에 게재된 연작소설 ‘가족’을 통해 추모의 글을 발표하였다.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며칠 내내 눈물을 흘렸다는 작가는 김 추기경과 나눈 마지막 대화를 시작으로 한 일간지에서 기획했던 대담 때의 추억과 얼마 전 자신이 꾼 김 추기경의 꿈을 소개하고 있으며, 언젠가 김 추기경과 함께 천상의 식탁에서 지상에서 미뤘던 식사를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글을 맺고 있다 ■ 천상의 점심식사 글 최인호(소설가) 그림 이우범 지난주는 참 많이도 울었다. 일주일 내내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흘렸으니 어지간히 많이도 운 셈이다. 나를 그토록 슬픔에 젖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김수환 추기경이다. 살아생전에 추기경님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적은 없다. 손꼽아보면 대여섯 번 뵌 것이 고작일 것이다. 한 번은 신문사 인터뷰로, 두어 번은 여럿이서 함께 나눈 식사모임에서, IMF 때는 금 모으기를 하던 서초동 성당에서, 마지막으로 어떤 신문사에서 주최한 미술 전람회장에서. 그때 나는 두 신문에 연재하고 있어 몹시 바빴으므로 관람이 끝나고서 추기경님을 모시고 점심을 하기로 한 자리에 빠지게 되어 “죄송합니다, 먼저 가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추기경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왜 함께 식사를 하지그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내가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무리하면 얼마든지 참석하고 늦게 돌아와 원고를 써도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겐 이상하게도 쌀쌀맞은 구석이 있어 추기경님이라도 내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는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냉정하게 사무실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왜 함께 식사를 하지그래’라는 말씀은 이 지상에서 추기경님과 나눈 마지막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평범한 인연인데도 일주일 내내 추기경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는 사실을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그때 추기경님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섭섭해하시던 그 눈빛. 쓸쓸한 그 눈동자, 그 입술은 내 가슴에 선명히 남아 있다. 언제나 젖어 있던 추기경님의 그 입술, 코에서부터 입까지의 유난히 긴 인중 밑에 언제나 침을 흘리는 어린아이처럼 젖어 있던 그 입술. 그 입가에 항상 번져 있던 미소, 생전에 동료 신부에게 ‘정말 못 해먹겠다’라고 고백하였다던 추기경이라는 성직자의 짐, 그 무거운 십자가, 끊임없이 엿보고 떠보던 지상의 율법학자들과 교묘한 권력자들. 최고의 성직자가 아니라 이름 없는 수도자, 아니 한갓 평범한 평신도로 살아가고 싶어 하셨던 그 모순된 영적 갈등과 시대적 아픔, 수십 년의 불면증(평생 불면을 모르던 나는 최근에야 불면의 고통을 실감하고 있다)과 신경안정제, 그 고통 속에서 피어난 추기경의 천진한 미소들이 떠올라 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2003년이었던가. 새해를 맞아 나는 동아일보에서 기획한 새해특집에 추기경님과 대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대담의 첫머리를 나는 이렇게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안에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은 마음 편한 일이다. 비록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디딤돌 위에 고무신이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멀리서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하여도 집안은 평화롭다. 김수환 추기경은 우리 집의 어른, 우리 시대의 아버지다….” 그때 벌써 추기경님은 6년 뒤 자신의 임종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일까. 대담의 마무리를 자신의 간절한 소망으로 맺고 있었다. “…그보다도 내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남은 생 동안 하느님께 얼마나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이에요. 이 죄 많은 죄인을 하느님께서 어떻게 받아주실까. 물론 하느님께서는 무엇이든지 용서해주시는 분이지만, 그래도 하느님 앞에 나아갈 때 부끄럽지 않은 영혼으로 서고 싶은데 그것이 걱정이에요. 이 죄 많은 죄인을 하느님께서 용서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요즘 소망이에요. 나이와 함께 오는 여러 가지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도 잘 받아들일 만큼 하느님께 모든 것을 위탁하는 것, 그것이 요즘 간절한 기도 제목이지요.” 지난 7월, 두 번째로 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는 추기경님이 같은 병동에 입원해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찾아뵙고 싶었지만 그 깔끔하시던 분께서 대소변조차 혼자서 해결하지 못할 만큼 쇠약해지셨다는 소식을 듣자 문병을 포기하였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나라도 누군가 찾아오는 것을 싫어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추기경님이 같은 병동에서 같은 환자로 누워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불면의 밤이면 그분께서도 불면의 고통으로 뒤척이고 계시다는 생각에 얼마나 용기를 얻었던지. 그 지긋지긋한 치료 중에서 내게 찾아온 이 병이 추기경님께서 일찍이 말씀하셨던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은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도 ‘하느님 앞에 나아갈 때 부끄럽지 않은 영혼으로 서고 싶은데 추기경님보다도 천 번 만 번 더 깊은 죄인을 과연 하느님께서 용서해주실까?’ 그런 간절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했던 것이다. 지난 2월 16일 밤. 추기경님이 마침내 선종하셨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나는 얼마나 고맙던지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나도 모르게 합장을 하면서 와락 눈물을 쏟아냈다. 거의 동시에 쏟아지는 각종 언론매체의 전화들. 아마도 내가 가톨릭 작가이므로 추기경님을 추모하는 글을 써달라는 그들의 청탁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추기경님을 위해서 당신도 뭔가 써야 하잖아. 잘 생각해봐.” 아내가 말하자 나는 심각하게 고민을 했고 그리고 일체의 청탁을 거절하기로 하였다. 일찍이 프랑스의 모럴리스트였던 라 로슈푸코는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귀중한 사람의 죽음에 눈물을 흘린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라 로슈푸코의 날카로운 지적은 진리다. 나는 추기경님을 나 자신에 대한 연민과 나 자신을 미화하는 자애심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추기경님은 그날 대담에서 내게 한 가지 수수께끼 같은 화두를 던졌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가장 긴 여행이 뭔지 아세요?”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추기경님은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바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지요. 나 역시 평생 이 짧아 보이는 여행을 떠났지만 아직 도착하기엔 멀었소이다. 기독교인들은 항상 반성과 회개를 통해 조금씩 우리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하느님께 나아가고 예수를 닮아가야 합니다.” 추기경님의 빈소를 찾은 그 많은 사람은 추기경님을 가슴으로 느낀 사람들이다. 살아 계셨을 때는 추기경님의 진면(眞面)을 모른다. 사람의 향기는 죽었을 때야 피어난다. 추기경님이 살아 계셨을 때는 이 시대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의 심안心眼을 열리게 한다. 살아 계실 때 추기경님을 만나려면 우리는 혜화동에 있는 주교관을 찾아가야 한다. 추기경님도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 약속을 하고 정해진 장소에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죽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보고 싶으면 우리는 언제든 마음속에서 그분을 만날 수 있고, 그분도 우리를 찾아오실 수 있다. 그것이 죽음의 신비다. 나는 추기경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이러한 신비 속에서 그분을 뵈었다. 그분이 나를 찾아오신 것이다. 돌아가신 다음다음 날, 정확히 2월 18일 새벽이었을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무엇엔가 쫓겨 복도를 황급히 도망치고 있었다. 복도 끝에 흰 운동화 한 켤레가 있었다. 나는 그 신발을 신고 다시 도망쳤다. 내가 도착한 곳은 다락방. 다락방에는 수많은 성직자가 수도복을 입고 경건하게 앉아 있었고, 내가 들어가자 성직자들이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나도 무릎을 꿇고 성호를 긋고 두 손을 모았다. 뭔가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따뜻한 손이 나타나 내가 수술받은 왼쪽 얼굴을 정확히 두 번 쓰다듬으셨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는데 나는 그 손길이 추기경님의 것임을 확신하였다. 생전에 병원으로 수많은 병자를 찾아가 손수 문병하셨던 추기경님이었으므로. 추기경님은 마침내 누군가의 도움 없이 휠체어도 타지 않으시고 이처럼 자유롭게 나를 찾아와 아픈 부위를 어루만져주신 것임을 나는 믿. 는. 다. 대담기사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아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죄 많은 김수환 추기경을 용서하소서. 우리는 인간 김수환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요즘 나는 내 서재 앞 벽에 김수환 추기경님의 초상을 내걸고 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언젠가 천상의 식탁에서 그분과 함께 지상에서 미뤘던 점심식사를 하게 될 것을 나는 믿. 는. 다. ‘가족’은 최인호 작가가 1975년 9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잡지 역사상 가장 긴 소설로, 394회까지 매달 한 번씩 한결같이 월간샘터에 연재를 하다가 지난해 6월 암 수술을 받고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잠시 집필을 중단했었다. 월간샘터 2009년 3월호 제395회 ‘새봄의 휘파람’ 편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이번 월간샘터 4월호 ‘천상의 점심 식사’를 통해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을 소재로 삶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족’은 앞으로 월간샘터 2009년 8월호 게재를 기준으로 총 400회에 이르게 된다 [출처] 故 김수환 추기경이 최인호 작가에게 던진 수수께끼 같은 화두|작성자 샘터지기2009년 3월
  • [책꽂이]

    ●현대정치의 겉과 속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정치과잉, 파벌과 이념, 대중지성 활용 등 10개 이슈로 들여다본 한국 정치의 안팎이다. 한국 정치는 ‘언제나 복마전’이란 말 그대로 난맥상이 얽혀있다. 한국 정치의 문제를 짚어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실용적 정치해설서이자, 현대 정치의 주요한 면을 분석한 정치학 개론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 책 말미에는 40쪽에 걸쳐 정치 용어 해설을 실었다. 1만 3000원. ●나 홀로 볼링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승현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미국 사회의 성격 변화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로,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을 가리킨다. 저자는 20세기말부터 미국인들이 단절되면서 사회적 자본이 빈약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함께 볼링을 치는 일’로 유대와 연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3만 8000원. ●신화, 이야기를 창조하다(김용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비교신화학의 관점에서 전 세계 신화를 분석했다. 우리의 삶과 사회를 움직이는 근본 원리가 신화 속에 있다는 전제로, 그리스·로마, 한·중·일, 인도, 중동 등 여러 지역의 신화들을 함께 모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다. 그리스·로마의 ‘카오스’, 중국의 ‘혼돈씨’, 인도의 ‘어둠의 물결’이 모두 혼돈의 이미지를 가지는 것처럼, 여러 신화 속 흩어져 있는 공통의 시선을 찾고자 했다. 1만 6000원 ●나쁜 것 VS 더 나쁜 것(조슈아 피븐 지음, 비즈니스맵 펴냄) 히틀러와 후세인 중 누구를 사윗감으로 선택해야 할까. 이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덜 나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자기계발서다. 제3의 선택항이 없고 최악의 상황만 남았을 때 글쓴이는 그래도 반드시 정보에 근거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람, 상황, 장소 등 구체적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선택을 위한 팁을 덧붙인다. 1만원. ●메이저리그 경영학(제프 앵거스 지음, 황희창 옮김, 부키 펴냄) 야구와 경영을 접목한 경영전략서. 100년의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살아남은 구단들에서 찾은 탁월한 경영비법을 담았다. 점수를 내기 위해 네 개의 베이스를 모두 밟는 과정에 빗대 경영기법 모델을 제시한다. 익숙한 메이저리그의 위대한 감독, 스타 선수의 이름들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1만 3000원. ●첫 번째 초대(윤미솔 지음, 떠도는섬 펴냄) 외국에서 외로이 혼자 살던 아버지의 뇌사 소식. 아버지의 영혼이라도 편히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지은이의 선택은 영혼과의 만남이었다. 유체이탈, 신적 경험, 전생 등이 다소 종교적이지만 이를 넘어서는 신비로운 우주의 법칙, 내 삶을 반추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1만 2000원. ●악!법이라고?(강풀 등 14명 지음, 이매진 펴냄) 만화가 14명이 현실의 정치경제 사회를 비판한 책을 펴냈다. 물론 내용은 만화다. 순정만화로 잘 알려진 강풀뿐만 아니라 박재동, 손문상, 윤태호, 최호철 등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만화가들이다. 제목은 ‘악법’이라 읽히기도 하고, 정부가 강조하는 준법정신을 비꼬는 ‘악! 법’이라고 읽히기도 한다. 5000원.
  • “능산리절터 석렬유구는 영혼의 통로”

    “능산리절터 석렬유구는 영혼의 통로”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경북 경주 감은사의 금당터에는 화강암 장대석을 마룻널처럼 올려놓은 지하공간이 있다. 세상을 떠난 문무왕이 나라를 지키는 동해의 용이 되어 드나들 수 있도록 이 지하공간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대종천쪽으로 구멍 하나도 파놓았다는 것이다. ‘삼국유사’의 ‘만파식적’조에 나오는 ‘감은사 사중기´의 이같은 기록은 1958년 발굴조사에서 확인했다. 그런데 충남 부여 능산리에서 절터의 중심부로 이어지는 특별한 용도의 석렬유구(石列遺構)가 발견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능산리라면 사비(부여)시대 백제 고분이 밀집한 지역으로, 특히 절터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와 창왕의 이름을 새긴 석조사리감이 발견되어 화제를 불러모았던 곳이다. 이번에 발견된 석렬유구는 0.9m 폭으로 두 줄의 막돌을 동서방향으로 길게 깐 모양이다. 확인된 길이만 14.6m에 이른다. 석렬유구는 금당터와 탑터의 중간을 정확히 지나도록 배치됐다. 지난해 11월부터 부여 능산리절터에서 제11차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한국전통문화학교 조사단은 11일 현장설명회를 갖고 “이 석렬유구가 사람이 지나다니기 위한 통로라기보다는, 예를 들어 용이나 영혼이 드나드는 통로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감은사의 지하유구에서 대종천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듯, 능산리의 석렬유구도 절터의 중심부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특수한 목적의 통로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임조사원인 정석배 전통문화학교 교수는 “주변의 흙은 황색 및 적색이 섞여 있으나 석렬유구의 중간에는 적갈색을 띠고 있는 흙을 외부에서 들여와 깔아 놓았다.”면서 “조사가 더 필요하겠지만 이 석렬유구가 아주 특별한 용도로 쓰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절터에서 이처럼 특수한 용도의 통로가 드러난 사례는 감은사와 능산리절터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감은사는 통일신라시대 절터인 반면 능산리는 삼국시대 절터이다. 능산리 것이 감은사와 흡사한 기능을 가졌다면 절에 이같은 ‘특수한 용도의 통로’를 만드는 전통은 백제가 앞섰던 셈이 된다. 한편 조사단은 이번에 절터의 서쪽 나성(城·내성을 둘러싸고 있는 외성)으로 이어져 휘어지는 지역을 조사한 결과 석렬유구말고도 배수로와 기와를 구운 가마, 고려시대 건물터를 확인했다. 절터 서쪽 경사면에서 발견된 배수로는 백제 것으로 배수구 부분에는 도랑이 형성돼 있으며 도랑은 작은 돌과 백제시대 기와로 채워져 있다. 기와 가마는 백제 사비기 가마로는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형식을 갖추고 있다. 연소실과 소성실 벽을 모두 돌로 쌓은 것은 지금껏 없던 양식이다. 정석배 교수는 “이번 조사 성과를 토대로 능산리절터와 나성의 상호관계 및 조영 단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앞으로의 조사 계획을 설명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씨줄날줄] 퀀트/우득정 논설위원

    1972년 12월 17호선 발사를 끝으로 아폴로계획이 종료되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종사했던 많은 과학자(로켓 사이언티스트)들이 월가로 진출했다. 정량분석가 또는 금융시장분석가로 불리는 ‘퀀트’(quant)다. 이들은 기업의 과거 실적, 향후 전망, 재무상태, 주가의 흐름을 나타내는 차트 등을 분석해 매수·매도 시점을 수식으로 모델화한다. 아폴로 우주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켰듯이 금융거래의 모든 변수를 계량화하면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수익률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금융에 공학, 탐욕이 결합하면서 헤지펀드 등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지향하는 이들의 도전은 경제학자 버턴 몰키엘의 찬사처럼 ‘주가와 환율은 신도 모른다.’는 경지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금융 제약을 없앨수록 수익과 안전성을 배가시키며, 거래를 많이 할수록 좋다는 믿음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뿌리를 내렸다. 넘쳐 나는 유동성을 감당하지 못해 배출구를 찾아 헤매던 은행들은 대기표를 들고 줄을 섰다. 하지만 하루 3500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퀀트들의 수학적 정확성은 단 하루에 5억 5500만달러를 공중에 날리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검은 금요일’로 몰아넣었다. ‘천재들의 실패’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세계 최대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이야기다. 이 펀드에는 당시 월가의 총아로 불리던 존 메리웨더와 리스크 차익거래의 최첨단 모델을 제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머턴과 숄스라는 시카고학파의 두 거장이 참여하고 있었다. 숄스는 펀드 출범 당시 “우리는 단순한 펀드가 아닙니다. 금융기법 개발회사입니다.”라고 공언할 만큼 자신들이 개발한 모델에 확신이 차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LTCM의 몰락 전철을 되풀이하면서 월가로 진출한 퀀트들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과학자’로 매도되고 있다. 그럼에도 월가로 향하는 과학자들의 물결은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다. 바벨탑을 세우려는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카인과 아벨’ 소지섭·한지민 운명적 재회 뜨거운 반응

    ‘카인과 아벨’ 소지섭·한지민 운명적 재회 뜨거운 반응

    소지섭과 한지민이 시청자들의 애타는 기다림 속에 드디어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11일 방송되는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극본 박계옥ㆍ연출 김형식)의 7회 방송분에서 초인(소지섭 분)과 영지(한지민 분)가 극중 3개월 만에 해후를 가질 예정이다. 드라마 초반부에 중국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상하이 주가각에서 마지막으로 헤어지던 날 영지는 “이초인 슨상님, 내가 한국 가면 만나주시겠슴꽈?”라고 물었고 이에 초인 역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하트모양을 만들며 그 마음을 표현했었다. 그러나 초인은 영지와 헤어진 뒤 곧바로 괴한들에게 납치돼 사막에서 총을 맞고 쓰러져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 뒤 영지 오빠 강철(박성웅 분)을 만나 목숨을 건졌고 포로수용소 생활과 탈출 과정을 거치면서 천신만고 끝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지 역시 초인을 떠나보낸 후 갖은 고생을 하다가 밀항선을 타고 한국에 정착했다. 그러나 그토록 보고 싶었던 초인은 꽃다발에 싸인 채 영정으로 돌아왔다. 영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지만 제대로 울지못했다. 초인과 커플링을 나눠가지며 장래를 약속했던 서연(채정안 분)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 서연이 초인을 가리켜 ‘내 심장’이라고 했다면 영지에게 있어 초인은 ‘내 영혼’ 같은 존재였다. 오직 초인과의 재회를 기다리며 지옥 같은 순간들을 견뎌왔던 영지는 초인의 사망 소식에 이어 유골함으로 돌아온 오빠 강철의 죽음 앞에서 또 한 번 넋을 놓고 쓰러진다. 이후 영지는 너무나 뜻밖의 장소에서 초인을 만나 소스라치게 놀란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초인이 기억을 잃어버려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는 것. 두 사람의 재회는 지난주 방송됐던 ‘카인과 아벨’6회분 마지막 장면에서 암시됐었다. 그동안 시청자 게시판에는 초지커플을 빨리 만나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었다. 초인과 영지의 재회 소식이 알려지자 현재 시청자 게시판 누적 방문자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7회분은 11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사진제공 = 플랜비픽처스)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와 락/정끝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와 락/정끝별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 [SPECIAL 편지] 고래, 바다가 보내는 편지

    [SPECIAL 편지] 고래, 바다가 보내는 편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겨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김남조, <편지> 《삶과 꿈》 잡지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원로 시인 김남조 선생님의 시 <편지>로 이 글을 시작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부치지 않은 편지겠지요. 하지만 편지가 사람만의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사람과 함께 사는 자연도 편지입니다. 마당에 꽃밭을 가진 사람은 철마다 피는 꽃밭이 보내는 꽃의 편지를 받고 논농사를 짓는 농부는 땅의 편지를, 나무 농사를 짓는 사람은 나무의 편지를 받습니다. 삼면이 바다를 가진 우리에게는 바다가 보내는 편지도 있습니다. 바다는 날마다 파도로 평화의 편지를 보내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사람들에게 분노할 때는 해일이나 쓰나미 같은 편지를 씁니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바다의 편지를 받습니다만,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면 그곳에 또 다른 바다의 편지가 있습니다. 고래! 그렇습니다. 고래도 바다의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받는 사람은 사실 ‘행운의 편지’를 받는 것이지요. 고래의 편지는 받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귀신고래 회유해면’이란 천연기념물 126호를 가진 고래도시 울산광역시의 앞바다 동해는, 예부터 ‘고래바다’(鯨海)라고 불리는 바다입니다. 최근 그 바다에 낫돌고래 수천 마리가 모여들어 다시 한 번 고래바다라는 이름에 명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고래 한 마리는 바다가 보내는 한 문장의 편지이지만 수천 마리의 돌고래가 동시에 유영하는 것은 바다가 우리에게 보내는 긴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필자와 함께 최초로 받아본 김종경 시인(《울산신문》 大記者)은 그 감동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울산 앞 바다는 역시 고래바다였다. 수천마리의 돌고래가 유유히 유영하고 있었다. 파도가 만드는 리듬을 즐기는 듯했다. 물굽이를 오르내리며 도레미파솔라시 7음계를 끝없이 연주하는 듯했다. 물 속에서 수면 위 1m쯤 높이까지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가를 반복하며 바다를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고래나라에 초대받아 대대적인 환영인사를 받는 것 같았다. 환영인사치고는 전대미문의 쇼, 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너무나 황홀했다. 환상적이었다.” 그런 바다의 편지를 받아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황홀’과 ‘환상’을 이야기 합니다. 바다가 돌고래를 통해 보내는 편지는 음악편지일 수도 있습니다. 돌고래의 검은 등은 검은 음반이고 하얀 배는 하얀 건반입니다. 바다는 수천 개의 건반으로 ‘바다 환상곡’을 연주해 우리에게 음악편지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다의 편지는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야 그 연주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김종경 시인의 황홀감은 계속됩니다. “서너 마리에서부터 수십 마리가 대열을 맞춰 다녔다. 그러다가 수면 아래 얕은 곳을 잽싸게도 지나갔다.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가를 되풀이했다. 대열을 바꾸는 솜씨가 남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종대에서 횡대로 뒤집었다. 거대한 열병식을 보는 것 같았다. 파도를 타는 재주가 너무나 날렵했다. 거침이 없었다. 그 모두가 종횡무진 장엄을 이뤘다.” 파도가 치는 거친 편지지 위에 또박또박 쓰는 편지. 수천 문장을 한꺼번에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소개한 김남조 시인의 시처럼, 사람이 한 구절을 다 읽으면 또 한 구절을 쓰는 바다의 편지. 아아, 그렇다면 바다는 지금 누군가와 열애 중이며, 그건 사랑의 편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눈으로 그 아름다운 편지에 감춰진 뜻까지는 읽어내지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사람의 편지는 종이 위에 쓰는 평면이지만 바다의 편지는 살아 움직이는 입체적인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바다를 가진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것이 제 운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의 생명은 바다에서 온다고 믿습니다. 또한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의 영혼은 바다로 돌아간다고 믿습니다. 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1878~1967)는 시인은 원래 바다 동물이었는데 진화하여 육지에 산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제 생각을 덧붙인다면 바다의 편지가 되었던 고래들만이 시인으로 진화해 오는 것입니다. 바다의 편지는 읽을 줄 아는 눈과 귀와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읽는 편지입니다. 이건 저속한 연애편지도 아니고, 구태의연한 편지도 아닙니다. 최고의 메타포(은유)를 담아 보내는 바다의 편지며 하늘의 편지입니다.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사는 사람들은 바다의 일이 하늘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도 바다의 편지에 답장을 쓰지 못하지만 수천 년 전 글을 몰랐던 선사인들은 그 바다의 편지를 바위그림으로 새겨놓았습니다. 그것 또한 고래바다로 흘러들어오는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중상류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입니다.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에는 세계 최초인 50여 점의 고래 그림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학자들은 아직까지 고래를 새긴 이유를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한때 바다의 편지였던, 고래에서 시인으로 진화해 온 사람들은 그것이 바다의 편지에 대한 답장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역사시대 이후 편지는 문자로 써지지만 문자 이전의 편지는 바다의 편지처럼 자연의 편지처럼 우리에게 참으로 아름다운 은유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편지에는 답장보다는 시와 음악과 그림만이 답장일 것이라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오늘은 당신과 함께 바다로 나가 그 편지를 읽고 싶습니다. 글 · 사진 정일근 기획위원
  • 토종 설화 주인공 다 만나볼까

    토종 설화 주인공 다 만나볼까

    ●구전 민간신화 동화로 재구성 바리공주라고도 하고, 바리데기라고도 한다. 무속 신화에 나오는 오구대왕의 일곱번째 공주로 황석영, 김별아 등 작가가 소설로 써냈다. 오구대왕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지만,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고행을 견디고 불사약을 구해내고야 만다는 정성어린 효녀다. 그 결과 바리공주는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는 수호자인 신이 된다. 서양에 제우스와 헤라가 나오는 그리스·로마 신화와 오딘 등이 나오는 북유럽 신화가 있다면, 우리에겐 구전 민간 신화가 있다. 제주도 ‘세경본풀이’라는 구비문학에는 창조의 신 ‘소별왕 대별왕’이나 농사와 사랑의 여신 ‘자청비’, 4계절의 신 ‘오늘이’, 염라국 저승사자 ‘강림도령’ 등이 등장한다. 한국판 그리스·로마신화인 셈이다. 교과과정에서 거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구전으로 전해오는 신화의 인물들이다. 원래 굿의 사설로 전해지던 이야기들이었지만, 한겨레 어린이 출판사에서 어린이 동화로 재구성해 펴냈다. 소별왕 대별왕은 한국판 제우스 신화가 들어 있다. 한국의 창세 신화에서 거인의 신에 의해 하늘과 땅이 분리돼 혼돈에서 질서로 나가는 대변혁, 땅을 지배하던 악당과 하늘의 신 천지왕의 한판 승부, 사람들을 괴롭히던 해와 달을 쏘아 없애기 등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어 있다. 주년국 김대감의 딸 자청비가 농사의 신이 되는 과정이 하늘옥황 문도령과의 사랑을 찾아가는 길이다. 자청비는 사랑을 위해 남장을 하고, 거짓으로 결혼도 하고, 힘든 고행도 마다하지 않지만, 미련맞고 변덕스러운 문도령은 진정한 사랑을 뒤로하고 엉뚱한 길로 찾간다. 그 바람에 자청비는 거무선생 서당, 굴미굴산, 서천꽃밭, 마고할미집, 하늘옥황의 집까지 찾아가 고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청비가 문도령을 포기하자 하늘옥황은 콩 팥 녹두 동부 메밀 등 오곡씨를 주고 인간세상에서 농사를 다스리며 살도록 한다. 자청비는 인심 고약한 부자에게는 흉년을, 맘씨 착한 늙은 부부에겐 풍년을 기원하고 뜻대로 이룬다. 농부들은 자청비를 농경신으로 모신다. 뒤늦게 정신차린 문도령은 자청비를 돕는 기우신이 된다. 자청비를 사랑한 머슴 정수남은 뭐가 됐을까? 여자들의 달거리가 시작된 내력 등도 신화 식으로 풀어냈다. 강림도령은 원래 똑똑하고 씩씩한 신하였다. 어느날 광양 땅에 사는 과양각시가 미혼모로 낳은 아들 3형제가 과거급제하여 집에 돌아왔는데 한날한시에 이유도 없이 죽어버린다. 과양각시는 원통해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임금에게 호소한다. ●강림도령은 원래 똑똑한 신하 왕은 강림도령에게 “염라대왕을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과양각시에게는 무시무시한 숨겨둔 과거가 있었으니, 그는 동경국 보물왕의 세 아들을 몰래 죽인 것이다. 살아있는 강림도령은 과연 염라대왕을 임금 앞에 대령할 수 있을까? 남자들 목울대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한국적인 해석이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더이상 ‘아담의 애플’이 아니다. 책들은 10년 전인 1999년 펴낸 초판과 완전히 다른 개정판이다. 저자와 삽화가 대부분 바뀌었다. 우리 옛이야기의 입맛을 한껏 살렸다는 것도 특징이다. 전 5권 각권 85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순절, 그의 사랑 더 깊어진다

    사순절, 그의 사랑 더 깊어진다

    ‘사순절에 되살리는 김수환(얼굴) 추기경의 감사와 사랑’ 사순절(四旬節)을 계기로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큰 뜻인 감사와 사랑을 적극적으로 사회에 확산시키자는 운동이 천주교계에서 일고 있다. 사순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40일간. 이른바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해 부활 전날까지의 46일 중 일요일을 뺀 40일로, 다음달 11일까지 계속된다.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기간이자 영혼의 죄를 씻는 시간임을 새기는 것으로 천주교 신자들은 ‘재의 수요일’과 부활절 전 마지막 금요일인 ‘성금요일’(4월10일)에 각각 하루 한 끼 이상을 금식하면서 고기를 먹지 않는 ‘금육재’(禁肉齋)를 지킨다. 천주교계가 올해 사순기를 각별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지난달 16일 선종(善終)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 기간과 겹치기 때문. 김 추기경 선종 후 처음 맞는 사순절 기간 중 김 추기경의 유지인 ‘감사·사랑’ 운동을 확산시킬 것을 천명하고 나섰다. 천주교 각 교구와 지역 성당들은 사순절이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사순 저금통 모으기’ ‘사랑의 쌀 한줌 모으기’ ‘헌혈 캠페인’ 등의 이웃돕기 운동을 일제히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한국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사랑의 단식재’와 ‘공동헌금의 날’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서울대교구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를 중심으로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과 함께 골수, 장기 기증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일미사 등 성당에 출석하지 않는 ‘냉담자’의 동참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사순절 기간 중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보도록 한 천주교 특성을 살려 세례 받은 본당 신자들에게 우편물을 보내 사순절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고해성사를 안내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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