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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 탐욕에 중독된 그들 치유 방법은

    조직 탐욕에 중독된 그들 치유 방법은

    중독조직/앤 윌슨 섀프·다이앤 패설 지음/강수돌 옮김/이후/348쪽/1만 8000원대한민국의 직장인들 사이에는 “입사 후 3년, 5년, 7년차에 고비가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직장에서 내 꿈을 펼쳐 보일 것이라던 청운의 꿈은 사라지고, 이상과 어긋나는 직장의 현실에 좌절한 채 ‘월급 노예’가 된다는 한탄이다. ‘중독조직’은 조직이 개개인을 영혼 없는 부속품으로 만드는 메커니즘을 ‘중독’이라는 병리적 현상을 통해 들여다본다. 사회의 거의 모든 조직들은 개인을 중독에 빠지게 하고, 그런 개인들이 떠받치는 조직은 더욱 폐쇄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을 비롯해 종교단체,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직을 컨설팅해 온 저자들은 오늘날 광범위한 조직들이 시달리고 있는 질병을 이 같은 ‘중독’에서 찾는다. 조직의 개개인이 자아를 잃은 채 소모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중독은 잘못된 조직의 목표를 구성원 개개인들이 바로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중독에 빠져 성찰 능력을 잃어버린 구성원들은 사회 전체의 가치와 어긋나는 조직의 목표와 사명 앞에서도 ‘관행’ ‘정상’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로 인해 조직의 탐욕과 이기심, 물질주의는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같은 중독적 현실이 극복 가능하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중독에서 벗어나 치유의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실제 몇몇 조직에서 실행되고 있거나 실현 가능한 해결책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이 책의 번역자인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은 나라 전체가 중독 조직이요, 중독 사회다”라고 덧붙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아빠가 끝까지 갈게, 아이들 살릴 이 나룻배 끌고”

    “아빠가 끝까지 갈게, 아이들 살릴 이 나룻배 끌고”

    이호진(56)씨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염곡동에 있었다. 지난 2월 23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출발한 지 108일째. 그동안 500㎞가 넘는 거리를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으며 삼보일배로 걸어온 그다. 무릎 보호대는 검게 해어져 있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이다. 지난해 4월 16일 막내아들 승현(당시 안산 단원고 2학년)이를 잃었다. 참사 1주년을 2개월 정도 앞두고 딸 아름(26)씨와 서울 광화문까지 520㎞의 고된 순례 여정을 시작했다. 그의 가슴에는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쓰인 노란색 천이 달려 있다. 그 네 글자가 이씨 부녀가 1300리 국토 종단길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하루속히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규명하고 나아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무더운 날씨에 최근 나룻배 모형까지 순례길에 동행하게 되면서 전진 속도가 많이 줄었다. 그의 오른쪽 무릎도 탈이 났다. “사고 당시 큰 나룻배 한 척만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을 다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에 나룻배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고 마음으로나마 살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30명이 동시에 들어야 하는 나룻배 모형에는 세월호에서 나온 주인 없는 젖병 그림과 아직 차가운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실종자 숫자를 뜻하는 9개의 손 그림이 붙어 있다. 험난한 길이니 모든 게 순탄할 리 없다. 얼마 전부터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8일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아 출발이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로 미뤄지기도 했다. “순례단이 출발을 못 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퇴까지 하고 온 분들이 있어 다시 힘을 내 행진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씨 부녀의 여정은 오는 13일 광화문 도착으로 끝을 맺는다. 이씨는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그대로다. 광화문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시민들에게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며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글 사진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한민족의 아리아’ 대서사시 그린다

    ‘한민족의 아리아’ 대서사시 그린다

    “‘아리랑’은 대한민국의 작가로서 이걸 쓰지 않고서야 어떻게 작가라고 할 수 있겠나 하는 절절한 각오로 썼습니다. 아리랑은 나라를 잃고 애국가도 없던 시절 애국가 역할을 한 노래입니다. 작품 내내 흐르는 아리랑 속에 우리의 영혼이 녹아 있죠.”(소설가 조정래) “뮤지컬 ‘아이다’를 공연할 때, 핍박받던 누비아 백성들의 슬픔과 처절함을 그들이 부르던 아리아를 통해 구구절절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의 아리아라 할 수 있는 ‘아리랑’을 뮤지컬로 옮겨야겠다고 결심했죠.”(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태백산맥’, ‘한강’ 등의 대하소설을 집필한 ‘민족 작가’ 조정래(72)와 한국 뮤지컬의 1세대 프로듀서인 박명성(52) 신시컴퍼니 대표가 손을 잡았다. 조정래의 ‘아리랑’을 박 대표가 뮤지컬로 옮기는 것이다. 한민족의 고난과 핍박의 역사가 담긴 대하소설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뮤지컬로 재탄생하는, 한국 뮤지컬계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박 대표는 ‘아리랑’의 뮤지컬 작업을 두고 “사고 쳤다”고 표현했다. 2007년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각색한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로 흥행에 쓴맛을 봤던 터였다. 박 대표는 “10년에 한 번씩은 사고를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리랑’과 신경숙 작가의 ‘리진’, 이중섭 화가의 일대기를 두고 고민하던 중 ‘아리랑’을 선택했다”면서 “조정래 선생님이 ‘정글만리’를 집필하던 시절에 찾아가 괴롭혔는데 흔쾌하게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소설 ‘아리랑’은 ‘태백산맥’, ‘한강’과 함께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으로 꼽히는 역작이다. 1990년 12월 일간지에 연재를 시작해 광복 50주년이던 1995년 8월 완간했다. 구한말부터 해방기까지, 한반도는 물론 만주, 미주로까지 뻗어간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그린다. 조정래 작가는 “나라를 잃어버린 굴욕과 치욕, 저항의 역사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의 방향을 잡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면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아리랑’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건 역사의 딱정이를 뜯어내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소설을 대본으로, 무대 언어로 옮기는 열쇠는 고선웅 작가 겸 연출가가 쥐었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대표인 그는 연극 ‘푸르른 날에’,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창작자다. 고 연출은 총 12권, 4부에 담긴 방대한 이야기를 뮤지컬에 맞게 압축했다.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 말까지로 줄이고 수백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은 감골댁 가족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고 연출은 “소설의 한 챕터가 뮤지컬 한 편이 될 만큼 멋진 미장센과 이야기, 인물이 팔딱팔딱 살아 숨쉰다”면서 “뮤지컬 ‘아리랑’은 애이불비(哀而不悲),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성 작곡가는 민요 ‘아리랑’을 국악과 클래식, 뮤지컬 등 다양한 어법으로 변주해 19인조 오케스트라로 들려준다. 박동우 무대미술가는 LED 스크린과 첨단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활용한 역동적인 무대를 구현한다. 독립운동가 송수익은 배우 서범석과 안재욱이, 감골댁은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연기한다. 양치성 역할은 김우형과 카이, 방수국은 윤공주와 임혜영이 맡았다. 7월 16일~9월 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6만~13만원. 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해외여행 | 남아프리카를 달리는 럭셔리 열차①블루 트레인 The Blue Train

    해외여행 | 남아프리카를 달리는 럭셔리 열차①블루 트레인 The Blue Train

    프롤로그prologue 내가 진정 그 자리에 있었던가? 진정 그 기차를 타고 아프리카 대지를 달렸던가? 아프리카에 ‘블루 트레인The Blue Train’과 ‘로보스 레일Rovos Rail’이란 호화열차가 있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다. 1박 2일 여정에 대략 미화 2,000달러, 2박 3일 여정에 3,000달러 정도 하는 기차에 내가 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럭셔리 기차’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나 탈 것이라 생각했던 그 기차에, 그것도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 레일, 두 기차에 어느 날 문득 내가 몸을 실었다. 눈 깜짝할 새 이루어진 꿈같은 일이다. 블루 트레인을 타고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인근 프리토리아Pretoria에서 케이프타운Cape Town으로 1박 2일을, 로보스를 타고 프리토리아에서 인도양의 도시, 더반Durban으로 2박 3일을 달렸다. ●블루 트레인 The Blue Train 레드카펫 위를 걸어 기차에 오르다 남아프리카의 영혼을 향해 열린 창 ‘남아프리카의 영혼을 향해 열린 창A Window to the Soul of South Africa’ 블루 트레인의 애칭이다. 내가 블루 트레인에 끌리게 된 데는 이 한마디 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어찌 보면 그저 광고 문구에 불과한 이 말은 왠지 내 가슴에 와 닿았다. 블루 트레인이란 호화열차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라도 달릴 수 있다면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블루 트레인을 타고 프리토리아역을 출발해 케이프타운으로 향한다. 블루 트레인 라운지 앞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다. 붉은 카펫을 밟고 VIP 라운지로 들어선다. 드디어 2,000달러짜리 호화열차 블루 트레인의 세계가 시작된다. 아침 7시30분, 출발 한 시간 전에 체크인을 하고 라운지에 앉아 차를 마신다. 스팀 밀크를 넣으니 차 맛이 한결 부드럽다. 늘 커피만 마시느라 외면하던 차 마시는 즐거움을 블루 트레인에서 새삼 알게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8시30분, 블루 트레인에 올랐다. 블루 트레인의 코치는 럭셔리 스위트와 딜럭스 스위트 두 가지로 나뉜다. 두 코치의 가장 큰 차이는 욕조가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크기 차이다. 럭셔리 코치에 있는 스위트의 길이는 5.13m, 딜럭스 스위트는 4m다. 럭셔리는 한 코치에 세 개의 스위트가 있고, 딜럭스는 네 개의 스위트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스위트는 객실이다. 그렇다. 블루 트레인에선 방이 아니라 ‘스위트’라고 말한다. 단순한 방, 객실이 아니라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스위트라는 의미다. 승객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기서 ‘승객’이 아니라 ‘게스트’라 불린다. 내 방은 ‘딜럭스 스위트’ 35번. 낮에는 소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밤에는 트윈 베드룸으로 변한다. 짙은 적갈색 원목 인테리어의 은은한 윤기가 스위트를 빛낸다. 담당 버틀러는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자 ‘리페’다. 24시간 서비스가 가능하다. 나로선 객실에서 리페에게 애프터눈 티 서비스를 받는 게 특별하게 여겨졌다. 묵직한 실버 티 포트 세트가 참 마음에 들었다. excursion 거대한 킴벌리 홀Kimberley Hole 익스커션Excursion은 첫째 날 오후, 블루 트레인에서 내려 즐기는 소풍이다. 노던케이프Northern Cape주의 주도인 킴벌리에 있는 거대한 ‘구멍’을 보러 간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 구멍이라고 말했지만 킴벌리 ‘홀’의 깊이는 326m, 둘레는 1.6km에 달한다. 이제 구멍의 스케일이 상상되는가? 킴벌리 홀은 다이아몬드와 금을 찾아 파 내려간 구멍이다. 1869년 킴벌리의 농가주택 벽 안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자 행운을 찾아 아프리카 전역에서 1만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여기서 2,250만톤의 흙을 파내고 2,722kg의 다이아몬드를 채굴했다. 이때 사람들이 단지 ‘손으로만’ 파 내려가 만든 구멍은 이제 ‘지구상에서 사람이 만든 가장 큰 구멍’으로 불린다. 다이아몬드 채굴은 1914년에 끝났지만 인간의 집요한 욕망이 투영된 그 흔적은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디 비어스De Beers사의 본사가 바로 킴벌리에 있다. 킴벌리 광산 박물관의 다이아몬드 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다이아몬드들을 볼 수 있다. 박물관 주변에는 1880년대 다이아몬드 러시 시절, 마을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화려하고 영광스러웠던 시절의 향수 1박 2일 블루 트레인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디너 타임이다. 그런데 낮에는 드레스 코드가 ‘스마트 캐주얼’이지만 디너 때는 재킷과 타이를 해야 한다. 재킷과 타이는 블루 트레인의 전통이자 승객들의 ‘의무사항’이다. 남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사실 이 문제로 한참을 고민했다. 변변한 양복 한 벌 없는 내가 파티 때나 입는 슈트가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어느 친구에게 빌리기로 했지만 단 한 끼의 저녁 식사를 위해 슈트와 구두를 한 달 동안 싸 들고 다녀야 하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출국 전날 밤까지, 짐은 안 싸고 슈트를 가져갈까? 말까? 두어 시간을 고민하다 결국 챙겨 왔는데 블루 트레인에서 저녁을 먹으며 생각했다. 정말 잘 가져왔구나! 블루 트레인의 다이닝 카에선 슈트와 보타이가 자연스럽다. 다이닝 카로 가기 전 내 방에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블루 트레인이기 때문에 이런 차림이 자연스럽다. 흔히 회사에서 일할 때 입는 ‘양복’과는 다르다. 여기서 양복은 웨이터와 버틀러가 입는 옷이다. 블루 트레인에는 승객이 인식하건 못하건 엄격한 격식이 존재한다. 단 한 끼의 식사를 위해 한 달 동안 슈트와 구두를 들고 다닌 일이 헛되지 않다. 슈트를 입고 다이닝 테이블에 앉는 순간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블루 트레인의 다이닝 카는 마치 무도회장 같다. 19세기 중후반 빅토리아 시대의 기차 여행이 이렇지 않았을까? 블루 트레인에 영국 손님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영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영광스러웠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블루 트레인에서 곱씹는지도 모른다. 영국인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블루 트레인이란 세계는 누구에게나 지속되어야 할 영광의 시대일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시가 한 모금의 선물 블루 트레인에서 유독 내 흥미를 끌었던 곳은 ‘클럽 카Club Car’다. 남자들, 아니 신사들의 놀이터인 클럽 카는 기차의 맨 끝에 있다. ‘신사들만의 클럽’은 술도 잘 안 마시고 변변한 슈트 한 벌 없는 내가 평소에 품고 있던 로망 중 하나다. 내 로망은 클럽 카에서 쿠바산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으로 이루어졌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담배도 안 피는 내가 클럽 카에서 난생 처음 피워 본 시가 이름이다. “시가를 한 번도 안 피워 봤다고요? 그럼 해봐야죠! 연기를 삼키는 게 아녜요. 쪽쪽거리며 입 안에서 향을 느끼고 연기를 내뿜는 거예요. 영국수상 처칠처럼.” 옆 자리의 중년신사, 마이클은 “시가는 코냑과 잘 어울려요”라며 코냑 잔까지 내 손에 쥐어 준다. 언젠가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다. “시가를 피워 봤는데 너무 독해 입 안이 다 헐었어.” 그의 말 탓에 살짝 긴장한 채 시가를 입에 물고 마이클이 시키는 대로 서너 번 시가를 빨았다 연기 내뿜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웬걸, 예상과 다르게 아주 순했다. 심지어 입 안에서 느껴지는 향은 부드럽기까지 했다. 블루 트레인 명성에 걸맞는 쿠바산 핸드 메이드 고급 시가여서일까? 흔히 블루 트레인 앞에는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이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을 종종 긴장하게 만든다. 한편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기차에 탈까? 라운지에서 만났던 30대 후반의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차를 타러 가는데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어요. 어떤 분위기일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거예요.” 나처럼 그녀도 블루 트레인에 처음 탔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들도 있다. 세계 최고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마이클은 케이프타운에서 사업을 하며 요트를 즐겨 탄다고 했다. 나는 블루 트레인에 오르며 꿈같은 일이라고 말했지만 마이클처럼 기차 안의 어떤 이들에겐 블루 트레인이 대수롭지 않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기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천차만별이다. 여행이 좋은 점은 나와 아주 다른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가를 피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어둠 속에 바깥 풍경이 흐른다. 블루 트레인에 탔는데 블루 트레인에 타는 꿈을 꾼다. 하나의 세계가 끝나고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열차는 그저 달릴 뿐이다. 야간 기차의 철로 위에서 어느새 잠이 들었는데 햇살 때문이었을까? 이른 아침에 눈이 뜨였다. 창밖은 온통 붉은 빛이었다. 블루 트레인에서 맞는 아프리카의 일출이다. 블루트레인의 완벽한 배려 1946년부터 운행을 시작했지만 블루 트레인은 모던하다. 스위트 안에서 와이파이가 가능하고, GPS와 TV는 물론 DVD 플레이어가 있으며, 스위트에 에어쿠션 서스펜션 장치가 있어 고속 주행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시속 90km, 프리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1,600km를 27시간 동안 달린다. 차량 길이는 대략 396m, 블루 트레인의 코치 구성은 컨퍼런스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16개 또는 17개 코치로 구성된다. 게스트 룸으로 사용되는 코치는 각각 8개, 10개인데, 내가 탔을 때처럼 17개 코치로 구성될 경우 승객 정원은 74명이고, 컨퍼런스 카가 있으면 58명이다. 다이닝 카의 좌석은 모두 42개로 승객들은 두 차례에 걸쳐 식사를 하게 된다. 프랑스 샴페인과 캐비어를 제외하곤 기본적으로 모든 서비스가 요금에 포함된다. 아침은 7시에서 10시 사이 편한 시간에 즐긴다. 라운지 카는 미팅 플레이스, 만남의 장소다. 바Bar가 있어 식전 음료나 스낵과 함께 애프터눈 티를 마실 수 있다. 룸서비스도 특별한 메뉴를 제외하고 별도의 비용 없이 가능하다. 코치의 실내 온도는 20도에서 21도 사이에 맞춰진다. 하지만 18~28도 사이에서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제한적이지만 세탁 서비스도 가능하다. 응급처치가 가능한 직원도 탑승한다. 담배를 필 수 있는 클럽 카는 기차 앞부분에 위치한다. 담배를 안 피우는 다른 승객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클럽 카를 지나면 세탁 차, 전력실과 수하물 차가 있다. 팁은 캐빈에 있는 봉투에 넣어 라운지 카에 있는 박스gratuity box에 넣으면 된다. 블루 트레인은 ‘Africa’s Leading Luxury Train’ 상을 2009년에서 2014년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받았다. 하나투어 1577-1233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남아프리카항공 www.flysaa.com, 로보스 레일 www.rovos.com, 블루 트레인 www.bluetrain.co.za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쇼팽·코페르니쿠스… 폴란드에 빠지다

    쇼팽·코페르니쿠스… 폴란드에 빠지다

    폴란드 1000년의 예술과 과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지난 5일 막을 올렸다.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폴란드 전역의 19개 기관에서 출품한 2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1918년 독립 이래 폴란드가 해외에서 개최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다. 8월 말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기획특별전 ‘폴란드, 천년의 예술’이다. 폴란드의 예술과 과학적 성취를 상징하는 쇼팽과 코페르니쿠스의 전시품들은 단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쇼팽의 친필 악보는 창작열에 불타던 쇼팽의 영혼을 느끼게 해 준다. 1830년 쇼팽이 직접 쓴 ‘마주르카 마장조 op.6 No.3’로, 마주르카는 쇼팽이 폴란드 전통 무곡을 차용해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으로 폴로네즈와 함께 잃어버린 조국 폴란드를 향한 그의 마음이 담긴 곡으로 유명하다. 쇼팽이 활동하던 시기의 악기인 ‘플레옐 피아노’로 연주하는 마주르카 선율이 감흥을 더한다. 지동설을 주장한 자필 원고, 천문 관측에 사용했던 도구(아스트롤라베, 토르케툼) 등 코페르니쿠스의 손때가 묻은 물품들은 그의 삶과 지동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다. 교과서 속 도판으로만 보던 16세기 천체 관측기구는 중세 과학 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중세부터 20세기까지 폴란드 예술의 변천사를 보여 주는 작품들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폴란드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민화가인 얀 마테이코의 대형 역사화들이다. 특히 바르샤바 왕궁 소장의 폭 6m, 높이 4m의 ‘프스코프의 스테판 바토리’는 규모 면에서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중세 제단화와 조각상들은 중세미술의 진수를, 16~18세기 폴란드 귀족 특유의 정신문화인 ‘사르마티즘’이 반영된 복식과 무기, 공예품들은 폴란드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박물관 측은 “전시 작품들은 전쟁과 침략으로 점철된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폴란드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아픔의 역사 속에서도 찬연히 이어져 온 폴란드의 영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제23회 공초문학상] “詩는 신앙… 詩 속에 깨달음과 구원 담겨 있어”

    [제23회 공초문학상] “詩는 신앙… 詩 속에 깨달음과 구원 담겨 있어”

    “젊었을 땐 사랑에 대한 시를 전혀 쓰지 못했어요. 비현실적이고 기교적인 시만 썼습니다. 돌이켜보면 영혼이 없는 시였어요. 내부에 꽉 찬 사랑의 감정을 항상 억누르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가을쯤 속에 뭉쳐져 있던 그 감정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서야 비로소 영혼이 있는 시, 사랑에 대한 시를 쓰게 됐습니다.” 등단 51년을 맞은 김윤희(77) 시인의 성찰이다. 50여년간 가슴속에 눌러둔 사랑의 감정이 최근에야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광의의 사랑을 깨우쳐서다. “어렸을 땐 ‘받는 사랑’만 생각한 것 같아요. 사람뿐 아니라 사물 등 모든 것이 저를 조명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성 간의 사랑을 넘어서는 자비, 자애심이 생기더군요. 주위의 모든 것을 자애로운 눈으로 보게 됐습니다. 남을 조명하고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터득하게 된 거죠.” 그는 시라고 하는 바윗덩어리를 설정하고 한 편 한 편 사랑의 시를 쓰며 그 바위를 조금씩 허물었다. 허물어진 바위가 모여 한 권의 시집이 됐다. ‘오아시스의 거간꾼’(황금알)이다. 시인은 “늘그막에 깨우친 사랑의 결정체”라고 했다. 베푸는 사랑의 결정체로 제23회 공초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에 실린 시 가운데 절반이 지난해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 두 달간 사랑의 감정이 분출할 때 집중적으로 썼다. ‘지금부터 나 한 사랑을 가진다면/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나 오래오래 살으리’(이런 경우) ‘내가 너에게 걸어 다니는 숙제가 된다면/내가 너에게 운명이 된다면/(중략)내가 너에게/못 믿을 아지랑이가 된다면 무적의 적이 된다면/그때 사랑하자 우리’(사랑에게) ‘헤어져 돌아와 시를 쓰다니/질병처럼 불행하다//보이지 않는 너와 시를/바꿔먹고/장수한들 무엇에/쓰리//시를 잃을 터이니/너를 찾고 싶다’(시인의 사랑) 시인은 “요즘 사물이든 사람이든 남자든 여자든 그 대상이 무엇이든 사랑하는 마음으로 꽉 차 있다”며 “영혼이 있는, 사랑에 대한 시를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표제작 ‘오아시스 거간꾼’에는 베푸는 사랑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시인은 오래도록 매일 아침이면 생수병 뚜껑을 땄다. ‘손아귀에 옹이 지도록 물의 집/비틀어 잠긴 물의 문 노크하다 말고/부수어 내 손이 갇혀 입 다물고 참고 있는/한 모금 물 어렵사리 빼내’ 가족들에게 따라줬다. “생수병을 따 가족들에게 따라주는 작은 노동의 의미에 착안해 썼습니다. 병에 든 물을 사막의 오아시스에, 뚜껑을 따는 사람을 거간꾼에 비유했죠.” 이번 시집에선 만든 말인 ‘조어’가 없는 점도 눈에 띈다. 쉽고 평범한 말들을 구사했고, 시의 앞뒤 배열을 통해 그 말들이 의미를 지니고 살아나도록 했다. “젊었을 땐 언어 조탁에만 집중했어요. 기교만 능했죠. 시의 주제도 뚜렷하지 않았어요. 당시 생경하다거나 메마르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부드러움을 갖게 됐어요. 언어 조탁에 신경 쓰지 않고 쉬운 말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쓰게 됐습니다.” 1964년 청마 유치환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당시는 문학잡지에 1년에 1편씩 3편을 실어야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었어요. 1962년 현대문학에 보낸 수십 편의 시 가운데 청마 선생께서 1편을 골라 실어 주셨고, 이후 2년 연속 1편씩 추천해 주셨습니다. 당시 청마 선생께서 추천사에서 다른 여성 시인들과 달리 시 세계가 독특하고 개성적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상당히 조숙한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늦된 거 같아요. 늙으면서 터득한 게 많으니까요. 늦된 게 참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시인은 “등단 시기에 비해 시집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1982~2003년 햇수로 22년간 암흑의 세월을 보냈다. 단 한 줄의 시도 쓰지 못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시가 낯설어졌다. 의욕도 깡그리 사라졌다. 2004년 네 번째 시집을 내며 침체기에서 빠져나왔다. “남들은 시를 잘 쓰는데 저만 시를 못 쓰는 것 같았어요. 두려웠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복수심 같은 게 생기더군요. 시를 제 앞에 한 인격체로 두고 시 자체에 대해 이를 갈면서 복수심에 불탔습니다. 복수심에 차니까 시가 더 안 써졌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시에 승복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시인은 “시는 신앙”이라고 했다. “시를 현실 생활의 우위에 두고 살아왔어요. 삶 자체가 시다워지도록 애를 많이 썼습니다. 시 속에 종교적인 깨달음도 내용도 다 있다고 봐요. 종교도 구원이듯 시도 잘 쓰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김윤희는 ▲1938년 경남 진주 출생 ▲경북대사범대부속중학교, 경주여고, 숙명여대 국문과 졸 ▲1962년 문화공보부 산하 주간신문사, 잡지사 기자로 근무 ▲1964년 청마 유치환 시인 추천으로 ‘현대문학’ 통해 등단 ▲제14회 시와시학상 작품상 수상 ▲시집 ‘겨울방직’ ‘소금’ ‘오직 눈부심’ ‘설국’ ‘성자멸치’ 등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좋은 의사를 가려내는 법

      사실, 일반인이 몸이 아파 병원을 갈 때,특정 의사를 찾아서 가는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병원 이름을 먼저 봅니다. “저 정도 병원이면 거기에서 진료하는 의사야 당연히 뛰어나겠지”라고 믿는 것이지요. 물론 지명도가 높은 의사에게는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 서울의 내로라 하는 대학병원 전문의 중에는 벌써 1년 이상 진료 예약이 밀려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 그 의사에게 진료를 받겠다고 예약진료를 신청하면 “진료 예약일이 2016년 2월 17일 입니다” 이런 식의 예약 통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정이 급하지 않다면야 못 기다릴 것도 없겠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가 의사 한번 만나기 위해 1년 정도를 기다린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지요. 물론, 그 병원도 아픈 환자더러 1년 후에 오라는 뜻으로 예약을 받아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예약조차 받지 않는다면 비난이 쏟아질테니 “상황이 이렇습니다. 알아서 판단하세요” 정도의 의미로 예약신청을 받아주는 것이겠지요.  좋은 의사를 찾는 것은 환자의 권리  이 대목에서 ‘좋은 의사’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참 판별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얼굴만 보고, 또 입소문만 듣고 의사의 좋고 나쁨을 가늠한다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그래서는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사가 모두 같지 않으니 어쩌면 환자의 생사가 걸린 국면이라면 그 중 ‘누가 좋은 의사인가’를 가리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를 두고 ‘의사들 등급 매기기’라고 폄하할 일은 아니지요. 내 돈을 들여 치료받는 의료 수요자들이야 아무리 하찮은 병이라도 보다 나은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정이기도 하고 또 권리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면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정말 병을 꼭 치료하고 싶다면 인품이나 취향을 따질 것 없이 자기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의사를 택하면 될 것이고, 당장 목숨이 걸린 병은 아니지만 치료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병을 가졌다면 당연히 좀 더 친절한 의사에게 마음이 끌릴 것입니다.    유능한 의사를 찾는 게 중요  여기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좋은 의사의 기준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기준은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의사입니다. 누가 뭐래도 의사는 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줄 알아야 하고, 병증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치료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여기에 더해 자신의 진단과 치료를 통해 병증의 개선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불행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에서 짚어야 할 문제는, 지금도 수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무능이나 성실하지 못한 태도, 안일함이나 장비의 문제 등으로 생각보다 많은 오진 사례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진은 필연적으로 잘못된 치료로 이어지는데, 그러고도 이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환자야 당장 오진 여부를 알기도 어렵고, 설령 오진 사실을 알더라도 대부분은 문제 삼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밉든, 곱든 나를 치료해주는 사람한테 밉보여 득될 게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유능한 의사를 찾아내는 일은 환자에게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의사에게는 실력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  이 대목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가령, 실력은 좀 떨어지지만 친절하고 성실해 환자를 따뜻하게 대하는 의사와, 실력은 있지만 환자에게 친절하거나 성실하지도 않은 의사를 어떻게 견주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상상이라고 했지만 이 상황은 현실입니다. “실력을 좋은데 사람 됨됨이가 영…”인 의사도 많으니까요.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좀 기분 나쁘고, 병의 경과를 설명해 주지 않아 답답하더라도 잘 낫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 사람은 후자를 고르는 데 부담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병 정도면 어떤 의사라도 다 고만고만 치료할 수 있으니 맘 편하게 해주는 의사를 만나고 싶다”면 전자를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실력도 좋은 데다 좋은 품성까지 갖췄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그런 의사가 흔치 않으니 고민이지요.  문제는 많은 사람들, 어쩌면 열에 여덟, 아홉은 의사의 능력이나 됨됨이 등을 따로 따지지 않고 자신의 몸을 맡긴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의료도 경쟁이라지만 실력이 부족한 의사가 더 성찰하고, 공부할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인성이 비뚤어진 의사가 자신을 되돌아볼 생각을 못하게 되고, 여기에서 배태된 문제는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로 귀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참, 이런 의사도 있긴 합니다. 제가 아는 대학병원의 의사 한 분은 겉으로 보기에는 찬바람이 쌩∼돌만큼 냉랭하고 단호합니다. 그러니 회진 때나 외래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그 의사에게 말 한 마디 붙이려 해도 쭈뼛거리기 일쑵니다. 그러나 우연히 사사로운 자리에서 만난 그 분의 속내는 전혀 달랐습니다. 원래는 무척 세심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젊은 시절, 환자를 큰 시야에서 살피지 못해 몇 번 아픔을 겪었고, 그 때부터 일부러 환자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환자의 상태를 보게 되더라구요. 그 후 저는 환자에게 일부러 살갑게 굴기 보다 그 환자가 가진 질병 치료에 전념하는 게 내 일이고,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임을 깨달은 거죠. 그렇다고 환자에게 할 얘기를 안 하는 건 아녜요. 필요한 얘긴 다 하는데, 환자들이 그런 저를 좀 어렵게들 여기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또다른 의사는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이런 말 있지 않습니까. ‘의사 말을 잘 들으면 건강하게 살지만, 의사를 따라서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없다’는.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의사는 전문적인 판단으로 환자에게 강요와 유사한 수준의 강한 권고를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에게 가볍게 보이면 더러는 의사의 이런 지시까지도 가볍게 여겨 병을 키우기도 합니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환자와는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이지요.”  전문적인 능력은 의사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왜냐 하면 환자들은 의사로부터 환부만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상처 난 마음까지 치료받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환자는 마음의 병을 갖고 있습니다. 병이 크던, 작던 마찬가지입니다. 몸의 아픔은 십중팔구 마음의 아픔으로 전이되고, 그래서 병원을 찾는 사람은 다들 눈에 보이지 않는 또다른 병을 갖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 환자들이 유능한 의사를 만나 병을 고치는 건 정해진 치료 패턴입니다만, 그 유능하다는 의사들도 어지간하면 개입하기 싫어하는 게 바로 환자의 마음입니다.  마음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안 보이니 딱히 치료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처럼 애매한 마음도 시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금방 치료책이 손에 잡힙니다. 마음에는 마음으로 대응하는 것이 상책이지요. 무슨 말이냐 하면, 환자에게 “이 병은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든가 “최선을 다할테니 걱정 말고 같이 노력해 보자”라든가, 아니면 “어렵지만 함께 애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등 치료 결과에 상관없이 아픈 사람을 위로하는 말 한 마디가 바로 처방전에 적어낼 수 없는 명약이지요. 그런 의사의 마음씀이 때로는 어떤 약이나 치료보다 효과적으로 환자의 병을 고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의사들이 말하는 “의사는 치료로 말한다”는 인식은 너무 원리적이고 고답적입니다.  사실, 환자들이 의사에게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그들은 작다 못해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위안을 얻습니다. 그 감동과 위안이 질병의 치료에 자신감을 부여하고, 치료 효과를 키운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의사가 환자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가를 따지는 것도 의사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병원이 ‘앓는 영혼의 양지’라면 의사는 ‘앓는 영혼의 구원자’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근엄하고 과묵한 의사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는 너무 근엄한 의사들이 제발 그 ‘근엄’ 좀 덜어냈으면 합니다. 아니, 온 나라, 방방곡곡에 근엄이 넘치니 수퍼갑은 언감생심 평생 갑 한번 되어보지 못한 을족들은 기가 죽어 몸 붙일 데가 없지 않습니까. 대통령, 국회의원과 장·차관, 법률가, 교수, 심지어는 그러지 말아야 할 공무원과 경찰까지 근엄하기만 하니, ‘개콘’식으로 말하자면 “세상에는 근엄한 사람과 근엄하지 않은 사람만이 있을 뿐”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오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면 근엄이라는 게 편리하기는 합니다. 눈 좀 내리 깔고, 적당하게 목을 곧추 세우고, 입꼬리를 아래로 바짝 땡긴 뒤 눈에 힘 좀 주면 그런 인상 자체가 넘기 어려운 벽이 되어 세상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 접근하지 못하고, 내 구린 모습을 감추는 효과는 확실하지요. 그러나 바꿔 말하면 근엄은 곧 소통의 단절이며, 이해의 고립일 뿐입니다. 그것을 편하게만 여기면 이내 고립의 수렁에 빠져 종국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위엄 속에 갇히고 맙니다.  그런 거추장스러운 근엄보다 생각을 좀 바꿔 쾌활 모드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꽉 닫힌 입꼬리만 풀어도 그걸 바라보는 환자들은 가슴 속의 얼음장이 풀리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아니, 세상에 없는 약을 먹여도 못 고칠 마음의 병을 한 방에 고칠 수 있다는데, 왜 한사코 그걸 마다 하고, 어려워들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하릴없이 실실거리거나 넋이 나간 듯 헤헤거리라고 주문하는 건 아닙니다. 근엄의 빗장을 조금만 풀면 거기에 마치 석류알 같은 상큼한 명랑이 깃들 것이고, 그런 표정으로 환자들을 토닥거려 준다면 그가 바로 수많은 환자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바로 그 ‘명의(名醫)’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쩌라고?  지금까지 좋은 의사를 선별하는 나름의 기준을 제시해 봤습니다만, 의료계를 모르는 일반 환자들이 겪어보지도 않은 의사를 가리고, 품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러는 입소문을 캐고, 더러는 줄도 대보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보려고 하면 보이는 게 또한 세상의 이치입니다. 당장 인터넷을 뒤져도 꽤 쓸만 한 정보가 많고, 그 보다 더 정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인터넷의 뉴스 정보를 뒤지는 것도 의미있는 정보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일선 기자들이 쓰는 기사는 대체로 기사 준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사실에 근거합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매체의 기사를 일별하는 것도 좋은 의사를 가려내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 기사화할 연구 성과나 임상 실적이 없는 데도 무작정 대문짝처럼 펼친 기사는 배경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요새는 더러 광고성 기사가 신문에 버젓이 실리기도 하고, 또 특별한 능력도 없으면서 뻔질나게 공중파나 종편, 케이블 채널을 기웃거리는 ‘날탕’ 의사도 널려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의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의사가 허접한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시덥잖은 소리나 해대고, 말도 안 되는 변설을 건강정보랍시고 늘어놓는 걸 보면 부아가 치민다”고요. 저도 상당 부분 공감하는 말입니다. 텔레비전에 얼굴 내미는 모든 의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제가 봐도 하품 나올 ‘짓’들을 하긴 하더군요. 그래도 명색 ‘사’자 가진 전문직업인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방송에서 히히덕거리거나 거기서 한다는 말이 “햄버거도 좋은 걸 골라 먹으면 괜찮다”는 등 한심하다 못해 냉소를 자아내는 수준이어서 그렇습니다.  수많은 불특정 시청자가 보고, 듣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하는 의사는 어떻습니까. 한 출연자가 “그러면 비타민제를 자주 먹는 게 감기나 독감 예방에 좋겠네요?” 그러자 의사라는 사람이 “그렇습니다. 비타민은 인체의 면역 기능을 강화해 당연히 감기 예방효과가 있지요.” 제 생각에 그가 제대로 된 의사라면 비타민을 자주 먹으라고 말하기에 앞서 “평소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서 기초체력을 다지고, 손을 자주 씻으며,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하는 게 보다 정답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 의사가 정답을 몰랐을 리는 없으니 그렇게 말했다면 일단 ‘저의’를 의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거기에서 보고 듣는 게 다 정답이고, 진실이라고 믿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는 바보되기 십상입니다. 왜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하는지 곰곰 되짚어 볼 일이지요. 인터넷은 어떠냐구요?그거야 많은 부분을 신문이나 방송 컨텐츠를 모아서 전달하는 것이니 신문,방송과 다를 게 없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허접한 방송 프로나 광고성 신문기사 보고 의사를 고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제로 그런 스포트라이트의 그늘 속에 숨어있는 좋은 의사가 훨씬 많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 무대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 무대

    4명의 작곡가와 6인의 연주자로 구성된 ‘CMB(Contemporary Music Band)567’이 국악과 현대음악이 조화된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인다. ‘CMB567’은 1950~70년대에 출생한 김기영·박영란·이정면·황호준 등 작곡가 4명과 김희숙(플루트)·김준희(해금)·양영호(일렉베이스)·서수복(타악)·김욱(클라리넷)·박성신(가야금) 등 연주자 6명이 2006년 결성했다. 학연, 지연 등 인위적인 관계를 벗어나 오직 음악만을 매개로 뭉쳤다. 장르와 나이를 뛰어넘는 멤버 구성이 특징이다. 이들은 국악과 현대음악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실험적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09년 창단 연주회 이후 ‘질주와 침묵-잃어버린 영혼을 찾아서’, ‘새로운 아시아의 영혼을 찾아서’ 등을 통해 동서양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했다. 이번에는 ‘21세기 풍류를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우리 소리의 다원화를 추구한다. 김기영 작곡의 ‘질주와 명상’ ‘바위의 삶, 돌 위에 음악’, 황호준 작곡의 ‘그리움의 기원’ ‘종생기(終生記)’, 박영란 작곡의 ‘히트 웨이브’(Heat Wave) ‘브레이크 더 월’(Break The Wall), 이정면 작곡의 ‘5월의 어느 밤’ 등을 연주한다. ‘질주와 명상’에서는 문현(소리), ‘Heat Wave’와 ‘Break The Wall’에서는 안상훈(타악), 박명훈(춤), 한류리(춤)가 가세해 곡의 생동감을 더한다. 팀 리더인 김기영은 “연주와 노래, 춤 등 서로 다른 장르가 어우러진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 시대의 풍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2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전석 2만원. (02)580-330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설] 세월호 인양 보고서 공개하는 게 맞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핵심 내용이 담긴 기술검토보고서를 달라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요청을 거부했다가 논란이 일자 조기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해수부는 당초에는 보고서를 특조위에 넘기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인양 업체 선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었다. 보고서를 토대로 인양 용역업체 입찰을 해야 하는데 외부로 보고서가 나간다면 입찰에 부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세월호 인양에 온 국민의 눈길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설득하기 어려운 군색한 변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은 여전히 정부가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3월 27일 입법예고한 시행령이 “특조위를 관제화하려는 것”이라는 반발에 부딪히자, 파견공무원을 줄이고 기획조정실장 명칭을 행정지원실장으로 바꾸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핵심인 조사1과장을 파견공무원이 맡는다는 내용은 당초 시행령과 변한 것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면 불필요한 의심만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세월호의 특수성이 아니더라도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 입찰의 경우 해당 부처는 그동안 축적한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는 방향으로 관행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부처는 정보를 감추려 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어떻게든 정보를 빼내려 내부자와 결탁하는 모습을 우리는 그동안 수도 없이 보아 왔다. 그런 점에서 해수부는 세월호 기술검토보고서를 깊이 숨겨둘 것이 아니라 특조위에 전달하는 것은 물론 전면 공개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단순히 가라앉은 배 한 척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아니다. 차가운 바닷속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의 원통함을 풀어 주고 영혼에 안식을 주는 일종의 의례여야 한다. 그런 만큼 인양으로 진상을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의혹을 만들어 내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대형여객선인 세월호의 인양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게 고난도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세월호의 특수성을 잘 아는 해수부라면 인양 작업에 나서는 자세도 그동안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 세계기독의학컨퍼런스, 말레이시아에서 성공적 마무리

    세계기독의학컨퍼런스, 말레이시아에서 성공적 마무리

    제12회 세계기독의사네트워크컨퍼런스(WCDN, World Christian Doctors Network)가 말레이시아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전세계 기독의사들의 모임인 WCDN은 2004년 한국 서울을 시작으로 인도, 필리핀, 미국,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호주, 케냐, 멕시코, 불가리아 등 전세계에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16~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이번 WCDN 컨퍼런스는 영적인 치유(Devine Healing) 사례에 대해 기독의사들이 발표하고 논의를 갖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전 세계 31개국에서 350여명의 의사 및 의료계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현지 다니엘 투라이아파 (말레이시아 가정의학회 회장) 조직위원회 위원장의 환영사와 WCDN 회장 채윤석 박사(일반외과 의학박사)의 환영 메시지로 컨퍼런스의 막을 열었다. 이후 전문 기독의사들이 준비한 스피치 및 프레젠테이션이 발표됐다. 이들은 총 9건의 사례 발표와 총 4건의 특별강연 등을 진행했다. WCDN 이사장 이재록 목사(만민중앙교회)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치료할 수 있는 영적 기독의사가 더욱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며 “앞으로 WCDN은 더욱 많은 영적 치유사례를 공유하며 믿음의 힘을 전파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WCDN은 초교파적인 기독의사들의 모임으로 매년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면서 치료사례 및 기독의사로서의 의무와 소명에 관한 기조강연을 하며 결속을 다지고 있으며 2016년 컨퍼런스는 스페인에서 열릴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대 이집트 ‘동물 미라’ 중 30% 실제 사체 없다

    고대 이집트 ‘동물 미라’ 중 30% 실제 사체 없다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동물 미라' 중 30% 이상에는 그 안에 실체 사체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BBC는 맨체스터 대학 및 박물관과 함께 진행한 미라 프로젝트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영국 전역 박물관에 소장된 고대 이집트의 동물 미라 800개 이상을 X-레이와 CT로 들여다 본 결과 이중 1/3 이상의 미라 안에는 실제 사체가 없다는 것. 또한 죽은 모습 그대로 잘 보존돼 있는 동물 미라는 1/3, 나머지 1/3은 부분적인 사체만 보관돼 있었다. 현지언론이 '미라 스캔들' 이라 명명한 이번 결과는 미라 안에는 분명 사체가 방부 처리된 채 있을 것이라는 기존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영화 소재로도 많이 쓰이는 미라로 유명한 고대 이집트는 기원전 3000년 경 부터 발달된 방부처리 기술로 미라를 만들어왔다. 특히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 외에 동물도 미라로 만들었는데 그 종류도 개와 고양이를 비롯 새, 악어, 물고기, 뱀등 다양하다. 이들이 동물을 미라화 시킨 이유는 있다. 다신교를 믿는 고대 이집트인들은 모든 생물체에 신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일부 동물 미라에는 실제 사체가 없을까? 연구를 이끈 멘체스터 대학 리디야 맥나이트 박사는 "당시 이집트는 수천만 마리의 동물을 키워 미라로 만들었을 만큼 이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자 종교적 활동이었다" 면서 "일부 사체 혹은 사체가 아예 없는 미라를 제작자들이 '소비자'에게 속이고 팔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미라 제작을 꼭 사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 면서 "주인과 함께 동물을 매장하는 풍습 상 시체는 무덤에 묻고 이를 본따 빈 미라를 제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50년 내 인생이 잔잔한 울림으로…40년 동고동락 부부로 산다는 건…

    50년 내 인생이 잔잔한 울림으로…40년 동고동락 부부로 산다는 건…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두 시인이 있다. 한 시인은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생의 마지막 불꽃을 살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시집을 냈다. 다른 한 시인은 온몸이 굳어가며 온기가 사라져 가고 있다. 꺼져가는 불꽃을 병상에서 바라보는 시인의 아내가 남편 생전 첫 시집을 냈다. ‘무엇을 남겨야 하나//생명보험을 들까 백만 불짜리//검사관이 오피스에 와서 피를 뽑는다/주사기에 기어들어 가는 나의 삶이 보인다//(중략) 아니다 새벽마다 꼿꼿이 앉아/생각의 조각에 시 한 편씩 꿰어보는 거다//그 모습을 남기는 거다’(생명보험) 윤석훈(55) 시인은 마지막 힘을 모아 50여년의 삶을 정리했다. 시집 ‘종소리 저편’(서정시학)에서다. 내적 사유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가치관에 대한 묵상, 그리움과 외로움 극복을 위한 영혼의 힘 등이 녹아 있다. 그는 “세상의 구석에서 따뜻한 미소와 잔잔한 울림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시인은 2008년 4월 폐선암 3기 진단을 받았다. 7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위험한 고비를 가까스로 넘기고 산소통에 의지해 살고 있다. “작년 말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왔습니다. 주변에 저와 똑같은 진단을 받은 후배가 있는데 10개월을 못 넘겼어요. 그런 면에서 제게 주어진 시간은 덤으로 얻은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1997년 2월 도미했다. USC 치과대학 졸업 뒤 LA 실버 레이크에 정착, 치과 클리닉을 운영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내가 곁에서 돌봐주고 있어요.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나무 같은 사랑 하나/목숨에 심고//어지러운 골목길/돌아 나오면//언제나 서 있는 당신//오후 세시가 지나도/울려 퍼질/종소리 저편에 서서//언제나 기다려 줄 당신’(나무/아내에게) 2003년 현대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박덕규 문학평론가는 “잠잠한 침묵 같은 것 안에 아픔과 슬픔이 있다”고 했고, 나태주 시인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움직이게 하는 감동이 있다”고 평했다. 그는 “생명 다하는 날까지 시를 쓰고 싶다”고 갈망했다. “완치되지 않더라도, 산소통에 의지하더라도 목숨이 붙어 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시집도 내고 싶어요. 투병 중에도 시 쓰기를 놓지 않은 건 병마와 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걸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병마를 툭툭 털고 일어날 그날이 속히 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시를 쓰려 합니다.” 김원옥(70) 시인은 시한부 남편의 병상을 지키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봤다. 시집 ‘바다의 비망록’(황금알)에서다. 살아오면서 겪은 마음의 흔적들, 기쁨이나 슬픔 같은 온갖 마음의 변화들을 담았다. 부부의 연을 맺어 40년 넘게 동고동락하면서 겪은 남편에 대한 감정들도 곳곳에 녹아 있다. ‘언제부터였나/우리는 나란히 걸었다/땀 펑펑 쏟아지는/들판 한가운데로 난 철길 위로//(중략) 기차는 이미 지나갔다/아른아른 보이는 저 끝/40년 신은 닳고 닳은 신발 털어 신고/또 가자/곧은 길이라 여기며 걸어온 철로/돌아보니/굽은 허리였네’(내 생의 철길) 부부의 삶을 ‘원형 감옥’에 비유하기도 했다. ‘숨으려야 숨을 곳이 없는/이 둥근 무덤 속//(중략)당신은 눈으로/나는 귀로 붙잡는/서로는 포로//끝끝내 끊어지지 않는/질긴 생의 그물망’(판옵티콘) 판옵티콘(Panopticon)은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1791년 설계한 원형 감옥이다. 시인은 “부부란 서로가 서로에게 감시자가 되기도 하고 죄수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며 “질긴 인연”이라고 했다. 시인의 남편도 시인이다. 이가림(72) 시인이다.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인하대 불문과 교수를 지냈다. 남편은 루게릭병이 진행 중이다. 2011년 발병했다. 온몸이 마비돼 음식을 삼키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한다.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하고 있다. “나이 들어선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데 희귀하게도 걸렸어요. 대학 정년퇴임 뒤 1, 2년 정도 강의도 하고 했는데 갑자기 발병했습니다. 수술해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 병이 계속 진행돼요. 1년 안에 죽는다는 사람도 있는데 남편은 4년을 버텼습니다.” 시인은 2009년 격월간 ‘정신과표현’을 통해 늦깎이로 등단했다. 매일 남편 병상을 지킨다.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제 나름의 속도로 살아왔어요. 아이 키우고 남편 내조하고 그러다 보니 등단도 늦었습니다. 옛날의 보통 부부들처럼 살았어요. 남편이 건강해지길 바랄 뿐 다른 건 바라지도 않아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씨줄날줄] 임을 위한 행진곡/문소영 논설위원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공개된 노래극 ‘넋풀이’의 삽입곡이다. 이 노래극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전남도청을 점거하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노동 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에 헌정됐다.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곡을 쓰고 소설가 황석영씨가 가사를 썼는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쓴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빌렸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반복)”라는 가사가 평이하다. 그 때문에 100년쯤 뒤 이 노래를 ‘386세대의 반정부 투쟁가였다’고 한다면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1894~95년 동학 농민혁명을 주동한 전봉준과 동학 농민들이 공주 우금치에서 조선의 관군과 일본군의 합동작전으로 거의 전멸하자 그 패배를 슬퍼한 백성이 널리 불렸다는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평이함에서 닮았다. 고종에게 반부패 개혁과 외세 배격을 요청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한 동학 농민들을 애도할 만한 과격함이 없다. ‘새야 새야’보다 100여년 전인 1792년 프랑스 공병장교 루제 드 릴이 쓴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 가사의 호전성과 선동성이 비교될 정도다. 가사 1절에는 “시민들이여, 무기를 들고, 전투 대열을 구성하라/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라/불순분자들의 피로 길고랑을 물들여라”는 구절이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가 또 논란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후 정부 주관 첫 기념식이 열린 2003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기념식 본행사에서 기념곡으로 제창됐다. 관행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2009년 국가보훈처가 공식 행사에서 이 노래를 빼고 공식 기념곡을 공모하겠다거나, 2010년에는 기념식 식순에서 이 노래를 빼고 그 자리에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넣어 물의를 빚었다. 올해도 공식 기념곡 지정 등을 요구했지만 무산되자 5·18 유족회와 광주시민단체 등이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해 반쪽짜리 관변 행사처럼 쪼그라들 것 같다. 노래 한 곡에 목숨 걸 일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같은 논리로 본행사에서 기념곡으로 제창하던 노래를 유가족들이 원하는데 목숨 걸고 못 부르게 할 이유도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를 열망했던 시민과 젊은이들의 노래다. 그러니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도시, 광주의 시민에게 이번 5·18에는 꼭 돌려주길 바란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허준규의 캠핑 액티비티] 캠핑의 진화 ‘캐나디언 카누’

    [허준규의 캠핑 액티비티] 캠핑의 진화 ‘캐나디언 카누’

    카누잉(Canoeing)을 한다는 것. 조용한 수면 위를 나 홀로, 혹은 둘이서, 아니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노를 젓는다’는 것은 세상 모두가 빠르게, 또 빨리(Fast)를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역행이다. 즉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 속에는 내가 있고 자연이 있다. 물소리가 들리고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새들, 물속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두루미,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물고기들, 얼굴을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을 가르고 강어귀 모래톱에 카누를 멈춘다. 거기에 따스한 커피 한 잔이 있다면 더 부러운 것이 있을까? “포워드 앤 캐치, 포워드 앤 캐치”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배바위카누마을. 캐나디언카누클럽의 이재관(56) 대표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한창 새도 패들링 중이다. 배를 젓기 위한 첫 동작, 노를 앞으로 뻗어(forward) 물을 잡는(catch) 방법을 수차례 반복 설명한다. 언제나 그렇듯 구수한 농이 버무려진 그의 강습은 진지함과 유쾌함으로 카누 입문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강줄기를 따라 초록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아들과 함께 늘 이곳 홍천 마곡강변을 찾는데, 캐나디언 카누(Canadian Canoe)는 캠핑의 진화, 곧 정점에 있는 액티비티다. ●‘양날노’ 카약과 달리 유유자적 한쪽으로 젓는 카누… 느림의 미학 더해져 캐나디언 카누는 캐나다 인디언들이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배를 블레이드(노깃)가 하나인 노를 사용해 추진한데서 유래했다. 양날 노로 젓는 배인 카약(Kayak)과는 엄연히 구분된다. 카약이 동적이라면 캐나디언 카누는 정적이다. ‘노질’을 해보면 안다. 카약의 양날 노는 한쪽으로 노를 젓고 나서 자연스레 반대편으로 번갈아 노를 젓게 된다. 반면 한쪽으로 젓는 캐나디언 카누는 제이 스트로크(노를 J자형으로 젓는 것)로 곧바로 전진할 수 있다. 패들링 속성상 카약에 비해 덜 경쟁적이다. 이런 면이 캠핑과 궁합이 잘 맞는다. 한결 유유자적하기 때문이다. 웬만해선 배도 잘 뒤집어지지 않는다. 카누투어코스는 마곡유원지 강변을 출발해 소남이섬 배바위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왕복 6㎞. 카누잉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는 해돋이나 해넘이 무렵이다. 강변에 텐트사이트를 설치한 대부분의 참가자들과 달리 배바위가 있는 소남이섬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서 더플백을 싣고 승선한다. ●마곡유원지~소남이섬 ‘카누투어코스’… 평온·청량감 안겨줘 강바닥에 노깃을 박고 밀치니 서서히 물길로 나아간다. 따로 따로 배들이 출발하지만 큰 무리와 동떨어져 단독으로 움직이진 않는다. 혹시 모를 전복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뱃머리가 이리저리 고개를 젓는다. 처음 접하는 캠퍼들은 마음처럼 똑바로 전진하지 못한다. 한쪽으로 몇 번 젓더니 어느새 방향을 바꿔 젓는다. 강습 때 배운 제이 스트로크가 실전에서 금방 적용이 어려운 까닭이다. 한 시간가량 노를 저으니 이곳의 명물 배바위 앞에 닿는다. 두 개의 바위가 마치 범선을 연상시키며 바위 위 소나무는 배의 돛을 세운 것처럼 보여 배바위라 불리는데, 남이섬 상류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는 평온과 청량감을 안겨준다. 패들링을 잠시 멈춘 시간, 흩어져 있던 배들이 서로 모이고, 준비해 간 커피를 노깃에 얹어 한잔씩 나눈다. 행복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무엇보다 카누잉의 백미는 고립된 섬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차로는 접근불가한 곳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한다. 물탕치지 않고 아주 느린 피치로 강가의 물살을 따라 조용히 목적지를 향해 다가가는 여정은 오래전 캐나다 원주민들의 수렵활동이 그랬던 것처럼, 1박 2일의 소남이섬 캠핑은 퍽이나 아날로그적이다. 캠핑협동조합 대표 jkhuh7875@gmail.com ■카누배우기와 준비물 농촌체험휴양마을인 배바위카누마을의 캐나디언카누클럽(ohcanoe.com)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카누기술을 보급, 카누인을 양상하고 있다. 레벨 1~4까지 단계별로 이론수업, 리버 러닝 테스트를 실시한다. 또 카누의 종류와 구조, 레스큐 등 레벨에 따른 스트로크 등 카누 특성상 싱글과 페어를 혼합한 교육이 이뤄진다. 레벨코스가 부담스러우면 1일 패들클리닉을 통해 카누에 대한 전반적인 기본 지식과 패들링 스킬을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도 있다. 장시간 자외선 노출에 대비해 선글라스나 선크림은 꼭 챙기자. 복장은 가볍게 입어선 안 된다. 바람과 비에 대비해 윈드재킷 정도는 필요하다. 스포츠샌들과 여벌 옷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약간의 음료나 간식을 준비해 가는 것도 잊지 말자.
  • 플라톤·니체… 그들이 생각한 죽음은

    플라톤·니체… 그들이 생각한 죽음은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구인회 지음/한길사/324쪽/1만 8000원 장자(莊子)는 자기 아내의 시신을 앞에 두고서 항아리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물론 이는 잠시 우는 척하다 화장실 가서 키득거리는 우스갯소리 속 남편과는 차원이 달랐다. 장자는 왜 울지 않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어둡고 희미한 사이에서 섞여 있다 변화해서 기가 나타나고, 기가 변해 형체가 되고, 형체가 변해 삶이 나타났다. 아내는 죽어서 변화하는 천지의 큰 집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의 삶과 죽음은 천명이다”고 답했다. 장자의 마음속 슬픔이 전혀 없었는지 어땠는지는 짐작할 수 없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도 죽음을 직접 체험할 수 없다. 그저 더없이 가까운 이의 임박한 죽음 앞에 소멸과 공포의 심정을 공감하는 정도일 따름인 탓이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가릴 것 없이 철학적 사유의 출발은 의심과 공포였다. 인간의 존재와 삶의 근원을 의심했고, 그에 앞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품었다. 종교를 맹신하는 이유도, 신과 사후세계를 의심하는 배경도 모두 하나에서 비롯됐다.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해 니체, 하이데거 등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문제를 다뤄온 서양철학자들의 계보를 짚어 나간다. 신화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한 초기 서양철학에서 플라톤의 죽음관은 영혼이 불멸하고, 죽음은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린다. 그는 철학함을 죽음에 대한 불안과 관심으로, 또 연습과 준비로 규정짓는다. 생명윤리학을 전공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천착해온 구인회 가톨릭대 교수는 ‘철학은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묻는 학문’이라고 표현한다. 죽음이 무엇이며, 죽음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가,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철학사 전반에 걸쳐 존재해 왔음을 설파한다. 결국 죽음에 대한 물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죽음을 극복하고자 했던 철학자들의 노력은 죽음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 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지구 반대편 언저리, 오래전을 살아온 그들의 고민과 사유가 현재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고민과도 그리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1년 전 차가운 바닷물 속 304명의 죽음의 문제를 애써 외면하려는 이들이 있고, 여전히 기억하며 죽음을 다루는 이들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거나 외면하는 이 모두가 결국은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됨은 당연한 이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맨도롱 또똣 유연석, 강소라와 서있기만 해도 ‘환상 케미’ 맨도롱 또똣 대체 무슨 뜻?

    맨도롱 또똣 유연석, 강소라와 서있기만 해도 ‘환상 케미’ 맨도롱 또똣 대체 무슨 뜻?

    맨도롱 또똣 유연석 강소라, 서있기만 해도 ‘환상 케미’ 맨도롱 또똣 대체 무슨 뜻? ‘맨도롱 또똣 유연석 강소라’ ‘맨도롱 또똣’ 유연석 강소라가 환상의 케미를 보였다. 8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 제작발표회에는 주연배우 유연석, 강소라가 참석했다. 이날 유연석은 “연기호흡이 이렇게 잘 맞을 줄 몰랐다”며 “실제로는 나이 차이가 있지만 ‘맨도롱 또똣’ 작품상에서는 동갑이다. 나이가 많다보니 조심스러워하지 않을까 했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편하게 대해준다. 두 캐릭터의 케미가 잘 맞는다”고 강소라와의 호흡을 전했다. 이에 강소라는 “많은 분들이 나의 모든 면을 미리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빨리 친구가 되면 연인 몰입도 안 되고 빨리 친구가 되면 애정신을 찍을 때 어색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많이 친해져서 많이 상의하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자매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 유연석은 레스토랑 ‘맨도롱 또똣’의 오너 셰프 백건우 역을 맡았으며 강소라는 의류에이전시 총무부 5년차 직원 이정주를 연기한다. ‘맨도롱 또똣’은 홧병 걸린 개미와 애정결핍 베짱이의 사랑이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레스토랑 ‘맨도롱 또똣’을 꾸려 나가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를 담는다. ‘맨도롱 또똣’은 ‘기분 좋게 따뜻한’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 방언으로 그 의미처럼 두 남녀 주인공이 기분 좋게 따뜻한 사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홍자매 특유의 터치로 담아낼 예정. 유연석이 연기하는 백건우는 수려한 외모와 말발, 젠틀한 매너 등 ‘갖고 싶은 남자’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나 좋은 거, 나 즐거운 것만 추구하며 사는 베짱이 타입이지만 꾸밈없이 솔직한 성격 탓에 묘하게 밉지 않은 매력을 가진 인물. 자신의 잘난 부분을 잘 아는 영리한 남자지만 좋아하는 여자가 제주도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곳에 레스토랑까지 차릴 만큼 외사랑을 앓는 반전 순정파이기도 하다. 강소라는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왔지만 보상보단 고난만 계속되는 박복한 인생 탓에 한국인의 고질병인 홧병에 걸려버린 삐딱한 투덜이 개미 이정주 역으로 분한다. 세상 다 아는 척하는 걸로 가시 돋친 방어막을 치지만 사실은 약하고 여린 성격의 소유자. 혹독한 서울살이 끝에 5년 동안 결근 한번 없이 열심히 일한 직장도 잃고 집도, 연인도 잃은 너덜너덜한 영혼으로 원치 않는 제주도 삶을 시작한다. 홍자매 작가와 유연석 강소라의 만남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은 ‘앵그리맘’의 바통을 받아 오는 13일 첫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시진핑 “역사 망각은 배반”…中 - 러 역사공조 강화 밀착

    시진핑 “역사 망각은 배반”…中 - 러 역사공조 강화 밀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2차대전 승전 70주년 열병식 참석을 앞둔 7일 “역사를 잊는 것은 배반을 의미한다”며 러시아와의 역사 공조 강화 메시지를 피력했다. 시 주석은 이날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3개국 순방에 나서면서 러시아 관영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고문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역사를 깊이 새기고 미래로 향하자’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중·러 양국 인민은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모든 국가, 인민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부인, 왜곡하거나 의도적으로 고치려는 시도 및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을 겨냥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의 저명한 사학자인 클류체프스키의 “역사의 기억을 상실한다면 우리의 영혼도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사라질 것”이라는 발언도 소개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는 유럽의 주요 전장으로서 2700만명의 사상자를 초래했고 아시아의 주요 전장인 중국은 3500만명의 민족적 희생을 치렀다”며 “중화민족과 러시아민족은 모두 위대한 민족으로 우환과 재난을 함께하며 피로써 전우애를 다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그 근거로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소련군 참여, 중국 혁명열사 자녀들의 후방에서의 지원, 중국을 위한 러시아의 물자, 장비, 병력 지원 등을 상세히 거론했다. 시 주석은 8일부터 10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하며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제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담과 열병식 참석을 통해 서방과의 대결에서 보조를 함께하는 양국의 신밀월 관계를 다시 한번 과시할 전망이다. 중국 북해함대 소속 미사일 호위함 2척은 지난 4일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해 흑해로 진입, 러시아 함대와 연합 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러시아 방문에 앞서 시 주석은 7일 자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인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중세때 매장된 ‘13세 마녀’ 알고보니 괴혈병 환자

    중세때 매장된 ‘13세 마녀’ 알고보니 괴혈병 환자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 리비에라 알벤가 마을에서 이색적인 유골이 발굴돼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발굴을 담당한 바티칸의 교황청 고고학 연구소가 이 유골의 주인이 생전 중죄를 저질렀거나 마녀같은 존재로 여겨졌다고 추측했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팀이 이 유골에 마녀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있다. 지난 1400~1500년 사이 사망한 13세로 추정되는 이 소녀가 특이하게도 엎드린 채 매장됐기 때문. 또한 다른 묘지들과 동떨어진 곳에 홀로 묻힌 것은 물론 입은 돌로 채워져 있었으며 말뚝까지 박혀 있었다. 연구팀은 이같은 근거를 들어 소녀가 마녀라는 이유로 공동체로부터 배척 당했으며 부활을 막기위해 당시 주민들이 시신을 특이하게 매장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 왜 이 소녀가 마녀로 여겨져 배척당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현지 인류학자 엘라나 델루는 유골을 분석한 결과 이 소녀가 괴혈병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괴혈병은 비타민C가 부족해 생기는 병으로 특히 16~18세기 오랜 기간 배 위에서 생활했던 수병(水兵)들이 이로인해 많이 숨졌다. 문제는 이 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당시 주민들이 소녀를 마녀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델루 박사는 "당시 괴혈증을 앓았던 소녀는 창백한 얼굴과 출혈, 튀어나온 눈을 가진 외모였을 것" 이라면서 "병에 무지했던 마을에서 간질성 발작까지 일으키는 소녀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녀의 죽음으로 인한 불순한 영혼이 다시 부활해 살아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해 이같은 방식으로 매장된 것" 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伊서 발굴된 ‘13세 마녀’ 알고보니 괴혈병 환자

    伊서 발굴된 ‘13세 마녀’ 알고보니 괴혈병 환자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 리비에라 알벤가 마을에서 이색적인 유골이 발굴돼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발굴을 담당한 바티칸의 교황청 고고학 연구소가 이 유골의 주인이 생전 중죄를 저질렀거나 마녀같은 존재로 여겨졌다고 추측했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팀이 이 유골에 마녀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있다. 지난 1400~1500년 사이 사망한 13세로 추정되는 이 소녀가 특이하게도 엎드린 채 매장됐기 때문. 또한 다른 묘지들과 동떨어진 곳에 홀로 묻힌 것은 물론 입은 돌로 채워져 있었으며 말뚝까지 박혀 있었다. 연구팀은 이같은 근거를 들어 소녀가 마녀라는 이유로 공동체로부터 배척 당했으며 부활을 막기위해 당시 주민들이 시신을 특이하게 매장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 왜 이 소녀가 마녀로 여겨져 배척당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현지 인류학자 엘라나 델루는 유골을 분석한 결과 이 소녀가 괴혈병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괴혈병은 비타민C가 부족해 생기는 병으로 특히 16~18세기 오랜 기간 배 위에서 생활했던 수병(水兵)들이 이로인해 많이 숨졌다. 문제는 이 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당시 주민들이 소녀를 마녀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델루 박사는 "당시 괴혈증을 앓았던 소녀는 창백한 얼굴과 출혈, 튀어나온 눈을 가진 외모였을 것" 이라면서 "병에 무지했던 마을에서 간질성 발작까지 일으키는 소녀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녀의 죽음으로 인한 불순한 영혼이 다시 부활해 살아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해 이같은 방식으로 매장된 것" 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아하! 우주] 우주 끝을 밝혀준 ‘표준 촛불’​

    [아하! 우주] 우주 끝을 밝혀준 ‘표준 촛불’​

    -천문학자들의 줄자 '우주 거리 사다리' (3) '천문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한 문장' 연주시차가 0.01초이면 326광년이고, 0.1초면 32.6광년, 1초면 3.26광년이 된다. 이처럼 광년의 단위도 별까지 거리가 멀어지면 숫자가 매우 커지므로 연주시차가 1초일 때 1파섹(pc)으로 정했다. 시차(parallax)와 초(second)의 두 낱말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별의 절대등급은 10pc, 곧 32.6광년의 거리에 위치한다고 가정하여 정한 별의 밝기이다. 그러나 이 연주시차로 천체의 거리를 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부분 별은 매우 멀리 있어 연주시차가 아주 작기 때문이다. 지구 대기의 산란 효과 등으로 인한 오차 때문에 미세한 연주시차는 계산할 수 없으므로, 100pc 이상 멀리 떨어진 별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더 먼 별에는 다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 사실 시차만 하더라도 일종의 '상식'을 관측으로 찾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먼 우주의 거리를 재는 잣대는 이런 상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주 속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발견에는 당시 천문학계의 기층민이었던 '여성 컴퓨터'의 땀과 희생이 서려 있었다. 이 놀라운 우주의 잣대를 발견한 주역은 한 청각장애인 여성 천문학자였다. 그러나 청력과 그녀의 지능은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1868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랭커스터에서 태어난 헨리에타 스완 리빗은 1892년 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서 일하게 되었다. 업무는 주로 천체를 찍은 사진 건판을 비교·분석하고 검토하는 일이었다. 시간당 0.3불이라는 저임으로, 이런 직종을 당시 '컴퓨터'라고 불렀다. 그러나 단조롭기 한량없는 그 작업이 그녀의 영혼을 구원해주었을지도 모른다. 페루의 하버드 천문대 부속 관측소에서 찍은 사진 자료를 분석하여 변광성을 찾는 작업을 하던 리빗은 소마젤란은하에서 100개가 넘는 세페이드 형 변광성을 발견했다. 이 별들은 적색거성으로 발전하고 있는 늙은 별로서, 주기적으로 광도의 변화를 보이는 특성이 있다. 이 별들이 지구에서 볼 때 거의 같은 거리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 그녀는 변광성들을 정리하던 중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한 쌍의 변광성에서 변광성의 주기와 겉보기 등급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감지한 것이다. 곧, 별이 밝을수록 주기가 길어진다는 점이다. 리빗은 이 사실을 공책에다 "변광성 중 밝은 별이 더 긴 주기를 가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짤막하게 기록해 두었다. 이 한 문장은 후에 천문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장으로 꼽히게 되었다. ​리빗은 수백 개에 이르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광도를 측정했고 여기서 독특한 주기-광도 관계를 발견했다. 3일 주기를 갖는 세페이드의 광도는 태양의 800배이다. 30일 주기를 갖는 세페이드의 광도는 태양의 1만 배이다. 1908년, 리빗은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 연구 결과를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 천문학연감>에 발표했다. 리빗은 지구에서부터 마젤란 성운 속의 세페이드 변광성들 각각까지의 거리가 모두 대략적으로 같다고 보고, 변광성의 고유 밝기는 그 겉보기 밝기와 마젤란 성운까지의 거리에서 유도될 수 있으며, 변광성들의 주기는 실제 빛의 방출과 명백한 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리빗이 발견한 이러한 관계가 보편적으로 성립한다면, 같은 주기를 가진 다른 영역의 세페이드 변광성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하며, 이로써 그 변광성의 절대등급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그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주의 크기를 잴 수 있는 잣대를 확보한 것으로, 한 과학 저술가가 말했듯이 '천문학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대발견'이었다. 리빗이 발견한 세페이드형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는 천문학사상 최초의 '표준 촛불'이 되었으며, 이로써 인류는 연주시차가 닿지 못하는 심우주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천문학자들은 표준 촛불이라는 우주의 자를 갖게 됨으로써, 시차를 재던 각도기는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었다. 리빗이 밝힌 표준 촛불은 그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2년 뒤에 위력을 발휘했다. 1923년 윌슨산 천문대의 에드윈 허블(1889~1953)이 표준 촛불을 이용해, 그때까지 우리은하 내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안드로메다 성운이 외부 은하임을 밝혀냈던 것이다. 이로써 우리은하는 우주의 중심에서 끌어내려지고,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인 줄 알고 있었던 인류는 은하 뒤에 또 무수한 은하들이 줄지어 있는 대우주에 직면하게 되었다. ​밤하늘에서 빛나는 모든 것들이 우리 은하 안에 속해 있다고 믿고 있던 인류에게 이 발견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갑자기 우리 태양계는 작은 웅덩이로 축소되어버리고,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빛을 주는 태양은 우주라는 드넓은 바닷가의 모래 한 알갱이에 지나지 않은 것이 되었다. 허블은 표준 촛불을 발견한 리빗에 대해 그의 저서에서 “헨리에타 리빗이 우주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는 열쇠를 만들어냈다면, 나는 그 열쇠를 자물쇠에 쑤셔넣고 뒤이어 그 열쇠가 돌아가게끔 하는 관측사실을 제공했다”라며 그녀의 업적을 기렸다. 이처럼 허블 본인은 리비트의 업적을 인정하며 리빗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그러나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상을 주려고 그녀를 찾았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난지 3년이 지난 후였다. 하지만 불우한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이름은 천문학사에서 찬연히 빛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행성 5383 리빗과 월면 크레이터 리빗으로 저 우주 속에서도 빛나고 있다. 우주 팽창을 가르쳐준 '적색편이' 우주 거리 사다리에서 변광성 다음의 단은 적색편이다. 이것은 별빛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그 별 까지의 거리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이른바 도플러 효과라는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도플러 효과를 설명할 때 주로 소방차 사일렌 소리가 예로 제시된다. 소방차가 관측자에게 다가올 때 소리가 높아지다가, 멀어져가면 급속이 소리가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파원이 관측자에게 다가올 때 파장의 진폭이 압축되어 짧아지다가, 반대로 멀어질 때는 파장이 늘어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을 바로 도플러 효과로, 1842년에 이 원리를 처음으로 발견한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크리스티안 도플러의 이름을 딴 것이다. 도플러 효과는 모든 파동에 적용되는 원리이다. 빛도 파동의 일종인만큼 도플러 효과를 탐지할 수 있다. 도플러가 제시한 이 원리를 이용한 장비가 실생활에서도 여러 방면에 쓰이고 있는데, 만약 당신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속력 위반 딱지가 날아왔다면, 그것은 바로 도플러 원리를 장착한 스피드건이 찍어서 보낸 것이다. 현재 천문학에서 천체들의 속도를 측정하는 데 이 도플러 효과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주 팽창으로 인해 후퇴하는 천체가 내는 빛의 파장이 늘어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가시광선 영역에서 파장이 길수록 (진동수가 작을수록) 붉게 보인다. 따라서 후퇴하는 천체가 내는 빛의 스펙트럼이 붉은색 쪽으로 치우치게 되는데, 이를 적색편이라고 한다. 이 적색편이의 값을 알면 천체의 후퇴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적색편이가 천문학에 거대한 변혁을 몰고온 것은 미국의 천문학자 베스토 슬라이퍼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1912년 당시 '나선성운'이라고 불리던 은하들이 상당히 큰 적색편이 값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슬라이퍼는 이 논문에서 온 하늘에 고루 분포하는 나선은하들의 속도를 측정했는데, 그중 3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은하가 우리은하로부터 초속 수백, 수천km의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뒤를 이어 1924년 초 에드윈 허블은 은하들의 적색편이(속도)와 은하들까지의 거리가 비례한다는 허블의 법칙을 발견했다. 1929년에는 더욱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결과를 발표했던 것이다. 이는 인류의 우주관에 혁명을 일어킨 대사건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 같은 우주 팽창이라든가 빅뱅 이론 같은 것도 리빗의 표준 촛불이 있음으로써 가능했던 것이었다. 리빗이 변광성의 밝기와 주기 사이의 관계를 알아냄으로써 빅뱅의 첫단추를 꿰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발견들은 우주가 정적이지 않고 팽창하고 있다는 가설을 관측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우주의 팽창과 빅뱅 이론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가장 중요한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주 거리 사다리의 마지막 단은 '초신성' 우주에서 가장 먼 거리를 재는 우주 줄자는 초신성이다. 초신성이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별이 폭발하면서 그 밝기가 평소의 수억 배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낮아지는 별을 가리키는데, 마치 새로운 별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사실은 늙은 별의 임종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잠시 머물렀다 사라진다는 의미로 객성(客星, 손님별)이라고 불렀다. 그러면 어떤 별이 초신성이 되는가?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먼저 태양 질량의 9배 이상인 무거운 별이 마지막 순간에 중력 붕괴를 일으켜 폭발하는 것이 있다. 다음으로는, 쌍을 이루는 백색왜성에서 물질을 끌어와 그 한계질량이 태양 질량의 1.4배를 넘는 순간 폭발하는 유형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거리 측정에 사용되는 1a형 초신성이다. 이는 같은 한계질량에서 폭발하여 같은 밝기를 보이므로, 그 광도를 측정하면 그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a형 초신성은 자신이 속해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또한 초신성이 폭발할 때의 광도는 1000억 개의 별이 내는 광도와 맞먹을 정도이므로 우주 어느 곳에서 터지더라도 관측할 수 있다. 1929년 허블이 적색편이를 이용해 우주의 팽창을 처음으로 알아낸 이후, 우주의 팽창속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된 가운데, 1a형 초신성은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우주의 팽창속도를 알아낼 수 있는 최적의 도구가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 과학자들은 멀리 있는 1a형 초신성 수십 개의 거리와 후퇴속도를 분석한 결과, 초신성들이 우주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경우에 비해 밝기가 더 어둡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이 초신성들이 예상보다 멀리 있다는 것을 말하며, 그것은 곧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말하자면 우주는 가속팽창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획기적인 사실을 발견한 두 팀의 천문학자들은 뒤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전까지는 우주에 있는 물질들의 인력 때문에 우주의 팽창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실제 관측 결과는 이와 정반대로 나타난 셈인데, 우주의 이같은 가속팽창에는 분명 어떤 힘이 계속 작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지금으로써는 이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지만, 과학자들은 이 정체불명의 힘에 ‘암흑 에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암흑 에너지는 우주가 팽창하면 팽창할수록 점점 더 커진다. 그러므로 우리 우주는 앞으로 영원히 가속 팽창할 운명이다. 이런 놀라운 우주의 비밀을 밝혀준 것이 바로 우주의 가장 긴 줄자인 초신성이다. 우주의 가속팽창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표준 촛불 1a형 초신성 폭발 동영상( https://youtu.be/C24PicfBXIo )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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