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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문화대혁명이 남긴 생생한 상처

    중국 문화대혁명이 남긴 생생한 상처

    인간농장/류짜이푸 지음/송종서 옮김/글항아리/382쪽/1만 8000원 그가 기억하고 분류하는 다양한 인간의 유형이 있다. 거개가 유쾌하지 않은 것들이다. 돼지 같은 인간, 돼지만도 못한 인간, 영혼 없이 육체만 있는 인간, 꼭두각시 인간, 틀에 박힌 인간, 여기저기 눈치 보는 양서 인간, 잔인한 인간, 어리석은 인간, 늑대 같은 인간……. 중국 현대사가 남긴 생채기가 너무 깊은 탓이다.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류짜이푸(73)는 톈안먼 사건에 연루돼 1989년 중국을 떠난 뒤 20년이 넘도록 홍콩과 미국을 오가며 지내왔다. 중국 대륙에서 들려오는 자신에 대한 비판은 ‘쥐들이 비판하고 갉아먹는 소리’ 정도로 치부하며 더 이상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며 일축한다. 냉소와 조롱 속에서도 직접 몸으로 겪었던 혼돈의 역사에 대한 기억은 강렬하다 못해 집요한 비판으로 남는다. 류짜이푸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긴 시간이 흘렀건만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1960년대 대약진운동과 대기근, 문화대혁명, 톈안먼 사태 등 중국이 거쳐온 일련의 현대사의 흔적은 너무도 깊고 강렬하다. 집단의 가치를 강조했던 대약진운동 시절과 공교롭게 겹쳤던 대기근 등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판치는 부조리의 시기이기도 했다. 또한 ‘불과’ 10년의 문화대혁명은 인간성이 부정되고, 인간관계가 파괴되는 경험, 상식과 합리가 아닌 집단의 광기가 사회의 지배가치가 됐던 시절이었다. 문화대혁명은 단순히 ‘그땐 그랬지’쯤의 기억이 아니라 지금껏 여전히 개인의 잠재의식을 지배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개인의 행위를 규정하는 무형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현대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열쇳말 중 하나다. 잡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저자 스스로 ‘서정적이지도 않고, 서사적이지도 않은, 문명 비판과 국민성 비판의 메시지가 들어 있는, 그러면서도 가볍고 짓궂은 글들을 골라낸 산문집’이라고 규정지었다. 글 곳곳에 비판과 냉소, 풍자는 물론 독기 어린 직설적 표현들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지식인의 눈에 비친 중국공산당의 좌우경 편향은 그저 우스꽝스러울 따름이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대한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한 탓이다. 그렇다고 책이 여기에 머물지만은 않는다. 몽테뉴, 슈테판 츠바이크 등 서구 지식인들에 대한 단상도 함께 펼쳐진다. 사회와 조우하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형되며, 궁극적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모색이기도 하다. 중국현대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이 읽으면 약간 생뚱맞을 수도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학전 어린이 청소년 연극 ‘유령놀이’ 집단따돌림 내밀한 심리 그린다

    학전 어린이 청소년 연극 ‘유령놀이’ 집단따돌림 내밀한 심리 그린다

    극단 학전이 학전 어린이 청소년 무대 ‘유령놀이’를 선보인다. 연극 ‘유령놀이’는 제4회 살림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동명 동화 ‘유령놀이’(원작 서화교)를 각색해 왕따, 학업 스트레스 등 요즘 어린이, 청소년들의 고민과 현실 그리고 꿈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 왕따 유령이 진짜로 유령이 된다면? 내밀하게 들여다본 요즘 아이들의 속마음 한 명을 유령으로 지목해 없는 사람 취급하며 괴롭히는 ‘유령놀이’는 아이들의 따돌림 수법 중 하나이다. 연극 ‘유령놀이’는 유령놀이의 왕따였던 서준이가 진짜 유령 재희를 만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유령놀이’는 왕따 문제의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각각의 입장과 내밀한 심리를 보여준다. 5학년 3반 아이들은 모두 고민이 있다. 언젠가부터 입을 닫고 ‘아무 말도 안 하는 나무’로 불리며 유령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서준이는 너무 착한 성격 때문에 왕따를 당해 괴롭다. 서준이를 괴롭히는 반장 민기는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아픈 동생 때문에 의사가 되기를 강요당한다. 서준이가 싫은 것도 아닌데 모르는 척 해야 하는 소영이는 늘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들 각자의 고민은 진지하고 그만큼 풀기도 쉽지 않다. 유령처럼 점점 교실에서 존재감이 없어져가던 서준이는 학업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유령 재희 형을 만나 영혼을 바꾸게 된다. 언제나 바보같이 남들 부탁을 들어주기만 했던 서준이가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통쾌함을 선사한다. 서준이의 낯선 모습을 의심하던 민기가 진짜 서준이를 찾으러 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유령세계의 판타지 장면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또 다른 유령놀이가 시작된다. ◇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을 위한 진지하고 재미있는 무대 ‘유령놀이’의 극 중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2학년이다.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여기는 요즘 아이들의 실상이 리얼하게 그려지는 무대는 마치 자신의 모습과 고민을 들킨 것처럼 초등학생, 중학생 관객을 공감하게 한다. ‘유령놀이’라는 역할 바꾸기는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이해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특히 엄마를 미워했던 유령 재희가 대화를 통해 뒤늦게나마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후회하는 대목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요즘의 왕따 문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 선생님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더욱 풀기 어려운 숙제와도 같다. 연극 ‘유령놀이’는 어린이, 청소년 관객에게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때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진지하고도 재미있게 생각해보도록 질문을 던진다. 장준휘, 구원영, 이지송 등 학전 출신 배우들이 출연하고 김민기 대표가 극작(정가람 공동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오는 10월 24일부터 11월 23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오늘의 눈] ‘뒷북’ 환율대책 유감/장은석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뒷북’ 환율대책 유감/장은석 경제부 기자

    유구한 중국 역사에서는 북방 민족도 주역으로 등장한다. 원과 청 이전에 금(1115~1234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요나라를 멸망시키고 고려와 서하를 발 아래 뒀다. 송나라를 양쯔강 이남으로 몰아낸 것도 그들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하수’였다. 금나라는 전쟁 준비를 위해 지폐인 보권(寶券)을 마구 찍어냈다. 자연스레 보권 가치는 폭락했다. 그러자 금나라의 부호들은 남송이 지배하던 강남으로 재산을 옮기면서 금나라는 재정 파탄에 빠지게 된다. 금나라는 남송과 몽고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지만 보권의 환율 상승에 따라 몰락이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환율에 발목을 잡혔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는 강세고,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는 떨어져 ‘슈퍼 달러’와 ‘엔저’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됐다. 문제는 이 추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가 8일 ‘엔저 대응 및 활용 방안’을 내놨다. 대일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환변동보험 및 정책자금 지원을 늘리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하지만 대책의 타이밍이 한 박자 늦은 감이 역력하다. 엔저의 장기화로 일본에 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이미 큰 피해를 봤다. 환변동보험 및 정책자금 지원 확대는 엔저가 가속화되기 전에 시행됐어야 했다. 일본 기업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 돌입하면 일본과 경합하는 우리 대기업의 주력 수출업종도 타격이 예상된다. 최경환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정책 엇박자로 적절한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버린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상품의 수출 시장을 중국,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 새로운 시장을 뚫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중국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환율 리스크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뒷북 정책’은 곤란하다. 정부는 환율 변동을 예측해 빠르고 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환율 급변에 견딜 수 있는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충 등 ‘단기 처방’ 대신 연구개발(R&D)에 대한 예산·세제 지원 확대 등 정공법을 선택해야 한다. ‘환율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외환당국의 영혼 없는 목소리 대신 근본적인 대책을 기대한다. esjang@seoul.co.kr
  • 말기 암 아빠와 세 딸의 마지막 춤…감동 사연

    말기 암 아빠와 세 딸의 마지막 춤…감동 사연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아빠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뜻 깊게 보내기 위한 세 딸의 노력이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NBC 계열 지역 방송매체 KTVB-TV는 켈빈 피터스(46)와 그의 사랑스런 세 딸 케이틀린(21), 켄들(15), 이사벨라(13)의 슬픔과 행복이 공존하는 사연을 최근 소개했다. 미국 아이다호에 거주하는 피터스가 ‘담낭 및 담관암(cholangiocarcinoma)’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해 말. 당시 의사는 그에게 수명이 수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평소 매우 단란했던 피터스의 가족들은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피터스의 첫째 딸 케이틀린은 아빠가 자신이 결혼하는 모습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곧 현실을 받아들인 케이틀린은 남은 시간을 최대한 뜻 깊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아빠를 위한 가상 결혼식과 댄스파티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여동생들인 켄들, 이사벨라도 함께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다호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케이틀린의 준비는 수월하게 이뤄졌다. 결혼식 장소는 물론 하객 20명, 웨딩드레스,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웨딩촬영 전문 사진사까지 모두 섭외됐다. 그리고 최근 피터스 가족은 친구와 친척 그리고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케이틀린의 가상 결혼식을 성대하게 진행했다. 비록 신랑도 없고 언약식도 생략됐지만 피터스는 세 딸과 웨딩 댄스 타임을 가지며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KTVB-TV와의 인터뷰에서 피터스는 “처음에는 왜 내게 이런 불행이 찾아왔는지 원망하는 마음이 더 컸지만 곧 남은 시간을 어떻게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지를 더 많이 생각했다”며 “이 결혼식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 세 딸들이 실제 결혼할 때도 내 영혼이 그들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인간이 죽은 후 ‘3분’ 미스터리…사후세계 존재?

    인간이 죽은 후 ‘3분’ 미스터리…사후세계 존재?

    최근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연구팀이 이른바 '죽었다 살아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심층 면접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년 간 미국, 영국 병원에서 '심박정지'(cardiac arrest)를 겪은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연구는 그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 연구가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심장이 멈추면 피를 받지 못하는 뇌 역시 30초 정도 후 기능이 정지된다. 논란은 소위 '요단강'을 건넌다는 이 시점에서 유체이탈이나 조상을 봤다는 경험자들의 다양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뇌 기능이 정지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의학적으로 검증하기 힘든 증언이지만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좋은 '떡밥'인 셈이다. 연구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40%가 심장이 멈춰있었던 순간에 '의식'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5분의 1은 죽었다는 그 순간 평화로움을 느꼈다고 대답했으며 13%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한 피실험자는 심장이 정지된 후 유체이탈해 응급실 구석에서 자신을 소생시키는 의료진의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으며 한 남자는 3분 동안 죽은 상태에서 의료진들의 움직임과 의료기기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연구를 이끈 샘 파리나 박사는 "응답자의 증언을 분석해보면 심장이 멈춘 이후에도 최대 3분 정도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환각이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실제 벌어진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학계에서는 유체이탈 같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체로 세포의 죽음으로 인한 뇌의 착각일 가능성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그룹섹스 살인’ 여대생 아만다 녹스 새 남친 공개

    ‘그룹섹스 살인’ 여대생 아만다 녹스 새 남친 공개

    아름다운 외모와 막장 스토리로 이른바 ‘천사와 악녀’ 논쟁을 일으킨 아만다 녹스(27)의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현지언론은 “녹스에게 로커 출신의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 면서 “지난 주말 뉴욕의 거리와 해변을 다정하게 거닐며 데이트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언론이 녹스에게 여전히 큰 관심을 쏟는 이유는 이탈리아 법원과 국민은 여전히 그녀를 잔인한 살인자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이번 녹스의 새 남자친구 소식 역시 이탈리아 언론이 가장 빨리 인용보도하며 그녀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될 것으로 알려진 그녀의 이야기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7년 당시 교환학생으로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학교를 다니던 녹스는 영국인 룸메이트에게 집단성교를 강요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전 남자친구 라파엘 솔레시토(29)와 함께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어 열린 1심 재판에서 녹스는 무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징역 26년 형을 선고했으며 이 소식은 미 뉴스로 보도되며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청순한 외모와 그룹섹스 살인이라는 말초적인 스토리가 큰 화제를 일으키며 녹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미국민의 여론이 일어났다. 결국 지난 2011년 2심 법원이 DNA 증거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판결을 내려 그녀는 고향 시애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녹스는 무려 400만 달러(약 40억원)에 달하는 자서전 계약도 하며 큰 유명세를 얻었으나,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재심 명령을 내리자 녹스 사건은 다시 언론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녹스는 재판을 다시 받기위해 이탈리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재판을 거부했다. 이때부터 다시 이탈리아에서 녹스가 없는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고 지난 4월 피렌체 항소법원은 녹스가 피해자에게 치명상을 가한 정황을 인정해 그녀에게 징역 28년 6개월을 선고했다. 미국과 이탈리아 간의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지만 강제로 송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미국언론의 전망. 녹스는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언론의 관심은 여전하다. 그녀는 고향 시애틀에 머물 당시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제임스 테라노와 사귀었다. 이번에 확인된 새 남자친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주장하는 로커 콜린 서더랜드(27)다.   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열린세상] 세월호 개혁마저 침몰하는가/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세월호 개혁마저 침몰하는가/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통한의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다섯 달을 훌쩍 넘기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발적인 재난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온갖 고질적인 병폐들과 물적 욕망에 가득 찬 부끄러운 가치관의 혼란상이 이런 끔찍한 참사에 이르게 했다는 모처럼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던 참사 초기가 차라리 좋았다. 죄 없는 어린 목숨들의 희생을 딛고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과 가치관 혁명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희망대로라면 지금쯤 대통령과 정치권, 시민사회가 뭉쳐서 희생자의 영혼과 가족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참사 진상 규명은 물론,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총체적 개혁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현실은 세월호 만큼이나 참담하게 세월호 개혁도 침몰 위기에 빠져 있다. 개혁은커녕 정파적 갈등과 분열, 증오와 분노로 얼룩진 우리들의 일그러진 몰골은 참으로 희생자들의 영혼을 대할 면목이 없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수준, 정신적 성숙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사실 무고한 생명들과 함께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일정 부분 가해자이자 피해자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많은 사람의 희생자 조문 행렬 속에서, 그리고 대통령이 행한 눈물의 대국민담화 속에서 우리는 세월호 개혁 실천을 약속했다. 물론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온갖 분열상에서 보듯이 세월호 개혁의 핵심이랄 수 있는 진상 규명과 국가혁신 과제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그만큼 대통령을 중심으로 여야 정당, 시민사회가 갈등조정과 합의를 넘어 통합과 단합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발휘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자꾸 세월호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세월호 때문에 되는 일이 없으며 다른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의 ‘세월호 피로 괴담’을 퍼뜨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야당과 진보적 시민세력 또한 가해자로서 일말의 책임의식이 자기반성과 내부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집권세력 비난으로 일관하면서 신뢰할 수 없는 무책임한 집단으로 동반 전락했다. 우리 모두 같은 세월호 피해자라는 인식의 망각은 더 큰 치명적인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쯤 우리는 각자 세월호 피해자로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단합을 통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힘을 결집해야 한다. 지금 세월호 개혁 침몰 위기는 저마다 처한 상황에서 피해자 의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가장 큰 피해자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쉽게 위로받지 못하는 상실의 아픔을 수사권과 조사권 부여라는 완고한 외곬 주장으로 표출함으로써 상당수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 헌법체계 논란이 아니더라도 특검 대신 수사권을 가진 조사위가 파헤칠 수 있는 진실이 여전히 한계가 있음은 익히 지적됐고, 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월호의 최대 피해자는 또한 국민의 대표인 박근혜 대통령이다. 국민이 받은 충격과 상처, 분노, 이후 진상 규명과 사회개혁 책임을 느닷없이 모두 품으로 안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럴 때 ‘국민 엄마’를 자임하며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상처를 가슴으로 안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더불어 개혁실천에 나섰더라면 위대한 여성 지도자로 거듭났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개인적인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는지 대통령은 ‘완고한 공주’, ‘절반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듯한 언행을 연발하면서 여전히 세월호 피해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 또한 지나친 대통령 공격과 내부 분열 행위를 통해 세월호 피해자 신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야당세력의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의 부재 7시간’ 의혹 부풀리기는 더 큰 피해자인 대통령을 위로하고 협조하는 대신 공격하는, 저질적인 정파적 분열행위에 해당한다. 마치 중세의 마녀사냥과 같은 대통령 공격 심사는 최근 야당 내부 분열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통합 리더십이 없이 어찌 세월호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지금 실종된 세월호 개혁을 구해낼 희망은 대통령, 여야, 시민 모두가 순수한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단합을 이뤄낼 때만 가능할 것이다.
  • “詩 쓰기는 무력하지만 폭력시대에 詩는 희망”

    “詩 쓰기는 무력하지만 폭력시대에 詩는 희망”

    “시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들은 모국어를 벗어나기 쉽지 않은 문학 장르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어떻게 내 몸과 같은 언어와 후천적으로 익힌 외국어 사이의 충돌을 시로 만들어 내시는지 궁금했어요.”(김행숙 시인) “시인으로서 제 영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모국어죠. 그런데 문학상을 타고 원고료를 받다 보니 계속 쓰게 되더군요(웃음). 처음엔 재미로 했는데 이젠 한자를 뿌리로 서로 다른 두 언어의 차이를 즐기며 시 쓰는 매력에 푹 빠졌어요.”(톈위안 시인) 중국 시인으로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동시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이색적인 이력을 밟고 있는 톈위안(49)과 2000년대 ‘미래파’의 대표 기수로 시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김행숙(44) 시인. 지난 23일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2014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만난 한·중 양국의 시인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문학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쏟아냈다. 두 시인의 만남은 2009년 톈위안이 일본에서 펴낸 시집 ‘돌의 기억’을 읽고 매료된 김 시인의 러브콜로 성사됐다. 김 시인은 모국어인 중국어와 외국어인 일본어를 오가며 시를 쓰는 톈위안을 “언어의 충돌을 시로 빚어내는 만큼 ‘에로스와 꿈’을 주제로 하는 이번 축제에 가장 어울리는 작가”라고 했다. 톈위안은 김 시인을 “그 자체로 한 편의 시가 되는 분”이라고 화답했다. 한·중·일이라는 동일 문화권을 공유하고 있는 두 작가의 시는 질감은 달라도 같은 주제 의식으로 교집합을 이룬다. 최근 펴낸 ‘에코의 초상’까지 지금까지 출간한 네 권의 시집을 돌이켜 보면 “이 말썽 많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줄곧 써온 것 같다”는 김 시인의 말에 톈은 “인간성과 세계의 관계, 삶의 근원, 죽음 등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찾아오는 이 주제들은 내 시의 질문이기도 하다”며 공감했다. 두 시인은 시 쓰기를 ‘삶의 운동, 사랑의 행위’(김행숙)이자 ‘정신적인 중독’(톈)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오롯이 시에 매달려 왔다. 하지만 요즘은 시를 외면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문에 더 열광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시와 문학의 역할에 회의가 엄습하지는 않을까. “요즘 ‘우리는 말로 너무 많이 타인에게 돌멩이를 던지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딱딱한 돌멩이로 굴러다니는 말들이 불러일으키는 행위들이 폭력적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요. 이런 폭력적인 시대에 시란, 문학이란, 어쩌면 가장 무력하고 무용한 방식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유용함과 유력함만을 앞세우는 현실의 논리와 세력을 ‘느린 소통’으로 이해하고 가다듬는 희망이지 않을까요.” 귀 기울여 듣던 톈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 세계적으로 현대시 독자가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시가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도와주거나 전쟁을 멈추지는 못하죠. 하지만 시는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세상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하지 않나 싶어요. 시는 인스턴트 라면처럼 한 번 먹고 버리는 일회성 소비품이 아니라 이백, 도연명의 시처럼 현재의 독자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읽히고 영향을 미치는 불변성을 갖죠. 때문에 시인은 시간과의 싸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해요.” 톈은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등 4개국 시인들이 모여 상대국의 작품을 자신의 나라 언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모임인 ‘동아시아현대시의 현재’에서 중국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 작가의 작품을 고루 접하며 문학 교류에 앞장서는 그답게 한국 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정신과 육체, 감성과 이성의 균형이 잘 잡힌 고은 시인과 정치색이 강한 김지하 시인의 작품을 인상 깊게 읽었다”는 그는 “최근 중국에서도 서정성이 풍부한 한국 현대시를 높게 평가하고 출간하려는 흐름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시인은 세계 문단에서는 아직도 ‘주변부’로 치부되는 아시아 문학에 대한 고민과 기대도 함께 나눴다. “이제 곧 노벨문학상 시즌이 다가오는데 유럽에서 생긴 상이라 아시아 문학이 주목받지 못하는 한계는 분명 있어요. 하지만 최근 다양한 나라의 시를 읽어보면 아시아 문학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작품이 지닌 힘과 감성 등에 있어서 결코 뒤처지지 않아요. 활발한 교류, 번역 등이 전제된다면 아시아 시가 주류가 되는 시기가 곧 올 겁니다.”(톈) “언어가 자신의 언어 공동체를 벗어나 다른 언어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우리 문학에도, 작가 개인에게도 도전이에요. 영미권 중심이던 세계 문단이 최근 남미권 문학에서 큰 에너지와 영감을 수혈받고 있듯 아시아 문학이 지닌 독특한 특질이 세계 문학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라 저도 기대해요.”(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비밀의 문 김유정, ‘여배우 포스+발랄한 소녀’ 반전매력 사진에 “기대폭발”

    비밀의 문 김유정, ‘여배우 포스+발랄한 소녀’ 반전매력 사진에 “기대폭발”

    ‘비밀의 문’ ‘김유정’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 김유정의 촬영현장 사진이 공개됐다. 22일 ‘비밀의 문’ 측은 서지담역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쓰담쓰담해주세요, 이것 참 쑥스럽다”라는 글과 함께 4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김유정은 ‘비밀의 문’ 한복 의상을 입고 있다. 특히 브이 포즈를 취하며 발랄한 매력을 보이다가도 촬영에 임할 때는 진지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비밀의 문 김유정 촬영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밀의 문 김유정, 완전 매력덩어리”, “비밀의 문 김유정, 본방사수합니다”, “비밀의 문 김유정, 너무 기대된다”, “비밀의 문 김유정, 유정이 너무 예쁘다”, “비밀의 문 김유정, 정말 잘 컸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은 강력한 왕권을 지향하는 영조와 신분의 귀천이 없는 공평한 세상을 주창하는 세자 이선의 갈등에 궁중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재해석한 작품이다. 김유정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서지담을 연기한다. 오는 22일 밤 10시 첫 방송. 사진=드라마 ‘비밀의 문’ SNS(‘비밀의 문’ ‘김유정’) 연예팀 mingk@seoul.co.kr
  • [새 영화] ‘지골로 인 뉴욕’ 가을을 적시는 어른들의 진짜 로맨스

    [새 영화] ‘지골로 인 뉴욕’ 가을을 적시는 어른들의 진짜 로맨스

    고독의 이 계절에 어울리는 영화가 나왔다. ‘어른들이 하는 진짜 사랑 이야기’라는 다소 거창한 카피를 내건 영화 ‘지골로 인 뉴욕’은 인간의 근원적 고독에 대해 파고든 작품이다. 돈도 많고 능력도 있지만 정작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외로움을 느끼는 피부과 의사 파커(샤론 스톤), 유대인으로서의 규율과 제약으로 억눌린 삶을 살아 온 젊은 미망인 아비갈(바네사 파리디)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따뜻한 온기와 정에 굶주린 사람들이다. 뉴욕에 살고 있는 머레이(우디 앨런)는 운영하던 책방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자 생활고에 직면한다. 그때 피부과 전문의 파커로부터 즐길 수 있을 만한 남자를 소개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주변에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머레이는 꽃집에서 일하는 휘오라반테(존 터투로)에게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다. 휘오라반테는 수려한 외모의 미남은 아니지만 수더분하고 부드러운 매력을 지녔다. 게다가 과묵한 데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경청하는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로 단숨에 고독한 영혼들을 치유하는 ‘지골로’로 명성을 날린다. 전반부에는 휘오라반테의 이야기와 그에게 여성들을 알선해 주는 머레이의 코믹한 상황을 감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다소 진지한 사랑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꾼다. 휘오라반테는 지금껏 만나온 여자들과는 다른 아비갈의 순수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에 빠져들고 아비갈 역시 휘오라반테의 따뜻함에 빠지면서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 꽃핀다. 그러나 그녀를 짝사랑해 온 방범대원이 이들의 관계에 대한 뒷조사를 벌이면서 위기에 맞닥뜨린다. 이 영화는 제2의 우디 앨런이라고 불리는 존 터투로가 감독, 각본, 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바톤 핑크’로 칸영화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고 국내에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그는 이 작품에서 무표정한 지골로를 매끄럽게 소화해 냈다. 가을빛 로맨스를 감성적으로 풀어 내며 감독으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우디 앨런은 지골로와 여자들의 만남을 알선하는 브로커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펼친다. 때론 인생을 통찰하는 촌철살인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쉰을 넘긴 나이에 여전히 관능미를 뽐내는 샤론 스톤의 연기도 볼만하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은 것은 단점이지만 귀에 익숙한 재즈 선율과 뉴욕의 가을 정취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그대로 자란 ‘여신미모’ 비교해보니 男心폭발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그대로 자란 ‘여신미모’ 비교해보니 男心폭발

    ‘비밀의 문 박은빈’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에 출연하는 배우 박은빈과 김유정의 과거 사진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 서울 양천구 SBS 목동사옥에서는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한석규를 비롯해 이제훈, 김민종, 박은빈, 김유정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박은빈은 ‘비밀의 문’이 자신의 10번째 사극임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은빈은 ‘비밀의 문’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중록을 읽으면서 한스러운 세월을 살다간 여인이 드라마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됐다”며 “한석규와 함께 하는 것이 기뻤고 남편이 이제훈이란 사실에 기뻐하며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박은빈과 김유정의 아역시절 사진이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개된 사진 속 박은빈과 김유정은 앳된 미모와 풋풋한 미소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과거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둘 다 너무 잘 자랐다”,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어릴 때랑 똑같네 똑같아”,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이제는 여배우같다”,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비밀의 문 본방사수해야지”,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캐스팅 완전 만족”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은 강력한 왕권을 지향하는 영조와 신분의 귀천이 없는 공평한 세상을 주창하는 세자 이선의 갈등에 궁중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재해석한 작품이다. 박은빈과 김유정은 각각 혜경궁 홍씨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서지담을 연기한다. 오는 22일 밤 10시 첫 방송.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서울신문DB(‘비밀의 문 박은빈’ ‘비밀의 문’ ‘박은빈’ ‘김유정’) 연예팀 mingk@seoul.co.kr
  • 해외여행 | 이탈리아-미술과 음악을 품은 마르케 Marche

    해외여행 | 이탈리아-미술과 음악을 품은 마르케 Marche

    이탈리아 마르케 지역을 다녀왔다. 이름은 생소했고, 미리 구해 놓은 정보도 거의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약 30년을 살았다는 한국인 가이드는 “마르케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진짜 휴양지”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 진짜 휴양지에는 풍경 이외에 예술과 음식도 풍성하게 깃들어 있었다. 넉넉한 휴양지 마르케 기행문을 작성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경한 지역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낯선 곳이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이 공존한다. 이번에도 설렘과 조바심이 끊임없이 교차했는데, 불안정한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은 마르케의 수굿한 풍경과 아슴아슴한 예술이었다. 마르케주는 이탈리아 중북부 동해안에 위치해 있다. 한반도에 비유하면 강원도쯤 되겠다. 강원도가 그렇듯이 마르케도 바다와 산을 함께 거느리고 있다. 자연이 넉넉하게 인심을 썼다. 구릉도 있고 동굴도 있다. 우리가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가듯 이탈리아 사람들도 마르케에서 바캉스를 즐긴다. 마르케에 아예 ‘세컨드 하우스’를 두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했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들어가면 금방 열기가 수그러들었다. 마르케 여행 첫날,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아갔다. 감청의 아드리아Adria해가 넘실거렸다. 수영복 차림의 커플 한 쌍이 소형 보트를 몰고 쏜살같이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마주한 아드리아해였다. 첫 경험은 크로아티아에서였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가 있는 발칸반도는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탈리아에 가까운 아드리아해와 크로아티아에 가까운 아드리아해. 바다의 근본적인 성분이야 달라질 것이 없겠지만 어쩐지 느낌이 달랐다. 이탈리아의 아드리아해가 수더분하다면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 해는 아롱다롱했던 것 같다. 사랑이 넘쳤던 미남 화가 마르케에서 중요한 도시로 우르비노Urbino가 꼽힌다. 무엇보다 그림 애호가들에게는 성모화의 대가 라파엘로Raffaello의 고향이란 점이 돋보인다. 라파엘로가 활동하던 16세기 초는 르네상스의 전성기로 불세출의 화가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던 시기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해 미켈란젤로와 티치아노 등이 자신들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대의 공기를 호흡했던 라파엘로가 이들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우선 성격이 사뭇 달랐다. 어딘가 신비롭고 고독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재 예술가’의 면모를 지녔다면 라파엘로는 성품이 사근사근해서 어딜 가나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활약했던 분야도 상이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미술을 넘어 조각과 건축 등에도 재능의 촉수를 뻗쳤다면 라파엘로는 회화에만 집중했다. 라파엘로는 1483년 우르비노에서 태어났다. 첫 번째 미술 선생님은 궁정화가인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등진 이후에는 페루지아에서 그림 수업을 계속했고, 17살인 1500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의뢰받기 시작했다. 우르비노는 라파엘로의 고향이기는 하지만 그를 유명하게 해준 성모자상과 초상화들은 1504년부터 거주한 피렌체와 1508년에 입성한 로마에서 그린 것들이다. 14세기에 지어진 라파엘로 생가Casa di Raffaello에 들어섰다.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가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그가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방에는 성모와 아기 예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작은 안뜰과 우물의 존재는 라파엘로의 가정이 당시 꽤나 부유했음을 일러 주었다. 집 안 한쪽에 놓인 라파엘로의 흉상은 그가 상당한 미남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얼굴값’을 단단히 했던 모양이다. 많은 여인들을 사랑했는데, 미술가들의 삶을 기록한 전기 작가 조르조 바사리에 따르면 연애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열병을 초래했다고 한다. 안코나 마르케의 주도다. 안코나항은 아드리아해와 접한 이탈리아의 항구들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그리스나 크로아티아 등으로 떠나는 페리를 이용할 수 있다. 산 치이라코San Ciriaco 대성당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몬테펠트로가 정면을 바라보지 않는 이유 우르비노는 1998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우르비노는 르네상스 시대에 활짝 꽃을 피운 도시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각지의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이 우르비노로 모여들었고 이들이 물을 뿌려 가꾼 풍만한 문화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특히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Federico da Montefeltro가 통치하던 시절(1444년부터 1482년까지)이 우르비노의 최전성기였다. 몬테펠트로는 원래 용병이었다. 남들의 전쟁에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나가 대신 싸우는 것이 그의 직업이었다. 그는 뛰어난 군사 전략가인 동시에 계몽적인 지도자였다. 1444년 공작이 되고 난 후 이름난 사상가와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소를 마련하고자 했는데, 그의 바람이 구체화된 것이 바로 우르비노의 중심이자 지금도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군림하고 있는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이다. 비례와 균형의 미학으로 지어진 두칼레 궁전은 현재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우르비노 태생의 라파엘로, ‘회화의 군주’ 티치아노, 몬테펠트로 부부의 초상화를 그린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원근법에 심취했던 파올로 우첼로 등의 ‘르네상스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우르비노를 대표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부부 초상’과 두칼레궁에 소장된 페드로 베루게테의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와 아들 귀도발도’를 보면 몬테펠트로의 얼굴이 ‘호감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무스름한 피부, 매부리코, 툭 튀어 나온 턱, 거슴츠레한 눈매는 고약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두 그림에는 공통점이 있다. 몬테펠트로의 왼쪽 얼굴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1455년 창 시합에서 오른쪽 눈을 잃은 후 정면 대신 늘 왼쪽 측면을 그리도록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초상화는 사실주의적 묘사가 인상적이다. 또 아들과 함께한 그림에서는 갑옷을 입은 채 책 읽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몬테펠트로가 문무를 겸비한 지도자임을 나타내고 있다. 루벤스를 보려면 페르모로! 페르모Fermo 에도 아퀼라Aquila라는 이름의 극장이 있다. 마르케주에서 두 번째로 큰 극장이다. 1792년 문을 열었으며 1,000석 규모를 자랑한다. 플로어 앞쪽에 앉은 사람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공연 무대를 경사지게 만들었다. 1590년에 완성된 건물 프리오리Priori에는 루벤스를 비롯한 유명 화가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과 1722년에 제작된 거대한 지구본이 눈길을 끄는 시립도서관이 있다. 아퀼라 극장 Via Giuseppe Mazzini, 4, 63023 Fermo, Italy +39-0734-284345 프리오리 미술관 Piazza del Popolo, 63023 Fermo, Italy +39-0734-217140 페사로가 낳은 아들 로시니 우르비노에서 차로 4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인구 9만의 도시 페사로Pesaro를 찾았다. 우르비노의 인물이 라파엘로라면 페사로의 얼굴은 로시니Rossini다. <세비야의 이발사>, <빌헬름 텔>로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 말이다. 로시니는 1792년 페사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소프라노였고 아버지는 호른 연주자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음악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6살에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고 14살에 오페라를 만들었다. 그가 첼로와 피아노, 작곡을 체계적으로 배운 곳은 볼로냐 음악학교였는데 지루한 수업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그만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밀라노시에서 그의 동상을 세운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돈을 내게 주면 매일 서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농담을 즐겼다. 그의 익살맞은 성격은 오페라에도 잘 드러난다. 내용은 극적이고 선율은 유쾌하다. 페사로에는 로시니 극장이 있다. 181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극장이다. 로시니는 이미 20대에 작곡가뿐만 아니라 극장장과 지휘자로도 맹활약했는데, 로시니 극장에서도 당연히 지휘를 했다. 예전 극장은 음악 감상 이외에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한다거나 카드놀이를 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다고 한다.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로시니 극장은 5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계층에 따라 앉는 자리도 달랐다. 2층 중앙석은 최고 권력자를 위한 자리였고 일반인은 4층부터 앉을 수 있었다. 페사로에서는 매년 8월이면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도 8월10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되는데, 무대에는 당연히 로시니의 작품을 올린다. 지난해 120만여 명이 관람했을 정도로 축제는 항상 성황을 이룬다. 참고로 티켓 가격은 20~180유로다. 어쨌든 마르케주에만 로시니 극장 같은 곳이 72개가 있다고 하니 이탈리아 사람들의 음악 사랑을 짐작할 만하다. 작업복을 입은 회장 마르케에서 음악과 관련된 도시로 마체라타Macerata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의 상징이 바로 스페리스테리오 야외극장Arena Sferisterio이다. 유럽의 중요한 야외극장 중 하나인데, 스페리스테리오의 공연 역사는 19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작의 후원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가 상연됐던 것이다. 스케일이 엄청났다. 무려 1,000명이 넘는 배우가 투입됐고 낙타나 말 같은 동물들도 출연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17회 공연으로 7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마체라타 오페라’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를 상연했지만 어쩐 이유에서인지 관객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결국 1927년까지 스페리스테리오에서는 공연이 열리지 않았다. 부활의 계기는 1967년에 찾아왔다. 마르케 출신의 카를로 페루치라는 인물이 ‘마르케 오페라 순회 공연단’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전국 순회공연에 나섰는데, 마체라타의 차례가 되자 스페리스테리오를 공연장으로 요구했던 것이다. 마체라타측으로부터 새로운 무대와 조명 등의 지원을 받은 페루치는 <오셀로>와 <나비부인> 등을 공연하며 야외극장을 부활시켰다. 1992년부터는 한여름에 스페리스테리오에서 서너 개의 오페라가 공연되는 ‘마체라타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리기 시작했다. 스페리스테리오는 스포츠 경기장이었다. 주로 15세기부터 유행한 핸드볼 형식의 공놀이 경기와 투우가 벌어졌다. 스페리스테리오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데는 극장의 특이한 형태와 더불어 음향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구조에 있다. 아무런 음향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소리가 잘 전달된다. 직접 만나 본 아트 디렉터도 “소리가 극장 모든 곳에 동시에 도달하고 원래 소리의 두 배가 되어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 최고의 성악가들이 스페리스테리오의 무대에 앞 다퉈 올랐다. 이탈리아는 패션의 나라이자 명품의 본고장이다. 전 세계 명품 시장의 절반을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장악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 가운데 무려 53%가 명품 산업 종사자라는 통계도 있다. 협회를 만들어 명품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마르케에서는 신발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곳에 프라다Prada, 토즈Tod’s, 체사레 파치오티Cesare Paciotti의 신발 생산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마체라타에 있는 명품 구두 브랜드 로리블루Loriblu 본사를 방문해 제조 공정을 살펴보았다. 패션 문외한이지만 각 라인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태도와 표정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건물 안에 들어 있는 매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순간, 우연히 로리블루 회장 부자父子를 마주쳤다. 놀랍게도 그들은 작업복을 입은 채 구두와 씨름 중이었다. 옷에 잔뜩 묻은 검댕이, 구두를 향한 그들의 열정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처음 만난 우리 일행을 스스럼없이 대했다. 권위가 권위주의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오래 가는 화이트 와인 페사로에 로시니 극장이 있다면 예시Yesi에는 페르골레시 극장이 있다. 맞다. 작곡가이자 바이올린 및 오르간 연주자인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가 예시 태생이다. 1710년에 태어난 페르골레시는 27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너무 짧은 삶을 살아서였을까. 그는 사후에 훨씬 더 큰 명성을 얻었다. 페르골레시의 작품 중 <마님이 된 하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음악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쉽게 말하자면 프랑스의 궁정 오페라가 우월하냐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이탈리아어로 쓰인 가벼운 내용의 희극)가 우월하냐는 논쟁이었다. 2년에 걸친 싸움은 결국 이탈리아측의 패배로 끝이 났지만 역설적이게도 프랑스 희가극인 오페라 ‘코미크’의 탄생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1790년 처음 문을 열었다가 1883년 재개관한 페르골레시 극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다음, 와인 테이스팅을 위해 발레아니 광장에 있는 에노테카Enoteca로 자리를 옮겼다. 에노테카는 마르케와인협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포도 품종의 개발과 와인 생산업자들의 보호 및 육성, 와인 유통 활성화 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화이트 와인 2가지, 스푸만테 1가지, 레드 와인 1가지를 시음했는데 역시 베르디키오Verdicchio 품종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베르디키오는 마르케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상큼한 신맛이 일품이다. 화이트 와인뿐만 아니라 스파클링 와인인 스푸만테 양조에도 쓰인다. 양조장에 따라서는 베르디키오를 늦게 수확하기도 하는데, 이는 산도를 낮추고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베르디키오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탁월한 숙성력이다.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 저장 기간이 짧은 편인데 베르디키오를 이용한 화이트 와인은 빈티지가 좋을 경우 10~15년 정도도 거뜬하다. ‘어린’ 베르디키오 와인에서는 신맛과 살짝 매운 맛이 감돌고 ‘묵힌’ 베르디키오 와인에서는 농익은 사과향이 난다. 마르케에 머물며 접한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이 아스콜라나 올리브Olive Ascolana튀김이다. 아스콜라나는 아스콜리나 지역에서 재배한 올리브로 크기가 커서 씨를 빼고 속을 채워 튀기기에 적합하다.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바삭한 튀김옷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잘게 다진 고기의 식감이 서로 잘 어울렸다. 아드리아 해에 면한 항구도시 세니갈리아Senigallia에서는 미슐랭 스타 셰프인 마우로 울리아시Mauro Uliassi를 만날 수 있었다. 17살이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생계유지를 위해 셰프의 길을 선택한 그는 “사실 처음에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여자 친구 생일을 맞아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해준 적이 있어요.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진심으로 감동한 나머지 저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더라고요. 그때 요리의 강력한 힘을 알게 됐죠. 지금의 제 아내가 이렇게 얘기해 주었어요. 당신의 손에는 영혼이 있다고.” 그가 준비한 저녁 정찬 메뉴는 단순하면서도 모던함을 추구한다는 그의 요리 철학을 닮은 듯 보였다. 특히 셰프 스스로 ‘육지와 바다의 만남’이라 칭한 생선 위에 올린 프로슈토와 오징어를 넓적하게 썰어 먹물 소스를 끼얹은 요리가 사람들로부터 감탄을 이끌어냈다. 코스 요리와 그에 어울리는 와인 그리고 후식까지 음미하다 보니 시계가 어느새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이탈리아관광청 www.enit.it, 마르케 주정부, 알리탈리아항공 ▶travel info Airline 알리탈리아항공의 직항편을 이용해 로마까지 간 다음, 안코나행 국내선으로 갈아탄다. 로마-안코나 구간의 비행시간은 약 1시간 10분. Hotel 산 피에트로San Pietro에 위치한 호텔 몬테코네로까지는 안코나공항에서 차로 25분 정도 걸린다. 해발 550m에 자리하고 있어 아드리아해와 언덕이 만들어내는 멋진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호텔은 원래 12세기 수도원으로 이용됐던 건물이다. 지금도 고풍스런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총 50개 객실 보유. via Monteconero 26, 60020 Sirolo (AN), Italy www.hotelmonteconero.it +39-071-9330592 Restaurant 라 토레La Torre 주방에 들어가 셰프가 파스타 만드는 과정을 구경했다. 밀가루에 달걀을 넣은 반죽이 병아리색을 띈다. 탈리아텔레. 우리네 칼국수처럼 면이 길고 납작한 탈리아텔레 파스타는 셰프가 열심히 치대서인지 면이 유난히 쫄깃쫄깃하다. 함께 넣은 조개, 새우 등의 해산물이 파스타의 풍미를 한껏 올려 준다. via la Torre 1, 60026 Numana (AN), Italy www.latorrenumana.it +39-071-933047 우르비노 리조트 레스토랑 우르비노 리조트의 레스토랑에서는 갓 구운 빵과 돼지 뒷다리를 염장한 다음 바람에 말린 프로슈토를 추천한다. 어깨살과 삼겹살도 있는데 부드럽고 짭짤해서 자꾸만 손이 간다. 도톰한 파스타와 부드러운 송아지 스테이크 그리고 카카오 셔벗까지 함께하면 완벽한 점심 정찬. Via San Giacomo in Foglia, 7, 61029 Urbino (PU), Italy www.tenutasantigiacomoefilippo.it/en/urbino-resort +39-0722-580305 Activity 프라사시Frasassi 동굴 | 1971년에 발견된 프라사시 동굴은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연출하는 지하 세계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동굴의 규모는 상당하지만 관람객에게는 약 1.5km 구간만 개방된다. 1시간 15분 정도 소요. 총 7개의 홀로 구성돼 있는데, 6·7번 홀은 사전 신청자에 한해 입장이 허락된다. 길이 험하기 때문에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한다. 동굴 내부의 기온은 연중 14℃로 일정하다. Largo Leone XII, n 1 - 60040 Genga (AN), Italy www.frasassi.com +39-0732-90090 피아스트라 수도원Abbazia Fiastra | 예시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피아스트라 수도원은 여전히 엄격한 계율을 신봉하는 시토 수도회 소속이다. 이탈리아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수도원 중 하나로 꼽힌다. 수도원 주변은 자연보호 구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Abbadia di Fiastra , 62029 Tolentino (MC), Italy www.abbadiafiastra.net +39-0733-818638 아스콜리 피체노Ascoli Piceno | 로마보다 오래된 도시 아스콜리 피체노에는 도시의 중심을 잡아주는 두 개의 광장, 포폴로Popolo와 아링고Arringo가 있다. 아링고 광장에는 도시의 수호성인 에미디오에게 바쳐진 산 에미디오San Emidio 성당이 있고 바로 옆에 위치한 시청 내부에는 시립미술관이 있다. 미니 열차를 이용하면 도시의 명소들을 손쉽게 돌아볼 수 있다. 가격은 6€ 다. 로레토Loreto | 가톨릭 신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띠는 도시가 로레토다. 성가聖家, 즉 성모마리아가 태어난 나사렛 집의 일부(지상 부분의 담벼락으로 추정)가 로레토 성당Basilica di Loreto 안에 옮겨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사렛에 남아 있는 성가의 지하 부분과 로레토 성가의 담벼락이 같은 벽돌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성당과 성가 내부는 기도를 올리는 순례자들과 일반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그리고 그는 그의 마음을 미지의 기술에 바쳤다.” 책머리에 나오는 이 말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제8권에서 인용한 말이다. 이 문장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가 크레타 섬에서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대목으로, 이 책의 주인공인 스티븐의 대사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이 그를 크레타 섬에 가뒀을 때 손수 날개를 만들어 달고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탈출한 인물로, 주인공 스티븐 디달러스의 표상이다. 주인공 ‘스티븐’은 신약성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최초의 순교자 이름이고, 디달러스는 ‘명장’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다이달로스의 이름이다. 바로 이 인용문과 이름에서 작가가 예술가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예술가는 갇혀 있는 체제 속에서 격리되고 추방되는 동시에 창조를 통해 탈출하며 순교하는 자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대사인 “삶이여, 오라. 나는 이제 백만번씩이라도 경험의 현실과 만나러 내 영혼의 대장간에서 아직 창조되지 않은 내 민족의 의식을 벼려 내러 간다”는 탈출에 성공해 비상하는 다이달로스의 이미지와 겹치며, 자신이 추구하는 삶으로의 비상을 표현한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소설 기법으로 창조했다. 의식의 흐름은 개인의 의식에 떠올라 그의 이성적 사고의 흐름에 병행해 의식의 일부를 이루는 시각적·청각적·물리적·연상적·잠재의식적인 수많은 인상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한 기법이다. 의식의 흐름은 인물이 갈등하는 상황과 그것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데, 주로 주인공의 내적 독백으로 서술된다. 그래서 독자는 책을 읽으며 스티븐의 예민한 의식 깊숙이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의 내적 진실과 맞닥뜨린다. 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인 ‘에피퍼니’는 매 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1장에서 스티븐이 돌란 신부에게 억울하게 매를 맞으며 종교의 부당한 권력에 대해 자각하는 순간, 2장에서 가정 경제의 몰락으로 인한 현실인식을 하는 순간, 3장에서 죄를 범한 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순간, 4장에서 바닷가에서 치마를 과감하게 걷어 올린 한 소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에 나타난다. 이는 스티븐에게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하는 순간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에피퍼니인 바닷가 소녀를 보는 장면은 스티븐의 ‘살고, 실수하고, 타락하고, 승리하는’ 삶과 연관이 있다. 이는 당시 부모가 그에게 요구했던 아일랜드의 질서 안에서 성공하는 사람이나 가톨릭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장이 요구했던 경건하고 순결한 성직자의 삶도 아니다. 온갖 관습과 의무를 벗어난 새로운 길인 것이다. 스티븐의 감수성과 의식은 가정, 학교, 정치, 성, 종교, 민족, 언어, 예술 등과 대면하며 갈등을 겪게 되는데 크게 가정, 종교, 국가와 충돌한다. 먼저 가정은 스티븐에게 안정을 주지도 못하고 평화롭지 않다. 경제적으로나 지성으로 무능한 아버지는 “게으른 암캐”라고 아들을 지칭하며 스티븐의 자아를 인정하지 않는다. 더구나 어린 스티븐에게 포근한 이미지였던 어머니는 주체적인 여성이라기보다는 맹목적으로 아들에게 종교를 종용하는 대변인이다. 스티븐에게 어머니는 “뚫고 날아가야 할 자신의 영혼 위에 덧씌워진 그물”일 뿐이다. 스티븐은 정신적 고아다. 종교 또한 스티븐에게 회의와 저항감을 줄 뿐이다. 전형적인 아일랜드 중류가정의 기독교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스티븐에게 종교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굴레였다. 스티븐은 성직자의 횡포와 위선을 겪으며 종교적 권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스티븐에게 가톨릭 설교는 인간의 감각적인 욕망을 지나치게 절제시켜 영혼을 짓누를 뿐이다. 스티븐은 신이 원하는 모습은 진실한 마음이지 강압적인 수행이나 고행 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작문 시간에도 현실순응적인 테니슨보다 저항적이고 자유분방한 바이런의 강렬한 시적 표현에 심취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소명이 종교인보다는 예술가에 있음을 인식한다. 국가 역시 자유와 안식을 주지 못한다. 아일랜드는 당시 영국의 식민지 상태였으며 가톨릭에서 심한 억압을 받았다. 민족독립운동가인 파넬이 독립을 이뤄낸 듯했으나 이후 불륜으로 실각하면서 자유를 쟁취하지 못한다. 독립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배신과 변절 등 사회 내부적 갈등이 산재해 있었다. 조이스는 이러한 아일랜드에 환멸을 느낀다. 이런 상황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돼,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상상력과 더불어 작가의 내면과 당시 아일랜드의 도시와 시민, 의식, 정치, 역사 등을 체험하게 한다. 주인공 스티븐의 성격묘사와 배경이 되는 더블린의 모습은 젊은 시절 조이스가 살던 더블린을 반영하고 있으며,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사건들은 대부분 실제 아일랜드의 정치와 역사적 사실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스티븐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학생들은 민족주의에 관심을 갖고 영국문화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옛 고전 문화에서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스티븐은 이러한 문예부흥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 미래가치적인 것을 품고 나가려는 스티븐에게 과거 지향적인 문예부흥 및 민족주의는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티븐은 “우리의 선조들은 자기네 언어를 버리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택했어…. 이 나라에서는 한 사람의 영혼이 탄생할 때 그물을 뒤집어 씌워 날지 못하게 한다고…. 나는 그 그물을 빠져 도망치려고 노력할 거야”라며 국가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결국 스티븐은 “내가 믿지 않게 된 것은 그것이 나의 가정이든 조국이든 나의 종교든, 결코 섬기지 않겠어.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이나 예술양식을 빌려 내 자신을 가능한 한 자유로이, 가능한 한 완전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무기인 침묵, 유배 및 간계를 이용하도록 하겠어”라며 가족이나 종교, 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예술가로 살아갈 것임을 선포한다. 실제로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의 왜곡되고 비뚤어진 내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조국과 불화를 겪었는데, ‘더블린 사람들’이나 ‘율리시스’ 등 조이스의 작품은 삭제요구와 소송제기의 위협, 출간 금지를 당하며 고국의 핍박을 받았다. 그는 고국을 떠나 스위스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조국과 화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대부분 현실의 불합리와 부조리, 억압이나 속박을 알고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거기서 자유롭게 탈피하지 못하고 예속된 삶을 살아간다. 스티븐은 시대와 타협하지 않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예술가적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벗어나 자신의 정체를 찾아갔다. 그것은 자유로운 영혼의 길이며 예술의 방식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자각을 통해 비상하려는 이들에게 공감과 용기를 준다. 스티븐은 예술에서 그 길을 찾았다. 스티븐처럼 비록 시대와 불화하더라도 참된 자유를 누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어느 세계로 비상할 것인가. 이 물음은 욕망으로만 삶을 담보할 수 없는, 내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 [영화 多樂房] ‘나의 첫 번째 장례식’

    [영화 多樂房] ‘나의 첫 번째 장례식’

    ‘나의 장례식’에 대한 호기심은 상당 부분 다른 사람이 나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비롯된다. 육체는 굳었어도 영혼만큼은 몸을 빠져나와 나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그런데 사실, 이미 죽어버린 후에 남의 말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어쩌면 정말 장례식에 참석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살아 있는 나’일 것이다. ‘나의 첫 번째 장례식’의 주인공은 운 좋게도 살아서 본인의 장례식에 함께할 기회를 얻는다. 발칙한 상상으로 시작해 대리 만족과 성찰까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작품이다. 아동극에서 토끼탈을 쓴 배우로 일하고 있는 ‘윌 와일더’는 가족과 동료들 모두 자기의 마흔 번째 생일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스튜디오를 빠져나온다. 13일의 금요일이었던 탓일까. 술주정뱅이에게 차를 도난당하고 절친한 친구 ‘라드’와 함께 있는 사이 윌의 차가 사고를 당해 그는 졸지에 죽은 사람이 되어 버린다. 자기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확인하고 싶었던 윌은 인도인 은행가 ‘비제이’로 변신해 자신의 장례식장을 방문하는데 스스로에게 전하는 추도사와 지인들과의 모임까지, 웃을 수만은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제는 윌의 죽음으로 생명을 얻게 된 비제이가 당당히 활보하며 그의 빈자리를 채운다. 윌은 비로소 운 나쁜 토끼역에서 벗어나 일생일대의 정극 연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비제이가 미망인이 된 아내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이 영화가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쉽게 몰입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변장한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와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하면서도 전처(?)의 곁을 맴도는 남편 모두 동화적 판타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심리적 저항감을 극복하고 나면 장례식을 기점으로 두 번째 인생을 열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이 점차 선명하게 다가온다. 아동극 배우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았던 윌과 달리 비제이는 스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더 필요하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영화의 후반부를 주도하는 것은 과연 한 사람이 완벽하게 두 번의 분리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장례식이라는 극단적 전환점이 있다 해도 비제이가 자기 안의 윌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제이가 미처 버리지 못한 윌의 사소한 버릇과 본연의 체취가 결국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주변 이들-고양이를 포함한-에게 알려주고 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에게는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하나의 결정적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뒤틀어진 자신을 바로잡고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다만, 현실에서 그 계기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 영화가 남기는 가볍지만은 않은 여운도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으리라.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새 영화] ‘서른아홉, 열아홉’

    [새 영화] ‘서른아홉, 열아홉’

    ‘연상연하 커플’은 전 세계 대중문화계의 공통 화두가 된 듯하다. 어린 남자를 찾아다니는 독신 여성을 다소 비하하는 뜻으로 쓰이던 쿠거족은 요즘 연하남을 선호하는 경제력과 자신감을 갖춘 미혼 여성을 지칭하는 용어로 당당히 자리매김 중이다. 국내에서도 드라마 ‘밀회’에서 스무 살 연하남과 사랑에 빠진 여성을 연기한 김희애, 띠동갑쯤 되는 남자와 연애에 빠진 골드미스를 연기한 ‘마녀의 연애’의 엄정화 등이 매력적인 쿠거족으로 그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혹자는 이런 소재의 작품을 신데렐라 판타지에 질린 여성 관객들의 환상을 자극한 작품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랑스 영화 ‘서른아홉, 열아홉’은 그렇게 치부하고 말기에는 아까운 구석이 있다. 연상연하 커플의 관계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 외에도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뒤바뀐 연상연하의 사랑이 궁금한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 답을 줄 만하다. 영화의 주인공은 서른아홉 살의 패션 에디터 알리스(비르지니 에피라).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반항녀’라는 잡지의 기자인 그녀는 회사에서 앞뒤 꽉 막힌 워커홀릭으로 소문이 나 있다. 차기 편집장을 바라보고 있는 위치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경쟁자 리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브라질 출장길에 올랐던 그녀는 잃어버린 USB를 되돌려받기 위해 비행기 옆자리에 탔던 발타자르(피에르 니네이)를 우연히 만난다. 스무 살 어린 발타자르와 함께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그녀는 회사에서 순식간에 입방아에 오른다. 하지만 상사가 오히려 그녀의 색다른 면모를 봤다며 호감을 보이자 그녀는 승진을 위해 발타자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이처럼 알리스와 발타자르는 출발점이 전혀 다른 연애를 시작한다. 전략적으로 섹시한 옷차림을 하고 대학 캠퍼스를 방문한 알리스에게 한눈에 반한 발타자르. 알리스는 거짓말을 둘러댈 때도 진심으로 대해 주면서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해준 발타자르에게 자신도 모르게 점점 빠져든다. 이 영화는 단순히 연상녀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연하남의 시각에서도 남녀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러면서도 심각하고 무겁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빠른 편집을 통해 경쾌한 터치를 이어간다. 예컨대 연상녀를 좋아하는 DNA를 타고난 발타자르의 아버지가 아들의 연애를 돕는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모로 감독은 “스스로의 함정에 빠진 여자 주인공을 통해 사랑이란 나이, 이성, 사회통념과는 무관한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별할 것 없는 소재인데도 파리의 풍광과 패션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맛깔나게 버무려낸 감독의 감각, 배우들의 연기력이 두루 돋보인다. 1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법의 팩트/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법의 팩트/안혜련 주부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그 가슴 아픈 세월호를 입에 올리는 것을. 이 땅에 수많은 원로들과 지도자들이 있기에 그들이 수습책을 잘 마련하리라 믿었고, 다소의 이견과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호의 침몰 앞에서 더없이 무능했던 대한민국의 모습을 세월호법의 난항 앞에서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1차적 재난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으로 인해 한 가지 위기는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세월호 침몰은 청해진 해운의 불법행위, 선원들과 해경이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생긴 참사라 하겠지만, 세월호법 제정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1차 재난구조에 실패한 정부 여당이 심기일전해 마련하는 수습책과 재발 방지책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사실상 현실적 한계 없이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부 모두가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것은 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의 시험대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제2, 제3의 세월호 침몰이 반복될지 알 수가 없다. 사고 후 5개월이 다 돼 가는 지금, 유가족들은 왜 거리에 있는가. 위로를 받아도 부족할 그들이 도리어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지경에 이른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서울신문 기사는 이 참사가 “병든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울 기회일 수 있었음”을 아쉬워하며(27일자 31면), “사회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세월호법”(27일자 30면), “세월호 눈물 뒤 분열만 남았다”(30일자 1면)는 우려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실 그렇다. 그래서 알고 싶어졌다. 세월호법의 팩트가 무엇인지.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 여당과 야당이 주장하는 것, 구체적 입장 차이는 무엇인지,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왜 소모적으로까지 보이는 이 갈등이 계속되는지…. 그러나 서울신문의 기사에서 세월호법 자체에 대한 충실한 사실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문제의 본질인 법안 자체의 팩트보다는, 누가 누구를 만나고 어디서 어떻게 시위를 하고 누가 단식을 하다 언제 끝냈는지와 같은 상황 스케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언론이 어떤 사안의 진행과정을 전달하고 해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정확하고 충실한 사실 관계 위에서 출발할 때, 그러한 인과관계 속에서 더 힘을 받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상처받고 있는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만이 아니다. 기성세대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아이들은 친구들의 희생과 어른들의 무책임함에 당황하고 있다. 이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해 주려는 노력을 누가 하고 있는가. 사고 초기 정부는 국가개조라는 말까지 써가며 최선의 노력을 약속했지만, 그 1차적이고 가시적 성과인 세월호법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어린 생명들의 희생 앞에서 이 땅의 그 많은 원로와 지도자들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에서 우리가 큰 위안을 얻은 것은 그들을 바라보던 더할 수 없이 안타까운 눈빛, 함께 아파하던 그 공감의 몸짓 아니었을까. 유가족과 국민들의 상처받는 마음을 위로해 주려는 노력, 그러한 장을 마련하는 역할, 서울신문에 기대해도 좋을까.
  • [씨줄날줄] 세월호 진혼곡/서동철 논설위원

    문화예술이 사회성을 갖는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거창한 논리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진 문화예술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의 기쁜 일은 함께 축하해 주고, 어려운 일은 같이 걱정하고 위안을 주는 정도라도 흡족하다. 문화예술이 사회성을 갖는다는 것은 문화예술의 본질에 충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사회 변혁 운동 차원의 문화예술 활동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문화예술이 사회성을 갖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 문화예술이 최소한의 사회성이라도 갖고 있는지는 얼마간 의문도 없지 않았다. 서양음악계 전체가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적 추도 분위기를 나몰라라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합창만큼은 다양한 레퀴엠 연주로 희생자의 안식을 기원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진혼곡(鎭魂曲)으로 번역하는 레퀴엠은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미사음악이다. 수원시립합창단은 지난 5월 29일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공연했다. 6월에는 전주시립합창단과 광주시립합창단이 각각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부산시립합창단이 정기공연에서 ‘죽음’을 주제로 포레의 ‘레퀴엠’을 연주했다. 8월에는 유네스코 세계합창연맹(IFCM)의 ‘세계합창 심포지엄 및 축제’가 서울에서 열렸다. 여기서 연주된 미국 포크음악가 엘리자 길키슨의 ‘레퀴엠’은 23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3년의 인도양 지진해일의 희생자 추모곡이었다. 핀란드 작곡가 야코 맨티예르비의 ‘바다 비극의 노래’는 852명이 사망한 1994년 에스토니아호의 침몰사고 희생자를 기린 음악이다. 폐막공연은 ‘독일 레퀴엠’이었다. 모든 공연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는 앞세웠지만, 참사 이후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레퀴엠은 합창의 중요한 레퍼토리로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자주 무대에 오른다. KBS교향악단의 지난 4월 25일 정기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지휘자 요엘 레비는 베르디의 ‘레퀴엠’을 연주하기에 앞서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이 곡을 헌정한다”고 애도를 표시했지만, 이 공연도 세월호 참사 훨씬 이전에 계획된 것이었다. 추석 연휴 전날인 오는 5일에는 이화 필하모닉 정기연주회가 열린다. 베르디의 ‘레퀴엠’ 전곡을 연주하는 이 공연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구상한 것이라고 한다. 지휘자 성기선은 연주회를 소개하는 어디에도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의미를 모르는 청중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교향악단이다. 예술의 사회 참여, 대학의 사회 참여에 특별한 의식이나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인간의 탐욕을 ‘소름 돋게’ 비틀다

    인간의 탐욕을 ‘소름 돋게’ 비틀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어린 딸은 호숫가를 맴돌며 억지로 눈물을 짜낸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슬픈 복희’가 되기를 강요한다며 이내 밝은 표정으로 호숫가를 뛰어다닌다. 복희를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이들은 복희에게 ‘슬픈 복희’가 될 것을 강요하고, 복희는 ‘슬픈 복희’와 ‘즐거운 복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극작가 이강백의 신작 ‘즐거운 복희’는 집단이 만들고 믿는 ‘신화’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가 누구의 욕망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이야기가 어리석은 군중에 떠받들여지면서 누구의 욕망을 채우는지를 과장된 인물과 상황을 통한 은유로 보여 준다. ‘파수꾼’(1974), ‘내마’(1975), ‘봄날’(1984)에서 엿볼 수 있는 이강백 특유의 정치 우화적 요소가 다분하다. 커다란 호숫가의 펜션을 분양받은 퇴역 장군이 죽는다. 장군이 죽자 근처의 다른 펜션들을 분양받은 7명의 주인들은 장군의 죽음을 이용해 펜션에 고객을 유치할 방법을 궁리한다. 그들은 장군의 유해를 국립묘지가 아닌 펜션 단지에 모시고, 복희에게 매일 아침 울면서 장군의 묘소를 찾을 것을 강요한다. 날마다 수십, 수백 명의 군인들이 복희를 보러 펜션을 찾고 일곱 주인들은 주머니를 두둑히 채우는 ‘슬픈 복희’ 신화의 탄생이다. 극은 슬피 울다 웃기를 반복하는 복희처럼 부조리투성이다. 대한제국 시절 증조부가 받은 작위를 물려받았다고 믿는 자칭 ‘백작’, “장군님이 세 번 임종하셨다”는 헛소리를 곧이곧대로 받아 적는 자서전 대필가 등 펜션 주인들은 하나같이 희화화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머리를 맞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치밀하게 돌아간다. 호숫가에 정체불명의 배가 떠오르자 ‘복희호’라 이름짓고, 밤에는 나팔수가 나팔을 부는 음악회를 열어 호숫가를 슬픔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곳으로 만든다. 복희는 ‘슬픈 복희’이기를 거부하고 ‘즐거운 복희’가 되기로 결심한다. 신화가 감춰버린 진실이 꿈틀대는 순간이다. 나팔수와 사랑에 빠진 복희는 그와 함께 마을을 빠져나가려 하고, 펜션 주인들은 둘을 떠나지 못하게 막는다. 호수의 물결은 이들이 탄 보트를 집어삼키고 복희만이 목숨을 건진다. 펜션 주인들은 죽은 나팔수를 그리워하는 복희의 초상화를 그려 팔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작품은 세월호 참사와 포개지면서 정치적 우화의 색채를 더 강하게 내뿜는다. 배의 침몰과 영혼의 수장(水葬), 연인의 울부짖음과 방관하는 사람들까지, 지난해 초고가 완성된 작품에 비치는 세월호의 잔상은 우연의 일치겠지만 기막히게 치밀하다.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우화로 읽힐 여지도 충분하다. 돈 되는 상품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된 모든 이들의 욕망에 대한 풍자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어떤 풍경과 대입해도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소름 돋는’ 경험은 거장의 탁월한 통찰에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 21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1만 8000~2만 5000원. (02)758-2150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지금&여기] 상처와 ‘집단기억’/오상도 문화부 기자

    [지금&여기] 상처와 ‘집단기억’/오상도 문화부 기자

    누군가 이야기했다. 참혹한 전쟁을 갈무리한 ‘종전’을 기념하는 나라는 많아도 전쟁 발발을 기념하는 곳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고. 그런데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전쟁 발발 64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매운 김장김치에 길들여진 독한 민족이라 그럴까. 아니면 종전보다 휴전이란 불완전함을 택한 우리의 특수성 탓일까. 개인적으론 이도 저도 아니라고 본다. 멍에에 쓸려 생긴 아물지 않는 상처 탓이 아닌가 싶다. 같은 겨레끼리 싸우고 죽였다는 틀에 박힌 이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전쟁이 진한 상처, 아니 흉터를 남겼다는 것은 엄연한 진실이다. 우리에게 역사적 상처는 비단 한국전쟁뿐만이 아니다. 나치 독일과 달리 이웃 일본은 여태껏 침략과 지배,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전쟁이 남긴 상흔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자발적 상처 치유 활동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군 위안부 문제다. 일본 정부는 그렇다 치고 왜 일본인들은 상식적인 생각의 틀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최근 한국을 찾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금 일본의 청·장년층은 일본이 단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전쟁이 남긴 상처에 대해선 알고 싶어 하지도, 알려 들지도 않는다”고 고백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모리스 알브바슈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집단기억’에서 찾으려 했다. 한 민족이나 한 사회집단이 공통으로 겪은 역사적 경험은 그것을 직접 체험한 개개인의 생애를 넘어 집단적으로 보존되고 기억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의 정체성 확립 과정은 배타성 형성과 동일시된다고 한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집단학살을 경험한 유대인은 이 같은 집단기억을 구심점으로 강력한 내부적 통합을 이뤘고,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대한 인류 차원의 역사적 집단기억으로 확장했다. 반면 일본 제국주의는 한민족을 우직한 황국신민으로 개조하는 데 바빴으나, 정작 패전 후에는 과거의 집단기억에 대한 스스로의 치유 시간을 갖는 데 실패했다. 미국과 옛 소련 간 냉전체제를 교묘히 이용해 ‘영혼 없는 경제적 동물’로 몸집을 불리는 데만 전력한 탓이다. 최근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죄지은 형제들을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진언했다. 잠재된 역사 미화의 본능에 빠져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의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우리는 과연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그들의 집단기억을 되돌리는 해법은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sdoh@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학담평석 아함경(전 12책)(학담 스님 평석, 한길사 펴냄) 아함경(阿含經)은 초기 불교 경전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아함(阿含)은 산스크리트어 아가마(agama)의 소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 온 가르침’이란 뜻. 아함경은 고타마 붓다의 사촌동생이자 10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아난다가 자신이 들었던 붓다의 법문을 기록한 경전이다. 근본불교연구소를 세워 학술 및 실천불교운동에 힘써 온 학담 스님이 아함의 세계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 12권짜리 방대한 한글경전으로 다듬었다. 한 권의 분량이 1000여쪽이 넘어 집필에만 4년, 교정·교열·편집에만 2년이 걸리는 등 기획한 지 30년 만에 나온 노작이다. 아함을 소승불교의 가르침으로 여겨 홀대해 온 시각을 극복하고 대승불교의 관점에서 붓다의 연기론을 심도 있게 해석했다. 대승불교의 교리가 아함 속 부처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으며, 대승의 보살승이 아함경의 본뜻을 이해한 실천집단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44만원(낱권 구매 가능). 생각의 시대(김용규 지음, 살림 펴냄) 강단에 안주하는 대신 20년가량 저술 활동에 매달린 철학자 김용규의 내공을 보여 주는 책이다. 지식 과잉시대에 우리가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공부는 바로 ‘생각’이라는 점을 친화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와 튀빙겐대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저자는 현재 인류 문명이 거대한 벽과 마주하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사유’의 본질과 미래상을 전한다. 그는 인류사회 발전의 근원이 기원전 8세기에서 5세기 사이 그리스인들의 사유 체계였다고 분석한다. 사유와 언어의 기본적 도구는 은유이며 이를 토대로 원리와 언어의 구조, 수, 수사가 어떻게 생각의 본질을 이루는지 풀어냈다. 저자는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 등을 ‘다섯 가지 생각도구’로 구분하고 이 도구들을 손쉽게 익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508쪽. 1만 6000원. 그림전기 루쉰(왕시룽 지음, 뤄시셴 그림, 이보경 옮김, 그린비 펴냄) 중국의 대문호 루쉰(1881~1936)의 생애를 그림 342점으로 묘사하고 있다. 루쉰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끊임없는 방황과 좌절을 딛고 일어나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루쉰의 일대기 중 중요한 그때 그 장면들을 짤막한 설명과 함께 실어 루쉰의 삶과 사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를 연속성 있는 그림으로 보여 주는 시각 매체를 ‘연환화’(連環?)라고 하는데 교육 효과가 높아 루쉰도 보급에 힘쓴 바 있다. 지은이는 현재 상하이루쉰기념관 관장이자 중국루쉰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루쉰 전문가이며, 그림을 담당한 뤄시셴은 연환화 전수자다. 416쪽. 2만원. 보그:더 가운(조 엘리슨 지음, 이상미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여성용 드레스를 지칭하는 가운은 단순한 옷을 넘어서는 특별한 존재다. 대담함, 화려함, 섬세함은 여성들에게 지상 최고의 낭만을 꿈꾸게 한다.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상상력을 키워 주는 자양분이 되고, 때로는 영혼을 치유하는 약이 되기도 한다.1892년 미국 뉴욕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다루는 잡지로 시작한 패션잡지 ‘보그’(VOGUE)는 줄곧 당시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이너의 가운으로 표지와 지면을 꾸며 여성들의 호기심과 허영심, 환상을 자극했다. 책은 1916년 발행되기 시작한 영국 ‘보그’가 2015년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첫 화보집으로 가운을 중심으로 한 패션사를 보여 준다. 패션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세계적인 포토그래퍼들이 촬영한 300장 이상의 역사적 화보를 다섯 가지 주제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304쪽.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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