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영혼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픽업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해산물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5일간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선택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540
  • 이슬람의 13교리에 강간?…혐오 조장하는 SNS 주의보

    이슬람의 13교리에 강간?…혐오 조장하는 SNS 주의보

    예멘 난민 문제와 맞물려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이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 중 ‘코란에서 가르치는 이슬람의 13교리’라는 제목으로 돌고 있는 게시물은 실제 코란에는 없는 단어인 강간이 등장한다. 그 중 ‘사춘기 시작 안 한 여자아이를 강간, 결혼, 그리고 이혼해도 된다’는 내용은 코란 65장 4절에 있는 이혼에 대한 규범을 다룬 것으로, ‘생리 기간이 끝나 버린 여성이라도 너희가 의심할 경우는, 그녀들을 위해 정해진 기간은 석 달이며, 생리에 이르지 아니한 여성도 마찬가지라. 또한 임신한 여성의 기간은 출산할 때까지로, 알라를 두려워한 자 알라는 그의 일을 편하게 하여 주시니라’이다. 코란은 이혼할 경우 임신상태 확인 등을 위해 일정 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4절에서는 나이가 들어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과 아직 생리를 시작하지 않은 여성에 대해서도 3개월의 기간을 두라고 규정한 것이다. 강간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으며, 이를 사춘기 이전 여자아이를 강간해도 된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소지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또 ‘강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4명의 무슬림 남성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코란 24장 4절이라고 출처를 밝히고 있지만 실제 교리는 ‘순결한 여성들을 중상하는 자들이 네 명의 증인을 내세우지 못할 경우, 그들에게 여든 대의 채찍형을 가하되 그들의 증언도 수락해서는 아니 되나니 이들은 사악한 죄인이다’가 24장 4절의 내용이다. 순결한 여성을 중상모략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무슬림이 아닌 사람을 죽이면, 천국에서 72명의 처녀를 상으로 받는다’는 7번째 구절도 역시 코란에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다. 출처가 된 9장 111절은 ‘알라는 믿는 자 가운데서 그들의 영혼과 그들의 재산을 사시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알라를 위해 성전하고 투쟁하며 또 순교하리니, 그것은 구약과 신약과 꾸란에 약속된 것이라. 하나님보다 약속을 잘 지키시는 분이 누구이뇨 너희가 하나님과 성약한 것에 기뻐하라 그것이 영광된 승리라’이다. 최근 SNS에 ‘무슬림에게 성폭행당한 유럽 여성들’이라는 제목으로 퍼진 사진 역시 가짜다.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입은 16명의 사진을 합성한 이 이미지는 몇 년 전부터 유럽 지역에서 유포된 것으로 해외매체들의 검증 결과 무슬림 남성에게 폭행당한 여성들의 사진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사진의 주인공들은 경찰에 체포된 뒤 폭행당한 미국 여성, 조깅 도중 자국 남성들에게 공격당한 캐나다 여성, 남편에게 맞은 미국 여성, 남자 친구에게 폭행당한 영국 여성 등 무슬림과 관련 없는 폭행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이처럼 출처가 불분명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사실인 양 유포되고, 무슬림과 관련 없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무슬림을 범죄자로 묘사하는 이미지로 둔갑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11년 전 영국에서 있었던 강아지 동상 습격 사건

    111년 전 영국에서 있었던 강아지 동상 습격 사건

    1907년 11월 20일 밤, 한 무리의 영국 의대생들은 개 한 마리의 동상을 파괴하기 위해 배터시(Battersea, 런던 남서부에 있는 자치구의 하나)로 향했다. 런던의 평균적인 기상조건을 감안하더라도 그날 밤에는 안개가 유난히 자욱했으므로, 나쁜 짓을 해도 처벌을 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2.5미터 남짓한 높이의 기념물은 분수대이기도 해서, 사람에게는 높지만 동물에게는 낮은 분출구가 달려 있었다. 갈색 테리어의 동상은 높은 화강암 기단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학생들의 비위를 거스른 것은 주춧돌 위에 새겨진 글씨였다. “1903년 2월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연구실에서 사망한 갈색 테리어의 명목을 빈다. 2개월여 동안 진행된 생체해부를 견뎌낸 후 한 생체해부자에게서 다른 생체해부자에게 인계되었고, 죽음이 그를 해방시킬 때까지 연구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1902년 한 해 동안 같은 장소에서 해부된 232마리 실험견들의 명목을 빈다. 영국의 신사숙녀들이여, 언제까지나 이런 짓을 계속할 텐가!” 19세기가 막을 내리고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동물권익 행동가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상징하기 위해 ‘갈색 반려견’라는 이름의 동상을 세웠다. 의대생들의 분노를 자극했던 것은, 그 동상이 – 구체적인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소속의 두 의사를 모욕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윌리엄 베일리스와 어니스트 스탈링으로, 갈색 테리어에 대한 실험을 수행한 장본인들이었다. 수백 명의 동급생들이 동상 파괴 현장에 나타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대부분이 몸을 사렸다. 겨우 일곱 명의 청년들이 런던 중부의 대학을 출발, 템즈강을 건너 노동자 계층이 거주하는 배터시를 향했다. 한 역사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노동자들을 도와줄 수 없다면, 그곳을 피하는 게 좋다.” 학생들은 런던 남부에 도착하여 동상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나 가까이 접근할수록 사명완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인근의 노동자들이나 경찰이 추격해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갈색 반려견’에 도착했을 때는 벤치와 덤불 뒤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아돌프 맥길커디가 덤불 속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더니, 외부인의 감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면밀히 살폈다. 그런 다음 쇠몽둥이를 손에 움켜쥐고, 있는 힘을 다해 높이 점프하여 갈색 테리어의 앞발을 후려쳤다. 이윽고 땅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경찰이다! 그는 공원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바로 그때 또 한 무리의 의대생 스물다섯 명이 배터시에 도착했다. 마지막 순간에 머뭇거렸던 맥길터디의 동급생들이었는데, 장소는 정확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첫 번째 그룹이 가능한 한 조용히 살금살금 움직였던 데 반해, 두 번째 그룹은 - 마치 자신들의 도착을 확성기로 알리는 것처럼 - 시끌벅적했다. 두 번째 그룹의 리더인 던컨 존스가 망치로 갈색 테리어를 한 차례 후려갈긴 후 두 번째 동작을 취하려는 순간, 정복경찰관 두 명이 달려와 그를 체포했다.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 아홉 명의 학생들만 존스를 따라 줄줄이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벌금형을 간절히 바랐지만, 경찰은 열 명을 모두 감방에 처넣었다. UCL 측에서 보석금을 대신 지불했고, 학생들은 다음날 아침 “존경받는 UCL의 명예를 보호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전에 ‘공공 기념물을 악의적으로 손상시켰다’는 유죄를 인정했다. 그 동상에 새겨진 글씨의 의도는 분명했으니, 연구자들을 동물학대자로 묘사한 것이었다. 데이비드 그림이 자신의 저서 ‘반려견 시민’에서 말한 것처럼, “수 세기 동안 누적된 개와 고양이의 영혼에 대한 우려감이 극에 달했다.” 젊은 의학도들은 시대가 변한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노트펫(notepet.co.kr)
  • 황석영 ‘해질 무렵’ 佛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황석영 ‘해질 무렵’ 佛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소설가 황석영이 장편소설 ‘해질 무렵’으로 프랑스에서 ‘2018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파리의 국립동양미술관인 기메 미술관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아시아 문학을 프랑스에 알리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제정됐다. 수상작은 1년간 프랑스어로 출간된 현대 아시아 문학작품 가운데 선정한다. 이전까지 프랑스에서 외국 작품에 수여하는 상은 ‘페미나상’이 유일했다. 총 세 번의 심사를 거쳐 후보 명단을 발표하며, 올해는 황석영 작가를 비롯해 인도의 미나 칸다사미, 일본의 나시키 가호, 중국의 아이(阿乙), 파키스탄의 오마르 샤히드 하미드, 대만의 우밍이 최종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영국계 인도 작가 레이나 다스굽타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황석영은 2004년 ‘손님’으로 페미나상 외국어소설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게 됐다. ‘해질 무렵’은 2016년 대산문화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을 받아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와 번역가 장 노엘 주테가 번역, 지난해 프랑스 필립 피키에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한국에선 2015년 출간된 이 작품은 성공한 60대 건축가와 젊은 연극연출가의 목소리를 교차 서술하며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기메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황석영의 작품이 주는 강력한 환기력, 묘사의 섬세함, 독서로 인해 얻게 되는 부인할 수 없는 풍요로움에 매료됐다”며 “구축과 파괴, 존재와 사물을 섬세하게 그려 아시아의 변화무쌍한 모습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영혼을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고 평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비밀과 거짓말’ 오승아 “첫 악역 두려웠다..불안한 영혼”

    ‘비밀과 거짓말’ 오승아 “첫 악역 두려웠다..불안한 영혼”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 오승아가 첫 악역에 도전하는 소감을 전했다. 21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MBC사옥에서 열린 MBC 새 일일드라마 ‘비밀과 거짓말’ 제작발표회에는 배우 오승아, 서해원, 이중문, 김경남, 전노민, 김혜선, 이일화, 서인석, 이준영, 김예린과 김정호 PD가 참석했다. 이날 오승아는 “모든걸 다 가졌지만 정신적인 결핍이 있는, 불안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신하경 역할을 맡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극중 신화경은 미성그룹의 손녀로 자랐으나 입양아라는 비밀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의 노예가 되는 인물이다. 이를 통해 첫 악역에 도전하게 된 오승아는 “긴장도 되고 무섭기도 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만큼 감독님과 리딩도 열 번 이상 할 정도로 항상 분석하고, 연기도 디렉팅을 많이 받았다. 신화경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조금은 부담을 덜고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여전히 돈독한 사이를 자랑하는 레인보우 멤버들의 응원에 대해서도 답했다. 앞서 악역 연기를 했던 고나은은 “소리 지르다가 힘들면 링겔을 맞아라” “체력소모가 많은데 그럴 때는 돼지고기를 먹어라” 등 실질적인 조언을 해줬다고. 한편 ‘비밀과 거짓말’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비밀을 숨긴 채 거짓말의 성을 쌓은 여자와 정정당당히 목표를 향해가는 여자의 대결을 그린다. 오는 6월 25일 월요일 오후 7시 15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seoulen@sesoul.co.kr
  • 53세 모니카 벨루치의 당당한 워킹… “나이, 문제되지 않아”

    53세 모니카 벨루치의 당당한 워킹… “나이, 문제되지 않아”

    모델은 반드시 젊어야 한다는 편견을 깬 모델이 세계적인 브랜드의 패션쇼에 등장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여배우이자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모니카 벨루치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53살인 모니카 벨루치는 이탈리아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밀라노에서 열린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의 패션쇼에서 당당한 워킹을 선보였다. 모니카 벨루치는 무려 26년 전인 1992년 돌체앤가바나 모델로 활동한 뒤 배우로 전향했고, 이후 셀러브리티로서 돌체앤가바나를 비롯한 유명 브랜드의 행사에 참가했지만 모델로 무대에 선 적은 없었다. 평소 필라테스부터 수영까지 운동을 가리지 않고 자기관리의 정석을 보여준 모니카 벨루치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에너지다”, “신체는 나이가 들지만 영혼은 젊어질 수 있다”며 몸과 마음의 관리를 통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니카 벨루치는 긴 머리카락을 정제된 스타일의 검은색 정장을 입고 무대에 섰고, 런웨이에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카메라 세례와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번 패션쇼에서 주목받은 모델은 모니카 벨루치 뿐만이 아니다. 올해 48세이자 슈퍼모델계의 전설로도 통하는 나오미 캠벨도 세련된 정장을 입고 무대에 섰다. 돌채앤가바나는 이번 패션쇼를 위해 길거리 캐스팅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모든 연령대의 모델을 무대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이날 패션쇼에는 머리카락이 하얀 60대와 70대 모델들이 등장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돌체앤가바나 측은 기성세대를 위한 스트릿 패션을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의 모델을 섭외했으며, 돌체앤가바나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반영하는 특별한 패션쇼였다는 평을 받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선우정아 “19살에 만난 첫사랑과 10년 연애 후 결혼”

    선우정아 “19살에 만난 첫사랑과 10년 연애 후 결혼”

    네 살 때 엄마 손을 잡고 처음 피아노 학원에 갔던 어린 꼬마는 그곳에서 음악이라는 평생의 친구를 만났다. 그 후 단 한번의 외도 없이 한평생 음악과 손잡고 지금까지 걸어와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기를 30년,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목마르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기 직전까지 음악 하는 게 평생의 목표”라 말하던 그녀, 가수 선우정아다. bnt와 화보촬영을 위해 만난 선우정아는 자기만의 개성과 색깔을 외치는 요즘 사회에서 그야말로 특출난 ‘인재’였다. 독특한 음색과 위트 넘치는 가사,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을 뚝딱 만들어내는 그의 음악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대한민국의 음악시장에서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인지 수긍할 수밖에 없을 터. 평소 팬이었던 기자가 잔뜩 기대를 하고 만났던 선우정아는 기대 이상으로 멋지고 근사한 뮤지션이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허밍을 흥얼거리던 그에게 음악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절대적이고 또 자연스러운 일인 듯했다. 남들은 놀이터에서 뛰놀기 바쁘던 네 다섯 살때부터 음악을 친구 삼아 자라왔다는 그는 18살 때 홍대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고. 그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알아본 음악인들 사이에서 점차 유명해진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YG로부터 프로듀싱 제안을 받기에 이른다.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행운이 아주 갑작스럽게 찾아올 때가 있는 거 같아요. YG와의 인연이 제게 그런 셈이었죠” 그렇게 투애니원의 ‘아이돈케어’ 편곡 작업을 시작으로 지드래곤, 이하이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앨범 프로듀싱에 참여한 선우정아는 투애니원의 ‘아파’로 처음 통장에 천만 원대의 금액이 찍혔던 일화를 들려주며 “진짜 내 통장이 맞나 싶더라”며 웃음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YG를 만나기 전까지 ‘대중가요는 가볍다’는 편견에 휩싸여 있었다는 그는 “YG와 함께 일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대중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산산이 부서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덕분에 음악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또 내 음악도 대중에게 한결 다가가기 편하도록 부드러워졌다”고 밝히며 “지금은 대중가요 마니아”라고 말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그룹으로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을 꼽았다. 이후 ‘복면가왕’에 출연하며 ‘레드마우스’라는 별명으로 5연승을 거머쥐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선우정아. “‘복면가왕’은 그동안 아집에 사로잡혀있던 내가 세상에 용기 있게 나아갈 수 있었던 큰 기회”라 표현한 선우정아는 “내 입으로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복면가왕’ 출연 전에도 나름 음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아티스트였다. 그러다 보니 자존심도 세지고 쓸데없는 체면과 꼰대 같은 것들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면서 “그러던 어느 순간 스스로 자문하게 되더라. 주변에 아무리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세상엔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뭘 그리 가진 척을 하고 쎈 척 하기 바쁘냐고. 그렇게 스스로 자조 섞인 깨달음이 몰려올 때쯤 ‘복면가왕’ 섭외가 들어와 흔쾌히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며 속내를 전했다. 그렇게 무려 5연승을 달성하며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된 선우정아는 “가면 덕이 컸다. 얼굴을 가린 덕분에 사람들이 편견 없이 내 음악을 들어줄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말하며 “덕분에 시댁에도 내 존재감을 입증했다”면서 “그 동안 가수인 줄은 알았지만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 잘 모르셨는데 ‘복면가왕’ 덕분에 사이가 가까워졌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최근 많은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롤모델로 꼽히고 있는 선우정아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아마 나만의 색깔을 계속해서 잘 유지해나가는 걸 좋게 봐준 것 같다”며 겸손히 답했다. 아이유와의 문자가 공개되며 화제를 불러모았던 것에 대해서는 “아이유의 앨범 작업을 도왔는데 그 보답으로 나 ‘고양이’라는 음악에 피처링을 맡아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서로 짙은 색깔을 가지고 있는 두 아티스트가 함께 만나 작업해본 소감을 묻자 “원래도 팬이었지만 함께 작업해보고 더 팬이 됐다”고 밝히며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똑똑하고 음악성 높은 친구”라면서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느낌으로는 마치 선배 같았다”며 치켜세웠다. 한편 오는 8월,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선우정아는 “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 가장 큰 규모”라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대중에게 자신의 음악이 너무 ‘독특하고 특이한’ 음악으로만 비춰지는 것에 대해 “내 노래가 너무 독특하다는 평으로 치우치는 게 좀 속상하다”고 말하며 “생각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는 ‘비온다’를, 입문자들을 위한 추천 곡으로는 ‘봄처녀’와 ‘구애’를 꼽았다. 한창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던 선우정아는 자신의 러브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현재 결혼 5년차에 접어든 그는 “19살에 만난 남편과 10년 열애 후 29살에 결혼했다”고 밝히며 자신의 20대를 모두 함께 보낸 남편을 향해 “나의 가장 가까운 영혼의 동반자이자 비선실세”라는 말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집에 가면 나는 추레한 와이프”라면서 “아무래도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쏟는 직업이다 보니 집에 있을 땐 최대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빈둥거린다. 음악 빼곤 아무것도 못해 남편이 나를 바보로 생각할 것”이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직까지 자녀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딩크족은 아니다. 지금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마음이 열려있다”며 2세 계획을 암시하기도. 자신에게 음악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답한 선우정아의 30년 음악인생을 단 두 시간 안에 모두 담아내기란 역부족이었지만 아쉽지는 않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그녀의 음악을 통해 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노인 혐오시대 섬뜩한 질문… 늙지 않는 인간도 있습니까

    노인 혐오시대 섬뜩한 질문… 늙지 않는 인간도 있습니까

    평범한 제목과 달리 내용은 섬뜩하다. 80대 이상 노령 인구가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2030년대. 청년 세 명이 노인 일곱 명을 부양하는 초고령 사회다.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벌충하느라 젊은이들의 지하철 요금은 밥 한 끼 값을 넘겼다. 국가 입장에서도 국고를 축내는 노인들은 눈엣가시다. 급기야 국가는 연금 과다 수급자들을 소리 소문 없이 조직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한다.박형서(46) 작가가 4년 만에 펴낸 신작 소설 ‘당신의 노후’(현대문학)는 한 가지 의문에서 시작됐다. 현재 외국에 머물고 있는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요즘 추세와 같은 고령화 사회라면 머지않아 기금은 분명히 고갈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존폐와도 연결된 문제이니 제도 자체는 부득불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이 소설의 바탕이 됐다고 했다. 작품의 주인공 ‘장길도’는 국민연금공단 노령연금TF팀에서 40년간 일하다 퇴직했다. 어느 날 장길도는 폐병을 앓아 온 아홉 살 연상 아내 ‘한수련’이 오래전부터 노령 연금을 부어 온 사실을 알고 곤혹스러워한다. 노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금이 고갈될 처지에 놓이자 연금공단이 은밀하게 수급자들을 제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연금공단의 ‘적색 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을 안 장길도는 그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의 노력은 연금공단의 젊은 상사에 의해 가로막힌다. 이 청년은 노인은 ‘하는 일이라고는 영혼이 떠나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게 전부’인 존재이며, 그들 탓에 이 나라는 ‘사방이 꽉 막혀서 썩어가고’ 있다고 여긴다.“한국 근대 문학에서 ‘아버지’로 대변되는 어른의 권위는 절대적이었습니다. 산업화 및 도시화 시대를 거치며 다치고 패배한 ‘난쟁이’ 어른이 등장했고 이제 ‘혐오스러운 늙은이’ 어른이 무대에 오를 차례가 됐습니다. 두려운 존재에서 가여운 존재로, 그리고 마침내 혐오스러운 존재로 내려온 것입니다. 지동설이 천동설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그랬듯이 한 사회의 패러다임은 설득과 타협이 아니라 고루한 패러다임에 충성하는 구세대가 모두 죽은 뒤에야 비로소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누적된 오늘이라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인에 대한 사회의 적대적인 시선을 지적하고 마는 게 아니라 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고 싶었다는 의미다. 장길도가 자신을 몰아세우는 젊은 상사에게 “시간이 노인의 편이 아닌 것처럼 젊은이의 편도 아니지. 시간은 결국 살아 있는 모두를 배신할 걸세”라고 말하듯 고령화 사회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 소설에서 노인을 피해자로 생각하거나 설정한 건 아닙니다. 장길도가 깨닫듯, 노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결국 패자입니다. 현재의 패자와 미래의 패자가 맞서 싸우느니 상생하는 게 서로 이익이겠죠. 이를 위해서는 유교적 질서가 아니라 상식적 질서가 필요합니다. 나이 하나로 행패부리는 노인이 있다면 주위의 노인들이 처벌해야 합니다. 노인을 모욕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주위의 젊은이들이 처벌해야 합니다.” 상상력을 제한하는 까닭에 취재를 최소화했다는 작가는 지금이라 해도 무방할 법한 근미래를 촘촘하게 직조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작가가 꾸려 놓은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다가도 곧 당도할 미래의 정중앙을 직시하게 된다. “장길도와 국민연금공단 양측이 지닌 논리와 폭력의 균형을 끝까지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공을 들였어요. 소설의 흥미를 위해 긴장을 팽팽히 유지할 필요가 있는 데다, 무엇보다 어느 한쪽의 입장을 편들 수 없기 때문이죠. 소설이란 대답이 아닌 질문의 양식입니다. 그리고 질문은 공평하게 제기되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 여기 질문이 있으니 한번 궁리해 보세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매조도’ 그린 다산의 마음

    [정찬주의 산중일기] ‘매조도’ 그린 다산의 마음

    나이 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작은 것에 눈길이 자주 간다. 비도 보슬비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밤하늘의 별도 희미하고 작은 것을 오래 쳐다보고, 꽃도 화려한 장미보다 자세를 낮추고 지그시 보게 되는 제비꽃이나 큰개불알꽃 등 손톱만 한 들꽃이 더 사랑스럽다. 특히 새벽에 보는 흰 점 같은 작은 별들은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광대무변한 허공에서 고독한 혼처럼 처량하게 떨고 있는 듯해서다. 나는 왜 이런 작은 것들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일까. 산중에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있는 내 존재와 동질감이 들어서일까.최근에 이미 발표했던 내 소설 ‘다산의 사랑’을 다시 읽어 본 적이 있다. 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 생활을 그린 소설인데, 나는 소설 속에서 다산의 소실 홍임 모와 어린 딸 홍임에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새삼 놀랐다. 다산의 실학사상을 기대하고서 내 소설을 보았다면 실망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실학자 다산’이 아니라 ‘인간 다산’을 그리려고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밤하늘의 희미하고 작은 별 같은 다산의 소실과 어린 딸을 그리고자 했을 터. 소설의 후기에도 ‘이 소설이 홍임 모를 위한 맑은 차 한 잔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런데 나는 내 소설을 다시 읽은 뒤 무언가 크게 아쉬움을 느꼈다. 며칠 동안 그 까닭을 찾다가 또다시 홍임 모와 홍임에게 꽂혔다. 다산은 초당에서 본처 홍씨 부인이 보내온 노을빛깔의 치맛자락에 두 폭의 매조도를 그렸다. 한 폭은 강진의 제자 윤정모에게 시집간 본처 딸에게 주려고 그린 것이고, 또 한 폭은 홍임이가 장성한 뒤에 주려고 그린 작품이었다. 이는 다산과 홍임 모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마재의 홍씨 부인은 알지 못했다. 홍임에게 주려고 한 매조도에 자하산방(다산초당 별칭)에서 ‘홍임에게 주노라’라고 밝히지 않고 의증종혜포옹(擬贈種蕙圃翁)이라고 암호문처럼 써 놓았기 때문이었다. 굳이 우리말로 풀자면 ‘혜초 밭에서 씨 뿌리는 늙은이에게 주려고 한다’이다. 내가 아쉬웠던 이유 중에 하나는 다산과 홍임 사이에 얽힌 이 암호문을 풀지 못한 채 소설을 끝내 버린 탓이었다. ‘혜초 밭에서 씨 뿌리는 늙은이’는 누구일까. 늙은이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다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다산은 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신에게 줄 거라는 모순된 글을 남겼을까. 혹시 고생하는 본처가 보낸 치맛자락에 그린 매조도를 소실의 딸에게 준다고 차마 밝히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다산의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 오는 듯하다. 또 매조도의 행방은 어떻게 됐을까. 이 부분도 나는 슬쩍 넘어가 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나는 개정판을 염두에 두고 빠진 이야기를 보충했다. 실제로 다산은 홍임 모가 재혼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오자 홍임의 매조도를 다른 이에게 주려고 한다. 홍임 모가 재혼한다면 홍임이는 다른 사내의 의붓자식이 되므로 그랬을 것이다. 다산은 해배가 돼 고향인 마재로 돌아온다. 1822년 홍임이가 아홉 살 되던 해 가을이었다. 성균관 동기이자 젊은 시절의 친구 이인행이 다산의 거처인 여유당으로 찾아온다. 정조가 승하한 뒤 다산이 유배를 간 이후 23년 만의 재회였다. 두 사람은 이틀 낮밤 동안 젊은 시절로 돌아가 정담과 토론을 하고 나서 헤어졌다. 다산은 그 가을에 고향 영천으로 내려간 이인행을 ‘혜초 밭에 씨 뿌리는 늙은이’이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홍임의 매조도를 주어 버린다. 이로써 매조도의 행방은 확실하게 막을 내린다. 200자 원고지 46장에 이와 같은 이야기를 다 풀어 놓고 보니 목에 걸렸던 가시가 내려간 듯하고 뿌듯하다. 어설픈 미완성의 작품이 비로소 완성된 것 같은 희열이 차오른다. 이래서 작가들이 한두 번씩 개정판을 내지 않나 싶다. 아래 절에서 새벽 범종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새벽 4시가 조금 지났을 것이다. 나는 또 습관처럼 현관문을 밀고 밖으로 나간다. 밤안개가 옅게 끼었는지 오늘 새벽에는 모든 별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홍임 모와 홍임의 영혼도 캄캄한 허공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것만 같다.
  • 윤균상♥김유정,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캐스팅 완성 “11월 방송 예정”

    윤균상♥김유정,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캐스팅 완성 “11월 방송 예정”

    윤균상이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 합류, 김유정과 호흡을 맞춘다. 오는 11월 방송 예정인 JTBC 월화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연출 노종찬, 극본 한희정, 제작 드라마하우스)의 꽃미남 청소업체 CEO 장선결 역으로 윤균상이 합류해 연기 변신에 나선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청결보다 생존이 먼저인 열정 만렙 취준생 길오솔(김유정 분)과 청결이 목숨보다 중요한 꽃미남 청소업체 CEO 장선결(윤균상 분)이 만나 펼치는 완전무결 로맨스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내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윤균상이 연기하는 장선결은 청소를 인류적 사명이자 숭고한 행위로 여기는 청소 대행업체 ‘청소의 요정’ CEO. 재력과 눈부신 비주얼, 섹시한 두뇌까지 갖춘 ‘무결점’의 매력남이다. 극심한 결벽증마저 기회로 활용해 ‘청소의 요정’을 창업해 성공을 이뤄낼 정도로 무결한 선결의 삶에 ‘청포녀(청소를 포기한 여자)’ 길오솔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2012년 ‘신의’로 데뷔한 윤균상은 ‘피노키오’, ‘닥터스’, ‘의문의 일승’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쌓았고 ‘육룡이 나르샤’, ‘역적’ 등 긴 호흡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사극에서도 묵직한 힘을 인정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로 떠올랐다. 연기력은 물론 훤칠한 키와 훈훈한 비주얼로 여심을 설레게 하는 윤균상. 김유정과의 비주얼 케미도 기대심리를 자극한다. 김유정이 청결보다 생존이 우선인 열정 만렙 취업준비생 길오솔 역에 캐스팅됐고 송재림은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 최군 역을 맡았다. 자유분방한 영혼을 지닌 동네 오지라퍼 백수형 같지만 모델 뺨치는 우월한 비주얼을 지닌 반전의 훈남이다. 여기에 윤균상까지 합류하며 웹툰 원작 팬들의 기대감을 뜨겁게 달군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제작진은 “선결을 통해 지금까지와 다른 윤균상의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청춘의 긍정 에너지 넘치는 유쾌하고 가슴 따뜻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인수대비’,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노종찬 감독과 ‘조선총잡이’ 한희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오는 11월 JTBC에서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씨줄날줄] 재난 셀카/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재난 셀카/이순녀 논설위원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야윈 어린 소녀가 굶주림에 지친 듯 고개를 땅에 떨군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소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먹잇감을 기다리는 대머리 독수리가 있다. 1994년 퓰리처상을 받은 보도사진작가 케빈 카터의 ‘독수리와 소녀’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아프리카 남수단의 비참한 기근 실상이 널리 알려졌고, 대규모 구호가 이뤄졌다. 하지만 동시에 보도 윤리에 대한 논란도 야기했다. 위험에 처한 소녀를 즉시 구하지 않고, 사진을 먼저 찍은 카터의 행동이 비인간적이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카터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최근 이탈리아 피아센자역에서 80대 캐나다 여성이 열차에 치여 구조 요원들로부터 응급구조 조치를 받는 현장에서 한 남성이 셀카를 찍는 모습이 뒤늦게 현지 언론에 보도돼 큰 파장이 일었다. 이 남성은 손으로 ‘V자’ 모양을 그리기도 했다. 현장을 기록하고, 알리기 위한 공익 목적의 보도 사진이라도 재난이나 참사를 피사체로 다룰 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카터의 사례는 보여 준다. 그러나 요즘은 재난 현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한 인증샷 배경쯤으로 여기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오죽하면 ‘재난 셀카’(disaster selfies)라는 신조어가 생겼을까. 지난해 6월 79명이 화재로 숨진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 사고 현장에서도 추모보다 사진 촬영에 더 열을 올리는 셀카족 때문에 유가족과 이재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당시 화재 현장 인근에 “그렌펠타워는 참사 현장이지 관광 명소가 아닙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릴 정도였다. 심지어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조차 인증샷이 우선인 ‘대담한’ 셀카족도 있다. 지난해 9월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가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하는 긴박한 순간에 관광 명소인 서던모스트 포인트 앞에서 셀카를 찍는 사람들 때문에 당국이 바짝 긴장해야 했다. 소셜미디어가 일상인 시대에 셀카는 자기과시 욕구를 충족시키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더욱이 남들이 갈 수 없는 곳이나 금기 장소에서의 셀카는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착각하게 만든다. 이런 왜곡된 자기애가 갈수록 자극적이고, 위험한 사진을 찍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탈리아 언론 라스탐파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셀카를 찍은 남성은 영혼과 인간성을 잊은 채 인터넷의 자동화 기계처럼 행동했다”면서 “인터넷에서 자라난 암”이라고 지적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개념 셀카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coral@seoul.co.kr
  • “詩, 생명력 확인하기 위해 쓰겠습니다”

    “詩, 생명력 확인하기 위해 쓰겠습니다”

    “첨단 과학은 시대의 급변을 주도해 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불가사의한 기능은 인간의 영혼을 피폐시킵니다. 문학의 입장에서 보면 더없이 흉물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시대에 시를 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회의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삭막한 도시의 어느 빌딩 자락에 내걸린 한 구절의 시구를 보고 위로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강물이 흐르듯 면면이 이어져 오는 시의 생명력을 확인하기 위해 시를 쓰겠습니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공초문학상의 스물여섯 번째 주인공이 된 김초혜(74) 시인은 단아한 목소리로 시의 의미를 되새겼다. 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6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김 시인은 “생전에 무소유를 추구하셨던 공초 오상순 시인께서 오로지 시심 하나만 지녔던 것은 시의 생명력에 이끌렸기 때문일 것”이라며 “선생께서 지니셨던 하나뿐인 재산을 저 또한 간직하면서 시를 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 시인의 남편인 소설가 조정래, 이근배 공초숭모회장, 유종호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민윤기 서울시인협회장, 신달자·김금용·서복희 시인 등 100여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심사위원장인 이근배 시인은 “김초혜 시인의 시 ‘멀고 먼 길’은 웅장하고 광대무변한 시 세계를 일구며 ‘우주의 지휘자’라고 불린 공초 오상순 시인의 시 세계와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면서 “생전에 명동 다방에서 문인들을 만나면 ‘한마디 하라’고 하시던 공초 선생이 김초혜 시인의 이 시를 본다면 ‘한마디 했다’고 큰 손을 내밀며 축하를 건넬 것 같다”고 축하를 전했다.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은 “오상순 시인의 호인 ‘공초’에는 인간의 희로애락, 삶과 죽음마저 뛰어넘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데 김초혜 시인의 ‘멀고 먼 길’이라는 시야말로 오상순 시인이 추구한 공(空) 정신에 다가간 작품”이라면서 “이같이 좋은 시를 많이 만날 수 있도록 공초문학상이 문학 현장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등단한 지 20년이 넘는 시인이 최근 1년 이내에 발간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공초문학상은 한국 신시의 선구자인 공초 오상순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됐다. 1993년 이후 매년 신경림, 정현종, 천양희, 신달자, 정호승, 도종환, 유안진, 나태주 등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을 수상자로 배출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태움’ 강진의료원 홍역… 노조 “갑질 간호사 처벌”

    노조 “직위해제 후 진상 조사” 해당 과장 “청원글 90% 거짓” 공공의료기관인 전남 강진의료원이 간호사 사이 ‘태움’(영혼이 재로 변할 때까지 활활 태운다는 뜻으로 후배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간호계 은어)과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의료원 한 직원은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간호사들에게 고압적 언사와 강제 휴가, 부당한 인사발령 등 태움을 강요했다며 S(54) 간호과장을 비난했다. 강진의료원은 자체적으로 인사위원회와 노사협의회 등을 열어 진상 규명에 나섰지만 서로 맞서는 주장을 펴 아직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도 지난달 30일 예비조사를 거쳐 7~8일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의료원 노조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과장 퇴진과 태움 근절 대책을 요구했다. 또 “아직껏 미온적인 모습을 보인 병원장이 적극 나서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밝혔다. 간호사 60여명 중 40여명이 참석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간호사들에 따르면 S 과장은 ‘나에게 찍히지 마라, 나한테 찍혀서 살아남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나는 아무도 못 잡아. 신랑도 안 되고 시어머니도 안 돼, 원장도 안 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여’라며 평상시 위협을 해 왔다. 그러나 본인은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있다. 노조는 “수간호사를 하면서 30년 넘게 갑질을 한 S씨이지만 보복을 우려해 참고 견디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어서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간호과장을 직위해제한 후 공정한 진상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사 10여명이 병원을 그만뒀다고 호소했다. S 과장은 “근무조 편성, 간호사 배치 등 의료원 발전을 위해 애썼다”며 오히려 노조의 인사권 침해를 주장했다. 또 “성격이 급하고 직설적이어서 의도와 달리 기분 나쁘게 들렸을 수도 있지만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의 내용 가운데 90%는 사실과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강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비디오스타’ 정엽 “3년 만에 신곡 내놨는데 차트에 ‘없구나’”

    ‘비디오스타’ 정엽 “3년 만에 신곡 내놨는데 차트에 ‘없구나’”

    가수 정엽이 ‘비디오스타’를 통해 신곡 활동부터 연애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털어놓는다.오는 5일 방송되는 ‘비디오스타’ <출구가 없구나! 치명적 아트 몬스터 특집> 편에는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진 네 남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엽,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배우 한지상, 현대 무용가 김설진이 출연한다. 3년 만에 신곡 ‘없구나’로 돌아온 정엽은 ‘비디오스타’를 시작으로 활발한 방송 활동 계획을 전해 관심을 모았으나, 정작 ‘없구나’가 차트에 없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말장난으로라도 노래를 띄우고 싶다”는 정엽의 마음을 알게 된 MC들은 제목 ‘없구나’로 각종 패러디를 쏟아내 폭소케 했다. 또한 ‘수염 그리는 창법’으로도 유명한 정엽의 트레이드마크 ‘맷돌 창법’에 대한 이야기도 쏟아졌다. 특히 정엽은 창법 때문에 “수염까지 밀었다”고 고백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마이크 돌리는 이유를 공개 “가끔은 가만히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보였다. 이에 ‘비디오스타’가 특단의 조치를 준비, 마이크 안 돌리고 노래하는 모습이 최초 공개돼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후문. 과연 정엽은 ‘맷돌 창법’ 없이 어떻게 노래를 부를 것인지,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비디오스타’ 녹화 당일에 뜬 정엽의 열애 기사로 스튜디오가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김설진의 제보로 정엽의 열애 사실을 확인한 MC들은 곧바로 집중 수사를 시작, 정엽의 사랑과 영혼을 아낌없이 탈탈 털었다는 후문. 특히, 정엽은 여자 친구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엽의 달달한 러브스토리는 6월 5일 화요일 오후 8시 30분 ‘비디오스타’에서 공개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열차에 치인 여인 구조하는데 옆에서 셀피 찍는 젊은이

    열차에 치인 여인 구조하는데 옆에서 셀피 찍는 젊은이

    이탈리아 북부에서 젊은 캐나다 여성이 열차에 치여 크게 다쳐 사람들이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그 옆 플랫폼에서 이를 배경으로 ‘셀피’를 찍고 있는 관광객이 있어 이탈리아 전역을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 흰색 버뮤다 반바지를 입고 있던 문제의 젊은이는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까지 그려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피아첸차역에서 응급조치를 취하던 경찰이 이 젊은이를 붙잡아 셀피 사진을 삭제하도록 했다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다친 여성은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결국 다리 한쪽을 절단해야 했다. 이탈리아의 많은 신문들이 한 사진기자가 촬영한 문제의 사진을 전면에 대문짝만 하게 싣고 분노를 표시했다. 안토넬라 보라레비란 시사평론가는 “암이 인터넷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개탄한 뒤 “셀피를 찍고 있는 젊은이가 특별히 나쁜 젊은이는 아니지만 영혼을 꺼버리고 그의 인간성은 “인터넷에 노예가 됐다”고 지적했다. 라디오 진행자인 니콜라 사비노는 인류가 “급하게 종말로 나아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간단히 “더 이상 날 놀래킬 것도 없다”고 적었다. 사진을 촬영한 피아센차 지역 신문 리베르타의 조르지오 람브리 기자는 3일 “당신이 예상하지 못한 야만-비극 앞에서의 셀피”란 제목이 붙은 기사에서 자신이 목격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기사를 게재하고 다른 제목을 붙였다. 문제의 젊은이가 도덕적 공감 능력의 결여를 보여줬다며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개탄하는 듯 “휴스턴, 우린 문제가 있어요”라고 했다. 람브리 기자는 철도 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고 문제의 젊은이는 경찰에 신원을 밝혀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캐나다 여성이 왜 열차에 치였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사고 직후 보도에 따르면 열차 문을 닫는 제어 시스템이 고장나 여성이 기대고 있던 문이 열리는 바람에 열차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가 추정했다. 그러나 그녀가 역을 빠져나가는 열차 앞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정현백 여가부 장관 “몰카 범죄, 한 사람 영혼 파괴하는 것”

    정현백 여가부 장관 “몰카 범죄, 한 사람 영혼 파괴하는 것”

    “방심위, 신고된 300여건 삭제 가해자 엄벌·2차 피해 없애야 미투 이전과 다른 사회로 발전”“가해자를 엄벌하고 2차 피해를 없애지 않으면 ‘직장 내 성폭력’은 반복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폭로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이전과 전혀 다른 사회로 나가려면 우리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4일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열린 서울여성국제영화제 ‘위드유’(#With You)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미투 운동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날 정 장관을 포함한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원미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감독, 배우 이영진 등은 토크 콘서트에 앞서 직장 내 성폭력을 다룬 영화 ‘아니타 힐’(감독 프리다 리 모크)을 함께 관람했다. 권 활동가는 “성차별적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2차 피해를 막으려면 독립적인 여성들의 연대, 그리고 여론의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나아가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선 유럽처럼 노조를 강화하거나 북미처럼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장관은 “미투 운동으로 대중의 요구도 늘었지만 제도나 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가부를 비롯한 정부를 믿고 도움을 요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 촬영물(몰카)은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최근 여가부로 300여건의 신고가 들어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삭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아니타 힐’은 직장 내 성폭력이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1년 미국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대법관 후보이자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의 성희롱을 고발한 변호사 아니타 힐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힐의 증언은 미국 페미니즘과 시민권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힐은 현재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폭로 후 ‘할리우드 성폭력 척결과 직장 성평등 진작을 위한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사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제26회 공초문학상] “詩, 왜 사는가에 대한 가장 짧은 응답”

    [제26회 공초문학상] “詩, 왜 사는가에 대한 가장 짧은 응답”

    “시란 인생에 대한 투시입니다. 시인은 인생을 살아온 연륜의 깊이에 따라 인생을 통찰하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투시와 통찰이 조화롭게 합의를 이룰 때 시의 영혼은 더욱 명징해지죠. 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의 영혼이 깊어짐과 동시에 더욱 맑아지기를 바랍니다. 그 소망을 담아 시를 씁니다.” 김초혜(74)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잠든 나를 깨워 나를 보게 하는 것’이다. 한 땀 한 땀 수놓아 자화상을 그리듯 시인은 자신이 지나온 길을 천천히 매만지며 고요한 시 세계를 일궈 왔다. 온갖 감각에 사로잡히는 나 자신을 무시하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그릇을 비워낼 때 인생의 순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은 자신의 순수한 시와 꼭 닮았다. 지난해 6월 펴낸 시집 ‘멀고 먼 길’(서정시학)의 표제작인 ‘멀고 먼 길’이 제26회 공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시라는 ‘멀고 먼 길’을 향한 시인의 절실한 소망에 대한 작은 응답일지도 모르겠다. “시 제목에 쓰인 ‘길’은 우리의 인생과 삶이자 시 그 자체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기의 인생길을 걸어가게 되어 있죠. 그 인생길은 서로 닮은 듯하지만 전혀 닮지 않은 개성적인 세계입니다. 손금이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하잖아요. 그 미세한 차이가 우리의 인생길이 아닐까 싶어요. 시는 인생의 총체적인 응시이고 탐구이기 때문에 그 미세한 다름의 총체성을 확보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은 196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시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는 시인은 등단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을 소개할 때 ‘김초혜 시인’이라고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저 ‘시 쓰는 사람’이라고 말할 뿐이었다고. 등단한 지 올해로 54년째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 쓰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시인은 털어놨다. “시를 쓰면서 모든 시인은 매일 절망한다고 합니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시를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창작의 짐은 모든 예술가들에게는 멍에가 아닐까요. 그 운명적 멍에를 짊어지고 끝없이 노력하다 보면 더러 창작의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그 기쁨이 모든 시인들을 끝없이 시에 열중하게 하는 힘이겠죠.” 바쁜 일상에 휩쓸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들에게 시는 그저 동떨어진 세계다. 시인은 고달프고 절망스러운 현실일수록 시 읽기를 즐기라고 강조했다.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달프지 않고 불평스럽지 않은 현실은 없는 법입니다. 불행한 현실 속에서도 가슴에 희망을 심어야 합니다. 시야말로 정의가 안 되는 인생에 대해,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삶에 대해 가장 짧지만 정답에 가까운 응답을 줍니다. 힘들고 복잡할수록 ‘우리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추상적인 의문과 물음에 부딪치게 되죠. 그 최소한의 위안과 응답이 시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인 소설가 조정래 작가는 시인이 반세기 넘게 쌓아 올린 문학 세계를 이해하고 격려한 오래된 벗이다. 부부는 내년쯤 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 인근에 마련된 집필실로 거처를 옮겨 창작 활동을 이어 갈 생각이다. “조(정래) 선생이 오는 7월부터 새 소설 집필에 들어갑니다. 소설을 한번 쓰기 시작하면 거처를 옮기긴 어려우니 아마 내년 초에 강원도 집필실에 함께 가게 될 것 같아요. 그간 조 선생과 저는 서로 다른 집을 지으며, 그 집의 목수 노릇을 열심히 해왔습니다. 결혼할 때 약속한 대로 서로의 문학 세계를 존중했고, 또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약조를 어기지 않고 살아 왔지요. 그것이 오늘의 저희를 있게 한 결과라고 봅니다.” 부박한 세상을 소박하고 고아한 시어로 물들여 온 시인은 앞으로도 시와 삶이 모순 없이 하나이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언제나의 소망대로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쓰고 싶습니다. 정든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자연스럽게 쓰이는 시를 욕심 없이 써 나가는 것, 바라는 건 그것뿐입니다. 시는 생명이니까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김초혜 시인은 ▲1943년 충북 청주 출생 ▲1965년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1969~1974년 동구여자중학교·동구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1975~1978년 월간 소설문학 주간 ▲1978~1983년 도서출판 민예사 주간 ▲1984~1990년 월간 한국문학 편집장 ▲1984~1995년 가정법원 조정위원 ▲1994~1995년 육군사관학교 강사 ▲1985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96년 현대문학상 수상 ▲2008년 정지용 문학상 수상 ▲전 한국여류문학회 이사 ▲현 구상시문학상 운영위원장
  •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더 낮은 곳으로… 순례하는 여행자, ‘손’보다 ‘발’로 먼저 쓴 서울 이야기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더 낮은 곳으로… 순례하는 여행자, ‘손’보다 ‘발’로 먼저 쓴 서울 이야기

    정말 칠십대 노인일까. 너무 젊게 보이는 그가 다가왔다. 낮게 웃는 편한 얼굴을 대하자 190㎝ 정도의 큰 키가 주는 위압감은 금세 사라졌다. 2013년 10월 12일, 동국대 정각원에서 그와 대담하기로 한 날이었다.“김 선생 작품 중 영어로 출판된 책이 있어요? 읽고 싶어요.” 만나자마자 상대의 책을 읽고 싶다고 묻는 외국 작가는 처음이었다. 후에 알았는데 그는 만나기로 한 작가가 있으면, 되도록 그의 작품을 읽고 만난다고 한다. 상대의 책을 읽고 만나려는 예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모두 겸손하게 받아줬다. ●“서울은 아름답게 반짝이는 깨진 유리 간직”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8)는 1940년에 프랑스 니스에서 영국계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개할 때 그는 프랑스혁명 때 공포정치를 피해 모리셔스 섬에 정착한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말하곤 한다. 태어나자마자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에서 빈궁한 생활을 경험했고,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지냈던 체험은 그의 소설 곳곳에 나온다. 오랫동안, 나는 어머니가 흑인이기를 꿈꿔 왔다. 아프리카에서 이 나라, 이 도시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그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난 어떤 이야기를, 어떤 과거를 혼자 지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은퇴할 나이가 되어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프리카인은 바로 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이해해 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담아 이 작은 책을 썼다. (르 클레지오, ‘아프리카인’, 문학동네, 2005, 7~8쪽) 1960년 젊은 시절, 알제리 민족해방운동에 대항하는 프랑스군에 참전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는 그는 태국에서 지내며 유교, 도교, 불교적 가치를 익히기도 했다. 그는 늘 순례하는 여행자였다. 그의 노마드적 삶은 고독한 구도자의 순례길이었다. 그가 살아온 이력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한 인물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외된 사람들, 제3세계의 시각에서 그는 글을 써 왔다. 단순한 이국인의 눈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설 속에 들어가 그늘진 등장인물의 말을 대신해 주려고 한다. 작중인물에 작가가 거의 빙의(憑依)된 상태라고나 할까. 어릴 때 아버지가 보는 잡지에서 한국전쟁 사진을 처음 봤던 그는 2001년에 한국을 방문하고 독학으로 한글을 공부한다. 2007년부터 1년간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지내며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김소월 시 ‘진달래꽃’, 윤동주 시 ‘별헤는 밤’, 황석영 소설 ‘삼포 가는 길’, 이청준 소설 ‘예언자’를 좋아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한국문학 작품도 대부분 여행이나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담은 작품들이다. 지난해에 낸 중편소설 ‘빛나’를 읽으면 그가 서울을 샅샅이 몸으로 체험하며 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는 유리창에 비친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 영상은 흐릿하기 일쑤다. 게다가 내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도 금방 들킨다. 모든 사람이 유리창을 향해 있기에, 그들에게도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잘 보인다. 그런 면에서 버스가 훨씬 쉽고 편하다. 낮에는 창문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 클레지오, ‘빛나’, 서울셀렉션, 2017, 14쪽) 그는 손으로 쓰기 전에 발로 쓴다. 몸으로 세포로 체험해 보고 쓴 글이다. 이 소설에는 어떤 길이 있을까. “흥미로운 서울을 저는 ‘깨진 거울’로 생각합니다. 전체보다는 깨진 조각으로 빛나고 있는 유리 같아요. 그래서 서울은 다양한 인상을 줘요. 판타지가 넘치고, 다양한 상상력이나 감성이 충만합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깨진 유리를 서울은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깨진 유리처럼 조각조각 이야기들이 나온다. 주인공 ‘빛나’는 전신이 마비된 다른 여성에게 서울에서 본 다섯 가지 이야기를 해 준다. 이야기들은 전혀 관계가 없으면서도 각기 나름의 빛을 반사한다. 처음엔 집중해서 읽기가 어렵다. 너무도 어려운 퍼즐 맞추기와 비슷하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서로 연결된다. 지하철 같은 칸에 탔던 사람들이 언젠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어디에선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빛나’, 190쪽)조금 맞추기 시작하면 조각난 이야기끼리 연결되면서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흡인력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첫째, 열아홉 살 주인공 ‘빛나’는 전라도에서 자라다 서울로 왔다. 반지하방에서 쥐와 고군분투하던 빛나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여인 살로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알바를 맡는다. 고단하게 살아가는 ‘빛나’는 청년실업시대의 청년이다. ‘빛나’는 얼굴 없는 스토커를 통해 대도시의 공포를 체험하기도 한다. 딸이 둘 있는 르 클레지오는 여성을 소설 주인공으로 쓰길 좋아하는데 이 소설 역시 여성이 주인공이다. 둘째, 희귀한 병에 걸려 전신마비가 된 채 죽어가는 40대 환자 살로메와의 만남이다. 대도시 서울에 사는 몸과 마음이 병든 ‘부서진 주체’의 모습이다. 병든 그녀는 더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빛나’를 따라다니는 스토커를 고용하기도 한다. 셋째, 비둘기를 키우는 조한수씨 부부 이야기다. 38선을 넘어오던 어릴 때, 조씨 어머니는 비둘기 한 쌍을 데려왔다. 나이가 든 조씨는 비둘기에게 북녘 고향땅으로 편지 나르는 훈련을 시킨다. 북쪽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며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슬픈 실향민의 모습이다. 넷째, 미용실에 홀연히 나타난 키티라는 고양이 이야기다. 키티 목에 걸린 작은 가방에 쪽지를 넣으면서 주민들은 대화를 한다. 키티가 전해주는 신비한 이야기를 미용실 원장은 기다린다. 메신저 고양이의 역할에 어두운 동네에 작은 빛이 드리운다. 아파트에 고립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이어 주던 키티는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다섯째, 나비라는 아이돌 가수의 길이다. 교회에서 찬양하면서 행복했던 나비는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아픔을 이겨내고 가수의 길을 걷던 나비는 마침내 탐욕스러운 사내의 희생양이 되어 모든 걸 빼앗기고 목숨을 끊는다. 아이돌 스타의 성공과 슬픔, 그 그늘진 뒷골목이다. 여섯째, 부모에게서 버림받는 아이와 몰래 그 아이를 키우는 간호사 이야기다. 보육원에서 양부모를 기다리는 아기들과 달리 자란 나오미는 성장하면서 이상한 능력을 보인다.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 영혼이 병든 환자들, 분단으로 고통받는 실향민, 소비사회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등 작가가 조명하는 여섯 가지 순례길은 외면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변인 곁으로 다가가는 그의 관심은 제주도 해녀를 담은 소설 ‘폭풍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2011년 명예 제주도민이 됐다. 작가는 방배동 서래마을, 신촌, 당산동, 오류동 등 서울 곳곳을 조명한다. “서울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요. 다채로운 이야기와 신화가 창조되는 서울은 ‘다층성’이 두드러지는 공간이지요. 풍부한 상상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서울의 다층성을 강조하는 그의 말대로, 이 작품에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등장한다. 대도시의 풍광, 분단 문제, 종교 문제, 대중문화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이 녹아 있다. 상황 설정이나 섬세한 묘사가 자연스러워 읽다가, 가끔 한국인이 쓴 소설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은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황금물고기’ ‘라가’ ‘빛나’에는 비극적인 운명에 견디며 맞서는 인물들이 나온다. 이 모든 이야기를 나누던 살로메가 세상을 등지고 ‘빛나’는 단독자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강남에는 비가 내리고, 인천 쪽에는 태양이 빛난다. 비를 뚫고 북한산이 북쪽에서 거인처럼 떠오른다. 이 도시에서 나는 혼자다. 내 삶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빛나’, 237쪽) ‘빛나’라는 이름은 ‘빛나다’에서 만든 이름이다. 화려한 도시 이면에 울적한 어둠을 담아낸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빛나’라는 제목처럼 빛나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 곁으로 처음 만났던 6년 전 그날, 그는 넘어져 팔을 크게 다쳐 병원에 들러 일곱 바늘을 꿰매고 왔다. 오랜 강연과 대담을 마치고 사람들이 그 곁으로 와서 사진 찍으려 했다. 붕대를 감은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계속 사인해줬다. 사진 찍기를 바라는 분들을 외면치 않고 나직하게 웃으며 받아주셨다. 사진 찍다가 옆에 앉은 나에게 또 “김 선생의 비평이든 작품을 읽고 싶다”고 또 말했다. 나는 선생님 귀에 가까이 대고 소곤대듯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수준이 낮은 작가예요.” 그러자 그는 갑자기 내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힘내라는 뜻일까. 그 미소와 큰 손길이 고마웠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가다가 광화문에서 시위대를 만났다. 그는 저 시위는 어떤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세세히 물었다. 그날, 왜 그가 모리셔스 섬을 점령한 영국을 부당하게 생각하여 아버지의 모국어인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작가 언어’로 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이민자들은 사회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문화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 했던 그의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촛불혁명을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하는 르 클레지오는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모든 사람, 특히 낮고 상처받은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는 문사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개미로 재미 본 베르베르, 이번엔 고양이다

    개미로 재미 본 베르베르, 이번엔 고양이다

    테러와 페스트로 혼란한 파리 인류를 구하려 고양이들이 왔다 인간과 고양이의 ‘공생 스토리’ ‘문사철’ 넘나드는 글솜씨 여전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만큼 신작을 기다리게 하는 작가도 없다. 그가 유독 국내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기발한 상상력과 참신한 소재를 버무려 인간의 삶과 철학을 다루는 데 능수능란하기 때문일 터다. 데뷔작 ‘개미’에서 개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려 내며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해체했던 그가 이번엔 고양이의 눈과 입을 빌렸다. 최근 많은 이들을 ‘집사’로 둔갑시킬 만큼 묘한 매력을 지닌 동물이 제목과 표지를 장식한 덕분에 페이지를 펼치기도 전에 애묘인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작가 본인이 애묘인인 만큼 고양이를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뛰어난 지혜를 갖춘 신통한 존재로 바라본 시각이 눈에 띈다. 배경은 테러와 전쟁으로 혼란한 프랑스 파리.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암고양이 바스테트, 수고양이 피타고라스가 주요 캐릭터다. 1인칭 화자인 바스테트는 미모가 빼어난 여성 집사인 나탈리와 살고 있다. 바스테트는 어느 날 고막이 터질 듯 시끄러운 총성과 죽어 가는 인간의 모습이 담긴 텔레비전 화면을 보며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의 이웃집에 사는 피타고라스는 인간들끼리 닥치는 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탓에 세계에 위기가 닥치고 있음을 알려 준다. 고대 그리스의 이름난 철학자이자 수학자처럼 박식한 피타고라스는 정수리에 달린 ‘제3의 눈’인 USB 단자를 통해 온갖 지식을 습득한 덕분에 인간 세계에 정통하다. 바스테트가 피타고라스로부터 인간과 고양이의 역사를 배우면서 친밀해지는 동안 결국 전쟁이 벌어진다. 내전으로 황폐화된 도시는 페스트 공포에 휩싸인다. 사람들이 도시를 점령한 사나운 쥐떼를 피해 도망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고양이들은 군대를 만들어 도시를 탈환하기로 마음먹는다. 세상을 지배하던 인간이 실패에 맞닥뜨리자 고양이들이 나서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자신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인간을 혐오했던 고양이들이 인간의 미래를 걱정하다니. 더구나 ‘영혼을 가진 것은 모두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바스테트는 인간과 교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지낼 수 있는 평화로운 세계를 되찾기 위해서다. 뭔가 우스꽝스러운 설정 같지만 ‘소통’이라는 단어는 책에서 빈번하게 언급된다. 협력을 통한 공생은 작가가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책은 경제적·정치적 이득을 위해 서로를 살육하며 자멸을 자처한 인류를 향한 경고로도 읽힌다. “인간들은 자기들과 닮은 것을 절멸하려 하지. 더이상 외부의 적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공격성을 내부의 자신에게 돌리는 거야”라는 피타고라스의 말은 뜨끔하다. 작품 속에서 인간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대멸종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주체를 고양이로 내세운 것은 인간은 인간의 대안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뼈아픈 반성이기도 하다. 책의 원제인 ‘내일은 고양이’(Demain les chats)에도 그런 의미가 담겼다. 타고난 이야기꾼답게 역사, 과학, 철학 등의 분야를 넘나들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다만 피타고라스의 입을 빌려 책 곳곳에서 인간과 고양이의 역사에 대한 지식을 늘어놓는 부분은 누군가에겐 지적 만족으로,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운 장광설로 다가올 수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정다은, 영화 ‘마녀’ 출연..액션 트레이닝+검술 액션까지 ‘엄지 척’

    정다은, 영화 ‘마녀’ 출연..액션 트레이닝+검술 액션까지 ‘엄지 척’

    배우 정다은이 영화 ‘마녀’로 관객들을 만난다.정다은은 ‘마녀’(박훈정 감독)에서 기억을 잃고 살아온 자윤(김다미 분) 앞에 귀공자(최우식 분)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거친 모습과 자유로운 영혼의 기질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 정다은은 이번 영화를 위해 3개월 동안 혹독하게 액션 트레이닝을 받으며 검술 액션을 연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녀라는 작품을 통해서 첫 액션연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걱정도 했지만,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설렘으로 가득 찼던 작품”이라고 전했다. 영화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액션 영화. 오는 6월 개봉 예정이다. 한편, 정다은은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두 남자’에서 진일(최민호 분)을 사랑하는 여자친구 ‘가영’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사진=싸이더스HQ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여기는 일본] ‘로봇 반려견’ 장례식 이어지는 일본… ‘사망’ 후 부품 기증

    [여기는 일본] ‘로봇 반려견’ 장례식 이어지는 일본… ‘사망’ 후 부품 기증

    최근 일본 도쿄 외곽의 한 절에서는 최근 주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기리는 스님의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절 내부로 들어서면 안타까운 눈빛으로 재단을 바라보는 주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평범한’ 장례식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4일 소개한 일본의 모습은 달라진 반려동물 문화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재단에 올라온 것은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위패가 아닌 로봇개 ‘아이보’(AIBO)다. 아이보는 일본 소니사가 1999년 처음 출시한 애완 로봇견으로, 2006년까지 무려 15만 대 이상이 팔렸다. 당시 가격이 한화로 2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였지만, 고령화시대를 맞이한 일본 사회에서 아이보는 예상보다 훨씬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소니사는 2006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생산을 중단했고 이후 AS센터만 운영했다. 이마저 2014년에는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아이보는 회생 불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구입한 지 10년 이상 지난 아이보들에게서 하나 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아이보를 ‘키우던’ 사람들은 더 이상 고칠 수도 없게 되자 장례식을 선택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소개한 사진들은 이렇게 ‘사망’한 아이보들을 한데 모아놓고 장례식을 치르거나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이보와 함께 지냈던 사람들은 재단에 올려놓은 아이보 곁에 이들의 일평생을 담은 글을 적어두기도 한다. 주인 곁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추억이 있었는지를 고스란히 추억할 수 있는 글은 평범한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보유자는 “내 아이보를 위해 기도해주는 절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고, 또 다른 보유자는 “(사망 위기에 처한) 다른 아이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내 아이보와 작별 인사를 결정했을 때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 보유자는 장례식을 마친 뒤 고장나지 않은 부품을 다른 아이보 보유자에게 기증하기도 한다. 이러한 절차는 아이보를 위한 장례식 및 기도의 시간을 마련한 해당 절에서 할 수 있다. 절 관계자는 “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다”면서 “로봇개에도 영혼이 있기 때문에 장례식을 치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보는 세상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또 다른 로봇 반려동물이 그 빈자리를 속속 채우고 있다. 지난 1월 소니는 새로운 버전의 로봇개를 출시했으며,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 돼 주인과 더욱 긴밀한 감정 교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