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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17년 만에 장중 1500원 돌파

    환율, 17년 만에 장중 1500원 돌파

    국제유가 급등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주간거래에서 장중 1500원을 넘어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 전망이 잇따르고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환율은 당국 개입 경계감과 유가 변동 등으로 방향을 바꿔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7.3원 오른 1501.0원으로 출발했다. 환율이 주간거래에서 장중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장중 고가 1500원) 이후 처음이다. 앞서 야간거래에선 지난 4일 장중 최고 1505.8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14일에도 장중 1500원을 넘었지만, 주간거래에선 처음이다. 이날 환율 상승은 이란이 국제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진 데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격화하면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알루미늄과 비료, 설탕, 헬륨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며 유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대두되며 위험 선호 심리가 극단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위험 통화인 원화 약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은 당국 개입 경계가 커지고, 수출업체 달러 매도 물량이 더해지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3.8원 오른 1497.5원으로 마감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당국이 1500원 사수를 위해 미세 조정에 나설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1500원 부근에서는 수출업체 등 시장 참여자의 달러 매도 유인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인덱스는 고공행진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3일 100대를 돌파했고, 이튿날 장중 100.537까지 올랐다. 달러인덱스가 100.5를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며, 현재도 100선 위에서 머무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도도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1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6조 692억원을 순매도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당분간 유가 흐름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15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는 공방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규제받지 않는 유사투자자문, 수천억대 시장서 활개 친다

    규제받지 않는 유사투자자문, 수천억대 시장서 활개 친다

    신고만으로 영업 가능… 업체 급증금감원·경찰, 신고 관리·민원 접수뿐미국·일본은 ‘투자자문업’ 규제 적용콘텐츠 형태 투자 정보도 ‘감독 사각’ 유사투자자문업이 금융 영역을 넘어 통신·콘텐츠 플랫폼 등으로 확산하면서 규제 경계에서 발생하는 감독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통신요금에 투자정보 서비스 이용료가 포함돼 청구되는 사례가 나타났지만,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현행 제도로는 통신사 부가서비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투자 조언 서비스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 신고 업체 수는 2008년 156개에서 10년 만인 2018년 2032개로 급증했고, 2023년에는 2155개로 정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706개로 감소했지만 이는 2019년 제도 개선으로 유효기간(5년)이 도입되면서 신고가 만료된 업체가 발생한 영향이다. 문제는 투자정보 서비스가 금융권 밖의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사 부가서비스와 SNS, 유튜브 등 생활 플랫폼을 통해 투자조언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기존 유사투자자문업 규제 체계 밖에서 유통되는 투자정보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부실 업체 정리를 위해 2019년 직권말소 제도를 도입했지만 불법 영업 사례는 여전히 적발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매년 100개 안팎의 업체가 직권말소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직권말소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일부 업체가 민원이 제기되면 신속 환불이나 해지로 대응해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5개 증권사가 제공하는 유사투자자문 서비스 이용자는 약 7만 4000명 수준이다. 연간 수수료 수익은 약 373억원 규모다.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연 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 시장은 수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감독 제도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평가다. 유사투자자문업은 금융위원회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투자자문업처럼 인가나 등록이 필요한 금융투자업과 달리 진입 장벽이 낮고 투자 판단 책임도 이용자에게 귀속된다. 금융감독원과 경찰 역시 신고 관리와 민원 접수, 사후 조사 중심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제도 구조는 해외와도 차이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뉴스레터나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투자 의견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투자자문업 규제를 적용받는다. 일본 역시 투자 조언을 제공하는 행위를 ‘투자고문업’으로 분류해 금융당국 등록을 받아야 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천창민 교수는 “유사투자자문업이라는 제도는 주요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해외에서는 이를 투자자문업 규제 범위 안에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핀플루언서(finfluencer)’처럼 투자 정보를 콘텐츠 형태로 제공하는 영역도 감독 사각지대로 지적된다. 대가를 받고 투자 조언을 하면 유사투자자문 규제를 받지만, 광고나 콘텐츠 형식으로 투자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 규제 대상 여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신사 부가서비스라는 접근성을 악용해 디지털 취약계층의 주머니를 터는 행위는 명백한 금융소비자 기만”이라며 “금융 당국과 통신 당국으로 쪼개진 감독 체계의 사각지대를 파고든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의 꼼수 영업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AI에 첫 출근 뺏겼다”… 신입 채용 16% 급감

    “AI에 첫 출근 뺏겼다”… 신입 채용 16% 급감

    AI 영향 직무 실업률 안 늘었지만 신입·저연차 채용 둔화는 뚜렷 한국 3년간 청년일자리 21만개↓50대 취업자는 14만 6000명 늘어“신입 여러 명이 할 일 AI가 맡아”숙련 개발자와 AI도구 협업 선호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면접 기회를 준 회사는 멕시코 식당 ‘치폴레’뿐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지난해 소개된 한 청년의 말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취업 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를 활용하게 된 기업의 생산성과 매출은 빠르게 컸지만 정작 ‘신입사원 채용’의 문은 더 좁아지고 있다. AI가 회의록 정리, 데이터 입력, 고객 문의 표준 답변 작성 등 신입사원의 업무를 대체했고, 사회초년생이 실무를 배울 첫 단계가 삭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앤트로픽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한 ‘AI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AI로 실업률이 증가했다는 증거보다는 신입·저연차 채용이 둔화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AI 노출도가 큰 직무에서는 22~25세 청년 근로자 고용이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2022년보다 약 6~16%나 감소했다. AI가 직업 현장에 얼마나 들어왔고 일자리를 AI가 대체할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관측 노출도’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74.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객서비스(CS) 담당자(70.1%), 데이터 입력자(67.1%), 의료기록 전문가(66.7%), 시장 조사 분석가·마케팅 전문가(64.8%) 순이었다. 요리사, 오토바이 정비사, 안전요원, 바텐더 등 현장·육체노동 직종의 관측 노출도는 0%였다. 보고서는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종의 근로자는 고령, 여성, 고학력, 고임금의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에 신중한 것은 비용과 효율성 때문이다. 카네기멜런대·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AI 에이전트의 업무당 처리 비용은 0.94~2.39달러로 인간 작업자 평균 24.79달러보다 90.4~96.2% 낮았다. 아직은 AI 에이전트의 작업 품질이 인간보다 떨어지지만, 신입 채용 대신 숙련 인력이 AI를 이용하면 더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본격 확산한 뒤 최근 3년 동안 사라진 청년 일자리는 21만 1000개였다. 이 중 98.6%(20만 8000개)가 AI 영향이 큰 산업에서 줄었다. 반면 같은 업종에서 50대 취업자는 14만 6000명 늘었다. IT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입 개발자들이 맡던 테스트 코드 작성이나 데이터 정리 같은 업무를 AI가 처리하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신입을 여러 명 뽑기보다 숙련 개발자와 AI 도구를 함께 쓰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54.8%는 정기 공채 대신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신규 채용을 줄이는 이유로 ‘AI·자동화 도입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를 꼽은 기업도 16.1%였다. AI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개인이 조직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생산과 고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도 나타난다. 산업연구원의 ‘AI·디지털 전환 고용영향 사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정보 서비스업의 생산액이 12.4% 증가하는 동안 취업자는 4.2% 감소했다. 법률·회계 등 전문 서비스업 역시 생산은 8.7% 늘었지만 고용은 2.1% 줄었다. 이런 변화가 이제 시작 단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컴퓨터·수학 분야에서 AI가 수행할 수 있는 이론적 업무 범위는 약 94%에 달한다. 실제 활용 수준은 약 33%인데 규제·검증 절차, 기업 시스템과의 통합 비용 등이 기술 확산 속도를 늦추고 있어서다. 산업연구원 연구진은 “기술 혁신의 편익과 일자리 상실의 비용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층의 실무 경험 기회를 줄면 장기적으로 숙련 인력 공급이 줄어 국가 전체의 인적 자본 축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보험 체계 강화나 일자리 전환 기금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 [사설] 李 “기초연금 하후상박”… 노인 빈곤 개선책 속도를

    [사설] 李 “기초연금 하후상박”… 노인 빈곤 개선책 속도를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노인 빈곤을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며 ‘하후상박’(소득이 적을수록 더 지원)을 언급했다.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 부부에게 적용하던 감액 비율을 저소득층부터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한 기사를 공유하면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재산 하위 70%에 해당하면 기초연금을 받는데, 부부가 함께 받으면 연금액을 20%씩 깎는다. 이를 피하려고 위장 이혼을 한다고도 한다. 기초연금 최대 160%를 받던 부부가 이혼하면 200%를 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은 2014년 노인 빈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도입 당시 44.4%였던 노인 빈곤율은 2024년 35.9%까지 낮아졌다. 기초연금은 월 20만원에서 큰 선거를 치를 때마다 올라 올해 34만 9700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수급 대상은 2014년 435만명에서 올해 779만명으로 늘어났다. 덩달아 2014년 5조원이던 소요 예산은 올해 23조원이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빈곤율은 중위소득 5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기초연금을 개편해 어려운 계층에게 더 두텁게 지원해야 노인 빈곤을 줄일 수 있다. 현재는 인구 기준 70%라 중산층이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일정 수준 이상 월소득이 있어도 기초연금 전액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인 인구가 늘고 있는데 인구 기준을 손보지 않으면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급 기준을 소득으로 바꿔 빈곤한 노인들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기초연금의 소득공제와 재산평가 또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동안 부부 가구 빈곤층에 대해서는 독거노인보다 정책적 지원이 적었다. 현재 국회에 관련법들이 발의돼 있다. 정부와 국회가 논의를 서둘러 노인 빈곤 완화와 재정 건전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바란다.
  • [서울광장] “집권했다고 맘대로 다 못 하는” 사법·검찰개혁

    [서울광장] “집권했다고 맘대로 다 못 하는” 사법·검찰개혁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SNS에 올린 ‘책임과 권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도 없다”고 썼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법과 공소청법 수정안도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한다”며 반발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틀 뒤에는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국민통합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라 볼 수 있다. 여당 초선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소리 없는 개혁’을 주문하며 “과유불급”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권이 힘으로 밀어붙여 지난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법왜곡죄, 재판소원제 등 ‘사법개편 3법’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가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피해자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장을 위한 형사사법 제도 개편이라는 목적과는 배치되는 듯한 혼란상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왜곡죄로 고발된 1호 수사 대상은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민주당으로부터 사퇴·탄핵의 압박을 받아 온 조희대 대법원장이 됐다. 법왜곡죄가 판검사를 겨냥한 고소·고발 남발과 사법부 옥죄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 아닌가 싶다. 경찰이 대법원장을 앉혀 놓고 법의 왜곡 적용 여부를 조사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게 생겼다. 법왜곡죄를 수사하는 경찰도 법 적용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거꾸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물고 물리는 사슬 속에 수사와 재판이 위축·왜곡되면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 재판소원제도 시행 첫날부터 사기대출 혐의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재판소원 검토의 뜻을 밝히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변호사도 재판소원을 내겠다고 한다. 형이 확정된 성추행범도, 협박범도 ‘4심’을 받겠다고 나선다. 힘 있고 돈 있는 범죄자들에겐 버티기와 판결 뒤집기의 기회를, 힘 없고 돈 없는 피해자들에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소송 지옥의 고통을 안겨 줄 조짐이다. 전국법원장들도 지난 12일 모임에서 “국민생활과 사법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개정법 규정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병행되지 않아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의원 105명이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모임(공취모)을 결성하고, 민주당이 대북송금 의혹을 비롯해 이 대통령과 여권 관련 7개 사건의 조작 기소 여부를 규명하는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한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 기소에 조작이 있다면 구체적 물증을 재판에서 제시해 무죄 선고를 끌어내는 사법 절차로 해결할 일이다. 대통령 관련 수사나 재판을 공소취소 압박 등 힘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결국 ‘이 대통령 무죄 만들기’를 위한 도구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우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마오쩌둥은 1966년 문화대혁명 때 ‘대란대치’(大亂大治·세상을 크게 흔들어 크게 다스림)를 내세웠다. 문화대혁명은 기존 틀을 깨고 반대파를 제거해 권력 탈환에는 성공했지만, 혼돈과 재난만 초래하고 경제를 침체시켜 인민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등 오류와 역사적 퇴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사법고시 제도를 로스쿨 체제로 전환하고 변호사를 대폭 증원하는 사법개혁만 해도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제기돼 14년간의 논의·검토·준비 과정을 거친 뒤 2009년에야 실행될 수 있었다. 지난 정부에서 일방적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다가 막대한 후유증만 남긴 채 좌절된 의료개혁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검찰개혁이든 사법개혁이든 진정성을 입증하고 성공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과욕이 불러올 수 있는 오류와 부작용을 경계하는 집권자의 책임의식이 일관되게 관철돼야 할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 일교차·미세먼지의 역습… 환절기 기침, 얕보면 안 돼요

    일교차·미세먼지의 역습… 환절기 기침, 얕보면 안 돼요

    만성 기침은 후비루·천식 등 원인쓴 물 올라온다면 위산 역류 의심폐렴·만성폐쇄성 폐질환 우려도스마트폰 자제해 수면 질 높이고노년층 독감·폐렴구균 접종 필수마스크·손 씻기 등 기본 위생 중요 봄은 변덕이 심한 계절이다. 한낮의 포근함에 방심하다가도 아침저녁으로 파고드는 찬 기운에 몸이 움츠러든다. 일교차가 커지면 면역력도 떨어진다. 이 시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공통으로 호소하는 증상은 기침과 콧물, 목 통증 같은 호흡기 증상이다. 대부분은 가벼운 감기로 지나가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천식이나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환절기에는 기온과 습도 변화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나 황사 등 대기 환경까지 나빠지면서 호흡기 질환이 고개를 든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6일 “일교차와 미세먼지 영향으로 기침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시기”라며 “감기에서 시작했더라도 증상이 오래 이어진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흔히 겪는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으로 보통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는다. 하지만 기침이 8주 이상 이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를 ‘만성 기침’이라 부르는데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후비루, 역류성 식도염, 천식 등이 꼽힌다.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거나 누웠을 때 기침이 심해진다면 후비루를, 밤중에 발작적인 기침이 반복되거나 입 안에 쓴 물이 올라온다면 위산 역류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교수는 “만성 기침은 단순히 기침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원인이 되는 질환을 정확히 치료해야 증상이 호전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환절기는 또 다른 도전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 감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민정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커지면서 인후염, 기관지염, 폐렴 같은 호흡기 감염이 늘어난다”며 “어린 나이일수록 증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생 습관만큼 중요한 것이 수면의 질이다. 최근 스마트기기 사용이 늘면서 아이들의 수면 패턴이 깨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민정 교수는 “잠은 시간보다 일정한 ‘리듬’이 중요하다”며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햇볕을 쬐는 습관이 면역 체계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독감 예방접종뿐 아니라 폐렴구균, 수두, 일본뇌염 등 국가예방접종 일정이 빠지지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면역 기능이 약한 노년층에게 환절기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김상헌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호흡기는 외부 공기에 직접 노출되는 기관이어서 계절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이 호흡기 환자에게는 오히려 겨울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독감은 노년층에게 치명적인 폐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독감 사망자의 대다수가 6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만큼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김 교수는 “기침이나 가래, 호흡곤란은 단순 감기부터 폐암까지 다양한 질환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며 “증상이 나타난 시기와 지속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절기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은 생활 습관 관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흡연은 만성적인 기도 염증을 일으켜 감염 위험을 높인다. 실내 환경 관리도 중요하다. 온도는 20도 안팎, 습도는 50~60%를 유지하고 주기적으로 환기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 같은 기본 위생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많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침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 지구 생명체 기원이 지구가 아니라고?

    지구 생명체 기원이 지구가 아니라고?

    지구 생명체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지구 내부가 아니라 우주 공간 어딘가에서 시작돼 소행성, 운석, 혜성 등을 타고 지구로 전달됐을 것이라는 ‘범종설’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생물지구화학 연구센터, 홋카이도대, 게이오대, 규슈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해 보내온 표본에서 지구 생물체의 DNA와 RNA를 구성하는 핵염기인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 우라실 5종을 모두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견은 초기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화학적 특성과 생명 탄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연구 결과는 천문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 3월 17일 자에 실렸다. 핵염기는 지구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DNA와 RNA의 필수 구성 요소다. 지구 환경에 오염되지 않은 외계 물질에서 핵염기를 검출하면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이런 화합물이 어떻게 형성되고 태양계로 운반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존에 진행된 소행성 류구의 시료 분석에서 우라실의 존재가 보고된 바 있고, 운석이나 근지구 소행성인 ‘베누’의 시료에서는 이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염기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하야부사 2호가 수집한 류구 시료 2개를 분석한 결과, 양쪽 샘플 모두에서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 우라실 5종의 표준 핵염기를 모두 검출했다. 이어 이 결과를 기존 머치슨 운석, 오르게유 운석, 소행성 베누에서 회수한 시료들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핵염기의 상대적 함량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류구에는 퓨린 계열 핵염기인 아데닌, 구아닌과 피리미딘 계열의 핵염기인 사이토신, 티민, 우라실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포함돼 있었다. 반면 머치슨 운석은 퓨린 계열이 더 많았고, 베누와 오르게유 샘플에서는 피리미딘 계열이 더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각 모(母)천체가 거쳐온 서로 다른 화학적, 환경적, 진화적 역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윤수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태양계 외곽에서 유입된 얼음 물질에 포함된 암모니아가 태양계 내에서 생명 기원 물질이 화학적으로 형성되는 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새달 유류할증료 3배 뛰어 최대 30만원… 항공 화물 쏠림에 국내 수출기업 직격탄

    새달 유류할증료 3배 뛰어 최대 30만원… 항공 화물 쏠림에 국내 수출기업 직격탄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와 환율의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서 다음달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크게 오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해운 운임도 치솟으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제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올해 2월 16일~3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1갤런당 326.71센트(배럴당 137.22달러)로 총 33단계 중 18단계에 해당한다. 이달에 적용한 6단계에서 12단계가 뛰어오른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10월(17단계)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단계가 적용됐다. 국내 항공사들은 다음달 발권하는 항공권에 부과하는 유류할증료를 최대 3배 올릴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달에는 거리에 따라 편도 기준 1만 3500원에서 최대 9만 9000원을 부과했으나, 다음달에는 최소 4만 2000원에서 최대 30만 3000원까지 적용한다. 인천발 뉴욕 왕복 기준으로 이달에는 유류할증료가 19만 8000원인데, 다음달에 발권하면 40만 8000원이 추가된 60만 6000원을 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편도 기준 1만 4600원에서 최대 7만 8600원까지 부과했지만, 다음달에는 4만 3900원에서 25만 1900원까지 적용한다. 이날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는 평균 약 0.7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제품(6.30%), 화학제품(1.59%)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 생산비 증가폭이 컸다. 해상 운임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3일 기준 1710.35로 지난달 27일(1333.11)에 비해 28.3% 올랐다. 컨테이너 의존도가 높은 도소매·자동차·정보통신기술(ICT)·기계·전기장비 제조업의 비용 증가가 우려되는 가운데 항공 화물 운임까지 오를 수 있다. 99%의 물량을 항공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와 제약 업계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다.
  • 국힘, 김영환 현역 첫 컷오프… 부산·대구도 ‘칼바람’

    국힘, 김영환 현역 첫 컷오프… 부산·대구도 ‘칼바람’

    공관위 “쇄신 출발점… 추가 접수”金 “불복”… 박형준 “망나니 칼춤”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가 16일 김영환 충북지사를 현역 광역단체장 중 처음으로 ‘컷오프’(공천 배제)했다. 전권을 위임받고 복귀한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칼질’을 본격화한 것으로 박형준 부산시장, 대구시장에 도전한 현역 중진 의원들도 줄줄이 컷오프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김 지사는 물론 박 시장도 “망나니 칼춤”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공관위는 이날 오전 “현 충북지사를 이번 공천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존 신청자 외에 추가 접수를 받아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비단 충북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충북에서 시작된 이 결단이 국민의힘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쇄신의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추가 컷오프도 예고했다. 김 지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결정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자유민주주의 원칙과 절차를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공관위는 17일 추가 공천 신청을 받아 기존에 공천을 신청한 조길형 전 충북 충주시장, 윤희근 전 경찰청장, 윤갑근 변호사 등과 함께 심사를 이어 갈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수민 전 의원의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시장과 주진우 의원이 공천을 신청한 부산시장 경선을 두고는 공관위 회의가 파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관위원은 박 시장 컷오프를 주장하며 “충격적 요법을 쓰지 않으면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공관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회의는 파행했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에 “아무 기준도 없이 현역 단체장을 컷오프하고 단수 공천을 하는 것은 이기는 공천도 아니고 혁신 공천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이 위원장이 혁신 공천이란 이름으로 당을 망하게 하는 행위이자, 망나니 칼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주 의원도 “저는 경선을 진심으로 원한다”고 했다.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 의원을 모두 컷오프하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초선 최은석 의원을 양자 경선에 올리겠다는 이 위원장의 구상에 대구도 발칵 뒤집혔다. 지난 13일 이 위원장의 전격 사퇴도 대구 현역 전원 컷오프 주장에 대한 정희용 사무총장과 공관위원들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대표가 전권을 약속하고 복귀한 만큼 이 위원장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주 의원은 채널A 출연에서 “민주당에 대구시장을 상납하려고 작정했다”며 “누구를 마음대로 자르고 당치도 않은 사람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주 의원은 “중진에게 컷오프를 한다면 중진들 다 국회의원 그만두게 해야 한다. 절대 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TK) 민심 이반이 수도권 선거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TK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행정 통합 무산에 난데없는 이진숙 내려꽂기로는 TK 출신 유권자들이 결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자들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공관위 추가 사퇴 파동 가능성도 나온다. 이 위원장이 이를 강행하더라도 추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공천이 확정된다. 최고위원인 송언석 원내대표와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려를 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재공모’는 17일 마감된다.
  • “호르무즈 연합 7개국 참여 여부 기억할 것”

    “호르무즈 연합 7개국 참여 여부 기억할 것”

    트럼프 “미중 정상회담 연기할 수도”… 나토엔 ‘나쁜 미래’ 경고 한국 등에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전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며 더욱 노골적인 압박에 나섰다. 이르면 이번 주 연합함대 구성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다른 국가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국적군 결성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7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며 “지지를 받든 못 받든,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들에게도 말했다. 우리는 이 일을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한국과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거론한 것에서 2개국이 늘었으며, 동참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 같은 불이익이 관세 협상과 같은 경제·통상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고심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석유 생산국인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필요하지 않다며 파견을 요구받은 국가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등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가 봉쇄 사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군함 파견 요구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도, 관여하기를 꺼리는 국가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을 향해서도 폭언이나 다름없는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토를 거론하며 “응답이 없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 나토 미래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토를 지원한 것을 강조하며 “이제 그들이 우리를 도울지 지켜볼 차례”라고 했다. 아울러 유럽 등 동맹국이 기뢰 제거함을 보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이란) 해안을 따라 활동하는 ‘불량배’를 제거할 사람들도 원한다”고 촉구했다. 특수부대 등 다른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필요한 모든 지원”이라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도 군함 파견을 압박하며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중국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석유의 90%를 수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담까지 중국 측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전날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한다”고만 밝히고 군함 파견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무역 전쟁’을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하고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을 펼칠 연합군 구성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호르무즈 연합’을 구성하겠다는 것으로, 미군과 연합군이 호위 작전을 이란 전쟁 종식 전에 시작할지, 전쟁이 끝난 후에 전개할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에너지) 상품에 의존하고 있다. 목록의 가장 위에 중국이 있고 일본, 한국, 아시아 모든 국가가 있다”며 “각국이 연합해 해협을 열고자 힘을 모으는 것은 논리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 “소녀들 성착취 벌어진 그 목장”…엡스타인 ‘비밀 낙원’의 충격 실체 [핫이슈]

    “소녀들 성착취 벌어진 그 목장”…엡스타인 ‘비밀 낙원’의 충격 실체 [핫이슈]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소유했던 뉴멕시코 ‘조로 목장’의 실체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 최근 목장 내 시신 매장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수색이 시작된 데 이어, 이곳이 미성년자들을 유인해 성착취를 벌인 핵심 장소였다는 피해자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사건의 전모를 다시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NBC 뉴스는 14일(현지시간) 법원 기록과 피해자 증언, 소송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엡스타인이 수십 년 동안 이 외딴 목장을 이용해 미성년자와 젊은 여성들을 유인하고 성착취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 센트럴파크 12배 ‘조로 목장’…리조트처럼 꾸며 유인 조로 목장은 뉴멕시코 산타페 남쪽 약 50㎞ 떨어진 외딴 사막 지역에 있는 대형 목장이다. 약 40㎢ 부지에 2500㎡ 규모의 저택과 승마 시설, 테니스 코트, 전용 활주로까지 갖췄다. 목장 전체 면적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약 12배에 달한다. 돈이 부족하거나 대학 진학, 취업, 진로를 고민하던 젊은 여성들에게 이곳 방문은 고급 리조트 초대처럼 보였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했다. 엡스타인은 피해자들을 비행기로 목장에 데려온 뒤 승마와 하이킹, 수영, 쇼핑 등을 하게 하며 호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미래 계획을 묻고 조언을 건네거나 현금을 주며 친근하게 접근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런 방문이 곧 성착취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엡스타인 성범죄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는 생전 회고록에서 이 목장을 “디즈니랜드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잘 정돈된 정원과 분수, 테니스 코트, 직원 숙소까지 갖춘 거대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프레 가족은 “아름다운 자연 뒤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1993년 당시 뉴멕시코 주지사였던 브루스 킹 가문으로부터 이 땅을 사들인 뒤 수십 개 건물을 새로 지으며 목장을 키웠다. 영화 세트처럼 꾸민 건물과 통나무집, 유르트(몽골식 텐트) 등도 들였다. 그는 이곳을 자신의 ‘성’(castle)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 “대학·일자리·돈 도와주겠다”…상황별로 접근 피해자 증언을 보면 엡스타인은 상대 사정에 맞춰 접근 방식을 달리했다. 돈이 필요한 여성에게는 현금 지원을 약속했고 예술계 진출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인맥을 소개하겠다고 했다. 대학 진학을 고민하는 청소년에게는 장학금이나 봉사활동 기회를 제안했다. 1996년 당시 16세였던 한 피해자는 대학 진학 프로그램 상담을 위해 목장에 초대됐다고 믿었지만 결국 성폭력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15세 피해자는 라스베이거스 여행 제안을 받고 목장으로 가게 됐고 그곳에서 엡스타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가족을 잃었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였고 엡스타인은 이런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밝혔다. 한 피해자는 엡스타인이 허벅지를 만지고 마사지 명목으로 옷을 벗게 하거나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목장에서 다른 소녀와 함께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다 사고를 내기도 했다. 당시 함께 있던 소녀는 “여기서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피해자들은 외딴 목장에 고립된 상태에서 엡스타인의 권력과 영향력을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 수십 년 묻힌 범죄…“권력과 돈이 지켜줬다” 이런 범죄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수사는 번번이 멈췄다. 2006년 엡스타인이 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처음 수사를 받을 당시에도 뉴멕시코 목장 관련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 그러나 2008년 이른바 ‘형량 거래’가 이뤄지면서 연방 수사는 사실상 끝났다. 이 합의로 엡스타인은 중형을 피하고 비교적 짧은 형기만 마쳤다. 이후 뉴멕시코에서는 성범죄자 등록 대상에서도 빠져 사실상 지역 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았다. 뉴멕시코 당국이 목장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한 시점은 2019년 엡스타인이 뉴욕에서 체포된 뒤였다. 하지만 그해 엡스타인이 교도소에서 사망하면서 사건은 다시 동력을 잃었다. 당시 연방 수사기관도 목장 압수수색에는 나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공개된 미국 법무부 엡스타인 수사 기록에는 목장 어딘가에 두 명의 외국인 소녀 시신이 묻혀 있다는 미확인 제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사실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뉴멕시코 당국은 이를 계기로 재조사에 나섰다. 현재 뉴멕시코 법무부와 주 의회 진실위원회가 각각 별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목장에 대한 첫 공식 수색도 실시했다. 엡스타인은 2019년 교도소에서 사망했지만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여전히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NBC 보도가 야후 뉴스에 노출된 뒤 댓글이 2000개 넘게 달리며 사건의 은폐 의혹과 권력층 책임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수년 동안 정치인과 부유층 인사들이 이 목장을 드나들었는데도 당국이 몰랐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고 썼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 사건은 돈과 권력이 있으면 법 위에 설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 “DNA 증거 없다” 결백 주장하더니…미성년 성범죄 배우, 교도소서 시신 발견 [핫이슈]

    “DNA 증거 없다” 결백 주장하더니…미성년 성범죄 배우, 교도소서 시신 발견 [핫이슈]

    미성년자 성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영국 배우 존 앨퍼드(54)가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5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앨퍼드가 지난 13일 영국 노퍽주에 있는 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교정 당국은 성명을 통해 “존 섀넌이 2026년 3월 13일 교도소에서 사망했다”며 “구금 중 사망 사건과 마찬가지로 교도소·보호관 옴부즈맨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배우 활동 당시 예명인 존 앨퍼드를 사용했으며 재판은 본명 존 섀넌으로 진행됐다. ◆ “잠든 줄 알았는데”…아침 점검 중 사망 확인 외신에 따르면 교도소 직원들은 아침 점검 과정에서 침대에 누워 있던 앨퍼드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잠든 것으로 보였지만 깨우려 해도 반응이 없었고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대중지 더 선은 “직원들이 그가 잠든 줄 알고 깨우려 했지만 반응이 없어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앨퍼드가 수감됐던 버 교도소는 영국 노퍽주에 위치한 중간 보안 등급(카테고리 C) 교도소로 탈옥 위험이 낮은 수감자들이 주로 수용되는 시설이다. 이곳에는 성범죄를 포함한 다양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들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당국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14·15세 소녀 대상 성범죄…징역 8년 6개월 앨퍼드는 올해 1월 영국 세인트앨번스 크라운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에서는 그가 2022년 4월 잉글랜드 허트퍼드셔주 호즈던의 한 주택에서 14세와 15세 소녀에게 술을 제공한 뒤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배심원단은 앨퍼드가 14세 소녀와 성관계를 맺고 15세 소녀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검찰은 “피고인은 두 소녀의 나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술을 제공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남긴 범죄”라고 밝혔다. 앨퍼드는 법정에서 “DNA 증거도 없고 접촉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잘못된 판결”이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는 성범죄로 수감된 인물이 교도소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미국에서는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수감돼 있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2019년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돼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 90년대 TV 스타…마약 사건 이어 추락 앨퍼드는 1980년대 BBC 청소년 드라마 ‘그레인지 힐’에서 반항적인 학생 로비 라이트 역을 맡으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ITV 인기 드라마 ‘런던스 버닝’에서 소방관 빌리 레이 역으로 출연하며 1990년대 영국 TV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1996년에는 가수로도 활동하며 영국 싱글 순위 톱30에 세 곡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연예 활동은 줄어들었고 그는 지붕 공사 노동자, 비계 작업자, 미니캡 운전기사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러 차례 법적 문제에 휘말리며 논란이 이어졌다. 1999년에는 잠입 취재 기자에게 코카인과 대마초를 공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005년에는 음주운전 사고로 면허 정지와 벌금형을 받았다. 이후에도 경찰 체포에 저항한 사건 등 문제가 이어졌으며 결국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한때 유망했던 연기 인생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영국 당국은 이번 교도소 사망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 메모리 대란 속 파격 가격 인하. 인텔의 승부수 통할까? [고든 정의 TECH+]

    메모리 대란 속 파격 가격 인하. 인텔의 승부수 통할까? [고든 정의 TECH+]

    15년 전 AMD는 불도저라는 새로운 아키텍처에 기반한 신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독특한 모듈식 구조로 1개 모듈에 두 개의 코어를 넣어 8코어 소비자용 CPU를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같은 시기의 인텔 4코어 CPU보다 성능이 낮은 8코어 CPU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AMD는 저렴한 가격에 CPU를 팔 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아 회사가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2017년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제품군을 내놓으면서 바뀌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이 시기 인텔이 주춤한 사이 AMD는 꾸준히 성능을 높였고, 결국 인텔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빼앗아 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TSMC의 최신 미세 공정을 이용하고 3D V 캐시 같은 신기술을 적용해 게임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습니다. 뒤늦게 인텔 역시 코어 숫자를 크게 늘린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노트북 시장에서는 여전히 강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데스크톱 시장에서는 강력한 게임 성능으로 무장한 AMD의 X3D 시리즈에 소비자용 고성능 CPU의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입장이 뒤바뀌어 인텔의 최신 CPU가 AMD보다 더 낮은 가격에 출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내놓은 코어 울트라 9 285K의 경우 24코어에 586달러로 출시됐지만, 이에 대응하는 AMD의 최고 성능 데스크톱 CPU인 라이젠 9 9950X3D는 699달러에 출시됐습니다. 주력 게임 CPU인 라이젠 7 9800X3D의 출시 가격도 8코어 제품인데 479달러에 달한 점을 생각하면 인텔이 과거와 달리 성능이 아닌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처지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한때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AMD가 지금은 오히려 인텔을 압박하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을 생각하면 성숙 산업인 반도체 업계에서 보기 드문 극적인 역전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텔은 18A 공정을 적용한 팬서 레이크를 내놓으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당장에는 노트북 시장에 밖에 투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올해 초 데스크톱 시장에 투입할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인텔은 결국 작년에 출시한 코드 네임 애로우 레이크의 리프레시 버전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사정상 인텔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가격 인하뿐인데, 생각보다 더 파격적인 가격 인하 카드를 들고나왔습니다. 코어 울트라 7 270K 플러스와 5 250K 플러스는 각각 24코어와 18코어 제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수준인 299달러와 199달러로 출시됐습니다. 특히 24코어는 현재 인텔 소비자용 CPU 가운데에서도 제일 많은 코어 숫자인 점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수준입니다. 최대 클럭 역시 기존 최고 제품인 코어 울트라 9 285K의 5.7GHz보다 약간 낮은 5.5GHz 수준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인텔은 아예 코어 울트라 9 290K 플러스 출시를 포기하고 두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할 계획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코어 울트라 7 270K 플러스와 5 250K 플러스는 기본적으로 기존 애로우 레이크 아키텍처를 유지한 제품이지만 몇 가지 소소한 업그레이드도 적용됐습니다. 네이티브 DDR5-7200 지원(기존 6400)과 다이-투-다이(Die-to-Die) 연결 주파수 최대 900MHz 증가로 CPU 내부 통신과 메모리 접근 속도를 개선했습니다. 또한 4-Rank CUDIMM(또는 CQDIMM) 메모리를 지원해 시스템 메모리 확장성도 높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128GB 메모리 모듈을 사용해 최대 512GB까지 장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업그레이드가 무색하게 현재 PC 시장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모리 시장이 심각한 수급 불안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가격 비교 사이트인 다나와 기준으로 삼성 DDR5-5600 16GB 메모리 가격은 작년 같은 시기 약 7만 원 수준에서 최근에는 30만 원 수준까지 올라 네 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시장에서는 ‘메모리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AI 서버에 필수적인 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이 생산 역량을 HBM 쪽으로 집중한 영향이 큽니다. HBM은 같은 용량의 일반 DRAM보다 훨씬 많은 웨이퍼와 공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HBM 생산이 늘어날수록 일반 DDR5 생산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 PC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메모리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이런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 2026년 PC와 스마트폰 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CPU 가격을 크게 낮춘 것은 조금이라도 시장 수요를 자극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보이는 AMD와 비교해 인텔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인텔 입장에서는 단순히 CPU 한 세대의 판매량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CPU 판매가 줄어들면 메인보드와 칩셋, 그리고 전체 PC 플랫폼 생태계까지 위축될 수 있습니다. 차세대 아키텍처가 나오기 전까지 가격을 크게 낮춰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인텔은 팬서 레이크와 애로우 레이크 리프레시로 올해 초의 보릿고개를 버티고, 18A 공정 기반 서버 프로세서인 클리어워터 포레스트와 차세대 데스크톱 프로세서인 노바 레이크로 반전을 노릴 계획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가격 인하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지, 차세대 제품 출시 전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올해 상황이 주목됩니다.
  • 환율 1500원 뉴노멀 되나

    환율 1500원 뉴노멀 되나

    중동 전쟁 확산 여파로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를 넘기면서 외환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름값 자체는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다소 내려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널뛰기’ 영향으로 이달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평균도 1470원대를 넘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지난 14일(한국시간)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외환시장 종가 대비 16.30원 급등한 149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야간거래에서는 환율이 1500원을 웃돌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넘은 건 지난 4일(장중 최고 1505.8원)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리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환율 수준 자체도 이미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에 가까워졌다. 한국은행과 서울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2주간 원달러 평균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476.9원이었다. 이는 월간 기준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주 주간 평균환율은 1480.7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둘째 주(1504.43원) 이후 최고치였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환율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환율 일일 변동 폭(주간 거래 기준·전 거래일 종가 대비)은 평균 14.24원이었다. 유럽 국가 재정 위기가 닥쳤던 2010년 5월(16.3원) 이후 약 16년 만에 최대다.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다른 나라보다 큰 점도 특징이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원화 가치는 3.84%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6개국 통화 가운데 유럽연합(EU) 유로(-3.29%), 일본 엔(-2.39%), 영국 파운드(-1.85%) 등도 약세를 보였지만 원화보다 하락 폭이 작았다. 스웨덴 크로나(-4.49%)만 원화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 유가 충격에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원화 가치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 3274억원을 순매도한 것도 환율 상승의 원인이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 머무르면 1500원 환율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중동사태 유탄 세게 맞은 저소득층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파가 처분가능소득의 10%를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저소득층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 서민 경제는 더욱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가데이터처는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에너지 지출 비중이 10.0%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에너지 지출은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등 주거·취사에 쓰이는 연료비와 휘발유·경유·LPG 등 개인 차량 운행에 쓰이는 운송기구 연료비를 합산한 금액이다. 전체 평균은 4.8%였다. 고소득층인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에너지 지출 비중은 3.4%였다. 저소득층이 쓸 수 있는 소득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평균의 두 배, 고소득층의 세 배에 이를 정도로 크다는 의미다. 소득 분위별 에너지 지출 비중의 격차가 벌어진 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공요금 인상이 계층별로 다르게 적용된 영향이 크다. 저소득층은 난방비·전기요금 등 필수 에너지 지출 비중이 커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인 반면, 고소득층은 차량 운행 등에 쓰이는 운송용 연료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유가 변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각종 에너지 가격에 대한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공공요금 인상 논의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필수 에너지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주담대 금리 상단 6.5% 넘었다

    주담대 금리 상단 6.5% 넘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6% 중반까지 오르며 약 2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에도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1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3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4.250~6.504%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16일(연 4.130~6.297%)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상단이 0.207%포인트, 하단이 0.120%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에서는 이 금리 수준이 2023년 10월 말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시장금리 움직임이 자리한다. 고정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 같은 기간 3.580%에서 3.860%로 0.280%포인트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가운데 최근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는 흐름세”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가계대출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 5501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684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8302억원 줄었지만 신용대출은 1조 4327억원 급증했다. 이런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2021년 7월 이후 약 4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 될 전망이다. 특히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1조 3114억원 늘어 40조 7362억원으로 불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신용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증권사로 이체되는 자금”이라며 “주가 급락을 계기로 한 저가 매수 수요와 공모주 투자 수요 등이 겹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다시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금융위원회는 당초 추진하던 ‘30년 초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 방안 발표 시점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 안정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주택 시장 안정화”라며 “초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도입 방안의 발표 여부와 시점은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40대

    [씨줄날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40대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중동전쟁 여파로 대출금리가 치솟아 속이 쓰라리다. 집을 사느라 ‘영끌’한 주택담보대출에 주식 투자를 위해 ‘마통’ 등 신용대출을 늘려 ‘빚투’족 대열에 섰기 때문이다. 그는 “먼 나라 전쟁에 내 허리가 이렇게 휘어질 줄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령대별로 볼 때 부채가 가장 많은 세대가 40대라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40대의 평균 부채는 1억 2000만~1억 4000만원. 30대와 50대의 8000만~1억 1000만원 수준보다 월등히 많다. 집을 장만하기 위한 대출과 자녀 교육비, 각종 생활비 등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시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아 ‘서학개미’를 하다가 최근 활황세인 국장으로 눈을 돌린 뒤 중동전쟁 발발 후 롤러코스터 장세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40대는 가장 왕성하게 벌고, 빌리고, 쓰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허리’다. 그 허리가 요즘 심신이 너무 아프다는 통계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특히 40대의 자살률이 전년 대비 인구 10만명당 4.7명 상승해 전 연령대 중 가장 크게 올랐다. 40대 비만율(44.1%)도 6.4% 포인트나 급등해 전체 평균(38.1%)을 크게 웃돌았다. 야근에 불규칙한 식사, 음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돈을 벌고 갚는 것 말고는 다른 데로 눈 돌릴 겨를도 없다. 40대의 사회단체 참여율은 8.9% 포인트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제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 통계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스트레스 인지율도 40대가 35.1%로 가장 높았다. 2014년 조사에서는 30대와 20대가 더 높았으나 10년 만에 상황이 바뀐 것이다. 40대 남성은 직장 생활이, 여성은 부모·자녀 문제가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이라고 답했다. 몸도, 사회도, 경제도 허리가 아프면 모든 곳이 주저앉는다. 힘들어하는 주변의 40대들에게 “파이팅”을 외쳐 주자. 김미경 논설위원
  • [사설] 군함 보내라는 트럼프… 동맹 비용·국익 사이 절묘한 균형을

    [사설] 군함 보내라는 트럼프… 동맹 비용·국익 사이 절묘한 균형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석유를 공급받는 국가들은 직접 항로를 책임져야 한다”며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군함을 파견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이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동맹국인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에 국익이 걸려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참전은 간단한 문제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에 이란은 어제 곧바로 “분쟁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삼가라”고 엄포를 놓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였던 2020년에도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당시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한 직후 해협 안정화 작전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임무 구역을 확장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상선의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미국 요구를 수용, 이란의 위협을 피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미국이 다국적군 형식의 파병을 요구할 경우 ‘독자 파견’ 방식의 우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별도의 국회 비준 동의까지 필요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크다. 그런 데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며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어 위험 부담은 훨씬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그제 동해상으로 1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주한미군 기지에서 패트리엇 미사일과 사드 일부가 중동으로 빠져나가며 대북 억제 능력의 손실이 걱정되는 시점이다. 이번 전쟁이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거라는 전망이 미국 내에서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파병을 거부하면 한미 관세협상 후속 합의, 방위비 분담금 등 군사안보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국제 해상교통로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란 점에서 거부 명분도 마땅치 않다. 두부모 자르듯 성급한 결론을 짓지 말고 중동 정세와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의 대응을 지켜보며 평화유지군 방식의 참여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국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과 만나 핵추진잠수함·원자력 등 안보 분야 합의 사항의 조속한 이행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미 간 정상회담 후속 협의와 함께 조선업·방산 등 한미 상호 간 경제안보의 실질적 협력 기반 확대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 AI는 ‘2각’을 대체할 뿐, 인간은 ‘5각’이다[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는 ‘2각’을 대체할 뿐, 인간은 ‘5각’이다[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인공지능(AI) 시대, 우리는 불안하다. 그런데 그 불안을 정확히 표현하는 언어가 없다. AI가 내 일을 빼앗아 갈 것 같다는 두려움은 있지만, 무엇이 사라지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반대로 기계에 빼앗기지 않을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도 믿는데, 그것 역시 명확히 말하지 못한다. 그 결과 두 가지 극단적 반응만 남는다. 무조건 따라가거나,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어느 쪽도 시대를 제대로 읽는 태도가 아니다. 필자는 감각의 수에서 이 문제의 답을 찾고 싶다. 인간과 AI를 가르는 경계를 직관적으로,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그것이 2각과 5각의 구분이다. 시각·청각으로 세계 인식하는 AI2각 활용한 노동 가장 빠르게 흡수후각·미각·촉각 3감각도 가진 인간기계와 경쟁서 가장 강력한 영토로“배관공·전기기술자 AI 대체 어려워”거대 산업혁명에 맞선 제1응전 대중사회 등과 싸웠던 제2응전AI·플랫폼에 대응하는 제3응전 기계가 인간 영역 빼앗을 때마다 인류는 더 깊은 감각의 현장으로●후·미·촉각, 인간·AI 가르는 마지막 경계 결론부터 말하자면 AI는 ‘2각(二覺)’ 존재다. 시각과 청각, 두 감각을 통해서만 세계를 인식한다. 반면 인간은 5각 존재다. 요리사는 불의 온도를 손끝으로 가늠하고, 정비사는 엔진의 미세한 진동을 몸으로 감지하며, 바리스타는 원두의 향으로 로스팅 상태를 판단한다. 후각·미각·촉각-이 3감(感)이 기계와 인간을 가르는 마지막 경계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최근 발표한 연구 ‘AI의 노동시장 영향’(Labor market impacts of AI)은 미국 노동부 직업 데이터베이스(O*NET)와 실제 클로드 사용 데이터를 결합해 ‘관측된 노출도’를 측정했다.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74.5%), 고객 서비스 담당자(70.1%), 재무 분석가(57.2%)였다. 반면 요리사, 오토바이 정비사, 바텐더 등은 노출도 데이터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AI가 흡수하는 것은 화면 앞 2각 노동이고, 후각·미각·촉각이 결합된 신체 지식은 AI가 데이터화하기 가장 어려운 인간의 마지막 영토다. 이 직관은 AI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202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배관공, 전기기술자, 철강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대규모로 열릴 것이라며 대학 학위 없이도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이 직종들에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AI의 ‘대부’로 불리는 노벨상 수상자 제프리 힌턴도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AI가 신체적 조작에 능숙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배관공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기술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손의 감각과 현장의 판단—5각의 영역이 가장 희소하고 가장 필요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인지와 비인지 : 2각·5각의 과학적 근거 2각과 5각의 구분 배경에는 더 근본적인 원리가 있다. 인지 능력과 비인지 능력의 차이다. 인지 능력은 시각과 청각을 중심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언어를 구조화하는 영역으로 AI가 가장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비인지 능력은 직관, 본능, 감정, 신체와 정신의 통합처럼 체화된 경험에 뿌리를 두는 영역이다. 논리나 언어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으며 인간이 세계와 맺는 가장 근본적인 관계 방식이다. 비인지 능력은 단순히 감각 정보의 합산이 아니다. 몸 전체가 세계와 부딪치며 축적한 ‘체화된 지식’이다. 숙련된 도예가는 흙의 수분 함량을 손바닥의 저항감으로 판단하고, 외과 의사는 메스를 쥔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 조직의 밀도를 가늠한다. 뇌과학자들은 이를 ‘절차적 기억’이라 부른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데이터로 옮길 수 없으며 오직 몸이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만 형성된다. 시각과 청각은 물리적 파동을 기반으로 하기에 디지털화·전달·해석의 세 단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반면 후각·미각·촉각은 화학적이고 복합적인 자극이어서 디지털화 단계부터 불완전하다. 인공 혀는 화학 성분을 감지하지만 맛을 복원하지 못하고, 인공 손은 압력을 측정하지만 촉감을 전달하지 못한다. 물론 기술 낙관론자들은 이 경계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노 센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정밀 화학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 후각·미각·촉각도 결국 디지털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견해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리적 가능성’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설령 세 감각의 디지털화가 가능해진다 해도 그것이 몸 전체의 체화된 지식까지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다. 도예가의 손이 담고 있는 지식은 촉각 데이터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수천 번의 실패와 성공이 근육과 감각과 판단력에 동시에 새겨진 총체적 경험이다. 적어도 향후 10년에서 20년의 시간 지평에서 몸으로 체화된 5각의 지식은 인간이 기계와의 경쟁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영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인류는 늘 현장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언제부터 인간을 2각 인재로 인식하게 되었는가. 산업혁명이 효율의 이름으로 풍부한 인간상을 납작하게 눌러 버린 결과다. 그러나 기계가 2각 능력을 흡수할 때마다 인간은 나머지 3각이 살아 있는 현장으로 귀환했다. 필자는 ‘제3의 응전’에서 이 반복되는 패턴을 ‘응전’이라 불렀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언어를 빌리자면, 기술의 도전에 맞선 문화의 창조적 대응이다. 그 응전은 지금까지 세 번 있었다. 제1응전은 산업혁명에 맞선 장인과 현장 문화의 귀환이었다. 윌리엄 모리스가 그 선두에 섰다. 시인이자 디자이너이자 실천하는 기업가였던 그는 1861년 디자인 회사를 설립해 가구, 벽지, 직물을 장인의 손으로 제작했다. 기계가 노동에서 감각을 빼앗자 모리스는 손의 감각을 일의 중심으로 되돌렸다. 낭만적 저항이 아니라 시장에서 실증된 응전이었으며, 그의 정신은 이후 바우하우스와 현대 디자인 운동의 원류가 되었다. 같은 시기 패트릭 게데스는 다른 방식으로 응전했다. 생물학자이자 도시계획가였던 그는 지역조사 운동(Regional Survey Movement)을 통해 시민들이 지역의 기후, 산업, 인구를 직접 발로 걸으며 기록하도록 이끌었다. 그의 핵심 철학은 “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하라”였다. 통계와 지도로 세계를 추상화하는 기계 문명에 맞서 게데스는 냄새와 소음과 질감이 가득한 살아 있는 현장으로 인간을 불러들였다. 몸으로 걷고 감각하며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지식이라는 것, 그것이 그의 응전이었다.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실행하라”(Think Global, Act Local)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낸 인물이 그다. 제2응전은 대중사회와 군산복합체에 맞선 반문화 운동이었다. 도시를 떠난 1960년대 반문화 활동가들이 향한 곳은 자연 공동체와 작업실이었다. 이 중 한 명인 스튜어트 브랜드는 미국 전역의 자연 공동체를 직접 방문하며 현장의 도구와 지식을 목격했다. 1968년 창간한 ‘전 지구 목록’(Whole Earth Catalog)은 자급자족·생태·대안 교육의 현장 지식을 엮어 낸 결과물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구글보다 35년 앞선 구글”이라 불렀다. 브랜드와 동료들은 공동체의 분산·자율·연결이라는 현장 원리를 컴퓨터와 네트워크 설계 철학으로 번역했다. 회로를 납땜하고 씨앗을 심는 5각의 감각이 개인용 컴퓨터 혁명과 인터넷 탄생의 정신적 동력이 된 것이다. 기술은 현장에서 태어났다. 그렇다면 AI와 플랫폼에 대응하는 제3응전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것을 ‘크리에이터 문화’라 부른다. 오픈소스 개발자, 해커, 메이커들이 기술의 민주화를 실험하고 블록체인은 창작물의 소유권을 플랫폼이 아닌 창작자에게 돌려주려 한다. 크리에이터 플랫폼은 개인이 자신의 감각과 기술로 직접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유튜브, 서브스택, 패트리온으로 시작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이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초기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영상, 글, 음악 같은 디지털 콘텐츠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무게중심이 현장, 오프라인, 도시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건축, 설치미술, 조각, 공예, 팝업스토어 등 몸으로 만들고 공간으로 경험하는 콘텐츠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 되었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디지털 피드에서 개성이 사라질수록 사람들은 냄새와 질감과 온도가 있는 현장으로 향한다. 2각 기계가 지배하는 디지털 세계에 맞서 5각의 인간이 도시와 공간을 창작의 무대로 되찾는 응전이다. 세 번의 응전이 가르쳐 주는 것은 하나다. 기계가 인간의 감각을 빼앗을 때마다 인간은 더 깊은 감각의 현장으로 들어갔다. ●AI 증강의 역설, 5각 인간의 탄생 산업화 이전 이상적 인간의 모습은 달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이자 해부학자이자 발명가였고, 중세 길드의 장인은 손으로 만지며 축적한 감각 지식으로 건축과 공예를 완성했다. 오감을 총동원해 세계를 감각하고 손으로 만드는 5각 인재가 인간의 원형이었다. 공장과 사무실이 만들어 낸 2각 인재는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인간형이었다. 이제 AI가 2각 영역을 흡수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의 원형이 복원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10년 고용 전망에서도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일수록 고용 성장률이 낮게 나타났다. AI 시대 5각 인재는 ‘르네상스맨’의 단순한 귀환이 아니다. 시각·청각과 두뇌력을 AI로 증폭시키고 그 위에 AI가 끝내 모사하지 못하는 후각·미각·촉각의 신체 지식을 더한 존재다. 모리스가 손으로 직물을 짜며, 게데스가 거리를 걸으며, 브랜드가 공동체의 흙을 만지며 발견했던 것을 이제 작업실, 공연장, 공간, 거리, 도시의 현장에서 다시 발견하고 있다. AI는 2각을 대체할지 모르나 인간은 근본적으로 5각 존재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시민토론공간 ‘공론장’ 개념 세운, 독일 사회학 거두 하버마스 별세

    시민토론공간 ‘공론장’ 개념 세운, 독일 사회학 거두 하버마스 별세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한국 시민사회에도 깊은 영향을 끼친 위르겐 하버마스가 별세했다. 96세. 독일 dpa통신은 14일(현지시간) 하버마스가 바이에른주 슈타른베르크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유럽 진보 운동의 ‘사상적 뿌리’인 프랑크푸르트학파 2세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고인은 근대 유럽의 살롱, 카페 등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시민 토론 공간을 ‘공론장’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하며 현대 민주주의 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공론장 개념은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시민들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제시하며 나치 독일에서 벗어난 전후 서독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인은 또 독일 민족주의의 부활을 막을 안전장치로 유럽의 결속과 통합을 강하게 지지하는 ‘유럽주의자’이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의 정치적 통합을 위해 EU 전체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2007년 제안한 바 있다. 고인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과 분단 현실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공론장’ 개념은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지식인들에게 시민사회가 민주주의의 핵심임을 일깨웠다. 1996년 첫 방한 당시 서울대 등에서 강연을 열며 한국 시민사회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고, 당시 방문은 한국 지식인 사회에 ‘하버마스 열풍’을 일으켰다. 이후 ‘공론장의 구조변동’, ‘의사소통 행위이론’ 등 주요 저작들이 대부분 한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독일 통일 과정을 지켜본 그는 한국의 분단 상황에도 꾸준히 제언을 이어갔다. 특히 자유롭고 민주적인 절차를 바탕으로 한 ‘헌법 애국주의’에 의한 통합을 강조했는데, 이는 나치 독일에서 겪었던 민족주의적 애국심의 위험을 반성한 결과였다. 한국과의 또다른 인연으로는 제자인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있다. 고인은 송 교수가 200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되자 탄원서를 보내는 등 구명 운동에도 앞장섰다. 2024년 독일 자택을 방문해 가장 최근까지 교류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5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12월 하버마스 박사에게 긴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 건강이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며 “고인은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이 지나치게 권력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등 한국 시민사회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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