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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 글씨 쓰는 고양이?!…‘미스터 캣’ 무삭제 영상 공개

    세계 최초 글씨 쓰는 고양이?!…‘미스터 캣’ 무삭제 영상 공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 ‘미스터 캣’이 복실이의 몸개그를 담은 무삭제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스터 캣’은 모든 걸 가진 억만장자 CEO ‘톰’이 우연한 사고로 사고뭉치 고양이 ‘복실이’와 영혼이 바뀌면서 겪는 요절복통 고군분투기를 그렸다. 공개된 영상은 초조한 모습으로 서재 책장을 돌아다니던 복실이가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펜 뚜껑조차 열지 못해 몸개그를 펼치는 복실이의 애절한 모습은 웃음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수많은 좌절 끝에 만년필 뚜껑을 연 복실이는 아내 ‘라라’에게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메모는 엉망진창인 낙서일 뿐이다. 그럼에도 고양이치고는 명필(?)임을 만족스러워하는 그의 긍정적 태도가 웃음을 선사한다. 이렇듯 인간의 탈을 쓴 복실이의 예측불허 사고를 그린 영화 ‘미스터 캣’은 ‘맨 인 블랙’ 시리즈 연출자 배리 소넨 필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또 아카데미 2회 수상에 빛나는 연기파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모든 걸 다 가진 억만장자 CEO에서 사고뭉치 고양이 몸으로 바뀌는 복실이를 맡아 두 모습을 열연했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는 케빈 스페이시는 “이 영화는 코미디를 사랑하는 내게 아주 좋은 기회가 된 작품이다. 재미는 물론 박진감 넘치고 재치 있는 연기를 하게 되어 정말 기뻤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배리 소넨필드 감독은 “케빈 스페이시는 ‘톰’과 고양이 ‘복실이’ 역할을 누구보다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유머러스하면서 동시에 냉소적인 면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으며 목소리까지 완벽한 훌륭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영화 ‘미스터 캣’은 오는 10월 19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 87분. 사진 영상=리틀빅픽처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함께하는 삶’ 전하는 시네마 천국

    가톨릭 영성과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은 작품들을 무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제가 열린다. 가톨릭영화인협회(CaFF·회장 이춘재, 담당 조용준 신부)가 오는 27~30일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함께하는 삶’을 주제로 여는 제3회 가톨릭영화제가 그 자리로 생명과 사랑, 우정, 감동과 같은 아름다운 기억을 전하는 영화들을 선보인다. 가톨릭영화제는 평범한 삶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숨 쉬는 생명과 사랑을 함께 보고 느끼며 공감하도록 2014년 시작된 영화제. 올해는 ‘CaFF 초이스’, ‘CaFF 특별전’, ‘CaFF 클래식’, ‘CaFF 단편 경쟁’, ‘메이드인 가톨릭’ 등 5개 섹션을 통해 15개국 53편의 영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10여편 더 늘어난 수준이다. ‘데이39’(2015년 미국 구스타프슨 감독)로 막을 올려 두 남자의 우정을 해학적으로 다룬 2007년 베를린영화제 출품작 ‘낙엽귀근’(葉歸根), 1892년부터 62년간 미국 이민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엘리스섬에 평생 살게 된 이들의 사연을 다룬 ‘섬 엘리스’(2015), 갑작스레 엄마를 잃은 루카스가 할머니를 만나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자유를 알게 된다는 내용의 ‘더 롱거스트 디스턴스’(2014)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 미얀마 미치나교구 존 라러 신부가 제작한 ‘고백’을 비롯해 김명진 감독의 ‘그녀가 결혼한다’, 강언덕 감독의 ‘마포대교’ 등 가톨릭적 내용의 단편영화 12편도 들어있다. 부대 행사도 다양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27일 오후 7시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가톨릭영화제 홍보대사인 배우 손여은의 사회로 개막작 상영과 리셉션이 있다. 28일 오후 7시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는 ‘생태,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 주제로 황창연(수원교구) 신부와 강금실 변호사의 ‘영성 토크’가, 29일 오후 7시 씨네라이브러리에선 김하종(수원교구 안나의집 대표) 신부의 ‘오픈 토크’가 이어진다. 가톨릭영화인협회는 전국 소외지역 공동체를 찾아 ‘휴먼’, ‘작은 영혼의 쉼터’ 등을 상영하는 순회상영전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다른 공간이 빚은 다른 언어들] 타국에서… 모어를 새로 만나다

    [다른 공간이 빚은 다른 언어들] 타국에서… 모어를 새로 만나다

    특정한 공간은 시인과 시인의 언어에 어떤 자취를 남길까. 그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시집이 최근 나란히 나왔다. 신달자(73) 시인은 두 해 전 이사한 서울 북촌의 한옥집에서 ‘생의 출발점과 종착지’를 실감했다고 시집 ‘북촌’(민음사)에서 토로한다. 재독 시인 허수경(52)은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문학과지성사)로 이국의 땅에서 모국어로 새긴 시간의 지층을 쓰다듬는다. “망각의 그늘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다시 돌아오는 기억, 그 기억을 어떻게 보듬는가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질을 정해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쩌면 기억의 일은 ‘어떻게 가장 오래 지속되는 장례식을 지낼 것인가’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6일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허수경 시인이 독일에서 보내온 수상 소감이다. 상은 지난해 펴낸 산문집 ‘너 없이 걸었다’를 향한 것이지만, 그의 소감은 이번 시집을 품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이란 언제나 기별의 기척일 뿐이라서//(중략)빙하기의 역에서/무언가, 언젠가, 있었던 자리의 얼음 위에서/우리는 오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처럼/아이의 시간 속에서만 살고 싶은 것처럼 어린 낙과처럼/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악수를 나누었다//헤어졌다 헤어지기 전/내 속의 신생아가 물었다, 언제 다시 만나?/네 속의 노인이 답했다, 꽃다발을 든 네 입술이 어떤 사랑에 정직해질 때면/내 속의 태아는 답했다, 잘 가’(빙하기의 역) “오래된 시간의 영혼을 노래하는”(이광호 문학평론가) 시인의 언어가 영그는 곳은 이국의 땅이다. 1992년 독일로 떠난 그는 뮌스터에 움을 트고 고고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마쳤다. 하지만 그는 다시 시의 자리로 돌아왔다. 내년이면 등단 30년을 맞는 시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모어(母語)와 이별하고 재회한다”고 했다.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이후 5년 만에 낸 이번 시집은 이렇듯 독일어로 살면서 모국어로 사유하는 ‘긴장’ 속에서 새로 발견되고 잉태된 시어들로 수놓였다. 폭력적인 세계를 서늘하게 응시하고 약자들을 위무하는 그의 성정은 여전하다. ‘그들은 천년 전에 지어진 수도원을/내가 어제 폭파했다고 했다/그 수도원에는 이 시장에 더 존재하지 않는/방언들을 모은 자료실이 있었다고 했다/그러니까 내가/그 말들을 함께 폭파한 거라고 했다//나는 어제 집에만 있었는데!/천년을 살아도 낯선 내 그림자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는데!//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잠 속에서 깨어나면/투명한 벌레 한 마리가 될 날씨다’(카프카 날씨 1)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차를 기다리다가/역에서 쓴 시들이 이 시집을 이루고 있다/영원히 역에 서 있을 것 같은 나날이었다/그러나 언제나 기차는 왔고/나는 역을 떠났다/다음 역을 향하여’라는 시인의 말은 다시 고대하게 한다. 그의 새 언어를.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임종 앞둔 교사 위해 작별 노래 선물한 제자들

    임종 앞둔 교사 위해 작별 노래 선물한 제자들

    임종을 앞둔 선생님을 위해 마지막 작별 노래를 부른 합창단의 영상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지역방송 KHOU-TV에 따르면, 텍사스주에 있는 앨빈 중학교 합창단 학생들은 합창단 교사였던 마리아나 워커를 위해 집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워커는 19년간 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왔으나 희귀 암 판정을 받은 후 학교를 떠나 집에서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과거 워커의 제자였던 학생들은 워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워커의 집 앞에 모여 워커가 가르쳐준 노래 힐송(Hillsong)의 ‘오션스’(Oceans)를 부르기로 했다. My soul will rest in Your embrace (내 영혼은 당신의 품에서 쉴 거에요)For I am Yours and You are mine (나는 당신 것, 당신은 나의 것이니까요)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작별 선물에 워커는 눈물을 흘리다 몇 분 후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감동적인 순간이 담긴 영상은 SNS에서 화제가 됐고, 언론을 통해 사연이 전해지며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사진·영상=Lisa Turner Howell/페이스북, 유튜브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버려진 가압장은 예술 싹트는 창작놀이터

    버려진 가압장은 예술 싹트는 창작놀이터

    수돗물이 넘실댔던 공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푸른 가을 하늘처럼 환하게 번진다. 물이 가득 고여 있던 물탱크는 이제 한 줄기 빛으로 시인의 영혼을 되살린다. 이름만으로도 서늘한 먹먹함을 안겨 주는 ‘서시’(序詩)의 주인공 윤동주의 부활이다. 24년간 수돗물을 저장하다 2003년 폐쇄된 김포가압장이 8일 ‘서서울 예술교육센터’로 새롭게 문을 연다. 서울 시민들에게 맑은 수돗물을 공급하고자 만들어진 가압장과 취수장이 폐기됐다가 영혼에 압력을 더하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영혼에 힘주는 공간은 옛 형태를 그대로 살려 작가와 어린이의 상상력을 북돋운다. 문화와 예술이 도시의 버려진 공간을 되살리는 것은 공식 또는 클리셰가 돼 버렸다. 8~9일 개관축제를 여는 서서울 예술교육센터는 13년간 버려진 공간이었다. 원래는 양천구와 강서구에 수도를 공급하던 김포가압장이었다. 하지만 영등포정수장이 역할을 대신하면서 약 5000㎡에 이르는 거대한 야외 물탱크는 아이들의 창작 놀이터이자 미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아이들 예술 체험공간 서서울 예술교육센터 서서울 예술교육센터가 들어선 양천구 신월동은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목동이 바로 옆이다. 게다가 김포공항을 오가며 항상 낮게 나는 비행기의 거대한 소음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서서울 교육센터였던 김포가압장보다 먼저 1959년 들어섰던 김포정수장은 지난 2009년 서서울 호수공원으로 변신했다. 서서울 호수공원은 지역 주민에게는 지긋지긋할 수도 있는 비행기 소음을 분수의 신호로 이용했다. 비행기 소리가 나면 물이 솟구치는 분수를 설치해 소음에 지친 주민들의 마음에 사이다를 들이켠 듯 청량감을 안겨 준다.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바깥에 나와서 맘 놓고 미술 활동을 하니깐 더 재미있고 실감나요.” 야외 저수장이었던 곳에서 테이프를 대형 비닐에 붙여 물개 모양을 만들던 최영제(10)군은 씩 웃어 보였다. 서서울 예술교육센터의 예술체험 프로그램 ‘공간과 친해지기’다. 개관축제 가운데 하나인 ‘예술놀이터’ 체험으로 공간에서 느낀 감상을 테이프와 끈으로 투명 비닐에 표현했다. 거대한 물탱크였던 공간에서 바닷속 세상을 연상한 아이들은 물개와 물고기가 함께 노는 그림의 비닐로 벽을 장식했다. 버려진 타일과 깨진 접시를 이어 붙이는 ‘타일 모자이크’, 바닥에 설치된 캔버스에 누워 몸의 선을 따라 그린 뒤 자유롭게 내용을 채우는 ‘내 몸 사용설명서’, 다양한 바닥놀이, 목탄을 사용해서 온몸으로 그림 그리기 등 여러 개관 체험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는 가압장을 예술교육센터로 바꾸면서 인위적인 개조나 허물기는 최소화해 기존의 가압장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야외 대형 수조는 빈 공간 그대로 남겨 아이들 스스로 공간을 활용해 나가도록 했다. 센터 운영을 맡은 서울문화재단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예술가들이 상주하도록 해 서남권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10년 전부터 어린이를 위한 예술가 교사를 선발해서 운영한 임미혜 서울문화재단 본부장은 “처음에는 보따리장수처럼 교육청을 돌아다니며 예술 교육을 해드리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교육청이 먼저 우리를 찾는다”고 소개했다. 올해만도 서울시내 600여개 초등학교의 절반에 가까운 307개 학교에서 47명의 예술가 교사들이 예술수업을 진행한다. 예술수업은 국어, 과학, 수학 등 모든 교과목에서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시를 배우는 국어 시간에는 무용을 전공한 예술가 교사가 몸짓으로 언어를 표현해 시를 이해하는 예술수업을 한다. 예술가 교사들의 전공이 미술, 음악, 무용 등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예술 장르를 활용한 수업이 가능하다. ●종로 청운 수도 가압장 윤동주 문학관으로 변신 도심에서 쫓겨난 관광버스가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선 창의문로를 오르다 보면 인왕산이 눈에 들어온다. 조선 후기의 천재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처럼 말 그대로 그림 같은 바위산 아래 ‘영혼의 가압장’이 있다. 버려진 청운 수도 가압장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윤동주문학관은 마치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걸린 성당과 같은 종교적 체험을 선사한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성당에 걸린 거대한 단색화 앞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윤동주의 생애를 한 편의 영상으로 보여 주는 물탱크 속에서 사람들은 로스코의 추상화보다 더 영혼을 울리는 숭고한 시인의 삶에 눈물을 떨어뜨리게 된다. 2013년 종로구는 아파트를 철거한 자리 옆에 남아 있던 가압장과 물탱크에 윤동주문학관을 세웠다. 1969년 세워진 청운아파트 229가구를 2005년 철거해 청운공원을 조성했다. 90㎡ 규모의 청운동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도 이미 2008년에 쓸모가 없어졌다. 가압장은 인왕산 자락 고지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려고 펌프로 압력을 가하던 곳이다. 시인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 시절 거의 매일 아침 친구 정병욱과 함께 인왕산을 오르며 시심을 닦았다. 당시 시인은 종로구 누상동 9에 있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했다. 시인의 대표작으로 사랑받는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씌어진 詩’ 등이 종로에서 하숙하던 시절에 쓰였다. 윤동주문학관은 시인이 살았던 당시와 그의 시 세계를 세심하게 복원해 냈다. 언덕길에 있는 하얀색 작은 건물인 문학관 안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 시인의 고향이자 무덤이 있는 용정에서 가져온 나무 우물은 시 ‘자화상’을 이미지화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란 시의 한 대목을 그대로 전시실에서 살려 냈다. 가압장 뒤편에서 발견된 깊이 5.9m에 이르는 두 개의 물탱크는 영상 전시실로 바뀌었다. 소학교 어린이들이 썼을 법한 작은 나무의자에 옹색하게 엉덩이를 지탱하면 시인의 생애를 담은 영상이 물탱크 벽면에서 상영된다. 물탱크는 윤동주가 운명했던 후쿠오카 형무소의 감방과 차가운 복도를 연상케 한다. 약해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다시 힘차게 흐르게 하는 가압장은 영혼에 힘을 주는 곳으로 되살아났다. 주차도 할 수 없고, 버스만이 유일한 교통편인 작은 공간을 개관 4년 만에 42만명이 찾았다. 문학관을 운영하는 종로문화재단 관계자는 “지방에서 수학여행을 오기도 하고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윤동주문학관과 연계하여 청운공원에 조성된 시인의 언덕에서는 서울 시내에서 흔치 않은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한옥으로 지은 청운문학도서관은 시인의 언덕 바로 아래에 있어 문학관에서 남은 잔상을 도서관에서 이어 가도 좋다. ●구의 취수장은 작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공을 돌리는 저글링은 어려웠는데 말 대신 몸으로 동작을 표현하는 마임은 재미있었어요.” 지난 여름방학 때 서커스 광대학교에서 배운 마임 동작을 석 달 가까이 지나서도 여전히 기억해 내는 김윤준(9)군이다. 아이들이 어릿광대의 빨간 코를 달고 서커스를 배웠던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1976년부터 서울시의 원수(源水) 정수장 역할을 해 온 구의취수장이었다. 물이 가득 찼던 공간은 긴 리본을 매달고 공중곡예를 연습하거나 높이 공을 띄워 올려 저글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2015년 개관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서커스 전문가 양성과 거리예술 창작을 지원한다. 서울문화재단은 2008년부터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맡아 모두 11곳의 버려진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살려 냈다. 즐거운 일을 찾아 서울문화재단의 새 대표가 된 주철환씨는 즐거움을 사냥했던 예능 프로그램 PD 출신이다. 그는 “버려진 공간을 즐거움으로 채우는 것은 문화예술의 장기(長技)”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55년간 내 머릿속엔 바흐, 바흐, 바흐…그 신비함, 어떤 영혼이든 달랠 수 있죠”

    “55년간 내 머릿속엔 바흐, 바흐, 바흐…그 신비함, 어떤 영혼이든 달랠 수 있죠”

    “나이 열셋에 처음 배우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한 번도 바흐를 놓은 적이 없어요. 손가락 부상 이후 연습을 못 해도 머릿속에는 늘 바흐, 바흐, 바흐였죠. 그 음악이 제 안에서 멈춘 적이 없습니다.” ●‘소나타 3곡·파르티타 3곡’ 2시간 20분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8)가 자신의 평생을 사로잡아 온 음악을 대중 앞에 내놓는다. 15년 만에 발표한 앨범 ‘바흐: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워너클래식)이다.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으로 이뤄진 바흐 무반주 전곡은 전체 연주 시간만 2시간 20분이다. 반주 없이 오롯이 악기 하나와 사투를 벌어야 하는 난곡이다. 때문에 연주자들에겐 히말라야 등정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앨범이 발매된 5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 은퇴했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이런 기적은 상상도 못 했다. 바흐도 이 녹음을 들었다면 완전히 승낙했을 것”이라며 벅찬 감정을 쏟아 냈다. “왜 바흐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내달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시대·어느 우주에서도 통하는 음악” “음악인이라면 한 명도 부인하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바흐가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하모니와 비전은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 시공간을 초월하는 바흐 음악의 신비함은 어느 시대, 어느 우주에 갖다 놔도 통합니다. 영적으로 순수하고 깨끗해 어떤 영혼이라도 다 달랠 수 있고 꿇어앉게 할 수 있어요. 이 세상 누구와도 나눈 적 없는 메시지, 믿음, 열정을 불러낼 수 있고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이 다 바흐 안에 들어 있는 셈이죠.” 그는 미국 유학을 떠난 1961년 이반 갈라미안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에게 이 곡을 처음 배웠다. 자세와 테크닉을 익히느라 열세 살 소녀의 온몸은 긴장으로 뭉치고 아팠다. 정경화는 “처음에 그렇게 신중하게 선생님을 하나님으로 모시고 공부했다”며 “제가 지금 여기에 이르러 곡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연구할 수 있는 것은 그때 스승님이 바탕을 튼튼하게 놔 주셨기 때문”이라고 ‘첫 인연’을 회상했다. ●손가락 부상 딛고 앨범 작업에 4년 매진 이번 앨범은 2012년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의 성조지스브리스톨교회에서 두 차례에 나눠 녹음한 뒤 올해 초 스튜디오에서 마무리했다. 앨범 작업에 4년이 걸린 셈이다. 그는 ‘평생의 도전 과제’였던 이번 레퍼토리를 오는 11월 19일 에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완주할 예정이다. 손가락에 생긴 염증으로 최근 영국 공연이 연기됐던 터라 이번 공연에 쏠린 관심은 남다르다. “제 나이가 칠순을 바라보는데 저는 ‘내일은 이 몸이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지금 할 수 있다, 하자’ 하는 사람이죠. 바흐 무반주 전곡은 손가락을 굉장히 많이 써야 하는 만큼 녹음하는 동안에도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계속 먹었어요. 끝나고 보니 힘줄과 근육이 다 늘어나 있더군요. 숨이 꼴깍 넘어가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바흐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그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게 얼마나 흥분되고 기적적인 일입니까. 제가 바이올린 한 지가 63년입니다. 슬럼프는 말도 못하고 괴로운 경험은 누구만큼 했죠. 하지만 전 연주자로 타고난 사람이고 바이올린에 미친 사람이라 무대에만 서면 누구보다 행복해요. 끄떡없습니다(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55년간 내 머릿속엔 바흐, 바흐, 바흐…그 신비함, 어떤 영혼이든 달랠 수 있죠”

    “55년간 내 머릿속엔 바흐, 바흐, 바흐…그 신비함, 어떤 영혼이든 달랠 수 있죠”

    “나이 열셋에 처음 배우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한 번도 바흐를 놓은 적이 없어요. 손가락 부상 이후 연습을 못 해도 머릿속에는 늘 바흐, 바흐, 바흐였죠. 그 음악이 제 안에서 멈춘 적이 없습니다.” ●‘소나타 3곡·파르티타 3곡’ 2시간 20분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8)가 자신의 평생을 사로잡아 온 음악을 대중 앞에 내놓는다. 15년 만에 발표한 앨범 ‘바흐: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워너클래식)이다.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으로 이뤄진 바흐 무반주 전곡은 전체 연주 시간만 2시간 20분이다. 반주 없이 오롯이 악기 하나와 사투를 벌어야 하는 난곡이다. 때문에 연주자들에겐 히말라야 등정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앨범이 발매된 5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 은퇴했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이런 기적은 상상도 못 했다. 바흐도 이 녹음을 들었다면 완전히 승낙했을 것”이라며 벅찬 감정을 쏟아 냈다. “왜 바흐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내달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시대·어느 우주에서도 통하는 음악” “음악인이라면 한 명도 부인하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바흐가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하모니와 비전은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 시공간을 초월하는 바흐 음악의 신비함은 어느 시대, 어느 우주에 갖다 놔도 통합니다. 영적으로 순수하고 깨끗해 어떤 영혼이라도 다 달랠 수 있고 꿇어앉게 할 수 있어요. 이 세상 누구와도 나눈 적 없는 메시지, 믿음, 열정을 불러낼 수 있고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이 다 바흐 안에 들어 있는 셈이죠.” 그는 미국 유학을 떠난 1961년 이반 갈라미안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에게 이 곡을 처음 배웠다. 자세와 테크닉을 익히느라 열세 살 소녀의 온몸은 긴장으로 뭉치고 아팠다. 정경화는 “처음에 그렇게 신중하게 선생님을 하나님으로 모시고 공부했다”며 “제가 지금 여기에 이르러 곡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연구할 수 있는 것은 그때 스승님이 바탕을 튼튼하게 놔 주셨기 때문”이라고 ‘첫 인연’을 회상했다. ●손가락 부상 딛고 앨범 작업에 4년 매진 이번 앨범은 2012년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의 성조지스브리스톨교회에서 두 차례에 나눠 녹음한 뒤 올해 초 스튜디오에서 마무리했다. 앨범 작업에 4년이 걸린 셈이다. 그는 ‘평생의 도전 과제’였던 이번 레퍼토리를 오는 11월 19일 에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완주할 예정이다. 손가락에 생긴 염증으로 최근 영국 공연이 연기됐던 터라 이번 공연에 쏠린 관심은 남다르다. “제 나이가 칠순을 바라보는데 저는 ‘내일은 이 몸이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지금 할 수 있다, 하자’ 하는 사람이죠. 바흐 무반주 전곡은 손가락을 굉장히 많이 써야 하는 만큼 녹음하는 동안에도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계속 먹었어요. 끝나고 보니 힘줄과 근육이 다 늘어나 있더군요. 숨이 꼴깍 넘어가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바흐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그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게 얼마나 흥분되고 기적적인 일입니까. 제가 바이올린 한 지가 63년입니다. 슬럼프는 말도 못하고 괴로운 경험은 누구만큼 했죠. 하지만 전 연주자로 타고난 사람이고 바이올린에 미친 사람이라 무대에만 서면 누구보다 행복해요. 끄떡없습니다(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평생 내 안에서 멈춘 적 없는 바흐, 어떤 영혼도 달랠 수 있어”

    “평생 내 안에서 멈춘 적 없는 바흐, 어떤 영혼도 달랠 수 있어”

     “나이 열셋에 처음 배우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한 번도 바흐를 놓은 적이 없어요. 손가락 부상 이후 연습을 못 해도 머릿속에는 늘 바흐, 바흐, 바흐였죠. 그 음악이 제 안에서 멈춘 적이 없습니다.”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8)가 자신의 평생을 사로잡아 온 음악을 대중 앞에 내놓는다. 15년 만에 발표한 앨범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워너클래식)이다.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으로 이뤄진 바흐 무반주 전곡은 전체 연주 시간만 2시간 20분이다. 반주 없이 오롯이 악기 하나와 사투를 벌어야 하는 난곡이다. 이 때문에 연주자들에겐 히말라야 정상 등정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앨범이 발매된 5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 은퇴했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이런 기적은 상상도 못 했다. 바흐도 이 녹음을 들었다면 완전히 승낙했을 것”이라며 벅찬 감정을 쏟아 냈다. “왜 바흐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내달을 수밖에 없었다.  “음악인이라면 한 명도 부인하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바흐가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하모니와 비전은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 시공간을 초월하는 바흐 음악의 신비함은 어느 시대, 어느 우주에 갖다 놔도 통합니다. 영적으로 순수하고 깨끗해 어떤 영혼이라도 다 달랠 수 있고 꿇어앉게 할 수 있어요. 이 세상 누구와도 나눈 적 없는 메시지, 믿음, 열정을 불러낼 수 있고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이 다 바흐 안에 들어 있는 셈이죠.” 미국 유학을 떠난 1961년 이반 갈라미안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에게 이 곡을 처음 배웠다. 자세와 테크닉을 익히느라 열세 살 소녀의 온몸은 긴장으로 뭉치고 아팠다. 정경화는 “처음에 그렇게 신중하게 선생님을 하나님으로 모시고 공부했다”며 “제가 지금 여기에 이르러 곡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연구할 수 있는 것은 그때 스승님이 바탕을 튼튼하게 놔 주셨기 때문”이라고 ‘처음’을 회상했다.  이번 앨범은 2012년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의 성조지스브리스톨교회에서 두 차례에 나눠 녹음한 뒤 올해 초 스튜디오에서 마무리했다. 앨범 작업에 4년이 걸린 셈이다. 그는 ‘평생의 도전 과제’였던 이번 레퍼토리를 오는 11월 19일 에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완주할 예정이다. 손가락에 생긴 염증으로 최근 영국 공연이 연기됐던 터라 이번 공연에 쏠린 관심은 남다르다.  “제 나이가 칠순을 바라보는데 저는 ‘내일은 이 몸이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지금 할 수 있다, 하자’ 하는 사람이죠. 바흐 무반주 전곡은 손가락을 굉장히 많이 써야 하는 만큼 녹음하는 동안에도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계속 먹었어요. 끝나고 보니 힘줄과 근육이 너무 늘어나 있더군요. 숨이 꼴깍 넘어가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바흐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그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게 얼마나 흥분되고 기적적인 일입니까. 제가 바이올린 한 지가 63년입니다. 슬럼프는 말도 못하고 괴로운 경험은 누구만큼 했죠. 하지만 전 연주자로 타고난 사람이고 바이올린에 미친 사람이라 무대에만 서면 누구보다 행복해요. 끄떡없습니다(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달의 연인’ 이준기♥이지은, 애틋한 백허그 ‘놓지 못하는 두 손’

    ‘달의 연인’ 이준기♥이지은, 애틋한 백허그 ‘놓지 못하는 두 손’

    ‘달의 연인’ 이준기와 이지은이 애틋한 백허그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3일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측은 12회 방송을 앞두고 이준기 이지은의 재회 스틸컷을 공개했다. 지난 방송에서 다미원 궁녀였던 해수(이지은 분)은 황태자 정윤(김산호 분) 시해 시도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갖은 고초를 겪었고, 자신을 대신해 죽음을 자처한 오상궁(우희진 분)으로 인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해수는 상처 난 영혼과 육신을 치유하기도 전에 황제의 지엄한 경고 속에 거취를 옮기게 된다. 황명에 따라 황자들과 교류할 수 없는 신분인 교방 무수리로 전락, 청소와 빨래를 전담하게 되는 것. 공개된 스틸에서는 사라졌던 해수의 거취를 찾은 4황자 왕소(이준기 분)가 한달음에 달려와 백허그를 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황자와 무수리로 만나서는 안되는 두 사람이지만 4황자 왕소는 지금껏 그래왔듯 자신의 마음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가운데, 수척해진 해수는 애처로움을 보여 시선을 끈다. 애틋한 재회를 한 이준기와 이지은의 운명은 이날 오후 10시 ‘달의 연인’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임효진 인턴기자 3a5a7a6a@seoul.co.kr
  • [나태주 풀꽃 편지] 밥과 흰 구름

    [나태주 풀꽃 편지] 밥과 흰 구름

    오랫동안 시를 써 오면서 나는 자주 ‘시는 밥이요 물이요 공기다’라는 말을 자주 해 왔다. 시가 나한테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실상 나에게 시는 사치품이 아니라 실용품이다. 시 쓰는 일 또한 한가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일상생활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 선택의 문제였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그 자체이다. 정말로 시를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때가 많았고 나에게 시가 있었기에 수많은 삶의 위기를 그런대로 넘길 수 있었다. 특히 시는 감정의 피뢰침 역할을 해 주었다. 그냥 구렁텅이에 빠질 뻔한 때에도 시가 있었기에 번번이 그 질곡에서 잘 헤어 나올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시는 나에게 실용품이고 생활필수품이다. 필요한 그 무엇이다. 유용한 그 무엇이다. 그건 정말로 그렇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필요하고 유용한 것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고 환영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는 사랑도 필요한 것이요 유용한 그 무엇이라고 나는 말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생각을 다시금 정리해 본다. 정말로 시는 필요한 것이기만 한 것인가? 그것도 당장 필요한 것, 그러니까 밥이나 물이나 공기이기만 한가? 일단은 그렇다고 해 두자. 그런데 길게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도 같다. 시는 당장 현실적으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먼 미래에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우선 당장 필요한 것은 밥이다. 인간은 먹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생명체이니까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오직 밥만 해결하기 위해서 산다고 하면 너무나 슬프고 쓸쓸한 이야기가 된다. 어려서 내가 다닌 학교는 사범학교였다. 사범학교를 다닐 때 한 학년 위 선배 가운데 S라는 선배가 있었다. 그림에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한국화 그림을 잘 그렸다. 고등학교 학생인데도 100호짜리 그림을 척척 그렸다. 선생님이나 동기들로부터 장래가 촉망된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정해진 코스에 따라 그 선배도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는 고달팠고 가난하기까지 했다.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여럿 낳았는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시원스럽게 사서 먹이지 못하는 아빠가 되었다. 그때 서울 쪽의 사립학교에서 미술교사 스카우트 제안이 왔다. 선배는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울로 향하면서 선배의 생각이 그랬다. 내가 그림에 재주는 있지만 그 재주를 가지고 사립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쳐 우리 자식들이 원하는 음식을 사서 먹이고 옷을 사서 입히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그랬다. 선배의 꿈은 큰 냉장고 하나를 사서 거기에 소시지를 가득 채우고 자기 아이들에게 맘껏 먹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뒤는 어찌 되었나? 화가의 꿈은 사라지고 평범한 생활인이 남았을 뿐이다. 그러니까 장래에 촉망받는 화가 한 사람과 냉장고 하나와 거기에 가득한 소시지와 맞바꾼 셈이다. 생각해 보면 그 선배의 재주가 참 아깝다. 그냥 버릴 만한 재주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선배는 밥을 선택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아니었다. 밥과 함께 흰 구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밥은 당장은 생명을 주지만 그 이상은 없다. 그것으로 끝이다. 반면 흰 구름은 당장은 고달프고 효용성이 없어 보이지만 먼 그리움과 함께 대지에 비를 내려 주고 축복을 약속한다. 보다 근본적인 생명을 준다. 이쯤에서 나의 생각은 조금 수정을 요한다. 시는 밥이기도 하지만 흰 구름이기도 하다. 때로는 더욱 많이 흰 구름이어야 한다. 인생은 의외로 지루하고 길다. 당장 눈앞에 주어진 밥만 보고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여기에 없는 것, 보다 멀리 있는 것들을 소망하면서 사는 삶도 좋은 것이다. 영혼의 작업을 하는 나 같은 시인에게는 더욱 그것이 그렇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도 지나치게 목전의 밥만을 염두에 두면서 살지 말고 자기가 꿈꾸는 먼 하늘의 흰 구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시인
  • [문화마당] 언제나 발랄한 은미씨/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대표

    [문화마당] 언제나 발랄한 은미씨/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대표

    언제나 발랄한 은미씨는 올해 쉰둘이다. 직업은 무용가다. 삭발한 머리에 몸뻬바지는 그녀만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러니 어딜 가나 눈에 확 띈다. 남의 눈을 개의치 않는 자신감과 용기가 몸 전체에서 풍긴다. 엄청난 카리스마 폭발이다. 그녀의 명성은 한국을 넘어 외국 무용계에서도 높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에서 더 그런 편인데, 옛날 ‘빡빡머리 괴짜 무용가’였던 그녀가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로 각인됐다. 무용 실력이, 진정성이 통한 결과다. 10여년 전 LG아트센터 초청 공연차 독일 무용가 피나 바우슈(1940∼2009)가 왔을 때, 마치 수양딸처럼 그녀를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걸 보고 감동받은 일이 있다. 발랄한 그녀는 ‘무용가’ 안은미다. 장르 구분 엄격한 한국에선 무용가도 출신에 따라 수식명을 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인 예우다. 한국무용 전공자는 한국무용가, 현대무용 전공자는 현대무용가로 부른다. 어쨌든 무슨 무슨 무용가라고 할 때는 무용수를 벗어나 안무(按舞·음악이나 연기에 맞는 춤을 창작하고 구성하는 일)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일컫는다. 그런데 안은미가 내놓은 작품을 보면 전공 불문 그냥 무용가라야 어울린다. 늘 상식과 편견을 뒤집고, 도발적인 그녀가 또 일을 냈다. 얼마 전 안은미는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신작 ‘안심땐쓰’를 선보였다. 공연장은 이미 대중 콘서트장으로 이름난 곳.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의 첫 수혜 공연장과 단체로 만나 선보인 첫 작품이었다. 기존 대중예술 공연장과 톱클래스 예술단체의 어색한 동거는 첫 공연 성공으로 의심 없는 완전체가 됐다. 공연 내용은 더욱 신선했다. 안은미는 이 작품에 여섯 명의 시각장애인을 등장시켰다. 세계에도 유례가 없을 법한 프로 무용수들과 장애인들의 근사한, 사전 설명이 없다면 그 차이를 분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컬래버레이션’(협업)은 무용에 대한 편견과 허무맹랑한 구별 짓기를 거부한 몸짓이었다. 그제야 왜 ‘안심땐쓰(댄스)’인지 알았다. 안은미만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이 현실이 됐다. 이런 단적인 예에서 보듯이, 안은미는 대체로 엄숙주의가 팽배한 한국의 예술계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나름 무용계의 성골(이화여대) 출신이면서도 일찍이 그 학벌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독립무용가’로 우뚝 섰다. 애초 학창 시절부터 ‘쟤는 제쳐 놓은 애’, 그런데 ‘하는 짓은 볼만한 애’로 인식시켜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안은미는 난해하다는 무용을 대중 속으로 끌고 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쉼 없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최근 작업에서 그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자신의 무용을 ‘막춤’이라며 일반인을 무용수로 다반사로 기용한다. 특수한 전공 무용수라는 시각으로 보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짓이다. 시각장애인에서부터 노인을 위한 댄스(‘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40∼50대 아저씨 무용(‘아저씨들을 위한 무책임한 댄스’) 등이 이런 파격에서 비롯됐다. 그럴 때마다 안은미 무용은 국내외 불문 주목을 받곤 한다.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어설픈 치기로 치부돼 진작 시들었을 일이다. 아마 안은미의 이런 파격과 도전, 도발은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기에 가능하리라. 겉모습은 그런 내면을 드러내는 그녀만의 기표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품을 부탁할 때 주문자의 사정을 고려해 큰 불만 없이 최적화한 결과를 제공하는 걸 보면 참으로 영리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 배우화가 김현정 명동성당 갤러리1898 초대전

    배우화가 김현정 명동성당 갤러리1898 초대전

     자신의 내면아이(inner-child) ‘랄라’와의 정신적 교감으로 얻은 심리적 치유와 미묘한 정서적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목을 받았던 배우화가 김현정의 두번째 개인전이 4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에서 열린다.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전통 한지에 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비단을 붙여 그림을 완성시키는 쌍층화법으로 그린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그에게 특별한 선물이 된 내면아이 ‘랄라’가 등장하는 밝고 따뜻한 그림들이다. 전시 작품 중에는 차동엽 신부의 ‘희망을 부르는 무지개’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표출한 ‘콜카타 무지개’, ‘무지개 랄라’, ‘무지개 여행(작품) ’, ‘무지개 꿈’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가톨릭 신자로 매일 성체조배를 40분씩 하면서 전시를 준비했다는 김현정은 ‘기도’와 ‘St. 마더 데레사’ 등 가톨릭신자로서 겪었던 영적 체험을 그림으로 승화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작가는 “그림은 사람의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고 위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자신의 내면을 함께 보면서 격려받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999년 모델이자 배우로 데뷔한 김현정은 2009년까지 다양한 드라마 영화 연극에 출연했다. 2014자신의 글과 그림을 엮은 ‘랄라의 외출 - 나를 찾는 내면아이’를 출판했다. 그의 작품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絃의 노래… 바이올린 여제 3인 3색 독주회

    絃의 노래… 바이올린 여제 3인 3색 독주회

    바이올린 여제들의 ‘마력의 현’이 올가을 클래식 팬들을 찾아간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안네조피 무터(53)의 영민한 현, 바흐 무반주 전곡에 생애 처음 도전하는 정경화(68)의 완숙한 현, 차세대 여제로 입지를 굳힌 율리아 피셔(33)의 세련된 현을 10~11월 잇달아 만끽할 수 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눈에 띄어 열다섯에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한 무대에 서고 데뷔 앨범을 발표하며 ‘천재 소녀’로 등장한 무터의 연주 인생이 40년째에 접어들었다. 그가 오는 10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년 만에 내한 독주회를 연다. 고전과 현대음악을 능란하게 넘나드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아우른다.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B플랫 장조 ‘대공’,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레스피기의 바이올린 소나타 B단조,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들려준다. 무터는 자신의 재단에서 길러 내는 젊은 연주자도 이번 무대에 세운다. 안네조피 무터 재단의 후원을 받는 한국인 연주자 가운데 한 명인 김두민(뒤셀도르프 심포니 첼로 수석)이 베토벤의 ‘대공’을 협연한다. 무터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공’은 베토벤이 후원자인 오스트리아 루돌프 대공을 위해 쓴 곡”이라며 “멋진 재능을 지닌 김두민이 고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고, 나와 김두민, 한국 관객들과의 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상징적인 작품이라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5만~18만원. 1577-5266. 대가의 손길에서 울려 나오는 ‘바이올린 경전’은 어떤 음색일까. 정경화가 11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들려줄 ‘바흐 무반주 전곡’ 얘기다. 그에겐 ‘모든 것이 사라져도 오직 매달리고 싶은 단 하나의 작품’, ‘온 영혼을 바쳐 도전하고 싶은 바흐’다.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연주를 멈췄던 그는 2010년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재기한 이후 줄곧 도전의 무대를 펼쳐 왔다.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으로 묶인 이번 프로그램은 연주자들에게는 한계를 시험하는 난제다. 깊이 있는 해석과 고도의 집중력, 단단한 체력까지 요구하는 레퍼토리이기 때문이다. 총 연주 시간만 3시간에 이르기 때문에 인터미션(중간 휴식)도 두 차례 갖게 된다. 정경화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다음달 4일 15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4만~15만원. 1577-5266. 힐러리 한, 야니네 얀선과 함께 ‘21세기 바이올린 트로이카’로 꼽히는 율리아 피셔는 10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 2000년대 이후 유럽 클래식 평단과 관객들을 사로잡아 온 그의 우아하고 폭넓은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세 살부터 바이올린을 잡아 온 그는 열두 살 때 메뉴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후 참가한 여덟 개의 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을 거머쥔 실력파다. 스물셋이던 2006년 사상 최연소로 프랑크푸르트 음대 교수직을 꿰찼고 2008년에는 피아니스트로도 데뷔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피셔의 섬세한 감성과 기교를 한껏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들로 짜여졌다.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소나티나 G장조, 슈베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티나 D장조,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장조를 연주한다. 5만~13만원. (02)599-5743.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비수기 극장가 ‘할리우드 동화’ 결투

    비수기 극장가 ‘할리우드 동화’ 결투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겨냥한 할리우드 판타지 동화가 비수기에 접어든 국내 극장가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28일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식 개봉하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우선 눈에 띈다. 기괴한 상상력을 뽐내 온 팀 버턴 감독의 22번째 연출작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를 연출했던 팀 버턴은 그 후속편인 ‘거울나라의 앨리스’(2016)의 메가폰을 잡는 대신 이 작품을 선택했다. 2011년 출판된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원작자 랜섬 릭스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빛바랜 흑백사진에 등장하는 음산한 느낌의 인물들이 갖고 있을 법한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사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팀 버턴이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을 보태 스크린으로 옮겼다. 오싹한 비주얼이 주는 즐거움은 여전한데 괴팍함은 줄었다. 능력자들을 쫓는 괴물 무리에 제2차 세계대전 시절로 가는 타임 슬립, 하루를 반복하는 타임 루프 등 흥미진진한 설정이 가득하다. 전체적으로 ‘엑스맨’의 동화 버전으로 느껴지는데, ‘엑스맨’ 리부트 시리즈를 비롯해 ‘킥애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맡았던 제인 골드먼이 각본을 썼다. 원작은 ‘할로우 시티’, ‘영혼의 도서관’으로 시리즈가 이어지는데 이 역시 팀 버턴의 손에서 빚어질지 기대된다. 12세 관람가. 같은 날 개봉하는 ‘피터와 드래곤’은 디즈니가 진행하는 명작 애니메이션 실사 리메이크의 두 번째 작품이다. 뒤뚱뒤뚱 날아다니는 초록색 용을 기억하는 올드 팬이라면 추억이 돋을 작품. 원작은 1977년 선보인 실사와 애니메이션 합성 뮤지컬 영화다. 동화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부모를 잃은 꼬마 피터와 엘리엇으로 이름 붙여진 드래곤의 우정이라는 소재는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왔지만 이야기가 많이 바뀌었다. 도입부는 ‘정글북’과 비슷해 식상한 느낌을 주는데 중·후반부로 갈수록 흡입력을 발산한다. 원작과는 달리 웃음기를 쏙 뺐다. ‘정글북’에서는 동물들이 사람처럼 모글리와 직접 말을 주고받지만, 피터와 엘리엇은 눈빛과 몸짓, 울음소리로 감정을 나누는 데 이러한 점이 감동을 극대화한다. 흔한 파충류에 가까웠던 원작과는 달리 털이 복슬복슬한 거대한 강아지처럼 드래곤이 친근감 있게 디자인 됐다는 점이 신의 한수. 어린이 관객을 겨냥해 한국어 더빙판도 준비됐다. 디즈니는 ‘정글북’, ‘피터와 드래곤’에 이어 내년 ‘미녀와 야수’를 실사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체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뿌리 뽑힌 인간들, 우리 글쓰기의 뿌리”

    “뿌리 뽑힌 인간들, 우리 글쓰기의 뿌리”

    “한국 문단에서 상을 받을 줄 상상도 못했어요. 제겐 글쓰기가 ‘잘 쓰느냐’가 아닌 ‘쓰냐 마냐’의 투쟁이었거든요. 돈도 명예도 좋아하지만 글쓰기를 위해 다 포기했어요. 사라지는 모어(母語)로 글을 쓴다는 건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이니까요.” 결 다른 서사로 최근 국내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선족 작가 금희(37)는 직설화법으로 말했다. ‘전업작가’란 말 대신 ‘전업주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2002년 한국에 들어와 식당 서빙, 모텔 청소도 가리지 않고 현실과 온몸으로 맞부딪혔던 그다운 화법이었다. 에둘러 가지 않는 그의 직선의 말을 김숨(42) 작가가 차분히 끌어안았다. “금희 작가의 작품엔 오정희, 박완서 등 역사의 소용돌이를 겪은 윗세대 작가들의 호소력이 깃들어 있어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고 고민하면서, 오히려 정체성은 더 단단해지고 결핍은 에너지로 옮겨간 거죠.” 볕이 다사롭던 지난 25일 서울 정동길에서 두 작가가 나눈 ‘문학 환담’에 귀를 기울여봤다. 국내 작가와 해외 작가가 짝을 이뤄 진행되는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유일하게 통역이 필요없는 문우(文友)로 만난 두 사람은 “대화를 하다 보니 내 자신이 깨지고 확장되는 느낌”이라며 “같은 언어를 써서가 아니라 동료 작가로 맞닿는 시선이 있다”고 소녀처럼 즐거워했다. “저희 둘의 작품에는 이주, 뿌리 뽑힘이라는 공동의 주제가 있어요. 금희 작가는 3세대 이주민으로 국적은 중국이지만 조선족이고 한국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닌, 역사가 만든 태생을 지니고 있구요. 저는 태생적으로 원래 있던 자리를 벗어나는 데 대한 공포가 커요. 그래선지 제가 견딜 수 없는 뿌리 뽑힘을 당한 사람에게 시선이 가고 영감을 받아요.”(김숨) “말씀대로 저는 ‘너는 누구냐’, ‘어느 편이냐’는 질문을 받고 또 받았어요. 조선족 사회가 무너지면서 생존과도 맞물린 질문이 됐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양파 껍질 벗듯 외피를 벗고 알맹이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선족 사회와 탈북 등을 소재로 글을 쓰는 것도 그래서예요. 하잘것없는 삶이라도 삶과 부딪혀 얻는 제 이야기를 쓰는 게 나아요. 그게 결국 인간에 대한 물음이자 ‘내가 찾은 나’이거든요.”(금희) 무너지는 사회, 사라지는 언어, 뿌리 뽑힌 인간을 기억하려는 이들의 성실한 글쓰기는 계속된다. 김숨 작가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이들의 떠도는 운명을 다음 작품으로 정했다. 금희 작가는 황폐해진 조선족 사회를 통해 인간 본연의 폭력과 마주하게 하는 소설을 국내 계간지에 곧 발표할 예정이다. 문학으로 시작된 대화는 삶으로 끝을 맺었다. “글 쓰는 게 갈수록 두렵지 않느냐”는 김숨의 물음에 금희 작가는 고개를 깊이, 여러 번 끄덕였다. “맞아요. 두려워요. 기술보다는 ‘영혼을 건드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러려면 내가 제대로 살아야죠. 사는 만큼 써요. 얼마나 성실하고 성숙한 인격으로 사느냐가 작품에 절로 배어 나오니까요. 제가 김숨 작가의 작품에서 맑고, 문학에 전력투구하는 영혼을 봤듯이요(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종필 구청장 ‘세계 도서관기행’ 일본판 출간

    유종필 구청장 ‘세계 도서관기행’ 일본판 출간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의 지식복지 행정이 ‘일본’으로 확대됐다. 관악구는 26일 유 구청장의 베스트셀러 ‘세계 도서관기행’이 대만에 이어 일본에서도 번역본으로 출간됐다고 밝혔다. 유 구청장이 2010년에 쓴 ‘세계 도서관기행’은 국회도서관장으로 재직하면서 14개국 47개의 도서관을 둘러본 생생한 사유의 기록이다. ‘모든 과거의 영혼이 잠자는 거대한 대학’과도 같은 도서관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유 구청장은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정책’을 펼쳤다. 모든 관악주민이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에 갈 수 있도록 한다는 도서관 정책은 작은 도서관의 확대와 동주민센터의 도서관화 등을 낳았다. 컨테이너 건물 등을 활용해 등산로 입구, 관악산, 공원, 하천변 등에 작은 도서관을 지었고, 거미줄만 쌓이던 동주민센터의 새마을문고도 실질적인 도서관 기능이 가능하도록 바꾸었다. 유 구청장의 열정 덕에 관악구의 도서관 숫자는 5곳에서 43곳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평균 도서관 숫자인 22개의 2배에 가깝다. 2015년부터 시작한 책 배달 서비스인 ‘지식 도시락 배달’과 같은 복지는 이미 덴마크, 러시아에서도 사례 조사를 하고자 관악구를 방문할 정도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세계 도서관기행’ 일본어판의 편집자는 “저자가 방문하고 사색한 세계의 도서관은 진정한 꿈을 키우는 지식의 박물관으로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도서관 미래학의 지표”라며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바람이 불러모은 마른 영혼들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벚나무잎나도밤나무잎 그 이불을 덮고한겨울 어린 풀들이한 열흘은 더 살아간다 화엄사 뒷산날개도 다 굳지 않은 날벌레들벌써 눈뜨고 날아오겠다 그 속에 발 녹인 나도여기서 한 닷새는 더 걸을 수 있겠다 형태적으로는 짧지만 읽는 이들의 마음을 덮어 주는 데에는 부족함이 하나 없는 시입니다. 이는 땅에 떨어진 나뭇잎을 무용과 소멸이 아니라 쓸모와 생명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 덕분일 것입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 들녘 산중에 쌓인 낙엽을 들췄을 때 그 안에 시기를 잘못 알고 돋아난 어린잎들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요. 우리는 큰 생각 없이 그 장면을 스쳐 갈 뿐이고요. 다행스럽게도 시인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한 편의 시를 써 냈습니다. 아마 시인은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것을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잘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을 보는 사람일 것입니다. 얼마 전 경북 칠곡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연일 언론에서 낙동강 오염이 심각하다는 보도를 접한 터라 역에 내리자마자 칠곡보로 향했습니다. 다 죽었을 거라고, 지금 가는 길의 끝에는 죽음이 널려 있을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했을 때 제 상상은 깨졌습니다. 녹조는 심각했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생명이 있었습니다. 빗물이 강으로 흘러드는 오수관 앞마다 작고 큰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숨을 쉬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한 열흘’ 그곳에서 견딘 물고기들도 갑자기 선선해진 가을 날씨를 반기고 있을 것입니다. 박준 시인
  • 이 가을 흠뻑 적실 세계적 무용·연극이 온다

    이 가을 흠뻑 적실 세계적 무용·연극이 온다

    해외 대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연예술 축제가 서울에서 잇따라 열린다. 오는 24일부터 10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과 서강대 메리홀, 신도림 디큐브시티 내 디큐브광장에서 개최되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와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다. 올해 19회를 맞은 시댄스에선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네덜란드, 볼리비아, 페루 등 17개국 39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현대무용을 집중 조명하는 ‘프랑스 포커스’와 스페인 현대무용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스페인 특집’이 마련됐다. ‘프랑스 포커스’에선 1980년대 프랑스 현대무용의 새로운 물결인 ‘누벨당스’부터 최신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춤이 선보인다. 누벨당스 대표 발레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갈라 프렐조카주’, 누벨당스의 살아 있는 전설 카롤린 칼슨의 솔로 작품 3편으로 이뤄진 ‘단편들’ 등이 기대작이다. ‘스페인 특집’은 스페인 5개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마드리드의 ‘라룸베 무용단’은 3D 애니메이션과 현대무용을 접목한 ‘고래, 거인들의 이야기’를, 바르셀로나의 ‘토머스 눈 무용단’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강렬한 춤으로 재탄생시킨 ‘메데아’를 무대에 올린다. 전미숙무용단, 김윤수무용단, 리케이댄스 등 국내 현대무용 단체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02)3216-1185. 스파프는 올해 16회를 맞아 ‘무대, 철학을 담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해외 초청작 5작품, 국내 선정작 10작품, 창작산실 1작품, 한·영 합작 프로젝트 1작품 등 총 6개국 17작품이 40회에 걸쳐 공연된다. 개막작 ‘우드커터’와 폐막작 ‘파우스트’가 최대 관심작으로 꼽힌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폴스키 극장의 ‘우드커터’는 러닝타임만 4시간 40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폴란드의 세계적인 연출가 크리스티안 루파의 작품으로 직접 한국을 찾아 첫 내한공연을 진두지휘한다. 예술가들의 오래된 사교모임에서 한 인물이 죽게 되면서 일어난 일들을 그렸다. ‘파우스트’는 세계 연극계의 전설이 된 슬로베니아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의 작품으로, 괴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로 오늘날 소외돼 가는 현대인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국내 선정작은 연극 5개, 무용 5개 등 10작품으로, 이 가운데 4작품이 초연작이다. 소리꾼 이자람이 김애란의 단편소설 ‘노트하지 않는 집’을 판소리 형식으로 재창작한 연극 ‘여보세요’, 극단 몸꼴의 ‘멀리 있는 무덤’ 등이다. (02)2098-2984.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中, 죽은 남자 ‘영혼 결혼’ 시키려고 여성 2명 살해

    中, 죽은 남자 ‘영혼 결혼’ 시키려고 여성 2명 살해

    죽은 남성의 사후결혼을 위해 여성 두 명이 잇따라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결혼을 하지 못하고 숨진 남성을 위해 사후결혼식을 올려주는 ‘명혼’ 풍습이 남아있어 시체도굴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명혼을 위해 지체장애 여성 두 명이 살해당한 사건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명혼은 한조(汉朝)부터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풍습으로 요절한 아들을 위해 올리는 혼례식이다. 중국의 산골마을에서는 여전히 명혼이 성행하고 있으며, 이같은 악습을 이용한 돈벌이를 위해 여성시체를 도굴하거나 살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월초 마충화(马崇华)는 시베이(西北)에 사는 정신지체 여성 왕꾸이잉(王桂英·47)을 결혼시켜 주겠다고 속여 살해한 뒤 시체를 4만200위안(약 670만원)에 팔아 넘겼다. 시체는 산시(陕西)성 선무현(神木县)에서 2년 전 숨진 농촌 총각을 위한 ‘명혼’을 위해 팔려갔다. 마충화는 열흘 뒤 동일한 수법으로 또 다른 여성(60)을 살해한 뒤 시신을 산시(陕西) 지역으로 운반하던 중 경찰에 검거되었다. 마씨에게 시체를 사들인 혐의로 체포된 뤼펑샹(刘凤祥)은 2년전 교통사고로 숨진 남동생을 위해 명혼식을 치뤄주기 위해 시체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뤼씨가 거주하는 산베이(陕北) 선무현에서는 결혼을 하지 못하고 죽은 13세 이상 남성에게는 반드시 명혼을 치뤄 주는 풍습이 남아있다. 뤼씨는 교통사고 보상금으로 받은 30만 위안으로 시체를 사들여 명혼식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충화에게 살해된 여성 두 명은 모두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 씨는 독극물을 주사해 여성들을 살해했다. 지난 2011년에도 산시성 옌안(延安) 지역에서 여성을 살해해 시체를 팔아 넘긴 사건이 있었다.    중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명혼’이라는 악습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제형편이 나아질수록 전문적으로 시체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중국정부는 시체의 도굴, 매매, 매매알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 ‘시체모독죄’로 최고 유기징역 3년형에 처한다. 사진=커지쉰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드론으로 촬영한 비밀종교 ‘사이언톨로지’ 본부 공개

    베일에 쌓인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 본부의 모습이 드론 촬영을 통해 생생히 공개됐다. 최근 20년 이상 사이언톨로지를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토니 오르테가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하늘에서 본 사이언톨로지 본부의 모습을 공개했다. 우리에게는 할리우드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믿는 것으로 유명한 사이언톨로지는 인간의 기원이 외계인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과학기술에 의한 심리치료, 영혼윤회를 신봉하는 종교다. 지난 1954년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론 허바드가 창설했으며 톰 크루즈를 비롯해 존 트래볼타, 더스틴 호프만, 제니퍼 로페즈 등이 열성 신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 자체 만큼이나 비밀로 쌓여있었던 것은 현 교주인 데이비드 미스카바지가 머물고 있는 사이언톨로지 본부 골드 베이스(Gold Base)다. 캘리포니아 해밋에 위치한 본부는 외딴 곳에 마치 성처럼 존재해 일반인들의 접근 자체가 불가하다. 또한 높은 담이 세워진 건물 주위는 경비원들과 카메라, 각종 보안장비로 지켜지고 있으며 그 안은 화면 상에 드러나듯 많은 건물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할리우드 연예매체들은 이곳에 교주와 톰 크루즈만을 위한 체육관, 도박장, 극장이 마련돼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오르테가는 과거 수년 간 이곳에서 일한 관계자의 말을 빌어 "골드 베이스를 건설하는데 4700만 달러(약 516억원)의 비용이 들었다"면서 "자체 발전기까지 설치돼있어 이를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고 적었다. 한편 얼마 전에도 할리우드 연예매체들은 톰 크루즈가 교주의 '꼭두각시'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가정도 잃고 은퇴설까지 나돌았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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