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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방랑식객’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김문이 만난사람] ‘방랑식객’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여름의 끝자락, 그 언덕에 섰다. 눈앞에는 마지막 뜨거운 정열을 품은 푸른 산들이 여전히 힘차게 펼쳐진다. 서울 도심을 벗어났다. 강가에 이르자 바람은 벌써 선선해진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강물이 어느 지점에선가 서로 만나듯 계절의 교차 또한 역동적이되 소리없이 움직인다. 그렇게 자동차로 40여분,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의 한 숲속에 도착했다. 새들이 조잘거리며 낯선 손님을 맞이한다. ‘산당’(山堂)이라는 아주 작은 간판이 나무 사이로 살짝 눈에 들어온다. ‘방랑식객’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산당’은 그의 아호이자 방랑식객이 머물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정성껏 음식으로 맞이하는 공간이다. 마당 앞에는 크고 작은 장독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얼핏 봐도 지극한 정성의 세월이 켜켜이 담겨진 장독대임을 알 수 있다.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을 때 방랑식객이 바람처럼 나타났다. 그러고는 슬쩍 미소를 짓는다.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58)씨. 지난달 28일 오후 산당의 뒤뜰에 있는 평상에서 방랑식객과 마주 앉았다. 수양버들처럼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가 그늘을 만들어 시원했다. 옆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그 물에 기대어 창포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숨쉬는 자연의 놀이터였다. 산당 주변 공간에 대해 물었다. 6600㎡(2000평) 정도이며 15년 전에 임대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어떤 일로 바쁘냐고 했더니 “요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림? 한 번 더 물었다. 어떤 그림일까. 다음 달에 미국 뉴욕 첼시 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있다고 했다. 해외 개인전은 세 번째이고 뉴욕 전시는 올 2월에 이어 두 번째라고 했다. 알고 보니 10년 전 싱가포르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지금까지 개인전만 7차례나 했다. 이 정도면 중견급 화가? 어쨌거나 방랑식객으로 알려진 그가 언제부터 그림에 심취했을까. “스승도 없고 같이 공부하는 동료도 없으니 제게 단체전이란 없습니다. 음식이나 그림이 별로 다를 게 없지요. 음식으로 보면 음식이고 그림으로 보면 그림인 것입니다. 그저 자연이고 자유입니다. 자연에 맡겨 발효된 이상적인 상태를 갖고 행하는 자유로움이라고나 할까요.”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이렇다. 리콴유 총리 재임 시절 만찬 요리 담당으로 싱가포르에 갔을 때 밤거리를 밝힌 ‘루미나리에’에서 발산하는 빛을 보고 문득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드로잉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작을 열어젖히듯 세상에서 궁금한 것을 그렸다. 또한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있으면 죄다 그렸다. 나뭇잎은 자유로웠고 편하게 흐드러져 있음을 알게 됐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희로애락을 그렸다. 최근에는 그런 완성품만 35점이나 된다. 뉴욕 전시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제목은 ‘미국의 미래’이다. 구상은 이미 다 돼 있고 현지에서 직접 그린다. 배운 사람은 배운 틀로 가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느 대학, 누구의 제자를 따지지만 미국은 결과를 중요시 여긴다는 말도 곁들인다. 그는 자신의 자유분방한 철학을 계속 읊조린다. “육체란 시공의 한계가 있지만 영혼은 그런 한계가 없습니다. 영혼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공간이 캔버스이며 영혼의 쉼터입니다.” 얘기가 조금 무르익었다. 방랑식객은 절에서 대중공양, 노인들을 위한 밥보시를 많이 했다.그래서 문득 선문답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에 시비(?)를 걸었다. “요새는 화가인가요, 요리사인가요?” “요리사입니다.” “그림이 있으니 요리 예술가라고 표현해도 됩니까?” “접시에 올려 놓으면 음식예술이고 캔버스에 올려 놓으면 그림 예술입니다.” “행복하신지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는데 요새 가끔 그냥 칩니다. 그게 저만의 창작이지요. 악보도 없습니다. 행복하고 더 행복합니다. 숨쉬고 있는 것처럼 감사합니다. 행복은 자기가 디자인하는 대로 되는 것입니다.” “시인이신가요?” “일부러 시를 쓸 일은 없지요. 음식에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저기(평상 옆 작은 연못) 보세요. 물박하, 창포, 각자의 DNA가 있지만 땅의 소식을 하늘에 똑같이 전하고 있잖아요. 땅은 어머니의 살이요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뿌리는 땅에 있고 머리는 하늘로 향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가요?” 잠시 침묵이 흐른다. 다시 물었다. “음식에는 어떤 철학이 있습니까?” “복잡할 거 없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자연과 자유이지요.” 방랑식객은 잠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생님이 진정 추구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굳이 장르별로 나눈다 해도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다 똑같습니다. 제 스스로가 자연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하겠지만 보는 시각은 다를 것입니다. 그림이나 음식은 영혼의 쉼터입니다.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먹는 것이지요, 민족의 철학 말입니다.” “자연요리연구가이신데 어떤 음식을 좋아합니까?” “아무거나 즐겨 먹지요. 주어진 대로 맛있게….” 이어 민족철학으로 넘어간다. “우리 민족은 창의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개성이 독특하지요. 서슴없이 비난하는가 하면 또 칭찬도 많이 하잖아요. 음식을 먹을 때도 우리 민족의 철학을 먹는다고 생각해야 돼요. 우리가 맛있게 먹고 사는 것은 조상님들이 희생하신 결과거든요.” 잠시 장독대 얘기를 한다. 장독대는 반찬의 중요한 창고이고 손수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 매실 장아찌까지 맛의 뿌리는 민족에 있단다. 잘 익고 있는지 자주 들여다본다. 그때마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이 땅을 딛고 살면서 자신들의 희생으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식재료를 골라줬던 조상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긴다. 지금이야 옻을 먹으면 옻이 오르고 버섯색이 고우면 독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조상들은 그것을 먹고 심하게 고생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들고 또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식은 심장의 울림이고 손의 기운이 담겨진 정성이라고 했다. 가을철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물었다. “버섯 종류를 즐겁게 먹으면 됩니다. 싸리버섯은 우리 몸의 혈관과 비슷하고, 송이버섯은 정력제이고, 표고버섯은 검은 빛 도는 갈색을 골라야 합니다. 잘 말린 표고버섯은 비타민D가 풍부하지요. 능이버섯은 강력한 소화제이고 표고버섯은 향기가 기가 막힙니다. 어떤 음식 재료도 다 향기가 있습니다. 사람도 각자 모양이 다르게 살아가듯이 식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땅에 뿌리 내린 풀과 나무들은 모양과 성질, 맛, 향기가 전부 다르지만 하늘로 땅의 소식을 전하는 것은 똑같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수많은 풀들이 이름 없이 살아도, 각자의 DNA가 있어도 자기 죽음에 대해 원한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란다. 자연에 순종하고 따르는 자세가 인간보다 훨씬 낫지 않으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새싹은 인간으로 치면 어린아이들입니다. 독기가 없지요.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여기저기 나무들 보세요. 섹스 없어도 서로 마주 보고 사랑하고 후손을 번식시킵니다. 인간은 진화를 멈췄어요. 자연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200년 후면 인간은 멸종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은 진화하는데 인간의 저항력은 약해지고, 바이러스의 변종이 생겨나고 그러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결과는 우리가 만든 재앙이며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들은 진화하는 자연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2년 뒤에 강원도 화천에 힐링요리, 미술전시 등을 할 수 있는 자연요리학교가 세워진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을 많이 받아들여 우리 민족의 음식철학을 다른 나라에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단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차원이 아니라 비록 나라는 다르더라도 음식끼리 서로 친구가 되자는 점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우리 민족이 빚어낸 음식의 전설을 잘 담아내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는 밥상은 어머니의 품입니다. 그 밥상은 참으로 따뜻합니다. 그런 전설, 그런 뿌리 깊은 철학을 버리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임지호씨는 11살 때부터 전국 돌며 요리 배워… 2006년 ‘경기 으뜸이’ 선정 1955년 안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의사였다. 그의 생모는 결혼 전 아버지를 사랑한 처자였다. 생모는 그를 임신한 채 다른 집으로 시집을 갔다. 나중에 이런 사실이 알려져 독자를 잃을까 봐 아버지가 아이(임지호)를 데려와 키웠다. 11세 때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하려고 부산과 목포, 제주 등을 다니며 춥고 배고픈 시절을 보냈다. 요리를 배운 것도 이때였다. 시골 중국집 주방장에서 유명 호텔까지 두루 섭렵했다. 전국 각지를 다니며 자연의 요리를 연구했다. 해외에서도 그의 명성이 높아 2003년 유엔 한국음식 축제, 2004년 미 캘리포니아 사찰음식 퍼포먼스, 200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식 시연회, 아르헨티나 수교 기념 한국 음식전, 베네수엘라 수교 40주년 한국 음식전 등에 참가했다. 미국의 대표적 고급 요리 잡지인 ‘푸드아트’의 커버스토리와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다.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으며 ‘경기 으뜸이’로 선정됐다. 현재는 경기 양평에서 ‘산당’이라는 한정식 전문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연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 [미술·전시] “포르노 속 누드라도 예술”

    [미술·전시] “포르노 속 누드라도 예술”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한영욱(51) 작가는 미술계의 대표적인 늦깎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갖은 고생 끝에 40대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방대 미술학과를 나온 그는 잘나가던 미술학원 원장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니 한없이 허전했다. 2004년 이것저것 다 정리하고 무작정 서울로 왔다. 빚을 청산하니 남은 돈은 달랑 10여만원. 그림을 그려 지하철역 입구에서 팔았다. 그러다 공부 욕심이 발동해 홍익대 미대에 편입했고 내친김에 대학원까지 마쳤다. 2006년에는 각종 미술대전을 휩쓸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초기 작품들은 개를 실감 나게 그린 것들이다. 순전히 바람에 휘날리는 털을 묘사하는 게 재미있어서였다. 그런데 개의 순진무구한 표정을 읽다가 차츰 사람의 얼굴 쪽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 갔다. 2010년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선 낙찰 추정가의 5배가 넘는 7000여만원에 초상화가 팔리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사람을 그리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맑은 눈에 영혼이 밴 생생한 표정을 담는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눈망울은 인간의 고독과 삶의 숭고함, 끝없는 욕망 등을 압축하고 있다. 비결은 독특한 표현 방식이다. 알루미늄판을 날카로운 철촉이나 전동 드릴로 긁어내 스케치한 뒤 그 위에 유화를 덧입혀 다시 긁어냈다. 긁는 데만 하루 19시간씩 꼬박 열흘이 걸리기도 한다. 대신 그림이 빛에 번쩍이기라도 하면 사진인지 그림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모델은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익명의 인물들이다. 거리 사진에서 손톱만큼 살짝 얼굴을 내민 노숙자의 얼굴을 확대해 수개월씩 연구한 뒤 새로운 인물로 창조한다. “10년에 한 번 만날 수 있을 법한 표정의 사람들을 인터넷에선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엔 주변 인물로 조금씩 관심이 옮아간다. 신작인 ‘마더’는 아픔을 안고 살아온 새어머니의 삶을 표현했다. “스스로 사진을 모두 불태워 버린 그분의 결혼식 사진을 어렵게 친척집에서 구했다”면서 “결혼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상상했던 젊은 시절, 새어머니의 얼굴을 그리며 눈물이 맺혔다”고 말했다. 사람의 몸에도 부쩍 관심이 늘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숨만 간신히 부여잡은 80대 노인이나 죽은 듯 무표정한 얼굴로 누워 있는 젊은 여성의 벗은 몸이 대상이다. “누드를 겨우 4점 그렸을 뿐인데 나만의 것을 찾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이 중 젊은 여성의 누드화는 한 포르노 사이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가는 “포르노라 할지라도 인간의 몸을 아름답게 표현했다면 예술”이라고 했다. 조만간 70, 80대 노부부의 때 묻지 않은 벗은 몸도 그림으로 남길 예정이다. 작가는 “내 인물화는 여전히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독특한 예술관을 가진 작가의 신작 20여점은 오는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삶’을 주제로 전시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프락치 잡아라”… ‘내란음모’ 제보 前진보당원 신상털기 확산

    “프락치 잡아라”… ‘내란음모’ 제보 前진보당원 신상털기 확산

    국가정보원의 내란음모 수사와 관련해서 통합진보당이 내부 제보자로 지목한 전 당원 이모(46)씨에 대한 ‘신상털기’가 이어지고 있다. 2일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씨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고 이씨를 ‘프락치’로 비하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진보당은 지난 1일 “국정원이 이씨를 거액으로 매수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통합진보당을 사찰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른바 ‘국정원 프락치 매수 공작설’이다. 이씨가 지난 5월 서울 합정동 모임에 참여한 뒤 당시 녹취록 원본 파일과 동영상을 국정원에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진보당의 핵심 당원으로, 지난해 3월부터 수원시 친환경학교급식지원센터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 수사가 시작되기 며칠 전 사표를 냈고 행방을 감춘 상태다. 현재 뉴질랜드 이민설과 국정원 신변보호설 등이 나돌고 있다. 국정원은 ‘프락치 매수설’에 대해서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2일 국회에 제출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제보자의 신원을 언급했다. 국정원은 “본 사건은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조직원의 제보에 의해 최초 단서를 포착하게 됐다. 제보자는 2004년쯤 RO에 가입, 현재까지 활동해 온 핵심 구성원으로서 RO의 실체와 활동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의안에는 또 “제보자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인해 북한의 호전적 실체를 깨닫고 RO의 맹목적 북한 추종 행태에 실망한 나머지 새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로 제보한 것으로 제보 동기가 진솔하고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제보자의 구체적인 신변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진보당으로부터 지목된 이모씨에 대한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트위터에서 네티즌들은 “돈에 영혼을 판 프락치놈은 북한으로 보내라”, “국정원 프락치를 잡아 들여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내란음모 국정원 프락치 이름이 이OO라고 하네요. 잡아라~ 어디 숨었냐?”는 등의 글들을 올리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도 ‘긴급 수배, 내란음모 관련 국정원 프락치 이OO 수배사진’이란 제목으로 “이번 이석기 사태 해결고리는 2008년 민노당 후보로 수원 지역에 출마한 이OO 검거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연단신]

    이영란의 흙놀이 오물조물딱딱 흙을 통해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자연과 소통하는 체험 놀이. 9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 상상톡톡미술관. 어린이 1만 8000원, 어른 1만 5000원. (070)8224-8383 연극 짬뽕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광주의 비극과 소시민의 애환을 따뜻한 웃음 속에 담아내며 찡한 감동을 준다. 오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달빛극장. 전석 2만 5000원. (02)6414-7926. 국립합창단 ‘영혼의 노래’ 국립합창단이 미국 합창 음악의 전설인 웨스턴 노블 루터대 교수의 지휘 아래 오는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1만~5만원. (02)587-8111.
  • 가을이 온다, 깊고 풍성한 연극과 함께

    가을이 온다, 깊고 풍성한 연극과 함께

    가을의 문턱에서 연극 무대가 어느 때보다 풍성해졌다. 역사와 사회, 인간의 내면을 치열하게 파고드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세계적인 작품들을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시도가 뜨겁다. 더러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더러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과 사회를 무대 위에 재현한다. 9월 첫째 주부터 현대사를 조명한 작품 3편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6~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말들의 무덤’은 한국전쟁 중 일어난 양민 학살 사건을 목격자의 ‘말’로 되살려낸다. 배우 13명이 양민 학살 목격자들의 인터뷰와 녹취록을 재현하며 전쟁 중 사라져 간 이들의 영혼과 학살을 목격한 이들의 기억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이에 앞서 3~15일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되는 ‘알리바이 연대기’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일대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며 개인의 삶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거창 주민 학살 사건을 전면으로 내세워 100페스티벌2013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 땅은 니캉 내캉’은 앵콜 공연으로 3~29일 중구 세실극장에서 공연된다. 사회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3~22일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되는 ‘천개의 눈’은 영웅 서사, 미궁 신화 등 동서양의 신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질투와 수치, 진실과 거짓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객들은 ‘천개의 눈’이 돼 인물들의 수치와 치욕의 역사를 지켜본다. 3~22일 대학로 예술공간SM에서 공연되는 ‘어른의 시간’은 일본의 극작가 가네시다 다쓰오의 희곡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교사의 20년 뒤에도 계속되는 상처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서울대연극동문회 부설 극단 관악극회는 5~14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시련’을 공연한다. 17세기 말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있었던 마녀사냥을 모티브로 거짓 편견에 사로잡힌 집단적 광기,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또 세계적인 희곡의 한국 초연 무대도 기대를 부른다. 7일부터 두 달간 대학로 해피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퍼즐’은 스릴러 영화 ‘아이덴티티’의 작가 마이클 쿠니의 ‘포인트 오브 데스’가 원작으로, 사고 후 기억을 잃은 남자가 기억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이 긴장감을 선사한다. 4~15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되는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는 영국 극작가 샬럿 키틀리의 작품이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딸 등 4세대의 여성을 복합적인 시점으로 바라보며 여성의 삶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3년 만에 재공연되는 세계적인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9월 13일~10월 13일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광부화가들’은 평범한 광부들이 그림을 배우면서 화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의 희곡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묻는다. 12월 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클로저’는 네 남녀의 아슬아슬한 사랑과 그 속의 집착과 탐욕, 소통과 진실을 가감 없이 그린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정기홍의 시시콜콜] 감사원의 영혼과 감사원장 품격

    [정기홍의 시시콜콜] 감사원의 영혼과 감사원장 품격

    양건 감사원장이 그제 ‘역류와 외풍’을 언급하며 직(職)을 내려놓았다. 그는 끝내 두 실체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때의 캠프 출신 감사위원 제청 문제로 불거진 내부 알력이 표면적인 사퇴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정권 핵심의 압력설도 암시되고 있다. ‘감사원의 영혼’까지 들먹였으니 이임사가 정쟁의 판을 꽤 키웠다. 그가 말한 영혼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올곧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역류와 외풍 논란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그의 재임 중 감사원에서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청와대로부터 유임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게 불과 넉달 전이었다. 양 전 원장이 말한 ‘역류’(逆流)는 물이 거꾸로 흐른다는 뜻이다. 이는 조직 장악력을 의미하며, 그동안 추상 같은 원장에게 ‘맞서 대든’ 이들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헌법학자였던 그는 이명박 정부시절 관직에 몸 담기 전 두루 알려진 명망가는 아니었다. 학자였던 그가 감사원 조직을 속 깊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을 법하다. 감사관을 직접 불러 지시한 것은 그 한 사례다. 감사관은 현장에 가기 전에 원장과 대면하지 않는 게 감사원의 불문율이다. 이런 일련의 행보가 감사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많이 흔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외풍’은 감사위원 제청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것이 요체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 차원에서 그 유무는 꼭 가려져야 할 일이다. 내막이 밝혀지지 않아 지금으로선 사무총장과의 내부 의견 충돌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에서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을 고민스럽게 한 것은 4대강 감사였을 게다. 1차 때와 다른 2, 3차 감사결과를 놓고 ‘정권 비위 맞추기’로 논란이 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매끄러운 처신을 하지 못했다. 양 전 원장은 2차 감사 결과 논란 때 “감사원에 유능한 직원이 많다”며 목청을 높였지만, 업체들의 담합만 보려던 3차 감사에서 ‘대운하’란 내용이 나오자 축소 제안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과정들은 그를 점점 옥죄게 만들었을 것이다. 전·현 정부 사이에서 사면초가에 몰리자 ‘위원 제청건’으로 명분을 만든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덕망을 가졌던 역대 원장들이 감사원을 거쳐갔다. 한승헌씨는 수줍은 ‘문학소녀’ 이미지이지만 대쪽 같았고, 이종남씨는 ‘여인숙의 나그네’를 언급하며 떠났다. 원장 직무대행을 했던 신상두씨는 홀연히 절간으로 들어가 지금도 후배들에게 회자된다. 노자의 도덕경에 ‘공성명축 신퇴 천지도’(功成名逐 身退 天之道)란 문구가 있다. ‘물러날 줄 아는 지혜’를 이르는 뜻이다. 외압이 있었다면 남아서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켰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의 사퇴 뒷모습이 개운찮아 하는 말이다.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사이언톨로지 女신자 “톰 크루즈 신붓감 오디션 봤다”

    사이언톨로지 女신자 “톰 크루즈 신붓감 오디션 봤다”

    사이언톨로지를 믿었던 미모의 한 여성 신자가 과거 교회 측이 마련한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의 ‘신붓감 오디션’을 비밀리에 봤다가 고백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호주의 여성잡지 ‘우먼스 데이’와 미국 잡지 ‘빌리지 보이스’는 노르웨이 여성 아네트 이레네 요한슨을 인터뷰한 기사를 동시에 게재했다. 과거 사이언톨로지의 신자로 영화배우를 꿈꿨던 요한슨이 주장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비밀 오디션을 받은 것은 지난 2005년 초로 톰 크루즈가 케이티 홈즈와 교제하기 전이었다. 요한슨은 “당시 덴마크 코펜하겐 사이언톨로지 지부에서 영화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을 받아 찾아갔다” 면서 “그러나 현장에서 받은 질문은 나의 생활, 가족 같은 사적인 내용이었으며 탐 크루즈와 관련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떠나기 직전 지부 측이 오디션에 대해 함구하라는 서류를 내밀었다” 면서 “2주 후에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매니지먼트로 부터 성적 취향을 묻는 전화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지난 2010년 사이언톨로지를 탈퇴했으며 교회 측의 ‘이상한 오디션’은 지난 2009년 한 책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요한슨은 “톰 크루즈는 완전히 사이언톨로지에 빠진 사람으로 그와 엮이지 않아 너무나 행복하다” 면서 “케이트 홈즈는 (종교 때문에) 끔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언론은 사이언톨로지 측이 교회 내 같은 신자 중에서 톰 크루즈의 아내를 찾으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대해 사이언톨로지 측은 비밀 오디션과 관련된 일체의 주장을 부정했다. 한편 사이언톨로지는 인간의 기원이 외계인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과학기술에 의한 심리치료, 영혼윤회 등을 신봉하는 종교로 톰크루즈를 비롯해 제니퍼 로페즈, 존 트라볼타 등이 이 종교의 열성 신도로 알려져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무색무취 물방울 그리는 데 한평생… 영혼과 닿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

    “무색무취 물방울 그리는 데 한평생… 영혼과 닿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

    “너절하지 않은 화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올해 나이 여든넷. ‘물방울 화가’로 불리는 김창열 화백은 자신의 50년 ‘화업’(畵業)을 정리하는 전시회를 앞두고 작은 바람부터 털어놨다. 그에게 ‘너절하지 않은 것’은 있으나 마나 하지 않은 그 무엇이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마주한 김 화백은 커피잔을 들 때도 손을 떨었다.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그는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그림에 대한 생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김 화백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백남준, 이우환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렸다” “박서보, 정상화와 함께 한국미술 변혁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찬사와 함께 “변화가 없다” “상업성을 추구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팔순 노화백의 변론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내 욕심은 물방울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고 한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어떤 때는 물방울을 그리다가 영혼과 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평안남도 맹산 출신이다.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1960년대부터 앵포르멜(무정형) 미술 운동에 몸담았다. 현대미술가협회를 이끌며 표상 체계를 벗어나기 위한 무차별적 몸짓으로 일관했다. 그런 그가 물방울을 처음 그린 것은 1970년대. 1960년대 중반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수년간 집단 자의식으로부터 탈출을 꾀한 직후다. 1968년부터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작가로서 안정을 되찾은 때이기도 했다. “1972년쯤 파리 근교 마구간에서 생활할 때 대야에 물을 담아 세수를 하다가 캔버스에 튄 물방울을 봤어요. 아침 햇살을 받아 방울방울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접하고 그만 마음을 뺏기고 말았습니다.” 순간의 영롱한 빛을 발한 뒤 속절없이 사라지는 물방울은 김 화백에게 집착해야 할 인생이었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개념’으로서의 물방울은 이미 물방울이 아닌, 존재로서의 자각을 스스로 탈락해버린 경지에 도달한 그 무엇”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캔버스에 표현하던 물방울은 4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마포, 신문지 등을 캔버스 삼아 그려졌다. 1990년대부터는 다시 캔버스로 돌아와 ‘회귀’ 시리즈를 연작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인쇄체로 또박또박 쓰인 천자문을 배경으로 투명한 물방울들이 무리 지어 화폭 전반에 흩어진 점이다. 물방울들이 바닥에서 스며 나왔다기보다는 화면 밖에서 흘려진 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김 화백은 29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자신의 작품 500여점 가운데 40여점의 물방울 그림을 추려 전시한다. 지난해 11월 국립타이완미술관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 대규모 회고전을 연 뒤 마련한 첫 전시회다. 그는 “물방울이 무슨 의미가 있나. 무색무취한 게 아무런 뜻이 없다”며 겸손해했다. (02)2287-3500.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양건 “외풍 차단 역부족” 이임사 파장

    양건 “외풍 차단 역부족” 이임사 파장

    양건 감사원장은 26일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제1별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장훈 중앙대 교수를 공석인 감사위원에 임명하려고 했으나, 자신은 이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양 원장은 (장 교수가) 정치적으로 인수위 출신이고, 대선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을 앉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인 사람 아니냐’는 의견이었고 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서 “(감사위원)임명제청에 있어서 좀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 원장은 “감사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면서 “이는 개인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 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면서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 원장은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 왔다”면서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업무 처리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새 정부에서는 양 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임을 결정했지만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양 원장이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끝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 등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최여경 기자 cky@seoul.co.kr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양 원장 중도사퇴, 감사원 중립확보 계기 돼야

    양건 전 감사원장이 어제 교과서 같은 이임사를 남기고 떠났다.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재임하는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양 원장이고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모종의 압박을 받아 사퇴한 것으로도 비칠 수 있는 얘기다. 그는 과연 헌법 97조와 98조에 설치 근거와 임기가 명시돼 있는 막강한 감사기관의 최고 책임자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 내기 위해 얼마나 진력했는지 궁금하다. 적어도 4대강 사업에 관한 ‘카멜레온식’ 감사에 관해서만큼은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할 듯하다. 2011년 감사원은 ‘참여 업체의 담합의혹 등 일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던 감사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에는 ‘총체적 부실’이라고 하더니 지난 7월에는 ‘대운하 사업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했다’,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이다’라고 대못을 박았다. 몇 해 상관에 같은 사안을 놓고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무능’의 결과이거나 아니면 명백한 ‘정치’의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 양 전 원장은 이번에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등에서 활동한 모 교수를 감사위원에 임명하려 하자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거부하며 사퇴 명분으로 삼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강 감사도 그렇고 사퇴 파동도 그렇고 본인의 입으로 전후 사정을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으니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떠나 “헌법학자로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겠다”는 공언을 뒤집음으로써 감사원의 위상을 갉아먹은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그렇게 소신이 있다면 양심선언이라도 해 감사원 개혁에 힘을 보탰어야 마땅하다. 청와대 또한 감사원장 경질 과정과 배경, 감사위원 인사를 둘러싼 갈등설에 대해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임기가 보장된 헌법기관의 수장조차 정권 교체기면 으레 유·무형의 압력을 느끼고, 실제로 받기도 하는 게 상례다. 자진 사퇴라는 포장에 싸여 헌법기관의 장이 사실상 경질되는 사례를 우리는 적잖이 봐 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러 온 감사원의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비단 사람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면, 일각에서 주장하듯 감사 기능의 국회 이관 문제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고 본다. 직무에 관해 독립적 지위를 갖지만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한계를 심각히 살펴봐야 할 때다.
  • 생활 좌파, 책으로 인생 되새김하다

    생활 좌파, 책으로 인생 되새김하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마 속까지 정치적인’, ‘야성의 사랑학’ 등을 쓴 재불 작가 목수정(44)이 3년 만에 신간 ‘월경(越境)독서’(생각정원)를 냈다. 국경뿐 아니라 도덕, 규범, 관습 등 다양한 유형의 경계를 넘는 삶을 살아온 그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인생의 책들을 되새김한 독서일기다. 한국관광공사, 동숭아트센터 등에서 근무하다 프랑스로 유학 간 그는 스물두살 연상의 예술가 프랑스 남자를 만나 비혼 상태로 아이를 낳았다. 2003년 한국으로 돌아와 국립발레단,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진보신당 당원으로 활동했으며 2008년 다시 월경해 남편, 아이와 함께 파리에서 살고 있다. 여름 휴가차 딸 칼리(8)를 데리고 한국에 와 있는 그를 만났다. “제가 소설가 장정일씨나 서평가 이현우씨처럼 대단한 독서가도 아닌데 처음 출판사의 독서일기 연재 제의를 받았을 땐 망설였어요. 그러다 문득, 이 작업이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과 재회하는, 굉장히 의미 있고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목록에는 ‘몽실언니’(권정생), ‘심미적 이성의 탐구’(김우창), ‘이사도라 던컨’자서전, ‘엥겔스 평전’(트리스터럼 헌트), ‘미국민중사’(하워드 진) 등 다양한 분야의 책 17권이 실려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글을 연재하면서 파리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은 한국의 지인에게 공수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 읽었을 때의 강렬한 느낌이 남아 있지만 정확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던 책들을 다시 보면서 그때의 감상뿐 아니라 삶의 연륜에서 오는 새로운 깨달음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스무살 때 만난 ‘이사도라 던컨’은 그에게 자유로운 영혼의 춤과 더불어 문화의 공공성에 대한 개념을 심어줬다. 이제 그는 이사도라의 두 아이가 사고로 숨진 센강을 딸과 함께 산책하면서 아이를 잃은 엄마 이사도라의 고통에 가슴 아파한다. 그는 “독자들이 이 책에 들어 있는 목록들을 찾아 읽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예전 가슴을 쿵 울렸던 책들을 찾아 자신만의 독서목록을 뽑으면서 각자 심기일전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화 영역과 진보 정당 활동을 병행해 온 그에게 누군가는 ‘감성좌파’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는 “삶의 즐거움과 문화적 욕구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좌파적 행동을 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라면서 “그런 점에선 ‘생활좌파’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며 웃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양건 감사원장 “사퇴는 개인 결단”

    양건 감사원장 “사퇴는 개인 결단”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자신의 사퇴와 관련해 “감사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면서 “이는 개인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날 감사원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양 감사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정부 교체와 상관 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 왔다”면서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다. 헌법학자 출신이기에 더욱 그러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특히 그는 “재임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도 토로했다. 양 감사원장이 이번 사퇴를 ‘개인적 결단’이라고 확인했지만 감사원장의 정상적 업무수행이 헌법상 책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외풍’을 지적하면서 독립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시사함에 따라 자신의 사퇴를 부른 정치적 상황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양 감사원장이 지난 23일 사의를 표명한 배경을 놓고는 3차례에 걸친 4대강 감사번복을 둘러싼 부담감 끝에서 나온 불가피한 용퇴라는 관측과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인사갈등설 등이 나돌았다. 이어 양 감사원장은 “그동안 어떤 경우에도 국민께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또 “특히 감사업무 처리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긴다”며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여러분께 맡기고 떠나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공직을 처음 맡았을 때 품었던 푸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나지만 후회는 없다. 이제 사사로운 삶의 세계로 가려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말 영화]

    ■카운터페이터(EBS 토요일 밤 11시) 역사상 최대의 위조지폐 작전에 투입된 천재적인 위조 전문가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속였어도, 영혼만은 속일 수 없었다. 독일에서 ‘위조의 제왕’으로 명성을 떨치며 화려한 삶을 살던 살로몬 소로비치(칼 마르코빅스). 그는 경찰에 체포된 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 국고의 4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위조하고자 나치의 대규모 위폐 생산과 공문서 위조 작전인 ‘베른하트 작전’에 140여명의 위조 전문가들이 투입된다. 그렇게 그들은 실패하면 죽음뿐인 작전에서 탱고 선율이 흐르는 작업 환경과 탁구대 사용 등 다른 수용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영국 파운드에 이어 미국 달러까지 완벽한 위조를 눈앞에 둔 이들은 삶과 영혼의 양심이라는 선택 속에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독립영화관 여름호 단편선 3편(KBS1 일요일 오전 1시 5분) 선구는 죽은 사람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 사실을 믿기 시작한 어느 날 밤. 일준을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다. 다음 날, 선구는 일준이 이미 3일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포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어제 만난 건 누구란 말인가. 한편 그날부터 선구는 약속을 지키라는 정체불명의 문자를 받기 시작한다. <어떤 약속>. 만년 과장 오성민의 회사 사장님은 회사에서 개를 기른다. 성민은 사장님에게 잘 보이려고 개에게 점심을 준다. 그런데 갑자기 개가 쓰러지고 마는데…<자네 정말 개를 사랑하는고만>.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간 줄 알았던 해인이 한국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라이는 울분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해인을 만나러 간다<레몬 타임>. ■태극기 휘날리며(EBS 일요일 밤 11시) 1950년 6월. 서울 종로 거리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진태는 힘든 생활 속에도 약혼녀 영신과의 결혼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생 진석의 대학진학을 위해 언제나 활기차고 밝은 생활을 해 나간다. 하지만 6월의 어느 날, 평화롭기만 하던 서울은 순식간에 사이렌 소리와 폭발음,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해진다. 피란을 결정한 진태는 영신과 가족들을 데리고 수많은 피란행렬에 동참한다. 하지만 피란열차를 타려고 도착한 대구역사에서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고 만다. 그렇게 만 18세로 징집 대상이었던 진석은 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군용열차로 오르게 되고, 진석을 되찾아오기 위해 열차에 뛰어오른 진태마저 징집된다.
  • [지상파 하이라이트]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KBS1 밤 10시 50분) 미스에이의 중국 출신 가수인 페이가 일주일간 중국 윈난성 나시족 석두성 마을의 학교 선생님에 도전한다. 우리나라의 1960~70년대를 연상케 하는 학교풍경에서 큰소리로 책을 읽는, 가난하지만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페이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기묘한 동거(KBS2 밤 11시 10분) 아내가 죽은 지 90일 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나는 지금, 또 다른 원혼과 살고 있다. 석 달 전, 성폭행범의 손에 아내가 무참히 살해된 뒤 폐인이 되어 살아온 수현. 억울한 죽음을 원망하듯 집안을 떠도는 아내의 원혼을 뒤로 하고 유성아파트 404호로 이사를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또 다른 원혼과 마주하며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투윅스(MBC 밤 10시) 태산(이준기)은 죽은 만석(안세하)을 두고 도망치고, 승우(류수영)가 그 뒤를 쫓는다. 태산은 승우를 간신히 따돌리지만, 만석을 죽인 김선생(송재림)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재경(김소연)은 태산이 만석을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태산의 집으로 달려온다. 한편 태산은 한 마을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여자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주군의 태양(MBC 밤 10시) 교통사고 현장 이후 태공실은 주중원(소지섭)에게 더욱 매달리지만, 예전과 다르게 변해 있다. 중원의 도움으로 킹덤 특별 고객센터에 정식으로 취직하게 되는 공실. 한편 중원은 강우와 공실이 함께 있는 모습에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고, 영혼결혼식 중매를 서는 영매사의 집에 가게 된 공실은 갑자기 영매사의 죽은 손자 방에 갇히고 만다. ■다큐10+(EBS 밤 11시 15분) 부를 향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한 아시아는 경제 성장률 8퍼센트를 기록하고 있지만, 환경오염이라는 커다란 난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소용돌이치는 에너지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 공기와 수질 오염이 심각한 중국에서는 해외 기업들이 약 890조원 규모의 환경 산업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리얼대탐험(OBS 밤 9시 50분) 유럽인들보다 훨씬 이전에 태평양을 정복했던 고대인. 야만인이자 식인종으로 불리던 고대인들이 어떻게 원시적인 카누로 대양을 2500만 km나 이동하는 전대미문의 탐험을 시작했으며, 이 고대인들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일부 과학자들과 모험가들이 찾아낸 놀라운 단서를 통해 그 진실을 파헤친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내성 임소에서 말래 접소로 돌아온 정한조는 다시 도회를 열었다. 접소의 동무들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의한 단초에 대해서 소상하게 의견을 나눌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접장으로서 부리를 헐어 논의의 축을 잡아줄 필요는 있었다. “안동 부중의 주선으로 장물이긴 하나 거관을 한 푼도 축냄이 없이 고스란히 넘겨받은 것은 하늘이 돕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넘보지 못할 일이었네. 그러나 이 돈과 패물은 오늘 여기에 앉아 있는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란 것을 명심해야만 이 거관을 의롭게 쓸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야. 혹은 이 장물을 공평하게 나눠 갖자는 의견들이 있을 수 있고, 흥부장과 내성장에 더 큰 어물 도가를 열거나 염전이나 고포의 곽전을 더 사들여 이문을 노리자는 말이 있을 수 있겠지 혹은 좀 더 두고 생각해보자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이 돈과 패물을 오래 간직하다보면 얼마 가지 못해서 이로 말미암아 환난을 겪게 될 것이야. 욕심이 생겨난다는 뜻일 테지. 곽전과 염전을 사들인다 하여도 종국에 가서는 네 것과 내 것을 따지게 될 것이야. 그러한즉슨 이 돈이 하루라도 빨리 우리 안중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 접소와 임소가 그동안 숱한 곡경을 치르고 풍진을 겪으면서도 거두어온 정리를 상하지 않고 의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일 것이야.” 정한조의 말이 끝나자, 평소에는 말이 없던 최상주가 말했다. “염전을 사든 곽전을 사든 우리 동무들 공동의 이름으로 사들여 관리한다면 큰 말썽은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이름을 걸고 재산을 사들여 화식하게 되면 필경 네 것과 내 것의 경계를 따지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필경 반목이 일어나 서로 의심하게 되고, 밸이 틀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서 헐뜯고 두 눈을 부릅떠 드잡이하며 능멸이 낭자할 것이오. 재물을 사더라도 최상주, 장안동과 같이 별호를 적바림 하여 사들인다면 우리가 곡기를 놓고 저승으로 가더라도 뒤탈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대부분이 엄지머리로 장가를 들지 못해서 후손이 없지만, 일가친척은 있지 않겠습니까. 본명으로 재물을 얻고 화식한다면 우리가 저승살이를 간 이후에도 일가친척이 나서서 네 것이다 내 것이다 하는 반목과 곡경을 겪지 않을 터이지요.” 그렇게 말한 것은 도감으로 발탁된 천봉삼이었다. 그 말에 모두 솔깃해서인지 좌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박원산이 추임새를 주었다. “도감께서 한 말이 그중 귀에 솔깃합니다.” 결국 어떤 재산을 사들이든 우선 별호를 적바림하여 나중에 어느 누구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장치를 하자는 데 우선 결의를 보았다. “그런데 이 돈과 패물이 지금 우리 접소에서 같이 기거하는 20여 명 아녀자들의 소유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 돈이 장물이란 이름으로 둔갑하기 전까지 한때는 이들의 공동 소유라 했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 재물을 우리가 거두기 전까지는 이들도 이 장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 않았소.” “아니…… 도감 어른, 이 차판에 긁어 부스럼이 아닙니까?” “그 말도 일리가 있네. 그들이 내 것이라고 복장 지르고 나온다면 달래기가 수월찮을걸.” 권영동이 되받았다. “궤변이지요. 접장 어른이 슬하에 거두기 전까지는 저들은 소굴에 있던 적당이 아니었습니까.” “그것도 일리가 있네.” “일리가 있다니요?” “골자를 알고 보면, 그들도 적당이기 전에 자기 농토도 없어 유리걸식하던 농투성이들이었고, 우리처럼 사고무친한 노닥다리 세궁민이었고, 겨울이면 곁불 쬐고, 여름이면 남의 집 처마 밑에 떨고 서서 소나기를 피하던 적당의 차인꾼이 아니었나. 곡기를 끊고 죽어도 먼가래 쳐줄 사람조차 없는 딱하고 부질없는 처지들이 아닌가. 세상으로부터 외대를 당하며 장가처도 없이 부평초처럼 떠도는 우리 신세와 별반 틀리지 않은데, 역성들지 못할망정 우리가 방안에 앉아 그들을 허물 잡으면 날벼락 맞을 것이야.” “설마하니 장물을 그들에게 넘기자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저들에게도 살길을 터주고 사람됨의 명분을 안기자는 얘기일세.”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앉아 곰방대만 태우던 천봉삼이 가로막고 나섰다. “감히 시생이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모두 행낭 쌈지에 꿍쳐 놓은 밑천들 내놓으시지요. 100냥도 좋고 10냥도 좋고 1000냥도 좋습니다. 그 모은 돈을 되돌려받은 장물까지 섞어 중두리 속에 넣고 서너 번만 굴리면, 돈의 출처도, 장물이나 장물 아닌 것도, 네 돈 내 돈의 구분도 없어집니다. 그 돈을 챙겨 지금까지 둘러보고 점지해둔 생달과 오동나무골의 토지를 우리의 본명 아닌 별호나 익명으로 양안(量案)에 올립시다. 그처럼 여축 없이 결박을 해두면 투식(偸食)*을 일삼는 이서배들도 트집 잡아서 화속(火贖)*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수하에 거느린 식솔들로 하여금 농사를 짓고 살 수 있도록 주선하는 게 적선하는 일일뿐더러 명분도 주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처자식이 있습니까, 안부를 주고받는 일가친척이 있습니까, 재산을 물려줄 후손이 있습니까. 행담 짜던 늙은이는 죽을 때도 입에 댓잎을 물고 숨을 거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역시 열명길에 오를 때까지 십이령 고개를 소금 짐을 지며 오르내려야할 것입니다. 그래야 살맛이 나니까요. 사고무친한 우리가 열명길에 오르게 되면, 도조로 농사지어 먹고살게 된 저들이 우리 장례를 떡 벌어지게 치러줄 것이고, 기일이 되면 여축 없이 제사를 지내줄 것입니다. 아니면 우리의 영혼이 도솔천을 건너지 못하고 십수 년을 두고 구천에 떠도는 서러운 신세될 것 아니겠습니까.” *투식:공금이나 골곡을 도둑질함. *화속:대장에 오르지 않은 토지에 세금을 물리는 일.
  • ‘바보’를 넘어선 발달장애인 ‘천재’ 혹은 ‘천사’의 굴레에

    ‘바보’를 넘어선 발달장애인 ‘천재’ 혹은 ‘천사’의 굴레에

    “저는 로봇이 아닙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아기, 살고 싶어 합니다.” KBS 드라마 ‘굿닥터’의 주인공 박시온(주원)은 자폐 3급이면서 의학적 지식에 천재성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의사다. 그는 발달장애인(지적·자폐장애인)이 ‘바보’라는 편견은 넘어섰지만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 영혼이 없다는 또 다른 편견에 부딪혔다. 영화와 드라마 속 발달장애인은 대체로 ‘착한 사람’ 또는 ‘천재’로 그려져 왔다. 둘 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 주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영화와 드라마 속 발달장애인은 흔히 10세 미만의 지능지수를 가진 순수한 존재다. 어머니를 위해 매일같이 맨발로 달리는 영화 ‘맨발의 기봉이’(2006), 지적장애가 있는 엄마와 딸의 화해를 그린 드라마 ‘바보엄마’(2010)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마더’(2009), ‘7번방의 선물’(2013),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2010) 등에서 이들이 권력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하는 모습은 사회의 부조리를 극적으로 보여 준다. 잠재된 천재성 또는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하는 발달장애인들의 이야기도 화제를 낳았다. 최연소 철인 3종경기 완주 기록을 세운 배형진씨의 실화를 그린 영화 ‘말아톤’(2005)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에 대한 장애인 부모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적장애 2급 딸을 둔 박모(40·여)씨는 “사실과 다른 장면에서는 ‘저게 아닌데’ 하면서도 비장애인들이 발달장애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을 마냥 ‘동네바보’처럼 그리거나 이들에 대한 폭력이 지나칠 경우 상처가 되기도 한다. ‘웃어라 동해야’는 주인공 동해의 지적장애 어머니에 대한 상류층의 폭력과 비하 발언이 도를 넘어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새로운 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커지는 건 이런 캐릭터들의 정형화에 대한 우려다. 윤진철 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은 “발달장애인을 그저 착한 사람 또는 천재로 묘사하는 것 모두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 줄 수 있다”면서 “특별한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다룬 작품이 인기를 끌면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아이의 재능을 부모가 살리지 못했다’는 따가운 시선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에 대한 신중한 용어 사용도 요구된다. ‘굿닥터’ 공식 홈페이지의 기획 의도에는 ‘장애인들 또한 정상인들과 똑같은 존재’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장애인과 대조되는 단어로 ‘정상인’ 대신 ‘비장애인’이 권장돼 왔다. 윤 조직국장은 “등장인물이 자폐성 장애를 치료했다거나 자폐가 완치 가능하다거나 하는 표현이 반복되면 발달장애인이 치료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면서 “장애인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리는 건 긍정적이지만, 장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망자의 육신을 독수리에게 내주는 마지막 공덕, 天葬(천장)

    망자의 육신을 독수리에게 내주는 마지막 공덕, 天葬(천장)

    망자의 육신을 독수리에게 내주고 영혼을 하늘로 떠나보내는 독특한 장례의식인 ‘천장’(天葬). 지금도 네팔의 무스탕 지역과 티베트에선 사람들이 죽은 가족의 시신을 기꺼이 독수리의 먹이로 내놓는다. EBS 다큐프라임은 19·20일 밤 9시 50분 2부작 ‘천장’을 방영한다. 무스탕과 티베트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몸을 떠나 육신은 빈껍데기가 된다고 믿는다. 이들은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는 동안 공덕을 많이 쌓아야 다음 생에서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의 먹이로 내놓는 일을 현생에서 공덕을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간주한다. 독수리가 망자의 육신을 깨끗이 먹어치울수록 다음 생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시신을 독수리의 먹이로 내주는 모습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잔혹하고 당혹스러운 장면일 뿐이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에게 천장은 경건한 의식이다.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릴 정도다. 1부 ‘동자승, 천장을 만나다’에선 네팔 무스탕 지역의 천장이 소개된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오래전부터 티베트 불교가 깊이 뿌리내렸던 지역이다. 18세기 네팔에 합병된 이후 1991년까지 외부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된 땅이었다. 지금도 외국인 방문객이 연간 1000명으로 제한된다. 덕분에 이곳에선 고대 티베트 문화와 전통이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장례풍습인 천장도 마찬가지다. 무스탕 차랑 마을의 동자승 층천베가 외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천장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2부 ‘죽음의 사자, 천장사’편은 야칭스, 라브랑스, 랑무스 등 티베트 자치구에 자리한 천장터를 소개한다. 여름과 겨울을 오가며 해발 4100m 고원인 야칭스 천장터에서 이뤄지는 의식을 영상에 담았다. 라마승 초그랍은 도끼와 칼, 갈고리로 2시간 동안 시신을 해부해 독수리에게 내준다. 고된 노동이지만 망자가 모든 것을 내주고 하늘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도록 돕는 숭고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고스트 위스퍼러(FOX 밤 10시) 멀린다 고든은 유령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아름다운 여성이다. 본인의 뜻과 상관없는 능력에 괴로워하면서 한편으론 영혼을 달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멀린다에게 베트남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전사한 폴이라는 유령이 나타난다. 폴은 임신한 아내가 있는 집으로 안내해 달라고 부탁한다. ■라비린스:미궁(AXN 밤 10시 50분) 앨리스는 우연히 동굴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안에서 미로 모양의 반지를 발견하는 동시에 800년 전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한편 과거 속 여성의 이름은 알리아스로 800년 전 카르카소나의 여성이다.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성배의 진실을 듣고 수호자의 자리를 이어받는다. 하지만 성배를 탐하는 언니 오리앙은 이 사실을 알고 음모를 꾸민다. ■수상한 쇼(SBS MTV 오후 5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종석부터 국민 남동생 여진구, 누나들을 설레게 하는 이현우까지. 요즘은 연하남이 대세다. 그래서 재즈댄스 학원에서 연하남이 좋은 이유 베스트 5를 20대 여성들에게 물었다. 한편 연상·연하커플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가진 쿤타와 수상한 오빠들의 연상녀 공략비법을 공개한다. ■레슨 투어프로 스페셜(J 골프 밤 9시 30분) 국내외 톱 선수들이 출연해 자신만의 플레이 노하우와 실전 경험을 공개하는 실전 플레잉 레슨을 펼친다. 이번 회에서는 LPGA투어를 석권했던 허미정이 출연해 자전거 타이어로 코킹을 연습하는 것부터 티 네 개와 공 세 개로 집중력과 퍼팅 감각을 키우는 방법 등 놓치지 말아야 할 고급 정보들을 전한다. ■성범죄 사건파일(FX 밤 11시) 노숙자로 보이는 청년이 거리에서 거세를 당한 채 불에 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수사 결과 현장에서 나온 가스 점화기가 인근 고등학교의 소유물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해당 학교를 방문해 알렉 버나디라는 졸업반 학생이 살인범임을 알게 된다. 알렉의 살인 계기는 피해자가 자신의 여동생 티나를 강간해 임신하게 했기 때문인데…. ■포켓몬스터DP 3(애니맥스 오후 4시) 선단시티로 향하는 지우 일행은 깊은 숲을 지나가게 된다. 그러던 중 물통에 물이 떨어진 빛나는 혼자 물을 뜨러 간다. 그런데 눈앞에 보스로라가 나타나 빛나를 공격하고, 도망치던 빛나는 발을 잘못 디뎌 바위에서 떨어져 강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간신히 물가로 올라온 빛나는 지우 일행을 찾으려고 숲 속으로 향한다.
  • 사이언톨로지 ‘지구종말’ 대비 우주 기지 건설

    사이언톨로지 ‘지구종말’ 대비 우주 기지 건설

    신흥 종교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가 미국 뉴멕시코 사막 한가운데에 지구종말 후 우주선이 착륙할 수 있는 일종의 착륙기지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매체 데일리메일은 헬기를 이용해 근접 촬영한 일명 ‘우주 사원’(alien space cathedral)의 모습과 방문자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근 마을로 부터 약 50km 나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한 이 사원과 착륙 기지는 1980년대 부터 이 종교의 창시자 론 허바드의 지시에 의해 건설이 진행됐다. 이같은 우주 기지의 존재는 올해 1월 BBC출신의 탐사 전문기자 존 스위니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으며 핵 공격에도 견뎌낼 수 있도록 여러 지하 벙커들과 함께 건설된 것으로 전해진다.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이 기지의 목적은 향후 아마게돈이 일어난 후 지구를 떠나있던 신자들이 다시 돌아올 장소라는 것.   전직 경찰서장 출신의 팀 갈라고스는 “지난 1990년 대 후반 사이언톨로지 신자가 아니지만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면서 “사원 곳곳에 론 허바드가 남긴 설교와 저작물 등이 장식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스위니 기자는 “사이언톨로지 측이 외계인들에게 인사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하늘에서도 보이는 이같은 표식을 남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믿는 것으로 유명한 사이언톨로지는 1952년 SF소설가이자 사진작가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론 허버드(Ron Hubbard)거 창시했으며 과학기술을 통한 정신치료, 영혼 윤회등을 신봉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최초의 영화를 만들고 대중적으로 상영한 뤼미에르 형제는 예술가라기보다 사업가에 더 가까웠다. 그들의 사업체를 비롯해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1분 남짓한 영화에 기록하면서도 그들은 예술로서 영화의 미래를 믿지 않았다. 그들이 발명한 시네마토그래프의 첫 시사회에 조르주 멜리에스가 참가하지 않았다면 영화의 미래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마술사였던 멜리에스는 영화에 다른 영혼을 불어넣었다. 별다른 화면 구성도 없고 대사도 없는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가 다큐멘터리의 원형이라면, 상상력과 장면 구성과 기발한 이야기가 부여된 멜리에스의 것은 허구로서의 영화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은 뤼미에르적인 것과 멜리에스적인 것으로 불릴 만한 두 축이 이끌어 가는 작품이다. 4명의 마술사로 구성된 포 호스맨은 시각적인 요소를 동원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들은 눈앞에서 보면서도 믿기 힘든 거대한 마술 쇼를 벌이는데, 쇼에 맞춰 의문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그들의 뒤를 쫓는 FBI 요원 딜런(마크 러팔로)은 당연히 뤼미에르적인 인물이다. 보이는 것만 믿으며 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던 그는 포 호스맨을 만나면서부터 미궁에 빠진다. 눈을 의심하게 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통에 그는 무엇을 추적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다. 동일시하게 되는 사람은 아무래도 딜런이다. 마술사들은 딜런을 비웃듯이 사건을 저지른 뒤 날렵하게 사라지고, 마술에 관한 전문가가 등장해 그의 무지함을 지적하며 끊임없이 잘난 척한다. 문제는 포 호스맨이 옛날 멜리에스처럼 아날로그 마술사가 아니란 점이다. 첨단 디지털 기술로 중무장한 그들의 마술을 설명하거나 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디지털로 채색된 영화가 눈속임을 더욱 강화한다. 이중의 눈속임. 장점으로 보이는 이것은 기실 영화의 단점이다. 포 호스맨은 “가까이할수록 더 조금 보인다”고 말한다. 글쎄, 마술사의 소매 아래보다 마음속이 더 궁금할 필요까지 있을까. 너무 앞서 가면 누군가는 따라가거나 믿기를 포기하기 마련이다. 포 호스맨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4명의 기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들 각자가 상징하는 바는 영화 내에서 직접적인 의미가 없다. 진짜 흥미로운 존재는 영화 내내 숨겨진 다섯 번째 기사의 정체다. ‘나우 유 씨 미’라는 제목이 지시하듯 숨겨진 존재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독 루이스 리터리어는 체코 영화의 고전 ‘다섯 번째 기사는 불안’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으로 인해 불안의 정점에 오를 즈음에야 ‘나우 유 씨 미’는 다섯 번째 기사를 소개한다. 영리하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극 중 포 호스맨의 신출귀몰한 마술만큼은 아니다. 뤼미에르적인 것과 멜리에스적인 것의 억지스러운 결합 대신, 단순히 보는 행위에 대해 도전적인 시도를 펼쳤더라면 좀 더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자기 마술에 도취된 마술사는 정작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 광대인지 모르는 법이다. 115분.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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